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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10일 일요일

"교회가 세상일에 참여하지 않으면 입지 줄어들다 결국 없어질 것"


이글은 한겨레신문 종교전문 조현기자 블로그 휴심정 자매매체 2013-03-07일자 기사 '"교회가 세상일에 참여하지 않으면 입지 줄어들다 결국 없어질 것"'을 퍼왔습니다.

천주교인권위원회가 1988년 천정연 인권소위원회로 활동을 시작한 지 25년, 1993년에 독립적인 단체로 창립한 지 20주년을 맞았다. 3월 7일에 열리는 후원의 밤 행사를 앞두고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천주교인권위의 일원으로 참여해 왔고, 현재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형태 변호사를 만났다. 

날짜 : 2013년 2월 27일
장소 : 법무법인 덕수 김형태 변호사 사무실
대담 : 한상봉 (톨릭뉴스 지금여기) 편집국장


- 천주교인권위원회 활동 25주년, 창립 20주년을 맞이한 감회를 듣고 싶습니다.

해방 이후 한국 천주교회는 정치적으로 매우 보수적인 입장을 취해 왔는데, 유신정권 이후 1970년대부터 사회보다 앞서 나가는 기운이 교회로 모였습니다. 그렇게 모인 힘을 제도화하는데 천주교인권위원회가 한몫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천주교 사회운동단체들이 열심히 싸우는 동안, 그 과정에서 천주교인권위는 법률적 지원을 하고, 사회운동을 인권운동의 차원으로 더 확장시키는 근거지 역할을 한 것입니다.


- 천주교인권위와 관련해 그동안 특별히 인상이 깊이 남은 사건은 어떤 게 있나요?

천주교인권위가 ‘조작간첩’ 사건들을 오랫동안 다뤄왔고 결실이 있었습니다. 국내뿐만 아니라 재일교포 간첩단 사건 등에도 관여해 왔는데, 이와 관련한 판결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또한 군 의문사 사건에 대해서도 천주교인권위가 큰 공을 세웠다고 봅니다. 그 결실로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만들어졌고, 그 후로 군대 내 사망사고도 많이 줄었다고 봅니다.

개별 사건이지만 ‘이도행 씨 사건’도 기억에 남습니다. 1995년에 일어난 사건인데 이도행 씨는 부인과 한 살배기 딸을 살해하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불을 지른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1996년 1심에서 사형을 선고했어요. 이 사건을 천주교인권위가 맡았는데, 8년 가까운 법정 공방 끝에 2003년 2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습니다.

이때 김수환 추기경님도 도와주셨죠. 이 사건이 사형폐지운동으로 확산됐습니다. 워낙 사회적 파장이 컸고, 유죄와 무죄, 사형과 무죄를 오갔죠. 어떤 판사는 사형 판결을 내리고, 어떤 판사는 무죄 판결을 내리는 것을 보면서 사람들이 사형제도의 심각성을 절실히 느끼게 된 것 같습니다. 이도행 씨도 너무 고생 많이 했고 개인적으로 불행하지만, 사형폐지운동에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해요.

인혁당 사건은 10여 년 전 문정현 신부님을 통해 천주교인권위가 맡게 됐습니다. 그때만 해도 지금과 분위기가 달라서 인혁당이라면 ‘빨갱이’로 생각했죠. ‘교회’라는 배경이 있기 때문에 천주교인권위가 맡은 것이지, 교회가 아니었으면 사실 무서워서 맡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때는 갈 곳 없는 분들을 우리 천주교인권위가 보듬어주고, 하소연을 들어주고, 함께 울고, 일 년에 한 번 추모제 열고, 그분들의 소리를 대신 외쳐 주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상임위원으로 활동한 대통령직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묻혀 있던 인혁당 사건 에 대한 자료를 확보하게 됐고, 이를 계기로 사건의 진상이 빛을 보게 됐죠. 그때부터 재심이 시작됐고, 형사 무죄, 민사 배상까지 받았습니다. 인혁당 사건은 한국전쟁 전부터 권위주의정권 시절을 거치며 국가기구의 탄압으로 벌어진 의문사 사건을 해결한 첫 단추였죠. 천주교인권위가 과거사 정리의 첫 단추를 끼웠다고 봅니다.

파키스탄 사형수 2명 문제도 사형폐지운동과 연결됩니다. 파키스탄인 사형수 아미르 자밀과 미안 무하마드 아자즈가 김수환 추기경님에게 억울함을 호소하는 편지를 보내고, 추기경님의 부탁으로 천주교인권위가 문제 해결에 나섰죠. 결국 이들은 무기로 감형됐다가 1999년에 특사로 나와서 본국으로 추방됐습니다.

이후 이주노동자 문제가 천주교인권위로 많이 들어왔어요. 지금은 이주노동자 관련 단체나 국가기구가 많지만, 그때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1997년 3월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모여 ‘라파엘 클리닉’을 열어 필리핀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혜화동 가톨릭신학교와 동성고등학교 강당에서 이주노동자들을 상대로 매주 일요일마다 무료진료를 시작했습니다.

용산참사도 기억에 남습니다. 학생들 같으면 큰소리 뻥뻥 칠 수 있지만, 만나보니 용산참사 관련자들은 진짜 밑바닥의 아무것도 모르는 아저씨, 아줌마들이었어요. 저희는 이들의 형량도 줄여주고, 억울한 일도 밝혀야 하는 사건이라고 생각하고, 천주교인권위 변호사들이 맡아서 변론에 나섰습니다. 다큐멘터리 (두 개의 문)에도 나왔지만 진실은 다 밝혀졌지요. 특공대, 경찰들이 과잉진압이라고 자백했고, 철거민들이 화염병을 던지지 않았다고 대부분이 얘기했어요. 나중에 재심할 수 있는 밑바탕을 만들어놓은 것입니다.


- 천주교인권위 20주년을 맞아 우리가 기억해야 할 사람이 있다면 누가 있을까요?

우선 김승훈 신부님, 하경철 변호사님이 생각납니다. 황인철 변호사님은 벌써 20주기를 맞을 만큼 일찍 돌아가셨고, 원로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제가 천주교인권위 위원장을 맡은 때가 1993년이었는데, 아직 30대였어요.

그런 상황에서 든든한 ‘빽’이 되어주신 분이 김승훈 신부님과 유현석 변호사님입니다. 정치권력이나 교회로부터 천주교인권위를 보호해준 분들이죠. 두 분은 모임만 있으면 거의 빠짐없이 나오셨어요. 그런데 두 분도 너무 빨리 돌아가셨어요. 이돈명 변호사님도 돌아가셨고, 우리가 추모할 분이 너무나 많습니다.

김수환 추기경님도 천주교인권위의 ‘빽’ 역할을 해주셨습니다. 어찌 보면 천주교인권위가 추기경님의 법무 참모실 같은 역할을 했죠. 무슨 일이 있어서 부르시면 제가 혜화동으로 달려가곤 했습니다. 현재 명동 가톨릭회관 뒤편에 있는 천주교인권위 사무실을 얻을 때도 추기경님과 김승훈 신부님, 그 밖의 여러 사람들이 모아주신 돈으로 보증금을 마련했지요. 그전에는 가톨릭회관 3층의 작은 방에 있었는데 회관 측에서 자꾸 나가라는 상황이었어요.


- 천주교인권위가 겪은 어려움으로 어떤 것이 있나요? 또 아직도 남아 있는 어려움이 있다면?

결국 천주교인권위가 다루는 문제는 ‘정의’와 ‘평화’의 문제인데, 과거에는 무엇이 정의고, 무엇이 평화인지 비교적 분명하게 이분법적으로 가를 수 있었어요. 그런데 시대가 바뀌니 그게 만만치 않습니다. 시민사회단체들도 많아지고 변화된 상황에서 저희가 꼭 맡아야 할 역할이 무엇일지,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인권단체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천주교인권위가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주변에서 재정적 지원도 많이 들어왔어요. 후원하는 신부님들도 전국적으로 많았고요. 지금은 인권단체가 워낙 많고 세분화되어 천주교인권위만이 가진 경쟁력이 떨어지고 후원금도 예전 같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인권 분야가 세분화되다 보니 ‘통섭’ 기능이 오히려 필요할 수도 있어요. 다른 단체에 비해 천주교인권위가 유리한 점은 천주교회라는 밑바탕이 있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연대활동의 비중이 커져서 용산, 강정, 쌍용차 문제에서도 천주교인권위가 핵심 역할을 하고 있어요. 어떻게 보면 이것이 위기이자 기회입니다.


- 천주교가 왜 인권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흔히 천주교는 영성적인 것만을 주로 얘기하고, 영성은 세속과 떨어져 있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니 교회 밖에서도 천주교를 그렇게밖에 보지 않습니다. 그러나 영성과 세속을 그렇게 나눌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예수님도 하느님 나라가 지금 여기에 가까이 와 있다고 선포하셨습니다.

세속과 영성을 갈라놓으면 교회는 영성을 다루고, 천주교인권위는 세속에서의 인권을 다룬다는 것인가요? 둘을 나누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며, 만약 나누는 것이 교회의 흐름이라면 성경을 잘못 이해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점에서 교회가 세상과 교회를 이분법적으로 나누고 세상일에 참여하지 않으면 교회의 입지가 줄어들다가 결국 없어질 것 같아요.


- 1971년에 열린 주교대의원회의(시노드)에서 (세계 안의 정의)라는 문헌을 통해 “정의를 위한 행동과 세상을 변혁시키려는 행위에 동참하는 것은 복음의 온전한 구성요소”라고 말한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겠군요. 
앞으로 천주교인권위와 교회의 관계는 어떻게 될 것 같나요?

제가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폐지소위원회에 들어간 지 벌써 10년이 됐습니다. 천주교인권위 자체는 교회 비공인단체지만, 인권문제를 구체적으로 다루는 기구가 교회 안에 없다 보니, 저희 역할이 교회 안에서도 중요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주교회의와 교구별로 정의평화위원회가 있지만, 문제가 생길 때마다 나서서 실무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천주교인권위가 나서게 되고, 결국 인권위 활동은 교회의 제도, 비제도를 가르는 경계를 흐리게 만들면서, 교회가 좀 더 적극적으로 정의평화운동과 인권문제에 관심을 갖게 만드는 창구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교회 공식기구가 나서기 어려운 일을 천주교인권위가 맡아서 한다고 봐도 좋습니다.


- 제가 보기에, 천주교인권위는 교회 공식기구와 그 바깥의 중간지대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중간지대를 확대하는 게 우리 교회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천주교 활동가들이 적극적으로 제도교회 안에 들어가 활동하는 게 필요합니다. 예전처럼 제도교회의 간섭을 받기 싫다면서 외면하는 것은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기회가 닿을 때마다 함께 연대해서 일을 해야 합니다. 하느님 나라를 위해 필요한 일을 하는데 제도권, 비제도권이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교회가 비교적 보수적인 것은 제도의 속성이므로, 감안하고 일하다보면 서로 배울 게 있을 것입니다.

유현석 변호사님과 이돈명 변호사님은 자제들이 신부님이고, 본인들도 본당에서 사목회장을 오래하시는 등 교회의 일원이기도 했어요. 그분들 이후 세대에는 천주교 활동가들과 제도교회가 분리됐다가, 지금은 관계가 복원되고 있다고 봅니다. 이제 우리 교회 안에서도 갈라졌던 사람들이 서로 만날 수 있는 징검다리가 놓인 것 같아 기대가 됩니다. 




 천주교인권위가 연 ‘난생처음 후원의 밤’

 천주교인권위원회가 20년 만에 첫 후원의 자리를 마련했다.

 ‘인권과 평화, 그 달콤한 연대’라는 제목으로 3월 7일 오후 6시 30분 서울 명동 라루체에서 열린 20주년 기념 ‘후원의 밤'은 천주교인권위원회의 첫 후원 행사이자 스무 돌을 맞는 성년식이기도 했다.

 천주교인권위원회는 1988년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산하의 인권소위원회로 출발, 5년 만인 1993년에 독자적 단체로 창립되었다. 천주교인권위원회는 이번 후원의 밤 행사를 앞두고 “가난하고 힘이 없어 억압받고 차별받는 이들의 곁에서 권력과 자본에게 쫓겨나고 내몰리는 사람들과 함께 살자는 마음으로 살아온 시간들이었다"면서 "변함없는 후원과 사랑을 거듭 부탁하는 것이 염치없는 일이 되지 않도록 교회 안에서, 또 교회 밖에서 머뭇거리지 않고 흔들림 없이 살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후원의 밤’에서는 인권변호사인 이돈명 변호사를 추모하기 위해 제정한 ‘이돈명 인권상’ 시상식도 함께 열렸다. 올해 수상자는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로 선정됐으며, 2012년 ‘학생인권조례 제정운동 서울본부’에 이은 두 번째 시상이다. 

 이날 행사에는 문정현 신부와 변영주 감독이 함께해 축하 인사를 전하며, 이한철 밴드, 가수 이수진,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노래패 ‘함께 꾸는 꿈’ 등이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또 ‘박데레사-김베드로 기금’으로 제작된 인권입문서 (모든 이들에게 모든 것)을 배포한다.

 천주교인권위원회 후원은 국민은행 004-01-0724-877 , 농협 301-0076-9349-51 예금주: 천주교인권위원회.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정현진 기자  |  regina@catholicnews.co.kr


*이 글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에 실린 것입니다. 

휴심정도그마의 감옥을 박차고 나와 깨달음과 행복을 위한 고무 찬양이 난발하는 곳, 그래서 더욱 알아지고 깊어지고 열리고 사랑하게 되고 행복해지는 곳, 단 1분도 쉬지 못하는 마음이 쉬는 곳, 잠시 뒤면 소란이 다시 몰려올지라도 1분만이라도 온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 휴심정 休心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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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7월 18일 수요일

진실에 이르는 문은 하나가 아니다


이글은 대자보 2012-07-17일자 기사 '진실에 이르는 문은 하나가 아니다'를 퍼왔습니다.
용산참사를 이해하는 세 개의 문,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에 기여한 영화

영화 ‘두 개의 문’은 알려진 대로 그동안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았거나 가해자 편으로 치부되었던 현장 경찰특공대의 시선으로 용산 참사를 재구성하려고 노력한다. 촛불시위에 데인 후 이명박 정부가 공언한 무관용 원칙에 장단을 맞추고 출세욕와 공명심에 눈이 멀어, 테러범 잡는 데나 쓰이는 경찰 특공대를 농성 철거민 ‘섬멸’을 위해 투입하면서 진압에 필요한 기초 정보도 안주고 사지로 몰아넣었던 경찰 수뇌부의 악행이 두드러질수록, 말단 경찰들의 처지는 연민과 공감의 대상이 된다.   그리하여 영화는 가해자 격인 국가권력의 말단 하수인으로 치부되었거나, 도심 테러리스트들을 진압하다 사망한 영웅들이라는 극단의 평가에 있거나, 그것도 아니면 어느 누구의 관심도 미치지 못했던 현장의 경찰 특공대도 결국은 피해자라는 결론에 이른다. 하긴 그들은 명령을 충실히 따르도록 자동으로 입력된 기계가 되기를 강요받은 이들이다. 간첩이나 테러 진압 훈련만 받은 그들 눈앞의 존재들은 ‘진압’이 아닌 때려 부숴야 할 ‘섬멸’ 대상에 지나지 않았다. 실제로 특공대에서 사망자도 나왔으니 이들을 국가공권력과 같은 편으로 분류할 수도 없게 되었다.

특공대원들이, 농성자들이 특공대를 향해 부르짖었던 “다 죽어”라는 말이, 당시에는 살상도 마다지 않겠다는 적개심에 불타던 말로 들렸지만 지나고 보니 진압하지 말라는 요청이 아니었을까라고 의문을 품을 때 그들은 더 이상 잔인한 국가 폭력의 말단에 머물러 있지 않다. 물론 여기까지는 많은 이들이 말한 내용들이다. 

영화가, 경찰 특공대원들이 현장 철거민들과 함께 국가폭력의 희생자에 속한다는 깨달음을 강조하는 것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그것도 영화적 상상력이 아닌 수천 쪽에 이르는 수사나 재판 기록을 통해 진실에 육박하려는 노력은 리얼리즘으로 충만한 다큐멘터리의 진수를 보여준다. 

그러나 다른 한편 내게는 영화가 주제를 풀어내는 방식이 다분히 설교적으로도 들리기도 했다. 영화 자체의 문법에 의지하지 않는 방식은 영화와의 틈을 벌어지게 만든다. 인터뷰 대상자들이 누누이 강조한, 말단 경찰들은 진실을 말했다거나, 특공대원들은 진압 현장에서 지옥을 보았다고 했으니 엄청난 후유증과 스트레스에 시달렸을 것이라는 말을 통해서 강조하는 식의 직설적이거나 관객을 가르치려는 주제 전달 방식은 마뜩하지 않다. 변호사나 대책위 관계자 등 굳이 ‘우리’ 편이 관객에게 친절하게 설명해 주지 않아도 건조한 수사나 재판 기록으로도 진실에 닿는 것은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말단 경찰도 피해자더라는 깨달음은 별스러운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 특공대의 증언대로 말단 경찰이 상부의 지시대로 따르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진압 현장에서 농성자들과 함께 사망자도 나왔다.

오히려 내 마음을 끌어당긴 것은 영화가 의도하지 않거나 강조하지 않았던 것들에 있다. 용산참사의 진실에 접근하는 길은 유가족이나 대책위의 절규일 수도 있고, 생각 없는 기계로 길들여져 공권력의 명령을 수행해야 하는 경찰 특공대의 시각이나 진술일 수도 있고,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 편이 될 수 없는 자들의 목소리일 수도 있다. 이 세 번째 경우를 얻은 것이 영화에서 발견한 수확이었다. 

영화가 찾은 재판 기록 중, 재판 도중 검찰이 증인으로 출석한 특공대 제1제대장에게 질문하는 것이 있다. 경찰이 농성자 진압을 위해 컨테이너를 2대 동원했다면 특공대가 (사망자를 내지 않고) 더 안전했을 것이라는 증인의 진술에 대해, 검찰은 컨테이너가 1대가 아닌 2대였다면 특공대의 입장이 아닌 농성자들의 처지에서도 안전했겠냐고 묻는다. 특공대도 아닌 농성자의 시각에서 뜬금없이 질문하니, 증인이 질문의 뜻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고 머뭇거리자 변호사가 질문을 이해하기 쉽게 거들어 준다. 망루에서 살아남은 농성자들에게 결국은 유죄를 때리고 마는, 농성자들의 편을 들어줄 리가 없는 검찰의 입에서 농성자의 안전을 생각하는 질문이 나온 것은 의아한 장면이었다. 

‘우리’ 편이 아닌 검찰 자신도 의도했을 것 같지 않은 태도가 영화를 비집고 나오면서, 영화는 결국 농성자들의 명예회복과 정당성에 힘을 두텁게 실어주는 결론으로 치달았다. 그 위치상 농성자들의 ‘적’으로 결코 치부할 수 없는 말단 경찰의 시선과 입을 통하기보다, 명백한 ‘적’을 통해서 농성자들의 도덕적 정당성을 훨씬 더 굳건하게 입증해 준 것이다. 

당사자 유가족이든, 말단경찰이든, 공권력의 협력자인 검찰이든, 진실에 이르는 과정이 꼭 하나의 문일 필요는 없는 것이다. 영화 ‘두 개의 문’이 갖고 있는 문은 세 개 쯤 된다. ‘두 개의 문’은 피해자나 넓은 의미의 피해자가 아닌 움직일 수 없는 가해자의 입을 통해서 용산참사 피해자들의 명예를 회복하는 데 기여하는 영화다. 

* (대자보) 편집위원, 문학평론가로 [한국문학의 거짓말- 2000년대 초기 문학 환경에 대한 집중 조명](작가와 비평, 2011)의 저자입니다.

2012년 6월 25일 월요일

‘소셜무비’ 전성시대…다큐영화 ‘두개의 문’ 호평쇄도


이글은 뉴스페이스 2012-06-25일자 기사 '‘소셜무비’ 전성시대…다큐영화 ‘두개의 문’ 호평쇄도'를 퍼왔습니다.
‘용산참사’ 다룬 수작…‘야만의 언론’-강풀 원작 ‘26년’도 주목

지난 2009년 일어난 ‘용산참사’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두개의 문’(감독 김일란, 홍지유)이 작지않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저예산 독립영화인데다가 상영관 수도 그리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상에는 호평과 유명인사들의 추천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광주 인화학교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도가니’(감독 황동혁)와 ‘석궁사건’을 소재로 사법부를 꼬집은 영화 ‘부러진 화살’(감독 정지영)에 이어졌던 관심과 더불어 ‘소셜 무비’ 전성시대가 도래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타나고 있다. 

보수언론들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야만의 언론’은 크라우드 펀딩을 성공리에 마치고 여름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5.18’과 관련한 민감한 소재를 다룬 만화가 강풀 원작 영화 ‘26년’(감독 조근현)은 그간 몇 차례의 제작 실패에도 불구하고 최근 주요배역 캐스팅을 마무리 지은 후 크랭크인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김진혁 PD “용산참사에 대한 깊이 있는 시각을 보여주는 수작”

‘두개의 문’은 지난 21일 개봉됐다. 감독들은 공식 블로그에 게재된 ‘디렉터스 노트’에서 “용산참사 뿐만 아니라 재개발과 재판과정에서 인권이 침해돼왔던 일은 한국 사회가 역사적으로 수없이 반복적으로 경험했던 일이라는 결코 새삼스럽지 않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용산이라는 구체적인 현장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가 겪어왔고, 또한 앞으로도 겪을 수 있는 일들에 대해서 서로 무엇을 함께 할 것이지를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 영화 <두개의 문> 공식 블로그

‘두개의 문’의 배급위원에는 다양한 인사들이 참여했다. 정지영 감독, 변영주 감독, 이해영 감독, 배우 맹봉학 씨 등 영화계 인사들과 칼럼니스트 김규항 씨, 정혜윤 CBS PD, 문정현 신부,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지도위원, 심상정 통합진보당 의원, 도종환 민주통합당 의원,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두개의 문’은 23일 오전 현재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영화평점에서 8.68이라는 높은 점수를 기록하고 있다, 트위터 상에는 “영화가 끝난 후 불이 켜져도 관객들이 침묵했다. 박수를 칠수 없는 감동적인 영화”(teodosi****), “당신이 왜 사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면 꼭 보시라”(skylove****) 등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노종면 전 YTN 노조위원장(‘뉴스타파’ 앵커)은 트위터(@nodolbal)를 통해 “이 영화의 성취가 우리 사회의 성취일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영화 저널리스트 최광희 씨(@cinemAgora)는 “이번 주말엔 의자 기부했던 인디스페이스에서 보려고 하는데, 전석 매진이라네. 헐~좋아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라는 글을 남겼다. 

서기호 전 판사(@gihos1)는 “철거민보다 경찰특공대의 시각을 많이 반영한게 놀라웠다. 하지만 그 때문에 무리한 진압작전이었음이 오히려 자연스레 도출됐다”며 “그래서 누구나 선입견 내려놓고 볼만하다”고 평가했다. 

‘두개의 문’의 배급위원으로 참여한 맹봉학 씨(@hagmb003)는 “예매를 서두르세요. 매스컴에서 소개해 주는 이유가 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볼수 있게 주위분들 손을 잡고 매진행렬에 동참해 주세요. 용산CGV에 걸리는 그날까지 상징입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변영주 감독(@redcallas)은 “나는 이 시간에 일어나서 영진위 통합전산망의 ‘두개의 문’과 ‘두결한장’ 어제 관객수를 보고 있는가...두개의 문. 어제 매진매진”이라며 “마니마니 봐주세요!”라고 호소했다.

김진혁 EBS PD(@madhyuk)는 “‘두 개의 문’은 단순히 ‘봐 줘야 할’ 영화가 아니라 용산참사에 대한 깊이 있는 시각을 보여주는 수작이다. 놓치지 마시길”이라고 추천했다. 영화배우 출신인 문성근 민주통합당 상임고문(@actormoon)은 김 PD의 글을 리트윗 했다. 

이른바 ‘번개관람’도 잇따르고 있다. 정동영 민주통합당 상임고문(@coreacdy)은 “‘두개의 문’ 대번개에 깜짝 등장을 부탁드린다”는 트위터리안의 요청에 “넵 가겠습니다”라고 응했다. 

아이돌 그룹 JYJ의 팬들도 단체관람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홍지유 감독(@HongHongjiyou)은 “사실 저는 JYJ 팬분들의 ‘두 개의 문’ 단체관람이 놀랍지 않다. 누구의 팬클럽이기 전에 각자는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바라는 한 사람이니까”라며 “그리고 저도 아주 오래된 JYJ 팬”이라고 화답했다. 

배우 유지태 씨(@youjitae)는 “한국 독립영화를 응원합니다. 독립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분들과의 깜짝 번개! 재개관한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에서 6월 25일 1시 상영작 함께 관람하실 분! 선착순 100분. 신청은 멘션으로. 독립영화에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해요”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영화 제목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유지태 씨가 말한 시각에 인디스페이스에서는 ‘두개의 문’이 상영된다. 그는 “독립영화 깜짝 번개 많은 분들이 신청해주셔서 행복한 고민에 빠졌네요”라며 “25일 인디스페이스에서 만나요!”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두개의 문’은 23일 오전 현재 포털사이트 네이버 영화 평점에서 8.70이라는 높은 점수를 기록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통합전산망에 게재된 일별 박스오피스에 따르면 ‘두개의 문’은 개봉 첫날인 21일과 22일 ‘다양성 영화’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야만의 언론’, ‘두개의 문’ 인기 이어받을까?…‘26년’도 주목

‘두개의 문’에 대한 관심을 ‘야만의 언론’이 이어받을지도 관심사다. ‘야만의 언론’은 조선일보>와 , 그리고 등 이른바 ‘조중동’으로 불리는 보수언론의 문제점을 다룬 다큐멘터리로서 김성재 전 청와대 행정관과 ‘두개의 문’ 배급위원회 기획팀에 참여한 ‘시네마 달’이 제작하고 있다. 

‘야만의 언론’은 지난달 7일부터 이달 16일까지 인터넷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굿펀딩’을 통해 제작비로 사용될 3000만원의 후원금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총 656명이 참여해 3473만원이 모였다. 제작비를 후원한 이들의 이름은 모두 ‘야만의언론’ 엔딩 크레딧에 올라가며 금액에 따라 일정한 리워드가 주어진다. 

김 전 행정관은 21일 ‘야만의 언론’ 펀딩 사이트에 올린 글을 통해 “제작에 힘을 보태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후원해 주신 돈은 모두 다큐영화 제작에 사용될 것이다. 영화제작과 공개가 다 끝나고 나면 여러분들이 낸 돈이 어떻게 쓰였는지 모두 공개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 영화 제작이 끝나더라도 극장에서 개봉 상영될 수 있겠느냐고 묻는 분들이 많다. 유명 정치인들도 벌벌 떠는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는 ‘조중동’의 눈치를 보느라, 상영관들이 개봉을 꺼려할 것이란 걱정 때문이다. 맞다.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단 하루, 단 1회를 상영하더라도 개봉관을 찾아 당당히 상영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김 전 행정관은 “소규모 독립영화관이든, 구청 강당이나 시민단체 회의실이든, 학교 운동장이든, 동네 놀이터든, 어디든 영화를 틀겠다. 인터넷을 통해서도 공개하겠다”며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이 영화를 볼 수 있도록 모든 방법을 찾겠다. ‘조중동’의 패악질과 유해함을 알릴 수 있다면 어디서라도 영화를 상영하겠다”는 각오를 나타내기도 했다.

김 전 행정관은 이에 앞서 와의 통화에서 “‘조중동’에 대한 문제의식이 굉장히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고 본다. 이런 작업을 하는 게 더 많이 알려지면 더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일 것 같다”는 기대를 나타낸 바 있다. 은 올 여름 개봉을 목표로 지난 1월부터 제작되고 있다. 

만화가 강풀 씨의 만화를 원작으로한 ‘26년’은 크랭크인이 가시화 되고 있다. ‘26년’은 1980년 ‘광주의 비극’과 연관된 이들이 26년 후 학살의 주범인 ‘그 사람’을 단죄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펼치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서2008년 투자가 취소되는 바람에 제작이 무산되는 아픔을 겪은 바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현재 ‘26년’은 배우 진구, 한혜진, 임슬옹 등을 캐스팅하고 촬영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두개의 문’, ‘야만의 언론’과는 달리 극영화이기는 하지만 민감한 소재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이들이 어떤 연기를 선보일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수 이승환 씨는 ‘26년’의 음악 뿐만 아니라 제작투자에도 참여할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다. 의 18일 보도에 따르면 이승환 씨의 소속사인 드림팩토리는 “‘26년’ 원작자인 강풀과 친분이 있는 이승환이 영화음악에 관해 상의하던 중 ‘26년’의 시나리오에 반해 투자를 결정했다”며 “영화음악 및 OST 제작도 맡는다”고 밝혔다. 

특히, ‘26년’이 ‘도가니’와 ‘부러진 화살’ 처럼 평단과 관객들의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도가니’는 영진위가 지난 1월 발표한 2011년 박스오피스 순위에서 전체 8위, 한국영화로는 5위에 오르는 성과를 올렸다. ‘부러진 화살’은 개봉 첫 달인 지난 1월 박스오피스에서 3위에 오른 바 있다.

문용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