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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23일 화요일

'MB맨' 김중수, 임기전 사퇴 공식 거부


이글은 뷰스앤뉴스(Views&News) 2013-03-22일자 기사 ''MB맨' 김중수, 임기전 사퇴 공식 거부'를 퍼왔습니다.

"내년 3월까지 총재직 유지", "나는 한번도 잘못된 시그널 안줬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22일 "내년 3월까지 총재직을 유지할 것"이라며 임기 전에 물러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대표적 MB맨인 김 총재는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설훈 민주통합당 의원이 잔여임기를 채울 것이냐고 묻자 "중앙은행 독립은 어느 나라나 중요한 가치"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근혜 정권 실세인 안종범 새누리당 의원이 이에 “김 총재 취임 후 시장이 예측하지 못한 결정이 여러 번 나왔다”고 힐난하자, 김 총재는 “나는 한번도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준 적이 없다"며 "시장이 단지 나를 믿지 않고 다른 쪽을 보고 금리를 예상한 것"이라고 맞받으며 시장탓을 했다.

안 의원이 이에 “한은이 금리 정책이 실기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고 거듭 힐난했으나, 김 총재는 “우리나라는 특성상 금리를 올리기 쉽지 않지만, 취임 이후 기준금리를 다섯 번 이나 올렸다. 2010년 이후에 기준금리를 5번 올린 나라는 중국 밖에 없고 기준금리는 지금 당면한 상황을 위해 내리는 것이 아니라 6개월 혹은 1년 후를 보고 결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종학 민주당 의원이 "미국·일본 등 주요선진국처럼 양적 완화 정책을 쓰면 어떻겠느냐"고 묻자. 김 총재는 "그들은 기축통화를 갖고 있는 나라"라고 일축했고, 홍 의원이 "그럴 경우 외환위기가 올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냐"고 묻자 그는 "부인할 수 없다"고 답했다.

박근혜 정부의 첫 서별관회의에 불참하면서 정부여당 요구를 일축하고 금리동결을 하는 등 엇박자를 빚고 있는 김 총재가 이처럼 정부여당의 눈총에도 불구하고 자진사퇴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하면서, 향후 경제정책 과정에 정부여당과 한은간 갈등이 더욱 심화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김동현 기자

2012년 7월 15일 일요일

형님들만의 잔치는 아직도 진행형


이글은 이코노미 인사이트(Economy Insight) 2012-07-01일자 기사 '형님들만의 잔치는 아직도 진행형'을 퍼왔습니다.
Special Report Ⅱ 경제계의 MB맨들- ① 임기 말에도 건재한 측근들

 

MB 측근들 요직 장기 독점… 경제계 곳곳에 흔들리지 않는 아성 구축

정치권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들이 산산이 흩어진 데 반해, 경제계에서는 아직 측근 그룹들의 영향력이 막강하다. 소수의 MB맨들이 요직을 장기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임기 말로 가면서 인사 편중은 더 심화되고 있다.
김중겸 한국전력 사장은 기업인 가운데 대표적인 'MB맨'으로 불린다. 경북 상주 출신 TK(대구·경북) 기업인인데다 고려대를 나왔고, 이 대통령과 현대건설에서 같이 근무했기 때문이다. 그는 현 정부 출범 직후인 2008년 3월 산업은행 등이 대주주로 있는 현대건설 사장에 선임됐고, 2011년 9월에는 관련 분야 경험이 전혀 없는 한국전력 사장이 됐다. 두 차례 모두 이 대통령과의 특수 관계가 작용했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시각이다. 특히 한전 사장 선임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논란이 거셌다. 전기요금 인상과 에너지 정책 등 민감한 이슈들이 걸려 있는데다 한전의 비중과 위상을 고려할 때 결코 민간인 비전문가가 맡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는 결국 사장에 취임했다. 자기 사람 챙기기의 전형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김 사장뿐 아니다. 경제 분야에서 활동한 이 대통령의 측근들은 대체로 비슷한 궤적을 거쳐왔다. 몇몇 핵심 인물들이 이 대통령과 가까운 거리에서 요직을 돌아가며 맡는 방식이다. 물론 자리를 바꾸지 않고 연임을 통해 5∼6년씩 임기를 보장받는 경우도 있다. 관료, 학자, 기업인 모두 마찬가지다. 일단 MB맨으로 분류되면 임기 말까지 그에 따른 보상이 주어진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은 현재도 경제 각 분야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MB맨들이 줄줄이 거세되는 현실과는 대조적이다.
경제계의 MB맨 가운데 원로 그룹을 든다면 강만수 KDB금융 회장,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사공일 전 한국무역협회장을 꼽을 수 있다. 이 가운데 최측근으로 불리는 강 회장은 기획재정부 장관,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장을 거쳐 2011년 3월부터 3년 임기의 KDB금융 회장을 맡고 있다. 일단 2014년 3월까지는 임기를 보장받는 셈이다. 최 전 위원장은 정권 출범과 함께 방송통신위원장을 맡았고, 지난해 3월 연임에 성공했다. 그러나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와 관련해 검찰 수사의 강도가 높아지자 올해 초 위원장직을 물러났고, 4월 말 관련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파이시티 사건이 아니었다면 대통령의 5년 임기가 끝날 때까지 계속 방통위원장 자리를 지킬 상황이었다. 사공일 전 한국무역협회장은 정권 초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을 지낸 뒤 2년 임기의 무역협회장을 마치고 지난 2월 물러났다. 많은 측근 인사들이 임기 말 자리 챙기기에 여념이 없는 현실을 감안할 때 비교적 깨끗하게 물러난 경우다.

임기 말까지 자리 보장받는 측근들

핵심 측근 가운데 이보다 젊은 층으로는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백용호 청와대 정책특보, 곽승준 청와대 미래기획위원장 등을 꼽을 수 있다. 박 장관은 정권 초기 청와대 정무수석과 국정기획수석을 하다가 고용노동부 장관을 거쳐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경제정책을 총괄하고 있다. 현 정부에서 가장 화려한 이력을 쌓은 사람 가운데 한 명이다. 강만수 회장 못지않게 이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웠던 백용호 특보는 지난해 12월 청와대 정책실장을 끝으로 현 정부를 떠났다. 공정거래위원장, 국세청장, 청와대 정책실장을 두루 거친 뒤 물러나는 것이기 때문에 이화여대로 돌아가는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퇴임 3개월 만에 다시 대통령의 호출을 받고 청와대 정책특보로 복귀했다. 결국 정권이 끝날 때까지 이 대통령과 한배를 타게 됐다. 강만수 회장, 백용호 특보와 함께 경제 분야의 대표적 MB맨으로 꼽히는 곽승준 위원장은 집권 초반에 국정기획수석을 거친 뒤 4년이 다 되도록 미래기획위원장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개혁적인 자기 목소리를 내면서 측근 그룹들과 차별화를 시도하는 모습이다. 세 사람의 공통점은 대부분의 대통령 주변 인사들과 달리 이권을 챙기기보다는 정책 개발에 집중해왔다는 점이다. MB 진영 안에서 경제정책과 관련해 그나마 균형 잡힌 목소리를 내는 편에 속한다. 공교롭게도 박 장관은 성균관대, 백 특보는 이화여대, 곽 위원장은 고려대 등 모두 강단에 섰던 교수 출신이다.

MB맨들로 장악된 금융권 수장들이 김석동 금융위원장·권혁세 금감원장과의 간담회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 김석동 위원장, 권혁세 원장,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 어윤대 KB금융 회장, 강만수 KDB금융 회장. 한겨레 강재훈

경제 관료 중에서는 오래전에 정치인으로 변신한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을 제외하면 윤진식 새누리당 의원,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 이현동 국세청장 등이 눈길을 끄는 MB맨들이다. 윤 의원은 MB 정부 출범 1년 뒤 청와대에 합류해 경제수석과 정책실장을 거쳤으나 곧바로 보궐선거에 출마해 국회에서 활동했다. 제일저축은행 유동천 회장에게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현재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최중경 전 장관은 강만수 회장의 후광에 힘입어 발탁된 사례다. 기획재정부 차관, 경제수석을 거쳐 지식경제부 장관을 했다. 경제수석 시절에는 이 대통령에게 상당한 신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무리하게 외환시장에 개입하고 관치를 부활시켰다는 논란에 휩싸였고, 장관에서 물러난 뒤 현재 뚜렷한 역할을 맡지 못하고 있다.
권 장관은 부동산 정책 분야에서 이 대통령과 코드가 가장 잘 맞는 인물이다. 경북 의성 출신의 TK 관료인 그는 정권 출범 직후 국토해양부 차관으로 있다가 1년 남짓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을 했으며, 지난해 5월부터 국토부 장관을 하고 있다. 5년 임기 내내 차관과 장관을 거치며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주도해왔다고 할 수 있다. 지금도 이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을 가장 충실하게 뒷받침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역시 경북 청도 출신의 TK 관료인 이현동 국세청장은 현 정부에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경제 관료 중 한 명이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3국장에 불과했던 그는 청와대 경제수석실에 불과 3개월 근무한 뒤 국세청의 최고 요직인 조사국장에 선임됐다. 이어 7개월 만에 서울지방국세청장이 됐고, 6개월 뒤 국세청 차장, 다시 1년 뒤 국세청장이 됐다. 서울청 국장에서 서울청장이 되기까지 11개월, 국세청장이 되기까지 2년6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 청장이 들어선 뒤 국세청의 주요 간부들은 TK 등 영남 일색으로 바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민간인 출신 공직자로 눈에 띄는 인물은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전광우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 이윤호 외교통상부 경제통상 대사 등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때 각각 경제수석, 금융위원장, 지식경제부 장관을 맡았고 이후에도 여러 요직을 거치는 등 탄탄대로를 달렸다. 이들은 애초부터 측근이었다기보다는 민간 출신을 선호했던 이 대통령의 의중과 맞아떨어져 신임을 얻은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TK나 고려대 출신이 아니라는 점이 특징이다. 김 총재는 집권 초기 이례적으로 경제수석에 발탁됐으나 6개월 만에 하차했다.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로 나가 있다가 2009년 4월 임기 4년의 한은 총재에 임명됐다. 기획재정부나 한은이 아닌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원 출신으로 경제수석과 중앙은행 총재를 역임한 극히 이례적인 경우다. 전 이사장은 현 정부에서 초대 금융위원장을 맡았고, 1년여 공백 기간에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으로 있다가 2009년 12월부터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을 똑같이 평가하긴 어렵다. 전 이사장은 세계은행·우리금융·딜로이트컨설팅 등 다양한 경력 때문에 이전부터 주요 보직 물망에 여러 차례 올랐으나, 김 총재는 학자로서의 경험 외에 별다르게 내세울 게 없는 상황이었다. 김 총재는 민간인 출신으로 가장 잘 풀린 경우에 해당한다. 이윤호 대사는 정부, 기업, 경제단체를 두루 거친 민간 경제전문가라는 점을 높게 평가받아 지경부 장관에 발탁된 사례다. 현 정부 출범과 동시에 지경부 장관에 임명됐고, 퇴임 이후 몇 달 되지 않아 모스크바 대사로 발령이 났다. 대사 임기를 마친 뒤에는 유력한 무역협회장 후보로 거론됐으나 한덕수 전 주미대사가 갑자기 치고 들어오는 바람에 낙마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이거나 신임을 받는 정부 및 재계 인사들. 왼쪽부터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백용호 청와대 정책특보, 김중수 한은 총재,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이현동 국세청장, 전광우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 서종욱 대우건설 사장, 김중겸 한전 사장. 한겨레 자료 & 뉴시스

금융권은 지금도 MB맨들이 장악

금융권은 MB맨들이 완벽하게 장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강만수 KDB금융 회장을 비롯해 어윤대 KB금융 회장,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 등 4대 천황이 건재하다. 김 전 회장은 최근 현역에서 물러났지만 아직도 하나금융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나머지 3명도 금융권에서 입지가 확고하다.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 역시 대표적인 MB맨으로 분류된다. 이들의 공통점은 지연·학연으로 엮인 이 대통령과의 관계다. 4대 천황은 하나같이 영남 아니면 고려대 출신이다. 강 회장은 경남 합천 출신이고, 어윤대·이팔성 회장은 고려대를 나왔다. 최 회장은 금융권에서 몇 안 되는 포항 동지상고 출신으로 이 대통령과 동문이다.
기업에서는 이석채 KT 회장과 정준양 포스코 회장을 꼽을 수 있다. 이 회장은 2009년 2월 KT 회장으로 선임됐고, 지난 3월 연임에 성공했다. 경영 실적이 그다지 좋지 않고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데도 연임에 성공한 경우다. 이 회장을 MB의 측근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 회장 취임 뒤 KT에선 정권 주변 인물들의 잦은 낙하산 인사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최근에는 서유열 KT 사장이 불법 민간인 사찰을 주도한 공직윤리지원관실에 차명폰을 만들어준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KT 관계자는 "일종의 공생 관계"라고 말했다. 정준양 회장도 같은 시기인 2009년 2월 이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의 후광에 힘입어 포스코 회장에 올랐다. 지난 3월에는 연임에 성공했다. 그는 현 정부가 들어선 직후인 2008년 초 부사장으로 승진한 지 2년밖에 안 된 상황에서 사장으로 승진했고, 다시 1년 만에 회장 자리에 올랐다. 역대 포스코 회장들과 마찬가지로 정치적 외풍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대통령이 사장을 했던 현대건설 인맥도 무시할 수 없다. 현대건설 부사장 출신 이지송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과 김중겸 한국전력 사장이 대표적이다. 이 사장은 임기가 3개월밖에 안 남았지만, 김 사장은 2년3개월이나 남아 있다. 현대건설 출신은 아니지만 서종욱 대우건설 사장도 MB맨으로 분류된다. 경북 문경 출신인데다 고려대 경제학과를 나왔기 때문이다. 서 사장은 이 대통령 당선 직전인 2007년 11월 사장에 선임됐고, 2011년 1월 연임에 성공했다. 대우건설이 금호아시아나에서 산업은행으로 경영권이 넘어간 뒤에도 사장직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경영실적이 안 좋은 상황에서 연임에 성공했다.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경제 분야에서 측근이나 실세로 불리는 사람들의 특성은 대체로 비슷하다. 여러 자리를 옮겨가며 임기 말까지 실속을 챙기고 있다. 정부 안에서는 물론이고 공기업, 공공기관, 금융권, 오너가 없는 민간기업에 이르기까지 정부 손길이 미치는 곳이면 예외가 없다. 믿는 사람만 쓰는 이 대통령의 평소 인사 스타일 때문이다. 특히 연임이 많은 게 특징이다. 어느 정권이든 임기 말이면 자리를 챙겨주지 못한 측근들을 배려하느라 2∼3년씩 연임을 허용해주기 힘든 게 현실이다. 내부에서 불만이 터져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독 현 정부에서는 최시중 전 위원장, 이석채 회장, 정준양 회장, 서종욱 사장 등 연임자가 많다. 소수의 사람들이 핵심적인 자리를 놓지 않고 계속 붙들고 있는 형국이다. 경제 분야에서 MB맨들로 구성된 '이너서클'은 아직도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
권력의 배려로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낙하산 기관장들은 그에 따른 대가를 지불할 수밖에 없다. 지난 3월 기업 주주총회가 한창일 때 한 금융사의 고위 임원은 "사외이사 선임 요구 등 권력 핵심부의 인사 청탁이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뿐 아니다. 소수가 요직을 장기간 독점하다 보니 그 아래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인사 편중이 더욱 심하다. 임기 말로 가면서 영남이나 고려대 출신 인사들의 인사 독점이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남기 (이코노미 인사이트) 편집장 jnamki@hani.co.kr

2012년 5월 6일 일요일

MB맨, KDI 위기 부르다


이글은 Economy Insight 2012-04-01일자 기사 'MB맨, KDI 위기 부르다'를 퍼왔습니다.
[Special Report Ⅱ] 위기의 KDI- ① '현오석 원장 연임'에 안팎 비판 분위기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을 비롯한 'MB맨' 국책연구기관장들이 잇달아 연임에 성공했다. 이들은 재임 기간 동안 친정부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국책 싱크탱크를 정부의 '머리'가 아닌 '손발'로 전락시켰다는 비난을 샀다. 특히 현오석 원장은 연구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중시했던 KDI의 전통을 무시해 핵심 연구원들이 줄줄이 떠나도록 했다. 갈등과 혼란 속에 KDI의 국제경쟁력은 지지부진하고, 싱크탱크로서의 위상도 크게 추락하고 있다. 그럼에도 현 원장의 연임을 결정한 MB 정부의 속내는 과연 무엇일까. _편집자

박정희 정권 이래 한국 경제개발의 두뇌 역할을 해온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이명박 정부 들어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다. 서울 홍릉에 있는 KDI 정문 모습. 한겨레 탁기영

우리나라의 대표적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에 4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연임 원장이 탄생했다. 국무총리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경사연)는 4월6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현오석(62) 원장의 연임을 결정했다. 초대 원장 김만재 전 포철회장이 연임했지만, 개원한 지 얼마 안 된 과도기였음을 감안하면 현 원장이 사실상 첫 연임 원장인 셈이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KDI 내부 반응은 싸늘하다. 그의 연임을 환영하는 목소리는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1년 반짜리(임기 3년) 원장'이라는 비아냥이 나온다. 왜 그럴까?

전례 없는 핵심 연구원들의 이탈

KDI 안팎에선 현 원장의 연구 자율성 침해 시비를 그 원인으로 지목한다. 전통적으로 연구 자율성을 중시했던 KDI에 정부와 같은 목소리를 낼 것을 주문하면서 연구원들의 불만을 샀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현 원장과 크고 작은 갈등을 빚던 핵심 연구원들이 줄줄이 이직하는 사태가 초래됐다.
는 지난해 7월7일 '정부 정책에 동조를 강요하고 연구 자율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현 원장 체제에 대한 불만으로 핵심 연구원이 대거 이탈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냈다. 실제로 2011년 한 해 동안 주요 보직을 맡았던 박사급 연구원 7명이 대학과 민간연구소로 잇따라 자리를 옮겼다. 연구원의 이직은 예전에도 있었지만 주로 대학교수로 가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처럼 민간 연구소나 일반 기업으로 이동하는 경우는 드물었다고 한다.
하지만 현 원장은 이런 지적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4월20일 서울 홍릉에 있는 KDI 원장실에서 만난 그는 '연구의 자율성 침해 시비'에 대한 질문에 눈살을 찌푸렸다. 현 원장은 "질문의 전제가 잘못됐다. 연구원 이직이 연구 자율성 침해 탓이라는 지적에 동의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오히려 이직 사태를 연구원의 헌신성이 부족한 탓으로 해석했다. "지금 연구원은 과거에 비해 가족, 이런 것에 더 민감하다. 데디케이션(dedication·헌신)이 그만큼 줄어든 것이다." 현 원장은 이직 사태 이후 연구원을 상대로 면담했는데, "연구 자율성 얘기는 나오지 않고 처우 개선을 요구하더라. 그래서 지금 연구원의 정년 연장을 경사연 쪽과 논의하고 있다"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현 원장은 연구 자율성 침해 시비와 관련해, "그런 말은 KDI 연구원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것"이라며 "KDI의 연구는 철저하게 펠로십에 따라 이뤄진다. 연구에 한해서는 서열이 없다. 원장도 펠로 자격으로서 논의에 참여한다. 다만, 논의 과정에서 이견이 있을 수는 있다. 그렇지만 원장이 어떻게 하라고 지시하는 구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 원장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렵다. KDI는 최근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점에 정부와 여당에 유리한 정책 보고서를 잇달아 내놓아 논란이 됐는데, 모두 현 원장이 개입했다.
KDI는 지난해 11월20일 올해 경제성장 전망을 발표하면서, 현 원장 지시로 애초 원안에 없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경제성장률 상승효과 자료를 발표 직전에 끼워넣었다. 원안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3.8%로 전망했는데, 별첨된 자료는 "한-미 FTA가 예정대로 2012년 초 공식 발효될 경우 3.9~4.1% 성장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한-미 FTA로 0.1~0.3%포인트 추가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당시 국회는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여당인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은 이 보고서가 발표된 이틀 후 11월22일 비준동의안을 강행처리했다. 결과적으로 현 원장이 지시한 별첨 자료가 여당의 비준동의안 강행 처리에 큰 힘을 실어준 셈이 됐다.
그러나 이 자료는 한-미 FTA가 경제성장률을 어떻게 끌어올릴 수 있는지 제대로 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해 FTA를 반대하는 쪽은 물론 이를 찬성하는 보수언론에도 비웃음을 샀다. 한-미 FTA 효과에 대해 자체적으로 조사하지 않고 다른 국책연구소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수치를 도출해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은 한-미 FTA 발효 이후 10년간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5.66%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KDI는 이를 근거로 2012년 1년 동안 FTA로 인해 성장률이 0.1~0.3%포인트 상승할 것이라고 결론을 냈다.
(2011년 11월22일치)는 '근거는 없고 자신감만 넘친 FTA 보고서'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도대체 무슨 근거로 그런 분석이 나왔는지 알 수 없다"는 다른 국책연구소 연구원의 말을 인용해 보고서의 허술함을 꼬집었다. KDI는 기존 연구기관의 연간가능일반균형(CGE) 모형 결과를 기초로 추산했다고 밝혔는데 이 모형은 FTA 같은 외부 충격 효과가 어떤지를 분석할 때 유용할 뿐, 특정 기간을 상정한 분석은 아니라는 것이다.
현 원장은 이 자료를 경제전망 전담팀에 맡기지 않고 당시 KDI로 이직한 지 얼마 안 된 연구원에게 작성하도록 지시했다. 이를 두고 현 원장이 핵심 연구원과 마찰을 피하기 위해 꼼수를 부렸다는 말이 나돌았다. 이 연구원은 이후 서울의 한 대학교수 자리로 옮겼다.
현 원장은 "양심에 어긋나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비준동의안 처리가) 이슈가 돼서 사람들이 궁금해할까봐 자료를 만든 것"이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그는 "보고서 원안에 한-미 FTA의 효과를 언급한 부분이 있다. 그래서 그게 얼마나 될지 (언론이) 궁금해할 것 같아서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한 것"이라며 "학자라면 수치가 좀 틀리더라도 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KDI는 또 4·11 총선을 불과 50여 일 앞두고 '이명박 정부 출범 4년 경제적 성과와 향후 정책 과제'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 2월22일 발표된 이 보고서는 '이명박 정부가 두 번의 경제위기를 겪으면서도 비교적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주장하는 등 정부의 치적을 홍보하는 데 치중했다.
이명박 정부에 좋은 점수를 준 근거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 국가들이 마이너스 성장을 했던 2009년에도 한국은 0.3%의 플러스 경제성장률을 지켜냈고 2010년에는 6.2% 성장을 기록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수준의 경기회복세를 보인 점을 들었다. 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발 재정위기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4년 평균 경제성장률이 전세계 평균인 2%보다 1%포인트 정도 더 높은 3.1%를 기록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제위기의 뇌관으로 꼽히는 가계부채 문제는 쏙 빼놨다. 이 자료가 발표된 다음날 한국은행은 "2011년 4분기 가계대출이 912조9천억원으로 900조원을 돌파했다"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해 KDI를 부끄럽게 했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도 KDI 보고서 내용이 얼마나 생뚱맞은지 보여줬다. 이 보고서는 국민총소득 증가율이 DJ 정부 3.9%, 참여정부 3.4%를 기록했으나, MB 정부 4년 동안에는 2.2%에 그쳤다고 밝혔다. 또한 소득분배 상태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도 DJ 정부 0.279, 참여정부 0.281, MB 정부는 0.293으로 계속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KDI 보고서는 또 환경 파괴는 물론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을 둘러싼 논란까지 일고 있는 4대강 사업을 버젓이 경제성과에 포함시켰다. 4대강 사업은 보의 균열과 강바닥 침식 현상 등으로 안전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가 하면 대규모 녹조까지 발생해 수질 악화 조짐까지 보인다. 더욱이 정부가 '4대강 수질 관리와 홍수 방지' 명목으로 20조원을 추가로 들여 4대강 지류 하천 정비 사업을 벌이는 등 천문학적 규모의 혈세가 추가로 투입될 예정이어서 경제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 보고서는 KDI 핵심 인력이 모인 연구본부에서 만들지 않고 원장 직할 기구인 경제정보센터에서 작성했다. 이처럼 여당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자료를 총선을 앞두고 낸 것에 대해 연임을 앞둔 현 원장이 MB 정부에 확실한 눈도장을 찍기 위한 것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현 원장은 이런 지적에 "말도 안 된다"며 발끈했다. 그는 "가계부채를 뺀 것을 잘못이라고 한다면 받아들이겠다. 우리는 가계부채가 디폴트가 발생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참여정부와 DJ 정부 때도 이와 비슷한 보고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KDI 안팎에서는 현 원장 체제에서 KDI가 노골적으로 친정부 성향을 띠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때문에 KDI 구성원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는 진단도 있다. 지난해 KDI를 떠난 한 연구원은 "현 원장은 전임 원장에 비해 연구에 많이 개입했다. 특히 정부 정책에 부합하지 않는 목소리를 내는 것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한 현직 연구원은 "전통적으로 중시되던 연구 자율성이 침해되고, 여기에 세종시 이전 문제까지 겹쳐서 남아 있는 연구원도 기회가 오면 나갈 궁리를 하는 사람이 많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현 원장은 '연구의 자율성'을 연구원들과 달리 해석한다. 그는 "국책연구기관은 정부 지원을 받기 때문에 정부 정책과 밀접한 연구를 해야 하고 정책에 대한 솔루션(해법)을 낼 때 정부와 대화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펠로들한테 '정부와 부딪히지 말고 대화를 많이 하라'고 주문한다"며 "이런 국책연구기관의 한계를 인식하지 않고 정부 정책을 비판만 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현오석 원장(왼쪽)의 연구 자율성 침해로 KDI의 핵심 인력들이 줄줄이 떠나고 있다. 하지만 현 원장은 "국책연구기관의 한계" 탓으로 돌렸다. 한겨레 탁기영

지지부진한 KDI의 경쟁력

하지만 DJ 정부 때 KDI 원장을 지낸 이진순 숭실대 교수는 현 원장과 생각이 다르다. 이 전 원장은 "국책연구기관장의 역할은 '총알받이'다. 청와대나 정부에서 연구 결과에 대한 항의가 오면 원장이 이를 막아줘야 한다"며 "연구의 생명은 자율성이다. 이게 지켜져야 연구원이 신명나게 일한다"고 말했다.
현 원장이 KDI의 전통과 전혀 다른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은 그의 경력과 무관하지 않다. 현 원장은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 등을 지낸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다. 그는 사무관 때 KDI를 비롯한 국책연구기관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았다. 관료는 학자와 달리 KDI를 독립적인 싱크탱크로 보지 않고 정부 부처의 산하기관으로 대하는 경향이 있다.
이처럼 원장과 연구원 간의 갈등은 KDI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KDI는 지난해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의 '싱크탱크와 시민사회 프로그램'이 주관하는 2010년 세계 싱크탱크 순위 조사에서 세계 75위에 랭크됐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종합 6위(2009년 12위)에 올랐고, 국제개발 (International Development) 분야에서는 세계 22위를 차지했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2011년 조사에서는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과 인도, 일본에 밀려 11위로 떨어졌고, 국제개발 분야에서도 미국과 유럽 선진국은 물론 브라질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조차 밀려 27위로 내려앉았다. 또한 미국을 제외한 지역의 싱크탱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레바논 등에 밀려 순위(50위) 안에 들지 못했다.
이진순 전 원장은 KDI의 현 상황을 총체적 위기로 진단했다. 이 전 원장은 "KDI의 핵심 인력이 내놓은 연구 결과물은 아주 뛰어나고, 기발한 정책 아이디어도 많이 생산한다. 그런데 이들이 계속해서 빠져나간다면 KDI는 사실상 껍데기만 남는 것"이라고 말했다.
KDI가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 현 원장의 책임이 크다. 그럼에도 현 원장이 연임에 성공한 것은 국책연구기관장을 선임하는 권한을 가진 경사연 이사회의 기형적인 구조와 허술한 심사 탓이다.
경사연 이사회는 국무총리가 임명하는 이사장과 정부 부처 차관급인 당연직 이사 8명, 외부 민간 이사 8명으로 구성된다. 이사장을 비롯한 정부 쪽 이사가 과반인 구조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정부가 원하는 인사를 할 수 있는 구조다. MB 정부 이전에는 외부 민간 이사가 1~2명 더 많았다.
심사도 매우 허술하다. 후보자의 소견 발표와 이사의 면접, 그리고 이사의 토론을 거친 뒤 무기명 투표로 원장을 뽑는다. 이사와 안면이 있는 현직 원장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경사연은 KDI를 비롯한 국책연구기관장에 대한 내부 설문조사를 해마다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원장 선임 때 이 자료를 이사들에게 제공하지 않았다. 한 외부 이사는 "경사연 사무국에서 그런 자료를 받아본 적 없다. 후보자에 대한 적절한 정보가 외부 이사한테 전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영근 경사연 사무총장은 "기관장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이사에게 제공하지 않았지만, 만약 요청했으면 제공했을 것"이라고 궁색한 해명을 했다.

KDI를 머리가 아닌 손발로 쓰려는 MB 정부

박정희 전 대통령에 의해 설립된 KDI는 박 전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우리나라 대표적 싱크탱크로 성장했다. KDI 연구 결과물이 정부 경제개발전략 수립에 중요한 구실을 하면서 연구원의 자긍심도 커져갔다.
하지만 KDI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는 말은 더이상 새롭지 않다. 현 원장은 "과거에 비해 정부 부처 능력도 향상됐고 삼성경제연구소 등 역량 있는 민간 연구소도 많이 생긴 탓"으로 돌리지만, 연구원들의 생각은 다르다.
한 고참 연구원은 "(MB 정부는) KDI를 더 이상 '머리'로 여기지 않고 '손발'로 사용하려는 것 같다"며 "어떤 것이 국책연구기관의 기능으로 바람직한지 사회적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춘재  부편집장 cj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