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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6일 토요일

김중수, '靑 회의 불참' 파문. MB때는 참석


이글은 뷰스앤뉴스(Views&News) 2013-04-05일자 기사 '김중수, '靑 회의 불참' 파문. MB때는 참석'을 퍼왔습니다.

MB때는 "한은도 정부"라더니 朴정부 들어서자 "독립성 중요"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5일 박근혜 정부 출범후 첫 소집된 청와대 경제금융상황점검회의에 불참,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김 총재는 MB정부 때는 주변의 눈총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도 정부"라며 청와대 회의에 참석해왔기 때문이다.

이날 청와대에서는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주재로 신제윤 금융위원장,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 등이 참석한 가운데 박근혜 정부 출범후 첫 경제금융상황점검회의, 세칭 '서별관회의'가 열렸다. 김중수 한은 총재도 MB정부때는 참석해온 고정멤버였기 때문에 당연히 참석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김 총재는 회의가 열리고 있던 이날 오후 한은에 있었다. 그는 한은 본관에서 기자들이 왜 회의에 가지 않았냐고 묻자 "중요한 시기에 중앙은행 총재는 중앙은행에 있어야 한다"며 "한은 일을 해야지, 왜 가나"라고 반문했다.

문제는 이처럼 한은의 독립성을 주창한 김 총재가 MB정권 때는 서별관회의에 참석했다는 사실이다. 그는 지난해 7월 금리인하 직전에 서별관회의에 참석했었고, 대선 직전인 지난해 12월 14일에도 이명박 대통령이 서별관회의를 소집하자 박재완 기획재정부장관, 김석동 금융위원장, 권혁세 금융감독원장 등과 함께 회의에 참석했었다.

시장에서는 최근 조원동 경제수석,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 등이 잇따라 공개적으로 김 총재에게 기준금리 인하를 압박한 데 대한 반발로 불참한 게 아니냐는 분석을 하고 있다. 그는 요즘 부쩍 "한은의 독립성"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그러나 MB정권때는 달랐다.

김 총재는 지난 2010년 3월 내정자 시절 "경제정책은 선택의 문제다. 어떤 국면에선 물가 관리가 더 중요하고, 어떤 상황에선 성장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최종 선택은 국가수반인 대통령이 하는 것"이라며 "한은도 정부다. 한은이 정부 정책과 잘 협조하지 않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한 바 있으며, 실제로 MB정권 내내 정부 시책에 충실했다.

그 결과 그는 지난해 '세계 최악의 중앙은행 총재'로 선정되기도 했다.

미국 CNBC는 지난해 8월31일 세계 주요 50개국의 중앙은행 총재를 대상으로 등급을 매기고 '세계 최악의 중앙은행 총재'로 선정된 김 총재 등 13명의 실명을 공개했다. 이같은 평가는 미국의 금융전문지인 글로벌파이낸스가 작성한 지난해 중앙은행 총재들의 업무수행 결과를 토대로 구성됐다.

CNBC는 "한국의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해 12번의 회의 중 적어도 6번의 회의에서 시장의 기대와 다른 방향의 결정을 내려 시장을 혼란하게 만들었다"며 "한은이 경제 상황이 아니라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끌려다녔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고 혹평했다.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의 공격적 '엔저'와 한반도 긴장 고조로 연일 주가가 급락하고 환율이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김중수 총재의 '때늦은 한은 독립성' 주장이 과연 시장에서 얼마나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박태견 기자

2013년 3월 19일 화요일

[사설]방송 공정성·중립성 훼손 우려 더 커졌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3-03-18일자 기사 '[사설]방송 공정성·중립성 훼손 우려 더 커졌다'를 퍼왔습니다.

여야가 엊그제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합의했으나 새 정부의 방송정책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기에는 매우 미흡하다고 본다. 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 보장에 필요한 핵심적 장치들이 빠진 채 어설프게 봉합됐기 때문이다. 

여야 합의에 따르면 종합유선방송(SO), 인터넷TV(IPTV), 위성방송 관련 업무는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된다. 새누리당 원안대로다. 이는 SO 업무를 미래부로 넘기는 것을 반대해온 민주통합당이 태도를 바꾼 결과다. 그 대신 SO와 위성방송의 허가·재허가와 법령 제·개정 때는 미래부가 방통위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했다. 또 KBS, MBC 등 공영방송 장악 기도를 막는다는 취지로 3월 임시국회에서 여야 동수로 방송공정성 특위를 구성해 6개월간 한시적으로 운영키로 했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정권 차원의 방송 장악 기도를 막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방통위의 사전 동의란 것도 가령 방통위가 기존의 여야 3 대 2라는 수적 논리에 따라 여권 주도로 운영된다면 실효성은 기대할 수 없다. 6개월 시한의 국회 공정성 특위도 여당이 무성의하면 의미가 없다. 2009년 국회에서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가 100일간 가동됐음에도 한나라당은 미디어법안을 날치기 통과시켰다. 그 점에서 이번 여야 간의 합의는 봉합 수준이며 여당의 독선과 아집, 야당의 무기력이 어우러진 결과다. 

그럼에도 국정파행의 책임을 여야에 똑같이 묻는 것은 공정치 않다. 우리가 어제 지적한 대로 박근혜 대통령은 여야 협상 중에 첫 대국민담화를 통해 “물러설 수 없다”며 야당에 사실상 최후통첩을 했다. 그는 야당이 방송 장악을 의심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경제 살리기를 강조했지만 야당이 이러는 데는 나름의 근거가 있다. 이명박 정권에서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미디어 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인 시대가 됐다”며 종편 채널 사업을 밀어붙이고 많은 특혜를 주었다. 전임 정권은 미디어를 장악할 생각이 없다고 누차 주장했지만 그것이 빈말이었음은 세상이 안다. 이른바 언론환경의 ‘기울어진 운동장’ 데자뷰에 야당이 거부감을 갖는 이유다. 

이달 초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미래부는 방송 공정성·중립성을 절대 훼손하지 않겠다”며 그런 걱정은 기우란 말을 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지 않아도 크게 훼손된 방송 공정성이 더욱 침해될 여건이 조성되었다고 판단한다. 정권이 산업논리를 내세워 자의적 방송 장악을 이어가는 것을 막는 일이 시민사회의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2012년 7월 24일 화요일

'현병철만이 문제가 아니다' 인권위원 선임 시스템을 바꿔야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7-23일자 기사 ''현병철만이 문제가 아니다' 인권위원 선임 시스템을 바꿔야'를 퍼왓습니다.
"독립성을 가져야 하는 인권위, 정치적으로 휘말리는 선임 구조"

ⓒ이승빈 기자 현병철 인권위원장 연임반대와 국가인권위 바로세우기 전국 긴급행동'은 19일 서울 종로구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병철 인권위원장 연임 내정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현병철 위원장의 연임 내정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인권위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인권위원의 선정 과정에서 인권과 관련 없는 비전문가들이 임명되면서 인권위가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권'에 무지한 인권위원들

지난 2008년 김양원 목사가 인권위원회의 비상임위원으로 임명되자 인권단체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당시 김양원 목사는 본인이 시설장으로 있던 시설에서 정부보조금 횡령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을 받았기 때문이다. 인권단체들은 "김양원 목사는 장애인에 대한 낙태 강요 등의 인권침해를 가했다"며 "인권위원장으로 적합하지 않은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김태훈 비상임위원도 자격논란이 일었다. 대법원은 지난 2006년 김태훈 비상임위원을 지명했고 2009년 연임 지명했다. 인권관련 단체들은 김태훈 비상임위원이 '민간인사찰이 무엇이냐', '정보인권이 무엇이냐' 등 발언한 것을 들어 "인권무지를 그대로 드러낸다"며 인권위원의 임명과정에서 변화를 요구했다.

또 지난해 홍진표 시대정신 이사를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상임위원으로 추천할 때도 임명권에 대한 문제가 계속됐다. 홍진표 위원의 경우 북한민주화운동에 참여해온 대표적인 뉴라이트 인사다. 이에 북한 인권만을 말하는 이가 아동, 이주자, 노동자, 장애인 등 소수자의 보편적인 인권문제를 논할 수 있겠냐는 시민사회 단체의 비판과 상임위원으로 부적절하다는 평이 이어졌다.

지난 19일 대법원이 한위수 변호사를 비상임위원으로 선정한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인권관련 단체는 한위수 변호사가 광우병과 관련해 농림수산부 측의 변호를 맡았던 것, 인터넷 댓글 삭제와 관련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측을 변호했던 것을 들어 한위수 변호사의 인권위원 자격에 의문을 제기했다. 

위와 같은 인권관련 비전문가의 인권위원의 임명은 실제 인권침해 문제에 소극적인 인권위의 모습으로 이어졌다. 인권위는 PD수첩 명예훼손에 대한 검찰 수사 의견표명과 국정원의 박원순 명예훼손 의견표명을 부결시켰고, 야간시위 위헌법률심판제청 의견제출 또한 부결 시켰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위해 농성하던 김진숙 씨의 긴급구제와 관련해서도 의견표명을 부결시켰다.

ⓒ양지웅 기자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모두발언을 하는 가운데 많은 기자들이 취재하고 있다.

인권위원 임명 어떻게 이뤄지길래

이같은 상황은 인권위원을 임명할 때 임명권자는 있는데 인선절차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했다. 일단 한번 인권위원으로 임명되면 인권관련 전문성이나 활동경력 등 조건이 필요치 않아 인권과 관련해 비전문가라도 인권위원으로 지명돼왔다.

인권위는 전체 위원이 참석하는 전원위원회와 위원장과 상임위원이 참석하는 상임위원회, 3인 내지 5인으로 구성되는 분야별 소위원회로 나뉘어 운영한다. 이 중 최고의사기구인 전원위원회는 대통령 지명 4명, 국회 추천 4명(여·야 지명 상임위원 2명 포함), 대법원장 추천 3명 등으로 11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국가인권위원회법에는 임명권자는 정해져 있지만 별도의 절차는 명시되어 있지 않다. 

그나마 국회는 지난달 27일 본회의를 열고 인권위원장 임명 전에 인사청문회를 실시하는 내용의 국가인권위원회법 일부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국회 개정안은 청문회 대상으로 인권위원장만 명시하고 있어 인권위원 선임 과정에는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실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한위수 변호사의 경우 별도의 청문 절차를 거치지 않으며 대통령 임명을 받으면 곧바로 인권위 비상임위원직을 이어받게 된다.

인권관련 단체들은 임명 과정에서 검증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후보자를 추천하는 추천위원회를 설치해 2~3배수의 후보자를 우선 선정한 뒤, 그 중에서 인권위원을 임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권 단체들은 이 과정을 통해 인권위원으로서 자격이 없는 사람은 걸러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인권운동사랑방 명숙 활동가는 "인권관련 비전문가가 인권위원으로 임명되면서 독립성을 가져야 하는 인권위가 정치적으로 휘말려 왔고 반인권적 결정이 이어져왔다"며 "임명권만 있고 인선절차가 없는 것이 인권위원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성, 노동자, 청소년, 장애인 등을 반영한 추천위원회를 꾸린 뒤 인권위원 후보를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지혜 기자 creamb@hanmail.net

2012년 7월 20일 금요일

“파병 반대” 맞짱 뜨던 ‘인권위 독립성’ 지금은 만신창이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7-20일자 기사 '“파병 반대” 맞짱 뜨던 ‘인권위 독립성’ 지금은 만신창이'를 퍼왔습니다.

노무현정부에 쓴소리 김창국 위원장 
“독립기구란 그런 것
”조영황·안경환 위원장도 전문성 
밑바탕 위상 지켜내
이젠 행정부 소속 취급…
“대통령 임명권 안돼” 비판

지난 2005년 11월 쌀 협상 반대 시위에 참여했던 농민 2명이 경찰 진압 과정에서 사망했다. 12월26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사망 원인은 경찰의 과잉 진압 탓”이라며 경찰 수뇌부를 문책하라는 권고안을 채택했다. 바로 다음날인 12월27일 노무현 대통령은 “인권위 권고에 따라 책임자를 가려내고 피해자에게 배상하겠다”는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했다. 이틀 뒤 허준영 경찰청장은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당시 인권위는 사회적 약자인 농민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권력기관인 경찰에 맞서고 대통령까지 사과하게 만들었다.반면 2009년 7월 이명박 대통령이 현병철 인권위원장을 임명한 뒤, 인권위는 수사, 용산참사, 민간인 사찰 등 국가기관의 인권침해 사안에 대해 아무런 의견을 내지 않았다. 2009년 12월28일 용산참사 문제를 다루던 회의를 “독재했다고 해도 좋다”며 강제 폐회하기까지 했다. 당시의 육성을 담은 음성파일도 19일 공개됐다.

[관련기사] ▷ 현병철 “독재라도 좋다” 육성 공개

이런 태도를 비롯해 국회 청문회에서 쏟아진 여러 의혹과 자격 논란에도 이 대통령은 현 위원장의 연임을 강행할 태세다. 인권침해 사안에 대해선 대통령에게도 단호했던 인권위가 지난 2년 동안 겪은 몰락의 세월이 더 연장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 대통령과 ‘맞짱’ 뜬 역대 인권위원장 
2001년 11월 출범한 인권위는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며 법이 정한 독립기구로서의 위상을 현실화했다. 초대 김창국 위원장은 2002년 11월 청와대에 사전 보고를 하지 않고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청와대는 ‘공무 국외여행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김 위원장을 ‘경고’ 조처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공무 국외여행 규정’은 행정부 소속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독립기구 수장인 인권위원장이 이 규정을 적용받을 필요가 없다”며 공식 반박했다. 대통령의 지휘와 재가를 받지 않겠다는 인권위 수장의 정치적 메시지이기도 했다.노무현 대통령 시절이던 2003년 3월, 인권위는 정부가 추진하던 이라크 파병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채택했다. 당시 문재인 청와대 수석은 당시 김창국 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발표하는 건 좋은데 대통령한테 사전에 언질도 하지 않을 수 있느냐”며 역정을 냈다. 김 위원장은 “독립기구가 원래 그런 것”이라고 일축했다. 오히려 야당인 한나라당은 “대통령 뜻에 반하는 입장을 밝힌 것은 본분을 망각한 국론분열 행위”라며 비난했지만, 노 대통령이 “인권위는 원래 그런 일을 하라고 만든 곳”이라는 견해를 밝혀 논란이 일단락됐다.김형완 인권정책연구소장은 “출범 초기에는 다른 부처 공무원들이 인권위의 독립성과 권위를 이해하지도, 인정하지도 못했다”며 “그런데 인권위원장이 대통령과 맞붙는 과정을 지켜본 공무원과 국민들이 독립기구로서의 인권위 위상을 자연스레 확인하게 됐다”고 말했다.

■ 인권위원장 권위가 곧 인권위 위상 
역대 인권위원장들이 청와대의 눈치를 보지 않았던 데는 이들이 인권과 관련한 전문성과 권위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초대 김창국 위원장은 군사정부 시절 시국 사건 변론을 단골로 맡은 저명한 인권변호사였다. 김 위원장은 2002년 10월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던 피의자가 검사의 고문으로 사망한 사건에 대해 지검장이 인권위 조사를 거부하자 전화를 걸어 “당장 조사를 받으라”고 호통을 치기도 했다. 3대 조영황 위원장은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을 수사한 특별검사 출신이다. 4대 안경환 위원장도 인권법에 조예가 깊은데다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을 지내는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활동을 한 경력이 있었다. 반면 현병철 위원장은 스스로 언론 인터뷰에서 “(인권을) 모르는 게 차라리 장점”이라고 말할 정도로 인권 관련 경력이 전무하다.외국 사례를 봐도 인권 관련 경력이 없는 사람이 인권위원장으로 임명된 경우를 찾기 힘들다. 뉴질랜드의 로슬린 누난 인권위원장은 유엔 인권위원회와 국제노동기구 등 인권 관련 국제기구에서 4년 동안 일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조디 콜라펜 인권위원장은 인종차별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로 박해받는 이들을 변호했다. 타이의 아마라 퐁사피취 인권위원장은 여성인권과 사회복지 분야에서 활약해온 인류학자다.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법학)는 “국제사회에서 국가인권기구는 한 국가의 ‘양심’으로 불린다”며 “우리보다 정치·경제 영역에서 뒤처졌다고 평가되는 나라에서조차 그 나라의 인권을 상징하는 인물이 인권기구의 수장을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 독립기구 수장을 대통령이 임명? 
 인권위법은 “그 권한에 속하는 업무를 독립적으로 수행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인권위원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현행 제도로는 정권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실제 인수위 시절 인권위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만들려 했던 이명박 대통령이 임명한 현병철 위원장은 2009년 7월 취임한 뒤 처음 출석한 국정감사 자리에서 “인권위는 행정부 소속”이라고 말한 바 있다.이 때문에 후보자추천위원회 등을 통한 민주적인 임명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타이의 경우 임명은 국왕이 하지만, 다양한 인사들로 구성된 위원선발위원회에서 1차로 검증된 후보 가운데 국회가 표결을 통해 결정한다. 인권위원을 선발할 때 인종, 출생국, 종교, 성지향성 등에서 사회적 소수자를 대표하는 사람들을 반드시 포함하도록 하고 있는 영국처럼 인권위원의 자격기준을 명확하게 할 필요도 있다.

진명선 엄지원 기자 torani@hani.co.kr

2012년 6월 8일 금요일

문재인 “언론장악 국정조사, 반드시 간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6-08일자 기사 '문재인 “언론장악 국정조사, 반드시 간다”'를 퍼왔습니다.
민주당 배재정 의원과 언론노조 농성장 방문… “민주당 의석으로 국정조사 갈 수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언론노조 싸움을 통해 언론자유의 중요성과 공영방송의 공정성 확보, 독립성의 중요성을 우리 사회에 다시 한 번 인식시키기로 언론인 스스로가 다짐하는 계기가 된 것만 해도 큰 성과"라고 언론사 파업을 지지했다. 또  이 자리에서 "(언론장악 국정조사를) 일체 양보 없이 굳건하게 잘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8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농성중인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이강택)을 부산일보 기자 출신인 민주당 배재정 의원과 함께 지지방문한 문 고문은 "건강 괜찮느냐"며 이날로 11일째 단식 중인 이강택 위원장의 몸 상태부터 염려했다. 
문 고문은 "(언론자유는) 언론인들만 해낼 수 없는 일이고 우리 사회가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지난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해 그런 제도적 뒷받침을 해 언론인들이 유종의 미를 거두도록 해야 하는데 저희가 뜻을 받들지 못해 정말 민망하다"고 미안한 속내를 드러냈다.
문 고문은 이어 "이런 장기파업도 사상 처음 있는 일이거니와 신문사도 함께 하는 연계파업도 처음 아니냐"며 "파업을 보면 새까만 후배 기자부터 이미 조합원 자격을 다 넘어선 선배들, 간부들까지 동참하는 모습도 사상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8일 여의도 언론노조 농성장을 방문해 이강택 위원장을 비롯한 언론인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언론노조 이기범 기자

문 고문은 법원이 또 MBC노조원들에 대한 영장청구를 기각한 것은 당연한 처사라고 평가했다. 그는 "법원이 공식적으로 적법한 파업이라고 확인해준 것은 아니지만 그 판단 배경 속에는 설령 위법한 측면이 있다고 해도 공정보도를 지켜나가기 위한, 대의를 위한 파업이기 때문에 그 정당성이 충분히 인정된다는 판단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 함께 한 언론인들은 문 고문에게 19대 국회에서 이명박 정권의 언론장악 과정을 낱낱이 규명해야 한다며 언론장악 국정조사 및 청문회가 반드시 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강택 위원장은 "워낙 집요하게 언론을 장악하고서 탄압했기 때문에 저희들로서도 물러설 수 없다고 생각하고 이것이 아니면 노예로 살아야 한다는 마음"이라며 "좀 더 개원협상에서 명확하게 입장을 주시라"고 당부했다.
김종욱 YTN 노조위원장도 "불법사찰을 통한 언론장악은 정권 초기부터 줄기하고 음습하게 진행됐다"며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고 해도 원내에서 국정조사 내지는 청문회를 반드시 관철할 수 있도록 강한 의지를 가져달라"고 지적했다.
이에 문 고문은 "일체 양보 없이 굳건하게 잘 해나가겠다"며 "지금도 적은 의석이 아니다. 국정조사, 청문회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답했다. 민주당은 언론장악과 민간인사찰 국정조사 실시를 원구성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 문재인 상임고문이 언론노조 농성장에서 만난 손병호 국민일보 노조위원장과 노조원를 격려하고 있다 ©언론노조 이기범 기자

공정보도를 위한 파업일 경우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장치를 정치권이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강진구 경향신문 노조위원장은 "그래야만 어떤 방송사 사주가 와도 공익보도를 훼손하면 집단적인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는 의식을 가져야만 방송사의 공정보도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자리에서는 문 고문이 대선 출마선언문에 언론장악에 대한 명백한 입장을 담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에 대해 문 고문은 "(지난 정부 때)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공정방송으로) 갈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어야 하는데 그게 부족했다는 것을 지금 확인하게 된다"며 "이를 교훈삼아서 앞으로 그런 제도를 갖춰야겠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문 고문은 자신의 트위터에 SNS를 통해 대선 출마선언문에 들어갈 내용을 받겠다고 남긴 바 있다.  문 고문은 간담회 이후 농성에 함께 하고 있는 KBS, YTN, 국민일보 등 각 언론사 부스를 돌며 언론인들을 격려했다. 문 고문은 한KBS 노조원이 응원 메시지를 부탁하자 “현장으로 돌아가면 파업 못지않은 치열함이 필요하고 더 힘들지도 모른다. 정치권에서도 공영방송의 공정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KBS 새노조는 대선 공정방송을 위해 파업을 중단하고 결정했다. 

조수경 기자 | jsk@mediatoday.co.kr  

2012년 5월 6일 일요일

MB맨, KDI 위기 부르다


이글은 Economy Insight 2012-04-01일자 기사 'MB맨, KDI 위기 부르다'를 퍼왔습니다.
[Special Report Ⅱ] 위기의 KDI- ① '현오석 원장 연임'에 안팎 비판 분위기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을 비롯한 'MB맨' 국책연구기관장들이 잇달아 연임에 성공했다. 이들은 재임 기간 동안 친정부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국책 싱크탱크를 정부의 '머리'가 아닌 '손발'로 전락시켰다는 비난을 샀다. 특히 현오석 원장은 연구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중시했던 KDI의 전통을 무시해 핵심 연구원들이 줄줄이 떠나도록 했다. 갈등과 혼란 속에 KDI의 국제경쟁력은 지지부진하고, 싱크탱크로서의 위상도 크게 추락하고 있다. 그럼에도 현 원장의 연임을 결정한 MB 정부의 속내는 과연 무엇일까. _편집자

박정희 정권 이래 한국 경제개발의 두뇌 역할을 해온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이명박 정부 들어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다. 서울 홍릉에 있는 KDI 정문 모습. 한겨레 탁기영

우리나라의 대표적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에 4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연임 원장이 탄생했다. 국무총리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경사연)는 4월6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현오석(62) 원장의 연임을 결정했다. 초대 원장 김만재 전 포철회장이 연임했지만, 개원한 지 얼마 안 된 과도기였음을 감안하면 현 원장이 사실상 첫 연임 원장인 셈이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KDI 내부 반응은 싸늘하다. 그의 연임을 환영하는 목소리는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1년 반짜리(임기 3년) 원장'이라는 비아냥이 나온다. 왜 그럴까?

전례 없는 핵심 연구원들의 이탈

KDI 안팎에선 현 원장의 연구 자율성 침해 시비를 그 원인으로 지목한다. 전통적으로 연구 자율성을 중시했던 KDI에 정부와 같은 목소리를 낼 것을 주문하면서 연구원들의 불만을 샀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현 원장과 크고 작은 갈등을 빚던 핵심 연구원들이 줄줄이 이직하는 사태가 초래됐다.
는 지난해 7월7일 '정부 정책에 동조를 강요하고 연구 자율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현 원장 체제에 대한 불만으로 핵심 연구원이 대거 이탈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냈다. 실제로 2011년 한 해 동안 주요 보직을 맡았던 박사급 연구원 7명이 대학과 민간연구소로 잇따라 자리를 옮겼다. 연구원의 이직은 예전에도 있었지만 주로 대학교수로 가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처럼 민간 연구소나 일반 기업으로 이동하는 경우는 드물었다고 한다.
하지만 현 원장은 이런 지적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4월20일 서울 홍릉에 있는 KDI 원장실에서 만난 그는 '연구의 자율성 침해 시비'에 대한 질문에 눈살을 찌푸렸다. 현 원장은 "질문의 전제가 잘못됐다. 연구원 이직이 연구 자율성 침해 탓이라는 지적에 동의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오히려 이직 사태를 연구원의 헌신성이 부족한 탓으로 해석했다. "지금 연구원은 과거에 비해 가족, 이런 것에 더 민감하다. 데디케이션(dedication·헌신)이 그만큼 줄어든 것이다." 현 원장은 이직 사태 이후 연구원을 상대로 면담했는데, "연구 자율성 얘기는 나오지 않고 처우 개선을 요구하더라. 그래서 지금 연구원의 정년 연장을 경사연 쪽과 논의하고 있다"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현 원장은 연구 자율성 침해 시비와 관련해, "그런 말은 KDI 연구원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것"이라며 "KDI의 연구는 철저하게 펠로십에 따라 이뤄진다. 연구에 한해서는 서열이 없다. 원장도 펠로 자격으로서 논의에 참여한다. 다만, 논의 과정에서 이견이 있을 수는 있다. 그렇지만 원장이 어떻게 하라고 지시하는 구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 원장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렵다. KDI는 최근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점에 정부와 여당에 유리한 정책 보고서를 잇달아 내놓아 논란이 됐는데, 모두 현 원장이 개입했다.
KDI는 지난해 11월20일 올해 경제성장 전망을 발표하면서, 현 원장 지시로 애초 원안에 없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경제성장률 상승효과 자료를 발표 직전에 끼워넣었다. 원안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3.8%로 전망했는데, 별첨된 자료는 "한-미 FTA가 예정대로 2012년 초 공식 발효될 경우 3.9~4.1% 성장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한-미 FTA로 0.1~0.3%포인트 추가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당시 국회는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여당인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은 이 보고서가 발표된 이틀 후 11월22일 비준동의안을 강행처리했다. 결과적으로 현 원장이 지시한 별첨 자료가 여당의 비준동의안 강행 처리에 큰 힘을 실어준 셈이 됐다.
그러나 이 자료는 한-미 FTA가 경제성장률을 어떻게 끌어올릴 수 있는지 제대로 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해 FTA를 반대하는 쪽은 물론 이를 찬성하는 보수언론에도 비웃음을 샀다. 한-미 FTA 효과에 대해 자체적으로 조사하지 않고 다른 국책연구소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수치를 도출해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은 한-미 FTA 발효 이후 10년간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5.66%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KDI는 이를 근거로 2012년 1년 동안 FTA로 인해 성장률이 0.1~0.3%포인트 상승할 것이라고 결론을 냈다.
(2011년 11월22일치)는 '근거는 없고 자신감만 넘친 FTA 보고서'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도대체 무슨 근거로 그런 분석이 나왔는지 알 수 없다"는 다른 국책연구소 연구원의 말을 인용해 보고서의 허술함을 꼬집었다. KDI는 기존 연구기관의 연간가능일반균형(CGE) 모형 결과를 기초로 추산했다고 밝혔는데 이 모형은 FTA 같은 외부 충격 효과가 어떤지를 분석할 때 유용할 뿐, 특정 기간을 상정한 분석은 아니라는 것이다.
현 원장은 이 자료를 경제전망 전담팀에 맡기지 않고 당시 KDI로 이직한 지 얼마 안 된 연구원에게 작성하도록 지시했다. 이를 두고 현 원장이 핵심 연구원과 마찰을 피하기 위해 꼼수를 부렸다는 말이 나돌았다. 이 연구원은 이후 서울의 한 대학교수 자리로 옮겼다.
현 원장은 "양심에 어긋나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비준동의안 처리가) 이슈가 돼서 사람들이 궁금해할까봐 자료를 만든 것"이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그는 "보고서 원안에 한-미 FTA의 효과를 언급한 부분이 있다. 그래서 그게 얼마나 될지 (언론이) 궁금해할 것 같아서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한 것"이라며 "학자라면 수치가 좀 틀리더라도 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KDI는 또 4·11 총선을 불과 50여 일 앞두고 '이명박 정부 출범 4년 경제적 성과와 향후 정책 과제'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 2월22일 발표된 이 보고서는 '이명박 정부가 두 번의 경제위기를 겪으면서도 비교적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주장하는 등 정부의 치적을 홍보하는 데 치중했다.
이명박 정부에 좋은 점수를 준 근거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 국가들이 마이너스 성장을 했던 2009년에도 한국은 0.3%의 플러스 경제성장률을 지켜냈고 2010년에는 6.2% 성장을 기록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수준의 경기회복세를 보인 점을 들었다. 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발 재정위기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4년 평균 경제성장률이 전세계 평균인 2%보다 1%포인트 정도 더 높은 3.1%를 기록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제위기의 뇌관으로 꼽히는 가계부채 문제는 쏙 빼놨다. 이 자료가 발표된 다음날 한국은행은 "2011년 4분기 가계대출이 912조9천억원으로 900조원을 돌파했다"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해 KDI를 부끄럽게 했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도 KDI 보고서 내용이 얼마나 생뚱맞은지 보여줬다. 이 보고서는 국민총소득 증가율이 DJ 정부 3.9%, 참여정부 3.4%를 기록했으나, MB 정부 4년 동안에는 2.2%에 그쳤다고 밝혔다. 또한 소득분배 상태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도 DJ 정부 0.279, 참여정부 0.281, MB 정부는 0.293으로 계속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KDI 보고서는 또 환경 파괴는 물론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을 둘러싼 논란까지 일고 있는 4대강 사업을 버젓이 경제성과에 포함시켰다. 4대강 사업은 보의 균열과 강바닥 침식 현상 등으로 안전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가 하면 대규모 녹조까지 발생해 수질 악화 조짐까지 보인다. 더욱이 정부가 '4대강 수질 관리와 홍수 방지' 명목으로 20조원을 추가로 들여 4대강 지류 하천 정비 사업을 벌이는 등 천문학적 규모의 혈세가 추가로 투입될 예정이어서 경제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 보고서는 KDI 핵심 인력이 모인 연구본부에서 만들지 않고 원장 직할 기구인 경제정보센터에서 작성했다. 이처럼 여당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자료를 총선을 앞두고 낸 것에 대해 연임을 앞둔 현 원장이 MB 정부에 확실한 눈도장을 찍기 위한 것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현 원장은 이런 지적에 "말도 안 된다"며 발끈했다. 그는 "가계부채를 뺀 것을 잘못이라고 한다면 받아들이겠다. 우리는 가계부채가 디폴트가 발생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참여정부와 DJ 정부 때도 이와 비슷한 보고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KDI 안팎에서는 현 원장 체제에서 KDI가 노골적으로 친정부 성향을 띠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때문에 KDI 구성원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는 진단도 있다. 지난해 KDI를 떠난 한 연구원은 "현 원장은 전임 원장에 비해 연구에 많이 개입했다. 특히 정부 정책에 부합하지 않는 목소리를 내는 것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한 현직 연구원은 "전통적으로 중시되던 연구 자율성이 침해되고, 여기에 세종시 이전 문제까지 겹쳐서 남아 있는 연구원도 기회가 오면 나갈 궁리를 하는 사람이 많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현 원장은 '연구의 자율성'을 연구원들과 달리 해석한다. 그는 "국책연구기관은 정부 지원을 받기 때문에 정부 정책과 밀접한 연구를 해야 하고 정책에 대한 솔루션(해법)을 낼 때 정부와 대화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펠로들한테 '정부와 부딪히지 말고 대화를 많이 하라'고 주문한다"며 "이런 국책연구기관의 한계를 인식하지 않고 정부 정책을 비판만 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현오석 원장(왼쪽)의 연구 자율성 침해로 KDI의 핵심 인력들이 줄줄이 떠나고 있다. 하지만 현 원장은 "국책연구기관의 한계" 탓으로 돌렸다. 한겨레 탁기영

지지부진한 KDI의 경쟁력

하지만 DJ 정부 때 KDI 원장을 지낸 이진순 숭실대 교수는 현 원장과 생각이 다르다. 이 전 원장은 "국책연구기관장의 역할은 '총알받이'다. 청와대나 정부에서 연구 결과에 대한 항의가 오면 원장이 이를 막아줘야 한다"며 "연구의 생명은 자율성이다. 이게 지켜져야 연구원이 신명나게 일한다"고 말했다.
현 원장이 KDI의 전통과 전혀 다른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은 그의 경력과 무관하지 않다. 현 원장은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 등을 지낸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다. 그는 사무관 때 KDI를 비롯한 국책연구기관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았다. 관료는 학자와 달리 KDI를 독립적인 싱크탱크로 보지 않고 정부 부처의 산하기관으로 대하는 경향이 있다.
이처럼 원장과 연구원 간의 갈등은 KDI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KDI는 지난해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의 '싱크탱크와 시민사회 프로그램'이 주관하는 2010년 세계 싱크탱크 순위 조사에서 세계 75위에 랭크됐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종합 6위(2009년 12위)에 올랐고, 국제개발 (International Development) 분야에서는 세계 22위를 차지했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2011년 조사에서는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과 인도, 일본에 밀려 11위로 떨어졌고, 국제개발 분야에서도 미국과 유럽 선진국은 물론 브라질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조차 밀려 27위로 내려앉았다. 또한 미국을 제외한 지역의 싱크탱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레바논 등에 밀려 순위(50위) 안에 들지 못했다.
이진순 전 원장은 KDI의 현 상황을 총체적 위기로 진단했다. 이 전 원장은 "KDI의 핵심 인력이 내놓은 연구 결과물은 아주 뛰어나고, 기발한 정책 아이디어도 많이 생산한다. 그런데 이들이 계속해서 빠져나간다면 KDI는 사실상 껍데기만 남는 것"이라고 말했다.
KDI가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 현 원장의 책임이 크다. 그럼에도 현 원장이 연임에 성공한 것은 국책연구기관장을 선임하는 권한을 가진 경사연 이사회의 기형적인 구조와 허술한 심사 탓이다.
경사연 이사회는 국무총리가 임명하는 이사장과 정부 부처 차관급인 당연직 이사 8명, 외부 민간 이사 8명으로 구성된다. 이사장을 비롯한 정부 쪽 이사가 과반인 구조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정부가 원하는 인사를 할 수 있는 구조다. MB 정부 이전에는 외부 민간 이사가 1~2명 더 많았다.
심사도 매우 허술하다. 후보자의 소견 발표와 이사의 면접, 그리고 이사의 토론을 거친 뒤 무기명 투표로 원장을 뽑는다. 이사와 안면이 있는 현직 원장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경사연은 KDI를 비롯한 국책연구기관장에 대한 내부 설문조사를 해마다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원장 선임 때 이 자료를 이사들에게 제공하지 않았다. 한 외부 이사는 "경사연 사무국에서 그런 자료를 받아본 적 없다. 후보자에 대한 적절한 정보가 외부 이사한테 전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영근 경사연 사무총장은 "기관장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이사에게 제공하지 않았지만, 만약 요청했으면 제공했을 것"이라고 궁색한 해명을 했다.

KDI를 머리가 아닌 손발로 쓰려는 MB 정부

박정희 전 대통령에 의해 설립된 KDI는 박 전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우리나라 대표적 싱크탱크로 성장했다. KDI 연구 결과물이 정부 경제개발전략 수립에 중요한 구실을 하면서 연구원의 자긍심도 커져갔다.
하지만 KDI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는 말은 더이상 새롭지 않다. 현 원장은 "과거에 비해 정부 부처 능력도 향상됐고 삼성경제연구소 등 역량 있는 민간 연구소도 많이 생긴 탓"으로 돌리지만, 연구원들의 생각은 다르다.
한 고참 연구원은 "(MB 정부는) KDI를 더 이상 '머리'로 여기지 않고 '손발'로 사용하려는 것 같다"며 "어떤 것이 국책연구기관의 기능으로 바람직한지 사회적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춘재  부편집장 cjlee@hani.co.kr

2012년 3월 31일 토요일

[사설] 백일하에 드러난 청와대의 추악한 방송장악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3-30일자 사설 '[사설] 백일하에 드러난 청와대의 추악한 방송장악'을 퍼왔습니다.
언론과 언론인의 가장 기본적인 자격 요건은 독립성과 공공성이다. 이 두 가치가 유지될 때에만 정치권력과 사회·경제적 강자들에 대한 자유로운 견제·비판이 가능하다. 독립성과 공공성을 잃은 언론은 되레 사회에 해악만 끼칠 뿐이다. 언론 대파업이 진행중인 (KBS), (MBC), (YTN) 등은 권력 입김 아래서 독립성과 공공성을 상실한 경영진이 공영방송을 어떻게 망치는지 극명하게 보여줬다.
이들 방송사는 이명박 정부의 입김을 한사코 부인해 왔지만, 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문건으로 마침내 그 실상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청와대는 집요하고 추악하게 자신의 입맛에 맞는 경영진을 통해 방송을 장악했을 뿐 아니라 일상적으로 방송을 감시·통제해 왔다.
총리실의 ‘KBS 최근 동향 보고’ 문건은 김인규 사장의 발언과 스타일, 노조의 성향, 간부들의 출신지 및 친소관계 등을 속속들이 담고 있다. 배석규 와이티엔 대표이사가 사장 직무대행을 하던 2009년 9월3일 작성된 ‘와이티엔 최근 동향 및 경영진 인사 관련 보고’ 문건은 “신임 대표는 현 정부에 대한 충성심이 돋보인다”며 “새 대표가 회사를 조기 안정시킬 수 있도록 직무대행 체제를 종식시키고 사장으로 임명해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독립방송사 사장으로 정권에 충성하는 인물을 앉히려 했음을 보여주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다. 특히 ‘KBS·YTN·MBC 임원진 교체방향 보고’(2009년 8월25일)라는 노골적인 제목의 문건은 ‘BH(청와대) 하명’으로 적시돼 있어 청와대가 방송사 인사에 구체적으로 개입했음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이 대통령은 ‘낙하산’ 사장 퇴진과 공영방송 회복을 요구하는 언론 대파업에 대해 “방송사가 스스로 해결할 문제” 운운하며 자신과 무관한 일인 것처럼 발뺌해왔다. 하지만 이번 사찰 문건으로 청와대가 바로 방송 장악의 ‘몸통’임이 드러나고 말았다. 진실은 잠시 감출 수 있지만 영원히 가릴 수는 없다.

2012년 1월 17일 화요일

정연주 무죄 판결과 독립성 위한 KBS이사 선출 방안


이글은 미디어스 2012-01-16일자 기사 '정연주 무죄 판결과 독립성 위한 KBS이사 선출 방안'을 퍼왔습니다.
[유영주의 급발진미디어]


▲ 정연주 KBS 사장 해임에 찬성했던 당시 KBS이사들 명단
대법원은 정연주 전 KBS 사장에 대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최종 확정했다. 2008년 8월 11일 이명박 대통령이 KBS이사회의 정연주 사장 해임제청안에 서명한 시점으로부터 3년 5개월이 지났다. 정연주 전 사장의 해임제청은 11명으로 구성된 KBS이사회의 과반수 의결로 성립됐다. 이명박 정권은 6명의 과반수 이사를 채우기 위해 신태섭 전 이사를 내쫓는 기동전을 감행했다. 2009년 새 이사진은 여야 7:4 비율로 구성됐고, 이병순, 김인규 사장이 공영방송을 이끌게 되었다.
KBS가 도청 논란을 부른 건 6월 국회 때였다. 수신료 1000원 인상안 처리를 목전에 둔 시점이었다. 567명의 조합원 가운데 97%가 KBS가 연루됐다는 설문 결과가 있었다. 민주당은 7월 1일 한선교 의원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경찰은 11월 2일 증거불충분에 의한 무혐의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로 송치했고, 검찰도 연말 정국을 틈타 한선교 의원과 KBS에 면죄부를 주었다. 경찰과 검찰의 수사 과정과 결과를 신뢰하는 시민이 몇 명이나 될까. 정당한 수사가 이뤄질 거라 생각한 시민은 몇 명이나 될까. 공영방송의 규제.감독기구인 이사회가 일정한 역할을 해주길 바랐으나 역시 기대보다는 체념이 앞섰다.
KBS이사회는 독립성과 공공성을 보장하기 위해 설치된 공사 경영에 관한 최고의결기관이다. 방송법 제49조는 이사회의 기능 15개항을 나열하고 있으며, 1항이 공사가 행하는 방송의 공적 책임에 관한 사항이고, 2항이 공사가 행하는 방송의 기본운영계획이다. 공사가 형사고발되는 사건에 연루됐다. 더군다나 도청이라는 희대의 사건이었다. 이사회는 공적 책임과 기본운영계획을 들어 진상 조사는 물론이거니와 결과에 따라서는 경영 책임까지 물어야 할 중차대한 사안이었다. 야당추천이사 일부가 진상조사를 촉구하긴 했으나 제스추어에 그쳤다. 이윽고 8월에 야당추천이사 4명은 핀란드와 러시아 해외 시찰을 다녀왔고, 여당추천이사들은 황우여 대표를 만나 수신료 인상안 처리를 촉구하는 실력 행사를 하였다. 검찰이 수사 결과를 발표하자 김인규 사장은 다시 18대 국회 회기 내 수신료 인상을 들고 나왔다. 공사의 최고의결기관 이사회의 존재감은 이런 정도다.
정연주 전 사장 해임과 대법원 판결, 희대의 도청 해프닝과 경찰.검찰 수사가 주는 교훈은 하나로 모아진다. KBS에 관한 정치독립적인 조건을 갖춤으로써 KBS가 시민이 기대하는 방송사로 거듭나느냐, 그렇지 않으면 지금처럼 정치권력과 권력화된 KBS로부터 동시에 휘둘리고 말 것이냐를 선택하는 문제다. 올 9월이면 다시 새 이사회가 구성된다.
주지하듯이 현재 KBS이사회는 여야 정치권력이 직접 개입해 구성한다. 그래서 정치독립적인 규제감독기구의 구성과 역할을 기대하는 시민사회와 공영방송 구성원들의 이해와 충돌한다. 동시에 KBS이사회는 경영진에 의존한 채 독립적인 집행기능을 담보하지 못한다. 그래서 KBS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지위에서 원활한 규제감독을 수행하기 어려운 한계를 갖고 있다. 현 이사회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 KBS이사회 모습 ⓒ KBS
이사회 구성에 있어 여당과 야당이 7:4(KBS), 6:3(방문진)으로 추천하는 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국민의 선택을 받은 집권여당이 이사진의 다수를 추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양립한다. 후자는 많은 폐해가 지적된만큼 새로운 개선안이 필요하다.
우선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천하는 방식을 국회 추천 후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으로 바꾼다. 방통위 추천이 아닌 국회 추천은 3:2 구조의 방통위가 추천하는 7:4 구성 대신 국회 추천을 통한 방식으로의 개선을 꾀하고자 함이다. 11명의 이사 선출시 과반인 6인에 대해서는 여당과 야당 추천 인사 3:3 동수로 하고, 5인에 대해서는 전국시도지사협의회가 추천하는 인사로 구성하는 방식을 살펴볼 수 있다. 국민을 대의하는 여야 정치권의 이해를 반영하면서도 지역의 유권자와 시청자의 이해도 반영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이사회의 역할 중 사장 선출 문제는 사장추천위원회를 통해 후보자를 거르고, 2/3 특별다수제로 선출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11명의 이사 중 최소 3인 이상은 상임을 담당하고, 규제감독의 민주적 집행 능력을 갖추기 위해 사무처를 둔다. 이사회의 공식 회의는 온라인 생중계하고, 이사회 운영에 소요되는 모든 예산과 경비는 공개한다.
물론 이보다 더 좋은 개선 의견이 많을 것이다. 9월 새 이사회 구성 이전에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책임있는 논의가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