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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16일 목요일

無 신용섭…흔들리는 공영방송 EBS


이글은 PD저널 2013-05-15일자 기사 '無 신용섭…흔들리는 공영방송 EBS'를 퍼왔습니다.
[신용섭 EBS사장 취임 6개월]

“교육에 대한 이해도 없고, 방송에 대한 전문성도 없으며, 덕(德)도 없다.”
요즘 EBS 내부 구성원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이른바 ‘사장 3무(無)설’이다. 웃고 넘어가기에는 조금은 씁쓸한 ‘사장 3무설’에는 취임 6개월을 맞는 신용섭 사장에 대한 EBS 구성원들의 시각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다큐프라임) 제작 중단은 물론이고 이를 규탄하는 노조를 향해 프로그램 폐지까지 거론한 신 사장의 태도는 지난해 12월 내부 구성원들에게 제작 자율성을 약속한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 신용섭 EBS 사장 ⓒEBS

■제작 자율성·소통 약속은 어디로= 신 사장은 지난해 12월 취임식에서 “EBS의 독립성 강화에 대한 기대와 바람을 잘 알고 있다”며 “구성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구성원들과 함께 지혜를 모아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의 행보는 이를 무색케 한다.
신 사장은 지난 4월 초 해방 정국 반민족행위 특별조사위원회를 다룬 (다큐프라임) ‘나는 독립유공자의 후손입니다’ 편이 제작 중단된 이후 사태 해결은커녕 “시위를 접지 않으면 (다큐프라임) 폐지 확률 90% 이상”이라는 발언으로 EBS 안팎을 뒤흔들었다.
폐지 발언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신 사장은 간부회의에서 내부 구성원들의 외부 강연·근태 등을 문제 삼으며 감사실에 감사를 요청했다. 신 사장은 지난 10일 노조위원장과의 면담 자리에서도 “다큐멘터리 제작 부서에 대한 복무 감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부에서는 사실상 ‘표적 감사’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또 “구성원들과 함께 하겠다”는 신 사장이 단체협약 파기를 의미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신 사장이 몇몇 간부들에게 “단체협약을 혁파하겠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지부장은 “신 사장의 발언은 단협을 파기하겠다는 뜻이자 노조를 무력화하겠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감사’ 통보에 이어 단협 파기까지 거론되자 EBS 안에서는 신 사장의 ‘김재철 따라잡기’ 아니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MBC 사측이 김재철 사장 당시 외부매체에 회사를 비판하는 인터뷰나 글을 쓴 직원들을 제재하고 단협을 파기한 상황이 현재 EBS의 모습과 흡사하다는 것이다.
EBS 한 PD는 “사장이 방송제작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자꾸 문제를 확산시켜 분란을 조장하고 있다”며 “조직원들과 소통하지 않고 본인 의사만 관철하려다 보니 김재철 전 MBC사장과 비교하는 얘기가 내부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사장 임명 당시 예견된 결과= 지금의 상황은 이미 신 사장 임명 당시부터 예견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임명 당시부터 관료 출신에 방송통신위원회 ‘낙하산 사장’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온 신 사장에 대해 EBS에 적합한 인물이 아니라는 평가가 많았다. 방송통신위원을 역임했지만 신 사장은 통신 전문가로 방송은 물론 교육에 대한 철학과 전문성 부족이 가장 큰 문제로 꼽혔다.
당장 사장 업무 수행 과정에서도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EBS지부가 지난 13일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신 사장은 교육과정평가원장을 만나는 자리에서 ‘수능은 대학에서 출제하는 것이 아니었나’, ‘평가원이 교과부의 산하기관이 아닌가’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EBS지부는 “사장이 교육에 대한 최소한의 상식마저 갖추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내부에서는 관료 출신인 신 사장의 일방적 소통 스타일도 문제가 되고 있다. 방송사 조직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마찰이 많다 보니 간부들까지도 힘들어한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올 정도다.
또 노조에 대한 적대적 발언도 내부의 갈등을 증폭시킨 측면이 있다. 신 사장은 노조위원장을 ‘너’, ‘당신’으로 표현하거나 노조를 향해 “(다큐프라임) 폐지 확률 90%” 등의 협박성 발언을 내뱉기도 했다.
EBS 한 PD는 “사장이 정통부 출신 관료라 방송 전문성도 부족하고 커뮤니케이션 능력까지 부족한 것 같다”며 “사장이 못하는 것이 80%이고 잘한 것이 20%라면, 그 20%는 내부 구성원들의 결속력을 높여준 것뿐”이라고 비꼬았다.
■공영방송 EBS 정체성 최대 위기= ‘사장 3무설’이 나올 정도로 내부에서는 사장에 대한 우려를 넘어 EBS의 정체성마저 흔들리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신 사장의 조치가 공영방송 EBS의 정체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판단한 EBS지부는 지난 10일 상임 집행위원회를 열고 신 사장에 대한 자체 평가를 진행하는 등 투쟁의 수위를 높이기로 의결했다.
한송희 지부장은 “‘김재철 학습효과’처럼 박근혜 정부 들어와 공공기관장에 대한 재신임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자리가 불안한 사장이 이번 사태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려고 한다”며 “이미 사장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고, 신 사장하고 같이 가면 EBS가 망하겠다는 생각이 든 만큼 이제부터는 사장 평가와 거취 문제까지 가지고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BS 한 PD는 “EBS의 미래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가 주위에서 들려오는데, 사장은 소통에 대한 의지가 전혀 없고 지금까지 패턴으로 봐서는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며 “모두가 사장이 생각하는 방송과 우리가 생각했던 방송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최영주 기자 yj719@pdjournal.com

2013년 4월 5일 금요일

산은금융 회장에 또 ‘대통령 사람’

이글은 경향신문 2013-04-04일자 기사 '산은금융 회장에 또 ‘대통령 사람’'을 퍼왔습니다.

ㆍ박 대통령 대학 동기 홍기택 교수 내정… 전문성 떨어져 ‘낙하산’ 논란

‘MB(이명박 전 대통령)맨’이 비워준 산은금융지주 회장 자리에 박근혜 대통령의 대학 동기인 홍기택 중앙대 경제학 과 교수(61·사진)가 내정됐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낙하산 인사’ 관행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4일 홍 교수를 산은지주 회장으로 청와대에 임명 제청했다고 밝혔다. 

산은지주 회장은 금융위 제청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

금융위는 “홍 내정자는 국제금융 , 거시경제 분야의 학계 전문가 이며 금융회사 사외이사 및 규제개혁위원회 위원 등 다양한 경력과 능력을 보유해 정책금융체계 개편과 창조금융을 통한 실물경제의 활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제청 이유를 밝혔다.

홍 교수가 산은지주 회장에 내정된 것은 박 대통령과의 인연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는 박 대통령과 서강대 70학번 동기이고, 지난 대선 때는 박 대통령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에서 활동했다. 

당선 이후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금융 분야를 담당하는 경제1분과 인수위원으로 임명됐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공공기업 기관장에는 국정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을 임명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말에는 “공기업,공공기관 에 전문성 없는 인사를 낙하산으로 선임해 보낸다. 국민께도 큰 부담이 되는 것이고 다음 정부에도 부담이 되는 잘못된 일”이라고도 했다.

홍 교수가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공유한 인사임에는 틀림없지만 전문성은 부족하지 않으냐는 게 금융계의 일반적인 평가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경제학자로서는 훌륭한 분이지만 조직의 리더 경험이 없어서 전문성에서는 낙제점이다. 산은 같은 거대한 조직의 최고경영자 로서 적합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이번엔 낙하산 관행이 끊길 줄 알았다. 그 관행이 끊기지 않으면 한국 금융산업의 발전은 없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기를 약 1년 남겨놓은 채 지난달 말 사퇴 의사를 밝힌 강만수 회장은 이날 오후퇴임식 을 갖고 정식으로 물러났다. 

강 회장은 이임사에서 “한평생 공직을 마감하려는데 버티기 하는 것도 아니고, 사천왕도 아닌데 (금융권 4대 천왕이라는 말이) 듣기 싫었다”며 그간 퇴임 압박에 대해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
이주영·김경학 기자 young78@kyunghyang.com

2013년 3월 19일 화요일

수천억 손실 뻔히 보이는데도 ‘꿀먹은 벙어리’ 신세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3-18일자 기사 '수천억 손실 뻔히 보이는데도 ‘꿀먹은 벙어리’ 신세'를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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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임이사들 이렇게 ‘거수기’ 됐다
 외부서 꽂혀 전문성 떨어지고
정보는 부족한데 토론도 없어
‘좋은게 좋은것’ 분위기도 한몫
경영감시 본분 잊고 침묵 동조

‘브레이크 없는 이사회’ 최근 5년간 금융위원회 산하 공공기관 12곳 이사회의 특징이다. 회사 중대사를 결정하는 핵심 의결기구임에도 다른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안건 반대율은 1%를 갓 넘고, 실제 안건이 기각되는 비율은 0.4%에 그친다. 비상임이사들이 경영 감시라는 본분을 잊은 채 ‘침묵의 카르텔’에 동조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대목이다.

■ 어떤 피해를 입히나? 최근 5년동안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정책금융공사·주택금융공사·예금보험공사·코스콤·산은금융지주는 이사회 안건 가운데 반대 의견이 단 1건도 없었다. 회사에 피해를 줄 수도 있는 안건에 대해 모든 이사회 참가자가 침묵했다.2009년 말 산업은행 이사회는 모그룹 위기로 시장에 나온 금호생명을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비상임이사를 포함해 누구도 반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1년여 뒤 감사원 감사를 통해 드러난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이사들이 금호생명의 추가 부실 사실을 알고도 실제보다 비싼 가격에 주식을 샀다는 것이다. 최대 2589억원의 손실 가능성이 제기됐다.산은 관계자는 “당시 강만수 회장이 초대형(메가)뱅크를 강하게 추진하던 때였다. 보험회사를 갖추길 원했지만 누구도 제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정부 입김에 좌우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7월 기업은행은 영업정지된 미래저축은행 인수전에 참여했다. 은행 안팎에서 인수에 따른 실익이 없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이사회에서는 반대 없이 통과됐다.한 회사 관계자는 “정부의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금융위 등 상급기관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미래저축은행은 결국 일본계 업체에 인수됐다.전문성 없는 이사가 외부에서 꽂히면서 황당한 일도 벌어진다. 포항 출신으로 17대 대통령 인수위원을 지낸 뒤 2008년~2010년 3월까지 청와대 행정관을 지냈던 김덕수씨는 한국거래소 상임이사이자 상임 감사로 부임했다. 하지만 19대 총선에서 포항 지역 새누리당 국회의원 예비후보로 출마하겠다며 상임이사 자리를 갑작스레 중도 사임했다. 이 때문에 2012년 1월부터 한국거래소의 이사 자리는 몇 달간 공석이 됐다.

금융공공기관 수장들이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 앞서 선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준희 기업은행장, 강만수 한국산업은행장, 안택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뉴스1

■ 왜 브레이크 안 걸리나? 공공기관 이사회 관계자들은 브레이크 없는 이사회의 이유로 △정보 비대칭성 △낙하산으로 인한 전문성 부족 △토론 문화의 부재 △안건의 사전 조율 등을 꼽았다. ㄱ금융공공기관에서 2년 동안 비상임이사를 지낸 ㅇ교수는 “비상임이사들이 회사 정보를 제대로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회사에서 ‘보안’을 이유로 안건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주지 않거나 이사회 직전에야 시간적 여유 없이 정보를 주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ㅇ교수는 또 “비상임이사 중에 회사에 협조적인 분들이 있는데, 이런 사람들이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식으로 이사회 분위기를 끌어가면 다른 생각을 하고 있더라도 반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ㄴ공공기관에서 2년간 비상임이사를 한 ㅊ교수는 “이사회가 열리기 전 미리 안건에 대한 의견 조율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안건을 살펴보고 문제가 될만한 것은 아예 제외한다는 것이다. ㅊ교수는 “일주일 전쯤 안건을 미리 받아보고 통과시키기 어려운 사안은 아예 테이블에 올리지 못하도록 한다. 이사회에서 안건을 논의하고 반대하기 시작하면 너무 혼란스러워진다”고 말했다. 이사회 전에 ‘사전 이사회’가 열리는 셈이다.이렇게 되면 조용한 이사회는 가능하겠지만, 토론의 장으로서 이사회의 기능은 무력화된다. 실제로는 ‘부결’에 가깝게 의사 결정이 이뤄져도 회의록 상에는 ‘수정 통과’로 처리되는 경우도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최고 경영자가 이사회에서 안건이 부결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다. 좋은 모양새를 갖추길 원하기 때문에 안건을 사전 조율한다”고 말했다. 전문성 없는 인사가 ‘낙하산’으로 오거나 기관장과 친분이 있는 인사들로 이사진이 짜이면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다.

■ 브레이크 걸린 경우는? 최근 5년간 가장 많은 안건이 부결된 기관은 자산관리공사(캠코)로 총 5건이었다. 기술보증기금이 4건, 예탁결제원 2건, 거래소와 신용보증기금이 각각 1건씩이다.부결 이유는 무엇보다 판단할 근거 자료가 부족한 경우가 많았다. 2008년 기술보증기금 이사회는 향후 5개년 중기사업 계획을 승인하면서, 근거자료 부족을 이유로 의결을 미뤘다. 신용보증기금 이사회는 지난해 ‘본사 건물 매각’과 관련해 심층적인 경제적 효과 분석을 요구하며 부결했다. 기관장이 추진하는 사안에 대한 브레이크도 있다. 예탁결제원 이사회는 ‘기업어음을 발행하는 방안’을 금융기관의 결제업무를 담당하는 기관 특성상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부결시켰다.충분하지는 않지만 다른 기관보다 부결 건수가 많다. 캠코 관계자는 “이사회 분위기가 상당히 자유로운 편이다. 특히 전문성을 가진 감사가 의견을 많이 내고 사외이사들도 적극적으로 얘기를 한다”고 말했다. 신용보증기금은 지난해부터 이사들에게 자료를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주기적으로 열리는 임원회의 자료 등을 제공하고 내부 현황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비상임이사용 인트라넷도 제공된다. 이사들이 원할 경우 직접 안건을 설명하기도 한다.신보 관계자는 “정부에서도 비상임이사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요구한다. 앞으로 이사회 분위기가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준 송경화 기자 haojune@hani.co.kr

수천억 손실 뻔히 보이는데도 ‘꿀먹은 벙어리’ 신세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3-18일자 기사 '수천억 손실 뻔히 보이는데도 ‘꿀먹은 벙어리’ 신세'를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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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임이사들 이렇게 ‘거수기’ 됐다
 외부서 꽂혀 전문성 떨어지고
정보는 부족한데 토론도 없어
‘좋은게 좋은것’ 분위기도 한몫
경영감시 본분 잊고 침묵 동조

‘브레이크 없는 이사회’ 최근 5년간 금융위원회 산하 공공기관 12곳 이사회의 특징이다. 회사 중대사를 결정하는 핵심 의결기구임에도 다른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안건 반대율은 1%를 갓 넘고, 실제 안건이 기각되는 비율은 0.4%에 그친다. 비상임이사들이 경영 감시라는 본분을 잊은 채 ‘침묵의 카르텔’에 동조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대목이다.

■ 어떤 피해를 입히나? 최근 5년동안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정책금융공사·주택금융공사·예금보험공사·코스콤·산은금융지주는 이사회 안건 가운데 반대 의견이 단 1건도 없었다. 회사에 피해를 줄 수도 있는 안건에 대해 모든 이사회 참가자가 침묵했다.2009년 말 산업은행 이사회는 모그룹 위기로 시장에 나온 금호생명을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비상임이사를 포함해 누구도 반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1년여 뒤 감사원 감사를 통해 드러난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이사들이 금호생명의 추가 부실 사실을 알고도 실제보다 비싼 가격에 주식을 샀다는 것이다. 최대 2589억원의 손실 가능성이 제기됐다.산은 관계자는 “당시 강만수 회장이 초대형(메가)뱅크를 강하게 추진하던 때였다. 보험회사를 갖추길 원했지만 누구도 제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정부 입김에 좌우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7월 기업은행은 영업정지된 미래저축은행 인수전에 참여했다. 은행 안팎에서 인수에 따른 실익이 없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이사회에서는 반대 없이 통과됐다.한 회사 관계자는 “정부의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금융위 등 상급기관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미래저축은행은 결국 일본계 업체에 인수됐다.전문성 없는 이사가 외부에서 꽂히면서 황당한 일도 벌어진다. 포항 출신으로 17대 대통령 인수위원을 지낸 뒤 2008년~2010년 3월까지 청와대 행정관을 지냈던 김덕수씨는 한국거래소 상임이사이자 상임 감사로 부임했다. 하지만 19대 총선에서 포항 지역 새누리당 국회의원 예비후보로 출마하겠다며 상임이사 자리를 갑작스레 중도 사임했다. 이 때문에 2012년 1월부터 한국거래소의 이사 자리는 몇 달간 공석이 됐다.

금융공공기관 수장들이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 앞서 선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준희 기업은행장, 강만수 한국산업은행장, 안택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뉴스1

■ 왜 브레이크 안 걸리나? 공공기관 이사회 관계자들은 브레이크 없는 이사회의 이유로 △정보 비대칭성 △낙하산으로 인한 전문성 부족 △토론 문화의 부재 △안건의 사전 조율 등을 꼽았다. ㄱ금융공공기관에서 2년 동안 비상임이사를 지낸 ㅇ교수는 “비상임이사들이 회사 정보를 제대로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회사에서 ‘보안’을 이유로 안건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주지 않거나 이사회 직전에야 시간적 여유 없이 정보를 주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ㅇ교수는 또 “비상임이사 중에 회사에 협조적인 분들이 있는데, 이런 사람들이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식으로 이사회 분위기를 끌어가면 다른 생각을 하고 있더라도 반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ㄴ공공기관에서 2년간 비상임이사를 한 ㅊ교수는 “이사회가 열리기 전 미리 안건에 대한 의견 조율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안건을 살펴보고 문제가 될만한 것은 아예 제외한다는 것이다. ㅊ교수는 “일주일 전쯤 안건을 미리 받아보고 통과시키기 어려운 사안은 아예 테이블에 올리지 못하도록 한다. 이사회에서 안건을 논의하고 반대하기 시작하면 너무 혼란스러워진다”고 말했다. 이사회 전에 ‘사전 이사회’가 열리는 셈이다.이렇게 되면 조용한 이사회는 가능하겠지만, 토론의 장으로서 이사회의 기능은 무력화된다. 실제로는 ‘부결’에 가깝게 의사 결정이 이뤄져도 회의록 상에는 ‘수정 통과’로 처리되는 경우도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최고 경영자가 이사회에서 안건이 부결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다. 좋은 모양새를 갖추길 원하기 때문에 안건을 사전 조율한다”고 말했다. 전문성 없는 인사가 ‘낙하산’으로 오거나 기관장과 친분이 있는 인사들로 이사진이 짜이면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다.

■ 브레이크 걸린 경우는? 최근 5년간 가장 많은 안건이 부결된 기관은 자산관리공사(캠코)로 총 5건이었다. 기술보증기금이 4건, 예탁결제원 2건, 거래소와 신용보증기금이 각각 1건씩이다.부결 이유는 무엇보다 판단할 근거 자료가 부족한 경우가 많았다. 2008년 기술보증기금 이사회는 향후 5개년 중기사업 계획을 승인하면서, 근거자료 부족을 이유로 의결을 미뤘다. 신용보증기금 이사회는 지난해 ‘본사 건물 매각’과 관련해 심층적인 경제적 효과 분석을 요구하며 부결했다. 기관장이 추진하는 사안에 대한 브레이크도 있다. 예탁결제원 이사회는 ‘기업어음을 발행하는 방안’을 금융기관의 결제업무를 담당하는 기관 특성상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부결시켰다.충분하지는 않지만 다른 기관보다 부결 건수가 많다. 캠코 관계자는 “이사회 분위기가 상당히 자유로운 편이다. 특히 전문성을 가진 감사가 의견을 많이 내고 사외이사들도 적극적으로 얘기를 한다”고 말했다. 신용보증기금은 지난해부터 이사들에게 자료를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주기적으로 열리는 임원회의 자료 등을 제공하고 내부 현황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비상임이사용 인트라넷도 제공된다. 이사들이 원할 경우 직접 안건을 설명하기도 한다.신보 관계자는 “정부에서도 비상임이사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요구한다. 앞으로 이사회 분위기가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준 송경화 기자 haojune@hani.co.kr

2013년 2월 18일 월요일

朴, 전문성 취하고 책임 장관제 버리나?


이글은 프레시안 2013-02-17일자 기사 '朴, 전문성 취하고 책임 장관제 버리나?'를 퍼왔습니다.
경제부총리도 '관료' 출신…미래부엔 벤처기업인 '깜짝 발탁'

박근혜 정부의 초대 내각의 진용이 17일 갖춰졌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13일 6개 부처 장관 인선안을 발표한 데 이어, 이날 기획재정부·미래창조과학부 등 핵심 부처를 포함한 11개 부처 인선을 발표하면서 내각 인선 작업을 모두 마무리했다.

지난 1차 장관 인선이 국가고시 출신의 관료 일색이었던 반면, 이번 인선은 관료·정치인·전문가·기업인을 비교적 골고루 발탁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제부총리 등 요직을 포함해 11개 부처 중 절반 이상에서 해당 분야에 종사해온 관료 및 전문가를 발탁해, 이번에도 '전문성'에 방점을 찍은 박 당선인 특유의 인선 코드가 적용됐다는 평가다. 다만 이 같은 '안정성 지향' 인선이 박 당선인이 그간 공언해온 '책임 장관제'와 부합하느냐는 논란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17일 11개 부처 장관 인선을 발표했다. (위 왼쪽부터) 현오석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 유길재 통일부 장관 내정자, 이동필 농림수산부 장관 내정자,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내정자,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 (아래 왼쪽부터) 윤성규 환경부 장관 내정자,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 내정자,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내정자,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내정자,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내정자. ⓒ뉴시스

초대 경제부총리에 '경제 관료' 출신 현오석


먼저 기획재정부 장관이 겸임하는 초대 경제부총리엔 현오석(63) 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이 내정됐다. 충북 청주 출신의 현 내정자는 행정고시(14기) 합격 후 기획재정부의 전신인 재정경제부에서 예산심의관, 경제정책국장 등을 역임한 재무 관료 출신으로, 현 정부에선 KDI 원장을 맡으며 국가경쟁력강화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이밖에도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 지식자문위원회(KAC) 초대 자문위원 등을 지내며국제경제 분야의 전문성을 갖췄다는 점에서 첫 경제부총리로 발탁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제위기 상황을 이끌어 갈 경제분야 '컨트롤 타워'로서 현 내정자가 다소 무게감이 약하지 않느냐는 평이 나온다. 그가 '책임 장관'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보다는, 결국 경제 분야의 주도권을 청와대가 행사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공룡 부처' 미래부, 벤처기업가 출신 깜짝 인선


가장 관심을 모았던 미래창조과학부 초대 장관엔 김종훈(60) 알카텔-루슨트 벨 연구소 최고전략책임자가 깜짝 인선됐다. 서울 출신의 김 내정자는 중학교 2학년 때인 1975년미국으로 이민, 존스홉킨스대학과 메릴랜드대 대학원을 졸업한 공학 박사 출신이다. 박 당선인의 내각 인선 중에는 유일하게 기업인 출신이다.

그는 1998년 자신이 설립한 정보통신 관련 벤처기업 '유리시스템즈'를 루슨트테크놀로지사(현 알카텔-루슨트)에 10억 달러에 매각해 '벤처 신화'를 쓴 인물이며, 그해 미국 경제지 가 선정하는 '미국의 400대 부호'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후 루슨트의 사업부문 사장과 메릴랜드대학 교수를 거쳐 2005년에는 벨 연구소 80년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인 사장으로 취임했다. 벨 연구소는 11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미국 민간 최고의 연구개발기관이다.

관료·전문가 출신 줄줄이 발탁…통일 류길재, 농림 이동필, 환경 윤성규

이밖에도 통일부 장관엔 류길재(54) 한국북한연구학회 회장이 내정돼 외교안보 라인업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됐다.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인 류 내정자는 30여 년 가까이 북한 문제를 연구해온 학자 출신의 '북한통'으로, 전문성에 방점을 찍은 박 당선인의 스타일을 반영한 인선으로 풀이된다. 김용준 인수위원장은 "합리적이고 경험적인 시각으로 대북 정책을 접근해 왔다"며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해양수산부 신설로 기능이 축소된 농림축산부엔 이동필(58) 농촌경제연구원장이 내정됐다. 경북 의성 출신의 이 내정자는 영남대 축산경영학과, 미주리대 대학원 농경제학 박사를 마친 뒤 1994년 국무총리실 농업정책심의회 실무위원을 시작으로 농촌행정 분야의 전문성을 키워온 인물이다. 2000년 한국농촌경제원에 들어간 뒤 2008년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회 전문위원, 2009년 농림수산식품부 농어업선진화위원회 분과위원장 등 관련 분야 활동을 두루 거쳤다.

통상 기능이 이관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엔 관료 출신의 윤상직(56) 현 지식경제부 1차관이 내정됐다. 부산 출신의 윤 내정자는 행정고시(25회) 출신으로 산자부 산업정책과장, 지경부 산업경제정책관과 기획조정실장을 거쳐 지난 2011년 지경부 1차관에 임명돼 산업경제·중소기업·무역·에너지 등의 업무를 맡아왔다.

환경부 장관에도 관료 출신의 전문가가 내정됐다. 환경부 장관직에 내정된 윤성규(56) 한양대 연구교수는 충주공업전문고와 한양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뒤 1978년 기술고시(13회)로 공직에 입문, 이후 환경부 수질보전국장, 국립환경과학원장 등을 지내며 30여년간 정부 관료로 몸담아 왔다. 공직 퇴임 후인 지난해 7월엔 박근혜 당선인의 경선 캠프에 환경특보로 합류, 본선 캠프에선 지속가능국가추진단 단장을 맡아 환경과 에너지 분야 공약을 총괄했다.

고용노동부와 해양수산부 장관에도 관련 분야 전문가가 발탁됐다. 먼저 고용노동부 장관에 내정된 방하남(56)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같은 기관에서 고용보험연구센터 소장, 노동시장연구본부장 등 주요 보직을 맡고 한국연금학회 부회장을 역임하는 등 고용과 복지의 연계를 강조한 고용·노동 분야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인수위에선 고용·복지분과 전문위원을 맡고 있다.

새 정부 들어 부활한 해양수산부 장관에 내정된 윤진숙(58)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양연구본부장 역시 1997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입사한 뒤 16년 동안 연구에만 매진해온 학자 출신이다.

▲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연합뉴스

친박계 정치인도 새 정부 내각 합류…보건복지 진영, 여성가족부 조윤선

친박계 정치인 일부도 장관직으로 직행해 눈길을 끌었다. 먼저 친박계 핵심 인사로 거론되는 진영(63) 인수위 부위원장은 보건복지부 장관에 내정됐다. 새누리당 3선 의원인 진 내정자는 판사 출신으로 1997년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특보로 정치에 입문했다.

이후 박 당선인이 한나라당 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맡아 측근에서 보좌했으며, 2010년세종시 표결에서 여타 친박계와는 달리 찬성표를 던지며 독자 행보를 걸어 한때 '탈박(脫朴)' 인사로 분류되기도 했다.

지난 4.11 총선에서 3선에 성공한 뒤 지난해 5월 원내대표-정책위의장 선거에서 이한구 현 원내대표와 러닝메이트로 출마해 당선되면서 '복박(復朴)' 인사로 불리며 박 당선인의 총선 공약 입법을 주도해 왔다. 지난 대선에선 박 당선인 캠프의 국민행복추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고, 대선 이후엔 인수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직행하면서 승승장구해왔다.

그는 인수위 부위원장에 임명된 후 줄곧 "인수위가 끝나면 국회로 돌아가겠다"고 말해왔지만, 정치권에선 그가 새 정부의 핵심 직책에 중용될 것이란 관측이 파다했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박 당선인을 '그림자 수행'해온 조윤선(47) 대변인 역시 새 정부의 초대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깜짝 발탁됏다. 지난 2002년 이회창 대선 후보의 선대위 공동 대변인을 맡으며 정계에 입문한 조 내정자는 지난 18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여의도에 입성, 곧바로 대변인을 맡아 한나라당 최장수 대변인(665일)이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계파 정치에 휘둘리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크게 '친이계'로 분류되어온 그는 지난 4.11 총선에서 선대위 대변인을 맡으면서 완전한 친박계 인사로 자리를 잡았다. 이후 대선 과정에서 박 당선인의 유세 과정에 대변인으로 항상 동행했고, 박 당선인의 신뢰를 얻어 이후 '당선인 대변인'의 타이틀까지 얻게 됐다. 김&장법률사무소 변호사에 한국씨티은행 부행장 출신인 그는 여성계 관련 경력은 없지만, 선거기간 박 당선인으로부터 받은 신뢰가 이번 발탁까지 이어졌다는 평이다.

정치인 출신은 아니지만 서승환(57)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인수위원(경제2분과 위원)에서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직행한 케이스다. 박 당선인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출신의 서 내정자는 지난 대선 기간부터 박 당선인 캠프에서 주택·부동산 정책 TF(태스크포스) 단장을 지내며 박 당선인을 보좌해 왔다.

서 내정자의 부친인 서종철 전 국방부 장관 역시 박 당선인 집안과 인연이 깊다. 서 전 장관은 육군사관학교 1기로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인 1969~1972년 육군참모총장을 지냈고, 1973~1977년엔 국방 장관을 역임했다. 박 당선인과는 2대째 연을 맺고 있는 셈이다.


 /선명수 기자

2012년 7월 20일 금요일

“파병 반대” 맞짱 뜨던 ‘인권위 독립성’ 지금은 만신창이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7-20일자 기사 '“파병 반대” 맞짱 뜨던 ‘인권위 독립성’ 지금은 만신창이'를 퍼왔습니다.

노무현정부에 쓴소리 김창국 위원장 
“독립기구란 그런 것
”조영황·안경환 위원장도 전문성 
밑바탕 위상 지켜내
이젠 행정부 소속 취급…
“대통령 임명권 안돼” 비판

지난 2005년 11월 쌀 협상 반대 시위에 참여했던 농민 2명이 경찰 진압 과정에서 사망했다. 12월26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사망 원인은 경찰의 과잉 진압 탓”이라며 경찰 수뇌부를 문책하라는 권고안을 채택했다. 바로 다음날인 12월27일 노무현 대통령은 “인권위 권고에 따라 책임자를 가려내고 피해자에게 배상하겠다”는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했다. 이틀 뒤 허준영 경찰청장은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당시 인권위는 사회적 약자인 농민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권력기관인 경찰에 맞서고 대통령까지 사과하게 만들었다.반면 2009년 7월 이명박 대통령이 현병철 인권위원장을 임명한 뒤, 인권위는 수사, 용산참사, 민간인 사찰 등 국가기관의 인권침해 사안에 대해 아무런 의견을 내지 않았다. 2009년 12월28일 용산참사 문제를 다루던 회의를 “독재했다고 해도 좋다”며 강제 폐회하기까지 했다. 당시의 육성을 담은 음성파일도 19일 공개됐다.

[관련기사] ▷ 현병철 “독재라도 좋다” 육성 공개

이런 태도를 비롯해 국회 청문회에서 쏟아진 여러 의혹과 자격 논란에도 이 대통령은 현 위원장의 연임을 강행할 태세다. 인권침해 사안에 대해선 대통령에게도 단호했던 인권위가 지난 2년 동안 겪은 몰락의 세월이 더 연장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 대통령과 ‘맞짱’ 뜬 역대 인권위원장 
2001년 11월 출범한 인권위는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며 법이 정한 독립기구로서의 위상을 현실화했다. 초대 김창국 위원장은 2002년 11월 청와대에 사전 보고를 하지 않고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청와대는 ‘공무 국외여행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김 위원장을 ‘경고’ 조처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공무 국외여행 규정’은 행정부 소속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독립기구 수장인 인권위원장이 이 규정을 적용받을 필요가 없다”며 공식 반박했다. 대통령의 지휘와 재가를 받지 않겠다는 인권위 수장의 정치적 메시지이기도 했다.노무현 대통령 시절이던 2003년 3월, 인권위는 정부가 추진하던 이라크 파병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채택했다. 당시 문재인 청와대 수석은 당시 김창국 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발표하는 건 좋은데 대통령한테 사전에 언질도 하지 않을 수 있느냐”며 역정을 냈다. 김 위원장은 “독립기구가 원래 그런 것”이라고 일축했다. 오히려 야당인 한나라당은 “대통령 뜻에 반하는 입장을 밝힌 것은 본분을 망각한 국론분열 행위”라며 비난했지만, 노 대통령이 “인권위는 원래 그런 일을 하라고 만든 곳”이라는 견해를 밝혀 논란이 일단락됐다.김형완 인권정책연구소장은 “출범 초기에는 다른 부처 공무원들이 인권위의 독립성과 권위를 이해하지도, 인정하지도 못했다”며 “그런데 인권위원장이 대통령과 맞붙는 과정을 지켜본 공무원과 국민들이 독립기구로서의 인권위 위상을 자연스레 확인하게 됐다”고 말했다.

■ 인권위원장 권위가 곧 인권위 위상 
역대 인권위원장들이 청와대의 눈치를 보지 않았던 데는 이들이 인권과 관련한 전문성과 권위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초대 김창국 위원장은 군사정부 시절 시국 사건 변론을 단골로 맡은 저명한 인권변호사였다. 김 위원장은 2002년 10월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던 피의자가 검사의 고문으로 사망한 사건에 대해 지검장이 인권위 조사를 거부하자 전화를 걸어 “당장 조사를 받으라”고 호통을 치기도 했다. 3대 조영황 위원장은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을 수사한 특별검사 출신이다. 4대 안경환 위원장도 인권법에 조예가 깊은데다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을 지내는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활동을 한 경력이 있었다. 반면 현병철 위원장은 스스로 언론 인터뷰에서 “(인권을) 모르는 게 차라리 장점”이라고 말할 정도로 인권 관련 경력이 전무하다.외국 사례를 봐도 인권 관련 경력이 없는 사람이 인권위원장으로 임명된 경우를 찾기 힘들다. 뉴질랜드의 로슬린 누난 인권위원장은 유엔 인권위원회와 국제노동기구 등 인권 관련 국제기구에서 4년 동안 일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조디 콜라펜 인권위원장은 인종차별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로 박해받는 이들을 변호했다. 타이의 아마라 퐁사피취 인권위원장은 여성인권과 사회복지 분야에서 활약해온 인류학자다.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법학)는 “국제사회에서 국가인권기구는 한 국가의 ‘양심’으로 불린다”며 “우리보다 정치·경제 영역에서 뒤처졌다고 평가되는 나라에서조차 그 나라의 인권을 상징하는 인물이 인권기구의 수장을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 독립기구 수장을 대통령이 임명? 
 인권위법은 “그 권한에 속하는 업무를 독립적으로 수행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인권위원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현행 제도로는 정권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실제 인수위 시절 인권위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만들려 했던 이명박 대통령이 임명한 현병철 위원장은 2009년 7월 취임한 뒤 처음 출석한 국정감사 자리에서 “인권위는 행정부 소속”이라고 말한 바 있다.이 때문에 후보자추천위원회 등을 통한 민주적인 임명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타이의 경우 임명은 국왕이 하지만, 다양한 인사들로 구성된 위원선발위원회에서 1차로 검증된 후보 가운데 국회가 표결을 통해 결정한다. 인권위원을 선발할 때 인종, 출생국, 종교, 성지향성 등에서 사회적 소수자를 대표하는 사람들을 반드시 포함하도록 하고 있는 영국처럼 인권위원의 자격기준을 명확하게 할 필요도 있다.

진명선 엄지원 기자 torani@hani.co.kr

2012년 6월 19일 화요일

김인규, 스포츠팬들 역린 건드려? <옐카> 폐지에 ‘경악’


이글은 뉴스페이스 2012-06-19일자 기사 '김인규, 스포츠팬들 역린 건드려? 폐지에 ‘경악’'을 퍼왔습니다.
“이광용 아나 파업참여 때문?…KBS 레드카드!” 반대쇄도

약 4년간 축구, 야구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KBS의 스포츠 전문 프로그램 ‘이광용의 옐로우카드’(이하 옐카)가 폐지될 것으로 보인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사측은 ‘옐카’의 전문성이 너무 강하다는 점을 폐지이유로 설명했지만 진행자인 이광용 아나운서가 새노조 소속으로 파업에 동참했다는 점에서 ‘보복성 폐지’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 KBS 홈페이지 캡쳐

‘옐카’는 지난 2008년 5월 26일 첫 방송을 시작으로 지난 3월 7일 업데이트 된 200회까지 무려 4년간 지속돼왔다. 야구와 축구에 해박한 지식을 가진 이광용 아나운서의 맛깔나는 진행과 야구, 축구 전문가들의 날카로운 분석 등이 어우러져 보는 이로 하여금 전문성과 재미를 함께 느끼게 해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야구계와 축구계의 겉모습 뿐만 아니라 이면에 감춰진 문제점에 대해서도 신랄하게 지적하면서 스포츠 팬들로부터 ‘속시원하다’는 반응을 얻기도 했다. 비시즌 중에는 야구와 축구스타들을 초대해 관심을 모았다. 기성용, 구자철, 이동국, 이영표, 이청용, 김현수 등의 스타들이 ‘옐카’와 함께했다. 

비록, 인터넷과 케이블 TV를 통해 30~40여분 안팎의 짧은 분량으로 시청자들을 만날 수 밖에 없었지만 ‘옐카’는 4년간 롱런하며 대표적인 스포츠 전문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 해왔다. 이 아나운서가 멀쩡하게 뉴스를 진행하다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으로 ‘옐로우카드’를 내미는 특유의 오프닝은 이제 스포츠 팬들에게 익숙한 장면이 됐다.

“‘옐카’ 왜 폐지하나” 시청자 항의 쇄도…사측 “파업과 상관없다”

그러나 이 아나운서는 18일 자신의 트위터에 “‘이광용의 옐로우카드’가 결국 폐지될 모양입니다. 4년 동안 응원해 주신 많은 분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많이 아프네요. 저 혼자의 힘 만으로는 지키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여러분께서 도와주시겠습니까”라는 글을 올렸다. 

이와 관련, 배재성 KBS 홍보실장은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옐카’에 대해 “보도국 인터넷뉴스팀에서 관리하는데 스포츠국에서 하는 프로그램 성격이 매우 강했다”며 “서로 충돌하는 부분이 있어서, 이미 2월에 인터넷뉴스팀에서 자체개편을 논의하면서 ‘옐로우카드’ 대신에 좀 더 대중적이고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는게 어떻겠느냐고 이야기가 됐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배 실장은 “3월 7일 200회를 한 이후 (이 아나운서의 파업 참여로) 90일 이상 방송이 나가지 못했기 때문에 차제에 2월에 논의했던 것을 이어받아 폐지하고 다른 프로그램을 신설하기로 한 것”이라고 전했다.

배 실장은 (스포츠서울)과의 통화에서는 “(옐로우카드는) 너무 전문적인 성향이 강해 ‘운동화’처럼 좀 더 대중적인 콘셉트를 다루는게 좋다고 얘기가 됐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이 아나운서는 트위터를 통해 “‘이광용의 옐로우카드’가 전문성이 너무 강해서 폐지한다굽쇼? 핑계 치곤 참...”이라고 이를 꼬집었다. 

‘옐카’의 폐지소식이 들리자 KBS 홈페이지 뉴스 게시판에는 이를 반대하는 네티즌들의 글들이 계속 이어졌다. 아울러 KBS 새노조의 파업종료로 ‘옐카’의 방송재개를 기다리던 네티즌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옐카’가 그간 적잖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시청자 천 모씨는 “프로그램의 컨텐츠가 경쟁력이 있고 좋으면 유지되어야 하는거 아닙니까? 단순히 파업에 참여했다고 징계를 주고 프로그램을 폐지하는 것은 정말 초등학생 마인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KBS 홈페이지 뉴스게시판 캡쳐

황 모씨는 “만약 폐지의 주된 이유가 새노조의 파업에서 나왔다면 KBS는 저를 포함한 해외동포를 포함한 모든 대한민국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을거라 생각됩니다”라고 지적했다. 여 모씨는 “정당한 이유없이 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프로그램을 폐지한다는 것은 민주주의에 어긋나는 것이며 시청자를 우롱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배재성 실장은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이광용 아나운서의 파업 참여와는 전혀 상관 없는 문제“라며 ”인기가 좋긴 했지만 (스포츠국에서 만드는 프로그램과) 성격이 충돌한다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던 부분“이라고 ‘보복성 폐지’ 의혹을 일축했다.

사측 “너무 전문성 강해...”…트위플 “전문적이니 가요프로도 폐지해라”

트위터리안들 사이에서는 ‘전문성’을 폐지의 이유로 내세운 사측의 입장을 납득할 수 없다는 의견들이 올라왔다. 

트위터 상에는 “요즘 전문성과 정체성을 못찾는 프로그램이 얼마나 많은데”(spson****), “전문성이 강해야하는게 당연한거 아니었나요??”(YangsaeW****), “전문성 강한 거 원하는 축구팬들을 위한 프로그램 아니었나”(ok***), “너무 전문적이니 가요프로도 폐지하죠”(ddong***) 등의 글들이 이어졌다. 

‘옐카’의 멤버이자 야구전문기자인 이용균 (경향신문) 기자(@yagumentary)는 “‘이광용의 옐로우 카드’는 한국 프로스포츠의 블라인드 사이드를 드러내는 역할을 해 왔습니다. ‘옐로우카드’ 폐지를 반대합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이 기자와 함께 ‘옐카’에 출연해온 이재국 (스포츠동아) 기자는 자신의 트위터(@keystonelee)에 이 아나운서의 글을 리트윗했다. 유영주 SBS ESPN 농구해설위원(@basketfamily)은 “‘이광용의 옐로우카드’ 폐지 절대안돼..KBS 당신들은 레드카드야”라고 일침을 가했다. 

‘옐카’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구자철 선수(@Koopard)는 “이광용의 옐로우카드 폐지라....최다 댓글 출연자로서 또 축구를 사랑하는 저로서는 받아들이기가 힘드네요”라며 “제발 폐지하지 말아주세요”라고 호소했다. 

구 선수가 출연한 지난해 2월 16일 방송분은 KBS 홈페이지가 개설된 이래로 최대의 댓글 기록을 세운 바 있다. 기성용 선수(@thekey16)도 “이광용 엘로우카드 폐지 아니아니 아니되오.....최다출연자로서 부탁드립니다”라고 요청했다.

문용필 기자

2012년 4월 16일 월요일

[사설]금통위 존재 이유 망각한 금통위원 인선


이글은 경향신문 2012-04-15일자 사설 '[사설]금통위 존재 이유 망각한 금통위원 인선'을 퍼왔습니다.
새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후보 4명이 지난 주말 발표됐다. 겉으로는 다양성을 갖춘 인선처럼 보이지만 후보의 면면을 살펴보면 금통위의 존재 이유인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인물들이다. 금통위를 물가보다 성장을 우선시하는 이른바 ‘비둘기파’와 ‘친(親)정부’ 인사 일색으로 구성해 정부의 성장정책에 장단을 맞추게 하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

금통위의 존재감은 2010년 대통령 비서 출신인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의 취임 이후 사실상 실종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가안정’이라는 본연의 임무보다 정부의 성장정책을 뒷받침하는 금리정책을 펴왔기 때문이다.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려 물가 오름세를 차단하는 대신 이런저런 핑계로 금리 정상화를 미루고 뒷북치기 금리인상으로 물가안정 기반을 약화시켰다. 이로 인해 통화정책에 대한 시장의 신뢰는 정책의 독립성을 거론하기조차 부끄러운 수준으로 실추됐다.

새 금통위원 인선은 금통위 무력화를 완결짓는 수순이 될 듯하다. 관료 출신에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캠프 출신 교수, 이 대통령의 2기 국민경제자문회의 민간위원 출신 교수, 이 대통령이 몸담았던 현대의 ‘가신’이랄 수 있는 기업인 출신 등이 새 금통위원 후보다. 4명 모두 매파적인 통화정책과는 거리가 먼 성향을 갖고 있다. 지역적으로는 4명 가운데 3명이 영남이다. 전문성과 중립성보다는 ‘정치적 인선’의 냄새가 풍긴다. 새 후보 4명을 제외한 나머지 금통위원 3명은 한은 총재와 부총재 등 당연직 2명과 금융위원회 간부를 지낸 관료 출신이다. 금통위가 사실상 비둘기파 일색이 돼 균형감을 잃게 되는 셈이다.

금통위원은 기획재정부·한은·금융위·은행연합회·대한상의 등이 각각 후보를 추천하는 형식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의중에 의해 낙점되는 것이 현실이다. 현행 제도하에서도 대통령이 통화정책의 독립성과 금통위의 존재 이유 등을 올바로 인식하고 있다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지금처럼 금통위가 정부를 견제하기는커녕 ‘거수기’로 전락하고 독립적인 통화정책은 기대할 수 없게 된다. 그 결과로 나타나는 물가상승의 고통은 고스란히 국민들 몫이다. 이명박 정부는 통화정책의 독립성 훼손을 통해 역설적으로 금통위원 임명 제도의 개선 필요성을 보여줬다. 미국·영국처럼 국회 동의를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거나 청문회를 거치는 등 전문성과 중립성 검증 장치가 절실하다.

2011년 12월 22일 목요일

‘군 면제 정부’ 4년… 대북 정보라인 붕괴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1-12-21일자 기사 '‘군 면제 정부’ 4년… 대북 정보라인 붕괴'를 퍼왔습니다.
김정일 사망 직후 일본방문, 꼬깔쓰고 생일파티까지… 엉뚱한 노무현 책임론도

자칭 ‘보수정권’의 실력이 드러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 최고 권력자 사망 소식을 이틀 뒤에 알았다. 청와대는 대통령 생일파티를 준비하다 이러한 중대 뉴스를 접했다고 한다. 대북정보 책임자인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은 북한 조선중앙TV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소식을 공식 발표한 뒤 ‘사망사실’을 인지했다고 한다. 청와대와 이명박 정부 안보라인은 ‘먹통’이었다는 얘기다. / 편집자 주
“북한이 ‘특별방송’을 예고한 19일 오전, 청와대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71번째 생일과 41번째 결혼기념일을 기념하는 축하모임이 열렸다. 직원 200여명이 모여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일부는 고깔모자를 쓰고 이 대통령 부부를 축하했다고 한다.”

한겨레는 12월 20일자 4면 는 기사를 통해 19일 정오를 앞둔 청와대 풍경을 전했다. 입만 열면 ‘안보’를 외치는 보수정부의 최고 권력기관인 청와대가 북한 최고 권력자 사망 소식도 모른 채 생일파티를 즐겼다는 얘기다. 

이명박 대통령 생일파티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특별방송’은 오묘한 조합이다. 웃고 넘기기에는 황당함을 넘어 위험천만한 장면이다. 김정일 위원장이 갑자기 숨을 거둔 직후 북한에 급변사태가 일어났다면, 청와대는 그것도 모른 채 천하태평 세월을 보냈다면 것은 상상만 해도 위험천만한 일이다. 청와대가 북한이 이미 예고한 ‘특별방송’의 엄중함만 고려했어도 이런 황당한 상황은 없었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19일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소식을 전한 가운데 20일 서울역 대기실에서 시민들이 김정일 사망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12월 20일자 2면 는 기사에서 “‘중대 방송’은 이따금 나오는 반면 ‘특별 방송’ 형식은 1994년 김일성 사망 이후 처음이란 점에서 가볍게 볼 수 없는 예후였다. 하지만 청와대의 움직임에선 급박함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 대통령은 71세 생일을 맞아 아침에 참모들과 케이크를 잘랐다. 수석비서관회의 때도 북한 동향을 논의했다는 설명이 나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중대 뉴스를 전혀 감지하지 못한 것은 군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일보는 12월 20일자 8면 이라는 기사에서 “북한 내부 상황에 가장 정통해야 할 안보·외교라인 장관들도 지난 사흘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사실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하나같이 북한의 급변사태와 상관없이 일정을 소화하다 19일 뒤늦게 소식을 전해 듣고 허둥지둥 뛰어 돌아오는 허술함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주목할 대목은 김정일 위원장 사망은 공식 발표 이틀 전인 12월 17일 오전 8시 30분에 발생했다는 점이다. 이 대통령은 그것도 모른 채 12월 19일 오후 낮 12시 30분, 일본 방문을 위해 한국을 떠났고 1박 2일 일정을 마무리한 뒤 돌아왔다. 

조선일보는 12월 20일자 12면 는 기사에서 “이 대통령은 전날(12월 18일) 일본에서 귀국한 뒤 청와대 참모진과 저녁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요즘 북한 상황이 복잡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여러 징후가 있다’며 ‘북한을 잘 주시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19일 오후 청와대에서 비상국무회의를 주재, 김정일 北국방위원장의 사망에 따른 국가안보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뭔가 대비를 하고 있었다는 뉘앙스를 풍기지만 조선일보 기사에도 그러한 주장의 한계가 담겨 있다. 조선은 12월 18일 일본 노다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사실을 전하면서 “(한반도 문제는 원론적인 수준에서만 거론됐을 뿐 위안부 문제로 대립했다) ‘김정일 사망’ 또는 북한 내 이상 징후를 조금이라도 감지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청와대는 19일 오전에도 평온한 아침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언론이 이명박 대통령을 변론해준다고 문제의 본질이 가려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번 사태는 김정일 위원장 사망 사건 만큼이나 엄중한 사안이다. 안보라인에 거대한 구멍이 뚫렸다는 점이 만천하에 공개된 것이다.

대북정보를 총괄하는 국가정보원은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는 책임론이 불거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은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 부시장을 지냈던 인물로 ‘전문성 부재’논란 속에 국정원장에 기용된 인물이다.


원세훈 국정원장이 지난 20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CBS노컷뉴스

이 대통령이 전문성을 무시한 채 서울시장 시절 핵심 참모를 국정원장에 앉혔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지만 원세훈 국정원장은 경질 요구가 있을 때마다 자리를 보전했다. 원세훈 국정원장과 이 대통령처럼 군 면제자 출신이다. 김황식 국무총리 역시 군 면제자 출신이다. 

원세훈 국정원장은 20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북한이 조선중앙TV를 통해 김정일 위원장 사망 소식을 발표하기 전까지 사망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답변했다. 상황이 이런 데도 비판의 초점을 엉뚱한 곳으로 돌리는 언론도 있다. 

문화일보는 12월 20일자 라는 사설에서 “대한민국 정보기관이 이처럼 취약한 건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 동안 대북 전문요원들을 괄시·홀대하고 심지어 숙청까지 한 결과였고, 현 정권에 들어와서도 보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전임 정권에 책임을 돌렸다. 

그러나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은 20일 CBS 라디오 와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사과해야 되는 것이 정보기관에 비정보통들을 임명 했다. 서울시청 출신을 국정원장 시켰다. 북한통이나 정보통을 완전히 배제하고 전부 외부 인사들을 데려다 놨다. 탈북자들이 가져오는 걸 돈으로 사는 식으로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2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국정원이 북한방송을 듣고서야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을 알았다면 그런 국정원을 위해서 왜 그렇게 막대한 예산을 들여야 하는지 참으로 국민들이 갑갑할 것”이라며 “이명박 한나라당 정권 4년 동안 남북 간 신뢰가 무너지고, 한반도 평화가 심각하게 위협받아 왔다. 이 과정에서 대북 정보라인도 완전히 붕괴된 것으로 이번에 확인됐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