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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16일 목요일

無 신용섭…흔들리는 공영방송 EBS


이글은 PD저널 2013-05-15일자 기사 '無 신용섭…흔들리는 공영방송 EBS'를 퍼왔습니다.
[신용섭 EBS사장 취임 6개월]

“교육에 대한 이해도 없고, 방송에 대한 전문성도 없으며, 덕(德)도 없다.”
요즘 EBS 내부 구성원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이른바 ‘사장 3무(無)설’이다. 웃고 넘어가기에는 조금은 씁쓸한 ‘사장 3무설’에는 취임 6개월을 맞는 신용섭 사장에 대한 EBS 구성원들의 시각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다큐프라임) 제작 중단은 물론이고 이를 규탄하는 노조를 향해 프로그램 폐지까지 거론한 신 사장의 태도는 지난해 12월 내부 구성원들에게 제작 자율성을 약속한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 신용섭 EBS 사장 ⓒEBS

■제작 자율성·소통 약속은 어디로= 신 사장은 지난해 12월 취임식에서 “EBS의 독립성 강화에 대한 기대와 바람을 잘 알고 있다”며 “구성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구성원들과 함께 지혜를 모아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의 행보는 이를 무색케 한다.
신 사장은 지난 4월 초 해방 정국 반민족행위 특별조사위원회를 다룬 (다큐프라임) ‘나는 독립유공자의 후손입니다’ 편이 제작 중단된 이후 사태 해결은커녕 “시위를 접지 않으면 (다큐프라임) 폐지 확률 90% 이상”이라는 발언으로 EBS 안팎을 뒤흔들었다.
폐지 발언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신 사장은 간부회의에서 내부 구성원들의 외부 강연·근태 등을 문제 삼으며 감사실에 감사를 요청했다. 신 사장은 지난 10일 노조위원장과의 면담 자리에서도 “다큐멘터리 제작 부서에 대한 복무 감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부에서는 사실상 ‘표적 감사’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또 “구성원들과 함께 하겠다”는 신 사장이 단체협약 파기를 의미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신 사장이 몇몇 간부들에게 “단체협약을 혁파하겠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지부장은 “신 사장의 발언은 단협을 파기하겠다는 뜻이자 노조를 무력화하겠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감사’ 통보에 이어 단협 파기까지 거론되자 EBS 안에서는 신 사장의 ‘김재철 따라잡기’ 아니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MBC 사측이 김재철 사장 당시 외부매체에 회사를 비판하는 인터뷰나 글을 쓴 직원들을 제재하고 단협을 파기한 상황이 현재 EBS의 모습과 흡사하다는 것이다.
EBS 한 PD는 “사장이 방송제작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자꾸 문제를 확산시켜 분란을 조장하고 있다”며 “조직원들과 소통하지 않고 본인 의사만 관철하려다 보니 김재철 전 MBC사장과 비교하는 얘기가 내부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사장 임명 당시 예견된 결과= 지금의 상황은 이미 신 사장 임명 당시부터 예견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임명 당시부터 관료 출신에 방송통신위원회 ‘낙하산 사장’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온 신 사장에 대해 EBS에 적합한 인물이 아니라는 평가가 많았다. 방송통신위원을 역임했지만 신 사장은 통신 전문가로 방송은 물론 교육에 대한 철학과 전문성 부족이 가장 큰 문제로 꼽혔다.
당장 사장 업무 수행 과정에서도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EBS지부가 지난 13일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신 사장은 교육과정평가원장을 만나는 자리에서 ‘수능은 대학에서 출제하는 것이 아니었나’, ‘평가원이 교과부의 산하기관이 아닌가’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EBS지부는 “사장이 교육에 대한 최소한의 상식마저 갖추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내부에서는 관료 출신인 신 사장의 일방적 소통 스타일도 문제가 되고 있다. 방송사 조직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마찰이 많다 보니 간부들까지도 힘들어한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올 정도다.
또 노조에 대한 적대적 발언도 내부의 갈등을 증폭시킨 측면이 있다. 신 사장은 노조위원장을 ‘너’, ‘당신’으로 표현하거나 노조를 향해 “(다큐프라임) 폐지 확률 90%” 등의 협박성 발언을 내뱉기도 했다.
EBS 한 PD는 “사장이 정통부 출신 관료라 방송 전문성도 부족하고 커뮤니케이션 능력까지 부족한 것 같다”며 “사장이 못하는 것이 80%이고 잘한 것이 20%라면, 그 20%는 내부 구성원들의 결속력을 높여준 것뿐”이라고 비꼬았다.
■공영방송 EBS 정체성 최대 위기= ‘사장 3무설’이 나올 정도로 내부에서는 사장에 대한 우려를 넘어 EBS의 정체성마저 흔들리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신 사장의 조치가 공영방송 EBS의 정체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판단한 EBS지부는 지난 10일 상임 집행위원회를 열고 신 사장에 대한 자체 평가를 진행하는 등 투쟁의 수위를 높이기로 의결했다.
한송희 지부장은 “‘김재철 학습효과’처럼 박근혜 정부 들어와 공공기관장에 대한 재신임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자리가 불안한 사장이 이번 사태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려고 한다”며 “이미 사장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고, 신 사장하고 같이 가면 EBS가 망하겠다는 생각이 든 만큼 이제부터는 사장 평가와 거취 문제까지 가지고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BS 한 PD는 “EBS의 미래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가 주위에서 들려오는데, 사장은 소통에 대한 의지가 전혀 없고 지금까지 패턴으로 봐서는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며 “모두가 사장이 생각하는 방송과 우리가 생각했던 방송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최영주 기자 yj719@pdjournal.com

2012년 8월 1일 수요일

독일 하이데만 “한국 선수단 항의 이해된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8-01일자 기사 '독일 하이데만 “한국 선수단 항의 이해된다”'를 퍼왔습니다.

억울한 오심으로 결승 진출이 좌절된 신아람은 경기장을 떠나지 못했다. 올림픽 규칙대로라면 무조건 판정에 승복해야 하지만, 그 대신 그녀는 8000명의 관중 앞에서 흐느껴 울며 한국의 공식 항의에 대한 심판들의 재심 결과를 기다렸다.한 시간이 넘도록 헬멧을 옆에 벗어 놓은 채 흐르는 눈물을 손등으로 닦으며 펜싱 스트립에 앉아서 기다렸지만 오심은 번복되지 않았고 독일의 브리타 하이데만이 6대5로 승리한 결과가 확정됐다.신아람은 사람들 손에 이끌려 무대를 떠났고 관중들은 기립 박수로 안타까운 동정심을 표했다.신아람은 다시 중국 선수와 3, 4위 전을 펼쳤지만 초반에 리드를 하다 컨디션을 유지하지 못해 결국 15대 11로 패배, 메달 없이 경기장을 떠나야 했다. "4년 동안 열심히 했고, 이번에는 금메달을 딸 자신이 있었다. 너무 억울하다"며 그녀는 흐느꼈다.5대5에서 시합을 주도, 유리한 입장에서 연장전에 돌입했던 그녀는 시계가 1초에서 정지하지만 않았어도 우세를 유지하며 이겼을 것이 확실시되지만, 시간이 오버한 뒤 1초 간의 하이데만의 분투가 득점으로 인정되고 말았다.오심은 승자인 하이데만도 흔들었다. 한 시간이나 기다렸다가 우크라이나의 아냐 세미야키나 선수와 금메달 결정전에 돌입한 그녀는 집중이 제대로 안돼 은메달을 따는데 그쳤다. 하이데만조차도 한국 선수의 항의가 이해된다고 말했다."이런 일은 우리 선수들 모두에게, 그리고 펜싱계 전체에 아주 좋지 않은 사건입니다. 더구나 올림픽 경기에서 이런 일이 생긴 건 유감이예요. 최종 결정을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끌어서는 안 되는 거지요."금메달을 차지한 세미야키나 선수도 결승전에서 하이데만이 신아람 선수의 오심 항의에 신경을 몹시 쓰는 것 같았다며 "분명 큰 타격을 받은 것 같았어요. 하이데만은 조금 전의 경기를 생각하느라고 현재의 경기에 정신을 집중할 수가 없는 것 같았어요"라고 말했다.준결승전을 먼저 마치고 결승전을 대기하던 셰미야키나 선수는 자신도 무작정 기다리며 한 시간을 보냈지만 되도록이면 '쉰다'는 생각으로 결승전에만 정신을 집중하려고 애썼다고 말했다."결승전의 마지막 동작이 끝난 다음에야 금메달이라든가 경기의 다른 문제들을 생각했어요. 펜싱 종목은 오직 선수의 정신력이 관건이고, 정신 상태가 가장 크게 작용하는 스포츠입니다.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울 만큼 예민한 종목이죠."

2012년 7월 29일 일요일

생태·관계 지향형 삶 꿈꾸다


이글은 한겨레21 2012-07-30일자 제921호 기사 '생태·관계 지향형 삶 꿈꾸다'를 퍼왔습니다.
[특집] 인간적인 삶 찾으려는 적극적인 노력의 일환인 ‘생태적 문화귀촌’… 지역 공동체에 대한 이해와 소통이 안착 관건

농촌으로 떠나는 20~30대 젊은이들은 그저 도시 속 경쟁에서 밀려난 이른바 ‘루저’(Looser)일 뿐일까? 지리산·제주도에서 만난 젊은 귀촌인들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삶의 체질을 바꾸고 자신을 치유하려 또 다른 도전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들의 전체적인 살림·소비 규모는 그들이 도시에서 살 때보다 현격하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도시에서와 달리 벌레와 함께 숨을 쉬며, 사람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늘었다. 도시 생활에 맞춰진 삶이 농촌 특유의 가치를 담고 있는 생태·관계 지향형 삶으로 바뀌었다. 이런 젊은이들에게 귀농·귀촌은 사람 간의 단절과 소외를 불러온 도시 문명과는 다른 인간적인 삶을 찾으려는 적극적인 노력이다.삶의 체질 바꾸고 자신을 치유하려고


인구 400여 명의 작은 마을 제주시 구좌읍 상도리에 위치한 ‘상도리마을 게스트하우스’ 운영자 김종열(32)씨는 귀촌을 통해 ‘공동체의 삶’을 배우고 있다. 서울 성북구 토박이였던 그는 2010년 제주에 홀로 내려와 일당벌이 무 농사, 어린이집 셔틀버스 운전 등 갖은 고생을 하며 낯선 환경에 적응해왔다. 지난 4월 문을 연 게스트하우스는 원래 노인정이었다. 제주시 지원을 받아 게스트하우스로 변모한 것이다. 마을 어르신들은 젊은 김씨에게 게스트하우스 운영권을 내주었다. 대신 그가 번 수익의 일부는 다시 마을로 돌아간다. 서울 노량진 고시촌에서 5년 동안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던 김씨는 연이어 낙방의 고배를 마셨다. 도피처가 필요해 처음 발을 디딘 제주에서 그는 남과 자신을 비교하지 않고 사는 법을 배웠다.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지자 서울에선 엄두도 내지 못할 운전일을 할 수 있었다. “게스트하우스 이름에 ‘상도리’를 넣은 건 사람들에게 마을을 소개하고 싶어서예요. 도움을 받았으니 이 지역에 도움되는 일을 하고 싶어요. 제가 남을 배려하는 착한 사람은 아니었는데, 할머니·할아버지가 많은 시골에서 그분들이 할 수 없는 걸 하며 제 삶을 꾸려나가다 보니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거 같아요.”


박지희(26)씨는 생태·관계 지향형 삶을 위해 전남 구례군과 서울을 오가는 이른바 ‘반(半)귀촌’ 생활을 하는 경우다. 연극 극단에서 활동하는 그는 서울에서 공연이나 일이 있을 때를 빼고는 구례에서 머물며 생활한다. 지난해 10월 먼저 구례로 내려온 연극계 선배의 권유로 도시를 떠난 그는 귀촌을 하기까지 고민도 많았다. “아무래도 젊은 나이에 서울을 떠나면 하고픈 일을 못하게 될 거라는 불안감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더라고요. 여기(구례)에서 할 수 있는 일도 많고… 제가 미련을 부렸던 것 같더라고요.” 그는 구례에 정착한 다른 연극인과 현지 주민이 함께 참여하는 군민극단 ‘마을’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구례읍에 있는 섬진아트홀에서 올린 창단 기념 공연의 조연출을 맡았다. 충남 예산군이 고향인 그는 성인이 되어서는 서울에서 생활했다. “서울에서의 휴식은 여유가 없어서인지 늘 불안정했어요. 그런데 여기에서는 여유를 찾고, 열린 사람들과 새로운 경험이 있어서 사는 즐거움이 더 크죠.”

» 9년 전 전남 구례군으로 귀촌해 야생차 채집을 하고 있는 송영애(38)씨. 더 인간적이고 문화적인 삶을 찾기 위한 방편으로 귀농·귀촌을 선택하는 젊은 층이 늘고 있다. 한겨레21 정용일

경제 논리 아닌 섬세한 논의 있어야

사실 20~30대는 한창 경제활동에 참여할 나이다. 그런 이들이 도시를 떠나 대안적인 삶을 갈구하는 바탕에는 여가와 즐거움도 일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가치관이 깔려 있다. 부모 세대처럼 산다고 하더라도 ‘행복’할 수 없다는 각박한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 또한 엿보인다. 지난 4월 제주에 정착한 허목(33)씨는 한 달 내내 올레길을 걸으며 신기한 경험을 했다. “정말 가지각색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는데, 하고 있는 고민은 몇 가지로 수렴되더라고요. 대학생이면 대개 ‘좋아하는 걸 해야 하나, 돈 되는 걸 해야 하나’ 고민하고, 4~5년차 직장인들은 ‘회사 옮길까 말까’를 물어보죠.”
이광준 문화연대 시민자치문화센터 공동소장은 귀농·귀촌을 통해 더 인간적이고 문화적인 삶을 추구하는 흐름을 ‘문화귀촌’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그는 “올해 들어 자연을 그저 즐기며 고립되기보다는 ‘적정기술’(공동체의 문화·사회적 맥락을 고려한 대안기술) 등을 익히고 준비해 지속 가능한 삶을 모색한다는 의미가 담긴 ‘생태적 문화귀촌’이라는 말도 쓰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30살에 귀촌해 9년째 구례군에서 야생차 채집을 하는 송영애(38)씨도 “지역에서 만나는 젊은 세대의 독신 귀촌자들을 보면, 다양한 취미나 기술을 익힌 뒤 내려오는 경우가 많다”며 “나처럼 3~4년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일찌감치 준비된 도전을 하는 귀촌 분위기는 바람직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홀로 거주지를 옮기는 젊은 세대는 외로움 등으로 지속 가능한 삶이 되기 쉽지 않다는 문제도 있다. 이광준 소장은 “정부에서는 귀농·귀촌에 대해 경제적 성공을 강조하고,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창의적인 인력 유입 현상으로 바라보는데, 이는 기존 경제적 논리를 그대로 답습한 것”이라며 “외지인들과 자연스럽게 접촉하고 무엇인가를 만들어나가려면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과 생태, 사회 등 좀더 넓고 섬세하게 귀농·귀촌을 논의하는 흐름이나 모임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마을 공동체와 유리되면 장기여행자”

문화귀촌을 제대로 실행하려면 지역사회 고유의 문화나 환경에 대한 이해를 쌓고 주민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도시에서 온 젊은 귀촌자 중에는 고령화된 지역 주민들을 배제한 채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만들어 활동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삶은 도시에서의 삶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지적이 많다. 7년 전 구례로 내려와 마을 공동체 활동과 ‘지리산닷컴’ 운영을 함께 하고 있는 권산(49)씨는 “귀촌인들이 각종 활동을 벌이며 마치 ‘외국에 이민 가서 교포들이 밀집한 지역에 사는 것’처럼 마을 사람들과 이원화해 활동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귀촌인들이 마을 공동체에 녹아들지 못한다면 ‘외지 것’이라는 손가락질을 받는 장기여행자에 그치게 된다”고 말했다.

구례(전남)=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제주=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2012년 7월 16일 월요일

방통위의 무시무시한 음모를 폭로합니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7-16일자 기사 '방통위의 무시무시한 음모를 폭로합니다'를 퍼왔습니다.
[뉴스분석] 트래픽 관리 명목으로 콘텐츠 감청 허용, 통신사 이해 일방 대변하는 방통위

카카오톡 차단 논란은 시작일 뿐이다. 이제 통신사들은 트래픽이 폭증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서비스를 차단하거나 차별할 수 있게 됐다. 방송통신위원회가 13일 발표한 트래픽 관리 기준 초안에 따르면 통신사들이 카카오톡 뿐만 아니라 방송사의 드라마 다시보기 서비스나 포털 사이트의 동영상 서비스를 차단할 수 있도록 허용될 것으로 보인다. 차단 당하지 않으려면 네트워크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돈을 더 내야 한다)는 게 이 관리 기준의 핵심이다. 

망중립성 논쟁과 관련, 방통위와 통신사들이 지금까지 숱한 거짓말을 쏟아냈지만 이를 지적하고 비판하는 언론은 손에 꼽을 정도다. 그래서 지금도 같은 거짓말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mVoIP(무선 인터넷전화)가 엄청난 트래픽 부담을 유발한다거나 네트워크 용량이 한계에 이르렀다거나 외국에서도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서비스를 차단한다거나 하는 등의 주장은 터무니 없는 과장이거나 팩트 왜곡이다. 

과거의 망 중립성은 통신사 전후방 산업의 독점화를 방지하는 게 핵심이었다. 그러나 최근 논의는 트래픽 급증에 따른 네트워크 트래픽 관리가 더욱 중요한 쟁점이다. 통신사들은 유선 통신 가입자 20%가 95%의 트래픽 유발하고 무선 통신 가입자의 10%가 96%의 트래픽 유발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수의 헤비 유저들 때문에 다수의 선량한 소비자들이 피해를 본다는 게 통신사들 주장이다. 

망중립성 개념도, HMC투자증권 정리.

통신사들 주장은 언뜻 그럴 듯해 보인다. 그러나 네트워크 트래픽 부담은 유선과 무선을 나눠서 논의해야 하고 네트워크 투자비용을 분담해야 할 필요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지금처럼 일방적으로 트래픽 폭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통신사가 자의적으로 차단하는 방식이 돼서는 안 된다. KT는 지난 2월 삼성전자의 스마트TV 서비스를 일방적으로 차단해 논란이 됐지만 방통위는 아무런 제재 조치도 하지 않았다. 

물론 외국에서도 헤비 유저들의 네트워크 속도를 제한하거나 추가 과금을 하는 경우가 있지만 특정 서비스를 차단하는 방식은 아니다. 미국 컴캐스트는 2008년부터 총량제를 도입, 최대 한도를 250GB로 제한하고 있다. AT&T는 유선은 지난해 5월부터 무선은 올해 3월부터 총량제를 도입했다. 유선은 150GB가 상한인데 초과할 경우 50GB에 10달러씩 추가 과금된다. 무선은 3GB까지는 3G 속도로, 이를 초과하면 2G 수준으로 낮아진다. 

일본에서도 NTT와 소프트뱅크는 유선 서비스에서 1인당 업로드를 하루 30GB로 제한하고 있다. 영국 브리티시텔레콤은 피크 타임에 헤비유저의 네트워크 속도를 제한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무선 인터넷 전화를 차단하는 곳도 일부 있고 전반적으로 고품질 프리미엄 서비스(QoS)의 경우 추가 과금을 인정하는 추세인데 50개 사업자가 경쟁하는 영국 등의 경우와 3개 사업자가 독과점을 형성하고 담합하는 우리나라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트래픽 관리라는 이름을 내걸고 있지만 최근 논의는 결국 경쟁 서비스 차단이 핵심이다. 카카오톡은 통신사들 음성통화 서비스의 경쟁 상대고 스마트TV는 IPTV의 경쟁상대다. 통신사들은 무임승차라는 표현을 쓰지만 이 말은 곧 너희가 하는 서비스를 우리가 하고 싶으니 너희도 하고 싶으면 돈을 내라는 의미다.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방송사도 포털도 P2P 사이트들도 동영상 서비스를 하고 싶으면 통신사에 돈을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소수의 헤비유저가 트래픽을 독점한다는 통신사들 주장. 왼쪽이 유선, 오른쪽이 무선. KT 자료, 유진투자증권 정리.

더 큰 문제는 통신사들이 특정 서비스를 차단하거나 제한하는 과정에서 통신을 감청할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통신사들은 트래픽 관리라는 명분으로 수천억원을 들여 DPI(심층패킷검사, Deep Packet Inspection) 장비를 구입했다. 통신사들은 이 장비로 이용자들이 무슨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지 모니터링하고 관리할 수 있다. 패킷의 헤더만 들여다본다는 게 통신사들 주장이지만 패킷의 내용이나 패턴까지 들여다 보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통신사들이 내가 보낸 메일을 들여다 볼 가능성은 없을까. 내가 어떤 사이트에 접속하고 누구와 메신저를 하고 어떤 게시판에 어떤 글을 남겼는지 누군가가 모니터링할 가능성은 없을까. 통신사들은 이미 그런 기술을 갖고 있고 이용하고 있다. 그리고 방통위는 이를 허용하고 있다. 이들은 다만 트래픽 관리를 위해서라고 말한다. 네트워크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서비스를 관리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통신사들이 동영상 서비스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음성통화 기반의 전통적인 수익모델이 붕괴하면서 통신사들은 콘텐츠 사업자로서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미국에서는 유료 유선방송 가입자들이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로 옮겨가는 코드 컷팅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우리나라는 유선방송 월 이용료가 크게 부담스러운 수준이 아니기도 하고 스트리밍 서비스를 보완하는 웹하드 서비스가 자리를 잡고 있기도 하다. 

유진투자증권.

최근 통신사들 특히 KT의 움직임을 보면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이 성장하기 전에 싹을 자르려는 것처럼 보인다. 최근 카카오톡 차단 논란 과정에서 엄살을 부렸던 것도 음성통화 서비스를 포기하더라도 장기적으로 동영상 서비스에서 추가 과금을 해야겠다는 사전 포석일 가능성이 크다. 아무리 통신사들이 영리기업이라고는 하지만 공적 인프라인 네트워크를 자사 이해에 따라 자의적으로 차단하는 건 망중립성 원칙에 위배된다. 

통신사업자연합회(KTOA)라는 곳에서 대용량 콘텐츠 서비스를 대상으로 1GB에 75~100원의 이용 요금을 부과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바 있다. 한 증권사에서 이를 기초로 매출 예측을 했다. 동영상 트래픽은 다음이 월 2억7271만분(111.8PB). 네이버가 2억3806만분(97.6PB). 유튜브가 1억3715만분(56.2PB) 정도인데 1GB에 100원씩 과금을 하면. 다음은 연 1342억원, 네이버는 1172억원. 유튜브는 675억원을 통신사들에 내야 한다.

미국에서도 동영상 서비스가 전체 네트워크 트래픽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업스트림의 경우 P2P 서비스인 비트토렌트가 47.6%, 넷플릭스가 7.7%를 차지한다. 다운스트림은 넷플릭스가 32.7%, 유튜브가 11.32%, 비트토렌트가 7.62%를 차지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스마트TV 서비스가 확산되면 네트워크 트래픽 부담이 급증할 가능성이 크다. 미디어 그룹으로 변신을 선언한 KT가 동영상 콘텐츠 사업에 직접 뛰어들 경우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망중립성의 기본 원칙은 “모든 콘텐츠를 동등하게 취급하고 어떠한 차별도 하지 않아야 한다”는 데 있다. 대용량 콘텐츠 서비스가 늘어나면서 네트워크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통신사가 자의적으로 서비스를 선별 차단하는 방식이 돼서는 안 된다. 가뜩이나 통신사들이 이용자들의 통신을 감청하는 것은 정말 심각한 문제다. 상황이 이런데도 방통위는 일방적으로 통신사들 이해를 대변하고 있다. 

네트워크 비용 분담을 요구하기에 앞서 네트워크 용량이 한계에 이르렀는지를 분석하는 것이 우선이다. 통신사가 자의적으로 서비스를 차단 또는 차별하는 방식이 아니라 필요하다면 프리미엄 서비스에 추가 과금하는 방식으로 가는 게 맞다. 이 경우에도 프리미엄 서비스를 한다는 이유로 기존 서비스의 품질을 떨어뜨리는 방식이 돼서는 안 된다. 그걸 감시하고 규제하는 게 방통위가 해야 할 일이다. 

네트워크 자원이 제한돼 있는 무선 인터넷의 경우도 주파수 자원이 효율적으로 운용되고 있는지를 분석하는 것이 우선이다. 통신사들은 주파수 대역이 부족하다며 지상파 방송 주파수까지 욕심을 내고 있지만 2G에서 3G, 4G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주파수 자원이 낭비되고 있다는 비판도 많다. 필요하다면 공유 주파수 대역을 만들고 경쟁 체제를 도입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강장묵 동국대 교수는 “통신사들이 통신감청을 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콘텐츠의 내용을 들여다 보지 않는다는 말만 믿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이런 상황이라면 메일을 보낼 때 (표준이 공개되지 않은)아래아 한글로 작성하고 알집으로 압축을 한 뒤 암호를 걸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강 교수는 “기업의 경제 논리에 국가 및 시민의 망이 관리된다면, 장래에는 특정 정당과 정치인의 신념에 따라 망이 통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병선 다음커뮤니케이션 이사는 "통신사들이 트래픽 관리 현황 등을 공개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런 원칙이 세워지면, 약관 변경만으로 제한과 차별을 정당화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이사는 “방통위가 통신사 후견인 역할을 하겠다고 나섰다”면서 “방통위의 트래픽 관리 기준은 망중립성 원칙 폐기 선언이나 마찬가지”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트래픽 관리를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네트워크 트래픽이 급증하고 있으며 비용 분담이 필요하다는데도 모두가 동의한다. 다만 방통위 기준안처럼 통신사들이 자의적으로 이용자들의 트래픽을 감청하고 트래픽 혼잡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경쟁 서비스의 시장진입을 차단하는 방식은 시장 원리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프라이버시 침해 소지도 크다. 사안이 이렇게 심각한데도 대부분 언론이 논란을 단순 중계하는데 그치고 있다. 

이정환 기자 | black@media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