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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7일 화요일

새누리당 경선, ‘멘붕’에서 ‘코미디’로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8-07일자 기사 '새누리당 경선, ‘멘붕’에서 ‘코미디’로'를 퍼왔습니다.
‘중대결심’ 무색한 ‘비박’ 3인의 귀환..황우여는 ‘매품팔이’

ⓒ이승빈 기자 6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새누리당 대선후보경선 합동연설회에 참가한 경선주자들. 김문수·박근혜·안상수·김태호·임태희 후보(왼쪽부터)

새누리당 대선후보경선이 갈수록 가관이다. 공천헌금 파동으로 시작된 경선 파행 사태는 '중대 결심'이 무색하게 사흘 만에 경선 복귀한 '비박' 3인과 황우여 대표의 '매품팔이' 결단 덕에 한 편의 '코미디'로 정리됐다. 

5일 밤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황우여 대표-김수한 경선관리위원장-5인 경선주자 연석회의에서는 △공천헌금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현재 당 대표가 책임질 것 △경선 후보들이 추천하는 1명씩을 포함한 10명 이내 위원으로 구성된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합의했다. 이에 따라 야심차게 '보이콧'을 선언했던 임태희·김태호·김문수 후보는 경선에 복귀했다.

엉뚱하게 꺼내든 '황우여 사퇴' 카드

2일 현기환 전 의원, 현영희 의원이 연루된 공천헌금 의혹 파문이 일자, 김문수 후보는 이날 합동연설회 자리에서 '박근혜 책임론'을 제기한 바 있다. 박근혜 후보는 총선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전권을 쥐고 있었고, 현 전 의원을 직접 공직후보자추천위원으로 영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현 전 의원은 '친박' 핵심 인물로서 박 후보의 책임론을 제기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으로 보였다. 

그러나 '비박' 주자들은 다음 날 공동성명에서 엉뚱하게도 공천 책임과는 거리가 멀었던 황우여 대표 사퇴를 카드로 꺼내들었다. 이들은 "박근혜 사당화가 사태의 원인"이라고 지적하면서도 "4일까지 황우여 대표가 사퇴하지 않으면 중대 결심하겠다"고 선언했다. 기자들 사이에서 이는 다소 생뚱맞은 주장으로 인식돼 질문이 끊이지 않았다. 

'비박' 주자들은 기자회견 당시 '박근혜 책임론'에 대한 질문은 에둘러 간 채, "당이 비상상황이고 황 대표가 현재 당 책임자인 만큼 상징적인 의미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납득할 만한 설명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었다. 

이들의 요구를 황 대표가 거부하자, 공동성명에 참여했던 '비박' 주자 4인 중 안상수 후보를 제외한 3인은 밤에 예정돼 있던 KBS 합동토론회에 전격 불참, '경선 보이콧'을 선언한다. 안 그래도 '박근혜 추대대회'라는 평가 속에서 일반의 관심이 멀어졌던 새누리당 경선은 파행으로 치달았다. 박근혜 후보는 "당을 망치는 일",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이들을 강력하게 질타했다. 

ⓒ뉴시스 임태희·김태호·안상수·김문수 새누리당 '비박' 대선경선후보들은 4일 공천헌금 파동 관련해 황우여 대표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경선 파행 이어 '멘붕' 토크, 박근혜는 '책임론' 차단 주력

5일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20대 정책토크는 파행을 넘어 '멘붕'(멘탈붕괴) 토크였다. '비박' 3인이 빠진 채 박근혜 후보와 안상수 후보만이 자리했고, 치열한 공방도 없이 썰렁한 분위기에서 '멘붕'을 주제로 시간을 소비했다.

박 후보는 공천헌금 파동 관련해 "믿었던 사람이 해서는 안 되는 일에 연루될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멘붕'이 된다"며 "사실 여부도 모르는데 이걸 빌미로 공격하면 또 '멘붕'"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자식도 없는데 자식이 있다는 황당한 얘기, 이건 '멘붕'이 될 수밖에 없다"고도 말했다. 

옆에 있던 안 후보 역시 최근 '멘붕' 사례로 공천헌금 파동을 거론하며 "후보들이 불참하는 걸로 결정해서 제가 사실 입장이 굉장히 난처하다"고 토로했다.

박 후보는 무엇보다 '책임론' 차단에 주력했다. 앞서 파문이 처음 불거졌을 때, 박 후보는 "검찰에서 한 점 의혹 없이 사실을 밝혀야 한다"며 '검찰 수사'만을 강조한 채, 책임론에 대해서는 답을 회피한 바 있다. 

정책토크에서는 "어쨌든 이런 의혹이 얘기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안타깝고, 국민들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공천위에 국민 눈높이에 맞는 잣대로 잘 해달라고 신신당부했다"며 "그 때 제보가 있었다면 엄격한 잣대로 진위 여부를 가려서 했을 텐데 아쉽다"고 덧붙였다. 

6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서울지역 합동연설회에서도 이 같은 태도는 계속됐다. 박 후보는 다시금 "송구하다"고 밝혔다. 또 "만약 사실이라면 용납될 수 없는 중대 범죄"라며 "누구도 성역이 있을 수 없다", "관련된 사람은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을 이끌고 사실상 공천을 주도한 책임자로서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 날 합동연설회 자리는 '중대 결심'을 감행했던 '비박' 3인의 복귀전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박근혜 때리기'는 힘을 잃은 듯한 모양새였다. 김문수 후보는 "입당한 지 19년이 됐다. 하지만 탈당한 적이 한번도 없다"며 "박근혜 후보는 자기 마음에 안 든다고 탈당했다 왔다. 그런데 저를 두고 당을 망친다고 하는 사람이 과연 누구냐"고 날을 세웠다. 연설회장에 모인 12,000명 중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박 후보 지지자들은 김 후보의 말에 야유와 고성을 쏟아냈다.

ⓒ이승빈 기자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서 20대 정책토크 '청년과 함께'가 열린 가운데 박근혜, 안상수 대선 예비후보가 함께 앉아있다.

"달나라까지, 앞으로 앞으로 박근혜가 바꾸네"

'비박' 3인의 복귀에 대해 민주통합당은 '코미디'에 비유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개그콘서트의 코너로 표현한다면 처음 중대발표를 한다고 하길래 '나의 용감함을 보여준다'는 '용감한 녀석들'의 출현인 줄 알았더니 세상 모든 여자들이 싫어하는 네 가지 조건을 하나씩 다 갖춘 '네가지' 코너였음을 확인했다"고 비꼬았다. 또 "박근혜를 겨냥해야 마땅한 책임론을 엉뚱한 곳으로 향하게 하는 그들의 집단 코미디는 보는 이들의 공황상태를 자극하는 '꺽기도' 4인방의 모습 그대로"라고 지적했다. 

이해찬 대표는 황 대표가 공천헌금 파동 책임을 지기로 한 것에 대해 "정치를 오래한 저도 좀 황당하다"고 표현했다. 김한길 최고위원은 "옛날에 왕실에는 왕세자가 잘못을 저지르면 대신 매를 맞아주는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고 비유를 들었다. 박용진 대변인은 "민심이라는 곤장대 앞에서 황우여라는 매품팔이 등떠밀기"라며 "황 '당대표'가 아니라 '황당' 대표가 됐다"고 지적했다. 

파행을 넘어 '멘붕'으로, 이제 '코미디'가 된 새누리당 경선. 이 날 합동연설회에서 박근혜 후보 측은 동요 '앞으로'를 개사해 유세 동영상 테마음악으로 사용했다.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박근혜/서울에서 제주까지 함께 걸어 나가면온 나라 사람들을 다 만날 수 있겠네/온 나라 사람들이 하하하하 웃으면 그 행복 울려 퍼지네. 달나라까지/앞으로, 앞으로, 박근혜가 바꾸네

이에 한편에서는 "새누리당은 달나라가 아니라,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로 가는 게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참고로 안드로메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공주'다. 

마침 이 날 나사(NASA) 탐사로봇 큐리오시티(Curiosity)가 화성 착륙에 성공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관련해 "탐사로봇이 화성에 무사히 착륙하는 시대에 이 무슨 케케묵은 공천장사이고, 보스를 위한 바지사장에 매품팔이 정당이 있을 수 있나"라며 "지구촌은 지금 우주시대로 향하는데 새누리당만 유신과 5공 사이 어디쯤에선가 헤매고 있는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이승빈 기자 6일 오전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새누리당 제18대 대통령후보자 선거 서울 합동연설회 '함께'에서 연설을 마친 박근혜 후보가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최명규 기자 press@vop.co.kr

2012년 7월 16일 월요일

방통위의 무시무시한 음모를 폭로합니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7-16일자 기사 '방통위의 무시무시한 음모를 폭로합니다'를 퍼왔습니다.
[뉴스분석] 트래픽 관리 명목으로 콘텐츠 감청 허용, 통신사 이해 일방 대변하는 방통위

카카오톡 차단 논란은 시작일 뿐이다. 이제 통신사들은 트래픽이 폭증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서비스를 차단하거나 차별할 수 있게 됐다. 방송통신위원회가 13일 발표한 트래픽 관리 기준 초안에 따르면 통신사들이 카카오톡 뿐만 아니라 방송사의 드라마 다시보기 서비스나 포털 사이트의 동영상 서비스를 차단할 수 있도록 허용될 것으로 보인다. 차단 당하지 않으려면 네트워크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돈을 더 내야 한다)는 게 이 관리 기준의 핵심이다. 

망중립성 논쟁과 관련, 방통위와 통신사들이 지금까지 숱한 거짓말을 쏟아냈지만 이를 지적하고 비판하는 언론은 손에 꼽을 정도다. 그래서 지금도 같은 거짓말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mVoIP(무선 인터넷전화)가 엄청난 트래픽 부담을 유발한다거나 네트워크 용량이 한계에 이르렀다거나 외국에서도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서비스를 차단한다거나 하는 등의 주장은 터무니 없는 과장이거나 팩트 왜곡이다. 

과거의 망 중립성은 통신사 전후방 산업의 독점화를 방지하는 게 핵심이었다. 그러나 최근 논의는 트래픽 급증에 따른 네트워크 트래픽 관리가 더욱 중요한 쟁점이다. 통신사들은 유선 통신 가입자 20%가 95%의 트래픽 유발하고 무선 통신 가입자의 10%가 96%의 트래픽 유발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수의 헤비 유저들 때문에 다수의 선량한 소비자들이 피해를 본다는 게 통신사들 주장이다. 

망중립성 개념도, HMC투자증권 정리.

통신사들 주장은 언뜻 그럴 듯해 보인다. 그러나 네트워크 트래픽 부담은 유선과 무선을 나눠서 논의해야 하고 네트워크 투자비용을 분담해야 할 필요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지금처럼 일방적으로 트래픽 폭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통신사가 자의적으로 차단하는 방식이 돼서는 안 된다. KT는 지난 2월 삼성전자의 스마트TV 서비스를 일방적으로 차단해 논란이 됐지만 방통위는 아무런 제재 조치도 하지 않았다. 

물론 외국에서도 헤비 유저들의 네트워크 속도를 제한하거나 추가 과금을 하는 경우가 있지만 특정 서비스를 차단하는 방식은 아니다. 미국 컴캐스트는 2008년부터 총량제를 도입, 최대 한도를 250GB로 제한하고 있다. AT&T는 유선은 지난해 5월부터 무선은 올해 3월부터 총량제를 도입했다. 유선은 150GB가 상한인데 초과할 경우 50GB에 10달러씩 추가 과금된다. 무선은 3GB까지는 3G 속도로, 이를 초과하면 2G 수준으로 낮아진다. 

일본에서도 NTT와 소프트뱅크는 유선 서비스에서 1인당 업로드를 하루 30GB로 제한하고 있다. 영국 브리티시텔레콤은 피크 타임에 헤비유저의 네트워크 속도를 제한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무선 인터넷 전화를 차단하는 곳도 일부 있고 전반적으로 고품질 프리미엄 서비스(QoS)의 경우 추가 과금을 인정하는 추세인데 50개 사업자가 경쟁하는 영국 등의 경우와 3개 사업자가 독과점을 형성하고 담합하는 우리나라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트래픽 관리라는 이름을 내걸고 있지만 최근 논의는 결국 경쟁 서비스 차단이 핵심이다. 카카오톡은 통신사들 음성통화 서비스의 경쟁 상대고 스마트TV는 IPTV의 경쟁상대다. 통신사들은 무임승차라는 표현을 쓰지만 이 말은 곧 너희가 하는 서비스를 우리가 하고 싶으니 너희도 하고 싶으면 돈을 내라는 의미다.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방송사도 포털도 P2P 사이트들도 동영상 서비스를 하고 싶으면 통신사에 돈을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소수의 헤비유저가 트래픽을 독점한다는 통신사들 주장. 왼쪽이 유선, 오른쪽이 무선. KT 자료, 유진투자증권 정리.

더 큰 문제는 통신사들이 특정 서비스를 차단하거나 제한하는 과정에서 통신을 감청할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통신사들은 트래픽 관리라는 명분으로 수천억원을 들여 DPI(심층패킷검사, Deep Packet Inspection) 장비를 구입했다. 통신사들은 이 장비로 이용자들이 무슨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지 모니터링하고 관리할 수 있다. 패킷의 헤더만 들여다본다는 게 통신사들 주장이지만 패킷의 내용이나 패턴까지 들여다 보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통신사들이 내가 보낸 메일을 들여다 볼 가능성은 없을까. 내가 어떤 사이트에 접속하고 누구와 메신저를 하고 어떤 게시판에 어떤 글을 남겼는지 누군가가 모니터링할 가능성은 없을까. 통신사들은 이미 그런 기술을 갖고 있고 이용하고 있다. 그리고 방통위는 이를 허용하고 있다. 이들은 다만 트래픽 관리를 위해서라고 말한다. 네트워크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서비스를 관리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통신사들이 동영상 서비스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음성통화 기반의 전통적인 수익모델이 붕괴하면서 통신사들은 콘텐츠 사업자로서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미국에서는 유료 유선방송 가입자들이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로 옮겨가는 코드 컷팅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우리나라는 유선방송 월 이용료가 크게 부담스러운 수준이 아니기도 하고 스트리밍 서비스를 보완하는 웹하드 서비스가 자리를 잡고 있기도 하다. 

유진투자증권.

최근 통신사들 특히 KT의 움직임을 보면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이 성장하기 전에 싹을 자르려는 것처럼 보인다. 최근 카카오톡 차단 논란 과정에서 엄살을 부렸던 것도 음성통화 서비스를 포기하더라도 장기적으로 동영상 서비스에서 추가 과금을 해야겠다는 사전 포석일 가능성이 크다. 아무리 통신사들이 영리기업이라고는 하지만 공적 인프라인 네트워크를 자사 이해에 따라 자의적으로 차단하는 건 망중립성 원칙에 위배된다. 

통신사업자연합회(KTOA)라는 곳에서 대용량 콘텐츠 서비스를 대상으로 1GB에 75~100원의 이용 요금을 부과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바 있다. 한 증권사에서 이를 기초로 매출 예측을 했다. 동영상 트래픽은 다음이 월 2억7271만분(111.8PB). 네이버가 2억3806만분(97.6PB). 유튜브가 1억3715만분(56.2PB) 정도인데 1GB에 100원씩 과금을 하면. 다음은 연 1342억원, 네이버는 1172억원. 유튜브는 675억원을 통신사들에 내야 한다.

미국에서도 동영상 서비스가 전체 네트워크 트래픽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업스트림의 경우 P2P 서비스인 비트토렌트가 47.6%, 넷플릭스가 7.7%를 차지한다. 다운스트림은 넷플릭스가 32.7%, 유튜브가 11.32%, 비트토렌트가 7.62%를 차지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스마트TV 서비스가 확산되면 네트워크 트래픽 부담이 급증할 가능성이 크다. 미디어 그룹으로 변신을 선언한 KT가 동영상 콘텐츠 사업에 직접 뛰어들 경우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망중립성의 기본 원칙은 “모든 콘텐츠를 동등하게 취급하고 어떠한 차별도 하지 않아야 한다”는 데 있다. 대용량 콘텐츠 서비스가 늘어나면서 네트워크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통신사가 자의적으로 서비스를 선별 차단하는 방식이 돼서는 안 된다. 가뜩이나 통신사들이 이용자들의 통신을 감청하는 것은 정말 심각한 문제다. 상황이 이런데도 방통위는 일방적으로 통신사들 이해를 대변하고 있다. 

네트워크 비용 분담을 요구하기에 앞서 네트워크 용량이 한계에 이르렀는지를 분석하는 것이 우선이다. 통신사가 자의적으로 서비스를 차단 또는 차별하는 방식이 아니라 필요하다면 프리미엄 서비스에 추가 과금하는 방식으로 가는 게 맞다. 이 경우에도 프리미엄 서비스를 한다는 이유로 기존 서비스의 품질을 떨어뜨리는 방식이 돼서는 안 된다. 그걸 감시하고 규제하는 게 방통위가 해야 할 일이다. 

네트워크 자원이 제한돼 있는 무선 인터넷의 경우도 주파수 자원이 효율적으로 운용되고 있는지를 분석하는 것이 우선이다. 통신사들은 주파수 대역이 부족하다며 지상파 방송 주파수까지 욕심을 내고 있지만 2G에서 3G, 4G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주파수 자원이 낭비되고 있다는 비판도 많다. 필요하다면 공유 주파수 대역을 만들고 경쟁 체제를 도입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강장묵 동국대 교수는 “통신사들이 통신감청을 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콘텐츠의 내용을 들여다 보지 않는다는 말만 믿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이런 상황이라면 메일을 보낼 때 (표준이 공개되지 않은)아래아 한글로 작성하고 알집으로 압축을 한 뒤 암호를 걸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강 교수는 “기업의 경제 논리에 국가 및 시민의 망이 관리된다면, 장래에는 특정 정당과 정치인의 신념에 따라 망이 통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병선 다음커뮤니케이션 이사는 "통신사들이 트래픽 관리 현황 등을 공개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런 원칙이 세워지면, 약관 변경만으로 제한과 차별을 정당화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이사는 “방통위가 통신사 후견인 역할을 하겠다고 나섰다”면서 “방통위의 트래픽 관리 기준은 망중립성 원칙 폐기 선언이나 마찬가지”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트래픽 관리를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네트워크 트래픽이 급증하고 있으며 비용 분담이 필요하다는데도 모두가 동의한다. 다만 방통위 기준안처럼 통신사들이 자의적으로 이용자들의 트래픽을 감청하고 트래픽 혼잡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경쟁 서비스의 시장진입을 차단하는 방식은 시장 원리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프라이버시 침해 소지도 크다. 사안이 이렇게 심각한데도 대부분 언론이 논란을 단순 중계하는데 그치고 있다. 

이정환 기자 | black@mediatoday.co.kr  

2012년 1월 30일 월요일

트위터도 검열을 시작했다고? 진실은…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1-29일자 기사 '트위터도 검열을 시작했다고? 진실은…'을 퍼왔습니다.
관행적 콘텐츠 차단 요청 공개하겠다는 것, @2MB18nomA 차단 요청 거부할 수 있을까

트위터가 검열을 시작했다는 뉴스에 누리꾼들이 분노하고 있다. 상당수 언론이 이 뉴스를 비중 있게 전했다. 트위터는 26일 블로그에 올린 공지에서 “특정 국가의 사용자가 게재한 콘텐츠가 해당 국가의 이념이나 사상에 반할 경우 노출을 제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면서 “특정 국가에서 ‘트윗’을 차단해야 하는 요구를 받으면 해당 이용자에게 이 사실을 알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세계일보는 “트위터의 이 같은 입장은 지난해 ‘아랍의 봄’이 확장되는 과정에서 “내용 때문에 트윗을 없애지 않는다”고 했던 입장과 상반된다“고 지적했다. 마침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소셜네트워크에 공개된 메시지에서 테러나 범죄 등 FBI의 임무와 관련된 단어가 포함된 정보를 자동으로 수집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미국에 대한 위협요소를 미리 알아낼 수 있는 조기 경보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밝힌 것과 맞물려 불안감이 확산됐다. 


트위터가 검열을 공식화하자 트위터에서는 트위터 사용 중지 운동이 확산됐다. 해쉬태그는 #twitterblackout이다.

미국에서는 트위터 블랙아웃(사용중지) 선언이 잇따랐고 국내에서도 배우 김여진씨가 “그래서 국가의 요청에 따라 사용자의 트윗을 제한한다는 방침에 많이 슬프다”면서 “지금부터 하루, 트위터 블랙아웃에 동참한다”는 트윗을 올리고 그의 많은 팔로워들이 이에 동참했다. ‘국경 없는 기자회’는 트위터의 공동창업자 잭 도시에게 항의 서한을 보내 “트위터가 억압받는 나라의 사이버 반체제 인사들에게 매우 중요한 도구를 박탈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트위터가 이날 저녁 올린 해명을 보면 누리꾼들의 반발이 상당 부분 오해에서 비롯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트위터는 지금까지도 문제가 되는 트윗을 삭제해왔다. 저작권법이나 나치 관련 특별법에 저촉되는 등의 아주 특별한 경우, 해당 국가의 요청이 있을 때 이를 삭제해 왔는데 이번 발표는 문제가 된 트윗을 무단 삭제하지 않고 전체 이용자들에게 공지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트위터는 26일 블로그에서 "지금까지는 특정 국가의 요청에 따라 비공개로 콘텐츠를 차단해 왔으나 앞으로는 공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트위터에 따르면 특정 국가의 정부에서 콘텐츠 차단 요청을 받을 경우 해당 국가의 사용자들에게 문제의 콘텐츠가 가려지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계속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사유와 시기를 모든 사용자한테 투명하게 공개하는 기능이 새로 추가된다. 핵심은 “트위터가 특정 트윗을 차단할 수 있다”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차단 요청을 받을 경우 이를 모든 사용자들에게 알리겠다”는 데 있다는 이야기다. 

트위터는 “나치 옹호 컨텐츠를 제한하는 프랑스와 독일처럼 어떤 나라들은 역사적 문화적 이유 때문에 특정한 형식의 콘텐츠를 제한하기도 한다”면서 “지금까지 우리가 이런 나라들의 제한 요청에 할 수 있었던 대응은 해당 콘텐츠를 세계적으로 완전히 제거하는 것뿐이었지만 오늘부터 우리는 다른 모든 나라에서는 여전히 해당 콘텐츠를 볼 수 있게 남겨 둔 채로 해당 국가의 사용자들한테만 보이지 않게 가릴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트위터는 “아직 이 기능이 실제로 사용된 적은 없지만 만약 우리가 특정 국가로부터 어떤 트윗을 제한해 달라는 요구를 받게 된다면 우리는 해당 사용자가 그 사실을 알 수 있게 할 것이고 해당 트윗이 언제 제한되었는지 분명하게 표시할 것”이라면서 “트위터의 핵심 기업가치 중 하나는 사용자들의 목소리를 보호하고 존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불가피하게 콘텐츠를 보호할 수 없게 될 때에는 그 이유를 투명하게 밝히겠다“는 이야기다. 

트위터의 이번 조치가 음성적으로 이뤄졌던 콘텐츠 차단을 투명하게 드러내 정부를 압박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 아니면 콘텐츠 차단을 제도화하는 부정적인 효과를 확산시킬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국가보안법이나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특정 트윗을 차단할 것을 요청할 경우 트위터가 이를 거부할 수 있을 것인지는 의문이다. 트위터가 좀 더 명확한 차단 기준을 공개해야 한다는 비판이 거센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트위터가 차단된 콘텐츠 목록을 공개하는 건 차단 요청을 한 정부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지난 경험에서 보면 정치적인 이유로 콘텐츠를 차단하는 정부는 이미 국제적 비난 여론을 의식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우리 정부가 @2MB18nomA 계정 차단을 요구할 때 트위터가 이를 거부할 수 있을까. 오히려 트위터의 이런 조치가 정치적인 콘텐츠의 차단을 활성화하는 결과를 불러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