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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월 24일 목요일

OECD "한국 가계부채, 그리스-스페인보다 심각"


이글은 뷰스엔뉴스(Views&News) 2012-05-24일자 기사 'OECD "한국 가계부채, 그리스-스페인보다 심각"'을 퍼왔습니다.
"한국만 계속 가계부채 늘어나", 부동산거품 파열시 재앙

한국의 가계부채가 재정위기에 처한 PIIGS(포르투갈·이탈리아·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보다 높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고가 나왔다. 

OECD는 24일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이 2011년 3분기 154.9%로 미국발 금융위기 전인 2007년 145.8%보다 9.1%포인트 높아졌다고 밝혔다. 

이는 재정위기에 처한 PIIGS 5개국 중에 부동산거품이 꺼지면서 이미 디폴트 상태에 빠진 아일랜드(228.7%)를 제외한 4개국보다 높은 수치다. 

유럽재정위기 국가중 가장 부동산거품이 많이 끼었던 스페인은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이 140.5%였고, 포르투갈은 154.1%, 그리스는 97.8%였으며 이탈리아는 80.1%였다.

특히 한국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등 대다수 국가들이 가계부채를 줄여온 것과는 대조적으로 가계부채 비율이 계속 높아져, 부동산거품 파열시 재앙이 우려되고 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2007년 각각 147.4%와 154.4%로 한국보다 높았지만 2011년 3분기에는 오히려 낮아졌다.

이틀전 OECD는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을 3.3%로 낮추면서 한국의 높은 가계부채를 4대 위험 요인중 하나로 꼽으며 금리인상을 조언했다.

박태견 기자

2012년 5월 18일 금요일

장기 침체의 늪에 빠진 민간소비


이글은 프레시안 2012-05-18일자 기사 '장기 침체의 늪에 빠진 민간소비'를 퍼왔습니다.
근래 저조한 경제성장과 더불어 민간소비의 장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가 오기 이전까지만 해도 소비증가율은 우리가 자랑하던 고도 경제성장률을 웃돌았다. 1988년부터 1997년까지 10년 동안 GDP성장률은 연평균 8%였는데, 같은 기간 동안 연평균 소비증가율은 이보다 높은 8.1%이었다. 그러다가 외환위기 이후 소비증가율이 서서히 낮아지기 시작하더니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부터 2011년까지 4년 동안 연평균 소비증가율이 2.0%로 주저앉으면서 GDP증가율(3.1%)보다 낮아졌다.

그러면, 민간소비가 왜 이렇게 위축되었을까?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언론매체들은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다양한 견해를 다투어 보도하고 있다. 우선,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소비심리가 위축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이건 좀 막연한 주장이다. 물론, 민간소비가 늘어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소득 그 자체가 크게 늘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경제성장률이 낮으면, 소득증가율도 낮을 수밖에 없다. 1998년 이후 2011년까지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4.2%였으나 국민소득증가율은 3.2%에 머물렀다. 물가를 감안한 가구당 월평균 실질 소득은 2003년 이후 매년 1~2%대의 저조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비록 저조하지만 그 동안 우리나라는 지속적 경제성장을 이루어 왔다. 무역흑자로 해마다 엄청난 외화가 끊임없이 국내로 유입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이 OECD국가들 중에서 가장 양호하다고 이명박 정부의 핵심인사들은 늘 자랑한다. 그러면, 지속적 경제성장과 무역흑자로 벌어들인 그 많은 돈이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 한 백화점 명품관. 부자들이 명품 구입에 쓰는 돈이 경기 진작에 미치는 효과는 크지 않다. ⓒ뉴시스
결국 그 돈이 우리나라 부자들의 손에 집중되어 그곳에 머물고 있을 뿐 일반서민에게 흘러내려오지 않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명박 정부 내내 낙수효과가 거의 없었다는 점은 이 정부의 핵심 경제측근도 인정한 사실이다. 물론, 부자들도 소비에 돈을 쓴다. 하지만, 이들은 고가품이나 명품에 돈을 많이 쓰고 해외에서 돈을 많이 쓴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외국에서 지출하는 씀씀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한다. 국내 가계의 해외 지출액은 1997년과 2011년 사이에 4.5배 증가하였고, 전체 소비지출에서 해외지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1.8%에서 3.4%로 높아졌다. 외국인들이 국내에서 소비하는 지출액은 이에 크게 못 미친다. 해외에서의 소비지출은 낙수효과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설령 부자들이 해외에서 돈을 쓰지 않고 전부 국내에서 쓴다고 해도, 이들의 소비가 민간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근래 가장 많이 지적되는 민간소비 침체의 요인은 가계부채의 급증이다. 집집마다 부채를 너무 많이 지고 있어서 소비에 돈을 쓸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2011년 가구당 가처분소득 3283만 원이었는데 평균부채가 3679만 원이었으니 소득보다 빚이 더 많다. 빚 그 자체도 문제지만, 이자도 문제다. 세계경제위기 이후 기준 금리 인상과 가계대출금리 상승 등의 요인으로 2011년 가계부채에 대한 이자만 해도 55조 5천억 원에 달했다. 그만큼 소비에 쓸 돈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경기침체로 가계들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의 가치마저 저조하여 소비심리가 더욱 더 위축되었다. 이른바 자산효과(wealth effect)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국내 고용 사정의 악화도 민간소비 침체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고용탄성치(취업자증가율/경제성장률)가 급락하고 있다. 외환위기 전인 1984-1997년의 기간에는 고용탄성치가 연평균 0.35이었으나 외환위기 이후인 1998년과 2008년 사이에는 0.311로 낮아졌고, 미국 발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2012년의 기간에는 0.29로 크게 낮아졌다. 물론, 매년 신규취업이 늘어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 대부분이 안정적 소득을 보장하는 일자리가 아니다.

민간소비의 침체에 대한 전문가들의 이런 다양한 견해들 그리고 이에 대한 언론보도에서 한 가지 크게 아쉬운 점은 좀 더 근본적인 요인, 즉 소득분배의 극심한 불평등이 제대로 부각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민간소비가 장기침체에 빠진 근본적 원인은 우리 사회의 극심한 빈부격차에 있다. 민간소비에서 압도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일반서민의 소비다. 그러므로 일반 서민이 지갑을 열어야 민간소비가 늘어나고 내수가 늘어나고 또 그래야만 높은 경제성장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아무리 일반서민들이 지갑을 열어 본들 그 속에 돈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돈이 부자들의 손에 집중되어 있으니 일반서민들의 지갑은 얄팍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근래에는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한 가계대출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소득불평등이 심해진다는 것은 중산층의 몰락을 뜻한다. 국민경제의 허리에 해당하는 중산층이 몰락하면 국민경제 그 자체가 허약해진다.

요컨대, 민간소비의 규모를 좌우하는 것은 일반서민의 소비다. 하지만, 극심한 빈부격차로 일반서민들의 지갑이 얄팍해진 상황에서 민간소비가 활발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간의 민간소비에 대한 논의는 마치 우리의 극심한 빈부격차를 망각한듯 한 인상을 준다. 이런 점에서 최근에 발표된 동국대 김낙년 교수의 연구가 눈길을 끈다. 그의 연구에 의하면, 우리나라 소득계층 상위 1%의 소득이 국민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98년의 6.97%에서 2011년에는 11.5%로 크게 증가하였다. 상위 1%의 연평균 소득은 1억9500만 원으로서 근로소득보다는 배당소득과 사업 및 부동산소득의 비중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고도 성장기 때 소득분배가 상대적으로 나았던 것은 빠른 고용확대를 통해서 정장의 성과가 저변으로 잘 확산되었기 때문"이라며 "외환위기 이후 고용의 질이 떨어지고,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한 서비스업이 확산되면서 소득집중도가 심화됐다"고 말했다. 선진국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개인에 대한 정보를 보호한다는 명목아래 개인소득에 대한 정보나 자료를 얻기가 매우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김 교수의 연구는 주목을 받을 만하다.

민간소비를 살리고 그럼으로써 소기의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우리의 극심한 소득불평등을 획기적으로 완화하는 대책이 시급하다.


 /이정전 서울대 명예교수

2012년 4월 16일 월요일

[사설]금통위 존재 이유 망각한 금통위원 인선


이글은 경향신문 2012-04-15일자 사설 '[사설]금통위 존재 이유 망각한 금통위원 인선'을 퍼왔습니다.
새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후보 4명이 지난 주말 발표됐다. 겉으로는 다양성을 갖춘 인선처럼 보이지만 후보의 면면을 살펴보면 금통위의 존재 이유인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인물들이다. 금통위를 물가보다 성장을 우선시하는 이른바 ‘비둘기파’와 ‘친(親)정부’ 인사 일색으로 구성해 정부의 성장정책에 장단을 맞추게 하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

금통위의 존재감은 2010년 대통령 비서 출신인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의 취임 이후 사실상 실종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가안정’이라는 본연의 임무보다 정부의 성장정책을 뒷받침하는 금리정책을 펴왔기 때문이다.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려 물가 오름세를 차단하는 대신 이런저런 핑계로 금리 정상화를 미루고 뒷북치기 금리인상으로 물가안정 기반을 약화시켰다. 이로 인해 통화정책에 대한 시장의 신뢰는 정책의 독립성을 거론하기조차 부끄러운 수준으로 실추됐다.

새 금통위원 인선은 금통위 무력화를 완결짓는 수순이 될 듯하다. 관료 출신에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캠프 출신 교수, 이 대통령의 2기 국민경제자문회의 민간위원 출신 교수, 이 대통령이 몸담았던 현대의 ‘가신’이랄 수 있는 기업인 출신 등이 새 금통위원 후보다. 4명 모두 매파적인 통화정책과는 거리가 먼 성향을 갖고 있다. 지역적으로는 4명 가운데 3명이 영남이다. 전문성과 중립성보다는 ‘정치적 인선’의 냄새가 풍긴다. 새 후보 4명을 제외한 나머지 금통위원 3명은 한은 총재와 부총재 등 당연직 2명과 금융위원회 간부를 지낸 관료 출신이다. 금통위가 사실상 비둘기파 일색이 돼 균형감을 잃게 되는 셈이다.

금통위원은 기획재정부·한은·금융위·은행연합회·대한상의 등이 각각 후보를 추천하는 형식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의중에 의해 낙점되는 것이 현실이다. 현행 제도하에서도 대통령이 통화정책의 독립성과 금통위의 존재 이유 등을 올바로 인식하고 있다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지금처럼 금통위가 정부를 견제하기는커녕 ‘거수기’로 전락하고 독립적인 통화정책은 기대할 수 없게 된다. 그 결과로 나타나는 물가상승의 고통은 고스란히 국민들 몫이다. 이명박 정부는 통화정책의 독립성 훼손을 통해 역설적으로 금통위원 임명 제도의 개선 필요성을 보여줬다. 미국·영국처럼 국회 동의를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거나 청문회를 거치는 등 전문성과 중립성 검증 장치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