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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6일 토요일

개과천선 또는 개과천악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3-04-04일자 기사 '개과천선 또는 개과천악'을 퍼왔습니다.
[Weekly Punch]
다행이다.

부러 경제성장률을 낮춰서 추경예산을 확보하려는 꼼수라는 비판이 많지만 나는 그래도 객관을 인정한 박근혜 정부를 칭찬한다. 비난받아야 할 사람들은 지금 박근혜 정부에 그대로 남아 있는 경제관료들이다. 놀랍게도 2012년 9월, 4%의 경제성장을 전제로 예산을 짠 사람이나 지금 2.3%를 들고 나온 사람은 똑같다. 한 나라의 경제, 그것도 세계 10위권 GDP 규모의 경제 성장율이 불과 6개월 만에 1.7%p 수정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한국은행이나 정부의 경제성장 예측 모형(이른바 동태확률일반균형(DSGE)모형으로 수천개의 방정식으로 구성돼 있다)의 전망치가 이렇게 급격하게 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위기 시에는 파라메터(방정식의 상수들)가 변화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한국은행이나 정부가 요 며칠 사이에 갑자기 그 수치들을 수정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2012년 경제성장률이 높은 이유, 모델이 잘못됐거나, 뻥튀기했거나

이번 발표에서 왜 갑자기 성장률 전망치를 낮췄는지를 조목 조목 밝히지 않았지만, 그 이유를 알고 싶은 독자들은 위에서 인용한 새사연의 보고서를 읽으면 된다. 요악하자면 “대외 경제 여건의 호전”이라는 모호한 이유로 정부가 기대를 건 수출은 플러스를 기록하면 다행이고 내수 부문은 저임금과 가계 부채 때문에 오히려 마이너스일 것이기 때문에 기껏해야 2% 정도의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게다. 결국 2012년 하반기 발표는 모델이 잘못 됐거나, 정부의 의도 때문에 성장률을 뻥튀기했다는 게 새사연의 주장이었다.
어쨌든 정부가 우리 예측대로 성장률 전망을 대폭 하향 수정한 건 바람직한 일이다.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면 당연히 세입도 줄어든다. 하여 증세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나도 주장했고, 심지어 부자증세가 아닌 국채에 의한 추경도 찬성한다고 썼다. 도토리 키재기인 여야가 어떤 수사를 동원해서 갑론을박한다 해도 10조 원 이상의 추경에 합의할 것은 거의 확실하다.

경제성장 기조가 바뀌어야, '안으로부터, 아래로부터'

그런데 그 돈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무리하게 수출진작책을 쓴다면 국제적인 통화전쟁에 직면할 것이고 건설경기를 일으키면 내년이나 후년에 더 큰 보복을 당할 것이다. 결국 지난 50년간 지속된 ‘밖으로부터, 위로부터의 성장’ 기조를 ‘안으로부터, 아래로부터’로 바꾸는 길 밖에 없다.”(정태인, 2013년, 한국경제 ‘국민 행복시대’로 갈 수 있나,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2013.1.9) 이것이 우리의 답이다. 다행히 정부도 수출 증가가 그리 녹록치 않다는 점을 알아차렸다. 그러므로 내수를 늘려야 한다는 것도 인정했다. 그 방법은 최저임금 인상 등 임금의 상승,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 그리고 사회적 경제의 확충 밖에는 없다. 나아가서 동아시아에 5조 달러 이상 쌓아 놓은 외환보유고를 공동으로 이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박근혜정부의 상상력이 여기까지 이르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정부는, 정확히 말해서 관료들은(박근혜 대통령은 아무 생각이 없는 것 같고 주위의 청와대 경제비서관들은 다 경제관료 출신들이다) 부동산 붐에서 내수 확대의 길을 찾았다. 맞다. 현재 내수의 걸림돌인 가계부채를 해소하기 위해, 또는 공포스러운 파국을 막기 위해 부동산 가격을 올려야 한다는 것은 아이큐가 두자리 이상이라면 자연스레 찾을 해법이긴 하다. 그 자체도 실현되기 어렵겠지만(모든 수단이 다 동원된 이번 정책에 대해서도 사람들이 반응하지 않는다면 그 다음에는 아무런 방법이 없다) 혹여 성공한다 하더라도 그 다음에는 어찌 할 것인가? 새로운 거품으로 과거의 거품이 꺼진 자리를 채우는 방법은 이미 미국에서 실패한 것이 증명되지 않았는가?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폭탄 돌리기” 게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닐 테다. 새사연 (리셋 코리아)를 통해 주장했고, 앞으로 계속 제시할 대안인 “안으로부터, 아래로부터” 외에는 길이 없다.

정태인/새사연 원장
현 성공회대 겸임교수.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
한미FTA저지사업본부 본부장을 역임.

2012년 9월 9일 일요일

W의 폭풍, 기업의 운명을 결정한다


이글은 이코노미 인사이트(Economy Insight) 2012-09-01일자 기사 'W의 폭풍, 기업의 운명을 결정한다'를 퍼왔습니다.
Cover Story ● 기후변화, 경제를 지배한다- ①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


세계경제에 기후변화 비상이 걸렸다. 기후변화에 의한 대규모 피해는 미래의 일이 아니라 이미 현실이 됐다. 기후변화가 단순한 지구온난화를 넘어 상시적 기상이변이 되면서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이 예고되고 있다. 이제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국가와 기업의 운명이 결정된다. 기후변화가 불러올 새 패러다임에 뒤처진 기업은 생존 자체를 장담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하지만 기후변화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주기도 한다. 기후변화의 영향이 커질수록 각광받는 산업 또한 적지 않다. 상시화된 기후변화로 세계경제가 어떻게 달라질지 예측하고 주요 산업지도의 변화를 그려봤다.  _편집자

W(Weather)의 폭풍, 기업의 운명을 결정한다

폭염·폭우·가뭄으로 일상화된 기후변화… 적응 못하면 나라, 기업 모두 도태될 수도
지구촌 곳곳에서 폭염과 가뭄, 태풍과 홍수 등 기상이변이 잇따르고 있다. 이제 기후변화는 단순한 이변이 아니라 상시적 현상이라는 것이 기상학자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기후변화는 가뜩이나 힘을 잃어가는 지구촌 경제에 또 하나의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이른바 'W(Weather·날씨)의 공포'다. 전 지구적으로 진행되는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국가와 기업의 운명이 결정된다.
2006년 당시 영국 정부의 수석 경제학자 니컬러스 스턴이 기후변화를 경제학적으로 분석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른바 '스턴 보고서'(Stern Review 2006)다. 스턴은 보고서를 통해 "현재의 기후변화 추세에 과감하고 신속한 대응을 하지 않는다면 세계가 경제 대공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지금(2006년) 기후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비용은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에 불과하지만, 이를 방치할 경우 앞으로 이 비용이 GDP의 20%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턴의 경고는 당시 상황에서 매우 충격적인 것이어서 세계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켰다.
주목할 것은 스턴 보고서가 전망한 예측이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7월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이 발표한 '우리나라 기후변화의 경제학적 분석'은 한국판 스턴 보고서로 불린다. 이 보고서는 2012년부터 2100년까지 한반도의 기후변화 데이터를 분석했다. 보고서의 결론은 한국의 피해 규모가 스턴 보고서가 예견한 시나리오와 거의 일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보고서를 보면 이대로 기후변화가 계속될 경우 2100년 우리나라의 사회·경제적 누적 피해 금액은 약 2800조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GDP의 2배가 넘는 규모다.
이미 새삼스러운 이야기도 아니지만 기후변화의 주범은 지구온난화다. 지난 100년 동안 한반도의 평균기온은 1.5℃ 높아졌다. 지구 평균 상승치의 2배다. 올해 8월 들어 폭염경보 기준인 35℃를 웃도는 날씨가 7일 연속 이어지면서 1994년(9일) 이후 가장 긴 폭염을 기록했다. 반면 지난해 7월은 한국 기상 관측 이래 최악의 폭우가 내린 달로 기록됐다.
한반도만 그런 게 아니다. 미국은 56년 만의 가뭄으로 국토의 절반가량이 물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이번 여름엔 시베리아도 30℃ 안팎의 이상고온 현상이 2개월 가까이 이어지면서 산불이 기승을 부렸다. 문제는 이같은 기상이변이 더 이상 일시적이 아니라 상시적 현상이라는 데 있다. 송창근 국립환경과학원 환경연구관은 "대형 기상이변의 발생 빈도가 전세계적으로 1980년대 연평균 12.7회에서 2010년대 24.5회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기상학자들의 기후변화 예측이 얼마나 정교한지를 놓고는 여전히 논란이 있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지구촌 곳곳에서 진행되는 기후변화는 이미 글로벌 경제를 뿌리부터 뒤흔들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학 교수가 지난 7월24일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기후변화에 의한 대규모 경제 피해는 미래의 일이 아니라 이미 현실이 됐다"고 말할 정도다.

기온 4℃ 올라가면 GDP 5.6% 손실

기후변화는 이제 세계경제에 가장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됐다. KEI의 '우리나라 기후변화의 경제학적 분석' 자료를 보면, 기온이 4℃ 올라가면 GDP의 5.6%가 손실되는 것으로 예측됐다. 유엔환경계획(UNEP)과 세계기상기구(WMO)가 공동 운영하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회의'(IPCC)의 4차 보고서는 지구의 평균기온이 2100년까지 현재보다 4℃ 올라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극심한 가뭄·홍수·태풍은 기업의 원자재 조달은 물론 판로에도 영향을 미친다. 농민들은 농작물 재배지 이동에 따라 작물을 바꾸거나 기후에 맞는 작물을 재배해야 한다. 이미 아열대성 작물인 감귤과 제주 특산품인 한라봉이 남해안에서 재배되고 있다. 삼성지구환경연구소의 연구 자료를 보면 직간접적으로 날씨의 영향을 받는 국내 산업의 비율이 GDP의 52%에 달하고, 기상정보의 활용 가치는 연 3조5천억~6조5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태풍이나 폭염과 같은 기후변화가 경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명수정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 부연구위원은 "기후변화 현상을 더 이상 예외적이고 대비할 수 없는 것으로 볼 것이 아니라 이제는 일상의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전 지구적으로 진행되는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국가와 기업의 운명이 결정된다"고 말했다.
전세계는 오래전부터 기후변화가 경제에 미치는 효과에 주목해왔다. 기후변화의 파장은 선진국에도 큰 부담이지만, 무엇보다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우려된다. 인도 경제는 우기인 6~9월의 강우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올해 5% 성장도 불투명하다. 미국 경제통신 (블룸버그)는 "급속한 경기둔화에 몬순기 가뭄까지 겹쳐 인도의 국가신용등급이 투자부적격 수준인 정크 등급으로 강등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대륙 동남부 지역의 주요 항구도시들이 기후변화에 취약하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이는 앞으로 중국 경제의 큰 변수로 지목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7월 발표한 '기후변화에 취약한 전세계 항구도시' 보고서를 보면, 10대 취약 도시 가운데 4곳이 중국의 항구도시였다. 광저우가 2070년 인명 피해 1030만 명과 재산 피해 3조4천억달러가 예상돼 2위에 오른 것을 비롯해 상하이(5위), 톈진(7위), 홍콩(9위)이 모두 취약 도시로 꼽혔다. 인도는 콜카타가 재산 피해 2조달러, 인명 피해 14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돼 4위에 올랐으며, 뭄바이도 6위에 이름을 올렸다.

두산중공업이 2009년 완공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쇼아이바 3단계 해수담수화 플랜트. 이 담수화 시설은 하루 88만t의 담수를 생산해 메카와 메디나에 공급하고 있다. 88만t은 하루 300만 명이 동시에 쓸 수 있는 양이다. 두산중공업 제공

식량·에너지 수급 불균형 일상화


기후변화가 불러온 파장이 가장 크게 미치는 곳은 에너지와 식량 산업이다. 기후변화가 단순한 지구온난화를 넘어 상시적인 기상이변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에너지와 식량의 수급 불균형은 일상화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기후변화로 인한 에너지 수급 불균형은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예고하고 있다. 우선 이상고온 현상은 어떤 방식으로든 에너지 사용 증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인도는 몬순기에 가뭄이 이어지면서 지난 7월 최악의 정전 사태를 겪었다. 루마니아에서도 폭염과 가뭄이 잇따르면서 다뉴브강의 수위가 대폭 낮아져 수력발전소의 발전량이 25% 이상 줄었다.


기업도 에너지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 특히 국내 기업들은 앞으로 전기요금의 대폭 인상에 대비해야 한다. 한국전력이 전기요금 인상에 적극 나서면서 그동안 싼값에 펑펑 써왔던 전기가 더 이상 값싼 재료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에너지 정책 변화가 예상된다. 큰 틀은 절전 혁신과 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이다. 우선 전기요금 상승과 전기 부족에 허덕이는 생산 현장에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그동안은 생산 효율을 높이는 것이 최우선이었다면, 이제는 소비 전력을 줄이는 쪽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체질 개선을 통해 에너지 다소비 산업에서 에너지 절전형 산업으로 급속한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은 "앞으로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시설 투자가 불가피하다"며 "생산 현장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대기업을 중심으로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 개념으로 전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저탄소 혁명도 기후변화가 몰고 온 새로운 트렌드다. 지난해 3·11 동일본 대지진 이후 원자력발전에 대한 거부감이 확산되고 있는 일본의 움직임이 가장 눈에 띈다. 정부와 대기업을 중심으로 원전 가동 중지로 인해 생긴 공백을 태양광·태양열·풍력 등 대체에너지가 메꾸기 시작했다. 일본은 2020년까지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를 500만 대로 늘리고 수소충전소 3천 곳을 세워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주도한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도 에너지관리공단,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등을 중심으로 수소에너지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제 새로운 에너지 패러다임에 뒤처지는 기업들은 이미지 추락뿐 아니라 생존 자체도 장담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진우 연구원은 "과거 정보기술(IT) 시대에 뒤처진 기업들이 쇠락의 길을 걸었듯이 기후변화에 따른 에너지 수급에 대처하지 못하는 기업들 역시 미래 경쟁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기후변화는 식량 공급 부족과도 직결된다. 국제쌀연구소(IRRI) 자료를 보면, 온도가 1℃ 상승하면 쌀 생산이 10%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100년 세계 온도가 최대 4℃ 상승할 것이란 예상을 감안한다면 쌀 생산량이 40% 줄어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자연스럽게 곡물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유엔식량농업기구(UNFAO) 발표를 보면, 글로벌 식량가격지수는 7월 한 달 동안 6% 상승했다. 2009년 11월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미국 중서부를 뒤덮은 최악의 가뭄에 러시아·우크라이나·발칸반도 지역의 고온 현상, 인도의 가뭄, 중국의 홍수 등이 곡물 가격 상승을 부채질했다. 5월 말 이후 옥수수 가격은 47%, 콩은 26%나 올랐다.

자료: 환경정책평가연구원

기후변화 적응 여부가 기업 경쟁력

UNFAO가 매년 발표하는 식량가격지수를 보더라도 최근의 가파른 곡물값 상승을 확인할 수 있다. 2004년 식량가격지수를 100으로 삼았을 때, 2012년 식량가격지수는 194.8로 2배 가까이 뛰어올랐다. 이는 2008년 식량 파동 때의 164.6보다 높은 수치다. 급기야 유엔이 미국 정부에 옥수수를 주원료로 하는 바이오에탄올 생산 감축을 요구하고 나설 정도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식량 가격 상승이 선진국은 물론이고 브라질·중국·인도 등 이미 경기가 둔화되고 있는 신흥 경제국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후변화는 위기일 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기후변화에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기업의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저명한 경제 저술가 토드 부크홀츠는 "온난화로 북극해의 얼음이 녹으면서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북극항로 이용이 가능해지는 등 다양한 경제적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기후변화가 일방적으로 경제에 악영향만을 끼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기업들 역시 기상정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수요를 예측하고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날씨경영'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최근이다. 2009년 기상산업진흥법이 제정되면서 국내에선 비로소 날씨컨설팅 서비스가 시작된 상황이다. 특히 올해 들어 폭염 등 날씨재해로 인한 피해가 확산되면서 날씨경영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날씨경영이란 기업이 날씨정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이에 대응해 경영전략을 짜는 것을 말한다. 기상이변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 기회를 살려 매출을 늘리는 것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기후변화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기업은 삼성이다. 삼성은 이미 2000년대 초반 삼성지구환경연구소를 만들어 기후변화에 따른 경영전략을 짜고 있다. 백재봉 소장은 "기상에 대한 투자는 투자액의 10배 이상의 효과를 가져온다"며 "기후변화는 이변이 아니라 일상이라는 인식 전환 등 치밀하게 대응해야 기후변화를 새로운 발전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연기  부편집장 ykkim@hani.co.kr

2012년 9월 2일 일요일

전경련 “국민 여러분, 우리 세금 대신 내주세요”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9-03일자 제926호 기사 '전경련 “국민 여러분, 우리 세금 대신 내주세요”'를 퍼왔습니다.
[선대인의 숫자 경제] ‘GDP 대비 비중 OECD 4위’ 교묘한 통계 내세워 법인세 낮추라 압박… 선진국보다 훨씬 낮고, 대기업이 중견기업보다 낮아 오히려 올려야

너무나도 명백한 사실을 두고 논란을 거듭해야 하는 이슈가 한국에는 참 많다. 국제적으로 비교만 해봐도 결론이 뻔한데 기득권 세력의 힘과 그들을 대변하는 나팔수들의 목소리가 크다 보니 나타나는 현상이다. 대표적인 게 ‘복지 포퓰리즘’ 논란이다. 세상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공공사회복지 지출이 꼴찌 수준인 나라에 어떻게 ‘복지 포퓰리즘’ 딱지를 붙인단 말인가. 생활필수품도 제대로 못 사는 저소득층에게 사치하지 말라는 꼴이다.

» 지난해 11월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주요 회장단이 ‘법인세율 인하’ 등의 내용을 담은 공동발표문을 발표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의 ‘선진국에 비해 법인세 높다’는 주장을, 최근 기획재정부와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가 따라 읊조리고 있다. 사진 뉴시스

고속성장으로 과세대상·소득이 늘어서

법인세 논란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법인세율 부담이 세계적으로 상당히 낮은 축에 속한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런데 얼핏 들으면 그럴듯한 주장이 나와 사람들을 현혹시킨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액 비중이 OECD 4위이니 기업들의 법인세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몇 년 전부터 떠들더니 이제는 기획재정부와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까지 이런 근거를 내세워 ‘법인세 인하’를 외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악의적 왜곡과 심각한 논리적 오류의 산물이다.
따져보자. GDP 대비 법인세액 비중이 올라갈 가능성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크게 1) 과세 대상자가 늘거나 2) 과세대상 소득이 늘거나 3) 세율이 올라가는 것 등이다. 하지만 개별 기업 처지에서 보면 법인세 부담이 커지는 경우는 법인세 세율이 올라가는 것(세제상 나타난 명목 법인세율뿐만 아니라 비과세·감면 혜택 등이 줄어 실질 법인세율이 올라가는 것을 포함)을 말한다.

그런데 기득권 세력들은 GDP 대비 법인세액 비중이 크다는 사실을 국내 기업들의 법인세율이 높다는 주장과 교묘히 등치시킨다. 하지만 한국의 GDP 대비 법인세액 비중이 높은 것은 세율이 높아서라기보다는 1), 2)번의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세통계연보에 수록된 1982년 이래 2010년까지 법인 수는 17.9배 늘어났다. 그런데 그사이 이들 법인이 가져가는 국민처분가능소득의 몫은 65.7배 늘었고, 법인세 과세소득 금액은 83.9배 늘었다. 하지만 과세금액은 52.5배 느는 데 그쳤다. 그사이 1개 법인당 과세소득 금액은 4.7배 늘었지만, 1개 법인당 과세금액은 2.9배 느는 데 그쳤다. 즉, 평균적으로 법인세 과세소득이 늘어난 것에 비하면 과세액은 오히려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이다. 지난 30년 가까이 법인세액이 늘어난 것은 한국 경제와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고속성장을 해 과세 대상자가 늘고 과세 대상 소득이 크게 늘어서지 세율이 올라서가 아니라는 뜻이다.
개별 기업들의 법인세 부담을 정확히 나타내주는 지표는 말 그대로 실효 법인세율이다. 실효 법인세율은 나라마다 달라 국제적으로 비교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명목 법인세율은 한국이 OECD 평균보다 상당히 낮다. 2012년 기준 한국의 명목 법인세율은 24.2%로, OECD 34개국 가운데 21번째로 낮은 편에 속한다. 한국보다 법인세율이 낮은 13개국은 자본을 유치해야 먹고사는 아일랜드·아이슬란드 같은 도시형 국가거나 헝가리·폴란드·슬로베니아 등 과거 동유럽 국가가 대부분이다. 법인세율이 가장 높은 일본과 미국 등의 경우를 보면 오히려 선진국일수록 법인세율은 높은 편이다.

외국에선 개인소득도 한국에선 법인소득 간주

명목 법인세율이 이렇게 낮은데, 대기업들에 부과되는 실효세율은 이보다 훨씬 낮다. 역대 정부에서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각종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한 덕이 크다. 실제로 에서 볼 수 있듯 국세통계연보의 수치로 분석해본 2010년 기준 한국의 평균 실효세율은 명목 세율보다 훨씬 낮은 16.56%에 불과하다. 더구나 전경련이나 기재부, 박근혜 후보 등의 관심 대상인 5천억원 이상 42개 대기업의 실효 법인세율은 과세소득 수백억원대 중견기업이 내는 실효 법인세율보다도 낮다.
이처럼 한국 개별 기업들이 내는 법인세 부담은 국제적으로 비교할 때 오히려 상당히 낮은 편이다. 최근 경제위기를 거치며 OECD 국가 가운데 일부가 경기 진작을 위해 법인세율을 내린 것은 맞다. 그렇다고 해서 당초부터 법인세율이 낮았던데다 특히 경제위기 속에서도 사상 최대의 실적을 연거푸 올린 재벌 대기업들을 위해 한국이 법인세율을 낮출 이유는 전혀 없다. 오히려 대기업들의 비과세 감면 혜택을 대폭 줄여 실효세율을 높이고, 명목 법인세율을 누진 구조로 일정하게 올릴 여지도 있다. 실제로 5천억원 이상 법인 42개 기업이 수백억원대 중견기업 수준의 세금만 내도 2010년 기준 약 9천억원의 세금을 더 거둘 수 있다. 이 대기업들이 내지 않은 세금만큼 국민 호주머니에서 세금이 더 나가게 되는 셈이다.
그리고 빠트릴 수 없는 중요한 사실은 GDP 대비 법인세액 비중을 비교할 때 중요한 함정이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경우 법인세로 잡히는 상당 부분의 소득이 미국·독일·프랑스 등 상당수 국가에서는 개인소득으로 잡힌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파트너십 회사나 S코포레이션(S-corporation)이라고 하는 기업들의 소득은 개인소득세로 잡힌다. 그런데 이런 파트너십 회사나 S코포레이션 등의 기업이 숫자로는 70%, 세수 비중으로는 30~40%에 이른다. 그런데 한국은 이런 세부 회사 구분이 없기 때문에 모두 법인세수로 잡힌다.
이 때문에 OECD 비교통계에서 GDP 대비 한국의 법인세액은 상대적으로 과대평가되고 개인소득세액은 과소평가되는 착시현상을 일으킨다. 만약 미국이나 독일과 같은 방식으로 구분한다면 한국의 GDP 대비 법인세액 순위는 지금보다도 크게 떨어질 것이다. (GDP 대비 법인세 부담액의 비중 차이가 국가별로 큰 차이가 안 나 조금만 비중이 늘거나 줄어도 순위가 크게 달라진다)

전경련 주장 그대로 읊조리는 대선 후보

결론적으로 ‘GDP 대비 법인세액 비중이 높으니 법인세율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은 사실관계를 의도적으로 왜곡하거나 논리적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국제 비교통계상의 맹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주장이다. 몇 년 전부터 전경련 등에서 나오던 주장을 이제 기재부 장관과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앵무새처럼 읊조리고 있다. 과연 이들은 국민의 편인가, 재벌 대기업들의 편인가?

선대인경제전략연구소장

2012년 8월 28일 화요일

10대그룹, 작년 매출 GDP의 76.5%…문어발 경영 ‘위세’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8-27일자 기사 '10대그룹, 작년 매출 GDP의 76.5%…문어발 경영 ‘위세’'를 퍼왔습니다.


자산규모 10년 만에 3.3배로
계열사수 592개…2배 늘어
내부지분율 높여 그룹 장악
총수 지분은 되레 줄어 1.1% 

국내 10대 그룹의 매출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에 견줘 약80% 수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재벌 기업들이 골목 상권까지 파고들며 몸집을 부풀린 결과이다.27일 재벌닷컴의 ‘최근 10년간 10대 그룹 총매출 자료’(비상장사와 해외계열사 포함)를 보면, 지난해 삼성과 현대차 등 10대 그룹의 총매출은 946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1237조1000억원의 76.5%에 달했다.국내총생산액이 2002년 684조3000억원에서 2011년 1237조1000억원으로 1.8배 증가한 반면 10대 그룹의 매출은 같은 기간 동안 2.6배(365조5000억원→946조1000억원) 증가했다. 국내총생산에 견준 10대 그룹의 총매출 비율은 2002년 53.4%에서 2008년 63.8%로 상승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80%선까지 육박했다. 올해에는 10대그룹의 총매출이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자산 규모의 증가는 더욱 가파르다. 지난해 10대 그룹의 총 자산액은 963조4000억원으로 2002년도 294조2000억원의 3.3배에 달했다. 국내총생산에 견줘 2배 가량 빠르게 성장한 것이다. 청년실업자와 영세 자영업자들이 속출하고 있는 밑바닥 경제 상황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10대 그룹의 자산 규모가 이렇게 늘어난 것은 문어발식 확장 탓으로 보인다. 통계를 보면 2002년 318개에 머물렀던 10대 그룹의 계열사 수는 2011년 두배에 가까운 592개로 늘었다. 같은 기간 업종은 39개에서 57개로 확장됐다. 이 가운데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순대, 제빵, 레스토랑, 입시학원 같은 골목상권 업종도 포함돼 있다.이렇게 묻지마 확장을 해온 10대 그룹의 내부지분율은 2002년 45.9%보다 7.6%포인트 증가한 53.5%를 기록했다. 내부지분율이란 그룹 소속 전체 계열사의 자본금 가운데 그룹을 사실상 지배하는 총수와 친족, 임원, 계열회사 등 내부자 지분의 비중을 말한다. 이 비율이 커질 수록 그만큼 총수 경영권은 강화된다는 뜻이다. 반면 총수의 그룹 지분은 2002년 1.4%에서 2011년 1.1%로 낮아졌다. 10대 그룹 총수들의 지분은 줄어든 대신 계열사 간 촘촘한 순환 출자를 통해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음을 반영한다.10대 그룹은 또한 계열사들끼리 장사를 하는 내부 거래 비중을 키웠다. 지난해 삼성그룹의 내부 거래 비율은 52.9%에 달했고 현대차그룹 44.0%, 에스케이그룹 38.3%에 달했다. 그룹의 계열사들이 일감을 대주주 가족회사에 몰아주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롯데그룹의 식음료 업체인 롯데후레쉬델리카는 내부거래 비율이 95.1%에 달했다. 한진그룹의 유니컨버스(시스템통합업체)가 84.7%, 에스케이그룹의 에스케이시앤시(SK C&C)가 65.1%였다. 이들 내부거래는 대부분 경쟁입찰이 아니라 수의계약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지난 7월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 밝혀지기도 했다.

권은중 기자 details@hani.co.kr

2012년 8월 7일 화요일

국내 기업 부채, 대규모 부도.파산 위험단계 넘어서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8-07일자 기사 '국내 기업 부채, 대규모 부도.파산 위험단계 넘어서'를 퍼왔습니다.

국내 기업들의 부채가 급격히 늘어나 대규모 부도.파산 위험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가계부채도 위험단계에 도달해 현재 수준에서 억제하지 않으면 국가 경제 성장을 위협할 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 부채는 2011년 1분기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의 107%에 달해 위험 단계를 넘어섰다.

일반적으로 GDP 대비 부채 수준이 기업은 90%, 가계는 85%, 정부는 85%를 초과하면 GDP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나라 GDP 대비 기업 부채는 외환위기 충격의 여진이 남아 있던 2000년 93%까지 상승했으나, 2004년 78%로 낮아졌다. 하지만 2008년에 다시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107%까지 급등했고, 2009년 110%, 2010년 104%로 호전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올해에는 수출까지 급감해 기업부채가 GDP 대비 110%를 돌파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가계 부채도 위험 단계로 악화될 조짐이다. 2001년 1분기 기준 GDP 대비 가계 부채는 81%로 위기 단계로 접어드는 85% 수준에 빠른 속도로 접근하고 있다.

가계 부채는 2000년 GDP 대비 48%, 2004년 66%, 2008년 78%, 2009년 81%, 2010년 80%로 증가추세다.

정부 부채는 GDP 대비 33%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00%대보다 매우 낮은 편이다.

강경훈 기자 qwereer@vop.co.kr

2012년 5월 31일 목요일

"국가부채 774조, 공기업 부채 합하면 1,255조"


이글은 뷰스엔뉴스(Views&News) 2012-05-31일자 기사 '"국가부채 774조, 공기업 부채 합하면 1,255조"'를 퍼왔습니다.
GDP 대비 공공부채 100% 돌파, MB정권 들어 나라살림 골병

기획재정부가 31일 국가부채가 774조원이라고 수정 발표했다. 기재부는 이날 감사원의 결산검사를 거쳐 국회에 제출한 2011 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최초로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한 국가부채 774조원은 기존에 발표했던 국가부채 402조8천억원(지방정부 제외)보다 무려 370조원이나 폭증한 수치로, 이처럼 부채가 폭증한 것은 국가채무에 충당부채, 미지급금 등 발생주의 복식부기 회계기준에 따라 모든 부채를 종합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도입한 새 회계방식은 OECD 등 선진국이 사용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여기에 국민연금 부채는 포함됐으나 지방정부 부채와 공기업부채는 빠져 있다는 사실이다.

기재부는 앞서 지난 4월30일 '2011년 공공기관 경영공시' 발표를 통해 중앙 및 지방정부 부채 합한 국가부채가 420조7천억원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지방정부 부채가 17조9천억원에 달한다는 얘기다.

또한 286개 공공기관의 2011년말 현재 부채는 463조5천억원으로 전년도보다 61조8천억원(15.4%)이 폭증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정부가 이번에 새 기준에 따라 발표한 중앙정부 국가부채 774조원에 지방정부 부채 17조9천억원, 공기업 부채 463조5천억원을 단순 합산하면 실질적으로 정부가 떠맡아야 할 국가부채는 1천255조4천억원이 된다는 얘기가 된다. 

한국은행이 잠정집계한 작년 명목 GDP는 1천237조1천억원으로, 이미 우리나라의 국가부채 비율이 GDP 대비 100%를 넘었다는 충격적 의미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곧 발표되겠지만 국가 부채가 발생비 회계방식으로 보면 700조원 이상이 된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이런 방식으로도 국민연금과 공기업 부채가 포함되지 않는데 사실 이 두가지도 국가 부담인 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라고 말해, 실질 국가부채는 천문학적 규모임을 시인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갑자기 부채가 느는 것처럼 발표돼 혹시 오해할지 모르겠다"며 "기존 부채의 통계 방법을 바꿔 갑자기 늘어난 것이지 이명박 정부들어서 특별이 많이 늘어났다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라고 강변했다.

하지만 앞서 4월30일 기재부는 참여정부 마지막해인 2007년 약 249조원에 머물던 공공기관 부채가 MB정권 4년간 86%(약 214조원)나 폭증했다며 MB 집권후 공공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음을 토로한 바 있다.

천문학적 국가부채를 떠맡게 된 다음 정권은 두고두고 MB정권을 탓할 전망이다. 여기에다가 1천조원을 돌파할 실질 가계부채도 부동산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부동산거품이 본격 폭발할 경우 금융부실이 급증, 재차 공적자금 투입이 불가피하고 그러면 국가부채 급증으로 전이될 게 명약관화해 우리가 지금 스페인 등 유럽 재정위기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할 때가 아닌 것이다.

박태견 기자

2012년 5월 18일 금요일

장기 침체의 늪에 빠진 민간소비


이글은 프레시안 2012-05-18일자 기사 '장기 침체의 늪에 빠진 민간소비'를 퍼왔습니다.
근래 저조한 경제성장과 더불어 민간소비의 장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가 오기 이전까지만 해도 소비증가율은 우리가 자랑하던 고도 경제성장률을 웃돌았다. 1988년부터 1997년까지 10년 동안 GDP성장률은 연평균 8%였는데, 같은 기간 동안 연평균 소비증가율은 이보다 높은 8.1%이었다. 그러다가 외환위기 이후 소비증가율이 서서히 낮아지기 시작하더니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부터 2011년까지 4년 동안 연평균 소비증가율이 2.0%로 주저앉으면서 GDP증가율(3.1%)보다 낮아졌다.

그러면, 민간소비가 왜 이렇게 위축되었을까?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언론매체들은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다양한 견해를 다투어 보도하고 있다. 우선,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소비심리가 위축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이건 좀 막연한 주장이다. 물론, 민간소비가 늘어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소득 그 자체가 크게 늘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경제성장률이 낮으면, 소득증가율도 낮을 수밖에 없다. 1998년 이후 2011년까지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4.2%였으나 국민소득증가율은 3.2%에 머물렀다. 물가를 감안한 가구당 월평균 실질 소득은 2003년 이후 매년 1~2%대의 저조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비록 저조하지만 그 동안 우리나라는 지속적 경제성장을 이루어 왔다. 무역흑자로 해마다 엄청난 외화가 끊임없이 국내로 유입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이 OECD국가들 중에서 가장 양호하다고 이명박 정부의 핵심인사들은 늘 자랑한다. 그러면, 지속적 경제성장과 무역흑자로 벌어들인 그 많은 돈이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 한 백화점 명품관. 부자들이 명품 구입에 쓰는 돈이 경기 진작에 미치는 효과는 크지 않다. ⓒ뉴시스
결국 그 돈이 우리나라 부자들의 손에 집중되어 그곳에 머물고 있을 뿐 일반서민에게 흘러내려오지 않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명박 정부 내내 낙수효과가 거의 없었다는 점은 이 정부의 핵심 경제측근도 인정한 사실이다. 물론, 부자들도 소비에 돈을 쓴다. 하지만, 이들은 고가품이나 명품에 돈을 많이 쓰고 해외에서 돈을 많이 쓴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외국에서 지출하는 씀씀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한다. 국내 가계의 해외 지출액은 1997년과 2011년 사이에 4.5배 증가하였고, 전체 소비지출에서 해외지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1.8%에서 3.4%로 높아졌다. 외국인들이 국내에서 소비하는 지출액은 이에 크게 못 미친다. 해외에서의 소비지출은 낙수효과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설령 부자들이 해외에서 돈을 쓰지 않고 전부 국내에서 쓴다고 해도, 이들의 소비가 민간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근래 가장 많이 지적되는 민간소비 침체의 요인은 가계부채의 급증이다. 집집마다 부채를 너무 많이 지고 있어서 소비에 돈을 쓸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2011년 가구당 가처분소득 3283만 원이었는데 평균부채가 3679만 원이었으니 소득보다 빚이 더 많다. 빚 그 자체도 문제지만, 이자도 문제다. 세계경제위기 이후 기준 금리 인상과 가계대출금리 상승 등의 요인으로 2011년 가계부채에 대한 이자만 해도 55조 5천억 원에 달했다. 그만큼 소비에 쓸 돈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경기침체로 가계들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의 가치마저 저조하여 소비심리가 더욱 더 위축되었다. 이른바 자산효과(wealth effect)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국내 고용 사정의 악화도 민간소비 침체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고용탄성치(취업자증가율/경제성장률)가 급락하고 있다. 외환위기 전인 1984-1997년의 기간에는 고용탄성치가 연평균 0.35이었으나 외환위기 이후인 1998년과 2008년 사이에는 0.311로 낮아졌고, 미국 발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2012년의 기간에는 0.29로 크게 낮아졌다. 물론, 매년 신규취업이 늘어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 대부분이 안정적 소득을 보장하는 일자리가 아니다.

민간소비의 침체에 대한 전문가들의 이런 다양한 견해들 그리고 이에 대한 언론보도에서 한 가지 크게 아쉬운 점은 좀 더 근본적인 요인, 즉 소득분배의 극심한 불평등이 제대로 부각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민간소비가 장기침체에 빠진 근본적 원인은 우리 사회의 극심한 빈부격차에 있다. 민간소비에서 압도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일반서민의 소비다. 그러므로 일반 서민이 지갑을 열어야 민간소비가 늘어나고 내수가 늘어나고 또 그래야만 높은 경제성장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아무리 일반서민들이 지갑을 열어 본들 그 속에 돈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돈이 부자들의 손에 집중되어 있으니 일반서민들의 지갑은 얄팍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근래에는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한 가계대출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소득불평등이 심해진다는 것은 중산층의 몰락을 뜻한다. 국민경제의 허리에 해당하는 중산층이 몰락하면 국민경제 그 자체가 허약해진다.

요컨대, 민간소비의 규모를 좌우하는 것은 일반서민의 소비다. 하지만, 극심한 빈부격차로 일반서민들의 지갑이 얄팍해진 상황에서 민간소비가 활발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간의 민간소비에 대한 논의는 마치 우리의 극심한 빈부격차를 망각한듯 한 인상을 준다. 이런 점에서 최근에 발표된 동국대 김낙년 교수의 연구가 눈길을 끈다. 그의 연구에 의하면, 우리나라 소득계층 상위 1%의 소득이 국민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98년의 6.97%에서 2011년에는 11.5%로 크게 증가하였다. 상위 1%의 연평균 소득은 1억9500만 원으로서 근로소득보다는 배당소득과 사업 및 부동산소득의 비중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고도 성장기 때 소득분배가 상대적으로 나았던 것은 빠른 고용확대를 통해서 정장의 성과가 저변으로 잘 확산되었기 때문"이라며 "외환위기 이후 고용의 질이 떨어지고,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한 서비스업이 확산되면서 소득집중도가 심화됐다"고 말했다. 선진국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개인에 대한 정보를 보호한다는 명목아래 개인소득에 대한 정보나 자료를 얻기가 매우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김 교수의 연구는 주목을 받을 만하다.

민간소비를 살리고 그럼으로써 소기의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우리의 극심한 소득불평등을 획기적으로 완화하는 대책이 시급하다.


 /이정전 서울대 명예교수

2012년 5월 1일 화요일

MB정권, 공기업들 완전 거덜내고 떠날 판


이글은 뷰스엔뉴스(VIEWS&NEWS) 2012-05-9-01일자 기사 'MB정권, 공기업들 완전 거덜내고 떠날 판'을 퍼왔습니다.
공공기관 부채, 국가부채 추월. 무디스 "투기등급 강등 경고"

지난해 공공기관 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국가부채 규모를 앞질렀다. MB정권이 편법적으로 공기업 등을 동원해 흥청망청으로 나라살림을 해온 귀결이다.

이와 관련, 무디스는 최근 부실 공공기관들에 대해 투기등급으로 강등시킬 수도 있음을 경고, 다음 정권에서 공공부채 폭증은 심각한 위기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30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1년 공공기관 경영공시'에 따르면 286개 공공기관의 2011년말 현재 부채는 463조5천억원으로 전년도보다 61조8천억원(15.4%)이 폭증하며 처음으로 국가부채(중앙 및 지방정부 합계ㆍ420조7천억원)를 넘어섰다.

이로써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작년 말 현재 34.0%로 양호한 편이나, 유사시 정부가 지급보증을 해야 하는 공공기관 부채까지 합할 경우 전체 부채는 884조2천억원으로 GDP 대비 비율은 71.6%로 높아져 OECD가 권하는 적정 국가부채 비율(50%)을 크게 웃돈다. 우리나라에도 언제든지 유럽과 같은 재정위기가 도래할 수 있다는 심각한 의미다. 

참여정부 마지막해인 2007년 약 249조원에 머물던 공공기관 부채가 MB정권 4년간 86%(약 214조원)나 폭증한 것은 MB정권이 이들 공공기관을 무차별적으로 동원했기 때문이다. 

알짜공공기관이던 수자원공사는 4대강사업에 편법 동원되면서 부채가 4조5천억원 늘었고, LH공사는 MB의 로또 아파트인 보금자리 사업에 동원되면서 9조원의 부채가 늘었다. 또한 한전과 가스공사는 땜질형 물가정책에 동원돼 전기ㆍ가스 요금을 동결하면서 부채가 각각 10조4천억원, 5조7천억원 폭증했다. 또한 MB정권의 관리 소홀로 발생한 부실 저축은행 처리에 예금보험공사 부채는 13조3천억원 늘어났다.

그러나 공공기관의 빚이 급증하는 와중에도 지난해 공공기관 직원의 평균 보수는 1년 전보다 3.2% 증가한 6천만원으로 집계돼 처음 6천만원대로 올라서는 등, 공공기관은 문제가 생겨도 정부가 해결해주지 않겠냐는 식의 모럴해저드를 보였다.

하지만 상황은 간단치 않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그동안 공기업 신용등급을 국가 신용등급과 동일하게 매겨온 방식을 바꿔, 부실공기업들은 투기등급으로 강등시키겠다는 방침이다.

김철주 기획재정부 공공정책국장은 30일 브리핑에서 "무디스가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과 공기업 신용등급을 별도로 평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며 "앞으로는 국가 신용등급과 공기업 신용등급이 자동적으로 연계되지 않는다는 뜻"이라며 이미 무디스로부터 통고를 받았음을 실토했다. 현재 투기등급으로 강등될 위기에 직면한 공기업은 LH공사, 철도공사, 광물자원공사 등이 꼽히고 있으며, 지자체 산하의 지방도시개발공사 대부분도 투기등급 대상이다.

무디스가 부실 공기업들의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으로 강등시킬 경우 이자가 급등하면서 이들 기업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정부는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야 하고, 그러면 국가부채가 폭증하면서 유럽과 같은 재정위기의 늪에 빠져들 공산이 크다. 여기에다가 우리나라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1천조원의 가계부채까지 떠안고 있어 내재적 재정위기는 유럽 이상으로 심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다음 정권이 허리띠를 바짝 조이지 않는 한, MB정권이 물려준 재정부실 재앙으로 최악의 위기에 직면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임지욱 기자

2012년 4월 11일 수요일

나라빚 420조 넘었다…MB정부 4년간 121조원↑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4-10일자 기사 '나라빚 420조 넘었다…MB정부 4년간 121조원↑'를 퍼왔습니다.

사상 첫 돌파…GDP 대비 34%
중앙과 지방 정부가 짊어진 국가채무가 지난 한해 약 28조원 늘어나 사상 처음으로 400조원을 돌파했다. 이에 따라 이명박 정부 4년 동안 국가채무는 299조원에서 420조원으로 121조원이 늘어나게 됐다.
기획재정부가 10일 발표한 ‘2011 회계연도 국가결산’을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전년도보다 28조5000억원 증가한 420조7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방정부의 채무(잠정치)는 소폭 감소했으나 중앙정부의 채무가 크게 증가했다. 국가채무의 적정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33.4%에서 34%로 높아졌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다.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2010년 0.4%포인트 낮아졌으나, 지난해 다시 상승했다.
우범기 재정부 재정관리총괄과장은 “지난해 국내총생산 증가율(3.6%)이 당초 전망치(4.5%)보다 낮아지면서 지난해 국가채무 비율이 전년도보다 다소 높아졌다”고 말했다.
지난 한해 나라 살림살이를 엿볼 수 있는 지표인 ‘관리대상수지’가 13조5000억원(국내총생산 대비 1.1%)의 적자를 보인 것도 국가채무를 키웠다. 관리대상수지란 정부 일반·특별 회계와 기금을 합친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 기금을 제외한 수지를 말한다. 국가채무의 대부분은 부족한 세입을 메우기 위해 정부가 발행한 국채(약 397조원)가 차지했다. 이에 따라 지난 한해 국채의 이자 부담도 19조원에 이르렀다.
국가채무 증가의 원인은 2008년 금융위기와 4대강 등 대형 국책사업이 꼽힌다. 이재은 경기대 교수(경제학)는 “금융위기를 극복하면서 대규모 재정지출을 한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치더라도, 동시에 대대적인 감세로 세입 기반을 약화시킨 것은 재정 운용상의 문제였다”며 “4대강 사업도 꼭 필요한 사업이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국가채무에는 4대강 예산 가운데 8조원을 떠안은 수자원공사 등 공기업 부채는 포함되지 않는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된 2011 회계연도 국가결산은 감사원의 검사를 거쳐 5월31일까지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2012년 1월 5일 목요일

[사설] 가혹한 복지급여 환수로 겨울을 더 춥게 해서야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1-04일자 사설 '[사설] 가혹한 복지급여 환수로 겨울을 더 춥게 해서야'를 퍼왔습니다.
저소득 빈곤층이 정부에서 받는 복지급여가 깎이는 일이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하반기에 실시한 복지급여 서비스 확인조사를 토대로 부정수급자를 적발한 뒤, 올해 지급하는 복지급여에서 부당 급여분을 제외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느닷없이 날아든 정부의 통지문에 서민들의 겨울은 한층 춥고 서러울 수밖에 없다.
급여가 깎인 수급자들의 사연은 안타깝고 안쓰럽다. 기초생활수급자인 50대 남성은 온갖 질병에 시달리면서도 짬짬이 날품팔이를 해 한해 동안 번 40만원이 문제가 됐고, 20대의 장애인 대학생은 휴학 기간에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번 돈 때문에 몇달치 월급여가 47만원에서 17만원으로 줄어들게 생겼다고 한다. 가뜩이나 쥐꼬리만한 정부 지원금이 형체를 찾기 어려워진 셈이다. 정부가 확인조사를 벌인 복지급여는 기초생활보장비, 의료비, 기초노령연금, 장애인연금, 보육료 등 모두 10가지라고 하니 환수 대상자가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가 서비스 확인조사의 이유로 드는 복지예산의 효율화는 필요한 일이긴 하다. 국민의 세금이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하는 것은 행정의 중요한 책무다. 하지만 효율화에만 너무 치우치다 보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잘못을 저지르기 십상이다. 가뜩이나 벼랑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는 사람들의 손을 정부가 매몰차게 걷어차는 꼴이 될 수 있다. 복지부는 민원이 속출하자 노인과 장애인, 학생의 일용소득에 대해 6개월 동안 공제해주는 보완책을 마련했으나, 이 역시 임시방편에 불과한 듯하다.
문제의 근본 원인은 두말할 것도 없이 우리의 복지지출 규모가 너무나 작은 데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복지지출 비중은 국내총생산(GDP)의 9%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인 19%와 견주면 절반에 지나지 않는다. 이 정도론 사회적 약자의 인간다운 삶을 보호하기가 애시당초 어렵다. 게다가 저출산·고령화와 양극화의 심화 등으로 사회복지 수요는 날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다.
정부는 우선 환수금 공제 대책을 상시적으로 운영하고 그 대상을 넓히는 등 저소득 빈곤층의 발등에 떨어진 불을 꺼주는 것이 옳다. 아울러 좀더 적극적인 복지재정 확대 방안을 마련해 후진국 수준인 사회안전망을 촘촘하고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

2011년 12월 8일 목요일

"MB정부, 정권 말기에 3차 F-X 사업 왜 서두르나?"


이글은 프레시안 2011-12-07일자 기사 '"MB정부, 정권 말기에 3차 F-X 사업 왜 서두르나?"'를 퍼왔습니다.
[정욱식의 '오, 평화'] "1,2차 사업 기간 평균 20개월인데 10개월만에 추진"

한국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F-X) 3차 사업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약 8조3000억 원을 들여 60대의 차세대 전투기를 도입할 예정인 이 사업에는 미국 록히드마틴사의 F-35 및 보잉사의 사일런트 이글(F-15SE), 그리고 유럽 EADS의 유로파이터 등이 경합 중이다. 그러나 공군은 스텔스 기능이 가장 우수한 F-35를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건국 이래 최대 무기 도입 사업 3차인 F-X 사업에 대해 따져봐야 할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국가 재정이 날로 악화되고 있는 반면 복지·교육 등 민생 부문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무기 도입에만 8조3000억 원, 운영유지비를 포함할 경우 30~40조 원이 들어가는 초대형 사업을 서둘러 추진해야 할 이유가 있느냐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국민들의 복지 증대 요구를 '망국적 포퓰리즘'이라며 비난해왔는데, 정작 미국 등 해외 군수산업체 주머니 채워주기에는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실제로 MB 정부는 내년에 사상 최대 규모인 14조 원에 달하는 무기 구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권 말기에 너무 서두르고 있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6일자 에 따르면 MB 정부는 내년 1월 제안서를 발송해 6월에 회신을 받고 9월까지 시험평가와 업체별 협상을 벌인 뒤 기종결정평가위원회에서 심의해 10월까지는 최종 계약을 체결하겠다고 한다. 불과 10개월 안에 모든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1차 F-X 사업 때의 27개월, 2차 F-X 사업 때의 13개월에 비해 너무나 촉박한 것이다. 천안함 사태에 대한 미국의 전폭적인 지지,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연기, 최고 대우의 국빈 방문 등 미국의 MB에게 준 선물을 무기 도입 퍼주기로 보답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한국 공군은 이미 군사적으로 적대 관계에 있는 북한의 공군력을 압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분별한 군비 증강은 북한에게 '핵 억제력 강화'의 빌미를 강화시켜줄 우려가 크다. 미국 정보기관들조차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한국에 대한 재래식 군사력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한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본과 중국 등 주변국 위협을 거론하고 있지만, 우리가 이들 나라와 군비경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자해적인 결과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이미 한국은 국력에 비해 이들 나라보다 훨씬 많은 군비를 지출하고 있다. GDP 대비 중국보다는 2배, 일본보다는 3배나 많은 군사비를 지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임기 내 차세대전투기도입사업(F-X사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사진은 지난 2009년 오산 공군작전사령부를 방문해 전투기를 살펴보는 이명박 대통령. ⓒ뉴시스

펜타곤 보고서, 'F-35는 문제투성이'

유력한 후보로 검토되고 있는 F-35가 과연 가격 대비 성능이 입증된 기종인지도 의문이다. 이와 관련해 미 국방부의 작전 실험 평가국(Director of Operational Test andEvaluation)의 2010년 보고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국방전문잡지인 가 올해 1월 18일 인용보도한 것에 따르면, F-35 전투기는 "조종기기, 항공전자기기,제트 엔진 재연소 장치, 헬멧장착영상표시기(HMD)에서 이전에 발견되지 않은 문제점들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제트 엔진 재연소 장치에서 발생하는 굉음이 기체의 흔들림 현상을 유발해 엔진이 최고 출력을 발휘하는데 장애를 조성한다고 전했다. 또한 HMD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F-35는 조종석 디스플레이에 의존해온 이전 전투기들과는 달리 헬멧 가리개에 장착된 디스플레이를 통해 핵심 정보를 조종사에게 전달한다. 보고서는 이와 관련해 자세한 문제점을 소개하지는 않았지만, 추후 실험평가시 보완되어야 할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아울러 중간 수준의 받음각(전투기의 익현(翼弦)과 기류의 방향으로 생기는 각도) 실험에서 예상보다 옆으로 미끄러지는 현상이 크게 발생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이 보고서를 입수해 보도한 는 "여러 구성요소들이 기대했던 것만큼 신뢰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펜타곤의 F-35 사업 책임자인 데이비드 벤렛 해군 중장의 지적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최근 미 항공잡지인 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1년여 동안 불거진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분석한 결과, 변경과 비용의 수준에서 우리를 놀라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드러난 문제점들은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이들 문제를 종합해보면 생산 속도를 늦추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2002년 약 7000만 달러로 추정됐던 F-35 1기당 가격은 현재에는 1억5000만 러로 추정되고 있는 실정이다. 만약 이명박 정부가 3차 F-X 사업으로 이 기종을 선택할 경우 60기 도입 가격만도 10조 원을 넘어서게 되고, 사업 예산인 8조3000억에 맞추려고 할 경우에는 도입 대수를 줄여야 할 형편이다.

펜타곤의 '무리수'가 겨냥한 곳은?

이처럼 F-35에 여러 가지 결함이 드러나고 개발ㆍ생산 비용이 폭등하면서 미국 내에서도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의 6일 보도에 따르면, 펜타곤은 12월 5일 F-35 개발을 위한 가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를 두고 상원 군사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존 매케인은 "스캔들이자 비극"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미국이 대규모의 군비 삭감 시대에 돌입했는데, 역사상 가장 비싼 무기를, 그것도 여러 가지 문제점이 드러난 F-35 계약을 맺은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비판이다.

그렇다면 펜타곤은 왜 이런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일까? 개인적인 견해로는 해외 무기 시장을 겨냥한 로비의 성격이 짙어 보인다. 현재 F-35 구매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나라들은 한국을 비롯해, 이스라엘, 인도, 일본, 캐나다 등이다. 그런데 F-35 개발 비용이 폭등하고 성능상의 결함이 드러나고 있으며 예정보다 생산 시기가 늦춰질 것이 확실해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미국은 이중적인 압박을 받을 수 있다. 해외 판매가 부진해질 경우 F-35 개발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부은 록히드마틴사의 경제적 손실이 막대해진다. 또한 생산 규모가 줄어들어 생산 단가는 높아질 것이고, 이는 펜타곤의 구매 계획에도 큰 차질을 안겨주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펜타곤이 나서 록히드마틴사와 가계약을 체결하면, 이를 근거로 록히드마틴사와 펜타곤은 해외 구매자들을 설득·압박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할 수 있다고 믿고 있을 공산이 크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F-35를 비롯한 대형 무기 도입 사업들이 안고 있는 막대한 재정상의 부담과 비용 대비 효과, 그리고 한반도와 동북아 군비경쟁 격화 우려 등은 면밀히 따져봐야 할 문제들이다. 그런데 임기 말에 접어든 MB 정부는 서두르고 있다. 더구나 사업이 본격화될 내년에는 총선과 대선이 있다. 이들 사업을 면밀히 검증해야 할 국회와 언론의 역할을 기대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2011년 11월 27일 일요일

전기료 왜곡, 전력대란 또 부를 수도


이글은 한겨레신문 Economy Insight 2011-11-01일자 기사를 퍼왔습니다.
[국내 이슈]9·15 정전 사태 뒤 전력상황 분석

류이근  경제부 기자

단전 가구 1415만 호, 미사일 기지와 최전방 GOP(일반 전초) 등 군부대 124곳 정전, 중소기업체 5775곳 단전 피해, 승강기 정지 및 긴급구조 1902건, 개인 병원 7곳 수술 중 정전 발생 피해, 축사 및 양식장 피해 10건, 신호등 정지로 인한 교통혼잡 2877건, 현금자동인출기 정지 및 은행의 업무 마감 지연 417건….
지난 9월15일 초유의 정전 사태로 발생한 피해다. 정부 합동조사단은 지난 9월 말 이번 사태의 핵심 원인이 수요 예측 및 공급 능력 판단의 실패와 전력 당국의 부실한 대응에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식경제부 공무원을 비롯해 한국전력거래소와 한국전력의 임직원 등 17명을 문책했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스스로 청와대에 사표를 냈다.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묻고, 한편으로 수요 예측 시스템을 더 정교하게 재정비하면 충분한 걸까? 이와 관련해 전력산업연구회는 지난 10월14일 ‘9·15 정전사태와 전력산업 구조개선 방향’이란 제목의 세미나를 열었다. 흥미로운 건 이 자리에 참석한 전기 및 경제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정전 사태가 일시적 사고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고, 그 구조적 문제엔 ‘잘못된 가격신호’가 자리잡고 있다고 지적한 사실이다.
세미나 발제를 맡은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전기요금의 인상 수준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을 훨씬 밑돈 반면, 고유가로 석유·석탄·가스 등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다른 에너지에서 전력으로 수요 전환이 물밀듯이 발생했다. 이로 인한 전력 수요 급증이 9·15 정전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손 교수와 다른 토론자들의 얘기를 요약하면 이번 사태는 ‘낮은 전기요금→전력 수요 증가→전력 공급 기반 약화→순환 정전’이란 도미노의 결과물이다.
이번 정전 사태를 계기로 전기요금을 둘러싼 4가지 오해와 진실을 살펴보자.


지난 9월15일 일어난 사상 초유의 정전 사태는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수 있다. 상당수의 가구가 정전된 서울 여의도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

정치적 결정에 따라 왜곡된 전기료 체계
전기는 필수 재화다. 따라서 그 가격은 단순히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 공공요금이니만큼 가격 결정권은 정부의 손에 달렸다. 정부는 국민의 물가 부담을 덜어준다는 명분 아래 물가가 들썩일 때마다 전기요금 인상을 억눌러왔다. 이런 현상은 20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 과연 고맙기만 한 일일까?
1982년부터 지난해까지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40%에 이른다. 그런데 같은 기간 전기요금은 18.5% 상승했다. 지난 19년 동안 물건과 서비스의 가격이 1천원에서 3400원으로 올랐는데도, 전기요금만은 1천원에서 1185원 인상에 그친 셈이다. 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전기요금은 이 기간에 65.1% 하락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전기요금 인상률은 다른 공공요금과 비교해도 크게 낮다. 버스와 지하철 요금의 경우 비슷한 기간(1984~2010년)에 각각 750%, 450% 인상됐다. 손 교수는 “정부가 전기요금을 정치적으로 결정해 전력시장에 정확한 가격 시그널(신호)을 주지 못해 공기업 적자를 확대시키고 전력의 공급 기반을 약화시킨 점은 큰 정책적 실패”라고 주장했다. 전력 및 경제 전문가들은 정부가 선거를 의식해 전력 요금을 계속 동결하거나 찔끔찔끔 인상해오면서 가격체계가 크게 왜곡됐다고 말한다.
정치에 희생된 전기요금은 경제 상식마저 깬다. 전력을 팔면 팔수록 손해인 전력산업의 기형적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전기의 원가보상률은 2006년 이후 계속 100%를 밑돌고 있다. 2008년엔 77.7%로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1천원을 받아야 밑지지 않는데 777원을 받고 전기를 팔았다는 말이다.

싼 전기료 덕에 초과 이윤 누리는 대기업
공급자인 한전이 원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전기를 팔면, 수요자가 이득을 보기 마련이다. 그만큼 싼값에 전기를 사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혜택을 수요자가 모두 똑같이 누린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바로 전기요금 체계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심야전력을 뺄 경우 산업용, 주택용, 농사용, 교육용, 가로등, 일반용(5가지 종별 외 사용자) 등 6종의 요금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들 종별 원가와 판매가가 다 다른데, 지난해 기준으로 산업용의 원가보상률은 89.4%에 불과했다. 즉, 산업용 전력을 쓰는 약 35만 개 업체들은 원가 1천원짜리 전력을 평균 894원에 쓰는 것이다. 심야를 뺀 주택용 원가보상률 94.2%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인 셈이다.
실제 산업용 전력 사용량은 지난해 전체 사용량의 절반이 넘는 53.6%에 이르지만, 판매 수익은 전체 37조3900억원의 47.7%(17조8306억원)로 나타났다. 수요자들이 전체적으로 싼값에 전기를 쓰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일반 국민이 더 비싼 값에 전기를 사서 쓰면서 산업계를 지원해주는 셈이다. 우리나라의 산업용 전기요금을 100이라고 할 때 일본은 266,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은 184나 된다.
혜택은 산업계 안에서도 특히 대기업에 집중된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해 산업용 전력의 총괄원가 미달에 따른 기업별 수혜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전력 사용이 많은 대기업 200곳이 전체 산업용 전력의 무려 42.3%를 썼다. 이들에게 돌아간 수혜 금액은 산업계 전체인 2조1157억원의 46%가 넘는 9832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전력 사용량 상위 5개 업체인 삼성전자(1위), 현대제철(2위), 포스코(3위), LG디스플레이(4위), 하이닉스(5위)의 수혜 금액만 3265억원에 이른다.
낮은 산업용 전기요금은 과거 수출 주도 성장 전략의 산물이다. 기업 처지에서는 비용에 해당하는 전기요금을 낮추면 수출할 때 가격경쟁력이 생긴다. 이런 산업정책 아래 수출 대기업들은 원가보다 훨씬 낮은 금액에 전기를 쓰면서 초과 이윤을 누려왔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과거에 비해 가격경쟁력보다 품질 경쟁이 중요해지고 있어 전력요금 인상이 산업체의 국제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들고 있다”며 “또한 낮은 전기요금은 기업체들의 에너지 절감 노력을 반감시켜왔다”고 지적했다. 

싼 전기료는 결국 국민의 희생 요구
우리나라의 산업용과 주택용 전기요금은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공급자인 한전은 해마다 큰 손실을 보고 있다. 한전은 2008년 사상 첫 3조원(당기순이익 기준)의 적자를 기록한 이후 3년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올해도 약 2조원의 영업 적자가 예상된다. 한전의 차입금은 2008~2010년 17조3천억원이 늘었고, 부채비율은 같은 기간 87.3%에서 140.1%로 급증했다.
한전의 손실이 한전 주주에게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소비자인 국민에게 ‘희생의 대가’를 요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는 2008년 추경예산에서 8350원을 떼서 한전의 손실을 일부 보전해줬다. 국민이 낸 세금을 한전에 곧바로 투입한 것이다. 한전은 상장회사이긴 하지만 정부가 최대주주로 지분 51%를 지녔다. 따라서 손실이 나면 우선 자체 구조조정 등 경영합리화를 시도해야 한다. 그런데 이마저 안 되면, 결국 정부에서 수혈을 받아야 한다. 
전력산업의 적자가 지속되면 최소한의 투자 재원 조달마저 어렵게 된다. 이로 인해 낙후된 전력산업은 모두에게 다양한 형태의 비용을 요구할 수 있다. 강승진 한국산업기술대 교수는 “지금 우리가 전기를 싼값에 쓰는 대가를 5~10년 뒤 후대 사용자들이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자원이 거의 없는데도 에너지 소비만큼은 산유국 부럽지 않게 펑펑 쓰고 있는 게 현실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전력소비량은 OECD 평균의 1.7배 수준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4월 세계경제전망(WEO)에서 “한국은 1인당 실질 GDP가 1% 증가하면, 1인당 에너지 소비 또한 거의 1% 증가해왔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인당 전력소비량은 우리 국민소득의 거의 2배인 일본을 추월했다. 또 지난해 전력사용량은 무려 10.1% 늘었다. 지난 10년 평균 증가율은 5.5%에 이른다.

에너지 다소비 경제 부추기는 전기료 체계
정한경 선임연구위원은 “전기요금이 기름값보다 비정상적으로 싸기 때문에 빚어진 현상”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에선 2차 에너지인 전기가 1차 에너지인 기름과 가스보다 되레 저렴하다는 얘기다. 실제 지난해 기준으로 에너지원별 가격을 비교해보면, 소비자가격과 발열량, 열효율 등을 고려한 난방용 등유와 경유의 가격이 전기요금보다 각각 25%, 63%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선 전기요금이 기름값보다 50% 정도 비싼 편이다. 우리나라 전기요금이 싸다 보니 1차 연료에 대한 대체 소비가 전기로 몰렸다. 이 때문에 전체 전력 수요의 24%에 이르는 전기난방 수요가 2004년보다 곱절 가까이 늘어났다.
기름과 석탄, 가스 등을 때어 전기로 전환할 때 투입 에너지의 약 60%가 손실된다. 따라서 우리의 전력산업 구조는 비싼 1차 에너지를 사다 애써 전기로 만들어 싼값에 공급하는 기형적인 모양새다. 싼값 때문에 전력 소비는 해마다 크게 늘어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해외에서 매년 더 많은 석유와 석탄, 가스 등 1차 에너지원을 비싼 값에 수입해온다. 그만큼 전체 경제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2008년의 경우 에너지 수입액이 무려 1400억달러에 이르렀다. 이는 우리나라의 선박·자동차·반도체·철강 부문 수출액을 모두 합한 금액에 버금간다. 

ryuyige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