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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11일 월요일

보수 언론의 본심 "가난하면 병들어 죽어라!"


이글은 프레시안 2012-06-11일자 기사 '보수 언론의 본심 "가난하면 병들어 죽어라!"'를 퍼왔습니다.
[서리풀 논평] 가난과 질병의 악순환을 끊어야

(프레시안)은 시민건강증진연구소가 매주 한 차례 발표하는 '서리풀 논평'을 동시 게재합니다. (사)시민건강증진연구소는 "모두가 건강한 사회"를 지향하는비영리 독립 연구기관으로서, 건강과 보건의료 분야의 싱크탱크이자 진보적 연구자와 활동가를 배출하는 연구 공동체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바로 가기) 가난과 질병의 악순환을 끊어야

2010년 현재 빈곤층은 340만 명에 이른다. 최근 국무총리실이 발표한 2010년 빈곤 실태 조사결과가 그렇다. 이 숫자마저 실제보다 적게 잡힌 것이다.

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00~120퍼센트에 속하는 이른바 차상위 계층을 포함하면 빈곤층 규모는 570만 명으로 늘어난다. 열 사람에 하나 꼴로 가난을 벗어나지 못한, 그래서 가난은 아직도 아주 가까운 문제다.

현실은 상대적 빈곤이니 절대적 빈곤이니 하는 개념 구분을 무색하게 한다. 건강과 의료 문제만 해도 그렇다. 만성 질환자가 있는 가구 비율은 전체 가구가 22.4퍼센트인 반면, 기초 수급 가구는 63.8퍼센트 차상위 가구는 58.3퍼센트로 비빈곤 가구의 두 배를 훌쩍 넘는다.

의료비가 부담된다는 가구 비율도 마찬가지다. 전체 가구는 33.1퍼센트였으나, 기초 수급 가구는 45.5퍼센트, 차상위 가구는 52.7퍼센트가 부담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비수급 빈곤층은 11.8퍼센트가 치료를 중도에 포기한 경험이 있었고, 포기한 이유 중 90.9퍼센트가 치료비 부담 때문이었다((한국일보) 2012년 6월 5일자).

사실 이런 조사 결과는 놀랍거나 예상을 벗어난 것이 아니다. 경제 위기를 극복했다는 자화자찬이 이어졌지만, 가난은 여전히 한국 사회의 한 단면임을 누구나 안다. 어느 정도 건강 보장 제도가 갖추어졌다지만, 중산층에게도 의료비는 부담스럽다.

익숙한 가난에 대응하는 방식 역시 낯익다. 2012년 제2차 사회보장심의위원회에서 확인된 핵심 전략은 변함없이 대상을 분리하고 개인화한다는 것이다. 다만, 빈곤층을 다시 나눠 차상위와 기초 수급자를 대비시키는 것이 좀 달라졌다. 더 '세분화'했다고나 할까.

분리와 개인화는 우리 사회 기득권층이 가난을 이해하는 방식과 맞물려 있다. 아니나 다를까, 빈곤층 소득이 역진적이고((한국경제)의 제목에는 소득 역전 앞에 "황당한"이라는 표현이 붙었다), 모든 혜택은 수급자가 '독식'한다는 해석이 쏟아졌다.

다시 봐도, 차상위도 어려우니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은 찾을 수 없다. 기초 수급자가 혜택을 독차지하고, 한번 수급자가 되면 무슨 수를 쓰든 유지하려고 하며, 광범위한 '도덕적 해이'가 의심된다는 것이 논지의 핵심을 차지했다.

압권은 한 신문의 제목이다. "공짜 복지에 '빈곤 역전'"을 1면에 가장 큰 제목으로 뽑았다((세계일보) 2012년 6월 5일자). 공짜 복지라니, 막상 기사 본문에는 저소득층에 돈을 지원하는 정책의 결과가 소득 역전이란다. 빈곤층을 일하도록 만들어야지 돈을 지원하면 공짜 심리가 생긴다는 소박한(?) 그러나 본심을 드러낸 진단이리라.

내놓고 말하지 않아서 그렇지, 정부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정책을 마련한 것 같다. 물론 비수급 빈곤층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것도 과제에 들어있다. 하지만, 여기에는–너무나 익숙한 표현으로–우선순위와 재정 영향을 고려하여 관계 부처 간 협의를 통해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단서가 붙었다.

그보다는 대상자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겠다는 뜻이 앞서는 것으로 보인다. 다른 정부문서를 읽을 때처럼 숨은 뜻을 해석할 필요도 없이 아예 명확하게 밝혀 놓았다. 기초 수급자에 집중된 부문별 복지 혜택을 차상위 계층으로 조정한다는 것을 뜻한다고.

이 문제만큼은 정책도 일관성을 보인다. 의료 급여 대상자에게 새로 본인 부담금을 물리는 것을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집중된 혜택을 차상위 계층으로 조정한다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그러나 이것으로는 빈곤도 의료 급여도 답을 찾을 수 없다. 실태 조사 결과가 보여 주듯, 기초 수급자는 일부 혜택을 받는 가운데에서도 여전히 고단하고 팍팍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말이 그렇지 조정하는 것이 쉬울 리 없다. 그나마 이들이 받는 혜택을 조정하자고 하면, 기초 수급자와 차상위 계층 사이에 새로운 갈등이 일어날 것이 뻔하다.

무엇을 기준으로 하든, 의료 급여 대상자는 확대하는 것이 맞다. 혜택의 수준이나 본인 부담 문제도 마찬가지다. 일부 사람들은 '도덕적 해이'를 말하지만, 공짜 복지와 '복지 병'의 시각을 벗어나지 못한 주장이다.

인도적이고 정의에 부합하는 안전망의 원리는 비록 열 사람이 낭비를 한다 한들 꼭 필요한 한 사람을 놓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지금까지 연구 결과를 보면, 낭비한다고 몰아세우는 것은 의도가 의심스러운 근거 없는 주장에 가깝다. 심지어 낭비를 인정하는 경우라도 의료 급여 수급자가 모두 책임질 일은 아니다.

또 한 가지, 의료 급여는 가난한 사람이 공짜로 병원에 갈 수 있게 해주는 단순한 제도라고 할 수 없다. 건강과 의료는 가난과 밀접하고, 그래서 의료 급여는 빈곤 예방과 빈곤 탈출에 연결되어 있다.

건강이 나빠지면 새로 가난해지거나 가난이 더 심해진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와 반대 방향으로, 가난하면 건강이 나빠진다는 것도 정설이다.

이런 건강과 가난의 고리는 당대에 그치지 않고 대를 이어 계속된다. 부모가 가난한 집아이는 대체로 건강이 더 나쁘고, 그 결과 교육과 기술 습득이 부진한 경우가 많다. 성인이 된 이들이 좋은 일자리를 구하고 제대로 된 경제 활동을 하기 어려워진다.

결국 가난은 다음 세대로 이어지고, 이들의 건강 역시 좋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말하자면, 가난-건강-교육-노동-가난의 고리로 이어지고 되풀이되는 '사회적 유전'을 피하기 어렵다.

가난이 만드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것이 제대로 된 복지이고 사회 정책이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한 요소인 의료 급여 역시 가난과 건강의 사회적 유전을 예방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의료급여가 지향해야 할 정책 방향은 명확하다. 가난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많은 사람들을 포함하고, 또한 충분한 수준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대상 범위를 모든 빈곤 인구로 확대하고, 있던 본인 부담도 줄이거나 없애야 한다.

덧붙이는 말. 의료 급여가 가난을 예방하거나 가난에서 탈출하는 데에 어떤 역할을 얼마나 하고 있는지 제대로 분석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의료 급여 정책의 목표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그러고 보니, 기초생활보장제도 전체가 빈곤의 심화를 예방하거나 빈곤에서 탈출하는 데에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기는 마찬가지다.

참고 자료

국무총리실. 2012년 제2차 사회보장심의위원회 보도자료. 2012년 6월 4일. (☞바로 보기)

 /시민건강증진연구소

2012년 4월 3일 화요일

한미 FTA를 막아야 하는 열두 가지 이유


이글은 레프트21 2011-11-28일자 기사 '한미 FTA를 막아야 하는 열두 가지 이유'를 퍼왔습니다. 다시 한번 상기해드리고 싶어서...
우석균·송기호의 쉬운 한미FTA 반대 해설

원제: 한미 FTA를 막아야 하는 열두 가지 이유 - 우석균·송기호의 쉬운 한미FTA 반대 해설

이 글은 최근 우석균·송기호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 정책자문위원이 대국민 홍보용으로 쓴 글이다.

한미FTA는 1퍼센트 부자와 재벌만을 위한 협정입니다. 약값과 의료비를 폭등시키고 건강보험제도를 위태롭게 만듭니다. 투자자 정부 중재제도(ISD)가 도입돼 기업의 탐욕을 막을 공공정책시행이 불가능해집니다. 또 공기업 민영화로 전기, 수도, 가스요금을 폭등시키는 협정입니다. 물가가  폭등해도 민영화된 기업을 다시는 공기업화할 수 없도록 만들고, 규제완화가 된 제도는 다시는 되돌릴 수 없게 만드는 협정입니다. 영세상인을 보호하는 제도는 한미FTA 위반이 되며 한국의 농업은 도탄에 빠지게 됩니다. 미국의 대기업과 한국의 재벌만을 위한 1퍼센트만을 위한 협정인 것입니다.
1. 약값 폭등, 의료비 폭등시키고 건강보험제도를 망칩니다.
한미FTA는 특허를 연장시켜 값싼 복제약품이 시판되는 것을 대폭 늦춥니다(허가-특허 연계). 또한 지금까지 한국의 건강보험공단과 심사평가원이 결정하던 약값을 다국적 제약회사가 거부할 수 있게 됩니다(독립적 검토기구). 환자들의 약값이 폭등하고 건강보험재정이 문제가 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한미FTA가 비준되면 전국 20개 도시에 허용된 경제자유구역에서 영리병원 허용 조처를 되돌릴 수 없게 해 놓았습니다. 영리병원의 의료비는 지금의 비영리병원보다 크게 올라갑니다. 의료비도 폭등합니다.
2. 공공정책과 복지정책이 투자자 정부 중재제도(ISD)의 대상이 되어 위태로워집니다. 
공공정책은 한미FTA의 예외라구요? 아닙니다. 한미FTA에서는 일단 미국 투자자가 한국 정부를 국제중재기구에 회부하면 한국 정부는 꼼짝없이 끌려나가서 중재를 받아야 합니다. 자동동의 조항 때문에 그렇습니다. 캐나다 정부가 그린벨트를 지정해 환경폐기물을 못 버리게 하자 캐나다 정부가 회부당했습니다. 중소기업적합업종제도나 협동조합육성제도도 한미FTA 위반으로 강제 중재에 회부됩니다. 한국의 건강보험당연지정제에 해당하는, 캐나다 국민 모두에게 보편적이고 무상인 의료서비스 제공을 의무화 한 연방보건법도 영리병원에 손해가 된다고 중재에 회부됐습니다. 
투자자 정부 중재제도(ISD)는 보편적 규범이 아닙니다. 현재 진행 중인 세계무역기구(WTO) 협상(DDA)에서도 그 채택을 거부했습니다. 투자자 정부 중재제도(ISD)가 FTA에 포함되면 한국 정부는 중재 결정을 무조건 따라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무역 보복을 당합니다. 기업에 대해 공익을 목적으로 규제를 가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집니다. 기업들에게는 천국이지만 한국 정부의 정책결정권은 크게 훼손됩니다. 
3. 민영화를 저지 못하고 전기요금, 가스요금 등 물가가 오릅니다.
볼리비아에서는 1999년 코차밤바시의 상수도가 민영화된 후 최저임금이 60달러인 나라에서 한 달 수도요금이 20달러가 될 정도까지 폭등했습니다. 코차밤바 주민들은 혹시 아이들이 수도꼭지를 틀까 봐 수도를 새끼줄로 묶고 빗물을 받아먹었습니다. 민영화 당사자인 벡텔은 빗물도 자기 것이라며 이를 금지하고 단속까지 했습니다. 볼리비아 정부는 이 와중에도 상수도를 다시 국유화하려 하지 않았는데 투자자 정부 중재제도(ISD)에 회부 당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제 철도도 가스도 민영화한다고 합니다. 철도요금과 가스요금이 폭등할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한미FTA가 되면 비준되면 투자자 정부 중재제도(ISD) 때문에 다시 이를 국유화하기 힘듭니다. 또 역진방지조항(래칫) 때문에 한번 민영화하면 요금이 아무리 올라도 이를 되돌릴 수 없습니다. 지금도 고물가로 서민생활은 파탄지경인데 수도, 전기, 철도, 가스요금이 오르게 됩니다.
4. 동네 통닭집, 피자집, 상점, 정육점, 채소가게가 어렵게 됩니다.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들어서면 반경 1킬로미터 이내의 동네 일반상점은 물론이고 정육점, 채소가게까지 문을 닫게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마트나 홈플러스에서 ‘통큰 통닭’, ‘통큰 피자’니 뭐니 해서 일단 값싸게 팔기 시작하면 주변의 동네 통닭집, 피자집은 다 문을 닫게 됩니다. 그런데 기업형 슈퍼마켓 규제는 한EU FTA 때문에 현재도 어려워졌지만 한미FTA가 되면 거의 불가능해집니다. 한미FTA 위반이기 때문입니다. 일자리를 잃거나 명퇴를 당하면 기댈 곳은 동네상점이나 통닭집인데 이제 서민들의 피난처까지 없어지는 것입니다. 이마트나 홈플러스를 합작 운영하는 다국적기업과 재벌은 떼돈을 벌겠지만 서민들은 죽어 나가야 합니다. 한미FTA가 말하는 ‘경쟁력 강화’라는 것이 이런 것입니다.
5. 외환 위기 닥쳐도 외환통제가 곤란합니다. 
1997년 IMF 외환위기 때, 한국에 들어왔던 외국돈이 썰물처럼 빠져나갔습니다. 이럴 때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조처는 일시적 외환 송금제한(금융세이프가드)입니다. 그런데 한미FTA에서는 이 금융세이프가드의 전제조건을 미국의 ‘상업적, 경제적 또는 재정상의 이익’에 손해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규정해 놓았습니다. 한미FTA가 비준되면 금융 위기가 닥쳐도 외환 통제 조처를 제대로 하기 어렵습니다. 또 한미FTA는 모든 금융서비스를 포괄적으로 개방했습니다(네가티브리스트). 금융상품에 대해 새로운 규제를 하기 어렵습니다. 미국에서 2008년 경제 위기를 불러온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규제권이 제약을 받습니다.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 시기에 한국은 국제 투기자본의 농간에 대해 제대로 규제도 못 하고 가만히 당해야 한단 말입니까?  
6. 무역 흑자가 줄고 적자가 됩니다.
한EU FTA 후 어떻게 되었습니까? 전년도 대비 37억 불이나 무역흑자가 줄었습니다. 한미FTA를 하면 수출이 늘어난다구요? 미국은 지금 경제 위기 상황입니다. 집을 잃고 거리에 쫓겨난 사람이 수백만이 넘고 실업률이 10퍼센트에서 떨어지지 않습니다. 이런 미국에 무슨 물건을 더 팔겠습니까? 미국이 지금 FTA를 하는 것은 미국의 무역적자를 해결하기 위한 것입니다. 백 보를 양보해서 수출이 늘어난다고 서민생활이 얼마나 좋아지는 것도 아닙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 후 미국 무역흑자는 늘어났지만 미국의 일자리는 70만 개가 줄었습니다. 멕시코는 어땠습니까? 1993년 멕시코 정부는 NAFTA가 체결되면 외국인 투자가 확대되고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대대적으로 선전을 했습니다 . NAFTA 체결 후 물론 멕시코의 수출액은 늘었습니다. 그러나 서민경제는 나빠지고 양극화가 심해져 멕시코 4천만 경제활동인구 중 정규직은 1천3백만 명에 불과하게 됐습니다. 재벌들은 돈을 벌지만 직장인들과 서민들은 더욱 가난해지는 것이 FTA입니다. 
7. 농업이 없는 한국을 물려주시겠습니까?
미국과 EU의 농산물은 전 세계에서 가장 값이 쌉니다. 다른 이유가 아닙니다. 미국 정부와 EU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농업보조금을 주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거대 농업기업에 주는 농업보조금은 연간 2백20억 달러(약 24조 9천억 원)로 우리 나라와 비교가 안 되게 많습니다. 농업생산액에 비한 농업보조금 비율은 EU는 22.3퍼센트, 미국은 14.6퍼센트인데 우리 나라는 4.6퍼센트밖에 안 됩니다. 막대한 정부보조금으로 가격을 낮춘 미국과 유럽의 농산물은 쌀 수밖에 없고 경쟁이 안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농업관세까지 낮추는 협정이 한미FTA입니다. 한국의 농업은 끝장 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지금도 OECD 국가중 최하위로 28퍼센트밖에 안 되고 쌀을 빼면 5퍼센트밖에 안 됩니다. 세계 식량 위기가 닥치고 있고 농업이 미래 청정에너지로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이고 각국이 자국 농업 보호에 나서고 있습니다. 농업 없는 한국을 자녀들에게 물려주시겠습니까?
8. 환경을 파괴하는 협정입니다.
한미FTA 체결을 위해 미국이 내건 4대 선결조건 중 하나가 자동차 배기량이 많으면 세금을 더 부과하는 제도를 없애는 것이었습니다. 이 결과 배기가스가 많은 자동차에게 세금을 부과해 환경을 지키는 정책이 사라졌습니다. 기후온난화라는 지구적 과제에 역행하는 것이 한미FTA 협정입니다. 유전자 조작식품에 대한 규제가 완화됐습니다. 환경정책은 ISD 예외라지만 사실상 한미FTA가 비준되면 한국의 환경규제조처는 단지 무역장벽으로 취급될 뿐입니다. 
9. 불평등한 협정입니다.
미국의 한미FTA 이행법 102조를 보면 협정과 미국 법령이 충돌할 경우 미국 법령이 우선한다고 돼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한미FTA 협정이 한국법에 우선하게 됩니다. 한미FTA는 미국에서는 국내법이 아니지만 한국에서는 국내법입니다. 미국의 이행법에는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FTA 위반을 이유로 미국 법원에 소송을 할 수 없게 했습니다.   
10. 미국 주도 세계질서에 편입돼 동북아 긴장을 고조시킵니다.
한미FTA 협정은 단지 경제협정만이 아닙니다. 한국이 정치적ㆍ군사적으로 미국 주도 세계질서에 더욱 깊숙이 편입되는 협정입니다. 지금 동북아시아는 중국과 미국의 경제력과 군사력이 맞닥뜨리고 있는 곳이고 앞으로 갈등은 더 커질 것입니다. 지금 한국이 정치적ㆍ군사적 한미동맹을 무조건 강화하는 것이 과연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요? 무비판적 한미동맹의 강화는 위험하며 동북아와 한반도 평화에 해가 됩니다. 
11. 1퍼센트만을 위한 협정입니다.
미국의 기업만 찬성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기업들의 협회인 전경련과 대한상공회의소, 재벌들은 한미FTA 지지 광고로 언론을 도배하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한국의 공공부문을 민영화하면 미국의 기업들과 합작해 한국 재벌들도 이익을 보기 때문입니다. 의료민영화가 되면 미국 보험회사만이 아니라 국내 보험회사도 민영 의료보험 장사로 큰돈을 벌 수있습니다. 그러나 서민과 직장인 들에게 무엇이 돌아옵니까? 가스, 전기, 철도요금 같은 공공요금이 오릅니다. 약값, 의료비가 올라 건강보험마저 위험합니다. 동네상점은 문을 닫게 생겼습니다. 비정규직은 더 늘어가게 됩니다. 친환경무상급식도 못 하게 됩니다. 한미FTA는 양극화를 심화시켜 1퍼센트는 이익을 보지만 99퍼센트에게는 재앙인 협정입니다.
12. 99퍼센트의 힘으로 한미FTA 협정 막을 수 있습니다.
미국이 FTA를 밀어붙이면 다른 나라는 무조건 받아들여야 하는 것입니까? 아닙니다. 미국은 라틴아메리카(남미) 전 지역을 대상으로 FTA를 추진했었습니다(FTAA). 그러나 남미 민중이 반대해 이 FTA는 폐기됐습니다. 미국이 추진한 FTA,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 모든 지역에서 폐기되고 단 한 나라 즉 한국만 FTA를 추진 중입니다. 미국산 쇠고기 전면개방도 국민들이 촛불항쟁을 통해 결국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을 막아냈습니다. 온 국민이 반대한다면 미국과의 FTA 막을 수 있습니다. 99퍼센트의 힘으로 1퍼센트만을 위한 한미FTA 막아낼 수 있습니다. 또 반드시 막아내야 합니다.

2012년 1월 5일 목요일

[사설] 가혹한 복지급여 환수로 겨울을 더 춥게 해서야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1-04일자 사설 '[사설] 가혹한 복지급여 환수로 겨울을 더 춥게 해서야'를 퍼왔습니다.
저소득 빈곤층이 정부에서 받는 복지급여가 깎이는 일이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하반기에 실시한 복지급여 서비스 확인조사를 토대로 부정수급자를 적발한 뒤, 올해 지급하는 복지급여에서 부당 급여분을 제외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느닷없이 날아든 정부의 통지문에 서민들의 겨울은 한층 춥고 서러울 수밖에 없다.
급여가 깎인 수급자들의 사연은 안타깝고 안쓰럽다. 기초생활수급자인 50대 남성은 온갖 질병에 시달리면서도 짬짬이 날품팔이를 해 한해 동안 번 40만원이 문제가 됐고, 20대의 장애인 대학생은 휴학 기간에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번 돈 때문에 몇달치 월급여가 47만원에서 17만원으로 줄어들게 생겼다고 한다. 가뜩이나 쥐꼬리만한 정부 지원금이 형체를 찾기 어려워진 셈이다. 정부가 확인조사를 벌인 복지급여는 기초생활보장비, 의료비, 기초노령연금, 장애인연금, 보육료 등 모두 10가지라고 하니 환수 대상자가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가 서비스 확인조사의 이유로 드는 복지예산의 효율화는 필요한 일이긴 하다. 국민의 세금이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하는 것은 행정의 중요한 책무다. 하지만 효율화에만 너무 치우치다 보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잘못을 저지르기 십상이다. 가뜩이나 벼랑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는 사람들의 손을 정부가 매몰차게 걷어차는 꼴이 될 수 있다. 복지부는 민원이 속출하자 노인과 장애인, 학생의 일용소득에 대해 6개월 동안 공제해주는 보완책을 마련했으나, 이 역시 임시방편에 불과한 듯하다.
문제의 근본 원인은 두말할 것도 없이 우리의 복지지출 규모가 너무나 작은 데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복지지출 비중은 국내총생산(GDP)의 9%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인 19%와 견주면 절반에 지나지 않는다. 이 정도론 사회적 약자의 인간다운 삶을 보호하기가 애시당초 어렵다. 게다가 저출산·고령화와 양극화의 심화 등으로 사회복지 수요는 날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다.
정부는 우선 환수금 공제 대책을 상시적으로 운영하고 그 대상을 넓히는 등 저소득 빈곤층의 발등에 떨어진 불을 꺼주는 것이 옳다. 아울러 좀더 적극적인 복지재정 확대 방안을 마련해 후진국 수준인 사회안전망을 촘촘하고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

2011년 11월 28일 월요일

의사가 바라본 FTA…"전국에 부자 병원 생길 것"


이글은 프레시안 2011-11-28일자 기사 '의사가 바라본 FTA…"전국에 부자 병원 생길 것"'을 퍼왔습니다.
[기고] "한미 FTA와 영리병원의 관계? 경제자유구역을 보라"

괴담

초등학교(국민학교) 시절 이런 얘기가 있었다. 밤만 되면 이순신 동상이랑 유관순 동상이 돌아다닌다는 둥 하는 얘기 말이다. 나중에 커서 알게 된 일이지만 대부분의 학교에 이와 비슷한 얘기가 있었다. 이런 걸 '괴담'이라고 한다.

그러나 다들 알듯이 이런 괴담은 수많은 사람을 속일 수도, 오랫동안 속일 수도 없다. 괴담은 내버려두면 잊혀진다. 괴담을 없애겠다고 유포자를 추적하고 응징하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의 주장에 따르면 국민의 절반이 6년 동안 한미 FTA 괴담을 믿어왔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는 그 괴담이 더 커지기 전에 비준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며 날치기를 했다. 결국 우리가 믿던 얘기는 괴담이 아니었던 것이다. 날치기가 이를 증명해준 것이나 다름없다.

경제자유구역과 한미 FTA

2002년 김대중 정부가 경제자유구역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외국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겠다는 장밋빛 미래를 펼쳐 보였다. 10년이 지난 지금 그 실상을 보면 날치기 통과된 한미 FTA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가늠해 볼 수 있다.

지금 경제자유구역에는 썰렁한 찬바람만 분다. 처음보다 규제를 더 완화하고 특혜를 주겠다고 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경기개발연구원이 지난 8월에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2006∼2010년에 경제자유구역에 외국인이 직접 투자한 비율은 전체의 4.15퍼센트에 불과하다.


▲ ⓒ보건의료단체연합

처음 영리병원을 도입하기로 했을 때 정부는 경제자유구역에 들어올 외국인 전용 병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당시 정부는 외국인 전용 병원이 절대 한국 의료체계를 뒤흔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몇 년 뒤 경제자유구역법이 개정됐다.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외국인이 들어오지 않자, 외국인 병원 운영이 어려울 것이라며 내국인 진료를 허용한 것이다. (☞관련 기사 : "제주도發 '영리병원 블랙홀', 동네병원 '줄초상' 난다")

그래도 투자자가 나서지 않자 이번에는 외국인 병원 설립에 국내 자본 투자를 허용했다.인천 송도 영리병원에는 삼성과 KTG가 컨소시엄에 참여했다. 그래도 잘 안되니까 의료인력도 내국인이(외국 면허만 가지면) 할 수 있도록 고치려고 했다. 결국 내국인을 내국인이 진료하는 영리병원을 국내 기업이 만들도록 허용한 것이다.

한미 FTA는 전국적으로 이런 효과를 낼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경제자유구역만 빼면 영리병원이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다. 그럴 수도 있다. 문제는 경제자유구역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처음 추진할 때 제주도를 포함해 4개였던 경제자유구역이 지금은 7개다. 2011년 현재 경기, 강원, 충북, 전남에서 경제자유구역 신규지정 신청을 한 상태다. 경제자유구역당 병원 한 개만 허용하는 것도 아니다.

한미 FTA에는 '내국인 대우' 조항이 있다. 외국 투자자들에게 내국인과 동등한 자격을 부여한다는 것인데 거꾸로도 가능하다. 국내 투자자들이 왜 역차별하냐고 한국 법원에 제소할 수 있다. 그런 식으로 영리 병원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소수 부자들에게 비싼 의료비를 받고 화려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명품' 병원이 생기면 그 다음에는 명품 민영보험이 생길 것이다. 당연히 이런 명품이 늘어나면 의료비를 인상시킬 것이고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박탈감을 안겨 줄 것이다. 나중에는 국민건강보험을 없애자는 얘기도 나올 것이다. 때마침 이명박 정부는 건강보험 제도를 뿌리부터 뒤흔들겠다는 김종대 씨를 공단 이사장으로 임명했다. (☞관련 기사 : '건보 해체' 김종대 논란 확산…MB정부 의료민영화까지?)

환자와 의사, 불신

환자들을 볼 때 가장 불편한 일은 내 앞에 앉아 진료를 받는 환자의 눈에, 의사인 나에 대한 불신이 가득 담겨 있는 경우다. 무척 조심스럽지만 확실히 불신이 느껴지는 눈빛이다.

이런 환자들이 나를 잘 아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다만 아주 객관적인 사실을 잘 이해하고 있을 뿐이다. 의사들이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돈을 번다는 사실 말이다. MRI 같은 값비싼 진단장비를 많이 이용하면 인센티브를 받는다는 얘기도 적잖이 들었을 것이다. 그건 고스란히 환자들 부담이 된다. 환자들에게는 이를 거부할 명분이 없다.

그러나 의사들에 대한 불신은 결과적으로 환자들이 자신을 지키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대부분의 의사들이 그렇듯 나도 이런 환자들 앞에서 좀더 조심스러워진다. 한편에서는 무척 짜증나는 일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의사들이 자기 수입을 생각하며 환자를 진료하는 상황 자체가 달라진다면 훨씬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겠지만 적어도 그렇게 되기 전까지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불신'을 버리지는 말라고 얘기한다.

한미 FTA를 반대하는 운동 진영 내에는 민주당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있다. 나는 이 불신도 거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의사들에 대한 환자들의 불신만큼이나 민주당에 대한 불신도 우리 운동을 지키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평범한 노동자들에게서 표를 얻지만 선거자금과 당 운영비는 기업주·부자들에게서 얻는다. 한미 FTA를 통과시키면 표를 잃을 것이 명백하지만 선거자금이 없으면 출마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의사들의 진료가 그들의 수입이 된다는 것이 명백한 사실인 것처럼, 민주당은 이명박과 한나라당이 지키고자 하는 바로 그 1퍼센트 집단에 의지하는 정당이라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몇 달 동안 동요하던 민주당은 한미 FTA 날치기 앞에서 무기력했다. 본회의 소집이 알려지고 비준안이 통과되기까지 1시간 반이 지나도록 민주당 의원은 절반도 나타나지 않았다.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이 벌어준 소중한 시간에도 의장석을 향해 몸을 던지거나 한나라당 의원들과 몸싸움이라도 벌이는 민주당 의원은 없었다. 언론사 카메라를 내보낸 것이 민주당 의원들을 배려한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는 판이다.

따라서 이들이 언제든 우리 뒤통수를 치고 배신할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그들이 주도권을 쥐게 내버려 뒀다가는 나중에 엄청난 액수의 부당 청구서를 받게 되는 수가 있다.

솔직히 지금 이미 중간정산을 하고 있는 기분이다. 민주노동당이나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가 민주당에 좀더 경계심을 갖고 있었더라면 이토록 허무하게 당하지는 않았을 수도 있었다.

날치기 후폭풍 속에서도 민주당은 끊임없이 동요하고 있다. 내년 총선에 대비하려면 국회로 돌아가야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한미 FTA도 "재협상" 하겠다고 한다. 여전히 원래 한미 FTA는 좋은 것이었다고 우기는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모두 의원직을 버리고 거리로 나오게 해야 한다. 그들이 국회에 머무르는 한, 다시 말해 그들이 상황을 주도하려 하는 한 한미 FTA 폐기는 불가능하다. 거리의 힘을 키워 밀실 협상 따위가 운동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


▲ 26일 한미 FTA 비준에 반대하는 집회에 참여한 시민. ⓒ프레시안(최형락)

저항의 세계화

이집트 민중이 혁명을 밀어붙이고 있다. 독재자 무바라크를 쫓아낸 데 이어 이제는 군부 독재를 몰아내기 위해 싸우고 있다. 형제 자매들의 희생을 딛고 일어선 그들의 투쟁이 승리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재정 위기로 엄청난 수준의 내핍을 강요받고 있는 유럽 노동자들도 싸우고 있다. 이들의저항 때문에 위기의 대가를 노동자들이 치르게 하려던 유럽의 부패한 정부 관료와 자본가들의 계획은 차질을 빚고 있다.

저항의 불모지로 여겨지던 미국의 중심지 뉴욕 월가에서 젊은 청년들이 '점거' 운동을 시작했다. 노동자들이 이에 화답했고 오클랜드 등지에서는 항만 봉쇄 파업까지 벌어졌다.

이 모든 투쟁은 서로 연결돼 있다. 1퍼센트를 위해 99퍼센트를 희생시키려는 정부에 맞선 투쟁이다. 이 투쟁의 당사자들은 자신들이 서로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서로를 고무하고 있다.

한미 FTA를 폐기하는 운동도 이런 전 세계적 투쟁의 일부다. 우리는 다른 곳에서 벌어지는 투쟁에서 배우고 우리의 경험을 전 세계에 전해야 한다. 이 투쟁의 승리야말로 우리가 전 세계 노동자 민중에게 보내는 최고의 선물이 될 것이다. 한미 FTA를 완전히 폐기시키자.



/장호종 의사·의료민영화저지 운동본부 정책위원

2011년 11월 25일 금요일

한국의 부자들, 부끄러운줄 알라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1-11-23일자 기사 '한국의 부자들, 부끄러운줄 알라'를 퍼왔습니다.
미국에서 ‘투자의 귀재’라고 불리는 워렌 버핏 등 미국의 큰 부자들(super rich)이 스스로 나서서 부자 증세를 주창하면서, 큰 부자들에게 부과하려는 세금의 이름을 ‘버핏세’라고 부르고 있다. 큰 부자들이 경제위기 국면에서 국가의 재정 건전성과 서민복지를 위해 세금을 더 내자는 ‘좋은 취지’인 것이다. 

얼마 전에는 미국의 백만장자들이 국회 의사당으로 몰려가 ‘부자 증세’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여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연소득100만 달러(11억3천만 원) 이상의 고소득자들이 지난해 결성한 ‘재정건전성을 위한 애국적 백만장자들’이라는 비정부기구에서 미국 국회가 재정적자에 대한 대책으로 반드시 부자감세를 포함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이다. 미국과 유럽의 큰 부자들이 개별적으로 부자증세를 촉구하긴 했지만, 부자들이 집단적 시위에 나선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이것이 바로 참다운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지도층의 의무)’가 아닐까.



안진걸 참여연대 사회경제팀장

그러나 참으로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집단적으로든, 개별적으로든 큰 부자들이 부자증세를 추진한다거나 호소한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지금도 끊임없이 불법과 비리를 일삼고, 중소기업 및 중소상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탐욕에 눈이 먼 재벌·대기업들과 천민 자본주의식 갑부가 판을 치는 한국에서 그런 희망은 부질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이 스스로 안 한다고 해서 포기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한편으론 그들에게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호소하고, 동시에 시민사회와 국회가 나서서 재정 건전성도 제고하고 복지 확대를 위한 재원 마련에도 반드시 필요한 부자증세를 추진해나가야 할 것이다.

그래서 참여연대는 법인세와 관련해서, 1)과세표준 2억 원 이하의 기업에 대해서는 현행과 같이 10% 유지 2)과세표준 100억 원 이하까지의 기업에 대해서는(중소기업에 해당하므로) 이명박 정부 들어 이루어진 감세를 유지하여 현행과 같이 22% 유지 3)과세표준 100억원 초과 1천억원 이하까지의 기업에 대해서는 이명박 정부 들어 이루어진 감세를 철회해 2008년 당시의 세율인 25% 적용 4)과세표준 1천억 원을 초과하는 대기업에 대해서는 27% 세율의 최고구간을 신설해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맞게 증세하는 법인세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이 법이 적용되게 되면 2012년을 기준으로 총 7조3371억원의 세수증가가 예상된다. 

또, 참여연대는 소득세와 관련해서는 1)과세표준 8800만 원 이하 구간에 대해서는(서민 중산층 가구이므로) 2008년 이후의 감세 유지 2)과세표준 8800만 원 초과 구간에 대해 2012년 시행 예정된 추가 감세 취소(즉, 현행 35%세율 유지) 3)전체 근로 소득자의 0.5%가 되지 않는 과세표준 1억2천만 원 이상의 고소득자에 대해 최고구간을 신설하고 42%의 세율을 부과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하는 소득세법 개정안도 제출했다. 이 법이 적용되게 되면, 2012년을 기준으로 총 1조8258억 원의 세수 증가가 예상된다. 우리는 이것을 한국판 버핏세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의 복지지출이 현재 OECD 회원국 평균에 비해 130여조 원이나 적은 상황에서, 또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노령화와 양극화 등에 대비하기 위한 복지재정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국회는 지금 즉시 부자감세 철회와 부자증세에 나서야 할 것이다. 실제로 우리 국민들 사이에서도 민생예산, 복지재정 확대에 대한 요구와 호소가 나날이 커져가고 있다. 그렇지만 참으로 실망스럽게도 이명박 정권은 이 같은 절박한 민심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과중한 교육비·주거비·의료비·통신비 고통과 부담에다 물가·전세·일자리 대란(실업과 비정규)·가계부채대란(이자폭리 부담)까지 겹쳐지면서 우리 국민들의 삶이 참으로 고달프기만 한데, 국민의 삶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정부마저도 이런 문제들의 해결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으니 우리 국민들의 민생고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안타깝게도 자살률은 1위, 출산율은 꼴찌 수준의 나라가 돼버린 것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제 우리는 대한민국을 ‘민주(民主)공화국’이 아니라 ‘민살(民殺)공화국’이라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다. 민살공화국, 이 얼마나 슬픈 개념인가. 이명박 정권이 안 한다면, 지금 당장 국회라도 나서서 부자감세 철회와 큰 부자 증세, 그리고 동시에 민생·복지·교육·일자리 예산의 대폭 확대에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