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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2일 일요일

전경련 “국민 여러분, 우리 세금 대신 내주세요”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9-03일자 제926호 기사 '전경련 “국민 여러분, 우리 세금 대신 내주세요”'를 퍼왔습니다.
[선대인의 숫자 경제] ‘GDP 대비 비중 OECD 4위’ 교묘한 통계 내세워 법인세 낮추라 압박… 선진국보다 훨씬 낮고, 대기업이 중견기업보다 낮아 오히려 올려야

너무나도 명백한 사실을 두고 논란을 거듭해야 하는 이슈가 한국에는 참 많다. 국제적으로 비교만 해봐도 결론이 뻔한데 기득권 세력의 힘과 그들을 대변하는 나팔수들의 목소리가 크다 보니 나타나는 현상이다. 대표적인 게 ‘복지 포퓰리즘’ 논란이다. 세상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공공사회복지 지출이 꼴찌 수준인 나라에 어떻게 ‘복지 포퓰리즘’ 딱지를 붙인단 말인가. 생활필수품도 제대로 못 사는 저소득층에게 사치하지 말라는 꼴이다.

» 지난해 11월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주요 회장단이 ‘법인세율 인하’ 등의 내용을 담은 공동발표문을 발표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의 ‘선진국에 비해 법인세 높다’는 주장을, 최근 기획재정부와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가 따라 읊조리고 있다. 사진 뉴시스

고속성장으로 과세대상·소득이 늘어서

법인세 논란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법인세율 부담이 세계적으로 상당히 낮은 축에 속한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런데 얼핏 들으면 그럴듯한 주장이 나와 사람들을 현혹시킨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액 비중이 OECD 4위이니 기업들의 법인세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몇 년 전부터 떠들더니 이제는 기획재정부와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까지 이런 근거를 내세워 ‘법인세 인하’를 외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악의적 왜곡과 심각한 논리적 오류의 산물이다.
따져보자. GDP 대비 법인세액 비중이 올라갈 가능성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크게 1) 과세 대상자가 늘거나 2) 과세대상 소득이 늘거나 3) 세율이 올라가는 것 등이다. 하지만 개별 기업 처지에서 보면 법인세 부담이 커지는 경우는 법인세 세율이 올라가는 것(세제상 나타난 명목 법인세율뿐만 아니라 비과세·감면 혜택 등이 줄어 실질 법인세율이 올라가는 것을 포함)을 말한다.

그런데 기득권 세력들은 GDP 대비 법인세액 비중이 크다는 사실을 국내 기업들의 법인세율이 높다는 주장과 교묘히 등치시킨다. 하지만 한국의 GDP 대비 법인세액 비중이 높은 것은 세율이 높아서라기보다는 1), 2)번의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세통계연보에 수록된 1982년 이래 2010년까지 법인 수는 17.9배 늘어났다. 그런데 그사이 이들 법인이 가져가는 국민처분가능소득의 몫은 65.7배 늘었고, 법인세 과세소득 금액은 83.9배 늘었다. 하지만 과세금액은 52.5배 느는 데 그쳤다. 그사이 1개 법인당 과세소득 금액은 4.7배 늘었지만, 1개 법인당 과세금액은 2.9배 느는 데 그쳤다. 즉, 평균적으로 법인세 과세소득이 늘어난 것에 비하면 과세액은 오히려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이다. 지난 30년 가까이 법인세액이 늘어난 것은 한국 경제와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고속성장을 해 과세 대상자가 늘고 과세 대상 소득이 크게 늘어서지 세율이 올라서가 아니라는 뜻이다.
개별 기업들의 법인세 부담을 정확히 나타내주는 지표는 말 그대로 실효 법인세율이다. 실효 법인세율은 나라마다 달라 국제적으로 비교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명목 법인세율은 한국이 OECD 평균보다 상당히 낮다. 2012년 기준 한국의 명목 법인세율은 24.2%로, OECD 34개국 가운데 21번째로 낮은 편에 속한다. 한국보다 법인세율이 낮은 13개국은 자본을 유치해야 먹고사는 아일랜드·아이슬란드 같은 도시형 국가거나 헝가리·폴란드·슬로베니아 등 과거 동유럽 국가가 대부분이다. 법인세율이 가장 높은 일본과 미국 등의 경우를 보면 오히려 선진국일수록 법인세율은 높은 편이다.

외국에선 개인소득도 한국에선 법인소득 간주

명목 법인세율이 이렇게 낮은데, 대기업들에 부과되는 실효세율은 이보다 훨씬 낮다. 역대 정부에서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각종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한 덕이 크다. 실제로 에서 볼 수 있듯 국세통계연보의 수치로 분석해본 2010년 기준 한국의 평균 실효세율은 명목 세율보다 훨씬 낮은 16.56%에 불과하다. 더구나 전경련이나 기재부, 박근혜 후보 등의 관심 대상인 5천억원 이상 42개 대기업의 실효 법인세율은 과세소득 수백억원대 중견기업이 내는 실효 법인세율보다도 낮다.
이처럼 한국 개별 기업들이 내는 법인세 부담은 국제적으로 비교할 때 오히려 상당히 낮은 편이다. 최근 경제위기를 거치며 OECD 국가 가운데 일부가 경기 진작을 위해 법인세율을 내린 것은 맞다. 그렇다고 해서 당초부터 법인세율이 낮았던데다 특히 경제위기 속에서도 사상 최대의 실적을 연거푸 올린 재벌 대기업들을 위해 한국이 법인세율을 낮출 이유는 전혀 없다. 오히려 대기업들의 비과세 감면 혜택을 대폭 줄여 실효세율을 높이고, 명목 법인세율을 누진 구조로 일정하게 올릴 여지도 있다. 실제로 5천억원 이상 법인 42개 기업이 수백억원대 중견기업 수준의 세금만 내도 2010년 기준 약 9천억원의 세금을 더 거둘 수 있다. 이 대기업들이 내지 않은 세금만큼 국민 호주머니에서 세금이 더 나가게 되는 셈이다.
그리고 빠트릴 수 없는 중요한 사실은 GDP 대비 법인세액 비중을 비교할 때 중요한 함정이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경우 법인세로 잡히는 상당 부분의 소득이 미국·독일·프랑스 등 상당수 국가에서는 개인소득으로 잡힌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파트너십 회사나 S코포레이션(S-corporation)이라고 하는 기업들의 소득은 개인소득세로 잡힌다. 그런데 이런 파트너십 회사나 S코포레이션 등의 기업이 숫자로는 70%, 세수 비중으로는 30~40%에 이른다. 그런데 한국은 이런 세부 회사 구분이 없기 때문에 모두 법인세수로 잡힌다.
이 때문에 OECD 비교통계에서 GDP 대비 한국의 법인세액은 상대적으로 과대평가되고 개인소득세액은 과소평가되는 착시현상을 일으킨다. 만약 미국이나 독일과 같은 방식으로 구분한다면 한국의 GDP 대비 법인세액 순위는 지금보다도 크게 떨어질 것이다. (GDP 대비 법인세 부담액의 비중 차이가 국가별로 큰 차이가 안 나 조금만 비중이 늘거나 줄어도 순위가 크게 달라진다)

전경련 주장 그대로 읊조리는 대선 후보

결론적으로 ‘GDP 대비 법인세액 비중이 높으니 법인세율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은 사실관계를 의도적으로 왜곡하거나 논리적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국제 비교통계상의 맹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주장이다. 몇 년 전부터 전경련 등에서 나오던 주장을 이제 기재부 장관과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앵무새처럼 읊조리고 있다. 과연 이들은 국민의 편인가, 재벌 대기업들의 편인가?

선대인경제전략연구소장

2012년 8월 16일 목요일

새로운 대일 메시지 없어…“선진국 대열 진입” 자화자찬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8-15일자 기사 '새로운 대일 메시지 없어…“선진국 대열 진입” 자화자찬'을 퍼왔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67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8·15경축사를 마친 뒤 단상에서 내려오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위안부 해결책 제안 없고 독도 관련 추가 언급 안해
청와대 “이미 행동으로 보여줘 축사 담을 필요 없어”
“대북정책 상당한 효과”…일반적 평가와 동떨어진 인식

이대통령 광복절 경축사 보니

이명박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기념사에서 위안부 문제를 들어 일본을 비판했다. 하지만 새로운 대일정책이나 메시지를 내놓지 않아 대통령의 첫 독도 방문이라는 중요한 외교 카드가 ‘일회성 깜짝 이벤트’로 허비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 대통령은 또 지난 4년 반의 국정운영을 통해 한국을 선진국 반열에 올려놨다고 자평해, 양극화와 경제위기를 걱정하는 국민 정서와 큰 차이를 보였다.

■ 독도 문제 언급 없어
 이 대통령은 이날 경축사에서 새로운 대일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 다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반하는 행위”라고 간단하게 말하는 데 그쳤다. 광복절 경축사에 위안부 문제를 다룬 건 처음이지만, 지난해 12월 교토 한-일 정상회담 때부터 강하게 제기해온 문제라 새롭지 않다.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위한 실현 가능한 외교적 제안도 없이,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일본 정부의 조처 촉구를 반복했을 뿐이다.이 대통령은 지난 10일 독도를 전격적으로 방문한 데 이어 ‘일왕의 직접 사과’ 등 연일 대일 강경발언을 쏟아낸 상황이라 이날 경축사에 새로운 대일 메시지가 나올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 그런데 ‘독도’에 대해서도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결국 독도 방문에 이은 외교적 후속타가 없어 독도 방문이 정책적 실효성과 전혀 연결되지 못했다.따라서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이 임기말 대통령의 ‘일회성 이벤트’라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결국 이 대통령은 ‘외교적 성과 없이 한-일 관계만 악화시켰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독도를 분쟁지역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데 이어 이날 각료 2명이 민주당 정권 들어 처음으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은 “독도 문제는 이미 행동으로 보여준 만큼 경축사에 굳이 담을 필요가 없었다”고 설명했다.이 대통령은 대북 관계에서도 “그동안의 원칙있는 대북정책은 실질적으로 상당한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고 평가한다”며 “북한도 변화를 모색할 상황이 됐고, 우리는 주의깊게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관계 후퇴(또는 파탄)’라는 일반의 평가와 크게 동떨어진 인식이다.

■ 다시 ‘선진국’ 구호로 복귀
 이 대통령은 이날 “대한민국이 당당히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음을 확인한다”고 선언했다. 임기 중 마지막 광복절 경축사에서 지난 4년 반의 국정운영 성과를 ‘선진국’이라는 한마디로 집약한 것이다. 지난 2007년 집권 당시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 선진화를 이루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는데, 결국 성공했다는 주장이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 등을 근거로 내세웠다.그러나 이 대통령도 한국 경제의 현실을 완전히 무시하진 못했다. 이 대통령은 “글로벌 경제위기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국민소득은 나아지고 있지만 양극화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삶의 질은 국력 신장에 비해 뒤처지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인정했다.이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정부는 일자리 창출에 전력을 기울여왔고, 고졸 채용이 획기적으로 늘어났다”고 했다. 현 정부가 경제운영은 제대로 했다는 것이다. 최금락 수석은 “지난 4년 반을 회고하면서 국민과 함께한 성과로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엇갈린 반응
 정치권 반응은 엇갈렸다. 홍일표 새누리당 대변인은 “더 큰 대한민국을 만들고자 하는 국민적 의지를 표현했다고 본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서민경제 위기에 신음하고 있는 국민에 대한 따뜻한 위로와 현실적 대안 제시 없이, 자화자찬만 늘어놓은 연설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논평했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2012년 2월 19일 일요일

외국기자에 망신당한 ‘후진 한국’


이글은 Economy Insight 2011-01-01일자 기사 '외국기자에 망신당한 ‘후진 한국’'을 퍼왔습니다.
‘여성 휴가 제한’ 비판하자 지경부 “문제 없다”

마르크 자바드스키 Mark Zavadskiy 홍콩특파원한국은 선진국형 라이프를 꿈꾸지만 실제로는 개도국 모델로 발전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성장 과정에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한국이 개도국형 발전 모델을 벗어나는 것은 힘들어 보인다. 한국의 노동이 너무 지쳐 있기 때문이다.수요일 새벽 1시 번화한 홍익대 근처 교차로는 서울 밤 생활의 중심지다. 양복에 넥타이를 맨 사람이 도로 위에 팔을 벌린 채 누워 있다. 겨우 중심을 잡고 서 있는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이는 사람이 차도에 누운 사람을 끌어내고 있다. 한 쌍의 커플이 아슬아슬하게 차를 피해 지나간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는 짧은 치마에 머리핀을 꽂은 젊은 여성이 구토를 하고 있다. “여기서는 평일, 휴일 할 거 없이 매일 밤 늦게까지 한국식 보드카인 소주(러시아 보드카보다 2배 정도 약함)를 마십니다. 사실 이곳뿐 아니라 서울 전 지역이 그렇습니다.” 한국에 거주하는 러시아 사업가가 내게 말했다. 내일이면 이 사람들은 컨디션에 상관없이 회사에 어떻게든지 출근할 것이고, 계속 한국 경제의 기적을 만들어나갈 것이다. 오전 9시, 사무실에 들어서면 불만에 가득 찬, 까칠한 상사(한국 사회의 전형적인 상사 이미지)가 앉아 있다. 공기관에 근무한다는 사람은 “한국 사람들은 승진과 동시에 크게 변한다. 상사는 내게 계속 멍청하다고 말한다. 예전에는 사이가 좋았는데”라고 푸념한다. 한국 관리들은 해외 언론인과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발표에서 한국의 주요 자산이 ‘인적자본’이라고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인적자본 덕택에 한국은 낙후된 농업경제를 30여 년 만에 선진 첨단기술 경제로 변모시킬 수 있었다. 사실상 1960년대 말 북한은 주요 거시경제 지표에서 한국을 앞서 있었다. 그 뒤 한국 경제는 긴 노동주간, 엄격한 노동과 교육 기강, 절대적인 명령 복종, 노동과 학습에 대한 끊임없는 열정을 발판으로 도약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런 상태로 계속 간다면 한국의 ‘주요 자본’을 오랫동안 지탱시키기 힘들 것이다.

‘휴가보상 불필요’ 투자 브로슈어 논란 

경제자유구역 브로슈어 근로기준법 예외 조항. △장애인 또는 고령 노동자, 참전용사 의무 고용량 적용 안 됨 △여성을 위한 유급 특별 휴가(출산휴가 등) 및 일반 휴가 의무 조항 면제 △ 자유로운 하청(비정규직) 노동자 고용 허가(박스 부분).한국 정부는 ‘선진 8개국’(G8) 미가입 국가 중 최초로 G20(2010년 11월11~12일 개최) 의장국이 됐다는 사실을 무척 자랑스러워한다. 그리고 이 기회가 지난 수년간 한국이 염원했던 ‘선진국 클럽 가입’이라는 목표 달성의 통행증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안홍철 인베스트 코리아단장은 “나폴레옹이 말했듯, 한국에 더 이상 불가능한 것은 없다”라고 한국의 야심을 정의했다.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 한국 관료들도 아직까지 의견일치를 보지 못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서울에서 개최된 투자포럼에서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것을 해야 한다”고 기자들에게 밝혔다. 그러자 안홍철 단장은 “한국은 재정운용 모범국이며, 이미 선진경제 국가 대열에 포함됐다”고 즉석에서 되받았다.한국은 사실상 중간 수준에 정체돼 있다. 서울에서 개최된 언론인과 관료 간의 만남은 이런 한국의 정체 상태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지표였다. 경제자유구역(FEZ)의 장점이 소개된 브로슈어에는 ‘외국인 투자자들에 한해 여성 출산휴가보상을 안 해도 된다’고 나와 있다. 이탈리아 기자는 “선진국이 이런 식의 외국인에 대한 혜택을 이득이라고 여길 것 같은가? 유럽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일이다”라고 흥분하며 질문했다. “우리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경제자유구역에서의 경험을 앞으로 한국 전체로 확대해나갈 것이며, 무엇보다 외국인 투자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답변했다.한국에서는 정기적으로 시위가 발생하는 등 노조가 전통적으로 강성이다. 한 인터뷰 참여자는 한국 정부가 경제자유구역을 조성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노동시장의 규제 완화에 있다고 말했다. 한국 공무원은 “많은 한국인이 외국인에게 특별혜택을 제공하는 데 반대했지만, 우리는 외국인 투자를 필요로 했다”고 설명했다.현재 한국에는 6개 경제자유구역이 운용되고 있으며, 이 중 인천 경제자유구역이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지방 관료들은 머잖아 송도가 ‘제2의 푸둥’(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에서 15년 만에 상하이의 비즈니스 지대로 조성됨)이 될 것이라 말하고 있다. 한국의 가장 높은 마천루인 (미완공된) 송도타워 꼭대기층에서 견학을 진행한 관계자는 “여기에는 외국인 학교가, 저쪽에는 국제병원(최초로 한국인 진료 허용)이 들어설 것이다. 아직까지 한국은 의료서비스 부문을 외국자본에 완전히 개방하지 않았다”고 사업 가능성에 대해 말했다. 현재 송도에는 6만여 명이 거주하며, 다른 외국인학교는 법적으로 내국인 입학을 금지하기 때문에 서울에서 이곳으로 자녀를 등하교시키는 사람들도 있다. 

경제자유구역 인천 송도국제도시.현재 송도에서는 ‘토지개발’이 계속 이뤄지고 있고, 프로젝트 총투자 규모는 약 2300억원인데 주로 지자체 예산과 대출로 충당되고 있다. 관계자는 “자금의 절반은 중앙정부에서 지원돼야 하지만 정부가 자금 지급을 계속 지체해왔고 프로젝트 중단 사태를 막기 위해 지방정부 차원에서 자금을 투입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사실 한국인은 그 어떤 다른 나라 국민보다 세계무역 자유화에 반대했었다.한국 농민들은 세계무역기구(WTO) 회의가 개최될 때마다 집회와 시위를 벌인다. 2004년 홍콩에서 개최된 각료회의에서는 회의장에 진입하려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당시 WTO 도하라운드 협상 결렬이 확실해졌는데, 이는 양자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건수가 급격히 늘어난 원인이기도 하다. 2010년 10월 한국과 유럽연합(EU)은 99%가 넘는 상품 목록이 포함된 자유무역지대에 관한 협정을 체결했다. 장석산 현대차 동유럽본부장은 “이것은 한국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리가 유럽에서 판매하는 37만 대의 자동차 중 불과 2만 대가 한국에서 수출되며, 나머지는 유럽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무엇보다 독일차의 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윤영 외교통상부 자유무역협정정책국 심의관은 “모두가 말했듯 미국과의 FTA 체결 같은 역사는 반복되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국제사회의 주요 일원이 되기 위해 한국은 중요한 행보에 나섰다. 1년 전 코펜하겐에서 개최된 기후변화회의 이후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 ‘녹색화’를 위해 한층 더 강화된 의무를 부담하기로 했다. “202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30%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녹색성장위원회 관계자는 “내 귀를 의심했다. 이것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이 권고하는 최대 감축량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녹색성장과 관련한 경험을 전수하기 위해 유사한 위원회가 없는 중국에서도 한국을 방문하고 있다. 관련 부처의 모든 수장이 위원회에 속해 있어서 실천 가능한 결정이 채택되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오늘날 한국은 ‘녹색’ 성장의 세계적인 주도국이 되고 싶어하는데, G20에서 녹색성장이 핵심 의제로 다뤄진 것 또한 이같은 맥락이다.무엇보다 한국은 에너지 수요의 97%를 해외 자원에 의존하는 국가(에너지 소비의 83%는 재생 불가능한 에너지원)로 ‘녹색경쟁’을 주도하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전력에너지 소비대국으로서 연간 1400억달러 규모의 에너지 자원을 수입하는데, 이는 반도체·자동차·선박 수출 총액인 100억달러를 상회하는 수치다. 석유와 가스 소비 감축을 실현하기 위해 한국은 국내 대기업의 이익도 포기할 준비가 돼 있다. 향후 자동차 수를 줄이기 위해 전차와 그 밖의 공공 교통수단을 더욱 적극적으로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다. 녹색성장위 관계자는 “이것이 현대 같은 한국의 주요 생산업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라고 질문한다면, 그렇기 때문에 수출을 더 많이 해야 할 것이라고 대답하겠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김문수 지사, MB 지시에 불만한국인 모두가 이런 전망에 확신이 있는 것은 아니다. 녹생성장위 관계자는 산업부문의 이익을 고집하는 지식경제부와 협의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했다. 지자체 또한 대통령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는다. 한 리셉션 만찬장에서 차기 주요 대선 후보 중 한 명인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만났다. “이것은 매우 어려운 약속이며, 사실 한국이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확신은 못하겠다. 이에 대한 정치적 의지가 부족하고, 기술적 결정이 필요하다”고 말한 그는, 대통령의 발표로 인해 경기도 발전 프로그램을 수정해야 했다며 얼굴을 찡그렸다. ‘차기 대통령도 이 노선을 계속 진행할 것 같으냐?’라고 묻자 “약속을 했으면 어떤 경우에도 지키려 노력해야 한다”고 답해 주변 사람들을 웃게 만들었다. 25∼34살인 56%의 한국인들은 고등전문교육을 받았으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치다. 하지만 경제는 이런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하성 기획재정부 미래전략정책관은 “현재 젊은 층의 실업률은 8% 수준이다. 시장에서 공급하는 일자리가 젊은 층의 요구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말했다. 경제는 젊고 값싼 노동력의 지속적인 유입이 필요한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그는 “현재 산업부문의 요구와 잠재적인 근로자의 기대 사이에 심각한 불균형이 존재한다. 젊은 층은 그저 그런 일자리는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실정은 노동자뿐 아니라 회사원에게도 마찬가지다. 한국 사회의 엄격한 계급제도는 하급자의 제안을 억누른다. 한국 사람들은 상사 또는 연장자의 의견에 절대 반대하지 않는다. 랍 에버렛 킴벌리클라크 연구센터장은 “우리는 직원들의 자주적인 생각과 자신의 입장을 관철하는 능력을 평가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 업무 경험이 있거나 해외에서 공부한 사람들을 뽑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은 교육 시스템의 개혁이 심각하게 필요하며, 전문가와 정부 관료 등 다수의 여론조사 응답자가 이에 동의했다. 유학생 수를 살펴보면 한국인 유학생은 미국에서 3위, 중국에서 1위를 차지한다. 이미 15년 전 한국의 교육은 매력을 상실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우리는 시험 준비를 하는 데 너무 많은 관심을 쏟았다”고 말했다. 오늘날 한국의 ‘주요 자본’은 변화를 필요로 하며, 변화 없이는 국가의 야심찬 계획인 ‘녹색 현대화’도 실현될 수 없을 것이다. 

ⓒ EXPERT·번역 이혜경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