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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20일 수요일

전세계가 난리인데 한국정부는… 파장


이글은 한국일보 2013-03-19일자 기사 '전세계가 난리인데 한국정부는… 파장'을 퍼왔습니다.

IT업계 '바젤협약' 비상
전자폐기물에 AS물품까지 포함 추진
폐기물을 AS 위장, 개도국에 반입후 버리는 사례 늘어
진출국마다 AS센터 세워야… 선진국 반발·한국은 깜깜


유해 폐기물의 국가간 이동을 금지하는 바젤 협약이 글로벌 IT업계에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자제품의 애프터서비스(AS) 품목까지 폐기물에 포함하려는 논의가 구체화되면서, 전자업체들은 물론 선진국 정부까지 반발하고 있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내달 28일부터 5월10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유해폐기물의 국가간 이동 및 처리에 관한 협약'(바젤협약) 11차 총회에서 전자ㆍ정보통신ㆍ의료기기 AS품목을 규제하는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AS를 위해 다른 나라로 수리를 보내는 고장제품과 부품까지도 전자폐기물로 규정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만약 이 안이 채택되면, AS품목의 국가간 이동도 전면 금지된다. 

바젤협약이 이런 방안을 추진하는 건 AS용품을 가장해 유해 전자ㆍ의료기기 폐기물을 개발도상국에 버리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 유엔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연간 5,000만톤 이상의 전자 폐기물이 쏟아지며 이 가운데 90%는 아프리카 아시아 중남미 저개발국에 버려지고 있다. 특히 최근엔 정상적 AS용품이나 재활용품 등으로 위장해 폐기물이 불법 투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전자폐기물 범위에 AS품목까지 포함할 경우 전자업체들로선 막대한 추가비용이 유발된다는 점. 한 전자업체 관계자는 "더 이상 고장제품이나 재활용제품 및 AS부품을 들여올 수 없기 때문에 각 나라마다 AS센터를 세우고 관련인력을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진출국가에 AS센터를 자체 보유하고 있거나 위탁운용하고 있는 대형 전자업체들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 이에 비해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업체들은 AS자체가 마비돼 더 이상 현지판매가 힘들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선진국들은 바젤협약 확대에 공식 반대의견을 내놓고 있다. 일본은 정부차원에서 폐기물범위를 재논의하자는 입장을 내놓았고, 미국은 정보기술산업협회, 유럽연합(EU)은 기업 및 시민단체 모임인 디지털유럽 등이 저지를 위한 총력전을 펴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정부조차 이런 흐름에 대해 깜깜한 상황. 주무부처인 환경부측은 "아직 올해 바젤협약에 대한 의제분석을 하지 못했다"며 AS용품 포함여부에 대해 "잘 모른다"고 밝혔다. 한국전자산업환경협회 관계자도 "바젤 협약에 AS제품이 포함되는 방안에 대해 최근 문의가 늘고 있지만 구체적 해답을 줄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전자폐기물 대상 확대가 확정되면, 국내 중소IT업체들은 적잖은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유엔환경협약(UNEP) 한국위원회 관계자는 "전자제품 수출이 많은 우리나라로선 폐기물 범위가 늘어나는 추세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바젤협약이란

전 세계적인 환경보호, 특히 선진국들이 자국 내에서 만들어진 유해폐기물을 개도국에 불법 투기하지 못하도록 하는 국제 규제협약. 1992년 발효됐으며 우리나라를 비롯해 179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2013년 3월 15일 금요일

일본의 환율조작, 편드는 강대국들


이글은 시사IN 2013-03-15일자 기사 '일본의 환율조작, 편드는 강대국들'을 퍼왔습니다.
일본의 양적완화로 환율이 내려가면서 한국과 개도국들이 타격을 입는다. 환율조작은 국제사회에서 범죄로 간주되는데도 G20 등 강대국과 국제 기구들은 묵인하고 있다. 그들 모두가 ‘범인’일지도 모른다.

어떤 노인이 수십 군데 자상(刺傷)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된다. 용의자는 있다. 피해자에게 사적 원한이 만만치 않은 데다 알리바이도 없는 자다. 더욱이 눈물을 흘리며 “그놈을 죽여버리겠어요”라고 말하기도 했단다. 그런데 모든 사건 관계자들이 하나같이 용의자를 감싼다. 심지어 사건 자체를 은폐하려는 자도 있다. 탐정은 회색 뇌세포를 열심히 굴리며 고민에 빠진다. 스포일러 때문에 제목을 밝힐 수는 없으나 아주 유명한 추리소설의 줄거리다.

“일본이 그럴 의도는 아닐 거야”

위의 추리소설과 비슷한 사태가 최근 국제사회에서 전개되고 있다. 어떤 나라가 환율조작이라는 ‘범죄’를 일으켰고, 이 때문에 피해국이 속출한다. 이 나라 최고 지도자는 잔뜩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우리나라 통화가치를 내리고 말겠어요’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그러나 중국 등 개발도상국의 환율조작에 이를 갈던 초강대국의 최고위급 관료, 국제기구, 세계 금융시장에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거대 언론은 다음과 같이 반응한다. “에이~ 설마! 그런 무서운 일이 벌어졌겠어요….”

ⓒAP Photo 2월26일 의회 예산위원회에 참석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그는 선거 전부터 무제한 양적완화를 공언했다.

국제무대를 배경으로 한 이 추리소설의 용의자는 일본이다. 이 나라 아베 총리는 집권이 유력시되던 지난해 9월부터 ‘무제한 양적완화’를 공언해왔다. 간략히 표현하자면, 경기가 살아날 때까지 무제한으로 엔화 공급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공급이 늘면 가격은 떨어지는 법이다. 이는 통화에서도 마찬가지다. 일본은행이 엔화를 무제한 공급한다는 것은, 이 나라 내외의 경제주체들이 소비나 투자하기가 예전에 비해 상당히 쉬워진다는 소리다. 이에 따라 당연히 ‘엔의 가격’이라고 할 수 있는 (실질) 금리는 내려갈 것이고, 다른 나라 돈(달러 등)에 대비한 엔의 가치도 떨어질 것이다. 이렇게 엔화 가치가 내려가면, 자연스럽게 일본 제품의 수출 가격이 떨어지면서 이 나라 기업들의 국제경쟁력은 대폭 강화될 것이었다. 그리고 아베 정부가 출범한 이후 실제로 그렇게 됐다.

최근 세계적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 추계에 따르면, 엔화는 지난해 9월(아베와 자민당의 집권이 확실시되기 시작한)부터 올해 2월 중순 사이, 달러화에 비해 16%, 유로화에 비해 19%나 떨어졌다. 이에 비해 닛케이평균지수는 지난해 12월 초에서 2월 말 사이 19%나 치솟았다. 엔화가 크게 떨어져 일본 대기업들의 수출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주가가 크게 오른 것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엔화 급락의 최대 피해자로 전망되는 한국 수출업계의 경우, 전자와 자동차를 중심으로 상당수 대기업의 주가가 하향세로 반전되고 있다. 한국의 수출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이 많이 나오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런데 엔화 급락에서 의심할 수 있는 환율조작은 국제사회에서 일종의 경제 범죄로 간주된다. 물론 변론은 가능하다. 그냥 국내 경기를 활성화하려는 순수한 의도로 유동성을 풀었을 뿐인데, ‘뜻하지 않게’ 통화가치가 내려가는 바람에 ‘우리도 깜짝 놀랐다’고 하면 된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그렇게 주장한다. 사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오히려 최근 놀라운 일은, 이런 변명이 국제사회에 자연스럽게 먹히더라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국제사회가 설득될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 같기도 했다. 

지난 2월15~16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 회의는 한창 일본의 환율조작 의혹이 짙어지는 시기에 열린 행사라서, 뭔가 화끈한 경고나 대책이 기대되었다. 멕시코 같은 나라는 일본에 대해 ‘고의로 엔화 가치를 떨어뜨렸다’며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일본 재무장관(부총리)인 아소 다로는 “우리 통화정책의 목표는 환율조작이 아니라 만성적 디플레이션에 대한 처방일 뿐이다”라며 하나마나한 변명을 했다. 국내경제 살리기 정책인 양적완화가 우연히 엔화 가치를 떨어뜨려 다른 나라에 피해를 주었지만, ‘본의는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용의자(예컨대 아소 다로)의 변론을 뒤집을 결정적 증거들이 많다. 엔화 가치 내리기야말로 양적완화의 직접적인 목표였던 것이다. 아베 총리는 수차례에 걸쳐 “엔화가 1달러당 90엔이 되어야 비로소 일본 수출업자들이 이윤을 낼 수 있다” 등 구체적인 절하 규모까지 말한 바 있다. 다른 관료들도 마찬가지다. 말하자면 ‘범의(犯意)’가 매우 뚜렷하다. 그러나 G20은 일본에 면죄부를 발부했다. 일절 일본을 거론하지 않은 채 다음 같은 성명서를 발표한다. “우리들은 자국 통화 가치를 절하시켜 세계 외환시장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는 행위를 삼가야 한다. 우리는 다른 나라와의 수출 경쟁에서 이길 목적으로 환율을 조작하지 않을 것이다.” 일본의 양적완화는 환율조작이 아니라는 거다. 심지어 G20 재무장관 회의 직전에는 브레이너드 미국 재무부 차관이 자민당 정권의 통화정책을 “디플레이션에서 빠져나오려는 일본의 노력”이라고 평가함으로써,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도 했다.

ⓒReuter=Newsis 2월16일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각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찍은 단체사진. 일본의 환율조작에 대한 경고는 나오지 않았다.

개도국 환율 인하만 용인 못해?

세계 최고의 경제 전문지인 (이코노미스트)는 심지어 일본과 미국의 양적완화를 찬양하기까지 한다. 이 잡지는 ‘가짜 환율전쟁’(phoney currency war, 2월16일자) 제하의 기사에서, “미국과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을 욕하기보다는 칭찬하자”라며 특히 “유로존은 그 나라들을 본받아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이코노미스트)의 논리 역시, 일본은 단지 국내 지출과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정책을 사용한 것뿐인데, 그 부산물(by-product)로 엔화가 절하되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일본이나 미국 같은 대국이 ‘공격적 통화정책’(양적완화와 이에 따른 통화가치 절하)으로 국내 경기를 살리면 이 나라들의 수입 역시 늘어나 세계경제 전체에 이롭다고 주장한다. 다만 브라질 같은 나라엔 많이 다른 처방을 내민다. “이런 옵션(양적완화와 통화가치 내리기)은 이머징마켓(신흥시장)에는 유용하지 않다.”

(이코노미스트)의 논조는, G20을 지배하는 미국·일본·EU의 논리를 축약한 것이다. 말하자면, 현재 일본의 엔화 가치 절하로 ‘환율전쟁’이라도 벌어진 것 같지만, 그것은 환영(幻影) 즉 ‘가짜 환율전쟁’일 뿐이다. 그리고 숭어가 뛰면 망둥이도 날뛴다고, 브라질이나 한국 같은 나라들까지 이 판에 끼어들 생각은 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참고로 이 기사 서두에 나온 추리소설의 진범은, 탐정을 제외한 관계자 전원이었다. 

이종태 기자  |  peeker@sisain.co.kr

2012년 2월 19일 일요일

외국기자에 망신당한 ‘후진 한국’


이글은 Economy Insight 2011-01-01일자 기사 '외국기자에 망신당한 ‘후진 한국’'을 퍼왔습니다.
‘여성 휴가 제한’ 비판하자 지경부 “문제 없다”

마르크 자바드스키 Mark Zavadskiy 홍콩특파원한국은 선진국형 라이프를 꿈꾸지만 실제로는 개도국 모델로 발전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성장 과정에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한국이 개도국형 발전 모델을 벗어나는 것은 힘들어 보인다. 한국의 노동이 너무 지쳐 있기 때문이다.수요일 새벽 1시 번화한 홍익대 근처 교차로는 서울 밤 생활의 중심지다. 양복에 넥타이를 맨 사람이 도로 위에 팔을 벌린 채 누워 있다. 겨우 중심을 잡고 서 있는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이는 사람이 차도에 누운 사람을 끌어내고 있다. 한 쌍의 커플이 아슬아슬하게 차를 피해 지나간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는 짧은 치마에 머리핀을 꽂은 젊은 여성이 구토를 하고 있다. “여기서는 평일, 휴일 할 거 없이 매일 밤 늦게까지 한국식 보드카인 소주(러시아 보드카보다 2배 정도 약함)를 마십니다. 사실 이곳뿐 아니라 서울 전 지역이 그렇습니다.” 한국에 거주하는 러시아 사업가가 내게 말했다. 내일이면 이 사람들은 컨디션에 상관없이 회사에 어떻게든지 출근할 것이고, 계속 한국 경제의 기적을 만들어나갈 것이다. 오전 9시, 사무실에 들어서면 불만에 가득 찬, 까칠한 상사(한국 사회의 전형적인 상사 이미지)가 앉아 있다. 공기관에 근무한다는 사람은 “한국 사람들은 승진과 동시에 크게 변한다. 상사는 내게 계속 멍청하다고 말한다. 예전에는 사이가 좋았는데”라고 푸념한다. 한국 관리들은 해외 언론인과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발표에서 한국의 주요 자산이 ‘인적자본’이라고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인적자본 덕택에 한국은 낙후된 농업경제를 30여 년 만에 선진 첨단기술 경제로 변모시킬 수 있었다. 사실상 1960년대 말 북한은 주요 거시경제 지표에서 한국을 앞서 있었다. 그 뒤 한국 경제는 긴 노동주간, 엄격한 노동과 교육 기강, 절대적인 명령 복종, 노동과 학습에 대한 끊임없는 열정을 발판으로 도약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런 상태로 계속 간다면 한국의 ‘주요 자본’을 오랫동안 지탱시키기 힘들 것이다.

‘휴가보상 불필요’ 투자 브로슈어 논란 

경제자유구역 브로슈어 근로기준법 예외 조항. △장애인 또는 고령 노동자, 참전용사 의무 고용량 적용 안 됨 △여성을 위한 유급 특별 휴가(출산휴가 등) 및 일반 휴가 의무 조항 면제 △ 자유로운 하청(비정규직) 노동자 고용 허가(박스 부분).한국 정부는 ‘선진 8개국’(G8) 미가입 국가 중 최초로 G20(2010년 11월11~12일 개최) 의장국이 됐다는 사실을 무척 자랑스러워한다. 그리고 이 기회가 지난 수년간 한국이 염원했던 ‘선진국 클럽 가입’이라는 목표 달성의 통행증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안홍철 인베스트 코리아단장은 “나폴레옹이 말했듯, 한국에 더 이상 불가능한 것은 없다”라고 한국의 야심을 정의했다.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 한국 관료들도 아직까지 의견일치를 보지 못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서울에서 개최된 투자포럼에서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것을 해야 한다”고 기자들에게 밝혔다. 그러자 안홍철 단장은 “한국은 재정운용 모범국이며, 이미 선진경제 국가 대열에 포함됐다”고 즉석에서 되받았다.한국은 사실상 중간 수준에 정체돼 있다. 서울에서 개최된 언론인과 관료 간의 만남은 이런 한국의 정체 상태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지표였다. 경제자유구역(FEZ)의 장점이 소개된 브로슈어에는 ‘외국인 투자자들에 한해 여성 출산휴가보상을 안 해도 된다’고 나와 있다. 이탈리아 기자는 “선진국이 이런 식의 외국인에 대한 혜택을 이득이라고 여길 것 같은가? 유럽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일이다”라고 흥분하며 질문했다. “우리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경제자유구역에서의 경험을 앞으로 한국 전체로 확대해나갈 것이며, 무엇보다 외국인 투자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답변했다.한국에서는 정기적으로 시위가 발생하는 등 노조가 전통적으로 강성이다. 한 인터뷰 참여자는 한국 정부가 경제자유구역을 조성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노동시장의 규제 완화에 있다고 말했다. 한국 공무원은 “많은 한국인이 외국인에게 특별혜택을 제공하는 데 반대했지만, 우리는 외국인 투자를 필요로 했다”고 설명했다.현재 한국에는 6개 경제자유구역이 운용되고 있으며, 이 중 인천 경제자유구역이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지방 관료들은 머잖아 송도가 ‘제2의 푸둥’(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에서 15년 만에 상하이의 비즈니스 지대로 조성됨)이 될 것이라 말하고 있다. 한국의 가장 높은 마천루인 (미완공된) 송도타워 꼭대기층에서 견학을 진행한 관계자는 “여기에는 외국인 학교가, 저쪽에는 국제병원(최초로 한국인 진료 허용)이 들어설 것이다. 아직까지 한국은 의료서비스 부문을 외국자본에 완전히 개방하지 않았다”고 사업 가능성에 대해 말했다. 현재 송도에는 6만여 명이 거주하며, 다른 외국인학교는 법적으로 내국인 입학을 금지하기 때문에 서울에서 이곳으로 자녀를 등하교시키는 사람들도 있다. 

경제자유구역 인천 송도국제도시.현재 송도에서는 ‘토지개발’이 계속 이뤄지고 있고, 프로젝트 총투자 규모는 약 2300억원인데 주로 지자체 예산과 대출로 충당되고 있다. 관계자는 “자금의 절반은 중앙정부에서 지원돼야 하지만 정부가 자금 지급을 계속 지체해왔고 프로젝트 중단 사태를 막기 위해 지방정부 차원에서 자금을 투입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사실 한국인은 그 어떤 다른 나라 국민보다 세계무역 자유화에 반대했었다.한국 농민들은 세계무역기구(WTO) 회의가 개최될 때마다 집회와 시위를 벌인다. 2004년 홍콩에서 개최된 각료회의에서는 회의장에 진입하려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당시 WTO 도하라운드 협상 결렬이 확실해졌는데, 이는 양자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건수가 급격히 늘어난 원인이기도 하다. 2010년 10월 한국과 유럽연합(EU)은 99%가 넘는 상품 목록이 포함된 자유무역지대에 관한 협정을 체결했다. 장석산 현대차 동유럽본부장은 “이것은 한국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리가 유럽에서 판매하는 37만 대의 자동차 중 불과 2만 대가 한국에서 수출되며, 나머지는 유럽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무엇보다 독일차의 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윤영 외교통상부 자유무역협정정책국 심의관은 “모두가 말했듯 미국과의 FTA 체결 같은 역사는 반복되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국제사회의 주요 일원이 되기 위해 한국은 중요한 행보에 나섰다. 1년 전 코펜하겐에서 개최된 기후변화회의 이후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 ‘녹색화’를 위해 한층 더 강화된 의무를 부담하기로 했다. “202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30%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녹색성장위원회 관계자는 “내 귀를 의심했다. 이것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이 권고하는 최대 감축량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녹색성장과 관련한 경험을 전수하기 위해 유사한 위원회가 없는 중국에서도 한국을 방문하고 있다. 관련 부처의 모든 수장이 위원회에 속해 있어서 실천 가능한 결정이 채택되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오늘날 한국은 ‘녹색’ 성장의 세계적인 주도국이 되고 싶어하는데, G20에서 녹색성장이 핵심 의제로 다뤄진 것 또한 이같은 맥락이다.무엇보다 한국은 에너지 수요의 97%를 해외 자원에 의존하는 국가(에너지 소비의 83%는 재생 불가능한 에너지원)로 ‘녹색경쟁’을 주도하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전력에너지 소비대국으로서 연간 1400억달러 규모의 에너지 자원을 수입하는데, 이는 반도체·자동차·선박 수출 총액인 100억달러를 상회하는 수치다. 석유와 가스 소비 감축을 실현하기 위해 한국은 국내 대기업의 이익도 포기할 준비가 돼 있다. 향후 자동차 수를 줄이기 위해 전차와 그 밖의 공공 교통수단을 더욱 적극적으로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다. 녹색성장위 관계자는 “이것이 현대 같은 한국의 주요 생산업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라고 질문한다면, 그렇기 때문에 수출을 더 많이 해야 할 것이라고 대답하겠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김문수 지사, MB 지시에 불만한국인 모두가 이런 전망에 확신이 있는 것은 아니다. 녹생성장위 관계자는 산업부문의 이익을 고집하는 지식경제부와 협의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했다. 지자체 또한 대통령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는다. 한 리셉션 만찬장에서 차기 주요 대선 후보 중 한 명인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만났다. “이것은 매우 어려운 약속이며, 사실 한국이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확신은 못하겠다. 이에 대한 정치적 의지가 부족하고, 기술적 결정이 필요하다”고 말한 그는, 대통령의 발표로 인해 경기도 발전 프로그램을 수정해야 했다며 얼굴을 찡그렸다. ‘차기 대통령도 이 노선을 계속 진행할 것 같으냐?’라고 묻자 “약속을 했으면 어떤 경우에도 지키려 노력해야 한다”고 답해 주변 사람들을 웃게 만들었다. 25∼34살인 56%의 한국인들은 고등전문교육을 받았으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치다. 하지만 경제는 이런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하성 기획재정부 미래전략정책관은 “현재 젊은 층의 실업률은 8% 수준이다. 시장에서 공급하는 일자리가 젊은 층의 요구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말했다. 경제는 젊고 값싼 노동력의 지속적인 유입이 필요한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그는 “현재 산업부문의 요구와 잠재적인 근로자의 기대 사이에 심각한 불균형이 존재한다. 젊은 층은 그저 그런 일자리는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실정은 노동자뿐 아니라 회사원에게도 마찬가지다. 한국 사회의 엄격한 계급제도는 하급자의 제안을 억누른다. 한국 사람들은 상사 또는 연장자의 의견에 절대 반대하지 않는다. 랍 에버렛 킴벌리클라크 연구센터장은 “우리는 직원들의 자주적인 생각과 자신의 입장을 관철하는 능력을 평가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 업무 경험이 있거나 해외에서 공부한 사람들을 뽑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은 교육 시스템의 개혁이 심각하게 필요하며, 전문가와 정부 관료 등 다수의 여론조사 응답자가 이에 동의했다. 유학생 수를 살펴보면 한국인 유학생은 미국에서 3위, 중국에서 1위를 차지한다. 이미 15년 전 한국의 교육은 매력을 상실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우리는 시험 준비를 하는 데 너무 많은 관심을 쏟았다”고 말했다. 오늘날 한국의 ‘주요 자본’은 변화를 필요로 하며, 변화 없이는 국가의 야심찬 계획인 ‘녹색 현대화’도 실현될 수 없을 것이다. 

ⓒ EXPERT·번역 이혜경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