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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18일 월요일

한미FTA 효과, 통계로도 보이지 않는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3-03-18일자 기사 '한미FTA 효과, 통계로도 보이지 않는다'를 퍼왔습니다.
[정책쟁점 일문일답] (15) 한미FTA 수혜 품목들의 굴욕

1. 지난해 3월 15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었는데요. 그로부터 1년이 지났습니다. 한미FTA 발효 1년 어떻게 평가합니까?⇨ 관세청의 무역 통계를 샅샅이 뒤져보았습니다. 그런데 한미FTA의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근거를 찾지 못했습니다. 지난 15일 정부가 발표한 '한미FTA 발효 1년간 주요 성과'라는 보도자료도 근거 없는 주장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 보도자료를 보면 지난 1년 동안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수출이 전년에 비해 각각 16.9%, 10.9% 증가했다고 나옵니다. 그런데 어이없는 것은 전자는 한미FTA 비수혜 품목이고, 후자는 수혜 품목입니다. 비수혜 품목 수출 증가율이 수혜 품목 수출 증가율보다 높다는 것, 이것이 무엇을 의미할까요? 정부가 대표적인 한미FTA 성과라고 내세우는 자동차 부품 수출 성과가 터무니없는 허구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2. 자동차가 한미FTA 비수혜 품목이고, 자동차 부품이 수혜 품목이라는 근거가 있나요?⇨ 정부가 15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그렇게 분류해 놓았습니다. 참고로 한미FTA 협정문에는 우리나라 승용차에 대한 미국의 수입 관세율(2.5%)은 발효 후 4년 뒤에 철폐하는 것으로 되어 있고,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율(2.5%)은 발효 즉시 철폐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3.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대미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 됩니까?⇨ 정부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한미FTA가 발효된 후 1년간, 정확히는 2012년 3월 15일부터 2013년 2월 28일까지 우리나라 총수출액은 5310억 달러였고, 이 중 대미 수출이 570억 달러였습니다. 대미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0.7% 정도 됩니다.

4. 대미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품목을 중심으로 한미FTA 효과가 얼마나 나타났는지 검토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관세청은 HS코드(1988년 국제협약으로 채택된 국제통일상품분류체계에 따른 코드)에 따라 수출입 품목을 분류하고 있는데요. HS코드에 따르면 대미 수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품목은 무엇입니까?⇨ 2012년 기준으로 보면 대미 수출 중에서 HS코드 87번인 자동차(부품 포함) 비중이 27.6%로 가장 큽니다. 이 품목의 지난 10년간 대미 수출액 변화 추이를 보면 2003년과 2008년 사이 100억 달러 주변을 오가다, 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 75억 달러로 떨어진 후 최근 3년간 매년 25억~30억 달러씩 상승하고 있습니다. 이 지표들을 보고 FTA를 추진하는 정부 관료들은 이것을 FTA 효과로 홍보하고 싶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매우 유감스럽게도 세부 내역을 보면 앞에서도 언급했다시피 FTA 수혜 대상이 아닌 자동차 수출 실적이 수혜 대상인 자동차 부품 수출 실적보다 더 크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자료를 토대로 FTA 효과를 홍보할 근거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 자동차(부품 포함) 대미 수출액 변화 추이(단위 : 억 달러, 관세청)

5. 그 다음으로 비중이 큰 품목은 어떤 것인가요?⇨ 그 다음으로 비중이 큰 품목은 HS코드 85번인 전기전자제품입니다. 이 품목이 대미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8.1%로 106억 달러(2012)입니다. 이 품목은 정부가 한미FTA 홍보 과정에서 부각시키지 않은 것인데요. 그 이유는 대다수 전기전자품목이 국제협약인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무관세 적용을 받기 때문입니다. 2006년에 제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당시 전기전자 대미 수출액 중 84.5%가 무관세 적용을 받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대다수 전기전자제품은 한미FTA 효과 검증 과정에서 제외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지난 15일 정부도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전기전자제품을 한미FTA 비혜택 품목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6. 대미 수출액 중에서 세 번째로 비중이 큰 품목은 어떤 것인가요?⇨ 세 번째로 비중이 큰 품목은 HS코드 84번인 기계와 컴퓨터입니다. 이 품목이 대미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7.7%로 103억 달러(2012)입니다. 이 품목 수출은 2012년 3월과 2013년 2월 사이,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7000만 달러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증가율은 0.7%입니다. 기계류의 경우 일부 관세율(2.5%~5.6%)이 즉시 철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출 실적은 형편없는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제가 2006년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당시에도 84번 대미수출액 중 79.6%가 무관세 적용을 받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84번 품목에서 한미FTA 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은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겁니다.

7. 비중이 네 번째로 큰 품목도 살펴보지요.⇨ 비중이 네 번째로 큰 품목은 HS코드 27번의 석유·석탄으로 비중은 5%(2012년)입니다. 이 품목 수출은 2012년 3월과 2013년 2월 사이 32억2000만 달러로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21% 증가했습니다(2012년 대미 수출액은 29억2000만 달러). 그러나 이 품목의 경우에는 아래 그림에 나타나 있다시피 연도별 변화율 차이가 워낙 커서 이것이 한미FTA 효과인지 단정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 석유·석탄 대미 수출액 변화 추이(단위 : 억 달러, 관세청)

8. 비중이 다섯 번째로 큰 품목은 어떤 겁니까?⇨ 비중이 다섯 번째로 큰 품목은 HS코드 73번의 철강 제품으로 비중은 4.7%(2012년)입니다. 이 품목 수출은 2012년 3월과 2013년 2월 사이 27억 달러로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11%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이 품목의 경우 2006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당시에 대미 수출액 중 94.8%가 무관세 적용을 받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이 품목이 한미FTA로 인한 관세율 인하 때문에 수출이 11% 증가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지난 15일 정부도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철강 제품을 한미FTA 비혜택 품목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9. 나머지 품목들은 한국무역협회가 최근 '한미FTA 1주년 평가'라는 보고서에서 수출 성과라고 홍보한 품목들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한국무역협회는 우리가 위에서 살펴본 품목 외에 섬유·의료·신발과 타이어에서 수출 성과가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무역협회의 보고서를 보면 연구자들이 섬유·의료·신발의 경우 FTA 수혜 품목은 수출이 4.3% 증가하고, 비수혜 품목은 5.8% 증가했다고 써 놓았습니다. 또 타이어의 경우도 FTA 수혜 품목은 수출이 7.3% 증가하고, 비수혜 품목은 42.3% 증가했다고 써 놓았습니다. 무역협회 스스로 섬유·의료·신발과 타이어에서 한미FTA로 인한 수출 성과가 없었다는 것을 자인한 겁니다.

10. 정부와 무역협회는 또 한미FTA로 먹거리 수출이 6.5%나 늘었다며 대국민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먹거리 대미 수출액이 5억 달러(정부에 따르면 6억 달러)에 불과합니다. 그것이 6.5% 증가해 보아야 4000만 달러입니다. 4000만 달러는 평년의 우리나라 전체 수출 증가분 600억 달러의 1만 분의 6에 불과합니다. 이런 결과를 동원해서 한미FTA 효과 운운하는 것은 지나치게 낯간지럽습니다.

ⓒ연합뉴스

11.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을 종합해 보면, 대미 수출 부문에서 한미FTA 효과를 입증할 만한 증거는 거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한미FTA를 추진한 정부 관료들에게 매우 유감스럽게도 대미 수출 부문에서 한미FTA 효과를 입증할 만한 증거는 거의 없습니다.

12. 이번에는 대미 수입 부문을 살펴보겠습니다. 한미FTA 반대론자들은 한미FTA로 인해 농산물 시장의 타격이 클 것이라 우려했는데요. 지난 1년간 미국으로부터 축산물수입이 오히려 크게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주요 원인은 어디에 있나요?⇨ 미국산 쇠고기의 경우 2012년 3월과 2013년 2월 사이 수입액이 4억9000만 달러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8% 감소했습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감소한 원인은 크게 세 가지인데요. 첫 번째 원인은 한우 값 폭락입니다. 한우 사육 두수는 2005년 이후 86%나 증가했는데요, 같은 기간 돼지 사육 두수가 7% 증가하고 닭 사육 두수가 20% 증가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한우 사육 두수는 지나칠 정도로 많이 늘었습니다. 결국 한우 과잉 공급은 최근 2~3년 사이 가격 폭락을 가져왔습니다. 농림수산부에 따르면 500kg 수소 한 마리 가격이 2010년과 2011년 사이 534만 원에서 319만 원으로 40%나 폭락했습니다. 또 1kg당 한우 도매 가격도 같은 기간 1만6268원에서 1만3103원으로 19% 내려앉았습니다. 그 결과 소비자들 사이에 저가의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관심이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13. 나머지 두 가지 원인은 무엇인가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크게 늘지 않은 두 번째 원인은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수입 관세율이 15년에 걸쳐 40%에서 0%로 점진적으로 낮아진다는 점입니다. 그 결과 지난해 관세율 인하 폭이 2.7%에 그쳤는데요. FTA 발효 직후라 관세율 인하 폭이 크지 않아 미국산 쇠고기 가격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습니다. 세 번째 원인은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신뢰도 추락입니다. 여러 차례의 광우병 논란으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는 크게 떨어져 있습니다. 이것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상당한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14. 소비자들은 한미FTA로 미국산 수입품의 관세율이 떨어졌는데도 수입품 가격은 떨어지지 않는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정부도 15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관세 인하분만큼 가격이 인하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인정했습니다. 정부에 따르면 미국산 오렌지 주스는 관세율이 54%나 내렸는데도 가격은 8.6% 내리는 데 그쳤고, 포도주스도 관세율이 45%나 내렸는데 가격은 역시 8.6% 내리는 데 그쳤습니다. 레몬도 관세율이 30% 내렸는데 가격은 7.8% 내리는 데 그쳤습니다. 관세율이 떨어진 대부분의 수입품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요. 국민들 사이에서는 소비자 혜택은 적고 정부 세수만 축내며 수입업자들과 대형 유통업체들만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15. 한미FTA 논쟁 과정에서 ISD(투자자-국가 소송제)가 크게 논란이 되었는데요. 지난 1년간 ISD로 인한 부작용은 없었나요?⇨ 지난해에 ISD의 위험성이 매우 크다는 증거가 나왔습니다. 지난해 11월 론스타는 우리나라 정부를 상대로 ISD를 제기했는데요. 당시 정부는 론스타가 한-벨기에 투자협정(BIT)을 근거로 페이퍼컴퍼니를 내세워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에 한미FTA와 무관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한미FTA에는 페이퍼컴퍼니 보호 배제 규정이 있기 때문에 론스타의 투자자-국가소송과 한미FTA는 무관하다는 겁니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우리나라가 어떤 식으로든 일단 ISD를 당했다는 것이고, 또 앞으로도 페이퍼컴퍼니가 아닌 미국의 대자본들이 언제라도 한미FTA를 근거로 ISD를 제기할 수 있다는 겁니다.

16. ISD에 대해서는 좀 더 추가로 살펴보겠습니다. '투자자-국가 소송제'가 어떤 제도이기에 이 문제가 그렇게 논란이 되고 있는 겁니까?⇨ '투자자-국가 소송제'는 외국에 투자한 기업이 현지에서 불이익을 당했을 경우, 제3의 중재기관에 국제 중재를 요청해 손해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인데요, 이 제도는 1970년대 이후 선진국 대자본들이 개발도상국에 진출할 때의 위험부담을 줄일 목적으로 개발도상국 정부에 의무를 지우기 위해 도입하도록 한 것입니다. 즉 개발도상국이 선진국 대자본들의 구미에 맞는 경제 시스템에서 벗어나는 개혁을 추진하려 할 때, 개혁 전 경제 시스템이 영구적으로 유지될 것이라 믿고 이곳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위험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이것을 회피할 목적으로 선진국 대자본이 도입을 요구하는 것이 바로 ISD입니다.

17. 상당수 학자들이 ISD를 독소조항이라 보는 근거는 어디에 있나요?⇨ 우리나라가 선진국 입장이라면 ISD는 이익이 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미국과 같은 초강대국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우리나라 경제 시스템이 개혁할 것이 엄청나게 많은 시스템이라면 ISD는 변화와 개혁 자체를 가로막는 위험한 독소가 될 수 있습니다.

18. ISD는 서민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됩니까?⇨ 경제 양극화가 심해짐에 따라 서민 경제 보호 장치를 확대·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그런데 ISD는 이런 장치들을 확대·강화하는 데 가장 무서운 복병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최근에 서민 경제가 어려워지자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규제 요구가 봇물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ISD가 도입되면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추가 규제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앞으로 정부의 대다수 규제 정책이 해외 대자본 투자자들의 소송 대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정부는 FTA 협상 과정에서 예외조항을 많이 만들어 놓았다고 하지만, ISD 자체가 순기능에 비해 역기능이 훨씬 더 큰 제도이므로 재협상 과정 등을 통해 폐기하는 게 좋습니다.

19. 정부는 과거에 미국 투자자들의 승소율이 낮다는 점을 근거로, ISD가 미국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제도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미국 투자자들의 승소율이 낮기 때문에 개발도상국에 유리한 것이라고 판단한다면 그것은 정말 큰 오해입니다. 개발도상국 투자자들이 미국 정부 정책에 끼치는 영향은 지극히 사소한 반면, 미국 투자자들이 개발도상국 정부 정책에 끼치는 영향은 일본을 덮친 쓰나미처럼 악영향이 클 수 있습니다. 따라서 승소율로 양자를 단순 비교해서는 안 됩니다.

20. ISD가 외국인 투자를 어느 정도 유도할지에 대해서도 의문인데요. 정부와 국책연구소들은 그 효과가 상당히 크다고 보기 때문에 이 제도를 고집하는 것이겠지요?⇨ 정부와 함께 FTA를 주도하고 있는 국책연구소가 대외경제연구원인데요. 이 연구소가 1998년과 2004년에 내놓은 보고서들을 보면 흥미로운 게 많습니다. 이 연구소가 1998에 내놓은 '미국의 양자 간의 투자협정'이라는 보고서를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BIT(양자 간 투자협정)가 외국인 직접 투자 유치에 기여하는 정도는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게 정설이다. UNCTAD(유엔무역개발회의)에서 외국인 투자 유치와 BIT 체결 간의 관계를 실증 분석한 결과도 그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 이 연구소가 2004년 발표한 보고서 'NAFTA 10년에 대한 영향 평가와 우리나라 FTA정책에의 시사점'을 보면 1988년 미국 투자 중 캐나다 투자 비중은 18.4%였지만 1998년에는 9.8%로 반 토막이 난 것을 소개하기도 합니다.

21. 세계은행도 ISD가 외국인 투자를 유도한다는 증거가 없다고 하지 않았나요?⇨ 세계은행도 2005년 보고서에서 홀워드-드리미어의 실증 연구를 소개하면서 BIT나 FTA 등을 통한 투자자 보호 제도가 외국인 직접 투자를 추가로 유입시킨다는 실증적인 증거가 없다고 서술했습니다.

22. ISD가 외국인 직접 투자를 추가로 유입시킨다는 실증적인 증거가 없다면, 정부가 이런 백해무익한 제도를 도입할 이유가 없지 않나요?⇨ 세상에는 백해무익한 제도를 도입하려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대다수 국민들에게는 백해무익한 제도이지만, 극소수에게는 이익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서 극소수는 어떤 사람들을 지칭하는 것일까요? 그 사람들은 바로 '재벌들', 그리고 그들과 유착된 일부 관료들입니다.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소장

2012년 9월 2일 일요일

전경련 “국민 여러분, 우리 세금 대신 내주세요”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9-03일자 제926호 기사 '전경련 “국민 여러분, 우리 세금 대신 내주세요”'를 퍼왔습니다.
[선대인의 숫자 경제] ‘GDP 대비 비중 OECD 4위’ 교묘한 통계 내세워 법인세 낮추라 압박… 선진국보다 훨씬 낮고, 대기업이 중견기업보다 낮아 오히려 올려야

너무나도 명백한 사실을 두고 논란을 거듭해야 하는 이슈가 한국에는 참 많다. 국제적으로 비교만 해봐도 결론이 뻔한데 기득권 세력의 힘과 그들을 대변하는 나팔수들의 목소리가 크다 보니 나타나는 현상이다. 대표적인 게 ‘복지 포퓰리즘’ 논란이다. 세상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공공사회복지 지출이 꼴찌 수준인 나라에 어떻게 ‘복지 포퓰리즘’ 딱지를 붙인단 말인가. 생활필수품도 제대로 못 사는 저소득층에게 사치하지 말라는 꼴이다.

» 지난해 11월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주요 회장단이 ‘법인세율 인하’ 등의 내용을 담은 공동발표문을 발표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의 ‘선진국에 비해 법인세 높다’는 주장을, 최근 기획재정부와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가 따라 읊조리고 있다. 사진 뉴시스

고속성장으로 과세대상·소득이 늘어서

법인세 논란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법인세율 부담이 세계적으로 상당히 낮은 축에 속한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런데 얼핏 들으면 그럴듯한 주장이 나와 사람들을 현혹시킨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액 비중이 OECD 4위이니 기업들의 법인세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몇 년 전부터 떠들더니 이제는 기획재정부와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까지 이런 근거를 내세워 ‘법인세 인하’를 외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악의적 왜곡과 심각한 논리적 오류의 산물이다.
따져보자. GDP 대비 법인세액 비중이 올라갈 가능성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크게 1) 과세 대상자가 늘거나 2) 과세대상 소득이 늘거나 3) 세율이 올라가는 것 등이다. 하지만 개별 기업 처지에서 보면 법인세 부담이 커지는 경우는 법인세 세율이 올라가는 것(세제상 나타난 명목 법인세율뿐만 아니라 비과세·감면 혜택 등이 줄어 실질 법인세율이 올라가는 것을 포함)을 말한다.

그런데 기득권 세력들은 GDP 대비 법인세액 비중이 크다는 사실을 국내 기업들의 법인세율이 높다는 주장과 교묘히 등치시킨다. 하지만 한국의 GDP 대비 법인세액 비중이 높은 것은 세율이 높아서라기보다는 1), 2)번의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세통계연보에 수록된 1982년 이래 2010년까지 법인 수는 17.9배 늘어났다. 그런데 그사이 이들 법인이 가져가는 국민처분가능소득의 몫은 65.7배 늘었고, 법인세 과세소득 금액은 83.9배 늘었다. 하지만 과세금액은 52.5배 느는 데 그쳤다. 그사이 1개 법인당 과세소득 금액은 4.7배 늘었지만, 1개 법인당 과세금액은 2.9배 느는 데 그쳤다. 즉, 평균적으로 법인세 과세소득이 늘어난 것에 비하면 과세액은 오히려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이다. 지난 30년 가까이 법인세액이 늘어난 것은 한국 경제와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고속성장을 해 과세 대상자가 늘고 과세 대상 소득이 크게 늘어서지 세율이 올라서가 아니라는 뜻이다.
개별 기업들의 법인세 부담을 정확히 나타내주는 지표는 말 그대로 실효 법인세율이다. 실효 법인세율은 나라마다 달라 국제적으로 비교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명목 법인세율은 한국이 OECD 평균보다 상당히 낮다. 2012년 기준 한국의 명목 법인세율은 24.2%로, OECD 34개국 가운데 21번째로 낮은 편에 속한다. 한국보다 법인세율이 낮은 13개국은 자본을 유치해야 먹고사는 아일랜드·아이슬란드 같은 도시형 국가거나 헝가리·폴란드·슬로베니아 등 과거 동유럽 국가가 대부분이다. 법인세율이 가장 높은 일본과 미국 등의 경우를 보면 오히려 선진국일수록 법인세율은 높은 편이다.

외국에선 개인소득도 한국에선 법인소득 간주

명목 법인세율이 이렇게 낮은데, 대기업들에 부과되는 실효세율은 이보다 훨씬 낮다. 역대 정부에서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각종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한 덕이 크다. 실제로 에서 볼 수 있듯 국세통계연보의 수치로 분석해본 2010년 기준 한국의 평균 실효세율은 명목 세율보다 훨씬 낮은 16.56%에 불과하다. 더구나 전경련이나 기재부, 박근혜 후보 등의 관심 대상인 5천억원 이상 42개 대기업의 실효 법인세율은 과세소득 수백억원대 중견기업이 내는 실효 법인세율보다도 낮다.
이처럼 한국 개별 기업들이 내는 법인세 부담은 국제적으로 비교할 때 오히려 상당히 낮은 편이다. 최근 경제위기를 거치며 OECD 국가 가운데 일부가 경기 진작을 위해 법인세율을 내린 것은 맞다. 그렇다고 해서 당초부터 법인세율이 낮았던데다 특히 경제위기 속에서도 사상 최대의 실적을 연거푸 올린 재벌 대기업들을 위해 한국이 법인세율을 낮출 이유는 전혀 없다. 오히려 대기업들의 비과세 감면 혜택을 대폭 줄여 실효세율을 높이고, 명목 법인세율을 누진 구조로 일정하게 올릴 여지도 있다. 실제로 5천억원 이상 법인 42개 기업이 수백억원대 중견기업 수준의 세금만 내도 2010년 기준 약 9천억원의 세금을 더 거둘 수 있다. 이 대기업들이 내지 않은 세금만큼 국민 호주머니에서 세금이 더 나가게 되는 셈이다.
그리고 빠트릴 수 없는 중요한 사실은 GDP 대비 법인세액 비중을 비교할 때 중요한 함정이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경우 법인세로 잡히는 상당 부분의 소득이 미국·독일·프랑스 등 상당수 국가에서는 개인소득으로 잡힌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파트너십 회사나 S코포레이션(S-corporation)이라고 하는 기업들의 소득은 개인소득세로 잡힌다. 그런데 이런 파트너십 회사나 S코포레이션 등의 기업이 숫자로는 70%, 세수 비중으로는 30~40%에 이른다. 그런데 한국은 이런 세부 회사 구분이 없기 때문에 모두 법인세수로 잡힌다.
이 때문에 OECD 비교통계에서 GDP 대비 한국의 법인세액은 상대적으로 과대평가되고 개인소득세액은 과소평가되는 착시현상을 일으킨다. 만약 미국이나 독일과 같은 방식으로 구분한다면 한국의 GDP 대비 법인세액 순위는 지금보다도 크게 떨어질 것이다. (GDP 대비 법인세 부담액의 비중 차이가 국가별로 큰 차이가 안 나 조금만 비중이 늘거나 줄어도 순위가 크게 달라진다)

전경련 주장 그대로 읊조리는 대선 후보

결론적으로 ‘GDP 대비 법인세액 비중이 높으니 법인세율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은 사실관계를 의도적으로 왜곡하거나 논리적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국제 비교통계상의 맹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주장이다. 몇 년 전부터 전경련 등에서 나오던 주장을 이제 기재부 장관과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앵무새처럼 읊조리고 있다. 과연 이들은 국민의 편인가, 재벌 대기업들의 편인가?

선대인경제전략연구소장

2012년 8월 22일 수요일

임박한 위기와 과도기적 인식


이글은 레디앙 2012-08-21일자 기사 '임박한 위기와 과도기적 인식'을 퍼왔습니다.
[탐구,진보21]국민들의 경제인식 통계를 중심으로

2012년 8월 3일자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국민이 바라는 차기 정부 정책과제”)에 따르면 현 경제상황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인식이 담겨 있다.


먼저 위 자료를 살펴 보면 다음과 같다.


성장과 복지 중 성장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높다. 흥미있는 점은 20~30대와 50대 이상에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점이다. 이러한 차이는 직업에서도 드러난다. “블루칼라, 자영업, 전업주부, 농림어업 종사자의 경우에 ‘선성장, 후복지’에 대한 응답이 가장 많았으며 학생과 화이트칼라는 ‘성장-복지 균형’에 대한 응답이 가장 많게 나타났다”
대체로 저학력, 고령세대가 기존의 성장 담론에 머물러 있는 반면 고학력, 청년세대가 복지에 대한 지지로 선회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당면 현안으로는 물가안정과 일자리 창출을 가장 중시했다. 경제민주화나 복지확대의 요구는 12.8%, 6.7%로 예상보다 적었다. 특기할만한 점은 40대에서 경제민주화에 대한 요구가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50대 이상에서 일자리 창출에 대한 요구가 높은 점이다.
아래 인용한 데이터까지를 종합하여 평가하면 첫째. 경제위기에 대한 인식이 당면 실생활과 밀착된 현안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는 점, 둘째. 일자리 창출이 사회구조의 개혁이 동반된 일자리 창출에 대한 요구라기보다는 과거 제조업 중심의 성장과 일자리 창출이 동반되었던 경험에 기초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복지와 증세와 같이 사회구조적인 개혁에 대한 지지가 예상보다 미미하게 형성되어 있다.




이상에 대한 실천적인 평가는 다음과 같다.
첫째. 객관적인 경제상황과 국민들의 인식 사이에 간극이 큰 점(필자는 국민들의 인식이 닥칠 경제위기를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둘째는 세대별, 학력별로 인식의 차이가 크지만(20~30대 고학력 세대가 기존의 성장 담론 대신 복지담론을 제기하고 있지만) 그 정도가 사회구조적인 개혁, 혁신적인 경제구조의 창출과 같은 보다 근본적인 지점으로 발전하지 않고 있는 상태라는 점
셋째. 위 상태를 반영하여 ‘정권연장-정권교체’와 같은 느슨한 정치적 요구를 중심으로 20~30대 고학력층과 50대 이상 저학력층이 박근혜와 안철수.민주통합당을 중심으로 대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당면해서는 국민들의 의식상태를 고려하여 정권교체를 앞세우되 사회구조적인 개혁의 필요성을 꾸준히 설파하는 것이 중요할 듯 하다.

민경우 

2012년 2월 22일 수요일

[사설]뻔뻔스러운 ‘MB정부 4년 경제성과’ 자랑


이글은 경향신문 2012-02-21일자 사설 '[사설]뻔뻔스러운 ‘MB정부 4년 경제성과’ 자랑'을 퍼왔습니다.
청와대가 어제 ‘이명박 정부 4년 경제분야 주요 성과’라는 자료를 냈다. 의례적으로 내놓은 자료인지 최근 야당들의 ‘이명박 정부 실정’ 비판에 대응하는 차원인지 알 수 없지만, 그 내용이 ‘잘되고 있다’는 식의 자화자찬 일색이어서 뻔뻔함에 놀라게 된다. 국민을 기만한 ‘7·4·7’ 공약 등 이 대통령에게 불리한 내용들은 빼고 이것저것 긁어모아 주요 성과로 포장해 놓았다. 피폐해진 삶에 지쳐 정부를 원망하고 있는 국민 정서와 너무도 동떨어진 청와대의 현실인식을 엿볼 수 있다.

청와대가 성과로 제시한 주요 내용을 그대로 인정한다면 지난 4년 동안 노사관계는 선진화했고, 비정규직 보호는 강화되고, 고용의 질은 개선됐으며, 복지지출은 역대 정부 중 최대 수준으로 확대됐고,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문화는 잘 조성되고 있다. 과연 이런 주장을 공감할 국민이 얼마나 될까. 실질소득 감소·소득격차 확대·일자리 창출 부진 등 한국 경제가 당면한 큰 줄기의 현안들에 대한 성찰은 없고, 고졸채용 확대·농식품 생산 증가·무역 1조달러·대학등록금 인상 억제 등 지엽적이고 단편적인 지표들을 대단한 성과인 양 늘어놓고 있다.

자료 말미의 ‘이명박 정부의 경제에 대한 오해와 진실’ 부분은 눈 가리고 아웅 하며 국민을 호도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통계들만 제시해 양극화가 개선됐고, 고환율 정책은 쓴 적이 없으며, 고물가는 성장위주 정책 탓이 아니라 원자재 가격 탓이라는 등 진실을 가리고 있다. 청와대가 양극화 개선 지표로 제시한 지니계수는 이명박 정부(2008~2010년) 평균이 1993년 이후 가장 높다. 이 대통령이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표방한 대로 총가처분소득 가운데 개인가처분소득 비중은 지난 20년 중 최저인 반면 기업의 가처분소득은 사상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대기업은 배부르고 국민생활은 피폐해진 증표다. 환율 지표도 2008년 초 급격한 환율상승을 유도한 시기는 언급하지 않고 2009년 이후 지표만 비교했다.

MB노믹스의 핵심인 부자감세나 4대강 사업은 언급조차 없다. 부자감세의 근거였던 낙수효과는 어떻게 됐으며, 34만개에 이른다던 4대강 사업의 고용효과는 얼마나 거뒀는지, 향후 5년간 200만개 가까운 일자리를 만든다던 녹색성장은 어디로 갔는지 아무 말이 없다. 실정을 뼈저리게 반성하고 민생을 보살필 정책구상에 매진해도 부족할 청와대 경제팀이 용비어천가만 부르고 있으니 더 이상 기대할 것은 없어 보인다.

2012년 1월 28일 토요일

시청률 0%대, 종편을 보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되는걸까?


이글은 미디어스 2012-01-27일자 기사 '시청률 0%대, 종편을 보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되는걸까?'를 퍼왔습니다.
시청률 조사 샘플 가운데 9가구 안팎, 인터넷 매체의 1/10수준 노출

25일 중앙일보 종편 JTBC의 메인뉴스 ‘JTBC뉴스10’의 시청률이 0.090% 나왔다. 1%가 아니라 채 0.1%도 미치지 못했다.
소수점 아래 셋째 자리까지 표기되는 종편 시청률은 가히 현대과학의 승리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정밀한 통계로 표현되는 숫자의 예술인 셈인데 이는 뒤집어서 말하면, 그 자체로 ‘과잉 정보화의 오류’라고 불러도 무방하단 얘기다. 아주 미비한 시청 패턴을 지나칠 정도로 과잉된 방법을 동원해 측정하고, 그럴싸하게 합리적 숫자로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종편 시청률은 통계가 아닌 사회적 상식의 통념으로 말하면, 그냥 사실상 0%라고 하면 된다. 누군가 보고 있지만 굳이 그 누군가들을 측정해 알려줄 필요는 없는 그런 수준 말이다. 단적으로 말하면, 종편 4사 프로그램 가운데 그 어떤 프로그램도 케이블 채널 시청률 상위 20위안에 들지 못한다. 종편의 시청률은 흡사 지역 케이블의 자체 방송 시청률과 겨뤄볼 만한 것인데, 지역 케이블 자체 방송의 시청률을 따로 조사해 발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사회적 낭비로까지 보이기도 하는 종편 시청률을 애써 시스템으로 편입시켜 등급과 체계를 부여하고 있는 상황에서 도대체 0.090%의 시청률은 몇 명의 사람이나 보는 것일까? 궁금하지 않은가? 시청률 산정의 기준이 되는 가구수로 셈하면 대관절 몇 가구에서나 종편 채널을 틀어놓는 것일지 말이다.
양대 시청률 조사기관인 AGB닐슨과 TNMS미디어는 각각 3,134가구와 3,000가구를 샘플로 하고 있다. 3,000가구를 기준으로 할 때, 1가구가 TV를 켜 놓으면 산술적으론 0.033%의 수치가 나오게 된다. 3가구 정도에서 시청하면 대략 0.1% 정도의 시청률이 잡힌다는 얘기다. 이를 단순하게 계산하면 0.090%의 시청률이 나온 25일자 JTBC의 메인 뉴스는 2.72가구에서 봤다는 결론이 나온다.
종편 채널들의 평균 시청률은 0.2~0.4% 사이를 오간다. 후하게 쳐서 평균치를 0.3%로 잡으면, 시청률 조사의 모집단이 되는 가구들 가운데 대략 9가구 정도가 각각의 종편 채널을 시청하고 있는 셈이다. 종편 4사를 합치면 대략 35가구 안팎이다. 전체 3000가구 중에 단 35가구만이 종편을 본단 얘기고, 채널을 돌리다 얻어 걸리는 경우를 감안할 때 고정적 시청 가구수는 그 보다도 훨씬 낮으리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물론, 정확한 계산법은 아니다. 시청률 조사기관들은 각 표본의 시청 행태에 성별, 지역별 등등의 가중치를 부과해 최종 시청률을 계산한다. 그래서 산술적으로 시청률의 최저치여야 할 0.033%보다 더 낫은 시청률이 측정되기도 하고, 실제 종편에 그런 프로그램들이 제법 된다. 우리가 받아 보고 있는 것은 시청률 조사기관의 계산에 따른 ‘시청률 추정치’일 뿐이다. 따라서 모집단 가운데 1가구가 봤다고 하더라도 경우에 따라 0.033%보다 더 나올 수도 있고 또 덜 나올 수도 있다.
소수점 세 자리 이하 종편 시청률의 맹점은 여기서 발생한다. 소수점 아래 셋째 자리까지 측정하는 정밀한 셈법에 비해 모집단의 수가 너무 적고 계산법 역시 공개된 바가 없다. 숫자로 표기되는 엄밀성에 비해 통계의 기본이 되는 자료의 정밀도는 너무 헐거워 오차 범위를 가늠할 수 없단 얘기다. 그래서 상대적 수치를 보여준단 의미는 충분히 있지만 종편처럼 소수점 셋째 자리에서 승부가 갈리는 절대적 수치에선 심각한 오류가 발생될 수 있다.
예컨대, 지금과 같은 모집단 비율이라면 단 1가구만 종편을 틀어놓더라도 시청률이 비약적으로 상승하는 결과가 되고, 1등이 뒤바뀔 수 있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종편 4사가 소수점 아래 자리를 두고 ‘서로가 1등’이라고 우기고 있는 상황에서 이와 같은 계산은 그 자체로 매우 비합리적이다.
예컨대, 1가구만 더 틀어놓더라도 종편의 시청률은 거의 2배로 뛰게 된다. 전 시간대 시청률이 평균 8% 안팎을 기록하는 지상파 방송은 모집단 1가구 차이가 큰 의미를 띄지 않지만 종편의 경우 평균 3가구 안팎이 보는 채널인지라 1가구 차이가 엄청나게 큰 변수로 작용하게 된다. 종편사들은 서로 ‘우리가 시청률 1등’이라며 광고사들을 겁박할 텐데, 실제 이 차이가 1가구 차이라고 한다면 얼마나 우스운 일이란 말인가. 
한 가지 더 그렇다면 현재 종편의 시청률을 전체 가구수의 비율로 환산하면 어떻게 될까? 서울시 전체 가구수는 대략 360만 가구 안팎이다. 그러니까 시청률 조사 모집단이 전체 가구수의 약 1/1200정도 되는 모형인 셈이다. 따라서 평균 6가구에서 최대 12가구가 종편을 시청하는 모집단의 비율을 따져보면, 대략 시간 당 7200가구에서 최대 14,400가구 정도가 종편을 시청하고 있는 셈이다.  얼핏 감이 오지 않는 이 숫자를 어떻게 봐야 할까. 비교를 위해 몇 개의 다른 숫자를 나열해보겠다. SNS에서 기사 1건당 평균 노출량 1위는 인터넷매체 인데, 건당 평균 10만 5079명이 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종편의 최대 시청률에 10배에 가까운 노출이다. 프로야구 시즌에 휴대용 모바일 기기에서 프로야구를 시청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시간당 2만 명을 상회한다. 종편의 최대 시청가구에 최소 2배이다. 

2011년 12월 11일 일요일

'최대주의 전략'의 어리석음과 무책임에 관하여


이글은 프레시안 2011-12-09일자 기사 ''최대주의 전략'의 어리석음과 무책임에 관하여'를 퍼왔습니다.
[미래연 주간논평]

한미 FTA 비준안의 국회통과를 저지하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통과되었다. 그러자 "날치기"를 성토하면서, 대통령의 서명을 막겠다고 했었다. "백만 명이 모이면 서명을 막을 수 있다"는 소리도 나왔다. 백만 명이 모이지도 않았고 서명을 막지도 못했다. 이제는 뭘 막자고 나서야 할까?

날치기가 있기 전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혼할 수 없는 결혼"과 같기 때문에 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었다. 국회 비준과 대통령 서명이 이뤄진 지금은 정권을 바꿔서 파기하자고 한다. 불과 한 달 전에는 파기불가능이라서 맺으면 안 되었던 협정이 어떻게 그 사이에 파기할 수 있는 협정으로 둔갑을 했을까?

감정을 가라앉히고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이것은 한 쪽에서 일방적인 의사표현만으로 파기가 가능한 협정이다. 그러니까 앞으로 언제든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으면 파기할 수 있다. 한국 쪽에서도 일방적으로 파기할 수 있고, 미국 쪽에서도 일방적으로 파기할 수 있다.

이 협정에 대해 제기되고 있는 우려 중에는 타당한 것도 없지 않다. 나아가 설사 과장 또는 오도의 결과로 분출되는 우려라고 할지라도 시민적 주권의 표현으로서 정치체제로부터 당연히 존중을 받아야 한다. 그러므로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고 표결을 강행한 집권세력에 대한 비난과 성토는 당연하다. 실업률 통계를 조작하고 물가지수도 수학적으로 마사지하는 정부, 급기야 투표율까지 조작해보려고 더러운 짓을 벌인 집단에 대해 분노하고, 그 분노를 표출하는 것도 당연하다.

일반 시민들이 정부와 집권당의 처사에 항의하는 것은 사회를 위해 건강한 일이다. 하지만 정치인이라면, 특히 세상을 조금이라도 낫게 만들겠다는 명분을 내세우는 정치인이라면, "무엇"만이 아니라 "어떻게"에도 깊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맘에 안 드는 일이라고 해서 그냥 없애버리면 된다는 생각은 자신의 전지전능을 믿는 유치한 착각 아니면 전제자가 되겠다는 불순한 무의식의 반영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심사에 젖은 사람들은 반대파로서 전투의 선봉에는 잘 나설지 몰라도, 책임감 있는 정책의 입안이나 시행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까마득한 소수 의석을 가지고 국회통과를 저지하겠다는 발상, 대통령의 손을 떨게 만들어 서명을 막겠다는 발상, 집권만 하면 당장 파기해버리겠다는 발상, 등은 모두 어리석고 무책임한 최대주의 전략에 해당한다. 맘에 안 드는 일이 있을 때,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시의적으로 최선인지를 묻기 전에, 그것을 없애버리는 길 말고 다른 길은 모두 막아버리는 전략이다. 북받친 시민들의 감정의 불에 기름을 끼얹는 선동적 효과는 있겠지만, 뒷감당을 어찌할지 애당초 복안 자체가 없기 때문에 오래 갈 수가 없다.

한미 FTA의 결과로 한국 전체의 국민경제가 어찌될지를 예측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더라도 논쟁의 주제다. 어느 쪽의 얘기가 맞을지는 두고 봐야 안다는 얘기다. 단, 예컨대 이로 인한 변화가 한국 농촌의 고령자들에게 편안하지는 않을 것이 뻔하다. 따라서 처음부터 이 사안과 관련해서 주목해야 할 지점은 이 두 가지였다 - 국민경제 (및 사회구조) 전반에 걸쳐서 어떤 효과가 초래될 것인지를 최대한 정확하게 확인해서 정책판단의 기초로 삼아야 하고, 이로 인해 직접 이익을 보는 분야와 직접 손해를 보는 분야 사이에 편익과 비용을 공정하게 배분해야 한다.

이 두 가지 의제가 핵심이라는 사실은 지금도 앞으로도 변함이 없다. 반면에 최대주의 전략을 취하는 사람들은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우려만을 근거로 협정을 절대악이라 치부하면서,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키는 데 전력을 다한다. 그러나 이것은 스스로 자신감을 상실하고 있다는 징표에 지나지 않는다. 장차 상황이 전개됨에 따라 시의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여지가 전혀 없다고 절망해야 할 까닭이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나 자신도 여러 번 얘기했고, 다른 사람들도 숱하게 지적한 바지만, 자기들이 집권했을 때를 가상해 봐도 최대주의 전략은 어리석다는 게 금방 드러난다. 정권이 바뀌어 협정을 파기하고자 할 때, 소수파가 육탄으로 저항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너희도 했으니 우리도 날치기한다"고 할 것인가, "너희가 하면 날치기지만 우리가 하면 다수결"이라고 할 것인가? 어버이 연합이 촛불을 들고 나서면 경찰력으로 진압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책임감을 가진 정치인이라면 시민들의 분노를 부추겨 폭발시키기 보다는 문제의 핵심을 짚어서 정치적 해법을 찾아 제시해야 한다. 시민들이 분노할 때마다 감정이 폭발하는 사회는 절대로 건강할 수가 없다. 분노의 폭발은 적절한 경로를 따라 조직되고 절제되어야 사회의 개선으로 이어지는 효과를 낳는다. 되지도 않을 무모한 목표로 선동을 계속하다가는 건강한 시민의식에게는 무력감만을 안기고, 오히려 이명박 식의 독주를 정당화해주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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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천 전북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