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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30일 목요일

손석희의 JTBC 뉴스, ‘삼성 이재용 아들 입학 부정 의혹’ 침묵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5-29일자 기사 '손석희의 JTBC 뉴스, ‘삼성 이재용 아들 입학 부정 의혹’ 침묵'을 퍼왔습니다.
중앙일보는 ‘이재용 아들’ 누락… JTBC “제작시간이 촉박해 메인뉴스 대응 못해”

영훈국제중학교가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아들을 입학시키기 위해 성적을 조작한 정황이 드러나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럼에도 JTBC는 이 소식을 메인뉴스에서 보도하지 않았고, 중앙일보는 이 소식을 전하면서도 이 부회장의 연루 의혹은 누락했다. JTBC와 중앙일보가 CJ그룹 수사에 대해 적극적으로 보도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지난 28일 유기홍 민주당 의원 등 야당 의원 15명이 공동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 아들은 교과 성적이 45.848점(50점 만점)으로 비경제적 사회적 배려 대상자(사배자) 전형에 지원한 155명 중 72위에 머물려 합격권인 16위 안에 들지 못했다. 하지만 추천서(30점)와 자기개발계획서(15점), 출석 및 봉사(5점) 영역에서 모두 만점을 받아 15위로 최종 합격했다. 이에 검찰은 이날 저녁 영훈중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였다. 

하지만 JTBC는 28일자 메인뉴스 (NEWS 9)에서 이 보도를 찾아볼 수 없었다. 중앙일보는 29일자 12면 기사 (신입생 성적 조작…영훈국제중 압수수색)에서 전했지만, 영훈중학교의 입시성적 조작 대상자에 이 부회장의 아들에 포함돼 있다는 내용은 없었다. 다만 “비경제적 사배자 전형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현직 판사, 전직 대기업 계열사 대표의 자료가 입학해 논란이 됐다”라고만 처리했다. 


▲ JTBC 홈페이지

이는 해당 언론사들이 삼성 이건희 회장과 재산분할소송 중인 이맹희 회장의 CJ그룹 수사에 관해서는 매우 적극적으로 보도한 것과 매우 차이가 난다. 지난 23일부터 28일까지의 CJ 관련 보도를 살펴보면 중앙일보는 23일 1면 톱기사와 4·5면, 24일 1면 기사와 4·5면 및 12면 기사, 25일 1면 기사와 4면, 27일 1면 기사와 8면, 28일 1면 기사와 4·5면, 29일 14면 기사에서 다뤘다. JTBC의 경우 메인뉴스 (NEWS 9) 23일 톱기사를 비롯해 3건, 23일 2건, 27일 2건, 28일 3건을 보도했다. 

중앙일보와 JTBC는 삼성과의 특수 관계 때문에 삼성 관련 기사는 누락 혹은 축소한다는 의혹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공정언론의 상징이었던 손석희 전 성신여대 교수가 JTBC 보도 부문 사장으로 갔을 당시에도 ‘과연 손석희가 삼성 문제를 다룰 수 있을까’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엇갈렸다. 

서경호 중앙미디어네트워크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이에 대해 29일 통화에서 “편집국과 보도국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면서 “입학성적 조작은 아직 의혹이나 정황이지 아직 팩트로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감안해 조심스럽게 보도하는 것은 언론사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의 기사에서 이재용 관련 내용이 누락된 것도 마찬가지 이유라고 설명했다. JTBC측은 또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저녁 7시께 이뤄져 메인뉴스에서 대응할 수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JTBC와 같은 시간대인 9시에 메인뉴스를 전하는 KBS의 경우 28일 12번째 리포트 (“이재용 아들도 성적 조작”…영훈중 압수수색)에서 “올해 영훈 국제중 비경제적 배려 전형에서 학과성적이 아닌 주관적 심사 부분에서 만점을 받아 합격한 3명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아들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오후 8시에 메인뉴스를 하는 SBS 역시 27번째에서 (검찰, ‘입시 비리 의혹’ 영훈 국제중 압수수색)에서 단신 처리했다.  

JTBC는 이 소식을 29일 정오께 (주관영역 만점으로 합격?…이재용 아들 부정입학 의혹)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아들의 입학성적이 조작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고 전했다. 사건이 터진 28일엔 ‘의혹’이기 때문에 메인뉴스에서 처리하지 못했다는 것인데, 그 다음날에는 ‘의혹’이면서도 리포트를 한 셈이다.  


▲ 중앙일보 23일자 1면

언론개혁시민연대 추혜선 사무총장은 “메인뉴스에서 할 아이템을 그 다음날 오전 뉴스로 돌리는 것은 다른 언론들이 다 보도한 다음 ‘따라가기’ 식으로 소식을 전하면서 ‘1보’에 대한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라면서 “‘의혹이기 때문에 보도 못했다’는 것은 종편이 방송사업자로서 능력이 없다는 말과 같다”라고 비판했다. 

추 사무총장은 ‘손석희 이후 JTBC’에 대해서도 “JTBC의 보도는 여전히 종편이란 프레임에 묶여져 있다. 변화를 견인해내려면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손석희가 간 다음 시너지 효과가 난다는 느낌이 나야 하는데 아직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JTBC가 손석희 영입 이후에도 가시적인 변화가 일으키지 못한다면, 이는 시청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손석희 사장은 통화에서 “어제(28일) 아이템 최종보고를 받지는 못했고, 오늘 오전 이 사안을 보도하라고 지시했다”라고 말했다. 

한편 MBC와 채널A도 28일 메인뉴스에서 보도하지 않았고, 29일 오전 전했다. 종합일간지 중 경향신문과 한겨레가 1면에서 보도했고, 동아일보와 세계일보는 소식을 전하면서도 ‘특정 학생’이라고만 했을 뿐, 이 부회장 아들이 연루됐다고 명시하지 않았다.


조수경 기자 | jsk@mediatoday.co.kr 

2013년 5월 20일 월요일

손석희, “삼성 문제 다룰 것”


이글은 시사IN 2013-05-20일자 기사 '손석희, “삼성 문제 다룰 것”'을 퍼왔습니다.
MBC를 떠나 JTBC 보도 부문 사장으로 거취를 결정한 손석희씨를 만났다. 그는 JTBC가 종편 3사 중에서 비교적 합리적인 곳이라며 언론의 사회통합 기능을 실천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삼성과 연관이 있는 JTBC에서도

손석희를 만났다. 그가 13년 동안 진행한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떠나 (중앙일보) 종편방송 JTBC로 간다는 사실을 확인한 직후다. 거취가 알려진 후 그를 직접 만나 인터뷰한 언론은 (시사IN)이 유일하다. 그가 교수로 있는 성신여대 연구실에서 마주앉았다. 교수직을 그만두겠다는 뜻도 막 학교에 전달한 참이었다.

‘현장 언론인 손석희’와의 마지막 인터뷰다. 그는 “마이크를 잡는 일에서 이제 떠난다”라고 말했다. JTBC에서는 보도·시사 부문 사장을 맡는다. 방송 진행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이중으로 부담스러워 보였다. MBC에 새 사장이 오는 시점에 그만두는 것이 ‘재 뿌리기’로 비칠까 걱정했다. MBC 내에서 겪었다고 알려진 갈등과 고난은 부인했다. 신임 사장 인사에 대한 항의성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중앙일보) 계열 종편으로 간다는 것이 대중의 눈에 어떻게 비칠지도 알고 있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JTBC와 (중앙일보)가 다른 몸이라고 하지는 않겠지만, 둘이 추구하는 바는 좀 달라질 거다.”

언론인 손석희에게 가장 예민한 문제도 물었다. JTBC에서 삼성 관련 이슈를 어떻게 보도할 것인가. 그는 이 문제에 자율권을 갖고 있나. 그는 섬세하게 말을 고르면서도 피하지는 않았다. “(시선집중)에서도 삼성 문제를 많이 다뤘다. 그 이상 간다고는 말 못하겠지만, 그 정도는 간다. 그걸 다루지 않으면 (방송을) 내놓을 수가 없다.”

그는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이번 일과 무관한 오래된 꽃다발을 사진에 나오지 않도록 치웠다. 혹시 축하라도 받은 것처럼 오해받을지 몰라서였다. 신중했다. 인터뷰도 그랬다.


ⓒ시사IN 윤무영 손석희씨는 “JTBC에서 내 나름 가진 저널리즘의 철학을 구현해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언제 최종 결심을 했나.첫 질문부터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다. 음… (그는 한참 말을 골랐다) 김재철 사장 나가시고, 새 경영진이 임명될 때쯤 나도 다른 길을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김재철 사장이나 새로 오신 김종국 사장, 이런 분들과 관계없는 결정이다. MBC가 작년에 어려움을 많이 겪었고 여러 가지로 새 출발을 하는 상황인데, 새로운 분위기가 시작되는 마당에 나는 좀 내려섰으면 하는 마음이 들더라.

신임 사장 인사와는 관련이 없다?신임 사장은 나와도 잘 알고, 내 기억에 나도 많이 도와주셨던 분이다. 다만 나도 새로운 전기를 맞아야 할 것 같은데, 나이도 나이고, 그래서 MBC에 변화가 있을 때가 좋겠다는 생각이 컸다.

(시선집중)을 진행하면서 MBC 내에서 고립되어 있을 때, 라디오국 후배들이나 노조 쪽에서 적극 돕지 않는 분위기에 좌절했다는 말도 있는데?그런 건 없다. 그 부분은 오해가 없었으면 한다.

왜 JTBC를 택했나?일단 제안이 왔고.

이번에 처음 제안받은 건 아닌 걸로 안다.정확히 언제라고 얘기하긴 어려운데, 제안받은 지는 오래됐고, 고민도 오래 했다. 왜 거기냐라고 하는 말에는 뭐랄까, 우리가 사실 골이 좀 깊게 팬 사회다. 내 판단에는 그 회사가 그런 면(진보·보수의 갈등 문제)에서 비교적 합리적으로 가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종편 3사 중에서?그렇다. 해볼 만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능력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언론이라는 게 흔히 얘기하기를 사회통합 기능이 있어야 한다고 하는데, 현실이 그렇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그걸 한번 실천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래서 딱 JTBC만이 최적의 여건이라고 얘기할 순 없지만, 마지막으로 한번 도전해볼 수는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결론을 냈다.

JTBC에서의 구실은 어떻게 되나? 마이크는 계속 잡는 건가?아니다. 그건 이제 떠난다고 봐야 한다. 보도·시사 부문 사장으로 간다. 내 나름 가진 저널리즘의 원칙이나 철학을 한번 부딪혀보면서 구현해보고 싶은 생각, 책임져보고 싶은 생각이 제일 크다.

본인이 가진 저널리즘 원칙과 JTBC의 논조나 조직 문화가 충돌할 경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충돌하지 않도록 해야지. 그건 내가 책임져야 할 문제다. 만일 그 둘이 충돌해서 견딜 수 없다면 내가 실패한 사람이 될 테고. 실패를 두려워하지는 않는다. 물론 단지 시도에 그쳐선 안 된다고 생각하고, 성공해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정론이라는 것이 균형, 공정함, 이런 것들이라면 그걸 한번 실천해보고 싶다. 실천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겠다는 약속을, 그러니까….

흔히 ‘전권을 주겠다’는 표현을 하는데, 그런 확실한 약속을 받았다는 뜻인가? 그렇다.사장으로 데려가면서 그런 보장을 할 수 있는 사람은 홍석현 회장 한 명밖에 없는 것 아닌가.특정인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겠다.

보도국의 논조·방향에 개입할 수 있는 수위는 회사마다 다르다. ‘정론’을 실천하는 것을 사장이 할 수 있도록 절차로 보장되어 있나?그렇다. 그건 뭐 당연히. 물론 그게 나중에 취재 일선과 부딪칠 가능성은 늘 있는 건데, 그 대목은 지혜롭게 풀어갈 문제다. 

TBC는 (중앙일보)를 모태로 출발한 조직이다. 논조나 문화가 대단히 이질적인 사장일 수 있는데, ‘지혜롭게’ 정도로는 와 닿지 않는다.JTBC와 (중앙일보)가 다른 몸이라고 하지는 않겠지만(잠시 말을 고른 후), 추구하는 바는 좀 달라질 거다. 그래서 JTBC와 (중앙일보)가 함께 간다고 얘기는 못하겠다. (중앙일보)는 나하고 상관이 없는 조직이니까. 내가 신경 쓰는 건 JTBC의 보도다. 그건 내 책임하에 끌어나갈 부분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인식이 한 묶음으로 보는 건 어쩔 수 없기도 하겠으나, 아마 그렇지(같이 가지) 않을 것 같다.


ⓒ시사IN 이명익 손석희씨(맨 오른쪽)가 5월10일 <시선집중> 마지막 방송을 마치고 후배 아나운서들과 악수하고 있다.

(중앙일보) 계열의 JTBC에서 삼성에 대한 보도를 어떻게 할 생각인가?중요한 질문이죠? 딱 하나만 물어본다면, 그 질문이겠죠?(웃음) 팩트를 놓치는 일은 없을 거다. 문제가 있다면 보도하겠다. 

팩트의 경중에 대한 평가, 문제가 있는지에 대한 평가가 조직 내에서 이견이 생긴다면?저널리즘적 차원에서 판단한다.

최종 판단권이 사장에게 있고, 홍석현 회장으로부터 전권을 받았다는 앞서 말씀은 여기서도 유효한가?그 부분은 명확하다. (시선집중)에서도 삼성 문제를 많이 다뤘다. 그 이상 간다고는 말 못하겠지만, 그 정도는 간다. 그걸 다루지 않으면 (방송을) 내놓을 수가 없다.

전권을 주겠다면서 모셔가는 분도 알고 계신 얘기가 맞나?(잠시 허공을 올려보고는) 아시겠지?(웃음)

대중이 종편 보도를 많이 접한 시기가 대통령 선거 기간이다. 종편의 대통령 선거 관련 보도는 어떻게 봤나.솔직히 나는 내 방송을 하느라 바빴지, 누구를 평가할 만한 처지는 아니다. 어떻게 해왔느냐도 물론 중요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바꿔갈 것인가 역시 중요하다고 본다. 선거방송이든 뭐든 합리적 베이스로 만든다면, 그건 종편이든 어디든 칭찬받을 수도 있고, 잘못 만들면 비판받을 수도 있다.

저널리즘 원칙으로 공정과 균형을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현할 건가?해왔던 방송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을 것 같다. (시선집중) 등에서 추구했던 저널리즘이 모델이 될 수도 있다. 첨예한 가치관이 부딪칠 때에는 당연히 균형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팩트가 확실하다면, 거기서까지 균형을 찾을 필요는 없다. 팩트만 확실하다면 당연히 팩트 위주로 간다.

MBC 내부에서는 상의를 했나?몇 사람하고 했다. 이해한다는 사람도 있었고, 아쉽다는 사람도 있었고, 의견이야 다 달랐다. 그런데 이해한다는 사람이 생각 외로 많았다. 

현역 방송인으로는 은퇴인 셈이다. 마이크를 놓는 심경은?늘,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는 생각으로 해왔다. ‘방송쟁이’들은 그런 인식을 안 가질 수가 없다. 아침마다 들어주시는 분들을 생각하면 더 하고 싶은 생각도 물론 있지만, 그냥 우리 청취자분들도 시작이 있으니 끝이 있구나 하고 담담하게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 사실 담담하지 않지만, 나도 그렇게 생각하려고 한다. 

JTBC 사장직을 마무리할 때 제일 듣고 싶은 평가는?애썼다.

사장 손석희에 대한 평가인가? JTBC에 대해서는?그것도 마찬가지. JTBC도 애썼다. 그게 가장 좋은 평가 아닐까. 엄청난 걸 청사진으로 내밀기보다는, 최대한 노력했다는 평가를 마지막에 듣고 싶다. 


천관율 기자  |  yul@sisain.co.kr

2013년 5월 19일 일요일

‘손석희의 도박’ JTBC행 30년 명성 올인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5-17일자 기사 '‘손석희의 도박’ JTBC행 30년 명성 올인'을 퍼왔습니다.

손석희

[토요판] 이승한의 술탄 오브 더 티브이 

MBC 공정성의 상징 손석희가
종편 JTBC행을 택했다
“정론 위한 전권 약속받았다”지만
승률 낮은 ‘위험한 도박’ 같아
신뢰도 1위 언론인 손석희
JTBC 액세서리 되지 않길…

“결국은 이렇게 가네요.” 손석희가 (중앙일보)의 종합편성채널(종편) (제이티비시)(JTBC) 보도·시사 부문 사장으로 취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던 날, 내가 만난 이들은 하나같이 ‘결국’이란 수식어를 달았다. 그를 ‘모셔가고’ 싶어했던 언론사들은 예전부터 많았으므로, 개편철마다 그의 이름은 방송가를 떠돌았다. 선거철마다 그의 이름이 각 당 ‘예비후보’ 명단에 오르내렸던 것처럼 말이다. 2009년 (문화방송)(MBC) (100분 토론)의 진행자 자리에서 물러난 뒤엔 더더욱 그랬다. 제이티비시는 아예 개국하기 전부터 러브콜을 보냈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돌았다. 그래, 그랬지. 결국은 이렇게 가는구나.내 주변 사람의 반응은 크게 두가지로 나뉘었다. “실망스럽지만, 손석희니까 뭔가 이유가 있었겠지.” “손석희라서 더 실망스러워.” 그럴 법했다. 우린 모두 1992년 문화방송 노동조합 파업에 참여했다가 주동자로 몰려 구속된 푸른 수의 차림의 그를 기억하고 있다. 포승줄에 묶인 상황에서도 말갛게 웃던 서른여섯의 손석희는 문화방송의 공정성을 상징하는 존재였다. (100분 토론)과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통해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넘어 문화방송의 신뢰성까지 한 단계 끌어올린 걸출한 존재. 사람들은 ‘손석희이기 때문에’ 더 실망스러워하거나, 혹은 ‘손석희이기 때문에’ 덜 실망하려 노력하고 있었다.그런데 재미있게도, 손석희를 ‘언론인’이 아닌 ‘방송인’으로 보는 이들은 그의 제이티비시행을 대체로 이해하는 눈치다. 가수나 코미디언, 탤런트 등의 방송인들이 종편에 출연하는 걸 도덕적 잣대로 평가하지 않듯, 손석희의 역할을 온전히 ‘방송인’으로 본다면 이해 못할 일도 아니지 않으냐는 말이다. 말하자면 이런 논리다.“사실 취재는 작가나 피디가 다 해오는 거고, 이 사람은 그걸 재료로 방송을 매끄럽게 이끌어가는 방송인이었던 거죠. 만약 이 사람의 역할을 언론인으로 본다면, 김재철이 사장이었던 지난 3년 동안 문화방송이 망가져가는 꼴을 보면서도 침묵한 것에 대한 책임을 더 무겁게 물어야 할 겁니다. 피디·출연자 등 같이 일하던 제작진이 잘려나가는 동안에도, 그에 대한 어떠한 항의도 없이 묵묵히 출연하고 출연료 받아갔거든요.”2010년 3월 김재철 사장이 들어온 뒤 문화방송은 손석희를 집요하게 흔들었다. (100분 토론)의 진행자 자리에서 손석희를 쫓아내면서 ‘출연료’ 핑계를 댔고, 그 과정에서 그가 (시선집중)에서 얼마를 받는지도 만천하에 공개했다. 문화방송 라디오 전체를 통틀어 (싱글벙글쇼)의 진행자 강석 다음으로 많은 돈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헤드라인이 되어 입길에 올랐다. 긴 파업과 그에 따른 후유증으로 모두가 어수선한 틈을 타, 문화방송은 슬그머니 오랜 시간 그의 손발이 되어 함께 일했던 피디와 출연자를 차례차례 갈아치웠다. 손석희는 공개적으로 어떠한 항의도 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일주일에 여섯번, 자신의 자리를 조용히 지키는 것으로 김재철의 3년을 보냈다.언론인의 역할은 기계적 공정성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특정 사안에 대한 자신만의 관점을 갖고 이를 객관적 팩트와 논리적 구조로 ‘프레이밍’(framing·틀짓기)해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기에 문화방송의 공영성 후퇴에 대해 이렇다 할 입장을 제시하지 않았던 ‘언론인’ 손석희의 행보는 분명 비판받을 측면이 있다. 그것도 명실공히 한국에서 ‘신뢰도 1위의 언론인’으로 평가받아온 그라면, 비판은 더더욱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사실 우린 지난 몇 년간 손석희로부터 사회 각층의 다양한 견해를 전달받았을 뿐, 그가 특정 현안에 대해 어떤 관점이나 생각을 지니고 있는지에 대해 알지 못한다. 그는 공정한 토론 중재자이자 정보 전달자로서의 위치가 흔들릴 것을 우려한 나머지 인터뷰 한번 하기도 까다로운 사람으로 이름이 났으니까.다른 한편으론 ‘방송인’ 손석희가 제자리를 지키지 않았다면, 문화방송의 공영성은 완전히 재기불능 상태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을 진행하다 퇴출된 방송인 김미화, 소신을 담은 클로징 멘트를 포기하지 않은 탓에 (뉴스데스크)에서 내려와야 했던 신경민 아나운서, (피디수첩)을 이끌던 최승호 피디. 이들이 문화방송을 떠난 것은 많은 이들의 분노를 일으키며 큰 화제가 되었지만, 화제는 문화방송에 머무는 게 아니라 사람들을 따라 이동했다. 문화방송은 돌이킬 수 없이 망가진 것처럼 보였고, 김재철은 어떠한 비판이나 견제에도 흔들리지 않았으며, 당장에 문화방송을 대체할 수 있는 창구들이 하나둘 고개를 내밀고 있었으므로. 문화방송을 살리고 싶었던 수많은 언론인들이 상처입는 동안, 한켠에선 하나둘 지쳐 문화방송을 포기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말을 꺼내는 사람들이 등장했다.부당해고와 ‘신천교육대’ 발령으로 상징되는 보복성 인사가 난무하던 문화방송에서, 그나마 공정성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는 (시선집중)이었고 손석희였다. 손석희와 (시선집중) 팀은 손석희 본인의 목소리를 들려주진 않았지만, 어느 한쪽의 이야기만 편향적으로 전달하거나 사실을 왜곡하지 않고 공정한 전달자로서의 역할을 지켜왔다. (시선집중)마저 무너졌다면, 문화방송의 그 어디에서도 한때나마 이 방송사가 공영성을 추구하던 방송사였다는 흔적을 찾기 어려웠을 것이다. 손석희가 떠난 뒤 빠르게 몰락한 (100분 토론)이 함량 미달의 패널을 섭외해 함량 미달의 토론을 보여주고 있는 현실을 보라.공정한 방송 진행자로서의 이미지에 해가 될 것을 우려해 인터뷰까지 피해왔던 사람이, 대학 강단까지 떠나가며 제이티비시로 가는 도박을 감행한 것은 분명 의아한 결정이었다. 그러나 그가 앵커나 프로그램 진행자의 자리로 가는 게 아니라, 제이티비시의 각종 뉴스를 책임지는 보도·시사 부문 사장으로 간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는 이제 자신이 생각하는 공정한 ‘언론’이란 무엇인지, 뉴스를 통해 보여줘야 한다. ‘언론인’ 손석희에 대한 평가는 어쩌면 이제부터 시작일지 모른다. 제이티비시라는 종편의 플랫폼을 통해 그가 어떤 뉴스를 들려주느냐에 따라 그가 지금까지 유지해왔던 ‘신뢰도 1위 언론인’의 이미지는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다. 도박으로 치면 꽤 위험한 도박이다.손석희는 (시사인)과의 인터뷰를 통해 제이티비시로부터 “내가 생각하는 정론이라는 것이 균형, 공정함, 이런 것들이라면 그걸 한번 실천”할 수 있는 “전권을” 약속받았다고 말했다. 사장이라는 자리가 지니는 가장 큰 매력이 여기에 있다. 사장은 고액 연봉이나 명예도 함께 따라오는 자리지만, 그 이전에 자신이 생각한 비전을 관철시킬 수 있는 권한이 있는 자리다. 손석희는 방송생활 30년 중 앞의 23년을 문화방송 소속 아나운서로, 뒤의 7년을 프리랜서 방송인이자 강단 교수로 살았다. 특히나 뒤의 3년은 김재철의 문화방송을 경험하며 보냈다. 자신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방송을 구현할 수 있는 전권을 주겠노라는 제안을 받았다면, 어쩌면 그로서는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이미지를 걸고 도박을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물론 이 도박은 선뜻 동의하기도 쉽지 않고, 승률이 높아 보이지도 않는다. 제이티비시의 보도가 전과 달라지지 않는다면 손석희는 “제이티비시의 액세서리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불명예스럽게 경력을 마무리해야 할 것이고, 그의 말처럼 ‘정론’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보도 논조가 거듭난다 해도 여전히 “재벌의 언론 소유와 거대 언론의 종편 진출을 정당화하는 알리바이를 제공했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30년간 쌓아온 자신의 명성과 이미지를 올인한 이 한판 도박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이승한 티브이 칼럼니스트

그리고, 남은 이야기.“그럼 이제 울며 겨자 먹기로 제이티비시의 뉴스를 봐야 하는 건가요?”“이 도박의 결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래야겠죠.”“이미 드라마나 예능은 다른 종편 채널들에 견줘 젊은 시청자 층이 많이 몰렸으니까, 뉴스에서도 젊은 시청자 층을 잡을 수 있다면 다른 종편과 자기를 차별화할 수도 있겠네요.”“그걸 겁니다. 제이티비시의 진짜 속내는.”


이승한 티브이 칼럼니스트

2013년 5월 17일 금요일

손석희의 '다짐', 아직은 못 믿겠다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3-05-16일자 기사 '손석희의 '다짐', 아직은 못 믿겠다'를 퍼왔습니다.
[주장] '손석희=JTBC' 시대를 맞으며 생긴 몇 가지 근심


▲ MBC 라디오 <손석희 시선집중> 메인면 ⓒ MBC 라디오

"균형, 공정, 품위, 팩트를 4대 가치로 한 방송뉴스를 만들겠다."

지난 13일 JTBC에 첫 출근한 손석희 JTBC 신임 보도담당 사장의 발언 중 일부다. 10일 전격적으로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의 마이크와 성신여대 교수직을 내려놓은 그는 방송 마지막 멘트를 통해 "정론의 저널리즘을 제 의지로 한번 실천해보기 위해 떠난다. 훗날 좋은 평가를 받도록 노력하겠다"는 소감을 밝힌 바 있다. 

MBC를 넘어 대한민국 저널리즘의 상징적 인물이던 손석희 전 교수, 아니 손석희 신임 사장이 종편의 품에 안겼다. 여기서 먼저 되돌아보게 되는 것은 단연 현재 MBC의 위치다. (100분토론)은 물론 13년 간 진행해온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돋보였던 것은 손 신임사장의 균형감각이었다는 점을 부인할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랬던 그가, JTBC 첫 내부 발언에서 '균형'을 먼저 거론했다는 점을 통해 MBC의 현 상황을 짐작해 볼 수 있다. MBC (PD수첩)을 비롯해 (뉴스데스크) 등 김재철 전 사장이 완전히 체질개선 시켜버린 MBC 시사보도 부문 말이다. 

(PD수첩) 최승호 PD가 (뉴스타파)로 떠나고, 주말 (뉴스데스크) 최일구 앵커가 (SNL 코리아)에 출연하고, "손석희 선배가 스승이었다"던 오상진 아나운서를 프리랜서 예능인으로 거듭나게 만들었던 김재철 전 사장 이후의 MBC. 

JTBC를 선택한 손 신임사장의 선택이 '종편보다 못한 MBC'란 MBC 안팎의 자조를 시청자들에게 각인시키는 결과를 가져오지 말란 법도 없어 보인다. 

손 신임 사장이 강조하는 균형, JTBC에서 가능할까? 

손 신임사장은 또 시사주간지 (시사IN)과의 인터뷰(제296호)를 통해선 "우리가 사실 골이 좀 깊게 팬 사회다, 내 판단에는 그 회사가 그런 면(진보·보수의 갈등문제)에서 비교적 합리적으로 가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해왔던 방송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을 것 같다. (시선집중) 등에서 추구했던 저널리즘이 모델이 될 수도 있다. 첨예한 가치관이 부딪칠 때에는 당연히 균형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팩트가 확실하다면, 거기서까지 균형을 찾을 필요는 없다. 팩트만 확실하다면 당연히 팩트 위주로 간다."

보수와 진보 사이에서의 균형, 그리고 팩트의 문제. 손 신임 사장은 이 두 가지를 강조했다. 그리고 이제 그는 JTBC의 보도부문 사장으로서 종편 4사 중 보도부문 비율이 가장 낮고 시청률도 저조했던 JTBC를 수술대에 올려 놓을 예정이다. 

하지만, 여기서 잠깐. JTBC라면 MBC는 물론 공영방송에서도 여전히 지적 받아온 진보와 보수, 그 균형의 황금비율을 지켜낼 수 있을까. 일단 손 사장은 "마이크는 잡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되돌아 보자. 망가져 버린 MBC에서 끝내 마이크를 내려 놓지 않았던 그였기에 (손석희의 시선집중)은 여러 정치인들과 사회적 현안과 관련된 인사들과의 시원한 돌직구 인터뷰가 가능했다. 

이 진행자의 몫은 분명 어떤 작가와 PD를 데려와도 채울 수 없는 빈자리다. MBC 신동호 아나운서 국장을 보면 답은 쉽게 나온다. 그가 진행하는 (100분토론)이 지금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 지를 말이다. 그런 점에서 손 사장이 구현할 '균형'을 잡아줄 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결국, JTBC를 비롯해 CJ E&M으로 이적한 드라마와 예능 PD들처럼, 손 사장 역시 기존의 인력들 중 그 '균형'을 맞춰줄 인사들을 스카우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바로 그 지점과 관련해서, 손 사장은 '종편', 그리고 중앙일보와 삼성이란 태생적 한계점을 잉태한 JTBC의 색깔을 온전히 바꿔나갈 수 있을까. 

손석희가 바꾸느냐, 손석희가 바뀌느냐


▲ 2006년 3월 6일 오후 서울 성신여대에서 교수가 된 후 처음으로 강단에 선 손석희 전 MBC 아나운서 국장이 강의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더불어 우려되는 지점은 (매형인 주철환 JTBC 대PD의 설득은 차치하더라도) 손 사장 개인의 선택과 변신을 십분 이해하더라도, 그가 바꿔나갈 우리 사회와 언론의 지형이 어느 정도 보장될 것이냐는 점이리라. 

"결국 '손석희가 바꾸느냐, 손석희가 바뀌느냐'의 문제인데, 어차피 종편인 이상 보수적 성향이 바뀌기는 힘들 겁니다. 다만 jtbc는 손석희를 영입하여 합리적 보수의 스탠스를 선점함으로써 막장방송 tv조선이나 채널 A와 차별화하려 하겠죠."

진중권 동아대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중이 싫어 떠난 절이 또 다른 절에서 암초에 부딪치는 상황은 손 사장 본인이나 그를 응원했던 수 많은 시청자들과 언론인들 모두 원치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삼성 보도 역시 팩트에 근거하겠다'는 손 사장의 다짐에 쉬이 고개를 끄덕이지 못하는 것은 비단 기우일 뿐일까. 

한편으론 손 사장의 이탈과 함께 더욱 더 공허해진 공중파의 자리 또한 염려스럽다. 와 같은 대안언론의 지치지 않는 활약이야 물론 반갑다. 하지만 영국의 BBC와 같이 공영방송을 무기 삼아 균형 잡힌 보도는 물론 다큐나 예술영화지원에까지 영향력을 유지하는 선도적인 공영방송은 대한민국에서는 이제 꿈꿀 수 없을지 모를 일이다. 

'손석희' 개인의 선택이 그 정도냐 반문한다면, 고개를 저을 수는 있다. 하지만 (종편은 제외하더라도) 현 지상파 3사의 시사보도부문이 던져주는 참담함에 대해서는 고개를 끄덕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래서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 시대가 주는 메시지는 꽤나 시의적절 해 보인다. 정권을 장악한 '보수'의 틀이 방송 시장에서 '균형'의 스탠스를 잡을 수 있(을지 모르)는 유일한 '균형추'가 되어 가고 있다는 점 말이다.  

그런 점에서, 앞뒤 안 가리고 (낸시랭과의 논쟁을 거친 후 윤창중은 옹호하면서) 손 사장의 논문 표절 의혹을 제기하며 '검색어 장사'에 열을 올리고 있는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 같은 무리들은 제발 잠자코 있으시라. 하긴, 말려도 소용이 없을 지도 모를 일이지만. 어차피 TV조선이나 채널A가 사랑하는 변 대표는 이제 JTBC와도 전선을 긋기 시작할 테니까 말이다.  


하성태(woodyh)

2013년 5월 13일 월요일

손석희가 꿈꾸는 JTBC뉴스는 어떤 모습일까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5-11일자 기사 '손석희가 꿈꾸는 JTBC뉴스는 어떤 모습일까'를 퍼왔습니다.
그가 밝혔던 방송뉴스 ‘청사진’…“출입처 관행·백화점식 나열 보도 지양해야”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신임 사장은 10일 “JTBC가 공정하고 균형 잡힌 정론 역할을 하는데 일조할 수 있다면 큰 보람이며, 결국 그 길이 저 개인 뿐만 아니라 JTBC의 성공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렇다면 그가 설계하고픈 방송 뉴스는 어떤 모습일까. 

손석희 사장의 ‘청사진’을 엿볼 수 있는 가장 최근 자료는 박성호 MBC 해직기자와 지난해 12월 10일 나눈 인터뷰다. 이 인터뷰는 방송기자연합회의 기관지 (방송기자) 2012년 송년호에 실렸다.

(방송기자) 송년호에 따르면 손석희는 TV뉴스를 두고 “스토리만 있고 히스토리가 없고 텍스트는 있는데 콘텍스트는 없다는 게 가장 뼈아프다. 계속 쫓아가면서 현상에 대해 보도는 하지만 그에 대해 콘텍스트(맥락)를 시청자들이 모르고 히스토리를 알 수가 없다면 시청자가 그 뉴스에 대해 깊이 알기도 어렵고 평가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텔레비전 뉴스는 낮에 다 본 걸 화면과 기자 목소리로만 전달하는 것뿐이다. 젊은 세대들이 TV에서 멀어지는 이유는 자기가 선택한 뉴스도 아니고, 자기는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기 때문에 콘텍스트나 히스토리에 대해서도 인터넷뿐만 아니라 SNS를 통해서도 다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TV뉴스에 대한 그의 진단은 정확해 보인다. 


▲ 방송기자 2012년 송년호.

그렇다면 어떻게 변해야 할까. 손석희가 첫 번째로 지적한 것은 ‘출입처’ 관행이다. 그는 “방송뉴스의 내용 면에서 봐도 시청자들이 알고 싶은 걸 다룬다기보다 뉴스 공급자들로부터 쏟아지는 뉴스들을 실어 나른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출입처 제도라는 취재 시스템이 바뀌지 않으니까 편집회의에 아이템을 낼 때도 출입처 기준으로 반영된다. 백화점식 나열 뉴스를 깨려면 출입처를 허물어뜨려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매일같이 출입처에서 나오는 자료 보고 그 바탕 위에서 보강 취재하는데 익숙해지면 자기가 주도적으로 하는 게 아니다. 그런 데 익숙해진 기자의 경우 자율적 취재기능이 상당 부분 떨어져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손석희는 방송뉴스의 내용면에서도 백화점 나열식 보도를 지양하고 심층보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서른 몇 개의 아이템을 낼 게 아니라 아이템 수를 대폭 줄이더라도 우리가 어떤 부분이 논쟁적이고 댓글이 많다는 것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니 그 부분에 좀 더 많은 취재인력과 편집시간을 배당해주면 그게 나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청사진은 구체적이다. 그는 “미국을 보면 보도하는 기자와, 취재하는 기자가 따로 있다. (보도기자를) 뒷받침 해주는 취재 기자가 굉장히 많이 있어야 한다”며 뉴스룸의 변화를 주문했다. 또한 “(기자가) 카메라를 보면 연설조, 낭독조가 될 수밖에 없다. 형식의 변화부터 가져와야 된다”며 끝없는 혁신을 강조했다. 

박성호 MBC해직기자는 이날 인터뷰에서 “요즘 종편의 시사 프로그램들을 봐도 그렇고, 진행자들한테 직접 들은 바도 있는데 굉장히 튀어야 한다는 주문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며 의견을 물었다. 이에 손석희는 “1분이라도 좋은 질문에 쓰는 게 낫지, 내가 나서서 내 말을 전해준다는 것은 형식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문제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답했다.

손석희 신임 사장은 오는 13일부터 JTBC에 출근한다. 손석희 사장은 10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클로징 멘트에서 “저의 선택(종편행)에 반론이 있다는 걸 안다. 그러나 고민해왔던 것을 풀어낼 수 있는 여지를 남겨주면 감사하겠다. 최선을 다해서 제가 믿는 정론의 저널리즘을 실천해서 좋은 평가를 받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언론인 손석희를 지지했던 시청자들은 그의 새로운 도전을 지켜볼 것이다. 


정철운 기자 |pierce@mediatoday.co.kr 

2013년 5월 11일 토요일

JTBC의 '손석희' 영입, 그 뒤의 삼성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3-05-11일자 기사 'JTBC의 '손석희' 영입, 그 뒤의 삼성'을 퍼왔습니다.


손석희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교학과 교수이자 전 MBC아나운서, 그리고 현재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진행하는 손석희 교수가 JTBC 보도부문 사장으로 영입됐습니다.
손석희 교수의 JTBC 보도부문 사장 계약은 합의된 것으로 5월 10일 오전에 공식입장이 나올 예정입니다. 손 교수의 JTBC행을 놓고 온라인에서는 갑론을박이 한창입니다. 그 이유는 손석희 교수는 가장 존경받는 언론인 중의 한 명으로 손꼽히던 인물이었고, 그가 종편채널로 간다는 사실은 언론이라고 부를 수 없는 종편의 현실 속에서 많은 사람에게 당혹감을 주기 충분했습니다.
손석희 교수는 도대체 왜 JTBC로 가야만 했고, JTBC는 왜 손석희 교수를 영입해야 했는지, 그 배경과 속내를 알아보겠습니다.

'시청률은 높지만, 보도프로그램 꼴찌 JTBC'

JTBC는 언론 통폐합이 있기 전 가장 인기 있었던 옛 동양방송의 후신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원래 동양방송은 삼성그룹의 계열사로 이건희 삼성회장도 동양방송을 입사해서 삼성 회장이 됐을 만큼 당시에는 가장 높은 시청률과 인기 있는 방송이었습니다.

동양방송은 1977년부터 큰 성장을 하다가 제5공화국 정부가 들어서면서 언론 통폐합 조치에 따라 한국방송공사에 강제로 통폐합 됩니다. 현재 KBS 별관이 원래는 TBC 여의도 사옥이었습니다.


▲ 동양방송 TBC의 마지막 방송 화면

동양방송은 연예나 오락 프로그램,드라마 등의 프로그램이 많았던 방송입니다.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연예인과 배우들이 등장하니 시청률이 높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동양방송 후신임을 강조하는 JTBC도 연예,오락 드라마에 치중된 프로그램을 제작했습니다.
종편 중에는 드물게 시청률 5%대가 넘는 프로그램을 방영한 채널은 JTBC가 유일합니다. 그런데 시청률 5%대가 넘는 프로그램을 보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이나 월드베이스볼과 같은 스포츠 경기입니다. 또한, 드라마 히트 제조기 김수현 작가의 '무자식 상팔자'와 같은 드라마입니다.


▲ 오마이뉴스 고정미

JTBC 시청률 톱 10 프로그램을 보면 뉴스나 보도 프로그램은 하나도 없습니다. 시청률이 3%를 넘지 못하는 다른 채널이 대부분 뉴스에 치중된 반면 JTBC 뉴스는 그나마도 맥을 못 추고 있습니다.
JTBC가 손석희 교수를 영입한 가장 큰 이유는 유독 보도프로그램에서만 JTBC가 꼴찌를 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대선에서 종편이 매일 대선 특집을 보도하면서 재미를 본 사실을 통해 JTBC도 잘 만든 뉴스나 보도프로그램만 있으면 손쉽게 2~3%대 시청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JTBC는 삼성과 관련이 있는 만큼 종편에서도 가장 자본력이 뛰어난 채널이기도 합니다. 누적 적자가 1600억이지만, 배경이 삼성이라 그런지 전혀 개의치 않고 공격적으로 계속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는 채널이기도 합니다.


▲ 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 누나 홍라희는 삼성 이건희 회장의 부인. 출처: JTBC 홈페이지

홍석현 JTBC,중앙일보 회장이 추가로 수천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라는 얘기도 나오는 상황에서 가장 존경받는 언론인이라는 손석희 교수가 뉴스에서 시청률을 올려준다면 통으로 광고를 주는 종편채널의 특성상, 앞으로 적자규모를 줄일 수 있기도 합니다. (진짜 속내는 하단에 있음)

뉴스를 강화해 시청률을 올려 더 많은 광고를 수주하는 차원을 생각한다면 JTBC 입장에서 손석희 교수의 입사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일단은 데려온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학자가 되고 싶었던 손석희의 돌아온 선택'

손석희 교수는 언론인입니다. MBC를 그만뒀지만, 손석희 시선집중을 통해 그는 계속해서 날카로운 언론인의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아이엠피터'는 예전 손석희 교수의 글에서 손석희 교수가 정치는 하지 않겠지만, 언론인으로의 욕심을 많은 인물이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작년 12월 10일 방송에서 제 입장을 이미 말씀 드린 바 있지만 그 이후에도 여전히 언론에는 출마 가능성에 대한 기사가 나오고, 일부 정치권 인사들은 공개적으로 제 이름을 거명하고 있다"며 "저는 출마를 생각해본 바 없다" (2010년 서울시장 출마설에 대한 손석희 교수 입장)

물론 손석희 교수가 MBC를 떠난 이유는 학계로 가고 싶은 욕심 때문이었습니다. 1997년부터 1999년까지 미국 미네소타 대학교 대학원 저널리즘 석사를 마쳤고 성균관대 겸임교수로도 강의를 했던 손석희 교수는 2005년부터 학계로 가려고 했지만, MBC의 크고 작은 사태 때문에 2006년에야 MBC에 사표를 내고 성신여대 교수로 갔습니다.


▲ MBC 백분토론 진행자 시절의 손석희 교수. 출처: MBC

교수로 있던 손석희 교수가 JTBC로 가게 된 배경 중의 하나는 MBC 간판급 PD 출신의 주철환 JTBC 대PD의 영향이 컸습니다. 손석희 교수의 매형이었던 주철환 PD는 JTBC가 개국할 당시부터 손석희 교수를 영입하려고 했고, 끈질긴 주철환 PD의 설득에 JTBC 보도부문 사장 제의를 수락했습니다.
이번 손석희 교수의 JTBC행은 단순히 매형이었던 주철환 PD의 제의뿐만 아니라 손석희 교수 내면에 있던 언론인으로서의 욕망도 함께 나온 것으로 풀이됩니다.
손석희 교수는 방송인 최초로는 아나운서와 기자를 겸한 인물입니다. MBC 보도국 사회부 기자로 활동하다가 뉴스 앵커로 백분토론 진행자로 나선 손석희 교수는 어떤 특정 정치 성향보다는 언론인으로서의 중심이 잡혔던 인물이었습니다.
"시선집중'을 시작할 당시 '어느 정파로부터도 자유로운' 입장에 있겠다고 말씀드린 바 있는 만큼 저는 그 약속을 지키는 데 진력할 것입니다." (손석희 교수)

손석희 교수는 시선집중을 진행하면서 간혹 돌발적인 질문을 하기도 했지만, 특정 정치적 성향을 그리 잘 내세우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진보나 보수를 구별하지 않고 보도하겠다는 주장을 펼치는 JTBC 입장과 동질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고, 이런 배경이 손석희 교수의 JTBC행에 한몫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JTBC의 손석희 영입 노림수'

MBC의 내우외환 속에 학계로 떠났던 손석희 교수가 다시 자신만의 저널리즘을 찾기 위해 JTBC행을 선택했지만, 그리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것은 손석희 교수만의 문제가 아니라, JTBC가 어떤 의도로 그를 영입했는지를 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2008년 삼성특검 사무실에 출두했을 당시 중앙일보 기자들은 취재하는 것인지 회장님을 경호하는지 모를 정도로 사주를 보호했습니다. 1999년에는 줄지어 서서 '사장님 힘내세요'를 외쳤습니다. 기자가 아니라 경호원 내지는 응원단이었습니다.
기자가 비판정신을 잃어버리면 그것은 이미 기자이기를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중앙일보 기자들은 기자정신을 포기했고, 이는 이미 언론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아무리 JTBC가 진보와 보수를 떠나 중도적인 성향으로 보도하겠다고 하지만 이미 기자가 아닌 사람들로 채워진 언론사에게 저런 정치적 성향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 중앙일보와 에버랜드 빅딜 사건,출처: 이정환닷컴

1996년 에버랜드는 99억 5459만원의 전환사채를 발행했으며, 그 전환 사채 대부분을 이재용 남매가 구입하면서 에버랜드의 대주주가 중앙일보에서 이재용 남매로 바뀌었습니다. 중앙일보는 1996년 3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했으며, 전환사채 대부분을 홍석현 회장이 구매하면서 중앙일보의 대주주는 이건희에서 홍석현으로 바뀌었습니다.
기업을 자신들의 복주머니로 생각하는 이런 오너일가의 불법적인 행태에 대해서 중앙일보는 침묵했습니다. 중앙일보는 유독 삼성그룹의 문제점은 비판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것이 무슨 언론사입니까? 그냥 삼성그룹 사보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입니다.
JTBC의 손석희 교수 영입은 이처럼 삼성그룹 사보라 불러도 무방한 JTBC와 삼성,중앙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 중의 하나입니다.



삼성은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단행하면서 종편의 광고 요율을 지상파의 25%로 확정했습니다. 이 요율은 종편이 개국하면서 광고 단가를 지상파의 50~70%로 예상했던 기대치에 한참 못 미치는 요율이었고, 삼성의 이런 결정을 다른 대기업도 따라 하는 바람에 종편은 적자가 누적되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조선일보가 뿔이 나서 삼성을 공격하기 시작합니다. 여기에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경제민주화가 자꾸 나오니 삼성과 중앙,JTBC는 이것을 막아줄 보호막이 필요하기 시작합니다.
만약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언론인이 나서서 이런 문제를 대신 방어해주고 공격해준다면 여론은 바뀔 수 있습니다. 결국, JTBC는 엄청난 금액과 대우를 주고서라도 손석희 교수와 같은 사람을 이제 전면에 내세울 필요가 간절해졌습니다.
이것이 손석희 교수를 영입하는 JTBC, 실제는 삼성가의 의중이라고 '아이엠피터'는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에서 언론인으로 산다는 것은?'

대한민국에서 언론은 언론이라 부르기 창피할 정도입니다. 오죽하면 아이엠피터가 독일에 갔을 때 세계에서 모인 정치 블로거들이 (대부분 기자출신) 저를 불쌍하게 여기며, 독일로 와서 언론 공부를 하라고 했을 정도였습니다. (물론 실력이 모자라서 기자 수업을 받으라는 뜻임)

언론을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언론이 가진 힘과 영향력이 높다는 뜻인데, 그런 힘이 재벌이나 특정 집단에 의해 움직인다면 그것은 언론이 결코 될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의 참다운 언론인들이 언론 개혁을 외치며 진정한 언론을 만들려는 노력이 없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번번이 실패했고, 이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 1992년 MBC파업으로 구속됐던 손석희 교수.

손석희 교수의 JTBC행을 비판할 생각은 별로 없습니다. 기자 출신으로 보도부문 사장이 된다면 회사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자신만의 저널리즘을 구사할 수 있는 면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과연 손석희 교수가 삼성을 비판하지 않는 중앙과 JTBC의 관행을 무너뜨릴 수 있을까요? 그럴 일은 별로 없다고 봅니다. 앞서 말했듯이 JTBC의 손석희 교수 영입은 오히려 그것을 더 막아내기 위해서이기 때문입니다. 

MB정권 시절부터 이어진 언론 잔혹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물론 그 안에서 뉴스타파,고발뉴스 이상호,국민TV 를 비롯한 진정한 언론인들이 노력은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참 힘듭니다.


▲ 국제 언론 감시 단체인 국경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언론 자유 지수,참여정부 이후 순위는 계속 내려갔다.

1인미디어라는 말로 아이엠피터를 부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엠피터는 스스로 미디어라는 말을 감히 하지 못합니다. 그것은 그만큼 언론이 가진 힘과 권력, 그리고 사회에 대한 책임감이 얼마나 큰지 알고 있기에 그런 능력도 위치도 되지 못한다는 '주제 파악'을 잘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신문사와 언론의 권력이 누구를 위해 쓰이는지 잘 봐야 합니다. 언론이 내보내는 기사와 뉴스가 진짜 어떤 의도를 가졌는지 그 속내를 항상 생각해야 합니다.

손석희 교수가 JTBC행을 가는 것을 비판하지 마시고, 대한민국의 언론을 비판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파업 현장에서 복귀했지만, 보도 프로그램을 제작도 방송도 하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언론인들과 암울한 시기에 몸과 마음을 바쳐 진정한 언론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시기 바랍니다.

영혼 없는 언론과 영혼 없는 기자들이 왜곡된 역사의 기록을 만드는 것을 그들만이 막아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원문보기 :  impeter.tistory.com/2178

아이엠피터  |  impeter701@gmail.com

2013년 5월 6일 월요일

"남한에 북한 땅굴이 200개? 들어보면 재밌다" "김정은 젖비린내난다? 시청자가 바보인가"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3-05-05일자 기사 '"남한에 북한 땅굴이 200개? 들어보면 재밌다" "김정은 젖비린내난다? 시청자가 바보인가"'를 퍼왔습니다.
[종편의 민낯 ⑨] 종편 시청자들 만나봤더니
제1야당인 민주통합당이 '종편 출연 금지' 방침을 공식 해제했다. 대선 직후, 민주당 내부에서는 '종편 때문에 선거에 패했다'는 주장이 나온 바 있다. 정치권뿐만 아니라 시민사회 내부에서도 냉소와 무시, 그리고 간과로 일관해오던 종편 대응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제는 종편의 실체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 개국 1년 반, 종편은 어디까지 왔을까. 데이터 분석과 취재를 바탕으로 '종편의 민낯'을 입체적으로 해부해본다. 특혜와 편법으로 얼룩진 종편의 '정상화' 방안도 고민해본다. [편집자말]

▲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 TV에서 JTBC 방송이 나오고 있다. ⓒ 이주영


'5060 남성, 자영업, 주부, 무직, 경상도'

종합편성채널(아래 종편)의 주시청자로 분석되는 층이다. 민주통합당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은 내부 보고서를 통해 "5060대의 남성과 자영업·주부·무직 등의 직업군이 대선 때 종편의 영향을 받았다"는 내용의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또한 (오마이뉴스)가 지역별 종편 시청률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부산·대구 등 경상도 지역에서 종편 시청률이높게 나타났다(관련기사1 : 저학력·블루칼라·주부·5060, 종편 바람 거셌다 관련기사2 : '종편 시청률 톱100', 조선·동아는 어디 갔니?).

왜 이들이 종편의 주시청자층이 된 것일까. 종편 프로그램 내용에는 만족하고 있을까. 20~30대 종편 시청자는 없는 걸까.  궁금증을 풀기 위해 지난 4월 30일 종편 시청자들을 찾아 나섰다. 

[50대 남성] "아무 때나 틀면 뉴스 나오던데"... TV조선, '종편' 아니었다 

지난 4월 30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 기사식당 거리로 향했다. 50대 남성 비율이 높은 택시기사 노동자들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이날 만난 택시기사 대부분은 보도전문채널인 YTN과 함께 종편 시사보도 프로그램을 시청했다. 개인택시기사인 문광렬(53)씨는 잠들기 전 꼭 MBN와 TV조선을 챙겨본다. "기존 뉴스와 다른 심층적인 보도방식이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뉴스를 깊고 길게 잘 전해주더라고. 스토리가 있다고 해야 할까? 택시기사들은 맨날 라디오 뉴스를 들어서 단신은 많이 알지만 한 사건을 깊게 알지는 못하거든. 그런데 MBN이나 TV조선은 오래된 이야기부터 쭉 풀어서 설명해주잖아."

모범택시기사인 이동혁(60대)씨도 "조선방송(TV조선)은 내용이 괜찮아서 가끔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종편을 보도전문채널로 오해하고 있었다. 기자가 'TV조선은 보도전문채널이 아니다'라고 설명하자 그는 "뉴스채널 아냐? 아무 때나 틀면 뉴스 나오던데"라며 의아한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50대 남성이라고 모두 종편을 좋게 평가하는 것은 아니었다. 연남동에서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운영 중인 김명철(60)씨는 "종편 이야기를 왜 꺼내냐"며 버럭 화부터 냈다. '무당파'인 김씨는 호기심에 종편 뉴스와 시사프로그램을 잠깐 본 적 있다. 하지만 방송 내용을 보고 크게 실망했다고 한다. 그가 결정적으로 종편을 보지 않게 된 계기는 남북관계 관련 보도 때문이다. 

"어떤 교수가 나와서 '김정은 젖비린내 난다'고 하더라고. 생각을 해봐요. 북한이 박근혜 대통령한테 그런 말 하면 좋나? 기본이 안 됐잖아요. 상식대로 해야지. 시청자를 바보로 아는 건가. 저질방송도 아니고... 저급하기 짝이 없더라고요. 교수인지 해설위원인지 데려다 놓고 헛소리 마음껏 늘어놓게 하고 말이야. 편파적인 게 문제가 아니예요. 상식이 없어요."

[경상도] "땅 속에 북한이 뚫은 땅굴이 200개나 있다며?"
▲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 한 장면 ⓒ <장성민의 시사탱크> 캡쳐


종편 시청률이 높은 지역 중 한 곳인 부산에서도 싸늘한 반응이 나왔다. 한 사회팀 기자의 부모님은 지난 대선 때 종편 시사보도 프로그램을 즐겨봤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62)는 이날 전화 통화에서 더 이상 종편을 보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처음에는 흥미로 봤는데 요즘은 안 봐. 평론가인지 뭐신지 똑같은 놈들 데려다 놓고 맨날 정치 이야기만 하니까. 채널A랑 TV조선 그것들은 방송의 가치도 없는 것들이야."

그의 어머니(55)도 마찬가지였다.

"요새는 안 본다. 거의 다 사람들 데꼬(데리고) 나와서 토론하는 거밖에 없잖아. 하루 종일 그 사람이 그 사람이다. 진행하는 사람도 한 사람밖에 없어서 혼자서 계속 말하대. 불쌍터라."

하지만 두 사람은 "부산 지역 장년층, 특히 남성들은 여전히 종편을 애청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그의 아버지는 "같이 일하는 사람들(60~70대)은 종편을 보고 와서 그게 전부인 마냥 '박근혜가 어쩌고 김정일이 어쩌고' 이야기한다"고 덧붙였다.

한 사진팀 기자도 "안동에 사시는 어머니(60대)가 종편을 자주 본다"고 제보했다. 다음은 그와 어머니가 나눈 대화 내용이다.

어머니: "우리 땅 속에 북한이 뚫은 땅굴이 200개나 있다며?"
기자: "누가 그래요?"
어머니: "조선일보에서 하는 그 방송(TV조선)에서 들었다. 거기 나오는 사람들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긴 하는데, 들어보면 재밌다."

[60대 무직] "종편 점수 매기면? 100점 만점에 80점"
▲ 채널A <박종진의 쾌도난마> 홈페이지 화면 ⓒ <박종진의 쾌도난마>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종편 애청자인 (오마이뉴스) 독자를 만났다. 이아무개(61·서울 강북)씨는 정년퇴직 후 주로 TV 시청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매일 오후시간대부터 자정 넘어서까지 뉴스와 시사보도 프로그램을 거의 다 챙겨본다. 이 가운데 80%는 종편 프로그램이다. 

이씨가 종편 시사보도를 즐겨보는 이유는 안보를 바라보는 시각이 딱 들어맞아서다. 

"가장 많이 보는 게 17번 채널A, 그 다음 19번 TV조선, 그리고 MBN이에요. 안보 관련해서는 채널A가 가장 성실하게 보도하고... JTBC는 안보에 소홀한 듯해. 사람들의 감각만 즐겁게 해주는 (무자식 상팔자) 같은 드라마나 하잖아." 

정치적으로 보수 성향인 그는 최근 종편의 개성공단 보도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다.

"종편 기자들이 밀착 취재를 하다 보니 정보가 많이 나오는 것 같더라고. 이번에 개성공단만 해도 그래. 우리(남측) 근로자들이 한 달 동안 먹을 게 없어서 컵라면으로 때웠다잖아. 우리 근로자들한테 쌀이랑 의약품 좀 들여 보겠다는데 (북한은) 그것도 허락 안 해주고 말이야. 나쁜 놈의 새끼들. 내가 탱크 몰고 가서 박살내고 싶다니까."

은퇴 후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 김아무개(64·인천)씨도 종편 시사보도 프로그램을 자주 시청한다. 채널A (박종진의 쾌도난마)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 애청자이기도 하다. 그는 "지상파 뉴스에 비해 종편이 더 실감난다"며 "'생방송 시사토크' 형식이 종편만의 매력"이라고 칭찬했다. 김씨는 배우자와 함께 채널A '이만갑'(이제 만나러 갑니다)도 한 회도 빠지지 않고 챙겨봤다. 매주 북한이탈주민의 사연을 소개하는 이 프로그램을 두고 김씨는 "북한의 실상을 제대로 알 수 있는 방송"이라고 평가했다. 

종편을 둘러싼 안 좋은 인식이 신경쓰이지 않냐고 물었다. 김씨는 "그렇지 않다"고 단호히 답했다. 그는 "지상파 방송 같은 경우 고리타분했는데, 종편이 생기면서 선택권이 자유로워졌다"며 "종편에 점수를 준다면 100점 만점에 80점 이상이다, 60대 사람들은 나처럼 느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영업] TV조선 옆 식당 주인 "나는 JTBC 드라마 본다"
▲ JTBC 드라마 <무자식 상팔자> ⓒ JTBC


종편을 애청하는 자영업자를 찾는 일은 예상보다 쉽지 않았다. 집 근처·영등포역·여의도역 일대 식당가를 돌아다니며 가게 안 TV를 전부 확인했지만, 대부분 지상파 예능·교양 프로그램 또는 YTN을 틀어놨다. 

TV조선·채널A 등 종편 본사가 위치한 광화문 식당가도 상황은 비슷했다. 가게 사장에게 "종편 직원들이 많이 올 텐데 안 틀어놔도 괜찮나"라고 물어도 어색한 미소만 돌아왔다.

20~30곳의 식당·슈퍼 등을 취재한 결과, 몇 명의 종편 애청자를 찾았다. 이들 모두 MBN과 JTBC 프로그램을 시청했다. 서울 성북구 장위동에서 슈퍼를 운영하는 한 60대 남성은 저녁시간에 방송하는 MBN 교양 프로그램을 몇 개 적어두고 챙겨봤다. 

특히 자영업자이자 동시에 주부인 종편 시청자들은 MBN 예능·JTBC 드라마의 팬이었다. 영등포역 인근 횟집 사장인 김덕경(60)씨는 손님이 없는 오후 2~6시 사이에 MBN 인포테인먼트 프로그램인(고수의 비법 황금알)(아래 [황금알]) (속 풀이쇼 동치미)(아래 [동치미])를 사수한다. "사람 사는 이야기를 주제를 가지고 자기네(출연자)끼리 웃고 떠드는 걸 보고 있으면 재밌어서 시간가는 줄 모르기 때문"이다. 

여의도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황아무개(57)씨는 가게에서 종편을 틀지는 않는다. 대신 집에 가면 (황금알)과 (동치미)는 잊지 않고 본다. 

"나 같은 중년층 출연자들이 주제 하나 가지고 여러 이야기를 하니 재밌어. 예를 들면, '살 빼는 이야기'가 주제면 계속 그 이야기만 하는 거야. 그러다보니 공감 가는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보게 돼. 가뜩이나 요즘 지상파 프로그램 중에는 볼 게 없잖아." 

전아무개(66)씨는 그의 식당이 TV조선 인근에 있다는 사실에 아랑곳없이 JTBC 드라마를 좋아한다. 지상파 3사와 함께 챙기는 채널이 바로 JTBC다. 특히 (무자식상팔자)는 한 회도 빠지지 않고 봤다. 

"우연히 채널 돌리다 JTBC 드라마를 보게 됐는데 재밌더라고. 잘 만든 게 티가 나. 다른 엄마들은 MBN이 재밌다고들 하는데, 난 잘 모르겠어. (동치미)인가 뭔가 있잖아. 사람들 나와서 계속 이야기만 하는 거. 몇 번 보니까 매번 똑같은 형식이더라고. 나오는 사람만 나오고. 그래서 질렸어."

[2030세대] 종편 반대론자, 채널 넘겼을 뿐인데... '애청자' 되다
▲ 지난 11일 방송된 JTBC <썰전>의 한 장면. ⓒ JTBC


종편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비율이 높은 20~30대 중에서도 애청자는 있었다. 한 30대 여성은 JTBC (신화방송)을 꾸준히 챙겨보고 있다. 종편 출범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알고 있지만, 좋아하는 가수 그룹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그는 (신화방송)을 보면서 자연스레 JTBC의 다른 프로그램도 챙겨보게 됐다. 특히 기존 지상파에서 보기 힘든 형식이나 소재를 다룬 프로그램을 찾아서 시청한다. 최근에는 시사와 예능 형식을 섞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썰전)을 재밌게 보고 있다. 

"처음엔 길티플레저(guilty pleasure·죄의식을 느끼면서도 쾌감을 느낀다는 뜻)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지상파보다 훨씬 좋은 질의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는데 무조건 종편이라고 안 보는 건 말이 안 되죠."

이은영(33·여성)씨는 원래 종편 반대론자였다. 그러던 어느 날 채널을 돌리다 11번(MBC) 뒤로 넘어가게 됐다. 18번 MBN과 마주쳤다. '이건 뭐지?'하며 (황금알) 보게 됐다. "새로움" 그 자체였다. 

"연예인이 아닌 분야별 전문가가 나와서 특정 주제를 놓고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이라 정보를 얻을 수 있어요. 그러면서도 출연자들의 입담이 좋아서 기존 교양 프로그램처럼 무겁지도 않아요."

어느새 종편 애청자가 돼버린 이씨는 "마음 한 구석에서 '죄인' 같은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고 털어놨다. 종편 시청을 반대하는 남자친구에게도 풀이 죽은 목소리로 "사실 나 오늘 종편 프로그램 봤어"라고 고백하곤 한다. 

그래도 그는 "재밌게 만든 종편 프로그램을 보는 자체가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이미 존재하는 종편을 무조건 차단하는 게 아닌, 보도 프로그램처럼 문제가 있는 부분을 감시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이씨뿐만이 아니었다. 하루 동안 만난 종편 시청자들이 제일 많이 쓴 단어는 '재미'였다. 재미있으면 보고, 재미없으면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이 종편을 시청하는, 또는 더 이상 시청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했다.
이주영(imju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