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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30일 목요일

손석희의 JTBC 뉴스, ‘삼성 이재용 아들 입학 부정 의혹’ 침묵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5-29일자 기사 '손석희의 JTBC 뉴스, ‘삼성 이재용 아들 입학 부정 의혹’ 침묵'을 퍼왔습니다.
중앙일보는 ‘이재용 아들’ 누락… JTBC “제작시간이 촉박해 메인뉴스 대응 못해”

영훈국제중학교가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아들을 입학시키기 위해 성적을 조작한 정황이 드러나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럼에도 JTBC는 이 소식을 메인뉴스에서 보도하지 않았고, 중앙일보는 이 소식을 전하면서도 이 부회장의 연루 의혹은 누락했다. JTBC와 중앙일보가 CJ그룹 수사에 대해 적극적으로 보도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지난 28일 유기홍 민주당 의원 등 야당 의원 15명이 공동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 아들은 교과 성적이 45.848점(50점 만점)으로 비경제적 사회적 배려 대상자(사배자) 전형에 지원한 155명 중 72위에 머물려 합격권인 16위 안에 들지 못했다. 하지만 추천서(30점)와 자기개발계획서(15점), 출석 및 봉사(5점) 영역에서 모두 만점을 받아 15위로 최종 합격했다. 이에 검찰은 이날 저녁 영훈중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였다. 

하지만 JTBC는 28일자 메인뉴스 (NEWS 9)에서 이 보도를 찾아볼 수 없었다. 중앙일보는 29일자 12면 기사 (신입생 성적 조작…영훈국제중 압수수색)에서 전했지만, 영훈중학교의 입시성적 조작 대상자에 이 부회장의 아들에 포함돼 있다는 내용은 없었다. 다만 “비경제적 사배자 전형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현직 판사, 전직 대기업 계열사 대표의 자료가 입학해 논란이 됐다”라고만 처리했다. 


▲ JTBC 홈페이지

이는 해당 언론사들이 삼성 이건희 회장과 재산분할소송 중인 이맹희 회장의 CJ그룹 수사에 관해서는 매우 적극적으로 보도한 것과 매우 차이가 난다. 지난 23일부터 28일까지의 CJ 관련 보도를 살펴보면 중앙일보는 23일 1면 톱기사와 4·5면, 24일 1면 기사와 4·5면 및 12면 기사, 25일 1면 기사와 4면, 27일 1면 기사와 8면, 28일 1면 기사와 4·5면, 29일 14면 기사에서 다뤘다. JTBC의 경우 메인뉴스 (NEWS 9) 23일 톱기사를 비롯해 3건, 23일 2건, 27일 2건, 28일 3건을 보도했다. 

중앙일보와 JTBC는 삼성과의 특수 관계 때문에 삼성 관련 기사는 누락 혹은 축소한다는 의혹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공정언론의 상징이었던 손석희 전 성신여대 교수가 JTBC 보도 부문 사장으로 갔을 당시에도 ‘과연 손석희가 삼성 문제를 다룰 수 있을까’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엇갈렸다. 

서경호 중앙미디어네트워크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이에 대해 29일 통화에서 “편집국과 보도국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면서 “입학성적 조작은 아직 의혹이나 정황이지 아직 팩트로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감안해 조심스럽게 보도하는 것은 언론사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의 기사에서 이재용 관련 내용이 누락된 것도 마찬가지 이유라고 설명했다. JTBC측은 또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저녁 7시께 이뤄져 메인뉴스에서 대응할 수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JTBC와 같은 시간대인 9시에 메인뉴스를 전하는 KBS의 경우 28일 12번째 리포트 (“이재용 아들도 성적 조작”…영훈중 압수수색)에서 “올해 영훈 국제중 비경제적 배려 전형에서 학과성적이 아닌 주관적 심사 부분에서 만점을 받아 합격한 3명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아들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오후 8시에 메인뉴스를 하는 SBS 역시 27번째에서 (검찰, ‘입시 비리 의혹’ 영훈 국제중 압수수색)에서 단신 처리했다.  

JTBC는 이 소식을 29일 정오께 (주관영역 만점으로 합격?…이재용 아들 부정입학 의혹)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아들의 입학성적이 조작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고 전했다. 사건이 터진 28일엔 ‘의혹’이기 때문에 메인뉴스에서 처리하지 못했다는 것인데, 그 다음날에는 ‘의혹’이면서도 리포트를 한 셈이다.  


▲ 중앙일보 23일자 1면

언론개혁시민연대 추혜선 사무총장은 “메인뉴스에서 할 아이템을 그 다음날 오전 뉴스로 돌리는 것은 다른 언론들이 다 보도한 다음 ‘따라가기’ 식으로 소식을 전하면서 ‘1보’에 대한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라면서 “‘의혹이기 때문에 보도 못했다’는 것은 종편이 방송사업자로서 능력이 없다는 말과 같다”라고 비판했다. 

추 사무총장은 ‘손석희 이후 JTBC’에 대해서도 “JTBC의 보도는 여전히 종편이란 프레임에 묶여져 있다. 변화를 견인해내려면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손석희가 간 다음 시너지 효과가 난다는 느낌이 나야 하는데 아직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JTBC가 손석희 영입 이후에도 가시적인 변화가 일으키지 못한다면, 이는 시청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손석희 사장은 통화에서 “어제(28일) 아이템 최종보고를 받지는 못했고, 오늘 오전 이 사안을 보도하라고 지시했다”라고 말했다. 

한편 MBC와 채널A도 28일 메인뉴스에서 보도하지 않았고, 29일 오전 전했다. 종합일간지 중 경향신문과 한겨레가 1면에서 보도했고, 동아일보와 세계일보는 소식을 전하면서도 ‘특정 학생’이라고만 했을 뿐, 이 부회장 아들이 연루됐다고 명시하지 않았다.


조수경 기자 | jsk@mediatoday.co.kr 

2013년 5월 26일 일요일

"손석희 비판하지 않는 언론인, 삼성 전화 기다리나"


이글은 오미이뉴스 2013-05-25일자 기사 '"손석희 비판하지 않는 언론인, 삼성 전화 기다리나"'를 퍼왔습니다.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71번째] ( GO발뉴스 ) 이상호 기자


▲ < GO발뉴스>의 이상호 기자 ⓒ 이상호

박근혜 정부가 들어섰지만 언론계의 상황은 아직도 이명박 정부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질 못하고 있다. 가뜩이나 희망이 안 보이던 5월 MBC 신임 사장에 '김재철 라인'으로 분류되는 김종국 사장이 선임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언론인이라면 누구나 롤모델로 삼을 법한 손석희 전 성신여대 교수가 종합편성 채널인 JTBC 보도부문 사장으로 간다는 소식에 멘붕에 빠진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손 사장이 나름 균형 있는 언론인으로 몸부림 치는 언론인 중 한 명이었기 때문이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고민하던 즈음 지난 겨울 MBC에서 해직된 이상호 기자에게 인터뷰를 제안했고, 이 같은 문제엔 적격이란 판단이 들었다.

22일 ( GO발뉴스 ) 사무실에서 만난 이 기자는 역시 거침이 없었다. 먼저 손 사장에 대해 "당황스럽다"고 조심스럽게 입을 뗀 이 기자는 "(손석희 사장에게) 추락한 MBC 보도 위상을 올리는 데 기여하는 모습을 기대했는데 과도한 주문이었나?"라며 "삼성 재벌의 프락치 고흥길 문광위원장의 주도하에 일사천리로 진행된 종편체제에 복무하기 위해 MBC라는 공적무대에서 조성된 이미지를 내다판 사건"이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그는 이어 2005년 '삼성 X파일' 사건 당시 보도국 부국장이었던 이인용씨가 삼성그룹 대변인으로 갔던 사례를 들며 "지금 손 선배를 비판하지 않는 언론인은 삼성으로부터 연락오길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손 사장의 종편행에 침묵하는 언론인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화제를 돌려 MBC 상황에 대해서도 이 기자의 날선 비판은 이어졌다. 공교롭게도 이날 김종국 사장이 첫 인사로 권재홍 보도본부장을 유임시키고 김장겸 정치부장을 보도국장으로 임명한 것에 "절망스럽다"면서 "공정방송 추진 세력이 안팎으로 고립되어 이대로 가면 비판적인 목소리가 고사될 수밖에 없다"며 "독립언론에 대해 관심도 좋지만 공영방송을 되찾기 위한 투쟁에서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구했다.

또한 해고자 문제에 대해 "당사자라 말하기 불편하다"면서도 "(뉴스타파) 앵커 하시는 최승호 PD, MBC 기자회장 맡아서 고생하던 박성호 기자 등 모두 MBC 공영성의 바로미터 그 자체인 분들인데 밖으로 내몰고 정상화 운운하는 것은 사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기자는 이제 인터넷 보도전문채널 설립 준비에 들어가 당장 다음주부터 매일 오후 7시부터 30분간 주요 뉴스를 정리하는 (생방송 GO발뉴스)를 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다음주부터 이 기자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이 기자의 새로운 모습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손석희 비판 안 하는 언론인, 삼성 전화 기대하기 때문" 

다음은 ( GO발뉴스)의 이상호 기자와 나눈 1문 1답.

- MBC 출신으로 성신여대 교수였던 손석희 교수가 종편인 JTBC로 갔어요. 많은 사람이 의아해 했는데, 어떻게 보셨습니까?"저도 당황스러웠습니다. 손 선배가 MBC에 남아서 추락한 MBC 보도 위상을 올리는 데 기여하는 모습을 기대했거든요. 그분께 과도한 주문이었을까요? 사실 그동안도 이런저런 수모를 겪으며 버텨오신 분이라서…."

- 손 교수의 종편행이 김재철 체제의 영향이라고, 최일구 기자, 오상진, 문지애 아나운서와 같은 시각으로 보는 견해도 있던데."다릅니다. 최일구 선배와 오상진, 문지애씨는 방송기회가 막히자 방송을 하기 위해 상업방송 시장으로 우회한 것이라면, 손석희 선배는 삼성 재벌의 프락치 고흥길 문광위원장의 주도하에 일사천리로 진행된 종편체제에 복무하기 위해 MBC라는 공적무대에서 조성된 이미지를 내다판 사건이지요. 고흥길과 삼성의 관계는 다 삼성 X파일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 1990년대 언론자유를 위해 싸우다 푸른 수의를 입었던 손 교수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 보수매체인 종편행을 택한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방금 말씀드린 그대롭니다. 언론인의 이미지는 개인적 재산이 아니잖아요. 물론 개인적으로 뛰어난 역량도 있었지만, MBC라는 공적무대에서 주어진 역할을 통해 형성된 것이죠. 공익적으로 써먹어야 할 걸 사적으로 내다판 거죠. 그런데 방송가나 주요 논객들 반응을 보니까 실망스럽더라구요. '충격적이지만 그래도 손석희니까 좀 지켜보자'는 거죠. 진중권 교수 같은 경우는 심지어 '개인적 선택이니 존중해드려야죠'라는 식으로 우호적 멘트를 치시더군요.

외부 분들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언론계 내부의 관점에서 보면, 백번 비판을 가해야 할 그런 사안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눈을 씻고 봐도 나서는 사람이 없어요. 모두 두려운 거지요. 자신들의 변절 가능성을 열어놓은 행동입니다. 대한민국 언론 현실, 정말 비겁해진 거예요. 유사한 경우가 있었어요. 삼성 X파일 보도를 위해 보도국 내에서 투쟁 아닌 투쟁을 하고 있을 때였죠. 2005년 봄, 갑자기 보도국 부국장이던 이인용 앵커가 하루 아침에 삼성그룹 대변인으로 발탁돼 날아간 사건이 있었습니다.

저는 전날까지 삼성 X파일 취재 진행상황을 보고했던 선배가 삼성의 간판으로 팔려가는 상황이 그야말로 충격적으로 다가왔는데, 불행히도 언론계 누구도 이인용의 삼성행을 비판하는 사람이 없더라구요. 사정공무원도 업계에 취직할 때는 몇 년 동안 취업제한 규정이라는 게 있는데, 권력 감시를 업으로 하는 언론인이 그걸 무시하면 안 되잖아요.

침묵을 견딜 수 없어 (오마이뉴스)에 글을 올렸어요. 기사가 나가고 난리가 났습니다. 선배 한 분이 조용히 부르더라구요. '니가 그런 글 써서 삼성에서 우리 안 데려가면 어쩔래'라며 야단치더군요. 8년이 지났는데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언론계 인사를 빼간 주체도 똑같이 삼성이구요. 지금 손석희 선배를 공개적으로 비판하지 않는 언론인은 속으로는 '나는 전화 안 오나' 내심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거죠.(웃음)"

"손석희, (뉴스타파)나 (국민TV) 합류했다면... 안타까울 따름"


▲ < GO발뉴스>의 이상호 기자 ⓒ 이상호

- 손 사장의 종편행으로 많은 사람이 혼란을 겪어요. 마냥 종편을 거부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는데. 종편을 어떻게 규정해야 할까요?"손석희 선배 가시면서 어록을 남기셨죠. '종편이 현실이 되었으니 배척하는 것보다는 수준을 높이는 게 현실적이지 않느냐'는 얘기 기억하시죠? 손 선배의 종편행이 보도되고 분명히 뭔가 말씀을 하실 텐데, 저는 좀 멋진 핑계를 기대했습니다. 청산유수에 생방송 잘하는 분이시잖아요. 그런데 실망했습니다. 현실론이잖아요. 거의 초등학교 6학년생 수준이에요. 일제시대 이완용이 원래 독립협회 위원장으로 독립문 건립을 주도한 양반이잖아요. 하지만 일제를 '현실'로 인정한 순간, 나라를 팔아넘긴 매국노가 된 거죠.


아닌 건 아니라고, 현실을 인정하지 않은 사람들은 조국을 등지고 만주로 상해로 넘어가 칼 맞고 총 맞아가며 투쟁했고, 결국 그분들 덕에 나라를 되찾은 거 아닙니까. 명백한 '명분'이 있을 때는 현실론 얘기하면, 식민지 근대화론 주장하는 뉴라이트처럼 되는 겁니다. 저널리즘의 세계는 고리타분 해보일지 몰라도 명분의 세계입니다. 현실이 거래되는 시장통이 아닙니다. '리얼 폴리티크'를 얘기하는 정치판이 아니잖아요.


언론의 세계에서는 다만 '옳은 건 옳은 것'일 뿐입니다. '현실적으로' 옳은 건 없습니다. 팩트는 고온다습한 환경에서도 부패하지 않습니다. 압제와 회유에도 굽어지지 않아요. 비유가 심했다면 개인적으로 손석희 선배에게 미안합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 또한 손선배가 감당하기로 작정한 몫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분, 아마도 제가 비판할 거 예상하고 있을 겁니다."


- 듣자하니 손석희 사장과 MBC 노조 노래패도 함께 하고, 개인적으로 친한 사이라고 들었는데요."네, 맞습니다. 손 선배와는 노조 노래패 활동을 함께 했고요. 방송하며 20년 동안 마주치기도 수백 번은 했을 테니, 미운 정 고운 정이 들었지요. 개인적 친분과 공적 발언은 별개라고 생각합니다. 이 또한 후배로서, 손 선배에게 배운 겁니다. 그분이 그래요. 불필요한 인간관계를 아예 맺지 않으려 노력하는 스타일입니다. '드라이'한 방송을 하는 데 방해가 되니까요. '형님 동생' 하는 끈적한 관계를 싫어하는 스타일이죠. 저의 비판에 대해서 '너 그럴 줄 알았다'며 달게 받아주실 줄 믿습니다.


노파심에 강조하자면, 제 주장의 포인트는 이겁니다. 공영방송 체제가 무너지고 있다고 해서, 공영방송 체제의 정당성마저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거죠. 어려울 때일수록 원칙을 지켜야 됩니다. 손을 놔버리면 한방에 훅 가버려요. 그런 점에서 손석희 선배가 제기한 현실론은 비판받아 마땅하다는 게 제 주장입니다."


- 저널리즘의 관점에서 현실론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말씀이네요. 하지만 분명 현실은 현실 아닙니까? 조중동 종편을 없앨 수는 없는거 아닐까 싶은데, 어떤 식으로든 누가 들어가서 바로잡겠다면 지켜봐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분명 있어요."혹시 사회과학의 목적이 뭔지 아세요? 사회를 분석하고 그걸 토대로 미래를 예측하는 학문입니다. 미래 예측은 점쟁이도 아니고 참 힘들지요. 제 은사님께서는 이러셨어요. '가장 정확한 예측은 내가 옳다고 믿는 세상을 만드는 데 적극 참여하는 것'이라고 말이죠. 현실이 비관적이라고 그 밑으로 숨어들어가기보다는, 가능한 대안을 찾아 몸을 던져 힘을 실어주는 것. 그게 사초를 기록하는 언론인이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세피난처 프로젝트'로 국민적 박수를 받고 있는, (뉴스타파)로 간 KBS 김용진, MBC 최승호 선배는 뭐가 됩니까. (국민TV>)만들겠다고 새벽부터 라디오 방송하고 있는 언론인들은 어떻게 하구요. 만약에 손석희 선배가 (뉴스타파)나 (국민TV)에 합류했다면, 아주 훌륭한 '현실'이 될 수도 있었을 겁니다.


저희 ( GO발뉴스)로 오셨어도 근사한 선택이라고 박수도 받으시고, 당장 후원자도 수천 명은 더 가세해주셨을텐데 말이죠. 당장 어제 (뉴스타파) 기자회견장에서 JTBC 기자들 쫓겨나는데, 손석희 선배의 낙담한 모습이 아른거려서 가슴 아팠거든요. 왜 그런 판단을 하셨는지, 다만 안타까울 따름이랍니다."


"MBC 해고자들, 공영성의 바로미터... 복직 없는 정상화 운운은 사기"



- 이제 화제를 돌려볼까요? MBC 얘기 좀 해보죠. 이달 초 MBC 사장으로 김재철 라인인 김종국 전 대전MBC 사장이 되었어요. 사실상 '김재철 시즌2'가 시작된 셈인데, 권재홍도 유임이 되었어요. 해고 언론인으로서 어떻게 보셨습니까?"MBC 문제가 더 어려워졌다고 봅니다. 요번 인사에서 할리우드 액션이 드러난 권재홍 보도본부장이 유임된 건 물론이고 MBC 기자회가 '뉴스 공정성 훼손의 장본인'으로 규정하고 퇴출을 요구했던 김장겸 정치부장을 아예 보도국장으로 올려버렸어요. 지금 MBC 분위기는 절망적인 상황입니다.


그런데 더 힘든 건 말이죠, 외부의 기대예요. 일단 김재철 사장 때와 내부 여건은 하나도 달라진 게 없는데, 일단 사장이 교체가 되었으니 주변의 기대감이 생겼잖아요. 그런데 뉴스는 달라진 게 없으니 실망이 더 커진 거죠. 공정방송 추진세력 안팎으로 고립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비판적 목소리가 고사되고 말 거예요. (뉴스타파) (국민TV) 그리고 저희 ( GO발뉴스)에 대한 지원과 관심도 감사하지만, 공영방송 되찾기 싸움도 지속적으로 힘있게 벌여나갈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 신임 사장은 김재철 사장이 남겨준 과제를 해결해야 할 텐데, 시용기자를 비롯해 해고자 문제까지, 어떻게 전망하십니까?"해고자 문제는 MBC 정상화 여부를 판단하는 시금석이죠. 제가 해고된 입장이라 말씀드리기가 좀 불편한데요. 저 말고 다른 분들을 얘기를 해보죠. 해고되신 분들, MBC 공영성의 대표적 언론인들이거든요. (뉴스타파) 앵커 하시는 최승호 PD, MBC 기자회장 맡아서 고생하던 박성호 기자 등 모두 MBC 공영성의 바로미터 그 자체인 분들이예요. 그런 분들 밖으로 내쫓아놓고 정상화 운운하는 게 사기죠.


그리고 (지난해 파업 사태 당시 채용된) 시용기자 문제. 이게 사람이 엮인 문제라 좀 복잡하네요. 일단 회사 내부에서 투쟁하는 동료들의 입장은, 기왕에 들어온 사람들인데 시용이든 전문기자든 무조건 배척하지는 말자는 쪽인 것 같아요. 선별을 통한 기회를 주자는 거죠. 저는 개인적으로 동료 언론인들이 공정보도를 위해 파업하고 있는 사이, 그때를 틈타 몰래 새치기해 들어온 양심으로는, 아무리 기술적 경쟁력이 있더라도 윤리적으로 옳지 않다는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기자는 기술직이 아니잖아요."


- 지난달 개봉한 영화 (노리개)의 '이장호 기자' 모델이 이 기자로 알려졌어요. 자신을 모델로 한 영화를 보니 어땠나요?"영화가 영화가 아닌 거죠, 제게는. (노리개) 만든 최승호 감독을 만나보니 그러시더라고요. 저를 그린 거라고요. 제 책, 제 보도를 모니터하셨대요. 아주 의외의 경험이었어요. 여러 번 눈시울이 뜨거워졌는데. 영화에 보면 가정에 부실한 이장호 기자가 아내에게 전화로 욕을 먹는 장면이 있어요. 그때 저도 뜨끔했거든요. 그런데 나중에 이장호 기자 사무실이 털려서 고통받는 상황에서, 아내가 위로 전화를 해주는데. 그만 눈물이 뚝. 조조로 봤는데, 대낮에 눈이 벌개져서 나오는데 쪽팔리더라고요."


"24시간 뉴스전문 인터넷 채널 만들겠다... 함께해 달라" 


▲ < GO발뉴스>의 이상호 기자 ⓒ 이상호

- 며칠 전 트윗을 보니까 인터넷 보도전문채널 설립에 착수하셨다던데 자세히 설명 부탁드립니다."팟캐스트로 시작한 발뉴스TV가 이번주로 1주년을 맞았어요. 첫주에 (나꼼수)를 제치고 팟캐스트 1위를 차지했고, 방송 반년 만에 생방송 체제로 전환을 했죠. 올초부터 RTV를 통해 케이블로도 방송되고 있는 당당한 TV 방송사가 되었는데요. 제대로된 TV 뉴스 시청을 희망하시는 분들이 많으시잖아요. 그분들을 위해서, 데일리 체제로 바꿉니다.

매일 퇴근길 '종합뉴스'를 선보여드릴려구요. 일단 오후 7시부터 30분가량 주요 뉴스를 정리해드리는 (생방송 GO발뉴스)를 시작합니다. 후원자가 늘면 점차 시간을 넓혀가서, 24시간 뉴스전문 인터넷 채널을 만들어보려 합니다." 

- 현재 ( GO발뉴스)를 하시잖아요. 그것과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그동안은 매주 목요일 한 차례 뉴스쇼 형식으로 진행했다면, 이제는 본격적인 종합뉴스를 하게 되는 거죠. 그래도 케이블 RTV에 프로그램 공급은 계속할 예정이예요. 너무 많은 분들이 RTV를 통한 시청을 원하시더라구요. 방송된 뉴스에서 예능적인 부분만을 뽑아서, 재가공한 시사예능 프로그램을 하나 만들어, 역시 지금처럼 RTV에 무상 공급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 앞으로 계획에 대한 말씀 부탁드립니다."저는 공영방송 MBC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강물이 바다를 포기하지 않듯, 저 역시 언론의 책무와 방송의 공적기능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복직 투쟁 계속할 거고요. 언제 돌아갈지 불투명한 상황이기 때문에, 그때까지 주어진 제 소중한 방학을, 대안매체 발전을 위해 유익하고 쓰고 싶은 마음입니다. ( GO발뉴스)를 스마트 기기를 위한 인터넷 뉴스전문 채널로 근사하게 만들어보고 싶어요. 공중파도 케이블도 이제 아니거든요. 뉴스든 방송이든 마지막 플랫폼은 바로 인터넷입니다.

이미 모든 기술적 조건이 구비된 상태입니다. 누군가 해야 하는데 지금 제가 놀고 있으니까 하겠다는 거죠. 인터넷이라는 꿈의 터전에 공영 인터넷 플랫폼을 건설해보겠다는 거죠. 시간과 공간 제한 없이 전 세계를 상대로, 실시간으로 대화를 나누며 즐길 수 있는 뉴스. 기자라면 한번 꿈꿔볼 만한 이상 아닐까요. 진실로 바라고 간절히 행하면 반드시 이뤄진다는 확신 가지고 있습니다. ( GO발뉴스)의 희망 만들기, 함께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영광(kwang3830)

2013년 5월 20일 월요일

손석희, “삼성 문제 다룰 것”


이글은 시사IN 2013-05-20일자 기사 '손석희, “삼성 문제 다룰 것”'을 퍼왔습니다.
MBC를 떠나 JTBC 보도 부문 사장으로 거취를 결정한 손석희씨를 만났다. 그는 JTBC가 종편 3사 중에서 비교적 합리적인 곳이라며 언론의 사회통합 기능을 실천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삼성과 연관이 있는 JTBC에서도

손석희를 만났다. 그가 13년 동안 진행한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떠나 (중앙일보) 종편방송 JTBC로 간다는 사실을 확인한 직후다. 거취가 알려진 후 그를 직접 만나 인터뷰한 언론은 (시사IN)이 유일하다. 그가 교수로 있는 성신여대 연구실에서 마주앉았다. 교수직을 그만두겠다는 뜻도 막 학교에 전달한 참이었다.

‘현장 언론인 손석희’와의 마지막 인터뷰다. 그는 “마이크를 잡는 일에서 이제 떠난다”라고 말했다. JTBC에서는 보도·시사 부문 사장을 맡는다. 방송 진행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이중으로 부담스러워 보였다. MBC에 새 사장이 오는 시점에 그만두는 것이 ‘재 뿌리기’로 비칠까 걱정했다. MBC 내에서 겪었다고 알려진 갈등과 고난은 부인했다. 신임 사장 인사에 대한 항의성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중앙일보) 계열 종편으로 간다는 것이 대중의 눈에 어떻게 비칠지도 알고 있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JTBC와 (중앙일보)가 다른 몸이라고 하지는 않겠지만, 둘이 추구하는 바는 좀 달라질 거다.”

언론인 손석희에게 가장 예민한 문제도 물었다. JTBC에서 삼성 관련 이슈를 어떻게 보도할 것인가. 그는 이 문제에 자율권을 갖고 있나. 그는 섬세하게 말을 고르면서도 피하지는 않았다. “(시선집중)에서도 삼성 문제를 많이 다뤘다. 그 이상 간다고는 말 못하겠지만, 그 정도는 간다. 그걸 다루지 않으면 (방송을) 내놓을 수가 없다.”

그는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이번 일과 무관한 오래된 꽃다발을 사진에 나오지 않도록 치웠다. 혹시 축하라도 받은 것처럼 오해받을지 몰라서였다. 신중했다. 인터뷰도 그랬다.


ⓒ시사IN 윤무영 손석희씨는 “JTBC에서 내 나름 가진 저널리즘의 철학을 구현해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언제 최종 결심을 했나.첫 질문부터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다. 음… (그는 한참 말을 골랐다) 김재철 사장 나가시고, 새 경영진이 임명될 때쯤 나도 다른 길을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김재철 사장이나 새로 오신 김종국 사장, 이런 분들과 관계없는 결정이다. MBC가 작년에 어려움을 많이 겪었고 여러 가지로 새 출발을 하는 상황인데, 새로운 분위기가 시작되는 마당에 나는 좀 내려섰으면 하는 마음이 들더라.

신임 사장 인사와는 관련이 없다?신임 사장은 나와도 잘 알고, 내 기억에 나도 많이 도와주셨던 분이다. 다만 나도 새로운 전기를 맞아야 할 것 같은데, 나이도 나이고, 그래서 MBC에 변화가 있을 때가 좋겠다는 생각이 컸다.

(시선집중)을 진행하면서 MBC 내에서 고립되어 있을 때, 라디오국 후배들이나 노조 쪽에서 적극 돕지 않는 분위기에 좌절했다는 말도 있는데?그런 건 없다. 그 부분은 오해가 없었으면 한다.

왜 JTBC를 택했나?일단 제안이 왔고.

이번에 처음 제안받은 건 아닌 걸로 안다.정확히 언제라고 얘기하긴 어려운데, 제안받은 지는 오래됐고, 고민도 오래 했다. 왜 거기냐라고 하는 말에는 뭐랄까, 우리가 사실 골이 좀 깊게 팬 사회다. 내 판단에는 그 회사가 그런 면(진보·보수의 갈등 문제)에서 비교적 합리적으로 가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종편 3사 중에서?그렇다. 해볼 만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능력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언론이라는 게 흔히 얘기하기를 사회통합 기능이 있어야 한다고 하는데, 현실이 그렇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그걸 한번 실천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래서 딱 JTBC만이 최적의 여건이라고 얘기할 순 없지만, 마지막으로 한번 도전해볼 수는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결론을 냈다.

JTBC에서의 구실은 어떻게 되나? 마이크는 계속 잡는 건가?아니다. 그건 이제 떠난다고 봐야 한다. 보도·시사 부문 사장으로 간다. 내 나름 가진 저널리즘의 원칙이나 철학을 한번 부딪혀보면서 구현해보고 싶은 생각, 책임져보고 싶은 생각이 제일 크다.

본인이 가진 저널리즘 원칙과 JTBC의 논조나 조직 문화가 충돌할 경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충돌하지 않도록 해야지. 그건 내가 책임져야 할 문제다. 만일 그 둘이 충돌해서 견딜 수 없다면 내가 실패한 사람이 될 테고. 실패를 두려워하지는 않는다. 물론 단지 시도에 그쳐선 안 된다고 생각하고, 성공해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정론이라는 것이 균형, 공정함, 이런 것들이라면 그걸 한번 실천해보고 싶다. 실천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겠다는 약속을, 그러니까….

흔히 ‘전권을 주겠다’는 표현을 하는데, 그런 확실한 약속을 받았다는 뜻인가? 그렇다.사장으로 데려가면서 그런 보장을 할 수 있는 사람은 홍석현 회장 한 명밖에 없는 것 아닌가.특정인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겠다.

보도국의 논조·방향에 개입할 수 있는 수위는 회사마다 다르다. ‘정론’을 실천하는 것을 사장이 할 수 있도록 절차로 보장되어 있나?그렇다. 그건 뭐 당연히. 물론 그게 나중에 취재 일선과 부딪칠 가능성은 늘 있는 건데, 그 대목은 지혜롭게 풀어갈 문제다. 

TBC는 (중앙일보)를 모태로 출발한 조직이다. 논조나 문화가 대단히 이질적인 사장일 수 있는데, ‘지혜롭게’ 정도로는 와 닿지 않는다.JTBC와 (중앙일보)가 다른 몸이라고 하지는 않겠지만(잠시 말을 고른 후), 추구하는 바는 좀 달라질 거다. 그래서 JTBC와 (중앙일보)가 함께 간다고 얘기는 못하겠다. (중앙일보)는 나하고 상관이 없는 조직이니까. 내가 신경 쓰는 건 JTBC의 보도다. 그건 내 책임하에 끌어나갈 부분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인식이 한 묶음으로 보는 건 어쩔 수 없기도 하겠으나, 아마 그렇지(같이 가지) 않을 것 같다.


ⓒ시사IN 이명익 손석희씨(맨 오른쪽)가 5월10일 <시선집중> 마지막 방송을 마치고 후배 아나운서들과 악수하고 있다.

(중앙일보) 계열의 JTBC에서 삼성에 대한 보도를 어떻게 할 생각인가?중요한 질문이죠? 딱 하나만 물어본다면, 그 질문이겠죠?(웃음) 팩트를 놓치는 일은 없을 거다. 문제가 있다면 보도하겠다. 

팩트의 경중에 대한 평가, 문제가 있는지에 대한 평가가 조직 내에서 이견이 생긴다면?저널리즘적 차원에서 판단한다.

최종 판단권이 사장에게 있고, 홍석현 회장으로부터 전권을 받았다는 앞서 말씀은 여기서도 유효한가?그 부분은 명확하다. (시선집중)에서도 삼성 문제를 많이 다뤘다. 그 이상 간다고는 말 못하겠지만, 그 정도는 간다. 그걸 다루지 않으면 (방송을) 내놓을 수가 없다.

전권을 주겠다면서 모셔가는 분도 알고 계신 얘기가 맞나?(잠시 허공을 올려보고는) 아시겠지?(웃음)

대중이 종편 보도를 많이 접한 시기가 대통령 선거 기간이다. 종편의 대통령 선거 관련 보도는 어떻게 봤나.솔직히 나는 내 방송을 하느라 바빴지, 누구를 평가할 만한 처지는 아니다. 어떻게 해왔느냐도 물론 중요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바꿔갈 것인가 역시 중요하다고 본다. 선거방송이든 뭐든 합리적 베이스로 만든다면, 그건 종편이든 어디든 칭찬받을 수도 있고, 잘못 만들면 비판받을 수도 있다.

저널리즘 원칙으로 공정과 균형을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현할 건가?해왔던 방송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을 것 같다. (시선집중) 등에서 추구했던 저널리즘이 모델이 될 수도 있다. 첨예한 가치관이 부딪칠 때에는 당연히 균형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팩트가 확실하다면, 거기서까지 균형을 찾을 필요는 없다. 팩트만 확실하다면 당연히 팩트 위주로 간다.

MBC 내부에서는 상의를 했나?몇 사람하고 했다. 이해한다는 사람도 있었고, 아쉽다는 사람도 있었고, 의견이야 다 달랐다. 그런데 이해한다는 사람이 생각 외로 많았다. 

현역 방송인으로는 은퇴인 셈이다. 마이크를 놓는 심경은?늘,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는 생각으로 해왔다. ‘방송쟁이’들은 그런 인식을 안 가질 수가 없다. 아침마다 들어주시는 분들을 생각하면 더 하고 싶은 생각도 물론 있지만, 그냥 우리 청취자분들도 시작이 있으니 끝이 있구나 하고 담담하게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 사실 담담하지 않지만, 나도 그렇게 생각하려고 한다. 

JTBC 사장직을 마무리할 때 제일 듣고 싶은 평가는?애썼다.

사장 손석희에 대한 평가인가? JTBC에 대해서는?그것도 마찬가지. JTBC도 애썼다. 그게 가장 좋은 평가 아닐까. 엄청난 걸 청사진으로 내밀기보다는, 최대한 노력했다는 평가를 마지막에 듣고 싶다. 


천관율 기자  |  yul@sisain.co.kr

2013년 5월 19일 일요일

‘손석희의 도박’ JTBC행 30년 명성 올인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5-17일자 기사 '‘손석희의 도박’ JTBC행 30년 명성 올인'을 퍼왔습니다.

손석희

[토요판] 이승한의 술탄 오브 더 티브이 

MBC 공정성의 상징 손석희가
종편 JTBC행을 택했다
“정론 위한 전권 약속받았다”지만
승률 낮은 ‘위험한 도박’ 같아
신뢰도 1위 언론인 손석희
JTBC 액세서리 되지 않길…

“결국은 이렇게 가네요.” 손석희가 (중앙일보)의 종합편성채널(종편) (제이티비시)(JTBC) 보도·시사 부문 사장으로 취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던 날, 내가 만난 이들은 하나같이 ‘결국’이란 수식어를 달았다. 그를 ‘모셔가고’ 싶어했던 언론사들은 예전부터 많았으므로, 개편철마다 그의 이름은 방송가를 떠돌았다. 선거철마다 그의 이름이 각 당 ‘예비후보’ 명단에 오르내렸던 것처럼 말이다. 2009년 (문화방송)(MBC) (100분 토론)의 진행자 자리에서 물러난 뒤엔 더더욱 그랬다. 제이티비시는 아예 개국하기 전부터 러브콜을 보냈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돌았다. 그래, 그랬지. 결국은 이렇게 가는구나.내 주변 사람의 반응은 크게 두가지로 나뉘었다. “실망스럽지만, 손석희니까 뭔가 이유가 있었겠지.” “손석희라서 더 실망스러워.” 그럴 법했다. 우린 모두 1992년 문화방송 노동조합 파업에 참여했다가 주동자로 몰려 구속된 푸른 수의 차림의 그를 기억하고 있다. 포승줄에 묶인 상황에서도 말갛게 웃던 서른여섯의 손석희는 문화방송의 공정성을 상징하는 존재였다. (100분 토론)과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통해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넘어 문화방송의 신뢰성까지 한 단계 끌어올린 걸출한 존재. 사람들은 ‘손석희이기 때문에’ 더 실망스러워하거나, 혹은 ‘손석희이기 때문에’ 덜 실망하려 노력하고 있었다.그런데 재미있게도, 손석희를 ‘언론인’이 아닌 ‘방송인’으로 보는 이들은 그의 제이티비시행을 대체로 이해하는 눈치다. 가수나 코미디언, 탤런트 등의 방송인들이 종편에 출연하는 걸 도덕적 잣대로 평가하지 않듯, 손석희의 역할을 온전히 ‘방송인’으로 본다면 이해 못할 일도 아니지 않으냐는 말이다. 말하자면 이런 논리다.“사실 취재는 작가나 피디가 다 해오는 거고, 이 사람은 그걸 재료로 방송을 매끄럽게 이끌어가는 방송인이었던 거죠. 만약 이 사람의 역할을 언론인으로 본다면, 김재철이 사장이었던 지난 3년 동안 문화방송이 망가져가는 꼴을 보면서도 침묵한 것에 대한 책임을 더 무겁게 물어야 할 겁니다. 피디·출연자 등 같이 일하던 제작진이 잘려나가는 동안에도, 그에 대한 어떠한 항의도 없이 묵묵히 출연하고 출연료 받아갔거든요.”2010년 3월 김재철 사장이 들어온 뒤 문화방송은 손석희를 집요하게 흔들었다. (100분 토론)의 진행자 자리에서 손석희를 쫓아내면서 ‘출연료’ 핑계를 댔고, 그 과정에서 그가 (시선집중)에서 얼마를 받는지도 만천하에 공개했다. 문화방송 라디오 전체를 통틀어 (싱글벙글쇼)의 진행자 강석 다음으로 많은 돈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헤드라인이 되어 입길에 올랐다. 긴 파업과 그에 따른 후유증으로 모두가 어수선한 틈을 타, 문화방송은 슬그머니 오랜 시간 그의 손발이 되어 함께 일했던 피디와 출연자를 차례차례 갈아치웠다. 손석희는 공개적으로 어떠한 항의도 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일주일에 여섯번, 자신의 자리를 조용히 지키는 것으로 김재철의 3년을 보냈다.언론인의 역할은 기계적 공정성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특정 사안에 대한 자신만의 관점을 갖고 이를 객관적 팩트와 논리적 구조로 ‘프레이밍’(framing·틀짓기)해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기에 문화방송의 공영성 후퇴에 대해 이렇다 할 입장을 제시하지 않았던 ‘언론인’ 손석희의 행보는 분명 비판받을 측면이 있다. 그것도 명실공히 한국에서 ‘신뢰도 1위의 언론인’으로 평가받아온 그라면, 비판은 더더욱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사실 우린 지난 몇 년간 손석희로부터 사회 각층의 다양한 견해를 전달받았을 뿐, 그가 특정 현안에 대해 어떤 관점이나 생각을 지니고 있는지에 대해 알지 못한다. 그는 공정한 토론 중재자이자 정보 전달자로서의 위치가 흔들릴 것을 우려한 나머지 인터뷰 한번 하기도 까다로운 사람으로 이름이 났으니까.다른 한편으론 ‘방송인’ 손석희가 제자리를 지키지 않았다면, 문화방송의 공영성은 완전히 재기불능 상태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을 진행하다 퇴출된 방송인 김미화, 소신을 담은 클로징 멘트를 포기하지 않은 탓에 (뉴스데스크)에서 내려와야 했던 신경민 아나운서, (피디수첩)을 이끌던 최승호 피디. 이들이 문화방송을 떠난 것은 많은 이들의 분노를 일으키며 큰 화제가 되었지만, 화제는 문화방송에 머무는 게 아니라 사람들을 따라 이동했다. 문화방송은 돌이킬 수 없이 망가진 것처럼 보였고, 김재철은 어떠한 비판이나 견제에도 흔들리지 않았으며, 당장에 문화방송을 대체할 수 있는 창구들이 하나둘 고개를 내밀고 있었으므로. 문화방송을 살리고 싶었던 수많은 언론인들이 상처입는 동안, 한켠에선 하나둘 지쳐 문화방송을 포기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말을 꺼내는 사람들이 등장했다.부당해고와 ‘신천교육대’ 발령으로 상징되는 보복성 인사가 난무하던 문화방송에서, 그나마 공정성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는 (시선집중)이었고 손석희였다. 손석희와 (시선집중) 팀은 손석희 본인의 목소리를 들려주진 않았지만, 어느 한쪽의 이야기만 편향적으로 전달하거나 사실을 왜곡하지 않고 공정한 전달자로서의 역할을 지켜왔다. (시선집중)마저 무너졌다면, 문화방송의 그 어디에서도 한때나마 이 방송사가 공영성을 추구하던 방송사였다는 흔적을 찾기 어려웠을 것이다. 손석희가 떠난 뒤 빠르게 몰락한 (100분 토론)이 함량 미달의 패널을 섭외해 함량 미달의 토론을 보여주고 있는 현실을 보라.공정한 방송 진행자로서의 이미지에 해가 될 것을 우려해 인터뷰까지 피해왔던 사람이, 대학 강단까지 떠나가며 제이티비시로 가는 도박을 감행한 것은 분명 의아한 결정이었다. 그러나 그가 앵커나 프로그램 진행자의 자리로 가는 게 아니라, 제이티비시의 각종 뉴스를 책임지는 보도·시사 부문 사장으로 간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는 이제 자신이 생각하는 공정한 ‘언론’이란 무엇인지, 뉴스를 통해 보여줘야 한다. ‘언론인’ 손석희에 대한 평가는 어쩌면 이제부터 시작일지 모른다. 제이티비시라는 종편의 플랫폼을 통해 그가 어떤 뉴스를 들려주느냐에 따라 그가 지금까지 유지해왔던 ‘신뢰도 1위 언론인’의 이미지는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다. 도박으로 치면 꽤 위험한 도박이다.손석희는 (시사인)과의 인터뷰를 통해 제이티비시로부터 “내가 생각하는 정론이라는 것이 균형, 공정함, 이런 것들이라면 그걸 한번 실천”할 수 있는 “전권을” 약속받았다고 말했다. 사장이라는 자리가 지니는 가장 큰 매력이 여기에 있다. 사장은 고액 연봉이나 명예도 함께 따라오는 자리지만, 그 이전에 자신이 생각한 비전을 관철시킬 수 있는 권한이 있는 자리다. 손석희는 방송생활 30년 중 앞의 23년을 문화방송 소속 아나운서로, 뒤의 7년을 프리랜서 방송인이자 강단 교수로 살았다. 특히나 뒤의 3년은 김재철의 문화방송을 경험하며 보냈다. 자신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방송을 구현할 수 있는 전권을 주겠노라는 제안을 받았다면, 어쩌면 그로서는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이미지를 걸고 도박을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물론 이 도박은 선뜻 동의하기도 쉽지 않고, 승률이 높아 보이지도 않는다. 제이티비시의 보도가 전과 달라지지 않는다면 손석희는 “제이티비시의 액세서리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불명예스럽게 경력을 마무리해야 할 것이고, 그의 말처럼 ‘정론’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보도 논조가 거듭난다 해도 여전히 “재벌의 언론 소유와 거대 언론의 종편 진출을 정당화하는 알리바이를 제공했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30년간 쌓아온 자신의 명성과 이미지를 올인한 이 한판 도박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이승한 티브이 칼럼니스트

그리고, 남은 이야기.“그럼 이제 울며 겨자 먹기로 제이티비시의 뉴스를 봐야 하는 건가요?”“이 도박의 결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래야겠죠.”“이미 드라마나 예능은 다른 종편 채널들에 견줘 젊은 시청자 층이 많이 몰렸으니까, 뉴스에서도 젊은 시청자 층을 잡을 수 있다면 다른 종편과 자기를 차별화할 수도 있겠네요.”“그걸 겁니다. 제이티비시의 진짜 속내는.”


이승한 티브이 칼럼니스트

2013년 5월 17일 금요일

손석희의 '다짐', 아직은 못 믿겠다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3-05-16일자 기사 '손석희의 '다짐', 아직은 못 믿겠다'를 퍼왔습니다.
[주장] '손석희=JTBC' 시대를 맞으며 생긴 몇 가지 근심


▲ MBC 라디오 <손석희 시선집중> 메인면 ⓒ MBC 라디오

"균형, 공정, 품위, 팩트를 4대 가치로 한 방송뉴스를 만들겠다."

지난 13일 JTBC에 첫 출근한 손석희 JTBC 신임 보도담당 사장의 발언 중 일부다. 10일 전격적으로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의 마이크와 성신여대 교수직을 내려놓은 그는 방송 마지막 멘트를 통해 "정론의 저널리즘을 제 의지로 한번 실천해보기 위해 떠난다. 훗날 좋은 평가를 받도록 노력하겠다"는 소감을 밝힌 바 있다. 

MBC를 넘어 대한민국 저널리즘의 상징적 인물이던 손석희 전 교수, 아니 손석희 신임 사장이 종편의 품에 안겼다. 여기서 먼저 되돌아보게 되는 것은 단연 현재 MBC의 위치다. (100분토론)은 물론 13년 간 진행해온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돋보였던 것은 손 신임사장의 균형감각이었다는 점을 부인할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랬던 그가, JTBC 첫 내부 발언에서 '균형'을 먼저 거론했다는 점을 통해 MBC의 현 상황을 짐작해 볼 수 있다. MBC (PD수첩)을 비롯해 (뉴스데스크) 등 김재철 전 사장이 완전히 체질개선 시켜버린 MBC 시사보도 부문 말이다. 

(PD수첩) 최승호 PD가 (뉴스타파)로 떠나고, 주말 (뉴스데스크) 최일구 앵커가 (SNL 코리아)에 출연하고, "손석희 선배가 스승이었다"던 오상진 아나운서를 프리랜서 예능인으로 거듭나게 만들었던 김재철 전 사장 이후의 MBC. 

JTBC를 선택한 손 신임사장의 선택이 '종편보다 못한 MBC'란 MBC 안팎의 자조를 시청자들에게 각인시키는 결과를 가져오지 말란 법도 없어 보인다. 

손 신임 사장이 강조하는 균형, JTBC에서 가능할까? 

손 신임사장은 또 시사주간지 (시사IN)과의 인터뷰(제296호)를 통해선 "우리가 사실 골이 좀 깊게 팬 사회다, 내 판단에는 그 회사가 그런 면(진보·보수의 갈등문제)에서 비교적 합리적으로 가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해왔던 방송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을 것 같다. (시선집중) 등에서 추구했던 저널리즘이 모델이 될 수도 있다. 첨예한 가치관이 부딪칠 때에는 당연히 균형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팩트가 확실하다면, 거기서까지 균형을 찾을 필요는 없다. 팩트만 확실하다면 당연히 팩트 위주로 간다."

보수와 진보 사이에서의 균형, 그리고 팩트의 문제. 손 신임 사장은 이 두 가지를 강조했다. 그리고 이제 그는 JTBC의 보도부문 사장으로서 종편 4사 중 보도부문 비율이 가장 낮고 시청률도 저조했던 JTBC를 수술대에 올려 놓을 예정이다. 

하지만, 여기서 잠깐. JTBC라면 MBC는 물론 공영방송에서도 여전히 지적 받아온 진보와 보수, 그 균형의 황금비율을 지켜낼 수 있을까. 일단 손 사장은 "마이크는 잡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되돌아 보자. 망가져 버린 MBC에서 끝내 마이크를 내려 놓지 않았던 그였기에 (손석희의 시선집중)은 여러 정치인들과 사회적 현안과 관련된 인사들과의 시원한 돌직구 인터뷰가 가능했다. 

이 진행자의 몫은 분명 어떤 작가와 PD를 데려와도 채울 수 없는 빈자리다. MBC 신동호 아나운서 국장을 보면 답은 쉽게 나온다. 그가 진행하는 (100분토론)이 지금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 지를 말이다. 그런 점에서 손 사장이 구현할 '균형'을 잡아줄 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결국, JTBC를 비롯해 CJ E&M으로 이적한 드라마와 예능 PD들처럼, 손 사장 역시 기존의 인력들 중 그 '균형'을 맞춰줄 인사들을 스카우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바로 그 지점과 관련해서, 손 사장은 '종편', 그리고 중앙일보와 삼성이란 태생적 한계점을 잉태한 JTBC의 색깔을 온전히 바꿔나갈 수 있을까. 

손석희가 바꾸느냐, 손석희가 바뀌느냐


▲ 2006년 3월 6일 오후 서울 성신여대에서 교수가 된 후 처음으로 강단에 선 손석희 전 MBC 아나운서 국장이 강의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더불어 우려되는 지점은 (매형인 주철환 JTBC 대PD의 설득은 차치하더라도) 손 사장 개인의 선택과 변신을 십분 이해하더라도, 그가 바꿔나갈 우리 사회와 언론의 지형이 어느 정도 보장될 것이냐는 점이리라. 

"결국 '손석희가 바꾸느냐, 손석희가 바뀌느냐'의 문제인데, 어차피 종편인 이상 보수적 성향이 바뀌기는 힘들 겁니다. 다만 jtbc는 손석희를 영입하여 합리적 보수의 스탠스를 선점함으로써 막장방송 tv조선이나 채널 A와 차별화하려 하겠죠."

진중권 동아대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중이 싫어 떠난 절이 또 다른 절에서 암초에 부딪치는 상황은 손 사장 본인이나 그를 응원했던 수 많은 시청자들과 언론인들 모두 원치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삼성 보도 역시 팩트에 근거하겠다'는 손 사장의 다짐에 쉬이 고개를 끄덕이지 못하는 것은 비단 기우일 뿐일까. 

한편으론 손 사장의 이탈과 함께 더욱 더 공허해진 공중파의 자리 또한 염려스럽다. 와 같은 대안언론의 지치지 않는 활약이야 물론 반갑다. 하지만 영국의 BBC와 같이 공영방송을 무기 삼아 균형 잡힌 보도는 물론 다큐나 예술영화지원에까지 영향력을 유지하는 선도적인 공영방송은 대한민국에서는 이제 꿈꿀 수 없을지 모를 일이다. 

'손석희' 개인의 선택이 그 정도냐 반문한다면, 고개를 저을 수는 있다. 하지만 (종편은 제외하더라도) 현 지상파 3사의 시사보도부문이 던져주는 참담함에 대해서는 고개를 끄덕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래서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 시대가 주는 메시지는 꽤나 시의적절 해 보인다. 정권을 장악한 '보수'의 틀이 방송 시장에서 '균형'의 스탠스를 잡을 수 있(을지 모르)는 유일한 '균형추'가 되어 가고 있다는 점 말이다.  

그런 점에서, 앞뒤 안 가리고 (낸시랭과의 논쟁을 거친 후 윤창중은 옹호하면서) 손 사장의 논문 표절 의혹을 제기하며 '검색어 장사'에 열을 올리고 있는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 같은 무리들은 제발 잠자코 있으시라. 하긴, 말려도 소용이 없을 지도 모를 일이지만. 어차피 TV조선이나 채널A가 사랑하는 변 대표는 이제 JTBC와도 전선을 긋기 시작할 테니까 말이다.  


하성태(woodyh)

2013년 5월 14일 화요일

손석희와 윤창중, 참 우아하지 않은 시대


이글은 대자보 2013-05-13일자 기사 '손석희와 윤창중, 참 우아하지 않은 시대'를 퍼왔습니다.
[우석훈의 초록공명] 견제자 없이 권력과 금권 온통 틀어쥔 자들만 남아

가난한 건 참겠는데, 우아하지 않은 것은 좀 참기가 어렵다. 회사에서 품위유지비라는 걸 지급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그걸로 품위가 유지되지는 않을 것 같다. 우아하다는 것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가, 가끔 그런 문제에 대해서 고민을 한다. 

덕지덕지 처바른 럭셔리 제품으로 우아함이 생겨나는 건 아니다. 그냥, 돈 좀 많겠네 혹은 별로 현명하지 않은 소비를 하는군, 그런 생각이 먼저 든다. 돈으로 우아함을 사기는 어렵다. 

좌파들은 가난해서 그런지, 우아하기가 쉽지 않다. 너무 사는 게 힘드니까 최소한의 자기 존엄성 마저도 지키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생계형 전향’이라고 쉽게 표현하지만, 막상 그 결정들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으면,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손가락질 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그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가 없다. 만약 나도 그 상황에 있다면 과연 어떻게 했을까? 감정과 논리 사이에는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복합적이다. 

하여간 대선에서 승리한 후, 이제 한국은 보수들의 영구집권에 대해서 걱정해야 하는 순간이 온 듯 싶다. 그 실력으로 영구 집권을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다가도 야당 하는 거 보면, 갑자기 오싹한 느낌이 들면서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이. 

하여간 야당은 존재감 없고, 그렇다고 엄청나게 무게감 있는 개인이 툭툭 찔러주는 그런 맛도 요즘은 없는 듯 싶다. 한동안 진중권이 그런 역할을 해주었는데, 그도 지친 것인지, 아니면 아직은 타이밍이 아닌 것인지, 의미 있는 반대추 역할을 해주는 개인도 거의 없는듯 싶다. 

‘얼음왕자’라는 별칭으로 불리던 손석희의 경우는, 일종의 거울과도 같았다. 그 스스로 뭔가 얘기를 하기 보다는, 그에게 비치어진 사람이 스스로 말하게 하는. 박근혜의 “지금 저와 싸우시자는 건가요?” 등 주옥 같은 어록들이 손석희의 거울에 비치면서 툭툭 튀어나왔다. 그런 그가 이제 JTBC로 옮겨간다. 나는 그가 종편 가도 상관없다고 생각은 하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은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가 MBC 사장이 되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졌던 것 같다. 그러나 그런 일은 – 아마도 당분간 – 벌어지지 않았다. JTBC에서 얼마나 좋은 대우를 약속했을까, 그런 것도 한 가지 시선이지만, 새로운 MBC 사장이 또 얼마나 달달볶았거나 아니면 달달 볶을 것이 예상되었을까, 그런 게 또 다른 시선일 수 있다. 그라고 해서 JTBC로 옮겨가면서 마음이 편했을 것인가? 

하여간 상황이 이러다 보니, 새누리당의 질주에 대해서 마땅히 견제구를 던질 세력도 없고, 그럴 위인도 안 계신다. ‘님을 위한 행진곡’을 5.18 기념식상에서 쓰느니 마느니, 그런 논쟁이나 하고 있고. 그 정도는 승자의 아량으로, 좀 너그럽게 넘어가주면 안되나?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목포의 눈물’도 금지곡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그런 얘기가 나올 정도 아닌가? 

대통령의 방미 일정에 느닷없이 터져 나온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 이거 누가 시킨 사람도 없고, 사주한 사람도 없다. 미국 한 가운데에서 벌어진 일을 우리가 알 턱도 없고, 시시콜콜하게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다. 그야말로 자기들끼리 알아서 좌충우돌, 자승자박, 뭐 그런 형상인데, 참 우아함과는 거리가 멀다. 

상대방이 너무 우습게 보이니까 자기네들 하고 싶은 데로 막 하는 셈인데, 자신의 가장 큰 적은 자신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올라갈 때에는 내려올 길을 조심해라, 그런 말이 있는데, 워싱턴 갈 때에는 귀국길을 조심해라, 그렇게 변형해서 써도 좋을 정도이다. 

앞으로 5년, 뭐하고 이 시간을 보내나 싶었는데, 심심하지는 않을 듯싶다. 상상초월 사건들이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니 묘한 전율감도. 

‘꼬질꼬질’, 선거에 패배한 사람들의 삶은 대체적으로 꼬질꼬질해졌다. 진 것도 진 것이지만, 하여간 경제의 전환이 늦어지면서 먹고 사느라고 좀 꼬질꼬질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그 반대편에 선 사람들도 우아하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이다. 그들에게도 역시 진흙탕의 삶이 기다리고 있을 듯 싶다. 너무 아무 것도 없어도, 너무 많아도, 문제는 문제다. 견제자 없이 권력과 금권을 온통 틀어쥔 자들이 할 수 있는 게 너무 뻔하지 않은가?

이래저래, 참 우아하지 않은 시대를 우리가 지내고 있다. 


* 글쓴이는 경제학 박사,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성공회대 외래교수, 2.1연구소 소장입니다.

* 저서엔 (88만원 세대),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 (아픈 아이들의 세대-미세먼지 PM10에 덮인 한국의 미래), (조직의 재발견), (괴물의 탄생), (촌놈들의 제국주의), (생태 요괴전), (생태 페다고지),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등이 있습니다. 

2013년 5월 13일 월요일

윤창중, 손석희…비루한 언론의 현실


이글은 프레시안 2013-05-13일자 기사 '윤창중, 손석희…비루한 언론의 현실'을 퍼왔습니다.
[데스크 칼럼] 이지 스톤과 언론인의 사명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사건이 온 나라를 충격에 빠뜨렸다. 대통령 취임 후 첫 해외 순방, 그것도 헌정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을 수행한 청와대 대변인의 '성 추문'은 기가 막힐 노릇이다.

사건 자체도 '진흙탕' 그 자체인데, 이것도 부족해 윤창중 전 대변인이 지난 11일 기자 회견을 자청해 모든 의혹을 부인하고 나서면서 사건은 더 커졌다. 이 '뻔뻔한' 기자 회견을 통해 다시 한번 윤 전 대변인의 '함량'이 확인됐을 뿐 아니라 '청와대 귀국 지시' 의혹을 폭로하면서 불똥은 청와대 전체로 튀었다.

성추행 혐의 등을 부인한 것은 청와대가 귀국 직후 윤 전 대변인을 자체 조사하는 과정에서 '엉덩이를 만졌고, 속옷을 입고 있지 않았던' 사실에 대해 시인했다는 점을 공개하면서 일단락 됐지만, 청와대 개입 여부는 여전히 남겨진 문제다. 윤 전 대변인 주장대로 청와대의 '귀국 지시'가 사실이라면,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을 방조하고 도주를 도운 셈이기 때문이다.

국민을 능멸하고 대통령의 눈을 가리는 행위를 한 자가 윤 전 대변인 한 사람이 아니라 '윗선'에도 존재한다는 얘기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오전 청와대 회의에서 대국민 사과 메시지를 밝혔지만, 이로 매듭지을 일은 아니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청문회가 됐든, 어떤 과정을 거쳐서든 제기된 의혹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 (☞ 관련기사 : 朴대통령, 윤창중 사태 사과…"美 수사에 적극 협조")

이번 사건을 보면서 미국의 독립 언론인 이지 스톤(I. F. Stone, 1907~1989년)의 말이 다시금 떠오른다.

"모든 정부는 거짓말쟁이들이 꽉 잡고 있다. 이들이 하는 말은 단 하나도 믿어선 안 된다."

"모든 정부는 거짓말을 한다. 하지만 관리들이 거짓을 유포하면서 자신들도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을 때, 그런 나라에는 곧 재앙이 닥친다."

미국이 베트남 전쟁에 뛰어든 계기로 삼았던 '통킹만 사건'이 자작극일 가능성을 최초로 제기했던 스톤은 미국에서 진보적 독립 언론인의 롤 모델로 추앙받는 사람이다. (뉴욕포스트), (네이션) 등 기존 언론에서 일하던 그는 1953년 1인 미디어 (I. F. 스톤 위클리)를 찍어 내기 시작했다.

혼자 취재하고 자신의 집에서 편집해 주간지를 찍어내고, 우체국에서 신문 발송을 직접 했다. 기자실, 기자단, 기자 회견장에 들어가지도 못했고 고위 소식통을 두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숱한 특종을 냈다. 초기엔 많지 않았지만 추후 발행부수가 7만 부나 됐던 (I. F. 스톤 위클리)는 초기부터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버트런드 러셀, 엘리너 루스벨트 등이 구독자였다.

그는 좋은 직장을 모두 내던지고 왜 자신만의 신문을 만들려 하느냐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고.

"억압 받는 자들에게 약간의 위안이라도 주기 위해, 내가 직접 본 그대로의 진실을 쓰기 위해, 내 자신의 무능력에 의한 한계를 빼놓고는 그 밖의 어떤 것과도 타협하지 않기 위해, 나 자신의 충동을 빼놓고는 그 어떤 주인도 따르지 않을 자유를 누리기 위해, 진정한 언론인이란 어때야 하는가 하는 나 자신의 이상을 실천하기 위해, 그리고 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이밖에 바랄 것이 또 뭐가 있겠는가?"(☞ 관련기사 : I. F. 스톤을 기리며)

'윤창중 성 추문'을 보면서 뜬금없이 스톤의 이야기를 꺼낸 것은 (프레시안)이 '협동조합'으로 전환을 결정한 지난 6일 이후 일주일을 뒤흔들었던 뉴스들이 공교롭게 언론, 언론인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이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도 (문화일보) 등에 재직했던 언론인 출신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대변인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발탁했을 당시에도 큰 논란을 불러왔던 전형적인 '폴리널리스트'다. 또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중앙일보] 출신), 신재민 전 문화부 차관([한국일보], [조선일보] 출신),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동아일보] 출신) 등 이명박 정부에서 권력형 비리에 연루됐던 인사들과도 다른 점은 차마 입에 담기 힘든 말을 글로 옮긴 '독설가'였다는 사실이다. 이런 면에선 변희재 씨와 공통점이 많다고도 할 수 있다. 공교롭게도 변 씨는 윤창중 전 대변인의 편을 들어 피해 여성 등에게 막말을 쏟아내다가 청와대 조사 과정이 공개되면서 망신을 당했다. 윤 전 대변인 사건은 양심과 철학 없는 언론과 언론인이 무작정 권력을 추구하면 얼마나 추악해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문화방송)(MBC)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의 간판이었던 손석희 전 성신여자대학교 교수의 '종편행'도 충격적인 뉴스였다. 일차적으론 개인적인 '선택'의 문제지만, 그 선택에 깔린 함의는 결코 적지 않다. 손석희 전 교수가 30년간 몸 담았던 MBC가 이명박 정부의 '방송 장악 프로젝트'를 통해 얼마나 망가졌는지, 김재철 전 사장 등 그에 충실하게 복무한 언론인들은 후배 언론인들에게 얼마나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는지, 김재철 전 사장의 후임으로 김종국 사장이 낙점됐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MBC 안팎에서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더 나아가 손 전 교수가 내세운 "종편이 현실이 됐다"는 명분 역시 가볍지 않은 얘기다. '현실이 된 종편'이 가뜩이나 자본과 정치 권력에 취약한 대한민국 언론 상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매우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이다. (☞ 관련기사 : 종편 택한 손석희? 손석희 삼킨 종편!)

(프레시안)의 협동조합 전환 실험에 대해 종합 일간지에선 처음으로 "누구도 가지 않은 길로 어렵게 첫 발을 뗀 프레시안의 용기를 지지하고 응원한다"고 칼럼을 낸 (한국일보)의 현재 사태도 가슴 아픈 현실이다. '59년 전통의 기자 사관학교'로 불리던 언론이 사주 일가의 욕심으로 망가지고 있다. 더욱이 물의를 일으킨 그 사주는 회사 측에 의해 부당하게 보직 해임된 이영성 편집국장이 호소했듯이 "신문은 누구도 이용할 수 없다"는 말을 남긴 故 장기영 창업주의 아들이라니. "불의에 타협하지 않고 비루한 처신을 거부하는 기자 정신"을 몸으로 보여주고 있는 (한국일보) 기자들에게 존경과 신뢰를 보내고 싶다. 언론인 한 사람, 한 사람은 그저 유약한 생활인일지 몰라도, 이들이집단으로 뭉치면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은 이명박 정권에서 이미 MBC, KBS, YTN 등 언론 파업을 통해 증명됐다.

(프레시안)의 언론 협동조합 실험은 이런 현실에서 진행되는 일이다. 세계사적으로도 처음 있는 일인지라 성공 여부조차 불투명하다. 내부적인 불안감도 작다고 하기는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마음은 모두 똑같다. 선배, 동료 언론인들이 보여준 사명을 좇을 것이며,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당당할 것이다. 지난 1주일 (프레시안)의 실험을 지지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


/전홍기혜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