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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9일 일요일

W의 폭풍, 기업의 운명을 결정한다


이글은 이코노미 인사이트(Economy Insight) 2012-09-01일자 기사 'W의 폭풍, 기업의 운명을 결정한다'를 퍼왔습니다.
Cover Story ● 기후변화, 경제를 지배한다- ①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


세계경제에 기후변화 비상이 걸렸다. 기후변화에 의한 대규모 피해는 미래의 일이 아니라 이미 현실이 됐다. 기후변화가 단순한 지구온난화를 넘어 상시적 기상이변이 되면서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이 예고되고 있다. 이제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국가와 기업의 운명이 결정된다. 기후변화가 불러올 새 패러다임에 뒤처진 기업은 생존 자체를 장담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하지만 기후변화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주기도 한다. 기후변화의 영향이 커질수록 각광받는 산업 또한 적지 않다. 상시화된 기후변화로 세계경제가 어떻게 달라질지 예측하고 주요 산업지도의 변화를 그려봤다.  _편집자

W(Weather)의 폭풍, 기업의 운명을 결정한다

폭염·폭우·가뭄으로 일상화된 기후변화… 적응 못하면 나라, 기업 모두 도태될 수도
지구촌 곳곳에서 폭염과 가뭄, 태풍과 홍수 등 기상이변이 잇따르고 있다. 이제 기후변화는 단순한 이변이 아니라 상시적 현상이라는 것이 기상학자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기후변화는 가뜩이나 힘을 잃어가는 지구촌 경제에 또 하나의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이른바 'W(Weather·날씨)의 공포'다. 전 지구적으로 진행되는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국가와 기업의 운명이 결정된다.
2006년 당시 영국 정부의 수석 경제학자 니컬러스 스턴이 기후변화를 경제학적으로 분석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른바 '스턴 보고서'(Stern Review 2006)다. 스턴은 보고서를 통해 "현재의 기후변화 추세에 과감하고 신속한 대응을 하지 않는다면 세계가 경제 대공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지금(2006년) 기후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비용은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에 불과하지만, 이를 방치할 경우 앞으로 이 비용이 GDP의 20%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턴의 경고는 당시 상황에서 매우 충격적인 것이어서 세계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켰다.
주목할 것은 스턴 보고서가 전망한 예측이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7월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이 발표한 '우리나라 기후변화의 경제학적 분석'은 한국판 스턴 보고서로 불린다. 이 보고서는 2012년부터 2100년까지 한반도의 기후변화 데이터를 분석했다. 보고서의 결론은 한국의 피해 규모가 스턴 보고서가 예견한 시나리오와 거의 일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보고서를 보면 이대로 기후변화가 계속될 경우 2100년 우리나라의 사회·경제적 누적 피해 금액은 약 2800조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GDP의 2배가 넘는 규모다.
이미 새삼스러운 이야기도 아니지만 기후변화의 주범은 지구온난화다. 지난 100년 동안 한반도의 평균기온은 1.5℃ 높아졌다. 지구 평균 상승치의 2배다. 올해 8월 들어 폭염경보 기준인 35℃를 웃도는 날씨가 7일 연속 이어지면서 1994년(9일) 이후 가장 긴 폭염을 기록했다. 반면 지난해 7월은 한국 기상 관측 이래 최악의 폭우가 내린 달로 기록됐다.
한반도만 그런 게 아니다. 미국은 56년 만의 가뭄으로 국토의 절반가량이 물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이번 여름엔 시베리아도 30℃ 안팎의 이상고온 현상이 2개월 가까이 이어지면서 산불이 기승을 부렸다. 문제는 이같은 기상이변이 더 이상 일시적이 아니라 상시적 현상이라는 데 있다. 송창근 국립환경과학원 환경연구관은 "대형 기상이변의 발생 빈도가 전세계적으로 1980년대 연평균 12.7회에서 2010년대 24.5회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기상학자들의 기후변화 예측이 얼마나 정교한지를 놓고는 여전히 논란이 있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지구촌 곳곳에서 진행되는 기후변화는 이미 글로벌 경제를 뿌리부터 뒤흔들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학 교수가 지난 7월24일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기후변화에 의한 대규모 경제 피해는 미래의 일이 아니라 이미 현실이 됐다"고 말할 정도다.

기온 4℃ 올라가면 GDP 5.6% 손실

기후변화는 이제 세계경제에 가장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됐다. KEI의 '우리나라 기후변화의 경제학적 분석' 자료를 보면, 기온이 4℃ 올라가면 GDP의 5.6%가 손실되는 것으로 예측됐다. 유엔환경계획(UNEP)과 세계기상기구(WMO)가 공동 운영하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회의'(IPCC)의 4차 보고서는 지구의 평균기온이 2100년까지 현재보다 4℃ 올라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극심한 가뭄·홍수·태풍은 기업의 원자재 조달은 물론 판로에도 영향을 미친다. 농민들은 농작물 재배지 이동에 따라 작물을 바꾸거나 기후에 맞는 작물을 재배해야 한다. 이미 아열대성 작물인 감귤과 제주 특산품인 한라봉이 남해안에서 재배되고 있다. 삼성지구환경연구소의 연구 자료를 보면 직간접적으로 날씨의 영향을 받는 국내 산업의 비율이 GDP의 52%에 달하고, 기상정보의 활용 가치는 연 3조5천억~6조5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태풍이나 폭염과 같은 기후변화가 경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명수정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 부연구위원은 "기후변화 현상을 더 이상 예외적이고 대비할 수 없는 것으로 볼 것이 아니라 이제는 일상의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전 지구적으로 진행되는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국가와 기업의 운명이 결정된다"고 말했다.
전세계는 오래전부터 기후변화가 경제에 미치는 효과에 주목해왔다. 기후변화의 파장은 선진국에도 큰 부담이지만, 무엇보다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우려된다. 인도 경제는 우기인 6~9월의 강우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올해 5% 성장도 불투명하다. 미국 경제통신 (블룸버그)는 "급속한 경기둔화에 몬순기 가뭄까지 겹쳐 인도의 국가신용등급이 투자부적격 수준인 정크 등급으로 강등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대륙 동남부 지역의 주요 항구도시들이 기후변화에 취약하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이는 앞으로 중국 경제의 큰 변수로 지목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7월 발표한 '기후변화에 취약한 전세계 항구도시' 보고서를 보면, 10대 취약 도시 가운데 4곳이 중국의 항구도시였다. 광저우가 2070년 인명 피해 1030만 명과 재산 피해 3조4천억달러가 예상돼 2위에 오른 것을 비롯해 상하이(5위), 톈진(7위), 홍콩(9위)이 모두 취약 도시로 꼽혔다. 인도는 콜카타가 재산 피해 2조달러, 인명 피해 14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돼 4위에 올랐으며, 뭄바이도 6위에 이름을 올렸다.

두산중공업이 2009년 완공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쇼아이바 3단계 해수담수화 플랜트. 이 담수화 시설은 하루 88만t의 담수를 생산해 메카와 메디나에 공급하고 있다. 88만t은 하루 300만 명이 동시에 쓸 수 있는 양이다. 두산중공업 제공

식량·에너지 수급 불균형 일상화


기후변화가 불러온 파장이 가장 크게 미치는 곳은 에너지와 식량 산업이다. 기후변화가 단순한 지구온난화를 넘어 상시적인 기상이변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에너지와 식량의 수급 불균형은 일상화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기후변화로 인한 에너지 수급 불균형은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예고하고 있다. 우선 이상고온 현상은 어떤 방식으로든 에너지 사용 증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인도는 몬순기에 가뭄이 이어지면서 지난 7월 최악의 정전 사태를 겪었다. 루마니아에서도 폭염과 가뭄이 잇따르면서 다뉴브강의 수위가 대폭 낮아져 수력발전소의 발전량이 25% 이상 줄었다.


기업도 에너지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 특히 국내 기업들은 앞으로 전기요금의 대폭 인상에 대비해야 한다. 한국전력이 전기요금 인상에 적극 나서면서 그동안 싼값에 펑펑 써왔던 전기가 더 이상 값싼 재료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에너지 정책 변화가 예상된다. 큰 틀은 절전 혁신과 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이다. 우선 전기요금 상승과 전기 부족에 허덕이는 생산 현장에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그동안은 생산 효율을 높이는 것이 최우선이었다면, 이제는 소비 전력을 줄이는 쪽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체질 개선을 통해 에너지 다소비 산업에서 에너지 절전형 산업으로 급속한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은 "앞으로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시설 투자가 불가피하다"며 "생산 현장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대기업을 중심으로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 개념으로 전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저탄소 혁명도 기후변화가 몰고 온 새로운 트렌드다. 지난해 3·11 동일본 대지진 이후 원자력발전에 대한 거부감이 확산되고 있는 일본의 움직임이 가장 눈에 띈다. 정부와 대기업을 중심으로 원전 가동 중지로 인해 생긴 공백을 태양광·태양열·풍력 등 대체에너지가 메꾸기 시작했다. 일본은 2020년까지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를 500만 대로 늘리고 수소충전소 3천 곳을 세워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주도한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도 에너지관리공단,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등을 중심으로 수소에너지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제 새로운 에너지 패러다임에 뒤처지는 기업들은 이미지 추락뿐 아니라 생존 자체도 장담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진우 연구원은 "과거 정보기술(IT) 시대에 뒤처진 기업들이 쇠락의 길을 걸었듯이 기후변화에 따른 에너지 수급에 대처하지 못하는 기업들 역시 미래 경쟁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기후변화는 식량 공급 부족과도 직결된다. 국제쌀연구소(IRRI) 자료를 보면, 온도가 1℃ 상승하면 쌀 생산이 10%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100년 세계 온도가 최대 4℃ 상승할 것이란 예상을 감안한다면 쌀 생산량이 40% 줄어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자연스럽게 곡물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유엔식량농업기구(UNFAO) 발표를 보면, 글로벌 식량가격지수는 7월 한 달 동안 6% 상승했다. 2009년 11월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미국 중서부를 뒤덮은 최악의 가뭄에 러시아·우크라이나·발칸반도 지역의 고온 현상, 인도의 가뭄, 중국의 홍수 등이 곡물 가격 상승을 부채질했다. 5월 말 이후 옥수수 가격은 47%, 콩은 26%나 올랐다.

자료: 환경정책평가연구원

기후변화 적응 여부가 기업 경쟁력

UNFAO가 매년 발표하는 식량가격지수를 보더라도 최근의 가파른 곡물값 상승을 확인할 수 있다. 2004년 식량가격지수를 100으로 삼았을 때, 2012년 식량가격지수는 194.8로 2배 가까이 뛰어올랐다. 이는 2008년 식량 파동 때의 164.6보다 높은 수치다. 급기야 유엔이 미국 정부에 옥수수를 주원료로 하는 바이오에탄올 생산 감축을 요구하고 나설 정도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식량 가격 상승이 선진국은 물론이고 브라질·중국·인도 등 이미 경기가 둔화되고 있는 신흥 경제국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후변화는 위기일 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기후변화에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기업의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저명한 경제 저술가 토드 부크홀츠는 "온난화로 북극해의 얼음이 녹으면서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북극항로 이용이 가능해지는 등 다양한 경제적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기후변화가 일방적으로 경제에 악영향만을 끼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기업들 역시 기상정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수요를 예측하고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날씨경영'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최근이다. 2009년 기상산업진흥법이 제정되면서 국내에선 비로소 날씨컨설팅 서비스가 시작된 상황이다. 특히 올해 들어 폭염 등 날씨재해로 인한 피해가 확산되면서 날씨경영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날씨경영이란 기업이 날씨정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이에 대응해 경영전략을 짜는 것을 말한다. 기상이변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 기회를 살려 매출을 늘리는 것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기후변화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기업은 삼성이다. 삼성은 이미 2000년대 초반 삼성지구환경연구소를 만들어 기후변화에 따른 경영전략을 짜고 있다. 백재봉 소장은 "기상에 대한 투자는 투자액의 10배 이상의 효과를 가져온다"며 "기후변화는 이변이 아니라 일상이라는 인식 전환 등 치밀하게 대응해야 기후변화를 새로운 발전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연기  부편집장 ykkim@hani.co.kr

2012년 7월 4일 수요일

'시한폭탄' 가계부채 1000조원



이글은 미디어스 2012-07-04일자 기사 ''시한폭탄' 가계부채 1000조원'을 퍼왔습니다.
[김영호 시사칼럼]당국의 위기관리 능력이 보이지 않는다

가계부채 1,000조원이 언제 폭발할 모를 시한폭탄의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다. 유로존 재정위기에 따라 세계경제가 침체국면에 빠졌다. 주택거래가 끊겨 주택담보대출의 연체율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경기침체가 가속화하면서 은행 빚을 낸 자영업자들의 상환능력도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생활에 쪼들린 일반 대출자들도 은행 빚을 갚을 길이 막막하다. 당장은 빚을 내서 은행 빚을 갚지만 언제까지 갈지 모를 일이다.


작년말 가계부채가 912조8,810억원이다. 2007년의 665조2,950억원에 비해 4년간 무려 37.2%인 247조5860억원이나 증가한 것이다. 빚 갚을 능력을 보여주는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비율이 2010년 103.4%에서 작년에는 109.6%로 1년 새 6.2%p나 높아졌다. 가계부채나 다름없는 자영업자 대출잔액이 작년말 102조8,000억원에 달한다. 사실상 가계부채가 1,000조원을 넘어섰다는 뜻이다. 은행 빚을 못 갚으니 제2금융권 대출이 급증하고 있다. 적금-보험 해지도 부쩍 늘어나고 있다. 생명보험의 경우 매달 50만명이 2개월 이상 연체하거나 계약을 해지하는 형편이다.
가계부채의 1/3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이 뇌관이다. 금년 1/4분기 주택담보대출은 306조5,000억원에 이른다. 이 중에서 원금을 갚지 않고 이자만 내는 대출이 전체의 76.8%인 235조4000억원에 달한다. 그런데 또 이 중에서 42%에 해당하는 128조원이 분할상환대출의 거치기간이 끝나거나 일시상환대출의 만기가 돌아오고 있다. 늦어도 내년부터는 이자와 함께 원금을 갚거나 원금을 일시에 상환해야 한다는 뜻이다. 물가는 뛰고 소득은 줄고 실업이 늘어나니 연체율이 더욱 높아질 판이다.
통계청의 '2011년 가계금융조사'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이자만 내던 가구가 원금상환에 들어가면 소득 중에서 원리금 상환에 쓰이는 비율이 평균 49.1%에 달한다. 원금을 갚기 시작하면 번 돈의 절반은 은행 빚 갚는 데 써야한다는 뜻이다. 지난 5월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0.85%로 4월보다 0.06%p나 뛰어올랐다. 이것은 5개월 연속 오른 것으로 2006년 10월의 0.94% 이후 5년 7개월 만에 최고치다. 앞으로 연체율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일 것을 예고한 것이다.
주택담보대출의 불씨는 집단대출이다. 집단대출은 은행이 신규아파트의 입주자들을 상대로 분양가의 일정액을 융자해 주는 것을 말한다. 상당수가 투자이득을 노렸기 때문에 집값이 떨어지거나 팔리지 않으면 연체위험이 커지기 마련이다. 그 집단대출이 지난 4월 102조원으로 주택담보대출의 33.5%에 이른다. 지난 5월 연체율이 전체 주택담보대출의 2배나 되는 1.71%이다. 집단대출 아파트의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30% 이상 높은 아파트가 58.7%나 되어 연체급증이 우려된다.
가계부채의 또 다른 뇌관은 자영업자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자영업자 부채를 전체 가계부채의 1/3 수준인 320억원으로 추산한다. 심각한 문제는 생계형 자영업자가 많다는 점이다. 자영업자는 작년말 560만명에 달한다. 그 중에서 179만명이 소득수준 하위 20%에 해당하는 생계형 자영업자이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09년 생계형 자영업 종사자의 개인소득은 707만5,000원에 불과하다. 빚 갚을 여력이 없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대책은커녕 실태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계부채 구조가 50대 이상 고연령화하는 문제도 심각하다. 그 비율이 작년말 46.4%로 2003년의 33.2%보다 13.2%p나 높아졌다. 이것은 같은 기간 50대 이상 인구비율 증가폭 8.0%보다 훨씬 높다. 이들은 대부분이 2005~2007년 부동산 투기가 극성을 부리던 시기에 아파트를 비싸게 사서 은행에 담보로 맡기고 대출을 받았다. 집값이 떨어지는 가운데 퇴직시기가 앞당겨져 상환능력이 위태로워졌다는 점이 심각하다.
이보다 더 위험한 문제는 3군데 이상 금융회사에 빚을 진 다중채무자가 182만명으로 4년 새 30만명 이상 늘어났다는 점이다. 지난 4월 연체율이 4.15%로서 2010년의 2.41%에 비해 2배 가까이 높아졌다. 이것은 전체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에 비해 무려 4.9배나 높은 것으로 이미 위험신호를 울리고 있다. 다중채무자의 연체는 전체 금융계에 연쇄반응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그 충격파가 심각하게 우려된다.
부동산 투기의 후유증이 스페인 경제를 삼켰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도 부동산 값 폭락이 도화선이 되었다. 스페인 사태가 강 건너의 불이 아니다. 그런데 정권말기와 맞물려 위기관리능력이 보이지 않는다.

김영호 언론광장 공동대표  |  mediaus@mediaus.co.kr

2012년 6월 14일 목요일

MB정권, 국민연금을 '깡통' 만들기로 작심했나


이글은 뷰스엔뉴스(Views&News) 2012-06-14일자 기사 'MB정권, 국민연금을 '깡통' 만들기로 작심했나'를 퍼왔습니다.
막대한 주식투자 손실에도 주식-부동산투자 40%로 늘리기로

지난해 국민연금이 주식투자에서 막대한 손실을 봤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주식투자 비중을 늘리기로 해, 국민의 마지막 종잣돈인 국민연금 부실화가 가속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14일 오전 시내 한 호텔에서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를 열고 지난해 국민연금의 운용수익률이 2.31%에 그쳐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은행에 돈을 맡겨 놓은 것보다도 수익률이 낮았다는 의미다.

지난해 수익률 악화 주범은 주식투자였다. 

채권 투자는 양호했다. 채권의 경우 국내채권이 5.63%, 해외채권이 6.96%의 수익률을 냈다. 그러나 주식은 유럽재정위기 등에 따른 주가 하락으로 국내주식 투자에서는 -10.15%, 해외주식 투자에서는 -6.97%의 손실을 봤다. 대체투자는 9.65%의 수익률을 달성했다.

단기적으로는 주식투자에서 반짝 수익을 올릴 수 있으나, 중장기 투자 결과를 분석하면 채권 투자가 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는 통계를 다시 한번 뒷받침해준 셈.

실제로 국민연금은 2008년 금융위기 때 주가 급락으로 -0.21%의 적자를 기록했다가 주가가 반등한 2009년 10.84%, 2010년 10.57%로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했으나, 지난해에는 다시 주식 투자에서 큰 손실을 본 셈이다. 올해도 유럽재정위기가 전방위로 확산되면서 국민연금은 주식투자에서 적잖은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민연금이 이처럼 주식투자에서 큰 손실을 보는 핵심적 이유중 하나는 '주가 떠받치기'에 동원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대거 주식 순매도를 하면 그때마다 주가 방어에 나섰고, 그결과 '외국인 현금지급기'라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정치논리에 휘둘리면서 국민의 마지막 종잣돈이 급속 부실화되고 있는 것. 

문제는 앞으로 주식투자를 대폭 늘리려 한다는 것이다. 

이날 회의에서 국민연금기금운용위는 내년에 주식 투자 비중을 30% 가까이로 대폭 늘리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국내주식에 20.0%, 해외주식에 9.3%를 투자키로 한 것. 또한 부동산 등 대체투자에도 10.6%를 투자키로 했다. 요컨대 국민연금의 40%를 워험자산인 주식과 부동산에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반면에 채권 투자 비중은 국내채권 56.1%, 해외채권 4.0% 등 도합 60%로 대폭 줄이기로 했다.

당초 연금기금운용위는 지난달 31일 회의에서 심의의결한 중기(2013~2017년) 자산배분안에서 주식투자 비중을 30%, 부동산투자 비중을 10%까지 단계적으로 높여가기로 했으나, 곧바로 내년에 주식·부동산 투자비중을 대폭 높이기로 한 것.

문제는 지금 세계경제가 유럽 재정위기가 전방위로 확산되면서 세계은행 등 주요 경제기관들이 향후 수년간 심각한 세계불황을 겪고, 그 결과 주식과 부동산 자산가격이 계속 추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시점에 국민연금의 주식·부동산 투자 비중을 대폭 높이겠다는 것은 자칫 국민연금을 깡통으로 만들 수도 있는 위험한 도박행위에 다름 아니다.

박태견 기자

2012년 1월 17일 화요일

장하준 “‘잃어버린 10년’, 전세계가 겪을 수도”


이글은 시사인 2012-01-17일자 기사 '장하준 “‘잃어버린 10년’, 전세계가 겪을 수도”'를 퍼왔습니다.
장하준 교수는 2012년 세계경제는 회복되기 힘들고 앞으로도 조금 나아졌다가 계속 퇴보하는 장기 불황이 올 것이라고 경고한다.

유럽에서는 재정위기가 진행 중이고, 미국 경제는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중국이 세계경제의 견인차 노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처럼 세계경제는 오리무중 국면이다. 은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장하준 교수를 만나 ‘솔직한 전망’을 부탁했다. 그리고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들었다.

2008년 가을 금융위기가 터지자 각 나라가 협력해서 위기 국면을 봉합했다. 다시 심각한 상황이 오고 있는 이유는?
전 세계가 공조해서 재정과 통화를 팽창시켰다. 위기를 일단 진정시키고 숨 쉴 구멍을 만들려는 단기 정책이었다. 환자의 경우라면 영양제를 준 것인데, 영양제로 환자가 치료되는 것은 아니다. 그 사이에 금융 개혁도 하고 필요한 투자도 해서 궁극적으로는 경제를 회복시켜야 했다. 그러나 경기가 조금 회복되자 각국은 재정적자를 줄인답시고 정부의 역할을 다시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였고, 지금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송인호 제공

특히 유럽은 점입가경인 것 같다. 해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만약 독일이 갑자기 ‘그리스도 유럽연합(EU)의 한식구인데 끝까지 도와주자’고 마음을 바꾼다면 좋겠으나 그렇게 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와 반대로 지금 EU가 나아가고 있는 방향은, 그리스 등 재정위기로 어려운 나라를 조금 더 도와주되 이에 대해 엄청나게 조건(구제금융 조건)을 붙이겠다는 거다. 그 조건의 내용은 ‘도움받는 나라’가 재정긴축 등으로 자국 경제를 더욱 축소하는 방향으로 맞춰져 있다. 결국 ‘위기 국가’들의 경우 구제금융을 받아서 당장 급한 불을 끈다 해도 자국 경제를 축소 지향적으로 운영해야 하고, 이렇게 되면 경제의 틀을 바꿔 성장을 재개하기도 어렵게 된다. 그리스, 아일랜드 등이 모두 비슷한 처지다. 이런 상황이 장기화되다보면 그 나라 내부에서 EU와 유로존을 탈퇴하자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EU 자체가 흔들리는 국면으로 갈 것이다. 즉, 구제금융을 통해 단기적으로는 위기 상황을 봉합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몇 나라가 떨어져 나갈 가능성도 있고, 그렇다면 지금 같은 형태로 EU나 유로화가 유지되기는 힘들 것이다.
예컨대 그리스가 구제금융을 무사히 받는다 해도 ‘위기’에서 빠져나오기는 힘들다는 것인가?
그리스가 국가부채를 줄여서 안정적 상황으로 들어가야 EU 전체의 금융시장 혼란도 사라질 수 있다. 그러나 구제금융 조건(재정지출 감축)을 준수하면 할수록 경제가 더욱 침체되어 빚 갚을 능력이 오히려 작아진다. 이런 악순환이 계속될 텐데 그리스가 어떻게 돈을 벌어 부채를 줄일 수 있겠는가. 물론 자국 통화를 평가절하할 수 있다면 수출을 늘려서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아이슬란드는 유로존에 속해 있지 않으므로 이 방법을 통해 다소나마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그러나 그리스나 스페인은 유로화를 사용하고 있으니 평가절하도 못한다. 평가절하도 못하는 상황에서 강도 높은 재정긴축을 해야 하니, 빠져나올 길이 없는 것이다.


ⓒ시사IN 조우혜 장하준 교수는 한·미 FTA 발효가 조금씩 한국 경제를 잠식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유럽 위기가 풀리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결국 EU라는 시스템 자체 때문이라는 소리도 있다.
유로권 전체의 재정적자는 GDP 대비 6% 정도인데 미국보다 훨씬 양호한 편이다. 그러나 치명적 문제는, 유로존 국가들이 단일 통화를 사용하는 강도 높은 경제통합을 이루긴 했으나 사실은 ‘하나의 나라’라는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예를 들어 강릉시가 재정위기에 빠졌을 때 서울 사람들이 ‘저건 강릉의 문제니 도와주면 안 된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독일·네덜란드·핀란드에서는 ‘왜 그리스에 돈을 대주냐’며 항의한다. 그래서 위기가 해결되지 않는 거다. 시민들은 같은 나라라는 의식도 없는데, 이 나라 저 나라 섞어 너무 빨리 통합한 것이 화근이다.
더욱이 올해에는 유럽에 선거가 많다. 각국 정당이 시민들 눈치를 보게 되면서 금융위기 극복이 더 어렵게 되었다고 보는 사람도 많다.
나라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전체 EU에 대해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유럽 유권자들은 선거 때마다 매우 조건반사적인 반응을 보여왔다고 생각한다. 선거를 하면 집권당은 좌파든 우파든 무조건 쫓겨나는 경향이 있었다. 올해부터는 유럽 시민들이 현재의 난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이를 선거에 반영하기 바란다. 그러나 예측이 쉽지 않은 이유가, 나라마다 정치적 구도가 다른데, 일부 국가에서는 EU를 탈퇴하고 이민도 받지 말자는 극우파 정당이 세를 얻을 정도로 정세가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핀란드, 네덜란드 같은 나라에서 이런 정당이 득세하고 있다. 4월 프랑스 선거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유럽 정세에 큰 영향을 줄 것 같다.
유럽 국가들이 어려운 것은 ‘과잉 복지’로 인한 재정위기 때문이란 이야기가 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재정적자 문제가 금융위기 이전에 심각했던 나라는 그리스밖에 없다. 그리스는골드먼삭스 같은 대형 투자은행과 공모해서 재정적자 규모를 감추는 짓까지 했다. 이에 비해 아일랜드는 금융위기 이전 10년 동안 오히려 GDP 3% 규모의 재정흑자를 내던, 매우 우량한 국가였다. 금융허브 육성한다고 날뛰다 완전히 망한 거다.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도 2~3% 선에서 재정흑자나 적자를 내는 등 비교적 양호했다. 재정 문제가 심각한 나라가 아니었다는 뜻이다. 더욱이 위기에 빠진 남유럽 국가들은 EU 지역에서는 오히려 복지제도가 약한 나라들이다.
그런데 현재는 재정적자 규모가 무시무시할 정도이던데.
역시 복지와는 상관없다. 유럽 나라들은 은행들에 구제금융을 제공하다가 엄청난 재정을 탕진했다. 이에 더해 금융위기로 나라 경제가 마비되자 세수가 크게 떨어졌다. 이처럼 재정위기 원인 제공자인 금융자본들이 한동안 ‘잘못했다’며 납작 엎드려 있다가 일제히 “정부 때문이야, 복지 때문이야”라며 ‘엎어치기’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어떤가. 최근 ‘소비자 신뢰지수’가 소폭 오르고 실업급여 신청 건수가 내려가는 등 간만에 일부 경제지표가 호전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다.
글쎄다. 최근 실업률이 줄었다는 이야기는 있으나 그것은 아마 구직 포기자가 늘어났기 때문일 것이다. 구직 포기자까지 감안한다면 미국 실업률은 15~17%에 이른다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다. 미국 경제에는 아직 확실한 회복 기미가 없다. 2008년 위기의 원인이었던 미국 주택시장 또한 거의 회복되지 않고 있다. 주택 가격이 오르기는커녕 떨어지고 있는 지역이 대부분이다. 이에 더해 지난여름, 정부부채 상한 확대를 두고 미국 정치권에서 난리를 치다가 결국 정부지출을 대폭 줄이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나. 그래서 올해부터 정부지출을 본격적으로 깎기 시작하면 이 때문에 경기가 더욱 냉각될 것이다. 영국도 정부지출을 대폭 깎았는데 지난 1년의 성장률이 거의 0%에 가깝다. 미국에도 비슷한 경기냉각 효과가 있을 것이다. 미국의 경우, 금융위기 책임자들이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가난한 사람이 가장 피해를 보는 재정긴축을 실시하려 한다. ‘미국 경제는 부자한테는 사회주의, 가난한 사람한테는 자본주의’란 말이 있는데 정말 맞는 말이다.

안 좋은 이야기만 하시는 것 같다.
그렇긴 하다. 하지만 좋은 소식이 없는데 어떻게 하겠나. 

세계 경제성장의 견인차라는 중국이 있지 않은가? 
글쎄다. 중국이 그나마 성장한다 해도 세계경제에 크게 좋은 효과를 주기는 힘들다. 중국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에 불과하다. 각각 25%의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과 유럽에 비하면 너무 작다. 중국의 수출 의존도가 너무 높은 것도 문제다. 중국은 세계 금융위기 직후 엄청난 규모의 정부지출을 했고 그 덕분에 지난 2~3년은 버틸 수 있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경제가 침체된다면 중국의 수출 또한 급락하고 이에 따른 충격을 피하기가 쉽지 않다. 일본 역시 수출 의존도가 높은 나라인데, 그 규모가 최대였던 1980년대 말에도 15% 정도였다. 그런데 중국은 25~30% 수준이고 그래서 수출이 어려우면 충격도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중국이 정부지출로 투자한 사업에서도 각종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정부지출로 도로와 공항, 철도를 건설했고 여기서 수익이 나야 하는데, 결과가 별로 좋지 않다. 다른 불안 요인도 많다. 해외에서는 잘 모르지만 연간 수만 건에 이르는 폭동과 파업이 일어나고 있다. 이는 빈부격차가 계속 확대되어왔기 때문이다. 중국의 급격한 성장이 앞으로도 지속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런 상황이라면, 어느 나라가 기관차 역할로 세계경제를 끌어갈 수 있겠는가. 큰 문제다.

중국도 올해 정권교체가 있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내수를 키우겠다고 해왔다. 이는 미국이 요구해온 위안화 절상과도 맞물려 많은 기대를 모아왔다. 정권교체가 내수 확대와 위안화 절상을 본격화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은 없을까?
중국 정치는 솔직히 이해가 잘 안 된다. 그래서 새 인물이 들어온다고 중국 체제가 바뀔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내수 확대는 단기간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내수 키운다는 것이 말이 쉽지, 정부가 더 소비하라고 한다고 인민이 실제로 더 소비할 수 있겠는가? 
예컨대 중국인들이 적게 소비하고 저축을 많이 하는 이유 중 하나는 복지제도가 잘 갖춰지지 않아 불안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중국이 복지 시스템을 하루아침에 대폭 확대할 수 있겠나. 더욱이 상하이처럼 매우 발달한 도시가 있지만, 농촌 지역에서는 돈을 쓰려고 해도 쓸 수가 없다. 쇼핑센터도 없고 신용카드도 크게 확산되어 있지 않다. 우리나라도 한때 저축률이 엄청나게 높은 나라였지만 지금처럼 ‘저축률 낮은 국가’가 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내수 키우기가 말은 쉬운데 하루아침에 가능한 일은 아니다.

2012년 세계경제는 한마디로 막막하다는 결론인가?
올해뿐 아니라 그 후에도 어디서 어떻게 회복될지 불확실하다. 아까도 말했지만 세계 각국은 재정·통화 팽창으로 번 시간에 구조조정을 본격화하면서 새로운 성장모델을 만들어야 했다. 이른바 녹색성장도 그런 모델 중 하나였다. 그러나 결국 시간만 낭비한 것으로 끝났다. 돈을 풀긴 했으나 그 돈은 생산적 부문에 투자되기보다 투기성 자금으로 변신해서 여기저기로 쏘다니며 세계경제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돈이 생산적 부문에 쓰이게 하려면 금융개혁이 필수 조건이다. 그러나 금융개혁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세계 금융위기를 일으킨 독성 자산, 주택시장 붕괴 따위 근본적 문제는 하나도 해결된 것이 없다. 이런 와중에 미국과 유럽이 긴축정책 한답시고 칼 빼들고 나서서 안 그래도 어려운 경제를 더욱 망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올해뿐 아니라 이후 몇 년간 전망이 어둡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일본이 겪었던 ‘잃어버린 10년’을 전 세계가 겪게 될지도 모른다. 다른 시나리오가 보이지 않는다.

장기 불황이 아니라 공황이 닥칠 가능성은 없는가?
글쎄. 예측하기 힘들다. 물론 아직 불안 요인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예컨대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부문의 경우, 대출상환 기간이 2013~2014년에 집중되어 있다. 이런 부문에서 대형 부도가 터지거나 중국에서 대규모 폭동이 발생해서 세계경제 전체에 엄청난 쇼크가 올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나는 ‘큰 것’은 이미 대다수가 터졌다고 본다.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세계경제가 조금 성장하는 것 같다가 퇴보했다가 하는 일이 끝없이 되풀이되는, 장기 불황이다.
예컨대 그리스가 유로존 탈퇴와 디폴트를 선언하고, 이 나라에 많은 돈을 빌려준 프랑스와 독일 은행들이 패닉 상태에 들어가며, 다른 한편으로 이런 위기가 안 그래도 취약한 이탈리아나 스페인을 자극해 유럽과 세계경제의 갑작스러운 공황으로 폭발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스 디폴트만으로는 감당 못할 쇼크가 아닐 거다. 그리스 GDP는 EU의 2% 정도로 작은 편이니까. 물론 그리스 위기가 이탈리아, 프랑스 등으로 전염되면 그런 공황 상태로 귀결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그런 상황이 온다면 (현재는 대규모 지원 못한다고 버티고 있는) 유럽중앙은행이 대규모 자금을 동원해 개입한다거나 하는 조처들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유로존이 갑자기 붕괴하는 상황으로 치닫지는 않으리라 예측한다.

한국 이야기를 해보자. 우리 정부는 올해 초엔 한·미 FTA를 발효시킬 예정이다. 전망이 어떤가?
그 효과는 장기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발효하자마자 하루아침에 나라가 이상해지진 않는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서 점점 문제가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한·미 FTA는 이미 발효되어 있는 한·EU FTA와 맞물리면서 조금씩 한국 경제를 잠식해 들어갈 것이다. 특히 신성장 산업들은 점점 더 발전하기 힘들 것이다.
신성장 산업이라면?
나노·바이오·녹색 등 아직 한국에서 발전되지 않았지만 세계적으로도 새로운 산업을 신성장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뒤떨어져 있기 때문에 앞으로 키워야 할 기계·부품·화학·제약 등도 신성장 산업이라 할 수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독일·스위스·이탈리아가 선두인 정밀기계와 화학 부문에서 한국은 점점 더 발전하기가 힘들어질 것이다. EU와 자유무역협정을 맺었기 때문이다.

올해 총선과 대선의 최대 이슈는 복지일 것 같다. 야권은 물론 여권까지 최근 복지 공약들을 내놓고 있는 것을 보면 어느 정도 사회 합의도 이뤄진 것 같다. 그런데 선생님에 따르면 2012년엔 불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복지국가 건설은 물 건너가는 것일까?
복지는 불황일수록 더 힘을 발휘하는 것 아닌가. 불황이 닥쳐도 시민들의 기본 소득이 보장되어야 어느 정도 소비가 가능하고 그나마 경제가 돌아가서 극단적인 사회불안을 방지할 수 있는 것이다. 또 불황으로 실업한 사람들이 복지 서비스를 통해 재기할 수 있을 것이다. 피해 규모로 보면(추산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번 위기가 1930년대의 대공황보다 더 크다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도 선진국 사회가 그때처럼 붕괴되지 않는 것은 1930년대와 달리 복지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복지 시스템 운영의 경우, 불황기에는 세수가 줄고 지출이 늘기 때문에 정부 재정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시민들 처지에서는 불황이야말로 복지의 중요성을 진정으로 실감할 수 있는 시기다. 이런 측면에서 불황은 복지에 ‘양날의 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세수가 걷히지 않으면 어떻게 복지 시스템을 가동시킬 수 있겠는가?
개인 생활에서도 꼭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예컨대 병원에 간다거나 자녀를 대학에 보낸다거나… 이런 경우엔 다른 소비를 줄이거나 빚이라도 내지 않는가. 국가 살림에서도 마찬가지다. ‘없어서 못한다’는 것은 ‘하기 싫다’는 말이다. 복지가 필요하고 시민들에게 유익한 것이라면 다른 데서 줄이고 복지에 쓰면 된다. 그래도 모자라면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
최근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의 위원으로 거론된다는 이야기가 이런저런 신문에 났다. 가끔 박근혜 의원과의 정치적 관계를 시사하는 보도가 나오던데 이에 대한 공식 의견을 듣고 싶다.
나도 신문에 난 거 보고 알았다. 

놀랐나?
그동안 온갖 억측에 별 소릴 다 들어봤기 때문에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 물론 내가 그동안 정책적 사안에 대해 계속 이야기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정당정치에 관여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한나라당에 그런 위원회가 생겨서 강연을 부탁하고 또 시간이 맞으면 기꺼이 강연하러 갈 것이다. 민주통합당이나 통합진보당이라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특정 정당, 특정 후보의 무슨 위원이나 당원, 후원자가 되는 것에는 관심 없다.

2011년 12월 1일 목요일

은행 고삐 좨야 경제가 ‘밝은 웃음’


이글은 한겨레신문 Economy Insight 2011-12-01일자 기사 '은행 고삐 좨야 경제가 ‘밝은 웃음’'을 퍼왔습니다.
[Cover Story] 세계경제는 새로운 은행 위에 건설돼야



‘세계경제 시한폭탄’ 은행을 바꿔야 하는 이유
문제는 은행이다. 그리스나 스페인 등 유럽 각국의 재정위기가 심각해지면서, 덩달아 주요 은행의 파산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들 나라의 국채를 매입한 은행들이 국채 가치의 급격한 하락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또 미국의 경우,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인한 위기가 아직까지 금융권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미국의 거대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나 유럽의 다국적 은행 덱시아의 파산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만일 이 은행들이 문을 닫는다면, 그 후폭풍은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때보다 훨씬 클 것으로 예측한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자신의 경제적 중요성을 빌미로 또다시 정부의 구제금융 등에 손을 내밀 수도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잘못된 관행이 되풀이돼야 할까. 은행들의 널뛰기 영업 행태를 수정할 방법은 무엇일까? 가 현재 은행의 문제점과 개혁 방안을 살펴봤다.  _편집자
우베 장 호이저 Uwe Jean Heuser 경제부 편집장

시위에 참석한 사람은 6천 명 정도였다. 지난 10월 중순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점령시위’ 주최 쪽은 6천 명이나 동참한 것에 한껏 고무됐지만, 금융산업에 반대하는 점령시위 참석 인원으로는 적은 수임이 틀림없다. 만일 독일 대학들이 소폭이라도 등록금 인상을 예고했다면 이보다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시위했을 것이다.
다만 놀라운 사실은, 적은 시위 인원 수에 비해 독일에서의 반향이 엄청나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 중 하나는 의심할 여지 없이, 프랑크푸르트의 점령시위가 미국 뉴욕의 월가 점령시위와 남유럽 국가의 점령시위에서 촉발된 국제적 시위라는 점이다. 올해 튀니지에서 시작된 시위가 전체 아랍권에 폭발적 반향을 일으켰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 점은 분명히 고무할 만하다. 하지만 점령시위의 반향이 큰 이유는 훨씬 간단하다. 바로 점령시위가 주장하는 내용이 구구절절 옳기 때문이다.


지난 11월17일 북부 잉글랜드에 위치한 노던록 은행 지점 앞을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은행이 만든 리스크는 은행이 짊어져야
점령시위는 전세계가 재정위기의 급한 불을 끄는 데 급급한 나머지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음을 정치와 사회에 주지시켰다. 금융산업이 자신의 배만 불리던 관행을 탈피하고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환골탈태해야 5년째 접어든 금융위기가 끝날 것이라는 사실이다. 탐욕스럽게 이익을 취하다가 금융위기만 닥치면 국가에 긴급 도움을 외치는 관행을 뿌리 뽑고, 스스로 만든 리스크는 직접 짊어지도록 금융산업을 철저히 재편성해야 한다. 또한 고객과 사회에 이익을 창출해야만 은행 임직원의 연봉을 늘리고, 손실을 입혔을 때는 연봉을 줄여야 할 것이다. 금융업계가 자율적으로 연봉을 조정할 능력이 없다는 것은 2008년 뉴욕에서 영국 런던에 이르기까지 전세계 금융기관들이 구제금융을 지원받은 뒤에도 임직원에게 고액 연봉을 지급한 대목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실제로 전세계 은행가들과 금융 종사자들은 여전히 고액 연봉을 챙겼다. 외환과 국채, 은행 주식도 거래 종목에 포함돼 있다. 또한 이익 창출과 상관없이 은행 임원들에게 보너스가 계속 지급됐다.
미국과 유럽의 대형 은행들이 보유한 자기자본이 과거와 비교해 늘어났고, 도이체방크가 직접 손실을 메워야 하는 투기 거래량을 대폭 줄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전세계 대형 은행의 수익률은 여전히 높다. 또한 수익의 과실은 누리지만, 손해는 국가가 메워야 한다는 대형 은행들의 구시대적 사고방식은 전혀 달라지지 않고 있다. 최근 은행 위기는 은행의 탓이 아닌, 재정위기를 부른 국가의 탓이라는 요제프 아커만 도이체방크 회장의 말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아커만 회장은 분명히 전세계적으로 상위 클래스의 은행가 중 한 명이다. 그는 그리스가 국채를 제대로 상환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측했을 만큼 내공을 갖춘 은행가다. 하지만 도이체방크는 유럽에 재정위기가 불어닥치기 전에 다른 금융기관들과 함께 남유럽 국가들에 아주 저렴하게 대출해주는 오판을 했다.
새로운 규제 법규가 제정되고 감독기관부터 달라져야만 금융산업이 근본적으로 재편될 수 있다. “은행자동화기기 이후 금융계에 혁신이라고는 전무하다”는 명언을 남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폴 볼커 전 총재처럼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필요도 없다. 전세계를 상대로 시시각각 새로운 대출상품과 투기금융상품을 만들어내며 숨가쁜 속도전을 벌이는 금융산업은 자신의 주위에서만 빙빙 돌고 있다.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금융업계의 속도를 늦춘다면 금융계 임원들의 보너스는 증발해버리겠지만, 경제 전반은 과거 어느 때보다 잘 돌아갈 것이다. 
지금은 국가가 국민의 신뢰를 되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국가가 무조건 긴축재정을 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금융산업을 재편하려면 먼저 새로운 규제 법규를 정비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은 끝이 보이지 않는 재정위기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고, 민주주의가 재정위기의 뒤꽁무니만 따라다니는 무기력한 지원군이 아닌 앞장서서 경제의 견인차 구실을 할 수 있음을 새로이 깨닫게 된다. 새로운 금융산업에 대한 규제 법안의 청사진과 세부 내용이 일부 나왔지만, 실행과는 여전히 거리가 멀다. 은행 감독은 엄격하고 독립적으로 이뤄져야 하고, 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은 상향 조정돼야 한다. 금융상품은 주식시장에서 공개적으로 거래돼야 한다. 금융거래세는 고삐 풀린 시장의 속도를 늦추는 구실을 할 수 있다.
각국 정부가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협의의 의미에서 은행을 길들이는 것이 아니다. 광의의 의미에서 펀드 및 금융기관의 자회사, 그리고 투자은행 등 전체 금융기관을 길들이려면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만약 금융업계 길들이기가 순탄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은행에 구제금융을 지원하거나 은행을 분리하는 양자택일을 한다. 이런 결정은 전세계 금융업계에 커다란 파급효과를 낳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십억 명의 투자자와 은행들이 법적 규제가 닿지 않는 무풍지대에 있는 헤지펀드로 이동하고 있다. 하지만 다음 거품은 헤지펀드에서 터질 것으로 내다보는 금융업계 관계자들도 있다. 그래서 미국의 워싱턴 은행들이 헤지펀드에 계속 투자할 수 있게 정부의 금융업계 규제 계획을 좌초시켜버린 것은 절대 우연이 아니다.
유럽이 그리스의 구제금융에, 미국이 대선에 온통 정신이 팔려 있는 동안 점령시위가 우리가 놓치고 있던 것을 상기시켜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프랑크푸르트의 금융 중심지에서 시위 인원 6천 명은 결코 많은 수는 아니지만, 점령시위대에 대한 공감대는 엄청나다. 좌파, 우파, 노동자, 기업 등 거의 모든 진영이 점령시위대의 주장에 공감하고 있다. 또한 좌우를 막론하고 모든 정치인이 점령시위에 찬성 및 공감 의사를 표시한 것은 단순한 포퓰리즘만은 아니다. 수많은 국회의원들이 점령시위를 우리가 놓치고 있던 것을 만회할 절호의 기회로 본다. 미국과 영국만 합류한다면 전세계가, 혹은 미국과 영국이 국내의 저항에 부딪혀 계속 주저한다면 유럽이라도 나서면 된다.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국가별로 각개전투에 들어가면 된다.

위기 때 흔들리지 않고 호경기 땐 광풍도 없어야
금융업계 로비스트들은 은행을 규제하면 금융업이 약화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전세계는 금융위기가 닥쳐도 흔들리지 않고, 호경기에도 주택담보대출의 광풍에 휩쓸리지 않는 신중한 금융산업을 원한다. 그래도 독일의 금융산업은 현재 5년 전과 비교한다면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로 많이 달라졌다. 
특히 금융산업의 대대적인 재정비는 재정위기를 극복하는 서막이 될 수 있다. 중앙은행이 과도한 부채에 허덕이는 은행과 국가를 구제금융으로 생명을 연장시키고, 일반 예금자들이 사상 최저의 이자율로 인한 손실을 감내하던 시절은 과거의 일이 될 것이다. 이제는 물가가 안정되고,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이 자초한 금융위기에 책임을 지는 시기가 도래할 것이다. 

ⓒ Die Zeit·번역 김태영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