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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5일 금요일

세상도 목회하려고 재정 절반 밖으로


이글은 뉴스앤조이(NEWSNJOY) 201304-04일자 기사 '세상도 목회하려고 재정 절반 밖으로'를 퍼왔습니다.
[이웃과 함께하는 도시 교회 5] 재정 50% 구제·선교에 쓰는 청주주님의교회

▲ 청주주님의교회는 재정의 절반은 무조건 교회 밖을 위해 사용한다. 이 돈은 주로 구제와 장학, 선교에 쓰고 있다. (사진 제공 청주주님의교회)


주서택 목사(청주주님의교회)는 무모하다. 25년간 몸담았던 한국대학생선교회(CCC)에서 나와서 2002년12월 충북 청주에서 교회를 개척했다. 가족을 포함해 7명이 개척 교회를 시작했다. 그런데 예배당은 청주에서 가장 큰 교회가 이전하면서 남기고 간 큰 건물이었다.
 
주 목사는 개척하기 전부터 교계에 이름이 알려진 목회자였다. 학생 신앙 운동의 붐을 일으켰고 한국교회에서 내적 치유 사역 바람을 일으켰다. 그렇더라도 자신을 포함해 교인 7명을 목회하는 초짜 목사가 이렇게 큰 건물부터 '지르는' 건 앞뒤를 헤아리지 않은 행동 아니었을까. 주 목사는 "그게 CCC 김준곤 목사님에게서 훈련받은 믿음 스타일"이라고 했다. 비록 몇 명 안 되지만 이 큰 예배당을 허락하신 하나님께서 성도들도 채워 주실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교회 개척 세미나에서는 건물보다 사람이 먼저라고 가르친다. 그것이 올바른 길이고 안전한 길이기도 하다고 했다. 그렇지만 청주주님의교회(충북 청주시 흥덕구 내수동로 133번지)는 반대로 형편에 맞지 않은(?) 규모의 건물을 먼저 갖췄다. 가장 하지 말아야 할 개척 방식을 따른 셈이다. 이런 개척을 두고 사람들은 '헤롯 개척'이라고 비판한다. 헤롯은 민심을 얻으려고 솔로몬 왕이 건축한 것보다 더 큰 성전을 지었다.
 
주서택 목사의 무모한 개척
 
하지만 조금 더 내부 사정을 살펴보면, 청주주님의교회의 개척을 헤롯 개척이라고 폄하할 수 없다. 오히려 맑은 가난을 선택하여 소박한 길을 걸어왔다. 어쩌면 무모할 정도로 재정을 아껴서 교회 밖 목회를 위해 써 왔다. 청주주님의교회는 초창기 큰 예배당 한쪽에서 조촐하게 예배를 드렸다. 은행 융자로 건물을 인수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물품들은 소박하다 못해 궁색해 보일 정도로 저렴하게 구비했다.
 
주변 교회들이 리모델링을 하거나 이사하면서 버리고 간 예전 도구들을 구해 왔다. 장의자는 다섯 교회에서 얻어 왔다. 지금도 청주주님의교회 예배당에는 00교회라는 문구가 박힌 의자며 집기가 눈에 띈다. 십자가는 한 신자가 산에서 나무를 베어 직접 제작한 것이다. 외벽에는 이전 교회의 주춧돌이 그대로 남아 있다. 일부러라도 가릴 법 한데 굳이 그런 곳에 헌금을 쓰지 않는다고 했다.
 
청주주님의교회가 예배당을 인수했을 때는 건축한 지 30년이 넘어 철거 직전이었다. 초창기에는 당장 비가 새는 것만 막고 예배를 드렸고, 교인이 늘어난 지금도 낡은 외부 벽돌만 교체하고 나머지는 거의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예배당만 그런 게 아니다. 교회 사무실과 담임목사실, 접견실 등은 모두 소박한 공간과 책상, 의자들이다. 돈을 쓴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안전하고 예배하는 데 불편하지만 않으면 된다"는 것이 주 목사와 청주주님의교회가 교회 건축과 건물을 대하는 일관된 자세다.
 
재정 절반은 무조건 교회 밖으로
 
주 목사는 재정 사용에서도 무모함을 일관되게 유지했다. 개척한 첫 달 교인들에게 선포했다. "우리 교회는 재정의 50%는 반드시 교회 밖을 위해 씁니다." 그때야 평소 주 목사를 아는 지인 몇 명과 가족들만 모일 때여서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10년 동안 이 원칙을 그대로 지키고 있다.
 
은행 융자를 갚기도 빠듯한 현실에서 재정 절반을 구제와 선교, 봉사에 사용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주 목사는 자기 말에 자기가 걸려 넘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교 단체 활동가 시절 교회를 돌며 설교를 많이 했습니다. 그때마다 교회는 교회 안과 교회 밖을 함께 목회하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며, 재정의 반은 세상 목회를 위해 써야 한다고 열변을 토했지요. 교회 자신만을 위해 재정을 쓰면 그건 반쪽짜리 목회라고 비판했는데, 내가 목회자가 되어 다른 행동을 할 수 없지 않습니까. 제 코에 꿰인 겁니다."
 
힘들지만 행복한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청주주님의교회는 개척 10년을 넘기며 1000여 명이 출석하고, 연 결산 20억 원에 이르는 중형 교회로 성장했다. 하지만 아직도 초창기에 진 은행 융자를 다 갚지 못하고 있다. 한두 해만 눈을 딱 감고 외부로 나가는 돈을 융자 상환에 썼어도 이미 해결할 수 있었다.
 
재정 지출을 조정해 은행 융자부터 처리하자는 교회 내부의 목소리가 없는 것도 아니다. 특히나 재정을 맡은 장로들은 교회 현실을 잘 알기에 더욱 주 목사에게 간청했다고 한다. 교인들은 "융자 상환을 다 끝낸 뒤에 재정의 70%를 밖으로 쓰더라도 지금은 융자부터 해결하자"고 했다. 쪼들리는 상황이었기에 설득력이 있었다고 주 목사도 회고했다. 그렇지만 '재정의 반은 교회 밖으로'라는 원칙을 꺾은 일은 없었다.
 
맑은 가난을 선택한 교회
 
"'내가 쓰고 남으면 이웃을 돕겠다'고 생각하면 평생 나누기 어렵습니다. 교인들의 말이 일리가 있었습니다. 우리는 시작부터 복 받은 교회였습니다. 다른 교회들이 누리지 못한 축복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나눔을 뒤로 미룰 이유가 전혀 없었습니다."
 
10억 원에 이르는 재정이 어떻게 교회 외부를 위해 쓰이는지는 매달 공개되는 재정 현황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공동의회록은 늘 사무실에 비치해 두는데, 회의록에는 한 해 예산과 결산을 비롯해 재정 현황과 감사 보고서 등도 열람할 수 있다. 실제로 2012년 지정목적헌금을 제외한 일반재정 결산 총수입 14억9000만 원 가운데 정확히 절반인 7억 4500만 원을 선교 재정으로 떼었다. 그리고 실제로 선교에는 8억1300만 원이 쓰였다.
 
이렇게 외부로 쓰는 돈 가운데 절반가량은 농어촌 교회나 미자립 교회, 해외 선교 후원금으로 사용한다.그리고 많이 지출하는 곳은 교계와 일반 시민단체, CCC 간사들을 포함하는 학원 선교 지원이다. 성서한국과 교회개혁실천연대, 와  같은 교회 개혁을 지향하는 단체와 언론사들을 후원하고, 청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풀뿌리 시민 단체와 기독교 단체들도 지원하고 있다.
 
장학금으로도 해마다 7000만 원 가까이 지출했다. 대학생 70명, 고등학생 30명을 해마다 후원한다. 이외에도 교회와 가까운 곳에 있는 초・중・고 학생들은 따로 특별 장학금 형태로 지급한다. 장학금은 매년 두 차례에 걸쳐 지원하는데, 지난 3월 첫째 주에는 2013년도 상반기 장학금을 지급했다.
 
"저희 교회는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합니다. 1년에 한 번은 내외부에서 감사를 받고, 매월 재정 보고를 홈페이지에 올립니다. 헌금이 얼마가 들어왔고 어디로 흘러가는지 누구든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무실에도 공동회의록 등을 마련해 놓았습니다. 투명할 뿐 아니라 이웃을 위해 건강하게 쓴다는 걸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당연한 것인데, 교인들에게는 특별하게 보였나 봅니다. 이런 식으로 교회가 스스로 가난을 선택하고 그 과정을 맑고 투명하게 공개하고 운영하니까 교인들이 무척 자긍심을 가지고 자랑스러워합니다.그래서 교인들이 자기 형편에서 최선을 다해 헌금하는 것 같습니다. 다른 교회들에 비해 헌금 금액이 많은 편입니다."
▲ 사랑의나눔마켓은 청주주님의교회가 펼치는 핵심 구제 사업이다. 교인들은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을 찾아 사랑의나눔마켓을 이용할 수 있는 상품권을 건네고, 그들이 필요한 물품을 직접 살 수 있도록 한다. ⓒ뉴스앤조이 주재일


교회의 자랑, 맞춤식 구제 현장 '사랑의나눔마켓'
 
청주주님의교회의 또 다른 자랑은 '사랑의나눔마켓'이다. 어려운 이웃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6년 전인 2007년 4월 교회 옆 선교관 1층에 50평 규모로 마련한 매장이다. 이곳에 쌀, 라면, 국수, 된장, 고추장, 세제 따위의 주・부식과 생필품 60여 종을 진열해 놓았다. 기부받은 의류는 1000원에 팔고 있다.
 
사랑의나눔마켓은 독특한 방식으로 운영해, 맞춤형 구제의 모범 사례로 꼽히고 있다. 이곳은 현금이 아닌 상품권으로만 이용할 수 있다. 교회는 매년 1억 원 어치의 '사랑나눔상품권'을 발행한다. 그리고 교인들에게 1인당 5만 원 상당의 상품권을 달마다 나눠준다. 교인들은 자신이 사정을 잘 아는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한다. 거동이 불편한 이들을 위해서는 직접 배달도 해준다.
 
상품권은 청주시청과 구청 등 지자체를 통해서도 5000만 원 가량이 배포된다. 교인들이 미처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도 나눔이 흘러가기를 원해서다. 사랑나눔상품권은 정부의 복지 혜택이 미치지 못하는 조건을 가진 이들에게 돌아갈 수 있어 실효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도권 아래서 정부의 도움을 받는 빈곤층은 그래도 먹고 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부양가족이 있다는 이유 등으로 제도권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은 정말 생존권에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이들을 실질적으로 돕고 싶었습니다. 사회 안전망이 이들을 돌보고 구제하는 데까지 아직 미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미약하지만 우리 교회가 그러한 제도적인 구제의 한계를 메우고 싶었습니다."
 
상품권은 발행일로부터 30일까지만 사용할 수 있다. 주 목사는 "상품권에 짧은 유효기간을 둔 것은 상품권을 받은 이들이 빨리 쓰기를 권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랑의나눔마켓은 매주 화·수·목 3일간 오전10시~오후 5시 문을 연다. 교인들이 돌아가며 자원봉사자로 나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자원봉사를 하는 한 집사는 "하루에 평균 15~20분 정도가 찾는다"고 알려줬다. 그는 꼭 필요한 물건 중심으로 팔고, 상품권으로 자신에게 필요한 물품을 살 수 있어 호응도가 좋다고 했다.
 
주 목사는 물론 교인들도 사랑나눔마켓에 관한 자부심이 높다. 올해까지 6억 원의 재정을 사랑의나눔마켓을 통해 지역사회로 자연스럽게 흘려보냈다. 사랑나눔마켓은 제직회 산하 위원회를 두어 관리한다. 위원회에서는 그때그때 필요한 물품이 제대로 구비되고 있는지 살피고, 상품권이 잘 회전되고 있는지도 점검한다. 이러한 세세한 노력 덕분에 여러 교회들이 벤치마킹하기 위해 수시로 방문한다고 했다.
▲ 사랑의나눔마켓에는 쌀과 라면, 세재 등 생필품과 의류 등을 진열해놓았다. ⓒ뉴스앤조이 주재일


구호 현장 달려가는 선한이웃봉사단 발족
 
2011년부터는 더 적극적인 봉사 활동을 위해 선한이웃봉사단(단장 김옥태 장로)을 조직했다. 의료와 미용,교육, 건축 분과 등으로 나눠 봉사단원을 모집하고 작년 한 해 활동을 펼쳤다. 현재는 50명가량의 교인들이 활동하며, 시골 교회를 찾아가 수리를 돕고, 교회가 자리 잡은 마을에서 의료와 이・미용 봉사도 함께 펼쳤다. 작년 하반기에는 봉사단 전체가 나서서 네 가정에 2000장의 연탄을 배달하기도 했다. 또 독거노인들이나 조손 가정 등을 찾아가 생필품도 전달하고 집도 수리하고 있다.
 
올해는 더 적극적으로 단원 모집을 할 계획이다. 농촌 교회들을 방문해 교회를 수리하고, 교회가 자리 잡은 마을에서는 의료와 미용 봉사를 펼친다. 연탄이나 쌀, 생필품 등이 필요한 이들에게는 직접 배달도 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갖추어야 한다고 판단해, 조직을 튼튼하게 갖춰 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근에 봉사 활동을 위한 승합차도 구입했다. 김옥태 단장은 "상시 봉사 활동도 펼치지만, 응급 구호를 펼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춰 가려고 한다. 단원들도 긴급하게 출동할 수 있는 연락망을 만들고 필요한 물품도 구비해 놓았다. 바로 출동할 수 있도록 차까지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주 목사와 김 장로는 이러한 활동이 청주주님의교회 교인이 늘어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고 했다.우선은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교회가 보탬이 되는 이웃으로 있으면 좋겠다고 했고, 다음은 세상 사람들이 교회를 좋은 이웃으로 받아 주기를 희망했다. 그래서 봉사단 이름도 '선한 이웃'이다.
 
"개독교라 욕먹어도 할 말이 없는 일이 여기저기서 터지고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어쩌면 그보다 훨씬 많은 교회와 기독교인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봉사하고 자기 것을 나누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잘 하고 있는데 오해한다고 억울해 하는 게 아닙니다. 말이 아니라 몸으로 믿음직한 이웃으로 살면 되는 것이겠지요. 진심은 통하는 법이니까요."
 
교회 공공성 회복 위해 목사·장로 임기제 도입
 
이웃들과 함께하는 교회 활동으로 시작한 주 목사와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교회가 욕을 먹는 이유로 옮겨 갔고, 세습에 이르렀다. 주 목사는 교회가 세상으로부터 손가락질을 받는 큰 이유 가운데 하나로 담임목사직 세습을 꼽았다. 그는 하나님의 것을 목사 개인의 것으로 착각하기 때문에 세습을 한다고 지적했다. 지긋지긋한 오너십이 문제라고 열변을 토했다. 회사처럼 교회를 소유물로 본다는 게 문제라는 말이다.
 
목사나 특정 세력의 욕망을 억제하기 위해 목사와 장로 임기제를 교회 정관에 명시해 두었다고 주 목사는 설명했다. 사람은 믿음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 주 목사는 개척한 지 6년 만에 재신임 투표를 거쳤다. 교인 98%가 그에게 지지를 보내 주어 연임하게 되었다.
 
"재신임을 묻는다는 것은 사람들에게 인기투표를 하는 게 아니더군요. 하나님 앞에 겸손하게 서는 행위였습니다. 교인들을 통해 하나님께 평가를 받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만 그런 게 아니라 교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저 표만 던지는 게 아니라 마음까지 모으는 일입니다."
 
목사뿐 아니라 장로 임기제도 도입했다. 장로들은 97~99%에 이르는 지지를 받고 재임했다. 오히려 주 목사보다 더 높은 지지를 얻었다. 그러다보니 재임 투표를 하는 날은 긴장감이 감돌면서도 서로를 격려하는 분위기 속에서 치렀다. 처음 열리는 재임 투표가 모두에게 생경했지만, 서로에게 힘을 북돋는 결과가 되었다.
 
재임 선거가 잔치였다고 했지만,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2%의 교인들에 대해서는 주 목사 마음이 복잡하지 않았을까. 98%라는 절대 다수의 교인들이 자신을 목회자로 인정하고 지지해 주었더라도, 나머지 교인들은 왜 나를 반대했을까 신경이 쓰이기 마련. 주 목사도 이들을 어떻게 만나 갈까 고민을 많이 했다고 털어놓았다.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교회를 떠나는 교인들을 보면서 2%에 해당했던 이들은 아니었을까 추측했다.
 
"2%가 내게 주는 의미는 겸손이었습니다. 재임 선거 결과가 하나님과 교인들 앞에 더욱 낮은 자세로 목회하도록 만든 것 같습니다. 다른 생각을 품은 이들이 교회 안에 있다는 것이 교회와 나 자신을 건강하게 만듭니다. 무엇보다 재임 선거를 치르면서 담임목사가 투표로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교회 전체가 체감한 게 중요했습니다. 교회가 목사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것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공유하는 사건이었습니다."
▲ 청주주님의교회 주서택 목사는 두 번째 임기를 마친 뒤 조기 은퇴하기로 했다. 이후에는 내적치유사역연구원에서 목회자를 목회하는 삶을 살 계획이다. ⓒ뉴스앤조이 주재일


63세로 조기 은퇴 예정
 
주 목사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가기로 했다. 올해 재임 4년차를 맞는데, 더는 연임하지 않기로 미리 선언한 것이다. 올해로 61세를 맞은 주 목사는 2년 뒤 63세로 조기 은퇴를 하게 된다. 갑자기 내린 결정이 아니라 임기제를 도입할 때부터 미리 재임이 되더라도 두 번까지만 하겠노라 미리 알렸다. 그래서 지금 주 목사도, 교인들도 아름답게 헤어지는 길을 찾는 중이다.
 
청주주님의교회가 커지면서 주 목사는 계속 자신에게 물음표를 던졌다고 했다. '과연 내가 이렇게 좋은 교회를 목회할 그릇이 되는가.' 밖에서 칭찬하는 소리가 아니라 본인의 내부에서 들리는 하나님의 정직한 음성을 들으려 했다. 특히 교회 목회와 내적치유 사역을 동시에 펼치는 것도 버거운 일이었다고 했다. 조금 일찍 내려놓는 것이 자신과 교회에 유익하겠다고 판단했다.
 
교인들에게도 유익한 결정이라고 했다. 임기제를 도입해도 목사와 장로는 웬만하면 계속 연임하기 때문에 두세 번 반복하면 큰 도전을 받지 않을 가능성이 큰데, 자신의 조기 은퇴는 교인들에게 '교회가 무엇이며 어떠해야 하는지' 성찰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주 목사가 교인들이 깨닫기를 원하는 바는 '교회의 공공성'이다.
 
"교회는 하나님의 것입니다. 우리 교회만이 아니라 저 깊은 산속 시골의 작은 교회도 동일하게 하나님의 교회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그러자면 교회의 역사를 공부해야 합니다. 지금 한국교회의 다양한 모습은 128년 선교 역사의 열매입니다. 자기가 잘나서 그리 된 게 아닙니다. 128년 된 한국교회라는 나무에서 영양분을 받아 맺은 열매입니다. 신앙 선배들의 순교와 헌신, 그리고 이름 모를 무명 성도들의 기도가 쌓여 오늘의 교회가 있게 된 것입니다. 목회자 자기의 수고만으로 이런 결과를 이뤘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입니다."
 
교인들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고, 한국교회 목회자들 들으라고 쏟는 충언이기도 하다. 특히 제법 규모가 큰 교회를 목회하는 이들에게 자만하지 말라고, 자기 교회만이 아니라 더 큰 하나님의 교회를 보라고 권하는 외침이다. 교회의 역사를 공부하지 않고 자기 교회만 목회하다 보니 목사가 귀족화되었다고 했다. 주 목사는 한국의 5만 5000교회에 5만여 명의 교황이 있다는 얘기가 있다며, 귀족 목사들의 회개를 촉구하는 평소 생각도 거침없이 풀어 놓았다.
 
목회자를 목회하는 목사로 살 것
 
한편에서 교회의 공공성에 대한 의식이 희미해지고 있다면, 다른 한편에서는 힘을 다 소진해 기진맥진한 목회자들이 너무 많다고 주 목사는 진단했다. 내적치유사역연구원(주서택 원장)을 이끌며 지난 20년간 교인들과 목회자들을 만나면서, 갈수록 치유와 회복, 쉼이 필요한 목회자가 늘어나는 것을 확인한다고 했다.조기 은퇴 이후 주 목사의 삶도 이들의 회복에 맞춰져 있다.
 
"주저앉아 있는 목회자와 선교사 가정을 다시 일으키는 일에 남은 삶을 쏟고 싶습니다. CCC 선교 사역에25년을 몸담으며 제자 훈련을 체계화했습니다. 그리고 제자 훈련으로는 부족했던 내면 치유의 문제를 풀려고 지난 20년간 씨름했습니다. 그동안 쌓아 온 연구와 임상을 바탕으로 목회자들을 목회하고 목회자들의 영성 회복을 돕는 목사로 살고 싶습니다."
 
지금도 주 목사는 꾸준히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내적치유사역연구원을 찾는 다양한 목회자와 선교사, 사모들을 대상으로 목회 현장에서 겪는 상처와 아픔, 고뇌를 상담하고 극복할 수 있는 길을 함께 찾아가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주 목사는 목회자이기에 혹은 사모라는 이유로 말하기 어려웠던 이야기를 꺼내 놓고 진단해 가는 과정에서 목회자들이 새 힘을 얻어 현장으로 재파송되고 있다고 말했다.
 
내적치유사역연구원은 목회자뿐 아니라 교인들과 일반인들도 참여하고 있다. 지난 20년간 4만 4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장단기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지난해 여름과 겨울에도 각각 700명과 500명이 다녀갔다. 최근에는 충북교육청과 함께 교사들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도 힐링 캠프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찾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올해 상반기 안으로 내적치유사역연구원 안에 200명이 숙박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 중이다.
 
주 목사는 신앙인이든 아니든 사람들의 삶에 붙어 있는 쓴 뿌리 같은 마음의 문제를 치유하는 데 강의 몇 번으로 치유될 수는 없다고 했다. 다만 주 목사의 역할은 자기 내면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자신을 반복적으로 절망에 빠지게 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직면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했다. 일상으로 돌아가 기존의 삶을 넘어설 수 있는 힘을 길러 내고 새로운 삶을 살도록 이끄는 계기를 만들어 내는 목사, 십자가의 능력과 성령의 능력으로 다시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는 목사로 남은 사역을 채워 갈 계획이다.

주재일 (jeree) 

2012년 8월 27일 월요일

무디스, 한국신용등급 격상. 일본과 같아져


이글은 뷰스앤뉴스(Views&News) 2012-08-27일자 기사 '무디스, 한국신용등급 격상. 일본과 같아져'를 퍼왔습니다.
한중일 신용등급 동일, 한국 재정과 수출경쟁력 높게 평가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27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1'에서 'Aa3'로 1단계 전격 상향조정했다.

'Aa3' 등급은 투자 등급 중 4번째로 높은 것으로, 일본 국가신용등급과 동일한 수준이다. 일본의 신용등급은 우리나라보다 계속 높았었으나 지난해 8월 강등된 반면에 우리나라 신용등급은 이번에 높아지면서 동급이 됐다. 

앞서 무디스는 지난해 11월 중국 신용등급도 'Aa3'로 높여, 한중일 3국의 신용등급은 모두 같아졌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무디스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이처럼 한국 국가신용등급을 한단계 높이고 신용등급 전망은 '안정적'으로 매겼다.

무디스는 성명을 통해 "한국 재정부문의 강한 펀더멘털은 국내외의 불확실한 (경제적) 쇼크에 대응할 수 있는 정책적 대응 여지를 주고 있다"고 강등 이유를 밝혔다.

무디스는 또한 글로벌 성장세가 회복하면 수출기업의 경쟁력이 한국이 경기 둔화에서 회복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한국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도 한 요인으로 꼽았다.

한편 시장에서는 외국인들이 이십여일 전부터 종전에 주식을 매도하던 패던에서 벗어나 거센 순매수세로 돌아선 것이 이같은 신용등급 상향 움직임을 감지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을 하고 있다.

임지욱 기자

2012년 7월 24일 화요일

태백시 재정 거덜낼 의혹, 검찰은 왜 미지근한거야?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7-23일자 기사 '태백시 재정 거덜낼 의혹, 검찰은 왜 미지근한거야?'를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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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쏙] 한 대법관 후보의 고향, 폐광촌 흉흉한 사연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는 지난 11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10여가지 의혹 및 결격 사유가 제기되며 ‘사상 최악의 대법관 후보’라는 오명을 얻었다. 제일저축은행 비리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브로커 노릇을 한 사채업자 박영헌(61)씨와의 부적절한 관계 등 도덕적 결함이 폭로된 것이다. 청문회 이후에도 의혹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김 후보자의 고향이자 각종 의혹의 진원지인 강원도 태백시를 현지 취재했다.강원랜드에서 동쪽으로 20분쯤 달리자 비 온 뒤 구름이 휘감고 있는 산꼭대기에 오투리조트 콘도 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골프장을 지나 로비에 내리자 여느 리조트처럼 직원들이 환한 미소로 손님을 맞았다. 그러나 기자의 질문 하나에 접수담당 직원의 미소는 사라졌다.“월급은 제대로 받고 있나요?”“5개월째 월급을 못 받고 있어요. 수당까지 치면 7~8개월 정도 제대로 못 받은 셈이에요.”겉만 보면 오투리조트는 성업중이다. 424실의 콘도는 강원도 태백시에서 열리는 핸드볼대회, 추계대학축구연맹전, 전국중고등학교육상선수권대회로 8월 중순까지 만실이다. 고도가 높아 한여름에도 서늘한 골프장은 주말마다 예약이 꽉 찬다. 하지만 재정 상태는 파산 직전이다. 오투리조트를 운영하는 태백관광개발공사는 빚만 3517억원이다. 2044%에 이르는 부채비율은 전국 133개 지방 공기업 가운데 단연 1등이다.오투리조트의 빚 3517억원 가운데 1460억원이 태백시가 채무보증을 선 빚이다. 개장 5년째 해마다 2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오투리조트가 빚을 갚을 능력이 없기 때문에 태백시가 이를 고스란히 떠안을 가능성이 높다. 태백시 1년 예산 2450억원의 60%에 이르는 규모다. 태백시청 기획감사실 관계자는 “오투리조트 때문에 태백시 재정도 거덜날 지경”이라며 “일본의 파산한 폐광도시 유바리시처럼 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한탄했다.강원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011년 4월 오투리조트 비리 사건 수사에 착수했다. 공무원과 시공업체 사이에 수많은 비리가 있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오투리조트 건설본부장 정아무개(53)씨의 횡령과 배임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도 들어왔다. 경찰은 정씨에 대한 구속수사 의견을 냈지만, 사건을 지휘한 춘천지검 영월지청은 정씨를 불구속 송치하라고 지시했다. 그 뒤로 오투리조트에 대한 수사는 사실상 중단됐다.

3517억 빚덩이 ‘오투리조트
’직원들 월급 끊긴지 5개월
태백시가 1460억 빚보증

공무원-시공사 비리설 꼬리
경찰쪽 구속수사 의견에도
검찰 “불구속 송치” 흐지부지

주민 원성에 신임시장이 특감
부실·도덕적 해이 100건 나와
검찰은 또 “배임 적용 쉽잖아”

박종기 전 시장에 이어 시장이 된 김연식 태백시장은 2011년 7월 14명의 인력을 투입해 오투리조트에 대한 특별감사를 시작했다. 파산지경에 이른 사업에 대해 처음으로 이뤄진 감사였다. 는 지난 19일 이 특별감사 결과보고서 전문을 입수했다. 감사 결과, 정책 결정에서부터 운영·구매·영업에 이르기까지 총체적 부실과 도덕적 해이가 드러났다. 사업비는 최초 1713억원에서 수차례 설계변경 과정을 거쳐 4403억원까지 늘어났다. 회원권 4862개를 팔아 2565억원을 마련하고 이 자금으로 늘어난 사업비를 충당한다는 거창한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실제 판매액은 목표액의 6분의 1에 불과한 450억원에 그쳤다. 임원들의 도덕적 해이도 상당했다. 임원들이 공짜로 오투리조트를 이용한 금액만 3억5000만원이나 됐다. 브라운관 텔레비전 424대를 구매했다가 다시 1억9700만원을 들여 엘시디(LCD) 텔레비전을 구매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빚어졌다. 태백시청에서 만난 한 공무원은 “사업비를 증액한 근거는 회원권을 모두 분양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뿐이었다”며 “제때 감사를 하거나 수사기관이 수사를 했다면 지금처럼 부실이 심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태백시는 지난 1월 춘천지검에 감사 결과 보고서를 제출하며 수사를 의뢰했다. 하지만 6개월에 걸친 검찰 수사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검찰은 지난 9일 박종기 전 태백시장과 오투리조트 시공사 회장 등 6명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6명 모두 개인 비리 혐의였다. 특히 박 전 시장은 부하 공무원의 승진 대가로 뇌물을 받고 업무추진비를 횡령한 혐의로만 기소됐을 뿐 오투리조트 사업과 관련해서는 아무런 잘못도 드러나지 않았다. 오투리조트 수사가 부실했다는 비난에 대해 춘천지검 관계자는 “개인 비리는 명확하지만, 사업을 방만하게 한 것을 처벌하려면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하지만 지역 민심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지난 19일 하일호 태백희망네트워크 대표는 태백시청 2층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태백시가 시민을 위해 써야 할 4400억원을 엉뚱한 곳에 썼다”며 “태백시의 자체 감사 결과를 보면 온통 부실 덩어리인데, 검찰의 수사 결과는 박 전 시장 등 책임자들에게 면죄부만 준 꼴”이라고 주장했다.검찰의 수사 결과에 대한 불신은 김진만(57) 부시장과 브로커 박영헌(61)씨에 대한 의혹의 눈길로 이어진다. 김 부시장과 브로커 박씨는 김병화(57·전 인천지검장) 대법관 후보자의 가장 가까운 태백 인맥으로 꼽힌다. 김 부시장은 인구 5만에 불과한 태백시가 배출한 검사장인 김 후보자와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함께 다닌 친구 사이다. 태백시청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태백에 있는 김 후보자의 산소를 김 부시장이 관리해주고, 김 후보자가 1년에 한두 차례 성묘를 올 때마다 만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 전직 시의원은 “2010년 김병화씨가 검사장이 됐을 때 시청 앞 도로에 커다란 축하 펼침막이 걸렸다”며 “김 부시장이 김병화 후보자와 친하다는 것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한 시청 공무원도 “김 부시장이 공석과 사석을 막론하고 김병화 후보자에 대한 얘기를 자주 해왔다”고 전했다.

전 경기청장에 돈건넨 이들
한명은 김병화 동창생 부시장
한명은 김병화 선배인 브로커

부시장은 ‘김병화와 무관’ 강변
“그분께 청탁한 적 없습니다
그런 얘기하면 전화 끊습니다

”주민들은 의혹의 눈길 여전
“산소까지 관리 해주는 친구가
검찰에 있는데 로비 안했겠나”

브로커 박씨는 김 후보자의 중학교 선배다. 박씨는 재경태백시민회를 만들어 회장을 맡았고, 김 후보자가 이 단체 감사를 맡았다. 둘은 한달에 한번씩 등산을 함께 했고, 2001년엔 서울 서초동의 고급아파트를 나란히 구입하기도 했다. 한 지역신문 기자는 “박씨가 태백에 오면 박종기 전 시장과 김 부시장이 나가서 맞이할 정도로 위세가 좋았다”며 “박씨가 김 후보자를 비롯해 정·재계 인사들과도 인맥이 넓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결국 박씨는 김 후보자의 위세를 등에 업고 제일저축은행 브로커 노릇을 하다 구속돼, 지난 20일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김 부시장과 박씨는 지난해 3월19일 박종기 당시 시장에 대한 강원경찰청 광역수사대의 수사가 잘 처리되도록 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이철규(55) 전 경기경찰청장에게 현금 1000만원을 건넸다. 로비가 통하지 않았는지, 경찰은 박 시장의 집과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하는 등 강도 높은 수사를 계속했다. 하지만 검찰은 두차례나 경찰의 압수수색영장 신청을 반려하면서 사건을 내사종결 처리했다. 이철규 전 청장을 통한 경찰 로비는 실패했지만, 검찰에 대한 로비는 성공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이는 이유다. 태백시청의 한 공무원은 “박 전 시장과 김 부시장이 이미 이철규 전 청장에게 1000만원을 건냈는데 검찰에는 로비를 안 했겠냐”며 “당시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것은 경찰보다는 검찰 탓이 컸다”고 주장했다. 당시 박 전 시장 관련 수사를 진행했던 경찰 관계자는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하면 대개 2~3일 안에 결과를 경찰에 알려주는데, 당시에는 검찰이 20일이 넘도록 아무 결과도 알려주지 않아 이례적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지난 20일 점심께 태백시청 앞에서 만난 김 부시장은 이철규 전 청장에게 돈을 건넨 사실을 순순히 인정했다. 다만 “그건 선배(박종기 전 시장)가 전해달라고 해서 전달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직접 돈을 전달한 김 부시장은 내부 징계조차 받지 않았다. 이 전 청장을 만난 것처럼 김병화 후보자를 만나거나 통화한 적이 없냐는 물음에 김 부시장은 펄쩍 뛰었다.“분명히 말씀드리는데요, 오투리조트나 그 어떤 건에 대해서도 그분에게 청탁한 적 없습니다. 몇 개월에 한번씩 통화는 하지만 일반적인 통화만 합니다. 그런 얘기 하면 ‘골 아픈 거 얘기하지 마라’ 하고 (김 후보자가) 전화를 끊습니다.”

윤형중 기자 hjyoon@hani.co.kr

2012년 6월 18일 월요일

[사설]일 정치권 소비세 인상, 한국은 말로만 재정 걱정


이글은 경향신문 2012-06-17일자 사설 '[사설]일 정치권 소비세 인상, 한국은 말로만 재정 걱정'을 퍼왔습니다.

일본 정치권이 소비세율 인상에 합의했다는 소식이다. 여당인 민주당과 야당인 자민당·공명당이 지난 주말 현행 5%인 소비세율을 2014년 4월 8%, 2015년 10월까지 10%로 올리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소비세율 인상은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여야의 소비세율 인상 합의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내의 반대 목소리가 만만치 않은 데다 여야의 복잡한 정치역학 관계 등을 고려할 때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 등 향후 일정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지만 정치권이 그동안 치열하게 전개됐던 증세 논쟁을 일단락시키고 합의에 이르렀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에게 큰 교훈적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재정적자 규모나 복지 수준 등을 놓고 한국과 일본을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절대 수준의 현격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재정악화와 복지지출 증가라는 고민거리를 똑같이 안고 있다. 일본은 재정적자가 1000조엔에 이르고, 국가부채의 국내총생산(GDP) 비율이 200%를 넘는 등 세계에서 재정적자 문제가 가장 심각한 나라다. 한국도 이명박 정부 들어 재정적자가 커지고, 국가·공공기관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재정 건전성 문제가 커다란 국가적 과제가 되고 있다. 한국의 열악한 복지 수준은 일본에 비할 바가 아니지만, 빠른 고령화와 양극화에 따른 복지지출 증가가 ‘발등의 불’이다. 일본의 현실을 ‘강 건너 불’로 치부할 일은 아닌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재정 안정성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지난 4월 총선 즈음에는 재정악화를 명분으로 정치권이 내놓은 복지공약 점검에 나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재정안정 비전이라고는 균형재정 달성 시기를 2014년에서 1년 앞당기겠다는 것이 전부다. 국가부채나 공공기관부채 축소 계획도 없다. 한 해 32조원에 이르는 기형적인 조세감면을 획기적으로 정리하겠다고 큰소리쳤지만 벌써부터 굵직한 감면제도의 연장 방침을 내놓고 있다. 말로만 재정 안정성을 외치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도 다를 것이 없다. 4월 총선에서 여야 정당은 복지공약을 경쟁적으로 쏟아내면서도 이를 뒷받침할 재원마련 방안은 어물쩍 넘어갔다. 여야 모두 표심 눈치를 보느라 복지지출을 위한 증세의 필요성은 말도 꺼내지 않았다. 이래서는 안된다. 정부는 조세감면 제도부터 확실하게 정비하고, 정치권은 복지강화만 떠들 것이 아니라 증세 논의를 시작해 복지강화의 진정성과 책임있는 정치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2012년 5월 12일 토요일

승려가 재정 주무르며 잇단 물의… 판돈도 시줏돈 가능성


이글은 경향신문 2012-05-11일자 기사 '승려가 재정 주무르며 잇단 물의… 판돈도 시줏돈 가능성'을 퍼왔습니다.
ㆍ유명사찰 주지 등 고위 승려들 연루
 ㆍ불투명 종단 회계 처리가 부패 키워

조계종 승려들의 밤샘 도박사건은 승가사회가 세속사회 못지않게 타락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난 9일 고발장과 함께 검찰에 제출된 동영상에는 판돈이 수북하게 쌓인 도박판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또 술과 담배를 하는 승려들의 모습도 비쳤다.

동영상에 포착된 판돈은 대부분 불교 신자들의 시줏돈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조계종은 신뢰도 추락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찰을 포함해 경내 문화재 보수와 관리, 템플스테이 지원 등의 명목으로 국비와 지방자치단체 예산도 지원된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분노도 피하기 어렵다.

종단에 ‘돈’과 관련된 잡음이 벌어진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월에도 부산 범어사 주지 선출을 위한 산중총회를 앞두고 투표권을 가진 스님들에게 50만~300만원의 돈봉투가 살포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찰의 불투명한 회계 처리는 그간에도 입길에 올라왔다. 일부 절에서는 실제로 쓰는 돈의 일부만 회계에 반영하고 나머지는 주지가 개인적으로 쓰는 것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본사 주지가 말사 주지로부터 임명 대가로 돈을 챙기다 사법처리된 일도 있다.


지난달 23일 전남 장성의 한 호텔에서 스님들이 거액의 판돈을 놓고 도박하고 있다. 이 장면은 몰래카메라로 촬영됐다. 성호 스님 제공

근본적으로 스님들이 재정을 담당해 돈을 만지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2007년 서울 강남의 최대 사찰 봉은사 주지였던 명진 스님이 100억원에 가까운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한 뒤 “수행자는 수행에 전념하고 재정은 재가자에게 맡기자”고 해 화제가 됐던 것도 그런 결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조계종은 “한국 불교의 현실이 스스로의 허물에서 기인함을 자각하자”며 자승 총무원장 명의로 담화문을 발표하고 ‘자성과 쇄신 결사 추진본부’를 설치해 개혁 의지를 천명했으나 연이은 파문으로 진정성마저 의심받고 있다.

이번 도박사건의 핵심은 도박의 규모나 현행법 처벌 가능성을 떠나 조계종의 지도자급 스님들마저 출가의 정신을 상실했다는 점에 있다. 밤샘 도박판을 벌였다고 의심받는 8명 중에 조계종의 고위 승려들이 포함됐다는 점에서 우발적이라기보다 구조적인 문제로 분석된다. 서울 유명 사찰의 주지·부주지뿐만 아니라 수행의 모범을 보여야 할 모 사찰의 선원장까지도 도박에 가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찰의 행정을 맡는 사판승은 물론이고, 수행에 전념해야 할 이판승까지 속세의 병증에 물든 셈이다.

이들의 도박이 백양사 고불총림 방장을 지낸 수산당 지종 스님의 49재 전날 발생했다는 점도 문제다. 이들은 밤새워 아침 9시 무렵까지 도박을 하다 1시간 뒤인 10시에 열린 스님의 49재에 참석한 것이다. 이는 불교 수행정신 타락의 극치를 보여준다는 평가다. 불교계의 한 관계자는 “스님들이 술을 마시고 도박을 하는 등 계율을 어기는 일이 비일비재할 만큼 혼란스럽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조계종은 총무원장인 자승 스님이 직접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지 않고 출입기자단을 통해 참회문만을 내놓았다. 아직 사실확인이 정확히 되지 않았다는 측면도 있지만 미봉책이 아니냐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황경상 기자 yellowpig@kyunghyang.com

2012년 1월 17일 화요일

장하준 “‘잃어버린 10년’, 전세계가 겪을 수도”


이글은 시사인 2012-01-17일자 기사 '장하준 “‘잃어버린 10년’, 전세계가 겪을 수도”'를 퍼왔습니다.
장하준 교수는 2012년 세계경제는 회복되기 힘들고 앞으로도 조금 나아졌다가 계속 퇴보하는 장기 불황이 올 것이라고 경고한다.

유럽에서는 재정위기가 진행 중이고, 미국 경제는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중국이 세계경제의 견인차 노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처럼 세계경제는 오리무중 국면이다. 은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장하준 교수를 만나 ‘솔직한 전망’을 부탁했다. 그리고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들었다.

2008년 가을 금융위기가 터지자 각 나라가 협력해서 위기 국면을 봉합했다. 다시 심각한 상황이 오고 있는 이유는?
전 세계가 공조해서 재정과 통화를 팽창시켰다. 위기를 일단 진정시키고 숨 쉴 구멍을 만들려는 단기 정책이었다. 환자의 경우라면 영양제를 준 것인데, 영양제로 환자가 치료되는 것은 아니다. 그 사이에 금융 개혁도 하고 필요한 투자도 해서 궁극적으로는 경제를 회복시켜야 했다. 그러나 경기가 조금 회복되자 각국은 재정적자를 줄인답시고 정부의 역할을 다시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였고, 지금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송인호 제공

특히 유럽은 점입가경인 것 같다. 해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만약 독일이 갑자기 ‘그리스도 유럽연합(EU)의 한식구인데 끝까지 도와주자’고 마음을 바꾼다면 좋겠으나 그렇게 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와 반대로 지금 EU가 나아가고 있는 방향은, 그리스 등 재정위기로 어려운 나라를 조금 더 도와주되 이에 대해 엄청나게 조건(구제금융 조건)을 붙이겠다는 거다. 그 조건의 내용은 ‘도움받는 나라’가 재정긴축 등으로 자국 경제를 더욱 축소하는 방향으로 맞춰져 있다. 결국 ‘위기 국가’들의 경우 구제금융을 받아서 당장 급한 불을 끈다 해도 자국 경제를 축소 지향적으로 운영해야 하고, 이렇게 되면 경제의 틀을 바꿔 성장을 재개하기도 어렵게 된다. 그리스, 아일랜드 등이 모두 비슷한 처지다. 이런 상황이 장기화되다보면 그 나라 내부에서 EU와 유로존을 탈퇴하자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EU 자체가 흔들리는 국면으로 갈 것이다. 즉, 구제금융을 통해 단기적으로는 위기 상황을 봉합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몇 나라가 떨어져 나갈 가능성도 있고, 그렇다면 지금 같은 형태로 EU나 유로화가 유지되기는 힘들 것이다.
예컨대 그리스가 구제금융을 무사히 받는다 해도 ‘위기’에서 빠져나오기는 힘들다는 것인가?
그리스가 국가부채를 줄여서 안정적 상황으로 들어가야 EU 전체의 금융시장 혼란도 사라질 수 있다. 그러나 구제금융 조건(재정지출 감축)을 준수하면 할수록 경제가 더욱 침체되어 빚 갚을 능력이 오히려 작아진다. 이런 악순환이 계속될 텐데 그리스가 어떻게 돈을 벌어 부채를 줄일 수 있겠는가. 물론 자국 통화를 평가절하할 수 있다면 수출을 늘려서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아이슬란드는 유로존에 속해 있지 않으므로 이 방법을 통해 다소나마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그러나 그리스나 스페인은 유로화를 사용하고 있으니 평가절하도 못한다. 평가절하도 못하는 상황에서 강도 높은 재정긴축을 해야 하니, 빠져나올 길이 없는 것이다.


ⓒ시사IN 조우혜 장하준 교수는 한·미 FTA 발효가 조금씩 한국 경제를 잠식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유럽 위기가 풀리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결국 EU라는 시스템 자체 때문이라는 소리도 있다.
유로권 전체의 재정적자는 GDP 대비 6% 정도인데 미국보다 훨씬 양호한 편이다. 그러나 치명적 문제는, 유로존 국가들이 단일 통화를 사용하는 강도 높은 경제통합을 이루긴 했으나 사실은 ‘하나의 나라’라는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예를 들어 강릉시가 재정위기에 빠졌을 때 서울 사람들이 ‘저건 강릉의 문제니 도와주면 안 된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독일·네덜란드·핀란드에서는 ‘왜 그리스에 돈을 대주냐’며 항의한다. 그래서 위기가 해결되지 않는 거다. 시민들은 같은 나라라는 의식도 없는데, 이 나라 저 나라 섞어 너무 빨리 통합한 것이 화근이다.
더욱이 올해에는 유럽에 선거가 많다. 각국 정당이 시민들 눈치를 보게 되면서 금융위기 극복이 더 어렵게 되었다고 보는 사람도 많다.
나라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전체 EU에 대해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유럽 유권자들은 선거 때마다 매우 조건반사적인 반응을 보여왔다고 생각한다. 선거를 하면 집권당은 좌파든 우파든 무조건 쫓겨나는 경향이 있었다. 올해부터는 유럽 시민들이 현재의 난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이를 선거에 반영하기 바란다. 그러나 예측이 쉽지 않은 이유가, 나라마다 정치적 구도가 다른데, 일부 국가에서는 EU를 탈퇴하고 이민도 받지 말자는 극우파 정당이 세를 얻을 정도로 정세가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핀란드, 네덜란드 같은 나라에서 이런 정당이 득세하고 있다. 4월 프랑스 선거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유럽 정세에 큰 영향을 줄 것 같다.
유럽 국가들이 어려운 것은 ‘과잉 복지’로 인한 재정위기 때문이란 이야기가 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재정적자 문제가 금융위기 이전에 심각했던 나라는 그리스밖에 없다. 그리스는골드먼삭스 같은 대형 투자은행과 공모해서 재정적자 규모를 감추는 짓까지 했다. 이에 비해 아일랜드는 금융위기 이전 10년 동안 오히려 GDP 3% 규모의 재정흑자를 내던, 매우 우량한 국가였다. 금융허브 육성한다고 날뛰다 완전히 망한 거다.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도 2~3% 선에서 재정흑자나 적자를 내는 등 비교적 양호했다. 재정 문제가 심각한 나라가 아니었다는 뜻이다. 더욱이 위기에 빠진 남유럽 국가들은 EU 지역에서는 오히려 복지제도가 약한 나라들이다.
그런데 현재는 재정적자 규모가 무시무시할 정도이던데.
역시 복지와는 상관없다. 유럽 나라들은 은행들에 구제금융을 제공하다가 엄청난 재정을 탕진했다. 이에 더해 금융위기로 나라 경제가 마비되자 세수가 크게 떨어졌다. 이처럼 재정위기 원인 제공자인 금융자본들이 한동안 ‘잘못했다’며 납작 엎드려 있다가 일제히 “정부 때문이야, 복지 때문이야”라며 ‘엎어치기’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어떤가. 최근 ‘소비자 신뢰지수’가 소폭 오르고 실업급여 신청 건수가 내려가는 등 간만에 일부 경제지표가 호전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다.
글쎄다. 최근 실업률이 줄었다는 이야기는 있으나 그것은 아마 구직 포기자가 늘어났기 때문일 것이다. 구직 포기자까지 감안한다면 미국 실업률은 15~17%에 이른다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다. 미국 경제에는 아직 확실한 회복 기미가 없다. 2008년 위기의 원인이었던 미국 주택시장 또한 거의 회복되지 않고 있다. 주택 가격이 오르기는커녕 떨어지고 있는 지역이 대부분이다. 이에 더해 지난여름, 정부부채 상한 확대를 두고 미국 정치권에서 난리를 치다가 결국 정부지출을 대폭 줄이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나. 그래서 올해부터 정부지출을 본격적으로 깎기 시작하면 이 때문에 경기가 더욱 냉각될 것이다. 영국도 정부지출을 대폭 깎았는데 지난 1년의 성장률이 거의 0%에 가깝다. 미국에도 비슷한 경기냉각 효과가 있을 것이다. 미국의 경우, 금융위기 책임자들이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가난한 사람이 가장 피해를 보는 재정긴축을 실시하려 한다. ‘미국 경제는 부자한테는 사회주의, 가난한 사람한테는 자본주의’란 말이 있는데 정말 맞는 말이다.

안 좋은 이야기만 하시는 것 같다.
그렇긴 하다. 하지만 좋은 소식이 없는데 어떻게 하겠나. 

세계 경제성장의 견인차라는 중국이 있지 않은가? 
글쎄다. 중국이 그나마 성장한다 해도 세계경제에 크게 좋은 효과를 주기는 힘들다. 중국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에 불과하다. 각각 25%의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과 유럽에 비하면 너무 작다. 중국의 수출 의존도가 너무 높은 것도 문제다. 중국은 세계 금융위기 직후 엄청난 규모의 정부지출을 했고 그 덕분에 지난 2~3년은 버틸 수 있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경제가 침체된다면 중국의 수출 또한 급락하고 이에 따른 충격을 피하기가 쉽지 않다. 일본 역시 수출 의존도가 높은 나라인데, 그 규모가 최대였던 1980년대 말에도 15% 정도였다. 그런데 중국은 25~30% 수준이고 그래서 수출이 어려우면 충격도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중국이 정부지출로 투자한 사업에서도 각종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정부지출로 도로와 공항, 철도를 건설했고 여기서 수익이 나야 하는데, 결과가 별로 좋지 않다. 다른 불안 요인도 많다. 해외에서는 잘 모르지만 연간 수만 건에 이르는 폭동과 파업이 일어나고 있다. 이는 빈부격차가 계속 확대되어왔기 때문이다. 중국의 급격한 성장이 앞으로도 지속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런 상황이라면, 어느 나라가 기관차 역할로 세계경제를 끌어갈 수 있겠는가. 큰 문제다.

중국도 올해 정권교체가 있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내수를 키우겠다고 해왔다. 이는 미국이 요구해온 위안화 절상과도 맞물려 많은 기대를 모아왔다. 정권교체가 내수 확대와 위안화 절상을 본격화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은 없을까?
중국 정치는 솔직히 이해가 잘 안 된다. 그래서 새 인물이 들어온다고 중국 체제가 바뀔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내수 확대는 단기간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내수 키운다는 것이 말이 쉽지, 정부가 더 소비하라고 한다고 인민이 실제로 더 소비할 수 있겠는가? 
예컨대 중국인들이 적게 소비하고 저축을 많이 하는 이유 중 하나는 복지제도가 잘 갖춰지지 않아 불안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중국이 복지 시스템을 하루아침에 대폭 확대할 수 있겠나. 더욱이 상하이처럼 매우 발달한 도시가 있지만, 농촌 지역에서는 돈을 쓰려고 해도 쓸 수가 없다. 쇼핑센터도 없고 신용카드도 크게 확산되어 있지 않다. 우리나라도 한때 저축률이 엄청나게 높은 나라였지만 지금처럼 ‘저축률 낮은 국가’가 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내수 키우기가 말은 쉬운데 하루아침에 가능한 일은 아니다.

2012년 세계경제는 한마디로 막막하다는 결론인가?
올해뿐 아니라 그 후에도 어디서 어떻게 회복될지 불확실하다. 아까도 말했지만 세계 각국은 재정·통화 팽창으로 번 시간에 구조조정을 본격화하면서 새로운 성장모델을 만들어야 했다. 이른바 녹색성장도 그런 모델 중 하나였다. 그러나 결국 시간만 낭비한 것으로 끝났다. 돈을 풀긴 했으나 그 돈은 생산적 부문에 투자되기보다 투기성 자금으로 변신해서 여기저기로 쏘다니며 세계경제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돈이 생산적 부문에 쓰이게 하려면 금융개혁이 필수 조건이다. 그러나 금융개혁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세계 금융위기를 일으킨 독성 자산, 주택시장 붕괴 따위 근본적 문제는 하나도 해결된 것이 없다. 이런 와중에 미국과 유럽이 긴축정책 한답시고 칼 빼들고 나서서 안 그래도 어려운 경제를 더욱 망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올해뿐 아니라 이후 몇 년간 전망이 어둡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일본이 겪었던 ‘잃어버린 10년’을 전 세계가 겪게 될지도 모른다. 다른 시나리오가 보이지 않는다.

장기 불황이 아니라 공황이 닥칠 가능성은 없는가?
글쎄. 예측하기 힘들다. 물론 아직 불안 요인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예컨대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부문의 경우, 대출상환 기간이 2013~2014년에 집중되어 있다. 이런 부문에서 대형 부도가 터지거나 중국에서 대규모 폭동이 발생해서 세계경제 전체에 엄청난 쇼크가 올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나는 ‘큰 것’은 이미 대다수가 터졌다고 본다.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세계경제가 조금 성장하는 것 같다가 퇴보했다가 하는 일이 끝없이 되풀이되는, 장기 불황이다.
예컨대 그리스가 유로존 탈퇴와 디폴트를 선언하고, 이 나라에 많은 돈을 빌려준 프랑스와 독일 은행들이 패닉 상태에 들어가며, 다른 한편으로 이런 위기가 안 그래도 취약한 이탈리아나 스페인을 자극해 유럽과 세계경제의 갑작스러운 공황으로 폭발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스 디폴트만으로는 감당 못할 쇼크가 아닐 거다. 그리스 GDP는 EU의 2% 정도로 작은 편이니까. 물론 그리스 위기가 이탈리아, 프랑스 등으로 전염되면 그런 공황 상태로 귀결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그런 상황이 온다면 (현재는 대규모 지원 못한다고 버티고 있는) 유럽중앙은행이 대규모 자금을 동원해 개입한다거나 하는 조처들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유로존이 갑자기 붕괴하는 상황으로 치닫지는 않으리라 예측한다.

한국 이야기를 해보자. 우리 정부는 올해 초엔 한·미 FTA를 발효시킬 예정이다. 전망이 어떤가?
그 효과는 장기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발효하자마자 하루아침에 나라가 이상해지진 않는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서 점점 문제가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한·미 FTA는 이미 발효되어 있는 한·EU FTA와 맞물리면서 조금씩 한국 경제를 잠식해 들어갈 것이다. 특히 신성장 산업들은 점점 더 발전하기 힘들 것이다.
신성장 산업이라면?
나노·바이오·녹색 등 아직 한국에서 발전되지 않았지만 세계적으로도 새로운 산업을 신성장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뒤떨어져 있기 때문에 앞으로 키워야 할 기계·부품·화학·제약 등도 신성장 산업이라 할 수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독일·스위스·이탈리아가 선두인 정밀기계와 화학 부문에서 한국은 점점 더 발전하기가 힘들어질 것이다. EU와 자유무역협정을 맺었기 때문이다.

올해 총선과 대선의 최대 이슈는 복지일 것 같다. 야권은 물론 여권까지 최근 복지 공약들을 내놓고 있는 것을 보면 어느 정도 사회 합의도 이뤄진 것 같다. 그런데 선생님에 따르면 2012년엔 불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복지국가 건설은 물 건너가는 것일까?
복지는 불황일수록 더 힘을 발휘하는 것 아닌가. 불황이 닥쳐도 시민들의 기본 소득이 보장되어야 어느 정도 소비가 가능하고 그나마 경제가 돌아가서 극단적인 사회불안을 방지할 수 있는 것이다. 또 불황으로 실업한 사람들이 복지 서비스를 통해 재기할 수 있을 것이다. 피해 규모로 보면(추산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번 위기가 1930년대의 대공황보다 더 크다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도 선진국 사회가 그때처럼 붕괴되지 않는 것은 1930년대와 달리 복지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복지 시스템 운영의 경우, 불황기에는 세수가 줄고 지출이 늘기 때문에 정부 재정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시민들 처지에서는 불황이야말로 복지의 중요성을 진정으로 실감할 수 있는 시기다. 이런 측면에서 불황은 복지에 ‘양날의 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세수가 걷히지 않으면 어떻게 복지 시스템을 가동시킬 수 있겠는가?
개인 생활에서도 꼭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예컨대 병원에 간다거나 자녀를 대학에 보낸다거나… 이런 경우엔 다른 소비를 줄이거나 빚이라도 내지 않는가. 국가 살림에서도 마찬가지다. ‘없어서 못한다’는 것은 ‘하기 싫다’는 말이다. 복지가 필요하고 시민들에게 유익한 것이라면 다른 데서 줄이고 복지에 쓰면 된다. 그래도 모자라면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
최근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의 위원으로 거론된다는 이야기가 이런저런 신문에 났다. 가끔 박근혜 의원과의 정치적 관계를 시사하는 보도가 나오던데 이에 대한 공식 의견을 듣고 싶다.
나도 신문에 난 거 보고 알았다. 

놀랐나?
그동안 온갖 억측에 별 소릴 다 들어봤기 때문에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 물론 내가 그동안 정책적 사안에 대해 계속 이야기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정당정치에 관여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한나라당에 그런 위원회가 생겨서 강연을 부탁하고 또 시간이 맞으면 기꺼이 강연하러 갈 것이다. 민주통합당이나 통합진보당이라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특정 정당, 특정 후보의 무슨 위원이나 당원, 후원자가 되는 것에는 관심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