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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30일 화요일

집 담보로 빌린 돈, 빚 돌려막고 생활비 보태고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10-29일자 기사 '집 담보로 빌린 돈, 빚 돌려막고 생활비 보태고'를 퍼왔습니다.

18개 은행 7~9월 주택담보대출 중
집 구입 용도 3%p 줄어 24%
빚상환·생계비 쓰임새는 늘어
“고정금리 갈아타기 현상” 분석도

본래 목적인 주택구입 용도가 아니라 기존 대출금 상환이나 생계자금 용도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비중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상황 악화로 소득만으로는 대출 원리금과 생계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빚을 내야만 빚을 갚을 수 있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고정금리형 상품으로 ‘갈아타기’하는 사례가 늘어난 데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는 해석도 나온다.29일 금융감독원이 민주통합당 강기정 의원실에 제출한 ‘국내 18개 은행의 자금용도별 대출현황’을 보면, 올해 7월~9월 사이 이들 은행이 취급한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주택구입 목적의 대출 비중은 전체 가계대출의 26.8%에서 23.9%로 줄어들었다. 반면, 같은 기간 부채상환용 비중은 15%에서 21%로, 생계자금용 비중은 6.5%에서 8.3%로 각각 증가했다.다른 용도로 주택담보 대출을 받는 비중이 늘어난 가장 큰 원인으로는 부동산 경기침체 등으로 주택을 처분하고 싶어도 팔리지 않거나 주택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을 우려한 차주들이 다시 대출을 받거나 만기를 연장하고 있는 게 꼽힌다. 한 민간연구기관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 상환부담은 주로 장·노년층(50살 이상)에 집중돼 있다”며 “이들 세대는 만기일시상환 대출 비중이 다른 세대에 비해 높은데다 최근 몇 년 새 명예퇴직 등으로 자영업으로 내몰리고 있어 모자라는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빚을 내 빚을 갚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11년 가계금융조사 결과를 보면, 50대 이상 주택담보대출의 47%가 만기일시상환 대출로 40대 이하 32.5%보다 눈에 띄게 높다.하지만, 금감원은 이런 해석에 아직 유보적인 태도다. 기존 대출자들이 만기일시상환형 변동금리형 대출을 고정금리형 장기분할상환 방식의 대출로 전환하면서 발생한 현상이라는 얘기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 3개월치 추세여서 정확하게 원인을 진단하기 어렵다”면서도 “지난 3월부터 주택금융공사가 내놓은 적격대출이 현재 10조원 가량 팔렸고 기존 대출을 갈아타기 위한 용도가 65%인데, 이런 대출이 통계에 반영된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이 관계자는 “또 기존 고금리 신용대출을 주택담보대출로 전환한 경우라면 전체 가계대출의 안정성이라는 측면에선 되레 긍정적 변화로 볼 여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적격대출은 9억원 이하 주택을 담보로 최고 5억원까지 고정금리에 만기 10~35년을 조건으로 원리금을 나눠서 상환하도록 주택금융공사가 만든 주택대출상품이다.강기정 의원 쪽은 “대출을 일으켜 대출을 갚는 건 그만큼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으로 가계부채 부실화를 더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정확한 가계부채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선 항목별 세부자금용도 현황을 제2금융권으로 확대하고 부채상환 자금의 용도에 대한 세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2012년 7월 21일 토요일

"은행이 금리를 속여?"... 금융소비자들 '이유 있는 분노'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07-20일자 기사 '"은행이 금리를 속여?"... 금융소비자들 '이유 있는 분노''를 퍼왔습니다.
'CD 금리 조작' 파문 확산... 공정위 담합 조사 맞춰 집단소송 채비


▲ 지난해 10월 서울 여의도 금융위원회앞에서 투기자본감시센터, 금융소비자협회,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참여한 <금융수탈 1%에 저항하는 99%>가 주최한 '여의도를 점령하라!' 집회가 열리고 있다. ⓒ 권우성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조작 파문'이 전 국민적 관심사로 확산되고 있다. 20일 낮 종로구 적선동에 있는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실엔 집단소송 문의 전화가 계속 걸려와 정상 업무가 어려울 정도였다. 그만큼 대출 이자 0.1%포인트에 목매온 채무자들이 많다는 얘기다.

시중은행에서 자금 조달 목적으로 발행하는 채권인 CD 금리가 큰 관심을 끈 것은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변동 대출 기준 금리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올해 5월 말 기준 가계 대출 642조7000억 원 가운데 CD 금리 연동 대출은 49.1%인 315조5657억 원에 이른다. 시중은행에서 단 0.1%P만 이자를 더 받아도 연간 3155억 원의 부당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가계 대출 절반 'CD 금리 연동'... 0.1%P만 올려도 3천억 원 이득

시중은행에서 담합 등을 통해 CD 금리를 조작할 가능성이 높다는 건 이미 금융업계에선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최근 CD 발행과 유통이 크게 줄면서 은행이 자의적으로 CD 금리를 조작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서도 CD 금리를 대신할 단기 지표 금리 찾기에 고심해 왔지만 시기를 놓쳤다.

공정거래위원회가 CD 금리 결정 과정의 담합 혐의를 포착해 지난 17, 18일 증권사와 은행에서 현장 조사를 벌이면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금융회사에서 담합 사실을 '자진 신고'했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왔다. '자진신고자 감면 제도'(리니언시)를 통해 담합 사실을 가장 먼저 신고하면 과징금을 100% 감면해주고 두 번째 신고자도 50%  깎아주고 있기 때문이다.

조사 대상이 된 은행과 증권사에선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올 게 왔다"는 분위기다. 여경훈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연구원은 "은행 자금 조달시 CD 비중이 낮은 데도 CD 금리를 기준으로 대출 금리는 정하는 게 문제"라면서 "지금까지도 시중은행끼리 대출 금리 경쟁을 하지 않고 선도 은행 금리를 좇아가는 등 담합 냄새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역시 지난 15일 '리보 금리 조작 사태, 한국은 안전한가'라는 보고서에서 "(CD 금리는) 시중은행의 주요한 단기자금 조달 금리이면서 가계 및 기업 대출의 주요 기준 금리이기 때문에 시중은행들의 손익에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라면서 "문제는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시중은행들이 CD 금리 결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라는 점"이라고 금리 조작 가능성을 경고했다.

7대 시중 은행에서 단기 자금을 조달하려 CD를 발행하면 10개 증권사에서 하루 두 차례씩 금리를 평가하고 금융투자협회가 이 가운데 최고-최저치를 뺀 8개 수치의 평균값을 내 결정한다. 겉보기엔 직접 이해가 없는 증권사에서 금리를 결정하는 구조지만 최근 CD 발행 규모가 급감하면서 은행 영향력은 더 커졌다. 2008년 224조 원에 이르던 CD 거래량은 지난해 54조 원으로 줄었고 올해는 그 절반에도 못 미칠 전망이다. 아예 CD가 발행되지 않는 날도 많아 증권사 직원이 자의적으로 평가해 올리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


▲ 2005년 이후 CD 금리와 회사채 금리 변동 추이. 최근 회사채 금리는 하락세지만 CD 금리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자료: 금융투자협회) ⓒ LG경제연구원

덕분에 지난해 상반기 이후 회사채 수익률이 하락했지만 CD 금리가 크게 변동하지 않거나 오히려 오르기도 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12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기 전까지 수개월간 CD 금리가 3.54%로 고정돼 시장 금리 하락세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것도 부당 이득 정황으로 지적돼 왔다.

여기에 최근 전세계 금융가에 충격을 준 '리보 금리' 조작 사건도 힘을 보탰다. 영국 금융청 조사 결과 7개 은행에 리보 금리 조작에 연루됐다고 밝혔고 지난달 바클레이스 은행에 4억5천만 달러(약 5200억 원)에 이르는 벌금을 부과했다.

전 세계 금융상품의 기준 지표 역할을 해온 리보 금리는 CD 금리와 마찬가지로 실거래가 아닌 은행권 '추정'에 따라 결정돼 자의성이나 조작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에 조영무 연구원은 실제 체결된 거래에 따라 결정되는 환매조건부채권(RP)매매 금리를 단기지표 금리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대출 금리 높이는 수단 악용... 서민 상대 짬짜미에 분노"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대행은 "지금까지 은행에서 CD 유통을 자금 조달 목적이 아니라 대출 금리를 높이는 수단으로 썼다"면서 "CD 금리 조작 의혹에 국민이 분노하는 건 공공성을 띤 은행이 국민을 기만하고 서민을 상대로 이자를 속였다는 것 때문"이라고 밝혔다.

금융소비자연맹 등 시민단체에선 일단 공정위 담합 결정이 확정되면 소비자 집단소송을 통해 부당이득반환소송을 낼 준비를 하고 있다. 조연행 회장대행은 "공정위 담합 결정 자체도 중요하지만 손해액 산정에 필요한 부당 이득 규모를 얼마로 볼 거냐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금융소비자연맹은 금리 조작이 0.5%포인트 정도일 때 부당이익 규모가 연간 1조 5000억 원, 5년 정도 지속됐다면 최대 7조 8000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조영무 연구원은 "리보 금리도 은행들의 높은 신용도와 믿음이 바탕이 돼 국제적인 지표금리가 됐지만 신뢰가 무너지면서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면서 "우리도 은행권 담합을 통해 인위적으로 CD 금리에 영향을 미친 게 확인된다면 은행권 신뢰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채무자 권익보호를 위한 시민단체를 준비하고 있는 제윤경 희망살림 상임이사는 "공정위 조사가 아니었으면 정보에서 소외된 금융 소비자들이 이런 사실을 알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면서 "이번 사건은 지금까지 금융회사들이 금융감독기관 비호 아래 범죄 수준에 가까운 영업 행위를 해왔다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마련된 '금융소비자보호원'을 금융감독원 아래에 두면 똑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금융소비자보호청'을 만들어서라도 독립 기구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시연(staright)

[토요판]CD금리 짬짜미 의혹, 혹시 내 대출이자도?


이글은한겨레신문 2012-07-20일자 기사 '[토요판]CD금리 짬짜미 의혹, 혹시 내 대출이자도?'를 퍼왔습니다.

[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안녕하세요. 한때 ‘미모의 여기자’로 불렸지만(…응?) 이젠 그냥 ‘여기자’가 된 경제부 최혜정입니다. 이렇게 ‘친절한 기자’로 독자 여러분을 만나게 되니, 두근두근하고 걱정스럽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평소 ‘친절도’를 되돌아보는 계기도 되네요.며칠 전부터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조작 의혹 파문으로 금융권이 뒤숭숭합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증권사 10곳과 은행 9곳을 대상으로 금리 짬짜미(담합) 여부를 캐고 있습니다. 저는 처음 이 소식을 들었을 때 제가 물고 있는 이자비용이 먼저 떠오르더군요. 몇년 전 부족한 전세금을 보태느라 신용대출을 받았는데, 석달마다 ‘시디금리+1.5%’로 금리가 오르내립니다. 신용대출뿐만 아니라, 주택담보대출을 받으신 분들도 저처럼 시디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매달 이자를 물고 계신 분이 많을 겁니다. 시디금리의 오르내림이 가계의 주머니 사정과 직결되는 셈이죠. 최근 많은 분들이 “시중금리는 내리는데, 내 이자는 왜 안 내리나”라는 의문을 갖고 계셨을 것입니다.변동금리부 대출금리의 기준인 이 시디금리는 단기자금 시장의 주요 지표입니다. 시디는 은행이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하는 일종의 채권인데요. 은행이 돈이 부족할 땐 시디를 발행해 금융시장에 내다팝니다. 만기가 석달·반년 단위로 짧아서 빨리 쓰고 빨리 갚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이렇게 발행된 시디는 증권사가 자산운용사 등에 팔게 되는데, 여기서 형성된 금리(유통금리)가 변동금리 대출자들을 울고 웃게 하는 시디금리입니다. 시디금리의 오르내림에 따라 대출자들의 호주머니 사정이 결정되는 거죠.금리 0.1~0.2%포인트쯤이야 ‘그까이거’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대출액이 적을 경우엔 이자 변동분이 크지 않아 별 신경 안 쓰는 분들도 많겠지요. 한데 전체 규모를 놓고 보면 차원이 달라져요. 현재 우리나라 은행 대출 가운데 시디금리에 연동된 대출이 얼만 줄 아세요. 무려 324조원이라네요. 가계대출은 이 가운데 166조원이고, 우리나라 가구 10곳 가운데 7곳이 금융권 대출을 이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예컨대 시디금리가 0.1%포인트 올라가면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액이 1660억원 늘어나게 되는 거죠.현재 공정위는 은행이 증권사와 ‘짜고’ 금리를 일부러 높게 책정했다는 의혹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은행으로선 이자 오르내림이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에, 더욱 의심의 눈길을 받고 있는 거죠. 그리고 사실로 확인된다면 금리 조작 규모와 기간에 따라 가계가 부당하게 내준 금리는 수조원을 훌쩍 넘을 수도 있답니다. 벌써 일부 소비자단체가 거액의 집단소송을 준비한다는 얘기도 들려오고 있어요. 공정위 조사를 지켜봐야겠지만, 만일 짬짜미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금융질서의 근간을 뒤흔드는 태풍의 눈이 될 수 있는 거죠.짬짜미 여부와 관계없이 시디금리가 결정되는 구조도 문제가 많답니다. 시장에서 공급과 수요가 만나 가격(금리)이 결정돼야 하는데, 이 시장은 사실상 붕괴된 지 오래래요. 시디의 거래량은 2008년에 228조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급격히 줄어들어,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거래량은 14조5000억원밖에 되지 않습니다. 돈이 넘쳐나는 은행들이 더 이상 시디를 발행하지 않다 보니, 증권사가 그냥 알아서 금리를 매기고 있었던 겁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했던 거죠.제 대출이자를 좌우하는 시디금리가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걸 확인하니 참 허탈하더군요.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이런 문제를 진작 알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손 놓고 있다가 최근 문제가 불거지자 부랴부랴 논의를 시작하고 있지만, 이미 깨진 신뢰를 회복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은행과 증권사가 각각 혹은 함께 짬짜미를 했는지 여부는 앞으로 공정위가 밝혀내겠죠. 아직은 혐의도 구체화되지 않았고 실제 어떤 결과가 나올지도 현재로선 알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 파문은 이해관계자가 금리에 직접적 영향을 행사하고 있는 비합리적 구조와 도덕적 해이, 금융당국의 직무유기 등이 어우러진 사건입니다. 우리 금융시장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 사건이기도 하고요. 결국 믿을 것은 우리 금융소비자들의 부릅뜬 눈밖에 없을 것 같네요.

경제부 최혜정기자

2012년 7월 4일 수요일

'시한폭탄' 가계부채 1000조원



이글은 미디어스 2012-07-04일자 기사 ''시한폭탄' 가계부채 1000조원'을 퍼왔습니다.
[김영호 시사칼럼]당국의 위기관리 능력이 보이지 않는다

가계부채 1,000조원이 언제 폭발할 모를 시한폭탄의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다. 유로존 재정위기에 따라 세계경제가 침체국면에 빠졌다. 주택거래가 끊겨 주택담보대출의 연체율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경기침체가 가속화하면서 은행 빚을 낸 자영업자들의 상환능력도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생활에 쪼들린 일반 대출자들도 은행 빚을 갚을 길이 막막하다. 당장은 빚을 내서 은행 빚을 갚지만 언제까지 갈지 모를 일이다.


작년말 가계부채가 912조8,810억원이다. 2007년의 665조2,950억원에 비해 4년간 무려 37.2%인 247조5860억원이나 증가한 것이다. 빚 갚을 능력을 보여주는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비율이 2010년 103.4%에서 작년에는 109.6%로 1년 새 6.2%p나 높아졌다. 가계부채나 다름없는 자영업자 대출잔액이 작년말 102조8,000억원에 달한다. 사실상 가계부채가 1,000조원을 넘어섰다는 뜻이다. 은행 빚을 못 갚으니 제2금융권 대출이 급증하고 있다. 적금-보험 해지도 부쩍 늘어나고 있다. 생명보험의 경우 매달 50만명이 2개월 이상 연체하거나 계약을 해지하는 형편이다.
가계부채의 1/3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이 뇌관이다. 금년 1/4분기 주택담보대출은 306조5,000억원에 이른다. 이 중에서 원금을 갚지 않고 이자만 내는 대출이 전체의 76.8%인 235조4000억원에 달한다. 그런데 또 이 중에서 42%에 해당하는 128조원이 분할상환대출의 거치기간이 끝나거나 일시상환대출의 만기가 돌아오고 있다. 늦어도 내년부터는 이자와 함께 원금을 갚거나 원금을 일시에 상환해야 한다는 뜻이다. 물가는 뛰고 소득은 줄고 실업이 늘어나니 연체율이 더욱 높아질 판이다.
통계청의 '2011년 가계금융조사'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이자만 내던 가구가 원금상환에 들어가면 소득 중에서 원리금 상환에 쓰이는 비율이 평균 49.1%에 달한다. 원금을 갚기 시작하면 번 돈의 절반은 은행 빚 갚는 데 써야한다는 뜻이다. 지난 5월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0.85%로 4월보다 0.06%p나 뛰어올랐다. 이것은 5개월 연속 오른 것으로 2006년 10월의 0.94% 이후 5년 7개월 만에 최고치다. 앞으로 연체율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일 것을 예고한 것이다.
주택담보대출의 불씨는 집단대출이다. 집단대출은 은행이 신규아파트의 입주자들을 상대로 분양가의 일정액을 융자해 주는 것을 말한다. 상당수가 투자이득을 노렸기 때문에 집값이 떨어지거나 팔리지 않으면 연체위험이 커지기 마련이다. 그 집단대출이 지난 4월 102조원으로 주택담보대출의 33.5%에 이른다. 지난 5월 연체율이 전체 주택담보대출의 2배나 되는 1.71%이다. 집단대출 아파트의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30% 이상 높은 아파트가 58.7%나 되어 연체급증이 우려된다.
가계부채의 또 다른 뇌관은 자영업자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자영업자 부채를 전체 가계부채의 1/3 수준인 320억원으로 추산한다. 심각한 문제는 생계형 자영업자가 많다는 점이다. 자영업자는 작년말 560만명에 달한다. 그 중에서 179만명이 소득수준 하위 20%에 해당하는 생계형 자영업자이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09년 생계형 자영업 종사자의 개인소득은 707만5,000원에 불과하다. 빚 갚을 여력이 없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대책은커녕 실태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계부채 구조가 50대 이상 고연령화하는 문제도 심각하다. 그 비율이 작년말 46.4%로 2003년의 33.2%보다 13.2%p나 높아졌다. 이것은 같은 기간 50대 이상 인구비율 증가폭 8.0%보다 훨씬 높다. 이들은 대부분이 2005~2007년 부동산 투기가 극성을 부리던 시기에 아파트를 비싸게 사서 은행에 담보로 맡기고 대출을 받았다. 집값이 떨어지는 가운데 퇴직시기가 앞당겨져 상환능력이 위태로워졌다는 점이 심각하다.
이보다 더 위험한 문제는 3군데 이상 금융회사에 빚을 진 다중채무자가 182만명으로 4년 새 30만명 이상 늘어났다는 점이다. 지난 4월 연체율이 4.15%로서 2010년의 2.41%에 비해 2배 가까이 높아졌다. 이것은 전체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에 비해 무려 4.9배나 높은 것으로 이미 위험신호를 울리고 있다. 다중채무자의 연체는 전체 금융계에 연쇄반응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그 충격파가 심각하게 우려된다.
부동산 투기의 후유증이 스페인 경제를 삼켰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도 부동산 값 폭락이 도화선이 되었다. 스페인 사태가 강 건너의 불이 아니다. 그런데 정권말기와 맞물려 위기관리능력이 보이지 않는다.

김영호 언론광장 공동대표  |  mediaus@mediaus.co.kr

2012년 6월 29일 금요일

“한국 가계부채, 스페인보다 심각”


이글은 경향신문 2012-06-29일자 기사 '“한국 가계부채, 스페인보다 심각”'을 퍼왔습니다.

ㆍ대출 연체율 1% 육박… 5년7개월 만에 최고

가계가 은행에서 빚을 냈지만 갚지 못하는 비율이 계속 올라 연체율이 1%에 육박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의 연체율은 5년7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한국의 가계부채가 스페인보다 심각하다는 진단도 나왔다.

금융감독원은 5월 말 국내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0.85%로 한 달 전보다 0.06%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28일 밝혔다.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2006년 10월의 0.94% 이후 5년7개월 만에 가장 높은 것이다. 신용대출 등의 연체율도 1.08%에서 1.21%로 0.13%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분양 아파트 단지에 중도금 등을 대출해주는 집단대출 연체율은 시세 하락으로 인한 분쟁 발생, 건설사 자금사정 악화 등의 여파로 전월보다 0.15%포인트 상승한 1.71%를 기록했다.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을 포함한 가계대출 연체율은 0.08%포인트 오른 0.97%로 1%에 육박했다. 이는 2006년 10월의 1.07%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김광수경제연구소는 이날 ‘스페인보다 더 심각한 한국의 가계부채’란 보고서에서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이 채무위기를 겪고 있는 스페인보다 높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가계대출액을 가처분소득으로 나눈 가계부채 비율은 153.7%였고,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 1237조원의 83.7%였다. 스페인의 경우 가계부채 총액은 8751억유로로 가처분소득(8348억유로) 대비 105%였고 명목 GDP(1조734억유로) 대비 82%였다. 보고서는 “2001년부터 가계가 자산운용을 저축에서 부동산으로 갈아타기 시작하면서 이자수지 적자폭은 시간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부실위험이 큰 잠재적 신용불량자의 부채구조를 개선하는 은행권 프리워크아웃(사전채무조정)을 확대하는 방안을 은행권과 논의 중이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개인이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워크아웃을 하기 전에 은행권이 프리워크아웃을 통해 연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은행권이 자율적으로 1개월 미만 연체자에 대한 프리워크아웃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최근 시중은행 여신담당 부행장들과 회의를 열어 은행권 공동 프리워크아웃 도입 방안을 논의했다. 현재 신용회복위원회가 1~3개월 연체자에 대한 프리워크아웃 제도를 운영 중이나 이에 앞서 은행권에서 자체적으로 먼저 채무조정 작업을 거치면 부실위험군의 연체자 전락을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박재현·이호준 기자 parkjh@kyunghyang.com

2012년 6월 11일 월요일

다시 고개든 은행 가계대출...주택대출 급증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2-06-11일자 기사 '다시 고개든 은행 가계대출...주택대출 급증'을 퍼왔습니다.

들어 주춤하던 은행권 가계대출이 2분기부터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B국민·외환·하나·NH농협은행등 4개 은행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주도하고 있다.
10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달 말 국민은행 가계대출 규모는 102조2900억원으로 3월 말보다 1조711억원 늘었다.
지난 1분기 국민은행의 가계대출은 1조5087억원 줄어 은행 중에서 감소폭이 가장 컸다. 그러나 4월 3575억원 증가로 돌아선 후 두달 사이 1조원 넘게 대출이 불어났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6282억원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주택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주택 실수요 대출보다는 생활자금 마련을 위한 대출이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1분기 마이너스(-4194억 원)였던 외환은행의 가계대출도 4월과 5월두달간 8040억원이나 증가했다. 하나금융그룹 편입 이후 우량고객 확대를 위해 이자가 싼 주택담보대출 특판 상품을 출시하는 등 공격적인 영업에 나섰기 때문이다.
2분기 들어 4, 5월 두 달 동안 외환은행 주택담보대출은 6225억원 늘었다. 덩달아 지난 달 말 기준 외환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올 들어 처음으로 20조원을 돌파했다.
하나은행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달 말 현재 하나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51조2173억원으로 1분기와 비교해 7623억원 증가했다. 1분기 4769억원 순감소에서 대폭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하나은행 역시 주택담보대출 증가가 원인이다.
지난 3월 금융지주 체제로 새 출발한 농협도 마찬가지다. 4월과 5월 가계대출 증가액은 5398억 원. 신용대출은 소폭 감소했지만 주택담보대출 등 주택 관련 대출은 5630억 원이나 불어났다.
이처럼 은행권이 마구잡이식 대출 경쟁에 나서면서 1분기 감소세였던 은행권 전체 가계대출은 증가세로 전환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7일 내놓은 '5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455조8279억원으로 전달보다 2조2154억원 증가했다.
지난 4월(1조3419억 원)보다 증가폭이 더 확대된 것으로 지난해 10월(3조2000억원) 이후 7개월 만의 최대 증가폭이다.

(서울=뉴스1) 안준영 기자

2012년 5월 24일 목요일

부동산과 금융의 결합, 한국판 서브프라임 서막인가?


이글은 프레시안 2012-005-24일자 기사 '부동산과 금융의 결합, 한국판 서브프라임 서막인가?'를 퍼왔습니다.
[오민규의 인사이드 경제] 빗장 풀기의 1막 1장 : 강남 투기지역 해제

"집값은 내려가지 않는다"는 신화가 사실로 받아들여지던 시절, 주택담보대출(모기지론)은 자본주의의 최첨단 금융기법 신기원을 열어준 것처럼 보였다. 이자가 쌓이는 속도보다 빠르게 집값이 올라갈 때는, 너도 나도 대출을 내서 집을 사고 되파는 것만으로도 꽤 쓸 만한 돈벌이가 되었다.

주택담보대출이 성행하자 세계금융의 핵심이라 할미국에서 돈벌이의 새로운 수단을 고안해냈다. 서민들이 대출을 받으면 은행과 채권·채무 관계가 성립하는데, 담보대출 수익률이 높아지자 이제 채권을 거래하기 시작한 것이다. 집값이 계속 올라가면 서민들은 집을 되팔아 빚을 갚는데 어려움이 없었기에, 담보대출 채권의 수익률도 안정적으로 보장되었다.

그런데 미국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주택담보대출 채권과 다른 금융상품을 섞어 다양한 파생금융상품을 만들어냈다. 어떤 금융상품들을 얼마의 비율로 섞고 여기에 이자율(채권의 경우 수익률)을 얼마 적용해서 판매하면 절대로 손해 보지 않는다는 수학 공식까지 탄생했다.

미국 자본주의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은 것처럼 보였다. 아무리 많은 상품이 미국으로 수입되어도, 부동산에서 얻어지는 수익을 바탕으로 탄탄한 소비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성장 동력의 70%가 탄탄한 소비에 근거해 있었다.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은 계속 하락하는데, 오히려 부동산을 통한 수익은 늘어났기에 가능한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공식은 "집값은 내려가지 않는다"는 전제 위에서만 작동 가능한 것이었다.


▲ 미국 로스엔젤레스에 있는 한 주택이 매물로 나와 있다. ⓒ로이터=뉴시스

썩은 사과 하나가 과일바구니 전체를 삼키다

서브프라임(Subprime)은 쉽게 말하면 개인의 신용등급을 뜻한다. "모자란다"는 뜻의 '서브(Sub-)'라는 접두사가 붙은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프라임(Prime)보다는 낮은 신용등급을 의미한다. 미국에는 넓게 보면 3가지 신용등급이 존재하는데, 프라임, 알트에이(Alt-A), 서브프라임이 그것이다. 다시말해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은 신용의 낮은 등급, 즉 서민들의 주택담보대출을 말하는 것이다.

주택담보대출이 서브프라임 등급에서까지 성행했다는 말은, 그만큼 광범위한 서민들이 이런 대출에 의존해 먹고 살았다는 것이다. 이제 그의 연봉이 얼마냐가 아니라 그가 은행에서 얼마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사람들의 부를 측정하는 기준이 되었다.

그러나 신화가 깨져버렸다. 집값이 오르지 않거나 심지어 내려가기 시작한 것이다. 집값의 70~80%까지 대출을 받아도 수익이 나던 시절과 달리, 이제 집값이 대출금보다 밑으로 떨어지는 일이 벌어지게 된다. 대출상환 능력이 가장 떨어지는 서브프라임 등급에서 문제가 터지기 시작했다. 집을 팔아도 대출금을 갚을 수 없는 서민들이 곳곳에서 생겨났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서브프라임모기지론 채권으로 만들어진 다양한 파생상품 시장에도 비상벨이 울렸다. 다른 금융상품이 아무리 수익률이 높더라도 파생상품에 끼워 판 담보대출 채권 부실이 심각해지자, 파생금융상품 전반의 수익률이 떨어졌다.

서민들이 파산하고 부실대출이 늘어나자, 금융기관들이 하나둘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서브프라임모기지론 업체 몇 개 파산할 때는 그러려니 했는데, 베어스턴스와 리먼브라더스 등 굴지의 투자은행까지 무너져 내렸다. 이게 바로 2008년 미국 금융위기를 몰고 온 서브프라임모기지론 사태의 전개과정이다.

ⓒAP=연합뉴스

부동산과 금융의 합작

이명박 정부가 내놓은 '5.10 부동산 대책'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마지막 남은 투기지역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의 빗장을 풀어버린 것을 두고 'MB의 변치 않는 강남 사랑'을 지적하기도 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누누이 지적해 왔지만, 'MB 중심 프레임'에 갇혀서는 문제의 본질에 접근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문제를 정반대의 각도에서 접근하는 보수적인 경제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들여다보자. 그들은 한목소리로 이렇게 얘기한다. "강남을 투기지역에서 해제한다고 해서 곧바로 주택거래가 활성화되지는 않는다. 부동산시장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DTI 규제를 완화하거나 폐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DTI(Debt to Income)란 무엇인가? 총소득에서 대출상환금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예를 들어 내 소득이 연간 4000만 원인데 대출 원리금을 갚아나가는데 1년에 2000만 원이 소요된다면 DTI는 50%가 된다. DTI 규제는 일정 비율 이상으로 DTI가 초과되지 않도록 대출 규모를 제한하는 제도이다. 예를 들어 DTI 규제를 40%로 적용한다고 하면, 나는 대출 원리금을 갚아나가는데 연간 1600만 원(연소득 4000만 원의 40%) 이상이 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만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상하지 않은가? 내용으로만 보면 DTI 규제는 부동산 정책이 아니라 금융 정책에 가깝다. 그런데 정부의 부동산 대책 핵심이 DTI 규제 완화가 되어야 한다니? 바로 여기에 부동산과 금융이 긴밀히 결합되는 첨단 자본주의 비밀이 놓여 있다. 사실 '주택담보대출'이라는 말 속에 이미 부동산과 금융이 한 덩어리로 묶여 있지 않은가!

가계 부채 1000조 원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는 지금, 주택담보대출만 390조 원이 넘어 전체 가계 부채의 4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가계 부채 중 대출만 따로 떼어놓으면 약 640조 원 규모이니, 이 중에서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절반을 넘는 수준이다. 가계 대출에 대한 정책은 이제 부동산 정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어버린 것이다.

빗장 풀기는 시작에 불과

정부는 5.10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DTI 규제 완화 논의는 없을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하지만 기억을 되살려보면, 강남 3구를 투기지역에서 해제하는 문제 역시 작년까지만 해도 이 정부에서 논의가 금기시되던 사안이었다. 기존 입장을 전격적으로 뒤집으며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것은, 정부가 적신호를 느꼈기 때문이다. 투기지역 해제와 함께 강남지역에 그동안 적용되던 DTI 비율을 40%에서 50%로 완화해 주었다.

그런데 'MB의 강남 사랑'을 비난하는 이들과 정반대의 이유에서 보수적인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너무 미흡하다고 비난하고 있다. DTI 규제라는 빗장까지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이야 정부가 DTI 규제 완화에 반대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지만, 언제 어떻게 입장이 바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정부가 규제 완화를 반대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가계 부채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빗장을 풀어야 한다는 쪽에서는 "금융기관이 충분히 개인의 신용등급을 조사하여 부실 대출 가능성을 줄이고 있으니 DTI 규제를 완화·폐지해도 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 바로 여기에서 서브프라임 사태 전개에서 봤던 '개인신용등급'이라는 익숙한 단어가 튀어나왔다. 사실 DTI 규제라는 것은 연소득이라는 기준으로 개인의 신용등급을 매기는 제도에 다름 아니다. 그런데 이 규제를 폐지한다? 그것은 간단히 말해 대출 규모와 승인 모두 금융기관의 자율에, 즉 그냥 시장에 맡기는 것이 최선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강남 투기지역 빗장 풀기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경제 상황이 점점 악화되는 것이 피부에 느껴지기 시작하면, 언제든 정부는 입장을 바꾸게 될 것이다. 새누리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9명의 후보들 중 이혜훈 의원을 제외한 8명 모두 DTI 규제 완화에 찬성 의견을 제시했던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 15일 제1차 전당대회에서 개표 후 손 흔드는 새누리당 황우여 새 대표와 전당대회 후보들. ⓒ연합뉴스

점점 안개 속에 빠져든다 : 불투명한 미래

(인사이드 경제)는 파국만을 예고하는 '닥터 둠(Dr. Doom)'을 자처할 의사가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어떠한 조치가 취해진다 하더라도 우리의 미래는 점점 예측 불가능한 안개 속으로 빠져든다는 사실이다.

강남 투기지역 해제와 DTI 규제 완화가 부동산 거래량을 늘리게 될까? 예측할 수 없다. 집값이 올라갈 것이라고 예측하는 수요자들이 많아지면 거래량은 늘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집값 상승 기대감이 없을 경우, 부동산 거래는 안 되면서 DTI 규제완화로 가계 대출만 늘어날 수도 있다. (강남지역 DTI 규제가 40%에서 50%로 완화되면서, 가구별로 집을 담보로 하여 수천만 원 규모 추가 대출의 길이 열린 상태이다.)

DTI 규제를 완화·폐지하면 가계 부채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인가? 알 수 없다.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규제가 완화된다 하더라도 은행들이 부실을 우려해 서민에게 대출을 늘리지 않을 수도 있다. 반대로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며 신용등급이 낮은 이들에게 과감하게 대출을 늘릴 수도 있다. 오직 확실(?)한 사실은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것뿐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이 높지 않다는 점을 들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미국 금융위기와 함께 집값이 떨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벌어진 현상일 뿐이다. 여전히 가계 부채에서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이다.

ⓒ뉴시스
게다가 집값이 올라가던 시절에 급증한 주택담보대출의 상환 만기가 점차 도래하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현재 390조 원에 달하는 주택담보대출 중 올해에 만기가 도래할 것으로 추정되는 액수만 무려 50조 원에 달한다. 집값이 오를 것을 잔뜩 기대하고 대출을 받았던 서민들이, 집값 하락으로 상환능력이 떨어지고 있는 상태여서 더욱 문제가 될 것이다.

게다가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체 가계대출 중 50세 이상 고연령층의 가계부채 비중은 2003년 33.2%에서 2011년 46.4%로 무려 13.2% 포인트나 상승했다. 은퇴를 앞둔 이들이 노후설계를 위해 거액의 대출을 안고 집을 장만하는 사례가 많았다는 것이다. 특히 집값이 빠르게 상승하던 2005~2007년 노무현 정부 시절에 고연령층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했다. 이미 상당수가 은퇴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들의 상환능력에는 문제가 없을까?

올해 초 은행들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경영계획서에 따르면, 올해 25조 원의 가계 대출을 늘릴 예정이며 특히 주택담보대출보다 신용대출에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주택담보대출의 위험성이 늘고 있음을 은행들도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슨 방법으로 신용대출을 늘린단 말인가? 주택 외에 특별한 담보가 없는 낮은 신용등급의 서민들에게 말이다.

결국 신용대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은행이 대출 규제를 완화할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에도 부실 대출 위험성이 늘기 때문에 대출 이자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지난해 은행권 가계대출은 5.7% 증가에 머문 반면 비은행권 대출은 11.6%의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서민들이 높은 이자율을 물더라도 대출 문턱이 낮은 비은행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말이다. 은행이 대출 규제를 완화한다? 이건 DTI 규제 완화론자들이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부정했던 얘기 아닌가?

진퇴양난(進退兩難) : 그러나 길이 본래부터 두 갈래는 아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규제를 풀자니 무분별한 대출 증가로 한국판 서브프라임이 우려되고, 규제를 묶자니 시중에 돈이 돌지 않게 되어 경기침체(디플레이션)가 우려된다. 하지만 어느 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이명박 정부는 둘 중 어느 한 가지를 반드시 선택할 수밖에 없다. 자본의 입장에 충실한 정권의 성격상, 현재로서는 규제 완화의 길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렇다면 규제를 묶는 길이 좀 더 서민적인 방식일까? 수차례 강조하지만 'MB 중심 프레임'에 빠져서는 제대로 된 시야를 확보할 수 없다. 규제를 묶는 경우 실제로 투자·대출·소비가 위축되어 경기침체에 빠질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민주통합당이나 야권연대가 정권을 잡는다 한들, 경기침체 위험 앞에 규제완화의 유혹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을까?

군말을 덧붙이자면 김대중·노무현 정권도 규제완화에서는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이들이다. 어떤 이는 DTI 규제를 노무현 정부가 만들었는데 이명박 정부가 이 규제를 풀려 한다는 식의 'MB 중심 프레임'을 설파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이미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저축은행을 활성화하고 PF 대출의 각종 규제를 풀어헤치면서 중요한 빗장들을 다 풀어버렸다.

그 결과 부동산시장이 너무 과열되어 집값상승률이 물가인상률의 몇 배에 달하게 되자, "이러다간 큰일 나겠다"는 판단으로 아주 소폭의 규제에 해당하는 DTI 규제를 고안해낸 것이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은 부동산 거품을 키우기 위해 필요한 주요 규제완화 정책을 확실히 밀어붙였던 세력이다.

하지만 애초부터 길이 두 갈래밖에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시중에 돌아야 할 돈이 어디에 몰려 있는지를 찾아보면 된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1000대 기업 등기임원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3억7670만 원으로 전년보다 무려 23.8% 올랐다고 한다. 지난 4년간 법정최저임금은 고작 평균 5%가 올랐는데 말이다.

등기임원 평균 연봉이 가장 높은 곳은 삼성전자로 1인당 무려 109억 원에 달했다. 로또 당첨금보다 많은 돈을 한해에 벌어들이고 있다. 직업병인 암으로 숨져가는 수많은 노동자들의 희생 속에 높은 어르신들은 돈방석에 앉아 있다. 왜 노동자들 임금은 23.8%씩 올려주지 않는 것인가?

ⓒ연합뉴스

돈이 없다고? 한국의 10대 그룹 사내유보율이 이미 1200%를 넘어섰다. 쉽게 말해 자기 자본의 12배에 달하는 돈을 곳간에 쌓아두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자들 등골이 휘어지도록 일 시켜서 정부 한해 예산보다 많은 수백 조 원이 모여 있는 것이다. 이 돈만 노동자와 서민들의 수중에 풀려도 가계 부채나 경기침체 걱정은 덜게 될 것이다.

"어허! 자네 지금 무슨 소릴 하나? 기업하는 사람들 돈을 몰수해서 노동자·서민에게 분배하자구? 그런 위험한 사상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용납되질 않아!" 벌써 이런 말이 귓전을 때리는 듯하다. 그렇다. 이놈의 시스템은 두 갈래 길 외에 다른 길을 상상하는 것 자체를 용인하지 않는다.

그게 바로 통진당 사태를 뒷배경으로 깔아놓고 눈을 가린 후, 국가보안법이란 사슬로 이런 사상을 퍼뜨리는 이들을 잡아가두는 공안몰이가 시작된 이유 아닐까? 어허! 다른 사람 걱정할 때가 아니라 당장 도 몸을 사려야 될 때가 온 것일까.

 /오민규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

2012년 5월 7일 월요일

주택담보대출 부실, 5년반만에 최고치로 급증


이글은 뷰스엔뉴스(VIEWS&NEWS) 2012-05-07일자 기사 '주택담보대출 부실, 5년반만에 최고치로 급증'을 퍼왔습니다.
주택담보 집단대출 중심으로 연체 급증

은행의 가계대출 부실채권 비율이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특히 주택담보대출 부실비율은 5년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해 가계폭탄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켰다.

7일 금융감독원의 '3월 말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 현황 및 감독 방향'에 따르면, 3월 말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은 1.51%로 작년 말(1.36%) 대비 0.15%포인트 상승했다.

부실채권 규모는 20조9천억원으로 같은 기간에 2조1천억원 증가했다. 부문별로는 기업여신 부실이 17조5천억원(83.4%)으로 가장 많고 가계여신(3조2천억원·15.3%), 신용카드 채권(3천억원·1.3%) 순이다.

특히 가계대출의 부실채권비율은 작년 말 0.6%에서 0.71%로 높아져, 2007년 3월(0.71%) 이후 5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중에서도 주택담보대출의 연체율은 0.64%로 5년반 전인 2006년 9월(0.66%) 수준에 근접했다. 작년 말 주택담보대출의 연체율은 0.54%였다.

특히 작년 말 이후 가계대출 신규연체액이 집단대출을 중심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가계대출 연체가 무더기로 급증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기업여신 부실채권비율은 1.9%로 작년 말(1.73%)보다 0.17%포인트 상승했으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채권비율은 9.09%로 0.95%포인트 높아져 중소형 건설업체 연쇄도산 우려를 키웠다.

박태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