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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30일 목요일

“박근혜, 시한폭탄” 이라더니… “모든 게 거의 완벽” 찬가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5-29일자 기사 '“박근혜, 시한폭탄” 이라더니… “모든 게 거의 완벽” 찬가'를 퍼왔습니다.
8년전 박대통령 약점 드러내던 조선닷컴, 이제 와선 낯뜨거운 용비어천가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태 이후 위기에 직면했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TV조선의 청와대 출입기자가 느닷없이 낯뜨거운 용비어천가식 인물분석을 하고 나섰다. 이 같은 글은 정권 초기 박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을 비판해왔을 뿐 아니라 8년 전 박 대통령의 사생활 등 베일에 가려져있던 약점을 낱낱이 드러냈던 조선닷컴에 실렸다. 

문제는 8년 전 같은 조선닷컴에서 약점으로 지목한 것이 이제는 강점으로 둔갑됐다는 데 있다. 조선닷컴은 29일 아침 최우석 TV조선 청와대 취재팀장(정치부 부장)이 쓴 ‘국민과 결혼해 취임 90여 일 맞은 박대통령의 새 소통방식은?’이라는 글을 오전 한 때 톱뉴스로 배치하는 등 비중있게 실었다.

‘원칙지키고 신중’ → 8년 전엔 ‘물러서지 않는 고집’

최 팀장은 윤창중 사태 이후 박 대통령에 대해 “윤창중 사건 이후 업무 스타일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하는 것 같지만, 지금까지 해왔듯이 ‘꿋꿋하게 하던대로’ 할 것”이라며 “안 바뀐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은 박 대통령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박 대통령을 고집불통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에 대해 “이 말을 긍정적으로 바꾸면 원칙을 지킨다는 의미”라며 “의사결정이 느린 것은 그만큼 신중하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8년 전인 지난 2005년 9월 21일 실린 ‘“아버지 후광 알맹이 없는 연예인식 인기”’라는 연재글에서 조선닷컴은 박근혜의 ‘물러서지 고집’에 대해 “자신이 설정해 둔 로드맵과 다른 얘기를 하면 좀처럼 수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었다.

‘복선이 없는 정치인’ → 8년 전 ‘곁에 동지는 별로 없어’

당내 동료와 교류가 없다는 점에 대해서도 최우석 TV조선 팀장은 “이전 대통령들은 관저로 측근 정치인들을 불러 술자리도 갖고, 술에 취해 응석 부리는 후배 정치인들을 격려하기도 했는데, 박 대통령은 일절 이런 게 없다”며 “박 대통령은 복선(複線)이 없는 정치인이며, 밝힌 생각대로 추진하는 스타일”이라고 칭찬했다.


최우석 TV조선 청와대 취재팀장이 29일 조선닷컴에 실은 글.

이에 반해 8년 전 조선닷컴 글에서는 박 대통령에 대해 “‘협상과 타협’으로 대표되는 과거의 정치와 박 대표는 다소 거리가 있다”며 “소속의원들에게 당 대표로서 협조를 구하기는 하지만 가슴을 털어놓고 동지를 만드는 스타일은 아니다…박 대표가 흔들릴 경우 위기를 함께 넘겨줄 당내 동지는 별로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으로 혹평했었다.

일과후 보고서 숙독·세상여론 청취→ 8년전 '베일에 가려진 사생활 시한폭탄'

특히 박 대통령이 일과 후 무슨 일을 하는지는 지금까지 알려져있지 않아 의심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최우석 팀장은 자신의 조선일보 워싱턴특파원 시절 방미했던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의원의 “박학다식함”까지 떠올리며 호평했다. 최 팀장은 “2007년 워싱턴특파원 30여명과 간담회를 가졌는데, 2시간30여분동안 외교·국방·교육·복지 등 사회 전분야에 걸친 송곳 질문들에 막힘 없이 대답해 다들 너무 박학다식(博學多識)한데 놀랐다”며 “내가 ‘쉬는 시간에 뭐 하세요’라 묻자 박 대통령은 지체없이 ‘보고서 읽어요’라 답했다. 박 대통령은 지금도 관저에서 밤 늦게까지 각 부처에서 올라온 보고서를 꼼꼼하게 읽는다고 한다”고 칭찬을 늘어놨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밑줄쳐가며 보고서를 읽었다고 하는데, 부전여전(父傳女傳)인 것 같다”고도 했다.

또한 박 대통령의 퇴근후에 대해 최 팀장은 “관저에서 종편뉴스를 포함한 TV뉴스를 빠짐없이 시청하고, 인터넷으로 언론 기사를 꼼꼼하게 읽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는 박 대통령이 세상 여론을 ‘가감없이 듣고 싶어하기’ 때문이라고 측근들은 전한다”고 미화했다.

이런 박 대통령의 일과후 생활에 대한 조선닷컴의 태도는 8년 전엔 너무나도 정반대였다. 당시 썼던 글에서는 “박 대통령의 사생활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 있다는 얘기가 많다”고 평가하면서 이렇게 표현했었다.

“박 대표가 당무를 마치고 귀가한 후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수행비서도 현관문 밖에서 수행을 시작한다. 옷은 어디서 사 입고 밥은 어떻게 해 먹는지 모든 것이 장막에 가려있는 것이 박 대표이다…깨끗한 이미지, 서민들을 위하는 이미지를 트레이드 마크로 하는 정치인일수록 작은 흠집에도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정치권 분석이다”.

이를 두고 조선닷컴은 “어쩌면 베일에 가려져있는 박 대표의 사생활 역시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은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더구나 꼼꼼히 보고서를 읽는 습관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부전여전이라고 칭찬한 것과 달리 8년 전 조선닷컴은 “박정희 대통령의 후광이 대중적 인기를 안겨준 반면 ‘유신공주’라는 비판도 함께 받게 했다”고 전했다.

‘박근혜 창조경제 창조적 방식 일자리 창출’ → 8년 전 ‘알맹이 없는 이미지 정치, 경제식견 부족’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관에 대해서도 최 팀장의 조선닷컴 글과 8년 전 조선닷컴의 글은 간격이 컸다. 최 팀장은 박 대통령의 창조경제에 대해 “기존 경제 시스템으로는 안되니까 창조적인 방식으로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게 박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2005년 조선닷컴에 실린 글.

그러나 8년 전 조선닷컴 글은 박 대통령에 대해 “내용은 별로 없으면서 ‘이미지 정치’만 한다”는 비판을 자주 받는다며 ‘민생정치’의 전도사로 그는 자처하고 있으나, 대선 예비후보로서 민생의 기초인 경제 등에 대한 식견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혹평했었다.

“모든 게 완벽한 모범생, 밑에서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

이밖에도 최우석 팀장은 박 대통령의 ‘모범생 기질’을 조명하기도 했다. 그는 조선닷컴 글에서 △박 대통령이 외국 귀빈과 만난 자리에서 아무도 자료를 올리지 않았는데도 해당 국가의 이슈를 너무 자세히 알고 있어서 청와대 관계자들이 놀랐다고 한다는 전언과 △밤새 보고서를 다 읽고 궁금한 건 인터넷을 찾아보니 수석, 비서관은 회의중 혼비백산하는 경우가 많다는 전언을 썼다.

최 팀장은 이를 두고 “박 대통령은 분명 공부 잘하는 모범생 스타일입니다. 모든 게 거의 완벽해 밑에서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며 “아무 대나 보고하라고 한다는데, 아랫 사람들은 슬금슬금 눈치보는 경우가 많은가 보다”고 했다. 윤창중 사건이 늑장 보고된 이유도 이런 점 때문이라고까지 최 팀장은 ‘과감하게’ 진단했다. 


조현호 기자 | chh@mediatoday.co.kr  

2013년 5월 10일 금요일

예고된 인사 참사, 윤창중은 ‘시한폭탄’이었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5-10일자 기사 '예고된 인사 참사, 윤창중은 ‘시한폭탄’이었다'를 퍼왔습니다.
폴리널리스트, 폭언논란, 불통1위, 만평 공모전사취논란 등… 박대통령 ‘고집불통 인사’ 결과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이 방미중 한국대사관의 인턴사원을 성추행한 의혹으로 전격 경질됐다.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 경질사태는 예고된 인사참사다.

윤창중 대변인이 그동안 보여준 행적을 살펴보면, 그는 한마디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은 존재였다. 인수위 대변인 발탁부터 '폴리널리스트 논란', '미디어오늘기자 폭언 논란', '정치기자들이 꼽은 불통1위 인사', '세계일보 만평 공모상금 사취논란' 등 대변인으로서 자질과 업무능력을 의심케 하는 사건과 평가들이 끊임없이 제기됐었다.

[관련기사]윤창중 靑대변인, 美서 성추행 경질 ‘나라 망신’ 
청와대 “윤창중-김행 수행경쟁” 기사에 발끈 
朴 대통령-靑 홍보라인, 불협화음에 ‘엉망진창’ 
청와대 불통맨은 ‘윤창중’, 그나마 소통맨은 ‘이정현’ 
靑·새누리 출입기자 54% “박근혜 소통 못한다” 
박근혜 불통본성 언론비판 회오리 끊이지 않을듯
윤창중 가만있고 세계일보만 나서는 의혹해명 
[단독] 윤창중, 정치부장 시절 ‘공모 상금’ 사취 의혹 
“윤창중 ‘공모 상금’ 사취 의혹, 파렴치” 
윤창중·김행 청와대 대변인 내정 “국민 염려 많아” 
“윤창중, 한국언론의 정신적 파산 보여준 것” 
박근혜 불통 인사 고집… ‘윤창중’  임명 강행 
윤창중, 미디어오늘 기자에게 “파멸시키겠다” 과거 폭언 논란
윤창중 "한순간도 박근혜 낙선 생각해본 적 없어" 

이 때문에 박근혜 정부 ‘불통’ 논란의 상징적 인물로 인식되었으며, 인수위 대변인 선임때부터 언론들로부터 계속된 경질요구를 받아왔던 인물이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인수위 대변인에 이어 청와대 대변인으로 그의 선임을 강행했고, 이번 방미 전에도 청와대 대변인 전원이 방미 수행할 필요가 없다는 언론의 비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대동시켜 결국 이같은 참사를 빚고 말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 사태를 어떻게 수습할 지 나라 안팎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는 이유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인수위 대변인 시절 백브리핑 후, 기자들의 질문을 뒤로 하며 자리를 뜨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정재수 기자 |jjs3885@mediatoday.co.kr

2013년 3월 8일 금요일

동탄 대거 미분양, 집단대출 연체 사상최고...


이글은 뷰스앤뉴스(Views&News) 2013-03-7일자 기사 '동탄 대거 미분양, 집단대출 연체 사상최고...'를 퍼왔습니다.
부동산거품 시한폭탄 초침 소리 커져

동탄2신도시 3차동시분양에서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발생하는가 하면, 집단대출 연체율이 급증하면서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부동산 거품폭탄 초침 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6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대우건설, 롯데건설, 신안, 호반건설, 대원, EG건설 등 6개 건설사가 참여한 동탄2신도시 3차동시분양 1·2순위 청약 경쟁률은 0.37대 1에 불과했다. 일부 단지는 경쟁률이 0.1대 1에도 못미쳤다.

대우건설의 '동탄2신도시 푸르지오'(A29블록)만이 1천348가구 모집에 1천160명이 청약해 0.8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선방했고 호반건설의 '동탄 호반베르디움2차'(A30블록)도 916가구 모집에 556명이 신청해 0.6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보인 반면, 나머지 건설사들은 참패했다.

롯데건설의 '동탄 롯데캐슬 알바트로스'(A28블록)은 1천410가구 모집에 298명이 접수해 평균 0.21대 1에 그쳤고, 신안의 '신안인스빌 리베라'(A32블록)는 0.09대 1, EG건설의 '동탄2신도시 EG the 1'(A9블록)은 0.07대 1에 불과했다. 대원의 '동탄2신도시 대원칸타빌 2차' 역시 0.11대 1에 그쳤다.

상반기 최대 분양단지인 동탄2신도시의 분양 실패는 최근 강남 재건축아파트 값이 꿈틀대고 있으나 아직 부동산심리가 꽁꽁 얼어붙은 상태임을 보여주고 있다.

더 우려되는 것은 아파트 집단대출의 급속한 부실화다.

집단대출이란 개별심사 없이 일괄적인 승인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대출을 가리키는 것으로, 집단대출은 소비자들은 일일이 대출심사를 받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으며 은행은 한꺼번에 대규모 고객을 확보할 수 있어 건설사와 은행들이 선호해왔다. 그러나 치명적 문제는 DTI(Debt To Income, 총부채상환비율)규제에서 자유롭다는 것으로, 집단대출은 대출한도에는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DTI 규제내에서 최대한의 대출을 받았던 사람들도 추가대출을 받아 부동산거품이 꺼지면서 최우선적으로 위기에 노출되고 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월말 현재 국내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에 적신호가 켜졌다. 전체 가계대출(원화) 연체율은 0.99%로 1%대 재진입을 눈 앞에 뒀다. 전월말(0.81%) 대비로는 0.18%p 상승한 수치다. 

이 중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0.94%로 전월말(0.74%) 대비 0.20%p 높아졌고, 특히 주택대출 중 집단대출 연체율이 1.98%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월말(1.51%)보다는 무려 0.47%p 높아져 무더기 부실화가 시작된 것으로 풀이된다.

박태견 기자 

2012년 7월 4일 수요일

'시한폭탄' 가계부채 1000조원



이글은 미디어스 2012-07-04일자 기사 ''시한폭탄' 가계부채 1000조원'을 퍼왔습니다.
[김영호 시사칼럼]당국의 위기관리 능력이 보이지 않는다

가계부채 1,000조원이 언제 폭발할 모를 시한폭탄의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다. 유로존 재정위기에 따라 세계경제가 침체국면에 빠졌다. 주택거래가 끊겨 주택담보대출의 연체율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경기침체가 가속화하면서 은행 빚을 낸 자영업자들의 상환능력도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생활에 쪼들린 일반 대출자들도 은행 빚을 갚을 길이 막막하다. 당장은 빚을 내서 은행 빚을 갚지만 언제까지 갈지 모를 일이다.


작년말 가계부채가 912조8,810억원이다. 2007년의 665조2,950억원에 비해 4년간 무려 37.2%인 247조5860억원이나 증가한 것이다. 빚 갚을 능력을 보여주는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비율이 2010년 103.4%에서 작년에는 109.6%로 1년 새 6.2%p나 높아졌다. 가계부채나 다름없는 자영업자 대출잔액이 작년말 102조8,000억원에 달한다. 사실상 가계부채가 1,000조원을 넘어섰다는 뜻이다. 은행 빚을 못 갚으니 제2금융권 대출이 급증하고 있다. 적금-보험 해지도 부쩍 늘어나고 있다. 생명보험의 경우 매달 50만명이 2개월 이상 연체하거나 계약을 해지하는 형편이다.
가계부채의 1/3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이 뇌관이다. 금년 1/4분기 주택담보대출은 306조5,000억원에 이른다. 이 중에서 원금을 갚지 않고 이자만 내는 대출이 전체의 76.8%인 235조4000억원에 달한다. 그런데 또 이 중에서 42%에 해당하는 128조원이 분할상환대출의 거치기간이 끝나거나 일시상환대출의 만기가 돌아오고 있다. 늦어도 내년부터는 이자와 함께 원금을 갚거나 원금을 일시에 상환해야 한다는 뜻이다. 물가는 뛰고 소득은 줄고 실업이 늘어나니 연체율이 더욱 높아질 판이다.
통계청의 '2011년 가계금융조사'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이자만 내던 가구가 원금상환에 들어가면 소득 중에서 원리금 상환에 쓰이는 비율이 평균 49.1%에 달한다. 원금을 갚기 시작하면 번 돈의 절반은 은행 빚 갚는 데 써야한다는 뜻이다. 지난 5월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0.85%로 4월보다 0.06%p나 뛰어올랐다. 이것은 5개월 연속 오른 것으로 2006년 10월의 0.94% 이후 5년 7개월 만에 최고치다. 앞으로 연체율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일 것을 예고한 것이다.
주택담보대출의 불씨는 집단대출이다. 집단대출은 은행이 신규아파트의 입주자들을 상대로 분양가의 일정액을 융자해 주는 것을 말한다. 상당수가 투자이득을 노렸기 때문에 집값이 떨어지거나 팔리지 않으면 연체위험이 커지기 마련이다. 그 집단대출이 지난 4월 102조원으로 주택담보대출의 33.5%에 이른다. 지난 5월 연체율이 전체 주택담보대출의 2배나 되는 1.71%이다. 집단대출 아파트의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30% 이상 높은 아파트가 58.7%나 되어 연체급증이 우려된다.
가계부채의 또 다른 뇌관은 자영업자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자영업자 부채를 전체 가계부채의 1/3 수준인 320억원으로 추산한다. 심각한 문제는 생계형 자영업자가 많다는 점이다. 자영업자는 작년말 560만명에 달한다. 그 중에서 179만명이 소득수준 하위 20%에 해당하는 생계형 자영업자이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09년 생계형 자영업 종사자의 개인소득은 707만5,000원에 불과하다. 빚 갚을 여력이 없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대책은커녕 실태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계부채 구조가 50대 이상 고연령화하는 문제도 심각하다. 그 비율이 작년말 46.4%로 2003년의 33.2%보다 13.2%p나 높아졌다. 이것은 같은 기간 50대 이상 인구비율 증가폭 8.0%보다 훨씬 높다. 이들은 대부분이 2005~2007년 부동산 투기가 극성을 부리던 시기에 아파트를 비싸게 사서 은행에 담보로 맡기고 대출을 받았다. 집값이 떨어지는 가운데 퇴직시기가 앞당겨져 상환능력이 위태로워졌다는 점이 심각하다.
이보다 더 위험한 문제는 3군데 이상 금융회사에 빚을 진 다중채무자가 182만명으로 4년 새 30만명 이상 늘어났다는 점이다. 지난 4월 연체율이 4.15%로서 2010년의 2.41%에 비해 2배 가까이 높아졌다. 이것은 전체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에 비해 무려 4.9배나 높은 것으로 이미 위험신호를 울리고 있다. 다중채무자의 연체는 전체 금융계에 연쇄반응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그 충격파가 심각하게 우려된다.
부동산 투기의 후유증이 스페인 경제를 삼켰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도 부동산 값 폭락이 도화선이 되었다. 스페인 사태가 강 건너의 불이 아니다. 그런데 정권말기와 맞물려 위기관리능력이 보이지 않는다.

김영호 언론광장 공동대표  |  mediaus@mediaus.co.kr

2012년 5월 8일 화요일

저축은행 부실키운 경제관료 책임은? 추가 부실은?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5-08일자 기사 '저축은행 부실키운 경제관료 책임은? 추가 부실은?'을 퍼왔습니다.
영업정지 저축은행 20개 달해, 피해자만 10만명 육박..PF추가부실 시한폭탄도


 ⓒ뉴시스 8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한 김석동 금융위원장.

금융감독당국이 지난 6일 솔로몬.한국.미래.한주 등 4개 저축은행의 영업정지 조치를 내린 뒤 이들 저축은행의 대주주들의 불법대출, 비자금 조성, 도피 행각이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그사이 정작 부실 저축은행의 감독 책임을 방기한 정부와 경제.금융 관료들에 대한 책임 추궁은 이번에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또 저축은행의 추가 부실 우려도 여전하다. 

지난해 1월 삼화저축은행을 시작으로 3월, 5월, 그리고 9월 7개 저축은행까지 지난해 영업정지 조치를 받은 저축은행은 16개에 달한다. 이번에 영업정지 된 저축은행까지 합하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총 20개의 저축은행이 영업정지 조치를 받았다. 

이들 저축은행에 5천만원 이상 예금자와 후순위채 투자자는 줄잡아 10만여명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월 삼화저축은행 영업정지 이후 안이한 관리.감독으로 추가 부실이 드러나자 지난해 4월 금감원 간부 절반 이상을 대거 교체하고 로비를 받은 금감원 고위 간부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수모를 당했지만 이후에도 금융기관 감사 추천권 폐지, 재산등록 대상 범위를 확대하는 등 감독 강화 보다는 '매맞는 시늉'을 하기에 바빴다. 

지난해 5월 출범했던 민관 합동 '금융감독 혁신 태스크포스'(TF)는 청와대와 모피아 경제관료들이 좌지우지해 민간 전문가들이 대거 사퇴하면서 결국 아무런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잇따른 부실에도 금융감독당국 고위 인사들은 막무가내다. 

이명박 정부 들어 지난 2010년 말 저축은행 부실 문제가 본격 거론되자 진동수 당시 금융위원장은 "저축은행의 경우 태생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여러가지 문제가 있어 금융당국의 집중 감독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대주주의 증자만을 요구하면서 발을 뺐다. PF부실을 중심으로 한 저축은행 부실이 드러날 경우 정치적 파장과 부동산 경기 침체를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뉴시스 지난해 4월 20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저축은행 부실화 원인규명 및 대책 마련을 위한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전.현직 경제 관료들. 왼쪽 위부터 김석동 금융위원장, 진동수 전 금융위원장,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 진념 전 재정경제부장관, 이헌재 전 재정경제부장관, 김종창전 금융감독원장
감독 실패 논란으로 지난해 4월과 8월 열린 국회 저축은행 청문회에서는 애초 이명박 정부가 정책기능과 감독 기능이 합쳐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체제를 만든 데 대한 비판이 이어졌지만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정책실패에 대한 국회의 추궁과 법적책임을 우려한 금융당국은 근본적인 해법인 공적자금 투입을 꺼리면서 부실 저축은행을 시중은행들이 인수하는 '땜질식 처방'으로 대신했다. 

영업정지 사태를 불러온 저축은행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처리도 문제를 불러온 관료들에 대한 책임을 묻는 대신 떠넘기기로 정리됐다. 건설사의 PF대출 부실을 민간은행에 떠넘겨 부실채권을 사들이는 민간 '배드뱅크'를 만들어 금융권이 1조원 가량을 출자하기로 했고, 영업정지된 부실 저축은행들은 신한.KB.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사가 인수케 했다. 부실은 감추고,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게 된 것.

지난해 4월 감독실패 책임을 묻는 국회 청문회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이헌재.윤증현.진념 등 전직 경제관료들이 모두 출석했지만 지난 10여년 간 저축은행 여신한도 확대, 상호 변경 등 저축은행에 대한 규제완화로 부실을 방치한 경제관료들은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지난해 1월 취임해 총대를 맨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삼화저축은행 영업정지 이후 '상반기 더 이상의 추가 영업정지는 없다'고 말했으나 지난해 내내 한두달 간격으로 영업정지 저축은행이 속출했다. 지난해 2월 부산.대전저축은행에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진 뒤에도 같은 김석동 위원장은 같은 말을 했지만 김 위원장의 발언 이틀만에 금융당국은 부산2.중앙부산.전주.보해저축은행 등 4곳에 대해 추가로 영업정지 조치를 내렸다. 

당시 부실을 키워 온 데다 이제는 거짓말까지 하는 정부를 믿지 못한 예금자들이 부산지역 저축은행에 몰려가 예금인출을 요구하자 김석동 위원장은 부산을 찾아 2천만원을 예금하는 '쇼'(5천만원 이하는 예금보험공사에서 지급보증)를 하기도 했다. 이와중에 김 위원장은 "예금자들이 과도하게 우려하고 있다"며 "적기시정 조치가 유예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돈을 찾으러 온다는 것은 경제적 인식이 안돼 있는 것 아니냐"고 정부를 믿지 못하는 예금자들을 성토하는 적반하장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9월 7개 저축은행 영업정지 뒤에도 김석동 위원장은 이번에 영업정지 조치 된 저축은행들에 대해 "자구계획의 현실성 등을 충분히 검토해 내린 결정인 만큼 영업정지로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장담해 왔다. 

그러나 올해 초 들어서도 이들 저축은행의 영업정지 가능성이 높아지자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난 1월 26일 '총선을 앞두고 추가 영업정지에 정치적 부담을 느끼지 않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내 성격 잘 알지 않느냐. 그런 것 전혀 없다"고 말해 말을 뒤집더니 총선 이후로 영업정지 조치를 미뤘다. 그사이에 예금한 국민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 김 위원장은 6일 영업정지 조치 발표 직후 언론에 "내 별명이 '작업반장'인데 이제 저축은행과 관련해서는 이 별명은 쓸 일이 없을 것"이라며 추가 대규모 영업정지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7일 성명을 통해 "국회와 감사원이 나서서 그동안 부실을 은폐하고 감독실패의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했던 금융감독 담당자들의 책임을 추궁하고, 금융당국이 공적자금 투입 등 정공법을 통해 저축은행을 구조조정하고 실효성 있는 피해자 구제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참여연대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지난 2008년부터 매입한 저축은행의 부실PF대출 현황

한편 저축은행의 영업정지가 이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저축은행 부실의 원인인 PF대출 폭탄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의 '저축은행별 캠코 매각 PF대출 충당금 적립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저축은행 41곳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매각한 부실 PF대출채권 매각원금 총액은 4조 8054억 원에 이르는데 이들이 적립한 대손충당금은 총액의 14%인 7044억 원에 불과하다. 이들이 2013년 말부터 사후 정산기간이 도래해 다시 부실 PF를 매입해야 하는데 모자란 4조원을 맞추지 못하면 추가 영업정지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 

캠코는 저축은행이 투자했다가 사업이 좌초해 부실 채권이 된 전국 484개 건설 사업장의 총 7조3863억원어치 PF 대출 채권을 2008년부터 4차례에 걸쳐 사들였다. 이중 캠코가 지난 3월까지 매각한 부실채권은 127개 사업장(26%), 1조 5677억원(21%)에 불과하다.

조태근 기자 taegun@vop.co.kr

2012년 4월 25일 수요일

한국경제 시한폭탄 째깍째깍, 모든 게 MB 탓?


이글은 프레시안 2012-04-25일자 기사 '한국경제 시한폭탄 째깍째깍, 모든 게 MB 탓?'을 퍼왔습니다.
[오민규의 인사이드 경제] MB 심판론, 검찰천하 그리고 민생문제

경제도 문외한, 정치에는 더 문외한이다. 하지만 4.11 총선 뒤 정국이 어떻게 흘러가는가 하는 것은 가 가장 관심 있는 '먹고 사는 문제'와 깊은 관련이 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정치와 경제는 서로 밀접하게 얽혀 있다. 특히 신자유주의 시대 들어와서 먹고 사는 문제, 즉 '경제' 문제가 각종 선거의 핵심 이슈가 아니었던 적이 있었던가?

4.11 총선은 '먹고 사는 문제'와 무관?

있었다! 이번 4.11 총선이 그러하지 않았는가? 이번 선거만큼 '경제' 문제가 무시당한 적이 없었다. 특히 야권연대 진영에서 두드러졌는데, 모든 쟁점은 결국 "집권세력(=MB) 심판"으로 수렴되었다. 때마침 터져나온 민간인 사찰 파문은 이런 현상에 기름을 부었다. 하다못해 이명박 정권 심판을 위해 '7-4-7' 공약이 물거품이 되었음을 지적하는 모습도 거의 보기 힘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총선은 2007년 대선과 비교된다. 이명박 후보의 도덕성에 아무리흠집을 내려 해도, 그가 내건 "경제, 반드시 살리겠습니다"라는 쟁점을 넘어설 수 없었다. 지난 대선에서는 아무리 정치적 쟁점을 제시해봐도 경제 문제로 수렴됐다. 반대로 이번 선거에서 국민들은 복지·민생·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았지만, 야권은 모든 쟁점을 집권세력 심판으로 귀결시켰다.

상대적으로 야권에 비해 새누리당은 민생 문제를 강조한 편에 속한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철폐"를 비롯해 노동자 밀집지역에 출마한 일부 후보들은 '비정규직 정규직화'라는 공약까지 내걸었다. 민주노총의 이른바 '1-10-100' 계획(한 번에 열 개 법안을 100일 안에 쟁취한다는 계획)과 비견되는 것으로서, 새누리당은 '가족 행복 5대 약속'을 100일 내 맞춤형 입법화한다는 공약을 내세우기도 했다. 우선입법과제 핵심에는 비정규법(기간제법, 파견법) 개정과 사내하도급법 제정 등 비정규직 문제가 핵심을 차지한다.

다행일까? 불행일까? 새누리당의 민생 공약은 오히려 야권연대의 '민간인 사찰 MB 심판'이라는 정치 쟁점에 묻혀 크게 이슈화되지 못했다. 노동자 민중이 먹고 살만한 사회가 된 것도 아닌데, 4.11 총선은 그런 문제를 제대로 토론하지 못한 선거가 되고 말았다.


▲ 지난 3월 28일 출범한 민주통합당 산하 'MB·새누리 심판 국민위원회' ⓒ뉴시스

명박천하 가고 검찰천하 도래?

선거가 끝난 후 많은 이들이 '미래 권력 박근혜'의 세상이 열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4.11 총선의 최대 승자가 새누리당 박근혜 비대위원장임에는 틀림없지만 아직 대권을 거머쥔 것은 아니다. '이명박근혜'라는 단어가 회자되기는 했지만, 새누리당과 박근혜 비대위원장 입장에서는 이명박 정권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할 것임에 틀림없다. 이명박 정권은 급속하게 '과거 권력'이 되어가고 있다.

따라서 일정한 과도기가 펼쳐지게 되는데, 엉뚱하게도 검찰이 이 시기의 주도권을 쥘 것으로 보인다. 우선 총선 시기에 민간인 사찰 재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노무현 정권 시기에도 조사심의관실 주도로 민간인 사찰이 이뤄졌다"는 청와대·새누리당의 방어 공세에 대해 조심스럽게 "노무현 정권 시기가 아니라 이명박 정권 시기의 것만 수사하고 있다"는 입장을 낸 바 있다.

어라? 이거 이명박 정권의 검찰이 한 말 맞아? 뭔가 수상쩍다. 노무현 정권 시기의 사건이라면 눈에 불을 켜고 뒤지던 검찰 아니던가? 검찰이 이명박 정권의 민간인 사찰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들을 확보하지 않고서, 과연 현 정권에 대해 이 정도의 자신감 있는 멘트를 쏟아낼 수 있을까?

또 한 가지 있다. '참고인' 신분으로 부를 때는 출두도 않고 입도 열지 않던 공직윤리지원관실 진경락 전 과장이, 오히려 '피의자' 신분이 되자 자진출두 후 입을 열기 시작한 것도 주목할 만한 변화이다. 게다가 그가 입을 연 대목은 청와대 민정수석실로부터 '증거인멸' 요청을 받았다는 것이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현재 법무부장관인 권재진 씨임을 감안하면, 검찰이 이 사실을 공개한 것 역시 주목할 만한 사건이다. 권재진 장관의 거취 문제와 상관없이, 향후 검찰 수사에 현 정부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운신의 폭이 좁아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래 권력'을 놓고 여야 대권 주자들이 각축전을 벌이는 사이, 당분간 '과거 권력'의 명줄은 검찰이 쥐는 상황이 펼쳐진다. 그렇다면 결론은? 검찰은 핵심적인 증거와 증인들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민간인 사찰 사건을 비롯한 과거 권력에 대한 검찰 수사는 계속될 것이고, 대선 때까지 핵심적인 정치 쟁점으로 비화될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그런데 다시 한 번 '먹고 사는 문제'는?

과거 권력에 대한 수사, 여야 대권 주자들의 각축전으로 온 국민의 시선이 쏠리는 사이, 전세계적 경제위기의 여파는 점점 한국을 위협하기 시작하고 있다. 4.11 총선이 치러지던 바로 그 시기에 유럽과 미국 증권시장은 다시한번 폭락을 거듭했고, 그리스 채무위기 문제는 이제 스페인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유럽 재정위기로 인한 여파는 정치권도 강타했다. 웬만한 유럽 국가들에서 스페인의 경우처럼 선거를 통해 과거 권력이 심판을 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심지어 세계 자본의 입김에 따라 그리스와 이탈리아처럼 선거도 통하지 않고 정권이 교체되는 일을 겪기도 했다. 이제 독일과 함께 유럽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프랑스에서도 정권 교체가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한국의 4.11 총선은 세계 경제위기의 바람과 거의 무관하게 치러진 듯하다. 유럽 대부분의 국가에서 정권이 교체된 핵심 이유는, 과거 권력이 경제를 망쳐먹었다는 대중의 불만 때문이었다. 사회당이 권력을 쥐고 있건, 보수세력이 권력을 쥐고 있건, 유럽 대중의 선택은 과거 권력의 경제정책 실패에 대한 심판이었다. 하지만 한국의 총선에서는 경제정책이 거의 쟁점조차 되지 않았고, 과거 권력에 대한 심판도 이뤄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한국 경제는 유럽에 비해 위기를 덜 타고 있었다는 뜻일까? 사실이다. 위기를 겪고 있는 나라들에서는 어김없이 재정긴축과 복지 삭감이 논의되었는데, 한국에서는 지난해부터 '복지 논쟁'이 벌어지는 기현상을 겪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경제는 위기를 '덜' 타고 있었을 뿐, 세계 경제의 격랑으로부터 자유롭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아래의 경제 지표들을 보면, 한국에서 왜 경제 문제가 핵심 쟁점이 안 되고 있는지 의문스러울 따름이다.


위 자료는 한국은행이 발표한 수치를 바탕으로 그린 그래프인데, 기업 소득은 해마다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이는 반면, 가계 소득은 한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는 등, 기업 소득 증가율이 가계 소득 증가율의 2~3배에 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위 자료의 노동소득 분배율(단위 : %)은 한국은행이 발표한 수치이고, 10대그룹 사내유보율(단위 : %)은 매년 연말 기준으로 한국거래소와 상장사협의회가 발표한 수치를 바탕으로 그려본 그래프이다. 전체 국민소득에서 노동의 몫은 계속 줄어들고 있으며, 기업이 벌어들여 금고에 쌓아놓은 돈은 천정부지로 늘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위기를 노동자 민중에게 전가시켜온 시스템, 언제까지 지속 가능할까?

앞의 자료들을 토대로 상황을 정리해보면 이렇다. "한국 경제가 다른 나라에 비해 위기를 덜 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기업들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만 그럴 뿐이다. 실제로 사내유보율과 기업소득 증가율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 않은가? 반대로 노동자를 비롯한 평범한 가정의 입장에서 보면, 한국 경제는 다른 나라 못지않은 위기를 겪고 있다. 경제위기를 끊임없이 노동자 민중에게 전가시킴으로써, 외관상 기업의 이윤율을 비롯한 각종 수치는 한국 경제가 위기가 아닌 것처럼 착시현상을 일으킬 뿐이다."

여기에 또 다른 착시현상 요소가 존재한다. 일체의 경제·사회적 쟁점을 'MB 심판'이라는 문제로 모조리 환원시켜 버리는 마이다스의 손, 야권연대의 존재 때문이다. 노무현 정권이 추진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MB 탓, 김영삼 정권의 시도를 넘겨받아 김대중 정권이 도입했던 정리해고·근로자파견제도 MB 탓, 노무현 정권이 밀어붙인 비정규직법도 MB 탓…. 모두가 집단 기억상실증에라도 걸린 것일까?

하지만 앞에서 본 것처럼 노동자와 평범한 가정들은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기에도, 이명박 정권 시기에도 끊임없이 경제위기의 대가를 치러야 했다. 현재 유럽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제위기 상황은 째깍째깍 시한폭탄처럼 한국으로 옮겨오고 있다. 시한폭탄의 뇌관이 될 지뢰밭이 곳곳에 숨어 있다.

△ 유가 폭등

총선이 끝나자마자 이명박 정권이 제일 먼저 한 것은 기름값 대책 발표였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를 제외한 모든 수단을 다 내놓았다. 핵심적으로는 정유 4사(SK,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S-Oil)가 97%를 독점하고 있던 정유 시장에 새로운 경쟁자로 삼성계열사인 삼성토탈을 투입한 것이다.

삼성토탈은 앞으로 석유공사를 통해 알뜰 주유소에 저가로 기름을 공급하게 되는데, 그래봐야 기름값은 몇십 원 떨어지는 효과를 낼 뿐이다. 특히 1850원대를 오르락내리락 거리는 경유값의 등락폭에 따라, 화물트럭 기사들을 비롯한 운수업 노동자들의 생계가 위협받을 가능성이 높다.

△ 조선업 위기

지난해 연말부터 시작해 중소 조선소의 부도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그만큼 수주 물량이 떨어지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수주 물량이 떨어지면서 '저가 수주 경쟁'이 불 붙었는데, 배를 많이 건조해도 이윤이 얼마 남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었다. 그나마 현금보유액이 많은 대형 조선소는 버티고 있는 반면, 자금 사정이 허약한 중소 조선소들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세계 최대의 선주사들이 몰려 있는 유럽의 재정위기로 인해, 유럽 선주사들은 발주한 선박 주문조차 취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LPG선이나 LNG선을 취소하고 벌크선으로 바꾸거나, 심지어 이미 건조한 선박에 대한 인도를 포기하는 일도 벌어진다. 조선업의 새로운 시장으로 각광받았던 드릴쉽이나 해양 플랜트 물량조차 취소되는 일이 벌어져서, 최근 대형 조선소에서도 일감이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조선업 위기는 곧바로 한국의 조선소에서 일하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대량 해고 위기로 이어진다. 이미 정규직의 규모를 훌쩍 넘어버린 조선소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규모를 자유롭게 늘렸다 줄였다 하면서 자본가들이 위기에 대처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중소 조선소 곳곳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하청업체의 폐업·도산이 벌어지고 있으며, 이에 따른 체불임금도 엄청나게 쌓여가고 있다.

△ KTX 민영화, 지하철 9호선 요금 인상

이 문제 역시 마이다스의 손, 야권연대는 모조리 MB 탓으로 돌리고 있지만, 쟁점이 거기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유럽에 비해 한국 정부의 재정 상태는 건실한 것처럼 보이지만, 공기업이 안고 있는 부채를 포함하면 한국 역시 만만치 않은 재정위기 앞에 직면해 있다.민영화를 통한 특혜는 당연히 거대한 KTX 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 재벌들에게 돌아가겠지만, 정부는 이런 방식으로 공적 사업들을 하나둘씩 팔아치우며 공기업과 정부 부채를 메우려 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지하철 9호선 요금 인상처럼 위기의 대가를 노동자 민중에게 지불하라고 요구할 것이다.

우리는 KTX 민영화와 지하철 9호선 요금 인상이라는 방식으로, 유럽 노동자들이 겪었던 '재정긴축 정책'을 경험하기 시작한 것이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공공부문 인원 감축이나 임금 삭감, 연금·복지 축소 등의 공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 가계 부채 1000조 시대

정부가 위기를 노동자와 평범한 가정에게 전가해온 탓에, 정부의 재정위기 이전에 가계 부채 위기가 먼저 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 멀리 갈 것도 없다. 2008년에 미국에서 발생했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가 바로 가계 부채 위기의 결과물이니 말이다.

주택담보대출을 장려하다가 부동산 거품이 폭삭 가라앉자, 늘어나는 이자 부담을 이기지 못해 많은 노동자와 가정들이 파산하게 된다. 결국 이들에게 빌려준 돈은 부실대출이 되어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을 주요 업무로 하던 금융기관의 파산으로 이어진 것이 바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였다. 가계 부채가 1000조 원을 돌파한 한국의 상황을 돌아보자. 과연 2008년 미국의 상황과 멀리 떨어져 있는가?

△ 부동산 경기 부양 대책

기름값 대책에 이어 이명박 정권은 곧바로 부동산 경기 활성화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사실 총선이 끝나자마자 이런 대책 수립에 착수했다는 것은, 정권 스스로 경제위기의 징조를 상당히 느끼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부동산 거래량이 엄청나게 줄어들자, 한국에서도 미국처럼 부동산 거품이 폭삭 가라앉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이명박 정부가 준비하는 대책은 '거품의 크기를 더욱 키우는 방식'이다. DTI 규제를 완화 또는 폐지하는 것, 강남 지역을 투기지구에서 해제하는 것 등이 논의되고 있다.

부동산 거품을 더 키워서 거래량을 늘리겠다는 것인데, 당장 몇 개월 동안을 버틸 수 있는 대책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눈덩이처럼 불어난 부동산 거품이 터질 경우에는 예상보다 훨씬 큰 후폭풍을 맞을 수밖에 없다.

자, 시한폭탄들이 째깍째깍 작동을 시작했다. 이 모든 문제는 노동자 민중의 '먹고 사는 문제'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이런 문제들까지 모조리 MB 탓으로 돌리기만 하면 해결되는 것일까? 다시 한 번, 앞으로의 핵심 쟁점은 대권을 둘러싼 권력 쟁투가 아니라 '먹고 사는 문제'일 수밖에 없다.



/오민규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