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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6일 토요일

개과천선 또는 개과천악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3-04-04일자 기사 '개과천선 또는 개과천악'을 퍼왔습니다.
[Weekly Punch]
다행이다.

부러 경제성장률을 낮춰서 추경예산을 확보하려는 꼼수라는 비판이 많지만 나는 그래도 객관을 인정한 박근혜 정부를 칭찬한다. 비난받아야 할 사람들은 지금 박근혜 정부에 그대로 남아 있는 경제관료들이다. 놀랍게도 2012년 9월, 4%의 경제성장을 전제로 예산을 짠 사람이나 지금 2.3%를 들고 나온 사람은 똑같다. 한 나라의 경제, 그것도 세계 10위권 GDP 규모의 경제 성장율이 불과 6개월 만에 1.7%p 수정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한국은행이나 정부의 경제성장 예측 모형(이른바 동태확률일반균형(DSGE)모형으로 수천개의 방정식으로 구성돼 있다)의 전망치가 이렇게 급격하게 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위기 시에는 파라메터(방정식의 상수들)가 변화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한국은행이나 정부가 요 며칠 사이에 갑자기 그 수치들을 수정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2012년 경제성장률이 높은 이유, 모델이 잘못됐거나, 뻥튀기했거나

이번 발표에서 왜 갑자기 성장률 전망치를 낮췄는지를 조목 조목 밝히지 않았지만, 그 이유를 알고 싶은 독자들은 위에서 인용한 새사연의 보고서를 읽으면 된다. 요악하자면 “대외 경제 여건의 호전”이라는 모호한 이유로 정부가 기대를 건 수출은 플러스를 기록하면 다행이고 내수 부문은 저임금과 가계 부채 때문에 오히려 마이너스일 것이기 때문에 기껏해야 2% 정도의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게다. 결국 2012년 하반기 발표는 모델이 잘못 됐거나, 정부의 의도 때문에 성장률을 뻥튀기했다는 게 새사연의 주장이었다.
어쨌든 정부가 우리 예측대로 성장률 전망을 대폭 하향 수정한 건 바람직한 일이다.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면 당연히 세입도 줄어든다. 하여 증세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나도 주장했고, 심지어 부자증세가 아닌 국채에 의한 추경도 찬성한다고 썼다. 도토리 키재기인 여야가 어떤 수사를 동원해서 갑론을박한다 해도 10조 원 이상의 추경에 합의할 것은 거의 확실하다.

경제성장 기조가 바뀌어야, '안으로부터, 아래로부터'

그런데 그 돈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무리하게 수출진작책을 쓴다면 국제적인 통화전쟁에 직면할 것이고 건설경기를 일으키면 내년이나 후년에 더 큰 보복을 당할 것이다. 결국 지난 50년간 지속된 ‘밖으로부터, 위로부터의 성장’ 기조를 ‘안으로부터, 아래로부터’로 바꾸는 길 밖에 없다.”(정태인, 2013년, 한국경제 ‘국민 행복시대’로 갈 수 있나,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2013.1.9) 이것이 우리의 답이다. 다행히 정부도 수출 증가가 그리 녹록치 않다는 점을 알아차렸다. 그러므로 내수를 늘려야 한다는 것도 인정했다. 그 방법은 최저임금 인상 등 임금의 상승,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 그리고 사회적 경제의 확충 밖에는 없다. 나아가서 동아시아에 5조 달러 이상 쌓아 놓은 외환보유고를 공동으로 이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박근혜정부의 상상력이 여기까지 이르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정부는, 정확히 말해서 관료들은(박근혜 대통령은 아무 생각이 없는 것 같고 주위의 청와대 경제비서관들은 다 경제관료 출신들이다) 부동산 붐에서 내수 확대의 길을 찾았다. 맞다. 현재 내수의 걸림돌인 가계부채를 해소하기 위해, 또는 공포스러운 파국을 막기 위해 부동산 가격을 올려야 한다는 것은 아이큐가 두자리 이상이라면 자연스레 찾을 해법이긴 하다. 그 자체도 실현되기 어렵겠지만(모든 수단이 다 동원된 이번 정책에 대해서도 사람들이 반응하지 않는다면 그 다음에는 아무런 방법이 없다) 혹여 성공한다 하더라도 그 다음에는 어찌 할 것인가? 새로운 거품으로 과거의 거품이 꺼진 자리를 채우는 방법은 이미 미국에서 실패한 것이 증명되지 않았는가?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폭탄 돌리기” 게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닐 테다. 새사연 (리셋 코리아)를 통해 주장했고, 앞으로 계속 제시할 대안인 “안으로부터, 아래로부터” 외에는 길이 없다.

정태인/새사연 원장
현 성공회대 겸임교수.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
한미FTA저지사업본부 본부장을 역임.

2012년 5월 8일 화요일

저축은행 부실키운 경제관료 책임은? 추가 부실은?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5-08일자 기사 '저축은행 부실키운 경제관료 책임은? 추가 부실은?'을 퍼왔습니다.
영업정지 저축은행 20개 달해, 피해자만 10만명 육박..PF추가부실 시한폭탄도


 ⓒ뉴시스 8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한 김석동 금융위원장.

금융감독당국이 지난 6일 솔로몬.한국.미래.한주 등 4개 저축은행의 영업정지 조치를 내린 뒤 이들 저축은행의 대주주들의 불법대출, 비자금 조성, 도피 행각이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그사이 정작 부실 저축은행의 감독 책임을 방기한 정부와 경제.금융 관료들에 대한 책임 추궁은 이번에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또 저축은행의 추가 부실 우려도 여전하다. 

지난해 1월 삼화저축은행을 시작으로 3월, 5월, 그리고 9월 7개 저축은행까지 지난해 영업정지 조치를 받은 저축은행은 16개에 달한다. 이번에 영업정지 된 저축은행까지 합하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총 20개의 저축은행이 영업정지 조치를 받았다. 

이들 저축은행에 5천만원 이상 예금자와 후순위채 투자자는 줄잡아 10만여명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월 삼화저축은행 영업정지 이후 안이한 관리.감독으로 추가 부실이 드러나자 지난해 4월 금감원 간부 절반 이상을 대거 교체하고 로비를 받은 금감원 고위 간부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수모를 당했지만 이후에도 금융기관 감사 추천권 폐지, 재산등록 대상 범위를 확대하는 등 감독 강화 보다는 '매맞는 시늉'을 하기에 바빴다. 

지난해 5월 출범했던 민관 합동 '금융감독 혁신 태스크포스'(TF)는 청와대와 모피아 경제관료들이 좌지우지해 민간 전문가들이 대거 사퇴하면서 결국 아무런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잇따른 부실에도 금융감독당국 고위 인사들은 막무가내다. 

이명박 정부 들어 지난 2010년 말 저축은행 부실 문제가 본격 거론되자 진동수 당시 금융위원장은 "저축은행의 경우 태생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여러가지 문제가 있어 금융당국의 집중 감독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대주주의 증자만을 요구하면서 발을 뺐다. PF부실을 중심으로 한 저축은행 부실이 드러날 경우 정치적 파장과 부동산 경기 침체를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뉴시스 지난해 4월 20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저축은행 부실화 원인규명 및 대책 마련을 위한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전.현직 경제 관료들. 왼쪽 위부터 김석동 금융위원장, 진동수 전 금융위원장,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 진념 전 재정경제부장관, 이헌재 전 재정경제부장관, 김종창전 금융감독원장
감독 실패 논란으로 지난해 4월과 8월 열린 국회 저축은행 청문회에서는 애초 이명박 정부가 정책기능과 감독 기능이 합쳐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체제를 만든 데 대한 비판이 이어졌지만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정책실패에 대한 국회의 추궁과 법적책임을 우려한 금융당국은 근본적인 해법인 공적자금 투입을 꺼리면서 부실 저축은행을 시중은행들이 인수하는 '땜질식 처방'으로 대신했다. 

영업정지 사태를 불러온 저축은행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처리도 문제를 불러온 관료들에 대한 책임을 묻는 대신 떠넘기기로 정리됐다. 건설사의 PF대출 부실을 민간은행에 떠넘겨 부실채권을 사들이는 민간 '배드뱅크'를 만들어 금융권이 1조원 가량을 출자하기로 했고, 영업정지된 부실 저축은행들은 신한.KB.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사가 인수케 했다. 부실은 감추고,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게 된 것.

지난해 4월 감독실패 책임을 묻는 국회 청문회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이헌재.윤증현.진념 등 전직 경제관료들이 모두 출석했지만 지난 10여년 간 저축은행 여신한도 확대, 상호 변경 등 저축은행에 대한 규제완화로 부실을 방치한 경제관료들은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지난해 1월 취임해 총대를 맨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삼화저축은행 영업정지 이후 '상반기 더 이상의 추가 영업정지는 없다'고 말했으나 지난해 내내 한두달 간격으로 영업정지 저축은행이 속출했다. 지난해 2월 부산.대전저축은행에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진 뒤에도 같은 김석동 위원장은 같은 말을 했지만 김 위원장의 발언 이틀만에 금융당국은 부산2.중앙부산.전주.보해저축은행 등 4곳에 대해 추가로 영업정지 조치를 내렸다. 

당시 부실을 키워 온 데다 이제는 거짓말까지 하는 정부를 믿지 못한 예금자들이 부산지역 저축은행에 몰려가 예금인출을 요구하자 김석동 위원장은 부산을 찾아 2천만원을 예금하는 '쇼'(5천만원 이하는 예금보험공사에서 지급보증)를 하기도 했다. 이와중에 김 위원장은 "예금자들이 과도하게 우려하고 있다"며 "적기시정 조치가 유예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돈을 찾으러 온다는 것은 경제적 인식이 안돼 있는 것 아니냐"고 정부를 믿지 못하는 예금자들을 성토하는 적반하장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9월 7개 저축은행 영업정지 뒤에도 김석동 위원장은 이번에 영업정지 조치 된 저축은행들에 대해 "자구계획의 현실성 등을 충분히 검토해 내린 결정인 만큼 영업정지로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장담해 왔다. 

그러나 올해 초 들어서도 이들 저축은행의 영업정지 가능성이 높아지자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난 1월 26일 '총선을 앞두고 추가 영업정지에 정치적 부담을 느끼지 않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내 성격 잘 알지 않느냐. 그런 것 전혀 없다"고 말해 말을 뒤집더니 총선 이후로 영업정지 조치를 미뤘다. 그사이에 예금한 국민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 김 위원장은 6일 영업정지 조치 발표 직후 언론에 "내 별명이 '작업반장'인데 이제 저축은행과 관련해서는 이 별명은 쓸 일이 없을 것"이라며 추가 대규모 영업정지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7일 성명을 통해 "국회와 감사원이 나서서 그동안 부실을 은폐하고 감독실패의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했던 금융감독 담당자들의 책임을 추궁하고, 금융당국이 공적자금 투입 등 정공법을 통해 저축은행을 구조조정하고 실효성 있는 피해자 구제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참여연대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지난 2008년부터 매입한 저축은행의 부실PF대출 현황

한편 저축은행의 영업정지가 이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저축은행 부실의 원인인 PF대출 폭탄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의 '저축은행별 캠코 매각 PF대출 충당금 적립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저축은행 41곳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매각한 부실 PF대출채권 매각원금 총액은 4조 8054억 원에 이르는데 이들이 적립한 대손충당금은 총액의 14%인 7044억 원에 불과하다. 이들이 2013년 말부터 사후 정산기간이 도래해 다시 부실 PF를 매입해야 하는데 모자란 4조원을 맞추지 못하면 추가 영업정지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 

캠코는 저축은행이 투자했다가 사업이 좌초해 부실 채권이 된 전국 484개 건설 사업장의 총 7조3863억원어치 PF 대출 채권을 2008년부터 4차례에 걸쳐 사들였다. 이중 캠코가 지난 3월까지 매각한 부실채권은 127개 사업장(26%), 1조 5677억원(21%)에 불과하다.

조태근 기자 taegun@vop.co.kr

2012년 2월 20일 월요일

'복지'에 맞서는 경제관료들, 선거 개입하나?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2-19일자 기사 ''복지'에 맞서는 경제관료들, 선거 개입하나?'를 퍼왔습니다.
기재부 장.차관 "복지 포퓰리즘 맞서겠다"..TF만들어, 각당 복지공약 반박자료 발표


ⓒ민중의소리/뉴시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신제윤 1차관, 김동연 2차관

"현 상황에서 제기된 공약사항에 대해 대차대조표를 따지고 지속가능성을 검토해 그 결과를 정치권에 전달하는 등 적극 대응해 나갈 것입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5일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4.11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들이 내놓고 있는 복지 공약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 장관은 "선거를 앞두고 다듬어지지 않은 복지공약이 양산되고 있다"며 "재정의 부담능력을 넘어서는 복지공약에 대한 국민의 우려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17일 열린 한 강연에서는 "우리나라 복지 지출 수준이 적절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달 9일 열린 한 강연에서도 박 장관은 "GDP 수준과 노인인구 비율을 감안하면 지금 복지 지출비율이 적정 경로를 따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MB정부 초대 청와대 국정기획수석, 정무수석을 지내다 노동부 장관에 이어 기획재정부 장관을 맡고 있는 박 장관은 지난해 6월 취임 때부터 '선거를 앞둔 복지 포퓰리즘'에 맞서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취임사에서 "우후죽순의 복지 포퓰리즘에 맞서, 레오니다스가 이끌던 300명의 최정예 전사처럼 테레모필레 협곡을 굳건히 지켜야 한다"고 말할 정도였다. 

박 장관 뿐만 아니라 경제 관료들의 반(反) 복지 레토릭은 점입가경 수준이다. 심지어 부처 내에 정치권의 복지 정책을 무력화시킬 논리를 개발하는 팀까지 만들 정도다. 

신제윤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15일 기자들과 만나 "정치권 포퓰리즘 때문에 웃음을 잃었다"며 "공무원 생활 30여년을 했는데 선거를 여러번 치뤄봤지만 요새가 가장 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신 차관은 "관료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 관료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지속가능성"이라며 "지속가능성 없는 것은 결과적으로 우리 후손들에게 부담을 주게 된다"고 말했다. 

김동연 기획재정부 2차관도 지난 16일 열린 아시아개발은행-KDI 공동 컨퍼런스 연설 막바지에 정치권의 복지 공약 비판에 열을 냈다. 김 차관은 "2012년은 한국에 총선과 대선이 겹쳐있는 중요한 한 해"라며 "재정 상태에 대한 적절한 고려 없이 무상 복지 과열 경쟁이 일어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초 기획재정부가 설치한 '복지 태스크포스'(TF)를 맡고 있는 김 차관은 최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복지 정책방향에 맞춰 선제적으로 해야 할 일들이 뭐가 있는지 논의하고 이제까지 유지해왔던 복지 원칙에 맞춰 지켜야 할 원칙을 정립하겠다"며 정치권의 복지 공약 요구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심사를 내비쳤다. 

김 차관이 이끄는 기재부 '복지TF'는 정치권의 복지 공세에 끌려가기 보다는 선제적으로 '복지=재정악화'라는 공식을 선전하기 위한 TF의 성격이 짙다. 

기재부는 이번주께 '복지TF'에서 분석한 새누리당,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 등 정치권이 잇따라 내놓고 있는 복지공약의 소요 예산 규모를 추정한 '복지공약 대차대조표'를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가 선거를 앞두고 정당의 공약을 분석해 자료를 내기는 이번에 처음이다. 기재부는 개별 공약별 소요 예산 추정치가 아닌 총액 추정치를 발표하는 것이라고 해명했으며, 일각에서 경제 부처 관료들이 선거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