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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월 24일 목요일

부동산과 금융의 결합, 한국판 서브프라임 서막인가?


이글은 프레시안 2012-005-24일자 기사 '부동산과 금융의 결합, 한국판 서브프라임 서막인가?'를 퍼왔습니다.
[오민규의 인사이드 경제] 빗장 풀기의 1막 1장 : 강남 투기지역 해제

"집값은 내려가지 않는다"는 신화가 사실로 받아들여지던 시절, 주택담보대출(모기지론)은 자본주의의 최첨단 금융기법 신기원을 열어준 것처럼 보였다. 이자가 쌓이는 속도보다 빠르게 집값이 올라갈 때는, 너도 나도 대출을 내서 집을 사고 되파는 것만으로도 꽤 쓸 만한 돈벌이가 되었다.

주택담보대출이 성행하자 세계금융의 핵심이라 할미국에서 돈벌이의 새로운 수단을 고안해냈다. 서민들이 대출을 받으면 은행과 채권·채무 관계가 성립하는데, 담보대출 수익률이 높아지자 이제 채권을 거래하기 시작한 것이다. 집값이 계속 올라가면 서민들은 집을 되팔아 빚을 갚는데 어려움이 없었기에, 담보대출 채권의 수익률도 안정적으로 보장되었다.

그런데 미국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주택담보대출 채권과 다른 금융상품을 섞어 다양한 파생금융상품을 만들어냈다. 어떤 금융상품들을 얼마의 비율로 섞고 여기에 이자율(채권의 경우 수익률)을 얼마 적용해서 판매하면 절대로 손해 보지 않는다는 수학 공식까지 탄생했다.

미국 자본주의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은 것처럼 보였다. 아무리 많은 상품이 미국으로 수입되어도, 부동산에서 얻어지는 수익을 바탕으로 탄탄한 소비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성장 동력의 70%가 탄탄한 소비에 근거해 있었다.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은 계속 하락하는데, 오히려 부동산을 통한 수익은 늘어났기에 가능한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공식은 "집값은 내려가지 않는다"는 전제 위에서만 작동 가능한 것이었다.


▲ 미국 로스엔젤레스에 있는 한 주택이 매물로 나와 있다. ⓒ로이터=뉴시스

썩은 사과 하나가 과일바구니 전체를 삼키다

서브프라임(Subprime)은 쉽게 말하면 개인의 신용등급을 뜻한다. "모자란다"는 뜻의 '서브(Sub-)'라는 접두사가 붙은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프라임(Prime)보다는 낮은 신용등급을 의미한다. 미국에는 넓게 보면 3가지 신용등급이 존재하는데, 프라임, 알트에이(Alt-A), 서브프라임이 그것이다. 다시말해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은 신용의 낮은 등급, 즉 서민들의 주택담보대출을 말하는 것이다.

주택담보대출이 서브프라임 등급에서까지 성행했다는 말은, 그만큼 광범위한 서민들이 이런 대출에 의존해 먹고 살았다는 것이다. 이제 그의 연봉이 얼마냐가 아니라 그가 은행에서 얼마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사람들의 부를 측정하는 기준이 되었다.

그러나 신화가 깨져버렸다. 집값이 오르지 않거나 심지어 내려가기 시작한 것이다. 집값의 70~80%까지 대출을 받아도 수익이 나던 시절과 달리, 이제 집값이 대출금보다 밑으로 떨어지는 일이 벌어지게 된다. 대출상환 능력이 가장 떨어지는 서브프라임 등급에서 문제가 터지기 시작했다. 집을 팔아도 대출금을 갚을 수 없는 서민들이 곳곳에서 생겨났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서브프라임모기지론 채권으로 만들어진 다양한 파생상품 시장에도 비상벨이 울렸다. 다른 금융상품이 아무리 수익률이 높더라도 파생상품에 끼워 판 담보대출 채권 부실이 심각해지자, 파생금융상품 전반의 수익률이 떨어졌다.

서민들이 파산하고 부실대출이 늘어나자, 금융기관들이 하나둘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서브프라임모기지론 업체 몇 개 파산할 때는 그러려니 했는데, 베어스턴스와 리먼브라더스 등 굴지의 투자은행까지 무너져 내렸다. 이게 바로 2008년 미국 금융위기를 몰고 온 서브프라임모기지론 사태의 전개과정이다.

ⓒAP=연합뉴스

부동산과 금융의 합작

이명박 정부가 내놓은 '5.10 부동산 대책'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마지막 남은 투기지역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의 빗장을 풀어버린 것을 두고 'MB의 변치 않는 강남 사랑'을 지적하기도 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누누이 지적해 왔지만, 'MB 중심 프레임'에 갇혀서는 문제의 본질에 접근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문제를 정반대의 각도에서 접근하는 보수적인 경제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들여다보자. 그들은 한목소리로 이렇게 얘기한다. "강남을 투기지역에서 해제한다고 해서 곧바로 주택거래가 활성화되지는 않는다. 부동산시장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DTI 규제를 완화하거나 폐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DTI(Debt to Income)란 무엇인가? 총소득에서 대출상환금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예를 들어 내 소득이 연간 4000만 원인데 대출 원리금을 갚아나가는데 1년에 2000만 원이 소요된다면 DTI는 50%가 된다. DTI 규제는 일정 비율 이상으로 DTI가 초과되지 않도록 대출 규모를 제한하는 제도이다. 예를 들어 DTI 규제를 40%로 적용한다고 하면, 나는 대출 원리금을 갚아나가는데 연간 1600만 원(연소득 4000만 원의 40%) 이상이 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만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상하지 않은가? 내용으로만 보면 DTI 규제는 부동산 정책이 아니라 금융 정책에 가깝다. 그런데 정부의 부동산 대책 핵심이 DTI 규제 완화가 되어야 한다니? 바로 여기에 부동산과 금융이 긴밀히 결합되는 첨단 자본주의 비밀이 놓여 있다. 사실 '주택담보대출'이라는 말 속에 이미 부동산과 금융이 한 덩어리로 묶여 있지 않은가!

가계 부채 1000조 원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는 지금, 주택담보대출만 390조 원이 넘어 전체 가계 부채의 4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가계 부채 중 대출만 따로 떼어놓으면 약 640조 원 규모이니, 이 중에서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절반을 넘는 수준이다. 가계 대출에 대한 정책은 이제 부동산 정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어버린 것이다.

빗장 풀기는 시작에 불과

정부는 5.10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DTI 규제 완화 논의는 없을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하지만 기억을 되살려보면, 강남 3구를 투기지역에서 해제하는 문제 역시 작년까지만 해도 이 정부에서 논의가 금기시되던 사안이었다. 기존 입장을 전격적으로 뒤집으며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것은, 정부가 적신호를 느꼈기 때문이다. 투기지역 해제와 함께 강남지역에 그동안 적용되던 DTI 비율을 40%에서 50%로 완화해 주었다.

그런데 'MB의 강남 사랑'을 비난하는 이들과 정반대의 이유에서 보수적인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너무 미흡하다고 비난하고 있다. DTI 규제라는 빗장까지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이야 정부가 DTI 규제 완화에 반대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지만, 언제 어떻게 입장이 바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정부가 규제 완화를 반대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가계 부채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빗장을 풀어야 한다는 쪽에서는 "금융기관이 충분히 개인의 신용등급을 조사하여 부실 대출 가능성을 줄이고 있으니 DTI 규제를 완화·폐지해도 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 바로 여기에서 서브프라임 사태 전개에서 봤던 '개인신용등급'이라는 익숙한 단어가 튀어나왔다. 사실 DTI 규제라는 것은 연소득이라는 기준으로 개인의 신용등급을 매기는 제도에 다름 아니다. 그런데 이 규제를 폐지한다? 그것은 간단히 말해 대출 규모와 승인 모두 금융기관의 자율에, 즉 그냥 시장에 맡기는 것이 최선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강남 투기지역 빗장 풀기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경제 상황이 점점 악화되는 것이 피부에 느껴지기 시작하면, 언제든 정부는 입장을 바꾸게 될 것이다. 새누리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9명의 후보들 중 이혜훈 의원을 제외한 8명 모두 DTI 규제 완화에 찬성 의견을 제시했던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 15일 제1차 전당대회에서 개표 후 손 흔드는 새누리당 황우여 새 대표와 전당대회 후보들. ⓒ연합뉴스

점점 안개 속에 빠져든다 : 불투명한 미래

(인사이드 경제)는 파국만을 예고하는 '닥터 둠(Dr. Doom)'을 자처할 의사가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어떠한 조치가 취해진다 하더라도 우리의 미래는 점점 예측 불가능한 안개 속으로 빠져든다는 사실이다.

강남 투기지역 해제와 DTI 규제 완화가 부동산 거래량을 늘리게 될까? 예측할 수 없다. 집값이 올라갈 것이라고 예측하는 수요자들이 많아지면 거래량은 늘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집값 상승 기대감이 없을 경우, 부동산 거래는 안 되면서 DTI 규제완화로 가계 대출만 늘어날 수도 있다. (강남지역 DTI 규제가 40%에서 50%로 완화되면서, 가구별로 집을 담보로 하여 수천만 원 규모 추가 대출의 길이 열린 상태이다.)

DTI 규제를 완화·폐지하면 가계 부채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인가? 알 수 없다.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규제가 완화된다 하더라도 은행들이 부실을 우려해 서민에게 대출을 늘리지 않을 수도 있다. 반대로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며 신용등급이 낮은 이들에게 과감하게 대출을 늘릴 수도 있다. 오직 확실(?)한 사실은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것뿐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이 높지 않다는 점을 들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미국 금융위기와 함께 집값이 떨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벌어진 현상일 뿐이다. 여전히 가계 부채에서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이다.

ⓒ뉴시스
게다가 집값이 올라가던 시절에 급증한 주택담보대출의 상환 만기가 점차 도래하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현재 390조 원에 달하는 주택담보대출 중 올해에 만기가 도래할 것으로 추정되는 액수만 무려 50조 원에 달한다. 집값이 오를 것을 잔뜩 기대하고 대출을 받았던 서민들이, 집값 하락으로 상환능력이 떨어지고 있는 상태여서 더욱 문제가 될 것이다.

게다가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체 가계대출 중 50세 이상 고연령층의 가계부채 비중은 2003년 33.2%에서 2011년 46.4%로 무려 13.2% 포인트나 상승했다. 은퇴를 앞둔 이들이 노후설계를 위해 거액의 대출을 안고 집을 장만하는 사례가 많았다는 것이다. 특히 집값이 빠르게 상승하던 2005~2007년 노무현 정부 시절에 고연령층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했다. 이미 상당수가 은퇴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들의 상환능력에는 문제가 없을까?

올해 초 은행들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경영계획서에 따르면, 올해 25조 원의 가계 대출을 늘릴 예정이며 특히 주택담보대출보다 신용대출에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주택담보대출의 위험성이 늘고 있음을 은행들도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슨 방법으로 신용대출을 늘린단 말인가? 주택 외에 특별한 담보가 없는 낮은 신용등급의 서민들에게 말이다.

결국 신용대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은행이 대출 규제를 완화할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에도 부실 대출 위험성이 늘기 때문에 대출 이자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지난해 은행권 가계대출은 5.7% 증가에 머문 반면 비은행권 대출은 11.6%의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서민들이 높은 이자율을 물더라도 대출 문턱이 낮은 비은행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말이다. 은행이 대출 규제를 완화한다? 이건 DTI 규제 완화론자들이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부정했던 얘기 아닌가?

진퇴양난(進退兩難) : 그러나 길이 본래부터 두 갈래는 아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규제를 풀자니 무분별한 대출 증가로 한국판 서브프라임이 우려되고, 규제를 묶자니 시중에 돈이 돌지 않게 되어 경기침체(디플레이션)가 우려된다. 하지만 어느 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이명박 정부는 둘 중 어느 한 가지를 반드시 선택할 수밖에 없다. 자본의 입장에 충실한 정권의 성격상, 현재로서는 규제 완화의 길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렇다면 규제를 묶는 길이 좀 더 서민적인 방식일까? 수차례 강조하지만 'MB 중심 프레임'에 빠져서는 제대로 된 시야를 확보할 수 없다. 규제를 묶는 경우 실제로 투자·대출·소비가 위축되어 경기침체에 빠질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민주통합당이나 야권연대가 정권을 잡는다 한들, 경기침체 위험 앞에 규제완화의 유혹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을까?

군말을 덧붙이자면 김대중·노무현 정권도 규제완화에서는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이들이다. 어떤 이는 DTI 규제를 노무현 정부가 만들었는데 이명박 정부가 이 규제를 풀려 한다는 식의 'MB 중심 프레임'을 설파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이미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저축은행을 활성화하고 PF 대출의 각종 규제를 풀어헤치면서 중요한 빗장들을 다 풀어버렸다.

그 결과 부동산시장이 너무 과열되어 집값상승률이 물가인상률의 몇 배에 달하게 되자, "이러다간 큰일 나겠다"는 판단으로 아주 소폭의 규제에 해당하는 DTI 규제를 고안해낸 것이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은 부동산 거품을 키우기 위해 필요한 주요 규제완화 정책을 확실히 밀어붙였던 세력이다.

하지만 애초부터 길이 두 갈래밖에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시중에 돌아야 할 돈이 어디에 몰려 있는지를 찾아보면 된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1000대 기업 등기임원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3억7670만 원으로 전년보다 무려 23.8% 올랐다고 한다. 지난 4년간 법정최저임금은 고작 평균 5%가 올랐는데 말이다.

등기임원 평균 연봉이 가장 높은 곳은 삼성전자로 1인당 무려 109억 원에 달했다. 로또 당첨금보다 많은 돈을 한해에 벌어들이고 있다. 직업병인 암으로 숨져가는 수많은 노동자들의 희생 속에 높은 어르신들은 돈방석에 앉아 있다. 왜 노동자들 임금은 23.8%씩 올려주지 않는 것인가?

ⓒ연합뉴스

돈이 없다고? 한국의 10대 그룹 사내유보율이 이미 1200%를 넘어섰다. 쉽게 말해 자기 자본의 12배에 달하는 돈을 곳간에 쌓아두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자들 등골이 휘어지도록 일 시켜서 정부 한해 예산보다 많은 수백 조 원이 모여 있는 것이다. 이 돈만 노동자와 서민들의 수중에 풀려도 가계 부채나 경기침체 걱정은 덜게 될 것이다.

"어허! 자네 지금 무슨 소릴 하나? 기업하는 사람들 돈을 몰수해서 노동자·서민에게 분배하자구? 그런 위험한 사상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용납되질 않아!" 벌써 이런 말이 귓전을 때리는 듯하다. 그렇다. 이놈의 시스템은 두 갈래 길 외에 다른 길을 상상하는 것 자체를 용인하지 않는다.

그게 바로 통진당 사태를 뒷배경으로 깔아놓고 눈을 가린 후, 국가보안법이란 사슬로 이런 사상을 퍼뜨리는 이들을 잡아가두는 공안몰이가 시작된 이유 아닐까? 어허! 다른 사람 걱정할 때가 아니라 당장 도 몸을 사려야 될 때가 온 것일까.

 /오민규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

2012년 5월 3일 목요일

강남3구 투기지역 곧 해제…부동산 거품 다시 키운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5-02일자 기사 '강남3구 투기지역 곧 해제…부동산 거품 다시 키운다'를 퍼왔습니다.

기획재정부가 국토해양부가 주장해온 서초·강남·송파 등 이른바 ‘강남 3구’의 주택 투기지역 지정을 해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사진은 하늘에서 바라본 서초구의 아파트 단지 전경. <한겨레>자료사진

재정부 “이달 발표”…DTI 40→50%로 완화
주택대출 증가로 가계부채 부실확대 우려 

정부가 서초·강남·송파 등 이른바 ‘강남 3구’의 주택 투기지역 지정을 해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이다. 침체된 주택시장의 거래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게 이유다. 전문가들은 당장 시장에 끼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보면서도, 중장기적으로 금융위기 이후 거품이 서서히 걷히던 주택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줘 투기심리를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자칫 부동산 관련 대출을 부채질해 가계부채를 더 키울 수도 있다.
2일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강남 3구의 투기지역 지정 해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최종 결정되지는 않았다”면서도 “가급적 이달 안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남 3구의 투기지역 지정 해제의 필요성은 국토해양부가 계속 제기해온 사안이다. 박상우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현재 재정부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부동산시장의 ‘마지막 빗장’마저 풀려는 까닭은 주택시장의 거래 부진에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날 1분기(1~3월) 아파트 거래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서울에서는 40.2%, 전국적으로는 26.8% 줄었다고 밝혔다. 이 연구원의 송인호 박사는 “투기지역 해제를 비롯한 주택거래 활성화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강남 3구가 투기지역에서 해제될 경우 가장 큰 변화는 대출을 연소득의 일정 비율로 제한하는 총부채상환비율(DTI) 상한이 현행 40%에서 50%로 완화된다는 점이다. 상한이 높아지는 만큼 집을 살 때 은행으로부터 대출금을 더 받을 수 있게 된다. 또 집값의 일정 비율 안에서 대출하는 담보대출인정비율(LTV)도 40%에서 50%로 늘어나고, 3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부담도 10%포인트가량 줄어든다. 정부는 이런 규제 완화가 거래를 촉진시킬 것으로 본다.

강남 3구의 투기지역 해제는 부동산 투기대책과 관련한 상징적 의미가 크다. 이 때문에 재정부 관계자는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참여정부가 2003년 부동산 투기 근절 대책의 하나로 도입한 투기지역 지정제도가 처음 적용된 곳은 강남 3구다. 이후 투기지역 지정이 여러 곳으로 확산됐다. 정부는 세계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위기 대책의 하나로 강남 3구 외에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를 모두 해제할 때에도 강남 3구에는 손대지 않았다. 부동산 업계는 “강남 3구의 투기지역 해제는 그 자체의 경제적 효과보다도 시장에서 갖는 상징성이 크다”고 말한다. 강남 3구에 대한 투기지역이 해제되면 전국에 투기지역은 한 곳도 남지 않게 된다.
이러한 규제 완화가 투기심리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에 정부 관계자들은 거래량이 늘더라도 가격을 크게 자극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거래량과 가격은 비례하는 만큼 거래가 늘어나면 가격도 따라 올라갈 수 있다”며 “투기지역 해제가 당장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겠지만, 강남은 언제든지 전체 부동산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김수현 세종대 교수(부동산학)는 “시장에 실질적 변화는 없을 수 있지만, 시장에 ‘돈 더 빌려줄 테니 집을 사라’라는 심리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에만 여섯번의 부동산 부양책을 내놨다.
은행권의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대출의 비중은 수도권의 경우 약 65%에 이른다. 부동산 활성화 대책이 자칫 858조원에 이르는 가계대출의 폭발성을 더 키울 수 있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부채경제학’ 보고서에서 “부동산 가격의 지속적인 안정을 통해 가격상승 기대를 억제함으로써 가계의 차입(주택담보대출) 수요를 축소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류이근 최종훈 최현준 기자 ryuyigeun@hani.co.kr

2012년 4월 17일 화요일

양도세 중과폐지, DTI까지?..선거 끝나니 1%정책 펴는 새누리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4-17일자 기사 '양도세 중과폐지, DTI까지?..선거 끝나니 1%정책 펴는 새누리'를 퍼왔습니다.
황우여 "4,5월에 양도세 중과 폐지법안 처리"....박재완 "부동산 활성화 고민중"


ⓒ뉴시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6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사무처 월례조회에서 황우여 원내대표의 인사말을 들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4.11총선에서 과반을 차지한 새누리당이 사실상 마지막 남은 부동산 관련 규제완화인 양도세 중과세 폐지를 18대 국회가 끝나는 5월 이전에 밀어붙이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부도 부동산 부양을 위해 여기에 호응하는 양상이다. 

총선 전부터 양도세 중과세 폐지법안 처리를 주장해 온 황우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언론에 19대 국회 개원에 앞서 4, 5월에 임시국회를 열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 폐지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황 원내대표는 "수도권 지역 주택 보급률이 102~150%에 이르는데, 1가구 1주택만 고집해 나머지에게 징벌적 중과세를 부과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황 원내대표가 언급한 양도세 중과세 폐지는 이명박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12.7 대책에 포함된 것으로 2주택 이상 다주택 보유자에게 적용해온 양도세 중과 제도를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양도세 중과세는 2주택 보유자가 집을 팔 때 양도차익의 50%, 3주택 이상 보유자는 양도차익의 60%를 부과하는 것으로 폐지될 경우 다주택자들이 큰 혜택을 볼 수밖에 없다. 

정부도 주택시장 침체를 거론하며 부동산 거래활성화 대책을 내놓겠다는 방침을 굳혔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CEO간담회 조찬강연에서 "지방은 그래도 거래가 상당히 있는데 수도권에는 거래 자체가 실종됐다. 부동산거래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박용진 대변인은 "새누리당은 총선이 끝나자마자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물가불안이 지속되고, 주택 전월세 상승세가 언제 재연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민생과는 먼 법안부터 논의하자는 의도를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친서민을 목 놓아 외쳤던 새누리당이 공공요금과 서민물가가 오르는 민생 현안을 도외시하고, 고액재산가들의 세금 부담을 줄이는 방안에만 골몰하고 있다"며 "새누리당의 DNA는 결국 친부자, 친대기업임이 밝혀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양도세 중과세 폐지와 함께 DTI폐지 논의도 나오고 있다. 앞서 황우여 원내대표는 지난달 말 라디오 정당대표자 연설에서 "DTI도 가계부채의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완화가 검토돼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지난 2월 당 회의에서도 "거래 활성화를 위한 여러 대책에도 부동산 시장이 녹지 않고 있는데 근본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DTI 도 어느 정도 수정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여러 경제적 파급효과 때문에 정치권에서 신중히 하겠지만 DTI 부분은 이대로는 안된다"고 말했다. 

DTI는주택담보대출 한도를 벌어들이는 소득에 따라 제한하는 제도다. 현재 '투기지역'인 서울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3구는 DTI 규제에 따라 연소득 대비 40%까지로 대출이 제한 돼 있으며 강남 3구 외 서울은 50%, 수도권은 60%로 돼 있다. 

이와관련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은 지난 2월 기자들에게 DTI 완화에 대한 정부 차원의 검토가 진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조근태 기자

2011년 12월 10일 토요일

MB가 집값을 절대 끌어올릴 수 없는 세 가지 이유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1-12-09일자 기사 'MB가 집값을 절대 끌어올릴 수 없는 세 가지 이유'를 퍼왔습니다.
부동산 불패 신화는 끝났다… 집값 폭락 과도기, 전세 기근 계속될 듯

공급을 늘려야 부동산 시장이 안정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주택 보급률과 자가 점유율의 차이를 간과하고 있다. 서울시 주택 보급률은 2000년 77.4%에서 지난해 96.7%까지 늘어났다. 그런데 왜 집 없는 사람이 이리도 많을까. 자가 점유율은 2000년 40.8%에서 지난해 41.1%로 거의 늘어나지 않았다. 집이 많이 늘어나긴 했지만 내 집 마련을 한 경우 보다는 기존에 집이 있던 사람들이 추가로 산 경우가 많았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전셋값이 계속 오르면 집값도 뛰어오를 거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전세 수요와 구매 수요는 분명히 다르다. 전셋값이 오르는 건 집값이 떨어질 거라는 기대 심리 때문이기도 하고 전세를 끌어안고 집을 사는 투기적 가수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금은 실 수요와 투기적 가수요가 동시에 줄어드는 상황이다. 물가가 오르면서 저축률이 하락하고 노동자 가구 가처분 소득도 줄고 있다. 대출 받아 집 사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는 이야기다. 


서울지역 주택 보급률과 자가 점유율 추이. 핵심은 무작정 공급을 늘리는 게 아니라 살 수 있는 싼 집을 늘리는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 대우증권.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살리려고 안간힘을 쓰면서도 DTI(총부채상환비율)이나 LTV(주택담보대출비율) 규제를 쉽게 풀지 못하는 건 가계부채가 이미 위험스러울 정도로 불어난 상황이기 때문이다. 가계신용 잔액은 1998년 184조원에서 지난해 795조원, 올해 9월 말 기준으로 892조원으로 급격히 불어났다. 명목 국민총생산은 연 평균 7.3% 늘어났는데 가계부채는 13.0% 늘어난 셈이다. 

대우증권 송홍익 연구원은 “결국 지난 10년 동안 부동산 가격이 경제 성장률을 상회했는데 이는 저금리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가 부동산 가격 상승의 핵심 원동력이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노동자 가구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994년 49.5%에서 2000년 73.3%, 지난해에는 122.5%까지 급증했다. 소득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빚이 늘어나는 속도가 더 빨랐다는 이야기다. 

송 연구원은 “지금은 정부가 나서서 가계부채 증가를 제어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과거처럼 가계부채를 동반한 부동산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송 연구원은 “부채를 늘릴 수 없다면 소득이라도 늘어나야 부동산 시장을 떠받칠 수 있을 텐데 가계소득 증가율은 지난 10년 동안 국내총생산 증가율을 밑돌고 있다”면서 “소득 증가에 따른 부동산 가격 상승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전국 주요도시 PIR. 소득 대비 집값의 비율이다. 서울지역의 경우 13년 동안 소득을 모두 모아야 집을 살 수 있다. ⓒ대우증권.

2000년 기준으로 노동자 가구 가처분 소득은 364조원, 전국 아파트 시가총액은 700조원이었는데 지난해에는 각각 641조원과 2580조원으로 늘어났다. 비율로 보면 1.9배 수준에서 4.0배까지 늘어난 셈이다. 소득 대비 집값을 나타내는 PIR은 서울이 13.0배, 경기도가 7.0배에 이른다. 서울에서 집을 사려면 13년 동안 소득을 모두 저축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소득의 3분의 1을 저축한다고 해도 40년 가까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신생아 수와 서울 아파트 가격 추이. 송홍익 연구원은 "집값이 비싸니 결혼이 늦어지고 신생아 수가 급감, 경제의 동력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대우증권.

인구 고령화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가구당 순자산은 2억4560만원이지만 30대만 놓고 보면 1억6124만원 밖에 안 된다. 대우증권은 수도권의 경우 가구당 순자산이 3억708만원, 30대 가구는 2억155만원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서울시 평균 아파트 가격이 105.6㎡ 기준으로 5억6736만원, 경기도는 3억464만원 정도니까 서울에서는 3억6518만원, 경기도에서도 1억309만원을 대출 받아야 한다. 

결국 대출 기준을 크게 완화하지 않는 이상 30대가 대출을 받아 집을 사기는 요원하다는 이야기다. 40대 가구의 경우도 전국 기준으로 순자산이 2억4419만원, 수도권 지역은 2억6213만원 정도다. 역시 상당한 대출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PIR이 5배 안팎이었던 10여년 전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집값은 너무 비싸고 소득 수준은 그때보다 더 열악하다. 특히 30대와 40대의 구매 여력이 부족하다는 게 가장 큰 걸림돌이다. 

선거철마다 나왔던 부동산 대책도 내년에는 별다른 효과가 없을 거라는 분석도 있다. 정부가 쓸 수 있는 대책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송 연구원은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서 20~40대의 지지를 끌어모아야 할 텐데 과거와 같은 부동산 부양 정책은 전·월세 가격 급등으로 직격탄을 맞은 2040세대의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라면서 “과거와 달리 전·월세 가격을 제어하기 위한 주택 공급 증가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내년에도 집값 하락이 계속될 거라는 근거는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정부가 가계부채 증가율을 제어하고 있기 때문에 빚 내서 집 사는 사람이 늘어날 수가 없고 둘째, 물가 상승과 저축률 하락, 전·월세 가격 상승으로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고 있어 소득 증가에 따른 가격 상승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셋째, 2040세대의 불만이 거센 상황이라 과거와 같이 일방적인 부동산 부양 정책 보다는 공급 증가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 정책과 가격 추이. 정부 정책의 약발이 갈수록 먹혀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동양증권.

부동산 불패 신화가 끝나간다는 신호가 여러 경로로 감지되고 있지만 전셋값 상승은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우증권은 전세와 매매 비율 추이를 분석한 결과 과거 고점이 서울은 58.7%, 경기도는 63.9%인데 현재는 각각 47.2%와 52.4%로 낮은 편이다. 결국 한동안 전셋값 상승이 계속되거나 집값 하락이 본격화되지 않는 이상 전세 기근현상이 한동안 계속될 거라는 이야기다. 

대우증권은 이례적으로 “최소 향후 5년 동안은 아파트 가격 하향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우증권은 “집이 있는 사람들은 당연히 집값이 계속 오르길 원하겠지만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 장기적으로 생산 동력을 상실하게 된다”면서 “2040세대가 짊어지고 있는 무거운 상처를 치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 연구원은 “단기적인 경제 성장에 만족하는 수준을 넘어 2030년을 바라보며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변화를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7일 저녁 방송된 KBS <뉴스9>

12·7 대책은 집권 말기에 들어선 이명박 정부가 보수 기득권 세력을 달래려 내놓은 고육지책이지만 별반 새로울 게 없고 실효성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핵심은 이미 집값이 너무 비싸다는 데 있다. 이제 대출을 늘려주고 세금을 깎아주면서 집값을 끌어올리는 시대가 지났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부동산 대세 하락이 시작됐고 이 대통령이 내놓을 수 있는 카드는 모두 나온 상황이다. 

동양증권 정상협 연구원도 “센티멘트(심리) 개선만으로 부동산 시장이 살아날 거라고 보지 않는다”면서 “현재 부동산 시장 침체의 근본적인 문제는 공급되는 주택 가격과 실제 소비자들이 사고자 하는 가격의 괴리에서 비롯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 연구원은 “정부의 이번 대책은 부동산 시장에서 양도차익 기대감이 클 때 효과를 볼 수 있는 조치들이지만 시장이 계속 횡보할 것으로 보이는 지금 상황서는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