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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3일 일요일

유로위기 후폭풍에 치솟는 독일 부동산


이글은 이코노미 인사이트(Economy Insight) 2013-02-01일자 제34호 기사 '유로위기 후폭풍에 치솟는 독일 부동산'을퍼왔습니다.
Cover Story 부동산 거품 쓰나미 다시 덮치나- ① 폭등하는 독일 임대료


남유럽 자금 유입에 독일 집세 폭등… 핫머니로 홍콩·동남아도 주식·부동산 급등

유로위기의 후폭풍이 독일을 덮치고 있다. 남유럽 등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안전지대인 독일 부동산으로 몰려들면서 집값과 집세가 급등하고 있다. 그 덕분에 10여 년 동안 집 걱정 없이 살던 서민과 중산층이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다. 경제위기로 풀린 자금이 부동산 거품을 만들고, 이 거품이 경제대국 독일의 안정된 사회 시스템을 뿌리부터 흔들고 있는 것이다. 홍콩·필리핀·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가들도 '핫머니'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9월 미국이 3차 양적완화를 실시한 이후 아시아 통화 강세와 자산가치 상승을 예상한 핫머니가 대거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 집값은 지난해 이미 20% 이상 올랐다. 필리핀도 페소화 강세 덕분에 주식과 부동산 시장이 호황을 맞고 있다. 중국도 경기 바닥 전망이 나오면서 부동산 투자 자금이 다시 입질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도 결코 안전지대가 아니라고 경고한다. _편집자

유례없는 저금리와 남유럽 자금 유입으로 집세 폭등… 무리한 에너지 정책도 한몫

유럽의 경제대국 독일이 유례없는 주택난에 시달리고 있다. 경제위기로 인한 저금리와 남유럽 자금의 유입으로 집세가 치솟고 있다. 여기에다 정부의 무리한 에너지 전환 정책이 불을 붙였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리모델링을 한 집 주인들이 집세를 크게 올리고 있는 까닭이다. 총선을 앞둔 독일 정치권은 서로 주택 문제 해결을 외치고 있지만 마땅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호란트 크나우프 Horand Knaup, 알렉산더 노이바허 Alexander Neubacher,

안카트린 네치크 Ann-Kathrin Nezik 기자

비행기에서 내리는 베를린의 부동산업자 야코포 민가치니의 고객들은 관광과 사업의 결합을 즐긴다. 민가치니의 직원들은 이탈리아의 밀라노나 피렌체에서 온 고객들에게 일단 베를린의 명소를 구경시킨 뒤 그들을 그리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베를린 중심부와 가까이 위치한 베딩 지역으로 데리고 갔다.
매물 관람 일정은 빡빡하게 짜여 있다. 구매 의사가 충만한 이 고객들에게 민가치니의 직원들은 하루에 5채까지 집을 보여줄 때도 있다. 거래는 이탈리아어로 이뤄진다. 민가치니의 부동산 회사가 지난해 중개한 1200여 채의 집 중에서 150채는 자신들이 저축한 돈을 유럽 경제위기에서 안전한 독일 부동산에 투자하려는 이탈리아인들이 사들였다. "그들은 평방미터당 5유로에 세를 내준 집을 다른 세입자에게 다시 세를 놓을 경우 훨씬 많은 집세를 요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고 민가치니는 말했다.
유로화 위기 속에서 이탈리아의 중산층들이 찾아낸 자구책이 지금 독일의 수도에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베를린의 주택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서부 베를린은 2007년 이후 임대료가 20%가량 폭등했다. 이런 현상은 도시의 부동산 붐 중심지에서 많이 일어나고 있다. 번화가가 아닌 외곽 지역에서조차 서민들이 집세를 낼 수 없을 지경이다. 지금 함부르크·뮌헨·베를린·프랑크푸르트·뒤셀도르프·쾰른 같은 대도시에서 새로 집을 구하는 사람은 그가 지금까지 살았던 집과 비슷한 크기와 수준의 집을 얻으려면 집세를 최소한 25% 더 낼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직장이나 학업 문제로 다른 도시로 이사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다. 유동성? 돈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자녀 소망? 점점 힘들어진다. 독일세입자협회는 현재 전국적으로 약 25만 채의 주택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독일 정부도 최근 발표한 주택 경제 보고서에서 "주택 부족 현상이 나타나는 도시와 지역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집세 쇼크'와의 싸움이 심각한 정치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어떤 정당도 총선이 있는 올해 집을 찾아헤매는 이들의 걱정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평을 받고 싶어 하지 않는다. 유권자의 절반 이상이 세입자기 때문이다. 다행히 자기 집을 가진 사람들도 가족이나 친지를 통해 뻔뻔스러운 중개인과 낡은 시설에 비해 너무 비싼 집세를 요구하는 임대인들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다.

페터 람자워 건설교통도시계획부 장관(왼쪽 사진 왼쪽)이 대학생 주거난 해결을 위해 숙박용 여객선을 도시에 정박시키겠다는 선거 공약을 발표했으나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다. 집세가 크게 오르고 있는 프랑크푸르트 강가의 고급 콘도미니엄들. DIETMAR GILJOHANN CC BY SA

다른 도시 이사하려면 집세 25% 더 내야

여당과 야당은 이미 오래전부터 경쟁적으로 해결책을 내놓고 있다. 연방 건설교통도시계획부 장관 페터 람자워(기독사회연합·CSU)는 지난 몇 년간 신축하지 않은 공공 학생 기숙사의 대안으로 대학 도시에 숙박용 여객선을 정박시킨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사회민주당(SPD)의 총리 후보자 페어 슈타인브뤼크는 '주택과 도시 개발을 위한 국가 실천 계획'을 발표하고 공공 임대주택 건설을 재개하겠다고 주장했다. 녹색당은 중개인 수수료를 임차인이 아닌 임대인이 내도록 하겠다고 밝혔고, 토지 소유자에 친화적인 자유민주당(FDP)조차 성탄 휴가 직전 의회에서 과도한 집세 상승을 방지하는 법에 찬성했다.
각 정당은 유권자들에게 닥쳐온 위험을 알아채고 그에 대비했다는 인상을 주고 싶어 한다. 하지만 정치인들이 갑자기 자신의 심장이 세입자를 위해 뛰고 있음을 발견하게 됐다는 것은 사실 많은 부분 위선에 불과하다. 정치인들이야말로 부동산 시장의 가격 상승에 상당한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임대주택 시장 가격 상승의 주범은 모든 측면에서 바로 국가다.
현재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를 사상 유례없을 정도로 낮췄기 때문에 건축 비용은 그 어느 때보다 저렴하다. 동시에 남유럽의 도피 자산이 독일로 흘러 들어오고 있다. 이같은 상황이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키고, 독일의 세입자들에게 그들도 유로화 위기로 인해 상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쓰디쓴 진실을 알려준다.
다수의 지방자치단체들은 너무 적은 토지 공급과 느린 사무 처리로 토지 가격과 개발 비용을 상승시킨다. 그리고 대부분의 연방주에서 공공주택 건설 정책은 축소된 반면 부동산 양도세는 올랐다. 예를 들어 바덴뷔르템베르크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에서는 최근 3.5%에서 5%로 양도세가 올랐다.
하지만 주거 비용을 상승시키는 일차적 원인은 연방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이다. 난방비를 줄이기 위해 연방정부는 열펌프, 지열 시스템, 3중 단열창 설치를 장려하고 있다. 아이디어는 좋지만 그 부담이 세입자에게 전가된다는 단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부동산 소유자가 월세를 올릴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 임대 계약을 새로 맺을 때만 월세를 자유롭게 정할 수 있고, 세입자가 있을 때는 3년에 최대 20%까지 월세를 올릴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에너지 효율을 놀이기 위해 리모델링했을 때는 사정이 달라진다. 이 경우는 임대인이 월세를 올리는 것에 대한 국가 규제가 대폭 완화된다. 좋은 목적으로 주택이 수리됐기 때문이다.
주택 소유주는 집수리 비용을 연간 11%까지 세입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임대인이 자신이 소유한 임대 건물에 2만유로의 비용을 들여 단열 공사를 한 경우 한 달 월세를 최대 183유로까지 올릴 수 있다. 그러나 임차인이 내야 하는 난방비를 계산해보면 절약되는 금액은 많지 않다. 이에 더해 연방정부는 집수리가 기후보호 명목으로 이뤄질 경우 세입자는 몇개월에 걸쳐 발생하는 수리로 인한 소음에 대해서도 항의할 수 없도록 최근 발표한 임대법 수정안에 다시 한번 명시했다.
그 결과가 어떤 것인지 확실하게 체감한 사람이 슈투트가르트에 살고 있는 은퇴한 노부인 우르줄라 팔크다. 그녀는 30년 동안 할슐라크에 있는 8층짜리 정사각형 콘크리트 건물에서 살았다. 그녀의 자녀들과 손주들이 이곳에서 자랐다.

집세 상승 부추기는 에너지 전환 정책

최근 이 지역 집들에 열 보호를 위한 외부 마감 공사가 이뤄졌다. 최신 에너지 표준에 적합한 플라스틱 창문으로 교체하는 것인데 이 공사가 세입자들에게 걱정거리를 안겨주고 있다. 임대인인 슈투트가르트 주택 및 도시 건설 회사가 수리 비용을 월세에 반영하려 하기 때문이다. 다른 120명의 임차인들과 마찬가지로 팔크 부인은 얼마 전 임대인의 편지를 받았다. 수리 뒤 월세를 475유로에서 770유로로 60% 이상 올리겠다는 내용이었다. 지금은 월세 상승폭을 낮추겠다고 주택회사가 한발 물러섰지만 월세 상승폭이 40%만 된다 하더라도 그녀 혼자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이다. 손주들이 도와주거나 아니면 이 집에서 나가 그녀가 낼 수 있는 금액에 맞춰 새로 집을 구해야 한다. 물론 이 또한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이다. 슈투트가르트의 신규 임대 계약 월세는 지난 5년간 약 20% 상승했다.
오래된 건물을 최신 에너지 공학의 기준에 맞게 수리하는 일은 대부분 베를린 공항이나 엘브필하모니 같은 실패한 공공 건설 사례와 마찬가지로 엄청난 비용이 든다. 최근 연방 환경청이 이를 제대로 경험했다. 연방 환경청은 엄격한 환경 및 에너지 절약 표준에 맞춰 건설된 데사우의 한 건물에 입주해 있다. 기존 난방장치 대신 지열교환기를 설치하고, 여름에는 에어컨 대신 태양열로 작동하는 냉방 기구가 더위를 식힐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기술을 적용하고 유지·보수하는 데 드는 비용이 예상을 뛰어넘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에 따라 건물 관리비가 다른 연방 관청 건물보다 50%가량 더 든다고 최근 연방 감사원은 지적했다. 국가기관에 드는 비용은 납세자들에게 부담시키면 되지만 보통의 세입자들은 일방적으로 희생자가 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에너지 전환 정책을 빠르게 추진할수록 주거 비용도 가파르게 상승한다.
주거 비용 상승의 원인은 새로운 환경 정책뿐만이 아니다. 바덴뷔르템베르크의 사회당-녹색당 연합 지방정부는 지난해 12월 초 지역 건설 규정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현재까지 자전거 주차장 수요가 증가했다는 사실이 증명되지 않은 지역에도 앞으로 더 많은 자전거 주차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건축 규제의 범위는 점점 더 확대되지만 연방주들이 공공주택에 투자하는 예산은 줄어들고 있다. 2006년부터 주정부는 지자체와 함께 공공주택 건설을 책임지고 있다. 연방정부는 매년 5억유로의 보조금을 교부하지만 그 사용처에 대해 간섭해서는 안 된다. 보조금을 받은 지자체들은 지난 수년간 공공주택 건설에 거의 투자하지 않고 다른 목적으로 이를 사용했다. 예를 들어 베를린은 매년 3200만유로의 보조금을 받지만 그 돈으로 저렴한 공공주택을 신축하는 대신 일차적으로 과거의 부채를 갚았다. 결국 독일의 공공주택 수는 지난 10년간 약 260만 채에서 160만 채로 줄어들었다. 그와 동시에 지자체 주택건설조합은 친환경 리모델링으로 세입자들에게 월세 증가를 강요하는 데는 아주 열심이다.

갈수록 줄어드는 서민용 공공주택

정계는 너무 오랫동안 주택 부족 문제가 이미 해결된 과거의 문제라고 믿었다.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고 인구는 더 늘지 않는 상황에서 '왜 주거 공간 부족 문제를 생각해야 한단 말인가'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오히려 비어 있는 낡은 아파트 건물과 버려진 마을을 철거하는 일이 더 필요해 보였다. 실제로 소수의 부동산 붐 지역을 제외하면 오랜 기간 독일의 임대료는 다른 생활 비용보다 낮은 상승률을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독일의 전체 인구는 감소하고 있지만 대도시로 이주하는 사람들의 수는 그 어느 때보다 많다. 게다가 1인 가구가 증가해 가구 수는 오히려 증가했다. 집과 직장이 다른 지역에 있는 사람들에게 2주택이 필요한 경우도 많고, 사람들은 이사할 때마다 더 큰 집을 원한다. 오늘날 독일의 일반 시민들에게 필요한 평균 생활 공간은 43m²인데 이는 20년 전보다 8m² 증가한 것이다.
그럼에도 지자체는 이런 상황에 너무 느리게 반응하고 있다. 과거 건설부의 과장이었고 현재 부동산 컨설팅 연구소 엠프리카의 대표이사인 울리히 파이퍼는 "지자체장들이 건축 부지를 끌어안은 채 과도하게 비싼 가격으로 투자자들에게 내놓는다"고 비난했다. 실제로 지난 몇 년간 주택 건설 허가 건수가 크게 줄어들었다. 1995년에 63만9천여 건이던 허가 건수가 마지막으로 조사된 연도인 2011년에는 22만8천여 건으로 줄었다. 파이퍼는 여기에 더해 지자체가 불필요하고 많은 비용이 드는 조건을 부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모든 것이 결국 집세 상승의 요인이 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독일 연방의원들이 올가을 재선을 앞두고 경쟁적으로 주택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의원들이 올해 예산안 투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AP

하지만 정치권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이 문제를 담당하는 연방 건설부 장관 페터 람자워의 숙박용 여객선과 학생 기숙사 발안은 정치권이 아무런 대책을 찾지 못한다는 증거에 불과하다. 문제는 그런 방식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이보다 더 진지하게 생각해볼 만한 것은 '국가가 집세 상승률을 제한하라'는 지자체 의원들과 세입자 대표들의 제안이다. 그런 극단적인 방법이 효과적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없다. 문제는 정부의 시장 개입으로 발생하는 리스크와 부작용이 이미 병든 구조를 더욱 악화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독일 세입자협회는 새로운 임대 계약에서 월세를 주변 시세에 비해 최대 10%까지만 올릴 수 있게 법으로 정하자고 제안했다. 이 의견은 일단 크게 반대할 만한 부분이 없다. 주택 수요가 저리 대출과 남유럽의 도피 자산으로 인해 인위적으로 증가한 지금 같은 시기에는 국가가 부동산 거품이 생성되지 않게 방지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문제는 이런 정책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전개하느냐다. 세입자협회가 요구하는 대로 정부가 전국적으로 가격 상승률의 한계를 정하면 투자자들은 실제로 주택이 필요한 서민 지역에 대한 투자를 기피할 것이다. 만일 부동산 붐 지역만 상승률을 제한한다면 정부가 어떤 도시의 집세 상승률이 너무 높고 어떤 도시의 집세 상승률이 아직 적절한 수준인지 판단해야 한다. 지난 경험에 비춰보면 이런 평가를 정부기관이 정확히 내린 경우는 드물었다.
일명 호화 리모델링을 금지하는 베를린 판코프 지역의 정부 계획 역시 효과가 의심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올해 1월부터 이 지역에서는 욕실을 2개 만들거나 바닥 난방을 설치하는 것이 금지됐다. 당국은 이 조치로 임대업자들이 리모델링 뒤 집세를 많이 올려 받는 것을 방지하려 한다.
발의의 의도는 나쁘지 않지만 전문가들은 이 조치가 정말로 원하는 결과를 가져올지 의심한다. 자녀가 여럿 있는 가정은 2개의 욕실을 그리 호화로운 사치라고 여기지 않을 것이다. 반면 투기꾼들은 자신이 소유한 부동산에 백금으로 도금된 설비를 설치해 값을 올릴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이런 프로그램은 토지소유자협회의 임원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대부분 효용성이 없다고 여긴다.

부동산 투기 막고 주택 공급 늘려야

1960∼70년대 스타일의 공공 임대주택 건설을 재개하자는 페어 슈타인브뤼크의 제안에 동의하는 도시 개발자 역시 많지 않다. 이들은 당시 정부가 건설한 임대주택이 복지급여 수령자들의 밀집 지역(빈민가)으로 전락한 사실을 잘 기억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과거 방식의 공공주택 건설은 SPD의 선거 캠페인 프로그램에 더 이상 포함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가장 최근에 발표된 계획은 전 건설교통부 장관 아힘 그로스만이 당총재 지그마어 가브리엘의 지시로 소수의 전문가들과 함께 개발한 것이다. 대도시 재개발 구역에서 고급주택과 공공주택을 섞어서 짓는 소셜 믹스를 강화하고 서민들로 구성된 주택조합에 혜택을 주도록 하는 내용이다. 또한 SPD는 개인의 주택 건축 지원 조건을 완화하고, 주거 공간을 휴가용 콘도나 사무실로 변경하는 것을 강하게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런 조치로 주택 몇 채를 더 건설할 수는 있겠지만 부동산 시장의 변화를 강제할 수는 없다. 이를 위해서는 이 비상사태를 야기한 정치의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집세 상승을 막으려면 연방주와 지자체가 다시 더 많은 예산을 주택 건설에 투자하고, 건설 규정을 단순화하고, 주거 면적을 더 많이 확보해야 한다. 함부르크 시장 올라프 숄츠는 "수량이 결정적인 요소다. 다른 만병통치약을 믿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 외에 에너지 전환 목표를 경제적으로 부담할 수 있는 한계에 맞춰 정하는 것도 도움이 될 듯하다. 건축주나 세입자들 대부분이 생각하지도 않은 전체 수리를 하는 대신 창문과 출입문에 단열 공사를 한다면 훨씬 환경에 이로울 것이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부동산 투기 방지다. 전문가들은 이미 상당수의 독일 대도시가 부동산 투기 붐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본다. 이는 정치권이 유로화 위기를 끝내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과제다. 그때까지는 베를린의 부동산업자와 그들의 남유럽 출신 고객들이 즐겁게도 집세가 계속 오를 것이다.

ⓒ Der Spiegel 2013년 1호 Ein Herz für Mieter 번역 황수경 위원

2012년 11월 11일 일요일

박 캠프, 5년 뒤로 폭탄 돌리시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11-12일자 제935호 기사 '박 캠프, 5년 뒤로 폭탄 돌리시네'를 퍼왔습니다.
[초점] 각 대선 캠프 ‘하우스푸어’ 대책… ‘박’의 ‘지분 매각’은 부동산 거품 꺼지지 않아야,‘문’은 고정 금리·장기 분할상환으로, ‘안’은 대출 기간 20년으로 연장

» 2012년 3월 현재 연소득의 60% 이상을 부채 상환에 쓰는 가구가 56만9천 가구로 집계됐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100가구 중 12가구꼴이다. 이들은 주로 수도권에 사는 40∼50대 자영업자다. 이 가운데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상한선(60%)을 넘어서고 대출금이 보유 자산보다 많은, 사실상 ‘깡통 주택’ 소유자만 10만1천 가구로 나타났다. 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주택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금융기관들은 채무 상환 능력이 낮은 차주들(빌린 쪽)에게 대출 상환을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차주들은 대출 상환을 위해 주택 처분에 나설 수밖에 없어 주택 가격이 추가로 하락할 수 있다.”(한국은행의 2012년 10월 금융안전보고서)

‘깡통 주택’ 10만1천만 명의 47조5천억원

2012년 6월 전국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저소득층과 자영업자, 과도하게 빚내어 집을 산 사람들이 빚을 감당하지 못해 길거리로 내쫓길 위험이 그만큼 커지고 있다. 주택을 담보로 잡고 빚을 내라고 부추겼던 금융기관이 이제는 빚을 갚으라고 재촉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맞벌이 부부 ㄱ씨는 2008년 경기도 과천의 5억원짜리 아파트를 샀다. 그중 3억원은 은행에서 빌렸다. 은행이 아파트를 담보로 잡고 집값의 60%까지 대출해주는 걸 활용했다. 대출 방식은 5년간 이자만 내고 나중에 한꺼번에 갚는 거다. ㄱ씨는 집값이 오르면 아파트를 팔아 대출금을 갚을 작정이었다.
문제는 집값이 내리막을 달린다는 거다. 아파트 가격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의 고점(2008년 9월)에 비해 평균 6.9% 하락했다. 과거 집값 상승을 주도했던 지역의 하락폭은 상대적으로 더 크다. 서울 강남 개포주공1단지는 30.8%, 과천 주공8단지는 32.4%나 떨어졌다. ㄱ씨의 아파트 시가가 3억4천만원으로 떨어졌다. 매달 내던 은행 이자까지 더하면 4년 만에 2억여원이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이제 은행이 나선다. 집값이 3억4천만원으로 떨어졌으니 빌릴 수 있는 돈도 2억원(집값의 60%)으로 줄었다며 1억원을 당장 갚으란다. 그렇지 않으면 아파트를 압류하고 경매에 넘긴다고 한다. 4년간 은행 이자를 내느라 저축도 한 푼 못한 ㄱ씨는 연체이자 18%까지 떠안았다. 결국 아파트를 급매물로 내놓았다. 그런 아파트가 쏟아지자 집값은 더 추락한다.
금융연구원이 지난 10월30일 발표한 ‘가계부채 미시구조 분석과 해법’을 보면, 2011년 3월 현재 연소득의 60% 이상을 부채 상환에 쓰는 가구가 56만9천 가구로 집계됐다. 주택담보 대출을 받은 100가구 중 12가구꼴이다. 이들은 주로 수도권에 사는 40대와 50대로, 자영업을 한다. 특히 이 가구들 가운데 주택담보 가치 대비 대출금 비율(LTV)이 상한선(60%)을 넘어서고 대출금이 보유 자산보다 많은, 사실상 ‘깡통 주택’ 소유자만 10만1천 가구로 집계됐다. 이들의 대출 규모는 47조5천억원이다.
ㄱ씨와 같은 처지에 놓인 만기 일시상환 대출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는 더욱 커진다. 수도권 일부 아파트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져 LTV 규제 상한(60%)을 초과하는 대출이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LTV 60% 초과 비중은 2009년 말 현재 11.6%에서 2012년 6월 말에는 17.9%로 상승했다. 이 가운데 ㄱ씨처럼 집값이 상승하리라는 기대감을 품고 수년간 이자만 낸 주택담보 대출은 35조3천억원(전체의 11.5%)에 달한다. 집값이 급락한 현재 상황에서는 만기가 도래해도 원금 갚을 방법이 없는 ‘하우스푸어’들이다.

박, 현재의 위기를 5년 뒤로

악순환의 고리를 끊겠다며 각 대선 후보들이 하우스푸어 해법을 내놓았다. 출발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빨랐다. 9월23일 ‘집걱정 덜기 종합대책’에서 박 후보가 내놓은 핵심 공약은 ‘지분매각 제도’다. 대출로 허덕이는 집주인이 보유 주택의 일부 지분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 공공기관에 팔아 은행 대출금을 일부 갚게 한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살던 집에서 임차인으로 한동안 거주할 수도 있다.
ㄱ씨의 경우 1억7천만원이 생긴다. 공공기관이 ‘주택 시세의 50%(1억7천만원)’나 ‘주택담보 대출금(3억원)’ 중 적은 금액만 지분으로 매입할 수 있도록 설계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이 ㄱ씨의 아파트 50%를 소유하게 돼, ㄱ씨는 임대료(공공기관 지분의 6%)를 내야 한다. 하지만 주택담보 대출의 원리금이 절반으로 줄어 은행이자가 많이 줄어든다. 박 캠프는 “하우스푸어의 원리금 상환 부담금이 평균 60% 절감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계약기간이 끝나는 5년 뒤에는 도돌이표다. 공공기관에 1억2천만원을 돌려주고 주택 소유권을 찾아와야 하는데, ㄱ씨에게 그런 여력이 갑자기 생길 리 없다. 집값이 오르면 추가로 빚을 내서라도 공공기관의 지분을 되찾겠지만, 집값이 떨어지면 공공기관이 그의 아파트를 팔아 원금을 가져갈 것이다. 물론 은행도 남은 빚을 회수하는 ‘빚잔치’에 가담할 터다. ㄱ씨는 알거지가 되어 거리로 나앉을 수밖에 없다. 결국 박 캠프의 공약이 성공하려면 부동산 거품이 빠지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다.
실효성도 의문이다. 이 제도를 실제로 이용할 대상자를 박 캠프는 3만 가구 정도 예상하고 있다. 재원은 3조원 정도. 부동산 시장에 의미 있는 효과를 끼치기에는 규모가 너무 작다. 실제로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는 미국에서는 유명무실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도입했는데, 현재 1천가구 정도만 혜택을 입었다. 우리금융지주가 11월1일 시작한 ‘신탁 후 임대’ 방식도 700가구를 대상으로 한다. 신탁 후 임대란 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주택소유자가 우리은행 신탁 계정에 3∼5년 동안 집을 맡기고 임대료를 내는 제도로, 지분 매각 방식과 유사하다.
백주선 변호사는 “안일하고 위험하다”고 평가했다.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면 문제가 해결되므로 현재의 문제를 5년간 미루자는 안일함이 배어 있다. 또 주택 가격이 상승할 전망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공적자금을 투입하려는 발상도 위험하다. 소득 능력에 따라 대출을 해준다는 금융의 기본원리를 망각한 채 마구잡이로 주택담보 대출을 늘린 은행들은 전혀 손해를 보지 않는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10월16일 ‘가계부채 대책’에서 금융권을 정조준했다. “채권자인 금융기관이 아니라 채무자인 국민의 시각에서 정책을 펴야 한다.” 구체적 대책으로는 고리 사채의 폐해를 막기 위해 이른바 ‘피에타 3법’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고리 사채의 폐해가 적나라하게 등장하는 김기덕 감독의 영화 (피에타)를 인용한 것이다. 핵심 내용은 △대출 적합성 기준과 설명 의무를 강화한 공정 대출법 제정 △대부업 이자율 상한을 현행 연 39%에서 25%로 내리는 이자제한법 개정 △과도한 채권추심을 막는 공정채권추심법 개정 등이다.


1930년대 미국 대공황과 흡사

피에타 3법이 미래의 하우스푸어를 보호하려는 정책이라면, △통합도산법 개정 △‘힐링통장’ 도입 △취약한 대출 구조 개선 등은 현재의 하우스푸어를 위한 공약이다. 통합도산법의 개인 회생 기간을 5년(최장 8년)에서 3년(최장 5년)으로 단축하고, 주택담보대출에 특례조항을 추가해 1가구 1주택은 보장하도록 한다. 현재는 개인 회생 절차에서 주택을 경매 처분할 수 있는데, 앞으로는 일정 액수 미만의 주택은 면제 자산으로 규정한다. 면제 자산이란 채권자가 가져가지 않고 채무자에게 재활하는 데 쓰라고 법원이 허가해주는 자산이다. 서울시의 경우 임차 보증금이 7500만원 이하인 경우 2500만원까지는 최우선 면제해준다. 이런 방식을 하우스푸어로 확대하겠다는 뜻이다. 또 신용불량자라고 하더라도 압류나 담보 제공이 금지되는 힐링 통장을 1계좌는 보유할 수 있도록 한다. 그 통장의 저축액에 대해선 매칭펀드 형태로 자금도 지원해 제2의 출발을 응원한다.
특히 주택담보 대출의 구조를 집값 하락에 취약한 ‘변동 금리, 단기 일시상환’에서 ‘고정 금리, 장기 분할상환’으로 바꿀 계획이다. 금리 변동이나 유동성 위험을 채무자에게 전가하는 현재 금융기관의 대출 형태를 바로잡겠다는 뜻이다. 장기 대출로 압박받는 금융기관에는 주택금융공사가 장기 주택채권이나 유동화 증권을 발행해 재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2010년 현재 변동금리 가계 대출 비중은 94.9%로 미국(10%), 독일(10%) 등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다. 주택담보 대출 중 일시상환 대출도 41.3%로 미국(9.7%), 유럽연합(7.5%)의 4∼5배다.
1930년 대공황 이전 미국이 현재 한국과 놀라울 정도로 비슷했다. 당시 미국의 주택담보 대출은 만기 5∼10년의 단기 대출로 만기가 되면 일시 상환하거나 지속적으로 만기를 연장하는 형태였다. 대부분 변동금리였고 LTV는 50%였다. 대공항 이후 부동산 시장이 붕괴해 집값이 반 토막 나자 은행들은 대출 연장을 거부했고, 빚진 자들은 집을 처분했다. 1931~35년 전체 주택의 10%가 시장에 쏟아졌다. 담보 물건의 가치가 하락해 금융권 또한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미국은 10년간 침체에 빠져들었다. 이후 미국은 주택담보 대출을 장기 모기지로 전환하는데 주력했다. 80년이 지난 오늘날에는 변동금리, 단기 일시상환 대출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도 10월25일 ‘가계부채 및 하우스푸어 해결을 위한 6대 과제’를 발표하며 주택담보 대출 기간을 최장 20년까지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금융권의 관행을 바꿔야 한다는 문 후보의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통합도산법을 개정해 파산자와 개인 회생자의 주거권과 6개월간 생활비를 보장한다는 공약도 마찬가지다.

안, 금융기관이 새 출발 도와야

다른 정책은 ‘진심 새출발 펀드’다. 안철수 캠프 경제민주화포럼의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이 펀드에 대해 “국가가 이들(패자)을 버리지 않는 따뜻한 사회를 만들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패자부활전’을 강조해온 안 후보의 색깔이 깃들여 있다.
진심 펀드는 금융기관과 정부가 공동으로 출자해 2조원 규모로 만들어 부양가족이 있는 파산 가구주 1인당 300만원 한도의 주택임차보증금(바우처 형태)을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또 모든 파산자에게는 3개월 동안 재활훈련비(매월 20만원)를 지원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금융기관이 펀드에 출자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전성인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금융기관은 관행적으로 차주의 상환 능력을 심사하지 않았고, 이에 공정하게 대출하지 못한 면이 있다. 그래서 가계부채 및 하우스푸어 대책의 첫 번째 원칙을 ‘채권자와 채무자의 공평한 손실 부담’으로 정했다. 파산자가 재기하도록 돕는 게 장기적으로 금융기관에도 이익이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2012년 10월 28일 일요일

가계부채 폭탄, 째각 째각 째각


이글은 한겨레21 2012-10-29일자 제933호 기사 '가계부채 폭탄, 째각 째각 째각'을 퍼왔습니다.
[선대인의 숫자 경제] 집값 떠받치기와 가계부채 폭탄돌리기에만 혈안인 정신나간 MB 정부… 대선후보들, 단계적으로 부동산 거품 빼나갈 마지막 기회 놓치지 말길

»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파트 단지 상가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매물정보가 붙어 있다. 한겨레 류우종

이명박 정부 들어 내놓은 각종 주택 및 부동산 정책은 단기 부양책 일색이었다. 심지어 수도권 아파트 전매제한 완화 등 투기 조장책에 가까운 정책도 있었다. 수조원의 세금이나 공기업 자금을 동원해 건설업체 미분양 물량을 사들였다. 각종 다주택 투기자들을 위한 감세정책 등 부동산 부자들을 위한 정책이 넘쳐났다. 아직도 40%를 넘는 무주택 서민들을 위한 정책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가계소득이나 인구구조 변화 등에 발맞춰 중·장기적으로 한국 사회의 주택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오로지 집값 떠받치기에 목을 맨 정책 기조였다.


가계부채 폭탄, 더는 미루기 힘든 상황


이럴 때마다 정부나 기득권 언론들은 ‘연착륙’을 부르짖었다. 부동산 시장이 경착륙하면 한국 경제가 위험하다면서 말이다.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 서민들이 더 힘들다’는 협박(?)까지 곁들였다. 하지만 정부의 미봉책 또는 미루기 대책은 사실 경착륙 조장책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이렇게 계속 미룰수록 부동산 거품 붕괴의 충격은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정부의 부동산 부양책과 투기 조장책에 힘입어 2008년 이후 가계부채가 240조원 이상 늘어난 것이 대표적 예다. 주택대출 거치기간 만기를 지금처럼 계속 연장하면 분기별 대출 만기 도래액은 눈덩이처럼 커지게 돼 있다. 이런 판에 정부도, 금융권도, 가계도 계속 미루기를 선택해 90% 이상의 주택대출이 재연장되고 있다. 계속 이런 식으로 미루다가는 정말 걷잡을 수 없는 사태를 부를 수 있다.


문제는 한국 경제 최대의 난제인 가계부채 폭탄이 더는 미루기 힘든 상황까지 이르렀다는 점이다. 선대인경제연구소의 유료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보고서 주제로 가계부채 문제를 분석해보니 이 정부 들어 가계부채 문제가 정말 심각해졌음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노무현 정부 5년 동안 가계부채가 202조원 증가했는데, 이명박 정부 4년(2008년 1분기~2012년 1분기) 동안에만 234조원 증가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부동산 가격이 대세하락기에 접어들고 부동산 거래 침체가 지속됐는데도 부동산 활황기였던 노무현 정부 때보다 더 많은 가계부채가 더 짧은 시간에 늘어났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명박 정부 들어 가계부채가 늘어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정상적으로 빚을 내 집을 살 수 없는, 소득 여력이 적은 사람들에게 정부가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사도록 부추긴 때문이다. 주택 거래량은 줄었어도 주택 거래당 부채 크기는 더 커졌다. 둘째, 고환율·저금리에 따른 고물가와 재벌 편중 경제 심화로 가계소득이 늘지 않아 가계들이 빚을 내 생활할 수밖에 없게 만든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 때 평균 경제성장률은 4.3%였고 가계소득이 꾸준히 성장했으나, 이명박 정부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3% 수준으로 추정된다. 더구나 실질 가계소득은 대기업 편중 성장과 고물가 부담 때문에 거의 정체됐다. 그런데 가계부채가 922조원을 넘어섰으니 일반 가계가 느끼는 부채 부담은 훨씬 더 커졌다고 봐야 한다.

» 가계신용의 증가 현황 및 추정. 자료:선대인경제연구소

전세제도가 불러오는 착시 현상

더구나 이명박 정부는 가계부채를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더욱 악화시켰다. 첫째, 다른 나라가 부동산 거품을 빼고 가계부채를 줄일 때 오히려 가계부채를 막대하게 늘렸다. 둘째, 보험사·대부업체·신용카드 할부까지 금리 부담이 큰 가계부채를 늘려 가계부채의 질을 악성화시켰다. 셋째, 수도권을 넘어 상대적으로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지 않던 지방의 가계부채까지 크게 늘리고 악화시켰다.
만약 가계부채가 지금 속도로 증가한다면 5년 뒤인 2016년에 가계부채(한국은행 가계신용 통계 기준) 총액은 현재 922조원에서 1377조원으로 늘게 된다. 이에 따라 (그림)에서 보듯 개인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의 비율은 현재 135.3%에서 157.1%까지 늘어나게 된다. 지금이라도 가계부채 다이어트를 유도하지 않고 ‘폭탄 돌리기’ 모드로 간다면 한국 경제는 회복하기 힘든 재앙을 맞게 된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지금 이명박 정부는 정확히 ‘폭탄 돌리기’ 모드를 지속하고 있다.
가계부채 문제는 이게 다가 아니다. 한국의 가계부채나 주택담보대출의 규모는 한국에만 있는 전세제도 때문에 상대적으로 작아 보이는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킨다. 국내 전세금 규모는 최소 600조원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는 집주인이 투기적 목적이 아니라 여유 있는 주거공간을 세입자에게 전세로 준 경우도 있겠지만, 전세를 끼고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아 집을 여러 채 산 경우도 허다할 것이다. 따라서 전세금의 절반인 300조원을 주택 소유자가 금융회사 대신 세입자에게 빌린 돈이라고 보면 현재 가계부채는 920조원 수준에서 1220조원 수준으로 증가하게 된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과소평가되는 착시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지금 주택담보대출액은 400조원에 채 못 미치지만 전세금의 절반만 포함해도 바로 750조원 수준으로 급증하게 된다.
이처럼 이미 가계부채가 폭발 직전 상황인데 마른 수건 쥐어짜듯 20~30대와 자산 가진 노후세대까지 빚내서 집을 사라며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책을 내놓은 게 이명박 정부다. 이 정도면 부동산 떠받치기와 가계부채 폭탄 돌리기에만 혈안인 정신이 나간 정부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다음 대통령, 정말 제대로 된 경제 대통령이었으면 좋겠다. 경제적으로 험난한 5년을 감당해야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나마 지금이 마지막 기회

어쨌든 지금부터라도 단계적으로 가계부채 다이어트를 유도하고 부동산 거품을 빼서 충격을 분산해야 그나마 일시에 충격이 몰리는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다. 지금 시중은행은 재무 상태가 괜찮은 편이다. 지금 단계적으로 분할해서 부동산 거품을 빼나가면 시스템적인 금융위기는 피해가며 충격을 흡수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다음 정권에서도 폭탄 돌리기 모드로 간다면 다음에는 진짜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미 많이 늦었지만, 그나마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는 점을 대선 후보들은 명심했으면 한다.

선대인경제연구소장

* ‘선대인의 숫자 경제’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좋은 글을 써주신 필자와 독자들께 감사드립니다. 

2012년 6월 4일 월요일

'6월 공포'에 초비상...코스피 1800 붕괴


이글은 뷰스엔뉴스(Views&News) 2012-06-04일자 기사 ''6월 공포'에 초비상...코스피 1800 붕괴'를 퍼왔습니다.
정부는 '기금 동원' 꼼수, 2008년 위기때보다 상황 심각

6월 첫주부터 '6월 공포'에 정부와 재계에 초비상이 걸렸다.

오는 17일 그리스 2차 총선의 결과에 따라 그리스 디폴트가 현실화될 경우 이미 구제금융 위기에 직면한 스페인 등으로 위기가 들불처럼 번지면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보다 심각한 위기상황이 재연될 것이란 우려에서다. 특히 이번 위기는 2008년 위기때와는 달리 인플레 압력이 거센만큼 각국이 금리 인하 등 적극적 통화정책을 동원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점에서 한층 파괴력이 클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미 미국 주가는 6월 개장 첫날인 1일 올 들어 최대 낙폭을 기록하며 불길한 6월의 출발을 알렸고, 4일 국내주가도 그 후폭풍으로 51.93P(2.83%) 폭락한 1,782.58로 개장하며 1,800선이 허망하게 붕괴됐다. 

이처럼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 않으니 정부에도 뒤늦게 비상이 걸렸다. 수차례에 걸쳐 올해 경제성장률은 3.7%로 낮췄던 정부는 2차 유럽 재정위기 발발로 성장률이 3.5%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판단아래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장관은 지난 2일 기자단 간담회에서 유럽재정 위기 확산에 따른 불확실성에 대비해 정부 운용 기금을 증액할 필요는 있다고 강조하며 "정부가 운용하는 기금 가운데 일반기금은 20%, 금융성기금은 30%까지 국회 동의 없이 증액할 수 있다"며 "올해도 중소기업 창업ㆍ진흥기금, 신용보증기금, 기술신용보증기금, 무역보험기금 등을 늘려 경기 상황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경기 부양을 위해선 국회에 추경예산을 신청해 사용하는 것이 정상이나, 이럴 경우 국회의 호된 추궁과 경제팀 경질 압박이 예상되는만큼 국회 동의 없이 정부 기금을 경기부양수단으로 사용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셈. 정부 일각에서는 '금리 인하' 가능성도 조심스레 거론되고 있으나, 공공요금 인상 러시와 유럽 위기 재연에 따른 원화 가치 급락으로 인플레 압력이 거셀 것으로 예상되는만큼 금리 인하는 꺼내들기 쉽지 않은 카드다.

하지만 편법적으로 정부 운용 기금을 동원하더라도 기금이 부실화되면 국민세금으로 보전해줘야 하는만큼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문제는 이 정도 대응으로 과연 우리 경제에 도래할 글로벌 쓰나미를 막을 수 있겠냐는 것이다. 이번 2차 유럽 재정위기는 2008년 글로벌 위기때보다 구조적으로 더 심각하기 때문이다. 

2008년 위기때 미국 등 각국은 부동산거품 파열로 도산 위기에 직면한 금융위기에 국민돈을 쏟아부어 파국을 간신히 면했다. 그 결과 금융위기 부실은 재정 부실로 전이됐고, 그 후폭풍으로 유럽 재정위기가 터진 것이다. 문제는 '세계경제의 헌병'을 자처해온 미국에게는 이 위기를 해결할 능력이 없어 뒷전으로 밀려난지 오래이고, 유일한 재력을 보유하고 있는 독일은 "왜 우리 세금을 다른 나라들을 위해 펑펑 써야 하냐"는 국내 저항에 부딛혀 재정위기 해결에 미온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인 중국 등도 강건너 불구경하기란 마찬가지다.

이처럼 상황이 2008년보다 심각하게 전개되자, 미국 일각에서는 달러화를 더 찍어내 푸는 '3차 양적 완화' 정책이 거론되고 있으나 이럴 경우 미국내 인플레 압력이 거세지게 명약관화해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가뜩이나 경제실정으로 궁지에 몰린 버락 오바마 미대통령이 이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요컨대 세계 주요 각국이 정권 교체기를 앞두고 '국내 표'를 의식해야 하는 까닭에 2008년때와 같은 '글로벌 공조'를 기대하기란 힘들어졌다는 의미다.

이렇듯 2008년 위기때보다 구조적 위기는 더 심화됐으나 공조 대응력은 취약해졌다는 점에서 '6월 공포'는 결코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껏 정부는 국회 비난을 의식해 정부 운용 기금 동원이나 늘려 대응하려 하니, 국민과 기업의 불안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 전개다.

박태견 기자

2012년 5월 3일 목요일

강남3구 투기지역 곧 해제…부동산 거품 다시 키운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5-02일자 기사 '강남3구 투기지역 곧 해제…부동산 거품 다시 키운다'를 퍼왔습니다.

기획재정부가 국토해양부가 주장해온 서초·강남·송파 등 이른바 ‘강남 3구’의 주택 투기지역 지정을 해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사진은 하늘에서 바라본 서초구의 아파트 단지 전경. <한겨레>자료사진

재정부 “이달 발표”…DTI 40→50%로 완화
주택대출 증가로 가계부채 부실확대 우려 

정부가 서초·강남·송파 등 이른바 ‘강남 3구’의 주택 투기지역 지정을 해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이다. 침체된 주택시장의 거래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게 이유다. 전문가들은 당장 시장에 끼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보면서도, 중장기적으로 금융위기 이후 거품이 서서히 걷히던 주택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줘 투기심리를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자칫 부동산 관련 대출을 부채질해 가계부채를 더 키울 수도 있다.
2일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강남 3구의 투기지역 지정 해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최종 결정되지는 않았다”면서도 “가급적 이달 안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남 3구의 투기지역 지정 해제의 필요성은 국토해양부가 계속 제기해온 사안이다. 박상우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현재 재정부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부동산시장의 ‘마지막 빗장’마저 풀려는 까닭은 주택시장의 거래 부진에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날 1분기(1~3월) 아파트 거래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서울에서는 40.2%, 전국적으로는 26.8% 줄었다고 밝혔다. 이 연구원의 송인호 박사는 “투기지역 해제를 비롯한 주택거래 활성화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강남 3구가 투기지역에서 해제될 경우 가장 큰 변화는 대출을 연소득의 일정 비율로 제한하는 총부채상환비율(DTI) 상한이 현행 40%에서 50%로 완화된다는 점이다. 상한이 높아지는 만큼 집을 살 때 은행으로부터 대출금을 더 받을 수 있게 된다. 또 집값의 일정 비율 안에서 대출하는 담보대출인정비율(LTV)도 40%에서 50%로 늘어나고, 3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부담도 10%포인트가량 줄어든다. 정부는 이런 규제 완화가 거래를 촉진시킬 것으로 본다.

강남 3구의 투기지역 해제는 부동산 투기대책과 관련한 상징적 의미가 크다. 이 때문에 재정부 관계자는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참여정부가 2003년 부동산 투기 근절 대책의 하나로 도입한 투기지역 지정제도가 처음 적용된 곳은 강남 3구다. 이후 투기지역 지정이 여러 곳으로 확산됐다. 정부는 세계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위기 대책의 하나로 강남 3구 외에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를 모두 해제할 때에도 강남 3구에는 손대지 않았다. 부동산 업계는 “강남 3구의 투기지역 해제는 그 자체의 경제적 효과보다도 시장에서 갖는 상징성이 크다”고 말한다. 강남 3구에 대한 투기지역이 해제되면 전국에 투기지역은 한 곳도 남지 않게 된다.
이러한 규제 완화가 투기심리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에 정부 관계자들은 거래량이 늘더라도 가격을 크게 자극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거래량과 가격은 비례하는 만큼 거래가 늘어나면 가격도 따라 올라갈 수 있다”며 “투기지역 해제가 당장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겠지만, 강남은 언제든지 전체 부동산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김수현 세종대 교수(부동산학)는 “시장에 실질적 변화는 없을 수 있지만, 시장에 ‘돈 더 빌려줄 테니 집을 사라’라는 심리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에만 여섯번의 부동산 부양책을 내놨다.
은행권의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대출의 비중은 수도권의 경우 약 65%에 이른다. 부동산 활성화 대책이 자칫 858조원에 이르는 가계대출의 폭발성을 더 키울 수 있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부채경제학’ 보고서에서 “부동산 가격의 지속적인 안정을 통해 가격상승 기대를 억제함으로써 가계의 차입(주택담보대출) 수요를 축소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류이근 최종훈 최현준 기자 ryuyige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