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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14일 목요일

“시뮬레이션 테스트로 전투기 구입한단 말은 사진만 보고서 배우자 고르자는 것과 같아”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6-14일자 기사 '“시뮬레이션 테스트로 전투기 구입한단 말은사진만 보고서 배우자 고르자는 것과 같아”'를 퍼왔습니다.

왼쪽부터 미국 록히드 마틴의 ‘F-35A’, 미국 보잉의 ‘F-15SE’,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의 ‘유로파이터’.

8조 차기 전투기 부실선정 우려

전문가 “무기구입 상식서 벗어나
”록히드마틴 F-35A 실물비행 못해
특정업체에 대한 특혜의혹 불거져

차기 전투기(FX) 사업 선정과 관련한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13일 국방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기종 선정 방법과 일정 등을 밝혔지만 특정 업체에 대한 특혜 의혹이 불거지는 등 논란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시뮬레이터 평가, 구입 비용, 10월에 있을 기종 결정까지의 촉박한 일정 등을 둘러싼 뒷말이 나오고 있다.
현재 경쟁 기종은 미국 록히드마틴의 F-35A, 보잉의 F-15SE,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의 유로파이터 등 세 종이다. 이 가운데 F-35A는 실물로 비행시험 자체를 할 수가 없다. 시뮬레이터 선정이 이 기종을 위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나오는 이유다. 방위사업청은 “완제품으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2016년 납품 때까지의 개발을 고려한다”며 “세 기종 모두 일정 부분은 시뮬레이션을 거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F-15SE와 유로파이터도 전자식 레이더, 일부 무장, 스텔스 기능 등 우리 군의 요구조건을 충족하기 위한 추가 개발이 진행중이어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두 기종도 어차피 시뮬레이터 또는 자료로 평가한다는 것이다. 방사청은 또한 “비행시험이 가능한 장비만 대상 기종으로 정할 경우 경쟁 제한으로 국익 측면에서 불리하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김종대 편집장은 “시뮬레이터 테스트가 문제없다는 것은 배우자를 고를 때 사진만 봐도 문제가 없다는 것과 다름없는 것”이라며 “무기 구입의 상식에서 벗어난 태도”라고 지적했다.
노대래 방위사업청장이 지난 8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려 논란이 된 “일본, 이스라엘도 이렇게 (F-35 검증을 시뮬레이터로) 했다”는 글과 동일한 내용이 방사청의 설명자료에도 포함됐다. 이를 두고 “일본은 F-35A 4대를 공동생산하고, 나머지 34대는 기술이전을 받아 독자 개발하는 등 상황이 다른데도 같은 상황처럼 언급하는 것은 특정 업체의 사정만 고려해 객관성을 잃은 태도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구입비용이 기존에 밝혔던 8조3000억원을 훌쩍 넘어설 것이라는 주장도 여전하다. 방사청 관계자는 “지금까지 목표액을 넘어선 예가 거의 없다”며 “가액을 맞추지 못할 경우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고 답했다.
기종 결정까지의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방사청 관계자는 “10월 기종 선정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지만 협상이 지연되거나 의견이 맞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선정 연기도 가능하다”며 “다만, 9월까지 시험평가를 끝낸 뒤 2016년 첫번째 차기 전투기가 납품될 수 있도록 실무진에서 추진하는 게 목표이며, 연기 여부는 방위사업추진위원회(위원장 국방부 장관)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대 편집장은 “방사청의 설명은 논란에 대한 해명이 아니라 결국 구입을 하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이라도 기종 결정 시기를 늦추고 상식적인 차원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2011년 12월 8일 목요일

"MB정부, 정권 말기에 3차 F-X 사업 왜 서두르나?"


이글은 프레시안 2011-12-07일자 기사 '"MB정부, 정권 말기에 3차 F-X 사업 왜 서두르나?"'를 퍼왔습니다.
[정욱식의 '오, 평화'] "1,2차 사업 기간 평균 20개월인데 10개월만에 추진"

한국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F-X) 3차 사업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약 8조3000억 원을 들여 60대의 차세대 전투기를 도입할 예정인 이 사업에는 미국 록히드마틴사의 F-35 및 보잉사의 사일런트 이글(F-15SE), 그리고 유럽 EADS의 유로파이터 등이 경합 중이다. 그러나 공군은 스텔스 기능이 가장 우수한 F-35를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건국 이래 최대 무기 도입 사업 3차인 F-X 사업에 대해 따져봐야 할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국가 재정이 날로 악화되고 있는 반면 복지·교육 등 민생 부문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무기 도입에만 8조3000억 원, 운영유지비를 포함할 경우 30~40조 원이 들어가는 초대형 사업을 서둘러 추진해야 할 이유가 있느냐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국민들의 복지 증대 요구를 '망국적 포퓰리즘'이라며 비난해왔는데, 정작 미국 등 해외 군수산업체 주머니 채워주기에는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실제로 MB 정부는 내년에 사상 최대 규모인 14조 원에 달하는 무기 구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권 말기에 너무 서두르고 있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6일자 에 따르면 MB 정부는 내년 1월 제안서를 발송해 6월에 회신을 받고 9월까지 시험평가와 업체별 협상을 벌인 뒤 기종결정평가위원회에서 심의해 10월까지는 최종 계약을 체결하겠다고 한다. 불과 10개월 안에 모든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1차 F-X 사업 때의 27개월, 2차 F-X 사업 때의 13개월에 비해 너무나 촉박한 것이다. 천안함 사태에 대한 미국의 전폭적인 지지,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연기, 최고 대우의 국빈 방문 등 미국의 MB에게 준 선물을 무기 도입 퍼주기로 보답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한국 공군은 이미 군사적으로 적대 관계에 있는 북한의 공군력을 압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분별한 군비 증강은 북한에게 '핵 억제력 강화'의 빌미를 강화시켜줄 우려가 크다. 미국 정보기관들조차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한국에 대한 재래식 군사력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한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본과 중국 등 주변국 위협을 거론하고 있지만, 우리가 이들 나라와 군비경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자해적인 결과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이미 한국은 국력에 비해 이들 나라보다 훨씬 많은 군비를 지출하고 있다. GDP 대비 중국보다는 2배, 일본보다는 3배나 많은 군사비를 지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임기 내 차세대전투기도입사업(F-X사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사진은 지난 2009년 오산 공군작전사령부를 방문해 전투기를 살펴보는 이명박 대통령. ⓒ뉴시스

펜타곤 보고서, 'F-35는 문제투성이'

유력한 후보로 검토되고 있는 F-35가 과연 가격 대비 성능이 입증된 기종인지도 의문이다. 이와 관련해 미 국방부의 작전 실험 평가국(Director of Operational Test andEvaluation)의 2010년 보고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국방전문잡지인 가 올해 1월 18일 인용보도한 것에 따르면, F-35 전투기는 "조종기기, 항공전자기기,제트 엔진 재연소 장치, 헬멧장착영상표시기(HMD)에서 이전에 발견되지 않은 문제점들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제트 엔진 재연소 장치에서 발생하는 굉음이 기체의 흔들림 현상을 유발해 엔진이 최고 출력을 발휘하는데 장애를 조성한다고 전했다. 또한 HMD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F-35는 조종석 디스플레이에 의존해온 이전 전투기들과는 달리 헬멧 가리개에 장착된 디스플레이를 통해 핵심 정보를 조종사에게 전달한다. 보고서는 이와 관련해 자세한 문제점을 소개하지는 않았지만, 추후 실험평가시 보완되어야 할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아울러 중간 수준의 받음각(전투기의 익현(翼弦)과 기류의 방향으로 생기는 각도) 실험에서 예상보다 옆으로 미끄러지는 현상이 크게 발생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이 보고서를 입수해 보도한 는 "여러 구성요소들이 기대했던 것만큼 신뢰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펜타곤의 F-35 사업 책임자인 데이비드 벤렛 해군 중장의 지적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최근 미 항공잡지인 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1년여 동안 불거진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분석한 결과, 변경과 비용의 수준에서 우리를 놀라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드러난 문제점들은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이들 문제를 종합해보면 생산 속도를 늦추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2002년 약 7000만 달러로 추정됐던 F-35 1기당 가격은 현재에는 1억5000만 러로 추정되고 있는 실정이다. 만약 이명박 정부가 3차 F-X 사업으로 이 기종을 선택할 경우 60기 도입 가격만도 10조 원을 넘어서게 되고, 사업 예산인 8조3000억에 맞추려고 할 경우에는 도입 대수를 줄여야 할 형편이다.

펜타곤의 '무리수'가 겨냥한 곳은?

이처럼 F-35에 여러 가지 결함이 드러나고 개발ㆍ생산 비용이 폭등하면서 미국 내에서도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의 6일 보도에 따르면, 펜타곤은 12월 5일 F-35 개발을 위한 가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를 두고 상원 군사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존 매케인은 "스캔들이자 비극"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미국이 대규모의 군비 삭감 시대에 돌입했는데, 역사상 가장 비싼 무기를, 그것도 여러 가지 문제점이 드러난 F-35 계약을 맺은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비판이다.

그렇다면 펜타곤은 왜 이런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일까? 개인적인 견해로는 해외 무기 시장을 겨냥한 로비의 성격이 짙어 보인다. 현재 F-35 구매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나라들은 한국을 비롯해, 이스라엘, 인도, 일본, 캐나다 등이다. 그런데 F-35 개발 비용이 폭등하고 성능상의 결함이 드러나고 있으며 예정보다 생산 시기가 늦춰질 것이 확실해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미국은 이중적인 압박을 받을 수 있다. 해외 판매가 부진해질 경우 F-35 개발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부은 록히드마틴사의 경제적 손실이 막대해진다. 또한 생산 규모가 줄어들어 생산 단가는 높아질 것이고, 이는 펜타곤의 구매 계획에도 큰 차질을 안겨주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펜타곤이 나서 록히드마틴사와 가계약을 체결하면, 이를 근거로 록히드마틴사와 펜타곤은 해외 구매자들을 설득·압박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할 수 있다고 믿고 있을 공산이 크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F-35를 비롯한 대형 무기 도입 사업들이 안고 있는 막대한 재정상의 부담과 비용 대비 효과, 그리고 한반도와 동북아 군비경쟁 격화 우려 등은 면밀히 따져봐야 할 문제들이다. 그런데 임기 말에 접어든 MB 정부는 서두르고 있다. 더구나 사업이 본격화될 내년에는 총선과 대선이 있다. 이들 사업을 면밀히 검증해야 할 국회와 언론의 역할을 기대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