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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월 18일 금요일

장기 침체의 늪에 빠진 민간소비


이글은 프레시안 2012-05-18일자 기사 '장기 침체의 늪에 빠진 민간소비'를 퍼왔습니다.
근래 저조한 경제성장과 더불어 민간소비의 장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가 오기 이전까지만 해도 소비증가율은 우리가 자랑하던 고도 경제성장률을 웃돌았다. 1988년부터 1997년까지 10년 동안 GDP성장률은 연평균 8%였는데, 같은 기간 동안 연평균 소비증가율은 이보다 높은 8.1%이었다. 그러다가 외환위기 이후 소비증가율이 서서히 낮아지기 시작하더니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부터 2011년까지 4년 동안 연평균 소비증가율이 2.0%로 주저앉으면서 GDP증가율(3.1%)보다 낮아졌다.

그러면, 민간소비가 왜 이렇게 위축되었을까?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언론매체들은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다양한 견해를 다투어 보도하고 있다. 우선,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소비심리가 위축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이건 좀 막연한 주장이다. 물론, 민간소비가 늘어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소득 그 자체가 크게 늘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경제성장률이 낮으면, 소득증가율도 낮을 수밖에 없다. 1998년 이후 2011년까지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4.2%였으나 국민소득증가율은 3.2%에 머물렀다. 물가를 감안한 가구당 월평균 실질 소득은 2003년 이후 매년 1~2%대의 저조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비록 저조하지만 그 동안 우리나라는 지속적 경제성장을 이루어 왔다. 무역흑자로 해마다 엄청난 외화가 끊임없이 국내로 유입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이 OECD국가들 중에서 가장 양호하다고 이명박 정부의 핵심인사들은 늘 자랑한다. 그러면, 지속적 경제성장과 무역흑자로 벌어들인 그 많은 돈이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 한 백화점 명품관. 부자들이 명품 구입에 쓰는 돈이 경기 진작에 미치는 효과는 크지 않다. ⓒ뉴시스
결국 그 돈이 우리나라 부자들의 손에 집중되어 그곳에 머물고 있을 뿐 일반서민에게 흘러내려오지 않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명박 정부 내내 낙수효과가 거의 없었다는 점은 이 정부의 핵심 경제측근도 인정한 사실이다. 물론, 부자들도 소비에 돈을 쓴다. 하지만, 이들은 고가품이나 명품에 돈을 많이 쓰고 해외에서 돈을 많이 쓴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외국에서 지출하는 씀씀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한다. 국내 가계의 해외 지출액은 1997년과 2011년 사이에 4.5배 증가하였고, 전체 소비지출에서 해외지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1.8%에서 3.4%로 높아졌다. 외국인들이 국내에서 소비하는 지출액은 이에 크게 못 미친다. 해외에서의 소비지출은 낙수효과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설령 부자들이 해외에서 돈을 쓰지 않고 전부 국내에서 쓴다고 해도, 이들의 소비가 민간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근래 가장 많이 지적되는 민간소비 침체의 요인은 가계부채의 급증이다. 집집마다 부채를 너무 많이 지고 있어서 소비에 돈을 쓸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2011년 가구당 가처분소득 3283만 원이었는데 평균부채가 3679만 원이었으니 소득보다 빚이 더 많다. 빚 그 자체도 문제지만, 이자도 문제다. 세계경제위기 이후 기준 금리 인상과 가계대출금리 상승 등의 요인으로 2011년 가계부채에 대한 이자만 해도 55조 5천억 원에 달했다. 그만큼 소비에 쓸 돈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경기침체로 가계들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의 가치마저 저조하여 소비심리가 더욱 더 위축되었다. 이른바 자산효과(wealth effect)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국내 고용 사정의 악화도 민간소비 침체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고용탄성치(취업자증가율/경제성장률)가 급락하고 있다. 외환위기 전인 1984-1997년의 기간에는 고용탄성치가 연평균 0.35이었으나 외환위기 이후인 1998년과 2008년 사이에는 0.311로 낮아졌고, 미국 발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2012년의 기간에는 0.29로 크게 낮아졌다. 물론, 매년 신규취업이 늘어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 대부분이 안정적 소득을 보장하는 일자리가 아니다.

민간소비의 침체에 대한 전문가들의 이런 다양한 견해들 그리고 이에 대한 언론보도에서 한 가지 크게 아쉬운 점은 좀 더 근본적인 요인, 즉 소득분배의 극심한 불평등이 제대로 부각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민간소비가 장기침체에 빠진 근본적 원인은 우리 사회의 극심한 빈부격차에 있다. 민간소비에서 압도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일반서민의 소비다. 그러므로 일반 서민이 지갑을 열어야 민간소비가 늘어나고 내수가 늘어나고 또 그래야만 높은 경제성장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아무리 일반서민들이 지갑을 열어 본들 그 속에 돈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돈이 부자들의 손에 집중되어 있으니 일반서민들의 지갑은 얄팍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근래에는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한 가계대출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소득불평등이 심해진다는 것은 중산층의 몰락을 뜻한다. 국민경제의 허리에 해당하는 중산층이 몰락하면 국민경제 그 자체가 허약해진다.

요컨대, 민간소비의 규모를 좌우하는 것은 일반서민의 소비다. 하지만, 극심한 빈부격차로 일반서민들의 지갑이 얄팍해진 상황에서 민간소비가 활발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간의 민간소비에 대한 논의는 마치 우리의 극심한 빈부격차를 망각한듯 한 인상을 준다. 이런 점에서 최근에 발표된 동국대 김낙년 교수의 연구가 눈길을 끈다. 그의 연구에 의하면, 우리나라 소득계층 상위 1%의 소득이 국민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98년의 6.97%에서 2011년에는 11.5%로 크게 증가하였다. 상위 1%의 연평균 소득은 1억9500만 원으로서 근로소득보다는 배당소득과 사업 및 부동산소득의 비중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고도 성장기 때 소득분배가 상대적으로 나았던 것은 빠른 고용확대를 통해서 정장의 성과가 저변으로 잘 확산되었기 때문"이라며 "외환위기 이후 고용의 질이 떨어지고,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한 서비스업이 확산되면서 소득집중도가 심화됐다"고 말했다. 선진국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개인에 대한 정보를 보호한다는 명목아래 개인소득에 대한 정보나 자료를 얻기가 매우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김 교수의 연구는 주목을 받을 만하다.

민간소비를 살리고 그럼으로써 소기의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우리의 극심한 소득불평등을 획기적으로 완화하는 대책이 시급하다.


 /이정전 서울대 명예교수

2012년 4월 23일 월요일

국내 소득 상위 1%, 전 국민소득 6분의 1 차지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2-04-23일자 기사 '국내 소득 상위 1%, 전 국민소득 6분의 1 차지'를 퍼왔습니다.
한국조세연구원 자료 분석…1% 소득세 전체 44% 수준

우리나라 소득 상위 1%가 전체 국민 소득의 16.6%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미국(17.7%) 다음이다.
이는 국내 소득이 특정계층에 몰리는 이른바 '부의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셈이다.
한국조세연구원은 2006년 국세통계연보를 분석, "우리나라 소득 상위 1%가 한 해 버는 돈이 38조4790억원으로 전체(231조9560억원)의 6분의 1을 차지했다"고 밝혔다고 23일 중앙일보가 보도했다.
상위 1% 기준은 연 소득금액 1억원 이상으로 모두 18만 명에 달하며, 소득세 자료를 이용해 우리나라 상위 1%를 분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조세연구원 관계자는 "현재 상위 1%의 연 소득이 1억원보다 더 높아졌을 것"이라며 "정확한 금액은 국세청의 과세자료 공개 제한에 따라 파악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또 "OECD가 공개한 상위 1% 최신 자료도 2000~2008년으로 제각기 다르다"며 "다른 나라와 객관적 비교에 쓸 수 있는 신뢰도 높은 유일한 자료가 2006년 국세통계연보"라고 말했다.
OECD 주요 19개국(한국 제외)은 상위 1%가 전체 소득의 평균 9.7%를 차지했다.
19개국 중 우리나라보다 부의 쏠림이 심한 건 미국뿐이다.
미국의 상위 1%는 연 소득 33만5861달러(3억8300만원) 이상으로 전체 소득의 17.7%를 벌어들였다. 3위는 영국(14.3%), 4위는 캐나다(13.3%)였다. 일본(9.2%)과 호주(8.8%)는 조사 국가 평균에 못 미쳤다.
이는 한국이 소득 불균형이 그리 심하지 않다는 일반적 인식을 깨는 결과다.
우리나라는 소득분배의 불평등 정도를 보여주는 지니계수(가처분 소득 기준)가 0.315로 OECD 국가 평균(0.314) 수준이다.
이 때문에 그동안 한국의 소득 불평등은 중간 수준이라고 평가돼왔다.
지니계수는 계층 간 소득분배가 얼마나 공평하게 이뤄졌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0과 1 사이 값이다. 수치가 0에 가까울수록 소득분배가 평등하게 이뤄졌다는 뜻이다. 0.5가 넘으면 소득 불평등이 우려할 정도로 심각한 것으로 본다.
조원동 조세연구원장은 "지니계수처럼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한 데이터엔 초부유층 표본이 빠져있다 보니 불평등 정도가 실제보다 과소평가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상위 1%는 세금도 많이 냈다.
2006년 상위 1%가 낸 소득세는 총 9조131억원으로 전체의 43.9%였다.
이는 영국(24%)이나 미국(40%)보다 높다. 우리나라가 영국·미국에 비해 소득이 많아질수록 세율이 더 높아지는 세금 구조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상위 1%의 모습은 어떨까.
최근 모습을 추정하기 위해 통계청 ‘2011년 가계금융조사’를 분석한 결과 상위 1%는 평균연령 51.3세 남성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평균 연 3억3728만원의 소득을 거뒀다. 직업은 주로 전문직(32.4%)이나 관리자(24.8%)다. 보유한 자산 총액은 평균 22억1352만원이며 이 가운데 74%가 부동산이다.

(서울=뉴스1) 김민구 기자

2012년 3월 19일 월요일

‘나프타의 멍에’ 노동자에 고스란히…캐나다, 수십만명 실직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3-18일자 기사 '‘나프타의 멍에’ 노동자에 고스란히…캐나다, 수십만명 실직'을 퍼왔습니다.

 FTA 깨어진 약속 ② 1% 대 99%
다국적 기업들 철수해도안전망 없어 속수무책
지니계수도 10.8%↑일자리정책, ISD 휘말려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에 사는 조지 패너(36)는 지난 15년간 자동차 제조공장을 아홉 군데나 옮겨다녔다. 처음에는 중소 자동차 부품회사에서 기술을 익혀 다국적 기업으로 이직했고, 최근에는 공장들이 잇따라 문을 닫으면서 어쩔 수 없이 이직했다. 지난달 3일에는 아홉 번째 직장이자 세계 1위 중장비업체인 캐터필러가 런던의 디젤기관차 제조공장을 폐쇄했고, 패너는 동료 직원 450명과 길거리로 내몰리게 됐다.
캐터필러가 공장을 폐쇄한 이유는 임금 50% 삭감, 연금제도 폐지, 의료 혜택 축소 등의 새 근로조건을 캐나다 자동차산업노조가 받아들이지 않아서다. 이에 회사는 폐쇄한 기관차 제조공장을, 산업노조의 힘이 약한 미국 인디애나주로 옮길 계획이다. 회사의 경영 상황이 어렵기 때문이 아니다. 캐터필러는 지난해 49억달러(5조5200억원)의 이익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2010년(27억달러)에 견줘 83%나 늘어난 것으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다. 기관차 제조공장 앞에서 캐터필러의 보상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던 패너는 “온타리오주에서 일자리를 다시 구할 수 있을지 암담하다. 아내, 딸과 헤어져 석유 채굴을 하러 다른 주로 옮길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1994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발효 이후 캐나다 사람들은 시장 경쟁 논리를 앞세우는 대기업에 대항하고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플램버러 지역 주민들은 지하수를 지키겠다며 투자자-국가 소송(ISD)을 제기해 채석장 사업 인허가를 받아내려는 다국적 시멘트업체에 맞서고 나섰다. 캐나다 자동차산업노조(CAW) 제공

1994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발효 후 캐나다 상위 1%는 경제적 이득을 얻었지만, 나머지 99%는 산업구조가 재편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제학자인 짐 스탠퍼드는 “나프타의 ‘에너지 공유’ 정책에 따라 캐나다의 석유와 가스 등 천연자원이 미국으로 대거 수출됐다. 그래서 캐나다 달러 가치가 올라가고, 캐나다산 상품과 노동력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2000년에 미국 달러의 67% 수준이었던 캐나다 달러의 가치가 지난 10년간 폭등해 미화와 동등해졌고, 그사이에 57만개의 일자리가 제조업 부문에서 사라졌다. 반면, 대미 수출 증대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자원 부문에서 저숙련, 저임금 노동력을 흡수하고 있다.
고용이 불안해지면서 1920년대 이후 처음으로 캐나다의 소득 분배 상태가 악화됐다. 소득 불균형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10.8%나 상승해 2011년 현재 0.324를 기록했다. 선진국 가운데 소득 불평등이 가장 심한 미국(0.378)보다는 낮은 수치지만, 불평등 진행 속도는 캐나다가 빠르다. 스탠퍼드는 “나프타가 발효될 때 정부는 승자와 패자가 생기겠지만 재분배로 균형을 맞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미국과의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대기업이 법인세와 소득세를 삭감하라고 압박해 정부의 재정 수입이 줄었고, 덩달아 사회복지 지출도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나프타 발효 때 국내총생산(GDP)의 43%였던 재정 수입 규모는 지난해 38.2%로 떨어졌고, 정부 지출도 49.7%에서 43.2%로 감소했다. 고용보험부터 노인연금까지 사회보장제도가 전반적으로 축소됐다. 스티븐 클라크슨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정치학)는 “캐나다 같은 중소국이 세계 최강국과 경쟁 논리로 맞서서는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정부의 산업 정책도 나프타에 어긋나는 ‘보호무역주의’라고 압박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물산과 한국전력이 70억 캐나다달러(약 8조원)를 투자해 캐나다 온타리오주 정부와 체결한 신재생에너지 개발사업이 투자자-국가 소송(ISD)에 휘말린 것이다. 삼성물산 등은 2016년까지 총 2500㎿ 규모의 세계 최대 풍력·태양광 발전 및 생산 복합단지를 온타리오주에 건설해 20년간 운영하기로 계약했다. 주 정부는 캐나다 현지 부품과 노동력을 25% 이상 의무 사용한다는 조건으로 신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력을 비싼 값에 사들이기로 했다. 이에 대해 미국 텍사스주 재생에너지 개발업체인 메사(MESA)파워그룹이 “나프타 위반”이라며 손해배상금 7억7500만 캐나다달러를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팀 캐리 자동차산업노조 런던지역 대표는 “예전에는 캐나다에 자동차를 판매하려면 타이어 등 일정 부품을 캐나다산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나프타 위반이라서 노동자의 생존권을 보호하고 기업의 탐욕을 제어할 정부 규제를 시행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토론토/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2012년 3월 6일 화요일

재벌 소유 땅값 3년새 두배 폭등, 이유는?


이글은 프레시안 2012-03-06일자 기사 '재벌 소유 땅값 3년새 두배 폭등, 이유는?'을 퍼왔습니다.
[토지+자유 비평] 재벌개혁과 토지개혁이 만나면

재벌개혁의 중요성


한국 사회에서 재벌개혁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 재벌에 친화적이었던 새누리당까지 재벌개혁이란 말을 입에 올릴 정도가 되었으니 말이다. 새누리당도 재벌개혁을 부르짖지 않으면 더 이상 표를 얻기 힘들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각 당이 주장하는 재벌개혁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 안에서도 많은 편차가 있지만, 제대로 된 재벌개혁이 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것은 꼭 포함되어야 한다. 총수들이 적은 소유로도 막강한 지배력을 행사하는 문제, 이른바 '소유와 지배의 괴리'라는 불합리함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이명박 정부가 폐지한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부활시켜야 하고 순환출자도 금지시켜야 한다. 또한 중소기업의 납품단가를 심하게 후려치는 횡포도 중단시켜야 한다. 그리고 중소기업의 사업기회를 박탈할 뿐만 아니라 중소상인의 사업 영역까지 초토화시키는 재벌들의 일감몰아주기도 막을 수 있는 포괄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상법, 공정거래법, 조세법, 형법까지 모든 것을 총동원해야 한다.


재벌개혁은 절박한 과제다. 오늘날의 재벌을 이렇게 놔두다가는 한국경제가 회생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재벌은 소득분배 악화 및 고용생태계 피폐화의 주범이다. 이 원인을 제거해야 한국경제가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


토지개혁의 중요성


그러나 재벌개혁보다 더 중요하고 시급한 개혁이 있으니, 그것은 토지개혁이다(여기서는 토지개혁의 방법과 효과에 관한 자세한 논의는 생략한다. 이와 관련된 자세한 사항은 김윤상 외. 2012. . 평사리 참고.). 뒤에서 언급하겠지만, 토지개혁은 재벌개혁에 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재벌개혁이 커버하지 못하는 상당히 많은 영역들, 예를 들어서 주거불안문제, 재개발ㆍ재건축 문제, 금융 불안정 문제, 토지투기로 인한 각종 사회 갈등과 일자리 문제를 예방하고 해결한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정치인들은 토지개혁에 대해서 별로 관심이 없다. 이는 아마도 정치인들이 주로 귀를 기울이는 전문가들이, 실물에 밝은 일반인들도 다 인식하는 토지의 중요성과 토지의 사회경제적 영향력을 간과하거나 과소평가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일찍이 미국의 사회경제사상가 헨리 조지의 생각에 깊이 공감한 영국의 수상 처칠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토지독점이 존재하는 모든 독점 가운데 유일한 독점이 아니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토지독점은 단연코 가장 거대한 독점이며, 영원한 독점이다. 토지독점은 다른 모든 독점의 어머니이다(프레드 헤리슨 저ㆍ전강수ㆍ남기업 역. 2009. . 범우사. 258쪽).


처칠은 사악한 지주주의(地主主義, landlordism)가 얼마나 뿌리 깊은지, 그리고 이것이 경제체제에 어떤 악영향을 끼치는지 확실히 알고 있었다. 처칠만 그런 것이 아니다. 일찍이 자본주의 운동방식을 예리하게 파헤친 마르크스도 토지독점의 문제를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오늘날의 사회에서 노동 수단은 토지 소유자(토지소유의 독점은 더구나 자본 독점의 토대이다)와 자본가의 독점이다(칼 마르크스 저ㆍ최인호 역. 1995. "고타 강령 초안 비판." . 박종철출판사. 373쪽. 강조는 필자).


어찌 보면 재벌은 독점의 극단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는데, 처칠과 마르크스의 말에 따르면 토지독점이 오늘날 재벌의 중요한 기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어째서 마르크스와 처칠은 토지독점을 시장독점의 주범으로 지목했을까?


그것은 토지와 자본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그러나 마르크스의 경제학 체계가 집약되어 있는 에서는 토지가 빠져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르크스는, 토지를 생산수단으로 하나로, 즉 자본의 하나로 간주한 상태에서 자신의 이론을 전개하고 있는데, 토지와 자본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생각했을 때 이는 '치명적 실수(fatal mistake)'에 해당된다고 하겠다.). 본질적으로 자본은 절약과 저축의 결과이지만, 토지는 절약한다고 생기지 않았다. 토지는 주어졌다. 필요하다고 외국에서 수입(import)할 수도 없다. 토지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므로 토지를 독점한 자가 자본도 독점할 수 있고, 토지를 독점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노력도 갈취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재벌들은 스스로 엄청난 지주(landlord)이다. 그러면 도대체 한국의 재벌들은 얼마나 많은 땅을 소유하고 있는 것일까?


한국의 재벌들은 지주(landlord)


15대 재벌의 토지소유 현황




재벌들이 소유한 땅의 면적이 얼마나 되는지는 자료가 없어서 파악할 수가 없지만 가액기준으로는 파악이 가능하다. 을 보면 2010년에 15대 재벌이 소유한 토지가격이 무려 83.7조 원에 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사유지 전체 토지가격의 2.7%, 전체 법인의 11.8%를 차지하는 금액이다. 그런데 한 가지 더 놀라운 사실은 대한민국 사유지 전체 토지가격은 2007년에서 2010년 사이 6.8% 오르는데 그친 반면, 15대 그룹의 소유토지의 가격은 무려 115.2%나 올랐다는 점이다. 그것은 가액기준으로 전체 토지에서 15대 재벌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7년 1.35%에서 2010년 2.72%로, 전체 법인에서 15대 재벌이 차지하는 비중이 6.6%에서 11.8%로 오른 것에서도 그대로 확인된다. 3년 사이에 전체 토지에서, 전체 법인 토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두 배로 상승한 것이다.

3년 동안 재벌들이 소유한 토지가격이 이렇게 늘어난 이유는 두 가지로 추측할 수 있다. 하나는 재벌들이 생산적인 투자는 하지 않고 토지를 집중적으로 매입했거나, 아니면 재벌들이 가진 땅이 다른 것보다 더 크게 오른 것일 텐데, 아마 진실은 중간쯤에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가지고 있는 땅 중에는 가격이 폭등할 개발예정지가 많기도 하고 땅값이 오를 곳을 귀신같이 알아내서 매입하기도 했을 것이다.

재벌들은 나라의 중요 정책을 담당하는 고위관료들을 수시로 만나고, 그들이 현직에서 물러나면 사장이나 본부장으로 영입하기 때문에 개발예정지가 어딘지는 훤히 알고 있다. 재벌들은 쌓아놓은 유효자금도 많다. 또 증자를 통해서 돈을 손쉽게 조달할 수 있다. 가지고 있는 땅을 담보로 은행에서 엄청난 돈도 빌릴 수 있다. 한마디로 재벌들이 토지를 통해서 돈을 버는 것은 땅 집고 헤엄치기다. 심지어는 재벌들이 가진 땅값을 올리기 위해서 개발계획까지 바꿔 놓으니 더 말해서 뭐하겠는가. 그런데 문제는 이런 것들이 바로 독점의 중요 원인이라는 것이다.

토지를 소수가 독점하면 나머지는 토지를 사용할 수 없다. 사용하려면 비싼 임대료를 내야 한다. 또 토지투기로 인한 지가의 폭등은 엄청난 땅을 소유한 재벌들에겐 매우 유리하지만, 사업을 확장하려는 중소기업이나 신규로 시장에 진출하려는 기업에겐 매우 불리하다. 다시 말해서 땅값 폭등은 재벌들에겐 불로소득 잔치이지만, 중소기업과 신규기업에겐 엄청난 진입장벽인 것이다. 그런데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토지 불로소득 환수 장치는 대단히 미흡하다.

토지 불로소득 환수 장치는 부재

토지개혁의 핵심 내용은 토지 불로소득을 완전히 환수하는 것이다. 소유권의 3요소인 이용권, 처분권, 수익권 중 수익권 환수에 개혁을 집중시키는 것이다. 이를 통해서 더 이상 땅이 돈벌이 수단이 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세금으로 하는 방법과 공공이 국공유지 비율을 계속 늘리면서 이 토지를 임대하는 방법이 있는데,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는 방법은 세금, 즉 토지보유세 강화를 통한 방법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토지 불로소득을 환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인 토지보유세 실효세율은 미국, 캐나다, 일본, 영국 등과 같은 선진국의 1/5 수준 밖에 되지 않는데, 거기에다가 법인 소유 토지에 부과하는 세율은 주택보다 훨씬 낮다.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합쳐서 주택에 부과하는 보유세율은 0.1~2%까지인데, 재벌들이 주로 소유한 대규모 상가빌딩과 사업용 토지에 부과하는 세율은 0.2~0.7%밖에 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재벌들의 토지독점을 무력화할 수 있는 수단이 전무한 것이다.

'재벌개혁의 효과' < '토지개혁의 효과'

그러면 재벌개혁과 토지개혁의 효과를 비교해보자. 먼저 소득분배 개선에 있어서는 두 개혁 모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하지만 좀 더 생각해보면 그 정도는 토지개혁이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빈부격차 심화의 가장 큰 원인은 토지인데, 토지개혁이 성공하면 토지로 인한 빈부격차는 해소된다.

또한 고용생태계 개선에도 두 개혁 모두 도움이 될 것이다. 재벌개혁은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토지개혁을 단행하면 지가가 경향적으로 낮아져 신규기업과 중소기업에게 매우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는데, 이것은 그곳에 근무하는 노동자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리고 재벌개혁은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갈등, 중소기업 노동자들에 대한 열악한 처우로 인한 사회갈등 등을 예방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고, 토지개혁도 용산참사와 같이 재개발ㆍ재건축 추진 과정에서 빚어지는 갈등, 토지투기로 인한 사회적 갈등 등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데, 그 기여 정도로 봐서 토지개혁이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재벌개혁과 달리 토지개혁은 우리 사회의 주요 과제인 주거문제 해결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왜냐면 주택문제는 건물이 아니라 토지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토지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면 주거불안정은 거의 다 해결 될 것이다. 또한 토지개혁은 토지거품의 생성과 붕괴에 따른 금융위기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그리고 토지개혁이 단행되면 토지에 짓눌렸던 생산의 용수철이 튀어 올라 일자리 증가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토지개혁의 효과가 재벌개혁의 효과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크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을 정리하면 아래의 와 같다.

토지개혁과 재벌개혁의 효과 비교



토지개혁과 재벌개혁이 만나면

재벌개혁과 토지개혁은 단시일에 성공할 수 없다. 두 개혁은 적어도 앞으로 10년 정도 치밀한 계획과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 그리고 깨어있는 국민들의 지지가 있어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두 개혁이 만나면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란 점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지금까지 유래가 없었던 굉장한 변화들이 우리 사회에 일어날 것이다. 왜냐하면 재벌개혁 자체도 긍정적인 변화를 낳지만, 토지개혁 자체가 시장에서 독점력을 행사하는 재벌들의 주요 기반을 허물어트리기 때문이다. 두 개혁이 만나면 위 에서 볼 수 있듯이 소득분배 개선, 고용생태계 개선, 사회갈등 예방에서 놀라운 효과가 나타날 것이고, 거기에 추가하여 일자리문제, 주거문제, 금융 불안 문제 등도 해결될 것이다.

'2013년 체제'라는 말이 널리 회자되고 있다. 2013년에 우리는 어떤 사회를 꿈꾸는가? 우리가 진정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상생, 일자리의 획기적인 증가, 주택문제의 근본적 해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불합리한 차별 근절, 누구나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을 정도의 삶을 누리는 사회 등일 것이다. 그렇다면 재벌개혁은 토지개혁과 함께 가야 한다. 두 개혁이 성공하면 대한민국은 북유럽 복지국가들보다 '더욱 역동적인 시장'이, 영미 국가들보다 '더욱 안정된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프레시안(조형·사진=손문상)

/남기업 토지+자유 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