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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21일 목요일

해외 동포 사이트에서도 여론 조작 흔적 발견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3-20일자 기사 '해외 동포 사이트에서도 여론 조작 흔적 발견'을 퍼왔습니다.
특정 아이피 주소로 캐나다, 일본, 피지, 인도네시아 세계 각국 사이트에 정치적 게시물 올려

국가정보원의 국내 정치개입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특정 아이피 주소로 해외 한인교포와 유학생 커뮤니티 사이트에 접속해 정치적 게시물을 올린 흔적이 발견됐다. 특정 집단이 국내뿐 아니라 재외동포를 대상으로 여론 조작을 했다는 의혹이 일 것으로 보인다. 재외 동포를 대상으로 한 재외 선거는 사상 처음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실시됐고, 지난 대선에서도 재외 선거가 치러졌다.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큐슈대학 한국인 유학생회 홈페이지에는  북풍을 조장하는 게시물이 연달아 올라왔다. 홈페이지를 관리하는 채현욱 유학생회 회장은 유학생회 홈페이지는 정보 교류를 목적으로 한 커뮤니티 사이트인데 워낙 비난성 목적의 게시물이 특정 아이피 주소로 올라와 삭제했다고 밝혔다.
채 회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빨갱이에 대한 비난성 글이었다. 북한에 대해 비판할 수 있지만 상식을 벗어나 북풍을 조장하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글들이 많았다"면서 "관리자 입장에서 우리 홈페이지에 올라온 것을 그대로 두면 해당 글의 주장을 옹호한다는 느낌을 줄 것 같았고 정치적으로 누구를 지지하거나 강요할 수 없다는 생각이기 때문에 관련 게시물을 지웠다"고 전했다.
문제의 게시물은 아이피 주소 '61.14.***.215', 61.14.***.217', '61.14.***.219'로 올린 것인데 게시자는 해당 아이피 주소로 일본 한인 유학생회 사이트뿐만 아니라 캐나다 소재 한인교포 사이트, 피지 한인회, 인도네시아 한인포털커뮤니티 등에도 비슷한 글을 올렸다. 해외 교포를 대상으로 여론을 조작하려 했다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 일본 규슈 대학 한인 유학생회에서 특정 아이피 주소 게시물을 삭제했다는 공지문.

채현욱 회장은 "홈페이지 보호 차원에서 해당 아이피 주소를 검색한 결과(구글링 검색) 일본 동경으로 등록된 아이피 주소로 나왔다. 하지만 해당 아이피 주소로 미국 등 세계 각지 인터넷 사이트에 우리 홈페이지와 비슷한 글을 올려놓은 것을 발견했다"면서 "아무런 이유와 목적 없이 이 같은 행위를 할 수 없는 일이다. 여론 조작 의혹에 대해 충분히 의심할 여지가 있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아이피 주소 '61.14.***.215'로 실제 구글링 검색 결과 정부 정책을 홍보하거나 북한을 비난하는 게시물을 각국 한인 사이트에 올린 흔적이 발견됐다.
인도네시아 한인포털커뮤니티 '인도웹'에서 아이피 주소 '61.14.***.215'로 올려진 게시물을 검색한 결과 (한국의 유엔안보리 재진출 축하), (MB! 지구 한바퀴를 돌다!), (韓 탄도미사일의 사거리 업그레이드), (정은曰 돈만 주시면 다 드릴게요 형님) 등 이명박 정부의 치적을 홍보하거나 북한을 비난하는 내용들이 확인됐다.

▲ 인도네시아 한인포털커뮤니티 '인도웹'에서 아이피 주소 '61.14.***.215'로 올려진 게시물 리스트.

피지한인회 사이트에서도 아이피 주소 '61.14.***.215'로 올려진 게시물이 발견됐다. 아이디 '묵념'인 올린 해당 게시물은 북한지역 국군 전사자 유해가 62년 만에 고국의 품으로 돌아온다는 언론보도의 내용이다.
오세우 피지 한인회장은 전화통화에서 "'61.14.***.215' 아이피 주소는 피지 한인회 내의 아이피 주소는 아니고 다른 국가에서 올린 게시물로 파악했다"면서 "관련 게시물이 특정 정당을 홍보하고 비난하는 내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피지 한인회 사이트 이용자는 "한국 떠나 외국서 열심히 사느라 바쁜데 왜? 여기까지 와서 쥐알밥질이냐"면서 '61.14.***.215' 아이피 주소로 올려진 게시물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드러냈다.
캐나다 동부 교민 커뮤니티인 '한카' 사이트에서도 '61.14.***.215' 아이피 주소로 정치적 내용의 게시물이 올라온 뒤 삭제됐다. 사이트 관리자는 자유게시판을 통해 "IP : 61.14.***.215~219 발 관련 글은 모두 스팸으로 간주하고 허용치 않겠다. 특정 정당의 정치 활동 의심글은 사양한다"고 밝혀 해당 아이피 주소로 정치적 내용의 게시물이 집중적으로 올라왔음을 시사했다.
국내 사이트에서도 아이피 주소 '61.14.***.215'로 올려진 북한 관련 게시물이 발견됐다. 한 연구회 사이트에서는 북한 주민의 식량난을 전하는 언론 보도가 게재돼 있고 나로호 발사 성공 가능성을 점치는 게시물도 올라와 있다. 재향군인회 육군게시판에도 '61.14.***.215' 주소로 레바논에 파병된 우리나라 동명부대의 활약상을 자랑하는 내용의 게시물도 눈에 띈다.
특히 국정원이 여론 조작 근거지로 활동했다고 의혹을 받아온 오늘의유머 사이트에서도 아이피 주소 '61.14.***.215'로 올라온 게시물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게시자는 '61.14.***.215' 아이피 주소로 최소 20개 이상 아이디를 번갈아서 사용해 북한과 관련된 게시물을 집중적으로 올렸다. 북한의 식량난을 비난하는 내용, 한미 미사일 사거리 연장 소식, MB 러시아 APEC 정상회의 참석을 홍보하는 글 등 한인 교포 사이트에서 발견된 내용과도 비슷하다.

▲ 인도웹에 올려진 MB치적 홍보 게시물

▲ 오늘의 유머사이트에서 아이피 주소 '61.14.***.215'로 올라온 MB 치적 홍보 게시물

관련 의혹을 제시한 누리꾼은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관련 게시글 내용으로 미뤄볼 때 국방부나 청와대에서 비선라인으로 활동하는 사람의 게시물인지 알았는데, 게시물 패턴을 분석해보면 국정원 직원 김씨와 너무도 비슷하다”고 말했다. 오늘의유머 사이트를 제외한 다른 포털이나 사이트에서는 아이디 검색이 되지 않는다는 점, 댓글이 없는 등 게시물에 대한 반응이 없는데도 꾸준히 게시물을 올리는 행태는 국정원 직원 김씨의 게시활동 패턴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누리꾼은 “활동 패턴으로 보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한데 정권이 유지되면 자기네들을 조사해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배짱을 갖고 해외 동포를 대상으로한 여론 조작을 한 것인지는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재진 기자 | jinpress@mediatoday.co.kr 

2012년 11월 20일 화요일

월성1호기 10년 더? 안전성, 믿을 수 있나?


이글은 프레시안 11-20일자 기사 '월성1호기 10년 더? 안전성, 믿을 수 있나?'를 퍼왔습니다.
월성1호기 원산지인 캐나다는 어떻게 했나?

경주 월성1호기의 수명이 20일이면 만료된다. 1982년 한국 최초 CANDU형 중수로 원자력 발전소 월성1호기는 30년 동안 운행됐다. 일반적으로 원전의 수명은 30년이다. 추후 점검 등을 통해 수명연장 여부를 결정한다. 연장되면 10년을 더 사용할 수 있다. 수명이 연장되면 그 기간만큼 전력 생산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고 정부는 주장한다. 하지만 환경단체는 위험성을 이유로 수명연장을 반대한다. 정부와 환경단체사이의 대립지점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2005년부터 '월성1호기 새발전소만들기' 운동을 벌여 핵심 시설인 압력관을 비롯해 9000여 건의 설비개선 작업을 마쳤다. 소요된 예산만 7000억 원에 달한다. 수명을 10년 더 연장하기 위해 미리 준비해온 셈이다. 한수원 측은 "원전 폐기 정책을 발표한 일본조차 최소 40년은 운영한 뒤 원전을 폐로 하겠다고 밝혔다"며 "월성 1호기 수명연장은 안전하다"고 안전성을 강조한다. (☞관련 기사: '천년고도' 경주, '핵폭탄 타이머' 재깍재깍)

하지만 월성1호기는 이미 문제가 많다.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일반적인 원자로와 다르게 월성1호기와 같은 CANDU형은 냉각수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핵 연쇄 반응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격납 시스템을 무너뜨리고 심각한 방사능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1986년 최악의 핵사고를 일으킨 체르노빌의 RMBK유형과 동일한 특성이 있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 국가에서는 RMBK와 CANDU를 거부하고 있다. 가동 중인 CANDU형 원전은 전 세계 원전 중 11%에 불과하다.

▲ 지난3월 23일 경북 경주시 월성원전 앞바다에서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보트를 타고 월성 1호기 수명연장 반대와 노후 원전 폐쇄, 신규 원전 건설 반대 등을 주장하며 해상 시위를 벌이고 있다. 보트 뒤로 원자로 건물이 보인다. ⓒ연합뉴스

국제에너지기구(IAEA)에서도 CANDU형 원전을 공통 안전기준에 부적합한 것으로 판단했다. 그동안 한국수력원자력은 IAEA의 Peer Review를 통해서 월성1호기 수명연장의 안전성을 검토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IAEA는 CANDU형 원전 안전성에 대해 동의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위험성도 문제지만 수명연장에는 설비개선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 캐나다에서 10여 년간 CANDU형 원자로를 모니터해 온 숀 패트릭 스텐실(39) 씨는 "CANDU형 원자로는 높은 선행투자자본비용뿐만 아니라 높은 생애자본비용을 지급해야 한다"며 "이에 두 곳의 캐나다 원전사업자가 CANDU형 원전 수명연장은 경제적이지 않다며 폐쇄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CANDU형 원전은 캐나다에서 개발했다.

숀 패트릭 스텐실 씨는 19일, 약 1시간 동안 서울 그린피스와의 화상통화를 통해 캐나다의 CANDU형 원자로 수명연장 현황과 문제점에 대해 설명했다. 그가 이야기하는 캐나다의 상황은 월성1호기 수명연장 앞둔 한국에 여러 시사점을 준다.

월성1호기의 원산지 캐나다는 어떻게 했나?

CANDU형 원자로 종주국인 캐나다는 과도한 수명연장 비용 문제로 2기의 원자로를 폐쇄했고 2020년까지 추가로 7기를 폐쇄하기로 했다.

이런 조치의 배경에는 과거보다 강력해진 '원전규제'가 있었다. 과거의 규제가 아닌 현재 규제에 원전 설비를 맞추다 보면 설비개선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규제요건에 따라 수명연장 비용의 규모도 달라진다. 체르노빌 사건 등을 겪으면서 원전 규제기준은 지속해서 강화되는 추세다.

숀 패트릭 스텐실 씨는 "'Gentilly-2'와 'Pickering B'는 설비개선에 천문학적인 돈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와 수명연장을 택하지 않고 폐쇄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Pickering B는 설비개선비에 약 25억 캐나다 달러, Gentilly-2의 경우 40억 캐나다 달러로 예상됐다.

물론 조사 초기부터 이런 비용이 나온 건 아니다. Pickering B는 2002년 CANDU업계에서는 수명연장 비용으로 9억 캐나다 달러를 추정했다. 하지만 2005년에는 약 11억 캐나다 달러, 2010년에는 약 25억 캐나다 달러로 조사됐다. 그러자 온타리오주는 수명연장을 포기했다.

Gentilly-2도 마찬가지다. 2004년 11억 캐나다 달러였던 비용은 2012년 40억 캐나다 달러까지 올라갔다. 그러자 전력업체인 하이드로퀘백 역시 수명연장을 포기했다.

숀 패트릭 스텐실 씨는 "원전 수명연장 비용이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나는 이유는 업체가 의도적으로 비용을 낮춰 경제성을 높인 뒤, 수명연장 승인을 받으려 했기 때문"이라며 "이런 일은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월성1호기. ⓒ연합뉴스

안전기준에 미흡한 월성1호기

이런 문제는 한국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원전 안전기준 강화는 세계적 추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수명연장을 준비 중인 월성1호기의 경우, 현재의 안전기준에 미흡한 설비시설이 상당하다.

'비상시 냉각계통 열교환기 다중화' 시설이 대표적이다. 이 시설은 원전 사고가 발생하면 원자로 내부의 열을 제거하는 핵심 장치로 1991년 이후로 복수의 열교환기가 설치되도록 규정돼 있다.(캐나다 R-9 문건) 하지만 1983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월성 1호기는 기준 적용 이전에 만들어져 이것이 1대만 보유하고 있다.

'수소 감시기' 미설치도 문제다. 월성 1호기에는 원자로 안에 수소 감시기가 설치돼 있지 않다. 기술원은 지난해 9월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속 조처 중 하나로 신월성1호기에 수소 감시기를 설치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월성 1호기에만 특별히 수소 감시기 없이 수명 연장을 해주기에는 형평성 논란이 불가피하다.

이런 안전기준 조건을 모두 충족하려면 현재 사용한 7000억 원보다 더 많은 돈이 투입되어야 한다고 전문가는 지적한다.

수명연장 승인받기도 전에 이미 설비교체를…

더 큰 문제는 한수원은 안전기준에 미흡한 시설이 어떤 게 있는지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렇다 보니, 모든 게 비밀로 부쳐지고 있다. 어떤 시설설비를 추가하고 교체해야 하는지 등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반면, 캐나다는 수명연장에 앞서 투명하게 안전점검을 한다. 그리고 그 내용을 대중에게 공개한다. 숀 패트릭 스텐실 씨는 "캐나다의 경우, 캐나다원자력안전규제청(CNSC)에서 적용하는 최신규제시스템과 개선권고를 중점적으로 안전점검을 진행하고 여기서 밝혀진 내용은 대중에게 투명하게 공개한다"고 밝혔다.

숀 패트릭 스텐실 씨는 "또한, 수명 연장 결정에 앞서 환경영향평가를 꼭 받아야 한다"며 "주목할 점은, 환경영향평가단에는 시민단체 회원 등 일반시민이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탈핵에너지국 국장은 "캐나다는 최소한 현재 상황이 어떠한지 점검한 뒤, 그 내용을 발표하고 의견을 청취한다"며 "그 뒤 비용을 산정한 뒤 승인받고 설비개선에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양이원영 국장은 "하지만 월성1호기에서 보듯 한국의 경우, 일체의 내용이 공개되지 않을 뿐 아니라 승인받기 전 설비개선을 미리 해놓았다"며 "설비개선을 위해 사용한 7000억 원은 사회적 검증 없이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월성 1호기의 경우, 2009년 4월 1일 발전용원자로운영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이 월성 1호기의 주요설비인 압력관, 공급자관 등을 교체했다. 그 뒤인 2010년 12월 15일 서류적합성 심사를 완료했다.

양이원영 국장은 "수명연장을 위한 보고서 제출, 안전성 검사 결과 공개, 비용산정 등을 발표하기도 전에 이미 수명연장을 위한 설비작업을 진행한 것"이라며 "우리는 이것이 세계적인 수준의 안전기준에 맞춰진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환주 기자

2012년 6월 6일 수요일

미국 석유회사, '투자국가소송'서 캐나다 무릎 꿇리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2-06-05일자 기사 '미국 석유회사, '투자국가소송'서 캐나다 무릎 꿇리다'를 퍼왔습니다.
"이익 일부를 주(州) 연구개발에 투자하게 한 건 나프타 위반"

캐나다가 투자자-국가 소송(ISD)에서 석유 기업들에게 무릎을 꿇었다.

외국 투자자와 정부 간의 분쟁 및 중재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에 따르면, 캐나다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나프타)에 따라 소집된 법정에서 지난 5월 22일 미국계 석유 회사인 '모빌 인베스트먼트 캐나다'와 머피오일에 패했다. '모빌 인베스트먼트 캐나다'는 거대 석유 기업인 엑슨모빌이 투자해 만든 기업이다.

두 석유 회사는 캐나다 북동부 뉴펀들랜드 래브라도 주(州)의 하이버니아 해상 유전에서 석유를 생산했다. 캐나다는 이 기업들로 하여금 수익의 일부를 주(州)의 연구개발등에 투자하게 했다. 두 석유 회사는 이에 반발해 2007년에 투자자-국가 소송을 제기했다. 그 결과, 5월에 '캐나다 측의 조치는 투자자에게 이행의무 부과를 금지한 나프타 위반'이라는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결정문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고, 캐나다 측이 배상해야 할 금액도 정해지지 않았다. 캐나다 시민운동 조직인 활동가인 스튜어트 트루는 캐나다 언론 보도를 인용해 "석유 회사들이 5000만 달러를 요구했다"고 전했다.

아래는 스튜어트 트루가 이번 사안에 대해 4일(현지 시각)  홈페이지에 올린 글(☞바로 가기)의 주요 내용이다. 스튜어트 트루가 이 글에서 '엑슨모빌'이라고 표현한 것은 '모빌 인베스트먼트 캐나다'를 가리킨다.

 ▲ 석유 회사들이 제기한 ISD에서 캐나다가 패한 것에 대해 짚은 스튜어트 트루의 글. ⓒ<캐나다인 평의회>

엑슨모빌, 나프타로 캐나다에 재앙적인 승리투자자-국가 소송(ISD) 세 가지에서 자원 관리와 지속가능한 발전이 타격을 입다

사적인 투자자-국가 중재 법정에서 자원 관리에 나쁜 일이 벌어진 한 주였다. 우선 우리는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ICSID)가 캐나다 광산 기업인 퍼시픽 림이 엘살바도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심리를 열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엘살바도르 정부가 대규모 금광과 은광 개발에 대한 허가를 내주지 않자 퍼시픽 림이 제기한 소송이다. 인근 공동체에서는 이 광산 개발을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퍼시픽 림이 중미자유무역협정(CAFTA)에 따라 제기한 청구가 폐기됐음에도, ICSID는 (엘살바도르 정부가) 투자 관련 규칙을 위반했는지 결정할 것이다.

그로부터 며칠 후인 6월 1일, 에 따르면 "스웨덴 에너지 기업인 바텐폴은 (독일이) 원자력을 단계적으로 폐기하기로 결정한 것과 관련해 독일 정부를 상대로 국제 중재를 신청하겠다고 위협했다." 바텐폴은 7억 유로 정도를 배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마지막이자 아마도 캐나다에 가장 중요한 것은 나프타 법정이 '캐나다 (북동부) 뉴펀들랜드 해안 근처의 하이버니아 (해상) 유전에서 석유를 생산하는 업체들에게 이익의 일부를 (뉴펀들랜드 래브라도) 주(州)의 연구개발에 투자하게 한 것은 불법적인 이행의무(performance requirement)'라고 2-1로 결정한 것이다. (이 유전에서 석유를 생산하는) 엑슨모빌과 머피오일은 (자신들에게) "불필요하고" "상업적으로 필요하지도 않은" 이지역의 연구개발 및 교육훈련을 위해 어마어마한 돈을 썼다고 주장했다.

캐나다 법에 따르면 합법, 나프타에 따르면 불법

엑슨모빌과 머피오일은 1994-2004년에 (뉴펀들랜드 래브라도) 주의 법률과 규정에 따라 연구개발 (투자) 비용으로 1억6700만 달러를 썼는데, 이것은 투자에 대한 이행의무 부과를 금지하는 나프타에 따라 면제돼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하이버니아 개발 프로젝트 법에 따르면, 캐나다와 "하이버니아 프로젝트 소유주"는 캐나다와 뉴펀들랜드에서 어떠한 과업의 수행에 착수하고, "복리후생" 제공과 관련해 캐나다와 뉴펀들랜드의 특정한 "목표 수준"을 달성하고자 최선을 다하는 것에 관해 합의할 수 있다. 이에 더해 캐나다는 하이버니아 프로젝트와 관련해 자격 요건을 부과하거나 기술, 생산 공정, 지식을 캐나다 기업에 이전하도록 강제할 수 있게 돼 있다.

엑슨모빌과 머피오일이 나프타에 따라 국제 중재를 신청하자, 캐나다 정부는 2004년에 연구개발 관련 요건이 늘어난 것은 (엑슨모빌과 머피오일이) 주(州)법이 규정한 의무를 위반하고 연구개발 비용을 줄였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연구개발이나 교육훈련 관련 요건은 나프타의 "이행의무" 규정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설득력 있게 주장했다. 연방 측은 진술서를 통해, 설령 그것들이 이행의무 규정에 포함된다 하더라도, 주(州)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지역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도록 강제하는 일은 없다는 점에서 그렇게 중요한 사항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하이버니아 법률 및 그 이후의 어떠한 개정안도 나프타에서 면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나프타 법정이 '사실 연구개발 관련 이전은 불법적인 이행의무이며 하이버니아 법은 중요하지 않다'고 주장하며 캐나다에 불리한 결정을 내린 것은 믿기 어려운 일이다. 결정문이 공개되기 전까지는 패널들의 추론에 대해 알 수 없을 것이다. 적절한 배상금이 얼마인지 계산이 끝나기 전까지는 이를 기대하기 어렵다.

캐나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석유 회사들은 5000만 달러를 요구했지만 나프타 패널들은 이 금액을 주지 않았다. 그 대신 (패널들은) 추가 정보를 요구했다. 배상에 관한 또 다른 결정을 공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엑슨모빌은 2011년에 4529억 달러를 벌어들여 411억 달러의 이익을 거둔, 세계 최대 규모의 기업이다. 뉴펀들랜드 래브라도 주 정부가 요청한 연구개발 지원금은 (엑손모빌) 수익의 0.16퍼센트다.

(…) 자원을 지속가능하게 그리고 대중의 이익을 위해 관리한다는, 헌법에 규정된 주(州)의 권리가 거대 기업을 편드는 사적인 투자 법정에 의해 그 기반이 약해지고 있다. (…) 이번 엑슨모빌-머피오일 관련 결정은 자원에 대한 기업의 권리를 캐나다의 법과 법원이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서는 지점까지 확장한 것 같다. (…) 공공 정책을 위기로 몰아넣는 위험한 투자 보호 조약에 관한 협상을 멈추도록 캐나다 정부에 더 압력을 가해야 할 때다.

 /김덕련 기자

2012년 5월 17일 목요일

미국에 붙을까, 중국에 붙을까, 전략은 있나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5-17일자 기사 '미국에 붙을까, 중국에 붙을까, 전략은 있나'를 퍼왔습니다.
[정상모의 흥망성쇠] 미·중 경제영토 전쟁이 시작됐다

한국과 중국, 일본 3국 정상들은 지난 13일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을 올 해에 협상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협상이 성사되면 유럽연합, 북미자유무역협정에 이어 3대 경제권이 등장하게 되는 셈이다.
중국이 앞장선 이번 합의는 미국의 적극적인 중국 견제 움직임에 대한 중국의 대응조치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영토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및 한·미 자유무역협정 등과 함께 미국의 3대 통상 의제로 설정하고, 적극 주도해왔다. TPP는 2014년까지 수출 두 배 확대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전략이기도 하다. 이 TPP에 지난 해 11월 11일 일본이 참여하겠다고 나섬으로써 TPP는 세계 최대의 경제규모로 늘어났다.
2005년 6월 창설된 TPP는 뉴질랜드, 싱가포르, 칠레, 브루나이 등 4개 창설국을 포함해 미국과 호주, 페루, 베트남, 말레이시아에다 지난 해 가담한 일본, 캐나다, 멕시코 등 12개국이 참여해 2012년까지 협정을 마무리하고, 2015년에는 모든 무역 장벽을 철폐한다는 게 목표다. 미국은 한국, 파나마, 컬럼비아 등과의 FTA 체결로 아시아 및 중남미와의 통상 교두보도 이미 마련한 터다.


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가 14일 중국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한ㆍ중ㆍ일 정상회담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은 미국 주도의 TPP를 2008년 국제금융위기 이후 본격화하는 중국의 부상에 대한 미국의 반격으로 여긴다. 중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자국만이 고립되는 게 아닌지 미국의 포위망에 어찌 위협을 느끼지 않겠는가.
이런 TPP에 일본이 참여하겠다고 하자 이번에는 중국이 반격에 나섰다. 일본의 참여 선언 직후인 2011년 11월 19일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한국, 일본 정상들과 회담을 갖고, 한·중·일 FTA 협상 개시 시점을 2012년으로 못 박은 뒤, 최대한 빨리 FTA 협정을 체결하자고 적극적인 입장을 보였다.
한·중 FTA든, 한·중·일 FTA든, 미국이 끼지 않는 동북아 지역 FTA로 동북아 경제 패권에 도움만 된다면 좋다는 식의 중국 의지가 드러난다. 1999년 한·중·일 FTA가 논의되기 시작된 이래 연구만 하며 논의의 진전이 없다가 2012년 협상을 개시하자는 합의가 어찌 나올 수 있었겠는가.
미국은 캐나다, 멕시코, 호주, 한국, 칠레, 파나마, 페루, 싱가포르, 콜롬비아 등과 자유무역 협정을 맺었다. 중국의 FTA 체결 국가는 아세안, 파키스탄,  칠레, 뉴질랜드, 싱가포르, 페루, 홍콩, 마타오, 코스타리카, 대만 등이다. 미국은 동북아와 미주, 중국은 동남아 지역에서 우세를 보이는 판세다.   
한·중·일 FTA 협상 개시 합의에 미국이 어떻게 대응하고 나설지 궁금하다. FTA를 둘러싼 미·중의 경제영토 전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유럽의 경기 침체가 심해질수록 두 나라의 아시아에 대한 관심과 경쟁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은 TPP를 바탕으로 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지역으로 가겠다는 구상이다. 중국은 한국, 일본과 동남아시아연합국이 참여하는 동아시아 자유무역지역을 창설하겠다는 전략이다.
미국과 중국이 어느 쪽 자유무역지역인지 선택하라고 한국에게 강요하지 않겠는가. 이런 판국에 한국 정부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대전략을 갖고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당장 발등의 불은 한·중·일 FTA에 대한 전략이다. 한·미 FTA에서 을사늑약보다도 더 나쁜 ‘나라 팔아먹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우리나라의 경제주권이 심각하게 훼손될 독소 조항들을 뼈아프게 겪었기 때문에 하는 얘기다.

정상모 평화민족문화연구원 이사장 | sang_16@hanmail.net  

2012년 4월 30일 월요일

뼛조각만 나와도 ‘스톱’하던 나라, MB정부선 무조건 ‘고’?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4-30일자 기사 '뼛조각만 나와도 ‘스톱’하던 나라, MB정부선 무조건 ‘고’?'를 퍼왔습니다.

25일 오후 서울 중구 봉래동 롯데마트에 미국산 쇠고기 판매 중단을 알리는 문구가 걸려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미 광우병’ 검역주권 실종|정부의 과거 대응 사례보니
수입국서 광우병 발생땐 일단 바로 검역중단해와
수입금지된 갈비뼈·등뼈 등 발견때마다 같은 조처
현정부, 수입중단 기준 높여…검역중단 않긴 처음 

정부는 그동안 쇠고기 수입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했을 때는 물론이고, 검역 과정에서 수입 금지된 등뼈만 발견돼도 검역·수입 중단을 해왔다. 쇠고기 수입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했는데도 수입 중단의 전 단계인 검역 중단 조처조차 취하지 않은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29일 과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한 검역·수입 중단 사례를 종합해보면, 2003년 5월20일(현지시각) 캐나다에서 광우병에 걸린 소가 발견되자, 당시 농림부는 곧바로 캐나다산 쇠고기와 육가공품 등 소와 관련된 모든 품목의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이와 함께 검역창고에 보관 중인 캐나다산 소 관련 제품에 대한 출고보류 조처를 내리고, 시중에 유통 중인 물량은 추적조사하기로 했다. 이후에도 광우병이 캐나다에서 계속 발생해, 올해 3월에야 쇠고기 수입이 재개됐다.
2003년 12월23일 미국에서 광우병으로 의심되는 소가 발견됐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다음날인 24일 우리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의 검역을 중단했다. 광우병으로 확진되지도 않았지만, 전체 수입 쇠고기에서 미국산이 68.2%나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해 즉각적으로 안전 조처를 단행한 것이다. 이틀 후인 26일 광우병으로 최종 판정나자 수입 금지 조처로 전환했다. 미국 정부는 “미국 쇠고기는 안전하다”고 주장했지만, 100여개 국가가 수입을 금지했고, 그 결과 2004년 미국의 쇠고기 수출액은 79%나 감소했다. 당시 광우병 젖소는 캐나다에서 태어나 사육되다가 미국으로 수입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은 2006년 9월 재개됐다. 광우병이 발생할 때는 즉시 한국에 쇠고기 수출을 중지한다는 수입위생조건을 붙였다. 이듬해인 2007년 5월 세계동물보건기구(OIE)가 미국을 ‘광우병 위험 통제국’으로 판정한 뒤 미국 정부는 쇠고기 수입 시장을 확대하라고 요구해왔다. 당시 우리나라는 30개월 미만의 뼈 없는 쇠고기만 들여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과 쇠고기 협상을 시작했지만, 수입 금지된 갈비뼈·등뼈 등이 검역 과정에서 발견될 때마다 우리 정부는 검역 중단 조처를 내렸다. 2007년 5월25·26일 검역과정에서 갈비로 채워진 상자(53㎏)와 ‘한국 수출증명(EV) 프로그램’에 의해 생산되지 않은 미국 내수용 쇠고기(76.4t)가 수입된 것으로 드러나자, 농림부는 전면 검역 중단 조처를 내렸다. 이후 통관이 재개됐지만 8월에 수입 금지된 등뼈가 발견되자 또다시 중단했다. 우리 정부가 수입위생조건 위반이라고 즉각 검역 중단 조처를 내리면, 미국이 검역 제도 정비와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해명서를 보내 수입이 재개되곤 했다.
같은 해 10월 광우병 위험물질(SRM)인 등뼈가 또다시 발견됐고, 미국산 쇠고기 검역은 전면 중단된 채로 이명박 정부가 들어섰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4월 미국과 수입위생조건을 새로 맺어 세계동물보건기구의 광우병 지위 등급이 ‘통제국’에서 ‘비분류’로 떨어질 때만 쇠고기 수입을 중단할 수 있도록 합의했다. 검역 중단을 명시한 문구는 없다. 이에 ‘검역 주권’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촛불시위가 불붙자, 정부는 5월8일치 일간지 신문에 광고를 내어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견되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2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광우병에 걸린 소가 발견됐는데도 정부는 수입 중단은 커녕 검역 중단조차 하지 않고 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2012년 3월 25일 일요일

캐나다 교수 “ISD, 한국은 우리 실수 반복말길”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3-21일자 기사 '캐나다 교수 “ISD, 한국은 우리 실수 반복말길”'을 퍼왔습니다.

FTA 깨어진 약속 ③ 재협상은 가능한가외국 법률가들 “한국법원이 ISD중재 재심할 수 있게 바꿔야”
2010년 8월31일 미국·영국·싱가포르 등 9개국의 법률가 53명이 투자자-국가 소송제(ISD)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정부는 투자자-국가 소송제를 검토해 폐기하거나 축소하고, 국내 사법제도를 강화해 투자자를 포함한 시민과 공동체에 이익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투자자-국가 소송제는 1960년대에 태어나 지난해까지 2676개 투자협정(BIT)에 도입됐지만, 중재사건이 급증한 것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이 발효된 1994년 이후다. 가장 많이 이용하는 나라는 미국으로, 전체(390건)의 31.5%를 차지한다. 거스 밴 하튼 캐나다 요크대 교수(오스굿 홀 로스쿨)는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자본을 수출하는 국가인데다 문화적으로도 소송에 거부감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투자자-국가 소송제에 반대하는 국가들도 생겨났다. 오스트레일리아가 2004년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이 제도를 제외시켰고, 브라질 의회는 입법주권을 제한하는 제도라며 투자협정의 비준 동의를 줄곧 거부하고 있다. 투자자-국가 소송제가 포함된 투자협정 81건 가운데 독일·일본과의 협정을 제외한 79건을 국회 비준 절차 없이 행정부가 발효시킨 우리나라와 대조적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우 흑인과 백인의 경제적 격차를 줄이기 위한 흑인우대정책이 2007년 다국적 기업의 공격을 받고 난 뒤에, 인도는 다국적 제약회사의 공격으로 복제약 출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 탓에 투자자-국가 소송제를 더는 채택하지 않기로 했다. 또 미국 투자자에게 호된 신고식을 치른 에콰도르와 볼리비아 등은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협약에서 잇따라 탈퇴했다.
이들 국가는 어떻게 투자자-국가 소송제에 맞설 수 있었을까? 는 지난달 2~10일 캐나다와 미국의 전문가 13명에게 이 질문을 던졌다. 국제환경단체인 ‘지구의 벗’의 윌리엄 워런 연구원은 “정부의 의지에 따라, 특히 선거 결과가 재협상이든 폐기든 결정한다”고 말했다. 캐나다 자동차 산별노조(CAW) 소속 경제학자인 짐 스탠퍼드는 “정부는 협정을 철회할 힘이 있지만 대기업으로부터 끊임없이 압박을 받고 있다. 국민이 크고 분명하게 반대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1998년 캐나다 정부는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에 반대하며 집권했지만 여론이 잠잠해지자 1992년 나프타를 체결해 버렸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재협상에 대해 미국 시민사회는 미국의 주 정부들이 지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시민단체 ‘퍼블릭 시티즌’의 토드 터커 연구원은 “대기업에 대한 정부 규제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커졌다”며 “정치환경은 10년 전보다 우호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주 정부는 “한국의 사법제도가 발전돼 있다”며 “미국-오스트레일리아 자유무역협정처럼 투자자-국가 소송제를 제외하자”는 소수의견을 의회에 밝힌 바 있다.
“중재인 독립성 등 확보해 캐나다 실수 반복 말길”남아공·인도, ISD 수용 중지…에콰도르 등은 탈퇴대기업 규제 필요 인식 미 주정부도 재협상 우호적
하튼 교수는 지난해 9월 발표한 연구논문 ‘투자자-국가 소송제 개선’에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첫째, 국제사법재판소 재판관처럼 중재인의 임기를 정하고 다국적 기업의 변호사를 겸임할 수 없도록 한다. 둘째, 무작위로 중재인을 선정해 당사자와 이해관계가 얽히지 않도록 독립성을 보장한다. 현재는 양 당사자가 중재인을 1명씩 지명하고 의장을 맡을 나머지 한 명은 양쪽이 합의해 선임하기 때문이다. 셋째, 투자자의 무분별한 청구를 방지할 사전심사제를 도입한다. 이밖에도 캐나다 정부를 변호했던 스티븐 슈리브먼 변호사는 “중재 판정이 내려지면 국내 법원이 절차와 결과를 검토하고, 중재 판정을 뒤집을 수 있는 재심제를 도입하는 게 급선무”라고 조언했다. 하튼 교수는 “우리는 힘든 과정을 거쳐 교훈을 얻었다”며 “한국은 캐나다의 실수를 반복하지 말고 처음부터 잘 해결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워싱턴 오타와 토론토/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2012년 3월 19일 월요일

‘나프타의 멍에’ 노동자에 고스란히…캐나다, 수십만명 실직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3-18일자 기사 '‘나프타의 멍에’ 노동자에 고스란히…캐나다, 수십만명 실직'을 퍼왔습니다.

 FTA 깨어진 약속 ② 1% 대 99%
다국적 기업들 철수해도안전망 없어 속수무책
지니계수도 10.8%↑일자리정책, ISD 휘말려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에 사는 조지 패너(36)는 지난 15년간 자동차 제조공장을 아홉 군데나 옮겨다녔다. 처음에는 중소 자동차 부품회사에서 기술을 익혀 다국적 기업으로 이직했고, 최근에는 공장들이 잇따라 문을 닫으면서 어쩔 수 없이 이직했다. 지난달 3일에는 아홉 번째 직장이자 세계 1위 중장비업체인 캐터필러가 런던의 디젤기관차 제조공장을 폐쇄했고, 패너는 동료 직원 450명과 길거리로 내몰리게 됐다.
캐터필러가 공장을 폐쇄한 이유는 임금 50% 삭감, 연금제도 폐지, 의료 혜택 축소 등의 새 근로조건을 캐나다 자동차산업노조가 받아들이지 않아서다. 이에 회사는 폐쇄한 기관차 제조공장을, 산업노조의 힘이 약한 미국 인디애나주로 옮길 계획이다. 회사의 경영 상황이 어렵기 때문이 아니다. 캐터필러는 지난해 49억달러(5조5200억원)의 이익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2010년(27억달러)에 견줘 83%나 늘어난 것으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다. 기관차 제조공장 앞에서 캐터필러의 보상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던 패너는 “온타리오주에서 일자리를 다시 구할 수 있을지 암담하다. 아내, 딸과 헤어져 석유 채굴을 하러 다른 주로 옮길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1994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발효 이후 캐나다 사람들은 시장 경쟁 논리를 앞세우는 대기업에 대항하고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플램버러 지역 주민들은 지하수를 지키겠다며 투자자-국가 소송(ISD)을 제기해 채석장 사업 인허가를 받아내려는 다국적 시멘트업체에 맞서고 나섰다. 캐나다 자동차산업노조(CAW) 제공

1994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발효 후 캐나다 상위 1%는 경제적 이득을 얻었지만, 나머지 99%는 산업구조가 재편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제학자인 짐 스탠퍼드는 “나프타의 ‘에너지 공유’ 정책에 따라 캐나다의 석유와 가스 등 천연자원이 미국으로 대거 수출됐다. 그래서 캐나다 달러 가치가 올라가고, 캐나다산 상품과 노동력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2000년에 미국 달러의 67% 수준이었던 캐나다 달러의 가치가 지난 10년간 폭등해 미화와 동등해졌고, 그사이에 57만개의 일자리가 제조업 부문에서 사라졌다. 반면, 대미 수출 증대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자원 부문에서 저숙련, 저임금 노동력을 흡수하고 있다.
고용이 불안해지면서 1920년대 이후 처음으로 캐나다의 소득 분배 상태가 악화됐다. 소득 불균형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10.8%나 상승해 2011년 현재 0.324를 기록했다. 선진국 가운데 소득 불평등이 가장 심한 미국(0.378)보다는 낮은 수치지만, 불평등 진행 속도는 캐나다가 빠르다. 스탠퍼드는 “나프타가 발효될 때 정부는 승자와 패자가 생기겠지만 재분배로 균형을 맞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미국과의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대기업이 법인세와 소득세를 삭감하라고 압박해 정부의 재정 수입이 줄었고, 덩달아 사회복지 지출도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나프타 발효 때 국내총생산(GDP)의 43%였던 재정 수입 규모는 지난해 38.2%로 떨어졌고, 정부 지출도 49.7%에서 43.2%로 감소했다. 고용보험부터 노인연금까지 사회보장제도가 전반적으로 축소됐다. 스티븐 클라크슨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정치학)는 “캐나다 같은 중소국이 세계 최강국과 경쟁 논리로 맞서서는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정부의 산업 정책도 나프타에 어긋나는 ‘보호무역주의’라고 압박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물산과 한국전력이 70억 캐나다달러(약 8조원)를 투자해 캐나다 온타리오주 정부와 체결한 신재생에너지 개발사업이 투자자-국가 소송(ISD)에 휘말린 것이다. 삼성물산 등은 2016년까지 총 2500㎿ 규모의 세계 최대 풍력·태양광 발전 및 생산 복합단지를 온타리오주에 건설해 20년간 운영하기로 계약했다. 주 정부는 캐나다 현지 부품과 노동력을 25% 이상 의무 사용한다는 조건으로 신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력을 비싼 값에 사들이기로 했다. 이에 대해 미국 텍사스주 재생에너지 개발업체인 메사(MESA)파워그룹이 “나프타 위반”이라며 손해배상금 7억7500만 캐나다달러를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팀 캐리 자동차산업노조 런던지역 대표는 “예전에는 캐나다에 자동차를 판매하려면 타이어 등 일정 부품을 캐나다산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나프타 위반이라서 노동자의 생존권을 보호하고 기업의 탐욕을 제어할 정부 규제를 시행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토론토/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2011년 12월 2일 금요일

[시각] 언제까지 괴담 타령이나 할 건가


이글은 한겨레신문 'SCIENCE ON' 2011-12-01일자 기사 '[시각] 언제까지 괴담 타령이나 할 건가'를 퍼왔습니다.
‘의인성CJD 발병 사례’ 국내 첫 확인을 지켜보며


최근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의인성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iCJD) 사례가 공중보건 측면에서 주는 교훈과 의미보다는 광우병과 연관된 정치적 측면으로 ‘괴담’이라는 용어가 언론에 더 많이 등장하는 데 실소를 금할 수가 없습니다. 투명한 자료를 바탕으로 온전한 과학적 사실을 전달하는데 이미 수없이 실패한 정부와 언론들이 사소한 대중의 오류와 반응에도 민감할 수 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심리적 반응이기도 합니다. 떳떳하지 못할수록 심리적 불안에 의해 타인을 많이 의식하고 민감한 과잉반응을 하게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극소수의 잘못된 정보가 인터넷에 떠돈다고 해서 국민 전체가 괴담을 만들고 괴담에 유혹을 당하는것처럼 보는 것은, 그렇게 보는 사람이 어떤 심리적 불안으로 인해 극도로 예민해져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이며 이외의 다른 방식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마치 어느 수준까지 자극은 통증으로 인식하지 않는 것이 정상인데 이것이 잘못되어 사소한 자극도 통증으로 인식할 만큼 통증 인식 기준이 낮아져 만성적인 신경병성 통증을 앓는 것과 같습니다. 이러한 신경병성 통증이 과민성 대장이나 입이 타는 증상과 같이 전혀 다른 모습의 갖가지 증상으로 다르게 나타날 수 있듯이 이것 또한 언론보도의 왜곡이나 표현의 자유를 억제하는 것과 같은 엉뚱한 결과를 낳게 됩니다.


○…광우병이라는 말에  전전긍긍하는 정부와 언론

국내에서 발생한 의인성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 사례는 영리를 위해서는 부도덕한 일도 서슴치 않던 독일의 한 의약품 회사가 만들어 낸 인재로서 그 결과가 현재까지 치명적인 인명 손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어떤 병으로 사망한 주검인지조차 상관하지 않고 취득한 라이오듀라(Lyodura)를 1969년부터 세계 각국에 팔고 이것을 가지고 수술을 한 결과인 것입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1987년 1월 미국 예일대학의 의사가 최초로 이로 인한 의인성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을 보고함으로써 치명적인 문제가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 endo는? 미국에서 현업 의사이자 대학 초빙교수로 일하는 의학자 ‘endo’(필명) 님은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의 온라인 게시판에 유익한 글을 올려 주목받아왔습니다. 사이언스온의 독자이기도 한 endo 님은 생의학의 쟁점들에 관한 글을 부정기적으로 사이언스온에 보내오고 있습니다. -사이언스 온

세계적으로 광범위한 불행을 초래할 수도 있었던 이 수술 재료를 확산시키지 않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미국의 질병통제센터(CDC)였습니다. 1987년 예일대학의 보고를 바탕으로 즉각적인 조사를 통해 라이오듀라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지속적으로 이에 대한 보고 자료를 발표했습니다. 만일 한국에서 그러고 있는 것처럼 수많은 미국 인구 가운데 단 1명한테서 발생한 극히 희박한 확률일 뿐이라고 넘어갔다면 많은 세계인들이 더 많은 피해를 입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일본은 1997년 자국의 인간광우병(vCJD) 사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수술 재료로 인한 43건의 피해 사례를 찾아내는 노력이 있었습니다. 2005년 영국의 신경과 의사가 이 병의 잠복기를 22년으로 결론 내렸지만  일본은 1979~2008년에 국내 발병 환자들을 조사한 결과 잠복기가 24.8년까지도 되는 것을 알아내기도 했습니다.

반면 한국은 2011년 현재 최초 사례가 발생하고 나서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하는 내용이라는 게 고작 ‘이 질병이 인간광우병과는 무관하며 일상생활에서 감염되지 않는다’는 것이고, 그리고 언제 사용금지가 내려졌으며, 사용금지 이전의 수술환자에 대하여 어떠한 역학조사나 대책이 있었는지에 대한 자료나 설명도 없이 이제 와서 역학조사와 대책 마련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언론들은 이것이 인간광우병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설명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공중보건과 관련된 문제조차 정치적으로 민감한 극히 제한적인 사안에만 관심을 가지고 임기응변으로 대처해 온 결과, 전혀 준비되지 않은 정부의 대국민 발표와 언론 보도 내용인 것입니다. 캐나다의 한 방송은 2002년에 이미 탐사보도 프로그램에서 이 문제를 상세히 보도하여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바가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광우병 문제에 대해 유래 없이 큰 국민적 관심을 경험했던 나라에서 아직도 자국의 실상에 대해 제대로 된 기초자료도 없이 질병이 발생해야만 그때 가서 준비되지 않은 설명과 향후 대책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임기응변의 극치를 보여주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공중보건의 후진성을 먼저 자성하고 논해야 할 상황

이번 사례가 의인성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이 아니라 인간광우병일 수도 있다는 잘못된 정보가 극히 일부에서라도 나올 수 있고, 또한 전혀 다른 병인이지만 “광우병”이라는 용어로 불러 혼동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은 전문 지식이 없는 일반 대중에게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따라서 국내의  투명한 기초자료를 가지고 관련 질병을 명백히 설명하지 못해 왔던 정부에 궁극적인 책임이 있는 것이지 그러한 정보를 접해 보지 못한 대중이 혼동하는 것을 탓할 일은 결코 아닌 것입니다. 이런 현실은 정부와 언론이 모든 것을 대중의 탓으로 돌리고 정치적으로 해석하려는 것이 습성화되어 있다는 말로 달리 표현할 수 있습니다.

만약 기초자료로 현황 분석이 되어 있는 현재의 일본에서 의인성 크로이트펠트-야코프병 환자가 발생했다고 한다면, 인간광우병과 혼동을 해서 괴담이라는 용어는 언론에 등장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대중이 필요로 할 때 기초자료를 근거로 준비된 대답을 할 수 있는 것이 과학적인 것이지 한국 정부나 언론들의 지금과 같은 대답은 결코 과학적인 것이 아니며, 과학을 논할 자격조차 없다고 할 것입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호응하는 학자들을 골라 정책 홍보를 위한 연구 지원은 하면서도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정말 필요하고 기본적인 연구 지원에는 소홀한 결과는 항상 준비되지 않은 임기응변으로 나타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공중보건 자체에 대한 후진성을 자성하고 논해야 할 상황에서 대중의 괴담 타령이나 하고 책임전가를 하고 있는 정부와 언론들의 정치적 놀음은 이제 중단되어야 합니다. 대중에게 정확한 정보가 잘 제공되면 대중은 정부에 신뢰를 가지겠지만  그렇지 않을 때 대중은 스스로 옳다고 믿는것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토마스 제퍼슨의 말을 새겨 들을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