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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월 17일 목요일

미국에 붙을까, 중국에 붙을까, 전략은 있나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5-17일자 기사 '미국에 붙을까, 중국에 붙을까, 전략은 있나'를 퍼왔습니다.
[정상모의 흥망성쇠] 미·중 경제영토 전쟁이 시작됐다

한국과 중국, 일본 3국 정상들은 지난 13일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을 올 해에 협상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협상이 성사되면 유럽연합, 북미자유무역협정에 이어 3대 경제권이 등장하게 되는 셈이다.
중국이 앞장선 이번 합의는 미국의 적극적인 중국 견제 움직임에 대한 중국의 대응조치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영토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및 한·미 자유무역협정 등과 함께 미국의 3대 통상 의제로 설정하고, 적극 주도해왔다. TPP는 2014년까지 수출 두 배 확대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전략이기도 하다. 이 TPP에 지난 해 11월 11일 일본이 참여하겠다고 나섬으로써 TPP는 세계 최대의 경제규모로 늘어났다.
2005년 6월 창설된 TPP는 뉴질랜드, 싱가포르, 칠레, 브루나이 등 4개 창설국을 포함해 미국과 호주, 페루, 베트남, 말레이시아에다 지난 해 가담한 일본, 캐나다, 멕시코 등 12개국이 참여해 2012년까지 협정을 마무리하고, 2015년에는 모든 무역 장벽을 철폐한다는 게 목표다. 미국은 한국, 파나마, 컬럼비아 등과의 FTA 체결로 아시아 및 중남미와의 통상 교두보도 이미 마련한 터다.


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가 14일 중국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한ㆍ중ㆍ일 정상회담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은 미국 주도의 TPP를 2008년 국제금융위기 이후 본격화하는 중국의 부상에 대한 미국의 반격으로 여긴다. 중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자국만이 고립되는 게 아닌지 미국의 포위망에 어찌 위협을 느끼지 않겠는가.
이런 TPP에 일본이 참여하겠다고 하자 이번에는 중국이 반격에 나섰다. 일본의 참여 선언 직후인 2011년 11월 19일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한국, 일본 정상들과 회담을 갖고, 한·중·일 FTA 협상 개시 시점을 2012년으로 못 박은 뒤, 최대한 빨리 FTA 협정을 체결하자고 적극적인 입장을 보였다.
한·중 FTA든, 한·중·일 FTA든, 미국이 끼지 않는 동북아 지역 FTA로 동북아 경제 패권에 도움만 된다면 좋다는 식의 중국 의지가 드러난다. 1999년 한·중·일 FTA가 논의되기 시작된 이래 연구만 하며 논의의 진전이 없다가 2012년 협상을 개시하자는 합의가 어찌 나올 수 있었겠는가.
미국은 캐나다, 멕시코, 호주, 한국, 칠레, 파나마, 페루, 싱가포르, 콜롬비아 등과 자유무역 협정을 맺었다. 중국의 FTA 체결 국가는 아세안, 파키스탄,  칠레, 뉴질랜드, 싱가포르, 페루, 홍콩, 마타오, 코스타리카, 대만 등이다. 미국은 동북아와 미주, 중국은 동남아 지역에서 우세를 보이는 판세다.   
한·중·일 FTA 협상 개시 합의에 미국이 어떻게 대응하고 나설지 궁금하다. FTA를 둘러싼 미·중의 경제영토 전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유럽의 경기 침체가 심해질수록 두 나라의 아시아에 대한 관심과 경쟁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은 TPP를 바탕으로 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지역으로 가겠다는 구상이다. 중국은 한국, 일본과 동남아시아연합국이 참여하는 동아시아 자유무역지역을 창설하겠다는 전략이다.
미국과 중국이 어느 쪽 자유무역지역인지 선택하라고 한국에게 강요하지 않겠는가. 이런 판국에 한국 정부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대전략을 갖고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당장 발등의 불은 한·중·일 FTA에 대한 전략이다. 한·미 FTA에서 을사늑약보다도 더 나쁜 ‘나라 팔아먹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우리나라의 경제주권이 심각하게 훼손될 독소 조항들을 뼈아프게 겪었기 때문에 하는 얘기다.

정상모 평화민족문화연구원 이사장 | sang_16@hanmail.net  

2012년 4월 6일 금요일

다국적기업 줄소송에 낭패…“폐기가 최선”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4-06일자 기사 '다국적기업 줄소송에 낭패…“폐기가 최선”'을 퍼왔습니다.

인도 정부 ‘ISD’ 폐기 추진영 통신회사, 조세 정책 바꾸자 소송 으름장국영석탄회사도 패소…“부정적 평판 감수”
인도 정부가 투자자-국가 소송제(ISD)를 폐기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은, 투자협정 위반을 내세워 외국 기업이 정부의 공공정책을 위협할 수 있음을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월부터 통신, 석탄 업계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들은 인도 정부의 정책을 향해 잇따라 칼날을 세워 공격해왔다. 영국 통신업체인 ‘보다폰’의 경우, 인도 정부가 자본이득세 1200억루피(약 2660억원)를 부과하자 투자협정 위반이라며 “국내외적으로 다양한 조처를 단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다른 이동통신업체인 노르웨이 ‘텔레노르’ 러시아 ‘시스테마’도 법적 다툼을 시작했고 인도의 국영석탄회사도 최근 오스트레일리아 기업이 제기한 국제중재에서 패소했다.
인도 통상전문가인 비스와지트 다르는 인도 최대의 영어 일간지인 와의 인터뷰에서 “국제중재가 남용될 소지가 있어 그 위험을 오랫동안 지적해왔다”며 “부정적 평판을 감수하더라도 정부가 투자와 관련한 국제중재를 거부하는 게 정당하다”고 말했다. 결국 인도 정부는 투자자-국가 소송제를 포함한 투자협정을 재협상해 외국 기업도 각국의 국내 법원에만 소송을 제기하도록 개정하기로 했다.
최근 국제중재 사건이 급증하면서 인도처럼 투자자-국가 소송제에 반대하는 국가들이 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가 2004년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에서 투자자-국가 소송제를 제외한 데 이어 지난해 4월에는 ‘신통상정책’을 발표하면서 이 제도를 앞으로도 채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브라질 의회도 입법 주권을 제한하는 제도라며 투자협정의 비준 동의를 줄곧 거부해왔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우엔 흑인과 백인의 경제적 격차를 줄이기 위한 흑인우대 정책이 다국적 기업의 공격을 받자 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통상법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다수의 국민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는 공감대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라며 “우리나라도 국제적 연대를 통해 투자자-국가 소송제를 폐기하는 방안을 논의할 때”라고 말했다. 거스 밴 하튼 캐나다 요크대 교수(오스굿 홀 로스쿨)도 “폐기가 최선의 선택”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일본 도쿄와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에서 각각 열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국제심포지엄에서도 미국과 뉴질랜드 등에서 온 변호사와 통상법 전문가들이 투자자-국가 소송제를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투자자-국가 소송제를 재협상하기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꾸렸지만 폐기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못박았다. 9일부터 국민 의견도 인터넷으로 받지만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 유치, 국내 기업의 외국 투자 보호를 위해서도 필수적인 제도”라며 “사법주권, 정책주권을 침해한다는 데 전혀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오스트레일리아 정부가 우리나라와의 자유무역협정 협상에서 투자자-국가 소송제를 도입하지 않겠다고 밝힌 데 이어 인도 정부도 이번에 이 제도를 폐기하기 위한 재협상을 우리나라에 요구할 것으로 알려져 우리나라의 향후 대응이 달라질지 주목된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2011년 11월 29일 화요일

한·미 FTA가 미국에 중요한 진짜 이유


이글은 시사인 2011-11-29일자 기사 '한·미 FTA가 미국에 중요한 진짜 이유'를 퍼왔습니다.
“한·미 FTA 비준 여부는, 전체 아시아·태평양 지역 차원에서 미국이 경제 리더십을 행사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다.”

지난 8월11일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보고서는 미국 의회에 한·미 FTA의 조속한 비준을 촉구하며 위와 같이 주장했다. 이 보고서는 먼저 한국의 교역 상대국으로서 미국의 지위가 지난 10년간 계속 떨어져왔다고 지적한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한국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던 미국이 지금은 교역량 기준으로 3~4위에 머무른다는 것. 1위는 중국이고 그 다음은 일본이다. EU와 미국이 비슷한 교역량을 기록하고 있으나, 한·EU FTA 비준 이후 EU의 한국 수출량이 급속히 증가하는 상황이다.


ⓒAP Photo 미국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연단에 선 이)이 10월13일 국회의사당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물론 한·미 FTA가 비준되면 한·미 간 교역량은 다시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상업적 이익보다 미국에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경쟁자로 떠오른 중국을 물리치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미·중 양국이 21세기 아·태 지역의 무역·투자 규범과 스탠더드를 둘러싸고 대결 중인 것으로 인식한다. ‘게임의 법칙’을 누가 결정하느냐의 문제다. 이 싸움에서 미국이 중국을 이길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무기가 바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이 TPP를 주도하려면 한·미 FTA를 반드시 비준시켜야 한다. “만약 한·미 FTA 비준에 실패한다면 미국의 지도력이 의심받게 되고, 이는 TPP 협상에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자칫 미국이 아·태 지역의 무역 시스템에서 배제될 수도 있다.”

또한 한국은 아·태 지역에서 미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국인 일본을 TPP로 끌어들이는 구실도 맡고 있다. “한·미 FTA가 통과되는 즉시 한국은 TPP 논의에 참여할 것이 확실하다. 이는 일본의 TPP 참여를 자극할 것이다.” 미국의 저명한 싱크탱크인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선임 연구원 제프리 쇼트 또한 한·미 FTA가 빨리 비준되어야 하는 이유를 “한마디로 중국 때문이다”라고 정리했다. 이 외에도 여러 민간 싱크탱크들이 ‘중국 견제’를 이유로 한·미 FTA 비준을 미국 의회에 촉구했다. 결국 한·미 FTA는, 미국이 TPP를 성사시켜 아·태 지역의 헤게모니를 다시 장악하려는 프로젝트에서 결정적인 교두보 구실을 맡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