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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4일 목요일

의무휴업 무시 코스트코, 투자자소송 제기할 수도


이글은 경향신문 2012-10-03일자 기사 '의무휴업 무시 코스트코, 투자자소송 제기할 수도'를 퍼왔습니다.

ㆍ전문가들 “한·미 FTA 조항상 가능…재협상 시급”

의무휴업일을 무시하고 ‘배짱 영업’을 강행하고 있는 미국계 대형마트 코스트코에 대한 시민사회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참여연대, 민주노총,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국내 520여개 단체로 구성된 경제민주화 국민본부는 코스트코 서울 양평점 앞에서 2주에 한번씩 집회를 열기로 했다고 3일 밝혔다. 정치권의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박홍근 민주통합당 의원은 의무휴업일을 지키지 않는 대형마트의 등록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안을 지난달 발의했다. 코스트코에 대한 사회적 압력이 갈수록 거세짐에 따라 이번 갈등이 국제중재로 비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유통법과 한·미 FTA는 정면 충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12장(국경간 서비스무역)은 한국 정부가 한국의 서비스 시장에 진출한 미국 투자자에게 영업시간, 영업일 제한 등 규제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영업일을 제한한 지방자치단체 조례의 근거가 되는 유통법이 한·미 FTA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이다. 코스트코로선 한·미 FTA에 위배되는 법령에 따라 지자체가 영업일을 제한하고,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자체가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을 부당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미국 정부는 코스트코로부터 요청이 들어올 경우 한·미 FTA가 정하고 있는 ‘국가간 분쟁해결절차’를 밟을 수 있다.

■ 코스트코, ISD 제기 가능하나

외교통상부 이호열 서비스투자과장은 “코스트코는 한·미 FTA 12장 위반이라는 이유로 투자자-국가소송(ISD)을 제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12장의 어떠한 규정도 투자자-국가소송제에 따른 분쟁해결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단서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자자-국가소송제를 규정한 11장에서 규정한 의무를 한국 정부가 위반할 경우 투자자-국가소송이 제기될 수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외교통상위원장인 송기호 변호사는 “코스트코가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공정하고 공평한 대우를 할 의무(11.5조)를 한국 정부가 위반했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코스트코, 아직 공식 문제제기 안 해

코스트코는 아직 공식적으로 외교채널을 통해 문제제기를 하진 않았다. 외교부는 무소속 박주선 의원에게 제출한 답변서에서 “외교부 내의 관련 부서에 문의한 결과 미국 측 투자자로부터 받은 의견서는 없다”고 밝혔다. 2010년 9월부터 2011년 8월까지 1000억원을 웃도는 당기순이익을 낸 코스트코엔 수천만원의 과태료가 그리 큰 금액은 아니다. 또 한국 정부를 국제중재법정에 세울 경우 한국에서의 영업에 악영향이 올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 근본 해결책은 원포인트 재협상 

외교부는 “현행 유통법 등을 합리적으로 운영할 경우 미국으로부터의 문제제기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과태료 제재 수준이 높아지거나 유통법 개정 등으로 규제가 더 강화될 경우 코스트코는 언제든지 투자자-국가소송이라는 칼을 꺼내들 가능성이 있다. 한신대 이해영 교수는 “코스트코가 아직까진 과태료 등의 규제조치를 용인하고 있지만 향후 본격적으로 문제제기를 할 수 있다”며 “정부는 (국내 규제를 정당화할 수 있는 예외를 만드는) 원포인트 재협상 등을 통해 이 문제를 풀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2012년 7월 31일 화요일

"재벌이 '경제 아우슈비츠' 만들었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2-07-31일자 기사 '"재벌이 '경제 아우슈비츠' 만들었다"'를 퍼왔습니다.
[늪에 빠진 중소상인·] 인태연 전국유통상인연합회 공동회장 인터뷰

"여기가 일제 때부터 있던 시장이다. 해방 이후에는 근처에 미군 부대가 있었다. 지금은 근처에 롯데마트가 3개, 롯데백화점이 1개 있다."

23일 부평시장(인천광역시 부평구) '문화의 거리'에서 인태연 전국유통상인연합회 공동회장을 만났다. 인 회장은 만나자마자 시장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곳 토박이이자 23년 전에 부평시장에서 장사를 시작한 인 회장은 그릇 장사, 이불 장사 등을 거쳐 지금은 옷 장사를 하고 있다.

요즘 중소상인을 비롯한 자영업자들이 벼랑 끝에 내몰렸다는 말이 곳곳에서 들린다. 중소상인들은 대기업들이 세운 대형 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 때문에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며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인 회장은 대형 유통 자본에 맞서 싸우는 중소상인을 대표하는 인물 중 하나다.

인 회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유통 재벌들이 지나치게 탐욕을 부려 "경제적 아우슈비츠"를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이를 규제하기 위해 유통법과 상생법이 만들어졌지만, 재벌들이 이런저런 예외 조항을 악용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인 회장은 재벌들이 악용하는 유통법과 상생법의 그런 "구멍"들을 틀어막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 회장은 '소비자의 권리'만을 강조하는 시각으로 대형 마트와 SSM 문제를 봐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720만 자영업자가 완전히 몰락하면 사회적으로 어떤 문제가 발생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사회안전망과 일자리의 중요성이라는 관점에서 이 사안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인 회장은 일부 중소상인들부터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주문했다. 인 회장은 "전통시장에서 옷 사고 대형 마트에서 먹을거리 사는" 상인들도 있다며 "상인과 그 가족부터 마트에 가지 말자"고 주장했다.

인 회장은 재벌에 맞선 중소상인들의 투쟁이 단순한 밥그릇 다툼이 아닌 "경제 민주화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재벌의 탐욕으로 인해 상권을 뺏기고 밀려난 중소상인들이 "갈 데가 별로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렇게 밀려난 이들을 위한 사회보장 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게 한국의 현실이다.

인 회장은 유통 재벌의 독점을 막아내는 것과 함께 "자영업자 포화 상황"을 해결할 방안을 국가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제조업 등에서 좋은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에서 쫓겨나 어쩔 수 없이 자영업 세계로 뛰어드는 이들이 늘어난 현실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인터뷰는 '문화의 거리'에 있는 인 회장의 옷가게에서 이뤄졌다. 다음은 인 회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인태연 전국유통상인연합회 공동회장. ⓒ프레시안(최형락)

"유통법과 상생법, 강제성 약하고 '구멍' 많다…개정해야"

프레시안 : 자영업자가 벼랑 끝에 섰다는 말이 나온다.

인태연 : 자영업자의 80퍼센트가 월 소득 200만 원 이하다. 예전에는 중층부터 상층까지 있었다. 이제는 자영업자의 70-80퍼센트가 하층으로 내려갔다.

프레시안 : 피부로 느껴질 만큼 상황이 안 좋아진 건 언제부터인가.

인태연 : 대형 마트와 SSM이 겹치기 시작한 4-5년 전 9만9000명 정도가 (중소) 슈퍼마켓을 하고 있었는데, 2011년에 7만9000명으로 줄었다. 종사자 수만 보면 증감이 잘 안 보인다. 기업에서 방출된 사람들이 또 자영업 시장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시장 붕괴를 보면 (심각성을) 알 수 있다. 10년 전 전통시장이 1770개였는데 지금은 1515개다. 시장 하나당 일하던 사람이 1000명씩이라고 잡고 그 가족까지 감안하면 100만 명 정도가 먹고살 기반을 잃은 것이다. 도매상도 반 토막 났다. 소매상이 죽으면, 공급할 곳이 없기 때문이다.

대형 마트가 200개 정도이던 때는 그래도 버텨나갈 수 있었다. 지금은 440개다. 재벌들의 경제연구소에서 (예전에) 적정한 대형 마트 수를 250개 정도로 봤다. 250-270개 정도면, 우리도 매출은 30-40퍼센트 줄지만 꾸역꾸역 먹고살 수는 있다. 440개에 이르렀다는 건 (우리에게) 죽는 길밖에 안 남았다는 것이다.

대형 마트들도 자체 과잉이 되면서, '이걸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생각하다 치고 들어온 것이 SSM이다. 홈플러스가 가장 공격적이었고, 롯데는 그 뒤에 숨어서 했다. 그렇게 들어온 SSM이 몇 년 사이에 1000개를 넘어섰다. 유통법과 상생법으로 틀어막고 있는데도 이 지경이다.

프레시안 : 유통법과 상생법은 중소상인에게 성과이지만 허점도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태연 : 강제성이 약하다. '지자체장이 전통시장 1킬로미터 안에는 대형 마트 입점을 막을 수 있다'고 돼 있는데, 이건 안 막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강제 조항으로 바꿔야 한다. 상생법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사업 조정을 위한 기간 동안 사업 개시 일시 정지 '권고' 조항이 있다. 우리는 '명령'해야 한다고 본다. 어기면 법적 제재를 해야 한다. 그런데 권고로 돼 있으니, 홈플러스 합정점 같은 경우 이를 무시하고 그냥 (입점을 추진)해버리는 것이다.

프레시안 : 중소기업청이 주변 중소상인들과 자율 조정을 통해 합의를 도출하지 않은 대형 마트에 강제 조정 및 이행 명령을 내려도, 대형 마트는 벌금 5000만 원만 내면 영업할 수 있다.

인태연 : 그렇다. 그리고 의무 휴업과 관련해 하나로마트가 농축산물 매출 비중이 51%를 넘는다는 이유로 제외돼 있다. 농민을 돕자는 취지인데, 하나로마트에서는 수입 농수산물도 많이 판다. 그게 농민을 도와주는 건가? 종합쇼핑몰에 입점한 마트도 의무 휴업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SSM 직영점이 아니라) 가맹점의 경우 대기업 지분이 51%를 넘지 않으면 사업조정신청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런 구멍들을 하나하나 심어놓았다. 전면 허가제로 개정해야 한다. 유통법과 상생법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입법 청원도 했다. 예외 조항을 없애는 방향이다. 올해 안에 개정하려 한다. 낙선 운동도 생각하고 있다.

"대형 마트와 SSM, 소비자 권리만 강조하는 시각은 위험"

프레시안 : 최근 의무 휴업 제한을 풀어주는 판결이 이어졌다. 상인들 분위기는 어떤가.

인태연 : 의무 휴업 시행을 앞두고 중소상인들이 준비를 많이 했다. (의무 휴업으로) 슈퍼마켓은 21%, 전통시장에서 농수산물은 23% 정도 매출이 상승했다. 그런데 의무 휴업 제한이 풀리면서 그대로 재고가 쌓였다. 그간 우리가 위험성을 경고할 때, 적잖은 상인들은 '어떻게 되겠지' 했다. 그러나 타격을 받은 후 생각이 바뀌었다. 의무 휴업 혜택을 누리면서 새롭게 눈떴다. 그 혜택을 뺏기니 분노하고 있다. 재벌들이 학습 효과를 준 것이다. 그런 면에서는 고맙다. 물을 서서히 끓이면 그 안에 있는 개구리는 왜 죽는지도 모르고 죽어간다. 지난 세월, 상인들이 그런 꼴이었다. 지금은 프라이팬에 올려놓은 형국이다.

그리고 중요한 건 '의무 휴업 제도가 부당하다'는 판결이 아니라는 것이다. '법적 취지는 인정하지만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는 판결이다. 상위법과 조례의 충돌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이다. 조례만 고치면 된다. 지자체들이 수정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프레시안 : 대형 마트를 옹호하는 쪽에서는 소비자의 권리를 강조한다.

인태연 : 중소상인들도 소비자다. 솔직히 상인들 중에도 예컨대 전통시장에서 옷 사고 대형 마트에서 먹을거리 사는 사람들이 많다. 자기를 죽이는 대형 마트인데도, 당장 편하니까 가는 것이다. 그게 온당한 일인가? 상인과 그 가족부터 마트에 가지 말자고 난 이야기한다.

주차 문제 등 편의성 지적 부분은 맞다. 소비자의 편의성, 우리도 인정한다. 하지만 소비자 논리로만 보면 위험하다. 720만 자영업자 시장이 붕괴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봐야 한다. 소비자 권리만 강조하는 건 소비자와 상품의 관계만 보면 맞지만, 사회안전망과 일자리라는 더 큰 차원에서 보면 그렇지 않다. 본질적인 이야기가 있는데, 소비자 편의성에만 초점을 맞춰 말할 것인가? 또 소비자 문제만 놓고 보더라도, 정말 대형 마트가 싸고 좋은가? 이 프레임도 거짓말이다.

대형 마트가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저질 일자리 아닌가? 예전에 보도 나오지 않았나. 한 달에 이틀 의무 휴업을 하니, 대형 마트에서 3000명을 잘랐다는. 그런 후진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자영업자의 일자리를 파괴해선 안 된다.

납품업체 문제도 있다. 백지 계약서 논란도 있지 않았나. 판매수수료, 판촉지원비 등도 마트 마음대로라는 게 공개되지 않았나. 나도 대형 아울렛에 입점한 적이 있다. 일은 일대로 힘들고, 부부가 한 달 일해 수천만 원 매출을 올려도 300만-400만 원밖에 못 가져갔다. 거대한 수탈 체계다. 어느 교수가 '마트는 납품업체와 입점업체 모두 먹여살리는 공동체'라고 하던데 그렇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대형 마트만 남게 되면 착취는 더 심해질 것이다.

"중소상인들의 투쟁은 재벌을 상대로 한 경제 민주화 싸움"

프레시안 : 지난 16일 영세 유통업자들이 롯데그룹 불매 운동을 선언했다.

인태연 : 롯데는 유통 부문 1위다. 상징성이 있다. 카드사도 운영한다. 대형 유통 회사의 카드 수수료는 1.5%인데 우리는 3.5% 수준이다. 유통과 관련해 중소상인을 죽이는 온갖 포악질을 하고 있다. 물론 이마트나 홈플러스도 중소상인들에게 악질적이다. 우리가 이 정도 하면, (그쪽에서) 상생 제스처라도 해야 하는데 그조차 필요 없다는 식이다.

프레시안 : 다른 직종에 비해 상인들은 단결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 "상인들은 재벌을 상대로 한 경제 민주화 싸움을 하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인태연 : 방향과 뜻이 있으면 길은 나온다. 2006년에 노회찬 의원과 함께 자영업자 카드 수수료 인하 싸움을 해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2007-2008년경 시장 인근에 3번째 롯데마트가 생길 때 대형마트 싸움도 시작했다. 계양산에 골프장 만드는 문제도 있어서, 환경 단체와 손잡고 집회를 열었다. 그게 지금 전국을 뒤흔드는 대형 마트 싸움으로 이어졌다.

기존 상인 단체들은 정부가 압박하면 한 발 뺐다. 그래서 유통상인연합회를 만들었다. 도소매 구분 없이 5000명 정도 포함돼 있다. 조직화된 5000명은 무서운 힘이다. 유통법, 상생법도 이 힘으로 간 것이다.

'상인들이 단결하겠느냐'라는 말은 '국민들이 단결하겠느나'와 같은 이야기다. 국민이 생각지도 못하게 여러 번 권력을 바꾸지 않았나. 상인들도 그냥 보면 흩어져 있지만 결정적인 때는 모여서 싸웠다. 상인들이 싸우지 않으면 재벌은 무서워하지 않는다. 우리는 재벌을 상대로 한 경제 민주화 싸움을 하고 있다.

프레시안 : FTA로 인해 유통법과 상생법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인태연 : FTA 반대 싸움에 상인들이 많이 나섰다. 유통법과 상생법이 ISD 제소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유통법과 상생법을 만들려 할 때 김종훈 당시 통상교섭본부장이 'FTA 통과되면 소용없다'며 방해했다. 작년 말 김 본부장과 국회에서 끝장토론을 했는데, 김 본부장이 'FTA가 통과돼도 쉽게 제소 못할 것'이라고 말을 뒤집더라. ISD가 포함된 FTA는 폐기 혹은 재협상해야 한다.

프레시안 : FTA가 이미 발효됐다. 발효 후 대책을 고민하고 있을 것 같다.

인태연 : 유통법과 상생법을 강화하고 중소상인적합업종을 정해야 한다. 차별적인 조항이 아니라, 국내 유통 재벌도 제재하고 외국 자본도 제재하면 (설령 제소되더라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좋은 일자리 늘려 자영업자 포화 상황 해결해야"

프레시안 : 어떻게 재벌에 맞서는 일을 시작하게 됐나.

인태연 : 이곳 토박이다. 23년 전 부평시장에서 일을 시작했다. 대학 4학년이던 1989년 겨울, 아버지가 쓰러져 가업을 맡게 됐다. 그릇 장사, 이불 장사를 거쳐 13년 전부터 옷 장사를 하고 있다.

1990년대 초에 영등포에서 킴스클럽을 봤다. '이건 백화점도 아니고 유형이 특이하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값이 터무니없이 싸고 규모도 엄청났다. '이런 게 시장마다 생기면 타격이 크겠다', 느낌이 왔다. 그 무렵 월마트가 (한국에) 온다는 기사도 봤다. 미국의 가격 파괴점을 다룬 기사였다. 워낙 싸서 가격 파괴라고 한다는데, 감이 안 왔다.

시장에서 장사를 하는데, 근처에 백화점이 생기니 시장의 고급 브랜드들이 못 견디고 사라져버렸다. 백화점이 그릇을 갑자기 '세일(할인 판매)'하니 시장에서 그릇 가게들이 대부분 사라지고, 이불을 갖고 장난을 치니 이불 가게들이 대거 사라졌다. '대형 매장이 생기면 그 영향이 굉장히 크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 후 대형 마트까지 들어왔다. 다른 상인들은 '경기가 안 좋아' 정도로만 말했지만, 난 시장이 계속 죽어가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문화의 거리'를 살리는 데 힘을 많이 쏟았다. 하지만 한계가 있었다. 그러던 차에 인근에 롯데마트 2개에 롯데백화점이 1개 있는데 롯데마트를 또 세우려 했다. 진짜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상인들을 설득해 2007년 대형마트 규제를 위한 부평 상인 대책위를 만들었다. 그 후 시민사회단체들과도 함께하고, 우리도 노동자, 농민운동에 적극 동참했다. 쉽지 않았다. 상인들 중에는 보수적인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진보적인 단체들을 빨갱이로 보는 이들도 많았다. 그래도 최근에는 많이 나아졌다.

프레시안 : 상권을 뺏긴 중소상인들은 점포를 접은 후 어디 가서 무엇을 하나.

인태연 : 옛날에 다녔던 회사와 연계해 조그만 일자리라도 얻는 사람이, 희박하지만 있긴 있다. 전체적으로는, 사실 갈 데가 별로 없다. 사회보장 제도가 잘돼 있는 것도 아니니, 부인들이 식당이나 마트에 가서 저임금 노동을 하는 일이 많다. 한 가정의 노동의 질이 폭락하는 것이다. 그나마 빨리 접은 사람들은 낫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권리금을 날리고 적자 운영을 하다 빚진다. 식당을 운영하다 자살을 시도한 사람도 있지 않나? (재벌의 탐욕이) 경제적 아우슈비츠를 만든 것이다. (밀려난 중소상인들이) 잘 보이지 않고 흩어져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못 보는 것이지, 상황이 심각하다.

프레시안 : 자영업자가 과도하게 많은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인태연 : 자영업 시장이 유럽의 2배라고 하지 않나. 이유는 간단하다. 이들을 수용할 산업 형태가 급속하게 붕괴돼 그런 것이다. 의류를 예로 들면, 10여 년 전 고급 제품은 대부분 국내산이었는데 최근엔 중국산 고급 제품이 많이 들어온다. 유통업체들이 가격을 후려쳐 제조업을 무너뜨린 결과다. 봉제업에서 어린 사람이 40대라더라. 국내 봉제기술을 살리든지 개성공단을 적극 활용하든지 해서 40-50대의 좋은 기술력이 남아 있을 때 적극 활용해야 한다.

제조업도 살리고, 좋은 일자리도 만들고, 720만에 이른 자영업자 포화 상황도 해결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이와 함께 유통 재벌의 독점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유통 시장을 재벌에 다 넘겨주면 매우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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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덕련 기자

2011년 11월 25일 금요일

[사설]‘경쟁력 키우면 된다’는 무책임한 FTA 피해대책


이글은 경향신문 2011-11-24일자 사설 '[사설]‘경쟁력 키우면 된다’는 무책임한 FTA 피해대책'를 퍼왔습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날치기 처리된 이후 정부와 여당은 ‘이제 남은 것은 후속대책뿐’이라고 강조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관계장관회의에서 피해 예상분야에 대한 지원대책을 주문한 데 이어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도 “민주당이 요구한 방안의 100%를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후속대책은 결국 기존 FTA 피해대책의 지원액을 얼마간 늘리는 것이 될 공산이 크다. 협정 발효를 기정사실화하고 피해계층의 FTA 반대를 혈세로 무마하려 한다는 반발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한·미 FTA 피해대책은 전혀 신뢰받지 못하고 있다. 지원액을 늘린다고 달라질 것이 없다. 대표적인 피해분야인 농축산업의 대책을 보면 피해 추정에서부터 부실의혹을 받는다. 우리는 한·미 FTA 발효 이후 미국 농산물 수입이 연평균 4억2000만달러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 반면 미국 농무부가 추정한 한국에 대한 수출증가액은 2조1000억원으로 우리 추정치의 5배다. 이 같은 허술한 피해 추정을 바탕으로 정부는 지난 8월 22조원 규모의 피해대책을 발표했다. 그나마 수년째 이미 시행 중인 지원사업, 농어민 숙원사업 등 한·미 FTA에 따른 피해보전과 거리가 먼 갖가지 지원책을 쓸어담아 22조원을 채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피해보전 직불제를 제외하면 사실상 융자 형태의 지원이 대부분이다. 농업 다음으로 피해가 예상되는 제약업계도 정부의 피해 추정치를 신뢰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가까스로 마련된 유통법·상생법이 한·미 FTA 발효로 무력화될 경우 중소 유통상인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장치마저 없어지게 된다.

피해산업·피해계층에 대한 정부의 생각은 단순하고 무책임하다. ‘개방 파고에 맞서 경쟁력을 높이면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분야가 역시 농업이다. 역대 정권은 시장 개방 때마다 ‘농업도 경쟁력을 키우면 된다’며 수십조원의 혈세를 퍼부었다. 복지정책·농촌정책·농업정책이 혼재된 ‘돈으로 때우는’ 정책의 결과 농업 경쟁력은 제자리걸음인 채 농민들만 빚더미 위에 올라앉게 됐다. 한국 농업의 미래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과 청사진을 제시하기보다는 개방 반대를 그때그때 혈세로 무마해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농민이 정부를 신뢰하지 못하고 ‘개방’ 얘기만 나와도 사색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다. ‘경쟁력을 키우면 된다’는 것이 정부 논리다. 이 대통령은 그제 관계장관회의에서 “농업이라고 세계 최고가 되지 말란 법 없다. 농민들도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농업을 수출산업으로 키울 수 있다는 적극적 자세를 갖는다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농민이 적극적으로 노력하면 세계 최고의 농업이 될 수 있다는 대통령의 지적에 공감하고 희망을 가질 농민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