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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6일 월요일

진주의료원 범대위, 직권남용으로 홍준표 고발


이글은 뷰스앤뉴스(Views&News) 2013-05-06일자 기사 '진주의료원 범대위, 직권남용으로 홍준표 고발'을 퍼왔습니다.

민변-의사협회에 피해자 유족도 참여


진주의료원 지키기 공공성 강화 범국민대책위원회(진주의료원 범대위)가 6일 진주의료원 휴업 강행 및 환자 강제퇴원 종용 등과 관련해 홍준표 경남지사 등 3명을 창원지검에 고발했다.

진주의료원 범대위는 이날 오전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홍준표 도지사, 박권범 직무대행, 윤성혜 복지보건국장은 국민의 공공의료기관인 진주의료원을 폐업시키려 했고 이를 위해 진주의료원 환자 및 가족들에게 집요하게 퇴원을 종용했다"며 "홍 지사 등 공무원 3명을 직권남용과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범대위는 "강제퇴원 환자 가운데 9명이 사망했다"며 "병원을 옮긴 것이 직접 영향을 미쳤는지 논란이 있지만 9명 모두 중증환자였고 환자 이송 자체가 악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고발 대상은 홍준표 지사와 박권범 진주의료원 원장 직무대행, 윤성혜 경상남도 복지보건국장 등 3명이며 민변과 인도주의실천의사협회 명의로 직권남용과 업무방해,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될 예정이다. 이 소송엔 진주의료원에서 이송된 뒤 사망한 환자의 유족 1명도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도 의회의 진주의료원 폐업 한달 유보 결정 이후 정상화를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는 보건의료노조와 경상남도는 현재까지 5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심언기 기자 

2013년 4월 10일 수요일

의사협회도, 병원협회도 "진주의료원 폐업 유보해야"


이글은 프레시안 2013-04-10일자 기사 '의사협회도, 병원협회도 "진주의료원 폐업 유보해야"'를 퍼왔습니다.

공급자 단체 공동 성명…"민간 병원이 공공 병원 기능 감당 못 할 수도"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등 의료 공급자 단체 6곳이 진주의료원 폐업 결정을 유보할 것을 촉구하는 공동 성명서를 냈다. 의료 공급자 단체들이 나서서 공동 요구를 내건 것은 이례적이다.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한의사협회·대한간호협회·대한약사회 등 6개 단체는 10일 공동 성명서를 통해 "공공 의료 서비스의 공백에 대한 면밀한 대책이 우선 마련돼야 한다"면서 "공공 의료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를 이끌 때까지 진주의료원의 폐업 결정을 유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의협·병협 등 "민간 병원이 공공 병원 기능 차질 없이 감당 못 할 수도"

의료 공급자 단체들은 "진주의료원 폐업을 발표하고 수주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경상남도는 폐업 후 진주의료원 자산의 활용에 대한 계획과 의료 취약 계층에 대한 공공 의료 서비스 공백에 대한 뚜렷한 보완 계획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경상남도는 민간 의료 기관도 공공 의료 기능을 담당할 수 있으므로 공공 의료 기관이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며 "그러나 민간 의료 기관들이 그동안 공공 의료 기관이 해오던 기능을 차질 없이 감당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공공 의료 기관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첫째 목적은 의료 취약 계층에 대한 시혜적 진료"라며 "지방의료원의 만성 적자는 질타의 대상이 아니라 권장의 대상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취약 계층 진료를 민간 의료 기관들이 떠안기 부담스럽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수가 제도 하에서는 정상적인 진료 활동을 통해 흑자를 낼 수 없는 상황"이라며 "만성 적자가 폐업의 이유가 된다면 공공 의료가 무엇인지, 공공 의료 기관은 과연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역할은 무엇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명확한 규정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조류 독감 유행하는데…진주의료원 폐업 시 의료 공백 우려"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 사회를 위한 약사회, 건강 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 실천 의사협의회, 참의료 실현 청년 한의사회)도 '진주의료원 폐업'에 반대하며 10일 보건복지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중국에서 신형 H7N9 조류 독감이 유행하고 있고, 현재까지는 치사율이 30% 정도로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만약 신형 조류 독감이 한국에 넘어오고, 민간 병원들이 환자들을 기피한다면 진주에서는 어떻게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실제로 2009년 신종플루 사태 당시 사립 병원들이 환자를 기피할 때, 전염병 환자들을 치료했던 의료 기관은 지방의료원과 시립 병원들이었다"며 필수 공공 의료 사업을 수행하는 공공 병원이 폐업하면 의료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단식 농성을 진행함과 더불어 '인도주의 실천 의사협의회(인의협)'는 이날 휴업 중인 진주의료원에 잔류하는 환자들을 위해 내과, 외과, 응급의학과 전문의 등 의료진을 파견해 검진, 역학, 병력 조사 등을 실시하기로 했다.

인의협은 "환자가 남아 있음에도 일방적으로 휴업 조치를 진행한 경남도에 윤리적, 의학적,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며, 남아 있는 환자들의 건강과 생명을 유지하는 일에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2년 10월 20일 토요일

의협의 당연지정제 폐지 요구 의료민영화로 가는 지름길


이글은 레디앙 2012-10-18일자 기사 '의협의 당연지정제 폐지 요구 의료민영화로 가는 지름길'을 퍼왓습니다.

지난 9월 25일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에 대한 위헌소송을 다시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연지정제 폐지라는 요구는 국민의 지지도 받기 힘들 뿐만 아니라 의사들이 당면하고 있는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도 아니다.
질병의 과학적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던 시절 귀신을 쫓아야 한다는 굿판이 벌여진 것처럼, 의협이 당연지정제라는 유령과 싸우고 있는 동안 보건의료체계의 문제는 더욱 곪아갈 것이다. 제대로 된 보건의료체계의 개선을 위해서는 국민과 의사 간 소통과 공동 모색이 필요하다.

당연지정제 위헌 소송 재추진의 배경

국민건강보험법에 규정된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란 일정한 요건에 해당하는 모든 의료기관이 건강보험의 요양급여를 실시해야 한다는 제도다.
이 제도로 인해 국민은 모든 병의원에서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고, 병의원이 시행한 의료행위의 비용은 건강보험이 정한 수가로 동일하게 책정된다.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는 국민건강보험이 사회보험으로서 복지정책의 역할을 하는 근간이 되는 제도로 평가된다.
의협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가 의료기관의 “영업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며 수단의 정당성을 인정받기가 어렵다고 주장한다. 국민의 입장에서도 질병의 치료방법에 대한 개인의 선호 및 기호가 무시되어 국민의 진료 선택권을 심각하게 제한한다고 주장한다.
의협은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여 2002년에도 헌법소원을 낸 적이 있으나 당시 헌법재판소에서는 7:2로 합헌 판결을 받았다. 이번에 밝힌 의협의 입장 역시 2002년 헌법소원을 냈을 때와 대동소이하다. 의협은 “다시 한번 요양기관 당연지정제에 대한 위헌 여부를 다퉈 볼 필요성이 있어 진행되는 것”이라는 발언을 통해, 이번 헌법소원 제기가 지난 2002년도의 연장선에서 추진되는 것뿐임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그간 민간의료보험은 양적, 질적으로 성장해왔다. 의협이 최초로 헌법소원을 제기했던 2002년 당시, 민간의료보험 시장은 5조 6593억원 정도 규모였으나 2008년 33조원을 돌파하면서 6년 사이에 6배에 가까운 성장을 이뤘다. 보험가입자가 실제로 지출한 의료비에 따라 보장을 해주는 실손형 민간의료보험이 증가하면서 질적인 변화도 생기고 있다. 국민건강보험처럼 병원과 직접 거래를 하거나, 병원의 진료를 통제하려는 계획을 본격화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 3월 발효된 한미FTA 금융서비스 장에서는 건전성 사유 외에는 신금융서비스에 대한 규제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민간의료보험의 이윤추구와 시장 확대는 더 탄력을 받게 될 것이다.
한편 공적보험인 국민건강보험의 문제는 지속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건강보험의 보장률은 2010년 현재 62.7%로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기에는 부족하다. 건강보험의 수가 결정 및 운영은 의료기관의 매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어서 지속적으로 갈등을 만든다.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공급체계는 민간부문이 절대 다수이기 때문이다. 공공병원의 비율은 2010년을 기준으로 7.3%, 병상 수 기준으로도 11.8%에 불과하다.

당연지정제 폐지는 의료민영화의 수순

이렇게 민간보험은 성장하고, 국민건강보험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당연지정제가 폐지된다면 건강보험은 더욱 약화될 것이다. 고급 장비와 시설을 갖춘 일부 병원은 건강보험 가입자를 받지 않고 자기들이 정한 고가의 가격으로 진료를 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병원을 이용할 수 있는 고소득층에게 건강보험의 필요성은 사라지는 반면, 건강보험이 보장해 주지 않는 항목이 많아질수록 민간의료보험의 필요성은 더 커지게 된다.
결국 당연지정제 폐지는 보편적인 의료서비스에 대한 국민의 접근을 가로막게 되고 의료의 공공성을 위협할 것이다. 국민들이 받게 될 의료서비스는 감기같은 비교적 경미한 질병에서부터 암과 같은 중증질환에 이르기까지 보험가입 여부와 보험서비스의 종류, 보험회사의 종류에 따라 달라지게 되는 것이다.
고소득층은 민간보험에 가입해 고급 영리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저소득층은 약화된 건강보험의 보장성으로 인해 병원의 문턱도 넘어가기 힘든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국민들이 의료민영화에 반대하는 것은 이러한 차별에 반대하기 때문이다.
민간의료보험이 국민의 건강에 득이 될 것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 8일 금융위원회에서 40세 가입자가 가입 시점 보험료 1만5000원, 3년을 만기로 갱신되는 실손형 의료보험에 가입했다는 전제로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결과, 가입자가 82세가 되면 보험료로 매월 166만 6801원을 납부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민간보험의 구조가 이와 비슷하다.

당연지정제 폐지는 의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아

그렇다면 의사들에게는 당연지정제 폐지가 어떠한 형태로든 도움이 될까? 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의사들의 불만은 건강보험이 의료행위의 가격을 낮게 통제하고, 그마저도 모자라서 심사를 통해 급여지급을 삭감한다는 것에 있다. 당연지정제가 폐지되고 건강보험이 약화된다고 의사들이 자율적 진료를 보장 받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만큼 민간의료보험의 통제력이 강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민간보험회사들은 계약권을 빌미로 의료기관 및 의사들을 그들의 통제 하에 둘 것이며 그들의 영리행위에 방해가 되는 의사 및 의료기관들과의 계약을 해지할 것이다. 결국 의사들의 진료권은 보험회사의 영향력 아래에 있을 수밖에 없다.
미국의 경우 대부분의 의사들은 보험회사에 고용된다. 의사들은 보험에 가입된 환자 외의 다른 환자를 진료할 수 없으며 혹 진료가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환자의 추가 부담이 필요하다.
보험회사들이 고용한 의사들은 가입한 환자를 얼마나 잘 치료하느냐에 의해서 인센티브를 받는 것이 아닌 보험회사의 이익에 얼마나 많은 기여를 하였는지에 따라서 인센티브를 제공받게 된다. 이를 유도하기 위해 보험회사에서는 보험가입자에게 의료인들의 정보를 직접 제공하는 식의 유인 알선 행위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사들은 환자의 건강상태 및 자신의 지식과 소신대로 진료를 할 수가 없으며 보험회사의 이익을 위해서 진료를 하게끔 유도될 수밖에 없다.
환자, 국민과 의사의 관계는 더욱 악화될 것이다. 실질적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민간의료보험, 대형병원이지만 현장에서 환자를 대하는 것은 의사다. 의사는 환자의 신뢰를 받을 수 있어야 치료 성과도 좋아지고, 스스로도 만족할 수 있다. 그러나 이윤을 추구하는 시스템이 강화될수록 환자들의 불신은 더 강화될 것이고, 이러한 모순된 요구를 현장에서 의사 개인이 감당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당연지정제 폐지는 의료민영화로 가는 길이며, 이는 국민과 의사의 관계를 더 악화시키는 길이다. 포괄수가제를 반대하면서 의료민영화의 문제를 말했던 의협이 당연지정제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며, 이러한 의협의 주장을 국민들이 얼마나 신뢰할지 스스로 자문해보아야 한다.

의협은 파국으로 가는 주장을 멈춰라

현재 보건의료체계는 문제가 많다. 의사들의 불만도 거기에서 온다. 그러나 그 해결책이 국민과 의사가 함께 건강할 수 있는 보건의료체계를 만들기 위한 방향인지 여부를 고민하고 따져봐야 한다. 그러한 방향에서 정부가 체계적이고 전반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도록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래야 정부에 대한 의사들의 불만에 국민도 공감할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이 요구되는 시기에 의협의 당연지정제 폐지에 대한 주장은 그 부담을 직접 짊어져야 할 국민들에게는 물론 “영업의 자유”가 아니라 “국민의 건강”을 우선시 하고자 하는 대다수의 의사들에게도 전혀 득이 되지 않는, 오히려 되돌릴 수 없는 파국으로 가는 주장일 뿐이다.

사회진보연대 보건의료팀

2012년 9월 5일 수요일

[사설]의사는 분명 모자란데 과잉이란 의사협의 계산법


이글은 경향신문 2012-09-04일자 사설 '[사설]의사는 분명 모자란데 과잉이란 의사협의 계산법'을 퍼왔습니다.

의사 증원 문제를 둘러싸고 의·정 갈등이 재점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엊그제 연세대 의료복지연구소가 보건복지부의 의뢰로 작성한 의사 수급 추계 보고서를 통해 현재 3058명으로 묶여 있는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포함) 정원을 20%가량 늘릴 것을 주문하면서다. 이에 앞서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주최 정책토론회에서도 의대 입학 정원을 4000~6000명 수준으로 증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의사협회는 즉각 성명을 통해 “향후 의사 인력 공급 과잉에 따른 사회적 비용 낭비를 예상치 못하는 비효율적이고 근시안적인 해결책”이라며 강하게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30년 해묵은 논쟁이 새삼 불거진 것은 의사단체의 반발과 정부의 미온적인 정책으로 공공의료 인력 수급문제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정부는 2000년 의약분업 시행 과정에서 의료계의 요구를 수용해 의대 입학 정원 감축 정책을 펴왔다. 하지만 그동안 의료 현실은 정반대로 나타났다. 국민의 의료 이용과 요양병원, 외국인 환자 등의 증가로 의료 수요는 더 늘어났다. ‘피안성·정재영’이라는 유행어가 말해주듯이 전공의 수급 불균형 문제라든가 지방병원 기피 현상도 심화됐다. 특히 의대 여학생 비율 증가로 공중보건의 확보가 더욱 어려워졌다. 결국 의사 수가 부족해서 이런 문제가 생겼다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

의사협회는 전혀 다른 논리를 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비해 우리나라 의사 증가율이 5배 높고 국토 면적당 의사 밀도, 인구 증가율 등을 감안하면 오히려 ‘의사 과잉’이라는 것이다.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2030년이면 OECD 평균을 넘어설 것이며, 의사 밀도도 2009년 현재 OECD 회원국 중 2위로 의료접근성이 뛰어나다는 게 의사협회의 주장이다. 따라서 의사 수를 늘리는 것보다 보건장학의사제도나 시니어닥터 등 기존 인력의 효율적 활용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정 간의 이런 공방은 공허하기 짝이 없다. 대형병원, 수도권, 인기 과목에 의사 인력이 집중되고 의료취약지역의 사정은 더욱 열악해지는 현실을 외면한 숫자놀음일 따름이다. 민간의료가 90%가 넘는 우리 의료 현실에서 정부는 공공의료를 강화하는 데 더욱 집중하고 의사단체는 집단 이익을 추구하는 논리보다 국민 건강을 먼저 생각하는 자세를 보이는 게 맞다. 의사 증원 문제는 공공성과 지방 발전을 돕는 방향으로 풀어가야 한다.

2012년 6월 14일 목요일

[사설] 의사협회, 밥그릇 지키자고 집단 수술거부라니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6-13일자 사설 '[사설] 의사협회, 밥그릇 지키자고 집단 수술거부라니'를 퍼왔습니다.

의사협회가 7월1일부터 시행되는 포괄수가제에 반발해 외과·이비인후과·안과 등에서 다음달 첫 7일 동안 집단으로 수술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포괄수가제에 맞서 사실상 ‘전면전’을 선포한 것이다. 의사협회가 뜻을 굽히지 않는다면 2000년 의약분업 파업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의료대란이 빚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산부인과개원의협의회 등에서 제왕절개의 특수성을 고려해 수술 거부를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의사협회의 결정은 명분도, 절차적 정당성도 없는 집단이기주의에 불과하다. 포괄수가제는 백내장, 편도, 맹장, 탈장, 항문, 자궁, 제왕절개 분만 등 7개 질병에 대해 의료행위에 따라 진료비를 지급하지 않고 미리 정해진 진료비를 지급하는 제도다. 일종의 ‘진료비 정액제’인 셈이다. 정부가 포괄수가제를 도입한 것은 기존의 행위별 수가제가 과잉진료로 이어져 의료비 부담 증가, 건강보험 재정 악화 등의 심각한 문제를 낳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를 보면, 2002~2009년에 우리나라의 1인당 보건의료비 지출 증가율은 연평균 7.7%로 오이시디 국가 중 1위를 기록했다. 오이시디 평균인 3.6%의 2배가 넘는다.
포괄수가제는 영국, 프랑스, 캐나다, 미국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운영하고 있는 보편적 지불제도이기도 하다. 우리 정부도 이미 1997년부터 시범 도입했고, 현재 전체 의료기관의 70%가량이 자발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게다가 의사협회는 지난해 포괄수가제 도입 논의에 참여해 포괄수가제 시행에 동의한 바 있다.
의사협회의 수술 거부 방침은 국민 건강을 볼모로 제 밥그릇을 챙기려는 생떼와 다름없다. 명백한 의료법 위반 행위인 만큼, 의사협회는 수술 거부 방침을 철회하고 포괄수가제 시행에 협력하는 것이 옳다. 의사협회의 주장처럼 제도 시행 뒤 진료의 질과 의사 수익이 크게 하락한다면 그때 수가를 다시 조정해도 늦지 않다. 정부는 포괄수가제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점검을 철저히 하고, 오이시디 권고대로 포괄수가제 대상 질병군의 전면 확대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

2012년 6월 7일 목요일

진료비 싸진다는 포괄수가제... 솔직히 걱정됩니다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06-06일자 기사 '진료비 싸진다는 포괄수가제... 솔직히 걱정됩니다'를 퍼왔습니다.
[주장] 의료 재정에 대한 고민 없이 진행되는 정책결정

며칠 전 의사협회로부터 전자 메일을 통해 공문이 도착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 시간부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탈퇴합니다'라는 말로 시작하는 공문에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아래 '건정심') 위원회 구성의 불합리함과 그로 인한 이번 포괄수가제의 강제 표결 통과를 앞두고 의사협회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내용으로 '2012년 5월 24일'이라는 날짜로 끝을 맺고 있다. 이번 포괄수가제 확대 조치를 결정한 건정심은 2012년 5월 30일에 열렸으므로 사전 엄포의 의미와 의사협회의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다고 볼 수 있다. 

포괄수가제와 행위별수가제, 어떤 것이 좋을까

▲ 7개 질병군 포괄수가제도 발전방안 연구(충북대·서울대 산학협력단, 2009)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도자료

국민들이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으면 해당 병의원에서는 진료비 수입을 얻게 된다. 거기에는 행위별수가제, 포괄수가제, 인두제, 총액예산제, 봉급제 등의 방식이 있을 수 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외래 중심의 동네 의원에 대해서는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일정한 수의 가입자가 특정 의료공급자에게 등록하고, 의료공급자는 진료비를 등록자당 일정금액을 지불받는 방식)가 적용되고, 수술 및 난위도 높은 치료를 하는 병원급에 대해서는 포괄수가제가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행위별수가제는 진료 행위에 따라서 진료비가 달라지는 것인데, 충수돌기염(맹장염) 수술을 하더라도 투여한 약이나 재료, 입원 날짜에 따라 진료비가 달라진다. 포괄수가제는 세세한 구분 없이 같은 수술에는 일정한 비용을 적용하는 것이다.

정부를 비롯한 일부에서는 포괄수가제가 더 훌륭한 제도인 것처럼 말하지만, 두 가지 방식 중 어느 것이 절대적으로 더 우월한 정책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행위별수가제에서는 의사들이 필요한 치료 방법을 더 적용하려고 해 더 나은 재료나 수술 방법을 쓰게 돼 환자들로부터 만족감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진료비가 거기에 따라 올라가므로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는 단점이 있다.

포괄수가제에서는 치료 방법이나 재료에 구분 없이 일정한 진료비가 적용되므로 진료비 상승 요인을 줄일 수 있고, 환자들은 진료비가 얼마인지 항상 알 수 있어서 편리하다. 하지만 획일적인 치료 방법이나 재료를 사용하게 돼 자칫 치료의 수준이 낮아지거나 부작용에 대한 대처를 하기 힘들 수 있다. 더욱이 병원에서는 투입되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싼 재료를 사용하게 될 것이고, 폐기해야 할 치료도구들을 소독해서 재사용하는 일이 빈번할 것이다.

이러한 장단점에도 정부는 이용의 편리함과 의료비 상승 억제라는 명목만으로 포괄수가제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2012년 7월 1일부터 확대적용하려고 한다. 사실은 지난 10여 년 동안 이미 7개 질환에 대해서 시범사업을 통해 많은 의료기관에서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는 그것을 확대하는데 별 어려움이 없다고 느꼈던 것 같다. 7개 질환에 대한 수술에는 편도수술, 제왕절개술, 자궁적출술, 탈장수술, 항문(치질)수술, 충수절제술, 수정체수술을 말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고 수술기법이 비교적 어렵지 않거나 표준화된 것들을 말한다.

포괄수가제, 의사들은 왜 반대할까

▲ 대한의사협회의 기자회견문. 이 기자회견문을 통해 대한의사협회는 "이것은 국민의 생명이 달린 문제"라며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포괄수가제의 확대는 절대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강행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 대한의사협회 갈무리

정부의 홍보대로 의료비 상승을 낮출 수 있고, 국민들이 수술 치료비를 알기 쉽게 돼 편리하다면 이번처럼 의사협회는 왜 반대를 하는 걸까. 그것은 표면적인 이유들 이면에 복잡한 계산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어느 정부든지 의료정책을 펼치면서 재정 계획을 충분히 확보하거나 계획을 발표한 적은 없었다. 그것은 진보적 정부이든 보수적 정부이든 관계 없었다. 김대중 정부에서의 의료제도 개혁이나 일차의료제도 안정화 노력에는 재정이 없었고, 박정희 정부의 전국민건강보험 실시 때는 오히려 의료 수가를 줄여버렸으며, 김영삼 정부 시절에 주치의제도 시행 이야기가 나왔을 때도 거기에 합당한 재정 계획은 없었다. 현재의 이명박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 때보다도 의료 정책을 많이 발표했지만, 제대로 된 재정을 수립하지 않고 발표만 하면서 '아니면 말고' 식으로 일관했다.

모든 나라에서 의료정책을 새로이 실시할 경우 비용이 들어가게 된다. 프랑스에서는 2006년 주치의제도(Preferred Doctor Scheme)를 처음 도입할 때 직접 이해관계가 있는 동네의원 의사들의 수입을 보장해 주면서 시작할 수 있었다. 영국에서는 일차의료 전담의(GP)들의 질을 높이고 안정화시키기 위해서 의료재정을 확대했고, 의사들의 수입을 보장해줬기 때문에 지금의 영국 1차의료제도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재정 계획 없이 발표만 하는 정부의 의료 정책이 문제

이번 포괄수가제의 문제는 반대 논리로 내세우는 진료의 질 저하 우려나 의료기술의 발전 저해라는 것보다는 사실 거기에 들어가는 의료재정을 확보하지 않고 제도를 바꾸려는 것에 있다고 봐야 한다. 심장 수술 못 하는 흉부외과, 분만을 하지 않는 산부인과가 늘어가는 한국의 의료 현실. 힘들고 어려운 의료는 피하려는 형국은 의사들의 태도도 문제이지만, 지금 더 중요한 문제는 적절한 의료재정에 대한 고민이 없는 정부의 정책결정 방식이다.

포괄수가제는 의료비를 완만하게 만들고, 국민들에게 유용한 의료제도임에 분명하다. 의사들도 모두 이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손 안 대고 코 풀려는' 지금까지의 정부 정책을 보면서 불안해 하고, 반발하는 것이다.

이번 포괄수가제는 앞으로 이어질 병원 진료나 많은 수술들에 대한 확대가 예정돼 있다. 그러자면 분명히 정치권에서는 의료전달체계와 일차의료 개선과 더불어 의료재정을 적재적소에 어떻게 들여야 할 것인지, 그리고 그 재정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먼저 답을 만들어야 가능하리라고 본다.

아울러 의사협회도 더 이상 반대 논리로만 치닫지 말고 자신들의 이익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의 건강권과 안정을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도 대승적으로 판단하기를 권한다. 오랫동안 의사들이 정부의 정책에 강제적으로 협조했던 것을 알지만, 의사들도 주체적으로 주치의제도나 1차의료 개선 방안에 대해서 이렇다 할 정책들을 내놓지 못했던 것도 문제가 아니던가. 긴 안목으로 정책 제안을 하면서 정부와 손잡고 국민의 건강을 더 높이 실현할 수 있는 길을 찾았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새사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고병수 기자는 새사연 이사이며 현재 제주도에서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가정의학 전문의입니다.

 고병수 (sesay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