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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5일 화요일

의사 검은 돈, 진짜 원인은 정부·제약 회사 탓?


이글은 프레시안 2013-02-04일자 기사 '의사 검은 돈, 진짜 원인은 정부·제약 회사 탓?'을 퍼왔습니다.
대한의사협회 "리베이트 안 받겠다. 하지만…"

의료계가 뒤늦게 리베이트 단절을 선언하고 나섰으나, 정작 리베이트 제공자와 수수자를 모두 처벌하는 쌍벌 제도를 놓고는 개선을 촉구했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의학회는 4일 이런 내용이 담긴 의약품 리베이트에 대한 의료계의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의약품 리베이트는 제약 회사가 의약품·의료 기기의 판매를 촉진하려는 목적으로 요양 기관(병·의원, 약국 등)에 금전, 노무, 편익, 향응 등을 제공하는 일련의 행위를 뜻한다.

현재 국민건강보험 급여 의약품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전문 의약품은 대부분 약을 처방하는 의사가 선택한다. 이 때문에 의약품 선택권을 가진 요양 기관 종사자(의사·약사 등)와 의약품 판매자인 제약 회사 간 갑을 관계가 형성되며 의약업계에 전 방위적인 로비 행태가 관행으로 굳어져 왔다. (☞관련 기사 : 국민 건강 좀먹는 1조 원 검은 돈, 이젠 그만!)이날 대한의사협회는 "의약품을 선택하는 것은 의사의 권리지만, 그 선택에 대한 대가는 의사의 권리가 아니다"라며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의학회는 특정 약품을 대가로 의사 개인이 직·간접적으로 제공받는 금품을 부당한 의약품 리베이트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명확한 단절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앞서 이들은 "리베이트 쌍벌 제도에도 불구하고 의약품 리베이트가 여전히 없어지지 않고 있는 몇 가지 이유를 언급하겠다"며 정부와 제약 회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약값 결정권을 갖고 있는 정부가 그동안 제약 회사를 보호하고 연구 개발에 투자하라는 명분으로 약값을 높게 유지했다"며 "이 때문에 제약 회사는 의약품 리베이트 자금을 형성할 공간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정부의 낮은 의료 수가 정책으로 경영난을 겪는 의사 중 일부가 리베이트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 회사도 비판의 표적이 되었다. 이들은 "복제 약 판매 중심의 국내 제약 회사들이 리베이트 영업의 오랜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제약 회사는 향후 의·약사들에 대한 일체의 의약품 리베이트 공세를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정부에 대해서도 "리베이트 쌍벌 제도 법령을 개선해 악의적인 리베이트 수수자와 선량한 피해자를 구분하고, 약제비(약값+조제료)를 적정 수준으로 낮춰 의사들의 진료 행위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의료계, 제약 산업계, 정부가 함께 참여하는 의·산·정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 지난 1월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중앙지방법원 정부 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 수사반 입구. ⓒ연합뉴스

/남빛나라 기자 

2013년 1월 26일 토요일

국민 건강 좀먹는 1조 원 검은 돈, 이젠 그만!


이글은 프레시안 2013-0125일자 기사 '국민 건강 좀먹는 1조 원 검은 돈, 이젠 그만!'을 퍼왔습니다.
환자들 "불법 리베이트 제약 회사에 손해 배상"

환자들이 제약 회사의 불법 리베이트 행위에 민사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의약품 리베이트 감시 운동 본부'는 3~8년간 일정한 의약품을 복용해온 환자 여섯 명이 각각 여섯 개(GSK, 대웅제약, 중외제약, 동아제약, 한국MSD, 녹십자) 제약 회사를 상대로 손해 배상을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오는 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및 관할 법원에 의약품 리베이트 환급 민사 소송 소장을 접수할 예정이다.

이들은 "제약사의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 관행은 약값 상승과 병·의원의 과잉 처방을 유도해왔다"며 "그 때문에 발생하는 비용은 고스란히 환자, 국민건강보험공단, 지방자치단체의 부담으로 돌아왔다"고 비판했다. 이런 지적은 최근 감사원 감사 결과를 통해서 사실로 확인이 되었다.

지난해 12월 감사원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청 등이 2007~2011년까지 제약사, 도매상들이 1조1418억 원에 달하는 리베이트를 의료 기관 또는 의사, 약사에게 제공한 사실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18일 검찰도 제약업체로부터 300만 원 이상의 리베이트를 받은 전국 병·의원 의사 100여 명을 소환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공동대표는 "이번 민사 소송은 제약 회사의 불법 리베이트지급 행위에 대하여 의료 소비자와 환자가 직접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며 "외국은 의료 소비자와 환자가 리베이트 행위를 벌인 제약 회사를 상대로 이런 소송을 거는 일이 많았는데 한국에서는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 지난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중앙지방법원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수사반 입구. ⓒ연합뉴스

의약품 리베이트는 제약 회사가 의약품·의료기기의 판매를 촉진하려는 목적으로 요양 기관(병·의원, 약국 등)에 금전, 노무, 편익, 향응 등을 제공하는 일련의 행위를 이른다. 지난 23일에는 경찰청이 "CJ제일제당 제약사업부가 의사 수백 명에게 45억 원대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리베이트 행위가 만연하게 된 데는 복잡한 배경이 있다. 현재 국민건강보험 급여 의약품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전문 의약품은 환자나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선택하지 않고 약을 처방하는 의사가 선택한다. 또 많은 소비자가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일반 의약품을 살 때도 의사나 약사의 결정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제약 회사는 고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신약 개발보다는 외국에서 개발된 신약을 수입하거나 기존의 약을 복제해 의약품 선택권을 가진 요양 기관 종사자를 상대로 판촉 경쟁에 뛰어드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려 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발표로는 보험 급여 의약품 1만3605개 중 신약은 3844개에 불과한 반면 복제 약은 9761개(2012년 1월 1일 기준)다.


이 때문에 제약 회사와 요양 기관 종사자 간 갑을 관계가 굳어져 제약 회사가 요양 기관 종사자를 대상으로 리베이트와 같은 전 방위 로비를 벌이는 행태가 만연했다. 그리고 이렇게 제약 회사가 리베이트에 쓴 비용은 고스란히 약값으로 전가되었고, 이것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재정 고갈 등의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


정부는 의약품 리베이트를 근절하기 위해 지난 2010년 말 제공자와 수수자 모두를 처벌하는 '리베이트 쌍벌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리베이트 관행을 감시·감독하는 보건복지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련 기구 간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리베이트 단속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문제가 계속 제기되는 상황이다. 


   /남빛나라 기자

2012년 1월 1일 일요일

제약 자본, 정신병 주고 약 팔기


이글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1-12-09일자 기사 '제약 자본, 정신병 주고 약 팔기'를 퍼왔습니다.

50년 전 등장한 신경이완제는 의학적 효과가 그다지 크지 않은데도 미국 정신의학계에서 널리 애용되고 있다. (DSM)가 임상의 사이에 절대적인 진단 지침서로 각광받으며 전세계적으로 정신질환에 대한 부정확한 인식을 퍼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시에 설립된 의료영상기업 ‘세어스캔’(CereScan)은 뇌영상으로 정신질환을 진단하는 업체이다. 뇌영상을 통해 정신장애를 어떻게 진단하는지 (PBS)(1)이 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자세히 소개했다. 11살짜리 남자아이가 엄마·아빠 사이에 앉아 얌전히 자기공명영상(MRI)(2) 뇌 촬영 결과를 기다린다. 한 여성 임상사회복지사가 소년에게 떨리는지 묻는다. “아니요.” 소년이 대답한다. 대답을 들은 복지사가 가족에게 뇌영상을 꺼내놓는다. “자, 보세요. 여기는 빨간색, 여기는 주황색인 게 보이죠. 원래는 초록색, 파란색을 띠어야 정상이랍니다.” 요컨대 색에 따라 어느 것은 우울증, 어느 것은 양극성장애(조울증) 또는 불안과 관련한 각종 정신장애를 뜻한다는 설명이다.
정신장애 진단 왜 폭증하나 했더니
오늘날 미국 사회는 이상 증상에 점차 예민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세어스캔도 이런 사회적 요구를 잘 반영하고 있다. 이 업체에 따르면, 18~54살 미국인 가운데 ‘불안장애와 관련한 병리적 이상 및 장애’로 고통받는 사람은 7명 중 1명, 다시 말해 모두 900만 명에 달한다.(3) 미래 유망 시장이라 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셈이다. 그래서일까? 세어스캔은 앞으로 미국 내에 의료영상센터 20곳을 새로 개설할 계획이다.
일반인에게 기대되는 규범 행동이 무엇인지 정확히 정의된 바는 없다. 그럼에도 (DSM·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은 ‘주의력결핍’ 등 병리학적 장애나 이상 증상에 대한 진단 기준을 자세히 나열·분류해놓고 있다.  (DSM)은 미국 임상의들 사이에 절대적 진단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다.  다른 나라의 활용 사례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그 결과  (DSM)에 따라 ‘병리적 이상’을 진단받는 아이들의 연령대가 꾸준히 낮아지고 있다(아래 기사 참조). 한 예로 미국에서는 2000년대 초 이후 양극성장애 진단을 받은 어린이가 100만 명에 이르렀다. 1992년 1만6천 명에 불과하던 6~22살 자폐 환자도 2008년 29만3천 명으로 늘어났다. 여기에 2000년부터 집계에 들어간 3~6살 어린이 환자까지 모두 합하면 이 수치는 무려 33만8천 명에 이를 것이다.


<뉴저지, 미국>, 1966-엘리엇 어르위트

모든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중증 정신장애를 이유로 연방정부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는 수혜자도 매일 1100명(성인 850명, 어린이 250명)씩 늘어났다. 정신장애자를 걸러내는 사회적 그물망이 점차 촘촘해지는 셈이다. 문제는 성인 임상시험 결과, 약물치료가 장기적으로 반드시 분명한 효능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초기 몇 주간은 긍정적 치료 효과가 나타나기도 한다(일반적으로 위약을 복용한 경우에도 초기에는 긍정적 반응이 나타난다). 하지만 좀더 장기적 차원에서는 복구하기 힘든 뇌손상이나 후천적 이상운동증(Dyskinesia)(4) 등을 일으킨다.
본격적으로 정신이상에 대한 약물치료가 시작된 것은 1950년대부터다. 프랑스 의사 앙리 라보리의 연구를 토대로 말라리아·결핵·수면병에 약물요법을 시행한 것이 단초가 됐다. 라보리 박사는 프로메타진 투여가 ‘행복감을 동반한 편안한 정신상태’를 불러일으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1951년, 그는 이런 상태를 ‘약에 의한 전두엽백질절제술’(Medicinal Lobotomy)에 비유했다. 1949년 노벨 의학·생리학상을 받은 포르투갈 신경학자 에가스 모니스가 창안한 ‘전두엽백질절제술’(Lobotomy)(5)에 빗대어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전두엽백질절제술에 이어, 최초의 신경이완제(훗날 ‘소라진’(Thorazine)으로 불림) 역시 순식간에 여러 정신병원으로 확산됐다. 심지어 대서양 너머로까지 널리 전파됐다. 이를 기점으로 정신질환이 뇌의 화학적 불균형으로 인해 발생한다는 인식이 서서히 싹텄다. 언론매체도 대중을 상대로 리튬이나 ‘프로작’(Prozac)(1988년 시판), ‘졸로프트’(Zoloft), ‘자이프렉사’(Zyprexa) 등 여러 의약품이 지닌 ‘기적’ 효과를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신경이완제가 등장하면서 정신과 전문의에 이어 의무실 직원, 임상사회복지사까지 전에 없던 폭넓은 약처방권을 누리게 됐다. 반면 심리치료나 운동, 영양 개선, 사회성 향상 등 다른 치료법은 등한시됐다. 결국 시간이 흐르면서 약물치료가 더욱 증가했다.  (DSM)이 진단 기준으로 활용되면서 정신질환의 종류도 한층 세분화되고 늘어났다. 의료 당국의 축복 속에 약물치료가 급증했다
화학적 치료 올인, 사회적 치료 외면
제약사가 우발적 정신장애를 겪고 있는 이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단지 이것뿐이었다. “당뇨병 환자에게 인슐린이 필요하듯, 여러분에게도 약이 필요하다.” 지난 몇 년간 제약업계의 충직한 홍보원 노릇을 하며 두둑이 배를 채워온 대니얼 카알랏 박사가 제약산업의 영향력을 비난했다.(6) “우리는 내방자에게 본인의 뇌가 화학적으로 불균형한 상태라고 설명한다. 환자 자신이 진짜 아프다고 믿게 만들려면 의학적으로 신빙성 있는 설명을 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설명이 진실인지는 아직 확실히 증명된 바가 없다.”(7)
여러 추적연구(제약회사가 실시한 연구는 아니다)에 따르면, 신경이완제의 효과는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약화된다. 대개는 좀더 강도 높은 발작이 다시 찾아온다. 심지어 위약치료군보다 훨씬 더 심하게 병세가 악화되기도 한다. 하지만 임상의는 투약량이 너무 적거나 치료법이 적절치 않았나 보다며 오히려 투약량을 늘리거나 치료 강도를 높일 뿐이다. 결국 병세는 더욱 악화되고 장애도 한층 깊어진다. 오늘날 미국에서 이런 악순환에 빠져 허우적대는 사람이 수백만 명에 달한다. 1951년 라보리 박사가 ‘약에 의한 전두엽백질절제술’이라고 표현했듯이, 때로는 진짜 ‘전두엽백질절제술’과 유사한 악순환이 빚어진다.
아프다고 믿게 만들라
이런 불편한 진실 앞에 제약회사와 연구원들은 종종 임상실험 과정과 결과를 은폐하거나, 심지어 일부 내용을 삭제해 왜곡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한 예로 미국 텍사스대학 연구팀은 그런 식으로 청소년 의약품 ‘팍실’(Paxil)의 임상실험 결과를 위조해 발표했다. 임상실험에 참여했던 환자의 자살률을 높인다는 사실을 쏙 빼버린 것이다. 의약계는 이 약이 청소년 환자에게 내약성이 우수하다고 치켜세우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그런데 이 약을 개발한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이 과거 한 내부 문건에서 이 약이 위약보다 더 효능이 뛰어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했음이 밝혀졌다. 결국 업체는 허위광고 혐의로 법원에 제소됐다. 하지만 업체는 재판 대신 손해배상 쪽을 택했다. 재판으로 이미지가 실추돼 판매수익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 판단이었다.(8) 이는 제약업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관행이다. 이 점에서 제약업계는 담배산업과도 많이 닮아 있다.
일부 학자들은 신경이완제가 거의 효능이 없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심지어 이를 복용한 환자의 자살률이 높다는 사실까지 알아냈다. 하지만 그들의 의견은 묵살됐다.(9) 제약업계의 재정적 지원에 대대적으로 의존하는 각 대학의 정신의학과는 일반적으로 심각한 이익갈등에 노출돼 있다. 감히 의약품이나 제약사의 이미지를 실추하는 발언을 했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2000~2007년 미국 에모리대학 의학대학원 정신의학과 학과장은 수백여 차례에 걸쳐 의약품 홍보 성격의 강연에 참가한 대가로 여러 제약사로부터 280만 달러 이상의 자문료를 받아 챙겼다(더욱이 제대로 소득신고도 하지 않았다). 미국 국립정신보건연구소(NIMH)의 전 소장도 2000~2008년 ‘기분안정제’(Mood Stabilizer·양극성 장애를 조절하기 위한 약으로, 신경안정제와는 다르다)를 홍보해준 대가로 글락소스미스클라인에서 130만 달러를 받았다. 특히 그는 당시 (NPR)의 한 인기 프로그램 진행자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런 관행에 대해 질문을 받은 그는 (뉴욕타임즈)에 “(이 바닥에서는) 누구나 다 그렇게 한다”고 대답했다.(10)
효과 적거나 되레 부작용 일으켜
제약회사에 이어 약처방권을 지닌 수많은 의료계 종사자까지 가세해 향정신성 의약품과 그 밖의 신경이완제 같은 약품의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 좀더 다양한 의약품을 더 많이 장기간 복용하도록 부채질하는 것이다. 한 예로 ‘노바티스’는 2000~2004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 없이 양극성 장애와 신경성 통증 치료에 대해서도 항간질제 ‘트리렙탈’(Trileptal)을 불법으로 판촉했다가 4억2250만 달러에 달하는 벌금을 물었다. 오늘날 의료계에는 의약품 홍보를 위한 강연이 판을 친다. 제약사는 평소 홍보할 약을 많이 처방한 의사에게 두둑이 돈을 챙겨주고 강연자로 나서게 한다. 수많은 동료 의사들에게도 돈을 주어 청중석을 채우게 한다. 문제는 여기에 드는 천문학적 수준의 마케팅 비용이 최종적으로 의약품 가격에 반영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전부 환자에게 전가되는 것이다.
의사들의 공모, 약에 저는 두뇌
그렇다면 대체 정상과 질병의 경계는 어떻게 그어지는 것일까? 사실 정신질환의 범주를 결정하는 과정에는 현 의료 시스템의 병폐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오늘날 의료 시스템은 온갖 종류의 ‘장애’를 만들어내며, 환자들이 의약품을 과다하게 소비하거나, 의사들이 과잉 진료를 하도록 부채질한다. 게다가 환자가 자기에게 적합한 치료를 받기 더 힘들게 하고 -특히 ‘행위별 수가제’(FFS·의사가 환자를 진료할 때마다 그 횟수에 따라 진료비를 지급하는 제도)가 운용되는 경우 어떻게든 ‘진료 건수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므로- 쓸데없는 진단 검사나 무분별한 약 처방을 부추긴다. 그런데 오늘날 오랜 추적연구의 결과가 하나둘 쌓이면서, 정신분열을 포함한 정신질환을 약물로 다스리는 것이 다른 치료법보다 더 효과적인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물론 드물기는 하나, 일부 예외적인 경우 단기간 약물치료가 더 효과적인 경우는 있다).(11) 결국 약물치료보다는 운동·대인관계·일 등이 정신적 문제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삶을 더 편안히 해준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정신질환은 사회적 관계가 단절되거나, 가족 혹은 공동체에서 따돌림을 받을 때 더 자주 발생한다. 1970~90년대 세계보건기구(WHO)가 전세계의 각 문화를 대상으로 정신분열증과 우울증에 대해 연구한 결과만 봐도, 약물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가 중·장기적으로는 전반적으로 건강상태가 더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12)
그런데도 오늘날 신경이완제가 제약사의 매출을 올려주거나 배를 불리는 데 널리 활용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의약 부문은 지난 50년간 수익성 높은 산업 중 하나였다. 법률체계도 제약산업에 한없이 관대하다. 의료개혁안을 둘러싼 논의가 한참 진행되던 2009년, 보험사·제약사·의료서비스업계 등은 자신의 이권 수호를 위해 법률 입안자들에게 무려 5억4400만 달러에 달하는 로비자금을 쏟아부었다.  2009년 미국의 정신보건 부문 의료예산은 1700억 달러로, 최대 의료예산 항목을 차지하고 있다. 2015년에는 무려 2800억 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13) 아이러니한 사실은, 정신장애 약물치료가 급증하는 현 상황이 무색하게도, 수십만 명에 달하는 환자들이 여전히 아무런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전체 인구의 16%에 달하는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시민(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의료개혁은 2014년에나 실행될 예정이다)과 교정기관에 갇힌 수많은 수감자가 대표적인 예다. 감금 생활과 투옥 환경이 환자의 병세를 더 악화시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수감자는 무려 5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교정기관은 이런 문제에 수수방관할 뿐이다. 그 결과 수감자들은 자유의 몸이 되고 나면 치료를 이유로 다시 약물에 손을 대거나, 심지어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악순환에 빠져들고 만다.

 / 올리비에 아펙스 Olivier Appaix 경제학자
의료 및 후진국 개발 전문 경제학자.

번역 / 허보미 jinougy@naver.com
서울대 불문학 석사 수료.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1) ‘The Medicated Child’, TV 프로그램 , 보스턴, 2008년 1월.
(2) 미국의 경우 40~60분간 MRI로 뇌를 촬영하는 데 드는 비용은 1500~3천달러다. 
(3) ‘Anxiety Disorder’, www.brainmattersinc.com, 2009.
(4) 이상운동증은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안면의 움직임이 특징이다. 특히 턱에 경련이 일고, 혀가 반복적으로 돌출된다.
(5) 대뇌의 전두엽백질을 잘라서 시상과의 연락을 단절시키는 수술 방법으로, 정신분열증 치료에 사용됐다. 환자 인격 붕괴 위험 등의 부작용으로 더는 사용되지 않고 있다.
(6) 대니얼 카알랏,(Unhinged. The Trouble with Psychiatry. A Doctor’s Revelations about a Profession in Crisis) , 프리프레스 출판사, 뉴욕, 2010.
(7) 대니얼 카알랏의 미국 공영 라디오 프로그램
(프레시에어) 인터뷰, 2010년 7월 13일.
(8) ‘When drug companies hide data’, (뉴욕타임스), 2004년 6월 6일. 이 회사는 30억 달러를 지불하고, 팩실 등 자사 생산 의약품과 관련한 재판을 중단시켰다. ‘Glaxo settles cases with US for 3 billion dollars’, (뉴욕타임스) 2011년 11월 3일자 참조. 
(9) 로버트 휘터커, (Anatomy of an Epdemic Magic Bullets, Psychiatric Drugs, and the Astonishing Rise of Mental Illness in America), 크라운 출판사, 뉴욕, pp.304~307, 2010.
(10) (뉴욕타임스), 2008년 11월 22일.
(11) 로버트 휘터커, 위의 책.
(12) 휘터커 인용 연구. WHO에 따른 건강상태에는 신체적·정신적·사회적 건강이 포함된다.
(13) 메디케어 및 메디케이드 센터, www.cms.gov.

2011년 12월 6일 화요일

한집 걸러 한집에 암환자, '약값 괴담' 진실은…


이글은 프레시안 2011-12-05일자 기사 '한집 걸러 한집에 암환자, '약값 괴담' 진실은…'를 퍼왔습니다.
[기자의 눈] 한미FTA와 의약품 특허

"아내가 백혈병에 걸렸습니다. 글리벡이라는 특허약이 필요했어요. 한 정에 2만3000원짜리 글리벡을 하루에 4~8정 먹어야 해요. 한 달 약값이 300~600만 원. 일 년에는 3600~7200만 원이 들었죠."

한 집 걸러 한 집에 암 환자가 있는 시대, 백혈병(혈액암) 환자가 있는 가족의 넋두리다. 그의 말처럼 특허약은 비싸다. 글리벡 한 정당 원가는 760원. 그런데 판매가는 원가의 30배가 넘는다. 왜 이렇게 비쌀까. 사람들은 막연히 추측한다. 다국적 제약회사가 특허약을 비싸게 파는 만큼 아마도 약효가 혁신적으로 좋거나 연구개발비로 투자한 돈이 그만큼 많이 들었으리라고.

"밀가루보다 약효가 나으면 신약"

의 저자 마르시아 안젤에 따르면, 신약이라고 해서 무조건 기존 약보다 혁신적이지는 않다. 기존 약의 분자구조만 살짝 바꾸거나, 기존 약의 적응증(약에 대한 치료 효과가 기대되는 병이나 증상)만 바꿔 똑같은 약을 '신약'인 것처럼 꾸며 등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청년의사
일례로 미국의 제약회사 일라이 릴리의 프로작이라는 항우울제는 1987년 최초로 미국 FDA의 승인을 받았다. 2001년 프로작의 특허가 끝나자 일라이 릴리는 똑같은 약을 '프로작 사라펨'으로 이름을 바꾼 뒤 '월경 전 불쾌 장애'라는 적응증으로 FDA의 승인을 받는다. 알약 색깔만 바꾼 프로작 사라펨은 기존의 프로작과 성분이 똑같지만 제네릭(복제약)보다 3.5배 비싸다.

'신약 같지 않은 신약'의 비밀은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 국가의 특허 허가 요건에 있다. 신약은 기존 약이 아니라 위약보다 뛰어나기만 하면 된다. 특정 약이 밀가루나 설탕보다 약효가 낫다는 것을 입증하기란 쉽다.(☞관련 기사 : 보건의료단체들이 인도대사관 앞에서 시위한 이유) 그러나 '특허약'이 기존 약보다 낫다는 비교연구는 거의 되지 않는다.

"연구와 특허는 대학이, 독점판매권은 거대 제약사가"

제약사가 연구비를 들여 신약을 직접 개발하는 경우도 드물다. 대개 혁신적인 약은 정부기관이나 대학이 수십 년간 연구·개발하면 제약사는 실용단계 마지막에 임상시험비만 대주거나, 실용화 직전에 독점 판매권만 사오는 방식으로 세상에 유통된다.

미국 시민경제연구소에 따르면 1965년부터 1992년까지 승인된 가장 혁신적인 약 21종 가운데 15종은 공적인 연구로 개발됐다. 는 1992년부터 1997년까지 가장 많이 팔린 약 50종 가운데 45종이 정부 자금으로 개발됐다고 고발한다.

에이즈 치료제인 푸제온도 듀크 대학에서 처음 발견했고, 지방의 한 생명공학 회사에서 개발했다. 약이 다 개발되기까지 손 놓고 기다린 스위스의 다국적 제약사 로슈는 푸제온이 만들어진 후에야 독점 판매권을 사들였고, 2003년 FDA의 승인을 받아 기존 에이즈 치료제의 세 배인 연간 2만 달러라는 가격을 매겼다. 환자들 사이에서는 로슈가 약을 개발하는 데 기여한 공에 비해 판매가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비판이 빗발쳤다.

로슈는 푸제온에 대해 지나치게 비싼 약값을 요구해 한국 에이즈 감염인들의 원성을 산 바 있다. 로슈는 정부가 책정한 약값이 너무 싸다며 한국에 푸제온 공급을 3년간 거부했다. 대신 로슈는 일 년에 3200만 원이라는 가격을 요구했다. 한국도 미국이나 유럽과 '같은 약값'을 낼 정도의 경제력이 된다는 것이 근거였다. 푸제온은 아직도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지 않고 있다. (☞관련 기사 : "왜 에이즈 환자들이 신약 '무상공급'을 반대하냐고?")

로슈를 비롯한 제약업계는 '영업 기밀'이라는 이유로 자사가 연구 개발비를 얼마나 썼는지 공개하지 않는다. 간접적인 자료는 있다. 2002년 포춘지가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 안에 드는 10개 제약회사가 쓴 연구개발비는 전체 매출 2170억 달러의 14%에 불과했다. 반면에 마케팅 및 관리비는 31%를 썼다. 광고비나 의사 등에게 건네는 관리비를 조금만 줄여도 가격을 혁신적으로 낮출 수 있는 셈이다.


▲ 지난 2008년 삼성동 한국 로슈 앞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에이즈(AIDS)치료제인 '푸제온' 공급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는 모습. 글로벌 제약회사인 '로슈'는 이전 에이즈 약제에 내성이 생긴 환자들의 치료에 필요한 의약품 '푸제온'을 가격 협상 실패 등의 이유로 공급하기를 거부했었다. ⓒ연합뉴스

"분자 하나만 바꿨을 뿐인데…"

특허권을 가진 제약사의 '독점 판매 꼼수'는 제네릭 회사와의 담합을 통해서도 이뤄진다. 국내 최대 제약회사 중 하나인 동아제약도 지난 10월 제네릭을 출시하지 않는 대가로 다국적 제약회사인 GSK와 담합한 것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이에 공정위는 GSK와 동아제약에 과징금 52억 원을 처분했다.

GSK는 항구토제인 조프란으로 국내 항구토제 시장을 1991년부터 100% 독점하고 있었다. 그런데 동아제약이 1998년부터 국내에 또 다른 항구토제인 온다론을 출시하면서 분쟁이 생겼다. GSK는 동아제약에 특허 침해 소송을 걸었다. 그리고는 동아제약이 온다론을 철수하고 앞으로 항구토제 시장에서 GSK와 경쟁하지 않는 대신, 자사의 신약 판매권을 비롯한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가 적발됐다.

이러한 불법보다 더 큰 문제는 '합법적인' 특허 연장 꼼수다. 특허가 만료될 때쯤 제약사는 똑같은 약을 살짝 바꿔 특허를 연장해 제네릭 회사의 정당한 경쟁을 막는다. 제약업계의 증언을 들어보자. 2002년 피터 제닝스의 에서 미국 카이저 퍼머난테메디컬 그룹의 샤론 레빈 부회장은 이렇게 말한다.

"특허 기간이 만료되는 시점에 약의 구조에서 분자 딱 하나만 바꾸면 특허를 20년 연장할 수 있는데, 왜 새로운 약물을 찾는 불확실한 노력에 돈을 쏟아 붓는단 말입니까?"

'똑같은 약'으로 특허 20년 연장, 정당한가?

다국적 제약회사는 강변한다. 의약계의 '혁신'을 위해서는 독점판매권을 늘려야 한다고. 그러나 가짜 약보다 낫기만 하면 독점판매권을 얻을 수 있는 느슨한 특허 조건과 분자 하나만 바꾼 약의 특허를 20년 이상 연장하는 행태에 대해서는 입을 다문다.

다국적 제약회사가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는 동안 소비자들이 물어야 하는 약값은 커졌다. 2002년 포춘지가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에서 10대 제약사 순이익 실적은 나머지 490개 기업보다 높았다. 다국적 제약사가 돈 벌기는 땅 짚고 헤엄치기다. 특허권을 확대하려는 정부의 비호만 있으면 된다. 미국 제약사가 신약 개발보다 정치권 로비에 공들이는 이유다.

방법은 있다. 특허 취지에 맞게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들의 의약품 관련 특허법을 바꾸면 된다. 기존 약보다 약효가 뛰어나다는 의학적 근거를 철저히 입증한 약에 대해서만 특허를 인정하는 것이다. 혹은 공익을 위해 의약품 공급을 '강제실시'할 수 있다는 사문화된 조항을 살리거나. 하지만 미국 정부나 국회의원은 "그러실 분이 아니다."


▲ 2001년 노바티스 한국 지사 앞에서 열린 글리벡 약값 인하 시위. 사진의 환자는 실제 백혈병 환자들이었고 이 중에는 고인이 된 이도 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FTA 이후 약값 부담 상승, 과연 괴담일까?

정부는 한국에서 FTA가 발효해도 약값이 그다지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부 말처럼 심각하게 나빠지지는 않을 수도 있다. 이미 지금도 정부는 다국적 제약사가 요구하는 터무니없는 약값을 그대로 들어주는 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미 FTA가 발효되면 미국의 의약품 특허는 한국에서도 자동으로 동등한 대우를 받는다. 게다가 FTA 협정문 제5장 '의약품 및 의료기기'에 따르면 약값은 "경쟁적 시장도출 가격"으로 책정된다. 보건의료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약값과 동등한 가격을 매기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FTA 이후 약값이 오를 수 있는 근거다.

정부 스스로 이를 시인한 자료도 있다. 기획재정부가 10개 연구원과 공동 분석해 지난해 발표한 '한-EU FTA의 경제적 효과 분석' 보고서를 보면, 한EU FTA 발효 이후 의약품과 의료기기 수입이 급증해 두 분야에서만 앞으로 5년간 5200만 달러의 추가 적자가 생긴다. 국책기관인 보건산업진흥원은 한미 FTA 체결로 국내 의약품 매출이 연평균 686~1197억 원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 때문일까. 미국의 '다국적제약회사협회'는 한미 FTA를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지금도 우리 정부는 다국적 제약사 앞에 무력하지만, 정부가 그린 장밋빛 미래에 환자의 건강은 뒷전이 될지도 모른다.



/김윤나영 기자

2011년 11월 24일 목요일

한미FTA 불복종 운동, 어떻게 벌일 것인가?


이글은 프레시안 2011-11-24일자 기사 '한미FTA 불복종 운동, 어떻게 벌일 것인가?'를 퍼왔습니다.
[한미FTA가 바꿀 농업③·끝] FTA로 끝 아니다. '자발적 민영화' 반대해야

태초에 한나라당의 날치기가 있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탄생했다. 그러나 박근혜 의원을 포함한 151명의 한나라당 의원들 중 한미 FTA 출생의 마지막 모습을 본 사람은 없다. 한미 FTA는 한번 생명을 얻으면, 쉬지 않고 거듭 탄생한다.

한미 FTA의 끝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

그 증거는, 한나라당이 한미 FTA 날치기에 곧이어 날치기한 14개 법률 총 37개 조항이다. 이 법률들은 오로지 한미 FTA와 어긋난다는 이유로 끌려 나와 도매금으로 고쳐졌다. 그 안에는 한국의 우체국은 앞으로 새로운 보험 종류를 취급할 수 없다는 조항도 있다.(우체국 예금 보험에 관한 법률)

도대체 왜 우체국은 새로운 보험을 취급해서는 안 될까? 미국의 영리병원을 장악하고 있는 막강한 미국 민간 의료 보험의 영업을 위해서다.

위 14개 법률의 날치기는 끝이 아니다. 더 고쳐야 할 법령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약값을 올릴 독소 조항인, 의약품 시판 허가 시 특허 연계를 실제로 보장할 조항, 의료보험 약값 책정에 저항하는 미국 제약회사를 위한 약값 검토 절차 민영화 조항-이런 것들이 수없이 기다리고 있다.

이렇게 한미 FTA는 끝없이 탄생한다. 쌀, 쇠고기 광우병 검역 등은 아직 분만 대기실 입장조차 하지 않았다. 그리고 한미 FTA 자체가 탐욕의 무한 팽창을 위한 재생산 장치를 가지고 있으니, '관세 철폐의 가속화'를 위한 협의 의무가 이미 규정되어 있다(2.3조).

중국 봉쇄 'TPP' 가입 강요

위대한 탄생은 여기에 멈추지 않는다. 미국의 탐욕은 한미 FTA에 만족하지 않는다. 중국을 봉쇄하는 환태평양 FTA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한국이 가입하도록 요구할 것이다. 한미 FTA 자체가 이미 미국의 'TPP' 전략의 디딤돌이다. 미국과 FTA를 하면서 'TPP'에 가입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한국이 TPP에 가입해서 일본과 FTA를 하면 한국의 무역 흑자는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다.

나는 묻고 싶다. 과연 박근혜 의원과 한나라당은 미국을 추종하는 것을 넘어서는 원대한 외교 통상 전략을 가지고서 한미 FTA를 날치기한 것인가? 어제 한미 FTA 환영 성명을발표한 대기업 중에서 중국 시장을 잃고 연명할 수 있는 곳이 어디인가?

한미 FTA 불복종 운동

한미 FTA의 비극은 만족할 줄 모르고 끝없이 팽창하는 탐욕에 있다. 탐욕을 정화시켜 줄 시민 불복종 운동이 필요하다. 이른바 14개 이행법안부터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왜 한미 FTA와 어긋난다는 이유로 터무니없는 법률을 만들어야 하는가? 14개 이행법 37개 조항은 시민과 소농의 공공복리를 보호하는가?

그리고 의약품 시판 허가 시 특허 연계 보장 법률을 제정하는 것을 거부해야 한다. 왜 식약청이 의약품을 허가할 때, 안정성과 유효성 외에 특허까지 판단해야 하는가?

또한 미국 제약회사를 위한 약값 검토 절차 민영화 조항을 만드는 것도 거부해야 한다. 도대체 왜 건강보험료 약값 책정에서 보험공단이 배제되어야 하는가? 물건의 값을 정하는 절차에서 물건을 살 사람을 배제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그리고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는 골목 상권과 재래 시장을 획기적으로 보호하는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 학교 급식에 우리 농산물을 우선적으로 사용하는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


▲23일 저녁 서울 중구 시청광장 앞 도로에서 경찰과 대치 중이던 한미 FTA 비준동의안 강행처리에 반대하는 집회 참여자들이 경찰이 쏜 물포를 맞으며 반대 의사를 나타내고 있다. ⓒ뉴시스

자발적 민영화 방침을 저지하는 운동

무엇보다도 전기, 수도, 가스, 의료보험, 우체국, 공항 민영화를 저지해야 한다. 자발적 민영화는 한미 FTA의 치명적 독을 몸속 구석구석으로 퍼지게 하는 모세혈관이다. 외국 자본이 공공부분을 장악하는 것이 민영화다. 한미 FTA는 한국 정부가 외국 자본과 체결한 민영화 계약을 어겼다는 이유로도 투자자 국제 중재(ISD)에 회부되도록 했다. 자발적 민영화 방침을 저지하는 운동은 한미 FTA의 탐욕을 줄이는 데에 효과적인 운동이다.

한미 FTA 시민 감시 운동

그리고 시민과 소농은 한미 FTA 자체를 감시해야 한다. 당장 한미 FTA 발효 과정부터 감시해야 한다. '이행법'이라는 명목으로 14개 법률 37개 조항을 날치기한 한국이다. 그런 한국은 과연 미국에 미국 법률의 개정을 요구하고 있는가? 한국 정부는 한미 FTA와 어긋나는 미국 법령을 파악하고 있는가?

시민과 소농은 감시해야 한다. 누가 투자자 국가 중재권(ISD)으로 한국의 공공정책에 도전하고 있는가? 그리고 끊임없이 한미 FTA관련 정보공개를 요구해야 한다. 한미 FTA의 최고 집행기관인 '공동위원회'의 회의록을 공개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한미 FTA는 폐기되거나 약한 것으로 재구성될 것

나는 결국 한미 FTA는 폐기되거나 약한 수준으로 재구성될 것으로 생각한다. 지칠 줄 모르는 탐욕의 끝은 사망이다. 그러나 그것은 시민과 대중의 끊임없는 참여와 각성의 성취물일 것이다. 총선과 대선 '한방'으로 한미 FTA가 폐기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농어촌 특별세와 지역 식품체계

원래 3회차인 이 글은 우리 농업의 대안을 토론하는 글이 되어야 했다. 한미 FTA 날치기 때문에 간략한 내용으로 대신한다. 매년 4조 원이 넘는 농어촌 특별세를 포함해서, 국민의 막대한 세금으로 소농을 탈락시키고 대농을 집중 지원하는 '농업 경쟁력' 이데올로기는 지난 20년 간 실패했다. 아무리 한국 대농의 경작 면적을 늘려 주더라도 미국과 호주의 대농과 규모에서 경쟁할 수 없다. 그리고 농산물 가격이 내려가는 한, 대농조차 농사를 지어 가계를 유지할 수 없는 빈곤층으로 전락한다.

4조 원인 넘는 농어촌 특별세를 대농 집중 지원이 아니라, 지역 농업을 지탱하는 '식품체계'를 위해 써야 한다. 식품체계란 소농이 소농으로 고립 단절되지 않고 시민과 지역사회와 연계되는 틀이다. 지금 농촌에서 가장 긴요한 것이다.

지역의 교육기관 그리고 복지 시설의 급식에서 지역 농산물을 사용하는 시스템이 자리 잡아야 한다. 서울과 대도시 학교 급식도 연계 지역의 농산물을 사용할 수 있다. 이렇게 하여 소농과 연계된 식품체계의 싹을 키워야 한다. 그리고 지역의 소농 역량이 해체되지 않는 수준이 되도록 기초 농산물 가격을 보장해야 한다. 소농 지역 사회가 해제되면 WTO가 인정하는 식량 안보는 불가능하다. 모순된 WTO 규정을 변경해야 한다.

소농이 어떤 방식으로 협동체를 결성하여 활동할 것인가를 소농들이 완전히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농업 협동체의 활동은 독점 행위로 보지 않는다는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

소농들이 살아남아 지역사회의 주인이 되어야만, 지역의 농지와 물과 같은 지역 자원을 돌보고 통제할 수 있다. 농지를 모텔이나 아파트에 뺏기지 않을 수 있다. 그럴 때에, 우리의 아이들의 아이들은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송기호 변호사 

2011년 11월 21일 월요일

"한미 FTA 발효시 약값 35% 오를 것"


이글은 프레시안 2011-11-21일자 기사 '"한미 FTA 발효시 약값 35% 오를 것"을 퍼왔습니다.
[토론회] "FTA 발효하면 건강·공공성 규제 무력화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이해를 따지는 공방이 날로치열해지는 가운데, 농업과 더불어 협정 발효 시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분야로 꼽히는 건강·보건 부문의 유불리를 따지는 토론회가 열렸다.

21일 오전 서울 마포 사회보험노조 대회의실에서는 '한미 FTA, 의료민영화의 또 다른 이름' 토론회가 열렸다. 참석자들은 익히 주장해 온 바와 같이 한미 FTA가 의료·제약 산업에 대한 국가 규제를 무력화시켜 건강·복지분야를 약화시키고, 이는 궁극적으로 약값 상승과 건강보험 무력화를 낳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송기호 변호사, 신형근 건강 사회를 위한 약사회 정책실장, 이상윤 건강과대안 상임연구원, 장호종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회원, 송상호 사회보험노동조합 정책실장이 참석했다.

발제를 맡은 우석균 실장의 주장을 중심으로 이들의 주장을 정리하고 토론회에서 언급된 해외의 실제 사례를 제시했다.


▲담배 제조회사도 규제에 따른 이익침해를 이유로 정부를 중재제판소에 끌고 갈 수 있다. 한미 FTA 발효 시 금연정책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뉴시스

금연 정책 집행 어려워져

한국은 수입 담배에 관세 40%를 부과하고 있으며, 국내 담배와 마찬가지로 광고와 판매를 제한하고 경고 문구를 표시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한미 FTA 발효 시 15년에 걸쳐 관세를 점진적으로 철폐한다. 또 현재 시행 중인 정책 외 추가 금연 정책 도입이 어려워진다. 이는 한국 정부가 2005년 비준한 세계보건기구(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과 충돌하게 된다.

실제 캐나다 정부는 로고나 트레이드마크를 달지 않고 표준화된 포장으로 담배가 판매되도록하는 단순포장 법안을 냈으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따른 제소 위협을 받았다. 지난해 필립모리스는 담배 포장지 앞뒷면의 80%를 건강 경고로 커버하는 등의 담배 규제 정책을 편 우루과이 정부를 제소했다.

약값 35% 오를 것

한미 FTA 반대론자들이 강조하는 대표적 독소조항인 의약품 허가-특허 도입 제도는 약값을 인상시킨다. 이는 의약품에 한해 특허권자가 자신의 특허권을 주장할 경우 자동으로 특허 기간을 연장해주는 제도다. 미국에만 존재한 제도로, 미국과 FTA를 체결한 나라들에 도입됐다. 특허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신약제조회사의 가격결정력이 강해져, 이로 인한 약값 상승이 이어지는 셈이다.

그나마 지난 2007년 미국의 신통상정책(New Trade Policy for America)에서 독소조항으로 규정됨에 따라, 미국과 FTA를 맺은 페루, 콜롬비아, 파나마 등은 이 조항을 삭제했다.

약가 결정 과정에 다국적 제약회사의 개입이 허용됨에 따라 의약정책의 공공성이 약화될 것 또한 뻔하다. 정부는 (제약회사의) 원심 번복권한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이 별도의 독립적 기구는 정부의 약값결정이나 보험적용 결정과정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와 같은 기구 설립 절차는 한미 FTA가 가장 강력한 수준이다. 미·오스트레일리아 FTA는 "독립적 검토절차를 둔다"고만 규정했으나, 한미 FTA는 독립적 이의제기를 위한 '별도의 기구(independent review body)' 설립을 규정하고, 이 기구를 정부와 별도로 둘 것을 상세히 규정해 두었다.

실제 '다국적 제약회사의 무덤'이라고 불렸던 오스트레일리아는 FTA 체결 이후 공공약품정책(PBS)이 붕괴되다시피 했다. 비용대비 효과를 따져 책정하던 약가 제도가 신약 약가 책정 시에는 적용되지 않도록 FTA가 규정했고, 이로 인해 특허약품 가격이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 제약산업 기반을 위축시켰다.

한미 FTA 발효 시 정부는 국내 제약산업이 입을 피해추산액을 향후 10년간 1조 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으나 이는 지나치게 축소됐다. 특허소송기간을 9개월로 잡았고 특허소송분쟁증가율도 국내제약사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만을 근거로 잡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정부는 허가-특허 연계제도에 따른 피해규모만 추산했다. 그러나 실제 약가 적정화 방안의 무력화로 인한 약값상승까지 감안하면 피해는 더 커진다. 정부 정책목표인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 약가비중 기준으로 자체 계산 시, 한미 FTA에 따라 약값은 발효 전보다 35% 정도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

의료기기에도 적용

그간 미국이 맺은 FTA가 건강분야에 대한 규제완화를 의약품 등에만 규정한 반면, 한미 FTA는 최초로 의료기기까지 자유화 범주에 포함시켰다. 한·유럽연합(EU) FTA에서 의료기기가 협정 대상에 포함된 까닭 역시 한미 FTA 때문이다.

의료기기에 대한 정부 규제 완화는 의료비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친다. 지속적으로 의료기기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때문이다. 실례로, 난청수술에 쓰이는 인공와우관은 2000만 원이 넘는 고가의 제품이다.

최근 국내에서 각광받는 다빈치 로봇시술기기 등 첨단 의료기기가 한국에서 매우 빨리 도입됨을 감안하면, 의료기기 도입에 대한 규제 완화는 의료비 부담을 크게 늘릴 것이다.

영리병원 도입 못 막아


▲지난 4월 1일 오후 제주특별자치도청 정문에서 보건의료노조, 민주노총제주본부, 영리병원저지제주대책위가 '우근민 도정 규탄 및 제주영리병원 철회 촉구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영리병원은 대구, 부산, 인천, 광양만, 당진 서산 등 황해안, 새만금 등 6개 경제자유구역과 제주도에 설립이 가능해진다. 한미 FTA 발효 시 경제자유구역과 제주도 영리병원을 미래유보조항의 예외로 지정해 둬, 이들 지역에 대한 규제 조치는 이전으로 돌릴 수 없게 된다.

정부는 한미 FTA에서 한국의 보건의료제도는 예외라고 강조하고 있으나, 실제 중요한 의미를 지닌 영리병원 규제가 불가능해진다는 점을 고려해야만 한다.

영리병원은 비영리병원에 비해 의료비 상승 요인이 크며, 필수적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결국 의료비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정부가 충북·강원 등 3곳에 경제자유구역을 추가 지정하려한다는 점이다. 사실상 전국에 영리병원이 들어서는 셈이다.

건강보험제도 무력화

건강보험제도는 분명히 투자자-국가제소제(ISD) 대상이 된다. 정부가 보건의료제도는 예외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건강보험제도가 보건의료제도에 속하는지 다른 협정문에 속하는 지는 한국 정부가 규정하는 게 아니라 국제중재재판이 결정하는 사안이다.

실제 지난 2009년 미국의 영리병원 기업 센추리온(Centurion Health)은 캐나다 정부가 기업이익을 침해했다고 ISD를 통해 캐나다 정부를 국제중재재판에 제소한 바 있다.

캐나다 연방법은 캐나다 정부가 국민들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보편적 접근과 무상 건강보험서비스를 시행토록 규정해뒀는데, 이에 따라 캐나다 정부가 정당한 기업이익을 침해했다고 센추리온은 주장했다. 결국 캐나다 연방법과 동일한 내용의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도도 ISD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한미 FTA로 인해 민간보험 규제가 어려워지고 건강보험이 무력화된다는 게 문제다. 한국 정부는 공공적 사회서비스는 포괄적 예외라고 강조하지만 아니다. 사회보장서비스, 건강보험은 미래유보조항에 포함돼 있는 게 사실이지만, 최소기준대우와 수용·보상에 대해서는 유보조항에 포함되지 않았다.

실제 캐나다 뉴브런즈윅 의회는 2004년 4월, 보험료 인하를 위해 공적자동차 보험 도입을 주정부에 권유한 바 있다. 그러나 보험기업들의 ISD 제소 위협으로 이 제도 도입을 자체 철회했다. 공공보험의 보장성 강화가 약화된 것이다.

이에 따라 민영보험 시장이 더 팽창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도 각종 분쟁으로 논란이 끊이지 않는 민영보험의 덩치가 커지면 그만큼 공공보험의 보장성은 더 위협받는다.

유해물질 규제 어려워져

1996년 9월 미국 에틸(Ethyl)사는 연료첨가제인 망간함유 휘발유첨가제(MMT) 수입을 금지한 캐나다 정부를 NAFTA 중재기구에 제소했다. 이 중재에서 캐나다 정부가 패소해, 캐나다 정부는 MMT를 금지하지 못하게 됐다. 이로 인해 캐나다 정부는 MMT가 인체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음에도 에틸사에 1900만 달러를 배상했다.

유해물질의 인체위험에 대한 규제의 경우, 규제당국이 이 위험도를 입증해야 하나 인체실험을 하기 쉽지 않으므로 매우 어렵다. 이에 따라 국민의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될지도 모를 유해물질을 규제하기 어려워지는 셈이다.



/이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