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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22일 수요일

"강원도의료원 매각 주장 중단, 도민 여론 수렴해야"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3-05-20일자 기사 '"강원도의료원 매각 주장 중단, 도민 여론 수렴해야"'를 퍼왔습니다.
강원지역 시민사회단체들, 강원도의회에 "의료원 문제 공개 논의" 제안

강원지역 시민단체들이 '진주의료원'을 폐쇄하는 데 반대 의사를 밝히고, 강원도의회에서 강원도의료원을 매각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강원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는 20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경상남도의 진주의료원 폐쇄에 반대하며, 강원도의회에 의료원 매각 주장을 중단하고 의료원 문제를 공개적으로 논의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강원도에는 "의료원 활성화를 위한 재정 지원 대책을 적극적으로 강구"할 것을 요구했다.

연대회의는 이날 성명서에서 "지방의료원 문제가 전국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 가운데, "강원도의회가 의료원의 운영 문제를 빌미로 폐쇄와 매각을 반복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것은 "지방의료원 정책에 대한 무지와 구조적인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5월 23일 경남도의회에서 '진주의료원 폐업 조례'가 최종적으로 다뤄진다"라며, "진주의료원 폐업 조치에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히는 동시에, "강원지역 의료원에서 진주의료원과 같은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강원도에서) 의료원 문제에 대한 공개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대회의는 특히 "(의료원은) 경제성의 논리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측면이 훨씬 더 강하다"며, "(강원도의회가 공공의료서비스를 담당하는) 의료원의 역할과 구조적인 문제, 부족한 재정 지원의 문제를 외면한 채 경영 문제를 빌미로 의료원 매각을 주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강원도의회에 "현재의 의료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 주민과 의료원 이용자, 내부 구성원의 목소리가 중요하게 담겨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앞으로 공개토론을 실시하는 것과 함께 "강원도의회는 지금이라도 현장에서 발로 뛰며, 의료원 활성화 방안을 강구할 것"을 주문했다.

연대회의는 또 이날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강원도의회 김성근 도의원의 직계 가족이 지역의 한 병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장례식장의 사업자로 등록되어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지방자치법 70조 '의원은 직계존비속 또는 형제자매와 직접 이해관계가 있는 안건에 관하여는 그 의사에 참여할 수 없다'는 조항을 들어 제보의 사실 여부에 대해 해명을 요구했다.

이에 김성근 의원은 "형님이 사업자로 있는 건 맞다"고 답변하고, "그런데 형님이 장례식장을 임대해서 사업을 하는데 그게 나와 무슨 관계가 있느냐"며, "(연대회의의 요구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자신은) 의료원이 수년간에 걸쳐 혈세를 낭비해 온 비리 의혹을 제기했다. 잘못된 걸 개선하자는 데 그게 왜 잘못이냐"고 반박했다.


성낙선(solpurn)

2013년 3월 24일 일요일

"최문순 지사는 석고대죄해야"..."도민 열망에 찬물"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3-03-22일자 기사 '"최문순 지사는 석고대죄해야"..."도민 열망에 찬물"'을 퍼왔습니다.
동해안 경제자유구역 '투자유치 양해각서' 체결 실적 조작 논란

강원도가 지난해 '동해안 경제자유구역'을 지정받기 위해, 사전에 국내외 기업들과 투자유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과정에서 일부 양해각서 체결 내용을 조작했다는 보도가 나온 후, 도내 정치권에 책임 공방이 오가고 있다.

KBS는 지난 19일, 강원도가 일본, 중국, 미국 등 외국 기업들과 체결한 것으로 발표한 양해각서가 "상당수 조작된 사실이 확인됐다"며, "강원도지사가 직접 일본까지 건너가 양해각서를 체결한 기업도 투자 계획이 전혀 없었다"고 보도했다.

강원도는 지난해 6월 "최문순 도지사가 경제자유구역 지정의 당위성을 높이기 위해 외자 유치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일본의 4개 기업과 1억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유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그 내용은 일부 KBS 보도 내용과 달랐다.

이에 조영기 도의원(강원도의회 새누리당 원내대표)을 비롯한 강원도 도의회 새누리당 도의원들은 21일 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해각서의 상당수가 조작됐다는 언론보도에 새누리당 도민과 함께 경악과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개탄했다.

새누리당 도의원들은 이날 "보도에 따르면, 강원도는 연예업체를 부동산업체로 둔갑시키고, 투자 능력이 없는 업체의 매출을 엄청나게 부풀리는 등 상상할 수 없는 조작으로 도민들을 우롱했다"고 비난하고, 최문순 도지사에게 "석고대죄"를 요구했다.

"일본 기업 등과 양해각서, 투자 수요 가늠 위한 것"

새누리당 도의원들이 기자회견을 자청해 최문순 도지사를 공격하고 나서자, 민주통합당 강원도당은 22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새누리당 도의원들이 KBS 보도를 계기로 대형 호재라도 만난 듯 성명을 발표하여 호들갑을 떨고 있다"고 응수했다.

민주당은 "동해안 경제자유구역은 강원도민의 숙원사업으로 김진선 도지사 시절인 2007년부터 총력을 기울였으나 유치하지 못하다가 최문순 도지사 당선 이후 비로소 결실을 본 사업"이라며, "강원도민들의 열망에 찬물을 끼얹은 행위는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또 "새누리당 도의원들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리당략적으로 최문순 지사의 성과를 흠집"내고 있다고 지적하고, "강원도 발전에 여야가 따로 없다. (경제자유구역 내) 기업유치를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을 제안했다.

한편, 강원도는 양해각서 내용이 상당수 조작됐다는 보도와 관련해 "양해각서는 법적 의무가 없는, 투자 의향을 밝힌 것일 뿐"이라며, "일본 기업 등과의 양해각서는 기업의 투자 수요를 가늠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리고 "일부 일본 기업이 투자 계획을 밝히지 않은 것은 일본 기업의 특성 때문으로 파악된다"고 말하고, 양해각서 체결 내용이 다른 것은 "2007년부터 계속돼온 경제자유구역 지정이 지연되면서, 그 사이 일부 기업에서 업종 전환과 휴폐업"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지식경제부는 지난 2월 4일, 강릉시와 동해시 일원 4개 지구(8.25㎢)를 동해안 경제자유구역으로 공식 지정했다. 그 발표가 있은 이후, 강원도는 도내 전역에 환영 현수막을 내거는 등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강원도는 이후 "동해안 경제자유구역 개발이 완료되면, 최소한 35억 달러에 달하는 외국인 직접투자가 이뤄지는 등 경제적 파급 효과가 약 20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발표하고, 오는 5월 '경제자유구역청'을 개청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성낙선(solpurn)

2012년 11월 23일 금요일

"생업 대부분 파산, 이혼에 야반도주까지... 박정희-전두환-노태우 때도 이러지 않았다"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11-23일자 기사 '"생업 대부분 파산, 이혼에 야반도주까지... 박정희-전두환-노태우 때도 이러지 않았다"'를 퍼왔습니다.
[접경지를 가다 ⑨] '강원평화특별자치도' 제안한 최문순 강원도지사

천안함 침몰, 연평도 포격 사건, 금강산 관광 중단, 대북단체 '삐라' 살포와 북한의 조준타격 논란 등. 이명박 정부 내내 남북 관계는 차가웠고 사건 사고는 끊이지 않았습니다. 북한과 맞닿아 있는 접경 지역은 곧바로 피해를 입었습니다. 대선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지금, 는 접경지를 찾아가 주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습니다. [편집자말] 

▲ 강원평화특별자치도 구상 ⓒ 고정미

"실향민 A씨는 내일 강원도 고성에서 북쪽에 두고 온 가족을 만난다. 남북이산가족 상봉 행사처럼 복잡한 절차는 없다. 비자도 필요없다. 북쪽 농산물이나, 공산품도 살 수 있다. 북한 음식점에서 밥을 먹은 뒤 공연도 본다. 휴전선으로 남북이 갈린 고성군이 남북일제(南北一制 : 남북한이 한 제도)로 운영되면서 이 곳은 이산가족 상봉장이자, 남북 공동시장으로 탈바꿈했다. 

금강산 길도 열렸다. 속초-금강-원산간 뱃길로 금강산과 설악산을 잇는 관광 상품이 인기다. 북한 온정리와 속초 간에도 철도가 연결돼 1시간 안에 양쪽을 왕래한다. A씨는 이참에 금강산과 설악산을 여행하며 헤어졌던 가족들과 한반도의 명산을 한바퀴 둘러볼 생각이다.    

북측 이산가족 B씨의 아들은 6.25 때 치열한 전투를 벌인 철원 백마고지로 출퇴근을 한다. 100만평 규모의 평화 산업단지가 들어섰기 때문이다. B씨의 아들처럼 매일 아침 1만2000여 명의 북측 노동자가 IT, 섬유가공, 가구, 전자제품 공단으로 출근한다. 북측 평강시에서 불과 30분 거리다. 요즘은 차량 행렬이 북새통을 이뤄 출퇴근 시간이 더 걸린다.   

강릉시 옥계에는 '평화 제철소'가 생겼다. 7000조 원 가치를 가졌다는 북한 지하 자원 가공장이다. 그 중 마그네슘은 으뜸이다. 철보다 3배 가볍고, 강한 마그네슘은 친환경 자동차 등의 주요 부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놀랍게도 전세계 마그네슘 매장량의 50%가 북쪽에 있다."
 

남북한-미국 여자축구 대결이 하이난섬에서?

위 내용은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최근 발표한 '강원평화특별자치도' 구상을 가상으로 엮은 것이다. 사실 꿈같은 일이다. 그런데 그는 한발짝 더 나아갔다. 대선 후보들에게 강원평화특별자치도 구상을 검토한 뒤에 공약으로 채택해 달라고 제안했다.

이명박 정권 들어 서해 NLL 지역은 화약고로 변했고, 박왕자씨 피격 사건 이후 4년 동안 금강산 관광길도 막혔다. 이런 상황에서 최 지사의 구상이 국민들에게 현실 가능한 이야기로 들릴지는 의문이다.   

지난 13일 강원도청 접견실에서 만난 최문순 지사. 그는 인터뷰 시작하자마자 '뉴스'를 주려고 전화기를 붙잡았다. 본의 아니게 최 지사의 통화 내용을 잠시 엿들었다.  

"아... 그래요? 남한과 북한, 그리고 미국 여자축구단이 중국 하이난 섬에서 경기를 치르는 건은 어떻게 됐어요? 독일에서 치르는 경기도 이야기 했나요?"

"금강산관광 재개 건은 그쪽에서 어떻게 됐죠? (중략) 아... 예... 수고하셨네요. 그럼 다시 이야기를 합시다."

▲ 최문순 강원도지사 ⓒ 성낙선

10여 분간 꼼꼼하게 연필로 메모를 하던 최 지사는 전화기를 끊고 환하게 웃었다. 그날 중국에서 남북한 국장급 대화 일정을 마치고 입국한 실무자가 전해준 '따끈따끈한 소식'을 기자에게 알려 주었다. 

"아마도 이명박 정권 들어서 국장급 대화는 처음이다. 어제 강원도청 실무자가 중국에서 북쪽 관계자를 만났다. 남한과 미국, 북한 여자축구팀이 모여 하이난섬에서 경기하자고 제안했다. 그쪽에서도 북한 당국에게 보고해야 하는데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독일과 남북한 3자 축구 대결도 논의했다. 

동계올림픽 때 남북 단일팀을 만들려고 하는데, 이에 앞서 내년 1월에 '드림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동계 종목 경기장이 없는 세계 각국 청소년을 초청해 훈련을 시키는데, 그때 북한팀도 초청한다. 통일부도 허락했다. 동계올림픽 단일팀으로 가기 위한 첫 단계인데 강원평화자치도 구상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강원도 행정 수장이 남북 교류에 골몰한 이유

그런데 왜 강원도의 행정을 총괄하고 있는 최 도지사가 남북한 교류에 골몰하고 있는 것일까? 그는 우선 "DMZ 155마일 중 3분2가 강원도 5개군(철원, 화천, 인제, 양구, 고성)에 걸쳐 있다"면서 "국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만 남북 관계는 이 지역에서 가장 민감한 현안 이슈"라고 말했다.  

"현 정부 들어 서해 NLL은 화약고다. 꽃게 어장 때문이다. 동해쪽 NLL 지역은 워낙 광범위한 곳에 어장이 퍼져 있어 북측과 충돌은 거의 없다. 그런데 피해는 우리가 더 본다. 서쪽에 포탄이 떨어지면 동쪽은 초비상 상태다. 군인들이 휴가를 안 나온다. 부모들이 면회를 오지 않는다. 접경지 경제가 엄청 큰 타격을 받는다."
 

- 접경지 주민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대체로 농업에 종사하는데, 군사시설 보호구역, 환경보호구역 등 3중 4중의 규제를 받는다. 이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악화돼 젊은 사람들이 다 빠져 나갔다. 노령화가 심각하다. 안보에 지장을 줄 정도다. 화천과 양구에는 민간인들보다 군인이 많다. 남북관계가 왜곡되면 지역경제가 안 돌아간다."

- 금강산 길도 4년 동안 막혀 있다. 고성 지역의 경제적 피해 규모는?"빈사 직전이다. 인구는 2001년보다 4700여 명이 감소한 3만여 명이다. 관광객은 2007년보다 143만 명이 줄었다. 관광이 중단된 2008년 지역 내 총생산은 전년보다 270억 원 감소했다. 경제적 피해를 넘어 사회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금강산 길이 열렸을 때 주민들은 빚을 내서 건어물상, 식당, 횟집을 차렸다. 그런데 대부분 파산해서 야반도주하는 집들도 있다. 이혼 등의 이유로 조손가정 아이들이 200여 명이다."

- 접경지에는 지뢰 피해자도 많다. "우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233명 정도다. 그런데 군인 피해자는 빠져 있다. 많은 피해자들이 지원을 받지 못해 절망적인 삶을 살다가 자살하거나, 타 지역으로 떠돌고 있다. 전쟁 때 기총소사로 총상을 입은 분들도 부지기수일 텐데, 그들에게 국가는 피해구제를 하지 않았다. 지뢰피해 법안을 국회에 14번 제출했는데 통과하지 못했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우리가 조사하고 적십자사와 민간기업 등의 도움을 받아서 신고 접수한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재수술과 재활 치료를 하고 있다. 접경지 주민들에게 '평화'는 구호가 아니라 삶의 문제이다." 

▲ 최문순 강원도지사 ⓒ 성낙선

한국 경제 위기를 넘어설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최 지사는 최근 'G7으로 진입하는 유일한 길'이라는 제목의 강연을 다닌다고 했다. 그가 남북 간의 경제협력 모델을 제안한 근본적인 이유는 지역 경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경제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골드만삭스 보고서를 즐겨 인용한다는 그의 강연 내용을 잠깐 이야기해 달라고 했더니 5분여 동안 준비된 발언을 속사포처럼 쏟아냈다.   

"자본주의가 보편화되면서 인구가 많은 국가들이 빠른 속도로 성장한다. 기술이 보편화되면서 인구와 시장이 가장 큰 무기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인구를 늘리는 방법은 이민을 받든가 해외 교민들을 조직화하든가, 아니면 출산률 늘리는 것이다. 그렇게 해도 G20을 유지하기 힘들다. 단시간에 인구 유입 효과를 내려면 남북한이 통일해야 한다. 

보수적이라는 골드만삭스 글로벌리포트 188호의 결론은 남북한이 평화를 유지하면 G7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젊고 유능한 노동력과 7000조 원이 넘는 북한의 자원, 그리고 새롭게 자본주의로 진입하는 국가의 역동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란다. 통일 한국은 일본과 독일, 프랑스를 경제적으로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대선 후보들이 남한의 경제민주화를 이야기 하는데 일부 해결 방안은 될 수 있겠지만,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남북경제공동체 방안이 유일한 해법이다. 참고로 골드만삭스 보고서가 내린 또하나의 결론은 동서독 방식이 아니라 홍콩 방식으로 점진적으로 통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강원도가 앞장서겠다는 것이다."

- 남북관계가 단절된 상황에서 최 지사의 제안은 비현실적으로 들린다. 그래도 이번에 제안한 6~7개 남북 관련 정책 공약 중 정치적 결단만으로 우선 실현 가능한 건 무엇인가.  "철원의 평화 산단이다. 땅과 물이 있기 때문에 산업공단으로 좋은 조건을 갖췄다. 강원도는 지금 부지를 확보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토론회도 세 번 했다. 상세한 사업 내용을 만들려고 용역을 줬다. 해외 무역협회에서 북한 쪽에 간접적으로 의사를 타진했는데 반응이 너무 좋다. 특히 북쪽에서 우리 쪽으로 출퇴근하는 것이기에 정치에 휘둘릴 우려도 줄고, 개성공단처럼 삼통(통행, 통신, 통관)에 문제가 없다. 원산지 표시 제약도 없다." 

- 강원평화특별자치도 구상을 간략하게 설명해 달라. "광범위한 자치권을 부여하는 특별자치도다. 2005년 처음으로 제주도가 특별자치도로 지정했다. 제주도가 잘 운영되면 확대한다는 원칙을 세웠는데 다음 순서는 강원도가 되길 희망한다. 우리는 특별히 평화를 강조하는 자치도다.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 민간을 포함한 전국의 모든 관계가 다 서버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를 위해 강원평화특별자치도 설치를 위한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 남북통일을 대비한 특별구이자 훈련장이다." 

중국 쌍끌이 어선 100여 척이 오징어, 명태 싹쓸이

- 이번에 발표한 구상에는 동해안 공동어로구역 설정도 있다. 인천에서도 NLL 지역의 긴장완화를 위해 비슷한 구상을 추진하고 있는데. "동쪽 NLL 북쪽 지역에는 100여 척의 중국 쌍끌이 어선이 와 있다. 어선도 별로 없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북한은 엄청난 수자원 어업권을 중국에 팔았다. 이걸 빨리 회수하고 남북한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해야 한다. 남측은 어선과 장비를 제공하고 북측은 선원을 제공하면 된다. 동해의 특산물인 오징어, 명태는 회귀성 어류다. 그런데 중국 어선들이 치어조차 싹쓸이하고 있다. 올 봄에도 남측 오징어 수확량이 많이 줄어서 고생을 했다."

▲ 최문순 강원도지사 ⓒ 성낙선

- 특별법을 제정하려면 정치권 협조가 필요하다. 그런데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이 참패해서 강원지역 지역구 의원 9명이 전원 새누리당 의원이다. 특히 새누리당 강원도당 한기호 위원장은 최 지사가 최근 발표한 대선공약 핵심 정책과제를 현실성이 없다며 비판했다.  "이와 관련한 세 번의 토론회가 열렸다. 한기호 의원이 모두 참석했다. 지금은 허황하게 들릴지는 몰라도 적극적인 공조를 이끌어낼 것이다. 그렇게 해야 한다. 너무 늦어지고 있다. 북한의 자본이 중국으로 빨려가고 있다. 북한 경제의 90%가 중국에 예속됐다. 이 상황을 빨리 타개해야 강원도의 미래가 보이고 국가 경제가 활력을 찾는다."

- 남북관계에 대한 정권 의지도 중요하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남북관계가 계속 꼬였다는 지적이 많은데."대북정책이라는 게 있었나?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정권 때에도 그랬고 하물며 전쟁을 할 때도 서로 대화 채널은 있었다. 이명박 정부처럼 남북관계가 완전히 단절되기도 힘들다. 정책이 없었기에 점수를 매길 수도 없다. 굳이 학점을 주자면 F다."

- 오는 대선을 앞두고 정책 구상을 발표했는데, 최 지사의 제안에 화답한 후보가 있나."유력 대선 후보 세 명이 최근 내놓은 남북관계 발언은 긍정적이다. 어느 정부가 들어서도 강원평화특별자치도 구상은 추진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어쨌든 이번 제안에 문재인 민주당 후보만 화답했다. 남북평화자치도를 하겠다고 명확하게 답변했다. 안철수 후보 쪽에서는 반응이 없는데 아마도 그쪽에서 볼 때 급진적 제안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남북협력 연락사무소 설치하겠다는 박근혜 후보 쪽에서도 연락이 없다."

미국 사람들이 아리랑 부르며 울었는데...

우리나라 유일의 분단도이자 분단군(고성군)이 있는 강원도. 최문순 도지사는 '접경지를 가다' 특별 기획으로 마련한 이날 인터뷰를 아래의 말로 마무리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틀 전에 평양에서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공연을 했다. MBC 주선으로 평양에서 열린 공연에서 미국 국기를 게양했다. 미국 국가가 울려 퍼지고, 또 북한 국가가 MBC를 통해 전 세계에 중계됐다. 그때 아리랑을 연주했다. 북한 사람도 울고, 남한 사람도 울었다. 전쟁 당사자였던 미국 사람도 울었다. 그때 당시 '이제는 (남북관계가) 후퇴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정권 들어서 엄청나게 후퇴했다. 앞으로 새 정부가 들어서면 우리나라 경제를 지탱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인 남북 간 평화공존을 실천해야 한다. 여기에 진보와 보수가 다를 수 없다."
 

"엽기적인 MBC, 납득이 안 돼!"[현안 질문] 최 지사 "알펜시아, 골프장 문제가 가장 풀기 힘들다"  이날 최 지사와의 인터뷰는 '접경지 해법'에 집중했다. 그런데 강원도 골프장 문제 등 최 도지사의 행보를 둘러싼 궁금증도 많았다. 마무리할 즈음에 간략하게 쟁점 질문을 던졌다. 

- MBC 김재철 사장이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다. 전 사장으로서 현 사태에 대해 곤혹스러울 텐데. "하도 비상식적이고 엽기적인 일이어서 말문이 막힌다. 어떻게 우리 친정이 저렇게 망가졌는지.... 요즘 코미디 프로에서 등장하는 말처럼 진짜 납득이 안 된다." 

- 1년 반 임기동안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평생 앉은뱅이로 살아야 하는 지뢰피해자들, 팔 한쪽이 없이 살아야 하는 분들... 지뢰피해자 중 많은 사람들이 자살하거나 알코올중독자로 살고 있다. 부인은 가출하고 딸 두 명이 자살한 사례도 있다.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분을 위해 적십자사와 대기업의 협조를 받아 새로운 삶을 살게 해준 것이 보람이다."

- 가장 힘들었던 일은 역시 강원도 재정을 위협하는 알펜시아리조트 문제와 환경단체 등에서 제기하는 골프장 문제인가?"맞다. 대부분 과거에 잘못이 저질러진 일들이다. 알펜시아의 경우 어떻게 해결될지 앞이 보이지 않는다. 골프장 역시 제 임기 중에 허가한 건 한 건도 없다."

- 환경단체들은 골프장 허가를 취소한 다른 지자체의 사례를 들며 최 지사의 의지를 의심하는 데."땅이 다 파헤쳐졌다. 원상 복구하기 힘들다. 인허가 절차가 다 끝난 것을 다시 되돌려서 취소하기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강원도는 그동안 2개의 허가 취소 소송을 걸었다. 그런데 패소했다. 시장, 군수가 인허가한 사항을 뒤늦게 취소해야 하는데 만만치 않다. 일부 사람들은 최문순 체제의 강원도가 골프장을 허가했다고 이야기하는데 그건 오해다."

- 최문순 지사가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에 동의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설악산은 등산객이 많아서 산림이 훼손됐다. 등산로를 정비해야 하는데 양양시는 예산이 많지 않다. 이 와중에 환경부가 환경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시범사업 신청을 받았고 양양시가 거기에 응모해서 선정됐다. 환경부가 주도하는 사업이다. 일반 케이블카 사업이 아니라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는 작은 케이블카 사업이다. 알프스와 일본, 캐나다, 미국 등에서도 양양시에서 제안한 방식의 케이블카를 운영한다." 

- 강원도지사 선거 치를 때는 접경지에서 '최문순 표'가 많이 나왔다. 그런데 지난 총선에서 이 지역 국회의원은 모두 새누리당으로 바뀌었다. 일부에서는 '최 지사 책임론'을 이야기한다. "그럴 수 있다. 사실 최문순이 사고를 안 치고 가만히 있으면 이긴다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선거 3~4일전부터 뒤집혔다. 보름 전까지도 많게는 민주당이 7석을 차지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왔다. 그런데 이 지역 정서는 기본적으로 보수적이어서 '김용민 논란'이 너무 크게 작용한 것이 아닌가하는 분석이다. 물론 우리가 오만했고 공천도 신선하지 못했다."

- '반쪽 자치'라는 말이 있다. 1년 반의 임기동안 느낀 소회를 간단히 말해 달라."지방이라는 말은 중앙과 지방을 나누는 말이다. 지역을 하대하는 의미다. 권력을 나눠 달라는 의미의 '분권'이라는 말도 가급적 쓰지 않는다. 우리는 지역이라고 쓴다. 우리는 지역 주권이라고 쓴다. '강원지방경찰청'이 아니라 강원경찰청이다. 이런식의 용어 사용을 전부 조사해서 행안부에 건의할 예정이다. 지역의 명칭과 의미, 내용과 철학을 정립하려고 한다. 지역 주권의 첫 걸음은 강원평화특별자치도를 실현하는 것이기도 하다."

성낙선(solpurn)
김병기(minifat)
고정미(yeandu)

2012년 8월 24일 금요일


이글은 모마이뉴스 2012-08-24일자 기사 '최문순 지사님, 왜 골프장 허가취소 약속 안 지키십니까'를 퍼왔습니다.
해당 마을 주민들 도청 앞에서 280일 넘게 농성... 후보 시절 발언 잊었나

▲ 과연 여기가 설악산 맞아요? 동네 시장 골목도 이처럼 붐비진 않겠군요. 여기에 케이블카까지 설치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 박그림

여기는 도떼기시장이 아닙니다. 위 사진은 일출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든 설악산 대청봉입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밀려드는지, 잠시 멈춰 쉬고 싶어도 인파에 떠밀려 그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설악산 입구뿐 아니라 설악산 대청봉 정상 역시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명산 설악산인지, 아니면 동네 시장인지 분간이 어렵습니다.

지난 6월 26일 환경부는 한려해상국립공원을 제외한 설악산·지리산·월출산 등 지방자치단체들이 낸 국립공원 안 케이블카 사업 신청을 모두 부결했습니다. 국립공원 케이블카 사업 을 부결한 이유는 이렇습니다. 보호 가치가 높은 식생의 훼손이 우려되고, 경제성이 불확실할 뿐만 아니라 기술성 검토가 부족하다는 점 등입니다.

강원도지사의 전쟁 선포, 실망입니다 

▲ 몰려드는 사람들로 몸살을 앓고 있는 설악산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케이블카까지 설치한다면 설악산의 황폐함은 불보듯 뻔한 일이겠지요. 국립공원 케이블카 취소는 환경부의 현명한 결정이었습니다. ⓒ 박그림

환경부의 국립공원 케이블카 취소 결정은 이명박 정부 아래서 환경부가 잘한 유일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칭찬받을 환경부의 설악산 케이블카 취소에 대해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전쟁을 선포하고 나섰습니다. 지난 7월 3일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과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 동해안권 경제자유구역 등 강원도 3대 현안이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이유로 차질이 빚고 있다며 최 도지사가 이명박 정부와 전쟁을 불사하겠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동서고속화철도나 경제자유구역 등은 강원도정을 책임진 도지사로서 그럴 수도 있겠다 이해됩니다. 그러나 설악산의 심각한 훼손을 초래하는 케이블카 사업 취소까지 전쟁 선포에 포함시키다니 최문순 도지사의 안목이 놀랍기만 합니다.

그동안 국립공원 케이블카 사업을 막아내기 위해 많은 사람이 고생했습니다. 눈보라 치는 설악산 정상에서, 지리산에서, 서울 광화문에서 갖가지 퍼포먼스를 하며 눈물겨운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힘들게 지켜낸 설악산인데, 사업을 진행하겠다며 전쟁을 하겠다니요.

▲ 겨울 설악산 대청봉에서 케이블카 설치를 반대하는 사람의 몸부림이 있습니다. 설악산을 비롯해 국립공원의 케이블카 설치를 막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고생했습니다. 그런데 최문순 도지사는 케이블카 사업이 취소되었다고 가카와 전쟁을 선포하셨습니다. ⓒ 박그림

최문순 도지사가 목숨 걸고 전쟁을 치러야 하는 곳은 따로 있습니다. 청정 강원도를 파괴하는 골프장이지요. 현재 강원도는 50개의 골프장이 운영 중입니다. 건설 중인 21개와 건설이 예정된 13개의 골프장을 합한다면 조만간 강원도는 총 84개의 골프장이 있는 골프도가 될 것입니다. 

모두 합해 1544홀 규모인 84개 골프장은 총면적 8435만 6058㎡로 여의도 면적의 약 32배에 이릅니다. 축구장보다 무려 1만 1815배나 큰 면적입니다. 이제 청정 강원도란 말은 사라질 위기에 놓인 것입니다. 이로 인해 강릉·원주·홍천 지역 10여 개 마을이 5년에서 많게는 8년 동안 '주민피해 해소와 불·탈법 인허가 과정 재검증 요구'를 외치며 싸우고 있습니다.

시커먼 움막에서의 285일

지난 14일 강원도청을 방문하였습니다. 강원도청 마당 한가운데 시커먼 움막이 있었습니다. 빛바랜 현수막 글씨가 움막이 오랜 시간 이곳에 있었음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현수막에 붙어 있는 285일이라는 선명한 숫자도 이를 말해줍니다. 

▲ 강원도청 앞 마당의 움막과 빛바랜 현수막 글씨가 오랜 시간 주민들의 고통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 최병성

285일, 사람들은 얼음이 꽁꽁 얼던 지난 추운 겨울부터 이 움막에서 지냈습니다. 천막 안을 보려다가 입구에 놓인 알루미늄 기둥에 팔이 스쳤습니다. 저도 모르게 깜짝 놀랐습니다. 화상을 입을 듯 뜨거웠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무더운 날씨에 천막 안에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삶의 터전과 강원도 산하를 지키기 위한 염원으로 죽기를 각오한 어르신들이었습니다. 

강원도청 입구에는 런던 올림픽 메달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가득했습니다. 그런데 그 현수막 아래 285일이 넘도록 피눈물 흘리며 고생하는 주민들의 시커먼 움막이 오버랩됐습니다. 올림픽 환호성 속에 힘없는 사람들의 눈물은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것이지요.

골프장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왜 강원도청 한마당에 움막을 만들어 놓았을까요. 체육시설인 골프장은 관할 지자체장이 허가권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민들은 강원도 전체 골프장의 최종적인 허가권을 쥐고 있는 최문순 도지사를 찾아 온 것입니다. 

▲ 올림픽 금메달을 축하하는 현수막 아래 골프장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움막이 있습니다. 금메달의 환호성에 가려 주민들의 눈물은 보이지 않는 걸까요? ⓒ 최병성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던진 최문순 도지사 

시커먼 움막에 '최문순 도지사는 약속을 지키라'는 구호가 적힌 피켓들이 걸려있습니다. 지난 2011년 4월 치러진 강원도지사 보궐 선거에서 민주당의 최문순 후보가 주민들을 만나 골프장의 허가 절차 및 환경 평가 등이 잘못되었다며 자신이 도지사가 된다면 불법이 확인된 골프장의 허가를 취소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 2011년 4월 24일 강원도지사 보궐 선거를 앞두고 당시 최문순 후보는 골프장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과 만나 불법이 확인된 골프장 건설 취소를 약속했습니다. ⓒ 강원도골프장반대주민대책위원회

당시 불법으로 공사가 진행 중인 골프장에 대한 최문순 후보의 반대 입장은 명확하고 단호했습니다. 최문순 도지사의 후보시절 약속은 정확히 이랬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최문순입니다. 저는 MBC에서 기자생활을 오래 했습니다. 그리고 노동조합 활동도 오래했고요. 골프장 현황과 불법이 어떻게 저질러지고 있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도지사가 되면 7개 마을에 제가 직접 가보겠습니다... 이광재 지사가 147일간 근무하는 동안 사실 거의 일을 하지 못했습니다. 재판에 끌려 다니고 사회적 갈등이 큰 문제에 대해 주도적으로 자신의 소신을 천명하는 위치가 되지 못했어요. 법적으로 취약했어요. 제가 대신 사과드리고, 제가 도지사가 되면 그 문제를 분명하게 하겠다고 약속합니다. 

제가 살아온 길이 있습니다. 노동조합을 할 때 제 입으로 했던 얘기를 MBC사장이 돼서 그대로 했습니다. 믿어 주시기를 부탁드리고... 제가 도지사가 돼서 제가 잘못하면 도청으로 쳐들어오십시오. 도지사실을 점거하시기 바랍니다. 제가 보장하겠습니다. 약속을 지키지 않을 때는 그렇게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최문순 도지사가 지난 2011년 4월 28일 강원도지사에 취임했으니 벌써 1년하고도 6개월이 넘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러나 불법적인 골프장 허가를 취소하겠다던 약속은 아직도 약속으로 남아있고, 주민들은 한겨울의 눈보라와 뜨겁게 내리쬐는 한여름의 태양을 견디며 여전히 움막에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최문순 도지사는 이광재 전 도지사가 147일의 임기 동안 불법적인 골프장에 허가를 취소하지 못한 이유는 재판에 끌려 다니느라 자신의 소신을 펼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최 도지사는 지금까지 약  540일에 이르는 18개월 동안 왜 골프장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일까요? 

그 오랜 기간 골프장 하나 해결하지 못할 만큼 최문순 도지사님의 위상이 허약한 것일까요. 최 도지사는 자신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도지사실을 점거하라며 전화번호도 주민들에게 공개했습니다.

그런데 최도지사는 지난 3월 5일, 노숙 농성장을 자진 철거 않으면 강제 철거할 계획이며 불법행위는 고발 조치하겠다며 담화문까지 발표하였습니다. 그리고 주민들과 시민단체가 도청에서 기자회견했다는 이유 등으로 7명을 고발했습니다. 며칠 전 그들은 재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 최문순 강원도시자는 자신이 골프장 건설 취소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도지사실로 처들어 오라고 약속해 놓더니, 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다고 고발을 했습니다. ⓒ 최병성

최문순보다 골프장 문제점 잘 아는 사람은 없다

최문순 도지사는 그저 말로만 골프장 반대를 약속한 게 아니었습니다. 불법적으로 건설된 골프장 허가를 취소하겠다며 골프장 건설 정책 질의에 대한 답변서에 8가지 약속을 하였습니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골프장 개발로 식수와 농업용수의 고갈, 농약과 비료로 인한 하천과 지하수 오염, 유기농 농사 피해, 수해 피해 등 심각한 주민 피해가 있다. 사전환경성검토서 작성에서 멸종위기의 식물, 동물 종의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관할 행정청의 유착 의혹까지 일고 있다. 골프장 건설로 창출되는 지역주민 일자리는 단순 일용직에 불과하며 세입의 증대도 크지 않고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 반면 생태계 파괴, 지하수 오염 및 지역주민이 갈등 등 이익보다 손해가 크다. 최근 많은 골프장의 거품이 빠지면서 문을 닫는 골프장들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국정감사와 언론보도 등을 통해 골프장 개발의 적법성도 상당부분 결여되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에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취소에 대하여 결정하겠다. "

▲ 아직도 '최문순'이라는 도장이 선명하게 남아있는데, 약속 이행은 왜 이리 오래 걸릴까요. ⓒ 최문순의 골프장 허가취소 약속문서

이처럼 최문순 도지사는 그 누구보다 골프장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었고, 불법으로 공사 중인 골프장에 대해 허가 취소까지 검토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심지어 최 도지사는 이 문서에서 김문수경기도지사의 경우 2008년 골프장 허가를 취소한 사례가 있다며, 자신도 김문수 도지사처럼 불법적인 골프장 공사에 대해 허가 취소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최문순 도지사님 "강원도는 골프장의 확대보다 청정지역으로서 관리를 통한 지속가능한 발전전략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특히 강원도는 미래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첫 순위로 자연환경을 꼽고 있습니다. 주민 동의없이 무분별한, 무원칙한 개발로 청정 강원도의 모습을 훼손하는 것에 대해 반대합니다. 개발수익은 지금의 수익이지만, 청정 강원도는 잠시 우리 세대가 맡고 있는 것입니다"라고 했던 말을 기억하십니까? 

그런데 지금 왜 그러고 계십니까? 

▲ 강원도 골프장 환경 조사에서 빠진 하늘다람쥐입니다. 하늘다람쥐, 가막딱따구리, 수달 등의 천연기념물은 없는 것으로 허위조사됐습니다. ⓒ 강원도골프장반대주민대책위원회

골프장, 우리 모두의 문제입니다

이제 골프가 대중운동이 된 만큼 골프장 허가가 필요하다고요? 아니요. 대한민국은 이미 골프 공화국이라 할 만큼 골프장 공급이 과잉 상태입니다. 일본의 경우, 경기침체로 골프장이 헐값에 매물로 나와도 사는 이가 없다는 뉴스가 나오는데 곧 이것은 우리의 현실이 될 것입니다. 

2008년 23억 원에 이르던 남부CC의 회원권이 최근9억5천만 원으로, 13~4억 원에 이르던 레이크사이드와 화산CC 역시 1/3 수준인 4억 원 미만으로 폭락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는 대한민국 골프장에 닥칠 재앙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 최문순 도지사님, 여기 당신이 허가를 취소하겠다고 약속했던 골프장 공사 현장이 있습니다. 믿어 달라던 당신의 약속은 어디로 갔습니까? ⓒ 강원도골프장반대주민대책위원회

숲은 홍수와 가뭄을 막아줍니다. 그러나 숲을 파괴하고 건설하는 골프장은 홍수를 일으키고 가뭄에 부족한 물을 해결해 주지 못합니다. 골프장 잔디는 홍수 조절능력이 전혀 없습니다. 그래서 골프장의 잔디 밑에는 배수로가 있고, 곳곳에 물을 저장하는 저류지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 골프장 잔디는 홍수를 일으키는 주범이기도 합니다. 홍수 조절 능력이 없는 골프장 잔디 밑에는 이처럼 배수로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면 이 배수로를 따라 모인 물은 어디로 갈까요? ⓒ 최병성

지난해 여름 충청도의 모 골프장 저류지가 붕괴되어 골프장 아래 마을로 물이 덮쳤습니다. 갑자기 밀어닥친 물때문에 집들은 구들장만 남았고, 그곳에서 잠자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급류에 실종돼 시신조차 찾지 못했습니다.

100년 만의 가뭄이라던 지난 6월, 절실하게 물이 필요한 농가를 외면하고 농어촌공사가 해남 파인비치골프장에 물 판매계약을 체결해 논란을 빚은 적이 있습니다. 골프장의 잔디는 물을 주지 않으면 죽기 때문에 가뭄에 물 부족을 부채질하는 재앙입니다.

▲ 골프장 저류지가 붕괴되어 물이 마을을 덮쳤습니다. 골프장은 홍수를 초래하는 주범이기도 합니다. ⓒ 최병성

골프장의 가장 큰 문제는 과도한 농약 사용으로 인한 수질오염과 지하수오염입니다. 골프장잔디를 가꾸기 위해서는 농약 살포가 필수 조건입니다. 그런데 골프장에 사용되는 농약의 종류와 기준이 지금까지도 전혀 없다는 사실이 환경부 국정감사 자료에 분명하게 나와 있습니다. 골프장에서 흘러나온 농약은 하천을 오염시키고 우리가 먹는 식수를 더럽히는 주범입니다. 그러기에 골프장 문제는 곧 우리 모두의 문제인 것입니다. 

▲ 골프장 농약 사용 기준이 전혀 없다는 환경부 국정감사 답변서입니다. 수백 곳에 이르는 골프장에 농약이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용 기준조차 없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그런데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골프장을 지어야 하는 것일까요. 골프장 농약은 당신의 식수를 오염시킵니다. ⓒ 환경부 국정감사 자료

약속 안 지키는 최문순 도지사, 민주당도 책임져야

이제 강원도 골프장에 대해 통합민주당이 입장을 밝혀야 할 때입니다. 주민들의 표만 얻은 후, 불법적으로 건설된 골프장 허가 취소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던진 최문순씨를 도지사 후보로 민주당이 공천했기 때문입니다.  

골프는 숲을 파괴하고 홍수와 가뭄을 조장하고 수질을 오염시키는 나쁜 운동임에도 불구하고, 부와 신분을 과시하기 위해 골프를 즐기는 정치인들이 아직도 많습니다. 환경 위기 시대에 골프가 얼마나 부끄러운 짓인 줄 모르는 까닭이지요. 

지난 14일 강원도의 개발 공약 발표를 위해 문재인 민주당 대통령 예비 후보가 강원도청을 찾았습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나오던 문재인 후보에게 반경순 골프장 반대 주민대책위 공동대표가 골프장 사태를 이야기하며 도움을 청했습니다. 골프장 건설을 막기 위해 강원도청에서 움막 생활을 하는 현장을 문재인 후보가 직접 보았습니다. 

▲ 문재인 후보 딱걸렸어! 반경순 강원도골프장반대대책위원장이 기자회견을 마치고 나오는 문후보의 손을 잡고 바로 앞의 주민들의 움막을 가리키며 도움을 요청하였습니다. 문 후보가 직접 움막을 보았으니 골프장에 대핸 어떤 답을 내릴지 지켜보겠습니다. 아래 사진 속 붉은 동그라미가 문재인 후보입니다. ⓒ 최병성

조만간 강원도골프장반대대책위원회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를 비롯해 민주당의 모든 대통령 예비 후보들에게 강원도 골프장 개발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의서를 보낼 예정입니다. 과연 어떤 답이 돌아올까요? 다음 기사에 후보들의 답변을 자세히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님,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불법적인 골프장의 허가를 취소했던 김문수 경기도지사만큼만 해 주십시오. 그 길만이 청정 강원도의 미래를 보존하는 길이요. 당신의 살길입니다. 최문순 도지사님, 더 이상 약속을 지키지 않는 뻥쟁이가 되지 마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최병성(cbs5012)

2012년 7월 1일 일요일

사장님 나이스샷~ 벙커에 빠진 강원도


이글은 한겨레21 2012-07-02일자 제917호 기시 '사장님 나이스샷~ 벙커에 빠진 강원도'를 허왔습니다.
[기획] 골프장 49곳 운영 중인데 34곳 추가 건설·추진 중… 고가 회원제 시설 건설하려 주민 땅 ‘강제수용’하고, 법령 어기며 인허가 받는 등 부실·비리도 요지경

 » 지난 6월20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구정면 구정리에 사는 정성일(65)씨가 강원도청 앞에 세워진 천막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골프장이 들어서는 강원지역 마을 주민들은 8개월째 돌아가며 노숙투쟁을 해왔다.

드라이버 있으라 했더니, 마을이 갈라졌다. 골프장 업자 보기에 좋았더라. 업자가 산을 둘로 나누사, 너는 벙커 너는 러프라 불렀다. 이어 우드를 들라 하니 주민이 쫓겨났다. 아이언 들라 하여 나무가 베어지고, 퍼터 있으매 새 한 마리 남아나지 않더라. 강원도 골프장 러시가 광풍에 가깝다. 강원도를 향해 너도나도 ‘티샷’을 날리고 있다.
경포대 300개 + 285개 = 강원도 골프장
2012년 현재 강원 지역에 운영 중인 골프장은 49곳(842홀)이다. 회원제 골프장이 25곳(540홀), 대중 골프장이 24곳(302홀)이다. 원주가 9곳으로 가장 많고, 평창이 7곳, 춘천·횡성에 각각 6곳이 있다. 홍천·고성에도 4곳씩 운영 중이다. 골프장 면적은 4321만9800m²에 달한다. 1307만 평이다. 강릉 경포대 면적이 14만4천m²(4만3560평)이니까, 경포대 300개가 강원도 곳곳에 흩어져 있는 셈이다.
현재 강원 지역에 건설 중인 골프장은 21곳(468홀)에 달한다. 면적은 2707만m²(818만 평)다. 춘천 7곳, 홍천 6곳, 원주 3곳, 강릉·횡성·화천·고성·양양이 각 1곳이다. 인허가 절차가 진행 중인 골프장도 13곳(234홀)에 이른다. 면적은 1406만m²(425만 평)다. 원주 4곳, 홍천 3곳, 춘천·동해·고성 각 2곳씩이다. ‘경포대 285개’가 추가로 들어설 채비를 하고 있다.
이렇게 강원도 내에서 운영·건설·준비 중인 골프장은 모두 83곳이다. 전국에 골프장 532곳이 운영 중이거나 건설 중이니, 비율로 따지면 전국 골프장의 15.6%가 강원도에 들어서는 셈이다. 강원도의 경우 2008년 48곳이던 골프장이 3년 사이에 35곳이나 새로 늘었다. 골프 인구 감소, 골프장 공급 과잉을 우려하는 전망이 나오는 시점에서도 폭발적인 증가세다. 이게 다 들어서면 강원도는 경기도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골프장을 안고 살게 된다.
골프장 건설 광풍은 춘천시와 홍천군에서 특히 거세다. 춘천 9곳, 홍천 9곳이 건설·추진 중이다. 새 골프장 35곳의 절반이 넘는다. 두 도시에는 이미 6곳, 4곳의 골프장이 각각 운영 중이다. 춘천을 ‘호반의 도시’가 아니라 ‘홀의 도시’라고 불러도 될 지경이다.
접근성이 좋아지자 이들 지역에 골프장이 마구잡이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2009년 7월 서울∼춘천 고속도로가 개통돼 서울에서 자동차로 1시간30분 정도면 춘천에 닿을 수 있게 됐다. 수도권과 인접한 춘천·홍천 지역에 골프장 삽질이 바쁜 이유다. 실제 새 골프장 부지 상당수가 서울∼춘천 고속도로 나들목 주변에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골프장 규제 완화를 삽질 광풍의 근본적 이유로 꼽는다. 이승현 원주녹색연합 사무국장은 “이명박 정부 들어 골프장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한 것이 개발 폭증을 불렀다”고 지적했다. 시도별로 전체 임야 면적에서 5% 이상은 골프장을 세우지 못하도록 한 규정이 폐지됐다. 골프장을 개발하더라도 골프장 안에 산림수림지를 40% 이상 확보해야 한다는 규정도 없앴다. 산의 경사도가 20도가 넘는 면적이 50%를 넘으면 골프장 개발을 못하도록 한 규정이 25도와 40%로 완화됐다. 모두 2008년에 바뀐 규정들이다. 골프장 수 전국 1위인 경기도가 난개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과 토지 비용 상승, 골프장 부지 확보의 어려움을 겪는 사이, 규제 완화를 엎고 서울과 가까운 강원도로 골프장 개발 수요가 몰렸다.

» 강원도 홍천군 북방면 구만리의 골프장 건설 현장. 둘로 쪼개진 산을 넘으면 주민들이 농사짓고 사는 마을 뒷산이 나온다. 이곳에 27홀짜리 회원제 골프장이 들어선다. 골프장 개발업체의 최대주주는 새누리당 박덕흠 의원이다. 새누리당 재해대책위원장인 그는 최근 가뭄 때문에 농민 걱정이 많다고 한다.

골프장 업자 기사회생시킨 국토해양부
골프장은 ‘녹색사막’으로 불린다. 보기에는 그럴듯한데, 알고 보면 산을 깎고 그 흙으로 계곡을 메우고 그곳에 살던 동식물을 초토화하거나 내쫓은 뒤 인공적으로 웅덩이를 만들고 잔디를 깐다. 잔디도 농약으로 키우니 골프장 주변은 농약 범벅이 되기 마련이다. 지하수로 농사짓고 밥 해먹는 주민들의 반발이 거셀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골프장 인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개발업체 쪽의 불법·탈법이 흔하게 발견된다. 사전환경성검토나 환경영향평가가 부실하게 이뤄지는 경우가 상당수다. 그래서 골프장 개발업계에서는 ‘인허가가 전체의 90%’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회원권 가격만 수억원에 달하는 회원제 골프장이 ‘공공시설’로 둔갑해 주민들의 논밭이나 선산을 강제로 수용하는 경우도 골프장마다 빠지지 않는다.
팔봉산으로 유명한 홍천 팔봉리에는 대명비발디파크 골프장이 있다. 물놀이 시설로 잘 알려진 오션파크도 맞붙어 있다. 그 근처에 2009년 회원제 고급 리조트 ‘소노펠리체’가 문을 열었다. 모두 대명리조트가 운영하는 곳이다. 소노펠리체는 대한민국 최상류층 1%를 겨냥해 만들어졌다. 분양가도 최대 20억원을 넘는다. 소노펠리체 옆으로는 승마장과 함께 ‘리더스 컨트리클럽’이 들어선다. 골프장 공사는 초기 단계다. 최상류층이 이용하는 리조트답지 않게 18홀짜리 대중제 골프장으로 사업계획 승인을 받았다. 일부 주민들은 리더스 골프장이 대중 골프장으로 허가를 받았지만 사실상 회원제 골프장으로 운영하려는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사실상 ‘소노펠리체 전용 골프장’이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10월에는 골프장 개발 부지 끝자락에 걸쳐 있는 4만4600m²(1만4천 평) 크기의 산이 강제수용됐다. 이 산을 6대째 선산으로 소유하고 있던 이들은 날벼락을 맞았다.
지난 6월20일 소노펠리체를 찾았다. 회원제 고급 리조트답게 입구부터 ‘삼엄’하다. 골프장 인허가 업무를 맡은 직원은 “회원제 운영 의심은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했다. “고가 분양이다 보니 분양받은 사람들에게 1년 동안 회원 대우를 해주는 특전을 주는 정도”라고 했다. 골프장은 공사가 상당 부분 끝나 잔디를 심는 조경 단계에 있다. 이승현 원주녹색연합 사무국장은 “지난해 4월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골프장 건설과 관련한 토지 강제수용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해당 선산의 경우 강제수용 뒤 일부 분묘가 훼손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헌법재판소는 골프장을 지을 때 골프장 터 소유주로부터 땅을 강제로 가져올 수 있게 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조항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골프장을 도시계획상 체육시설로 지정하면, 골프장 업체는 80%의 땅만 사들이면 됐다. 나머지 20% 땅에 대해서는 소유주가 매매를 거부하더라도 강제수용이 가능했다. 이에 대해 헌재는 ‘공공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골프장까지 도시계획시설로 분류해 강제수용하는 것은 과도한 재산권 침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국토해양부는 관련 시행규칙을 고쳐, 규칙 시행 이전에 골프장 건설의 맨 첫 단계인 주민제안서(땅을 업자에게 넘기겠다는 약속) 제출만 이뤄진 경우에는 업자들이 땅을 강제수용할 수 있는 길을 터줬다. 헌재의 결정으로 벙커에 빠졌던 골프장 업자들로서는 기사회생의 샷을 날릴 수 있게 됐다.
진짜 공익시설 강제수용한 가짜 공익시설
춘천 신동면 혈동리에 건설 중인 신도컨트리클럽(18홀·회원제)도 전체 99만1740m²(30만 평) 가운데 16만5290m²(5만 평)을 주민들에게서 강제수용했다. 여기에는 건설폐기물 재활용업체인 강원산업 부지 1만9835m²(6천 평)도 포함돼 있다. 헌재 결정 전에 이뤄진 강제수용이었다. 이 업체를 17년째 운영해온 조호연(66) 사장은 “재활용업체는 공익시설로 분류된다. 골프장 설치 ‘훈령’에 ‘법령’이 지고 있다. 진짜 공익시설이 골프장 같은 가짜 공익시설에 강제수용당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했다. 신도컨트리클럽은 30% 정도 공사가 진행된 상황에서 개발업체가 부도나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토지 강제수용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의 1심 선고가 7월6일 예정돼 있다고 한다. 조 사장은 “법원에서 헌재 결정 취지가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했다.
7년 넘게 끌어온 ‘오래된 싸움’이지만 여전히 진행 중인 곳도 있다. 홍천 구만리에는 140만㎡에 걸쳐 27홀짜리 골프장과 리조트 공사 허가가 떨어졌다. 6월20일 찾아간 공사 현장은 산 건너편 원소리 쪽 진입로 공사만 이뤄졌을 뿐 구만리 쪽 공사는 일부 벌목만 진행된 채 멈춰 있었다. 불법 사실이 드러나 지난해 9월 공사가 중단됐다. 반종표(47) 구만리 이장은 “멸종위기종 보호 방안을 강구하지 않았고 이식해야 할 수목 4700여 그루를 베어버렸기 때문”이라고 했다. 반종표 이장은 “골프장을 짓게 되면 마을 뒷산인 구만산 이쪽을 41m 깎고, 그 흙으로 저쪽 37m를 높인다고 한다. 마을 뒷산 풍경이 다 바뀐다”고 했다. 구만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농업용수다. 그 양이 매우 적다. 물이 귀한 동네다. 구만리는 모든 벼농사를 유기농으로 키운다고 한다. “골프장이 들어서면 물도 끊기고, 농약까지 뿌려댈 테니 농사는 끝난다. 정수리에 골프장이 말이 되나. 똥물만 쓰라는 거다.”
주민들은 구만리 골프장이 시작 단계부터 불법으로 얼룩졌다고 했다. 2004년 농업기반공사·농림부가 물이 귀한 이 지역에 저수지를 만드는 계획을 세웠다. 134억원의 세부 설계까지 완료됐다. 그런데 갑자기 한 업체가 여기에 가시오갈피 농장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강원도 골프장 문제 해결을 위한 범도민대책위원회’ 공동대표인 반경순(54)씨는 “업체 쪽에서 마을 주민을 이용해 저수지가 필요 없다는 탄원서를 기관에 제출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시골 노인이 썼다는 탄원서에는 ‘쌀개방 상황에서 국가적 예산 낭비’ 등의 말이 쓰였다. 그사이 업체는 일부 주민들에게 보상금 성격의 돈을 돌렸다. 가시오갈피 농장은 골프장으로 돌변했다. 환경조사 등도 매우 부실했다. 반종표 이장은 “골프장 사업자 쪽이 조사업체에 의뢰한 처음 조사에서는 ‘문헌에만 소쩍새 한 마리가 있다’ ‘하늘다람쥐는 한 마리도 없다’는 식이었다”며 “하지만 나중에 환경단체 등에서 조사해보니 하늘다람쥐·삵·담비·산작약 등을 줄줄이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 새누리당 박덕흠 의원
구만리 골프장을 개발하는 원화레저의 최대주주는 초선인 새누리당 박덕흠 의원(58·충북 보은·옥천·영동)이다. 대한전문건설협회 중앙회 회장 출신인 박 의원은 지난 4월 총선 때 541억여원의 재산을 신고한 재력가다. 아내는 요트, 20대 장남이 포르셰 차량 등 13억여원, 10대 차남이 12억여원의 재산을 갖고 있다고 신고해 ‘화제’가 됐었다.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은 지난 6월5일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골프장 사업 취소를 요구하는 100일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골프장 공약 지켜라” 231일째 천막농성
골프장 문제와 관련해 지난 6월21일 박 의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보좌를 맡은 이가 전화를 대신 받고는 박 의원에게 용건을 전달하겠다고 했다. 얼마 뒤 ‘원하레저 주수성 대표에게 알아보라’는 답이 돌아왔다. 주 대표는 자신이 박 의원의 매부가 된다고 했다. 그는 “박 의원은 최대주주가 맞지만 나한테 모든 일을 맡겨놓았다. 골프장 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은 알지만 박 의원이 그 내용을 알지는 못한다”고 했다. 주 대표는 “골프장에 반대하는 주민들 때문에 악덕 사업자로 몰렸다. 주민들이 무리한 요구들을 해왔다. 저수지도 주민들이 반대해 무산된 것이다. 문서로 다 보여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초기에 골프장의 실태에 대해 잘 모르고 혼란스러울 때 사업자에게 현혹됐던 것이다. 일부 주민들이 경기도 지역의 골프장 주변 마을 10여 곳을 둘러본 뒤 ‘골프장은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최대주주인 박 의원이 골프장 사업을 취소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환경단체와 민간 전문가들이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인허가를 따내려고 각종 조사를 부실하게 하거나 지방자치단체의 검토가 소홀했던 사실이 ‘명백히’ 드러난 골프장이 강원 지역에만 9곳에 이른다. 최문순 강원지사는 지난해 4·27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뒤 “주민의 동의 없는 골프장은 반대한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골프장에 대해서는 전면 재검토와 함께 도지사 직속으로 ‘강원도 골프장 민관협의회’를 만들어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렇게 구성된 민관협의회에는 홍천 구만리, 강릉 컨트리클럽 등 7개 골프장이 안건으로 올랐다.
한낮 기온이 30℃를 넘어간 6월20일. 강원도청 본관 앞에는 최문순 지사의 ‘골프장 공약’ 이행을 요구하는 천막농성이 231일째 이어지고 있었다. 춘천의 겨울 칼바람이 불 때 시작한 천막농성이다. 골프장들이 들어서는 마을의 60~70대 노인들이 돌아가며 ‘번’을 선다. 이날은 강릉 컨트리클럽 주민들이 땡볕을 버텨내고 있었다. 이들은 “인허가 과정에서 불법과 탈법이 명백히 드러난 골프장이 있지만 사업 취소가 단 1곳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민관협의회의 한 위원(민간 쪽)은 “최 지사가 취임 뒤 골프장 2곳에 대해 사실상 허가를 내주는 등 전면 재검토 약속을 어겼다. 토지 강제수용도 이뤄졌다. 민관협의회가 임기가 끝날 때까지 시간을 끌려는 면피용이 아닌지 주민들의 불신이 깊다”고 전했다. 김용철 강원도지사 비서관은 “허가를 내줬다는 골프장은 취임 전에 이미 인허가 과정이 어느 정도 진행됐던 사안”이라며 “도지사 취임 뒤로는 골프장 건설을 더 이상 추진하지 않고 있다. 불법·탈법 행위가 있다면 인허가를 취소한다는 기본 골격에는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강원도 쪽은 일부 골프장 사업주에게 골프장이 아닌 다른 사업을 하도록 유도하고 있으며, 조만간 강릉 컨트리클럽 등 2~3곳의 골프장이 이에 호응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김 비서관은 “19대 국회가 열리면 도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법·제도 개선안을 여야에 설명하고 국회의 도움을 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국회 예산정책처 “골프장, 지역 경제에 도움 안돼”
지난해 2월 강원발전연구원은 국내 골프장 산업이 2012년 정점을 찍고 감소할 것이라면서도 강원 지역의 적정 골프장 수를 최대 90개로 추정했다. 현재 추진되는 골프장을 끌어안는 수치다. 반면 경남발전연구원은 2010년 9월 “경남 지역에서의 신규 골프장 대규모 건설은 수급 불균형에 따른 과잉 공급과 경영난 등이 우려된다”며 “골프장 허가 전에 수요 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08년 국회 예산정책처는 골프장이 지역 세수나 경제에 큰 도움이 안 된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나이스샷’을 외치는 골프장 한쪽에서 주민들이 풀이나 뽑는 현실은 옳지 않다는 얘기다.
수많은 골프장의 이정표가 청정 강원의 미래를 예언하는 ‘묵시록’이 되어야 쓰겠는가. 페어웨이를 벗어나면 벙커나 러프에 빠진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2012년 4월 29일 일요일

계속 되어야 할 작은 교회 이야기


이글은 한겨레신문 휴심정 2012-04-25일자 기사 '계속 되어야 할 작은 교회 이야기'를 퍼왔습니다.

『작은 교회 이야기』라는 책을 읽으면서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강원도 원주 단강 마을이 그려진다. 그리고 시골로 내려가고 싶은 충동이 느껴진다. 꼭 단강교회를 방문하고 싶어진다. 단강교회와 지역 주민들과의 아름다운 만남,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따뜻한 이야기, 그것을 사랑의 눈으로 바라보는 저자의 마음이 느껴진다. 그러면서 저 자신의 목회현장을 돌아보게 된다. 단강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내 주위에 살고 있는 이웃을 보는 기회가 되었다. 나의 눈에 보이지 않았던 성도들과 이웃들의 이야기가 다시 살아나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 의미로 단강교회 이야기는 단강에서 출발하여 이 땅 구석구석을 돌아 세계 구석구석에서 울려 퍼지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그러기에 ‘작은 교회 이야기’는 계속되고 있고, 계속 되어야 하는 이야기이다. 단 작은 교회일 때 이것이 가능할 것이다. 작기에 성도들의 삶의 구석구석을 살필 수 있고, 이웃의 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작은 교회는 다 이런 교회가 된다는 것은 아니다. 작은 교회의 장점을 이해하고 그 작아짐의 의미를 바로 알고 살아가는 교회만이 누릴 수 있는 축복일 것이다. 

루스 A. 터커는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작은 교회』라는 책을 통해 “교회를 성공의 발판이나 은퇴의 자리쯤으로 여기지 말고 영성 계발을 위한 수도 공간으로 만들어보라. 교회가 농촌의 흙길이 끝나는 외진 곳에 있느냐, 복잡한 도심에 있느냐는 아무 상관없다. 교회는 영적 피난처가 되어야 한다.”라고 말하고 있다. 교회가 영적 피난처로써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지를 물어보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작은 교회가 훨씬 유리할 것이다. 교회가 작기에 성도들의 영적 피난처가 될 수 있고, 이웃의 영적 피난처로써 기능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에 작은 교회의 이야기가 많이 나오기를 바란다. 대형화된 교회 이야기는 많이 있는데 작은 교회의 이야기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교인의 숫자가 목회의 성공의 잣대가 되어 버린 이 시대에 작은 교회의 이야기를 통하여 진정한 교회의 존재 목적을 다시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우리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감동을 주는 이야기일 것이다. 

단강교회는 1987년 봄에 창립되었다. 총각 전도사가 젊은 사람들은 거의 없고, 힘없고 병약한 노인 분들이 남아 있는 마을에 단강교회를 세웠다. 저자는 15년 동안 단강교회를 사역하였는데 교인들은 고작 스무 명 정도이다. 그러나 단강교회 성도는 그 지역의 모든 이웃이었다. 단강교회에서 매주 발간하는 주보는 이웃들의 이야기가 담겨졌고, 단강마을의 이야기를 담아내었다. 단강교회의 주보인 ‘얘기마을’은 단강마을의 눈물겨운 이야기를 세상에 알려줬다. 강원도 원주시 단강이라는 작은 마을의 이야기가 우리들의 이야기가 되었고 하나님의 이야기가 되었다. 이것이 하나님의 방법이다. 
팔레스틴의 작은 땅 한 구석에서 일어난 예수님의 이야기는 인류를 구원하고 하나님의 역사를 우리들에게 보여 주신 이야기가 되었다. 그러나 우리들은 그 이야기가 이스라엘 백성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들의 이야기, 아니 나의 이야기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이처럼 단강의 이야기는 우리들의 이야기, 나의 이야기가 된다. 오늘날 황폐해진 농촌의 모습이 마치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처럼 비추어졌고, 농사 일로 지친 농부들의 모습이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과 별반 차이가 없다. 이런 일상의 삶을 바라 봐 주고 그들의 이야기를 전해 줄 때 오늘 우리들은 내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이다. 

단강교회가 1987년 시작되었듯이 우리 너머서교회도 2007년 12월 9일에 시작되었다. 너머서교회를 시작하는 시점에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더러운 물이 가득 고여져 있는 큰 웅덩이에서 열심히 물을 퍼내고 있는 나를 보았다. 열심히 퍼내어도 더러운 상태로 있는 웅덩이를 보면서 점점 지쳐갔다. 결국 지쳐서 포기하려고 할 때에 한쪽 구석에서 작은 샘물이 흘러 들어오는 것을 발견하였다. 나는 그 작은 샘물을 보면서 저렇게 작은 물줄기가 언제 이 더러운 웅덩이를 맑게 할까 걱정되는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그런데 아주 작은 샘물이 어느 순간 더러운 웅덩이를 맑게 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나는 꿈을 통해 하나님의 샘물이 되는 작은 교회가 되어야 되겠다고 결심했다. 그래서 교인들과 교회 철학을 세우는 작업을 통해 작은 교회를 지향하는 교회로 가기로 결정하였다. 그것이 바로 분가였다. 너머서교회는 성도들이 100명이 되면 분립위원회를 구성하고 150명이 되면 분립하는 것을 정관에 명시하였다. 성도들의 숫자에는 어린아이들까지 포함하였다. 만 명이 모이는 한 교회보다 100명이 모이는 100개의 교회가 더 의미 있을 것이다. 

신광은 목사는 그의 저서인 『메가처지 논박』에서 “현대 교회는 모든 성장의 한계가 무너진 상황에 처해 있으며, 성장을 위한 모든 수단을 소유하고 무한 성장을 추구한다.”라고 말하고 있다. 교회가 무한 성장을 추구할 때 교회안의 한 사람의 이야기와 이웃의 이야기를 들을 수가 없는 것이다. 

교회성장 이론가들에 의하면 단강교회는 성장하지 못한 교회이다. 15년 동안 교인들의 숫자는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나님의 눈으로 바라보면 단강교회는 참으로 많은 성장을 이룬 교회인 것이다. 성도들의 변화가 성장이고, 이웃들이 바라본 교회의 모습이 변화된 것이 성장이다. 저자가 15년의 사역을 마무리하고 독일로 유학을 떠나기 전 마을 사람들이 “우리들이 모두 교회에 나올 테니 떠나지 마라”고 한 이야기가 두고두고 마음에 남는다. 오늘날 도시에서는 예배당을 건축하려고 하면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극심하다. 그런데 단강마을에서는 목사가 유학을 가려고 할 때 지역 주민들이 가지 말라고 만류하면서, 오히려 자신들이 교회에 나오겠다고 말한다. 벌써 이들은 단강교회 교인들인 것이다. 이런 교회가 정말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교회일 것이다. 

우리 너머서교회는 건물 중심적인 교회의 모습을 반성하면서 ‘건물 없는 교회’ 즉 ‘예배당 전용 공간을 갖지 않는 교회’를 추구한다. 그래서 4년 동안 학교 음악실과 강당을 빌려 예배를 드리고 있다. 교회는 건물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것을 온 몸으로 실천하려고 한다. 처음에는 성도들이 건물이 없다는 것에 대해서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3년이 지난 시점에 성도들에게 설문 조사를 실시하였다. ‘너머서교회 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입니까?’ 그러자 대부분 성도들이 ‘성도들’이라고 대답하였다. ‘교회란 예수 그리스도를 주로 고백하는 성도들의 모임’이라고 우리는 배웠다. 너머서교회는 예배당이 없으니 교인들의 머리 속에 교회는 건물이 아니라 사람임을 확실히 배우는 기회가 되었다. 그렇게 보면 ‘없는 것’으로 배울 수 있는 것이 많이 있다. 그리고 최근 학교에서 나와서 새로운 예배처소를 찾게 되었다. 공공기관과 학교, 복지관 등 여러 곳을 문의했지만 장소를 개방해 주는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들의 장소 문제를 위해 고양여성민우회와 시의원이 도와주었다. 그들은 너머서교회 교인들이 아니다. 너머서교회는 고양여성민우회에서 운영하는 공부방과 성폭력 쉼터를 5년째 지원하고 있다. 그런 만남이 계기가 되어 그들은 우리가 어려울 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교회가 세상을 섬기면 세상이 교회를 섬기게 될 것이다. 이것이 세상과 소통하는 기쁨이다. 

너머서교회는 온 가족이 함께 예배드린다. 어린아이부터 나이 많은 어르신들까지 함께 모여 매주일 오전11시에 예배를 드린다. 어린이들도 예배 순서를 맡아서 봉사한다. 초등학교 4학년이상이면 제자훈련을 받고 ‘어린이 집사’가 된다. 그리고 중고등학생은 제자훈련을 통하여 세례를 받게 된다. 어린이 집사와 청소년들은 주일예배 시간에 대표기도와 성경봉독 등의 순서를 맡아서 봉사한다. 가끔 어린이들이 예배시간에 대표기도를 할 경우에 어른들의 마음을 울릴 때가 있다. 그리고 매년 ‘영적 입양식’을 가진다. 성도들 중에 고등학생 이하의 성도들은 멘티가 되고, 성인들은 멘토가 되어서 서로 멘토링을 하게 된다. 새해 첫 주일에 영적 부모를 정하게 된다. 한 해 동안 그 아이들의 영적인 부모가 된다. 새로운 가족으로 만나게 된다. 마가복음 3장 35절에 “누구든지 하나님의 뜻을 행하는 사람이 곧 내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다.(새번역)”라는 말씀을 실천하고 있다. 

장소는 다르지만 역시 이곳 도시에도 성도들이 있고, 이웃이 있다. 책에서 보았던 ‘광철씨, 김영옥 집사, 허석분 할머니, 승학이 할아버지, 종순이 등’ 단강교회 교인들과 이웃이 바로 내 교회 성도들이고 이웃 주민들이다. 

작년 6월에 너머서교회 교인인 박종일 집사님의 장례식을 집례하였다. 우리가 처음 너머서교회를 시작할 때부터 함께한 분이다. 박집사님 아들이 있는데 약 7년 동안 신장 투석을 하고 있다. 이런 아들을 지켜보는 가족들은 힘든 시간을 보내었다. 그런데 이 아들이 버스를 타려고 가는 도중에 심장마비가 왔다. 그래서 병원 응급실로 갔는데 심장이 멈추어 버린 것이다. 응급조치를 했지만 심장은 뛰지 않았다. 나도 응급실로 달려갔는데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었다. 의사가 30분 동안 실시했지만 심장은 반응을 하지 않았다. 의사가 가족들을 불러 놓고 더 이상 희망이 없으니 준비하라고 했다. 그 순간 박집사님은 의사의 발을 잡고 무릎을 꿇고 아들을 살려달라고 애원하셨다. 언제나 당당하고 무뚝뚝한 집사님이 아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무릎을 꿇고 애원했던 것이다. 그러자 의사가 20분만 더 해보겠다고 해서 다시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그런데 기적적으로 17분 만에 박집사님 아들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살아난 것이다. 아버지의 사랑이 죽어가는 아들을 살린 것이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뇌의 손상도 없이 건강한 모습으로 깨어난 것이다. 박집사님은 그런 아들을 붙들고 얼마나 울면서 감사해 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그 일이 있고 6개월도 안되어서 본인이 간암 말기로 판명되셨다. 6개월의 투병 기간 동안 나는 매일 병원을 방문했고, 집에 있는 경우는 모든 교인들이 그 집에서 기도회를 했다. 그런 투병 생활 가운데 박집사님은 나의 손을 잡고 “아들하고 놀이공원 간다고 약속했는데 못 지켜서 미안하다”라고 하셨다. 박집사님께서 마지막 운명하실 때 온 가족들과 나는 찬송을 부르면서 집사님을 하나님께 보내드렸다. 너무나 해맑은 모습으로 돌아가신 모습이 지금도 눈에 그려진다. 박집사님 장례식을 집전하면서 우리 모든 성도들이 정말 많이 울었다. 그리고 입관예배를 드릴 때는 어린 아이들까지 예배에 참석해서 박집사님에게 보내는 편지를 써서 관에 넣어드렸다. 지금도 해맑은 미소로 아이들에게 껌과 사탕을 나눠주시고 손잡아 주시던 박집사님의 모습이 그려진다. 사랑하는 아들을 살리기 위해 응급실 바닥에 무릎을 꿇고 오열하며 애원하시던 모습이 생각난다. 이것이 아버지의 마음이고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일 것이다. 지금도 박집사님 부인인 권사님은 나를 보기만 하면 남편이 그립다고 우신다. 다른 장례식에 참석할 때마다 서럽게 우신다. 바로 남편에 대한 그리움의 눈물이고 같은 아픔을 겪는 자들을 향한 사랑의 눈물일 것이다. 

단강교회 성도들과 비슷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여기에도 있다.
크게 일어나 부흥하고 성장하고 높아지는 그런 모습이 아니라, 너무도 쉽게 꺾이고 잘리고 만 불쌍하고 초라한 모습으로 이 땅에 남아 있는 담배 꽃처럼 잘려 버려진 사람들 곁에, 주님은 바로 그들과 함께 꺾인 모습으로 계셨던 것이다. 꺾인 담배 꽃으로 계신 주님, 단강의 주님이 계신 자리가 바로 그곳이었고, 그 자리야말로 버려진 이웃과 함께 선 뜨거운 자리였다.

담배 꽃처럼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웃이 있다. 주님은 그들과 함께 계신다. 성도들의 살아온 이야기를 듣는다. 그럴 때마다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과 같다. 그래서 나는 심방을 가면 보통 2시간가량을 함께 한다. 그리고 가끔 한 가족을 집에 초청해서 식사를 하고 긴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눈다. 그들의 삶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오늘날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 줄 사람이 없어서 외로워한다. 그러기에 나는 내가 말을 하기보다 성도들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한다. 어느 날은 3시간 동안 같은 자리에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이야기를 마친 후 일어나자 성도는 “목사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내가 한 것은 같은 마음으로 들어 주었고, 그의 입장에서 함께 느낀 것 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것이 그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그러기에 목사는 많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 들어주는 사람인 것이다. 이와 같이 『작은 교회 이야기』는 이웃의 수많은 이야기를 들어주고 관심을 가져주는 책이다. 그런 삶의 일상에서 주님은 함께 하시고 그들의 아픔을 함께 하시는 분으로 다가온다. 

존 F. 캐버너가 쓴 『소비사회를 사는 그리스도인』이란 책에는 “인간의 몸과 영혼까지 상품으로 간주하고 사고파는 최악의 소비 사회에서 그리스도를 따르는 길은 인격 형식의 복음이다. 인격형식의 복음은 이웃의 고통에 공감하는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소비사회를 사는 이 시대 속에서 우리의 가슴을 따뜻하게 한 『작은 교회 이야기』라는 책을 시작으로 더 많은 ‘작은 교회 이야기’가 소개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함께 나누기를 바란다.


안해용 l 목사는 풀러(Fuller)대학교에서 목회학박사를 받았다. 현재 너머서교회에서 목회를 하고 있으며, 교회개혁실천연대 집행위원과 교회2.0목회자운동 실행위원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