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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5일 화요일

무상 의료 때문에 사망자 늘어? 제대로 알고 쓰자!


이글은 프레시안 2013-03-05일자 기사 '무상 의료 때문에 사망자 늘어? 제대로 알고 쓰자!'를 퍼왔습니다.
[복지국가SOCIETY] 스태포드 병원 사태와 국내의 한 지방병원 사태

얼마 전에 국내의 주요 언론들이 영국의 스태포드 병원 사태를 소개하면서 영국 국영의료제도(NHS)를 대대적으로 비판했다. NHS에 대한 이러한 비판의 목소리는 영국 국영의료제도가 부당하다거나 한계가 뚜렷하다는 등의 성토에만 그치지 않고, 한국의 의료 제도 개혁에서 무상 의료를 수용해서는 안 된다는 소위 '무상 의료 무용론'으로까지 번졌다. 심지어는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수준을 80% 이상으로 유지해서는 안 된다는 논지도 이어졌다. 그야말로 근거 없는 침소봉대다.

스태포드 병원의 높은 '초과 사망자 수'

스태포드 병원 사태의 핵심인 이 병원의 높은 '초과 사망자 수'는 영국 NHS의 규제 기관인 Healthcare Commission 자체 조사를 통해 2009년 처음 알려졌다. 아래의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2002/2003년부터 실제 사망자 수가 기대 사망자 수보다 100명 이상 계속 많았다. 최근 국내의 주요 언론이 인용한 '프란시스 보고서'가 나오기 전까지 사실 총 5회의 자체 및 외부 감사가 있었다. 그러나 몇 차례의 감사가 이뤄졌음에도, 환자 보호자들의 추가 증언들이 계속 나오고 피해를 본 환자 보호자들이 단체를 결성하여 종합적인 진상 조사를 계속 요구하자 2010년 캐머런 총리의 지시로 프란시스가 그 임무를 맡은 것이다.

필자가 영국에서 1년간 머문 2010-2011년 동안에도 스태포드 병원 사태는 계속 신문과 방송을 통해 알려졌던 터였다. 한국에서 지금에야 이 사실이 알려진 것은 지난 2월 초에 프란시스 보고서의 최종본이 출간되었기 때문이다.

▲ 영국 스태포드 병원의 실제 사망자 수와 기대 사망자 수의 추이(1996-2008). 자료원 : Healthcare Commission 통계, 프란시스 보고서를 참고하여 재구성

프란시스 보고서

프란시스 보고서는 스태포드 병원 사태에 대한 종합적 감사 보고서다. 이 보고서는 과거 수차례의 감사를 통해 문제의 심각성이 지적되었음에도 스태포드 병원과 지역 보건당국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음을 지적하였다. 139일에 걸쳐 160명 이상으로부터 증언을 들었다. 이를 통해 환자가 꽃병에 든 물을 마셔야 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비롯하여 환자들에게 적절한 영양과 음료의 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음이 드러났다. 간호 인력 부족과 불성실한 간호가 그 원인으로 지적되었다. 이뿐만 아니라, 간호사들이 생명 유지 장비를 적절히 다루지 못했거나 경험이 부족한 의사들이 중환자를 책임지도록 한 사실도 드러났다.

보고서가 나온 직후, 캐머런 총리는 "단지 잘못된 것이 아니라, 정말이지 끔찍한 일"이라며 현실에 안주하는 문화를 뿌리 뽑을 것이라고 했다. 그에게는 보수당-자유민주당 연정이 추진하고 있는 NHS 개혁의 동력으로 이 보고서를 활용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같다. 사실, 캐머런 총리는 지난 총선에서 장애아로 사망하였던 자신의 아들 사례를 들면서 영국 NHS 제도의 소중함을 이야기하였고, 총리가 되더라도 NHS 예산을 줄이지 않겠다고 약속했었다.

하지만 총리가 되고 난 후, 캐머런 정부는 NHS에 대한 대대적 구조 개혁에 착수하였고, 그 핵심은 재임 기간 동안 200억 파운드에 달하는 지출의 삭감이었다. 지출 삭감은 당연히 인력 감축으로 이어지고, 환자의 안전은 더 큰 위협에 처할 것이 명백한 이치였다. 캐머런 정부는 이러한 우파 개혁으로 인해 엄청난 사회적 저항에 직면해야 했고, 연정을 구성하고 있는 자유민주당조차 그러한 개혁의 부당성을 지적했었다.

스태포드 병원 사태는 왜 일어났을까?

스태포드 병원 사태는 NHS 제도 그 자체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기보다는 정부의 잘못된 정책 때문에 비롯됐다. 영국 노동당 정부의 NHS 개혁 과정에서 나타난 부작용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대처 정부 당시 NHS 개혁을 통해 영국의 병원은 전문 관리자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었고, 이러한 현상은 노동당 정부에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여기에 노동당 정부는 2000년대 초부터 '경쟁과 선택의 원칙'에 근거하여병원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2001년부터 스타 등급제(Star Ratings)로 불리는 병원인증평가 제도를 실시하였다.

이 평가 제도를 통해 높은 평가 등급을 받은 병원들에 대해서는 영국 정부가 NHS 파운데이션 트러스트(Foundation Trust)라는 지위를 부여해 주었다. 병원들이 파운데이션 트러스트로 전환되면 보건부 장관의 관리 감독으로부터 벗어나 별도의 기구인 모니터(Monitor)에 의해 규제를 받고, 재정과 병원 인력 운영의 자율성을 대폭적으로 보장받는다. 대신 모니터에서는 병원 간 경쟁을 위하여 계속적인 비용 절감 노력을 요구했으며, 의료의 질을 향상시키기보다는 가시적인 목표를 달성할 것을 요구했다. 스태포드 병원 역시 파운데이션 트러스트이다.

▲ 파운데이션 트러스트(Foundation Trust) 지위를 받으면, 재정과 병원 인력 운영의 자율성을 대폭적으로 보장받는 대신 병원 간 경쟁을 위하여 계속적인 비용 절감을 요구받는다. 사진은 스태포드 병원 입구. 'NHS 파운데이션 트러스트'라는 문구가 보인다. ⓒ로이터=뉴시스

결국, 스태포드 병원은 비용 절감을 위하여 기존 인력의 축소를 감행하였고, 이를 값싼 의료 인력으로 대체하였다. 스태포드 병원의 실제 사망자 수가 기대 사망자 수보다 급증한 것이 2001년 2월(영국의 회계연도는 4월 1일부터이다)부터라는 점은 이러한 사실을 잘 반증해준다. 병원 경영진은 파운데이션 트러스트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하여 의료진들의 필요하고도 정당한 요구를 묵살하였고, 외부 감사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프란시스는 보고서를 통해 현재의 부정적인 NHS 조직 문화는 목표치 달성, 재정, 파운데이션 트러스트 지위의 유지 등과 같은 압력에 대해 NHS 하위 조직들과 병원 조직, 그리고 스태프들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이 보고서는 환자의 안전과 의료의 질을 최우선에 두는 "NHS 조직 문화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함을 강조하였다. 이 보고서가 NHS 제도 자체의 근본적 개혁 필요성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며, 더군다나 영국 NHS 제도의 핵심인 의료 이용 시점에서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한다는 원칙이 스태포드 병원 사태의 원인이라는 지적은 보고서의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스태포드 병원 사태는 영국 노동당 정부가 주도한 NHS 개혁의 어두운 한 단면이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양적 성장을 위한 경쟁과 경영 효율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당 정부 기간 동안에 행해졌던 모든 NHS 개혁이 부정적이라거나 NHS 무용론으로까지 결론을 내리는 것은 지나치게 성급하고 잘못된 것이다. 예컨대,의학적 서비스를 통해 피할 수 있는 사망률은 노동당 집권 시기 동안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훨씬 가파르게 감소하였다. NHS에 대한 국민들의 만족도 역시 노동당 집권 시기에 급증했다. 정권 이양 직전인 2010년에는 국민의 70%가 만족한다고 응답하여 영국사회조사가 이루어진 1983년 이래 가장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이뿐만 아니라, 주요 선진국들의 의료 체계를 주로 연구하는 미국의 커먼웰쓰 펀드의 2011년 조사에 의하면, 영국은 스위스와 함께 자국 환자들이 자국 의료 제도를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국가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주된 이유는 영국의 노동당 정부가 NHS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를 감행함으로써 인력과 시설의 확충 및 현대화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또한 노동당 정부는 만성적인 대기 시간을 획기적으로 감축했고, 정기적으로 환자 설문조사 결과를 의료인들에게 환류하는 등 환자의 의견을 수렴하려는 노력과 의료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뒷받침했다.

▲ 지난해 7월 영국 런던 북동부 리밸리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개막식 모습. 영국은 국가 무상 의료 시스템을 개막 행사의 주요 퍼포먼스로 연출했다. ⓒ연합뉴스

스태포드 병원 사태와 국내의 한 지방병원 사태

마침 며칠 전에 지방의 한 병원에서 의료기 판매업체 직원과 간호조무사가 1100여 차례에 걸쳐 수술을 해 왔다는 기사가 났다. 해당 병원장은 "병명을 허위로 기재하거나 발병 원인을 질병에서 상해로 변경해 환자가 고액의 보험금을 탈 수 있도록 하면서 환자를 늘렸고, 고액이 보장되는 보험 상품에 가입하도록 한 뒤 아프지도 않은 사람에게관절염 수술을 시행"하기도 했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사실은 보건당국이 아니라 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의 수사 결과로 알려지게 되었다.

그런데 영국의 한 지방병원인 스태포드 병원 사태에 대해서는 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NHS 무용론, 심지어는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을 제한해야 한다는 식의 목소리가 대대적으로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진작 국내의 지방 소재 한 병원의 사태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종합적 감사가 필요하다거나 한국 의료 체계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등의 목소리는 전혀 내지 않고, 단지 일회성의 사건 사고처럼 다루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게다가 우리나라는 아직 병원 사망률을 비롯해 병원 의료의 질을 평가할 수 있는 신뢰할 만한 통계마저도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침소봉대하는 것도 잘못이요, 드러난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 또한 잘못이다.


 /윤태호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부산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2012년 12월 12일 수요일

언론·여당·기업 권력의 삼각편대, 이제 “엎어버리자고!”


이글은 미디어스 2012-12-12일자 기사 '언론·여당·기업 권력의 삼각편대, 이제 “엎어버리자고!”'를 퍼왔습니다.
[인터뷰] 만화 ‘내부자들’의 윤태호 작가

지난 10월 22일, 인기 웹툰 (이끼)와 (미생) 윤태호 작가의 또 다른 신작 (내부자들)이 출간됐다.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말과 대선 정국을 노린 도서들이 쏟아져 나오는 때이다. 그 중에서도 굳이 (내부자들)에 꼭 주목하는 이유를 꼽자면 이 작품은 그런 시의성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의미가 있는, 정말 '진국'이기 때문이다.
현재 한겨레hook 지면에 연재되고 있는 (내부자들)(바로가기)은 여태까지 나온 정치풍자물 중 가장 수위가 높다. (내부자들)은 땅거미가 내려앉은 동네 뒷골목에서, 고급 요정에서, 여의도에서, 대학 캠퍼스에서 정말로 일어날 법한 일들을 실감나게 그려내는 가운데 연재 당시 가장 화제가 된 인물을 호출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특히 (내부자들)의 큰 줄기를 이끌어나가는 수도일보, 일국당, 미래자동차는 이름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구체적인 이름을 떠올리게 만든다. 이 세 집단은 각각 한국 사회의 헤게모니를 쥔 보수 언론, 현 여당, 재벌 대기업을 상징한다.
(내부자들)을 읽다 보면 윤태호 작가에게 묻고 싶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표현의 자유’가 무슨 뜻인지 모른다는 듯 ‘쥐벽서 사건’과 ‘트위터 국가보안법’ 등의 시국사건을 연신 터뜨리는 정부를 보면서 두려움을 느낀 적은 없을까? 취재는 어떻게 하는 걸까? 왜 온라인상에 74화 이후 다음 편은 올라오지 않을까?
그래서 (미디어스)가 윤태호 작가에게 직접 물었다.
“어떻게 그러실 수 있었나요?”

(내부자들), 한국 사회의 카르텔을 들여다보다

언론·정치권·재벌은 각각 삼각형의 한 꼭지점을 이루며 한국 사회를 쥐고 흔드는 ‘카르텔’을 구성하고 있다. 때로 검찰도 합세하여 돌아가는 이 ‘불편한 삼각관계’를 조명한 배경에 대해 윤태호 작가는 “지난 민주정부 10년 간 우리 사회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며 “오히려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후퇴하지 않았는가 하는 불만과 위기감이 들어 이번 작품을 기획했다”고 설명한다.

▲ 등장인물 왼쪽부터 수도일보 이강희 논설위원, 일국당 김석우 의원, 미래자동차 오현수 회장.ⓒ윤태호

윤태호 작가는 이를 위해 작품의 무대가 되는 신문사, 국회, 종로 낙원상가 뒷골목 등을 섬세한 필치로 그려낸다. 신문사 논설위원과 정치인, 기업인 간의 밀실 회합은 직접 옆에서 지켜보는 것처럼 생생하다. 독자들이 작품을 통해 실제 사건과 인물을 곧잘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 '내부자들' 8회 연재분 중 수도일보 편집국장과 미래자동차 회장의 회동 장면.ⓒ윤태호

이에 대해 윤태호 작가는 “간혹 이런저런 자리에서 만나는 사회 고위층과의 경험을 증폭시켜 묘사하기도 한다”면서도 “기본적으로 ‘그렇지 않을까?’라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작품을 진행한다”고 전했다.
내용적인 측면에서 면대면 취재보다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인터넷 기사를 통한 ‘간접 취재’이다. “뉴스를 찾아보는 수고로움을 기꺼이 감수하는 노력을 발휘한다면 우리의 눈을 속이는 메이저 언론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정확한 뉴스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이런 연출을 과감하게 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윤 작가는 “다수의 대중이 보는 포털이 아닌 한겨레 지면이라는 공간의 특수성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측면이 당연히 있다”며 “편집자들도 배짱 있게 지지해주기 때문에 편하게 작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히려 “연재 도중 가족들의 염려 때문에 몇 번 주춤댄 적은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사회를 거울처럼 비추는 데서 그치지 않고, 윤태호 작가는 연재 당시 화제가 되는 사건을 직접 작품 속에 녹여내기도 한다. 이러한 방식을 택한 데서 느끼는 어려움에 대해 윤태호 작가는 “정치를 피상적으로, 혹은 사담 나누듯 이해하다가 작품에서 본격적으로 다루다 보니 내 정치적 의식의 앙상함과 빈곤함을 목격하게 되었던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 통합진보당 강기갑 대표는 지난 9월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정지원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통합진보당을 유지하면서 혁신을 실천하는 길 또한 이제는 찾을 수 없게 됐다"며 "제 생을 걸어서라도 막고 싶었지만 통합진보당의 분당은 이제 피할수 없는 현실이 됐다"고 전했다.ⓒ뉴스1

이런 고민을 하며 작품을 연재하던 윤태호 작가에게 가장 충격을 준 사건은 ‘통합진보당 사태’이다. 윤태호 작가는 “‘통합진보당 사태’ 이후 ‘멘붕’을 겪고 작품 창작을 제대로 할 수 없어 연재를 쉬고 있다”라고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내부자들)의 74화가 지난 8월 17일 올라온 뒤 다음편이 올라오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댓글란에는 왜 연재가 재개되지 않는지 궁금해하는 독자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윤태호 작가는 “포털에 연재 중인 (미생)의 스케줄이 워낙 살인적이라 연재가 밀리고 있다”며 “기다려주신 분들께 죄송스럽다”고 전했다.

▲ 윤태호 작가.ⓒ오마이뉴스

윤태호, 종이책에서 모니터로

웹툰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탓에 윤태호 작가를 신인으로 알고 있는 독자가 많지만, 그는 본래 1993년도 ‘월간 점프’에 으로 데뷔해 한동안 출판만화계에서 활동해왔다.
윤태호 작가는 웹툰에 발을 들인 이후 어려웠던 점을 묻는 질문에 “리듬감을 찾는데 애를 먹었다”고 답했다. “평소 만화를 자주 접하지 못하는지라 결국 내 작품 안에서 해결점을 찾았다. 계속 보고 반성하고 방법을 꾀하다 보니 어느 순간 눈에 띄는 지점이 있었다”며 ‘리듬감’을 찾은 노하우를 밝히기도 했다.
윤태호 작가의 작품에 대해서는 ‘리얼리티’가 돋보인다는 공통적인 평가가 내려진다. 윤태호 작가가 평소 “‘와, 이거 리얼한데?’라고 느끼는 지점을 분석”했던 것이 꾸준함의 비결이다. 윤태호 작가는 “현재를 다루지만 전혀 공감할 수 없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판타지가 담겨있어도 얼마든지 ‘리얼’한 지점이 있다”며 “‘리얼리티’는 ‘무엇을 다루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다루느냐’에 숨어있다는 점을 고려해 신중하게 작업한다”고 전했다.
윤태호 작가는 “(작업할 때) 웹 연재 당시만을 고려하지는 않는다”며 “최종결과물인 단행본으로의 변환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지도 함께 고민한다”고 했다. 이어 “지금 연재하는 (미생)은 전작인 (이끼)와 달리 나름대로 출판도 염두에 두고 제작하는데, 어느 정도의 효과를 가져다줄지 살펴보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 지난 2010년 개봉된 영화 ‘이끼’의 포스터. 영화의 원작자인 윤태호 작가는 “‘영화로 만들어져야만 좋은 작품인가’라는 논의와 별개로 하나의 작품이 타 매체로 활발하게 전환되는 것은 고무적”이라고 전했다.

인기 웹툰은 자연스럽게 출판으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영화나 뮤지컬, 드라마, 연극 등을 통해 여러 차례 변주되곤 한다. 윤태호 작가 역시 전작 가 영화화된 경험이 있다. 윤태호 작가는 “‘영화로 만들어져야만 좋은 작품인가’라는 논의와 별개로 하나의 작품이 타 매체로 활발하게 전환되는 것은 고무적”이라며 “작가들이 다작을 하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환경이 많이 바뀌었으므로 작품 하나의 가치는 좀 더 확대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웹툰은 출판만화와 달리 한 작품의 연재가 끝나면 작가가 해당 작품을 통해 수익을 얻을 방법이 없다. 원고료라는 고정 수입이 끊기면 작품을 출판해 인세를 받기도 쉽지 않다. 이러한 작가들의 처지를 고려해 다음 ‘만화속세상’은 완결 만화 유료화 정책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윤태호 작가는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웹툰이 본격적으로 정착한 지 십 년이 조금 넘은 지금 유료화 관련 논의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고민을 나누는 사람들이 많아 변화 또한 합리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윤 작가는 이어 “물론 독자들은 변화의 속도에 거부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작가와 디지털만화 생태계에 매우 중요한 일이니만큼 이해해 주시리라 믿는다”고 전했다.
윤태호 작가는 “한국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과 신안 앞바다의 보물선 도굴꾼 이야기를 준비 중”이라면서도 “확정되지 않았으므로 결국 연재에 들어가 보아야 알 수 있다”고 앞으로의 연재 계획을 밝혔다.
“소재나 주제 등은 ‘사고’처럼 찾아오기 때문에 특별하게 그것들을 얻으려는 노력을 하기는 매우 어렵다”며 “평소 그런 ‘사고’가 찾아왔을 때 놓치지 않도록 사고의 칼을 잘 연마하는데 주력한다”는 윤태호 작가.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해달라고 부탁하자, 윤태호 작가는 ‘앞으로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는 전제가 깔린 자신감을 담백하게 펼쳐 보였다.
“한 작가의 진화를 꾸준히 따라가 보는 것도 나름대로 큰 즐거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윤태호라는 작가가 어떤 생각을 펼치는지 담담하게 따라와 주시고 함께 걸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윤다정 기자  |  songbird@mediaus.co.kr

2012년 5월 19일 토요일

시청앞광장 노랑 추모물결과 불꺼진 건물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2-05-18일자 기사 '시청앞광장 노랑 추모물결과 불꺼진 건물'을 퍼왔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추모문화제 포스터의 비밀

"내 건들라믄 대한민국을 대청소해야 할끼야!" 영화 (이끼)의 천용덕 이장(정재영역)의 명대사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아무리 대청소한다 해도 살아남을 절대권력이 존재할 듯하다.
주옥같은 명대사를 뽑아낸 (이끼)의 원작자 윤태호씨는 노무현 대통령 서거 3주기 추모문화제 포스터를 디자인했다. 그런데 '비밀'이 존재한다.
자세히 보면, 노랑색 '추모물결' 이 광화문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그런데 인파들이 쏠려가는 대로에 까맣게 색칠된 빌딩 세개가 눈에 띈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사옥과 (프레스센터) 건물만 어두운 것이다.
윤태호씨는 "3년 전 서울시청 앞 광장을 가득 메웠던 50만 인파를 기억하며 이 포스터를 그렸다"며 "하늘이 울고 땅이 울고 대한민국이 우는데 미동조차 하지 않는 세력(조중동)을 말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노무현재단 관계자는 "이번 포스터에는 지난 참여정부 시절 보수언론들의 보도 행태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다는 의미가 작품에 담겨 있다. 그림 속 추모 인파들이 이들 건물들을 지나 청와대를 향하고 있는 것은 민심이 어디로 흐르고 있는지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 (이끼)에는 "너 이끼 아냐? 조용히 살아 이끼처럼. 바위에 쫙 붙어. 입 닥치고"라는 또 다른 명대사가 존재한다. 3년전 시청 앞 불 꺼진 건물에서 누군가는 '추모물결'을 바라보며 똑같은 말을 했을지 모를 일이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3주기 추모 포스터는 트위터상에서도 빠르게 퍼지고 있다.
"뜻 깊고 멋있습니다"(least***)
"불 꺼진 조선, 동아의 건물 비밀은 찾기 쉽습니다!"(@gelg***) 등의 반응.
또 파워 트위터리안 정중규 대구대 한국재활정보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자신의 트위터(@bulkoturi)에"노란물결 가운데 불꺼진 조중동 건물이 의미심장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웹툰 (이끼)로 인기를 얻은 윤태호 작가는 최근 (미생)과 (내부자)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 노무현 대통령 서거 3주기 추모문화제 포스터

윤경진 기자  |  ykj23@pressbyple.com

2012년 3월 18일 일요일

강풀과 M본부의 만남 “웹툰 검열 반대”


이글은 미디어스 2012-03-15일자 기사 '강풀과 M본부의 만남 “웹툰 검열 반대”'를 퍼왔습니다.
방통심의위 청소년유해매체물 지정 반대 1인 시위


▲ 3월 15일 오후6시 방통심의위가 위치한 목동 방송회관 앞에서 윤태호, 강풀, 주호민 작가가 웹툰의 청소년유해매체물 지정에 반대하는 1인시위를 하고 있다ⓒ권순택

15일 오후 6시 목동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만, 이하 방통심의위)가 소속된 방송회관 앞에서 윤태호 작가( 연재), 강풀 작가(, , 연재)와 주호민 작가( 연재)가 1인시위를 통해 ‘웹툰검열 반대’에 동참했다.
의 윤태호 작가, “근거를 가지고 창작활동을 규제해야”


▲ '이끼'의 원작 윤태호 작가
1인시위에 앞서 윤태호 작가는 “만화진흥에관한법률이 제정돼 올해는 만화의 외연이 넓어지고 발전할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감을 가진 상황에서 웹툰에 대한 청소년유해매체물 지정 소식을 듣고 작가들 사기가 많이 떨어진 상황”이라며 아쉬움을 전했다. 윤 작가는 “특히 청소년유해매체물 지정은 포털과 만화가들 간 자율적으로 ‘19금’이라는 장치를 달고 있는 것을 존중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겠냐. 그래서 분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태호 작가는 “방통심의위는 웹툰이 어떤 부분에서 청소년들에게 유해한지에 대한 연구를 먼저 진행해야한다. 근거를 가지고 창작활동을 규제해야지 않겠나”고 비판했다.
‘작품성을 떠나 청소년들의 수용수준의 문제’라는 방통심의위 주장에 대해서도 “그렇다면 왜 19금을 달고 연재중인 작품들까지 잡아내느냐. 그 판단은 비전문가들이 아니라 우리가 독자들과 함께 하겠다”고 주장했다. 
윤태호 작가는 “방통심의위가 하지 않아 우리가 해외사례도 찾아보고 해서 관련 연구를 하기로 했다”면서 “‘청소년보호법’에 대한 문제제기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향후 활동계획을 밝혔다. 
강풀, “유해매체물 지정은 경고딱지”

▲ '그대를 사랑합니다', '26년'의 강풀 작가
함께 1인시위에 나선 강풀 작가도 “웹툰에도 19금 만화들이 있다. 자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갑자기 유해매체물 지정에 나선 것은 한 마디로 경고딱지가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강풀 작가는 “ 등의 작품은 심지어 문화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사실상 청소년유해매체물 지정에 기준이 없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강풀 작가는 ‘방통심의위의 웹툰에 대한 유해매체물 지정’에 대해 “만화가 스스로 자기검열을 할 수 있게 한다. 작가로서의 상상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또, “포털에서도 관련 작품들을 꺼리게 될 것이다. 청소년보호법 제정 이후 만화계가 많은 피해를 봤었는데 까딱하면 그 상황이 되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유명인으로서의 사회적 문제에 위축이 되지 않느냐’는 물음에는 “전혀 없다. 좌우의 문제가 아니라 옳고 그름의 문제다. 상식에 대한 발언”이라고 답했다. 
‘1인시위가 처음’이라는 강풀 작가는 “이 방법이 오히려 만화가 입장에서는 파격적인 시위 방법이 아니겠느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더 다양한 방법으로 시위가 진행될 것”이라며 “그러나 길어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현재 웹툰 작가들은 작품 아래 ‘검열반대’ 로고를 붙이는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주호민 작가, “만화계 전체에 마이너스로 작용할 것”

▲ '신과함께'의 주호민 작가
주호민 작가는 “윤태호·강풀, 내 작품도 방통심의위의 청소년유해매체물 검토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다”며 “그러나 이는 작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만화계 전체에 마이너스로 작용될 것이기 때문에 같이 하는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 할 것”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이날 만화가들의 검열반대 ‘1인시위’에 MBC 김민식 노조부위원장이 방문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MBC 노조가 파업하는데 윤호식·강풀 작가가 많이 도와줬었다”며 “웹툰에 대한 검열은 MBC 파업이유는 같은 이치”라고 말했다.
김민식 부위원장은 “에서 한미FTA 편이 불방됐는데, 판단은 시청자와 독자들이 하는 것이다. 사장이나 정부기관에서 ‘안돼’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제작자 입장에서는 ‘윗사람이 싫어하지는 않을까’라고 눈치를 보게 된다”며 만화가들의 1인시위에 지지를 보냈다.  
방통심의위, “검토중…작품성 높더라도 수용수준 봐야”
한편, 방통심의위의 웹툰에 대한 청소년유해매체물 지정에 대해 “검토 중”이라는 답했다. 아직 전체회의 상정 등의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통신심의국 유해정보심의팀 정희영 팀장은 “만화가협회에서 공동으로 법률자문을 받아 의견서를 제출했고, 만화가 개인들도 의견을 낸 상황이라 검토 중”이라며 “모든 웹툰 작품들이 규제를 받아야한다는 건 아니다. ‘연쇄살인’, ‘신체절단’, ‘스승폭행’ 등 어린 청소년들에게 부적합 것이 있어 접근을 제한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희영 팀장은 “삭제로 어른들까지 못 보게 하는 것이 아니다”, “작품성이 높다고 하더라도 수용수준에 따라 청소년들의 접근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