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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5일 일요일

낙동강변 천연습지, 귀신 나올 듯한 잡초공원으로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8-04일자 기사 '낙동강변 천연습지, 귀신 나올 듯한 잡초공원으로'를 퍼왔습니다.

지난달 29일 경북 칠곡군 남율리의 낙동강 강수욕장. 잡초가 무성하게 자란데다 물도 깨끗하지 않아 수영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아 보였다. 올해 안에 이 시설을 인수하게 될 칠곡군은 아직도 유지관리비를 산정하지 못하고 있다.

[토요판 커버스토리] 낙동강변을 가다
강수욕장엔 푸른 잡초뿐이었다
어떤 식물은 허리까지 차올랐다
피서철이었지만 1㎞ 모래밭엔
단 한명도 보이지 않았다
10분에 한번 자전거만 지나갔다

지난달 29일 오후 경북 칠곡군 남율리의 낙동강변. 안내판의 조감도를 보고는 미국 하와이의 와이키키 해변인 줄 알았다. 두드림공원 강수욕장. 리버 파라솔이 세워진 모래밭으로 강물이 파도치며 들어오고 사람들이 헤엄친다.안내판은 취재진을 드넓은 모래밭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강수욕장을 뒤덮고 있는 것은 푸른 잡초였다. 어떤 식물은 괴기하게 허리 높이까지 차올랐다. 피서철이었지만 1㎞에 이르는 긴 모래밭에는 한명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모래밭의 후경을 이루는 둔치 자전거도로로 10분에 한대꼴로 자전거가 달려갈 뿐이었다.

바닥엔 이끼가 찼고, 물은 탁했다
바지를 걷고 들어가면
미끄러져 넘어질 것만 같았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중·상류에선 수영을 했는데…

지난달 29일 낙동강 남율리 강수욕장 하류에 방치된 폐준설장비. 경북 상주~경남 함안 구간에만 버려진 건설기계가 10여개 목격됐다

안내판 조감도만 보면 ‘와이키키 해변’

하류 쪽으로 약 1㎞ 정도 내려가니 폐준설장비가 강변에 방치돼 있었다. 길이 10m를 넘는 폐기계에서는 윤활유 통이 굴러다녔다. 이 건설기계가 남율리 강변의 모래밭을 먹어치웠다. 4대강 사업의 흔적이다.이곳은 낙동강 사업 25공구 포남지구다. 다른 4대강 사업구간과 마찬가지로 최소 수심 4~6m에 맞춰 강바닥을 파고 둔치엔 잔디밭과 자전거도로를 깔았다. 원래 남율리 강변에는 천연 모래밭이 펼쳐져 있었다. 한여름 장마로 물이 들면 쓸려나갔다가 가을 겨울엔 쌓이길 반복했다. 물이 드나들며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줬던 모래밭은 4대강 사업으로 사라지고 대신 강수욕장용 모래밭이 인위적으로 돋우어졌다. 이곳에서 구미시 도심까지 약 5㎞ 떨어져 있다. 주변은 농경지이고 멀리 아파트 몇 채가 보일 뿐이다. 왜 외딴곳에 이렇게 거대한 공원을 만들었을까?“국토해양부가 만들어줬지만 사실 우리도 갑갑해요. 어떻게 강수욕장을 관리할지, 비용은 얼마가 들지 가늠이 안 되거든요. 중앙부처에서 유지비용이 이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하면 우리로선 답이 안 나오죠. 지금 상태로는 유지가 될지도 모르겠어요.”강수욕장 같은 4대강 친수시설은 국토해양부가 만들어주지만, 유지관리는 지방자치단체가 해야 한다. 칠곡군 관계자는 아직 준공 허가가 나지 않아 국토해양부에서 관리권을 인수받지 않았다고 말했다.하지만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모래밭에 핀 잡초를 수시로 뽑는다 해도 남율리 강변에 몸을 담글 사람은 많지 않아 보였다. 강은 거의 흐르지 않았다. 강바닥엔 이끼가 찼고 물은 탁했다. 바지를 걷고 들어가면 미끄러져 넘어질 것만 같았다.불과 3년 전만 해도 낙동강 중·상류에선 수영을 할 수 있었다. 사계절 모래의 유동 중 강바닥이 얕아질 때면 들어가 수영을 했다. 경북 구미 해평습지도 걸어서 건널 수 있었다. 생태 블로거인 최병성 목사는 2009년 해평 강가 사진을 보여주며 “수영을 할 수 없게 된 건 4대강 사업 때문”이라고 말했다.경북 고령군 개진면의 개진강변공원은 아예 버려져 있었다. 보도블록 사이로 사람 키를 넘는 잡초가 자랐다. 공원에 들어섰는데, 산책로는 어느 순간 정글에 묻힌 것처럼 사라졌다. 잡초의 무리들은 군데군데 심어놓은 조경수도 삼켰다. 저물녘 자전거를 타고 온 한 주민이 혀를 끌끌 찼다.“이렇게 방치하면 쓰레기장밖에 더 되겠어요? 자전거 타고 오다 보면 공원이라는 것들이 다 그래요.

낙동강 강변공원 95곳, 여의도의 21배 면적

2010년 국토해양부 4대강본부에서 공개한 홍보 동영상. 강수욕과 자전거 출퇴근이 4대강 사업을 통해 이뤄진다고 밝혔다.(위·중간 사진) 2009년 9월 경북 구미 해평습지에서 강수욕을 하는 사람들. 4대강 사업 이전만 해도 중상류에선 간간이 물놀이가 이뤄졌다. 모래밭엔 철새 발자국이 보인다. 최병성 목사 제공

(한겨레)와 환경단체인 녹색연합이 지난달 29~30일 낙동강 강변공원을 점검한 결과, 상당수 공원이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자원공사가 관리하는 8개 보 주변 지역은 비교적 잘 정돈됐지만,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게 돼 있는 보 이외의 지역은 방치 정도가 심했다. 4대강 강변공원은 모두 234곳으로, 낙동강에만 95곳이 있다. 낙동강만 따져도 여의도의 21배에 이르는 61.46㎢이다.이런 관리의 난맥상이 벌어지게 된 이유는 4대강 사업이 ‘선 공사 후 계획’ 형태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접은 직후 ‘임기 내 완공’을 목표로 추진되다 보니, 세밀한 사전 수요 조사와 미래 유지관리비용 등의 평가가 없었던 것이다. ‘만들고 보자’는 분위기가 대세가 되면서, 자연습지가 파괴되고 불필요한 공원 건설이 남발됐다.환경부가 4대강 사업으로 새로 조성한 대체습지 147곳 가운데 하나라고 밝힌 구미시 도개면의 신곡생태연못도 마찬가지였다. 엉뚱하게도 지천인 신곡촌과 본류인 낙동강 합류부에 나무를 심고 인공섬이 조성되는 등 ‘공원’이 만들어져 있었다. 황인철 녹색연합 4대강현장팀장은 “이곳은 원래 지천과 본류가 만나 자연습지를 이뤘던 곳”이라며 “습지를 파헤쳐 인공섬을 만들고선 대체습지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국토해양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강변공원 등 이른바 ‘친수시설’ 인수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유지관리비용이 얼마 들지 않는다고 하고, 지자체는 예산이 부족하다고 맞선다.도대체 얼마나 돈이 드는 걸까? 정부는 4대강 사업의 모범을 한강 서울 구간이라고 말해왔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의 김운규 총무부장의 말이다.“매년 여름 큰비가 오면 한강 둔치가 다 잠깁니다. 강물이 빠지면 곧바로 물 뿌려서 청소하고, 고사한 나무들은 다시 심고, 유실된 자전거도로 복구하고, 침수된 화장실 고치고… 한바탕 작업을 해야 하죠. 올해 여름비에도 탄천 도로가 유실됐어요. 이렇게 한해 한강시민공원의 유지관리비가 500억원이 듭니다. 인건비도 250억~300억원이 들어요.”한강시민공원의 면적은 40㎢. 1㎢당 최대 20억원 정도가 드는 셈이다. 한강에 비춰 추산해보면, 낙동강 강변공원의 유지관리비는 1230억원(61.46㎢×20억원)이 나온다. 지난 3월 경상남도도 낙동강 둔치 시설관리비가 1200억원을 넘을 거라고 추정한 바 있다. 반면 국토해양부는 올해 낙동강 유지관리비를 390억원 정도로 보고, 절반인 195억원을 각 지자체에 지원하기로 했다. 서울 한강시민공원의 시설물이 많은 점을 고려하더라도 둘 사이의 추정액은 세 배 차이가 난다. 국토해양부는 “자전거길, 수목, 둔치 등 시설별로 타당성 조사에 사용되는 객관적인 기준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도대체 왜 지었는가’라는 거대한 의문


칠곡군이나 고령군 같은 소규모 지자체는 재정자립도가 낮은데다 한해 예산도 2000억원을 갓 넘는다. 유지관리비의 50%를 국고에서 지원받긴 하지만, 지자체로선 없던 비용이 새로 발생하는 것이라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황인철 팀장이 말했다.“문제는 오히려 비용 투입의 적절성이지요. 1000만명이 사는 서울 한강시민공원이야 이용도가 높기 때문에 장마 때마다 보수해서 써도 된다고 하지만, 대도시라고 해봐야 구미, 대구, 부산이 전부에다 주변 대부분이 농경지인 낙동강에 이렇게 많은 돈을 들여 강변공원을 지어도 될까요? 이용자는 적은데 막대한 관리비용이 드는, 전형적인 예산 낭비 사업으로 전락했습니다.”왜 이런 곳에 거대한 강수욕장을 지었는지, 강변공원을 지었는지 의문이었다. 4대강 강변공원은 근린공원 성격이 짙기 때문에 먼 거리에서 올 만한 사람들도 적다. 즉 투자비용 대비 효과가 적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투자비를 거둬들이기 위해 4대강변이 개발 압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구미시는 지난달 낙동강변에 골프장과 수상비행장을 재추진하기로 발표했다. 여론의 압력으로 꼬리를 내렸던 낙동강 카지노 유람선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겠느냐는 예상도 나온다.낙동강 너머로 해가 저물었다. 개진강변공원에 1시간 가까이 머물렀는데, 여기서 본 사람은 고작 세명이었다. 제멋대로 피어난 잡초 때문에 더욱 으스스해졌다.

낙동강/글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사진 강재훈 선임기자

2012년 5월 19일 토요일

시청앞광장 노랑 추모물결과 불꺼진 건물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2-05-18일자 기사 '시청앞광장 노랑 추모물결과 불꺼진 건물'을 퍼왔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추모문화제 포스터의 비밀

"내 건들라믄 대한민국을 대청소해야 할끼야!" 영화 (이끼)의 천용덕 이장(정재영역)의 명대사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아무리 대청소한다 해도 살아남을 절대권력이 존재할 듯하다.
주옥같은 명대사를 뽑아낸 (이끼)의 원작자 윤태호씨는 노무현 대통령 서거 3주기 추모문화제 포스터를 디자인했다. 그런데 '비밀'이 존재한다.
자세히 보면, 노랑색 '추모물결' 이 광화문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그런데 인파들이 쏠려가는 대로에 까맣게 색칠된 빌딩 세개가 눈에 띈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사옥과 (프레스센터) 건물만 어두운 것이다.
윤태호씨는 "3년 전 서울시청 앞 광장을 가득 메웠던 50만 인파를 기억하며 이 포스터를 그렸다"며 "하늘이 울고 땅이 울고 대한민국이 우는데 미동조차 하지 않는 세력(조중동)을 말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노무현재단 관계자는 "이번 포스터에는 지난 참여정부 시절 보수언론들의 보도 행태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다는 의미가 작품에 담겨 있다. 그림 속 추모 인파들이 이들 건물들을 지나 청와대를 향하고 있는 것은 민심이 어디로 흐르고 있는지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 (이끼)에는 "너 이끼 아냐? 조용히 살아 이끼처럼. 바위에 쫙 붙어. 입 닥치고"라는 또 다른 명대사가 존재한다. 3년전 시청 앞 불 꺼진 건물에서 누군가는 '추모물결'을 바라보며 똑같은 말을 했을지 모를 일이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3주기 추모 포스터는 트위터상에서도 빠르게 퍼지고 있다.
"뜻 깊고 멋있습니다"(least***)
"불 꺼진 조선, 동아의 건물 비밀은 찾기 쉽습니다!"(@gelg***) 등의 반응.
또 파워 트위터리안 정중규 대구대 한국재활정보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자신의 트위터(@bulkoturi)에"노란물결 가운데 불꺼진 조중동 건물이 의미심장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웹툰 (이끼)로 인기를 얻은 윤태호 작가는 최근 (미생)과 (내부자)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 노무현 대통령 서거 3주기 추모문화제 포스터

윤경진 기자  |  ykj23@pressbyple.com

2012년 4월 24일 화요일

서둘러 피어나던 애기똥풀, 봄비에 고개를 떨구다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04-23일자 기사 '서둘러 피어나던 애기똥풀, 봄비에 고개를 떨구다'를 퍼왔습니다.
[포토에세이] 봄비 내린 도심의 풍경... 짧은 봄 아쉬워 봄비 내렸는가?

▲ 봄비 초여름 같던 날, 봄비 차고는 많은 비가 내렸다. ⓒ 김민수
▲ 봄비내리는 거리 봄비가 내리는 날에도 어김없이 일상은 시작된다. ⓒ 김민수
▲ 봄비 그렇게 하루 종일 봄비가 내렸다. ⓒ 김민수
▲ 봄비 봄비내리는 도시의 밤, 불빛들이 보케가 되어 다가온다. ⓒ 김민수
▲ 봄비 도시의 빛이 내린 비에 반영되어 자신의 색을 드러낸다. ⓒ 김민수
▲ 봄비 봄비와 바람에 떨어진 진달래, 즈러밟고 갈 님도 없는데.... ⓒ 김민수
▲ 비이슬 낮은 자리에 피어난 이끼에 쉬고 있는 비이슬 ⓒ 김민수
▲ 비이슬 풀잎에라도 잠시 쉬었다 가고 싶은 비이슬이 맺혀있다. ⓒ 김민수
▲ 애기똥풀 초여름 같던 날씨에 서둘러 피어나던 애기똥풀이 봄비에 고개를 숙였다. ⓒ 김민수

봄비가 내리자 여름으로 달려가던 봄날이 잠시 숨을 고르고 우리 곁에 남아 있습니다. 함께 불러온 봄바람은 꽃비를 몰고와 애써 피었던 벚꽃이며 진달래, 개나리 꽃들을 하나 둘 땅에 내려놓았습니다.

그렇지않아도 짧은 봄, 서둘러 마무리를 하려는 듯하여 서운하기도 합니다. 유난히도 길었던 겨울, 이제 봄이 왔는가 싶었는데 어느덧 여름인가 싶었는데 봄비가 내리고 나니 봄날의 서늘함이 느껴집니다.

아직은 봄이구나 싶어 반갑기도 합니다. 초여름같은 날씨가 이어지자 도심 곳곳에서 끈질기게 생명력을 자랑하던 애기똥풀이 꽃을 피우기 시작했더랍니다. 봄비가 아니었으면 흐드러지게 피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잠시 우리 곁에 더 머물러 있고 싶은 봄의 마음을 봅니다.

아직 봄을 느끼지 못한 이들 많은데, 봄을 보지 못한 이들 많은데 성큼 여름으로 내닫기가 미안했던 모양입니다.

올해 4월은 겨울과 봄과 여름이 혼재되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아직은 봄이면 좋겠습니다. '봄', 듣기만 해도 설레던 단어였는데, 온전히 보기도 전에 봄날은 저만치 달아나려 하고 있습니다.

김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