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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7일 화요일

공휴일은 공무원의 휴일?


이글은 시사IN 2013-05-07일자 기사 '공휴일은 공무원의 휴일?'을 퍼왔습니다.
대체휴일제가 국회에 상정되며 논란이 뜨겁다. 재계는 늘 그래왔듯 경쟁력 하락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공휴일은 대통령령에 따른 것일 뿐, 법률로 규정되지 않아 오락가락했다. 보장받지 못하는 노동자도 많다.

직장인들이 새해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살펴보는 것이 있다. 바로 달력의 ‘빨간 날(공휴일)’이다. 5월5일 어린이날과 5월12일 부처님오신날이 월요일이고, 8월15일 광복절과 10월3일 개천절이 금요일이며, 2월7일 설날이 목요일이라 5일 연속 휴일이 확보된 2008년은 최고의 해였다. 반면 1월25일 설 연휴 첫날과 3월1일이 일요일이고 5월2일 부처님오신날과 6월6일 현충일이 토요일이며 10월3일이 개천절이자 추석이자 토요일이었던 2010년에는 직장인들 가슴이 답답해졌다.

이렇게 ‘복불복’ 달력에 일희일비하는 직장인들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 국회에서 논의 중인 대체휴일제다. 이는 공휴일이 주말과 겹치면 평일에 따로 휴일을 지정해 쉬는 제도로 일반 공휴일은 일요일, 설·추석 연휴는 토·일요일과 겹칠 경우 적용된다. 이런 내용 등을 담은 ‘공휴일에 관한 법률안’이 4월25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됐다.

ⓒ시사IN 조남진 직장인들은 새해 달력을 받으면 ‘빨간 날’부터 살펴본다. 공휴일이 주말과 겹치면 한숨이 먼저 나온다.


여기까지도 쉽지 않았다. 법안 상정 소식이 알려지자 곧장 재계의 반발이 이어졌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대체휴일제 도입 등으로 인한 휴일 증가는 생산량 감소와 인건비 증가로 이어져 최고 32조원에 달하는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킬 것이다”라며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대체휴일제를 둘러싼 논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사실 이 제도는 1959년과 1989년 각각 공휴일중복제와 익일휴무제라는 이름으로 시행된 바 있다. 하지만 두 번 모두 1년6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폐지됐다. “노는 날이 너무 많다”라는 경영계의 불만 때문이었다. 이후 2009년부터 국회에서 다시 법제화가 시도됐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자의 날만 보장


대체휴일제만이 아니다. 애초 달력에 빨갛게 표시돼 있던 공휴일이 다시 까만색 평일로 돌아오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유엔의 날, 식목일, 한글날, 국군의 날, 제헌절 등(오른쪽 상자 기사 참조)이 대표적이다. 어떤 날이 공휴일이 되고 말고는 그때그때 정부와 재계가 내세우는 목표나 상황에 따라 달라졌다. 1989년 ‘휴식의 증대를 통한 국민 복지의 증진’이라는 명분으로 법정 공휴일을 종전의 17일에서 19일로 늘렸던 노태우 정부는 이듬해 경제계의 수출부진론 등에 밀려 1년 만에 다시 공휴일 수를 17일로 되돌려놓았다. 김대중 정부도 1998년 외환위기 이후의 경제난 타개를 위해 이틀이던 신정 연휴를 하루로 축소했다.

이렇게 경제 사정에 따라, 정부 성향에 따라 공휴일이 오락가락한 가장 큰 이유는 공휴일이 법률로 규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공휴일은 사실 대통령령인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따른 것으로 필요에 따라 국무회의에서 언제든지 추가·삭제할 수 있다.

또한 공휴일은 엄밀히 말하면 ‘국민의 휴일’이 아닌 ‘공무원의 휴일’이다. 근로기준법상으로는 주휴일(주로 일요일)과 5월1일 근로자의 날만 휴일로 보장받는 일반 기업의 직장인은 기업과 근로자가 맺은 ‘약정 휴일’을 통해 공휴일 휴무를 보장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도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경영 담론으로 본 한국의 휴가 정치를 다룬 책 (잃어버린 10일)을 쓴 김영선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연구교수는 “한국의 휴가 제도가 점점 선별적이고 특수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리프레시 휴가’ 등 성과에 따른 휴가가 적용되는 것처럼 노동자의 보편적 휴식권이 축소되는 중이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체휴일제 등의 내용을 담은 공휴일 법제화는 ‘모두를 위한 보편적 자유 시간을 보장하는 상징적 표지’라고, 김 교수는 말했다. 

하지만 공(公)휴일을 국민들의 공(共)휴일로 바꿀 수 있는 법적 근거인 ‘공휴일에 관한 법률’은 안전행정부와 일부 여당 의원들의 반대로 4월25일 안행위 전체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4월29일 추가 협의가 이뤄질 예정이지만, 공휴일 법제화는 포기하고 대통령령 개정으로 대체휴일제만이라도 도입하자는 여당의 절충안조차 거절당한 것으로 보아 이번 법안의 국회 통과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변진경 기자  |  alm242@sisain.co.kr

2012년 2월 17일 금요일

[아침 햇발 ] 국방장관의 정치개입 혐의 / 박창식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2-16일자 기사 '[아침 햇발 ] 국방장관의 정치개입 혐의 '을 퍼왔습니다.
총선을 앞둔 시점에 장병들한테비판적인 언론을 차단하는 것은군인복무규율에도 어긋난다



박창식 연구기획조정실장 겸 논설위원
독일의 군인은 정당이나 시민단체에 가입하는 게 허용된다. 군인은 일정한 절차를 밟아서 연방 하원의원, 주 의원, 유럽의회 의원에 출마할 수 있다. 하지만 정치활동은 근무시간 중에 할 수 없고 자유시간에 해야 한다. 군인이 정치 집회나 행사에 제복을 입고 참가해서는 안 된다. 상관은 하급자의 정치적 견해에 영향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
독일에서 군인의 지위를 규정한 군인법의 주요 내용이다. 이 법은 군인을 ‘제복을 입은 시민’으로 이해한다. 군인이 제복을 입었더라도 시민과 동일한 공민권을 지닌다는 뜻이다. 군사적 직무 때문에 불가피하게 권리를 제약하려면 그 범위를 법률로 규정하도록 하고 있다. 한마디로 개별 장병의 시민적 기본권을 보장하되, 군이 집단으로서 부당하게 정치에 개입할 가능성을 철저하게 차단하겠다는 제도다.
이런 개념은 유럽 여러 나라에 보편화되어 있다. 특히 독일은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전쟁을 도발한 나치스 군대를 철저하게 비판하고, 군대를 개혁하고자 제도를 좀더 정교하게 연구했다. 우리는 군부 쿠데타와 군의 선거개입 때문에 국민들이 고통을 겪고 나라의 발전이 정체된 뼈아픈 역사를 갖고 있다. 군의 정치적 중립성이 흔들리지 않도록 더욱 날카롭게 경계해야 마땅하다.
얼마 전 일부 군부대에서 ‘나는 꼼수다’ 등 10개 안팎의 앱과 사이트를 ‘정부 비방’ 또는 ‘종북’으로 규정하고 삭제하는 일이 벌어졌다. 정부 비방이니 종북이니를 군이 자의적으로 재단하는 것부터가 온당하지 않다. 그런데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국회에 출석해 “특정 앱에서 국군 통수권자나 정부를 비난하거나 북한을 찬양하는 것은 정신전력 훼손 여지가 많아 해당 지휘관 조치는 타당했다”며 이 행동을 정당화하고 나섰다.
나꼼수 등은 정부에 비판적인 매체다. 세상에는 정부에 비판적인 매체와 우호적인 매체가 두루 있다. 군 지침대로라면 장병들은 비판적인 매체는 빼고 우호적인 매체에만 접근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장병들의 눈과 귀를 어느 한쪽으로만 유도하려는 이유가 뭔가? 장병들이 교양과 지식을 고루 얻지 못해 무식해지도록 만들자는 건가? 특히 지금은 총선을 코앞에 두고 있다. 결국은 장병들이 정부·여당에 비판적인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야당이 아니라 여당 후보한테 투표하도록 유도하려는 것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
군인은 군인복무규율을 따르도록 되어 있다. 대통령령인 군인복무규율은 18조 4항에서 ‘각종 투표에 있어서 어느 한쪽에 찬성하거나 반대하도록 영향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최근 군 지휘부의 움직임은 군인복무규율 위반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 부당한 정치개입이며, 군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벗어난 행위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1992년 4월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는 군이 같은 해 3월24일 치러진 총선에 조직적으로 개입했음을 내비치는 ‘건강한 부대 관리’라는 제목의 문서를 공개했다. 그 문서는 총선 기간인 3월10일부터 24일까지 병사들의 동요를 방지한다는 목표 아래 텔레비전 저녁뉴스 시청을 통제하도록 했다. 대신에 전우신문 윤독회, 정훈 비디오 상영 등을 실시하도록 했다. 당시 육군 보병소대장인 이지문 중위는 “여당이 지지를 받아 정치 안정을 이뤄야 한다”는 정신교육이 부대별로 실시됐다고 폭로했다. 그때 일은 그때 일이고 군의 정치개입은 더이상 없을 줄로 여겼다. 그런데 이번 논란을 계기로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총선 이후 구성될 19대 국회는 이 사건에 대해 우선적으로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 군 지휘부의 일탈 행위를 밝혀내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를 위해 나는 이 글을 통해 김관진 장관의 정치개입 혐의를 고발해둔다.

박창식 연구기획조정실장 겸 논설위원cspcs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