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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15일 월요일

日자민당 "北이 미사일 쏘면 전쟁"


이글은 뷰스앤뉴스(Views&News) 2013-04-15일자 기사 '日자민당 "北이 미사일 쏘면 전쟁"'을 퍼왔습니다.

이시바 간사장 "차제에 개헌해 '선제공격권'도 확보해야"


일본 자민당 2인자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간사장이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북한과 전쟁을 벌여 북한을 궤멸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북한 미사일 사태를 계기로 일본헌법을 개정해 '선제공격권'까지 확보해야 한다며 일본 재무장 야욕을 서슴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아베 총리의 후임 총리로 거론되고 있는 이시바 간사장은 지난 13일 (요미우리) TV에 출연해 “지금까지는 북한이 실제 그렇지 않지만 ‘위성 실험’이라고 이야기했다. ‘미사일을 쏜다’고 하고 쏘면 전쟁"이라며 "(일본이) 피해를 입지 않아도 자위권 행사의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이시바 간사장은 이어 “앞으로 헌법 96조 개정을 위한 국민투표가 실시될 때 국민은 (9조 개정을) 염두에 두고 투표를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헌법 96조는 개헌 발의 요건을 다루고 9조는 전쟁 포기와 교전권을 금지한 조항으로, 교전권을 확보하기 위해 개헌이 필요하다는 주장인 셈이다.

그는 이어 14일 (후지TV)와의 인터뷰에서도 "북한이 미사일을 쏠 경우 일본은 방위상 출동할 것이고 미국도 자위권을 발동할 것"이라며 "이는 북한의 파멸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더 나아가 "자위권 행사가 법적으로 확인되고 있지만 실제로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선제공격 논의는 확실히 하지 않으면 안된다"며 개헌을 통한 '선제공격권 확보'까지 주장했다.

그는 "선제공격능력을 가질 것인가, 가지지 않을 것인가의 문제를 귀찮다고 피하는 것은 성실한 자세가 아니다"라며 "이는 아베정권의 과제"라며 반드시 선제공격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태견 기자

2012년 10월 10일 수요일

MD 참여 결단코 없다고? 이미 참여해왔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2-10-09일자 기사 'MD 참여 결단코 없다고? 이미 참여해왔다!'를 퍼왔습니다.
[정욱식의 '오, 평화'] 미사일과 MD, 그리고 안보딜레마

10월 7일 발표된 한미 미사일 지침과 관련해 가장 큰 논란거리 가운데 하나는 이명박 정부가 미국에 반대급부로 미사일방어체제(MD) 참여를 밀약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이면 합의의 존재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고, 이명박 정부는 "결단코 MD에 참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다만 MB 정부는 미국과 협력해 한국형미사일방어체제(KAMD)를 기반으로 하층방어체계 구축은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미사일 사거리 연장을 대가로 MD와 관련된 이면 합의를 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면 합의의 존재 여부와 관계없이 MB 정부는 미국 주도의 MD에 참여해왔다는 것이 실체적 진실이다.

이는 미국 고위 관료들의 최근 발언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미 국무부의 프랭크 로즈 차관보는 9월 10일 "한국과 MD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캐슬린 힉스 국방부 정책담당 수석부차관의 발언은 더욱 구체적이다. 그는 9월 24일 "미국이 추진하는 MD에 한국이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놓고 (한국 정부와) 대화하고 있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한국이 MD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굳이 미사일을 사용하면서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더라도, 레이더망을 통해 기여할 수도 있다."

힉스가 말한 '레이더망을 통한 기여'란 두 가지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하나는 최신형 MD용 레이더를 한국에 배치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의 이지스함에 장착된 SPY 계열 레이더를 미국 MD 작전에 통합·운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 이지스함 레이더의 미국 MD로의 통합은 미래의 일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다. 이는 미국 주도의 한-미-일 해상 MD의 핵심적인 요소이기도 하다.

MB의 MD 참여, 임기 첫해부터 이뤄졌다!

MB 정부는 한사코 부인하고 있지만, MB 정부의 MD 참여는 임기 첫해부터 이뤄지고 있었다. 이는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외교 전문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08년 11월 4일 주한 미대사관이 작성한 비밀문서에는 2008년 9월 10일 서울에서 열린 안보정책구상(SPI) 회의에서 "그들(SPI 한국 측 파트너들)은 MD 프로그램 분석팀 창설에 동의했다"고 나와 있다. 이 분석팀에는 양국 연구기관뿐만 아니라 국방부와 육·해·공 3군의 미사일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그리고 그해 10월 한미 양국은 워싱턴에서 첫 회의를 가졌다.

▲ 폴란드 MD 기지개념도 ⓒ프레시안 자료사진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2009년 7월 한-미-일 국방회담 결과를 담은 주일 미국 대사관 외교 전문 내용은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 측 수석대표인 마이클 쉬퍼 국방부 동아태 담당 부차관보는 북한의 향후 도발은 북방한계선(NLL)과 비무장지대(DMZ)뿐만 아니라 "일본이나 괌을 겨냥할 수 있다"며, 3자 대화에는 이러한 시나리오도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국 측 수석대표인 김상기 국방부 정책실장은 "쉬퍼의 평가에 동의한다면서 한국을 겨냥한 위협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이때다 싶었던 미 태평양사령부 전략기획(J-5) 참모장 랜돌프 알레스 중장은 2009년 12월 9일 하와이 인근에서 예정된 MD 실험에 한일 정부가 참관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일본 측은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밝혔고, 김 실장은 한국으로 돌아가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상식적인 얘기이지만, 북한이 일본이나 괌을 겨냥한다는 것은 탄도미사일을 이용한다는 것이고, 이에 대한 공동 대응은 한-미-일 3각 MD 구축을 의미한다. 이는 곧 한미간의 MD 협력이 한국 방어를 위한 하층방어체계에 국한된다는 MB 정부의 해명이 거짓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일본이나 괌을 향해 발사된 탄도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서는 상층방어체계인 이지스탄도미사일방어체제(ABMD)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목할 것은 이미 한미 양국이 해상 MD 실험을 했다는 것이다. 양국 해군은 2010년 7월 초 합동 미사일 요격 훈련을 실시했는데, 그 내용은 한국의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이 레이더로 적의 탄도미사일을 추적해 그 위치정보를 미국 해군에 제공하자 미국 이지스함이 SM-3 미사일을 발사해 명중시켰다는 것이다. 앞서 힉스 부차관이 말한 "레이더망을 통한 기여"가 이미 훈련 단계로 격상되어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미 MD가 하층방어는 물론이고 상층방어 수준으로 논의되어왔다는 것은 (신동아) 2011년 6월호 보도로도 강력히 뒷받침된다. 이 매체는 복수의 관계자들을 인용해, "괌이나 오키나와의 미군기지에 미사일이 발사되는 경우에도 한국군이 이를 대신 요격해주는 콘셉트가 여러 차례 도출됐다"고 보도했다.

일체화·지역화되는 한미 MD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외교 전문은 2010년 2월까지이기 때문에 그 이후에 한미, 혹은 한미일 간에 MD 논의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확인하기는 어렵다. MB 정부도 MD 논의를 은폐하는데 급급해왔고, 일각에서 의혹을 제기하면 철저하게 부인으로 일관해왔다. 그러나 정작 미국은 2011년부터 한국을 대표적인 MD 참여 국가로 분류해왔다.

급기야 한미, 혹은 한미일 간의 MD 대화는 '포괄적인 연합 방어'로 귀결되고 말았다. 2012년 6월 14일 발표된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담) 공동선언에는 "북한의 점증하는 미사일 능력에 대응하여, 양측 장관들은 미사일 위협에 대한 포괄적인 연합 방어태세(comprehensive and combined defenses)를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하였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를 두고 국방부는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는 '미국의 MD 체계'와는 분명히 다른 별개의 체계이고, 이를 통합할 계획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다. 이미 한미 양국은 통합을 전제로 KAMD와 주한미군의 패트리어트 시스템을 기획·운용해왔다. 우선 지난 6월 한미 외교·국방장관은 주한미군의 작전통제소와 KAMD의 작전통제소(AMD-Cell)를 군사정보 교환네트워크인 링크-16으로 2013년까지 연결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2012년까지 한국의 패트리어트 시스템도 PAC-2 미사일에서 PAC-3로 대체하기로 했다고 이 보도하기도 했다. 이는 2+2 회담에 담긴 '연합'의 의미가 패트리어트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는 한미 하층방어체계를 '일체화'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2+2 회담 공동성명에 명시된 '포괄적(comprehensive)'이라는 표현은 일본을 포함한 '지역 MD' 구축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2012년 초부터 한국, 일본, 호주 등 동맹국들과 '동아시아 지역 MD'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동아시아 지역 MD의 핵심은 상층방어체계인 ABMD이다.

아마도 미국은 MB 임기 내에 한국의 MD 참여에 쐐기를 박으려고 할 것이다. MD에 대한 한국민의 부정적인 여론과 한국 대선을 고려해, "뼛속까지 친미"인 MB 정부를 상대하는 것이 한결 수월할 것이라고 믿을 것이기 때문이다. 10월 중순에 열릴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는 이를 위한 더 없이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주목할 것은 MB 정부가 미국의 압력에 따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MD에 편입된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선택했을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는 인수위원회시설부터 MD 참여를 적극 고려했었다. 이명박 캠프의 핵심 브레인이었던 김우상 연세대 교수는 2007년 12월 말 "굳이 MD 체제 참여에 문을 닿아놓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으로 발탁되었던 김태효 역시 "이명박 당선자가 외교 환경및 국내 여론을 고려하면서 MD 참여를 전향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MB 정부는 주변국과 국회 및 국민들의 반발을 고려해 은밀히 참여하는 길을 걸어왔다. 이와 관련해 (2008년 3월호)가 보도한 당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핵심관계자의 아래 발언은 시사하는 바가 대단히 크다.

"이름을 반드시 MD라고 붙일 필요도 없고, 명시적으로 참여를 선언할 필요도 없다. '작은 MD'건, '포괄적 MD'건 간에 우회적인 방식으로 미사일 방어에 관한 기술을 습득하고 그 장점을 취하면 되는 것이다. 한국 역시 북한이나 주변국의 미사일 위협에 노출돼 있으므로 어떤 식으로든 대비책이 필요한 것 아닌가. 잠정적으로 미국의 MD 네트워크에 협조하면서 외형적으로는 '자체적인 대비책'이라는 명분을 세우면 주변국과의 마찰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본다. 시민단체 등의 반대도 마찬가지다."

이미 필자가 여러 차례 주장한 것처럼, MB 정부의 MD 참여는 대한민국 미래에 대못질을 하는 것과 다름없다. 천문학적인 예산을 미국 군산복합체에의 호주머니에 넣어주면서도 그 효과는 극히 회의적이다. 북한은 물론이고 중국과 러시아의 강력한 반발을 야기하면서 동북아 군비경쟁과 신냉전이라는 족쇄를 한국의 발목에 채우게 될 것이다. '새로운 100년'을 꿈꾸는데 반드시 필요한 평화적 통일이 더욱 요원해질 것이라는 점도 자명하다. 휴전선에 더해 '21세기 철의 장막'이라고 할 수 있는 MD까지 덧씌워지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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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2012년 10월 9일 화요일

탄도미사일 사거리 연장, 과연 좋아할 일인가?


이글은 프레시안 2012-10-08일자 기사 '탄도미사일 사거리 연장, 과연 좋아할 일인가?'를 퍼왔습니다.
[정욱식의 '오, 평화'] 미사일과 MD, 그리고 안보딜레마(上)

이명박 정부가 10월 7일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 협상 결과를 공식 발표했다. 발표 내용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탄도미사일 사거리를 300㎞에서 800㎞로 확대하고 탄두 중량는 현재와 같은 500㎏을 유지키로 한 것이다. 둘째는 미사일의 사거리를 줄일 경우 탄두 중량을 증가시킬 수 있도록 '트레이드 오프'(trade off) 방식을 적용키로 한 것이다. 셋째는 무인항공기의 탑재 중량을 현재 500㎏에서 2.5t으로 5배 늘리기로 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이러한 합의를 최대 지적 가운데 하나로 이를 내세우고 있다. 대다수 언론도 찬양 일색이다. 그러나 한국의 탄도미사일 사거리 연장이 과연 국익에 부합하는지 냉정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또한 '외교에는 공짜가 없다'는 말이 있다. 미사일 사거리 연장의 대가로 미국에게 제공하고 있는 선물의 구체적인 내역도 확인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미사일방어체제(MD)이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고, 우선 탄도미사일 사거리 연장의 문제점을 따져보자.

한반도 군비경쟁 격화 불가피

우선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 북한이 선군정치의 핵심으로 내세우고 있는 '핵 억제력'은 그 대상이 되는 한미일 3자의 군사적 대응 수준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다. 핵 억제력의 핵심은 상대방의 공격 및 MD로부터 생존율을 높여 2차, 3차 공격 능력을 확보하는데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미동맹이 한국의 탄도미사일 능력 배가에 합의하고 MD 협력을 강화할수록 북한 역시 핵과 미사일 전력을 강화하려고 할 것이다. 북한이 취할 수 있는 방법들로는 소형 핵탄두 개발 가속화,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의 핵무기 개발용 전환, 추가적인 핵실험 또는 미사일(로켓) 시험 발사, 이동식 미사일 개발·배치, 미사일 생산량 증대, 추가적인 로켓 발사 기지 건설 등이 있다.

미사일 사거리 연장과 MD를 고리로 한 한미동맹의 움직임이 한반도 군비경쟁을 새로운 국면에 올려놓을 공산이 크다는 우려는 이러한 맥락에서 제기된다. 북한의 추가적인 핵과 미사일 전력 증강은 MD를 비롯한 한미동맹의 군비증강의 빌미가 되고 이는 또 다시 북한의 군비증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게 될 것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는 남북한의 새로운 정권 모두에게 엄청난 부담을 야기하게 될 것이다. 북한의 김정은 체제는 선군(先軍)정치에서 선경(先經)정치로의 전환을 타진하고 있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새로운 군비경쟁의 격화는 북한 내 강경파의 입지를 강화시켜 이러한 전환에 근본적인 장애를 조성하게 될 것이다.

내년에 등장할 남한의 새로운 정부의 대북정책도 큰 난관이 예상된다. 북한이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전력 증강, 일본의 군사대국화 움직임,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 연장 등 한미일의 군비증강에 군사적 맞대응을 선택할 경우 대북정책은 커다란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사일 사거리 연장이 차기 한국 정부에게 '전략적 자산'이 아니라 '전략적 부담'이 될 공산이 큰 이유다.

대한민국의 안보를 튼튼하게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의 외교적이고 평화적인 해결에 있다. 물론 이는 그 당위성에 비해 현실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고, 또 많은 인내와 시간을 요한다. 이에 따라 대북 억제는 필요하다. 실제로 한국은 세계 최강 미국과 함께 강력한 대북 억제 태세를 유지해왔다. 그런데 여기에 MD 강화와 한국의 탄도미사일 사거리 연장이 더해질 경우 북핵 문제 해결은 더욱 요원해지고, 그만큼 한국의 안보도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필자가 한국의 탄도미사일 사거리 연장을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보는 까닭이다.

▲ 율곡이이함이 6월 중순경 하와이 인근 해역에서 실시된 이지스함 전력화 평가에서 SM-2 대공유도탄 및 램(RAM) 미사일 실사격 훈련하는 모습. ⓒ연합뉴스

한중 관계 악화도 불가피

중국과 일본 등 주변국과의 전략적 불신 악화 및 군비경쟁 격화의 우려도 빼놓을 수 없다. 탄도미사일 사거리를 800km로 늘리면 중국과 일본 일부에도 다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심상치 않은 우경화와 군사대국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일본 내에서는 평화헌법의 족쇄에서 벗어나 로켓 기술을 탄도미사일로 전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중국과의 관계 악화가 우려된다. 이명박 정부는 탄도미사일 사거리 연장이 중국과 무관하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중국의 시각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노무현-부시 때 착수되어 이명박-오바마 시기에 본격화된 한미 전략동맹이 겨냥하고 있는 대상은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도 포함된다.

이에 따라 중국은 '한국'의 탄도미사일 사거리 연장을 '한미동맹' 차원의 전력 증강으로 바라볼 것이다. 더구나 중국이 한중관계의 마지노선으로 간주해온 한국의 MD 편입도 가속화되고 있어 중국의 한국에 대한 전략적 불신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중관계의 악화가 외교안보는 물론이고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중국이 북한에게 핵과 미사일 문제에 있어서 긍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이 탄도미사일 전력 증강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북한을 상대로 목소리를 높이기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결국 미국이 의도한 것은 '북한위협론'을 근거로 MD를 고리로 한 한미일 3각동맹 구축이라는 중국의 의구심도 더욱 강해질 것이다.

비확산 모범국 이미지에 먹칠

또 한 가지 반드시 따져봐야 할 문제는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 연장이 국제협약에 저촉되는지 여부다. 현재 한국이 가입한 탄도미사일 관련 국제 규범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이고, 다른 하나는 탄도미사일확산방지 헤이그 행동협약(Hague Code of Conduct against Ballistic Missile Proliferation, HCOC)이다.

MTCR는 탑재중량 500kg, 사거리 300km가 넘는 미사일과 위성발사체, 무인항공기(UAV) 등의 수출 및 기술이전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자발적 국제규범이다. 자국 기술로 개발하는 것을 제약하지 않지만, 타국에서 이전 받은 기술로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는 것은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미사일은 미국의 지대지 미사일인 나이키-허큘러스에 기반을 두고 있다. 1970년대 박정희 정권은 이 미사일을 개량해 사거리를 350km로 늘리는 '백곰'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그러나 이를 포착한 미국은 박정희 정권에 압력을 가해 사거리를 180km로 낮췄다. 그리고 2001년에는 한국의 MTCR 가입을 조건으로 사거리를 300km로 늘렸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나온 것이 바로 현무-1, 현무-2다. 이에 따라 한국의 탄도미사일 사거리는 800km까지 늘리기로 한 협정은 MTCR에 저촉된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 실제로 국제사회의 많은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또한 한국의 사거리 연장은 헤이그 협약과도 저촉된다. 한국과 미국은 물론이고 나로호에 참여하고 있는 러시아도 가입한 이 협약에서는 우주의 평화적 이용을 보장하면서도 "대량살상무기 운반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는 탄도미사일을 확산시켜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우주발사체 프로그램이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은폐하도록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라고도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군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나로호 2단 추진체 개발로 축적된 로켓 기술을 탄도미사일 개발로 활용하면 수 년 안에 1000km급 미사일 개발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는 우주발사체 기술을 탄도미사일로 전용하는 것을 금지한 헤이그 협약과 저촉된다.

주목할 점은 한국이 2012~2013년 헤이그 협약의 의장국을 맡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탄도미사일 비확산 모범국으로서의 이미지를 제고하는데 기여할 것이라는 평가를 낳았었다. 그런데 탄도미사일 사거리를 2배 이상 늘림으로써 비확산 모범국이라는 이미지의 손상은 불가피해졌다.

미사일 강대국들로 둘러싸여 있고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북한도 핵과 미사일 능력을 증강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도 탄도미사일 사거리 연장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이해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한국의 현실은 이러한 1차원적인 사고를 넘어설 것을 요구한다. 우리의 안보를 증대시키기 위한 조치가 상대방의 반작용을 야기해 오히려 우리의 안보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안보딜레마'에 가장 민감한 지역이 바로 한반도이기 때문이다.

다음에 이어질 글: MD 이면합의 없다고? 이미 참여해왔다! 

* 필자 정욱식 블로그 '뚜벅뚜벅' 바로가기* 필자가 (프레시안)에 연재한 글을 엮어 만든 책 (핵의 세계사)가 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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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2012년 5월 14일 월요일

한반도 다시 ‘냉전의 기류’


이글은 경향신문 2012-05-13일자 기사 '한반도 다시 ‘냉전의 기류’'를 퍼왔습니다.
ㆍ미국 하원 군사위, 대북 전술핵 재배치 촉구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북한과 한·미 양국이 냉전 시대를 방불케 하는 군사적 강경 대치 양상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연일 남측에 대한 호전적 비난을 쏟아내면서 대남 도발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고, 한국 정부는 군사적 대응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도 2·29 합의 결렬 이후 북한 체제를 흔들 수 있는 새로운 방향의 대북 접근법을 모색 중이다.

최근 두드러진 움직임은 1992년 이후 한반도에서 사라진 미국 전술핵의 재배치와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 연장에 대한 공개적인 주장이다.

미 하원 군사위원회는 지난 9일(현지시간) 북한의 핵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반도에 미군 전술핵을 재배치하도록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촉구하는 내용의 ‘2013 국방수권법’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또 한국 정부는 현재 사거리 300㎞, 탄두 중량 500㎏에 묶여 있는 미사일 개발 제한을 풀어줄 것을 미국에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물론 전술핵 재배치는 현실화되기 어렵다. 국방수권법 수정안이 하원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상원에서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 주장은 공화당이 대선을 앞두고 오바마 대통령을 압박하기 위한 정치적 제스처이자 북한 문제에 무관심한 중국을 움직이기 위한 의도가 담긴 것이다.

하지만 ‘미사일에는 미사일, 핵에는 핵’이라는 대응 논리는 그동안의 대북 억제정책 기조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주장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한·미는 핵·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해 남북 모두 이를 없앤다는 기조의 정책을 수십년간 추진해왔다. 군비 경쟁을 통해 균형을 맞추고 억지력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은 이 같은 기존 정책의 기본 방향을 뒤집고 북한의 핵포기 불가 명분을 강화시켜주는 것이기도 하다. 외교소식통은 “이처럼 민감한 이슈에 대한 주장이 한·미 양국에서 거리낌없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그동안의 대북정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한 것에 대한 실망감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한 가지 눈길을 끄는 점은 최근 들어 한·미 양국 모두 북한의 민생·인권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하면서 북한의 내부 변화 유도에 무게를 두기 시작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컨설팅업체 인터미디어의 너새니얼 크레천 연구원은 지난 10일 보고서를 통해 “북한에서의 외국 DVD 시청률이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면서 북한 당국의 주민통제가 약해지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니얼 배어 미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 담당 부차관보는 “미국은 북한 주민들을 지원하기 위한 새로운 방식을 개발하는 데 이 보고서를 이용할 것”이라는 의미있는 언급을 남겼다. 이는 미국이 장기적으로 북한의 내부 변화를 강요하는 쪽으로 정책을 바꿀 것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사실상 ‘레짐 체인지(체제 변화) 추진’을 의미한다.

하지만 한·미 정부가 이 같은 장기적 정책 변화를 지향하고 있음에도 모두 임기를 6개월 남기고 있어 이를 추진할 동력을 발휘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한반도 긴장이 급속히 고조되고 있는 상황임에도 선거를 앞둔 양국 정부가 모두 단기적 위기관리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한반도 안보 불안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될 수 있다.

워싱턴 | 유신모 특파원 simon@kyunghyang.com

2012년 5월 6일 일요일

5000㎞날아가는 ‘절대무기’…미·러가 95% 독점 ‘공포의 균형’


이글은 한겨레신문 디펜스21 2012-04-29일자 기사 '5000㎞날아가는 ‘절대무기’…미·러가 95% 독점 ‘공포의 균형’'을 퍼왔습니다.

뉴스분석 왜?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정치학

▶ ICBM, SLBM, MRBM, IRBM… 미사일 용어들은 죄다 암호문 같다. 우주로 날아갔다가 초속 5~7㎞ 속도로 대기권에 재진입해 내리꽂히는 장거리 미사일은 민간인과 군인을 구별하지 않고 상대에 극한의 공포를 안겨준다. 뾰족한 창을 던져 사냥감을 잡던 호모 사피엔스의 후예들이 벌이는 ‘절대무기’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호모 에렉투스는 주먹도끼를 들고 사냥감에 다가가 때려잡았다. 그 뒤에 나타난 호모 사피엔스는 긴 창으로 찌르거나 던졌다. 결국 호모 에렉투스는 사라지고 호모 사피엔스가 세상을 정복하게 되었다. 다가가지 않고도 멀리서 사냥감을 잡을 수 있다는 건 인간의 존재 의미를 변혁시킨 심오한 사건이었다. 자신의 몸을 보호하면서 오직 상대방에게만 타격을 가할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을 확보하게 되어 인간은 자연에 대한 지배자로 자신을 격상시키게 된 것이다. 이것은 생존경쟁에서 절대강자가 된다는 의미를 품고 있다.
창에서 화살로 이어진 고대문명, 총과 대포로 진화한 근대문명, 미사일로 이루어진 현대문명은 “누가 얼마나 멀리서 타격할 수 있느냐”는 경쟁의 산물이었다. 오늘날 호전적인 국가는 군사 퍼레이드를 진행할 때마다 반드시 자신의 미사일을 과시한다. 멀리서 상대방을 응징하는 징벌자로서의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 지난 19일 오전 8시5분(현지시각) 인도 최초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아그니5가 시험발사되는 모습. 사정거리가 5000㎞에 이르는 아그니5는 인도 정부가 1960년대부터 시작된 개발계획에 따라 자체개발에 성공한 최신형 미사일이다. 로이터

창과 화살, 총과 대포, 그리고 미사일
세계의 탄도미사일은 사정거리에 따라 크게 보면 단거리(1000㎞ 미만), 중거리(5500㎞ 미만), 장거리(5500㎞ 이상)로 구분된다. 발사대는 고정식과 이동식으로 나뉘며, 발사 형태에 따라 지상발사, 수중발사 미사일로 구분된다. 사용 연료에 따라 액체연료 방식과 고체연료 방식으로 나뉜다. 이런 여러 유형의 미사일을 다 망라하자면 수백 종은 족히 되는 다양한 생태계라고 할 수 있을 것이고, 지금 이 순간에도 이 생태계는 계속 진화하고 있다. 북한만 해도 40년 동안 미사일을 개발해 오면서 단거리, 중거리, 장거리 미사일 체계를 완성하고 있고, 일부 미사일은 고체연료를 사용하고 있다. 세계 미사일들의 족보를 따지면 과거 미국과 소련이 그 종주국이라는 사실이 확인된다.
치명적인 공중무기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미사일은 특별한 무기다. 항공기는 만들기도 복잡하지만 미사일은 그 구조가 간단하여 만들기도 쉽다. 게다가 항공기는 사람이 타고 가서 때리고 돌아와야 하지만 미사일은 가서 폭발하면 그만인 간편한 수단이다. 미사일은 모든 것을 운반할 수 있다. 재래식 고폭탄뿐만 아니라 핵무기, 화학무기, 무엇이든 운반이 가능하다. 핵, 화학, 생물 무기와 같은 대량살상능력이 발전함에 따라 미사일은 공포를 쏘아올리는 가장 유력한 수단이 되었다. 그것도 하나의 탄두가 아니라 여러 개의 탄두를 탑재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미사일은 항공기보다 훨씬 빠르고 탐지도 어렵다. 우주로 날려보내 가속이 붙으면 최고속도 음속의 14배, 즉 초속 5~7㎞나 되는 속도로 대기권에 재진입하여 엄청난 화염과 함께 나선형으로 내리꽂히는 장거리 미사일은 군사 무기가 줄 수 있는 공포의 가장 극한에 서 있다. 사정거리가 5500㎞를 넘는 장거리 미사일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라고 한다. 북한이 쏘아올린 대포동 2호가 여기에 속한다. 북한이 로켓의 우주궤도 진입에만 성공한다면 발사 후 20분 만에 미국의 서해안에 떨어지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하게 된다.
군사시설을 정밀하게 타격하려면 장거리 탄도미사일은 적합한 무기가 아니다. 전투기가 직접 날아가 작전을 해야 정확하게 타격을 할 수 있고, 작전 결과를 직접 확인까지 할 수 있다. 그러나 미사일은 부정확하기 때문에 주로 하나의 도시나 항구, 공항을 대량으로 파괴하거나 대량살상을 하는 데 동원된다. 이런 목적으로 개발된 미사일의 시초는 2차 대전 당시 독일군이 개발한 ‘V-2’다. 당시에는 인접 국가를 향해 장거리를 날아가 타격할 수 있는 무기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공포였다. 독일군은 1944년부터 9개월 동안 영국 런던과 벨기에 안트베르펜을 향해 탄도미사일 약 3200여발을 쏘았다. 그 결과 3만7000채의 민간인 주택이 완파됐고 150만채의 주택이 파손됐다. 약 9000명이 숨졌으며, 2만5000명이 다쳤다. 무차별적으로 발사된 미사일의 피해자는 주로 민간인이었다. 독일이 패전하면서 V-2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미사일은 민간인과 군인을 구별할 능력이 없다. 이 때문에 실제 파괴력과 관계없이 극심한 사회혼란과 공황을 불러일으킨다. 대표적 사례가 1981년에 시작된 이란과 이라크 간의 8년 전쟁이다. 이라크는 전쟁 중에 소련제 미사일 스커드 B의 사정거리를 서방 기술자의 도움으로 1000㎞까지 연장한 ‘알후세인’을 개발한다. 이에 이란은 북한으로부터 500㎞ 사정거리의 조잡한 화성5호 탄도미사일 100여발을 수입하게 된다. 교착 상태의 전쟁은 1988년 2월29일에 이라크가 총 189발의 알후세인 탄도미사일을 테헤란을 비롯한 이란의 주요 도시에 발사해 2000여명이 사망하고 6000여명이 부상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대도시에서 주민의 탈주 사태가 벌어지고 이란은 심각한 공황 상태에 빠지게 되면서 국가 시스템이 완전히 마비된다. 물론 이란도 화성5호 탄도미사일 77발을 바그다드로 쏘았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이란은 정전을 위한 협상 테이블에 불려 나오게 된다. 미사일로 인한 사망자가 다른 무기로 인한 사망자보다 적었음에도 공포는 그 수십배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1962년 쿠바 미사일사태,
소련의 ICBM 배치 움직임에
미국과 3차대전 위기까지
그 뒤 양국 증강경쟁 불붙어

68년 미·소의 미사일은 
지구를 30번 멸망시킬 괴력 
서로에게 공포 대상 되자 
무기감축 테이블에 마주앉아

‘제1격에 완전 몰살’…수량이 중요해져
이 전쟁의 승리로 사담 후세인은 중동의 절대강자로 부상한다. 이스라엘을 징벌할 수 있는 미사일을 보유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후세인은 아랍의 맹주를 꿈꿀 수 있게 된 것이다. 여기서 싹튼 후세인의 망상이 3년 뒤에 쿠웨이트 침공으로 치달은 것도 스커드 미사일이 없었다면 생각하기 어렵다. 반면 이라크의 미사일에 당한 이란은 이후부터 절치부심하며 미사일 개발에 매달리게 되고 이것이 오늘날 이란의 미사일 문제로 이어진다.
전세계의 지역 분쟁에서 미사일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이 남긴 유산이다. 이 두 강대국 미사일의 파생상품과 기술이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지역의 패권을 노리는 중간급 국가들의 미사일 경쟁이 거세졌다.
1962년의 쿠바 미사일 사태는 단지 쿠바에 소련의 장거리 미사일이 배치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미국을 충격에 빠뜨려 전 미군에 데프콘2, 즉 전쟁 직전의 단계까지 가게 했다. 만일 흐루쇼프(흐루시초프)가 미국으로부터 쿠바를 방위하기 위해서였다면 당시 사정거리 1760㎞의 중거리 탄도미사일(MRBMs)만 배치하면 충분했다. 그러나 소련은 여기에 더해 3600㎞의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s)까지 배치하려 했다. 쿠바 방위를 넘어 미국 전체를 위협하기 위한 것이라고 판단한 케네디는 쿠바의 해안 봉쇄를 선택하게 되고, 이로 인해 미-소 간의 충돌이 생기면서 자칫 3차 대전으로 거의 갔던 사건이다. 케네디는 위기가 끝나고 “핵전쟁이 일어날 확률은 3분의 1과 2분의 1 사이였다”고 말한 바 있다. 미국의 가까운 곳에 전략 핵미사일이 배치된다는 건 미국이 감당할 수 없는 스트레스였다.
미국과 소련은 인류 문명의 전부를 송두리째 파괴할 수 있는 핵미사일 증강의 광기로 치달았다. 1961년 2월 초에 케네디 행정부의 국방장관이 된 로버트 맥나마라에게 전략공군사령관인 토머스 파워 장군은 미-소 간에 핵 맞대결이 있은 다음에 “미국인이 2명 살아남고 소련인이 1명만 살아남는다면 우리가 이긴다”고 말했다. 미국의 군부는 소련과 그 위성국가들 그리고 중국의 모든 도시에 대한 전면적인 공격을 통해 적어도 사망자가 4억명에 달하는 전략 공격 능력을 보유할 것을 주장했다. 냉전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사상되느냐에 대한 인간적인 측면보다 어떻게 하면 전쟁에서 최후의 승자가 되느냐는 군사적인 측면이 모든 것을 압도하는 시대였다. 군사시설이든 민간시설이든 상관없이 1000개 이상의 목표물을 겨냥하여 중국과 소련의 전체 블록을 몰살시키는 계획이어야 한다는 게 파워 장군의 주장이었다. 세상을 끝장내는 이러한 파국은 어떤 중간단계나 경고도 없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질수록 좋다는 것이 미 전략공군사령부의 기본 생각이었다.
이 당시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단순히 적국을 멀리서 파괴하는 능력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적이 핵무기로 보복하지 못하도록 ‘제1격’에 완전히 몰살시키는 데 그 초점이 있었다. 불완전한 공격으로 소련의 잔여 핵 보복 능력을 허용하면 미국이 위험에 빠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륙간탄도미사일은 핵탄두를 장착한 그 살상능력 못지않게 수량이 중요해졌다. 미국은 1957년 소련의 스푸트니크 인공위성의 충격으로 소련한테 압도당할지도 모른다는 초조감 때문에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몰입했다. 또한 미국이 소련의 핵 공격을 받아 본토의 지상 발사 핵미사일이 파괴되어도 소련에 대한 핵 공격 능력을 계속 보유하는 능력, 즉 ‘제2격’으로 잠수함에서 발사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SLBM)을 갖춘다는 목적으로 핵미사일을 증강했다.

미·러 “2018년까지 전략 핵탄두 1550개로”
 1960년대 초까지 소련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능력은 4기밖에 안 됐고 폭격기도 200대에 불과했다. 미국이 일방적으로 소련의 핵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핵미사일을 증강한 것이다. 케네디와 그의 국방장관 맥나마라는 이런 사상에 넌더리를 쳤으나 쿠바 미사일 위기를 겪으면서 핵전쟁을 실제적인 가능성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쿠바 미사일 사태 이후 케네디는 절망적인 군비경쟁을 끝장내려고 했으나 1963년에 암살당하면서 그 꿈을 이루지 못하게 된다. 암살당하던 바로 그해 1월에 케네디는 유엔총회 연설에서 “인류가 전쟁을 끝장내지 못하면 전쟁이 인류를 끝장낼 것”이라고 절규했다. 그 이후 소련도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급격히 증강하기 시작해, 1968년 무렵에 미·소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지구를 적어도 30번 이상 멸망시킬 수 있는 극한의 수준에 도달한다.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 미국과 소련은 서로 확실히 멸망시킬 수 있는 ‘상호확증파괴’(MAD) 능력을 보유한 ‘공포의 균형’에 이르게 된다. 역설적으로 이러한 상황이 미·소가 상대방의 보복을 우려하여 선제공격을 할 수 없는 불안한 평화로 이어져, 양국을 핵미사일 감축을 위한 길고도 지루한 협상의 테이블로 불러 모으게 된다.
미국과 소련의 ‘전략무기제한협정’은 1972년에 최초로 합의되었다(SALTⅠ). 여기서 미사일 보유 상한선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미국 1054기, 소련 1618기로 제한하며 수중(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을 미국 710기, 소련 950기에서 동결하기로 했다. 제2차 전략무기제한협정(SALTⅡ)은 79년 6월18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정식 조인되었다. 내용은 양국의 전략무기 운반수단인 대륙간탄도미사일, 수중발사 탄도미사일, 전략폭격기, 공대지 탄도미사일(ASBM)의 총수를 조약 발효와 동시에 2400개 이하로, 다시 81년 말까지는 2250개 이하로 규제하면서 더이상 새로운 공격용 전략무기의 개발을 금지한 것을 뼈대로 했다. 82년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제한’이 아닌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Ⅰ)을 제안하여 협상이 이어지다가, 91년 7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은 양국이 보유한 대륙간탄도미사일 등 장거리 핵무기를 향후 7년간 각각 30%와 38% 줄인다는 내용의 1차 전략무기감축협정에 서명했다. 93년 1월 부시 대통령과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은 양국 전략핵무기의 3분의 2를 감축해 핵탄두를 3500기 수준으로 줄이는 내용의 2차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Ⅱ)에 서명했으나 양국 의회가 모두 이 협정을 비준하는 데는 2000년까지 기다려야 했다. 99년부터 시작된 3차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Ⅲ)은 핵탄두를 각각 2000기 선으로 줄여나가는 협상으로 아직 진행중이다. 그러는 동안 미·러는 2002년에 핵탄두 수를 2012년까지 1700~2200기 사이로 감축하자는 전략공격무기감축협정(SORT)을 체결했다. 이렇게 줄여도 전세계 대륙간탄도미사일과 핵탄두의 95%는 미국과 러시아가 갖고 있다. 대륙간탄도미사일과 수중발사 탄도미사일, 폭격기를 미국은 812개, 러시아는 494개를 배치하고 있다. 전략 핵탄두도 미국은 1737기, 러시아는 1492기를 배치했다. 2011년 2월 정식으로 효력이 발생한 미국과 러시아의 신전략무기감축협정(뉴 스타트)에 따르자면, 양국은 2018년까지 전략적 배치 수량을 발사 및 운송 장치는 700개까지, 전략 핵탄두는 1550기까지 줄여야 한다.
‘핵 없는 세상’을 외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대륙간탄도미사일 감축에 적극적이지만 핵과 미사일에 대한 냉전 식 유혹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미국은 대륙간탄도미사일 미니트맨Ⅲ을 450기, 수중발사 탄도미사일인 UGM-133A를 288기 배치하고 있다. 미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이 한 종류밖에 없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러한 ‘절대무기’는 종교적 전통이 강한 미국에서는 신이 부여한 평화유지의 수단으로 인식된다. 반면 러시아는 대륙간탄도미사일로 R-36M, UR-100, RT-2PM, RS-24, R-29, RSM-56 6종을 배치하고 있다. 여전히 공포의 균형 상태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미·러·중·프·영 ‘ICBM 보유’
자력으로 인공위성 쏘아올린 
일 등 4개국도 ‘잠재 보유국’
북, 이번 로켓발사 실패로
ICBM까지 10년쯤 늦춰졌지만 
이미 주변국엔 국제적 위협 
‘좌시 않겠다’는 분위기와 
미 안보우산 줄서기도 본격화


북한 ICBM, 기술적 실패가 더 큰 재앙 될 수도
 냉전은 전세계에서 총 5곳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보유국을 탄생시킨다.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영국으로 이들 5개국은 모두 핵보유국이다. 여기에다가 잠재적 장거리 미사일 보유국은 인공위성 자체발사에 성공한 일본, 이스라엘, 우크라이나, 인도를 합한 9개국이다. 북한이 이번에 로켓 발사에 성공했다면 10번째 국가로 이름을 올릴 수 있을 것이며, 잠재적 대륙간탄도미사일 보유국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이란이 북한과 비슷한 속도로 로켓 발사에 뛰어들고 있다. 이렇듯 대륙간탄도미사일은 기존 보유국에 의한 강력한 과점체제로서 신규 가입국을 허락하지 않는 구조지만, 북한과 이란이 대륙간탄도미사일 보유에 성공한다면 동북아, 나아가 전세계의 전략적 균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로켓 발사라는 점에서 인공위성 발사와 거의 유사하지만 3단계의 서로 다른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180~300초가 걸리는 발사 및 추진 단계는 추진체 연소가 종료되기까지의 단계로 지상 100㎞ 이상의 성층권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상당한 추력을 필요로 한다. 북한은 이 단계를 돌파하는 데 1998년과 2009년 발사에서는 성공했고, 2006년과 2012년 발사에선 실패했다. 즉 50%의 성공률을 갖고 있는 단계다. 이 단계에서의 성패는 산화제와 연료의 배합 및 분사가 제대로 이루어져 엔진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어야 하고, 연소된 추진체가 성공적으로 분리되어야 한다는 기술적 과제를 극복해야 한다. 북한은 이 점에서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중간비행 단계는 우주에서 포물선을 그리면서 자유비행하는 단계로, 대륙간탄도미사일의 경우 약 20분이 소요된다. 북한은 이 단계에서 네번 다 실패했으나, 2009년 발사에선 거의 성공 직전까지 간 것으로 판단된다. 마지막으로 분리되어야 할 2단과 3단의 분리에 실패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사유는 확실치 않다. 마지막으로 재진입, 즉 종말 단계는 목표 지점에 투하되도록 대기권으로 다시 들어오는 단계다. 대기와의 마찰로 온도가 수천도에 이를 때 탄두가 폭발하지 않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 탄두의 끝부분에 특수 삭마제라는 소재를 사용한다. 또한 목표 지점 부근에서 대기권으로 재진입하자면 우주에서 추력을 조정해야 하는데 북한은 아직껏 이에 대한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그 정확도는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위성을 발사한 나라들도 탄두의 재진입 기술만 확보한다면 언제든 대륙간탄도미사일 보유국으로 격상될 수 있다. 일본은 최근 북한의 로켓 발사에 자극을 받아 이 기술을 확보하겠다고 선언한 상황이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액체 연료를 사용할 경우 연료와 산화제를 주입하는 데 1~2일이 소요되어 발사 시기를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고체 연료를 쓸 경우 사전에 징후가 없기 때문에 더욱더 위협적이다. 고체 추진체는 산화제와 연료를 분말로 혼합하여 응결한 것인데, 북한은 이에 대해서도 기술을 축적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역설적으로 북한 미사일의 항법장치와 추력 조절 등 기술이 정교하지 못한 점이 더 위협적이다. 어디로 날아갈지, 통제가 되는 미사일인지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실패했다고 안심할 상황은 못 된다. 나중에는 발사 후에 어떤 기술적 실패가 더 큰 재앙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분간 대륙간탄도미사일에 북한이 액체 연료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면 미국은 첨단 감시정찰 장비를 통해 북한의 발사 징후를 포착하고 발사 단계에서 요격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다. 여기에는 조기경보기, DSP 조기경보위성, 엑스(X)밴드 레이더 등의 감시자산이 동원되고 이지스함의 스탠더드 요격미사일(SM-3), 패트리엇 요격미사일(PAC-3)이 동원된다. 미국은 바로 이 단계에서 미사일방어(MD) 체계에 한국도 참여하라는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미사일 요격은 총알로 총알 맞히기
 북한의 로켓이 대기권을 벗어나 우주로 솟아올라 초고속으로 날아오는 걸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미국의 정찰위성에서 본다면 북의 미사일은 하나의 정지된 점으로 인식될 것이다. 그 궤도와 연료의 양을 슈퍼컴퓨터가 계산하면 이론상으로는 요격하는 것이 가능하다. 실제로 2009년 4월에 북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을 때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추진체의 크기와 연료량, 속도, 궤도를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입력하여 발사 후 30분 만에 “우주궤도 진입에 실패했다”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크게 흡족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이 어떤 미사일을 발사했더라도 탐지와 추적은 별문제가 없다. 그러나 탐지는 잘했더라도 실제 요격은 단지 확률의 문제일 뿐이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반드시 요격한다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다. 미국은 1983년에 별들의 전쟁이라고 불리는 전략방위구상(SDI)을 발표하고 30여년간 천문학적인 요격 시스템을 구축하였으나 아직까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확실한 보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미사일의 탄두를 미사일을 발사하여 요격한다는 것은 총알을 총알로 맞히는 것에 비견되는 과학의 극한점에 위치해 있다.
그러면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하게 되는 시기는 언제쯤일까? 원래 4~5년 내로 보유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던 상황에서 이번 발사 실패로 그 시기는 ‘10년 후’쯤으로 연기되는 것 같다. 이렇게 보면 북의 로켓에 대한 아시아 국가들의 과민한 반응들은 과거 세번의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는 비교되지 않는 ‘이상 열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아시아 나라들한테 ‘북한 미사일의 정치학’이 작동하는 느낌이 든다. 이 정치학의 핵심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이 미국과 일본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전체를 위협하는 ‘국제적 위협’으로 그 위상이 격상되었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그동안 북한의 위협은 한반도 내부의 문제였다. 그러나 핵과 미사일을 앞세운 북한의 위협은 더이상 한반도 문제를 ‘강 건너 불’로 보지 않겠다는 국제사회의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북한 미사일은 주변 아시아 나라들에는 한반도 문제에 개입하도록 하는 초대장인 셈이다. 이로 인해 미국의 안보우산 속으로 들어가려는 아시아 국가들의 ‘줄서기 경쟁’이 본격화됐다는 점도 중요하다. 대만, 일본, 필리핀은 북한 로켓에 대비한 미국과의 공조에 더 기울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북한이 아시아의 징벌자로 부상하고 있다는 데 대한 두려움, 즉 호모 사피엔스의 군비경쟁 본성이 도사리고 있다.

김종대/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2012년 4월 20일 금요일

9호선 요금인상 안해도 어차피 국민세금부담?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4-20일자 기사 '9호선 요금인상 안해도 어차피 국민세금부담?'을 퍼왔습니다.
[아침신문 솎아보기] 미사일 전격 공개한 국방부의 ‘도발’쇼

군 당국이 국내 기술로 개발해 실전 배치한 탄도미사일과 크루즈 미사일의 시험발사 장면을 19일 최초로 공개했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신형 탄도미사일 공개 등에 대한 ‘맞불’ 성격이다. 국방부는 “국민을 안심시키려는 취지”라고 밝혔지만 신문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서울시가 2005년 지하철 9호선 민자사업자와 1단계 계약을 맺으면서 이후 2~3단계 구간의 운영권까지 보장해준 정황이 드러났다. 요금 인상을 둘러싼 논란이 공공시설 운영 민간업체에 대한 ‘특혜 의혹’으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는 민간자본 투자사업 전반에 대한 감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또 다시 ‘물타기’에 나선 신문도 있었다.
대법원이 2009년 ‘시국선언’에 참여했던 교사들에 대해 유죄 확정판결을 내렸다. 교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하고 국가공무원법상 금지된 ‘집단행위’를 다는 이유에서다. 전교조는 “정권과 보수적인 사법부의 합작품”이라며 반발했다.
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미사일 전격 공개한 국방부의 ‘도발’
국방부는 국내 기술로 개발해 실전 배치한 미사일의 비행 및 요격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19일 전격 공개했다. 40초 분량의 이 동영상에는 탄도미사일이 공중에서 30여개의 자탄으로 분산돼 지상 목표에 떨어지는 장면, 순항 미사일이 지상 목표 건물을 맞히는 모습 등이 담겼다. 서울신문에 따르면, 국방부 김민석 대변인은 “김관진 국방장관이 ‘북한이 도발할 경우 자위권 차원에서 대응하겠다’는 의지로 (미사일) 공개를 건의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국민을 안심시키려는 취지”라고 공개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청사에서 진행된 브리핑에서 신원식 정책기획관은 “우리가 북한 전역을 타격할 능력을 갖고 있음을 북한에 알려 섣불리 추가 도발하지 못하도록 하고, 국민을 안심시키려는 취지”라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국방부는 전날인 18일까지만 해도 언론 브리핑 계획이 없다가 19일 이 대통령의 국방과학연구소 방문을 앞두고 국방부 출입기자들에게 관려 사실을 고지했다”고 전했다.


▲ 서울신문 20일자 1면

국방부는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 발사하더라도 북한 전역을 커버할 수 있다”며 “탄도미사일은 축구장의 수십배 면적을 초토화시킬 수 있고, 순항미사일은 수백km 떨어진 창문 크기 목표물도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군의 한 관계자는 “수도권 이남에서 발사하더라도 평양 노동당사에 있는 김정은 노동당 1비서의 집무실 창문도 겨냥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일부 신문은 “김정은 집무실 창문도 타격 가능” 등의 제목을 뽑았다.
대전에 위치한 국방과학연구소(ADD)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은 “우리가 강하면 북한이 도발을 못하지만 약하면 도발을 한다”며 “우리가 (북한을) 도와주고 했어도 우리를 얕잡아보니까 서해안에서 전함을 때리고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는) 지구상에서 가장 호전적인 세력과 마주하고 있다. 생존을 위해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라는 말도 했다. 이 대통령의 인식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날 동영상 공개에 대한 신문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대부분의 신문들은 정부의 ‘깊은 뜻’을 성실히 소개했다.
국민일보는 6면에서 “북한의 ‘광명성 3호’ 도발에 대한 경고이자 위세 과시용으로 해석된다”며 “북한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확고한 입장을 천명하기 위한 의도”라고 전했다.  서울신문은 8면에서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추가 도발이나 3차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우리 정부가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는 ‘의지’와 이를 실행할 수 있는 군사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능력’을 내보인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북의 추가 도발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한 행보인 셈”이라고 전했다. 중앙일보는 12면에서 라는 제목을 달았다.


▲ 국민일보 20일자 6면

반면 경향신문은 9면에서 “이러한 ‘맞불식’ 대응이 북한에 억지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남북한 간 미사일 전력 격차만 부각시킬 뿐 실제로 불안 해소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쇼’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는 설명이다. 한겨레는 2면에서 “이런 전략무기는 단 한 번도 노출된 적이 없는데, 왜 갑자기 공개하고 나섰는지 모르겠다”는 한 군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서울시, 9호선 세금으로 건설한 구간도 민간에?
서울시가 2005년 지하철 9호선 민자사업자와 1단계 구간 실시협약을 맺으면서, 이후 2~3단계 구간에 대해서도 운영권을 보장해준 정황이 포착됐다. 이후 시는 민자사업자인 서울시메트로9호선(주) 쪽에 2~3단계 운영권을 제안하며 요금 협상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한겨레는 이같은 내용을 3면에 보도하면서 “‘물의를 빚은 사업자에게 또다시 특혜를 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르면 서울시가 메트로9호선과 맺은 협약에는 시가 민자사업자에게 15년동안 70~90%까지 보장하기로 한 예상 운임수입에 ‘2단계 구간의 예상 운임수입’까지 포함시킨 대목이 나온다. 당시 2~3단계 구간의 사업비(각 5500여억원, 1조1200여억원)는 모두 시가 부담하기로 되어 있던 상황이었다. 결국 9호선 1단계 사업 시작때부터 시가 재정을 투입하는 2~3단계 구간 운영권까지 민간에 맡기기로 약속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 한겨레 20일자 3면

한겨레는 이 같은 내용을 보도하며 “기존 구간 사업자가 연장구간 계약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거론되는 게 일반적이지만, 세금으로 건설하는 지하철 운영을 민간업체에 넘기는 것은 최근 국토해양부가 추진하는 수서발 KTX 민영화와 비슷한 특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비판했다. 오건호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실장은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미 1단계 운영에 심각한 결격사유가 노출된 만큼 연장구간은 서울시가 운영하고 추후 1단계 구간도 환수 협상을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9일 시의회에 출석해 지하철 9호선과 우면산터널 등 서울시의 민간자본 투자사업 전반에 대해 감사를 벌이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이날 서울시의회 임시회 본회의에 출석해 이 같은 내용의 질의에 대해 “잘 알겠다.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한겨레는 1면에서 이 소식을 전하며 “서울시 민자사업에 대한 특혜 의혹이 불거진 뒤 박 시장이 공식적인 견해를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어차피 세금 부담’이라며 은근한 ‘물타기’에 나선 신문도 있었다. 조선일보는 8면에서 “서울 지하철 9호선의 요금 인상을 둘러싼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이를 둘러싼 논란을 “‘돈이 궁했던 서울시가 과거 민간으로부터 조달한 자금의 대출 이자 8.9%가 적정한가’에 대한 논란”으로 ‘단순화’ 시켰다. 조선은 “물론 지금 기준으로 8.9%는 과도해 보인다”면서도 “‘계약 준수가 기본인 민주주의 사회에서 계약 변경을 강제하는 것이 가능한가’ 하는 의문이 남는다”고 보도했다.


▲ 조선일보 20일자 8면

이어 조선은 “민간자본 참여가 본격 시행된 것은 재정이 고갈된 IMF 위기 직후 김대중 정부 때였다. (...) 수익률 보장의 법적 근거인 최소수입보장제(MRG) 역시 김대중 정부가(1998년) 만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이는 정확하고 적절한 지적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조선은 우선 시민들을 9호선 이용자와 ‘비이용자’로 나눴다. 이어 이 신문은 “8.9% 수익률이 아까우면 세금을 거두거나 공공부채를 늘려서 서울시가 9호선을 인수하면 간단하다”고 전했다. “이 경우 지하철 요금을 정책 범위 안에서 억제할 수 있다. 적자는 다시 세금이나 공공부채를 늘려서 막으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9호선 이용자들은 이 방식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시민의 세금’이 ‘나의 요금’을 대신하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이 신문은 이어 “9호선을 이용하지 않는 시민들은 민간 사업자가 추진하는 방향이 유리하다”고 전했다. 모두에게 세금을 더 걷는 대신 민간사업자가 요금을 인상해 부담을 이용자들에게만 물린다는 것이다. 조선은 “적자가 나면 어차피 국민 세금으로 메우는 것”이라는 교통연구원 김연규 연규위원의 말을 기사 맨 끝에 소개했다. 용감한 ‘단순화’인 셈이다.
대법원, 전교조 시국선언에 ‘유죄’
대법원이 2009년 전교조 교사들의 ‘시국선언’에 대해 유죄 확정판결을 내렸다. “교사의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할 정도의 정치적 편향성 또는 당파성을 드러낸 행위”라는 이유에서다. 전교조는 2009년 6월18일 ‘과거 군사정권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공권력의 남용으로 민주주의의 보루인 언론, 집회, 표현, 결사의 자유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현 정부가 국정을 전면 쇄신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는 내용의 시국선언문을 1만6172명 교사의 명의로 발표했다. 1심에서는 무죄를 받았던 이 사건은 2심에서 유죄로 결과가 뒤집히면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던 상황이었다.
조선일보는 “이날 판결은 공무원 교사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관한 사회적 논란과 하급심의 엇갈린 판결이 빚은 법해석의 혼선을 대법원이 최종 정리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고 10면에서 전했다. 이어 이 신문은 사설에서 “공무원과 교사에 관해 일반국민이 공유하고 있는 상식을 재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동아일보는 '승복하라'는 사설을 내놨다.


▲ 동아일보 20일자 사설
▲ 경향신문 20일자 사설.

반면 경향신문은 8면에서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공무원 및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선언한 헌법정신에 비춰 공무원인 교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일정한 범위 내에서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해석한 것”이라고 전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향후 유사한 사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어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홍익대 청소노동자 상대 손배소송 ‘기각’
지난해 49일간의 농성 끝에 복직에 합의했던 홍익대학교 청소노동자 73명에 대한 학교측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2010년 12월, 학교 측은 용역업체와의 계약종료를 이유로 청소노동자 73명을 포함한 경비·시설 노동자 170명을 전원 해고했다. 이에 반발한 노동자들은 고용승계와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점거농성을 벌였다. 청소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 여건 등이 알려지면서 농성은 사회적으로도 큰 주목을 받았고, 결국 진통 끝에 2월 노사협상이 타결되면서 이들은 모두 복직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유무형의 피해를 입었다’며 노조 등을 상대로 2억8000여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 세계일보 20일자 8면

19일 서울서부지법 민사14부는 학교법인 홍익학원이 청소노동자와 공공서비스노조 간부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기각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홍익대가 교원들에게 지급한 특별근무수당과 당시 사용된 전기료, 수도료가 피고의 농성으로 발생한 손해라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허완 기자 | nina@mediatoday.co.kr

2012년 4월 4일 수요일

광명성 발사 둘러싼 미국 태도가 수상해


이글은 시사인 2012-04-04일자 기사 '광명성 발사 둘러싼 미국 태도가 수상해'를 퍼왔습니다.
북한이 광명성 3호를 발사한다고 하자 북·미 합의를 깬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해 12월 발사 계획을 미국에 통보했다. 미국은 핵 사찰에 급급해 막지 않았다.

북한이 김일성 주석 탄생 100주기인 4·15 전후에 광명성 3호 위성을 발사하겠다고 하자 모든 시선이 북한의 의도에 쏠렸다. 미국과 맺은 ‘2·29 합의’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또 뭐하는 짓이냐는 투다. ‘북한은 예측 불가능하고 비합리적’이라는 인식이 낳은 자연스러운 결과다. 그러나 새로운 사실이 계속 드러남에 따라, 이상한 것은 북한이 아니라 오히려 미국이라는 의문이 커져간다.

처음에는 광명성 3호를 발사하겠다는 북한의 발표가 2·29 합의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처럼 보였다. 정작 2·29 합의에는 미사일 발사를 유예한다는 표현은 있지만, 인공위성 발사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즉 그동안의 북·미 합의에서 통상적으로 사용해온 ‘모든 미사일’이라는 말 대신 이번에는 ‘장거리 미사일’이라고만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인공위성 발사에 대해서는 뭐라고 하기 어려워진 셈이다.


ⓒReuter=Newsis 김정은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인민군 육·해·공 합동 타격훈련을 참관하고 있다.

북한이 발사하고자 하는 게 미사일이냐, 인공위성이냐 하는 것은 북·미 양측의 해묵은 쟁점이기 때문에, 미국이 실수로 ‘모든’이라는 말을 빼먹었을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런 와중에 북한이 올해 4·15를 전후해 광명성 위성을 발사하겠다는 계획을 김정일 위원장 사망 사흘 전인 지난해 12월14일(현지 시각 12월15일) 미국에 통보했다는 워싱턴발 뉴스가 나왔다. 미국은 이미 지난 연말에 북한의 인공위성 계획을 정확히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의문투성이인 북·미 3차 고위급 회담

여기서부터 또 다른 의문이 시작된다. 지난해 12월14일이면 10월24~25일 제네바에서 있었던 북·미 2차 고위급 회담으로부터 한 달 보름 정도 지난 시점이다. 당시 2차 고위급 회담에서 접점 마련에 실패한 양측은 김정일 위원장 사망 직전 3차 회담 개최를 위한 실무회담을 열어 식량 지원과 비핵화 문제에서 진전을 이루기로 합의했다. 비록 광명성 발사 계획이 별도 채널로 통보됐다고 하지만, 이런 중대한 문제가 제기됐음에도 북·미 회담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이다. 물론 미국 측은 우려를 표명했다고 하지만, 그동안의 예로 볼 때 단순히 우려 수준에서 그칠 문제가 아닐 터이다.

이어 2월23~24일 베이징에서 3차 고위급 회담이 열려 북·미 간에 극적 합의가 이뤄졌다. 미국은 24만t의 영양식품을 제공하고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및 우라늄 농축 활동을 포함한 영변에서의 핵 활동을 유예하며, 이를 검증하고 감시할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복귀에 동의했다는 것이다.



이 3차 고위급 회담에 이르면 의문은 더욱 증폭된다. 이 회담의 여러 가지 점이 그동안의 북·미 회담과 달랐다. 이 외교 소식통을 통해 취재한 바에 따르면, 먼저 북한 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과 글린 데이비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사이의 정식 회담(2월23~24일)에 앞서 2월15일에서 18일 사이에 막전 실무회담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실질적인 논의가 대부분 이뤄졌다고 하는데 이런 과정부터 특이하다. 합의 내용이나 그 이후의 진행 경과 등도 의문투성이다. 공식 발표문상으로는 미국이 북한에 24만t 규모의 영양식을 지원한다고 돼 있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5만t 많은 29만t의 밀이나 밀가루를 지원하기로 이면 합의가 이뤄졌다. 3차 회담에 앞서 북한은 30만t을 요구했고 미국은 24만t을 주장했는데 언론 발표와 달리 실제로 북한의 요구를 거의 다 들어준 셈이다. 그래놓고도 정작 그동안 북·미 합의에서 단골로 사용해온 ‘모든 미사일’이라는 표현은 빠졌다. 최근 알려진 바에 따르면 미국은 당시 회담에서 인공위성 발사 계획을 반대하기로 했으나 자신의 뜻을 관철하지는 못한 것이다.

그 다음, 또 하나 주목할 게 바로 6자회담 시기다. 6월 중순으로 잡았다고 하는데, 물론 미국 대선 스케줄을 고려한 측면도 있지만, 광명성 3호 발사 파동을 미리 예상하고 이렇게 멀리 잡은 것 같기도 하다. 중국에서 발행하는 영문판인 역시 3월20일자에서 비슷한 시각을 보였다. 즉 북한이 광명성 3호를 발사할 경우 “미국이 초기에는 식량 지원 의사를 철회하는 등 긴장 국면이 되겠지만 시간이 좀 지나면 이번 사안으로 발생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양측 간 대화가 시작될 것”이라는 얘기다.


ⓒAP Photo 미국의 핵과학자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가 2010년 11월 북한을 방문한 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 다음의 과정도 통상적인 북·미 합의와 매우 달랐다. 2월24일 베이징에서 회담을 마쳤는데 통상 그 자리에서 회담 결과를 발표해야 함에도 이번에는 각자 본국으로 돌아가 닷새나 지난 2월29일 회담 결과를 각각 발표했다. 합의 내용을 둘러싸고 그만큼 진통이 있었음을 의미하는 듯하다. 전체적으로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회담이었던 셈이다.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 계획을 미리 통보한 상태에서 열렸음에도 이를 저지하지도 못했고, 미국은 대외적인 체면만 겨우 유지했을 뿐, 내용상으로는 북한에 큰 폭으로 양보했다. 미국이 갑자기 마음씨 좋은 ‘엉클 샘’이라도 됐단 말인가?

미국을 초조하게 만드는 북한 UEP

미국은 왜 이렇게 엉터리 합의를 했을까. 바로 그 핵심에 북한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 문제가 있다. “지금 미국의 관심은 오로지 UEP다. 북한도 이 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북·미 관계에 정통한 서울의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에 대한 미국의 초조감이야말로 현재 북·미 간에 벌어지고 있는 미스터리를 이해하게 하는 단서라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지금 미국의 최대 관심은 북한의 우라늄 농축이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하루바삐 IAEA 사찰단을 보내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다행히 북한도 보여주겠다고 하니 이것만 해도 감지덕지다. 식량 지원은 그 ‘참관 비용’인 셈이다. 광명성 발사 계획? ‘잔소리’는 하지만 거기까지 신경 쓰기 어렵다. 자칫 이걸 물고 늘어졌다가 판이 깨지면 오히려 낭패다. 북한에 우라늄 농축의 시간만 벌어줄 뿐이기 때문이다.


ⓒ지오아이-RFA 제공 광명성 3호 발사 장소로 예상되는 평안북도 동창리 로켓 발사대.

핵을 전면에 내세운 북한 외교의 시동?

북한의 우라늄 농축 수준이 어떠하기에 미국이 이렇게 급해졌을까.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은 그동안 북한 우라늄 농축에 대해 주시해왔지만 실체에는 확신을 갖지 못했다. 그런데 북한이 2010년 11월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핵과학자인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를 초청해 결정적 카드를 꺼내 보였다. 당시 해커가 영변에서 목격한 북한 우라늄 농축 수준은 놀랄 만한 것이었다. 과거에 추정했던 것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P2 타입의 원심분리기 2000대가 가동 준비에 들어가 있었다. 해커 박사는 보여주기용으로 2000대가 있으면 또 다른 곳에 2000대 이상이 있으리라 추정했다. 이 정도면 최소한 1년에 핵무기 4개 분량에 해당하는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다. 북한이 과거 8개 정도의 핵무기를 가지고 있었다고 보는 게 일반적 평가라면, 2006년과 2009년 핵실험을 하면서 2개를 사용해 6개가 남은 상태다. 여기에 원심분리기를 가동해 핵물질을 생산하면 2012년까지 북한의 추정 핵무기 수는 20개 정도 된다. 이 정도면 2격 능력(상대의 반격에서 살아남아 다시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어, 공세적 핵무장 국가가 된다는 이론적 추론이 가능하다( 제170호 ‘북한 핵무기의 불편한 진실’ 참조).

당시만 해도 한쪽에서는 정말 그럴까 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심각성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앞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의 핵 능력에 대해 설마 하던 미국이 비공식 채널로 중국에 조회한 결과, 중국도 북한이 이미 상당 수준의 능력을 갖췄다고 본다는 점을 확인했다”라는 것이다.

북한 핵 능력에 대해서는 국내에서도 논의된 바 있다. 국내의 원로 대북사업자 ㄱ씨는 지난해 동일본 대지진이 났을 때 오랫동안 파트너 관계를 유지해온 재일동포 사업가로부터 급히 일본을 다녀가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는 북한 권력 내부에 정통한 인물로, 김정일 위원장 사망 직후 평양을 다녀왔다. 이 재일동포로부터 북한이 이미 ‘소형 핵탄두를 완성해 미국 본토를 때릴 수 있는 수준’의 핵 능력을 갖췄다는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다. 이 얘기를 국회의 한 모임에서 했는데,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 김동성 의원이 듣고 지난해 6월13일 김관진 국방부 장관에게 진위를 물었다. 김 장관의 대답인즉, “북한은 이미 2006년과 2009년 두 차례 핵실험을 했다. 다른 나라의 경우와 비교해보면, 핵탄두의 소형화와 경량화에 성공했을 가능성이 높다”라는 것이었다. 한국 국방부 장관이 국회에서 북한 핵무기의 소형화 성공 가능성을 공식 확인하기에 이른 것이다. ㄱ씨는 “그 뒤로 군 관계자들이 심심찮게 연락해오는데, 그중 한 인사로부터 일본 정부 역시 그 내용을 상세히 파악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과거에는 한국이 미국 발목을 잡으면 미국 정부가 주저앉곤 했지만, 지금 미국은 한국을 신경 쓸 처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앞의 외교 소식통은 “미국의 1차적 관심은 두 눈으로 북한의 핵 능력을 확인하는 것, 다음은 어떻게 해서든 대외적 확산을 막고, 그 수준에서 동결시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북한은 왜 이 시점에서 자신들의 핵시설을 공개하겠다고 나선 걸까. 지난번 3차 고위급 회담에서 미국이 양보한 것은 북한이 IAEA 사찰단을 받아들여 자신들의 UEP 시설을 보여주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앞서의 외교 소식통 평가는 주목할 만하다. 북한이 이미 자신들의 핵 시설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즉 ‘영변이든 어디든 미국과 IAEA에 자신들의 시설을 보여줘 겁을 먹게 하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최근 몇몇 보도를 통해서도, 북한이 핵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새로운 대외정책 및 대미 교섭을 추구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징후를 읽을 수 있다. 3월18일자 은 북한에 정통한 소식통의 말을 빌려 “북한 지도층 사이에 최근 ‘핵’을 전면으로 내세우는 강경한 외교 사상이 확산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지적했다. 김정일 위원장 사망 직후 평양을 방문해 고위급 인사들을 두루 접했다는 이 소식통은 “북한 권력층 내부에 ‘김정은 대장은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혁명 유산인 핵을 더욱 활용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우리는 더욱 적극적으로 핵을 활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들이 나돌고 있다”라고 전했다. 는 또 이 소식통의 말을 빌려 “핵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김씨 왕조와 오랜 관계를 맺어오면서도 들어본 적이 없다. 현재 북한 김정은 체제 내부에 확산되고 있는 강경한 외교 사상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미국 워싱턴에서는 얼마 전 시러큐스 대학이 주최한 세미나 참석차 방미한 이용호 북한 외무성 부상의 대담한 발언이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주제 발표 등을 통해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이뤄지면 핵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한국에 핵우산을 씌워주는 것처럼 우리도 핵우산에 포함시켜주면 핵을 개발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라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고 한다. 1992년 북·미 고위급 회담의 역사적 첫 테이프를 끊은 김용순 비서와 아널드 캔터 미국 국무부 차관보 회담에서 김 비서가 ‘동북아에서 북한과 미국이 동맹을 맺어 세력 균형을 이룩하자’라는 파격적 제안을 해 미국을 놀라게 했던 광경을 연상시킨다.

최근 워싱턴에서는 북한의 ‘새로운 협상전략’ 또는 ‘통 큰 담판’이 화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즉, 북한과 미국이 서로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먼저 구축하고 나서 핵 문제를 해결하자는 ‘선(先)관계 개선, 후(後)핵문제 해결’ 원칙인 셈이다. 김용순 비서가 1992년에 북·미 동맹 얘기를 꺼냈을 때 북한에는 구상만 있었지, 미국을 압박할 힘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힘을 갖기 시작한 것 같다는 분석이다. “지금 북·미 관계를 누가 주도하고 있는가. 미국인가 북한인가. 이미 관계가 역전되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앞서의 외교 소식통이 한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