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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25일 토요일

장애 입어도 나몰라라 …"무술연기자는 근로자다"


이글은 2013-05-24일자 기사 '장애 입어도 나몰라라 …"무술연기자는 근로자다"'를 퍼왔습니다.
[기획] 방송가 사각지대를 찾아가다 - ④ 무술연기자 편

화려해 보이기만 하는 TV브라운관 속 연예인들. 그러나 일부 톱스타를 제외한 일반 연기자들의 형편은 결코 녹록지 않다. 국내 방송에서 활약하고 있는 탤런트, 성우, 개그맨, 무술연기자, 연극인이 소속된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전체 조합원 5000여 명 가운데 70% 이상이 연 1000만원 미만의 소득으로 일상을 꾸려간다. 4대 보험 조차 적용받지 못하고, 출연료가 떼여도 속수무책이다. 방송의 매력에 이끌려 이 바닥에 발을 들여 놓았다가, 엄혹한 현실 앞에서 절망하고 다른 업종으로 빠진 전직 연기자들도 허다하다. 미디어스가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연기자는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느냐?"라고 반문했다.
미디어스는 화려한 방송계의 이면, 그늘진 사각지대를 집중 조명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기획은 총 5차례에 걸쳐 게재된다. 탤런트(1회), 성우(2회), 개그맨(3회), 무술연기자(4회) 4차례에 걸쳐 이들의 현주소를 조명할 예정이며 마지막 기사(5회)에서는 이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어떤 법제도 장치들이 필요한지 고민해 본다. (편집자주)

#사례1. 2010년 MBC 사극드라마를 찍던 무술연기자 A씨는 촬영 도중 말에서 떨어져 발에 부상을 입었고 결국 '장애' 판정을 받았다. 산재를 신청했으나 '무술연기자는 근로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거부됐고, 현재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A씨는 장애로 인해 더 이상 무술연기 일을 할 수 없어, 집에서 쉬고 있다.
#사례2. 2012년 종합편성채널의 사극드라마를 찍던 무술연기자 B씨는 전쟁장면을 촬영하던 도중 성벽에서 떨어져 크게 다쳤다. 무릎 수술을 3번이나 받아야 했으나 보험 적용이 안돼, 제작사 차원에서 치료비의 일부를 보전해줬을 뿐이다. B씨는 현재 재활 치료 중이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현란한 전쟁, 격투장면을 전담하는 무술연기자들은 일반 연기자들에 비해 다치는 일이 잦다. 국내 무술연기자 320여명 가운데, 한해 평균 20명이 다치고 이 중 10명은 '중상'을 입는다.
그러나 치료비 등의 관련 비용은 철저히 방송사-제작사의 '선의'에 기대야 한다. 관련 비용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을 경우 별도 소송을 제기해야 하며, 치료받는 도중의 '무급' 상태도 오롯이 개인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A, B씨의 경우는 무술연기자들이 부상을 입어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극히 일부 사례일 뿐이다.
2005년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무술연기자지부'가 탄생하기 전까지는, 출연료를 받지 못해도 속수무책이었다.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산재신청이 거부됐던 것도 무술연기자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큰 요인 중 하나였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예술인까지 산재보험이 확대적용됨에 따라, 4월 8일 촬영 도중 부상당한 무술연기자가 처음으로 산재 인정을 받게 됐다. 사극의 전투 장면을 촬영하다 창에 얼굴과 목을 찔려 부상당한 이 연기자는 치료비용 전액과 함께 일을 못하는 기간에 매일 평균임금 6만4천원의 70%에 해당하는 4만4800원을 휴업수당으로 지급받게 된다.

"무술연기자는 치외법권지대에서 살고 있나?"


▲ 김태득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무술연기자지부 지부장

김태득 무술연기자지부장은 16일 (미디어스)와의 인터뷰에서 "아직도 갈 길은 멀지만, 산재가 인정된 것은 저희들에게 큰 의미"라며 "안전모가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김태득 지부장은 드라마 (태조왕건) (제국의 아침) (해신) (불멸의 이순신) (무신), 영화 (2009 로스트 메모리즈) (그녀를 모르면 간첩) 등에 출연한 경력 15년차의 무술연기자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무술연기자가 '근로자'임을 인정받아 산재신청이 받아들여진 게 아니기 때문이다. 김태득 지부장은 "만약 이번에 근로복지공단이 무술연기자의 근로자성을 인정해서 산재를 받아들인 거라면, 2010년에 다친 A씨도 소급적용을 받을 수 있는데 그런 건 아니다. 예술인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이 워낙 미약하기 때문에 특별히 인정해준 것일 뿐"이라며 "그동안 다친 분들이 많지만 (일정기간 쉬며 치료한 이후에는) 현장 복귀가 가능한데 A씨의 경우는 매우 안타깝다"고 밝혔다.
김태득 지부장은 "탤런트와 마찬가지로 잘나가는 무술 연기자 몇명을 제외한다면 나머지는 거의 생계형"이라며 "4대보험과 같은 최소한의 사회보장제도 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는데, 저희는 대한민국 국민임에도 불구하고 치외법권지대에서 살고 있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특히, 김태득 지부장은 무술연기자들이 다른 연기자들에 비해 무방비로 위험에 노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촬영현장의 안전장치가 제대로 정착돼 있지 않은 현실에 대해 지적했다.     - 무술연기자라는 직종이 언제부터 생겨났는지, 역사가 궁금하다.
70년대부터 시작됐다고 보면 된다. 주로 영화에서 액션배우로 활약했었고, 이후 드라마 시대가 열리면서 무술연기자 직종이 많이 활성화됐다. 방송사나 외주사가 특정 무술감독한테 의뢰해서 인원수를 정해주면, 무술감독이 사람들을 데리고 가는 시스템이다.
- 임금이나 복지 등 처우는 어떠한가?
조합원은 320여명인데, 대부분 힘들게 산다. 탤런트와 마찬가지로 잘나가는 무술 연기자 몇명을 제외한다면 나머지는 거의가 생계형이다. 저희는 법적으로 개인사업자처럼 돼 있다. 사업자등록증도 없는데 왜 사업자로 분류되는가? 저희는 (방송사나 제작사가 세워놓은) 스케쥴 표에 따라서 움직이고, 저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없다. 종속관계가 명확함에도 불구하고, 법적으로는 근로자가 아니라니….  4대보험과 같은 최소한의 사회보장 제도 혜택도 받지 못한다. 외국인 근로자들도 4대보험 혜택을 받는데. 저희는 대한민국 국민임에도 불구하고, 치외법권지대에 살고 있는 것인가.
평균적으로 1년에 2000만원에서 3000만원 번다고 보면 된다. 다쳐서 아예 소득이 없는 사람도 있고. 촬영이 있는 날만 돈을 버는 것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임금은 높지 않다. 쉬는 날에 알바를 하려고 해도, 언제 연락이 올지 모르니까 할 수가 없다. 일반적으로, 사회에서는 경력이 많고 직급이 높아지면 보수가 많아지지만 저희는 30대 초반 이후부터 점점 하향곡선이다. 나이가 들면 현장에서 부르질 않으니까. 오히려 경력많은 사람이 더 돈을 못버는 게 현실이다.

"방송사→외주사 체제로 변환되면서 상황 복잡"

- 무술연기자로서 현장에서 어떤 고충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저희는 매니저가 따로 없으니까 직접 운전해서 촬영장에 가는데, 숙달된 사람은 빽빽한 일정 속에서도 졸음을 참고 운전하지만 신입들은 조는 바람에 교통사고가 일어나기도 한다. 사고가 나도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다. 이런 문제 때문에 일을 그만둔 사람들도 있다. 


▲ 2004년 9월부터 2005년 8월까지 KBS1TV에서 방영된 <불멸의 이순신> 촬영 당시 김태득 지부장(왼쪽)이 동료와 함께 찍은 사진

저희는 하루 일정 속에서도 이동할 일이 많은데. 관련 비용이 현실에 잘 안맞게 책정돼 있다. 드라마는 지역으로 촬영갈 때 교통비를 편도만 지급해 준다. 영화는 왕복지급해 주는데. 예를 들어, 하루 촬영 스케줄이 문경-부여-완도라면 실제 이동거리에 따른 교통비를 주는 게 아니라 서울에서 가장 먼 완도까지 가는 비용만 주는 거다.
해외촬영에 대한 규정은 명확한데, 제주도나 도서지역 같은 경우는 불명확하다. 제주도 촬영을 가면서, (관련 비용을) 나중에 받기로 했다가 결국 못받은 사례도 있다. 제주도에 가면, 당장 그날 촬영은 없지만 대기하고 있어야 하는 날도 있는데 이럴 때는 비용이 지급 안 된다. 도서지역도 마찬가지다. 배타고 들어가야 하는데, 저희가 배값을 부담해야 할 때도 있다. 촬영을 위해 지역에 내려갔다가 취소되서 올라오는 경우에도 교통비는 줘야 하는데 이것도 불명확하고. 기름값도 변동제가 아닌 고정제다. 물가는 계속 올라가는데. 최근에는 유료화된 톨게이트도 많은데, 톨게이트비도 거의 안나온다.
- 출연료 미지급 문제는 자주 일어나나?
출연료 미지급이 상시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미니시리즈의 경우, 마지막회가 나가는 달의 익월 말에 지급된다. 만약 월초에 미니시리즈가 끝나면 출연료를 지급받기까지 거의 2달을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관행상 그렇다.
만약 부실외주사가 제작했다면, 출연료는 거의 떼이는 거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저희는 출연료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갈 수밖에 없다. 지금은 노동조합이라도 있어서 문제가 생겼을 때 나서서 대변해 주지만, 2005년 전에는 더 열악했다. 보험도 알아서 들라고 했었고, 모든 걸 개인이 알아서 해야 했으니까. 출연료를 받지 못하면, 따로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했다. 그런데 만약 소송에서 승소한다고 하더라도 (출연료를 지급하도록) 강제집행하기는 힘들다. 승소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 비용도 만만치 않고. 아직까지도 미지급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가장 이상적인 안은 선지급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힘드니, 3분의 2정도라도 촬영이 끝나기 전에는 지급돼야 하지 않겠나. 만약, 미리 지급한다는 규정이 있다면 (촬영 도중) 보이콧이라도 할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아무것도 못한다.
(출연료가 선지급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저희는 카드빚을 내거나 돈을 빌려서 (그돈으로 생활하면서) 촬영에 나간다. 정상지급되면 나중에 메꾸면 되는데, 안나올 경우 카드 돌려막기를 해야 하고 지인들에게 신용도 떨어지고…. 출연료를 못받으면 어떻게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겠나. 예를 들어 이사가기 위해 대출받으려고 해도, 제1금융권을 이용할 수 없으니까 제2금융권에 간다. 거기도 안되면 사금융을 이용한다. 이자가 엄청난데…. 이렇게 되면 생활이 파탄나는 것이다.
2009년 방영된 SBS 모 드라마의 경우, 아직도 저희 조합원들이 1억8천만원을 받지 못한 상태다. 생계에 큰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지 않겠나. 그 드라마를 만든 제작사가 없어진 것은 아닌데 자체적인 채무관계가 있어서 돈을 못 준다고 하더라. 방송사 자체 제작 시스템에서 외주사 체제로 변화되면서 상황이 복잡해 졌다. 방송사 PD가 와서 총괄하는데, 외주사가 제작하고. 법적책임을 어디에 물어야 할지 애매하다.

"현장에 안전요원 한명이라도 배치해 달라"

- 다른 직종에 비해 특히 위험에 많이 노출돼 있다. 촬영현장에서 비상상황 대처나 응급조치는 잘되고 있나?
영화 촬영 도중에는 사고가 잘 안난다. 안전장치가 잘돼있고, 리허설을 많이 하니까. 시간도 여유롭고. 그런데 드라마는 빨리 찍어서 빨리 내보내야 하니까, 서두르다 보니 다친다. 현장에서 안전장치가 제대로 정착돼 있지 않아, 저희가 자구책을 마련하는 중이다. (방송사나 제작사가 나서주지 않기 때문에) 노조 차원에서 협력병원을 섭외하고 있다. 협력병원이 지정되면, (사고가 발생했을 때) 곧바로 현장으로 앰뷸런스가 올 수 있게끔 하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다치더라도, 스스로 운전해서 병원에 갈 수가 없으니까 촬영이 끝날 때까지 현장에서 기다려야 했다. 다쳐도 곧바로 치료받을 수도 없고…. 굉장히 마음 아프다. 사실, 저희가 바라는 안전망이란 거창한 게 아니다. 안전요원이라도 한명 배치해서, 지원해준다면 사고를 줄일 수 있지 않겠나.
- 2005년 무술연기자지부가 생겼을 때, 최우선 과제로 현장에서의 안정성 확보를 위한 대책과 사고 후 보상실태 등에 대해 조사 연구작업을 벌이겠다고 했었는데 어떻게 됐나?
진행하지 못했다. 조합원들이 오히려 실태조사를 꺼린다. 실태조사를 통해 현실이 드러나면, 보험가입이 더 어려워질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무술연기자란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가 (나중에) 보험이 해지된 경우도 있었으니까 조심스러운 거다.  - 종편 출범으로 무술연기자들의 활로가 넓어졌나?
일단, 양적으로는 넓어졌다. 그러나 아직 종편과는 협상이 마무리되지 못했다. 종편에서도 출연료 미지급 문제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고, 오히려 더 심각할 수 있다. 아직까지는 통일된 출연료 기준표가 아예 없으니까.


곽상아 기자  |  nell@mediaus.co.kr

2013년 4월 3일 수요일

'사내하도급' 근로자들의 '진짜 사용자'는 누구인가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3-04-02일자 기사 ''사내하도급' 근로자들의 '진짜 사용자'는 누구인가'를 퍼왔습니다.
이세영 변호사의 '뉴스 속 법률'
얼마 전 여수 석유화학단지 내 '대림산업' 화학공장 폭발사고로 근로자 6명이 사망하는 대형 사고가 터졌다. '대우조선해양' 조선소에서는 지난 넉 달 사이 총 3명의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2008년 경기도 이천 냉동창고 화재로 근로자 40명이 죽는 초대형사고가 발생하였고, 2011년 '이마트' 탄현점에서 근로자 4명이 질식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망 근로자의 대부분은 원청업체와 도급계약을 체결한 하도급업체가 모집한 근로자이다. 하도급업체가 일차적으로 법적 책임을 진다. 실제 근로자를 쓰는 사용자(원청업체)는 이차적으로만 법적 책임을 진다. 원청업체는 이른바 ‘꼬리 자르기’가 가능한 것이다. 도급 형식의 간접고용이 확산하는 주된 이유이다.
 
하도급근로자들은 “자본과 기업이 필요할 때만 헐값에 고용했다가 쓸모가 없어지면 언제든 일회용 소모품처럼 버려지는 존재들”이라고 자신을 스스로 비하하기도 한다.
 
하도급업체에 고용되어 하도급업체가 도급계약을 체결한 원청업체의 사업장에서 원청업체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를 ‘사내하도급’ 근로자라 한다. 예를 들면, '현대자동차'와 일정 업무에 관한 도급계약을 체결한 하도급업체에 소속된 근로자가 '현대자동차'의 사업장에서 작업한 경우, 그 근로자를 일컫는다. 우리나라에서 사내 하도급이 제일 많은 곳은 조선, 그리고 자동차· 전자· 철강· 기계 · 화학 분야이다. 대형마트나 심지어 공공부문, 국가기관까지 사내하도급은 유행처럼 번져 있다.
 
한편, '현대자동차'는 2016년까지 사내하도급 근로자 중 3,500명을 신규 채용하겠다고 발표하고, '이마트'가 사내하도급 근로자 10,739명을 자사의 직원으로 채용하겠다고 발표했다. 현대자동차, 이마트가 ‘착한 기업’이어서일까. 아니면 사내하도급 근로자가 현대자동차 또는 이마트의 ‘숨겨진 직원’인 것일까.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진짜 사용자가 누구인가’를 찾는 과정이 경제민주화 요구와 맞물려 치열하다. ‘누가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진짜 사용자인가’를 두고 ‘숨바꼭질’이 한창인 이유는 사내하도급 근로자가 형식적으로는 하도급업체 소속의 근로자이기 때문이다.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진짜 사용자가 누구인가’에 대하여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 법원의 판결은 크게 세 가지로 구별된다.
 
첫째, 사내하도급 근로자를 원청업체의 근로자로 인정하는 경우이고,
둘째, 사내하도급 근로자를 파견근로자로 보는 경우이며,
셋째, 하도급업체의 근로자로 인정하는 경우 등이다.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법적 지위 판단 기준, 즉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진짜 사용자가 누구인가’의 판단 기준이 무엇인지 사내하도급 근로자를 실제 사용한 원청업체의 근로자로 인정하는 경우와 파견근로자로 보는 경우에 한정하여 살펴본다.
 
사내하도급 근로자를 실제 사용하는 원청업체의 근로자라고 할 수 있는 경우
 
하도급업체가 사업주로서의 독자성이 없거나 독립성을 결하여 원청업체의 노무대행기관과 동일시할 수 있는 등 그 존재가 형식적, 명목적인 것에 지나지 아니하고, 사실상 사내하도급 근로자가 원청업체와 종속적인 관계에 있으며, 실질적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자도 원청업체이고, 또 근로제공의 상대방도 원청업체이어서 당해 사내하도급 근로자와 원청업체 간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되어 있다고 평가될 수 있으면, 하도급업체에 고용되어 원청업체 사업장에서 원청업체의 업무에 종사하는 사내하도급 근로자를 원청업체의 근로자라고 할 수 있다.
 
즉, 원청업체가 하도급업체의 근로자 채용 여부를 결정하고, 하도급업체 소속의 근로자들에 대하여 징계를 요구하거나 승진대상자 명단을 통보하는 등 하도급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채용, 승진, 징계에 관하여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할 뿐만 아니라,
 
원청업체가 하도급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출근, 조퇴, 휴가, 연장근무, 근로시간, 근무태도 등을 점검하고, 그 근로자들이 수행할 작업량과 작업 방법, 작업 순서, 업무 협력 방안을 결정하여 그 근로자들을 직접 지휘하거나 또는 하도급업체 소속 책임자를 통하여 그 근로자들에게 구체적인 작업 지시를 하고,
 
더 나아가, 하도급업체에 대한 작업량당 단가가 원청업체 소속 근로자(이른바 직영근로자)로 조직된 노동조합과 원청업체 사이에 체결된 임금협약 결과에 따라 결정되고, 하도급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퇴직금이나 건강보험 등 사회보험료 역시 원청업체가 기성 대금과 함께 지급하는 등 원청업체가 하도급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임금 등 제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며,
 
하도급업체가 사업자등록 명의를 가지고 있으나 독자적인 장비를 보유하지 않고, 소속 근로자의 교육 및 훈련 등에 필요한 사업경영상 독립적인 물적 시설을 갖추지 못한 경우,
 
하도급업체는 형식적으로는 원청업체와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소속 근로자들로부터 노무를 제공받아 자신의 사업을 수행한 것과 같은 외관을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업무수행의 독자성이나 사업경영의 독립성을 갖추지 못한 채, 원청업체의 일개 사업부서로서 기능하거나 노무대행기관의 역할을 수행할 뿐이고, 오히려 원청업체가 하도급업체 소속 근로자들로부터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받고, 임금을 포함한 제반 근로조건을 정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하도급업체 소속 근로자들과 원청업체 사이에는 직접 원청업체가 하도급업체 소속 근로자들을 채용한 것과 같은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되어 있다고 볼 수 있어 하도급업체 소속 근로자들(사내하도급 근로자들)은 원청업체의 근로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원청업체와 하도급업체 사이에 체결된 업무도급계약이 진정한 의미의 업무도급이 아닌 '위장도급'에 해당하며, 원청업체가 '위장도급'의 형식으로 근로자를 사용하기 위하여 하도급업체의 법인격을 이용한 것에 불과하고, 실질적으로는 원청업체가 하도급업체 소속 근로자들을 직접 채용한 것과 마찬가지인 경우,

그 근로자들은 원청업체를 상대로 원청업체의 근로자 지위에 있음을 확인하는 소를 제기할 수 있고, 나아가 원청업체가 그 근로자들을 신규채용하겠다고 제의한 데 대하여 그 근로자들이 동의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원청업체가 그 근로자들의 근로제공을 수령하기를 거부하는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대법원은 ‘현대미포조선’과 사이에 도급계약을 체결한 하도급업체 ‘용인기업’ 소속 근로자들에 대하여 ‘현대미포조선’의 근로자 지위를, ‘에스케이 주식회사’와 사이에 도급계약을 체결한 ‘인사이트코리아’ 소속 근로자들에 대하여 에스케이 주식회사의 근로자 지위를 각 인정한 바 있다.
 
하도급업체 소속 사내하도급 근로자들을 파견근로자라 할 수 있는 경우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근로자보호법’이라고 한다)은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근로자파견계약의 내용에 따라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것’을 ‘근로자파견’으로 정의하면서, 근로자파견사업에 대한 규제조치로서 파견의 사유(근로자파견대상업무에 해당하거나 일시적 사유가 있을 것), 파견의 기간, 파견사업의 허가 등을 규정하고 있다.
 
즉, 파견근로자보호법은 파견의 사유에 관하여 근로자파견대상업무를 원칙적으로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를 제외한 전문지식·기술 또는 경험 등을 필요로 하는 업무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업무로 제한하고 있고, 파견의 기간에 대해서도 최대 2년을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그리고 파견사업의 허가에 관하여는 근로자파견사업을 하고자 하는 자는 고용노동부장관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파견근로자보호법은 “사용사업주가 근로자파견대상업무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업무에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2년을 초과하여 계속하여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사용사업주가 고용노동부장관의 허가를 받지 않고 근로자파견사업을 행하는 자로부터 근로자파견의 역무를 제공받는 경우 등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해당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파견근로자보호법은 근로자파견사업의 적정운영을 위한 위 법규정들이 실효를 거둘 수 있도록 파견의 사유, 기간 및 파견업의 허가에 관한 위 규정들을 위반한 파견사업주 및 파견의 사유, 기간에 관한 위 각 규정을 위반한 사용사업주를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사내하도급 근로자들과 고용계약을 체결한 원청업체의 하도급업체들이 사업주로서의 독자성이 없거나 독립성을 상실하였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그 존재가 형식적·명목적인 것으로 볼 수 없는 경우에는, 사내하도급 근로자들이 원청업체의 지휘·명령을 받아 원청업체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더라도 그 근로자들은 하도급업체에 고용된 후, 원청업체의 사업장에 파견되어 원청업체로부터 직접 노무지휘를 받는 근로자파견관계에 있다고 할 것이다.
 
원청업체와 하도급업체 사이에 체결된 업무도급계약이 진정한 의미의 업무도급이 아니고 원청업체와 하도급업체 사이에 '근로자파견관계'에 해당하는 경우
 
첫째, 하도급업체는 고용노동부 장관의 허가를 받지 않고 근로자파견사업을 행한 자이므로 그 하도급업체로부터 근로자파견의 역무를 제공받은 원청업체는 해당 파견근로자 즉 사내하도급 근로자를 직접 고용하여야 하며,
 
둘째, 원청업체가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에 해당 파견근로자 즉 사내하도급 근로자를 사용하는 것은 근로자파견대상업무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업무에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이므로 그 하도급업체로부터 근로자파견의 역무를 제공받은 원청업체는 해당 파견근로자 즉 사내하도급 근로자를 직접 고용하여야 하고,
 
셋째, 원청업체가 근로자파견대상업무에 해당하는 업무에서 파견근로자 즉 사내하도급 근로자를 사용하더라도 2년을 초과하여 계속하여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때도 그 하도급업체로부터 근로자파견의 역무를 제공받은 원청업체는 해당 파견근로자 즉 사내하도급 근로자를 직접 고용하여야 한다.
 
이에 위반하여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하지 아니한 원청업체는 고용노동부 장관이 3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징수한다. 
 
대법원은 ‘현대자동차’ 및 ‘한국지엠’과 하도급업체들 사이에 체결된 ‘도급계약’의 명칭이나 형식 여하에 불구하고 그 하도급업체에 소속된 근로자들이 ‘현대자동차’나 ‘한국지엠’의 사업장에 파견되어 ‘현대자동차’나 ‘한국지엠’의 지휘·명령 아래 ‘현대자동차’나 ‘한국지엠’을 위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파견관계에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위장도급’ 형식의 사내하도급 근로자들은 고용 불안과 낮은 임금에 시달리고 고위험 업무에 내몰리고 있다.
 
사내하도급 근로자들은 원청업체에는 ‘일회용 소모품’으로, 노동귀족에게는 ‘고용 안정을 위한 방패막이’로, 하도급업체에는 사람을 팔아 이윤을 남겨 먹는 ‘신종 인신매매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말하기에는 너무 화려한 수식어다. 당장 엄정한 법 집행이 우선이다. ‘도급'을 가장한 위법 상태를 솎아내는 꼼꼼한 법 집행이 필요하다.
 
고용노동부와 사법부의 공정한 법 집행을 기대한다.
 
 '법률사무소 새롬' 이세영 변호사

2012년 6월 2일 토요일

"각시탈 사망사고, 최종 책임은 '슈퍼갑' KBS에 있다"


이글은 미디어스 2012-06-01일자 기사 '"각시탈 사망사고, 최종 책임은 '슈퍼갑' KBS에 있다"'를 퍼왔습니다.
보조출연자 유족, KBS 앞 침묵시위…"KBS 옥상에서 뛰어내리고 싶은 심정"

"KBS 각시탈, 지금 방송되고 있는 것 아니에요? 그런데 무슨 일 있어요?"(20대 시민)
"아이의 아빠가 죽었지만 KBS는 사과 한 마디 안합니다. 제발 각시탈을 보지 말아주세요."(각시탈 보조출연자 故 박희석씨 아내 윤아무개씨)

▲ 6월 1일 정오, 서울 여의도 KBS 신관 앞에서 침묵시위를 진행하고 있는 고 박희석씨 부인 윤아무개씨. ⓒ곽상아

뙤약볕이 내리쬐는 6월 1일 정오, 서울 여의도 KBS 신관 앞에 한 모녀가 피켓을 들고 나타났다. 4월 18일 경남 합천에서 KBS (각시탈) 보조출연자를 단체로 태운 버스가 전복되면서 숨진 보조출연자 고 박희석씨의 가족들이다. 모녀는 지난달 22일부터 KBS 앞에서 침묵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같은날 포털사이트에 넘쳐나는 (각시탈, 수목극 시청률 1위) (수목극 1위 '각시탈' 치명적 매력 '베스트 신 3') ('각시탈' 신현준, 바보와 영웅 오가는 '반전연기' 호평) 등의 기사와는 선명히 대조되는 풍경이다.
모녀가 매일 KBS 앞을 찾아오는 이유는 (각시탈)의 방영 주체인 KBS와 외주제작사 팬엔터테인먼트, 그리고 보조출연업체 태양기획 등이 제대로 된 사과와 보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건이 일어난 직후, KBS와 외주사인 팬엔터테인먼트는 입장을 내어 "깊은 위로와 함께 사태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 장례와 치료 및 보상 등이 원만하고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KBS) "향후 조치에 사력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팬엔터테인먼트)라고 하는 등 '공식적'으로는 신속하게 대응했으나 4월 19일 "KBS, 팬엔터테인먼트, 태양기획, 동백관광 등 4개사가 도의적 책임을 지고 장례를 지원하겠다"며 장례비용으로 2천만원을 준 이후 '감감무소식'이다. 공식 발표 외에 유족들에게 사과의 말을 건넨적도 없다. 특히, 유족은 KBS가 지난달 18일 발표한 '보조출연자 사고에 대한 KBS의 입장'에 분노했다.
"'깊은 위로와 함께 사태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한 것 외에 도대체 KBS가 실제로 한 게 무엇입니까? 그 입장은 '대국민 사기극'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용역을 거쳤다고 하지만 KBS의 이름으로 각시탈이 방영되고 있지 않나요? 당연히 책임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 고 박희석씨의 딸도 엄마를 따라 지난달 22일부터 KBS 앞 침묵시위를 해오고 있다. ⓒ곽상아

모녀가 시위에 돌입하자 즉각적으로 '반응'이 나타났다. 시위에 돌입한 지난달 22일 KBS, 팬엔터테인먼트, 태양기획, 동백관광 등 이번 사건에 관련된 4개 회사에서 모녀를 찾았다. 윤씨는 "저희를 보고 '도대체 왜 시위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하더라"며 "지난달 29일에 찾아와서는 '돈 더 받으려고 그러는 것 아니냐'라고 하는데 기가 막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각시탈 첫 방송됐던 지난달 30일, 윤씨의 감정은 더욱 격해져 KBS 앞에서 시위를 진행한 뒤 고영탁 KBS 드라마 국장을 찾아갔다.
"절망적인 심정으로 KBS 옥상에서 뛰어내리려고 들어갔는데, 청경들이 제지하더군요. 고영탁 국장을 만나서 '당신들이 공식 입장을 내놓은 것 외에 한 게 뭐가 있느냐'고 따져물었더니 '우리도 이런 일이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예전에 KBS의 한 관계자도 섬에서 촬영하는 도중 아들이 죽었지만 1주일동안 섬에서 나오지 못했다'고 했어요. '국민과의 약속이라 각시탈은 방영할 수밖에 없다'면서…. 그런데 저희는 국민이 아닌가요?"

▲ 5월 23일 열렸던 KBS <각시탈> 제작발표회 모습.

숨진 박씨는 지난 2월부터 보조출연업체 '이중기획'에 소속되어 출연료를 지급받아왔다. 그러나 박씨 출연료와 관련한 세금을 원청회사인 '태양기획'에서 납부하는 등 '이중기획'이 사실상 '태양기획'에 소속되어 운영돼 왔기 때문에 박씨의 진짜 고용주는 '태양기획'이라는 것이 유족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태양기획은 "이중기획에서 출연자를 모집했고, 박씨는 이중기획에서 출연료를 받아갔다"고 하고, 이중기획은 "사실상 태양기획이 박씨를 모집했기 때문에, 태양기획이 처리해야 한다"며 서로 책임을 미루는 탓에, 유족들은 출연료 지급 관련 서류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지난달 15일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신청을 제기해야 했다.  그동안 근로복지공단은 보조출연자의 산재 신청에 대해 한 번도 곧바로 받아들인 적이 없어, 이번 산재신청의 전망도 어둡다.
2008년 11월 서울행정법원은 보조출연자 A씨가 제기한 소송에서 "촬영현장에 일용직의 형태로 고용되어 제작사나 용역공급업체가 요구하는 바에 따라 노무를 제공하고 그러한 노무제공에 대한 대가로 시간급 보수를 받는 보조출연자는 근로자로 봄이 상당하다"며 보조출연자가 '개인사업자'가 아닌 '근로자'라고 판결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전국 보조출연자 노동조합의 이규석 사무국장은 "2008년 법원 판결이 있었음에도 근로복지공단은 보조출연자들의 산재신청을 단 한 번도 곧바로 받아들인 적이 없다. 늘 '산재를 신청한 보조출연자가 근로자라는 근거를 가져오라'고 하기 때문에, 재판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며 "물론 앞선 판결이 있기 때문에 재판에서는 무조건 이길 수밖에 없지만 시간이 꽤 걸리니까 대다수가 제풀에 지쳐서 포기한다"고 전했다.
2008년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한국노총 중앙법률원의 김형동 변호사도 "법원이 보조출연자를 이미 근로자로 인정한지 오래됐는데 행정관청들은 법원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박씨의 경우, 회사 측에서 제공한 차량을 타고 단체로 촬영지에 가다가 당한 사고이기 때문에 당연히 산재로 인정돼야 한다"며 "보조출연자들은 사회적으로 매우 열악한 환경에 놓인 노동자임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공영방송이 '이름없는 영혼의 통쾌한 액션활극'이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한 드라마를 촬영하는 도중 벌어진 '사망사고'이지만, 책임지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더욱 심각한 것은 '방송사→외주제작사→기획사→보조출연자'의 연쇄고리 속에서 계약서 한 장 없이 낮은 임금을 감내하며 묵묵히 일해야 하는 현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 한 언제든 또다시 벌어질 수밖에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전국 보조출연자 노동조합의 이규석 사무국장은 "근본적으로는 불합리한 방송제작 구조 관행이 문제"라며 "제작비의 40~50%를 주연급 연기자들이 가져가고 있는데, 보조출연자들은 똑같은 시간 일하고도 일당 4만원 정도를 가져갈 뿐이다. '보조출연자들에게 지금보다 10%만 더 써라'고 해도 방송사들은 들은 척도 안 한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규석 국장은 '방송사→외주제작사→기획사→보조출연자'의 고리 속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슈퍼갑' 방송사의 책임을 지적했다. "이번 사건에서 보조출연자 박씨와 KBS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것은 맞지만 KBS는 현 구조에서 '슈퍼갑'으로서 관리감독하는 위치에 있지 않느냐"며 "KBS는 용역계약을 준 것이기 때문에 자기들이 당사자가 아니라고 발뺌하지만 최종적 책임은 KBS에게 있다. 지금의 침묵은 큰 '횡포'"라는 것.
"구조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풀어가야 하는데, 사실 현 상황에서 KBS를 상대로 '보조출연자들의 근무여건을 개선해달라'고 요구해봤자 통할지 착잡합니다. 매년 방송사들은 보조출연업체인 기획사들과 계약을 하는데 연장, 야간, 철야 수당을 (방송사 측에서) 모두 지급하도록 돼 있지만 실제로는 안 줍니다.
작년에도 저희가 기획사를 상대로 '체불임금 청구소송'을 제기했었는데 방송사와의 계약금액, 거래명세서, 법인카드로 돈 들어온 내역 등을 다 확인해보니 방송사가 안 준 게 맞더군요. 보조출연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기획사를 상대로 요구해봤자 얻을 수 있는 게 없어서 이제는 방송사를 상대로 직접 싸우려고 합니다.
어차피 기획사는 방송사 앞에서 철저한 '을'에 불과하지 않습니까? 만약 KBS한테 사태수습에 대한 의지가 있었다면, 왜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여기까지 왔겠습니까? 정말 큰 문제예요…."

곽상아 기자  |  nell@mediaus.co.kr

2012년 5월 18일 금요일

[사설]OECD 최고 수준에 이른 소득 불평등


이글은 경향신문 2012-05-17일자 사설 '[사설]OECD 최고 수준에 이른 소득 불평등'을 퍼왔습니다.
우리나라 근로소득 불평등 정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멕시코 다음으로 심각하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발표한 ‘근로소득 불평등 실태’ 보고서는 국세청의 근로소득 연말정산 신고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것이어서 정부가 내놓는 경제활동인구조사 통계보다 실상에 더 근접한 것으로 평가된다.

노동사회연구소가 2010년 근로소득자 1518만명의 근로소득을 기준으로 계산한 지니계수는 0.503으로 2009년의 0.494보다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0’의 경우 완전평등, ‘1’은 완전불평등을 의미하며,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 정도가 심하다. 개인별 근로소득이 아닌 가구소득을 기준으로 작성하는 정부 통계상의 지니계수는 2009년 0.314에서 2010년 0.310으로 개선됐다가 지난해 0.311로 악화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소득 불평등 정도는 가구소득 기준의 지니계수로 비교할 때 OECD 평균(0.314) 수준이어서 그리 심각하지 않은 것처럼 인식돼왔다. 하지만 개인별 소득을 기준으로 할 경우 불평등이 훨씬 심각한 수준임을 잘 보여준다.

저소득 가구일수록 생계를 위해 일하는 식구가 많게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가구소득 기준의 불평등 정도가 개인별 근로소득의 불평등보다 낮게 나타나 소득 불평등에 대한 일종의 착시현상을 초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니계수와 함께 소득 불평등 수준을 보여주는 또 다른 지표인 근로소득 10분위 배율(상위 10% 소득의 하위 10% 소득 배율)의 경우 전체 근로자를 대상으로 할 경우 5.23배로 나타났다. 비교가능한 27개 OECD 회원국 가운데 멕시코(5.71)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10분위 배율 역시 5인 이상 사업체의 상용직을 대상으로 한 정부 통계(4.78배)보다 훨씬 높다.

노동사회연구소의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소득 불평등이 정부의 공식 통계를 바탕으로 한 지금까지의 평가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임을 말해준다. ‘OECD 평균 수준의 소득 불평등’에 안주할 상황이 절대 아님을 일깨운다. 근로소득의 불평등 정도가 심한 이유는 전체 근로자의 절반에 이르는 세계 최고 수준의 비정규직 비율과 대기업·중소기업 간의 임금 격차 등을 꼽을 수 있다. 최근 들어서는 고소득 근로자가 집중된 수출중심 소수 대기업과 나머지 기업 간의 임금격차가 가파르게 벌어지면서 소득 불평등을 더욱 부채질하는 요인이 되고 있기도 하다.

소득 불평등 구조는 이처럼 갈수록 심화하는 반면 이를 완화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턱없이 미진하다. 체계적이지도 못하다. 불평등 시정을 겨냥한 조세정책을 비롯해 소득 재분배 정책의 절박성에 대한 인식마저 부족하다. 가장 기초적이고 시급을 요하는 저소득층 지원을 위한 복지정책조차 여전히 논쟁의 대상이 되는 답답한 현실이다. 소득 불평등 개선 없는 경제발전은 상상할 수 없다.

2011년 11월 30일 수요일

'주식회사 병원', 이익을 볼 사람과 손해를 볼 사람


이글은 프레시안 2011-11-29일자 기사 ''주식회사 병원', 이익을 볼 사람과 손해를 볼 사람'을 퍼왔습니다.
[기고] 영리 의료 법인 도입에 앞서 생각해 볼 것들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법은 1963년 12월 16일 제정되었는데 1977년 7월 1일 500인 이상 근로자를 사용하는사업장부터 시작하여 그 대상을 점차 확대하여 1989년 7월 1일 마지막으로 도시 지역 자영업자에 대한 보험을 실시함으로써 적용 대상자가 전 국민으로 확대되었다.

2000년 7월 1일 그 동안 다보험자(조합주의) 방식으로 운영하던 운영 체제를 하나로 통합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단일 보험자 방식으로 운영하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운영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법은 국민의 기본적 욕구의 하나인 보건의료에 대하여 보편주의적으로 접근하여, 가입자의 소득에 비례하여 보험료를 부담하고 급여액 산정 시에는 기여 정도를 따지지 않고 의료 사고의 종류와 진료 기간을 기준으로 누구나 평등하게 혜택을 볼 수 있는 사회 보험 제도이다.

이에 따라 요람에서 무덤까지 국민 보건을 향상시키고 사회 보장을 증진 도모하며 소득 재분배 기능을 통하여 전체 국민의 통합을 도모하고 있다. 이러한 의료 보장 제도만으로도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복지 국가이다. 외국에 나가 보면 안다. 영리 의료 법인과 민영 의료 보험을 허용하고 있는 미국이나 시장 사회주의의 전형인 유럽의 소위 복지 국가는 아무리 아파도 돈이 없으면 죽을 때까지 혹은 자기 진료 순서가 올 때까지 몇 달이고 참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대한민국 국적만 가지고 있으면 저소득층의 의료 급여 대상자에게도 동등한 진료를 제공하여 세계적인 권위의 의사에게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의술도 이제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서 현재 전 세계가 우리나라의 의료 제도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우리 국민도 대부분 우리나라의 의료 제도에 대하여 감사와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때에 이명박 정부와 여당은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의료 선진화, 성장 동력, 의료 수출, 고용 창출 등을 명분으로 영리 의료 법인(주식회사 병원)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 당연 지정제의 폐지 즉 국민건강보험을 민영화하는 것은 아니므로 미국처럼 의료 보장에 있어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의 의료 접근권이 붕괴되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 기관은 법인 형태가 가능한데 비영리 법인으로 한정하고 있으며, 이 제도 하에서 의료 선진화를 단기간에 이미 달성하였다. 국내 유수한 병원들이 해외에 진출하고 있으며 의료 관광도 나날이 활성화되고 있다. 일부 재벌 기업도 비영리 의료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비영리 의료 법인은 병원 경영과 수익 사업으로 얻은 수익금을 병원 경영에 재투자하여야 한다. 영리 법인은 수익금을 주주에게 배당금으로 배분할 수 있다. 사실 이명박 정부의 영리 의료 법인 추진의 명분인 의료 선진화를 위해서는 병원 수익을 모두 병원 경영에 재투자해야 하는 비영리 법인 제도가 주주들이 개인적으로 배당금으로 가져가는 영리 법인보다 바람직할 수 있으므로 정부의 주장은 좀 더 타당성을 검증해야 한다.

영리 의료 법인이 왜 필요한가? 정부 차원의 기대 효과로는 영리 의료 법인이 되면 세금을 더 부과할 수 있고 현재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재정 악화에 좀 더 탄력적인 해결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우리나라가 지속적으로 국민의 의료 수요와 의식의 수준이 높아지고 고령화 사회로 변해감에 따라 국가가 혼자서는 국민의 의료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또 이명박 정부의 제안처럼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의료 개방과 외국인 투자 유치, 의료 관광, 병원 해외 진출에는 확실히 플러스 효과가 있으므로 의료의 성장 동력화에 긍정적 요인이 된다.

그러나 대학병원은 기본적으로 연구 교육 기관으로서 수익금을 연구와 병원의 선진화에 재투자해야지 영리 의료 법인으로 전환하여 재단 이사들이 개인적으로 가져가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자본가들은 영리 의료 법인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 의료 사업은 현재의 국민건강보험제도 아래에서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확보하고 있는 사업이다. 의과대학, 치과대학 등의 인기가 사상 최고인 것을 보면 안다. 현재 재벌과 슈퍼 부자들도 비영리 의료 법인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이들은 수익을 배당금으로 마음껏 가져가고 싶다. 영리 의료 법인은 이것을 가능하게 한다.

사실 이것은 의사에게도 수익 증대의 좋은 기회이자 도전이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많은 의사들 특히 개원의들은 재벌들의 프랜차이즈병원의 봉직의로 흡수될 것이다. 한편, 슈퍼 부자 환자 고객들은 VIP 부대 서비스를 제공하는 호텔과 같은 병원을 원하는데 영리 의료 법인은 이러한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영리 의료 법인의 도입에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부터 오랜 기간 공 들여서 이룩한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보장 제도가 무너질 개연성이 존재한다. 즉, 수익성 위주의 병원 운영에 의한 과잉 진료와 더불어 진료비 증가, 국민건강보험 재정 고갈, 보험료 증가가 뒤따를 것이다.

또 의사 환자 간의 신뢰관계가 이익관계로 변질되면서 부자 위주 진료의 가능성이 있다. 영리 병원에서는 국민건강보험에서 정한 진료비 기준 대신 병원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진료비를 받을 수 있고 영리 병원 진료비 기준에 맞은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민영 의료보험 상품이 개발될 수 있다.

부자들을 위한 특별한 의료 서비스는 민영 의료 보험이 없는 현재에도 이미 많이 개발되어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성황리에 이용되고 있다. 그리고 민영 의료 보험은 환자가 의사에게 주는 진료비에서 수수료를 챙김으로써 보험 회사가 돈을 가장 많이 번다. 결과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대형 병원들은 영리 병원으로 전환할 것이고 국민들은 영리 병원, 보험 회사 주주들의 이윤까지 부담해야 하는 등 영리 병원과 민영 의료 보험의 도입은 의료 제도와 국민 경제 등에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그 동안 우리나라 의료가 선진화된 것은 의료계의 노력이었고 정부의 지원은 의사들은 부자라는 선입관 하에서 타 산업 분야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미미하였다. 이명박 정부가 의료의 성장 동력화를 위한 진지하고 발전적인 고민으로서 영리 의료 법인 도입을 제안하는 것은 이해하나 우리가 이룩한 의료 보장 제도를 더욱 공고히 하는 틀 안에서 대안을 도출하여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가가 자본 운영한 대가를 가져가고 가진 자가 좋은 대우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자본가들의 수입원을 확대시키기 위하여 혹은 일부 최상위층의 만족을 위하여 세계적으로 가장 모범적인 의료 보장 제도를 위태롭게 해서는 안 된다.

정책 제안자들은 국민, 환자, 의사, 정부 등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을 구성하는 주체들 모두에 대한 다각화된 접근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의료 서비스 선진화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의료 개혁을 실행해야 할 것이다.



/박길홍 고려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