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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13일 목요일

"노동부 장관님, 노동자가 산만해서 죽었다고요"


이글은 프레시안 2012-09-12일자 기사 '"노동부 장관님, 노동자가 산만해서 죽었다고요"'를 퍼왔습니다.
[기고] "노동부에서 만든 TV 광고,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20대 청년 두 명을 집어삼킨 용광로 사망사고가 일어난 지 사흘이 지나고 있지만 시민과 노동자의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노동건강연대에서 사고가 일어난 다음날인 9월 11일 사고기업 캐스코의 소유주인 LS전선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할 때도 트위터에서의 응원이 큰 힘이 되었다.

피켓을 들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 시민들이 '용광로 사고를 검색해봤다' '가슴 아프다' '산업재해이니까회사 책임이다' 같은 말씀을 많이 해주었다. '청년유니온'은 성명을 통해 '언제까지 꽃다운 나이의 청년들을 안타까운 사고로 잃을 것인가' 호소하였다.

'경남청년희망센터'는 이번 사고에 대하여 아래와 같은 논평을 발표하였다.

경남지역 철강산업협회에 속해 있는 철강 업체는 총 6개의 업체이며, 종사자는 3700여 명입니다. 여기에 하청업체와 소규모 주물공장까지 합치면 더 많은 노동자가 용광로와 쇳물의 위험에 처해있을 것으로 예측됩니다. 경상남도와 노동부는 지역 철강산업체에 대한 안전점검과 하청업체 및 중소기업들에 대한 안전장비 지원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젊은 노동자의 죽음을 슬퍼하면서 같은 일을 하는 노동자로서 두려움과 안전대책을 원하는 절절한 마음이 묻어난다. 그러나 용광로 사고가 난 시간 TV 뉴스전문채널에서는 아래와 같은 광고가 나오고 있었다. (☞ : 광고 바로가기)

http://www.youtube.com/watch?v=16pNiNYQLuo&feature=player_embedded

광고를 보면 부주의하고 정신 나간 노동자, 개념 없고 산만한 노동자가 발랄한 음악을 배경으로 죽어나가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만들었다. 화면 하단에는 2011년 산재로 사망한 노동자숫자 2114명이 차곡차곡 쌓여가고 '조심조심 코리아' 라는 음성으로 마무리된다.

한 달에 걸쳐 국립현대미술관 화재사고 4명 사망, LG화학 청주공장 8명 사망(8월 23일에 첫 번째 사망자가 나온 이후 사망자가 계속 늘고 있다), 도시철도시설공단 경의선현장 1명 사망, LS전선 용광로 2명 사망. 찰나에 닥쳐온 재앙 앞에 눈 감지 못하고 세상 등진 노동자들이다. 더 많다. 기삿거리가 되지 못한 채 죽은 분들은 몇 배로 많다.

노동부 장관에게 묻고 싶다. 부주의하고 산만한 노동자니까 사고를 당한 것이라고 100% 확신한다고 해도, 이 영상을 틀었어야 하는가. 정말 이렇게까지 만들었어야 하는가.

용광로 사고가 일어나자 재벌그룹의 계열사인 회사 측은 현장을 봉쇄하였다. 노동자들은 밤샘근무를 연이어 하였고, 회사가 기계를 새로 교체하여 무리하게 투입했다는 증언이 있다. 사고 현장에는 119 구급대와 경찰이 먼저 도착했을 것이고 이어서는 노동부,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사고 조사를 위해 현장으로 왔을 것이다.

부주의해서 죽은 노동자들인데 사고 원인은 뭐 하러 조사하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조심하면 안 죽을 수 있는데 '돈' 들이고 '사람' 들여 정책은 뭐 하러 만드는가. 한 달 사이에 폭발로, 화재로 노동자의 죽음이 멈추지 않다. 노동부 장관은 아무 느낌이 없는가.

노동부 장관은 공감하는가. 쇳물이 언제 쏟아질지 몰라 정부의 대책을 호소하는 노동자들의 마음이 보이는가. 공감한다면, 예기치 못한 죽음에 가슴 미어질 노동자의 가족과 시민의 애도 앞에서, 저와 같이 죽어간 노동자를 모독하는 광고영상을 만들 수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

 /전수경 노동건강연대 사무국장

2012년 6월 2일 토요일

"각시탈 사망사고, 최종 책임은 '슈퍼갑' KBS에 있다"


이글은 미디어스 2012-06-01일자 기사 '"각시탈 사망사고, 최종 책임은 '슈퍼갑' KBS에 있다"'를 퍼왔습니다.
보조출연자 유족, KBS 앞 침묵시위…"KBS 옥상에서 뛰어내리고 싶은 심정"

"KBS 각시탈, 지금 방송되고 있는 것 아니에요? 그런데 무슨 일 있어요?"(20대 시민)
"아이의 아빠가 죽었지만 KBS는 사과 한 마디 안합니다. 제발 각시탈을 보지 말아주세요."(각시탈 보조출연자 故 박희석씨 아내 윤아무개씨)

▲ 6월 1일 정오, 서울 여의도 KBS 신관 앞에서 침묵시위를 진행하고 있는 고 박희석씨 부인 윤아무개씨. ⓒ곽상아

뙤약볕이 내리쬐는 6월 1일 정오, 서울 여의도 KBS 신관 앞에 한 모녀가 피켓을 들고 나타났다. 4월 18일 경남 합천에서 KBS (각시탈) 보조출연자를 단체로 태운 버스가 전복되면서 숨진 보조출연자 고 박희석씨의 가족들이다. 모녀는 지난달 22일부터 KBS 앞에서 침묵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같은날 포털사이트에 넘쳐나는 (각시탈, 수목극 시청률 1위) (수목극 1위 '각시탈' 치명적 매력 '베스트 신 3') ('각시탈' 신현준, 바보와 영웅 오가는 '반전연기' 호평) 등의 기사와는 선명히 대조되는 풍경이다.
모녀가 매일 KBS 앞을 찾아오는 이유는 (각시탈)의 방영 주체인 KBS와 외주제작사 팬엔터테인먼트, 그리고 보조출연업체 태양기획 등이 제대로 된 사과와 보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건이 일어난 직후, KBS와 외주사인 팬엔터테인먼트는 입장을 내어 "깊은 위로와 함께 사태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 장례와 치료 및 보상 등이 원만하고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KBS) "향후 조치에 사력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팬엔터테인먼트)라고 하는 등 '공식적'으로는 신속하게 대응했으나 4월 19일 "KBS, 팬엔터테인먼트, 태양기획, 동백관광 등 4개사가 도의적 책임을 지고 장례를 지원하겠다"며 장례비용으로 2천만원을 준 이후 '감감무소식'이다. 공식 발표 외에 유족들에게 사과의 말을 건넨적도 없다. 특히, 유족은 KBS가 지난달 18일 발표한 '보조출연자 사고에 대한 KBS의 입장'에 분노했다.
"'깊은 위로와 함께 사태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한 것 외에 도대체 KBS가 실제로 한 게 무엇입니까? 그 입장은 '대국민 사기극'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용역을 거쳤다고 하지만 KBS의 이름으로 각시탈이 방영되고 있지 않나요? 당연히 책임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 고 박희석씨의 딸도 엄마를 따라 지난달 22일부터 KBS 앞 침묵시위를 해오고 있다. ⓒ곽상아

모녀가 시위에 돌입하자 즉각적으로 '반응'이 나타났다. 시위에 돌입한 지난달 22일 KBS, 팬엔터테인먼트, 태양기획, 동백관광 등 이번 사건에 관련된 4개 회사에서 모녀를 찾았다. 윤씨는 "저희를 보고 '도대체 왜 시위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하더라"며 "지난달 29일에 찾아와서는 '돈 더 받으려고 그러는 것 아니냐'라고 하는데 기가 막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각시탈 첫 방송됐던 지난달 30일, 윤씨의 감정은 더욱 격해져 KBS 앞에서 시위를 진행한 뒤 고영탁 KBS 드라마 국장을 찾아갔다.
"절망적인 심정으로 KBS 옥상에서 뛰어내리려고 들어갔는데, 청경들이 제지하더군요. 고영탁 국장을 만나서 '당신들이 공식 입장을 내놓은 것 외에 한 게 뭐가 있느냐'고 따져물었더니 '우리도 이런 일이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예전에 KBS의 한 관계자도 섬에서 촬영하는 도중 아들이 죽었지만 1주일동안 섬에서 나오지 못했다'고 했어요. '국민과의 약속이라 각시탈은 방영할 수밖에 없다'면서…. 그런데 저희는 국민이 아닌가요?"

▲ 5월 23일 열렸던 KBS <각시탈> 제작발표회 모습.

숨진 박씨는 지난 2월부터 보조출연업체 '이중기획'에 소속되어 출연료를 지급받아왔다. 그러나 박씨 출연료와 관련한 세금을 원청회사인 '태양기획'에서 납부하는 등 '이중기획'이 사실상 '태양기획'에 소속되어 운영돼 왔기 때문에 박씨의 진짜 고용주는 '태양기획'이라는 것이 유족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태양기획은 "이중기획에서 출연자를 모집했고, 박씨는 이중기획에서 출연료를 받아갔다"고 하고, 이중기획은 "사실상 태양기획이 박씨를 모집했기 때문에, 태양기획이 처리해야 한다"며 서로 책임을 미루는 탓에, 유족들은 출연료 지급 관련 서류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지난달 15일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신청을 제기해야 했다.  그동안 근로복지공단은 보조출연자의 산재 신청에 대해 한 번도 곧바로 받아들인 적이 없어, 이번 산재신청의 전망도 어둡다.
2008년 11월 서울행정법원은 보조출연자 A씨가 제기한 소송에서 "촬영현장에 일용직의 형태로 고용되어 제작사나 용역공급업체가 요구하는 바에 따라 노무를 제공하고 그러한 노무제공에 대한 대가로 시간급 보수를 받는 보조출연자는 근로자로 봄이 상당하다"며 보조출연자가 '개인사업자'가 아닌 '근로자'라고 판결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전국 보조출연자 노동조합의 이규석 사무국장은 "2008년 법원 판결이 있었음에도 근로복지공단은 보조출연자들의 산재신청을 단 한 번도 곧바로 받아들인 적이 없다. 늘 '산재를 신청한 보조출연자가 근로자라는 근거를 가져오라'고 하기 때문에, 재판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며 "물론 앞선 판결이 있기 때문에 재판에서는 무조건 이길 수밖에 없지만 시간이 꽤 걸리니까 대다수가 제풀에 지쳐서 포기한다"고 전했다.
2008년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한국노총 중앙법률원의 김형동 변호사도 "법원이 보조출연자를 이미 근로자로 인정한지 오래됐는데 행정관청들은 법원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박씨의 경우, 회사 측에서 제공한 차량을 타고 단체로 촬영지에 가다가 당한 사고이기 때문에 당연히 산재로 인정돼야 한다"며 "보조출연자들은 사회적으로 매우 열악한 환경에 놓인 노동자임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공영방송이 '이름없는 영혼의 통쾌한 액션활극'이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한 드라마를 촬영하는 도중 벌어진 '사망사고'이지만, 책임지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더욱 심각한 것은 '방송사→외주제작사→기획사→보조출연자'의 연쇄고리 속에서 계약서 한 장 없이 낮은 임금을 감내하며 묵묵히 일해야 하는 현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 한 언제든 또다시 벌어질 수밖에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전국 보조출연자 노동조합의 이규석 사무국장은 "근본적으로는 불합리한 방송제작 구조 관행이 문제"라며 "제작비의 40~50%를 주연급 연기자들이 가져가고 있는데, 보조출연자들은 똑같은 시간 일하고도 일당 4만원 정도를 가져갈 뿐이다. '보조출연자들에게 지금보다 10%만 더 써라'고 해도 방송사들은 들은 척도 안 한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규석 국장은 '방송사→외주제작사→기획사→보조출연자'의 고리 속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슈퍼갑' 방송사의 책임을 지적했다. "이번 사건에서 보조출연자 박씨와 KBS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것은 맞지만 KBS는 현 구조에서 '슈퍼갑'으로서 관리감독하는 위치에 있지 않느냐"며 "KBS는 용역계약을 준 것이기 때문에 자기들이 당사자가 아니라고 발뺌하지만 최종적 책임은 KBS에게 있다. 지금의 침묵은 큰 '횡포'"라는 것.
"구조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풀어가야 하는데, 사실 현 상황에서 KBS를 상대로 '보조출연자들의 근무여건을 개선해달라'고 요구해봤자 통할지 착잡합니다. 매년 방송사들은 보조출연업체인 기획사들과 계약을 하는데 연장, 야간, 철야 수당을 (방송사 측에서) 모두 지급하도록 돼 있지만 실제로는 안 줍니다.
작년에도 저희가 기획사를 상대로 '체불임금 청구소송'을 제기했었는데 방송사와의 계약금액, 거래명세서, 법인카드로 돈 들어온 내역 등을 다 확인해보니 방송사가 안 준 게 맞더군요. 보조출연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기획사를 상대로 요구해봤자 얻을 수 있는 게 없어서 이제는 방송사를 상대로 직접 싸우려고 합니다.
어차피 기획사는 방송사 앞에서 철저한 '을'에 불과하지 않습니까? 만약 KBS한테 사태수습에 대한 의지가 있었다면, 왜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여기까지 왔겠습니까? 정말 큰 문제예요…."

곽상아 기자  |  nell@media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