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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4일 토요일

[우석훈·선대인의 맨발의 경제학](3) 건설인력시장


이글은 경향신문 2013-05-03일자 기사 '[우석훈·선대인의 맨발의 경제학](3) 건설인력시장'을 퍼왔습니다.

ㆍ건설수주액 늘었는데 일당은 반토막… 이곳이 남의 몫 ‘가로채기 현장’

4월29일 새벽 세 시. 알람 소리에 벌떡 깨어났다. 취재를 위해 이렇게 새벽에 일찍 깨어난 건 현직 기자 시절에도 드물었던 것 같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약간은 떨리는 기분으로 경기 성남시 복정동에 있는 건설인력시장으로 차를 몰았다. 잠시 상념에 잠겼다. 지금은 아무런 관여도 하지 않고 있지만, 지난해 대선 국면에서 당시 안철수 후보 측의 국민정책참여단 단장이라는 걸 맡았다. 국민들의 목소리를 안 후보 정책에 반영하는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캠프에선 설명했다. 많이 망설였지만 고민 끝에 그 역할을 맡기로 했다. ‘경제민주화’라는 구호는 난무했지만, 정작 유권자인 국민은 그게 뭘 의미하는지 감도 못 잡는 상황. 나는 허공에 붕 떠 있는 경제민주화 논의를 사람들이 체감할 수 있게 지상으로 끌어내리고 싶었다. 도탄의 민생현장에서 나오는 신음과 비명소리를 멋진 정책으로 가다듬고 싶었다. 그래서 “경제민주화란 이렇게 당신들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겁니다”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성공하지 못했다. 그 이유를 구구하게 쓰고 싶지는 않다. 다만 내가 첫 주제의 현장으로 건설인력시장을 택한 이유만은 말하고 싶다. 당시 국민정책참여단에서는 청년알바 노동자와의 간담회에 이어 안 후보가 건설인력시장을 방문해 건설노동자들과 정책간담회를 갖는 행사를 기획했다. 그 기회를 통해 건설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을 유권자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안 후보는 현장을 방문했지만 대다수 언론에서 건설노동자들의 목소리는 묻히고, 안 후보의 배경이 될 뿐이었다. 이후 그들에 대한 부채감이 생겼다. 그래서 ‘맨발의 경제학’ 첫 주제는 그 부채감을 푸는 것에서 시작하려 한다.

지난 1일 새벽 4시30분, 경기 성남시 복정동 수진리의 인력시장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가운데에서도 노동자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이곳에서 만난 한 건설노동자는 “한 달에 150만~200만원 버는데 식비와 월세, 아이들 학비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고 말했다. | 김정근 기자


▲ “어떤 건설 현장 오야지는 노동자들 통장을 모두 회수해
위에서 돈이 내려오면 3만원씩 떼고 나눠준대요”
- 건설노조 성남지회장 직무대행


■ 새벽 4시30분 성남 복정동 수진리

새벽 네 시 반쯤 인력시장이 열리는 복정동 수진리 언덕에 도착했을 때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비가 내려 작업을 쉬는 현장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섯 시가 넘어가면서 150명가량이 모여들었다. 공사하기 좋은 봄철이 성수기인 셈인데 많을 땐 600~700명까지 나온다고 했다. 이곳은 철근노동자들이 모이는 곳이고,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등에서는 다른 분야의 건설인력시장이 선다.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 틈에서 올해 나이 50인 고모씨와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그는 공사판에서만 28년째 일하는 베테랑으로 ‘오야지’로 일하기도 한다고 했다. 1980년대 초반 1만5000원이던 노임단가가 외환위기 전에 12만~13만원까지 갔는데, 외환위기 이후 15년이 지난 지금도 같은 수준이라고 한다. 그래도 그 정도면 괜찮은 수입 아니냐고 할지 모르지만, 그게 아니다. 비가 오는 등 날씨가 궂으면 일거리가 없기 때문에 한 달에 평균 20일 남짓 일하게 된다. 더구나 장마철이나 겨울철에는 일을 줄곧 쉬어야 한다. 그래서 1년에 쥐는 돈은 약 1800만~2200만원 남짓이라고 한다. 고씨는 그래도 1년에 3500만원 정도는 번다고 한다. 그쪽 업계에서는 고소득자다. 고씨는 “나는 예외적인 존재야. 내가 기본적으로 워낙 성실하고 이 판에서 ‘짠밥’도 있으니까 먹고는 살지만 웬만한 사람들은 못 먹고 산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다른 건설노동자는 “한 달에 150만~200만원 버는데 식비와 월세, 아이들 학비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고 했다. 

그나마도 이들은 철근기술자이니 대접이 나은 편이다. 흔히 ‘노가다’라고 불리는 건설인부들은 6만~7만원 수준이다. 이 또한 외환위기 이후 그대로거나 오히려 뒷걸음친 수준이라고 한다. 실제로 그 사이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이들의 실질 일당은 반토막이 난 셈이다. 그런데 이들에게 돌아갈 돈이 없어서 그런 것일까. 그렇지 않다. 몇 년 전부터 부동산시장 침체가 왔지만 그 전까지는 부동산 호황기였다. 침체기 이후에도 정부가 대규모 공공토건사업으로 떠받쳤다. 대한건설협회 집계로는 2000년 41조원 수준이던 건설수주액이 부동산경기가 급락한 2009년 118조원을 넘었고, 2011년에도 110조원을 넘었다. 분명히 건설수주액이 세 배가량 늘었는데도, 건설노동자 노임 단가는 오르지 않았다. 물론 건설현장에 불법적으로 취업해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수십만명 들어와 있는 게 노임 하락 요인이다. 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건설수주액이 몇 배나 늘었고, 부동산경기 침체 전까지 건설업체들은 엄청난 호황을 누렸는데 노임 단가만 반토막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이들이 이렇게 된 것은 무엇보다 중간에서 누군가 이들의 정당한 몫을 가로채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덤프트럭 운전 자들의 예를 들어보자. 부산지방국토관리청에서 발주하고 대우건설이 수주한 한 4대강 공사현장의 설계내역서를 보면 덤프트럭으로 24.1㎞를 2시간37분에 운행하는 것으로 돼 있다. 평균 시속이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설계돼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하루 세 번만 왕복하면 24t 트럭의 경우 85만원 정도를 지급하도록 예산은 책정돼 있다. 하지만 실제 공사현장에서 덤프트럭 운전자들은 평균 15회를 넘게 왕복했다. 그런데도 이들은 하루 일당으로 45만원만 업체로부터 받는다. 정부가 책정한 기준보다 다섯 배나 많은 일을 하고도 실제로는 절반 정도에 불과한 돈을 받게 되는 것이다. 즉 정부가 책정한 예산의 약 10분의 1만 노동자들에게 떨어지는 것이다. 

그래도 45만원을 받으니 괜찮지 않은가. 아니다. 덤프트럭 운전자는 45만원을 받더라도 80% 이상이 유류비와 각종 차량 유지관리 등으로 빠져나간다. 실제로 남는 수입은 하루 10만원이 채 안된다. 물론 공사현장마다 다르고 제각각 정도도 다르지만 굴착기, 불도저 등 다른 건설기계 운전자들이나 철근공, 미장공, 벽돌공 등 모든 건설노동자들이 기본적으로 비슷한 상황이다. 역대 정부는 무분별하게 토건사업을 벌이며 막대한 세금을 써왔지만, 그 돈들은 불법 다단계하도급을 따라 중간에서 모두 녹아나고 건설노동자들은 쫄쫄 굶는 상황. 비극적인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 약탈적 자본주의의 축소판

건설노동자들의 애환은 이게 다가 아니다. 지난 대선 당시 안 후보 간담회 때 나왔던 건설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옮겨보자. 

“정부가 공사를 발주할 때 공사금액의 50∼60%를 선수금으로 지급한다. 정부는 현금으로 주는데 대부분 원청회사는 하도급업체에 어음 으로 준다. 이마저도 다단계 하도급을 거치며 어음이 부도나는 경우가 숱하다. 이렇게 임금 체불 이 발생하면 노동자들은 속수무책이다. 예를 들어 덤프트럭 한 달간 차량 할부금을 못 내면 차량을 캐피털 업체가 압류해 간다. 덤프, 굴착기 운전하는 분들이 26만명쯤 되는데 67%가 신용불량자 다. 한 해 수천억원 임금이 체불돼도 체불한 사업자가 구속됐다는 보도를 들은 적이 없다. 사업자는 임금을 체불해도 법원이 건설경기 어렵다고 봐주니 임금 체불이 더욱 만연해진다.”(건설노조 오희택 기획실장)

“건설노동자는 안전사고가 나서 장애인이 돼도 산재 처리를 받을 수 없다. 사고가 나면 사업장에서 노동자 본인 과실로 미룬다. 며칠 전에 저희 동료가 죽었다. 그동안 과로와 스트레스 로 시달렸는데, 아침에 일 나갔다가 돌연사로 죽었다. 속으로 골병 드는 건 바라지도 않는다. 뼈가 부러져서 장애인 되는 것, 사람 죽는 것만이라도 산재 처리 가 될 수 있도록 해달라.”(굴착기 운전자 이모씨)

“유독 건설기계만 산재보험 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 지난달 수해복구 현장에서 덤프가 한 바퀴 굴러서 운전자가 죽었다. 운전자가 정신을 잃어서 15㎝ 물에 얼굴이 잠겨 죽었다는 이유로 익사로 처리됐다. 사람이 죽었는데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정부가 수해복구 응급공사라고 해서 지자체에서 발주한 공사였는데도 이렇다. 건설현장에서 노동자가 일하다 다치는 것은 100% 정부 산재로 처리돼야 한다.”(오 실장의 부연)

“16∼17시간 일을 하지 않으면 캐피털사 빚을 정리하지 못한다. 덤프차량이 과잉이다 보니 어떻게든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한 탕이라도 더 실어 내려 한다. 그런데 그렇게 하다 사고로 죽는 사람들 생각해보면 아찔하다. 구조적 저임금, 장시간 노동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미국에는 노동자에겐 적정임금 제도, 건설기계에는 적정임대료 제도라는 게 있는데 국내에는 그런 장치가 전혀 없다.”(건설노조 권혁병 건설기계분과위원장)

“우리 철근 기능공들은 스스로를 일회용 젓가락에 비유한다. 쓸 때 쓰고 병들면 버려지고 아무런 사회적 혜택도 없다. 외환위기 직후 금지됐는데도 지금도 불법 하도급이 만연해 있다. 또 어떤 현장 오야지는 밑에 노동자들 통장 모두 회수해서 내려온 돈에서 3만원씩 떼고 준다. 이 사람은 중기 사장보다 세금 안 내고 잘산다. 노동자는 10년 전보다 임금이 떨어지니 일할 낙이 없다. 불법 하도급 신고해도 관과 결탁돼 있어서 처벌도 안 한다. 현재 건설노동자 평균연령은 56~57세다. 중동에서 경제건설에 큰 역할을 했는데 남은 건 병든 몸뿐이다. 일을 해야 아픈 걸 잊으니 오래 쉬지도 못한다. 이런 건설노동자들을 생각해주는 정치인이 없다.”(건설노조 성남지회장 직무대행)

■ 경제민주화, 건설노동자 목소리에 귀 기울여라

이들의 발언에는 어떤 과장도 섞여 있지 않다. 그렇다고 이들의 열악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큰돈 드는 것도 아니다. 이들이 요구하는 것도 매우 상식적인 수준이다. 

실제 투입되는 장비와 인력을 정확히 확인할 수 있는 건설기능인 카드제 도입, 자본주의 종주국 미국 등에서 실시하고 있는 적정임금 및 장비임대료 제도 도입, 임금 및 장비임대료 체불을 막기 위한 처벌 강화, 유럽에서 실시하는 겨울철 수당 지급 및 일반 직장과 같은 주월차 근무 인정, 4대 보험 적용 등이다. 이들의 요구 가운데 어느 것 하나 무리한 게 있나. 일한 만큼 정당한 대우를 해달라는 것이다. 법을 지켜달라는 것이다. 이들 요구를 들어주는 것은 이들의 처우만 개선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국민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온다. 이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것과 연계해 각종 건설입찰 비리와 부정을 없애면 막대한 예산을 아끼고 세수도 확보할 수 있다. 반값등록금 정도는 우습게 할 수 있는 돈을 확보할 수 있다. 

사실 국내에는 경제 기득권에 막대한 특혜를 몰아주고 이들이 중소 하도급업체나 협력업체 및 그 종사자들의 소득을 사실상 가로채는 ‘가로채기 경제’ 행태가 만연해 있다. 각종 사내하청이나 파견근로자 등은 말할 것도 없고, 건설, 정보기술(IT) 서비스, 화물수송, 택배, 택시 등 많은 산업들이 이런 식이다. 원도급자나 중간 하도급업자, 알선업자 등이 모두 떼먹고 실제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쥐꼬리만 한 돈만 내려간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버는 격이다. 

한국 경제가 외환위기 이후 10여년 동안 진행돼온 게 이런 식이었다. 국민 대다수가 잘 먹고 잘살 수 있는 충분한 소득과 부가 생산되는데도 불구하고 이것을 재벌 대기업과 소수 상류층에 몰아주는 식이었다. 이들 경제적 강자들은 담합을 통해 경쟁을 회피하면서도 약자들에게는 피눈물 나는 경쟁을 강요한다. 하도급 업체와 같은 ‘을’과 일반 소비자인 국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몫을 그들의 배를 불리는 데 쓰는 것이다. 이것이 한국의 불평등이 가속화되고, 경기 사이클과 상관없이 서민경제는 늘 불황이었던 이유다. 

그런데도 이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진지한 노력을 기울이는 어떤 정치세력도 없었다. 건설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줄잡아 200만명이나 되는데도 말이다. 새누리당은 원래 기득권 본당이라고 치고 민주당은 도대체 뭘 했단 말인가. 오히려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수십년 동안 좀 더 편하게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국민들에게 고분양가 형태로 바가지를 씌우려는 건설자본의 요구에 더 적극적으로 반응했다. 경제민주화란 ‘묵음(默音)’ 처리됐던 많은 약자들의 정당한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이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민주당이 정치적으로 재기하고 안철수 의원의 ‘새 정치’가 실체를 갖출 가능성도 거기에서 나온다. 그래야 이 나라에서 사람들이 숨이라도 쉬고 미래를 기약할 수도 있다.
선대인 | 선대인경제연구소

2012년 10월 14일 일요일

엑스트라 일당 떼먹으며 만든 드라마 잘 보고 계십니까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10-13일자 기사 '엑스트라 일당 떼먹으며 만든 드라마 잘 보고 계십니까'를 퍼왔습니다.
[최지연의 컬처노트] 각시탈 보조출연자 사망 이후, 달라진 것 없는 열악한 현실

얼마전 종영된 KBS 드라마 (각시탈)의 마지막회는 故 박희석씨에 대한 애도자막으로 시작하였다. 고 박희석씨는 (각시탈)의 보조출연자로 촬영을 위해 버스로 이동중 전복사고가 나면서 사망하였다. 다행히도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로 인정받아 일부 보상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는데 이 결정이 고용노동부에서 방송 보조출연자에 대한 산재 승인을 한 첫 번째 경우라고 한다. 그동안 공단은 ‘보조출연자는 근로자가 아니다’는 고용노동부의 94년 유권해석으로 보조출연자의 산재를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산재 보상과는 별개로 사고에 책임이 있는 방송사나 드라마 제작사 등은 책임 회피에 급급해서 유가족들이 보상을 둘러싼 힘겨운 투쟁을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보조 출연자, 흔히 엑스트라라 불리우는 사람들은 영화나 드라마의 다수가 동원되는 장면에서 병사, 주민, 관객 등 대사가 없거나 한 두 마디에 불과한 단역 배우들이다. 이들은 하루종일 일해도 일당 4만~5만원에 불과하며 촬영현장에서 형편없는 처우를 받으면서 일하고 있다. 그나마도 지급이 늦어지거나 떼이는 경우도 많아 생계의 곤란을 겪는 경우가 허다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사와 계약한 외주 제작사 드라마 출연료 미지급 현황이 지난 8월까지 KBS, MBC, SBS 3사 총 16억 2천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방영되고 있는 어느 드라마도 주연배우 몇 명을 제외하고는 출연료를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촬영이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요즘 중고생들의 장래희망 일순위는 연예인이라고 한다.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에도 화려한 스타가 되고자 하는 청소년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순수예술이건 대중예술이건 인기와 부를 누리는 예술인은 극소수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최저생계비에도 못미치는 수입으로 어렵게 살아가고 있다.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간한 (2009 문화예술인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예술활동 관련한 월평균 수입이 100만원 이하인 경우가 25.4%, 아예 수입이 없는 경우도 37.4%에 달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예술인 10명 중 6명이 그들의 본업만으로는 월 100만원도 벌 수 없기 때문에 극심한 빈곤에 시달리거나 다른 부업을 통해 생계를 유지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대개의 예술인들은 어딘가에 정규직으로 고용되어 일하기보다 프로젝트별로 계약하여 일하기 때문에 최후의 사회적 안전장치라 하는 4대 보험 가입률이 낮다. 위 보고서를 보면 건강보험을 제외한 국민연금, 고용보험 및 산재보험 가입률이 각각 59.2%, 28.4%, 29.5%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되어 있다.

그래서 ‘예술인의 직업적 지위와 권리를 법적으로 보호하고 예술인의 복지 지원’을 위한 (예술인복지법)이 다음달 18일 시행을 앞두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한국예술인복지재단’도 설립 중에 있다. 참여정부 시절 ‘예술인 복지’가 문화정책의 주요 의제로 공식화된 이래 비로소 그 첫 결실이 이루어진 셈이다. (예술인복지법)이 구체화된 배경에는 지난해 1월 젊은 시나리오 작가의 죽음이 자리하고 있다. 시나리오 작가였던 고 최고은씨는 지병과 생활고에 시달리면서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한 상태에서 며칠 동안 제대로 먹지도 못해 사망한 일이 알려지면서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그 직후 국회에서 예술인 복지와 관련된 법안이 발의되어 제정될 수 있었다.


그러나 (예술인복지법)은 그 제정과정에서 고용노동부 및 기획재정부 등의 반발로 인해 처음 발의된 주요 사항들이 제외되거나 수정되어 버림으로써 유명무실한 법이 될 지경이다. 애초에 예술인에게 고용보험 및 산재보험을 적용하려던 안에서 고용보험은 제외되었으며, 안정적인 재원 확보의 문제도 불투명한 상태에서 내년도 사업예산마저도 제대로 책정되지 않은 상태이다. 과연 이 법에 의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예술인 얼마나 될지, 예술인들에게 제대로 된 복지지원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을 품게 한다. 물론 첫 술부터 배부를 수는 없겠지만 열악한 상황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예술인들을 돌아본다면 그저 예술인의 지위 향상과 복지 증진에 필요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첫발을 떼었다는 것만으로 위안을 삼기에는 너무 슬프지 않은가?

거기다 힘겨운 예술인들을 더 힘겹게 만드는 것은 예술현장에서 벌어지는 잘못된 관행이다.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되었듯이 작업의 결과물은 취하면서 그나마 계약된 비용마저도 제대로 예술인에게 지급하지 않은 ‘갑’들의 횡포로 인해 예술인들은 이중 삼중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앞서 언급한 고 최고은씨의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시켰던 것은 받지 못하고 있던 ‘밀린 돈’ 때문이었다. 그 ‘밀린 돈’만 일찍 받았어도 그렇게 최악의 상황으로까지 몰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지난 월요일 방영된 SBS (힐링캠프)에서 드라마 (골든타임)의 주연으로 인기를 모은 이성민씨가 출연하였다. 이성민씨도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기 전 대구 지역과 대학로에서 연극배우로 오랜 생활을 했는데, (힐링캠프)에서 그는 그 시절에 겪었야 했던 어려운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지금까지 나오신 분 중에 제일 불쌍”하다는 말을 들었던 그의 경험담도 가슴아픈 이야기였지만 그보다 더 아프게 하는 것은 “지금 제가 하는 이야기가 또 많은 연극하는 후배들한테 진행형”이라는 사실이다. 1인당 국민소득 4만불 운운하는 이 시대에 말이다.


최지연·문화평론가 | choi.jiyoun@gmail.com 

2012년 8월 7일 화요일

컨택터스, 전국서 용역 모아 노조 급습…10여일간 치밀작전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8-07일자 기사 '컨택터스, 전국서 용역 모아 노조 급습…10여일간 치밀작전'을 퍼왔습니다.

경찰장비와 유사한 방패, 헬멧, 곤봉 등으로 무장한 용역경비업체 컨택터스 소속 직원들이 지난달 27일 새벽 폭력을 휘두르며 경기도 안산 에스제이엠(SJM) 공장으로 들이닥치고 있다. 금속노조 에스제이엠지회 제공

[뉴스쏙] SJM 용역 폭력사태의 재구성

치밀하게 준비된 기획이었다. 지난달 27일 수십명의 노조원이 부상을 당한 경기도 안산 반월공단 자동차부품 회사 에스제이엠(SJM)의 용역폭력 사태는 회사와 용역경비업체의 사전 모의, 경찰의 방조 속에 의도된 수순을 밟았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여러 용역경비업체 관계자들과 경찰 조사 결과를 토대로 에스제이엠 폭력사태를 재구성했다.

■ 7월15일 “애들 좀 모아달라” 6년째 ‘프리팀’(적게는 몇 명에서 많게는 수십명으로 구성된 경비용역집단)을 이끌어온 ㄱ 팀장은 지난 7월15일 “애들 좀 모아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2500명을 모아 ‘대우자동차’에 들어간다고 했다. 경비용역업체들은 상시 고용하고 있는 경비원이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큰일이 있을 때면 프리팀과 아르바이트생을 모은다. 이렇다 할 설명 없이 현장 투입이 두차례나 미뤄지자 휴가를 앞둔 ㄱ 팀장은 ‘작업’에서 빠지기로 했다.약속된 27일 용역들이 몰려간 사업장이 대우자동차가 아니었단 사실은 ㄱ 팀장도 언론 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 그는 “알고 보니 보안 유지를 위해 거짓말을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집결 장소도 몇 차례나 바뀌었다. 처음 모이기로 한 장소는 서울 여의도였다. 집합을 미룬 업체가 다시 알려온 집결지는 마포 상암월드컵경기장이었다. “대규모 인력을 서울에서부터 이끌고 인천 문학경기장으로 간 것은 아마도 대우자동차에 가는 척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라고 ㄱ 팀장은 전했다.전국 각지에서 마포 상암월드컵경기장으로 모여든 용역직원은 총 1500명에 달했다. 에스제이엠 공장에 들어간 컨택터스와 만도 공장 3곳에 들어간 지원가드 등 용역업체들이 모세혈관 조직과 같은 전국의 프리팀을 끌어모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인천 문학경기장으로 이동한 뒤 버스를 나눠 타고 다시 만도의 평택·문막·익산 공장 등 금속노조 사업장으로 향했다. 앞서 서울 잠실에 모여든 용역 200여명도 에스제이엠 공장으로 방향을 정했다. 이렇게 대규모의 용역이 조직적으로 파업 사업장을 장악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 7월25일 ‘평균일당 16만원’ 계약서 도장 에스제이엠과 컨택터스가 실제로 계약서를 작성한 것은 현장 투입 이틀 전인 7월25일이다. 정확한 계약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컨택터스가 동원한 한 프리팀 팀장은 “미뤄보건대 최소 50억원짜리 계약”이라고 말했다. 주·야간 16시간 일하는 것으로 계산해 고용된 용역직원이 받는 평균 일당이 16만원 수준이다. 현장에 투입된 인원은 250명이지만 대기 인력까지 계산해 300명 정도로 여유있게 계약을 맺는다. 보통 용역계약이 3개월 단위로 이뤄지는 것을 고려해 계산하면 54억원이 나온다. 민주통합당 폭력용역업체 진상조사단은 이들의 계약서를 분석해, 11일간 컨택터스가 5억7000만원 이상 수익을 올렸을 것이라고 내다봤다.컨택터스 경기법인의 구아무개(38) 이사는 “우리가 그동안 잘했다는 평도 들었고 실적이 있으니까 에스제이엠이 먼저 연락을 해 왔다”고 말했다. 고물상을 하면서 부업으로 용역경비 일을 하는 한 프리팀장은 “초보자는 10만원 정도 받고 경험이 많으면 최고 20만원까지 받는다”며 “노조와 관련된 일은 좀 비싼 편”이라고 말했다.경비원 채용에서 가장 중요한 조건은 체격이다. ㅅ경비업체를 운영하는 박아무개 대표는 “체격이 큰 사람들을 뽑는다”며 “경호학과나 경찰행정학과 출신도 있고 군 특수부대 출신들, 무도 유단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대학생들도 아르바이트로 경비원 일을 한다. 박 대표는 “아르바이트생도 현장투입 전에 3박4일 교육을 받으면 ‘이수증’이 나오고 경비원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D-12
작업 고사한 용역팀장
“대우자동차로 간다더니
일정 두 차례나 미뤄져
알고보니 교란작전이었다”

■ 7월27일 새벽 3시 유원지 작전회의 27일 새벽 3시, 에스제이엠 간부가 공장 근처 유원지에 도착했다. “할 수 있겠어?” 컨택터스 관계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할 수 있다”고 답했다.새벽 4시40분께 45인승 버스 5대가 에스제이엠 공장 후문에 차례로 도착했다. 용역들은 경찰에 신고한 시각보다 1시간30분가량 일찍 현장을 급습했다. 새벽에는 사고가 날 수 있으니 배치시간을 늦추라는 경찰의 지시도 거부했다. 용역대원들의 손엔 50㎝~1m 길이의 곤봉과 방패는 물론이고 소화기까지 들려 있었다. 에스제이엠 간부와 컨택터스 쪽은 휴대전화를 통해 진행상황을 수시로 공유했다.에스제이엠 쪽은 “노동자들을 때리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었다”고 항변하지만 설득력이 없다. 용역들이 투입될 때 회사의 뜻대로 움직인다는 것은 업계의 정설이다. 한 경비업체의 실장은 “작전을 수행할 때에는 100% 회사 쪽의 지휘를 따른다”며 “사람을 모아 현장에 투입하기 전까진 업체가 책임을 지지만 투입 후엔 사쪽의 책임하에 놓인다”고 고백했다.

D데이
SJM 간부-컨택터스 관계자
“할 수 있겠어?” “할 수 있다
”용역대원들 곤봉·방패로 무장
양쪽 휴대폰 통해 정보 수시공유

■ 7월27일 새벽 4시40분 피튀기는 공장 공장 2층에 몰린 노조원들이 ‘살려달라’고 소리를 질렀다. 현장에서 112에 7차례나 신고를 했지만 경찰은 사태가 벌어진 지 1시간 뒤인 새벽 5시30분이 다 돼서야 현장에 도착했다. 여기저기서 노조원 수십명이 용역이 던진 조립 부품에 맞아 피를 흘리고 있었다. 도착한 뒤에도 경찰은 눈앞에서 벌어진 폭력 사태에 손을 놓고 있었다. 노조원 등 30여명이 다쳤고, 10여명은 인근 병원으로 실려갔다.용역경비업체는 불법사태를 막기 위해 경비지도사를 고용해 경비원들에 대한 교육과 현장 관리감독을 맡기도록 경비업법에 규정돼 있지만, 이날 새벽 경비지도사 오아무개(31)씨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오씨는 “컨택터스에서 보안사항이라며 아무 말 없이 당일 새벽 현장으로 나오라고 했다”며 “(작전에 대해) 아무 말도 없어서 왜 나한테까지 숨기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산단원경찰서는 에스제이엠이 노동자들에게 폭력을 쓰도록 컨택터스를 사주했다고 결론내렸다.

경찰의 수수방관일
손 뗀 전직 프리팀장
“용역업체 사장-경찰서
사건 일어나면 ‘딜’ 봤다
”민주조사단 “컨택터스 최소 5억 수익”

■ 7월29일 이틀 만에 투입된 국외 대체인력 폭력으로 노동자들을 몰아냄과 동시에 에스제이엠은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대체인력 투입 역시 신속하게 이뤄졌다. 에스제이엠은 노조원 폭행 당일인 27일부터 인력업체와 단순생산직 40명을 파견받는 계약을 맺었다. 회사가 노동자의 쟁의로 중단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외부 인력을 채용하거나 대체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이다.이틀 뒤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 국적 기술자 12명이 생산라인에 투입됐다. 플라스틱 성형기를 다루는 고급 기술자들이었다. 에스제이엠 쪽은 이들이 “에스제이엠 남아공 법인 소속 직원들”이라고 했다. 이틀 만에 남아공에서 기술자들을 불러들였다는 것 역시 에스제이엠이 충분한 기간을 갖고 직장폐쇄를 치밀하게 준비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하지만 한국 국적이 아닌 외국인은 취업비자 없이 국내에서 일할 수 없다. 남아공 기술자 12명은 모두 관광비자로 입국했다.같은 날 직장폐쇄와 용역 투입이 이뤄진 만도에서는 사흘 만에 회사 쪽과 가까운 새 노조가 만들어지고, 기존 노조 조합원들에게 전국금속노조 탈퇴를 유도하는 작업이 속속 진행됐다.

에스제이엠(SJM) 노조원 폭행사건 부실대응에 대한 책임을 물어 지난 3일 대기발령된 우문수 전 안산단원경찰서장(흰색 와이셔츠 차림)이 지난달 27일 새벽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에스제이엠 공장을 뒷짐을 진 채 지켜보고 있다. 금속노조 에스제이엠지회 제공

■ 8월3일 컨택터스 압수수색…그 후 폭력을 방조했다는 여론의 뭇매를 맞자 경기지방경찰청은 지난 3일 에스제이엠과 컨택터스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지금까지 에스제이엠 임직원 5명과 컨택터스 임직원 16명 등 모두 21명이 경비업법 위반 및 폭행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은 컨택터스에 대한 경비업 허가도 취소하기로 했다.컨택터스에 허가 취소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0년에도 전남 나주의 한국쓰리엠 사업장에서 노조원들을 폭행했다. 당시 컨택터스 임직원들은 적게는 70만원에서 많게는 2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고, 회사는 경비업 허가를 취소당했다. 하지만 컨택터스는 임원 명단과 주소지만 바꿔 보름 만에 다시 허가를 받아 영업을 시작했다. 몇 년 전 손을 뗀 전직 프리팀장은 “폭력사건이 일어나면 회사 사장이 경찰서와 다 ‘딜’을 봤다”며 “몇 명은 빼주고 몇 명은 벌금으로 나오게 해주도록 미리 판을 다 짜놓고 현장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컨택터스의 전직 대표인 이아무개(38)씨는 “폭력을 쓰면 형사처벌을 받고 용역업체가 허가 취소될 게 뻔하기 때문에 뒤로 수억원대 이면계약을 맺는다”고 말했다.불법을 저지른 업체가 솜방망이 처벌로 다시 용역경비 사업을 시작하고, 경찰은 여전히 이들에게 관대하고, 폭력으로 노동자들을 억누르려는 자본의 손짓이 지속되는 한, 어느 날 새벽 다시 “애들 좀 모아달라”는 연락이 전국 각지의 프리팀 팀장들에게 가게 될지 모른다.

엄지원 허재현 김지훈 이정국 기자 umki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