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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4일 토요일

[우석훈·선대인의 맨발의 경제학](3) 건설인력시장


이글은 경향신문 2013-05-03일자 기사 '[우석훈·선대인의 맨발의 경제학](3) 건설인력시장'을 퍼왔습니다.

ㆍ건설수주액 늘었는데 일당은 반토막… 이곳이 남의 몫 ‘가로채기 현장’

4월29일 새벽 세 시. 알람 소리에 벌떡 깨어났다. 취재를 위해 이렇게 새벽에 일찍 깨어난 건 현직 기자 시절에도 드물었던 것 같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약간은 떨리는 기분으로 경기 성남시 복정동에 있는 건설인력시장으로 차를 몰았다. 잠시 상념에 잠겼다. 지금은 아무런 관여도 하지 않고 있지만, 지난해 대선 국면에서 당시 안철수 후보 측의 국민정책참여단 단장이라는 걸 맡았다. 국민들의 목소리를 안 후보 정책에 반영하는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캠프에선 설명했다. 많이 망설였지만 고민 끝에 그 역할을 맡기로 했다. ‘경제민주화’라는 구호는 난무했지만, 정작 유권자인 국민은 그게 뭘 의미하는지 감도 못 잡는 상황. 나는 허공에 붕 떠 있는 경제민주화 논의를 사람들이 체감할 수 있게 지상으로 끌어내리고 싶었다. 도탄의 민생현장에서 나오는 신음과 비명소리를 멋진 정책으로 가다듬고 싶었다. 그래서 “경제민주화란 이렇게 당신들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겁니다”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성공하지 못했다. 그 이유를 구구하게 쓰고 싶지는 않다. 다만 내가 첫 주제의 현장으로 건설인력시장을 택한 이유만은 말하고 싶다. 당시 국민정책참여단에서는 청년알바 노동자와의 간담회에 이어 안 후보가 건설인력시장을 방문해 건설노동자들과 정책간담회를 갖는 행사를 기획했다. 그 기회를 통해 건설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을 유권자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안 후보는 현장을 방문했지만 대다수 언론에서 건설노동자들의 목소리는 묻히고, 안 후보의 배경이 될 뿐이었다. 이후 그들에 대한 부채감이 생겼다. 그래서 ‘맨발의 경제학’ 첫 주제는 그 부채감을 푸는 것에서 시작하려 한다.

지난 1일 새벽 4시30분, 경기 성남시 복정동 수진리의 인력시장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가운데에서도 노동자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이곳에서 만난 한 건설노동자는 “한 달에 150만~200만원 버는데 식비와 월세, 아이들 학비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고 말했다. | 김정근 기자


▲ “어떤 건설 현장 오야지는 노동자들 통장을 모두 회수해
위에서 돈이 내려오면 3만원씩 떼고 나눠준대요”
- 건설노조 성남지회장 직무대행


■ 새벽 4시30분 성남 복정동 수진리

새벽 네 시 반쯤 인력시장이 열리는 복정동 수진리 언덕에 도착했을 때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비가 내려 작업을 쉬는 현장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섯 시가 넘어가면서 150명가량이 모여들었다. 공사하기 좋은 봄철이 성수기인 셈인데 많을 땐 600~700명까지 나온다고 했다. 이곳은 철근노동자들이 모이는 곳이고,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등에서는 다른 분야의 건설인력시장이 선다.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 틈에서 올해 나이 50인 고모씨와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그는 공사판에서만 28년째 일하는 베테랑으로 ‘오야지’로 일하기도 한다고 했다. 1980년대 초반 1만5000원이던 노임단가가 외환위기 전에 12만~13만원까지 갔는데, 외환위기 이후 15년이 지난 지금도 같은 수준이라고 한다. 그래도 그 정도면 괜찮은 수입 아니냐고 할지 모르지만, 그게 아니다. 비가 오는 등 날씨가 궂으면 일거리가 없기 때문에 한 달에 평균 20일 남짓 일하게 된다. 더구나 장마철이나 겨울철에는 일을 줄곧 쉬어야 한다. 그래서 1년에 쥐는 돈은 약 1800만~2200만원 남짓이라고 한다. 고씨는 그래도 1년에 3500만원 정도는 번다고 한다. 그쪽 업계에서는 고소득자다. 고씨는 “나는 예외적인 존재야. 내가 기본적으로 워낙 성실하고 이 판에서 ‘짠밥’도 있으니까 먹고는 살지만 웬만한 사람들은 못 먹고 산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다른 건설노동자는 “한 달에 150만~200만원 버는데 식비와 월세, 아이들 학비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고 했다. 

그나마도 이들은 철근기술자이니 대접이 나은 편이다. 흔히 ‘노가다’라고 불리는 건설인부들은 6만~7만원 수준이다. 이 또한 외환위기 이후 그대로거나 오히려 뒷걸음친 수준이라고 한다. 실제로 그 사이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이들의 실질 일당은 반토막이 난 셈이다. 그런데 이들에게 돌아갈 돈이 없어서 그런 것일까. 그렇지 않다. 몇 년 전부터 부동산시장 침체가 왔지만 그 전까지는 부동산 호황기였다. 침체기 이후에도 정부가 대규모 공공토건사업으로 떠받쳤다. 대한건설협회 집계로는 2000년 41조원 수준이던 건설수주액이 부동산경기가 급락한 2009년 118조원을 넘었고, 2011년에도 110조원을 넘었다. 분명히 건설수주액이 세 배가량 늘었는데도, 건설노동자 노임 단가는 오르지 않았다. 물론 건설현장에 불법적으로 취업해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수십만명 들어와 있는 게 노임 하락 요인이다. 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건설수주액이 몇 배나 늘었고, 부동산경기 침체 전까지 건설업체들은 엄청난 호황을 누렸는데 노임 단가만 반토막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이들이 이렇게 된 것은 무엇보다 중간에서 누군가 이들의 정당한 몫을 가로채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덤프트럭 운전 자들의 예를 들어보자. 부산지방국토관리청에서 발주하고 대우건설이 수주한 한 4대강 공사현장의 설계내역서를 보면 덤프트럭으로 24.1㎞를 2시간37분에 운행하는 것으로 돼 있다. 평균 시속이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설계돼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하루 세 번만 왕복하면 24t 트럭의 경우 85만원 정도를 지급하도록 예산은 책정돼 있다. 하지만 실제 공사현장에서 덤프트럭 운전자들은 평균 15회를 넘게 왕복했다. 그런데도 이들은 하루 일당으로 45만원만 업체로부터 받는다. 정부가 책정한 기준보다 다섯 배나 많은 일을 하고도 실제로는 절반 정도에 불과한 돈을 받게 되는 것이다. 즉 정부가 책정한 예산의 약 10분의 1만 노동자들에게 떨어지는 것이다. 

그래도 45만원을 받으니 괜찮지 않은가. 아니다. 덤프트럭 운전자는 45만원을 받더라도 80% 이상이 유류비와 각종 차량 유지관리 등으로 빠져나간다. 실제로 남는 수입은 하루 10만원이 채 안된다. 물론 공사현장마다 다르고 제각각 정도도 다르지만 굴착기, 불도저 등 다른 건설기계 운전자들이나 철근공, 미장공, 벽돌공 등 모든 건설노동자들이 기본적으로 비슷한 상황이다. 역대 정부는 무분별하게 토건사업을 벌이며 막대한 세금을 써왔지만, 그 돈들은 불법 다단계하도급을 따라 중간에서 모두 녹아나고 건설노동자들은 쫄쫄 굶는 상황. 비극적인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 약탈적 자본주의의 축소판

건설노동자들의 애환은 이게 다가 아니다. 지난 대선 당시 안 후보 간담회 때 나왔던 건설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옮겨보자. 

“정부가 공사를 발주할 때 공사금액의 50∼60%를 선수금으로 지급한다. 정부는 현금으로 주는데 대부분 원청회사는 하도급업체에 어음 으로 준다. 이마저도 다단계 하도급을 거치며 어음이 부도나는 경우가 숱하다. 이렇게 임금 체불 이 발생하면 노동자들은 속수무책이다. 예를 들어 덤프트럭 한 달간 차량 할부금을 못 내면 차량을 캐피털 업체가 압류해 간다. 덤프, 굴착기 운전하는 분들이 26만명쯤 되는데 67%가 신용불량자 . 한 해 수천억원 임금이 체불돼도 체불한 사업자가 구속됐다는 보도를 들은 적이 없다. 사업자는 임금을 체불해도 법원이 건설경기 어렵다고 봐주니 임금 체불이 더욱 만연해진다.”(건설노조 오희택 기획실장)

“건설노동자는 안전사고가 나서 장애인이 돼도 산재 처리를 받을 수 없다. 사고가 나면 사업장에서 노동자 본인 과실로 미룬다. 며칠 전에 저희 동료가 죽었다. 그동안 과로와 스트레스 로 시달렸는데, 아침에 일 나갔다가 돌연사로 죽었다. 속으로 골병 드는 건 바라지도 않는다. 뼈가 부러져서 장애인 되는 것, 사람 죽는 것만이라도 산재 처리 가 될 수 있도록 해달라.”(굴착기 운전자 이모씨)

“유독 건설기계만 산재보험 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 지난달 수해복구 현장에서 덤프가 한 바퀴 굴러서 운전자가 죽었다. 운전자가 정신을 잃어서 15㎝ 물에 얼굴이 잠겨 죽었다는 이유로 익사로 처리됐다. 사람이 죽었는데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정부가 수해복구 응급공사라고 해서 지자체에서 발주한 공사였는데도 이렇다. 건설현장에서 노동자가 일하다 다치는 것은 100% 정부 산재로 처리돼야 한다.”(오 실장의 부연)

“16∼17시간 일을 하지 않으면 캐피털사 빚을 정리하지 못한다. 덤프차량이 과잉이다 보니 어떻게든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한 탕이라도 더 실어 내려 한다. 그런데 그렇게 하다 사고로 죽는 사람들 생각해보면 아찔하다. 구조적 저임금, 장시간 노동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미국에는 노동자에겐 적정임금 제도, 건설기계에는 적정임대료 제도라는 게 있는데 국내에는 그런 장치가 전혀 없다.”(건설노조 권혁병 건설기계분과위원장)

“우리 철근 기능공들은 스스로를 일회용 젓가락에 비유한다. 쓸 때 쓰고 병들면 버려지고 아무런 사회적 혜택도 없다. 외환위기 직후 금지됐는데도 지금도 불법 하도급이 만연해 있다. 또 어떤 현장 오야지는 밑에 노동자들 통장 모두 회수해서 내려온 돈에서 3만원씩 떼고 준다. 이 사람은 중기 사장보다 세금 안 내고 잘산다. 노동자는 10년 전보다 임금이 떨어지니 일할 낙이 없다. 불법 하도급 신고해도 관과 결탁돼 있어서 처벌도 안 한다. 현재 건설노동자 평균연령은 56~57세다. 중동에서 경제건설에 큰 역할을 했는데 남은 건 병든 몸뿐이다. 일을 해야 아픈 걸 잊으니 오래 쉬지도 못한다. 이런 건설노동자들을 생각해주는 정치인이 없다.”(건설노조 성남지회장 직무대행)

■ 경제민주화, 건설노동자 목소리에 귀 기울여라

이들의 발언에는 어떤 과장도 섞여 있지 않다. 그렇다고 이들의 열악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큰돈 드는 것도 아니다. 이들이 요구하는 것도 매우 상식적인 수준이다. 

실제 투입되는 장비와 인력을 정확히 확인할 수 있는 건설기능인 카드제 도입, 자본주의 종주국 미국 등에서 실시하고 있는 적정임금 및 장비임대료 제도 도입, 임금 및 장비임대료 체불을 막기 위한 처벌 강화, 유럽에서 실시하는 겨울철 수당 지급 및 일반 직장과 같은 주월차 근무 인정, 4대 보험 적용 등이다. 이들의 요구 가운데 어느 것 하나 무리한 게 있나. 일한 만큼 정당한 대우를 해달라는 것이다. 법을 지켜달라는 것이다. 이들 요구를 들어주는 것은 이들의 처우만 개선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국민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온다. 이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것과 연계해 각종 건설입찰 비리와 부정을 없애면 막대한 예산을 아끼고 세수도 확보할 수 있다. 반값등록금 정도는 우습게 할 수 있는 돈을 확보할 수 있다. 

사실 국내에는 경제 기득권에 막대한 특혜를 몰아주고 이들이 중소 하도급업체나 협력업체 및 그 종사자들의 소득을 사실상 가로채는 ‘가로채기 경제’ 행태가 만연해 있다. 각종 사내하청이나 파견근로자 등은 말할 것도 없고, 건설, 정보기술(IT) 서비스, 화물수송, 택배, 택시 등 많은 산업들이 이런 식이다. 원도급자나 중간 하도급업자, 알선업자 등이 모두 떼먹고 실제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쥐꼬리만 한 돈만 내려간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버는 격이다. 

한국 경제가 외환위기 이후 10여년 동안 진행돼온 게 이런 식이었다. 국민 대다수가 잘 먹고 잘살 수 있는 충분한 소득과 부가 생산되는데도 불구하고 이것을 재벌 대기업과 소수 상류층에 몰아주는 식이었다. 이들 경제적 강자들은 담합을 통해 경쟁을 회피하면서도 약자들에게는 피눈물 나는 경쟁을 강요한다. 하도급 업체와 같은 ‘을’과 일반 소비자인 국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몫을 그들의 배를 불리는 데 쓰는 것이다. 이것이 한국의 불평등이 가속화되고, 경기 사이클과 상관없이 서민경제는 늘 불황이었던 이유다. 

그런데도 이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진지한 노력을 기울이는 어떤 정치세력도 없었다. 건설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줄잡아 200만명이나 되는데도 말이다. 새누리당은 원래 기득권 본당이라고 치고 민주당은 도대체 뭘 했단 말인가. 오히려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수십년 동안 좀 더 편하게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국민들에게 고분양가 형태로 바가지를 씌우려는 건설자본의 요구에 더 적극적으로 반응했다. 경제민주화란 ‘묵음(默音)’ 처리됐던 많은 약자들의 정당한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이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민주당이 정치적으로 재기하고 안철수 의원의 ‘새 정치’가 실체를 갖출 가능성도 거기에서 나온다. 그래야 이 나라에서 사람들이 숨이라도 쉬고 미래를 기약할 수도 있다.
선대인 | 선대인경제연구소

2013년 1월 21일 월요일

아직도 패배의 이유 모르는 민주세력의 초상


이글은 미디어스 2013-01-20일자 기사 '아직도 패배의 이유 모르는 민주세력의 초상'을 퍼왔습니다.
[1월 3주차 칼럼 Best & Worst]우석훈(프레시안 1.17) / 박상훈(경향신문 1.18)

편집자=‘말의 힘’이 사뭇 무력하다고 여겨지기 쉬운 시대다. 이는 역설적으로 말을 무기로 휘둘러 제 정파의 이익을 챙기려는 이들이 너무 많아서일 것이다. 아전인수를 위한 편견과 왜곡, 선동이 섞인 아수라장에서 말글은 현실세계를 파악하는데 도움을 주는데 실패하곤 한다.
그러나 말글의 무력함을 인정하는 것과 그것에 대해 냉소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일일 것이다. 말글에 영향받는 이들이 있고, 그 영향력을 이용하려는 이들이 존재하는 이상 말글에 대한 평가를 엄정하게 하는 작업은 필요할 것이다. 비평에 대한 비평에 대한 비평의 꼬리 물기가 난무하는 인터넷 시대지만, 이에 미디어스 역시 꼬리 물기에 한 젓가락을 보탠다. 그 대상은 역설적으로 요즘 사람들이 별로 읽지 않는 일간지의 사설 및 기명칼럼이 될 것이다.
모든 평가가 그렇듯이 그 주에 당번을 맡은 기자가 작성하는 이 평가도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미디어스는 그 주관성을 흔쾌히 인정한다. 그리고 구미에 맞는 뉴스가 주로 소개되는 이 인터넷 시대에, 주관적 평가가 하나 더해지면서 칼럼 두 편을 더 보게 되고 그 판단 기준을 함께 공유해 보는 일이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강변하고자 한다. 앞으로는 매주 월요일을 그 주의 가장 좋았던 칼럼과 가장 나빴던 칼럼을 그렇게 판단한 이유와 함께 소개하면서 출발하게 될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어떤 모양으로 나타나는 지 모든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정작 제1야당인 민주통합당은 여론에서 소외되고 있다. 대선에 패배한 것으로 지지층에 엄청난 실망감을 안긴 정당의 말로(?)이다.
그러나 좀 해도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따지고 보면 민주통합당이 이런 꼴로 있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일단 의석이 127개나 있다. 그리고 대선에서 3% 밖에 안 졌다. ‘무슨 안일한 얘기냐’는 반응이 나올 수도 있겠는데, 2008년과 비교하면 천양지차라는 얘기다. 2008년 총선 이후 민주당 의석은 80석이었다. 2007년의 17대 대선에서는 22%차이로 졌다. 5백만표 차이였다. 이명박 당선인의 인수위는 그야말로 위풍당당한 점령군이었다. 그에 비해 박근혜 당선인 측은 ‘49%의 국민도 끌어 안겠습니다’라며 다소 자세를 낮춘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만은 2008년과 똑같다.
프레시안에 기고한 우석훈 경제학자의 글에 왜 이런 상황인지를 알 수 있는 단초가 보이는 것 같다. 이 글의 제목은 ‘보수 집권 18년! 최악 시나리오가 현실 안 되려면’ 이라는 제목이며 부제는 ‘대선 이후, 우리는 뭘 할까?’라는 것이다. 글을 통해 우리는 우석훈이 ‘국민연대’의 ‘상임대표’였음을 알 수 있다. ‘국민연대’란 ‘정권교체와 새 정치를 위한 국민연대’를 일컫는 것이며 이 조직은 대선 과정에서 민주통합당의 외곽 조직으로 기능하였다.

▲ 소설가 황석영 씨와 조국 서울대 교수 등 범야권 시민사회 인사들이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전 대선후보 진영 등을 폭넓게 아우르는 정권교체와 새 정치를 위한 '국민연대(가칭)'구성을 제안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태인 새로운사회를 여는 연구원장, 황석영 소설가, 우석훈 성공회대 교수, 안경환, 조국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뉴스1

우석훈이 무슨 말을 하는 지 잘 모르겠다

즉, 우석훈의 이 글은 대통령 선거 결과에 일정 정도의 책임을 가진 사람이 내놓은 평가와 전망에 관한 글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이해를 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 많은 것 같다.
글 전반부의 내용은 좀 혼란스럽지만 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으나 열심히 뛰었다는 내용인 것 같다. 그리고 후반부는 당부와 예측 등을 썼는데, 충분한 설명이 필요할 내용들이다. 이를테면 손학규와 정동영이 왜 손을 잡아야 하는지, 그러면 지금은 손을 잡지 않고 있는지, 그들이 손을 안 잡으면 왜 ‘우리’가 죽는지, 그런 것들이 하나도 규명되지 않고 있다.

▲ 선거 운동 기간 중 '국민들이 원하면 4년중임제를 포함한 개헌을 논의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하는 박근혜 당시 후보. ⓒ뉴스1

또한, 박근혜 정부 3년차에 대통령이 중임제 개헌을 제안하고 성공한다는 것을 전제로 최악의 경우 보수 정부가 18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했는데, 이것 역시 쉽게 이해는 되지 않는 얘기다. 슬슬 힘이 빠져가는 집권 3년차에 개헌과 같은 엄청난 일을 시도하는 것은 이에 대한 광범위한 사회적 합의가 존재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오히려 5백만표 차이로 당선된 후 그 첫 해에 이런 걸 시도한다면 또 모르겠다. 3년차의 박근혜 정부가 개헌을 시도해봐야 지금 같아서는 안 될 가능성이 높다. 그때 가서 개헌에 대한 광범위한 사회적 합의가 존재할 것인가 말 것인가는 지금 섣불리 얘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중임제 개헌이란 아마 4년 중임제를 도입하는 것일테고 이렇게 치면 박근혜 8년 집권설은 긍정할 수 있지만 이명박 정권까지 합하면 18년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다.
민주당의 당직 개혁이 필요하다는 부분에서도 선뜻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월급쟁이 당직자를 한나라당은 만들었는데 민주당은 대표급한테 줄 안서면 비정규직이라는 것이 무슨 말인가? 최대한 이해를 하려고 노력해봤다. 상대적으로 새누리당 당직자들의 처우가 민주통합당 당직자들의 그것보다 좀 더 낫다는 것은 사실이다. 처우뿐만이 아니라 새누리당 당직자들의 경우에는 채용부터 승진, 노동조합 활동에 이르기까지 합리적 인사 체계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나 민주통합당의 경우에는 여기에 비하면 그야말로 주먹구구식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그것이 대통령 선거 패배의 큰 원인이었는가를 생각해보면 그건 또 다른 문제다. 차라리 박근혜가 당 색깔과 이름을 바꾼 것이 주효했다고 평가하면 그건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왜 갑자기 이 문제를 얘기하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당원교육에 대한 촉구도 선의는 받아들일 수 있으나 이것이 실제로 가능할까에 대해선 의구심이 느껴진다. 일단 민주통합당 자체가 소위 ‘진성당원제’를 기반으로 한 당이 아니다. 당원교육과 진성당원제는 하나의 패키지로 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우석훈의 주장을 검토하기 위해선 자연스럽게 민주통합당이 진성당원제를 받아들일 수 있느냐의 문제를 따져볼 수밖에 없다. 열린우리당 시절에 이미 한 번 해봤다. 결과는 파탄적이었다.
진보센터와 싱크탱크 건설도 참 좋은 말씀이긴 한데,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문제는 돈이라고 하면서도 연간 100억을 펀딩해서 5년을 모으면 된다는 식이다. 경제위기를 어떻게 돌파할 거냐는 물음에 5천만 국민에게 백만원씩 걷겠다고 말하는 것이나 비슷하게 들린다.

▲ 참세상의 관련 기사에 실린 멕시코 사파티스타의 침묵 행진 광경. 이들은 원주민 수탈과 부정선거, 신자유주의 개혁조치, 농민과 노동자들에 대한 정부의 탄압에 맞서 거의 20년째 무장봉기 상태로 저항하고 있다. / 출처: http://upsidedownworld.org/

마지막으로. 18년 보수정권이 이어지면 우리나라는 멕시코처럼 될 수도 있다는 경고는 섬뜩하다. 그러나 이것도 설명이 좀 친절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다짜고짜 그냥 그렇다고만 하면 주장을 어떻게 이해하겠는가?
솔직히 얘기하면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이 글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민주통합당과 그 지지자들이 선거를 왜 졌는지를 잘 모르고 오히려 갈팡질팡하고 있다는 것뿐이다. 민주통합당이 자리에 누워 도통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도 비슷한 문제다. 이들이 갈팡질팡 하니까 지켜보는 사람들도 갈팡질팡한다. 그야말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민주통합당이 빨리 자기 역할 찾기를

박상훈 도서출판 후마니타스 대표가 경향신문에 기고한 정동칼럼은 민주통합당 주위의 이런 난맥상을 잘 비판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민주통합당이 대선 이후에 한 일이라곤 계파 갈등을 관리하기 위해 평가를 유보하면서 당권을 둘러싼 권력다툼을 두고 계파별로 포석을 고민하는 것뿐이었다. 진지하게 패배의 이유를 고민하고 앞으로의 전망을 세우는 일에는 다들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저 목소리만 높일 뿐이다. 

▲ 경향신문 1월 18일자 정동칼럼. 박상훈 도서출판 후마니타스 대표

자기들끼리도 ‘우리가 괜히 진 것이 아니다’라는 탄식을 내뱉는다. 반성이라는 차원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지만 그런 말까지 나오는 마당에 지금처럼 무기력하게 있어도 좋은 것인가를 다시 한 번 고민해야 한다. 박상훈 대표가 지적한 대로 정리할 것은 정리하고 새롭게 무엇을 하겠다는 것을 논의해야지 탄식만 되풀이 할 때가 아니다.
좋은 정치라는 것은 어떤 상황에서건 자기 역할을 영리하게 잘 하는 것이다. 민주통합당은 제1야당이다. 앞서 얘기한대로 의석도 많다. 박근혜 당선인 측은 윤창중 대변인 선임부터 최대석 인수위원 사퇴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실기를 거듭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도 측근 사면, 이동흡 헌법재판관 임명, 4대강 총체적 부실 감사 발표 등의 임기 말 악재에 직면하고 있다.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곧 1월 임시국회가 열린다. 제1야당이 이렇게 무기력하게 있을 때가 아니다. 빠른 시간 안에 민주통합당이 리더십을 복구하고 제1야당으로서의 책무를 다하는 것으로 지지자들의 상처를 보듬는, 그런 책임있는 정치를 구현해주길 바란다.

김민하 기자  |  acidkiss@gmail.com

2011년 11월 21일 월요일

론스타 '먹튀', 금융 민주화 내팽개친 '모피아 왕국'


이글은 프레시안 2011-11-21일자 기사 '론스타 '먹튀', 금융 민주화 내팽개친 '모피아 왕국''을 퍼왔습니다.
[우석훈 칼럼] 외환은행, 아직도 국민주 방식은 가능하다

금융위원회는 론스타 문제와 관련하여 산업자본의 성격규명에 대한 자기 업무를 방기하고, 이미 이미 유죄로 확정판결된 사안에 관해서 '6개월 내 매각'이라는 단순 매각 명령을 내렸다.

금융당국은 2004년 KCC에 대해서, 2008년 DM 파트너스에 대해서 '징벌적 매각 명령'을 이미 내린 적이 있다. 전례에 비추어 처리하거나, 아니면 애초에 외환은행을 소유할 수 없는 산업자본인지 여부를 가리기만 하면 되는 상황인데, 금융위원회는 오로지 하나금융의 김승유 회장만을 고려해서 모든제도를 해석하였다.

어떻게 사태를 놓고 해석해도, 대통령의 친구에게 혜택을 주겠다, 이 한 문장 외에는 달리 해석이 되지가 않는다. 정치를 뛰어넘는 경제가 있기가 어렵고, 금융은 거기에 또 하나의 하부 장치이기는 하지만, 대통령 친구를 위해서 모든 국가 금융장치를 남용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치욕적인 사건이다. 게다가 금융관료들이 전문성의 틀 내에서 '모피아의 왕국'을 만들고 있어서, 아무리 사회가 민주화되어도 '금융 민주화'의 길은 여전히 멀다는 항간의 얘기들을 다시 확인시켜주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제도적인 측면에서는 민주당 등 야당의 국정조사가 진행되면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이 내린 판단에 대해서 총체적으로 들여다볼 기회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해석이 애매한 금융위원회의 판단에 대해서는 외환은행 노조의 원인무효와 관련된 소송이 진행될 것이니, 이 사건은 다시 법원으로 넘어가게 될 것이다. 다만 이제는 지금까지는 론스타가 피고였으나, 이제부터는 여차직하면 금융위원회의 위원들과 관련된 공무원들이 여차하면 피고석에 앉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자, 이런 국정조사와 법원의 논란은 그거라 치고, 과연 외환은행은 어떻게 푸는 것이 우리에게 도움이 될 것인가, 이런 문제들을 이 기회에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면 좋을 듯 싶다.

이와 관련해서는 두 가지 쟁점이 있다.

첫째는, 강만수 전 장관이 오랫동안 신념으로 가지고 있고, 많은 모피아와 삼성 계열 경제인들이 금과옥조처럼 외쳤던 '메가 뱅크'가 과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여전히 유효한 전략인가에 대한 검토의 문제이다. 투자은행(IB : Investment Bank)이 과연한국 금융의 장기적 전략으로 의미가 있는 것인가, 그런 질문이 있을 수 있다. 산업은행에서 농협에 이르는, 지금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일련의 민영화와 대형화 전략이 바로메가뱅크라는 그림 하에서 진행되는 일이다. 이게 과연 현 시점에서 옳은가, 여기에 대한 국민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금융 공공성'에 대한 논의 특히 외환과 관련된 업무를 공공의 영역에서 완전히 배제하는 것이 옳으냐, 아니면 제한적이라도 공공의 영역에 둘 것인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지난 10년간, 민영화가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면서 정부 지분을 넘기고, 민간 부분에 맡기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렇지만 전력, 가스, 물, 이런 기본적인 부문에 대해서 가격 안정과 공급 안정이라는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는 새로운 시각이 점점 커지는 중이다. 외환 관리도 이런 시각에서 볼 필요가 있지 않은가?

한국 경제가 지금까지 오면서 군인들이 밀실에서 결정하던 순간도 있었고, 문민정부가 들어왔지만 결국은 관료들과 대통령 측근들이 다 알아서 몰래 결정하던 순간도 있었다. 제도상으로 마지막에 결정하는 기관들이 있지만, 그 기본은 국민적 논의와 합의를 찾아나가는 과정이 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우리는 경제 민주화라는 점에서, 아직 충분히 사회적 논의를 하기에 성숙되지는 않았고, 그 중에서도 금융은 아직도 지나치게 금융관료들의 손에 너무 많이 장악되어 있다. 금융에 대한 논의에 기술적인 어려움이 많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부 금융관료들이 이 모든 것에 대한 절대적 권한을 행사하는 것인 시대 착오적이다.

론스타를 두둔할 생각은 없지만,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범죄집단으로 이해하고 싶지도 않다. 만약 금융위원회에서 상식적으로 제도를 집행해서 '징벌적 매각 명령'을 내렸다면 일은 훨씬 더 순리적으로 풀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도 늦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국민주 방식이라는, 정부와 기업 사이의 중간적 소유형태라는 것이 있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지금 인천공항 민영화를 위해서 동원하는 방식이 바로 이것 아닌가? 국민들도 참여하고, 다른 금융기관들이 조금씩 참여해서 분산시켜서 필요한 지분을 인수하면, 지금 성급하게 하나금융에 외환은행을 넘겨주는 것보다는 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민영화는 언제라도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지금 세계적 금융위기가 여전히 유로존의 위기와 함께 일촉즉발인 지금, 론스타의 주식을 하나금융에 독점적으로 넘겨서 불투명한 메가뱅크를 새롭게 만들 이유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지금 당장이라도 인천공항에는 국민주 방식이 가능한데, 외환은행에는 불가능하다, 그렇게 우길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제일 나쁜 경우는, 양쪽 은행이 모두 부실해지는 경우이다. 뭐라고 포장을 해도, 하나금융으로 외환은행을 넘기는 것은 대통령 친구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서 만들어낸 정치적 결정 아닌가? 중소기업이나 소매업 등 다른 분야에서는 조금씩 경제 정의에 대한 얘기가 한국에서도 진행되기 시작하는데, 유독 금융 분야에서는 여전히 밀실행정과 관료 독재가 강하다. 그리고 그 재정적 부실 등 예상가능한 손실은 결국 국민들의 몫으로 떨어지는 것 아닌가?

현재의 상황에서도 여전히 나는 외환은행을 국민주 방식으로 전환해서 독자회생의 길을 모색하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논의를 전혀 해볼 수 없을 정도로 우리가 시간이 없지는 않다. 금융위원회의 결정 사항 그대로라도 6개월 동안, 도대체 어떤 방안이 한국 경제에 최적의 대안이 될지, 모색해볼 시간을 여전히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 아닌가?

외환은행 문제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는 것은 맞다. 그러나 앞으로 우리가 살아야 할 미래가 또 있다. 그걸 사회적 논의 테이블에 올려놓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지금 처리해야 할 이유는 없다. 지금이라도 순리대로 문제를 풀 수 있다. 한국의 헌법 구조상, 금융당국이 국민의 위에 군림하는 상급기관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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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훈 2.1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