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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16일 토요일

중앙, 연일 방통위 때리기…‘모피아 같은 정통부맨’ 비판


이글은 미디어스 2013-02-15일자 기사 '중앙, 연일 방통위 때리기…‘모피아 같은 정통부맨’ 비판'을 퍼왔습니다.
“점령군 논리…미래부 다수 점하려 모두 미래부 이관”

 
▲ 중앙일보 2013년 2월 15일자 종합 06면, 미래부 ‘점령’ 노린 정통부맨들이 PP·SO 이관 시도

중앙일보가 방송통신위원회 관료들에 대한 비판이 연일 쏟아내고 있다. 중앙일보는 14일 사설에 이어 15일 ‘정통부맨들이 PP·SO 이관 시도’ 기사를 통해 방통위의 옛 정보통신부 출신 관료들을 ‘재경부 모피아’에 비유하며 비난했다.
중앙일보는 이날 기사를 통해 방송채널사업자와 종합유선방송국 등을 미래부로 보내는 배경에 “방통위 내 정통부 출신들의 점령군 논리가 있다”며 “정통부 출신들이 미래부에서 다수를 점하기 위해 자신들의 업무를 미래부로 보내려한다”고 비판했다.
또 중앙일보는 “방통위는 당초 박근혜 정부 출범을 앞두고 사실상 과거의 정통부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논리를 마련했다”며 “인수위원회가 방송과 통신·교육 등을 합한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하기로 하자 전략을 급히 수정했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출범 당시 150명에 달하던 방송위 출신은 2013년까지 80명 선으로 줄어들었다”며 방송위 출신으로 방통위를 떠난 인사의 입을 빌어 방통위 내에서 방송위 출신 내몰기가 있었다고 밝혔다.
중앙일보에 증언한 방통위 퇴직자는 “방통위에 남았던 인력의 절반가량인 70명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직장을 떠났다”며 “방송위원회 부장급을 통합 후에 사무관으로 배치하고 외곽 부서로 돌리는 분위기에서 어떻게 버틸 수 있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중앙일보는 “현재 정통부 출신들은 실장 2명과 국장 10명 등 방통위 본부의 12개 국장급 자리를 모두 차지했다. 이계철 방통위원장 역시 정통부 차관 출신"이라며 ”정통부 출신들이 사실상 방통위를 점령한 결과 방통위는 방송 전문가 없이 운영되면서 지난 5년간 방송의 공공성을 훼손한 사건들이 줄을 이었다“고 지적했다.

▲ 중앙일보 2013년 2월 14일자 오피니언 34면, [사설] 방송정책은 방통위가 맡아야

지난 14일 중앙일보는 사설을 통해 “방송정책은 방통위가 맡아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중앙일보는 “PP·SO는 규제 대상에서 배제하고 지상파·종편·보도채널만 규제한다면 대기업 PP·SO에 특혜가 돌아가 미디어산업은 강자 독식의 정글이 될 것”이라며 “새 정부의 구상은 미디어콘텐트의 생태계를 무너뜨릴 위험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앙일보는 “장관 한 사람이 정책을 주무르거나, 정치적 압력에 굴복할 가능성이 커져 방송의 공공성·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며 “방송은 여론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공공재 성격이 강해 독임제 부처인 미래부보다는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가 맡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도형래 기자  |  media@mediaus.co.kr

2012년 11월 22일 목요일

MF 위기 15년…"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2-11-22일자 기사 'MF 위기 15년…"위기는 끝나지 않았다"'를 퍼왔습니다.
[현장] 금융 피해자 행동의 날…"가난과 빚의 악순환 끊어야"

1997년 11월 21일, 임창열 경제 부총리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IMF(국제통화기금)에 유동성 조절자금지원을 요청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 전해(1996년)에 '선진국 클럽'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했다며 축포를 터트렸던 김영삼 정부는 그렇게 외환위기라는 날벼락을 국민들에게 안겼다. 위기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났음에도 "경제 펀더멘털(기초)이 좋아 위기가 아니다"라고 거듭 강변하던 김영삼 정부였다.

그로부터 15년. 평생직장 개념은 희미해지고, 정리해고와 고용 불안은 일상이 됐다. 비정규직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누구나 열심히 일하면 부자는 못 되더라도 중산층은 될 수 있다'던 믿음도 산산조각 났다.

양극화도 심해졌다. IMF 구제금융 위기로 인한 고통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했던 힘없는 사람들에게는 'IMF=I'm fired(나 해고됐어)'였지만, 가격이 폭락한 주식과 부동산 등을 헐값에 사들이고 정리해고와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의 주가를 올린 일부 부유층에게는 'IMF=I'm fine(난 좋아)'이었기 때문이다.

15년 동안 대통령이 세 번 바뀌었지만 밀려난 사람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 몸이 부서져라 일하는데도 더 가난해지고 빚은 불어나는 빈곤과 부채의 늪에 빠진 이들은 점점 늘어났다. IMF 차입금을 상환할 때 245만 명이던 신용불량자는 2004년 396만 명으로 늘었고, 올해 9월 기준으로 금융 소외자(2005년 4월 정부는 신용불량자라는 용어를 없앴다)로 분류되는 7등급 이하 저신용자는 603만9071명에 이른다.

▲ IMF 구제금융 위기 이후 실업 사태가 본격화하면서 거리로 내몰린 실직자들은 낮이면 일자리를 찾아 헤매다 사회단체들이 제공하는 무료급식으로 주린 배를 채우고 밤이 되면 지하철 통로에 노숙을 했다(1998년 6월 22일). ⓒ연합뉴스

IMF 구제금융 위기 15년, '약탈적 금융'은 현재진행형

IMF 구제금융 위기가 시작된 지 15년이 지난 21일 오후, 빈곤과 채무의 악순환을 끊으려는 이들이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 모여 '금융 피해자 행동의 날' 행사를 열었다. 금융 피해자가 연대해 가난과 빚의 덫을 없애자는 취지다.

이들은 금융 채무자들이 탐욕적 금융 수탈 정책의 피해자라고 규정했다. 가난과 빚의 늪에 빠진 책임을 개인에게만 묻고 '도덕적 해이'를 비난해서는 안 되며, 사회적·구조적 원인을 직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1998년 IMF의 요구에 따른 이자제한법 폐지, 카드 대란을 불러온 1999년 신용카드 현금 서비스 비중 및 한도 폐지, 정리해고·파견근로·변형근로 등 노동자를 벼랑 끝으로 내몬 정책들이 금융 채무자를 양산한 현실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 피해자 행동의 날' 참가자들은 지난 15년 동안 진행된 한국 사회의 '금융 세계화'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금융 자본의 수탈'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허영구 좌파노동자회 대표는 "15년간 위기 극복이라는 미명 아래 얼마나 많은 피와 땀과 눈물을 흘리게 했나"라며 "2000명이 넘는 노동자가 구속되고, 수십 명이 분신했으며, 수십만 명이 정리해고로 쫓겨난" 끔찍한 상황을 되짚었다. 허 대표는 "서민을 쥐어짜는 금융 수탈이 계속"되면서 "한국은 하루에 수십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야만적인 사회가 됐다"고 말했다.

대선 후보들도 비판했다. 허 대표는 "유력 대선 후보들이 서민의 피부에 와 닿는 금융 정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다들 신자유주의 금융 세계화를 지속하려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허 대표는 금융 세계화의 폐해를 확산시킨 "IMF 외환위기는 끝나지 않았다"고 말한 후 "약탈적 금융 시스템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창호 인권운동연대 상임활동가는 파산 제도의 문제점을 비판했다. 서 활동가는 올해 초 마련된 '새로운 개인 파산 절차 운용 실무'(새 파산제도)가 새롭게 출발하려는 채무자들에게 오히려 독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새 파산제도의 핵심은 파산관재인 선임을 대폭 늘리고 그 비용을 30만 원 이하로 하며, 파산과 면책 절차를 동시에 진행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 활동가는 "(대부분) 정리해고, 비정규직, 실업 등으로 인한 사회구조적 채무라는 점에서 파산제가 확대돼야 함에도 새 파산제도는 그 문턱을 높였다"고 비판했다. 이전과 달리 배우자·부모·자녀의 재산 및 10년간의 주거 변동 사항, 3년간의 과세 증명, 5년간의 출입국 사실 증명 서류 등을 과도하게 요구해 채무자를 위축시키고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서 활동가는 "(정부가) 파산 자체를 포기하게끔 유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더해, '금융 피해자 행동의 날' 조직위원회는 변호사 중에서 파산관재인을 선정하게 한다는 점에서 민간 법조 시장의 경제 논리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채무자의 비용으로 채무자를 조사한다는 것도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금융 채무 대책이 채권자 편향으로 돼 있기 때문에, 파산 원인이 늘어나는데도 개인 파산 신청 건수는 이명박 정부 들어 줄었다고 비판했다. 개인 파산 신청 건수는 2007년 15만 5190건에서 2011년 6만 9754건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진짜 범죄자는 가난을 만들어내고 가난한 이들을 모욕하는 사람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조직국장은 "파산은 범죄가 아니며 가난한 사람은 범죄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진짜 범죄자는 "가난을 만들어내고 가난한 이들을 모욕하는 사람들"이라는 말이다. 김 조직국장은 "IMF 위기 때 쓰러져가던 은행들에 168조 원의 공적 자금을 투입해 살려냈다"며 "그렇게 세금으로 배를 채운 저들은 노동자를 해고하고, 비정규직을 만들어내고, 그 때문에 가난해진 사람들을 계속 모욕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문제점도 비판했다. 김 조직국장은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부양 의무자 기준을 없애야 한다"며 한 가정의 사례를 소개했다.

"빌딩 유리창 청소 노동자였던 아버지는 일하던 중 떨어져 장애인이 됐다. 그 아들이 직장에 다니게 되자, (부양 의무자 기준 때문에) 아버지는 수급자에서 탈락했다. (가난과 빚의 늪에 빠진) 아들은 200만 원 정도 되는 월급의 거의 절반인 100만 원씩을 매달 갚아야 했다. 그런데도 아버지는 수급자가 될 수 없었다. 희망 없는 생활에 지친 32세 청년은 결국 얼마 전 아버지를 떠나 잠적했다. 누가 이런 상황을 만든 것인가."

최덕용 한국금융피해자협회 실장은 금융 피해자의 삶을 증언했다. "2-3년 전까지는 채무, 추심 같은 걸 모르고 살았다"는 최 실장은 파산의 쓴맛을 봐야 했다. 최 실장은 "돈과 권력이 있는 사람들은 은행 돈을 자기 돈처럼 썼지만 나 같은 서민에겐 은행 문턱이 너무나 높았다"며 고금리, '꺾기' 등을 당하다 결국 사업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그 후 집은 경매에 넘어갔고, 비인간적인 채권 추심에 시달려야 했다. 최 실장의 아내도 "남편에게 보증을 서준 죄"로 빚쟁이가 됐고, 두 자녀도 학자금 대출을 받으며 "빚쟁이 아닌 빚쟁이"가 됐다.

최 실장은 "파산 신청을 하려 해도 '도덕적 해이'라는 명목으로 범죄자 취급을 한다"고 비판했다. "새 삶을 살려는 사람에게 영원한 채무자로 살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최 실장은 '도덕적 해이'를 강조하는 이들을 비판했다.

"빚진 사람은 다 도덕적 해이에 빠진 것인가? 학자금 대출로 빚진 아이들은 모두 도덕적 해이에 빠진 것인가?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개인들이 모두 잘못한 것이고 정부, 국회, 사회 지도층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말인가? 혈세를 수백억씩 낭비하고 공적 자금을 투입하게 만드는 것이 도덕적 해이 아닌가? (…) 건실하게 살다가 실패의 아픔을 겪은 이들이 살아갈 길은 이 땅에 진정 없는 것인가?"

'민주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민생경제위원회의 백주선 변호사는 법적인 문제를 짚었다. 백 변호사는 이자 상한선을 20%로 내려 고금리 폐해를 줄이고, 채무자의 방어권을 법에 명시해 강압적인 채권 추심을 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 IMF 구제금융 위기를 맞이한 지 15년이 된 21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금융 피해자 행동의 날' 행사가 열렸다. ⓒ프레시안(김덕련)

"탐욕스런 금융 자본, 그리고 부패한 '모피아'와 싸워야"

홍성준 투기자본감시센터 사무처장은 "IMF 위기 이후 한국은 1% 금융 자본가들에게 99%가 수탈당하는 나라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다들 대선에 정신없는 이때 '모피아'들은 금융 수탈을 더 많이 하기 위한 법을 통과시키고 있다"며 자본시장통합법 개정안을 거론했다. 홍 사무처장은 이에 대해 "3조 원을 모아온 5개 증권사를 위한 법을 만드는 국회, 실패하면 그 비용을 납세자에게 물리는 법이자 '모피아'의 숙원 사업"이라고 주장했다.

대선 후보들에 대해서도 "유력 대선 후보 중 어느 누구도 금융과 관련해 서민 편에서 속 시원하게 말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홍 사무처장은 "지난 정권의 2인자였던 문재인 후보는 파생상품 거래세에 반대했고, 안철수 후보는 '모피아'의 대부인 이헌재 씨를 멘토로 삼았다"고 질타했다. 이어 "저들(대선 후보들)은 (약탈적인) 금융 시스템, 경제 시스템을 바꿀 생각이 없다"며 "누가 대통령이 되든 100일 안에 '이명박이 차라리 낫다'는 말이 노동자들에게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홍 사무처장은 "탐욕스런 금융 자본, 그리고 부패한 '모피아'와 싸워야 한다"며 "금융 피해자들의 연대"를 거듭 강조했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참가자들은 제법 쌀쌀한 날씨임에도 야외에서 발언을 경청했다. 벼랑 끝에 내몰린 이들의 처지를 상징하듯, 참가자들과 차가운 길바닥 사이에는 얇은 방석 하나뿐이었다. "일해도 더욱 가난해지는 세상"이 아니라 "빚 없는 세상"에서 인간답게 살기를 소망하는 이들은 자신들을 차가운 거리로 계속 내몰 것인지 한국 사회에 묻고 있었다.


 /김덕련 기자

2012년 11월 6일 화요일

안철수 금융 개편안 귀결은 '모피아' 천국?


이글은 프레시안 2012-11-05일자 기사 '안철수 금융 개편안 귀결은 '모피아' 천국?'을 퍼왔습니다.
금융소비자협회·사무금융노조 "신관치"…김상조 "양면성 고려해야"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의 금융 감독 체계 개편안이 논란이다. '모피아'의 힘을 더 키워줄 "신관치 금융"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비판과 "신관치라고 매도할 수는 없다"며 신중하게 접근할 것을 주문하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안 후보 캠프는 4일 금융 감독 기구 개편안을 발표했다. 골자는 ▲금융위원회의 금융 산업 기능을 기획재정부로, 금융 감독 업무를 금융감독원으로 넘기고 ▲금융 감독을 전담할 금융감독원을 금융건전성감독원(금융 기관의 건전성 감독)과 금융시장감독원(시장 규제, 금융 소비자 보호)으로 분리하며 ▲금융 감독 유관 기관(기획재정부,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등)과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합의제 기구인 금융안정위원회를 새로 만들어 시스템 리스크에 대응한다는 것이다. 민간 조직이던 금융감독원의 구성원을 별정직 공무원화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안 후보의 방안은 이명박 정부와 함께 탄생한 금융위원회를 사실상 해체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재경부 금융정책국과 금융감독위원회를 합쳐 금융위원회를 만들고, 금융위원회로 하여금 금융 산업 정책과 금융 감독 정책을통합 관장하게 했다.

이에 대해 금융소비자협회 산하 기관인 금융정책연구원과 민주노총 산하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5일 안 후보의 방안을 비판하는 성명을 각각 발표했다. 두 기관은 한목소리로 안 후보의 방안을 "신관치 금융"이라고 비판했다.

금융정책연구원은 "안철수 후보의 금융 개편 방안은 (…) 사실상 모피아 영향력 확대 방안이며 신관치 금융 강화라고 불러도 무방하다"고 주장했다.

금융정책연구원은 금융안정위원회에 대해 "관치 금융의 폐해가 많았던 금융 감독 기능만으로도 부족해 이제는 한국은행의 통화 신용 정책까지도 금융 안정이라는 미명 하에 금융 관료가 통제하고자 하는 방안"이라고 비판했다. "금융안정위원회 사무국을 공무원, 즉 '모피아'가 장악하고 이 기구를 통해 금융 감독, 통화 신용 정책, 재정 정책까지 모두 쥐락펴락할 것"이라는 우려다.

금융정책연구원은 소비자 보호를 실행해야 할 "금융시장감독원을 정부 기구화하겠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금융 소비자의 피해가 '모피아' 때문인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임에도, 금융 소비자 보호를 위해 공무원 위주의 그 나물에 그 밥식의 개혁안"이라는 판단이다.

이를 근거로 금융정책연구원은 "금융안정위원회는 '모피아'를 위한 관치금융위원회의 다른 이름에 불과하고 정부 조직화는 모피아의 통제 하에 말 잘 듣는 꼭두각시를 두겠다는 발상"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안 후보의 방안을 "신관치 부활 음모"로 규정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저축은행 사태의 본질이 결국 관치 금융의 폐해에 지나지 않음에도, 오히려 관치 금융을 강화하겠다는 억지를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금융감독원 조직 분리와 공무원화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안 후보가 이헌재 씨를 비롯한 '모피아'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야 한국 금융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엇갈리는 평가…"모피아 영향력 확대 방안"-"양면성 고려해야"

▲ 안철수 후보. ⓒ프레시안(최형락)

두 기관과 달리, 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는 5일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안 후보의 방안을 신관치로 규정하는 건 정확한 평가가 아니"라고 평가했다. 금융안정위원회를 신설하고 금융 감독 기능을 둘로 나눈다는 안 후보의 방안을 "신관치로 평가할 소지도 있지만 양면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안정위원회와 관련, 김 교수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인 추세 변화를 거론했다. 금융 감독 및 거시 경제 안전성은 어느 한 기관이 전담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여러 유관 기관이 협조해야 시스템 위기를 방지할 수 있다는 합의가 확산됐다는 말이다. 김 교수는 "그동안 (이명박 정부가) 청와대 지하벙커에서 은밀하게 해오던 것을 전체가 알 수 있도록 투명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 금융안정위원회에 담긴 뜻이라고 풀이했다.

김 교수가 금융안정위원회 방안을 전면 긍정하는 것은 아니다. 김 교수는 중앙은행의 역할인 최종 대부자 기능을 수행할 때 한국은행이 금융안정위원회와 협의해야 한다는 점을 언급하며 "금융안정위원회가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침해해 한국은행의 반발을 살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세계 경제 위기를 되짚어볼 때 중앙은행을 비롯한 어느 한 기관이 혼자서 시스템 위기 문제를 풀 수는 없다는 점에서 유관 기관들이 협의하는 통로가 필요하며, 안 후보의 방안은 "법적인 기구를 만들어 이를 투명하게 하자는 안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생각이다. 이런 양면성을 감안할 때 김 교수는 안 후보의 안을 "신관치라고 단정하는 건 조금 오버"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금융 감독 분리 방안에도 양면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 보호 기능을 한 기관에서 담당할 때 후자가 소홀히 다뤄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 둘을 분리해 서로 견제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을 긍정적인 측면으로 꼽았다. 김 교수는 "분리는 금융학계의 전반적인 컨센서스(consensus)"라고 말했다.

하지만 위험 요소도 있다. 핵심은 분리하는 취지가 현실에서 제대로 구현될 수 있을지 여부다. 둘을 분리한다고 했을 때 각 기구를 공무원 조직으로 할지, 아니면 민간 조직으로 할지 등에 따라 현실에서 다른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말이다. 김 교수는 "분리의 취지는 좋은데, 과연 현실에서 그 취지대로 견제와 균형이 잘될지는 알 수 없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안철수 캠프의 아이디어를 신관치라고 매도할 수는 없지만 가장 효과적이라고 할 수도 없는 안"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더해 김 교수는 "금융 감독 문제는 누구도 정답을 이야기할 수 없는 주제"라고 말했다. 제도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고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정부 조직 개편과 직결되고 기획재정부, 금감원, 금융 회사들, 금융 관련 소비자 단체 등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사안이라는 점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한편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아직 금융 감독 기구 개편 방안을 발표하지 않았다. 박 후보는 기획재정부의 국제금융국과 금융위원회를 합친 '금융부'(가칭)를 만들어 금융 산업 부분을 강화하고, 금융감독원 내부 조직인 금융소비자보호처를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분리·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 후보와 관련해서는 노무현 정부 시절의 금융감독위원회-금융감독원 체제를 부활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덕련 기자

2012년 10월 18일 목요일

모피아'가 장악한 금융위, 해법은?


이글은 프레시안 2012-10-17일자 기사 '모피아'가 장악한 금융위, 해법은?'을 퍼왔습니다.
"금융위원 9명 중 6명이 관료 출신…금융정책·감독기능 분리해야"

한국금융연구센터 금융정책패널이 지난 16일 금융위원회의 관료 독점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금융정책과 감독기능을 분리하고 국회가 상임위원을 추천하는 제도를 도입하라고 제안했다.

한국금융연구센터 산하기구인 금융정책패널은 이해관계로부터 독립적인 금융전문가들이 모여 장기적으로 금융시장이나 금융산업의 주요 현안을 분석하고 정책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정부 금융정책에 대한 보완 및 견제 기능을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활동해 왔다.

▲지난 10월 4일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사무실 이전 기념식에 현판 제막식 전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금융정책패널 측은 정책 제안의 배경으로 "현재 금융위원회 위원이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출신 관료들에 의해 독점"되는 현상을 지적했다. 금융정책패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금융위원회의 상황은 다음과 같다.

현재 금융위원회 위원은 총 9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 중 전 재정경제부 관료 출신 인사 수는 6명이다. 현 정권하에서 금융위원회 상임 직에 재직한 14명 중 10명이 재정경제부 출신이다.

또한 독립성 보장을 위해 위원의 임기를 3년으로 보장했으나 지난 15년 동안 상임 직 중 실제로 임기를 끝까지 마친 사람은 노무현 정권 당시 위원장직을 맡은 윤증현 단 한 명에 불과했다.

퇴임 후에도 위원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상임 직 인사들은 정부 내 승진이나 산하기관장으로 취임했다. 재정경제부 출신이 아닌 윤원배, 이동걸, 이종구, 이창용을 제외하면전원이 내부 전직 또는 산하기관 장으로 취임한 것으로 밝혀졌다.

금융정책패널 측은 "금융감독의 3대 원칙인 독립성, 전문성, 책임성 시각에서 볼 때 이러한 관료 독식은 중대한 문제"라며 "이 같은 관료 독식은 금융감독위원회 설치의 입법 취지를 훼손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도리어 금융 관련 관료들의 고위직 자리만을 더 많이 생산한 결과를 낳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금융정책패널 측은 "금감위나 금융위를 관료들이 독점하면서 불투명하고 폐쇄적인 운영으로 관치금융의 폐해가 지속"했다고 비판했다.

그 예로 △김대중 정부 시 내수 진작을 위해 신용카드 대출 확대 묵인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허가, 산업자본 심사 판정 회피, 심사 판정 자료에 대한 정보공개 요청 거부 등 불투명한 운영으로 책임 방기 △저축은행 부실 은폐를 들었다.

이들은 "지금까지 한국에서 금감위 및 금융위 인사를 관료가 독식하게 된 것은 정권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금융감독에 개입하고자 하는 유인과 관료들의 출세주의적 이해타산이 서로 일치하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며 "따라서 정권과 관료에 대한 국회의 견제장치 도입을 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금융정책패널 측은 "차기 정권에서는 정부는 우선 금융위를 다시 분리하여 금융정책 기능으로부터 금융감독 기능을 독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위원회를 별도의 조직으로 부활시킬 경우 금융감독의 독립성, 전문성, 책임성 및 투명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금융정책패널 측은 "관료들의 정치권력 결탁과 권력 남용을 견제하기 위해 외부인사에 의한 감시와 견제 및 투명성 제고를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이들은 "감독위원회 상임위원 선임 권한을 대통령에게만 부여하지 말고 여당과 야당에 상임위원 선임 추천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금융위원회

국내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의사 결정 기구인 금융위원회는 지난 2008년 3월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 때 출범했다. 



강 장관이 기존의 금융감독위원회-금융감독원 체제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으로 변형시키면서 금융위원회는 전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의 금융정책 기능까지 흡수했다. 이로써 금융위원회는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가 나눠 맡고 있던 정책 및 감독의 전권을 가지게 됐다.



이 때문에 정부 경제정책의 실패를 막을 수 있는 감시·감독 기구인 금융감독원의 주요 자리까지 금융위원회 출신들이 독식한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금융위원회가 '모피아 (과거 재무부(MOF)와 마피아(Mafia)를 합성한 말) 현상'의 주범으로 지목받는 이유다.

 /남빛나라 기자

2012년 10월 6일 토요일

모피아' 김석동, 역시 '관치의 화신'


이글은 프레시안 2012-10-05일자 기사 '모피아' 김석동, 역시 '관치의 화신''을 퍼왔습니다.
[김상조 칼럼] 웅진그룹 논란에 워크아웃 상설화 꼼수

추석 직전인 9월 26일 웅진그룹의 지주회사인 웅진홀딩스와 자회사인 극동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을 두고 말들이 많다. 이른바 부실기업주의 도덕적 해이 논란이다.

진짜 황당한 일은 그 뒤에 벌어졌다. 뒤통수를 맞은 채권단들이 난리법석을 떤 것까지는 당연하다고 할 수 있는데, 지난 10월 5일(목) 금융위가 기업구조조정 제도 전반을 손보겠다고 나선 것이다.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소지가 큰 법정관리 제도에서 채권단의 견제장치를 강화하는 동시에 채권단 주도의 워크아웃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법정관리, 무엇이 문제인가

법정관리는 뭐고 워크아웃은 또 뭔가? 부실기업의 회생을 지원하는 제도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통합도산법에 따라 파산법원이 주도하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이고, 다른 하나는 법원 밖에서 채권자와 채무자가 자율적으로 협의하여 처리하는 워크아웃이다.

두 방식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첫째, 워크아웃이 채권금융기관의 채권만을 동결시키는 것인데 반해, 기업회생절차는 금융채권뿐만 아니라 일반 상거래 채권까지 동결시킨다. 이번 웅진그룹의 경우 기업회생절차 쪽으로 갔기 때문에 극동건설 협력업체의 상거래 채권 약 3,000억원이 묶여 파장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둘째, 워크아웃에서는 재무개선약정의 체결과 이행점검 등을 통해 채권단이 계속 개입하는 반면, 기업회생절차는 파산법원이 관장하기 때문에 채권단의 영향력이 크게 줄어든다. 특히 DIP(Debtor in Possession) 제도를 통해 기존 경영진이 사실상 계속 경영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 신용공여액 200억 원 이상의 142개사 중 120개사(84.5%)의 사례에서 기존 경영진이 관리인으로 선임되었다. 웅진그룹이 기업회생절차를 선택한 것도 결국 이 DIP 제도를 악용하여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그럼 워크아웃이 대안인가

현행 기업회생절차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 하지만 이것이 워크아웃이 더 효율적이고도공정한 기업구조조정 제도임을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우선, 워크아웃 방식에서도 부실기업주의 도덕적 해이 문제는 언제나 논란이 되었다. 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SK그룹의 최태원 회장, 대우건설 인수로 부실화되었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박삼구 회장 등이 마치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경영에 복귀한 것이 그 대표적인 예들이다. 또한, 워크아웃 기업들의 회생 비율이 높은 것은, 워크아웃 방식 자체의 효율성에 기인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애초에 성공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을 워크아웃 대상으로 선정하고(이른바 selection bias) 여기에 공적자금을 기초로 한 채권금융기관의 지원이 뒤따랐기 때문임을 보여주는 연구결과들도 많다.

워크아웃 방식의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관치금융의 통로가 된다는 것이다. 신용공여액 500억 원 이상의 개별 대기업에 적용되는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이하 기촉법)을 제외하면, 워크아웃 방식의 대부분은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채권단의 자율협약에 의존하여 진행된다. 기촉법이든 자율협약이든, 워크아웃은 감독당국이 커튼 뒤에서 개입하는 관치금융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으며, 그 결과 채권자⋅소액주주⋅노동자 등 이해관계자의 권익이 침해되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이들 이해관계자들이 가끔 나를 찾아와 하소연을 늘어놓는데, 요지는 왜 워크아웃에 들어갔는지, 진행 상황은 어떠한지, 누구에게 이의제기를 해야 할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감독당국은 워크아웃 방식의 강점을 강변하고 있으나, 그 강점은 어떤 정보도 공개되지 않고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관치금융을 달리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감독당국은 기업집단⋅개별대기업⋅중소기업 등 '기업규모별'로, 그리고 건설⋅조선⋅해운 등 '업종별'로 채권단이 주도하는 워크아웃 방식을 통해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그 어느 것도 긍정적 성과를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대주단 협정'이라는 채권단 자율협정을 통해 진행된 건설업 구조조정의 경우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은폐하기에 급급했고 그 결과 부실을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웅진그룹의 극동건설 사례가 보여주듯이, 최근 중견 건설회사 상당수가 심각한 부실에 직면했는데, 그 대부분이 '대주단 협정'에 따른 지원을 받은 회사들임을 감안하면, 워크아웃 방식에 내재된 관치금융의 폐해를 증명하기에 충분하다. 부실은 숨긴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할 것인가

통합도산법상의 기업회생절차에 대한 비판은 부실기업주가 계속 경영권을 유지할 가능성, 즉 DIP 제도의 악용 가능성에 모아진다. DIP 제도는 세계에서 가장 채무자 친화적(debtor-friendly)이라고 평가되는 미국 도산법(U.S.C. Chpter 11)에서 연유한다. 기존 경영진이 기업의 회생에 필요한 노하우를 가장 많이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미국 도산법이 DIP 제도를 비롯한 채무자 친화적 성격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부실기업주의 불법부당행위에 대해 엄격한 제재를 부과할 수 있는 보완적 장치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즉 우리나라 통합도산법상 기업회생절차의 본질적 문제점은 DIP 제도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부작용을 제어할 수 있는 보완적 제도와 관행의 결여에 있는 것이다.

예컨대, 이번 웅진그룹이 법정관리 신청 직전에 계열사 차입금을 먼저 상환한 것에 대해서는 이미 우리나라 통합도산법에도 이미 들어와 있는 부인권을 엄격 적용해서 원상회복하면 된다. 또한 법정관리 직전에 특수관계인이 미리 계열사 주식을 처분한 혐의에 대해서는 내부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행위 여부에 대해 엄격 조사해서 처벌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이처럼 문제가 많은 기존 지배주주가 경영권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기업의 회생에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하면, 채권단 등 이해관계자의 이의제기 절차를 보완하여 기존 지배주주를 관리인에서 배제하거나 채권단이 추천하는 공동관리인을 선임하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통합도산법상의 기업회생절차에 치유 불가능한 근본적 하자가 있는 것처럼 매도하면서, 오히려 더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는 워크아웃 방식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몰아가는 금융위의 태도에는 뭔가 불순한 저의가 있는 것으로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금융위의 꼼수

▲ 김석동 금융위원장. ⓒ뉴시스
내가 금융위를 불신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기촉법은 2011년에 세 번째로 재입법된 것이다. 기촉법에 의한 워크아웃 제도는 태생적으로 위헌 소지 및 관치금융 논란을 안고 있기 때문에 한시법으로 만들어진 예외적인 것이다. 현행 3차 기촉법도 2013년 말에 일몰 폐지될 예정이다.

3차 기촉법은 과거의 1, 2차 기촉법과는 다른 점이 몇 가지 있다. 특히 채무기업만이 워크아웃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채권단이 워크아웃 신청부터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문제를 해소했고, 또 반대채권자의 채권을 찬성채권자들이 6개월 이내에 매입하도록 하는 등 이해관계자 권익 보호 측면에서도 일부 개선을 이루었다.

그런데 10월 5일자 보도자료를 보면, 금융위는 현행 3차 기촉법상의 워크아웃 제도를 과거로 되돌리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기촉법의 워크아웃 신청주체확대(현행의 기업만→채권단 추가), 상시법제화, 법 적용대상 신용공여 범위 확대 등에 대해 검토"(보도자료 4쪽)하기로 한 것이다. 여기서 '워크아웃 신청주체 확대'와 '상시법제화'는 2011년 3차 재입법 당시 금융위가 국회에서 약속한 바를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며, '법 적용대상 신용공여 범위 확대'는 현재 채권단 자율협정으로 진행되는 여타 워크아웃 방식도 법적 근거를 갖추어 상설화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이는 국회를 기만하는 것이고, 궁극적으로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백번 양보하여, 과도기적으로 워크아웃 방식을 당분간 더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고, 그 방향은 지금 금융위가 획책하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로 가야 한다. 즉 워크아웃의 진행 과정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해관계자가 법원 등 제3자의 판단을 구할 수 있는 절차를 명확하게 규정해야 하는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이번 웅진그룹 케이스를 계기로 제기된 기업회생절차의 문제점이 곧바로 워크아웃 방식의 '과거 회귀'⋅'상설화'⋅'적용 확대'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이는 모피아의 관치금융을 더욱 만연케 하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그럼 모피아는 왜 이런 꼼수를 부리는가? 짐작컨대, 2008년 이후 덮어놓았던 부실기업의 문제가 내년에 폭발적으로 표면화할 가능성에 대비하여 감독당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관치로 묻어두었던 문제를 또다시 관치로 덮으려고 하는 것이다. 동시에 모피아의 함정에서 벗어나지 않고서는 그 어떤 개혁도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 정말로 '관치의 화신'답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

2012년 9월 26일 수요일

모피아 공화국'… 왜 이헌재를 두려워하나


이글은 프레시안 2012-09-26일자 기사 '모피아 공화국'… 왜 이헌재를 두려워하나'를 퍼왓습니다.
[인터뷰] 추효현 금융감독원 노조위원장 "금감원 독립, 가능하겠나"

안철수 대통령 후보자가 떠오르면서 다시금 회자되는인물과 조직이 있다. 이헌재와 '모피아'다. 적잖은 인물들이 안철수 후보자가 책에서 보인 생각과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맞지 않는다는 우려를 보낸다. 개혁적 정부로 불리던 노무현 정부 경제정책 실패의 결정적 이유가 모피아 때문이었다는 비판은 옛 정부 출신 인사들 사이에서 정설처럼 거론된 게 현실이다.

모피아는 과거 재무부(MOF)와 마피아(Mafia)를 합성한 말이다. 재무부 출신 경제관료들이 정계, 금융기관 등 다방면으로 뻗어나가면서 그들의 이익, 곧 사익을 위해 국가경제 정책을 뒤흔든다는 비판이 담긴 의미다.

모피아에 의한 대표적 폐해로 꼽히는 게 관치금융이다. 정부가 민간 금융기관, 금융시장에 직접 개입해 시장을 교란하고, 이 때문에 '정금유착'이 일어나 국가경제에 위기가 온다는 논리다. 그런데 관치금융은 사실 어느 나라에서나 일어난다. 시장에 모든 금융기능을 맡겨버리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문제는 관치금융이 아니라 '관치의 실패', 곧 정부 경제정책의 실패를 제 때 막을 기구가 없다는 데 있다.

기구로만 보면 금융감독원이 있다. 금감원은 민간뿐만 아니라 정부 경제정책에 대해서도 경고의 목소리를 내고, 이를 감독할 권한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금감원 직원들은 공무원도 아니다. 그러나 현 체제를 보면, 금융위원회가 사실상 금감원을 장악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직원들이 모피아를 비판하는 데 목소리를 키우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지난 7월 19일 금감원 공채직원 600명은 5면에 권혁세 금감원장을 비롯한 모피아들을 정면 비판하는 광고를 실었다. 다음 날에는 6개 매체에 광고가 실렸다. 올해 한국을 뒤흔든 저축은행 사태 책임을 모피아가 져야하고, 나아가 이들을 수사해야 한다는 강경한 목소리였다. 금감원은 2000년부터 공채를 시작했다.

▲모피아들의 모임. 지난 24일 오후 서울 JW메리어트호텔에서 '전직 부총리·장관 초청 만찬 간담회'가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가운데) 주최로 열렸다. 이 자리에는 홍재형·나웅배·강경식·임창렬 전 재정경제원 장관과 이규성·강봉균·진념·전윤철·권오규 전 재정경제부 장관, 박봉흠·변양균 전 기획예산처 장관, 강만수·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뉴시스

대통령도 모피아를 못 이긴다

추효현 금감원 노조위원장(공채 2기)은 24일 오후 2시, 금감원 노조사무실에서 (프레시안)과 만나 모피아 청산이 필요한 이유를 한 마디로 정리했다. "모피아를 정리하지 않으면, 어떤 정부가 와도 경제정책은 이들이 원하는 대로 휘둘린다."

대표적 모피아 출신 인물이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다. 황영기 전 KB지주 회장,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 박종수 금융투자협회장 등은 모두 이헌재 라인으로 꼽힌다. 이들을 비롯해 정치권, 금융권에 진출한 모피아 출신은 손으로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당장 지난 총선 때 모피아 출신인 김진표 민주통합당 의원을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범야권에서 상당한 힘을 받기도 했었다.

추 위원장은 "'정권은 유한하지만 모피아는 영원하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라며 "경제관료들이 대통령, 정치인들의 의사결정구조를 왜곡하면, 좌우 막론하고 어떤 정부가 들어오든 모피아의 의도대로 국가 경제정책이 흘러간다"고 강조했다.

새 정부의 인수위가 꾸려지면, 이들은 당장 국가경제 현안에 대한 실무정보 보고를 받아야 한다. 이 보고서는 모두 경제관료들이 작성한다. 모피아에 의한 경제보고가 이뤄지고, 대통령은 이 정보를 토대로 국정운영 계획을 세운다. 이 의사결정구조를 대체할 기관은 없다.

'친시장적'으로 여겨진 이명박 정부가 모피아에 의해 포섭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공무원들에 대한 불신을 강하게 드러낸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초기 모피아를 강하게 질책하기도 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과거 김영삼 정부 당시 재경원 차관을 지냈고 1997년 외환위기 책임을 지고 사퇴했던 강만수 산은금융그룹 회장(전 재정부 장관)이 이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강 전 장관의 직계 후배들은 바로 윤증현 전 재정부 장관, 김석동 금융위원회장 등이다.

강 전 장관은 기존 금융감독위-금융감독원 체제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으로 변형시켰다. 금융위는 금감위 기능에 옛 재정경제부의 금융정책 기능까지 갖게 됐다. 금융정책과는 옛 재무부의 핵심부서였다. 그리고 재정경제부는 기존의 경제계획에 예산집행기능까지 강화한 기획재정부로 확대됐다.

누가 정부 실패 막을 수 있나

딴 곳도 아닌 금감원에서 모피아를 비판하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는, 금감원과 경제담당 정부부처의 태생적 갈등 때문이다. 금감원은 1997년 12월 국회가 통과시킨 '금융감독기구설치법'에 의해 탄생했다. 금감원의 탄생 자체가 외환위기에 대한 반성, 곧 정부 주도 경제정책 실패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했다. 정부가 갖고 있던 금융감독 권한을 '공적' 민간기구로 떼어내자는 목표였다.

김영삼 정부는 일본 대장성 모델을 따라 1994년 재무부와 경제기획원을 통합한 재정경제원을 만들었다. 그러나 통합에 의한 효율성 강화는 나타나지 않았다. 서로 견제관계에 있던 재무부 관료와 경제기획원 관료들이 한 몸이 되기 시작했다. 모피아가 탄생한 계기다.

특히 감독과 정책기능 통합은 심각한 부작용을 나타냈다. 정부가 주도한 금융정책을 정부가 감독하다보니, 제대로 된 감독이 이뤄지지 않았다. 추 위원장은 "정부 경제부처는난방 기구다. 불을 피워 방을 따듯하게 하려 한다. 반면 금감원은 냉방을 해야 하는 감독기구다. 그런데 모피아가 금감원을 장악하고 있으니, 계속 불만 떼다 방이 다 타버렸다"고 비유했다.

대표적 실패 사례가 바로 2003년 카드사태와 외환은행 매각 논란, 그리고 최근 불거진 저축은행 사태다.

신용카드 활성화에 의한 내수부양정책은 1999년 당시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가 추진했다. 길거리에서, 신용수준이 낮은 대학생에게도 카드가 무차별 발급됐다. 카드 활성화 정책이 절정에 달했을 당시인 2000년 재정경제부 장관이 바로 이헌재다.

금감원은 2001년 5월경, 보고서를 내 카드발급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당시 이윤호 규제개혁위원은 "금융정책 자율성을 살려야 한다"며 금감원 의견을 반박했다. 이 전 위원은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 장관을 지냈다.

추 위원장은 "2001년 5월에만 카드 규제를 시작했어도 지금처럼 정부 공식집계 380만 명의 신용불량자가 생기진 않았을 것"이라며 "모피아가 금감원 상층부를 장악하면서, 모피아가 스스로를 심판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외환은행 매각 사태도 마찬가지다. 감독당국이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합병 승인 과정에서 불투명한 논의 끝에 이를 승낙했다는 의혹은 그간 수차례 제기됐다. 당시 이 과정에 참여한 핵심 멤버가 김석동, 변양호 등 모피아의 핵심 인물이다.

저축은행 사태 역시 본질은 카드사태와 마찬가지다. 정부가 저축은행 규제를 대폭 풀어 이들을 키우고, 금감원의 경고를 무시했다. 그 결과 저축은행이 폭발하고 숱한 희생자가 나왔다.

2001년 정부가 상호저축은행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저축은행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고위험 상품에 대량 투자가 가능해졌다. PF 대출이 위험수위에 이르렀단 경고는 이미 2006년부터 금감원에서 나왔다. 그러나 그 대책은 이명박 정부 들어 활성화된 부실저축은행 인수였다. 규제는 강화하지 않고 저축은행들을 무리하게 살리려던 과정에서 2008년 금융위기가 터졌다. 그 이후 문제가 폭발했다.

▲추효현 금융감독원 노조위원장. 통합공채 2기인 추 위원장은 공채 기수들의 모피아 비판 신문광고를 기획하기도 했다. ⓒ프레시안(최형락)

모피아부터 쳐내라

이 때문에 금감원 직원들은 차기 정부가 금융감독의 독립성을 강화해, 경제정책도 3권 분립을 확실하게 이뤄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도 경제정책은 기획재정부(경제정책)-한국은행(통화정책, 거시건전성 관리)-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금융감독)으로 나뉘어있다. 그러나 형식적일 뿐이다. 김중수 총재가 들어온 한은은 다시금 정부와 보조를 맞추고 있다. 금감원은 애초에 정부의 통제 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금융감독 업무는 현 금융위 체제 이후 갈수록 정부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금융위 산하 단순 업무를 보던 사무처가 갈수록 비대해져, 현재는 금감원과 거의 동일한 비중으로 감독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이다.

추 위원장은 "차기 정부는 금융위 사무처와 금감원으로 이원화된 감독업무부터 통합하고, 금감원에 대한 모피아의 지배력을 차단해야 한다"며 "한국의 역대 어떤 정부에서도, 관료로부터 독립한 금융감독이 행해진 적이 없다. 한은이 '남대문 출장소'였다면 금감원은 모피아의 '여의도 출장소'"라고 강조했다.

결국 단순한 조직 분리로는 모피아의 뿌리 깊은 영향력을 차단할 수 없다는 의미다. 금융조직 개편과 함께, 청와대 내에서도 모피아의 목소리를 차단할 조직을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대표적인 대체 방안이 미국의 예산관리국(OMB) 모델이다. OMB는 대통령 직속 정부기구로, 정부의 어느 부서에도 속해있지 않다. 이 때문에 대통령은 각종 경제정책을 결정할 때 경제부처와 OMB에서 올라온 두 가지 내용의 보고서를 보고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대규모 정부 조직 개편이 필요하고, 장기간에 걸친 인적 물갈이가 필요하다.

청와대 내에 복수의 경제정책팀을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당장은 청와대 조직부터 개편해 대통령이 모피아의 일방적 의견에만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논리다. 즉, 모피아 출신이 들어오기 마련인 경제팀과 별도로, 한국은행, 민간, 금융감독원 등에서 들어온 '제2의 경제팀'을 구성해 상호 견제가 가능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추 위원장은 "어떤 식으로든 각 경제부처 간 상호 견제가 필요한 것 아니냐"며 "경제정책도 '3권 분립'처럼 상호 견제가 이뤄져야만 모피아로 대표되는 경제관료의 일방독주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대희 기자

2012년 9월 24일 월요일

안철수 옆 이헌재 논란', 진짜 쟁점은…


이글은 프레시안 2012-09-23일자 기사 '안철수 옆 이헌재 논란', 진짜 쟁점은…'을 퍼왔습니다.
[기고] 민주정부 10년, 모피아가 득세한 이유는?

안철수 후보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자리에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참여한 것에 대해 야권의 경제학계를 중심으로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이들은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야말로 '관치 금융'의 핵심 책임자였으며, '모피아의 대부'라고 비판하고 있다.

최근 에서 전개된 '한국 경제 성격 논쟁'에서 서로 날 센 대립각을 세웠던 김상조-정태인 그룹과 장하준-정승일 그룹은 참으로 오랜만에 이헌재 비판이라는 점에서 일치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

김상조-정태인 그룹과 장하준-정승일 그룹의 '의견 일치'

김상조-정태인 그룹과 장하준-정승일 그룹의 비판 지점은 약간 다른 것으로 보인다. 전자 그룹은 '관치 금융'에 비판의 초점이 놓여 있고, 후자 그룹은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신자유주의'를 주도했다는 것에 비판의 초점이 놓여 있다.

먼저, 나는 이들 양자 그룹의 비판이 일리 있다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지금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금융 개혁의 과제는 금융 공공성을 강화하고, (금융) 소비자의 권리를 강화하고, 금융 안정성을 제고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들 양자 그룹의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에 대한 비판은 이러한 '좋은 취지'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이해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논란이 '올바른 논점'에 입각해서 진행되고 있는지 살펴본다면 다르게 볼 여지가 있다고 생각된다.

소위 '이헌재 논란'은 세 가지 측면에서 볼 필요가 있다. 첫째,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를 둘러싼 관치(官治) 논란을 어떻게 볼 것인가? 둘째, (선거) 캠페인 전략 차원에서, 이헌재 카드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셋째, 인적 카르텔의 의미를 갖는 '모피아'를 어떻게 볼 것인지의 문제이다. 이에 대해서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자.

▲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 앞서 악수하고 있는 이헌재(왼쪽), 안철수. ⓒ연합뉴스

허공에 주먹질하기 : 관치(官治)라는 개념의 공허함
먼저, 관치 논란이 적절한 논점인지 살펴보자. 막스 베버는 근대 사회의 중요한 특징을 '관료 체제'로 꼽고 있다. 나는 진보 진영의 경제학자들이 관료 체제, 그 자체의 타파를 주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볼 때, 나는 관치(官治)라는 개념 자체가 '허공에 주먹질하기'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모피아'라는 말로 바꿔도 매 한가지이다. 이 개념이 얼마나 공허한 것인지는 '실천적' 관점에서 반문을 해보면 분명히 드러난다. 질문을 던져보자. '관치'의 반대말은 뭔가? 만일 그들의 주장대로 관치가 잘못된 것이라면, 옳은 것에 해당하는 다른 개념은 무엇인가?

나는 관치(官治)라는 개념 자체가 (용어를 사용하는 분들의 선의와 무관하게) '경제적' 자유주의자들의 용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관치의 반대 개념은 필연적으로 '시장 자율'(=자유 방임 시장)로 귀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경제학계를 포함하여 진보 진영의 다수는 자유 방임형 신자유주의와 국가 사회주의 모두를 반대하는 '조정 시장 경제 체제'를 대안으로 합의하고 있다. 즉, 시장과 국가의 관계에서 '국가의 개입'을 용인하는 것이다. 그런데, 국가의 가장 큰 특징은 '관료 체제'를 갖는 것이기 때문에, 국가의 시장 개입은 다른 말로 '관료의 시장 개입'을 의미하는 것이다.

'국가의 시장 개입'을 용인하면서, '관료 개입'을 배제하는 것은 마치 둥근 사각형처럼 논리적 형용 모순에 다름 아니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관치 비판'은 필연적으로 경제적 자유주의자들의 용어가 될 수밖에 없다.

관치라는 개념 자체가 박정희식 발전 국가에 대한 대항 담론에 한해서만 '제한적으로' 독해될 필요가 있다. 군부 독재 시절에 '관의 배제'를 주장하는 것은 군부 독재의 경제적 퇴장을 요구하는 맥락을 갖게 된다.

즉, 관치라는 개념 자체가 1970년대 재야 경제학계의 대항 담론의 일환으로 사용된 것이며, 조정 시장 경제의 지향과 양립하기 어렵다. 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오늘날 '관치 비판'은 필연적으로 '국가 개입 비판' 그 자체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관치(官治)'가 아니라 '정치(政治)'를 비판해야
민주주의 체제 하에서 경제적 행위자 집단을 편의상 시장-관료-정부로 구분해 보기로 하자. 1)시장은 기본적으로 자유 방임이 작동하는 민간의 영역이고, 2)관료는 국가에 복속된 공무원 체제를 의미한다. 3)정부의 가장 큰 특징은 국민으로부터 '선출된 권력'이라는 점이다.

우리가 '조정 시장 경제 체제'를 지향한다면, 그것이 실제로 구현되는 프로세스는 1)선출된 권력이 2)관료 체제를 통해 3)시장에 개입하는 일련의 과정을 의미한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주체-수단-객체를 구분하는 것이다.

관료 체제는 엄밀히 말하면, '수단'에 불과하다. 관료 그 자체가 '최종 의사 결정'을 쥐고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 민주주의 체제 하에서 최종 의사 결정은 '선출된 권력'이 갖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에 함께 했던 일부의 논자들이 "모피아 때문에" 노무현 정부가 실패했다고 항변하는 경우를 본 적이 있는데, 이는 주객이 전도된 논리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선출된 권력'이 관료 체제를 통제하는 것이지, 그 반대의 경우는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선출된 권력의 '무능함'을 방증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논점의 핵심은 관치-관료-모피아 그 자체가 아니다. 선출된 권력의 통치 능력 유-무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볼 때, 관치-관료-모피아를 비판할 것이 아니라,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통치 능력에 대한 평가가 올바른 논점이라고 할 수 있다.

관치-모피아 때문에 정부가 실패했다고 말하는 것은, 마치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위기가 당 대표(혹은 당 지도부)때문이 아니라 '당직자'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민주주의의 작동 원리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이헌재 카드' 활용에 대한 '정치적' 판단 지점
두 번째 질문을 던져보자. 선거 캠페인 전략 차원에서 볼 때, 이헌재 카드 활용은 적절한가? 원론적으로 살펴보면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것은 선거 캠페인 과정에서 '타깃 집단'을 어디로 설정하느냐와 맞물려 있다. 안철수 후보가 출마하기 전에, 사람들의 최대 관심사중 하나는 "누구와 함께 하는지"였다. 이에 대해서 현재 두 번의 계기를 통해 드러났다.

[계기-1] 9월 19일 안철수 후보의 출마 선언식에 노출된 사람들 중에 '보수' 인사는 사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한명 밖에 없었다. 나머지는 대체로 진보 쪽의 인사들이었다. 그날 드러난 사람들이 약 15명이었는데, "1 대 14의 구도"였다.

[계기-2] 9월 21일, 박선숙 선대본 총괄본부장의 '캠프' 인선 발표에 의하면, 그 멤버들이 주로는 민주당-진보 개혁 쪽에서 있었던 전문성과 실무능력을 겸비한 40대 그룹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만일, 위의 [계기-1]과 [계기-2]에서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없었다면, 중위 투표자 집단의 입장에서 어떤 생각이 들까? 일부의 사람들은 안철수 캠프가 '진보-40대'로 편향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을 수도 있다.

요컨대, 이헌재 카드의 실질적 의미는 진보-40대 중심의 캠프를 보완-중화해주는 역할을 통해 안정감과 균형감을 제공해주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중도층은 견인하되, 이헌재는 멀리 하라?

이번 대선에서 소위 '선수'를 자임하는 분들 중에는 안철수 후보에게 중도층-무당파층을 견인하라고 주문하는 분들이 있다. 그런데 나는 특히나 이분들이 이헌재 카드를 비판하는 것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들이야말로 (실천적 관점에서 봤을 때) '정치적 형용 모순'을 주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주문이 왜 모순된 것인지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안철수 캠프에서 이헌재 전 경제 부총리같은 사람들이 '주류'를 차지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과장된 비판이다. (중요한 것은 '지배적' 흐름. 즉, '헤게모니'를 읽어내는 것이다.)

둘째,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의 역할은 '중도층'에게 이념적-세대적 안정감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이헌재 카드를 과도하게 비판하는 것은 중도층 흡수를 포기하라고 주문하는 것과 같다. (또는 '진보쪽 인사' 배치로만, 중도층 유권자를 설득하라는 다소 무리한 주문인 셈이다.)

셋째, '관치' 비판은 잘못된 논점이다. 문제의 본질은 '선출된 권력'이 정치(政治)의 기능을 제대로 작동시키느냐의 여부이다. 즉, 안철수 후보가 만일 대통령이 되면, '안철수의 생각'이 이헌재의 생각을 지배하는 것이지, 그 반대가 아니다. (이전의 민주 정부 10년이 그랬다고 해서, 현재 출마한 안철수-문재인 후보를 그렇게 평가하는 것은 온당하지 못하며, 근거가 희박한 주장인 셈이다.)

넷째,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아직 캠프에서 아무런 직책이 없다. 아직까지는 그냥 '멘토'일 뿐이다. 안철수 후보 캠프의 정책기획팀장은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이, 정책팀장은 김형민 (박선숙 의원) 보좌관을 역임했던 사람이 담당하고 있다. 이들은 그간 금융 공공성과 금융 안정성의 강화를 주장하던 사람들이다.

민주 정부 10년 동안 '모피아'가 더욱 성행했던 진짜 이유
셋째, 인적 카르텔을 의미하는 '모피아' 문제를 어떻게 볼 것인지의 문제이다. 재무부와 마피아의 합성어인 모피아라는 표현은 특히나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확산되었다.

그렇다면, 한번쯤 우리는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한다. 왜 하필 '민주 정부' 10년 동안에 모피아가 활개를 치게 되었을까? 그것은 결론부터 말하면,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인사 정책' 자체가 '신자유주의적'이었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경제와 정치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것이다. 경제적 영역을 '민주적 통제'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경제는 경제적 논리가 적용되어야 한다"거나 "경제는 경제 전문가가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바로 신자유주의적 교리의 핵심이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실제로 지난 민주 정부 10년 동안 경제 부처 장관직은 경제 부처 공무원 출신에게 의탁-위임해버렸다. '민주적 통제'가 사라진 자리에, 경제 분야 전문가들의 인적 카르텔이 형성된 것은 사실 놀라운 일도 아니다. 어쩌면 필연적인 귀결이다.

그렇다면, 폐쇄적인 인적 카르텔을 의미하는 '모피아 문제'를 올바로 극복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경제 분야에 '민주적 통치' 원리를 제대로 작동시키는 것이다. 즉, 경제 부처 장관직은 우리 시대의 경제적 개혁 과제를 충분히 숙지하고 있는 '정치인 출신'으로 채우려고 노력해야 한다. 물론 이왕이면 기재위-정무위-지경위-환노위 등의 경제 분야 상임위에서 좋은 활약을 했던 정치인이라면 더욱 좋을 것이다.

정책 노선, 통치 능력, 인사 철학이 검증의 핵심이어야
1원 1표의 시장 영역을, 1인 1표의 민주주의 원리로 통제하는 것. 바로 이것이 '경제 민주화'의 철학적 핵심이다. 그리고 이러한 경제 민주화의 원리가 '인사 정책'에서 구현되는 방법이 바로 경제 부처를 선출된 권력이 통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이 지난 민주 정부 10년의 과오를 극복하고, '민주주의'를 제대로 이해하고, 제대로 작동시키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게 볼 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소위 '이헌재 논란'은 잘못된 논점에 기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별로 생산적이지 않다. 올바른 토론이 되기 위해서는 1)다른 대선 후보를 포함하여, 안철수 후보의 (금융 분야) '정책 노선'이 무엇인지? 2)관료 사회에 대한 통치 능력은 어떠한지? 3)경제 부처 장관직에 대한 인사 정책의 방향성은 무엇인지? 를 묻는 것이어야 한다.

위에 대한 대선 후보의 답변이 분명하다면,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멘토'를 하건 말건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리고 심지어 '보수적' 관료의 멘토가 '진보적' 개혁을 위한 매우 소중한 밑거름이 될 수도 있는 법이다.

오히려 '이헌재 논란'이 금융 개혁의 방향성, 인사 정책의 원칙을 둘러싼 '본질적-생산적 토론'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최병천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