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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7월 22일 일요일

“경제민주화의 햇빛정책 필요”


이글은 한겨레21 2012-07-23일자 제920호 기사 ' “경제민주화의 햇빛정책 필요”'를 퍼왔습니다.
[정치] 경제민주화 소신파인 민주당 김기준·홍종학, 통진당 박원석 의원 방담“박근혜의 경제민주화엔 금융공공성, 노동 없어”

 
» 경제민주화 관련 야당 초선 의원들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박원석 의원실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기준 민주통합당 의원, 박원석 통합진보당 의원, 홍종학 민주통합당 의원.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경제민주화가 화두다. 깃발은 새누리당이 먼저 흔들었다. 야권은 뒤늦게 자신들이 더 잘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겨레21)이 민주통합당 김기준(55)·홍종학(53) 의원과 통합진보당 박원석(42) 의원을 한자리에 모았다. 중진 의원 대신 초선의 비례대표 의원들에게 경제민주화에 대한 견해를 물은 이유가 있다. 이들 모두 국회에 들어오기 전에 노동계·학계·시민단체에서 경제민주화를 화두로 활동했다. 김기준 의원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 등으로 활동했다. 홍종학 의원은 가천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벌 개혁 전도사였다. 박원석 의원은 참여연대에서 협동사무처장을 지내는 등 오래 일했다. 이들에게 활동가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소회를 물었다. 경제민주화 법 현실화에 대한 고민도 들었다. 이지은 (한겨레21) 정치팀장이 사회를 봤다. 대담은 7월13일 국회 의원회관 박원석 의원실에서 진행했다.

“반MB 쏠려 효과적 대안 못 내”

사회 세 분 모두 국회의원이 되기 전 노동·학문·시민운동 영역에서 활동했다. 정치인인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는 것은 또 다른 느낌일 듯하다.
김기준 의원 노동운동하며 정치권을 바라볼 땐 답답했고 비판을 많이 했는데,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고 보니 만만치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정치인이 다 알면서도 그럴 수밖에 없는 구조가 작동하는 걸 느낀다. 벽에 맞닥뜨린 느낌이다. 노동운동은 방향성을 잡고 주변과 토론하고 소통을 잘하면 그것으로 웬만하면 해결할 수 있다. 반면 정치는 시간이 기다려주지 않고 굉장히 속도감 있게 움직여 바로바로 (의제를) 선점하지 않으면 과거가 된다.
박원석 의원 운동은 일종의 문제제기인데 정치는 무언가를 생산하고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인내심, 타협, 설득의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당내 갈등 과정에서 내 자신을 돌아보니 너무 운동의 방식, 직선적 사고와 행동에 익숙했던 것 같아 달라져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홍종학 의원 학교에 있을 때는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했는데 이제는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나는 체력적으로 힘든 게 아니라 지적으로 힘들다. (다들 웃음) 학교에서는 하나만 하면 되는데 여기는 동시에 걸려 있는 게 수십 개다.
사회 18대 국회 때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야당들이 저지른 가장 큰 잘못은 무엇인가.
김기준 의원 힘없는 게 죄지. (다들 웃음) 금융 문제의 심각성을 몰랐다. 금융지주회사법이 날치기 통과되기 전에 문제제기를 못하더라. 저축은행 문제에 대해 근본적 대책을 정부로부터 받아내는 노력이 부족했다.
박원석 의원 야당 의원 수가 너무 적어서 효과적으로 정책입법을 하기 어려웠다. 전체적으로 ‘반MB’ 정국 대응에 쏠려 콘텐츠를 갖고 정부 정책에 효과적으로 개입하지 못했다. 그래서 재벌 빵집, 기업형 슈퍼마켓(SSM) 등 재벌 개혁 문제가 부각됐을 때 효과적으로 대안을 만들지 못했다.

» 김기준 민주통합당 의원.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결국 프레임의 문제다. 지배구조 등 재벌 개혁, 조세 개혁을 포함한 금융공공성 강화, 노동기본권 강화 등 세 개의 축이 경제민주화를 실현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김기준 민주통합당 의원

홍종학 의원 나는 긍정적으로 보는 편이다. 이명박 대통령 시대는 역사의 파행이고 암흑시대다. 내가 과거 야당에 기대가 적어서 그런지 모르지만, 2~3년 전부터 시민사회와 야당 정치권이 긴밀하게 협력해 보편적 복지, 경제민주화 같은 화두를 국가적 화두로 내세운 건 엄청난 일이다. 암흑의 시대에 거기까지 만들어낸 것만 해도 대단한 공이다. 사실 4년 전 진보개혁 진영은 ‘이러다 보수에게 정권을 20년 동안 넘겨주는 것 아니냐’는 정도였다. 그런 무기력한 상황에서 2~3년 만에 국가적 과제를 주도했다는 것을 굉장히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것을 19대 국회에서 현실화하는 것이 과제다.

“경제민주화, 동맥경화 경제에 피 돌리기”

사회 19대 국회에서 야권의 경제민주화 과제는 무엇인가
홍종학 의원 역시나 경제민주화다. 한국 경제는 재벌에 막대한 지원을 해서 성장한 경제다. 그런데 지금은 재벌을 지원해봐야 한국 경제의 선순환 구조에 도움이 안 된다. 동맥경화다. 결국 중산층·서민이 위축되니 경제 전체의 수요가 줄어들어 대기업들도 무너지고 경제 전체가 무너지는 것이다. 가령 삼성전자는 돈을 엄청 버는데 정부는 삼성전자에 한 해 조세 지원을 몇조원씩 해준다. 정상이 아니다. 재벌 지원을 중소기업이나 대학생,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돌리면 선순환 구조가 살아난다. 경제민주화가 별게 아니다. 동맥경화에 걸린 경제에 다시 피가 돌게 하는 거다.
김기준 의원 그런 측면에서 노동문제를 경제민주화의 한 축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설령 재정을 확보해도 그것을 어떻게 쓰느냐, 어디를 지원할까 선택의 문제가 있다.
박원석 의원 잠복한 위기 요인 중 하나가 가계부채 문제다. 최근 정부가 금리를 내렸는데 뒤늦은 대응이다.

» 홍종학 민주통합당 의원.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이명박 대통령 시대는 역사의 파행이고 암흑시대다. 암흑의 시대에 2~3년 전부터 시민사회와 야당 정치권이 긴밀하게 협력해 보편적 복지, 경제민주화 같은 화두를 국가적 화두로 내세운 건 엄청난 일이다.” -홍종학 민주통합당 의원

사회 ‘재벌의 엑스맨’이라는 표현을 들어보았나. 과연 민주당 안에 재벌의 엑스맨이 있다고 보나.
홍종학 의원 정치란 다양한 사회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것 아닌가. 문제는 재벌의 목소리가 너무 많이 반영된다는 것이다. 그것을 굳이 ‘재벌의 엑스맨’이라고 표현할 문제는 아니다. 다만 정치가 선진화하지 못해 특권세력이 정치까지 주도하는 게 문제다.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경제권력이 과도하게 정치권력까지 행사하는 걸 막는 것이다. 지금 시민사회와 노동계에서 정치권에 들어온 것을 보면 균형이 맞춰지는 과정이고, 상당한 정도로 균형이 맞춰졌다고 본다.
김기준 의원 ‘엑스맨’이 중요한 게 아니라 당내에서 각 세력을 대변하는 의원들의 균형을 맞추는 게 소중하다. 그런 측면에서 아직 균형을 맞추려면 부족한 측면이 있다. 힘을 얻으려면 결국 현장의 시민과 국회의 결합도가 높아져야 한다.
박원석 의원 외부의 끊임없는 압력과 감시가 있고, 이에 공감하는 원내세력들이 외부와 네트워크를 통해 경제민주화를 밀고 나가야 한다.
사회 17대 국회 때 진보정당이 경제민주화를 열심히 제기했지만 현재 2명의 통합진보당 당 대표 후보는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기억나는 활동이 없다.
박원석 의원 10여 년 전 민주노동당을 창당할 때 무상교육과 무상복지를 주장했다. 세월이 지나 지금은 시대정신이 됐다. 그게 진보정당이다. 오히려 문제는 정책·의제를 선도하는 역할을 지금 통합진보당이 하고 있는가다. 현재 통합진보당 당 대표 후보 2명이 경제민주화라는 시대정신과 무관하게 살아왔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다만 지난 몇 년간 당권파가 정책과 비전을 만드는 투자와 노력을 게을리했던 문제가 크다고 본다.

“재벌·조세 개혁, 노동기본권 강화 3축”

홍종학 의원 통한진보당이 굉장히 중요하다. 척후병이니까. 먼저 나가서 여기저기 위험물질이 있는지 알아봐주면 우리(민주당)가 가는 건데 지금 척후병 역할을 못하고 있다. (웃음)
박원석 의원 죄송하다. 노력하겠다. (웃음)
사회 참여정부 때의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실패한 사례 혹은 잘한 입법이나 정책을 꼽는다면.
김기준 의원 잘한 건 기억이 안 난다. (웃음) 비정규직법을 강행하고 자본시장 통합법을 서두른 건 진짜 잘못한 거다. 그 후유증이 지금까지 온다. 비판적 이야기를 많이 하는 이유는 참여정부를 딛고 일어나지 않으면 정권 창출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 박원석 통합진보당 의원.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10여 년 전 민주노동당을 창당할 때 무상교육과 무상복지를 주장했다. 세월이 지나 지금은 시대정신이 됐다. 그게 진보정당이다. 오히려 문제는 정책·의제를 선도하는 역할을 지금 통합진보당이 하고 있는가다.” -박원석 통합진보당 의원

박원석 의원 정치적·정책적 무능의 결과다. 참여정부를 ‘로드맵 정부’ ‘보고서 정부’라고 불렀다. 그러나 실제 바닥에서 정책이 로드맵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통제할 능력도 없었다. 지금이라도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만나면 물어보고 싶다. 왜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했느냐고. 사회를 근본적으로 들었다 놔서 개조할 필요가 있다는 유혹을 FTA에서 느낀 것 같다. 그러나 수많은 독소조항에 대해 깊이 있는 고민이 없었고, 문제를 볼 줄 아는 사람은 청와대에서 쫓겨난 상태였다.
홍종학 의원 성찰도 중요하지만 구조적 문제가 있는 듯하다. 쉽게 말해 진보개혁 진영이 어젠다를 제대로 제시하지 못한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공부를 많이 하시는 분인데, ‘이 어젠다를 수용하면 잘된다’는 것을 (진보가) 설득시키지 못한 것이다. 진보개혁 진영의 국정 운영 능력을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노 전 대통령은 어쩔 수 없이 옛 관료와 재벌 세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었다. 2005년 8·31 부동산 대책 논쟁 때 내가 청와대에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때 DTI를 들어본 관료가 없었다. 아마 대통령이 누군가에게 DTI에 대해 의견을 물었을 것이고, 다들 ‘말도 안 된다’고 했을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이쪽 의견도 듣고 저쪽 의견도 듣고 싶은데 이미 균형이 맞지 않는 것이다. 이것이 성찰의 중요한 지점이 돼야 한다. 다만 민주정부 10년 동안 진보개혁 진영의 실력이 늘었고 다음에 집권하면 훨씬 강한 추동력을 보일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
사회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의 경제민주화 의지는 어떻게 보나.
홍종학 의원 민주당에서 경제민주화 법안을 대표발의한 의원만 20~30명이다. 내가 깜짝 놀랄 정도다. 민주당에 상당한 정도로 경제민주화 세력이 형성됐고, 이해찬 대표가 “재벌 개혁에 명운을 걸겠다”고 도장을 찍어줬다. 저쪽(새누리당)은 경제민주화에 아무 생각이 없다가 표가 쏠리니까 하는 포퓰리즘이지만, 우리는 지난 4년간 실력을 키우고 공감대를 만들어왔다.
김기준 의원 결국 프레임의 문제다. 지배구조 등 재벌 개혁, 조세 개혁을 포함한 금융공공성 강화, 노동기본권 강화 등 세 개의 축이 경제민주화를 실현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안철수 재벌에 비판적” VS “야권 후보보다 못해”

사회 경제민주화라는 기준에서 대선 후보들을 평가해달라.
김기준 의원 노동·금융·재벌이라는 각각의 프레임에 비춰보고 싶다. 경제민주화의 중요성을 인지하느냐, 그리고 실제로 그것을 하겠느냐는 의지의 표출 두 가지 면에서 후보를 보면 전부 다 미흡하다. 박근혜 의원은 말할 것도 없다. 박 의원은 경제민주화의 중요성을 인지할지는 모르지만 금융공공성이나 노동문제에 대해선 아예 언급을 피한다. 야권에서는 일단 손학규 상임고문이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슬로건을 멋있게 냈다. 다만 사무직보다 더 밑바닥에 있는 사람에게는 먼 이야기가 될 것 같아 나이브한 측면도 있다. 김두관 전 경남지사는 슬로건만 보면 문제의식을 과감하게 내건 시도가 보인다. ‘내게 힘이 되는 나라, 평등국가’라고 하던데, 평등이라는 말을 아무도 그렇게 쓰지 못했다. 문재인 상임고문은 인간적으로 절친한 느낌은 주는데,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확고한 의지가 아직은 안 보인다.
박원석 의원 박근혜 의원이 경제민주화를 이야기하는 게 참신한 면이 있다. 그래서 그냥 경제민주화가 아니라 어떤 경제민주화냐를 집요하게 야권이 파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재벌 문제다. 그걸 부정하면 허구다. 최근 재벌의 순환출자 금지와 관련해 새누리당이 향후 순환출자를 금지한다고 했다. 문제를 전혀 잘못 읽고 있다. 앞으로가 아니라 현재의 재벌이 문제다. 손학규 고문의 ‘저녁이 있는 삶’ 슬로건은 경제민주화를 넘어선 굉장히 포괄적인 비전을 제시한 거다. 그 비전을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으로 보여줄지 흥미롭다. 문재인 고문의 콘텐츠는 약간 실망스럽다. 누구나 아는 내용을 동어반복하고 있다. 과연 저것만으로 대선에서 경쟁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김두관 전 지사는 아직 잘 모르겠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합원장은 청춘콘서트 당시 재벌 경제력 집중과 독점에 대해 대단히 비판적 사고를 보였다. 어떤 국가적 비전을 만들지 기대하고 지켜볼 일이다. 이도저도 시원찮으면 새로운 비전을 밝힌 통합진보당 후보가 떠오르지 않을까 한다. (다들 웃음)
김기준 의원 안철수 원장이 재벌 문제를 거론하지만 그의 프레임은 정의냐 아니냐, 불공정이냐 아니냐의 문제를 넘지 못하는 것 같다.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치열한 투쟁을 앞두고 있다. 야당 대선 후보들은 전투를 앞둔 비장한 장수의 모습인데, 안철수 원장은 그런 모습을 기대하기 어렵다. 오히려 다른 야권 후보에 비해 모자란다고 본다.
홍종학 의원 대선주자들의 의지가 확고하고 당 대표도 그렇다. 그것만큼은 내가 자신한다. 그런 공감대 아래서 자기 성격에 맞게끔, 가령 손 고문은 멋있게 경제민주화를 표현한 것이고, 김두관 전 지사는 직설적으로 표현한 거고, 문재인 고문은 여러 가지 다양한 성장정책을 내놓은 것이다. ‘2013년 체제’에 대한 청사진이 있다. 다만 각각의 장수가 실제 전장에서 청사진을 어떻게 구현하느냐의 차이지.
사회 각자의 정책을 당이나 각 대선 후보에 관철할 구체적 계획이나 각오를 들려달라.
김기준 의원 노동조합 등 현장 조직과 소통하며 어떤 후보가 과연 경제민주화를 잘할지 선정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
박원석 의원 국회에 경제민주화 관련한 의원 모임이 많은데, 당을 넘어 ‘경제민주화 동맹’이 국회 내에 만들어지는 좋은 틀이 될 것이다. 또 다른 축은 경제민주화 시민연대 등 국회 밖 시민사회와 정책 공감대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

“정부가 재벌 얼마나 지원하는지 보여만 줘도”

홍종학 의원 ‘경제민주화 햇빛정책’이라는 말을 쓰고 싶다. 경제민주화라는 게 개개인의 경제적 권리를 되찾자는 것이다. 지금 경제적 권리가 왜곡돼 있는 걸 보여주기만 해도 저절로 되리라 본다. 가령 정부는 재벌에 막대한 지원금을 준다. 그러면서 실제로 돈이 필요한 중산층과 서민의 복지에는 돈이 없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나 새누리당 정책은 재벌에 막대한 돈을 주고 서민과 중소기업에는 빚을 주는 정책이다. 정부가 재벌을 얼마나 지원하는지 보여주기만 해도 된다. 햇빛정책이다. 대북정책은 햇볕정책, 경제민주화는 햇빛정책!

정리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사진 김명진 기자 dokko@hani.co.kr

2011년 11월 21일 월요일

론스타 '먹튀', 금융 민주화 내팽개친 '모피아 왕국'


이글은 프레시안 2011-11-21일자 기사 '론스타 '먹튀', 금융 민주화 내팽개친 '모피아 왕국''을 퍼왔습니다.
[우석훈 칼럼] 외환은행, 아직도 국민주 방식은 가능하다

금융위원회는 론스타 문제와 관련하여 산업자본의 성격규명에 대한 자기 업무를 방기하고, 이미 이미 유죄로 확정판결된 사안에 관해서 '6개월 내 매각'이라는 단순 매각 명령을 내렸다.

금융당국은 2004년 KCC에 대해서, 2008년 DM 파트너스에 대해서 '징벌적 매각 명령'을 이미 내린 적이 있다. 전례에 비추어 처리하거나, 아니면 애초에 외환은행을 소유할 수 없는 산업자본인지 여부를 가리기만 하면 되는 상황인데, 금융위원회는 오로지 하나금융의 김승유 회장만을 고려해서 모든제도를 해석하였다.

어떻게 사태를 놓고 해석해도, 대통령의 친구에게 혜택을 주겠다, 이 한 문장 외에는 달리 해석이 되지가 않는다. 정치를 뛰어넘는 경제가 있기가 어렵고, 금융은 거기에 또 하나의 하부 장치이기는 하지만, 대통령 친구를 위해서 모든 국가 금융장치를 남용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치욕적인 사건이다. 게다가 금융관료들이 전문성의 틀 내에서 '모피아의 왕국'을 만들고 있어서, 아무리 사회가 민주화되어도 '금융 민주화'의 길은 여전히 멀다는 항간의 얘기들을 다시 확인시켜주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제도적인 측면에서는 민주당 등 야당의 국정조사가 진행되면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이 내린 판단에 대해서 총체적으로 들여다볼 기회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해석이 애매한 금융위원회의 판단에 대해서는 외환은행 노조의 원인무효와 관련된 소송이 진행될 것이니, 이 사건은 다시 법원으로 넘어가게 될 것이다. 다만 이제는 지금까지는 론스타가 피고였으나, 이제부터는 여차직하면 금융위원회의 위원들과 관련된 공무원들이 여차하면 피고석에 앉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자, 이런 국정조사와 법원의 논란은 그거라 치고, 과연 외환은행은 어떻게 푸는 것이 우리에게 도움이 될 것인가, 이런 문제들을 이 기회에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면 좋을 듯 싶다.

이와 관련해서는 두 가지 쟁점이 있다.

첫째는, 강만수 전 장관이 오랫동안 신념으로 가지고 있고, 많은 모피아와 삼성 계열 경제인들이 금과옥조처럼 외쳤던 '메가 뱅크'가 과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여전히 유효한 전략인가에 대한 검토의 문제이다. 투자은행(IB : Investment Bank)이 과연한국 금융의 장기적 전략으로 의미가 있는 것인가, 그런 질문이 있을 수 있다. 산업은행에서 농협에 이르는, 지금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일련의 민영화와 대형화 전략이 바로메가뱅크라는 그림 하에서 진행되는 일이다. 이게 과연 현 시점에서 옳은가, 여기에 대한 국민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금융 공공성'에 대한 논의 특히 외환과 관련된 업무를 공공의 영역에서 완전히 배제하는 것이 옳으냐, 아니면 제한적이라도 공공의 영역에 둘 것인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지난 10년간, 민영화가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면서 정부 지분을 넘기고, 민간 부분에 맡기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렇지만 전력, 가스, 물, 이런 기본적인 부문에 대해서 가격 안정과 공급 안정이라는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는 새로운 시각이 점점 커지는 중이다. 외환 관리도 이런 시각에서 볼 필요가 있지 않은가?

한국 경제가 지금까지 오면서 군인들이 밀실에서 결정하던 순간도 있었고, 문민정부가 들어왔지만 결국은 관료들과 대통령 측근들이 다 알아서 몰래 결정하던 순간도 있었다. 제도상으로 마지막에 결정하는 기관들이 있지만, 그 기본은 국민적 논의와 합의를 찾아나가는 과정이 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우리는 경제 민주화라는 점에서, 아직 충분히 사회적 논의를 하기에 성숙되지는 않았고, 그 중에서도 금융은 아직도 지나치게 금융관료들의 손에 너무 많이 장악되어 있다. 금융에 대한 논의에 기술적인 어려움이 많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부 금융관료들이 이 모든 것에 대한 절대적 권한을 행사하는 것인 시대 착오적이다.

론스타를 두둔할 생각은 없지만,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범죄집단으로 이해하고 싶지도 않다. 만약 금융위원회에서 상식적으로 제도를 집행해서 '징벌적 매각 명령'을 내렸다면 일은 훨씬 더 순리적으로 풀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도 늦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국민주 방식이라는, 정부와 기업 사이의 중간적 소유형태라는 것이 있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지금 인천공항 민영화를 위해서 동원하는 방식이 바로 이것 아닌가? 국민들도 참여하고, 다른 금융기관들이 조금씩 참여해서 분산시켜서 필요한 지분을 인수하면, 지금 성급하게 하나금융에 외환은행을 넘겨주는 것보다는 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민영화는 언제라도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지금 세계적 금융위기가 여전히 유로존의 위기와 함께 일촉즉발인 지금, 론스타의 주식을 하나금융에 독점적으로 넘겨서 불투명한 메가뱅크를 새롭게 만들 이유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지금 당장이라도 인천공항에는 국민주 방식이 가능한데, 외환은행에는 불가능하다, 그렇게 우길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제일 나쁜 경우는, 양쪽 은행이 모두 부실해지는 경우이다. 뭐라고 포장을 해도, 하나금융으로 외환은행을 넘기는 것은 대통령 친구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서 만들어낸 정치적 결정 아닌가? 중소기업이나 소매업 등 다른 분야에서는 조금씩 경제 정의에 대한 얘기가 한국에서도 진행되기 시작하는데, 유독 금융 분야에서는 여전히 밀실행정과 관료 독재가 강하다. 그리고 그 재정적 부실 등 예상가능한 손실은 결국 국민들의 몫으로 떨어지는 것 아닌가?

현재의 상황에서도 여전히 나는 외환은행을 국민주 방식으로 전환해서 독자회생의 길을 모색하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논의를 전혀 해볼 수 없을 정도로 우리가 시간이 없지는 않다. 금융위원회의 결정 사항 그대로라도 6개월 동안, 도대체 어떤 방안이 한국 경제에 최적의 대안이 될지, 모색해볼 시간을 여전히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 아닌가?

외환은행 문제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는 것은 맞다. 그러나 앞으로 우리가 살아야 할 미래가 또 있다. 그걸 사회적 논의 테이블에 올려놓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지금 처리해야 할 이유는 없다. 지금이라도 순리대로 문제를 풀 수 있다. 한국의 헌법 구조상, 금융당국이 국민의 위에 군림하는 상급기관은 아니다


▲ ⓒ연합뉴스

/우석훈 2.1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