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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7월 22일 일요일

“경제민주화의 햇빛정책 필요”


이글은 한겨레21 2012-07-23일자 제920호 기사 ' “경제민주화의 햇빛정책 필요”'를 퍼왔습니다.
[정치] 경제민주화 소신파인 민주당 김기준·홍종학, 통진당 박원석 의원 방담“박근혜의 경제민주화엔 금융공공성, 노동 없어”

 
» 경제민주화 관련 야당 초선 의원들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박원석 의원실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기준 민주통합당 의원, 박원석 통합진보당 의원, 홍종학 민주통합당 의원.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경제민주화가 화두다. 깃발은 새누리당이 먼저 흔들었다. 야권은 뒤늦게 자신들이 더 잘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겨레21)이 민주통합당 김기준(55)·홍종학(53) 의원과 통합진보당 박원석(42) 의원을 한자리에 모았다. 중진 의원 대신 초선의 비례대표 의원들에게 경제민주화에 대한 견해를 물은 이유가 있다. 이들 모두 국회에 들어오기 전에 노동계·학계·시민단체에서 경제민주화를 화두로 활동했다. 김기준 의원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 등으로 활동했다. 홍종학 의원은 가천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벌 개혁 전도사였다. 박원석 의원은 참여연대에서 협동사무처장을 지내는 등 오래 일했다. 이들에게 활동가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소회를 물었다. 경제민주화 법 현실화에 대한 고민도 들었다. 이지은 (한겨레21) 정치팀장이 사회를 봤다. 대담은 7월13일 국회 의원회관 박원석 의원실에서 진행했다.

“반MB 쏠려 효과적 대안 못 내”

사회 세 분 모두 국회의원이 되기 전 노동·학문·시민운동 영역에서 활동했다. 정치인인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는 것은 또 다른 느낌일 듯하다.
김기준 의원 노동운동하며 정치권을 바라볼 땐 답답했고 비판을 많이 했는데,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고 보니 만만치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정치인이 다 알면서도 그럴 수밖에 없는 구조가 작동하는 걸 느낀다. 벽에 맞닥뜨린 느낌이다. 노동운동은 방향성을 잡고 주변과 토론하고 소통을 잘하면 그것으로 웬만하면 해결할 수 있다. 반면 정치는 시간이 기다려주지 않고 굉장히 속도감 있게 움직여 바로바로 (의제를) 선점하지 않으면 과거가 된다.
박원석 의원 운동은 일종의 문제제기인데 정치는 무언가를 생산하고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인내심, 타협, 설득의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당내 갈등 과정에서 내 자신을 돌아보니 너무 운동의 방식, 직선적 사고와 행동에 익숙했던 것 같아 달라져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홍종학 의원 학교에 있을 때는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했는데 이제는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나는 체력적으로 힘든 게 아니라 지적으로 힘들다. (다들 웃음) 학교에서는 하나만 하면 되는데 여기는 동시에 걸려 있는 게 수십 개다.
사회 18대 국회 때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야당들이 저지른 가장 큰 잘못은 무엇인가.
김기준 의원 힘없는 게 죄지. (다들 웃음) 금융 문제의 심각성을 몰랐다. 금융지주회사법이 날치기 통과되기 전에 문제제기를 못하더라. 저축은행 문제에 대해 근본적 대책을 정부로부터 받아내는 노력이 부족했다.
박원석 의원 야당 의원 수가 너무 적어서 효과적으로 정책입법을 하기 어려웠다. 전체적으로 ‘반MB’ 정국 대응에 쏠려 콘텐츠를 갖고 정부 정책에 효과적으로 개입하지 못했다. 그래서 재벌 빵집, 기업형 슈퍼마켓(SSM) 등 재벌 개혁 문제가 부각됐을 때 효과적으로 대안을 만들지 못했다.

» 김기준 민주통합당 의원.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결국 프레임의 문제다. 지배구조 등 재벌 개혁, 조세 개혁을 포함한 금융공공성 강화, 노동기본권 강화 등 세 개의 축이 경제민주화를 실현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김기준 민주통합당 의원

홍종학 의원 나는 긍정적으로 보는 편이다. 이명박 대통령 시대는 역사의 파행이고 암흑시대다. 내가 과거 야당에 기대가 적어서 그런지 모르지만, 2~3년 전부터 시민사회와 야당 정치권이 긴밀하게 협력해 보편적 복지, 경제민주화 같은 화두를 국가적 화두로 내세운 건 엄청난 일이다. 암흑의 시대에 거기까지 만들어낸 것만 해도 대단한 공이다. 사실 4년 전 진보개혁 진영은 ‘이러다 보수에게 정권을 20년 동안 넘겨주는 것 아니냐’는 정도였다. 그런 무기력한 상황에서 2~3년 만에 국가적 과제를 주도했다는 것을 굉장히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것을 19대 국회에서 현실화하는 것이 과제다.

“경제민주화, 동맥경화 경제에 피 돌리기”

사회 19대 국회에서 야권의 경제민주화 과제는 무엇인가
홍종학 의원 역시나 경제민주화다. 한국 경제는 재벌에 막대한 지원을 해서 성장한 경제다. 그런데 지금은 재벌을 지원해봐야 한국 경제의 선순환 구조에 도움이 안 된다. 동맥경화다. 결국 중산층·서민이 위축되니 경제 전체의 수요가 줄어들어 대기업들도 무너지고 경제 전체가 무너지는 것이다. 가령 삼성전자는 돈을 엄청 버는데 정부는 삼성전자에 한 해 조세 지원을 몇조원씩 해준다. 정상이 아니다. 재벌 지원을 중소기업이나 대학생,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돌리면 선순환 구조가 살아난다. 경제민주화가 별게 아니다. 동맥경화에 걸린 경제에 다시 피가 돌게 하는 거다.
김기준 의원 그런 측면에서 노동문제를 경제민주화의 한 축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설령 재정을 확보해도 그것을 어떻게 쓰느냐, 어디를 지원할까 선택의 문제가 있다.
박원석 의원 잠복한 위기 요인 중 하나가 가계부채 문제다. 최근 정부가 금리를 내렸는데 뒤늦은 대응이다.

» 홍종학 민주통합당 의원.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이명박 대통령 시대는 역사의 파행이고 암흑시대다. 암흑의 시대에 2~3년 전부터 시민사회와 야당 정치권이 긴밀하게 협력해 보편적 복지, 경제민주화 같은 화두를 국가적 화두로 내세운 건 엄청난 일이다.” -홍종학 민주통합당 의원

사회 ‘재벌의 엑스맨’이라는 표현을 들어보았나. 과연 민주당 안에 재벌의 엑스맨이 있다고 보나.
홍종학 의원 정치란 다양한 사회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것 아닌가. 문제는 재벌의 목소리가 너무 많이 반영된다는 것이다. 그것을 굳이 ‘재벌의 엑스맨’이라고 표현할 문제는 아니다. 다만 정치가 선진화하지 못해 특권세력이 정치까지 주도하는 게 문제다.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경제권력이 과도하게 정치권력까지 행사하는 걸 막는 것이다. 지금 시민사회와 노동계에서 정치권에 들어온 것을 보면 균형이 맞춰지는 과정이고, 상당한 정도로 균형이 맞춰졌다고 본다.
김기준 의원 ‘엑스맨’이 중요한 게 아니라 당내에서 각 세력을 대변하는 의원들의 균형을 맞추는 게 소중하다. 그런 측면에서 아직 균형을 맞추려면 부족한 측면이 있다. 힘을 얻으려면 결국 현장의 시민과 국회의 결합도가 높아져야 한다.
박원석 의원 외부의 끊임없는 압력과 감시가 있고, 이에 공감하는 원내세력들이 외부와 네트워크를 통해 경제민주화를 밀고 나가야 한다.
사회 17대 국회 때 진보정당이 경제민주화를 열심히 제기했지만 현재 2명의 통합진보당 당 대표 후보는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기억나는 활동이 없다.
박원석 의원 10여 년 전 민주노동당을 창당할 때 무상교육과 무상복지를 주장했다. 세월이 지나 지금은 시대정신이 됐다. 그게 진보정당이다. 오히려 문제는 정책·의제를 선도하는 역할을 지금 통합진보당이 하고 있는가다. 현재 통합진보당 당 대표 후보 2명이 경제민주화라는 시대정신과 무관하게 살아왔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다만 지난 몇 년간 당권파가 정책과 비전을 만드는 투자와 노력을 게을리했던 문제가 크다고 본다.

“재벌·조세 개혁, 노동기본권 강화 3축”

홍종학 의원 통한진보당이 굉장히 중요하다. 척후병이니까. 먼저 나가서 여기저기 위험물질이 있는지 알아봐주면 우리(민주당)가 가는 건데 지금 척후병 역할을 못하고 있다. (웃음)
박원석 의원 죄송하다. 노력하겠다. (웃음)
사회 참여정부 때의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실패한 사례 혹은 잘한 입법이나 정책을 꼽는다면.
김기준 의원 잘한 건 기억이 안 난다. (웃음) 비정규직법을 강행하고 자본시장 통합법을 서두른 건 진짜 잘못한 거다. 그 후유증이 지금까지 온다. 비판적 이야기를 많이 하는 이유는 참여정부를 딛고 일어나지 않으면 정권 창출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 박원석 통합진보당 의원.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10여 년 전 민주노동당을 창당할 때 무상교육과 무상복지를 주장했다. 세월이 지나 지금은 시대정신이 됐다. 그게 진보정당이다. 오히려 문제는 정책·의제를 선도하는 역할을 지금 통합진보당이 하고 있는가다.” -박원석 통합진보당 의원

박원석 의원 정치적·정책적 무능의 결과다. 참여정부를 ‘로드맵 정부’ ‘보고서 정부’라고 불렀다. 그러나 실제 바닥에서 정책이 로드맵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통제할 능력도 없었다. 지금이라도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만나면 물어보고 싶다. 왜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했느냐고. 사회를 근본적으로 들었다 놔서 개조할 필요가 있다는 유혹을 FTA에서 느낀 것 같다. 그러나 수많은 독소조항에 대해 깊이 있는 고민이 없었고, 문제를 볼 줄 아는 사람은 청와대에서 쫓겨난 상태였다.
홍종학 의원 성찰도 중요하지만 구조적 문제가 있는 듯하다. 쉽게 말해 진보개혁 진영이 어젠다를 제대로 제시하지 못한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공부를 많이 하시는 분인데, ‘이 어젠다를 수용하면 잘된다’는 것을 (진보가) 설득시키지 못한 것이다. 진보개혁 진영의 국정 운영 능력을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노 전 대통령은 어쩔 수 없이 옛 관료와 재벌 세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었다. 2005년 8·31 부동산 대책 논쟁 때 내가 청와대에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때 DTI를 들어본 관료가 없었다. 아마 대통령이 누군가에게 DTI에 대해 의견을 물었을 것이고, 다들 ‘말도 안 된다’고 했을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이쪽 의견도 듣고 저쪽 의견도 듣고 싶은데 이미 균형이 맞지 않는 것이다. 이것이 성찰의 중요한 지점이 돼야 한다. 다만 민주정부 10년 동안 진보개혁 진영의 실력이 늘었고 다음에 집권하면 훨씬 강한 추동력을 보일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
사회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의 경제민주화 의지는 어떻게 보나.
홍종학 의원 민주당에서 경제민주화 법안을 대표발의한 의원만 20~30명이다. 내가 깜짝 놀랄 정도다. 민주당에 상당한 정도로 경제민주화 세력이 형성됐고, 이해찬 대표가 “재벌 개혁에 명운을 걸겠다”고 도장을 찍어줬다. 저쪽(새누리당)은 경제민주화에 아무 생각이 없다가 표가 쏠리니까 하는 포퓰리즘이지만, 우리는 지난 4년간 실력을 키우고 공감대를 만들어왔다.
김기준 의원 결국 프레임의 문제다. 지배구조 등 재벌 개혁, 조세 개혁을 포함한 금융공공성 강화, 노동기본권 강화 등 세 개의 축이 경제민주화를 실현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안철수 재벌에 비판적” VS “야권 후보보다 못해”

사회 경제민주화라는 기준에서 대선 후보들을 평가해달라.
김기준 의원 노동·금융·재벌이라는 각각의 프레임에 비춰보고 싶다. 경제민주화의 중요성을 인지하느냐, 그리고 실제로 그것을 하겠느냐는 의지의 표출 두 가지 면에서 후보를 보면 전부 다 미흡하다. 박근혜 의원은 말할 것도 없다. 박 의원은 경제민주화의 중요성을 인지할지는 모르지만 금융공공성이나 노동문제에 대해선 아예 언급을 피한다. 야권에서는 일단 손학규 상임고문이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슬로건을 멋있게 냈다. 다만 사무직보다 더 밑바닥에 있는 사람에게는 먼 이야기가 될 것 같아 나이브한 측면도 있다. 김두관 전 경남지사는 슬로건만 보면 문제의식을 과감하게 내건 시도가 보인다. ‘내게 힘이 되는 나라, 평등국가’라고 하던데, 평등이라는 말을 아무도 그렇게 쓰지 못했다. 문재인 상임고문은 인간적으로 절친한 느낌은 주는데,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확고한 의지가 아직은 안 보인다.
박원석 의원 박근혜 의원이 경제민주화를 이야기하는 게 참신한 면이 있다. 그래서 그냥 경제민주화가 아니라 어떤 경제민주화냐를 집요하게 야권이 파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재벌 문제다. 그걸 부정하면 허구다. 최근 재벌의 순환출자 금지와 관련해 새누리당이 향후 순환출자를 금지한다고 했다. 문제를 전혀 잘못 읽고 있다. 앞으로가 아니라 현재의 재벌이 문제다. 손학규 고문의 ‘저녁이 있는 삶’ 슬로건은 경제민주화를 넘어선 굉장히 포괄적인 비전을 제시한 거다. 그 비전을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으로 보여줄지 흥미롭다. 문재인 고문의 콘텐츠는 약간 실망스럽다. 누구나 아는 내용을 동어반복하고 있다. 과연 저것만으로 대선에서 경쟁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김두관 전 지사는 아직 잘 모르겠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합원장은 청춘콘서트 당시 재벌 경제력 집중과 독점에 대해 대단히 비판적 사고를 보였다. 어떤 국가적 비전을 만들지 기대하고 지켜볼 일이다. 이도저도 시원찮으면 새로운 비전을 밝힌 통합진보당 후보가 떠오르지 않을까 한다. (다들 웃음)
김기준 의원 안철수 원장이 재벌 문제를 거론하지만 그의 프레임은 정의냐 아니냐, 불공정이냐 아니냐의 문제를 넘지 못하는 것 같다.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치열한 투쟁을 앞두고 있다. 야당 대선 후보들은 전투를 앞둔 비장한 장수의 모습인데, 안철수 원장은 그런 모습을 기대하기 어렵다. 오히려 다른 야권 후보에 비해 모자란다고 본다.
홍종학 의원 대선주자들의 의지가 확고하고 당 대표도 그렇다. 그것만큼은 내가 자신한다. 그런 공감대 아래서 자기 성격에 맞게끔, 가령 손 고문은 멋있게 경제민주화를 표현한 것이고, 김두관 전 지사는 직설적으로 표현한 거고, 문재인 고문은 여러 가지 다양한 성장정책을 내놓은 것이다. ‘2013년 체제’에 대한 청사진이 있다. 다만 각각의 장수가 실제 전장에서 청사진을 어떻게 구현하느냐의 차이지.
사회 각자의 정책을 당이나 각 대선 후보에 관철할 구체적 계획이나 각오를 들려달라.
김기준 의원 노동조합 등 현장 조직과 소통하며 어떤 후보가 과연 경제민주화를 잘할지 선정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
박원석 의원 국회에 경제민주화 관련한 의원 모임이 많은데, 당을 넘어 ‘경제민주화 동맹’이 국회 내에 만들어지는 좋은 틀이 될 것이다. 또 다른 축은 경제민주화 시민연대 등 국회 밖 시민사회와 정책 공감대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

“정부가 재벌 얼마나 지원하는지 보여만 줘도”

홍종학 의원 ‘경제민주화 햇빛정책’이라는 말을 쓰고 싶다. 경제민주화라는 게 개개인의 경제적 권리를 되찾자는 것이다. 지금 경제적 권리가 왜곡돼 있는 걸 보여주기만 해도 저절로 되리라 본다. 가령 정부는 재벌에 막대한 지원금을 준다. 그러면서 실제로 돈이 필요한 중산층과 서민의 복지에는 돈이 없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나 새누리당 정책은 재벌에 막대한 돈을 주고 서민과 중소기업에는 빚을 주는 정책이다. 정부가 재벌을 얼마나 지원하는지 보여주기만 해도 된다. 햇빛정책이다. 대북정책은 햇볕정책, 경제민주화는 햇빛정책!

정리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사진 김명진 기자 dokko@hani.co.kr

2012년 4월 13일 금요일

이제는 '어떤' 야권연대냐가 중요하다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4-13일자 기사 '이제는 '어떤' 야권연대냐가 중요하다'를 퍼왔습니다.
'야권연대'가 패배 요인?...비전 갖춘 야권연대의 '콘트롤타워' 부재가 패배 원인


ⓒ이승빈 기자 4.11총선 여야가 출구조사 초박빙인 가운데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 민주통합당 당사에서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와 박선숙 선대본부장이 당사를 나서고 있다.

4.11총선이 새누리당의 승리로 끝났고 야권은 패배를 인정했다.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는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는 내외의 압박에 직면했다. 당장 민주통합당은 새로운 지도부 구성 등을 놓고 또다시 내홍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당 차원에서 보면 '약진'했다고 할 수 있는 통합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도 개표가 끝난 후 "수도권에서 변화의 열망과 야권연대를 지지하는 민심을 확인했지만, 저희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면서 "여소야대 국회를 만들어 내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번 총선의 결과에 야권 전체는 각각의 세력을 불문하고 패배의 책임에서 자유롭기 힘든 게 사실이다. 몇 달 전만 해도 야권이 원내 과반을 얻는 것은 물론이고, 새누리당이 역대 최소 의석을 얻어 빈사 지경에 빠지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예상이 이상해 보이지 않았을 정도였다.

하지만 총선이 야권의 패배로 끝나자 총선 기간 내내 '김용민', '종북좌파' 등을 가지고 줄기차게 공격을 가하던 조중동을 위시한 보수세력은 외려 '야권연대'를 야권이 패배한 주요원인 중 하나로 꼽고 있다.

"진보당과의 연대 성사를 위해 일방적으로 좌파에게 끌려다니는 모습 때문에 빚어진 무당파 중간충의 민주당에 대한 안정감 동요가 컸다"는 의 평과 "민주통합당이 통합진보당과 선거연대를 추진하면서 중도층이 선뜻 동참하기 힘들 정도로 너무 좌경화 노선을 취했다"는 새누리당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의 보도가 대표적이다. 

야권 일각에서도 이런 분석이 나왔다. 민주통합당 이용섭 정책위의장은 12일 "진보색채가 강한 당과의 연대로 야권이 정권을 잡으면 불안해질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줬다"고 총선 패배의 원인을 분석했다. 이 의장 외에도 민주통합당 내에서는 "야권연대로 인해 중도층을 잡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분석대로라면 향후 야권의 전략은 각개약진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당연히 새누리당의 안정적인 재집권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야권연대는 '정치공학적 전술'이 아니라 전략이자 노선" 

야권연대는 보수진영에 맞서 민주 진보 진영이 하나로 뭉쳐 새로운 정권을 창출하자는 전략이다. 우리 사회의 보수세력이 가지고 있는 물적 인적 토대가 매우 굳건하기 때문에, 이를 허물고 진보적 방향의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민주진보진영이 서로의 차이가 있더라도 하나로 뭉쳐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이번 총선에서도 보수진영이 가지고 있는 쉽사리 흔들리지 않는 토대는 다시 한 번 확인되기도 했다.

그간 야권연대를 만들어온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야권연대를 '전략'과 '노선'이라고 설명한다. 단순히 선거를 이기기 위해서 취하는 '전술'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야당들이 각각 따로 출마하면 모두가 이기기 힘들기 때문에 합쳐서 나와야 한다'는 정치공학적 전술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같은 전제에서는 야권연대는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하나는 이명박 정부에 맞서는 세력을 모두 모아 공동으로 대응하자는 '반MB' 전략이다. 이 전략 아래 진행된 2010년 지방선거와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야권은 압승을 거뒀다. 그리고 그 결과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앞날이 불투명했던 야권이 국민들의 관심과 신뢰를 다시 받게 되는 계기가 됐다. 

또한 이번 총선에서도 최소한 수도권에서는 야권연대의 위력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는 게 여야 공통의 인식이다. 수도권에서 야권이 압승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강원도, 충청도에서의 패배로 인해 전체적으로 야권이 패배한 결과가 됐지만, 새누리당과 보수세력이 긴장을 풀지못하는 결과가 된 것이다.

공동 정책과 대응이 없으면 '전술'로 비춰질 가능성 높아

야권연대의 또다른 축은 MB정권 이후 야권은 어떤 국가, 어떤 사회를 만들어갈 것이냐다. 이른바 야권연대의 향후 비전의 문제이자 내용의 문제다. 이번 총선의 경우 야권의 공동정책 및 정책협약으로 드러났다. 대선에서는 이에 더해 야권의 공동정부의 인적 구성과 정책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문제는 이번 총선에서 정책으로 드러나는 비전의 문제를 야권이 제대로 유권자들에게 보여주지 못한 것이다. 이번 총선은 '정권심판론'으로 표현되는 '반MB'와 사회경제적 의제 설정으로 나타나는 공동정책이 모두 중요한 선거였다. 지난해 서울시장 재보선이 정권심판론만으로 구도가 형성되는 선거였다면 이번 총선은 대선의 전초전 성격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력이 부족해) 못한 면도 있지만 (야권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언론환경의 문제도 있었다"면서 "계속 정책공약을 의제로 냈지만 부각되지 못하고 '정권 심판이냐, 아니냐'로만 흐르면서 유권자 입장에서는 전혀 새로울 게 없는 지나치게 식상한 선거가 됐다"는 통합진보당 이의엽 정책위의장의 의견은 이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야권 공동의 정책과 비전을 '흔들기'하거나 우와좌왕하는 이들이 야권 내부에서 발목잡기를 한 것은 선거 패배의 큰 요인을 제공했다. 이른바 김진표 의원 공천을 둘러싸고 벌어진 국민적 비판이나 한미FTA폐기냐 재협상이냐를 둘러싼 논쟁이 대표적인 예다. 아무리 반MB정서가 높더라도 야권이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거나 공동정책이 흔들릴 경우 국민들의 압도적 지지를 얻기 힘들다는 게 증명된 것이다. 

이와 관련 민주통합당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 내부에서 끊임없이 발목을 잡는 세력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어 전체 야권연대 진영이 단결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데 선거패배의 상당한 원인이 있다"고 진단했다. 공동의 정책과 대응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야권연대가 단순히 정치공학적인 '전술'로 비쳐져 국민들의 신뢰를 얻기 힘들다는 얘기다.

야권연대진영 전체의 리더십 행사할 '콘트롤 타워' 부재 아쉬워 

아울러 이번 총선에서 야권연대 진영 전체의 리더십을 행사할, 이른바 '콘트롤 타워'를 제대로 가동하지 못한 것도 패배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야권연대 진영이 공동으로 대응한 선거였지만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후보간의 경선이 끝난 이후에는 각 당이 알아서 선거운동을 하는 형태가 됐다는 것이다. 

"박근혜 비대위는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데 반해 민주당과 진보당은 전체 선거를 진두지휘할 공동의 지휘부가 없다보니 각자가 시의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니 선거를 이기기 힘든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 아니겠냐"는 한 선거전략 전문가의 지적은 야권이 새겨들을 만한 부분이다. 

총선은 각 지역구별로 선거가 진행되는 측면이 있지만 전국적인 이슈에 따라 향방이 좌우된다. 하지만 야권은 전국 선거를 야권이 공동으로 총괄할 지휘부가 존재하지 않아 급박하게 터져나오는 이슈에 일관된 대응과 메시지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관악을 사태', '김용민 사태' 등에서 야권이 각자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일사분란한 대응을 하지 못해 여론이 불리하게 돌아가도록 방치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결국 이번 총선은 야권이 대선을 승리하기 위해서는 야권연대가 보다 질적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교훈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진보진영이 만들어갈 우리 사회의 모습이 무엇인지 더욱 선명하게 보여줘야 하며 야권연대의 지도부가 더 강한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정성일 기자 soultrane@vop.co.kr

2012년 1월 3일 화요일

방송사들이 임진년 보신각의 밤을 빼앗았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1-03일자 기사 '방송사들이 임진년 보신각의 밤을 빼앗았다'를 퍼왔습니다.
[미디어현장] 정승권 CBS PD "정권과 자본에 영합하는 지상파 끔찍하다"

어린 시절 나는 인천에 살았다. 해마다 12월 31일이면 그날 만큼은 밤새 TV를 볼 수 있었다. 부모님과 TV를 보며 보신각에서 울리는 제야의 종소리와 함께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것은 중요한 연례행사였다. 그런데 2012년 임진년(壬辰年)을 맞는 새해에는 달랐다. TV를 켜고 기다리던 국민 대다수가 보신각 종소리를 듣지 못했다. 타종 현장을 지켜보기 위해 모인 10만 시민이 2012년 새해를 맞는 모습도, 힘차게 카운트다운을 외치는 생생한 모습도, 지상파 TV를 통해서는 보기 힘들었다.
이날 나는 보신각 타종 행사를 취재하기 위해 저녁 7시부터 현장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지상파 TV 3사의 중계방송 여부는 현장에서 확인할 수 없었지만, tbs TV(서울교통방송. 서울 경기 일부 가시청권)의 생방송 메인 카메라가 와 있었고, 인근에 KBS와 YTN 중계차가 눈에 띄었다. MBC와 SBS의 중계차는 보이지 않았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온 후에 인터넷에 접속해보니 SNS는 이 문제로 들끓고 있었다. 한 트위터리언은 “KBS는 아예 형식적으로 보여주려고 작정한 듯. 박원순 시장 나오고. FTA 반대 시민들까지 대거 나와서 그런 걸까요”라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었다. 생방중에 잠깐씩 연결하다 타종 2분 30여초 전에야 현장을 연결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MBC는 임진각의 김문수 경기 지사를 인터뷰해 방송했다고 한다. SBS는 을 방송하느라 타종 현장은 연결조차 하지 않았다.
이같은 ‘타종행사 왕따’ 현상이 올해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08년 12월 31일의 보신각 타종행사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당시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심각하게 억눌린 상황에서 마땅한 소통 창구를 찾지 못한 시민들은 타종행사에 모여 ‘반MB’를 외쳤다. 이 행사를 독점중계하던 KBS는 현장에서 들려오는 시민들의 구호와 노래를 삭제하고 오세훈 당시 서울 시장의 인터뷰와 타종 소리만 골라서 들려줬다. 그 때도 시민들은 ‘과연 KBS가 공영방송인가’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지난 1일 보도한 CBS 노컷뉴스의 지난해 마지막 한미FTA 반대집회와 임진년 타종행사 동영상 캡쳐

2012년을 맞는 올해 보신각 타종행사 역시 그러했다. 시민들의 언로는 더욱 답답하게 막혀있다. 이날 광장을 통해서라도 생각을 전해야겠다고 결심한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행사 4시간 전인 8시부터 청계 광장에서는 한미FTA 비준안 날치기 반대 촛불집회가 대규모로 열렸으며, 촛불집회 참여 시민 대부분이 보신각 타종행사에 참여했다. 올해는 타종행사에 정신대 할머니 김복동씨가 직접 참여했으며 다문화 가족과 장애인들도 식전 행사에 참여하는 등 서울시 측의 준비도 남달랐다.
하지만 방송은 이들의 분출하는 의지를 외면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번에는 독점으로 특정 방송사에 방송권을 준 것도 아니고 중계를 막지도 않았다고 한다. 방송 3사는 엉뚱한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 MBC는 기존에 해오던 임진각을 다시 찾은 것이라고 하고, KBS는 “국가적 행사가 아닌 서울시 행사다”라는 입장을 고수한다. SBS는 아예 관심사 밖이다. 그런데 이들 방송사가 보신각의 밤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는 사실을 오직 국민들만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지상파 방송은 기본적으로 불특정한 다수 시청자를 향하여 무선 전파로 발신된다는 점에서 수신자를 지정하는 미디어인 신문·잡지·영화·서적·음반 등과 구별된다. 신문은 돈과 뜻만 있으면 누구나 발행할 수 있지만 지상파 방송은 그렇지 않다. 지상파 방송은 그 전달방식에서 공공재적인 특성을 지닌다. 전파매체이기 때문에 누구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함부로 사용할 수 없다. 국민으로부터 그 전파의 운영권리를 수탁 받은 자만이 방송사를 운영할 수 있다. 지상파 방송이 허가제라는 것은 국가가 국민을 대신해 이 전파의 사용 권한을 부여했다는 의미이다.
전파의 주인인 국민은 전국 방방곡곡에서 타종소리를 기다렸다. 그들의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추위 속에 현장에 나서기도 했다. 그런 보신각의 밤을 누가 국민들로부터 빼앗는가. 일부 권력을 가진 자들이 이 행사를마음대로 가리려 했다면 방송3사는 그것을 다시 되돌려 놓아야 한다. 지금도 국회에서는 전파의 권한을 남용하고 공익을 외면하는 지상파 방송들이 수신료를 인상해달라거나 아예 방송광고 직접영업을 하겠다며 자사이익을 위해 벌거벗고 나서고 있다. 정권의 이익과 광고주의 자본 논리에 따라 운영되는 지상파 방송. 생각만 해도 끔찍한 미래다. 방송의 공영성과 다양성을 지켜내는 미디어렙법 입법이 시급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 1일 보도한 CBS 노컷뉴스의 지난해 마지막 한미FTA 반대집회와 임진년 타종행사 동영상 캡쳐

지난 1일 보도한 CBS 노컷뉴스의 지난해 마지막 한미FTA 반대집회와 임진년 타종행사 동영상 캡쳐

2011년 12월 18일 일요일

MB정부, 번지수 잘못 짚은 '촛불시위' 차단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1-12-16일자 기사 'MB정부, 번지수 잘못 짚은 '촛불시위' 차단'을 퍼왔습니다.

정부가 촛불시위 등 한미FTA 반대 여론에 대한 대책 중 하나로 '괴담 차단'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정부가 인터넷 포털 다음 '아고라' 페이지에 배너 홍보하고 있는 모습.

뒤늦게 한미FTA 괴담 차단에 나선 정부

정부가 한미FTA 날치기로 촉발된 촛불시위 차단에 나섰지만 국민들이 왜 시위에 나오는지 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서 번지수를 잘못 짚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15일 정부중앙청사 별관에서 맹형규 행안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한미FTA 성과 제고를 위한 실.국장 워크숍을 진행했다.

정부 관계자는 "괴담 수준의 한미FTA우려가 확산되면서 사법부에서조차 잘못된 정보로 논란이 일고 있다"며 "고위직들이 한미FTA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워크숍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강연자로 나선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투자자 국가 소송제도(ISD)'를 언급하며 "공공정책 훼손 우려는 사실이 아니"라는 내용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과학기술부도 '한미FTA 괴담' 차단에 뛰어들었다. 교과부는 지난 9일 '한미FTA 효과 이해도 제고를 위한 홈페이지 팝업 및 배너 설치 협조 요청'이라는 제목으로 16개 시도교육청에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는 각 교육청과 직속기관, 초.중.고교와 대학 홈페이지에 ISD 등 한미FTA의 세부 내용을 설명하는 홍 배너 등을 설치하도록 요청하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 각부처가 전방위로 괴담 차단에 나선 것은 김황식 국무총리가 최근 열린 국무회의에서 정부 역량을 집중해 한미FTA를 홍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다음부터다. 특히 한미FTA 반대 여론이 계속되는 것을 '괴담' 때문이라고 분석한 정부는 괴담을 반박하는 것에 온 화력을 집중한 상태다.

실제 최근 정부는 인터넷 포탈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 '한미FTA로 전기.가스요금이 폭등한다'는 일부의 우려에 대해 "어떠한 경우에도 국민을 속이면 안된다"는 내용이 담긴 광고를 게재하기도 했다.

시민들이 집회에 나오는 것은 '반MB, 반한나라당 정서'

하지만 이 같은 정부의 홍보 활동은 국민들의 여론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최근 한미FTA반대 집회에 나오는 시민들의 경우 한미FTA 자체보다는 날치기 처리과정이나 선관위 디도스 테러에 대한 비판 등 '반MB, 반한나라당' 정서가 강하다. 집회 참가자들도 한미FTA보다는 디도스 테러나 대통령 측근 비리에 대한 불만을 더 털어놓고 있는 상태다.

촛불시위를 '괴담에 따른 여론 확산'으로 파악하고 있는 정부로서는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서 엉뚱한 곳에서 불을 끄고 있는 셈이 됐다. 지난 10일 5000여명이 참가한 촛불집회가 끝난 이후 경찰당국에서도 시민들이 왜 시위에 나서는지를 파악하려고 했으나 좀처럼 감을 잡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한미FTA범국민운동본부 관계자는 "촛불집회에는 한미FTA를 반대하는 사람들도 나오지만 이명박 정부에 대한 총체적인 불신, 불만들 때문에 나오는 사람이 더 많다"며 "최근 범국본에서 촛불집회 주제로 디도스 문제나 측근비리 문제를 다루는 이유도 매일 열리는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이 가장 답답해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시민들이 '괴담' 때문에 나온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며 "시민들은 민영화 등 미국식 경제체제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을 괴담 정도로 생각하는 것은 사실무근이면서 정부가 시민들의 인식과 동떨어져 있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에 불과하다"라고 덧붙였다.

정혜규 기자jhk@v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