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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21일 목요일

포스코 ‘이번에는…’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3-21일자 기사 '포스코 ‘이번에는…’'을 퍼왔습니다.


정권 바뀔 때마다 외풍에 CEO 교체 
 유상부·이구택 등 역대회장들
정권 교체와 함께 전격사퇴
포스코 내일 주총 앞두고
“정준양은?” 정치권 입김에 촉각
거취 정권 아닌 시장 판단 맡겨야

세계 6위 철강기업 포스코가 22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바짝 긴장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사업실적 보고보다 정준양 회장의 거취를 두고 정치권에서 혹시 말이 나오지 않을까 촉각을 세우고 있다.포스코가 이렇게 긴장하는 이유는 그동안 민간기업임에도 정권교체 시기마다 외풍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 때는 유상부 회장이, 이명박 정부 때는 이구택 회장이 주총을 앞두고 전격 물러난 전례가 있다. 정준양 회장 역시 이명박 정부 시절 내내 정권 실세와의 유착설에 시달린 바 있다.

포스코는 이미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7일 예년과 달리 주총 보름 전에 인사를 단행했다. 박한용 사장과 조뇌하 부사장이 계열사 등으로 물러나고, 대외협력·홍보 등을 총괄하는 시아르(CR)본부장에 황은연 전무를 발탁했다. 박 사장과 조 부사장은 고려대 출신이며, 황 전무는 성균관대 출신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황 전무가 왜 대외협력 부문으로 옮겼는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 등 정치권에서 성균관대 인맥이 약진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는 것이다.포스코는 또 정준양 회장이 2009년 취임과 동시에 만들었던 녹색성장추진사무국을 올해 조직개편 때 환경에너지기획실로 통합했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추진 ‘코드’에 맞췄던 색깔을 지운 셈이다. 대신에 포스코는 공채 출신 여성 임원을 올해 처음으로 발탁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오너가 아닌 최고경영자(CEO)로서 정준양 회장의 성과에 대해선 시장의 반응이 엇갈린다. 세계적인 철강전문 분석기관인 세계철강다이내믹스(WSD)는 포스코를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라고 지난달 발표했다. 일본 신일철주금과 미국 누코어 등 세계 33개 철강사를 제치고 4년째 1위다. 또 포스코의 영업이익률은 10.7%(2011년 기준)로, 세계 최대 철강사인 아르셀로미탈(5.2%)의 갑절이 넘는다. 강태현 이트레이드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제철이 성장하면서 내수시장을 뺏기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제철소 등 국외 기지를 갖춰 방어하는 것도 정준양 회장의 성과”라고 말했다.반면, 증권시장의 반응은 차갑다. 정 회장이 2009년 취임했을 당시 포스코 주가는 31만5000원이었다. 20일 현재 주가는 32만3000원이다. 4년 동안 포스코 주식값은 제자리걸음을 했지만,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84.3%나 뛰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신용등급 하락과 계열사 인수로 인한 부채 증가 등이 포스코 주가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경제개혁연대 김상조 소장은 “장기적인 전략을 짜지 못하고 정권교체 때마다 시이오가 바뀌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김 소장은 “그동안 포스코나 케이티(KT)가 이사회 중심으로 차기 시이오를 발굴하고 승계시켜 리더십을 갖추게 하는 데 실패했지만, 이제는 최고경영자의 거취는 시장의 판단에 맡기는 게 보수와 진보를 떠나 한국 사회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2013년 3월 2일 토요일

역대 삼성언론상 수상작으로 본 삼성의 언론대응


이글은 미디어스 2013-02-28일자 기사 '역대 삼성언론상 수상작으로 본 삼성의 언론대응'을 퍼왔습니다.
‘나눠먹기’ 수준 아니지만 편향 심각…정권따라 기준 바뀌어

▲ 삼성언론재단 홈페이지 캡쳐화면

지난 22일 제17회 삼성언론상 수상을 ‘조중동’과 KBS가 수상했다는 발표가 나와 세간의 화제가 되었다. (기사 링크) 재벌그룹에서 주는 언론상이 ‘보수언론의 나눠먹기’로 전락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받을만했기 때문이다.
물론 역대수상작의 면면을 살피면 이 상에서 한겨레와 경향신문 등 진보언론이 완전히 배제된 것은 아니다. 당장 작년(16회) 취재보도상을 경향신문의 “10대가 아프다” 기획시리즈가 수상한 상황이다. 공동수상작까지 포함해서 17회 동안 총 104개의 상이 주어졌는데 그중 한겨레는 5번, 경향신문은 2번 상을 받았다. 그동안 ‘조중동’ 3개신문사는 34번 상을 받았다. 비율을 본다면 ‘조중동’이 32.7%, ‘한경’이 6.7%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이 상을 덜 받는다는 것이 꼭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진보언론들은 빈약한 물적 조건 때문에 실제로 취재능력도 보수언론에 비해 빈약해지는 경우가 있다. 또 기업이 재정한 상이 자기 나름의 보수적 기준을 가지는 것도 납득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삼성언론상을 ‘권위있는 상’으로 인정하기엔 의문점이 있다. 역대 수상작 목록을 볼 때 어떤 일관된 기준을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논평비평’ 부문의 경우가 그렇다. 1999년 3회 삼성언론상 논평비평 부문의 수상자는 당시 한겨레에 있었던 정운영 논설위원이었다. 그런데 2010년 14회 삼성언론상 논평비평 부문의 수상자는 조선일보 전 주간이었던 류근일이다.
두 사람 모두 한국 사회에 많은 영향을 미친 칼럼니스트지만 2010년 당시 류근일은 이미 은퇴하여 ‘블로거’가 된 거나 마찬가지의 상황이었다. 상식적으로 원로언론인에 대한 예우를 하려고 했다면 류근일이 정운영보다 먼저 상을 받았어야 말이 되지만 김대중 정부 시기엔 정운영에게 상이 갔고 이명박 정부 시기엔 류근일에게 상이 갔다. 공교롭게도 정운영은 ‘삼성 상’을 받은 바로 이듬해에 삼성과 연관이 깊은 중앙일보 논설위원실로 옮겨갔다.
‘보수정부 시기’와 ‘민주정부 시기’로 나누어 수상작을 분석해보면 또 다른 경향성이 보인다. 보수정부 시기(1997년, 2008년~2013년) ‘조중동’이 16개의 상을 타 수상작의 41.0%를 점유하는 동안 ‘한경’은 2개의 상을 타 수상작의 5.2%를 점유하는데 그쳤다. 한편 민주정부 시기(1998년~2007년) 동안 ‘조중동’은 18개의 상을 타 수상작의 27.7%를 점유하는 동안 ‘한경’은 7개의 상을 타 수상작의 7.7%를 점유했다.
시기별로 ‘한경’의 지분차가 크지는 않지만 ‘조중동’의 지분차는 현격하다. 정파성이 가장 뚜렷한 조선일보와 한겨레를 비교해보면 상황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보수정부 시기 조선일보vs한겨레의 스코어는 5대1로 조선일보의 압도적 승리이지만 민주정부 시기엔 4대4로 팽팽하다.  

▲ 지난 23일자 조선일보 2면 기사

이에 대해 언론계 관계자들은 "보수정권 들어 떨어진 진보언론의 취재력의 결과일수도 있기 때문에 단순히 수치변동만으로 단정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기자협회에서 주는 ‘이달의 기자상’만 훑어봐도 이명박 정부 이후 한겨레와 경향신문의 성적은 신통치 않다.
하지만 민주정부 시기의 ‘조중동’의 지분에 비해 보수정부 시기의 그것이 현저히 높다는 것은 진보언론의 역량과 관련이 없다. 오히려 대통령 성향에 따라 삼성그룹이 ‘시민사회의 눈치를 보지 않고’ 보수언론에 ‘퍼주기’를 한다는 의혹을 제기할 수 있다.
특히 수상작의 면면을 보면 민주정부 시기엔 다소 정치적인 보도에도 상을 주지만 보수정부 시기엔 대체로 탈정치적인 보도에 상을 준다는 혐의가 보인다. 1999년엔 시사저널의 “김훈 중위 의문사 의혹” 기사가 상을 받았고, 2002년엔 동아일보의 “수지킴 사건 7년 추적기”가 상을 받았다. 이는 권위주의 시절 국가의 인권유린 문제를 다룬 기사들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2008년 이후 수상작에서 이런 성격의 기사를 발견하기는 어렵다. 특히 2008년의 경우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역사상 최대규모의 촛불시위가 오랜 기간 동안 펼쳐진 해인데 삼성언론상에선 그 흔적을 발견할 수 없다.
‘이달의 기자상’을 보면 그해 수상작들은 촛불시위 보도나 미국산 쇠고기 관련 보도에 집중되어 있지만 삼성언론상은 뉴스취재 부문엔 조선일보 “변양균·신정아 게이트 특종 보도”를, 기획취재 부문엔 동아일보의 “세계 최강 미니기업을 가다”와 매일경제의 “금융한국을 만듭시다”, 그리고 SBS “연중기획 ‘안전’ 시리즈”를 선정했다. 2011년 논평비평 부문에 동아일보 김순덕 논설위원을 선정한 건 이명박 정부 이후 삼성언론상 기조의 ‘백미’라 할만하다. 
한 언론사 관계자는 “이 수상작들의 면면을 보건대 이것은 언론상이 아니라 사실상의 광고집행”이라 단언했다. 어떤 기준을 가지고 상을 주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삼성의 정치적 필요에 따라 주는 것이니 광고집행과 뭐가 다르냐는 것이다. 삼성언론상을 수상했다는 일부 언론의 자화자찬 보도가 슬퍼지는 이유다.

▲ 지난 23일자 중앙일보 10면 기사

별첨 1: 정부 성격에 따른 삼성언론상 수상작 분석

보수정부 시기 삼성언론상 수상작 분석 2008~2013(12회~17회), 1997(1회)
1위 동아일보 6건
2위 조선일보 5건
2위 중앙일보 5건
4위 SBS 4건
5위 KBS 3건
6위 MBC 2건
6위 EBS 2건
6위 한국일보 2건
6위 국민일보 2건
6위 매일경제 2건
11위 한겨레 1건
11위 경향신문 1건
11위 연합뉴스 1건
11위 서울경제 1건
11위 CBS 1건
11위 요미우리 1건
계 39 / 조중동 16(41.0%) vs 한경 2(5.2%) / 조선일보 5 vs 한겨레 1
방송 12(30.8%)


민주정부 시기 삼성언론상 수상작 분석 1998~2007(2회~11회)
1. KBS 8
2. 연합뉴스 7
2. 동아일보 7
2. 중앙일보 7
5. 조선일보 4
5. 한겨레 4
5. MBC 4
8. 한국일보 3
9. SBS 2
9. 세계일보 2
9. 문화일보 2
9. EBS 2
13. YTN 1
13. 대한매일 1
13. 국민일보 1
13. 한국경제 1
13. 매일경제 1
13. 내외경제 1
13. NHK 1
13. 부산방송 1
13. 경향신문 1
13. AP통신 1
13. 대구방송 1
13. 한국ABC 협회 회장 조용중 1
13. 시사저널 1
계 65 / 조중동 18(27.7%) vs 한경 5(7.7%) / 조선일보 4 vs 한겨레 4 / 방송 19(29.2%)

총계 104 / 조중동 34(32.7%) vs 한경 7(6.7%) / 조선일보 9 vs 한겨레 5

별첨 2: 역대 삼성언론상 수상작 목록

17회(2013)어젠다상 조선일보 “술에 너그러운 문화, 범죄 키우는 한국” 취재보도상 동아일보 “경찰, 수원 20대 여성 피살사건 축소 은폐 사실” 논평비평상 중앙일보 이철호 논설위원 사진영상편집상 KBS 시사기획 창 '빅데이터 세상을 바꾸다'

16회(2012) 어젠다상 중앙일보 “세금 감시 잘해야 일류시민 된다취재보도상 경향신문 “10대가 아프다”논평비평상 한국일보 이준희사진영상편집상 전주MBC 홍창용

15회(2011) 어젠다상 EBS “교육대기획 10부작 '학교란 무엇인가' ” 취재보도상 국민일보 “잊혀진 만행, 일본 전범기업을 추적한다”논평비평상 동아일보 김순덕사진영상편집상 한겨레 박종식특별상 SBS, 매일경제

14회(2010) 뉴스취재상 연합뉴스 “北 김정일, 3남 정운 후계자 지명 보도 및 후속 기사”기획취재상 동아일보 “탈북 468명 집단입국, 그 후 5년” 서울경제 “진화하는 특허괴물 기술한국이 흔들린다”KBS “최초공개 외환위기 美 비밀문서 - IMF와 트로이 목마”논평비평상 조선일보 전 류근일보도사진/영상상 경남CBS 김효영 보도팀장, 송봉준 기자, 이상현 기자, 최호영 기자특별상 조선일보 “청년실업 1만명 프로젝트”, 중앙일보 시민사회환경연구소 “We start 운동”

13회(2009) 뉴스취재상 국민일보 “공직자 등 쌀 직불금 부당 수령 실태”기획취재상 동아일보 “무기수의 진범 조작 사건 진실 추적”중앙일보 “레나테 홍, 47년 만의 포옹 등”KBS “스포츠와 성폭력에 대한 인권 보고서”보도사진/영상상 SBS 신동환 특별상 조선일보 “천국의 국경을 넘다”

12회(2008) 뉴스취재상 조선일보 “변양균·신정아 게이트 특종 보도”기획취재상 동아일보 “세계 최강 미니기업을 가다” 매일경제 “금융한국을 만듭시다”SBS “연중기획 ‘안전’ 시리즈”논평비평상 한국일보 임철순 보도사진/영상상 MBC 권혁용

11회(2007) 뉴스취재상 연합뉴스 “북한 핵실험 1보 특종 보도”기획취재상 세계일보 “정부 싱크탱크 대해부”한겨레 “달 동네에서 한달”KBS “외환은행 매각의 비밀”논평비평상 동아일보 배인준사진영상상 MBC 이창훈 특별상 KBS “다큐멘터리 ‘마음’ 6부작”

10회(2006) 보도상 KBS “고위 공직자 재산검증 시리즈”기획제작상 중앙일보 “한국 사회 파워엘리트 대해부 시리즈”문화일보 “1사 1촌 운동”논평비평상 조선일보 강석천시각영상상 MBC “다큐멘터리 하루”보도사진상 연합뉴스 이진욱특별상 KBS “한국어 능력시험 성공적 운영 등 바른 한글 보급”

9회(2005) 보도상 연합뉴스 “북 룡천역서 대규모 폭발사고”기획제작상 세계일보 “기록이 없는 나라”KBS “생로병사의 비밀”논평비평상 중앙일보 문창극보도사진상 국민일보 곽경근특별상 NHK 서울지국 미나기 히로야스

8회(2004) 보도상 중앙일보 “고구려를 중국사의 일부로”한겨레 “부산 성인오락실 검ㆍ경에 거액 상납비리 추적ㆍ폭로”기획제작상 동아일보 “1만달러서 주저앉나”EBS “아기성장 보고서”논평비평상 한국일보 장명수시각영상상 부산방송 “해파리 침공”

7회(2003) 보도상 동아일보 “체육복표 사업자 선정 비리 및 최규선 김홍업 김홍걸 비리 추적 보도”기획제작상 한국경제 “스트롱 코리아-가자! 과학기술 강국으로”SBS “잘 먹고 잘 사는 법”논평비평상 중앙일보 김영희보도사진상 연합뉴스 박일

6회(2002) 보도상 동아일보 “수지킴 사건 7년 추적기”기획제작상 중앙일보 “지방을 살리자”SBS “미 군무원 박춘희씨의 죽음 외”논평비평상 경향신문 이광훈 시각영상상 대구방송 김덕래특별상 조선일보 이규태

5회(2001)보도상 한겨레 “한빛은행 거액편법 대출사건 보도”기획제작상 조선일보 “망가지는 국토”시각영상상 YTN 김재동보도사진상 대한매일 도준석 특별상 연합 박기수, 여성중앙 정덕용 외 3명, KBS 길종섭

4회(2000)보도상 연합뉴스 “전투기에 기름 대신 물 주입”기획제작상 매일경제신문 “기업사랑 나라사랑”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논평비평상 내외경제신문 민병문시각영상상 EBS 이의호 보도사진상 한국일보 고영권특별상 AP통신 최상훈 외 3명, 한국ABC 협회 회장 조용중

3회(1999)보도상 시사저널 “김훈 중위 의문사 의혹”기획제작상 동아일보 “창간특집 글로벌 스탠다드 시리즈”중앙일보 “북한문화유산조사단 방북 성사 및 시리즈 보도”논평비평상 한겨레 정운영시각영상상 KBS보도사진상 조선일보 채승우

2회(1998)보도상 연합통신 정광훈기획제작상 MBC PD수첩논평비평상 동아일보 남중구시각영상상 KBS 김규호보도사진상 동아일보 김선규특별상 문화일보 김선규한국일보 김성우

1회(1997)기획제작상 SBS “음주문화 이대로는 안 된다”논평비평상 중앙일보 송진혁시각영상상 EBS 박수용특별상 요미우리 서울지국장 우에이찌로동아일보 전 회장 이동욱

한윤형 기자  |  a_hriman@hotmail.com

2012년 9월 14일 금요일

정권 바뀔 때마다 변신, KBS 이사장의 ‘노욕’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9-12일자 기사 '정권 바뀔 때마다 변신, KBS 이사장의 ‘노욕’'을 퍼왔습니다.
독재정권 땐 보도본부장, 정권 바뀌니 대구방송 사장… 이길영 이사장의 인생 역정

지난 5일 새벽 여당추천 이사들의 강행처리로 KBS 이사장에 선임된 이길영 KBS 이사의 지나온 이력을 보면 암울했던 군사독재 시절엔 KBS에서, 정권이 바뀐 뒤엔 고향인 대구에서 늘 조직의 수장을 맡은 것으로 나타난다. 8년 간의 대구방송 사장에서 물러났을 땐 한나라당 경북도지사 선거대책위원장과 인수위원장을 지냈다가 경북도의 산하기관장까지 했다. 그가 공무원에서 KBS 직원으로 신분 변화가 생긴 이후부터 한 차례도 어려운 생활 없이, 한마디로 잘나가는 방송인으로 살아왔다.

▷대구달성 출신·문공부 TV방송국 서기에서 KBS 보도본부장으로=이 이사장은 1941년 대구 달성에서 태어나 서울 대신고를 나왔다. 문화부(구 문공부) 인사자료에 따르면 이 이사장은 고교를 졸업한 뒤 1961년 4월 문화공보부 서울텔레비젼방송국 서무과 행정서기로 신규채용됐다. 3년 뒤 방송관리국 관리과(1964년 11월~66년 3월)와 국제방송국 제2과 겸 서울중앙방송국 방송과(66년 3월~68년 7월)를 거쳐 중앙방송국 보도부 보도과에서 재직했다. KBS가 공사창립(1973년) 이전엔 문공부 산하의 일개 국이었던 점을 감안할 때 이 이사장은 문공부에서 12년 동안 방송업무를 했다.
정부부처의 한 국에 불과하던 KBS가 한국방송공사로 독립하면서 이 이사장의 신분도 공무원에서 KBS 보도국 기자로 탈바꿈했다. 그가 조인스 인물정보 등에 기재한 이력을 보면, 그는 경제부 차장으로 재직해오다가 1980년 광주항쟁과 관련해 많은 언론인들이 기관원의 보도검열에 저항하다 해직당하고 언론통폐합으로도 쫓겨났을 때 경제특집부 부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그는 LA지국장 겸 주미특파원(1982년), 보도본부 해설위원(1985년)을 거치는 등 요직을 두루 거치기 시작했다. 

KBS 새노조·기자협회 구성원들이 11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2층에서 이길영 이사장 선임 규탄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보도지침 등 신군부의 언론통제가 극에 달했던 1986년 이 이사장은 KBS 보도국장에 올라 이듬해 대선 보도를 총괄했다. 보도국장이 되기 직전인 그해 4월 21일 전두환 내외의 유럽순방 귀국일 실황중계 때 해설위원이던 그는 패널로 나와 “이번 전두환 대통령의 EC 4개국 순방은 우리 경제의 국제화, 우리 경제를 선진국 경제에 진입시키는 초석을 다지는 획기적 계기다라는 평가”라며 낯뜨거운 찬양을 하기도 했다. 또한 그의 보도국장 시절인 1987년의 KBS는 ‘노태우 대통령 만들기’ 편파방송을 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사상 첫 여소야대 정국이 펼쳐진 1988년에 이 이사장은 대구방송총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이듬해 다시 보도본부 부본부장을 거쳐 1991년 3월 보도본부장에 올랐다. KBS 기자로서 오를 수 있는 최고지위까지 이른 것이다. 그가 보도본부장을 맡은지 이듬해 대선 때도 KBS는 편파보도의 멍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의 재임기간(1991~93년) 동안 KBS 노동조합은 KBS 보도에 대해 비판하는 성명서만도 여러차례 붙였다. 1993년 이 이사장이 자회사인 KBS문화사업단 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그의 KBS(본사) 생활은 마무리됐다.

▷역사상 첫 정권교체…KBS 떠나 대구로=역사상 첫 수평적 정권교체가 이뤄진 1997년 대선이 끝난 뒤인 이듬해 3월 이 이사장은 대구방송(TBC)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제는 KBS가 아닌 대구의 지역민방이었다. 그는 대구 달성 출신인데다 1988년 KBS 대구총국장을 역임한 인연이 있다. 방송사 지역총국장(방송국장)은 지역에서 유지대접을 받을 정도의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 방송계 종사자들의 말이다.
이 이사장은 대구방송에서 무려 8년이나 사장으로 롱런했다. DJ-노무현 정권 때 그는 그의 고향에서 민영방송 CEO로 노년을 맞은 것이다.
이 이사장은 대구방송 사장 임기를 마치고는 돌연 경북도지사 선거판에 뛰어들었다. 김관용 경북도시자 한나라당 후보캠프의 선거관리위원장을 하다 김 후보가 당선되자 경북도지사 인수위원장까지 했다. 이듬해(2007년)엔 경북도가 설립한 대구경북한방산업진흥원(현 한국한방산업진흥원) 원장에 취임했다. 최민희 민주통합당 의원은 그의 원장 입성을 두고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라고 비판했다.

▷다시 KBS 감사로·이사장으로…비리·허위학력 드러나=그러다 다시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다시 KBS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KBS 사장 공모 때 이사 공모 때마다 신청서를 냈다. 그는 진흥원장 임기를 3개월이나 남겨놓고 KBS 감사로 되돌아왔다.
그러나 KBS와 대구에서의 그의 화려한 이력의 이면엔 ‘5공 부역자’, ‘대구경북한방산업진흥원장 시절 친구 아들 채용 비리’, ‘대학교 학력 위변조 의혹’ 등이 따라붙었다. 결국 KBS 이사장이 될 무렵 이런 그의 수많은 과거사 의혹과 풍문이 사실로 드러나고 말았다.
KBS 새노조는 이 이사장에 대해 “한마디로 말해 그는 평생 권력을 쫓으며 허위와 기만으로 살아온 사람”이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김성일 KBS 복지국장은 최근 집회에서 “노욕을 하루빨리 버리고 집에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길영 이사장은 땡전뉴스의 주범이라는 비판에 대해 “양심에 걸리는 일을 한 적이 없다”고 해명해왔다.

조현호 기자 | chh@mediatoday.co.kr 

2012년 8월 2일 목요일

"KBS 이사장 이길영 안돼!" 언론단체 반발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2-08-01일자 기사 '"KBS 이사장 이길영 안돼!" 언론단체 반발'를 퍼왔습니다.
언론노조, 방송독립포럼 "정권 방송장악 심화" 우려

방송통신위원회에서 KBS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회를 선임했지만, 전국언론노조, 방송독립포럼 등에선 "인선된 인물 중 문제의 인사가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뽑힌 방문진 이사 명단은 김재우 이사장,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장, 차기환 전 수원지법 판사, 권미혁 여성단체연합 대표, 김용철 세종대 석좌교수(전 MBC 부사장), 김충일 언론중재위원(전 MBC·경향신문 기자), 박천일 숙명여대 신방과 교수, 선동규 전주 MBC 사장, 최강욱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또 KBS 이사는 김주언 시민사회신문 편집인, 양성수 프라임대 방송연구소 대표(전 KBS 심의평가실장), 이규환 전 KBS 편성기획팀장, 이길영 현 KBS 감사, 이병혜 명지대 디지털미디어학과 교수(전 KBS 아나운서), 이상인 KBS 이사(연임, 법무법인 오늘 대표), 임정규 KBS 이사회 경영평가위원,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장, 최양수 연세대 신방과 교수, 최영묵 성공회대 신방과 교수, 한진만 강원대 신방과 교수이다.
이들 중 MBC 사태를 방관했던 김재우 방문진 이사장과 김광동·차기환 이사 등이 연임에 성공했다. 그런가 하면 KBS 이사진 중 이길영 감사는 KBS가 소위 '땡전 뉴스'라고 조롱받던 전두환·노태우 군부정권 아래서 보도국장과 보도본부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이 감사는 대구경북한방산업진흥원장 재직 시절 지인의 아들을 부당하게 채용해 감봉 3개월과 징계를 받은 일까지 있었다. 그럼에도, 이번 이사진 중 나이가 가장 많아 이사장직이 유력한 상황이다.
한편, 최근 방통위에선 여·야의 추천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공정하게 뽑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최종 이사진 명단은 여·야 비율이 종전과 마찬가지로 KBS 이사 '7 대 4', 방문진 이사 '6 대 3'으로 나타났다.
그렇기에 비난 여론은 더욱 거세다.
방송독립포럼은 1일 성명을 준비해 "양 방송사의 이번 이사진 선임 역·시 여야의 힘의 논리에 따른 자리 나눠갖기라는 구태를 벗어나지 못함으로써 '낙하산 사장'의 오역을 씻어내기 위한 장치 마련과는 거리가 멀어졌다"며 질타한 뒤, "이들이 정권으로부터의 방송독립을 생각하기보다 정권의 방송장악을 더 심화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어 이사진을 겨냥해 "선임된 KBS와 MBC의 새 이사진은 국민의 비판을 늘 염두에 둘 것, 이사들은 각고의 탈피 노력으로 기존의 왜곡된 여권 성향에서 벗어나 국민과 역사를 위한 공정방송 확립에 매진할 것, 목전에 놓인 역사적 사명이 무엇인지 깊이 인식하여 탁상공론에서 벗어나 1당 100의 전투력으로 방송을 국민의 품으로 되돌려 주기에 몸을 던질 것을 각각 주문한다"고 밝혔다.
앞서 전국언론노조(이강택 위원장)은 30일 성명을 내 이사 명단을 두고 "언론노동자들의 대투쟁과 공정언론을 염원하는 국민의 여론을 무시해도 이토록 깡그리 짓밟을 수가 있단 말인가"라면서 "언론노동자들을 상대로 끝까지 싸워보자는 전쟁 재개 선언이며, 끝까지 국민의 눈과 귀를 막아 보겠다는 독재적 발상"이라고 힐난했다.
이들은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선언한다. 언론독재자 이명박이 또다시 도발해 온 이상, 우리 역시 한 치도 물러섬 없이 다시 투쟁의 전선에 나설 것"이라며 "임기 끝난다 해도 무덤 속까지 쫓아가 언론 공공성을 파괴한 그의 죄과를 철저히 단죄할 것"이라면서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이어 이사진을 두고 "이들을 신성한 공영방송 이사 자리에서 합법적으로 끌어내리고 다시는 정치권력이 공영언론을 침탈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해, 항구적인 중립성을 확보하는 공영방송 지배구조개선 투쟁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임을 천명한다"고 밝혔다.
MBC본부(정영하 본부장)도 이날 특보를 통해 "김재철의 파행 경영과 비리에 연대책임을 져야 할 김재우, 김광동, 차기환 씨 등 3명이 새 방문진 이사로 다시 선임된 것은 김재철을 비호하려는 청와대의 고육지책이자 강도 높게 규탄받아 마땅한, 있을 수 없는 일로 본다"면서 강하게 현 이사진을 강하게 규탄했다.
또 KBS 기자협회와 아나운서협회, PD 협회 등 11개 직능단체도 이날 성명을 내 "대통령이 방송통신위원회의 이사 추천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도록 조치하여 달라고 요구한다"며 "이러한 요구를 무시하고 이길영 감사를 차기 이사로 임명한다면 KBS 인들의 거센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대규모 언론파업의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 전국언론노조의 강경 대응이 예고된 가운데, 트위터 여론 역시 MB정부와 방통위의 이사 선임을 두고 강하게 비판하는 분위기다.
"수순대로 가는구먼", "대선까지 나팔수로 쓰려는 더러운 사기꾼 심보", "고래심줄보다 질긴 놈들", "청와대의 폭거다. 언론인들이 이 정도로 문제 있다고 말하면 분명히 반응을 보여야 했다", "결코 잊지 않겠다", "진짜 언론인이라면 스스로 내려와야" 등 방통위와 현정부를 비판하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일부 트위터리안들은 이번 이사진 선정을 두고 "이명박 대통령이 박근혜에게 보내는 선물"이라고 표현하면서 여당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대선 경선 후보에게 입장을 밝히라는 여론이 거세지기도 했다.

김경환 기자  |  1986kkh@pressbyple.com

2012년 7월 5일 목요일

MBC “정권위해 뉴스 만드나” 내부 비판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7-04일자 기사 ' MBC “정권위해 뉴스 만드나” 내부 비판'을 퍼왔습니다.
‘청와대 기획’ KBS만 톱뉴스… 모르쇠·축소급급 “MB 한 마디하니 톱”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의 밀실 날치기 체결을 시도하려다 여론의 거센 반발에 보류한 사건에 대해 국내 지상파 방송 뉴스가 축소·외면에 급급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가운데 160일 가까이 파업중인 MBC 뉴스의 경우 핵심적인 대목을 누락하거나 정부 입장을 장황하게 늘어놓는 방식으로 비판여론을 억누르려는 듯한 뉴스로 일관했다. 그러다 이명박 대통령이 질책하자 그때서야 톱뉴스로 보도해 내부에서는 ‘내곡동 사저’ 당시 축소보도와 판박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가 한일 군사협정 체결을 비공개로 추진한 것은 ‘청와대 지시에 의한 것’이라는 외교부 당국자의 발언이 나온 1일 이 소식을 톱뉴스로 보도한 곳은 KBS 9시뉴스 뿐이었다. MBC와 SBS는 모두 이 소식을 외면했다. 이 발언은 조병제 외교부 대변인이 이날 기자 7~8명과 오찬을 하면서 나온 얘기인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아니라 연합뉴스를 비롯해 여러 매체가 이날 오후 5시를 전후로 많은 뉴스를 쏟아냈지만, 유독 MBC와 SBS 8시뉴스에서만 방송되지 않아 의도적으로 묵살한 것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그러다 2일 이명박 대통령이 절차문제를 질타하고서야 두 방송은 톱뉴스로 내보냈다.
방송사들은 군사협정 날치기 체결에 대한 세계일보의 단독보도가 나온 지난달 27일부터 메인뉴스에서 미온적이거나 소극적인 뉴스를 방송했다. KBS는 27일 9시뉴스에서 “정보. 감시 장비에서 앞선 일본의 정보 채널을 확보해 대북 억지력을 강화하는 장점이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김성준 SBS 8뉴스 앵커는 클로징멘트에서 “일본은 따지고 보면 북한이라는 현존하는 안보위협을 우리와 공유하는 관계이다…군사정보 교류하는 게 당연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김 앵커는 다만 여론수렴과 소통이 부족했다는 점은 지적했다. MBC는 유일하게 “반일감정과 국익은 분리해야 한다”는 새누리당 주장을 뉴스에 실었다. 이날 인터넷에서는 이완용의 3·1운동 때 발언과 새누리당의 이런 주장이 유사하다고 풍자하는 목소리가 회자됐던 터였다.
이후 국민여론이 악화하며 새누리당 내에서조차 국회에 사전동의를 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비판하는 기류가 확산되자 방송사들은 조금씩 이런 분위기를 뉴스에 반영했지만, MBC 만은 축소하는데 급급했다.
MBC는 지난달 28일 에서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면서 정작 리포트에는 시민단체 목소리는 넣지 않았으며, 뉴스의 절반(4줄)이 정부입장인 반면, 비판(반대)입장 3줄을 넣는데 그쳤다. 29일 한일 군사협정이 전격 연기된 사건에 대해서도 MBC는 부랴부랴 보류 결정을 내린 과정만 설명했을 뿐 이를 질타하는 반응은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의 한마디가 전부였다. 특히 야당의 총리 해임 요구 등에 대해 MBC는 “야권에서는 정치공세에 나서고 있다”고 폄훼하기도 했다.
MBC 노조는 2일 특보에서 처음 이 소식이 알려진 날에도 MBC 뉴스데스크에서는 국무회의에서 몰래 처리하기로 했다는 핵심 내용을 민주당 대변인의 육성(싱크)으로 흘려버린채 협정 내용을 설명하는 꼼수를 부렸다며 “그러다 대통령이 질타하고서야 허둥지둥 톱뉴스로 보도한 것은 청와대 해명이 1보였던 ‘내곡동 사저’ 때와 똑같은 제작방식”이라고 비판했다.
MBC 노조는 “국민이 아닌 정권을 위한 뉴스를 제작하고 있다는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일들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고 개탄했다.

조현호 기자 | chh@mediatoday.co.kr  

2012년 1월 3일 화요일

방송사들이 임진년 보신각의 밤을 빼앗았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1-03일자 기사 '방송사들이 임진년 보신각의 밤을 빼앗았다'를 퍼왔습니다.
[미디어현장] 정승권 CBS PD "정권과 자본에 영합하는 지상파 끔찍하다"

어린 시절 나는 인천에 살았다. 해마다 12월 31일이면 그날 만큼은 밤새 TV를 볼 수 있었다. 부모님과 TV를 보며 보신각에서 울리는 제야의 종소리와 함께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것은 중요한 연례행사였다. 그런데 2012년 임진년(壬辰年)을 맞는 새해에는 달랐다. TV를 켜고 기다리던 국민 대다수가 보신각 종소리를 듣지 못했다. 타종 현장을 지켜보기 위해 모인 10만 시민이 2012년 새해를 맞는 모습도, 힘차게 카운트다운을 외치는 생생한 모습도, 지상파 TV를 통해서는 보기 힘들었다.
이날 나는 보신각 타종 행사를 취재하기 위해 저녁 7시부터 현장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지상파 TV 3사의 중계방송 여부는 현장에서 확인할 수 없었지만, tbs TV(서울교통방송. 서울 경기 일부 가시청권)의 생방송 메인 카메라가 와 있었고, 인근에 KBS와 YTN 중계차가 눈에 띄었다. MBC와 SBS의 중계차는 보이지 않았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온 후에 인터넷에 접속해보니 SNS는 이 문제로 들끓고 있었다. 한 트위터리언은 “KBS는 아예 형식적으로 보여주려고 작정한 듯. 박원순 시장 나오고. FTA 반대 시민들까지 대거 나와서 그런 걸까요”라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었다. 생방중에 잠깐씩 연결하다 타종 2분 30여초 전에야 현장을 연결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MBC는 임진각의 김문수 경기 지사를 인터뷰해 방송했다고 한다. SBS는 을 방송하느라 타종 현장은 연결조차 하지 않았다.
이같은 ‘타종행사 왕따’ 현상이 올해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08년 12월 31일의 보신각 타종행사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당시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심각하게 억눌린 상황에서 마땅한 소통 창구를 찾지 못한 시민들은 타종행사에 모여 ‘반MB’를 외쳤다. 이 행사를 독점중계하던 KBS는 현장에서 들려오는 시민들의 구호와 노래를 삭제하고 오세훈 당시 서울 시장의 인터뷰와 타종 소리만 골라서 들려줬다. 그 때도 시민들은 ‘과연 KBS가 공영방송인가’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지난 1일 보도한 CBS 노컷뉴스의 지난해 마지막 한미FTA 반대집회와 임진년 타종행사 동영상 캡쳐

2012년을 맞는 올해 보신각 타종행사 역시 그러했다. 시민들의 언로는 더욱 답답하게 막혀있다. 이날 광장을 통해서라도 생각을 전해야겠다고 결심한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행사 4시간 전인 8시부터 청계 광장에서는 한미FTA 비준안 날치기 반대 촛불집회가 대규모로 열렸으며, 촛불집회 참여 시민 대부분이 보신각 타종행사에 참여했다. 올해는 타종행사에 정신대 할머니 김복동씨가 직접 참여했으며 다문화 가족과 장애인들도 식전 행사에 참여하는 등 서울시 측의 준비도 남달랐다.
하지만 방송은 이들의 분출하는 의지를 외면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번에는 독점으로 특정 방송사에 방송권을 준 것도 아니고 중계를 막지도 않았다고 한다. 방송 3사는 엉뚱한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 MBC는 기존에 해오던 임진각을 다시 찾은 것이라고 하고, KBS는 “국가적 행사가 아닌 서울시 행사다”라는 입장을 고수한다. SBS는 아예 관심사 밖이다. 그런데 이들 방송사가 보신각의 밤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는 사실을 오직 국민들만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지상파 방송은 기본적으로 불특정한 다수 시청자를 향하여 무선 전파로 발신된다는 점에서 수신자를 지정하는 미디어인 신문·잡지·영화·서적·음반 등과 구별된다. 신문은 돈과 뜻만 있으면 누구나 발행할 수 있지만 지상파 방송은 그렇지 않다. 지상파 방송은 그 전달방식에서 공공재적인 특성을 지닌다. 전파매체이기 때문에 누구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함부로 사용할 수 없다. 국민으로부터 그 전파의 운영권리를 수탁 받은 자만이 방송사를 운영할 수 있다. 지상파 방송이 허가제라는 것은 국가가 국민을 대신해 이 전파의 사용 권한을 부여했다는 의미이다.
전파의 주인인 국민은 전국 방방곡곡에서 타종소리를 기다렸다. 그들의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추위 속에 현장에 나서기도 했다. 그런 보신각의 밤을 누가 국민들로부터 빼앗는가. 일부 권력을 가진 자들이 이 행사를마음대로 가리려 했다면 방송3사는 그것을 다시 되돌려 놓아야 한다. 지금도 국회에서는 전파의 권한을 남용하고 공익을 외면하는 지상파 방송들이 수신료를 인상해달라거나 아예 방송광고 직접영업을 하겠다며 자사이익을 위해 벌거벗고 나서고 있다. 정권의 이익과 광고주의 자본 논리에 따라 운영되는 지상파 방송. 생각만 해도 끔찍한 미래다. 방송의 공영성과 다양성을 지켜내는 미디어렙법 입법이 시급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 1일 보도한 CBS 노컷뉴스의 지난해 마지막 한미FTA 반대집회와 임진년 타종행사 동영상 캡쳐

지난 1일 보도한 CBS 노컷뉴스의 지난해 마지막 한미FTA 반대집회와 임진년 타종행사 동영상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