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곤봉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곤봉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12년 8월 7일 화요일

컨택터스, 전국서 용역 모아 노조 급습…10여일간 치밀작전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8-07일자 기사 '컨택터스, 전국서 용역 모아 노조 급습…10여일간 치밀작전'을 퍼왔습니다.

경찰장비와 유사한 방패, 헬멧, 곤봉 등으로 무장한 용역경비업체 컨택터스 소속 직원들이 지난달 27일 새벽 폭력을 휘두르며 경기도 안산 에스제이엠(SJM) 공장으로 들이닥치고 있다. 금속노조 에스제이엠지회 제공

[뉴스쏙] SJM 용역 폭력사태의 재구성

치밀하게 준비된 기획이었다. 지난달 27일 수십명의 노조원이 부상을 당한 경기도 안산 반월공단 자동차부품 회사 에스제이엠(SJM)의 용역폭력 사태는 회사와 용역경비업체의 사전 모의, 경찰의 방조 속에 의도된 수순을 밟았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여러 용역경비업체 관계자들과 경찰 조사 결과를 토대로 에스제이엠 폭력사태를 재구성했다.

■ 7월15일 “애들 좀 모아달라” 6년째 ‘프리팀’(적게는 몇 명에서 많게는 수십명으로 구성된 경비용역집단)을 이끌어온 ㄱ 팀장은 지난 7월15일 “애들 좀 모아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2500명을 모아 ‘대우자동차’에 들어간다고 했다. 경비용역업체들은 상시 고용하고 있는 경비원이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큰일이 있을 때면 프리팀과 아르바이트생을 모은다. 이렇다 할 설명 없이 현장 투입이 두차례나 미뤄지자 휴가를 앞둔 ㄱ 팀장은 ‘작업’에서 빠지기로 했다.약속된 27일 용역들이 몰려간 사업장이 대우자동차가 아니었단 사실은 ㄱ 팀장도 언론 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 그는 “알고 보니 보안 유지를 위해 거짓말을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집결 장소도 몇 차례나 바뀌었다. 처음 모이기로 한 장소는 서울 여의도였다. 집합을 미룬 업체가 다시 알려온 집결지는 마포 상암월드컵경기장이었다. “대규모 인력을 서울에서부터 이끌고 인천 문학경기장으로 간 것은 아마도 대우자동차에 가는 척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라고 ㄱ 팀장은 전했다.전국 각지에서 마포 상암월드컵경기장으로 모여든 용역직원은 총 1500명에 달했다. 에스제이엠 공장에 들어간 컨택터스와 만도 공장 3곳에 들어간 지원가드 등 용역업체들이 모세혈관 조직과 같은 전국의 프리팀을 끌어모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인천 문학경기장으로 이동한 뒤 버스를 나눠 타고 다시 만도의 평택·문막·익산 공장 등 금속노조 사업장으로 향했다. 앞서 서울 잠실에 모여든 용역 200여명도 에스제이엠 공장으로 방향을 정했다. 이렇게 대규모의 용역이 조직적으로 파업 사업장을 장악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 7월25일 ‘평균일당 16만원’ 계약서 도장 에스제이엠과 컨택터스가 실제로 계약서를 작성한 것은 현장 투입 이틀 전인 7월25일이다. 정확한 계약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컨택터스가 동원한 한 프리팀 팀장은 “미뤄보건대 최소 50억원짜리 계약”이라고 말했다. 주·야간 16시간 일하는 것으로 계산해 고용된 용역직원이 받는 평균 일당이 16만원 수준이다. 현장에 투입된 인원은 250명이지만 대기 인력까지 계산해 300명 정도로 여유있게 계약을 맺는다. 보통 용역계약이 3개월 단위로 이뤄지는 것을 고려해 계산하면 54억원이 나온다. 민주통합당 폭력용역업체 진상조사단은 이들의 계약서를 분석해, 11일간 컨택터스가 5억7000만원 이상 수익을 올렸을 것이라고 내다봤다.컨택터스 경기법인의 구아무개(38) 이사는 “우리가 그동안 잘했다는 평도 들었고 실적이 있으니까 에스제이엠이 먼저 연락을 해 왔다”고 말했다. 고물상을 하면서 부업으로 용역경비 일을 하는 한 프리팀장은 “초보자는 10만원 정도 받고 경험이 많으면 최고 20만원까지 받는다”며 “노조와 관련된 일은 좀 비싼 편”이라고 말했다.경비원 채용에서 가장 중요한 조건은 체격이다. ㅅ경비업체를 운영하는 박아무개 대표는 “체격이 큰 사람들을 뽑는다”며 “경호학과나 경찰행정학과 출신도 있고 군 특수부대 출신들, 무도 유단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대학생들도 아르바이트로 경비원 일을 한다. 박 대표는 “아르바이트생도 현장투입 전에 3박4일 교육을 받으면 ‘이수증’이 나오고 경비원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D-12
작업 고사한 용역팀장
“대우자동차로 간다더니
일정 두 차례나 미뤄져
알고보니 교란작전이었다”

■ 7월27일 새벽 3시 유원지 작전회의 27일 새벽 3시, 에스제이엠 간부가 공장 근처 유원지에 도착했다. “할 수 있겠어?” 컨택터스 관계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할 수 있다”고 답했다.새벽 4시40분께 45인승 버스 5대가 에스제이엠 공장 후문에 차례로 도착했다. 용역들은 경찰에 신고한 시각보다 1시간30분가량 일찍 현장을 급습했다. 새벽에는 사고가 날 수 있으니 배치시간을 늦추라는 경찰의 지시도 거부했다. 용역대원들의 손엔 50㎝~1m 길이의 곤봉과 방패는 물론이고 소화기까지 들려 있었다. 에스제이엠 간부와 컨택터스 쪽은 휴대전화를 통해 진행상황을 수시로 공유했다.에스제이엠 쪽은 “노동자들을 때리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었다”고 항변하지만 설득력이 없다. 용역들이 투입될 때 회사의 뜻대로 움직인다는 것은 업계의 정설이다. 한 경비업체의 실장은 “작전을 수행할 때에는 100% 회사 쪽의 지휘를 따른다”며 “사람을 모아 현장에 투입하기 전까진 업체가 책임을 지지만 투입 후엔 사쪽의 책임하에 놓인다”고 고백했다.

D데이
SJM 간부-컨택터스 관계자
“할 수 있겠어?” “할 수 있다
”용역대원들 곤봉·방패로 무장
양쪽 휴대폰 통해 정보 수시공유

■ 7월27일 새벽 4시40분 피튀기는 공장 공장 2층에 몰린 노조원들이 ‘살려달라’고 소리를 질렀다. 현장에서 112에 7차례나 신고를 했지만 경찰은 사태가 벌어진 지 1시간 뒤인 새벽 5시30분이 다 돼서야 현장에 도착했다. 여기저기서 노조원 수십명이 용역이 던진 조립 부품에 맞아 피를 흘리고 있었다. 도착한 뒤에도 경찰은 눈앞에서 벌어진 폭력 사태에 손을 놓고 있었다. 노조원 등 30여명이 다쳤고, 10여명은 인근 병원으로 실려갔다.용역경비업체는 불법사태를 막기 위해 경비지도사를 고용해 경비원들에 대한 교육과 현장 관리감독을 맡기도록 경비업법에 규정돼 있지만, 이날 새벽 경비지도사 오아무개(31)씨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오씨는 “컨택터스에서 보안사항이라며 아무 말 없이 당일 새벽 현장으로 나오라고 했다”며 “(작전에 대해) 아무 말도 없어서 왜 나한테까지 숨기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산단원경찰서는 에스제이엠이 노동자들에게 폭력을 쓰도록 컨택터스를 사주했다고 결론내렸다.

경찰의 수수방관일
손 뗀 전직 프리팀장
“용역업체 사장-경찰서
사건 일어나면 ‘딜’ 봤다
”민주조사단 “컨택터스 최소 5억 수익”

■ 7월29일 이틀 만에 투입된 국외 대체인력 폭력으로 노동자들을 몰아냄과 동시에 에스제이엠은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대체인력 투입 역시 신속하게 이뤄졌다. 에스제이엠은 노조원 폭행 당일인 27일부터 인력업체와 단순생산직 40명을 파견받는 계약을 맺었다. 회사가 노동자의 쟁의로 중단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외부 인력을 채용하거나 대체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이다.이틀 뒤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 국적 기술자 12명이 생산라인에 투입됐다. 플라스틱 성형기를 다루는 고급 기술자들이었다. 에스제이엠 쪽은 이들이 “에스제이엠 남아공 법인 소속 직원들”이라고 했다. 이틀 만에 남아공에서 기술자들을 불러들였다는 것 역시 에스제이엠이 충분한 기간을 갖고 직장폐쇄를 치밀하게 준비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하지만 한국 국적이 아닌 외국인은 취업비자 없이 국내에서 일할 수 없다. 남아공 기술자 12명은 모두 관광비자로 입국했다.같은 날 직장폐쇄와 용역 투입이 이뤄진 만도에서는 사흘 만에 회사 쪽과 가까운 새 노조가 만들어지고, 기존 노조 조합원들에게 전국금속노조 탈퇴를 유도하는 작업이 속속 진행됐다.

에스제이엠(SJM) 노조원 폭행사건 부실대응에 대한 책임을 물어 지난 3일 대기발령된 우문수 전 안산단원경찰서장(흰색 와이셔츠 차림)이 지난달 27일 새벽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에스제이엠 공장을 뒷짐을 진 채 지켜보고 있다. 금속노조 에스제이엠지회 제공

■ 8월3일 컨택터스 압수수색…그 후 폭력을 방조했다는 여론의 뭇매를 맞자 경기지방경찰청은 지난 3일 에스제이엠과 컨택터스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지금까지 에스제이엠 임직원 5명과 컨택터스 임직원 16명 등 모두 21명이 경비업법 위반 및 폭행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은 컨택터스에 대한 경비업 허가도 취소하기로 했다.컨택터스에 허가 취소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0년에도 전남 나주의 한국쓰리엠 사업장에서 노조원들을 폭행했다. 당시 컨택터스 임직원들은 적게는 70만원에서 많게는 2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고, 회사는 경비업 허가를 취소당했다. 하지만 컨택터스는 임원 명단과 주소지만 바꿔 보름 만에 다시 허가를 받아 영업을 시작했다. 몇 년 전 손을 뗀 전직 프리팀장은 “폭력사건이 일어나면 회사 사장이 경찰서와 다 ‘딜’을 봤다”며 “몇 명은 빼주고 몇 명은 벌금으로 나오게 해주도록 미리 판을 다 짜놓고 현장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컨택터스의 전직 대표인 이아무개(38)씨는 “폭력을 쓰면 형사처벌을 받고 용역업체가 허가 취소될 게 뻔하기 때문에 뒤로 수억원대 이면계약을 맺는다”고 말했다.불법을 저지른 업체가 솜방망이 처벌로 다시 용역경비 사업을 시작하고, 경찰은 여전히 이들에게 관대하고, 폭력으로 노동자들을 억누르려는 자본의 손짓이 지속되는 한, 어느 날 새벽 다시 “애들 좀 모아달라”는 연락이 전국 각지의 프리팀 팀장들에게 가게 될지 모른다.

엄지원 허재현 김지훈 이정국 기자 umkija@hani.co.kr

2012년 8월 6일 월요일

‘용역 폭력’의 재구성… SJM 부상 노조원이 겪은 ‘그날’


이글은 경향신문 2012-08-06일자 기사 '‘용역 폭력’의 재구성… SJM 부상 노조원이 겪은 ‘그날’'을 퍼왔습니다.

ㆍ“곤봉 들어 경찰인 줄 알았다”… 소화기 휘두르며 무차별 폭력

지난달 27일 오전 3시30분. 경기 안산 반월공단 자동차 부품업체 SJM에 다니는 한정록씨(49)는 회사에 남아 있던 노조원들에게 ‘긴급 상황’이라는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그는 ‘내일이면 휴가인데 큰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공장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그로부터 1시간여 후 공장에 들이닥친 컨택터스 경비용역들의 폭력으로 30여명이 다치면서 노조원들은 모두 공장에서 쫓겨났다. 한씨가 23년간 일한 일터였다. 한씨뿐 아니라 노조원 대부분이 그 새벽의 ‘아비규환’을 전혀 예감하지 못했다. 지난 3일 안산 인근 병원에서 경향신문 기자와 만난 7명의 부상 노조원들은 당시의 공포스러운 상황을 악몽처럼 기억하고 있었다.

■ 오전 4시 ‘용역’의 등장오전 5시 어둠 찢은 “진격” 소리… 노조원에 곤봉세례

한정록씨는 오전 4시쯤 회사에 도착했다. 전날부터 SJM 노조에는 ‘사측이 직장폐쇄를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노조는 임단협이 결렬되자 2주간 부분파업을 벌이고 있었다.

26일 밤부터 오후조 근무자 90%가 공장에 있었다. 한씨처럼 새벽에 연락을 받고 온 조합원까지 포함해 140~150명이었다.

지난달 27일 경기 안산시 반월공단의 SJM 공장에서 노조원을 폭행했던 용역업체 경비원들이 5일 철조망을 쳐놓고 공장 정문을 지키고 있다. | 홍도은 기자

한씨가 회사 후문에서 들어가려고 하는데 용역들이 서 있었다. 그는 “헬멧을 쓰고 1m가 넘는 곤봉을 들고 있는 모습이 경찰 같았다”면서 “이 새벽에 경찰들이 왜 와 있나 하며 이상하게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용역인 줄 모르고 차분하게 그 곁을 지나쳤다. 곧이어 후문에서 노조원과 용역들 사이에 대치 상황이 발생했다. “진격” “들어가면 죽여버린다”는 고함이 들렸다. 한씨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걸 느꼈다. 이후 4시20분쯤 정문으로 갔다. 노조원 30명 정도가 있었다. 후문 쪽에서 “빨리빨리 움직여” 하는 소리가 들렸다. 얼마 뒤 용역 200여명이 정문으로 몰려왔다.

곤봉을 든 용역들은 본격적인 ‘공격’을 해왔다. 용역들은 노조원들에게 욕설을 하며 소화기를 뿌렸다. 정문 옆 경비실 앞에 서 있던 노조원들이 공장 내 작업장 쪽으로 후퇴했다. 한씨는 “노조원들은 비무장 상태라 정문에서 대치한 지 10~15분 사이에 ‘뚫렸다’ ”고 했다. 그는 “도망가는데 뒤에서 시커먼 무리가 쫓아오니까 정말 무서웠다”고 말했다. 

한씨는 작업장을 10m 앞두고 소화기로 뒤통수를 맞았다. 피가 흘러 윗옷이 흥건하게 젖었다. 그는 지혈을 하기 위해 노조원들이 있는 2층으로 갔다. 119 구급차가 오기를 기다리면서 그는 천둥소리처럼 ‘쾅쾅쾅쾅’ 무거운 쇳소리를 들었다. 

한씨는 오전 5시10분쯤 후문으로 빠져나와 단원병원으로 향했다. 한씨는 머리와 왼쪽 어깨 등이 찢어져 9바늘을 꿰매고 입원 중이다.

정문 앞 경비실 옥상에 올라가 있던 박동혁씨(34)는 용역들이 곤봉을 들고 까맣게 몰려오자 옥상에서 그대로 뛰어내렸다. 박씨는 “옥상 높이가 3m가 넘는데 누가 뛰고 싶었겠냐”며 “공포가 극심하다 보니 그런 곳에서 뛰어내리게 되더라”고 말했다. 박씨는 발뒤꿈치가 부러져 깁스를 했다. 진단은 8주가 나왔다.


■ 오전 5시 무차별 폭력의 시작오전 5시20분 쇳덩이 마구 던져 비무장 노조원 부상 속출

엄용헌씨(38)는 세수도 못한 채 오전 5시가 조금 전에 급하게 회사로 왔다. 엄씨는 “정문에서 용역들이 소화기를 뿌리며 들어가는 걸 보고 바로 작업장으로 갔다”며 “오전 5시20~30분쯤 사무실 집기로 계단을 막아놓고 20~30분 대치했다”고 말했다.

그는 “용역들이 자동차 부품 중 하나인 ‘벨로즈’ 담아놓은 걸 엎어뜨린 뒤 우리를 향해 막 던졌다”고 했다. 자동차 엔진에서 발생하는 진동과 소음을 줄여주는 핵심부품인 벨로즈는 반제품일 경우 끝이 칼날처럼 날카로워 더 위험하다. 

한 차례 공격을 퍼부은 후 용역들은 담배를 피우며 휴식을 취했다. 엄씨는 “밖에 경찰이 있는 걸 확인했고 날이 밝아오니 여기서 끝내겠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곧 재개된 2차 공격은 더 심해졌다. 엄씨는 “용역들이 소화기를 분사해 앞이 안 보이는 상태에서 다른 부품인 ‘스페셔’를 2층으로 10~20분 동안 던졌다”고 했다. 스페셔는 끝이 화살처럼 뾰족해 화살과 다름없다. 엄씨는 벨로즈와 스페셔가 튕겨나오는 것에 머리를 맞아 다쳤다.

조재호씨(40)는 이날 용역들이 휘두른 곤봉에 온몸을 맞았다. 조씨도 이날 새벽 문자메시지를 받고 회사로 향했다. 정문을 지키다 용역들에게 밀려 작업장으로 물러났다. 작업장은 통로 불만 켜져 있는 상태였다. 조씨는 “앞은 깜깜한데 귀 옆으로 ‘씽’하는 소리가 나더니 이어 툭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주워 보니 벨로즈였다”고 말했다. 

그가 2층에서 계단으로 겨우 내려갔을 때 15명이 달라붙어 곤봉으로 때리고 발길질을 했다. 조씨는 얼굴만 가리고 있었다. 다 때렸나 싶어 일어서는 순간 곤봉으로 머리를 맞고 고꾸라졌다.

용역들은 현장 사무실에서 노조원들을 골라가며 때렸다. 엄용헌씨는 “공포에 질려 고개를 숙이고 있는 사람들은 안 때리고, 때리지 말라며 막는 사람만 골라 때렸다”면서 “출근 전 진압해야 한다.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는 느낌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진짜 죽을 것 같았다. 용역들에게 나갈 테니 퇴로를 열어달라고 했다. 오전 6시50분쯤 퇴각하는데 곤봉에 또 맞았다”고 말했다.

김익성씨(38)는 “용역들은 짐승을 때려잡듯이 몰이식으로 노조원들을 몰아붙였다”고 증언했다. 그는 용역이 휘두른 목봉에 머리를 맞아 7바늘을 꿰맸고 손목에 타박상도 입었다. 김씨는 “용역들의 장비가 다양하고 경찰들 것과 똑같다”며 “마치 사병들 같았다”고 말했다.

■ “경찰은 우리가 맞는 걸 보고도 고개를 돌렸다”오전 5시30분 피 흘리는 노조원 보고도 경찰은 구경만

노조원들은 용역들의 2차 공격이 한창 진행되던 무렵 2층에서 유리창을 통해 경찰이 배치돼 있는 것을 봤다. 용역들이 던진 부품 때문에 유리창도 깨진 상태였다. 이호성씨(46)는 “경찰에게 ‘사람이 다쳤다’ ‘살려달라’ ‘119를 불러달라’고 소리쳤지만 경찰은 들은 척도 안 했다”며 “부상자가 피를 흘리고 병원으로 실려가는 것을 보고도 경찰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동혁씨는 “오전 5시30분쯤 한 조합원이 112에 전화를 했다. 그럼에도 경찰은 움직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영식씨(46)는 용역들에게 쫓겨 작업장 2층 창문에서 뛰어내린 뒤 공장 울타리를 넘어 도망갔다. 그는 “함께 나간 동료들이 경찰들을 향해 ‘사람이 다쳤으니까 도와달라’고 외쳤지만 경찰들은 대답도 안 하고 앞의 방패를 땅에 짚고 구경만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정씨는 “시민을 보호해야 하는 것이 경찰 아닌가요. 이번 사태로 경찰의 명예는 곤두박질쳤다”고 말했다.

■ “왜 이런 폭력이 벌어지는지 이해가 안된다”병원에서 “믿기지 않는다… 폭력 사주한 사람 숨어 있다”

조재호씨는 “병원에 온 뒤 머리는 아픈데 마음이 붕 떠 있는 느낌이다. 걱정이 많다”고 했다. 조씨는 6, 7살 딸 둘과 갓 100일이 지난 아들이 있다. 그는 “내가 16년차인데 회사 들어와 나름 열심히 한다고 했다. 회사도 열심히 해서 빵을 키운 뒤 나눠 갖자고 했다. 그런데 빵을 너무 키웠나 보다”라며 헛웃음을 지었다. 조씨는 “회사가 돈 벌 때는 우리에게 가족이라고 하고 이제 와서, 그것도 한밤중에…억울하다”고 말했다. 휴가 때 아이들과 약속한 ‘물놀이’는 물거품이 됐다고 했다.

한정록씨는 “노조는 전면파업이 아닌 부분파업을 벌이며 융통성을 보였다”면서 “사측이 그렇게 심하게 공격한 것은 지금도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한씨는 “우리 회사에서 나한테 이렇게 했다는 게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 한동안은 꿈꾸는 것 같았다. 남의 회사의 일이겠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노조원들은 “지금 언론이나 정치권에서도 거론되는 게 용역이랑 경찰에 대한 얘기”라며 “하지만 폭력을 행사하게끔 사주한 사람들에 대한 내용은 하나도 안 나와서 불만”이라고 했다. 또 “대체인력이 공급됐다고 하는데 노조원들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몰라 걱정”이라고 했다. “노조에서는 처음부터 비폭력으로 하자고 했다. 손에 아무것도 들지 않기로 했다. 깃발만 들어도 불법이라고 하는 세상에 어떻게 무기를 드나…”라고 말했다.

김향미·김경학·이혜리 기자 sokhm@kyunghyang.com

2012년 8월 3일 금요일

"사람이 맞으면 죽을 수도 있었다" 철벽 곳곳 용역이 던진 쇳덩이 자국 '움푹'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08-03일자 기사 '"사람이 맞으면 죽을 수도 있었다" 철벽 곳곳 용역이 던진 쇳덩이 자국 '움푹''을 퍼왔습니다.
[단독] '용역 폭력' 사태 그후 6일, SJM 공장에 들어가다

▲ 2일 오후 경기도 안산 SJM공장에서 앞에서 직장폐쇄로 공장에 들어가지 못하는 노조원들이 지난달 27일 새벽 용역업체 '컨택터스' 직원들의 폭력행위로 부상당한 노조원들의 사진을 들고 있다. ⓒ 권우성

▲ 직장폐쇄된 경기도 안산 SJM공장에서 용역업체 '컨택터스' 직원들이 정문에서 근무 교대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 권우성

2일 오후 SJM 현장을 방문한 민주통합당 김현, 은수미, 장하나, 진선미 의원은 쇳덩이가 벽에 부딪힌 흔적을 보며 경악했다.

"철벽이 이렇게 될 정도인데 사람이 맞으면 죽을 수도 있었다!"

지난 7월 27일 깊은 새벽, 공장으로 용역들이 쳐들어왔다. 조동주씨는 시위진압 경찰복장과 똑같이 차려입은 용역들이 곤봉을 휘두르며 달려오는 것을 보고 놀라 공장 2층 사무실로 올라갔다. 그때 밑에서 날아온 쇳덩이에 얼굴을 맞았다. 자신이 만들던 자동차 부품 '벨로우즈'였다.

▲ 지난 7월 29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 조합원이 지난 27일 SJM과 만도 공장 직장폐쇄 당시 용역들이 던진 자동차 부품 '벨로우즈'를 들고 있다. ⓒ 최지용

입술이 찢어지고 피가 흘렀다. 뒤이어 쇠막대기, 코일 뭉치 같은 날카로운 쇠붙이가 계속 날아왔다. 조씨가 피하자 이 물체들이 벽에 '쾅쾅' 부딪치며 흠집을 냈다. 그는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도망쳤다. 의원들이 경악한 벽에 흔적들은 이렇게 생긴 것이었다.

용역업체 '컨택터스'가 진입한 경기도 안산 반월공단의 자동차 부품업체 SJM공장은 처참했다. 민주당 의원 4명은 어렵게 SJM 공장 안으로 들어갔다. 용역 투입과 직장폐쇄 이후 굳게 닫혀 접근을 불허했던 공장문이 처음으로 외부인에게 열린 것이다. 대상은 오직 국회의원과 보좌진뿐. 회사측은 언론의 진입을 막았지만, 기자 중 한 명이 유일하게 들어가는 데 성공했다.

최초로 공개되는 SJM 내부 모습... 곳곳에 남아있는 폭력 흔적들

▲ 컨택터스 용역들이 던진 쇠붙이에 맞아 깊에 파인 벽면 흔적에 진선미 민주통합당 의원이 손을 대보고 있다. ⓒ 김희진

▲ 컨택터스 용역 직원들이 던진 쇠붙이에 맞아 철제벽이 패여있다. ⓒ 최지용

공장은 컨택터스 직원들이 점령하고 있었다.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공장 입구에서 보초를 서는 것은 물론 수십 명의 용역 직원들이 공장 마당 곳곳에 무리지어 서 있었다. 검은 모자와 검은 티셔츠를 착용하고 방패를 세워 든 차림이었다.

생산현장 내부도 예외는 아니었다. 공장 라인 곳곳에서 검은 옷을 입은 용역 직원들이 자유롭게 활보하고 있었다. 이들은 공장 안으로 들어가려는 의원들을 막아섰다.

김현 의원은 "대체 이게 무슨 짓이냐, 국회의원에게 이럴 정도면 노동자에게는 오죽 했겠느냐"며 소리쳤다. 장하나 의원은 "회사가 어떻게 회사의 노동자들을 다치게 한 용역들을 아직까지 공장에 배치시킬 수 있느냐"면서 "컨택터스가 현장을 지키고 서있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는 상황"이라며 분노했다. 이날 의원들과 동행한 기자들도 공장 안으로 들어갈 수 없게 막으면서 실랑이가 있었다.

▲ 용역업체 '컨택터스' 직원들이 방패를 들고 SJM 공장 입구에 배치되어 있다. ⓒ 권우성

▲ 컨택터스 용역들이 SJM공장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이고 있다. ⓒ 김희진

사무실로 연결되는 2층 통로는 성인 남성 두 명이 나란히 걷기 어려울 만큼 비좁았다. 용역들의 진입 당시 1층 라인에 있던 노동자들은 이 계단을 이용해 피신했다. 계단 벽면에는 쇳덩이들이 남긴 상흔들이 즐비했다.

사무실에 들어서니 곳곳에 쇠붙이들이 눈에 띄었다. 벨로우즈 수십 개가 책상 위에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부서진 책상과 물품들은 이미 밖으로 옮겨진 뒤였고, 조합원들이 깨고 탈출했다는 창문은 이미 유리가 교체되어 있었다.

조합원들의 설명에 따르면 폭행을 당하던 조합원 일부가 용역을 피해 2층 창문에서 뛰어 내렸다. 창문 밖 풀밭 위에 철근 사다리가 아무렇게나 놓여져 있었다. 그 오른편으로는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고압전류관이 보였다. 너무 다급한 나머지 감전의 위험을 무릅쓰고 전류관을 향해 뛰어든 것이다.

이날 부상을 입은 조합원은 총 44명. 그 가운데 11명이 4주~8주 진단을 받고 입원치료 중이다. 하지만 회사의 대표이사나 노무관리이사 그 누구도 다친 노동자들을 위해 병문안을 가거나 안부전화 한 통 넣지 않았다.

회사 노무관리이사 "할 수 있겠냐?"-컨택터스 "할 수 있다"... 곧바로 진입

이날 현장조사에서는 사측이 이번 폭력사태를 사실상 사주하고, 경찰 역시 이를 묵인·방관한 정황이 확인됐다. 의원들은 SJM의 대표이사와 민아무개 노무관리이사, 우문수 안산단원경찰서장을 현장으로 불러 관련 내용을 추궁했다.

직장폐쇄를 주도한 인물이 누구였냐는 의원들의 질문에 민 노무관리이사는 자꾸 말을 번복했다. 경찰에 신고한 것보다 2시간 먼저 용역이 공장에 들이닥친 것에 민 이사는 "컨택터스 측에서 결정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곧 추가 질문이 들어오자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말을 바꿨다. 당일 컨택터스는 용역들을 오전 6시 공장에 배치한다고 경찰에 신고했으나 이보다 2시간여 빠른 오전 4시 공장에 들어갔다.

당시 조합원들이 무장을 하고 있었다는 컨택터스 측의 주장과 같은 말이 민 이사의 진술에서도 나왔다. 민 이사는 용역을 투입하기 전 조합원들을 타이르기 위해 접근했을 때 "조합원 일부가 못이 박힌 방망이와 소화기를 들고 있었다"고 말했다. 소화기를 들고 있었던 조합원이 누구였는지 묻자 "어둡고 멀리 있어서 자세히 보이지 않았다"는 말을 번복했다. 경찰은 "사진이나 동영상 등 당시 상황을 보여주는 어떤 증거물에서도 무장한 조합원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이와 관련해 추가 조사를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질의 내용을 바탕으로 의원들은 "민 이사가 '추정적 승낙'을 통해 이번 사건을 진두지휘한 것과 다름없다"고 결론 내렸다. 예상보다 현장에 노조원들의 수가 많다는 사실을 파악한 민 이사가 컨택터스 측에 "할 수 있겠냐?"라고 질문했고, "할 수 있다"는 컨택터스의 대답으로 사업장 폐쇄가 진행됐다는 것이다.

▲ 안산 SJM공장에 배치된 용역업체 '컨택터스' 직원들. ⓒ 권우성

경찰도 의원들의 질책을 받았다. 컨택터스라는 용역업체가 들이닥친다는 사실을 미리 알았고 업체의 과거 행적을 봤을 때 충분히 폭력사태와 같은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음을 예상했음에도 미온적으로 대응했다는 것이다. 오전 5시 30분 현장에 도착한 경찰이 내부에서 폭행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의원들은 "경찰의 직무유기"라고 따졌다.

이에 경찰서장은 "5시 30분 도착했을 때 2차 충돌이 있었는데 안에 상황을 몰랐다"며 "조사하다 보니 현장에 출동한 중대장이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 저는 정문 쪽에 있어서 몰랐다"고 말했다. 지나가는 행인이 112에 신고를 했음에도 아무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을 의원들이 지적하자 "보고가 들어오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건지 파악해 보라고 하니까 2차 충돌이 있던 것 같다고 정보과장이 말해줘서 그때야 알았다"고 답했다.

1미터 넘는 거대한 곤봉 무더기.... 컨택터스 "차기만 하고 사용은 안해"

▲ 장하나 의원과 진선미 의원이 공장 앞 마당에 세워진 '컨택터스' 장비차량에서 곤봉을 확인하고 있다. ⓒ 권우성

현장을 둘러보는 가운데 마당에 세워진 컨택터스 차량 3대를 발견했다. 3대 차량 모두 짐칸 문이 굳게 닫힌 상태였다. 의원들의 주도로 문이 열리자 한쪽에 상자들이 쌓여 있는 것이 보였다.

밀봉된 상자를 열어보니 컨택터스 직원들이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곤봉들이 잔뜩 담겨 있었다. 허리춤에 찰 수 있는 팔뚝 길이의 곤봉뿐 아니라 적어도 1미터가 넘는 거대한 곤봉들도 무더기로 발견됐다. 의원들이 "곤봉을 소지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지적하자 컨택터스 측은 "불법 아니다, 차기만 하고 사용은 안했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와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의원들로 구성된 '폭력용역업체 진상조사단'은 이날 현장조사를 바탕으로 "이번 폭력사태와 공격적 직장폐쇄의 책임을 엄중히 물게 하겠다"고 밝혔다.

▲ 용역업체 '컨택터스'의 폭력행위를 현장조사한 민주통합당 진선미, 김현, 은수미, 장하나 의원이 취재진에 조사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 권우성

▲ 민주통합당 의원들이 경기도 안산 SJM공장 현장조사에 나선 가운데, 공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노조원들이 정문앞에서 규탄구호를 외치고 있다. ⓒ 권우성

최지용(endofwinter)
김희진(journalisth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