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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29일 금요일

청와대 "MB정부, 건전재정 위해 세입 부풀려"


이글은 프레시안 2013-03-28일자 기사 '청와대 "MB정부, 건전재정 위해 세입 부풀려"'를 퍼왔습니다.
올해 성장률 2.3% 낮춰…추경 등 경기부양 시동

박근혜 정부가 첫 경제정책점검회의를 기점으로 경기 활성화 드라이브를 걸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28일 자신이 직접 주재한 이 회의에서 경기 활성화와 재원마력 대책을 주문했고, 청와대와 정부는 부동산 종합대책과 10조 원 가량의 추가경정(추경)예산 편성 계획을 다음 주부터 순차적으로 발표할 계획이다.

박 대통령은 "보다 적극적인 경기대책을 통해 경기를 활성화시키고, 부동산 시장 정상화, 체감물가 안정, 서민금융 확충을 비롯한 시급한 민생문제에 신속히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경기 부진에 따라 서민경제 주름살을 펴는 일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정부는 당초 3% 성장을 예상했던 올해 경제 전망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7분기 연속 전기 대비 0%대 저성장 흐름이 지속되는 가운데, 본격적 회복이 지연"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실물경제는 작년에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낮아졌다"며 "(성장률이) 2.3%까지 떨어질 걸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조 수석은 향후 정부의 경제정책 시간표와 관련, "가장 급한 것이 부동산 대책"이라며 "다음 주(4월 1주)에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조 수석은 부동산 대책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조 수석은 이어 "그 다음 주(4월 2주)에 추경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박 대통령의 '경기 활성화' 지시를 이행할 가장 우선적인 방책으로 꼽힌다. 예상되는 추경 규모에 대해 기자들이 '10조 이상인가?'라고 묻자 조 수석은 "그렇다"고 했다. 이날 회의 이후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서울 정부종합청사에서 성장률 조정과 추경예산, 주요 경제정책 등 관련 내용을 설명하는 기자간담회를 갖고 정부의 입장을 공식 발표했다.

추경 규모 왜 커지나?…청와대 '세입에 구멍 뚫려 불가피'

추경 규모가 예상보다 커진데 대해 조 수석은 현재 예산에 과다계상된 세입을 바로잡는 것만 반영한다 해도 "미니멈(최소) 6조 원"이라고 했다. 여기에 세외(稅外)수입도 예상보다 줄 것이며 세출예산도 증가 가능성이 있다. 구체적 추경 규모는 4월 2주 발표 때까지 기다려야 알 것이라며 "세출(증액)이 필요할지 판단해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조 수석은 "작년에 통과된 올해 세입 예산에서 상당한 과다 계상이 있다"며 "세출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라도 세입 감경 추경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산안 상에 나타나 있는 과다계상 규모에 대해 조 수석은 "내국세에서만 6조 원 정도"라며 그나마 이 6조라는 숫자도 "올해 성장이 3%에서 2.3%로 떨어지는 것을 고려하지 않은 수치"라고 했다.

조 수석은 이같은 '구멍'이 발생한 이유에 대해 "작년의 경우 예산보다 결산 세수가 적다. 부가세만 해도 목표보다 낮다"면서 "작년 경기가 나빴기 때문에 올해 소득세 법인세도 생각보다 낮지 않겠나"고 했다.

세외 수입 가운데 산업은행·기업은행 매각 대금으로 잡혀 있는 7조7000억(산은 2.6조, 기업 5.1조)도 문제다. 조 수석은 지금의 세입 규모는 "기업은행과 산업은행 민영화가 반영된 수치"라며 "'민영화 한다, 안 한다'를 떠나, 제대로 팔릴 수 있는 건지, (팔린다 해도) 원래 계산한 만큼 받을 수 있는 건지 불투명하다"고 우려했다.

이같은 '세입 구멍'은 올해 초 여야 간의 예산안 협상 당시 야당이 제기했던 우려가 현실화된 것이다. 당시 협상에서 민주당 예결위 간사인 최재성 의원은 "여당과 정부가 제출한 예산은 처음부터 세입이 과다계상됐다"며 "팔리지도 않을 인천공항, 산업은행에 4600억, 2조6000억의 세입을 잡아놨다. 안 팔리면?"이라고 하기도 했다.

때문에 국회에서의 추경예산 편성 논의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 수석은 "(이대로 가면) 하반기에는 예산에 담겨 있어도 세출을 하지 못하는 결과가 생긴다"면서 "그런 상황을 미리 앞당긴다면 오히려 국채 시장의 투명성,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될 것이라고 선제적 세입 추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최소 6조 원 이상의 국채를 발행하자는 이같은 정부 방안에 대해 야당은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올해 초 예산안 협상 과정에서 여당이 제의했던 2~3조 원 규모의 국채 발행에 대해서도 민주통합당은 반대했었다. 대신 민주당은 증세를 해서 세입 자체를 늘리자는 입장이지만, 박근혜 정부는 증세에 부정적이다. 여야 대립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28일 경제정책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MB정부 재정 건전성, 허구?

청와대의 세입 추경에 대한 입장은 이명박 정부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예산안에 대한 반성에서부터 출발한다. 조 수석은 실제로 "(지난 정부가) 건전재정을 위해 세입을 과다계상한 측면이 어느 정도 있다"고 했다.

또 조 수석은 "경제 활성화라기보다는 경제 '정상화'"라며 "체감 경기와 정책이 목표로 하는 것 사이에 괴리가 있다. (이를) 바로잡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고도 했다. 기자들이 농담조로 '그러면 이명박 정부는 비정상이었나?'라고 물은데 대해서도 그는 웃지 않고 "경제상황 인식과 재정 같은 부분이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는 인식"이라며 "국민들이 체감하는 눈높이에 경제정책을 맞춰야 한다"고 재강조했다.

'MB 지우기'는 민생경제 대책 부분에서도 나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해 1월 품목별로 국·실장급 담당자를 지정해 물가를 관리하라고 했던 '물가안정책임제'는 이번 회의에서 폐기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청와대가 사전 배포한 회의자료에는 물가 대책과 관련해 "유통구조 개선 등 구조적 물가 안정에 주력"하겠다면서 "품목별 물가관리를 폐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는 이 외에 올해 주요 경제정책 과제로 상반기에 재정 조기집행을 목표치인 60% 이상 초과 달성하고, 사회간접자본(SOC) 분야 등 공공기관 투자를 1조 원 수준에서 확대하는 등 거시정책을 적극적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금융정책에서는 중소기업 정책금융과 수출금융을 상반기에 60%까지 조기집행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4월 초 종합대책이 발표될 부동산 분야와 관련해서는 '부동산 시장 정상화'라는 기조 아래 "공공부문 주택공급을 탄력 조정하고 규제완화, 취득세·양도세 등 세 부담 완화와 실수요자 주택자금 지원 확대"가 과제로 제시됐다.

주요 대선 공약이었던 경제민주화와 '창조경제' 관련 내용은 민생 및 재정대책에 비해 이날 정부 발표에서는 후순위로 밀렸다. 경제민주화와 관련해서는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와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대선후보 시절부터 나왔던 내용만이 되풀이됐고 실행 시간표는 빠져 있었다. 창조경제와 관련해서는 IT 활용, R&D 활성화 등을 통한 '서비스산업 발전방안'을 5월 중에, 창업·벤처 활성화를 위한 성장단계별 지원 방안을 6월 중에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재원 마련 방안은? 정부, 이르면 4월중 발표

한편 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국정과제를 이행하는데 있어 재원을 마련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국민 입장에 서서 세입·세출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하겠다는 차원으로 재원 마련 방안을 추진해 나가야 하겠다"고 강조했다.

조원동 수석은 "4월 말이나 5월 초 재원대책회의를 계기로 앞으로 이 정부의 공약을 실현시키기 위해 어떤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보다 분명히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조 수석은 이와 관련해 "공약의 취지를 다 살리고 담아야 하고 재원도 좀 줄이면서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기재부 2차관이 위원장을 맡는 조세개혁추진위원회를 통해 중장기 세입확충 방안을 마련하고 비과세 감면 축소와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통해 5년간 53조 원 수준의 추가세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또 재정개혁위원회를 통해 향후 5년간 81.5조원 수준의 세출 구조조정을 추진한다는 계획도 발표됐다.


 /곽재훈 기자

2013년 3월 17일 일요일

아베노믹스, 가라앉는 일본열도 구할까


이글은 이코노미인사이트(Economy Insight) 2013-03-01일자 제35호 기사 '아베노믹스, 가라앉는 일본열도 구할까'를 퍼왔습니다.
[Trend] 경기부양에 사활 건 일본, 어디로 가나

펄럭이는 일장기 너머로 일본 도쿄항 컨테이너 부두가 보인다. 일본 정부는 엔화 가치 절하를 통해 수출 경쟁력 확보를 꾀하고 있다. 뉴시스 REUTERS

일본 디플레 탈출 위해 무차별 양적완화… 악재 많아 성공 여부 미지수

일본의 아베 신조 정부가 무차별적 양적완화에 나서고 있다. 엔화 가치 하락을 통해 물가를 끌어올리고 수출 경쟁력을 회복하려는 '아베노믹스'다. 일단은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엔화 가치는 하락했고 주가는 올랐다. 그러나 낙관하기는 이르다. 막대한 재정 적자와 국채 이자 부담 증가가 당장의 과제다. 소비세 인상을 앞두고 국민이 지갑을 닫을 가능성도 있다.

장환위 張環宇 (신세기주간) 기자

지난해 12월26일 일본 자민당의 아베 신조 총재가 총리에 취임했다. 유력 정치가문 출신으로 강경 매파를 대표하는 그는 취임 초기부터 급진적 면모를 보였다. 자국 통화의 무제한 양적완화를 선언했을 뿐 아니라 대담한 인플레이션 목표를 제시해 주목을 받았다.
1990년대 부동산 거품이 꺼진 뒤 일본 경제는 잃어버린 세월을 보냈다. 부동산 가격은 계속 하락했고 시시때때로 디플레이션 문제가 불거졌다. 인구 고령화와 산업공동화는 경제의 활력을 꺾어버렸다. 역대 정부가 끊임없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기대할 만한 효과는 거두지 못했다.
아베 총리가 취임 초기부터 경제를 살리겠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시장의 의구심은 사라지지 않았다. 아베 총리의 개혁 조치가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 양적완화가 꺼져버린 일본 경제의 엔진에 다시 불을 붙일 수 있을까? 인구 고령화와 경제의 활력 부족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까? 잦은 지도부 교체로 유명한 일본 정치계가 새로 취임한 아베 총리에게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할까? 취임 초기부터 제기된 여러 의문점은 그의 임기 동안 계속 따라다닐 것이다.
지난 10여년간 일본 경제에는 디플레이션의 먹구름이 가시지 않았다. 이 때문에 역대 정부는 모두 디플레이션에 대응하고 엔화의 평가절상을 억제하는 것을 최대 정책목표로 설정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실업률이 개선되고 경제성장을 유지하는 단계에서도 전반적으로 물가는 오르지 않았다. 오히려 일본 정부는 과도한 외환시장 개입으로 주변국의 심기를 건드렸고 환율은 억제할수록 상승했다.

낙관과 비관 교차하는 아베노믹스

아베 총리 역시 취임 뒤 엔화 절상을 억제하고 물가를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다른 정치인들과 다른 점이라면 물가상승률 목표를 2%로 설정했다는 점이다. 종전까지 일본 중앙은행이 설정한 목표는 1%에 그쳤다. "물가 목표를 2%로 설정한 것은 좋은 일이지만, 목표를 실현할 방법이 없는 것이 문제다." 일본 스미모토신탁의 시장 애널리스트 아야코 세라는 "자산 가격의 상승을 통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모습이 아베 정부와 이전 정부의 차별화된 점"이라고 했다. "물론 성공하면 좋겠지만 그만큼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자산 거품이 만들어질 수 있고 거품이 꺼지면 더 참담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급진적 이미지를 등에 업고 취임한 아베 총리에 대한 각계의 평가가 엇갈리지만 경제를 전환하기 위한 새로운 정책은 주목받기 시작했다. 닛세이기초연구소의 사이토 타로 경제조사실장은 "지속적인 양적완화가 필요하지만 양적완화에만 의지해서는 인플레이션을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수요 부족 상태에 빠진 경제부터 손을 써야 한다. 수요 부족을 해결하려면 성장 전략부터 마련해야 한다."
일본이 디플레이션의 악순환에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인구 고령화와 생산성 저하를 주된 이유로 꼽는다. 릿쿄대학 경제연구소 후카오 교지 교수는 자신의 저서에서 일본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975∼90년 평균 4%를 기록했지만 1990∼2006년에는 1.3%로 떨어져 2.7%포인트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그 가운데 1.2%포인트는 생산성 하락에서 비롯됐고 1.1%포인트는 1인당 노동시간의 감소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교지 교수는 "생산성 하락에 대응해 정부는 생산성이 높은 기업의 규모를 확대하고 생산성이 낮은 기업을 축소하거나 가동을 중단시켜 경제의 신진대사를 개선하고 자본과 기술 집약형 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각 기관을 구조조정하거나 교육하는 등의 방식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노동시간 감소 요인에 대해서 교지 교수는 "고령화와 비정규직 노동자 증가 현상은 앞으로도 장기간 지속될 것이기 때문에 수요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노동생산성을 높여도 1인당 노동시간 감소로 인한 손실을 상쇄할 수 없다"고 했다. 이 때문에 고령 인구의 재취업을 촉진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구가 지금의 절반으로 줄었을 때 1인당 GDP가 변하지 않았다고 가정하면 전체 GDP도 절반으로 급감하게 된다. 인구가 계속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 기업은 안심하고 설비 투자를 진행할 수 없어 투자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따라서 인구가 더 이상 줄어들지 않을 것이란 안도감을 줘야 한다." 도카이도쿄증권 사이토 미쓰루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인구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선 적극적으로 출산을 장려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 일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1∼2년 사이에 해결할 수 없고 최소 10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된다."
여기에 일본 제조업의 해외 이전으로 산업공동화 위험마저 가중되고 있다. 특히 최근 몇년 사이 엔화가 크게 절상되면서 이런 위험이 증폭됐다. 수입 상품의 가격이 계속 하락하면 일본 내 물가 역시 심각한 영향을 받아 디플레이션 압력이 상승하고 기업의 수익률이 떨어질 것이다. 이 때문에 '디플레이션 파이터' 이미지로 중무장한 아베 총리는 엔화 절하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본 정부가 단기간에 산업정책을 통해 해외로 나간 산업을 돌아오게 만드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오히려 신흥 산업 지원과 새로운 시장 개척에 중점을 두는 정책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JP모건체이스의 간노 마사아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엔화 절하를 통해 물가를 끌어올리는 것은 한계가 있고 다음 개혁을 위한 시간을 벌 수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각종 산업 규제를 완화하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자유무역협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지적했다. "TPP에 참여하지 못하면 구조 개혁도 추진할 수 없다. 반대 목소리가 있는 상황에서 아베 총리가 조기에 TPP에 참여할 수 있을지 여부가 관건이다. 일본이 국내 생산성을 끌어올리려면 생산성과 함께 국제 경쟁력을 갖춘 산업에 자원을 배분해야 하는데, 이런 목표에서 보면 TPP의 위상이 매우 중요하다."

지난 2월12일 일본 도쿄 외환시장의 TV 모니터에 아베 신조 총리가 연설하는 모습이 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는 취임과 동시에 대규모 양적완화를 단행해 엔화 가치 절하에 나섰다(왼쪽). 지난 1월 할인 행사를 알리는 문구가 내걸린 일본 도쿄 긴자의 쇼핑 거리를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뉴시스 REUTERS

에너지·바이오에서 살길 찾아야

사이토 타로 교수는 일본이 전통 제조업에 큰 기대를 걸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조업과 가공업은 신흥국도 할 수 있기 때문에 경쟁할 수 없다. 일본이 앞으로 기대할 수 있는 산업은 에너지다. 일본은 지금까지 에너지가 없는 국가로 알려졌지만 일본 주변에서 새로운 에너지를 찾아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에너지란 석유나 천연가스가 아닌 태양광이나 전자파를 에너지로 전환하는 기술 등 전혀 새로운 에너지를 뜻한다. 또한 아야코 애널리스트는 일본이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하되 기술혁신에 기반을 둔 경쟁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령사회에 접어들어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일본 내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바이오의약과 자동차 등 첨단 제조업 분야에 가능성이 있다."
개혁을 기대할 수 있는 또 다른 분야는 부동산 시장이다. 일본의 부동산업은 1990년대에 큰 좌절을 겪은 이후 지금까지 '대차대조표'를 회복하는 과정에 있다. 오사카나 도쿄 상업지구의 토지가격지수를 보면 1990년대를 전후해 각각 260과 240의 최고점을 찍은 뒤 하향 곡선을 그렸다. 지금은 각각 55와 66까지 떨어진 상태다. 지난 1월4일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의 니시무라 기요히코 부총재는 미국경제학회 총회에서 "일본의 부동산 가격이 과도하게 하락했지만 인구 고령화로 인해 부동산 가격은 실제 가치와 더 많은 격차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침체된 부동산 시장을 겨냥한 정부의 정책적 노력은 이미 시작됐다. 일본 정부는 1천억엔 규모의 부동산투자기금을 조성해 상업용 부동산과 주택에 투자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법이 명확하지 않다. 효과를 확인할 방법도 없지만 규모로 봤을 때 전체 부동산 시장을 움직이기엔 부족한 것 같다"고 일본의 한 대형 부동산중개회사 대표는 말했다. 일본 부동산 임대료의 명목수익률은 낮지 않지만 유지 비용도 결코 낮지 않아 부동산 시장의 투자 열기를 되살리기 위한 길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아베 총리 앞에 놓인 또 다른 난제는 장기적인 재정건전성과 국채 발행을 통한 재원 조달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추산에 따르면, 2012년 일본 정부의 부채 규모는 GDP의 237%에 달했다. 국내 투자자가 많아 유럽에서와 같은 투매 현상이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채무와 재정 적자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 국채에 대한 시장의 태도가 언제까지나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이는 결국 피할 수 없는 리스크가 됐다.

양적완화, 그리스 사태 초래할 가능성도

일본 국채를 매입한 주체가 대부분 국내의 대형 금융기관이기 때문에 일본 국채 수익률이 크게 상승하면 이 기관들은 해외 보유 자금을 줄일 수밖에 없다. 해외 자금에는 장기간 보유해온 미국 국채도 포함된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세계 금융시장에 큰 폭풍이 몰아칠 것이다. 일본 국채시장은 '자급적'인 특징을 지녔기 때문에 정부의 재정 안정성에 리스크가 집중된다. 즉, 일본 경제가 자금조달 비용을 크게 앞지를 수 있을 만큼 성장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아베 정부가 출범한 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0.08%의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0.08%를 기준으로 단순 계산해보면 일본의 경제성장률이 2%를 넘겨야 국채 이자 부담을 감당할 수 있다. 하지만 사회복지 수준이 높고 고령화가 심각한 국가가 그만큼 안정적 성장세를 유지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일본 정부도 리스크를 인식하고 있다. 아베 총리가 무제한적 양적완화 방안을 갖고 취임한 뒤 아마리 아키라 일본 경제재정·경제재생 장관은 "일본 정부의 단기 과제는 경기 활성화"라고 말했다. 또한 장기적 재정 목표를 수립해 재정 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시장에 전달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허용 한도를 높이고 무제한적 적자를 감수하는 통화정책 앞에서 이런 설명은 무력해 보인다.
1990년대 거품 경제가 꺼진 이후 민영화와 정부 규제 완화 등 구조적 개혁을 추진해야 했지만 지금까지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았다. 지금 당장 개혁을 추진한다 해도 단기간에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다. 성과에 목마른 아베 총리가 재정정책은 물론 중앙은행의 통화정책마저 완화해 경제 활성화를 꾀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사실 산업공동화로 인해 일본 내 기업의 경쟁력과 수익성이 크게 하락했다. 여기에 인구 고령화 문제가 불거지면서 노인연금과 의료 등 사회복지로 인한 재정적 부담이 가중됐다. 구미 국가와 마찬가지로 일본이 재정 리스크를 줄이려면 재정 수입을 늘리고 지출을 줄여야 한다. 아베 정부가 선거 과정에서 '잃어버린 국민소득 50조엔 만회'를 공약으로 내걸고 소득 격차 축소와 성장을 통한 부의 창출을 정책 방향으로 설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아베 정부의 급진적 전략은 채권시장에서 그리스와 비슷한 사태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공교롭게도 아베 정부가 제시한 물가 목표 2%가 달성되는 순간 채권시장이 가장 위험해질 것이다." 간노 마사아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해 현재 중앙은행이 설정한 목표치인 1%를 넘기면 채권시장이 술렁이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에 예금이 있어도 국내에서는 대출해줄 곳이 없어 결국 국채를 매입할 수밖에 없다.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하면 예금이 은행에서 이탈할 것이고 가장 위험한 순간이 될 것이다."
아야코 세라 애널리스트는 최근 20~30년 만기 국채에 대한 매수 주문이 있었지만 10년 만기 국채도 수요가 많다고 전했다. 국채시장의 수급 구조를 봤을 때 일본 국채를 대량 투매하는 현상은 일어나지 않았다. 계절적 요인 외에 경상수지 흑자 기대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고 국내에 막대한 예금이 있어 그리스 같은 국가와는 상황이 확연하게 다르다. "물론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으면 일본도 결국 그리스처럼 될 것이다."
2014년 소비세를 인상하는 법안이 통과됐지만 일본 정부가 올가을 최종적인 판단을 내려야 한다. 아야코 애널리스트는 "정부가 소비세를 올리지 않으면 국채 등급이 하락해 일본 재정의 위험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이토 미쓰루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국채 수익률이 빠르게 상승해도 일본 정부는 이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해소할 수단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아베 정부가 적자 통화정책을 시행하더라도 언젠가는 이런 정책을 중단할 것이라는 신호를 꾸준히 시장에 보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골드만삭스 수석이코노미스트 나오히코는 "새 내각의 급진적인 양적완화 조치가 엔화의 과도한 절상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조치는 재정 안정을 추구하는 일본 정부에 많은 문제점을 가져오겠지만, 새 내각이 정부의 인건비 지출을 줄이는 등 다양한 약속을 이행한다면 부정적 영향을 일부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월 한 남성이 일본 도쿄의 일본은행 앞을 지나가고 있다. 일본은행은 중앙은행 고유의 의무인 물가 안정을 버리고 2% 물가 상승 목표를 설정해 무제한으로 통화 완화를 실시하기로 했다. 뉴시스 REUTERS

나오히코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양적완화를 실시하면 2013년 회계연도에 일본 경제가 안정적으로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새 내각이 원자력 문제 등 다른 정책을 대하는 태도 역시 경제회복에 초점이 맞춰지게 될 것이다. 아베 총리는 선거에서 승리한 뒤 민주당이 제시한 원자력발전소 신축 불허 및 2030년까지 원자력발전을 완전히 중단하겠다는 방침을 수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아베 정부가 원자력발전소를 재가동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가면 액화천연가스 등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질 것이다. 이 경우 에너지 수입 가격이 예상보다 많이 하락하면 호재로 작용할 것이다."
과거에도 일본 총리를 지냈던 아베 신조는 공약을 통해 선거에서 승리하면 양적완화 조치를 추진하고 엔화 가치 상승 억제를 주요 정책목표로 설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선거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시장에서는 엔화 투매 광풍이 불었다. 2012년 11월 초 80엔 수준이던 달러 대 엔화 환율이 90엔을 돌파해 2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기간에 엔화 절하폭은 10%에 달했다. 이와 함께 닛케이지수는 큰 폭으로 올라 11월 중순 8700포인트 부근에 머물던 닛케이225지수는 단번에 1만포인트를 훌쩍 넘겼다. 일본 중앙은행과 아베 내각이 손잡고 디플레이션에 대항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장에서는 주식을 사들이려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기업의 수익 상황을 보면 아직까지 수익률이 개선됐다는 뚜렷한 움직임은 없다. 중국과 일본의 외교관계 악화로 인해 무역이 위축됐고 글로벌 경제 회복의 불확실성이 잠재돼 있어 외부 수요도 회복되지 않았다.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는 현실 역시 일본 경제 회복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새 정부의 정책적 구호 앞에서 시장은 이런 모든 상황을 간과하고 있다.
BOA·메릴린치가 지난 1월 글로벌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일본을 바라보는 기관투자가들의 태도에 변화가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설문에 응답한 펀드매니저 가운데 20%가 '일본 주식의 비중을 줄였다'고 응답했지만 올 1월에는 그 비율이 3%를 기록해 시장의 투자 선호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또한 이번 조사에서는 '일본이 가장 저평가된 시장'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상승했다. 다시 말해 글로벌 투자가들은 앞으로 일본 기업의 수익 전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셈이다.

국채시장 뒤흔들 위험한 뇌관

정부 처지에서 보면 엔화 절하 정책은 합리적인 선택이다. 엔저는 수출 경쟁력을 높이고 엔화로 표기된 수입 상품의 가격이 올라가 국내 디플레이션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 물가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아베 내각 입장에서도 중요한 사항이다. 그러나 이런 조치는 장차 일본 경제에 화근이 될 수 있다. 잦은 시장 개입으로 중앙은행 정책에 대한 시장의 반응을 둔화시킬 수 있다. 양적완화에만 의지한 구두 개입으로 지속적으로 엔화 가치를 끌어내릴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번의 엔화 절하는 예상한 일이었지만 속도가 너무 빨라 사람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이번 평가절하는 적정 수준을 회복한 부분이 많다. 종전에 엔화 가치가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가 강력하게 추진하는 것도 이런 요인이 크게 작용했고 그 결과 엔화 가치가 크게 하락했다." 지아셩그룹의 한 외환분석가는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가파르게 엔화 가치가 떨어진 이후 엔화 절하의 동력이 약화됐다. 일부 분석가들은 이에 발맞춰 해외 자산이 일본으로 복귀하면 엔화 가치가 다시 상승세를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이탈리아 대선 등 유럽의 각종 잠재된 리스크도 엔화 동향에 불확실성을 가져올 수 있다. 사이토 미쓰루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렇게 지적했다. "과도한 평가절하가 일본 경제에 반드시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보장은 없다. 일본경제단체연합회 등 재계에서도 엔화의 과도한 절하는 수입 원가를 상승시키기 때문에 일정 기간에 이르면 정부가 엔화 가치 하락을 억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110~120엔까지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앞으로 일본이 적극적으로 에너지를 개발하면 무역 적자를 줄이고 경상수지 흑자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아베 내각이 몰고 온 바람이 잠잠해지면 엔화는 외국 중앙은행의 움직임에 더 많은 영향을 받을 것이다. 간노 마사아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엔화 절하는 고평가된 엔화 가치를 조정한 것이고, 앞으로 계속 큰 폭으로 절하가 진행될 경우 엔화 가치가 오히려 저평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엔화의 동향은 두 요인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첫째는 일본 중앙은행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보다 더 적극적으로 양적완화 조치를 추진할지 여부다. 둘째는 미국 경제가 조기에 회복하고 통화를 거둬들일지 여부다. 두 요인이 충족되면 엔화는 더 쉽게 평가절하될 것이다.

ⓒ 新世紀週刊 2013년 3호(제537호) 日本經濟未脫困 번역 유인영 위원

2013년 3월 10일 일요일

아베노믹스, 가라앉는 일본열도 구할까


이글은 이코노미인사이트(Economy Insight) 2013-03-01일자 기사 '아베노믹스, 가라앉는 일본열도 구할까'를 퍼왔습니다.
[Trend] 경기부양에 사활 건 일본, 어디로 가나

펄럭이는 일장기 너머로 일본 도쿄항 컨테이너 부두가 보인다. 일본 정부는 엔화 가치 절하를 통해 수출 경쟁력 확보를 꾀하고 있다. 뉴시스 REUTERS

일본 디플레 탈출 위해 무차별 양적완화… 악재 많아 성공 여부 미지수

일본의 아베 신조 정부가 무차별적 양적완화에 나서고 있다. 엔화 가치 하락을 통해 물가를 끌어올리고 수출 경쟁력을 회복하려는 '아베노믹스'다. 일단은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엔화 가치는 하락했고 주가는 올랐다. 그러나 낙관하기는 이르다. 막대한 재정 적자와 국채 이자 부담 증가가 당장의 과제다. 소비세 인상을 앞두고 국민이 지갑을 닫을 가능성도 있다.

장환위 張環宇 (신세기주간) 기자

지난해 12월26일 일본 자민당의 아베 신조 총재가 총리에 취임했다. 유력 정치가문 출신으로 강경 매파를 대표하는 그는 취임 초기부터 급진적 면모를 보였다. 자국 통화의 무제한 양적완화를 선언했을 뿐 아니라 대담한 인플레이션 목표를 제시해 주목을 받았다.
1990년대 부동산 거품이 꺼진 뒤 일본 경제는 잃어버린 세월을 보냈다. 부동산 가격은 계속 하락했고 시시때때로 디플레이션 문제가 불거졌다. 인구 고령화와 산업공동화는 경제의 활력을 꺾어버렸다. 역대 정부가 끊임없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기대할 만한 효과는 거두지 못했다.
아베 총리가 취임 초기부터 경제를 살리겠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시장의 의구심은 사라지지 않았다. 아베 총리의 개혁 조치가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 양적완화가 꺼져버린 일본 경제의 엔진에 다시 불을 붙일 수 있을까? 인구 고령화와 경제의 활력 부족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까? 잦은 지도부 교체로 유명한 일본 정치계가 새로 취임한 아베 총리에게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할까? 취임 초기부터 제기된 여러 의문점은 그의 임기 동안 계속 따라다닐 것이다.
지난 10여년간 일본 경제에는 디플레이션의 먹구름이 가시지 않았다. 이 때문에 역대 정부는 모두 디플레이션에 대응하고 엔화의 평가절상을 억제하는 것을 최대 정책목표로 설정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실업률이 개선되고 경제성장을 유지하는 단계에서도 전반적으로 물가는 오르지 않았다. 오히려 일본 정부는 과도한 외환시장 개입으로 주변국의 심기를 건드렸고 환율은 억제할수록 상승했다.

낙관과 비관 교차하는 아베노믹스

아베 총리 역시 취임 뒤 엔화 절상을 억제하고 물가를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다른 정치인들과 다른 점이라면 물가상승률 목표를 2%로 설정했다는 점이다. 종전까지 일본 중앙은행이 설정한 목표는 1%에 그쳤다. "물가 목표를 2%로 설정한 것은 좋은 일이지만, 목표를 실현할 방법이 없는 것이 문제다." 일본 스미모토신탁의 시장 애널리스트 아야코 세라는 "자산 가격의 상승을 통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모습이 아베 정부와 이전 정부의 차별화된 점"이라고 했다. "물론 성공하면 좋겠지만 그만큼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자산 거품이 만들어질 수 있고 거품이 꺼지면 더 참담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급진적 이미지를 등에 업고 취임한 아베 총리에 대한 각계의 평가가 엇갈리지만 경제를 전환하기 위한 새로운 정책은 주목받기 시작했다. 닛세이기초연구소의 사이토 타로 경제조사실장은 "지속적인 양적완화가 필요하지만 양적완화에만 의지해서는 인플레이션을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수요 부족 상태에 빠진 경제부터 손을 써야 한다. 수요 부족을 해결하려면 성장 전략부터 마련해야 한다."
일본이 디플레이션의 악순환에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인구 고령화와 생산성 저하를 주된 이유로 꼽는다. 릿쿄대학 경제연구소 후카오 교지 교수는 자신의 저서에서 일본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975∼90년 평균 4%를 기록했지만 1990∼2006년에는 1.3%로 떨어져 2.7%포인트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그 가운데 1.2%포인트는 생산성 하락에서 비롯됐고 1.1%포인트는 1인당 노동시간의 감소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교지 교수는 "생산성 하락에 대응해 정부는 생산성이 높은 기업의 규모를 확대하고 생산성이 낮은 기업을 축소하거나 가동을 중단시켜 경제의 신진대사를 개선하고 자본과 기술 집약형 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각 기관을 구조조정하거나 교육하는 등의 방식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노동시간 감소 요인에 대해서 교지 교수는 "고령화와 비정규직 노동자 증가 현상은 앞으로도 장기간 지속될 것이기 때문에 수요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노동생산성을 높여도 1인당 노동시간 감소로 인한 손실을 상쇄할 수 없다"고 했다. 이 때문에 고령 인구의 재취업을 촉진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구가 지금의 절반으로 줄었을 때 1인당 GDP가 변하지 않았다고 가정하면 전체 GDP도 절반으로 급감하게 된다. 인구가 계속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 기업은 안심하고 설비 투자를 진행할 수 없어 투자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따라서 인구가 더 이상 줄어들지 않을 것이란 안도감을 줘야 한다." 도카이도쿄증권 사이토 미쓰루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인구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선 적극적으로 출산을 장려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 일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1∼2년 사이에 해결할 수 없고 최소 10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된다."
여기에 일본 제조업의 해외 이전으로 산업공동화 위험마저 가중되고 있다. 특히 최근 몇년 사이 엔화가 크게 절상되면서 이런 위험이 증폭됐다. 수입 상품의 가격이 계속 하락하면 일본 내 물가 역시 심각한 영향을 받아 디플레이션 압력이 상승하고 기업의 수익률이 떨어질 것이다. 이 때문에 '디플레이션 파이터' 이미지로 중무장한 아베 총리는 엔화 절하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본 정부가 단기간에 산업정책을 통해 해외로 나간 산업을 돌아오게 만드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오히려 신흥 산업 지원과 새로운 시장 개척에 중점을 두는 정책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JP모건체이스의 간노 마사아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엔화 절하를 통해 물가를 끌어올리는 것은 한계가 있고 다음 개혁을 위한 시간을 벌 수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각종 산업 규제를 완화하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자유무역협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지적했다. "TPP에 참여하지 못하면 구조 개혁도 추진할 수 없다. 반대 목소리가 있는 상황에서 아베 총리가 조기에 TPP에 참여할 수 있을지 여부가 관건이다. 일본이 국내 생산성을 끌어올리려면 생산성과 함께 국제 경쟁력을 갖춘 산업에 자원을 배분해야 하는데, 이런 목표에서 보면 TPP의 위상이 매우 중요하다."

지난 2월12일 일본 도쿄 외환시장의 TV 모니터에 아베 신조 총리가 연설하는 모습이 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는 취임과 동시에 대규모 양적완화를 단행해 엔화 가치 절하에 나섰다(왼쪽). 지난 1월 할인 행사를 알리는 문구가 내걸린 일본 도쿄 긴자의 쇼핑 거리를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뉴시스 REUTERS

에너지·바이오에서 살길 찾아야

사이토 타로 교수는 일본이 전통 제조업에 큰 기대를 걸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조업과 가공업은 신흥국도 할 수 있기 때문에 경쟁할 수 없다. 일본이 앞으로 기대할 수 있는 산업은 에너지다. 일본은 지금까지 에너지가 없는 국가로 알려졌지만 일본 주변에서 새로운 에너지를 찾아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에너지란 석유나 천연가스가 아닌 태양광이나 전자파를 에너지로 전환하는 기술 등 전혀 새로운 에너지를 뜻한다. 또한 아야코 애널리스트는 일본이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하되 기술혁신에 기반을 둔 경쟁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령사회에 접어들어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일본 내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바이오의약과 자동차 등 첨단 제조업 분야에 가능성이 있다."
개혁을 기대할 수 있는 또 다른 분야는 부동산 시장이다. 일본의 부동산업은 1990년대에 큰 좌절을 겪은 이후 지금까지 '대차대조표'를 회복하는 과정에 있다. 오사카나 도쿄 상업지구의 토지가격지수를 보면 1990년대를 전후해 각각 260과 240의 최고점을 찍은 뒤 하향 곡선을 그렸다. 지금은 각각 55와 66까지 떨어진 상태다. 지난 1월4일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의 니시무라 기요히코 부총재는 미국경제학회 총회에서 "일본의 부동산 가격이 과도하게 하락했지만 인구 고령화로 인해 부동산 가격은 실제 가치와 더 많은 격차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침체된 부동산 시장을 겨냥한 정부의 정책적 노력은 이미 시작됐다. 일본 정부는 1천억엔 규모의 부동산투자기금을 조성해 상업용 부동산과 주택에 투자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법이 명확하지 않다. 효과를 확인할 방법도 없지만 규모로 봤을 때 전체 부동산 시장을 움직이기엔 부족한 것 같다"고 일본의 한 대형 부동산중개회사 대표는 말했다. 일본 부동산 임대료의 명목수익률은 낮지 않지만 유지 비용도 결코 낮지 않아 부동산 시장의 투자 열기를 되살리기 위한 길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아베 총리 앞에 놓인 또 다른 난제는 장기적인 재정건전성과 국채 발행을 통한 재원 조달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추산에 따르면, 2012년 일본 정부의 부채 규모는 GDP의 237%에 달했다. 국내 투자자가 많아 유럽에서와 같은 투매 현상이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채무와 재정 적자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 국채에 대한 시장의 태도가 언제까지나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이는 결국 피할 수 없는 리스크가 됐다.

양적완화, 그리스 사태 초래할 가능성도

일본 국채를 매입한 주체가 대부분 국내의 대형 금융기관이기 때문에 일본 국채 수익률이 크게 상승하면 이 기관들은 해외 보유 자금을 줄일 수밖에 없다. 해외 자금에는 장기간 보유해온 미국 국채도 포함된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세계 금융시장에 큰 폭풍이 몰아칠 것이다. 일본 국채시장은 '자급적'인 특징을 지녔기 때문에 정부의 재정 안정성에 리스크가 집중된다. 즉, 일본 경제가 자금조달 비용을 크게 앞지를 수 있을 만큼 성장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아베 정부가 출범한 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0.08%의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0.08%를 기준으로 단순 계산해보면 일본의 경제성장률이 2%를 넘겨야 국채 이자 부담을 감당할 수 있다. 하지만 사회복지 수준이 높고 고령화가 심각한 국가가 그만큼 안정적 성장세를 유지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일본 정부도 리스크를 인식하고 있다. 아베 총리가 무제한적 양적완화 방안을 갖고 취임한 뒤 아마리 아키라 일본 경제재정·경제재생 장관은 "일본 정부의 단기 과제는 경기 활성화"라고 말했다. 또한 장기적 재정 목표를 수립해 재정 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시장에 전달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허용 한도를 높이고 무제한적 적자를 감수하는 통화정책 앞에서 이런 설명은 무력해 보인다.
1990년대 거품 경제가 꺼진 이후 민영화와 정부 규제 완화 등 구조적 개혁을 추진해야 했지만 지금까지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았다. 지금 당장 개혁을 추진한다 해도 단기간에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다. 성과에 목마른 아베 총리가 재정정책은 물론 중앙은행의 통화정책마저 완화해 경제 활성화를 꾀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사실 산업공동화로 인해 일본 내 기업의 경쟁력과 수익성이 크게 하락했다. 여기에 인구 고령화 문제가 불거지면서 노인연금과 의료 등 사회복지로 인한 재정적 부담이 가중됐다. 구미 국가와 마찬가지로 일본이 재정 리스크를 줄이려면 재정 수입을 늘리고 지출을 줄여야 한다. 아베 정부가 선거 과정에서 '잃어버린 국민소득 50조엔 만회'를 공약으로 내걸고 소득 격차 축소와 성장을 통한 부의 창출을 정책 방향으로 설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아베 정부의 급진적 전략은 채권시장에서 그리스와 비슷한 사태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공교롭게도 아베 정부가 제시한 물가 목표 2%가 달성되는 순간 채권시장이 가장 위험해질 것이다." 간노 마사아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해 현재 중앙은행이 설정한 목표치인 1%를 넘기면 채권시장이 술렁이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에 예금이 있어도 국내에서는 대출해줄 곳이 없어 결국 국채를 매입할 수밖에 없다.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하면 예금이 은행에서 이탈할 것이고 가장 위험한 순간이 될 것이다."
아야코 세라 애널리스트는 최근 20~30년 만기 국채에 대한 매수 주문이 있었지만 10년 만기 국채도 수요가 많다고 전했다. 국채시장의 수급 구조를 봤을 때 일본 국채를 대량 투매하는 현상은 일어나지 않았다. 계절적 요인 외에 경상수지 흑자 기대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고 국내에 막대한 예금이 있어 그리스 같은 국가와는 상황이 확연하게 다르다. "물론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으면 일본도 결국 그리스처럼 될 것이다."
2014년 소비세를 인상하는 법안이 통과됐지만 일본 정부가 올가을 최종적인 판단을 내려야 한다. 아야코 애널리스트는 "정부가 소비세를 올리지 않으면 국채 등급이 하락해 일본 재정의 위험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이토 미쓰루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국채 수익률이 빠르게 상승해도 일본 정부는 이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해소할 수단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아베 정부가 적자 통화정책을 시행하더라도 언젠가는 이런 정책을 중단할 것이라는 신호를 꾸준히 시장에 보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골드만삭스 수석이코노미스트 나오히코는 "새 내각의 급진적인 양적완화 조치가 엔화의 과도한 절상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조치는 재정 안정을 추구하는 일본 정부에 많은 문제점을 가져오겠지만, 새 내각이 정부의 인건비 지출을 줄이는 등 다양한 약속을 이행한다면 부정적 영향을 일부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월 한 남성이 일본 도쿄의 일본은행 앞을 지나가고 있다. 일본은행은 중앙은행 고유의 의무인 물가 안정을 버리고 2% 물가 상승 목표를 설정해 무제한으로 통화 완화를 실시하기로 했다. 뉴시스 REUTERS

나오히코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양적완화를 실시하면 2013년 회계연도에 일본 경제가 안정적으로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새 내각이 원자력 문제 등 다른 정책을 대하는 태도 역시 경제회복에 초점이 맞춰지게 될 것이다. 아베 총리는 선거에서 승리한 뒤 민주당이 제시한 원자력발전소 신축 불허 및 2030년까지 원자력발전을 완전히 중단하겠다는 방침을 수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아베 정부가 원자력발전소를 재가동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가면 액화천연가스 등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질 것이다. 이 경우 에너지 수입 가격이 예상보다 많이 하락하면 호재로 작용할 것이다."
과거에도 일본 총리를 지냈던 아베 신조는 공약을 통해 선거에서 승리하면 양적완화 조치를 추진하고 엔화 가치 상승 억제를 주요 정책목표로 설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선거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시장에서는 엔화 투매 광풍이 불었다. 2012년 11월 초 80엔 수준이던 달러 대 엔화 환율이 90엔을 돌파해 2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기간에 엔화 절하폭은 10%에 달했다. 이와 함께 닛케이지수는 큰 폭으로 올라 11월 중순 8700포인트 부근에 머물던 닛케이225지수는 단번에 1만포인트를 훌쩍 넘겼다. 일본 중앙은행과 아베 내각이 손잡고 디플레이션에 대항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장에서는 주식을 사들이려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기업의 수익 상황을 보면 아직까지 수익률이 개선됐다는 뚜렷한 움직임은 없다. 중국과 일본의 외교관계 악화로 인해 무역이 위축됐고 글로벌 경제 회복의 불확실성이 잠재돼 있어 외부 수요도 회복되지 않았다.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는 현실 역시 일본 경제 회복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새 정부의 정책적 구호 앞에서 시장은 이런 모든 상황을 간과하고 있다.
BOA·메릴린치가 지난 1월 글로벌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일본을 바라보는 기관투자가들의 태도에 변화가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설문에 응답한 펀드매니저 가운데 20%가 '일본 주식의 비중을 줄였다'고 응답했지만 올 1월에는 그 비율이 3%를 기록해 시장의 투자 선호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또한 이번 조사에서는 '일본이 가장 저평가된 시장'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상승했다. 다시 말해 글로벌 투자가들은 앞으로 일본 기업의 수익 전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셈이다.

국채시장 뒤흔들 위험한 뇌관

정부 처지에서 보면 엔화 절하 정책은 합리적인 선택이다. 엔저는 수출 경쟁력을 높이고 엔화로 표기된 수입 상품의 가격이 올라가 국내 디플레이션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 물가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아베 내각 입장에서도 중요한 사항이다. 그러나 이런 조치는 장차 일본 경제에 화근이 될 수 있다. 잦은 시장 개입으로 중앙은행 정책에 대한 시장의 반응을 둔화시킬 수 있다. 양적완화에만 의지한 구두 개입으로 지속적으로 엔화 가치를 끌어내릴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번의 엔화 절하는 예상한 일이었지만 속도가 너무 빨라 사람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이번 평가절하는 적정 수준을 회복한 부분이 많다. 종전에 엔화 가치가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가 강력하게 추진하는 것도 이런 요인이 크게 작용했고 그 결과 엔화 가치가 크게 하락했다." 지아셩그룹의 한 외환분석가는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가파르게 엔화 가치가 떨어진 이후 엔화 절하의 동력이 약화됐다. 일부 분석가들은 이에 발맞춰 해외 자산이 일본으로 복귀하면 엔화 가치가 다시 상승세를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이탈리아 대선 등 유럽의 각종 잠재된 리스크도 엔화 동향에 불확실성을 가져올 수 있다. 사이토 미쓰루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렇게 지적했다. "과도한 평가절하가 일본 경제에 반드시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보장은 없다. 일본경제단체연합회 등 재계에서도 엔화의 과도한 절하는 수입 원가를 상승시키기 때문에 일정 기간에 이르면 정부가 엔화 가치 하락을 억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110~120엔까지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앞으로 일본이 적극적으로 에너지를 개발하면 무역 적자를 줄이고 경상수지 흑자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아베 내각이 몰고 온 바람이 잠잠해지면 엔화는 외국 중앙은행의 움직임에 더 많은 영향을 받을 것이다. 간노 마사아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엔화 절하는 고평가된 엔화 가치를 조정한 것이고, 앞으로 계속 큰 폭으로 절하가 진행될 경우 엔화 가치가 오히려 저평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엔화의 동향은 두 요인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첫째는 일본 중앙은행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보다 더 적극적으로 양적완화 조치를 추진할지 여부다. 둘째는 미국 경제가 조기에 회복하고 통화를 거둬들일지 여부다. 두 요인이 충족되면 엔화는 더 쉽게 평가절하될 것이다.

ⓒ 新世紀週刊 2013년 3호(제537호) 日本經濟未脫困 번역 유인영 위원

장환위  economyinsight@hani.co.kr

2012년 9월 5일 수요일

새누리, 대선 앞두고 집값부터 올리고 보자?


이글은 노컷뉴스 2012-09-05일자 기사 '새누리, 대선 앞두고 집값부터 올리고 보자?'를 퍼왔습니다.

새누리당이 서민들의 주거 안정 대책보다는 인위적으로 집값을 올려 부동산 경기를 부양시키는 데 중점을 두고 있어 대선을 앞둔 전형적인 선심성 공약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황우여 대표는 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꽁꽁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 때문에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과 중산층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며 자기 집을 갖고도 빚 부담에 허덕이는 '하우스 푸어'가 가계부채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 거래 활성화의 대책으로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를 언급하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폐지 법안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DTI 완화는 대출 규제를 완화해 빚을 내기 쉽게 하는 것으로, '무리해서 집 사기'를 통한 부동산 경기 활성화 대책에 가깝고 하우스 푸어 대책이라고 해도 '빚 내서 빚 갚기'에 불과하다. 

부동산 시장 상승을 전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대출 확대가 집 구매로 이어져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폐지 법안은 집을 여러 채 가진 사람에 대한 세제 혜택이라는 점에서 일종의 '부자 감세'인데, 이 역시 서민 주거 안정 대책이라기 보다는 부동산 경기 활성화 대책이다. 

결국 규제 완화 -> 부동산 경기 활성화 -> 집값 상승의 수순이 하우스 푸어로 대표되는 서민 주거 불안정 문제의 해결책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새누리당 하우스푸어 TF 여상규 팀장은 "집값을 올리는 것이 하우스푸어의 대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동산 경기가 나쁜 것은 노령화에 따른 주택 수요 변화 때문이지 정부의 규제 때문이 아니다"라며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하우스푸어 해결을 위해 인위적으로 집값을 올려봤자 다시 내려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당내 경제통인 한 의원도 "하우스푸어 대책으로 집값을 올리겠다는 것은 반대로 무주택자의 반발을 살 수 있도 있는 만큼, 서민 대책이라기 보다는 중산층 대책이라 정치적으로도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신중한 접근을 요구했다. 

이처럼 무주택자와 하우스 푸어가 서민 주택문제로 얽혀 있는 상황에서, 임대주택 건설을 통해 투기 목적이 아닌 실수요자들이 경기를 부양하게끔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새누리당 하우스푸어 TF에서는 주택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한 주택을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공적기관이 매입한 뒤 기존 집주인에게 월세나 전세로 빌려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출 받은 하우스 푸어나 대출해 준 은행 모두에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는 문제와 무주택자와의 형평성 문제 등이 지적되지만, 이로써 시장에 공공임대주택의 확대 방침이라는 강한 시그널을 주고 장기적으로는 무주택자까지 포용가능한 수준으로 공공임대 주택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당 관계자는 "공공 임대 주택을 점차 늘려가는 방향이 맞다고 보고 있지만 당장은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먼저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면서 "공약 발표를 아끼는 차원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CBS 윤지나 기자

2012년 7월 12일 목요일

한은, 기준금리 전격인하. '경기부양' 나서


이글은 뷰스앤뉴스(Views&News) 2012-07-12일자 기사 '한은, 기준금리 전격인하. '경기부양' 나서'를 퍼왔습니다.
한국경제, 외부에 알려진 것보다 심각한 침체국면 진입?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2일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하며 경기부양에 나섰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국내 경기도 급랭 조짐을 보이고 부동산경기 장기침체로 한국경제의 최대뇌관인 가계대출 시한폭탄이 터질 조짐을 보이자 금리인하라는 마지막 수단을 사용한 것으로 보이나, 인플레 압력이 여전히 만만치 않은 데다가 금리 인하가 자칫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지면서 위기를 더 증폭시키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월례회의를 열고 오전 기준금리를 기존의 3.25%에서 3.00%로 0.25%포인트 인하하기로 했다. 기준금리를 지난해 6월 인상이래 1년간 동결해 오다가 13개월만에 인하로 방향을 급선회한 것.

한은의 금리인하는 최근 유럽과 중국이 유럽 재정위기 재확산에 놀라 금리인하를 단행하면서 금융시장 일각에서 예상돼 왔던 것이나,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경제기구는 한국의 가계부채가 이미 스페인 등 재정파탄국보다 심각한 상황인만큼 도리어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조언해온 것과 정면 배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9일 IMF의 권고를 상기시키며 한은의 금리인하에 우회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따라서 한은의 이번 금리인하는 한국경제가 외부에 알려진 것보다 심각한 침체국면에 빠져들고 있다는 한은 내부 판단에 따른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으면서 금리인하 발표후 도리어 주가가 하락하는 등 시장에 불안감을 심어주는 양상이다.

앞서 일본의 노무라는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종전의 2.75%에서 2.5%로 낮추면서 한국경제가 심각한 침체국면에 빠져들고 있어 한은이 하반기에 두차례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박태견 기자

한은, 기준금리 전격인하. '경기부양' 나서


이글은 뷰스앤뉴스(Views&News) 2012-07-12일자 기사 '한은, 기준금리 전격인하. '경기부양' 나서'를 퍼왔습니다.
한국경제, 외부에 알려진 것보다 심각한 침체국면 진입?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2일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하며 경기부양에 나섰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국내 경기도 급랭 조짐을 보이고 부동산경기 장기침체로 한국경제의 최대뇌관인 가계대출 시한폭탄이 터질 조짐을 보이자 금리인하라는 마지막 수단을 사용한 것으로 보이나, 인플레 압력이 여전히 만만치 않은 데다가 금리 인하가 자칫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지면서 위기를 더 증폭시키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월례회의를 열고 오전 기준금리를 기존의 3.25%에서 3.00%로 0.25%포인트 인하하기로 했다. 기준금리를 지난해 6월 인상이래 1년간 동결해 오다가 13개월만에 인하로 방향을 급선회한 것.

한은의 금리인하는 최근 유럽과 중국이 유럽 재정위기 재확산에 놀라 금리인하를 단행하면서 금융시장 일각에서 예상돼 왔던 것이나,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경제기구는 한국의 가계부채가 이미 스페인 등 재정파탄국보다 심각한 상황인만큼 도리어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조언해온 것과 정면 배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9일 IMF의 권고를 상기시키며 한은의 금리인하에 우회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따라서 한은의 이번 금리인하는 한국경제가 외부에 알려진 것보다 심각한 침체국면에 빠져들고 있다는 한은 내부 판단에 따른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으면서 금리인하 발표후 도리어 주가가 하락하는 등 시장에 불안감을 심어주는 양상이다.

앞서 일본의 노무라는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종전의 2.75%에서 2.5%로 낮추면서 한국경제가 심각한 침체국면에 빠져들고 있어 한은이 하반기에 두차례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박태견 기자

2012년 7월 6일 금요일

검찰 출두한 정두언 “나는 이 정부 내내 불행했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7-06일자 기사 '검찰 출두한 정두언 “나는 이 정부 내내 불행했다”'를 퍼왔습니다.
[아침신문솎아보기] 일본 재무장 임박, ‘집단적 자위권’ 행사 추진… 오바마 신국방정책 연장선?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신문들은 5일 NHK 방송이 보도한 이 내용을 1면 등에서 비중 있게 다뤘다. 일본이 미국의 지원을 업고 군사 대국의 길로 나가려는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는 게 신문들의 판단이다.
청와대의 외교 분야 ‘실세’로 알려진 김태효 기획관이 5일 사의를 표명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밀실 처리’를 주도한 데 대한 책임을 지겠다고 나선 것이다. ‘네오콘’으로 분류되던 그의 경질을 외교·안보 정책 전환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세계 중앙은행들이 일제히 경기 부양에 나섰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중국 인민은행은 일제히 금리인하에 돌입했다. 특히 중국은 불과 한 달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강수’를 뒀다. 그만큼 세계경제가 좀처럼 침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후보캠프 ‘핵심’이었던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이 “이 정부 내내 불행했다”고 말했다. 대선 자금 모금 차원에서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불법 자금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소환되던 자리에서다. 대선정국의 ‘뇌관’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음은 7월6일자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아침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들이다.

경향신문 (무상보육 갈피 못 잡는 당정)
국민일보 (‘군국 망령’ 꿈틀대는 일 집단적 자위권도 추진)
동아일보 (선거걱정 새누리 “돈풀라” 곳간걱정 정부는 “못푼다”)
서울신문 (집단 자위권 추진…본색 드러내는 일)
세계일보 (일 군국화 가속…이번엔 집단자위권)
조선일보 (단교 20년만에 한·대만 경제협상)
중앙일보 (의원 233명 중 202명 “개현 필요”)
한겨레 (“김찬경 회장, 대선때 이상득에 30억 줬다”)
한국일보 (일, 집단자위권 시동)

일본, ‘평화헌법’은 이제 그만?
일본이 ‘평화헌법’의 우산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본 총리실 산하 ‘일본 비전 검토 분과회’가 기존의 헌법 해석을 바꿔 ‘집단적 자위권’을 허용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했다고 일본 NHK 방송이 5일 보도했다. 집단적 자위권은 ‘자국이 직접 공격을 받지 않은 상황이라도, 자국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동맹국 등에 대한 무력공격을 실력으로 저지할 수 있는 국제법상의 권리’를 뜻한다. 이는 다른 국가에는 통상적으로 인정되는 ‘권리’이지만,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던 일본은 ‘전쟁을 포기하고 군대를 보유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헌법 9조(평화헌법)에 따라 집단적 자위권을 포기해왔다. 노다 총리는 보고서의 제안을 구체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전망이다.

NHK 보도에 따르면, 이 위원회는 “한층 동태적인 평화주의를 채택해야 한다”며 “미국 등 가치관을 공유하는 나라와 안전보장 협력을 심화하기 위해 협력 상대로서 일본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또 “집단적 자위권에 관한 해석 등 종래의 제도·관행을 고쳐 안전보장 협력수단의 확충을 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NHK는 이 문구가 “지금까지 정부가 취해온 헌법 해석을 바꿔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를 인정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미국이 ‘배후’?…중국 견제 노렸나


▲ 경향신문 7월6일자 5면

일본은 나름의 ‘경로’를 착착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신문은 1면 머리기사에서 “실제로 일본은 지난해 12월 ‘무기수출 3원칙’을 완화해 외국과의 무기 공동 개발 및 수출의 길을 튼 데 이어 지난 6월 법 개정을 통해 핵무장의 길을 열어놓았으며 우주활동 관련법에서는 우주 활동의 ‘평화적 목적 한정’ 조항을 삭제했다”고 전했다. 경향은 5면에서 “일본의 재무장을 차단하기 위한 규제장치가 하나둘씩 허물어지더니 최후의 보루인 ‘전수방위’ 원칙마저 위협받게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주목할 대목은 그동안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소극적이던 일본 민주당의 변화다. 보수정당인 자민당은 공공연하게 헌법 해석을 고치거나 아예 헌법을 개정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한겨레는 5면에서 “민주당이 집권한 지 3년 만에, 정부위원회가 자민당과 같은 주장을 하고 나선 것은 민주당의 태도가 바뀔 수도 있음을 강하게 시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향신문도 5면에서 “지난해 9월 노다 총리가 취임한 이후 일본 정부와 정치권은 약속이나 한 듯 안보분야에서 전후 일본 체제의 근간을 형성해온 각종 규범들을 하나둘씩, 그것도 빠른 속도로 깨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이 같은 행보는 ‘미·일 동맹 심화’ 측면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향신문은 5면에서 “미·일 양국은 지난 4월 말 정상회담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훈련과 경계활동에서 양국군의 공조를 견고히 하는 ‘동적 방위’의 강화를 공동성명에 담았다”고 전했다. 일본이 자국 국토에 대한 방위에서 벗어나 국내외를 넘나들며 방위 목적을 수행하는 개념이다. 이는 미국이 올해 초 발표한 ‘신국방정책’이 사실상 ‘중국 봉쇄 전략’인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국민일보는 3면에서 “최근 한국과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안보 강화 조치들은 크게 보면 오바마 행정부의 신국방정책의 핵심과 흐름을 같이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동북아 흔드나…“한-미-일 합작품”?

문제는 일본의 이 같은 조치가 동북아시아의 안정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한겨레는 5면에서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 행사 금지라는 족쇄를 풀어버리면, 동아시아 국제질서에는 커다란 변화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2009년 일본의 방위예산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구매력 평가(PPP) 환율로 환산하면 409억 달러로 한국보다 11% 많고, 프랑스에 육박하는 수준”이라며 “그런 일본이 군사력 행사의 제약을 벗으면, 과거 제국주의 침략을 제대로 반성하지 않은 채 명실상부한 ‘군사강국’으로 다시 떠오르게 된다”고 우려했다.

▲ 한겨레 6일자 31면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은 한겨레 기고문에서 “북한의 위협이 고조되는 것은 일본이 군사적으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명분이기 때문에 그들은 한국의 보수우익과 연대하여 강압적인 대북정책을 통해 한국을 대륙으로부터의 위협을 차단하는 방파제로 삼으려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밀실 추진 사건을 언급하며 “이 모든 것은 한-미-일 3국이 밀실에서 진행했다”고 지적하는 한편 “미국의 군사력이 약화됨에 따라 일본이 그 공백을 메우고 한국이 그 뒤를 따라가기로 밀약이 있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국가의 운명을 미국과 일본에 아웃소싱하고 말았다”며 이명박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반면 ‘보수신문’들은 일본의 ‘우경화’ 움직임과 우리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 추진의 연관성을 다른 관점에서 짚었다. 반일 정서가 높아지면서 향후에도 협정 체결에 대한 국내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이를 신문은 일제히 일본의 움직임을 경계하고 나섰지만, 논점은 미묘하게 달랐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과거 한국과 중국을 침략했던 일본의 군국주의 DNA가 본격적으로 부활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우려되는 것은 군사대국화를 향한 일본의 발걸음이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썼다. 반면 조선일보는 일본의 이 같은 ‘무력화’의 흐름을 열거한 뒤 최근의 한·일 군사보호협정 밀실 추진 사건을 언급하며 “이제는 국민이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까지 눈을 부라리며 감시해야 할 판”이라는 다소 ‘엉뚱한 결론’을 내렸다.

▲ 조선일보 6일자 사설

MB외교정책 설계자의 ‘낙마’…외교부 장관은 유임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이 5일 사의를 표명했다. 김 기획관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 과정을 총괄 지휘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청와대는 “(김 기획관이) 스스로 결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이어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에 대해서는 “총리나 장관까지 책임질 일은 아니다”라고 거취 논란을 일축했다. 김 장관은 “(청와대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니 조금 두고 보자”고 말했다. 청와대는 김 기획관의 후임을 따로 임명하지 않고 천영우 외교안보수석에게 외교 안보 국방 통일 분야 ‘총괄’을 맡기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는 3면에서 김 기획관을 집중 조명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 외교안보정책의 ‘조율사’로 꼽혀 왔다. 이 신문은 “김 전 기획관은 이명박 정부 외교안보 정책 곳곳에 깊이 관여해 왔다”고 전했다. 2006년 대선캠프 시절 그가 당시 이 후보에게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한미동맹 복원, 북한에 ‘퍼주기’식 지원 파기, FTA를 통한 경제영토 확대 등의 정책들은 “지금 돌이켜보면 이 대통령의 지난 4년간 기조와 정확히 들어맞는다”는 것이다.

▲ 조선일보 6일자 3면

김 기획관은 “FTA, 외교, 대북정책은 물론 국방개혁까지 관여했다”는 게 이 신문의 전언이다. 한국의 탄도미사일 사거리를 300km로 제한하고 있는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 협상을 주도해 미국 국무부와 국방부에서도 그를 ‘실세’로 꼽을 정도였다는 것이다. 그가 맡았던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실은 외교·국방·통일부는 물론 국가정보원 보고까지 모두 받아봤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김 기획관 경질을 외교·안보정책 대전환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번 사태로 ‘네오콘’ 시각에서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 및 미·일 일변도 외교를 주도해온 김 기획관이 자리를 내놓은 것”이라며 “그의 낙마가 그동안 너무 한쪽으로 치우쳤던 대북정책과 경시돼온 대중정책의 균형을 잡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세계 중앙은행들, 경기부양 ‘승부수’
유럽중앙은행(ECB)은 5일 정례 금융통화정책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현행 1.0%에서 0.75%로 0.25% 내렸다. 또 유로존 시중은행이 ECB에 돈을 맡길 때 받는 예치금리를 현재 0.25%에서 0%로 내렸다. 시중은행들이 ECB에 돈을 묶어두는 대신 대출에 적극 나서도록 유도한 대목이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유로존의 신뢰에 대한 불확실성이 고조돼 성장 전망이 취약하다”며 금리인하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일보는 14면에서 “유럽 주요국의 2분기 경제지표가 부진을 면치 못한데다 ‘유럽경제의 기관차’ 독일의 실물경기마저 얼어붙는 등 3분기에도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라며 “ECB의 금리인하는 시장에서 어느 정도 예상됐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2면에서 “기준금리가 1% 미만으로 떨어진 것은 사상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하지만 ECB는 시장에서 원했던 국채 매입 재개나 은행에 저금리 자금을 무제한 공급하는 3차 장기대출프로그램(LTRO)은 내놓지 않았다”는 시장의 ‘미지근한’ 반응을 전했다.

▲ 서울신문 6일자 22면

반면 중국의 전격적 금리 인하는 ‘의외’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5일 중국 인민은행은 6일부터 1년만기 대출금리를 0.31%포인트, 1년만기 예금금리를 0.25%포인트 내린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8일 3년6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지 채 한 달도 안 된 시점에 이뤄진 조치다. 이로써 중국의 1년 만기 대출금리는 6.00%, 예금금리는 3.00%로 조정됐다.
중앙일보는 1면과 16면에서 비교적 비중 있게 이 소식을 전하며 “그만큼 중국 경기의 둔화세가 심상찮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서울신문도 1면과 22면에서 “중국이 지난달에 이어 두 달 연속 금리를 내린 것은 그만큼 중국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짚었다. 이 신문은 “HSBC가 지난달 말 발표한 중국 제조업체들의 6월 신규 수출주문지수는 45.9로 지난 2009년 3월 이래 최저를 기록했다”며 “부동산 시장 억제 정책으로 투자도 살아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영국중앙은행(BOE)은 500억 파운드(약 88조원)를 새로 찍어 시중에 풀기로 했다. 영국판 ‘양적완화(QE)’다. BOE는 “유로존의 금융시장 긴장이 높아지면서 영국 경제 둔화를 부추기고 있다”며 “앞으로도 (추가) 양적완화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두언 “이 정부 내내 불행했다”
검찰의 저축은행 비리사건 수사가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캠프의 대선자금 의혹으로 번질지 주목된다. 이명박 정부의 ‘개국공신’으로 불렸던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은 5일 검찰에 출두하면서 “대선 자금 모금 차원에서 돈을 받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정 의원은 이날 서초동 대검찰청에 출석해 솔로몬저축은행 임석 회장으로부터 1억원 가량의 금품을 받은 혐의에 대해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돈을 건넸다”는 임 회장과 “돌려줬다”는 정 의원을 상대로 대질조사를 벌였다. 밤 12시경 조사를 마치고 나온 정 의원은 눈시울을 붉히며 “나는 정권을 찾는데 앞장섰다. 그런데 이 정부 내내 불행했다. 그분들은 다 누렸다. 이게 마지막 액땜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다수의 신문들이 전했다.

▲ 국민일보 6일자 1면

국민일보는 이를 권력 핵심부를 향한 ‘경고의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1면에서 “그동안 철저하게 소외돼온 정 의원이 권력 핵심부를 향해 모종의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검찰의 저축은행 비리사건 수사가 200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이명박 후보 캠프의 대선자금 모금의혹으로 번지면서 정치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며 “이 문제가 12월 대선을 앞두고 정국의 뇌관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허완 기자 | nina@media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