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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31일 금요일

일본주가 2차 폭락, 1만4000도 붕괴

이글은 뷰스앤뉴스(Views&News) 2013-05-30일자 기사 '일본주가 2차 폭락, 1만4000도 붕괴'를 퍼왔습니다.
증권-채권 거품 본격 파열, 아베노믹스 한계 봉착

일본 증시가 30일 또다시 폭락하며 닛케이지수 1만4천선도 붕괴됐다.

이날 도쿄 증시의 닛케이지수는 전날보다 5.15%(737.43포인트) 폭락한 13,589.03으로 거래를 마감하며 1만4천선이 무너졌다.

토픽스지수 역시 전날 대비 3.77%(44.45포인트) 급락한 1,134.42로 장을 마쳤다. 

이날 닛케이지수 폭락은 지난 23일 1,143.28포인트(7.32%) 폭락하면서 1만5천선이 붕괴된 이래 일주일만의 2차 폭락이어서, 아베노믹스가 한계점에 도달하면서 지난 반년간 부풀어 올랐던 주식·채권 거품이 본격적으로 꺼지기 시작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이날 주가 폭락은 도쿄외환시장에서 엔화가 달러당 100엔 선에서 거래되는 등 엔화가 3주간 최고의 강세를 보인 데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아베노믹스'의 거품이 꺼질 수 있다는 우려로 일본 국채금리가 연일 급등하면서 10년물 국채금리가 1%에 근접하고 있는 것이 주가 폭락의 더 구조적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해말 GDP의 230%에 달했고 올해말에는 245%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일본의 천문학적 국가채무 규모를 볼 때 국채금리 급등은 일본경제를 침몰적 위기에 몰아넣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시장에 번지고 있는 것.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주가 폭락과 관련, "(그간) 주가 상승 속도가 너무 빨랐다"며 "주가는 항상 조정되는 것"이라며 파문 진화에 부심했으나 시장 불안은 더욱 확산되는 양상이다.


박태견 기자 

2013년 4월 20일 토요일

G20의 '압박'..살짝 피해가는 일본


이글은 이데일리 2013-04-20일자 기사 'G20의 '압박'..살짝 피해가는 일본'을 퍼왔습니다.
G20 “양적완화 정책, 디플레 탈피·내수진작에만 써라"
日 "아베노믹스에 이견 없었다"..면죄부 해석도 나와

[워싱턴(미국)=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G20 재무장관들이 시중에 막대한 유동성을 풀어 경기 회복을 꾀하고 있는 일본을 겨냥해 “부정적 파급효과에 대해 유념하겠다”며, 압박했다. 하지만 일본은 크게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반응 일색이다. 오히려 면죄부를 얻었다는 평도 나온다. 

G20 재무장관들은 지난 18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미국워싱턴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를 끝내고, “선진국의 지속적인 통화 확대정책으로 인한 ‘의도치 않은 부정적 파급효과’에 유념하겠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커뮤니케)를 19일 발표했다. 

이날 공동성명은 “경쟁 우위 확보 목적으로 환율 정책을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의 지난 2월 재무장관회의 합의를 구체화한 것으로, G20 차원에서 양적 완화의 부정적 파급효과를 명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G20은 해당 국가를 선진국이라고 에둘러 표현했지만, 막양적완화 정책을 통해 경기 부양을 하고 있는 일본을 향한 사실상의 ‘경고문’으로 해석되고 있다. G20은 이날 발표된 공동성명에서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의 목적이 디플레 탈피와 내수 진작에 있다”고 언급, 양적완화 정책이 환율 목적으로 사용돼선 안된다고 선을 그은 탓이다. 

최희남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정책국장은 “지난 2월 모스크바 재무장관회의 때와는 달리 이번 커뮤니케에는 ‘유념하겠다 (mindful)’는 표현을 썼다”며 “공동성명에 이런 표현을 쓴 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고, 수위도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선진국들은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이 고육지책이지만, 구조개혁이 병행되지 않아 단기적인 처방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는 것”이라면서 “일본이 통화정책 외에 중장기적인 재정건전화 대책을 세우는 등 근본적인 체력을 키울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본 측이 바라보는 시각은 우리 정부의 반응과는 확연하게 다르다. 오히려 자국의 정책이 국제 회의에서 면죄부를 받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아소 다로 일본 재무상은 “(G20에서) ‘아베노믹스’에 대한 이견이 나오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이날 “G20 성명서가 일본의 1조4000억달러 경기 부양책은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일본 측은 G20이 공동성명문에 부정적 파급효과를 언급하면서 ‘의도치 않은’이라는 단서조항을 삽입한 것을 두고도 ‘면죄부’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한편, G20 재무장관들은 한국에 대해선 “추경 예산 편성 등 적극적인 거시경제적 정책 조합을 내놨다”며 “이런 거시정책 조합이 세계경제 회복에 기여하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윤종성 기자 jsyoon@

2013년 4월 16일 화요일

엔저에 제동을 건 미국, 아베노믹스의 운명은?


이글은 미디어스 2013-04-15일자 기사 '엔저에 제동을 건 미국, 아베노믹스의 운명은?'을 퍼왔습니다.
[해설] 미국 등에 업은 일본에 유로존 반발 … G20회의가 고비

소위 ‘아베노믹스’로 표현되는 일본 정부의 엔화 절하 정책이 새로운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미국 재무부가 현지시각으로 12일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일본 정부의 의도적인 엔화 약세 정책에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그간 미국은 일본의 ‘엔저’에 상당히 유화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그렇기 때문에 재무부의 이 보고서가 아베노믹스의 새로운 국면으로 받아들여질 여지가 있다. 중요한 문제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는 언론의 기사 등이 어려운 경제용어로 채워져 있어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많다. 미디어스 역시 어려운 경제용어를 마구 동원하여 그간 알아듣지 못할 기사를 써왔다. 때문에 오늘은 이러한 국제정세의 변동에 대하여 최대한 쉽게 설명하는 시간을 갖도록 한다.

아베노믹스란?

1989년 부동산 버블이 붕괴한 이후 일본은 장기불황에 시달려왔다. 부동산에서 시작된 거품경제의 붕괴는 경기를 위축시켜 기업 활동에 치명적 피해와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이 됐고 이는 다시 경기위축의 원인이 되는 악순환에 빠졌다. 일본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만회하기 위해 경기 부양에 힘을 쏟았으며 상당 부분의 국가 재정이 이를 위해 소요됐다.
결국 비교적 건전한 편이었던 일본의 국가 부채 수준은 GDP대비 200%(한국의 국가 부채 수준은 34% 정도이다) 이상까지 치솟았다. 국가 부채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오자 일본 정부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지출을 줄여 재정건전성을 지키려 했지만 지출을 줄이면 경기가 위축되고 또 여기에 대응하기 위해 지출을 늘려 경기를 부양하는 또 다른 악순환이 반복됐다.
여기에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태까지 터졌다. 전력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대표적 기업들의 설비가 무력화되면서 일본을 대표했던 제조업은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이런 어지러운 상황 속에서 집권을 하게 된 아베 신조와 자민당 내각의 고민은 어찌됐건 경기 위축이 이대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 아베 신조 제90대 일본 총리 (사진 출처 : 가디언)


따라서 마음을 독하게 먹고 경기를 부양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아베 신조 총리는 “윤전기를 돌려서라도 돈을 찍어 공급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할 정도였다. 중앙은행이 인위적으로 시중의 통화량을 늘리는 조치를 취해 경기를 부양시키겠다는 의도다. 돈이 더 많이 돌면 투자도 늘고 소비도 늘고, 이런 얘기다. 이를 ‘통화완화 정책’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시중에 통화량이 늘어나면 개별 통화가 갖는 가치는 당연히 하락한다. 즉, 이런 이유로 아베노믹스가 엔저(円低)를 유도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통화량이 늘면 개별 통화가 갖는 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에 전체 경제가 이를 떠받치지 못하면 물가가 오른다. 1,000원으로 설탕 1kg을 살 수 있었는데 이제는 800g밖에 살 수 없는 상황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이것을 “인플레이션 압력이 상승한다”고 말한다. 즉, 인위적 경기부양의 마지막에는 물가상승이 뒤따른다는 것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 물가상승이 위험 수준에 도달하면 정부는 경기부양을 중단한다. 이를 보통 ‘출구전략’이라고 한다.

엔저로 인한 환율전쟁 시작될 수도

일본 정부가 밝히는 출구전략의 시행 기준은 2%의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 최근 일본은행의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는 이 목표를 2년 안에 달성하겠다는 아베 내각의 주장을 다시 한 번 되풀이했다. 그만큼 앞으로도 강력한 통화완화 정책을 실시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통화완화 정책은 필연적으로 주변국과의 갈등을 일으킨다. 환율은 각 국의 무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환율의 변동에 따라 일본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달라질 것이라는 예를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아베 내각이 엔저를 계속 밀어붙일 경우 일본의 기업들은 결과적으로 좀 더 높은 수익을 내는 수출을 할 수 있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게 되지만 그렇게 되면 교역 상대국이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되기 때문이다. 일본의 엔저로 국내의 자동차 업계가 타격을 받았다는 보도를 보면 이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 9일 오후 서울 명동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원엔 환율이 전일대비 소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뉴스1


국제투기세력의 자금을 의미하는 소위 ‘핫 머니’의 이동도 문제가 된다. 일본이 통화완화정책을 통해 공급한 싼 엔화가 제3국에 투자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헝가리 등의 시장에서 통화가치가 급등하는 등 이상기류가 관측된다는 소식은 통화완화책의 이러한 부작용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런 상황이 계속 이어지면 이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은 금리를 조정하거나 환시장에 개입하는 등의 대책을 세울 수밖에 없게 되고 이게 심화되면 서로 앞 다투어 시장에 개입하는 ‘환율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게 세간의 우려다.
때문에 일본이 이 정도의 통화완화정책을 펴려면 미국의 양해 없이는 불가능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는 상황이었다. ‘정치적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북한의 핵실험은 이러한 미국의 양해가 가능한 상황을 조성하는 역할을 했다. 동아시아 위기 국면에서 미국은 일본, 한국을 자기편으로 묶고 중국을 견제하는 판을 만들기 위해 움직일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미국은 일본의 통화완화를 비난하려는 유로존의 불만을 무마시켰다. 지난 2월 일본의 통화완화 정책에 제동을 걸 것으로 예상됐던 G7의 공동성명이 예상보다 후퇴한 수준으로 발표된 이유가 이 때문이다.

미국의 사정

이후 미국은 일본에 TPP참여 논의 시작 등을 촉구했고 그간 농업부문의 피해 등을 들어 TPP에 반대해온 일본은 못 이기는 척 미국의 요구를 들어줄 태세다. TPP는 미국이 중국의 견제를 위해 동아시아 국가들과 경제협력을 틀을 만들려는 수단이 되고 있다는 게 다수의 의견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한국에서도 슬슬 TPP 가입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대외경제연구원의 김규판 연구위원은 지난 11일 ‘일본의 TPP협상 참여 선언’이라는 제하의 보고서를 통해 일본의 TPP참여가 단기간에 현실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이를 대비해 한국이 TPP참여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한중일FTA 등에 무게를 둬온 그간의 정책 방향과는 달리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동아시아에서 의도한 대로 판이 짜이고 일본 정부의 통화완화가 예상보다 급격한 속도로 진행되자 이 시점에서 미국은 유로존과 국내 산업계 등의 반발을 감안해서라도 더 이상 엔저를 용인할 수는 없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 미국 재무부의 보고서는 이러한 미국의 곤란한 상황을 반영한 것일 수 있다.

▲ 지난 2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G20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에 참석한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 이때도 엔저가 용인돼 아베노믹스의 위력이 가속화 됐다는 평가다. ⓒ뉴스1


18, 19일 양일간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가 예정돼있다는 점도 미국이 이러한 입장을 내놓는데 상당한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있다. G20 회의에서 유럽연합이 공공부채를 국내총생산(GDP)의 90%이하로 줄이는 등 긴축의 필요성을 제기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의 경우 조약 상 공공부채 비율을 60% 이하로 할 것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제기로 영향을 받는 국가는 앞서 설명한 일본과 이와 마찬가지로 3차에 걸친 양적완화 정책을 지속하고 있는 미국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국가부채는 GDP대비 106%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하지만 G20 회의를 무사히 넘기면 다시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이 용인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국제세계에서 여전히 기축통화국인 미국의 영향력은 여전히 강력하며 미 재무부의 보고서 역시 “일본의 정책수단은 국내 경기부양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베 신조 총리로서는 이 국면을 넘어 경제 회복을 기치로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하고 이후 헌법개정요건을 규정한 헌법96조 개정을 통해 최종적으로는 평화헌법으로 불리는 헌법9조를 개정해야한다. 이러한 구상이 실현될지 여부의 일단이 G20 회의에서의 논의에 달려있다고 말할 수도 있는 상황인 것이다.



김민하 기자  |  acidkiss@gmail.com

2013년 3월 17일 일요일

아베노믹스, 가라앉는 일본열도 구할까


이글은 이코노미인사이트(Economy Insight) 2013-03-01일자 제35호 기사 '아베노믹스, 가라앉는 일본열도 구할까'를 퍼왔습니다.
[Trend] 경기부양에 사활 건 일본, 어디로 가나

펄럭이는 일장기 너머로 일본 도쿄항 컨테이너 부두가 보인다. 일본 정부는 엔화 가치 절하를 통해 수출 경쟁력 확보를 꾀하고 있다. 뉴시스 REUTERS

일본 디플레 탈출 위해 무차별 양적완화… 악재 많아 성공 여부 미지수

일본의 아베 신조 정부가 무차별적 양적완화에 나서고 있다. 엔화 가치 하락을 통해 물가를 끌어올리고 수출 경쟁력을 회복하려는 '아베노믹스'다. 일단은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엔화 가치는 하락했고 주가는 올랐다. 그러나 낙관하기는 이르다. 막대한 재정 적자와 국채 이자 부담 증가가 당장의 과제다. 소비세 인상을 앞두고 국민이 지갑을 닫을 가능성도 있다.

장환위 張環宇 (신세기주간) 기자

지난해 12월26일 일본 자민당의 아베 신조 총재가 총리에 취임했다. 유력 정치가문 출신으로 강경 매파를 대표하는 그는 취임 초기부터 급진적 면모를 보였다. 자국 통화의 무제한 양적완화를 선언했을 뿐 아니라 대담한 인플레이션 목표를 제시해 주목을 받았다.
1990년대 부동산 거품이 꺼진 뒤 일본 경제는 잃어버린 세월을 보냈다. 부동산 가격은 계속 하락했고 시시때때로 디플레이션 문제가 불거졌다. 인구 고령화와 산업공동화는 경제의 활력을 꺾어버렸다. 역대 정부가 끊임없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기대할 만한 효과는 거두지 못했다.
아베 총리가 취임 초기부터 경제를 살리겠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시장의 의구심은 사라지지 않았다. 아베 총리의 개혁 조치가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 양적완화가 꺼져버린 일본 경제의 엔진에 다시 불을 붙일 수 있을까? 인구 고령화와 경제의 활력 부족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까? 잦은 지도부 교체로 유명한 일본 정치계가 새로 취임한 아베 총리에게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할까? 취임 초기부터 제기된 여러 의문점은 그의 임기 동안 계속 따라다닐 것이다.
지난 10여년간 일본 경제에는 디플레이션의 먹구름이 가시지 않았다. 이 때문에 역대 정부는 모두 디플레이션에 대응하고 엔화의 평가절상을 억제하는 것을 최대 정책목표로 설정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실업률이 개선되고 경제성장을 유지하는 단계에서도 전반적으로 물가는 오르지 않았다. 오히려 일본 정부는 과도한 외환시장 개입으로 주변국의 심기를 건드렸고 환율은 억제할수록 상승했다.

낙관과 비관 교차하는 아베노믹스

아베 총리 역시 취임 뒤 엔화 절상을 억제하고 물가를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다른 정치인들과 다른 점이라면 물가상승률 목표를 2%로 설정했다는 점이다. 종전까지 일본 중앙은행이 설정한 목표는 1%에 그쳤다. "물가 목표를 2%로 설정한 것은 좋은 일이지만, 목표를 실현할 방법이 없는 것이 문제다." 일본 스미모토신탁의 시장 애널리스트 아야코 세라는 "자산 가격의 상승을 통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모습이 아베 정부와 이전 정부의 차별화된 점"이라고 했다. "물론 성공하면 좋겠지만 그만큼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자산 거품이 만들어질 수 있고 거품이 꺼지면 더 참담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급진적 이미지를 등에 업고 취임한 아베 총리에 대한 각계의 평가가 엇갈리지만 경제를 전환하기 위한 새로운 정책은 주목받기 시작했다. 닛세이기초연구소의 사이토 타로 경제조사실장은 "지속적인 양적완화가 필요하지만 양적완화에만 의지해서는 인플레이션을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수요 부족 상태에 빠진 경제부터 손을 써야 한다. 수요 부족을 해결하려면 성장 전략부터 마련해야 한다."
일본이 디플레이션의 악순환에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인구 고령화와 생산성 저하를 주된 이유로 꼽는다. 릿쿄대학 경제연구소 후카오 교지 교수는 자신의 저서에서 일본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975∼90년 평균 4%를 기록했지만 1990∼2006년에는 1.3%로 떨어져 2.7%포인트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그 가운데 1.2%포인트는 생산성 하락에서 비롯됐고 1.1%포인트는 1인당 노동시간의 감소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교지 교수는 "생산성 하락에 대응해 정부는 생산성이 높은 기업의 규모를 확대하고 생산성이 낮은 기업을 축소하거나 가동을 중단시켜 경제의 신진대사를 개선하고 자본과 기술 집약형 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각 기관을 구조조정하거나 교육하는 등의 방식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노동시간 감소 요인에 대해서 교지 교수는 "고령화와 비정규직 노동자 증가 현상은 앞으로도 장기간 지속될 것이기 때문에 수요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노동생산성을 높여도 1인당 노동시간 감소로 인한 손실을 상쇄할 수 없다"고 했다. 이 때문에 고령 인구의 재취업을 촉진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구가 지금의 절반으로 줄었을 때 1인당 GDP가 변하지 않았다고 가정하면 전체 GDP도 절반으로 급감하게 된다. 인구가 계속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 기업은 안심하고 설비 투자를 진행할 수 없어 투자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따라서 인구가 더 이상 줄어들지 않을 것이란 안도감을 줘야 한다." 도카이도쿄증권 사이토 미쓰루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인구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선 적극적으로 출산을 장려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 일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1∼2년 사이에 해결할 수 없고 최소 10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된다."
여기에 일본 제조업의 해외 이전으로 산업공동화 위험마저 가중되고 있다. 특히 최근 몇년 사이 엔화가 크게 절상되면서 이런 위험이 증폭됐다. 수입 상품의 가격이 계속 하락하면 일본 내 물가 역시 심각한 영향을 받아 디플레이션 압력이 상승하고 기업의 수익률이 떨어질 것이다. 이 때문에 '디플레이션 파이터' 이미지로 중무장한 아베 총리는 엔화 절하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본 정부가 단기간에 산업정책을 통해 해외로 나간 산업을 돌아오게 만드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오히려 신흥 산업 지원과 새로운 시장 개척에 중점을 두는 정책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JP모건체이스의 간노 마사아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엔화 절하를 통해 물가를 끌어올리는 것은 한계가 있고 다음 개혁을 위한 시간을 벌 수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각종 산업 규제를 완화하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자유무역협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지적했다. "TPP에 참여하지 못하면 구조 개혁도 추진할 수 없다. 반대 목소리가 있는 상황에서 아베 총리가 조기에 TPP에 참여할 수 있을지 여부가 관건이다. 일본이 국내 생산성을 끌어올리려면 생산성과 함께 국제 경쟁력을 갖춘 산업에 자원을 배분해야 하는데, 이런 목표에서 보면 TPP의 위상이 매우 중요하다."

지난 2월12일 일본 도쿄 외환시장의 TV 모니터에 아베 신조 총리가 연설하는 모습이 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는 취임과 동시에 대규모 양적완화를 단행해 엔화 가치 절하에 나섰다(왼쪽). 지난 1월 할인 행사를 알리는 문구가 내걸린 일본 도쿄 긴자의 쇼핑 거리를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뉴시스 REUTERS

에너지·바이오에서 살길 찾아야

사이토 타로 교수는 일본이 전통 제조업에 큰 기대를 걸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조업과 가공업은 신흥국도 할 수 있기 때문에 경쟁할 수 없다. 일본이 앞으로 기대할 수 있는 산업은 에너지다. 일본은 지금까지 에너지가 없는 국가로 알려졌지만 일본 주변에서 새로운 에너지를 찾아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에너지란 석유나 천연가스가 아닌 태양광이나 전자파를 에너지로 전환하는 기술 등 전혀 새로운 에너지를 뜻한다. 또한 아야코 애널리스트는 일본이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하되 기술혁신에 기반을 둔 경쟁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령사회에 접어들어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일본 내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바이오의약과 자동차 등 첨단 제조업 분야에 가능성이 있다."
개혁을 기대할 수 있는 또 다른 분야는 부동산 시장이다. 일본의 부동산업은 1990년대에 큰 좌절을 겪은 이후 지금까지 '대차대조표'를 회복하는 과정에 있다. 오사카나 도쿄 상업지구의 토지가격지수를 보면 1990년대를 전후해 각각 260과 240의 최고점을 찍은 뒤 하향 곡선을 그렸다. 지금은 각각 55와 66까지 떨어진 상태다. 지난 1월4일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의 니시무라 기요히코 부총재는 미국경제학회 총회에서 "일본의 부동산 가격이 과도하게 하락했지만 인구 고령화로 인해 부동산 가격은 실제 가치와 더 많은 격차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침체된 부동산 시장을 겨냥한 정부의 정책적 노력은 이미 시작됐다. 일본 정부는 1천억엔 규모의 부동산투자기금을 조성해 상업용 부동산과 주택에 투자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법이 명확하지 않다. 효과를 확인할 방법도 없지만 규모로 봤을 때 전체 부동산 시장을 움직이기엔 부족한 것 같다"고 일본의 한 대형 부동산중개회사 대표는 말했다. 일본 부동산 임대료의 명목수익률은 낮지 않지만 유지 비용도 결코 낮지 않아 부동산 시장의 투자 열기를 되살리기 위한 길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아베 총리 앞에 놓인 또 다른 난제는 장기적인 재정건전성과 국채 발행을 통한 재원 조달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추산에 따르면, 2012년 일본 정부의 부채 규모는 GDP의 237%에 달했다. 국내 투자자가 많아 유럽에서와 같은 투매 현상이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채무와 재정 적자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 국채에 대한 시장의 태도가 언제까지나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이는 결국 피할 수 없는 리스크가 됐다.

양적완화, 그리스 사태 초래할 가능성도

일본 국채를 매입한 주체가 대부분 국내의 대형 금융기관이기 때문에 일본 국채 수익률이 크게 상승하면 이 기관들은 해외 보유 자금을 줄일 수밖에 없다. 해외 자금에는 장기간 보유해온 미국 국채도 포함된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세계 금융시장에 큰 폭풍이 몰아칠 것이다. 일본 국채시장은 '자급적'인 특징을 지녔기 때문에 정부의 재정 안정성에 리스크가 집중된다. 즉, 일본 경제가 자금조달 비용을 크게 앞지를 수 있을 만큼 성장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아베 정부가 출범한 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0.08%의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0.08%를 기준으로 단순 계산해보면 일본의 경제성장률이 2%를 넘겨야 국채 이자 부담을 감당할 수 있다. 하지만 사회복지 수준이 높고 고령화가 심각한 국가가 그만큼 안정적 성장세를 유지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일본 정부도 리스크를 인식하고 있다. 아베 총리가 무제한적 양적완화 방안을 갖고 취임한 뒤 아마리 아키라 일본 경제재정·경제재생 장관은 "일본 정부의 단기 과제는 경기 활성화"라고 말했다. 또한 장기적 재정 목표를 수립해 재정 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시장에 전달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허용 한도를 높이고 무제한적 적자를 감수하는 통화정책 앞에서 이런 설명은 무력해 보인다.
1990년대 거품 경제가 꺼진 이후 민영화와 정부 규제 완화 등 구조적 개혁을 추진해야 했지만 지금까지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았다. 지금 당장 개혁을 추진한다 해도 단기간에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다. 성과에 목마른 아베 총리가 재정정책은 물론 중앙은행의 통화정책마저 완화해 경제 활성화를 꾀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사실 산업공동화로 인해 일본 내 기업의 경쟁력과 수익성이 크게 하락했다. 여기에 인구 고령화 문제가 불거지면서 노인연금과 의료 등 사회복지로 인한 재정적 부담이 가중됐다. 구미 국가와 마찬가지로 일본이 재정 리스크를 줄이려면 재정 수입을 늘리고 지출을 줄여야 한다. 아베 정부가 선거 과정에서 '잃어버린 국민소득 50조엔 만회'를 공약으로 내걸고 소득 격차 축소와 성장을 통한 부의 창출을 정책 방향으로 설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아베 정부의 급진적 전략은 채권시장에서 그리스와 비슷한 사태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공교롭게도 아베 정부가 제시한 물가 목표 2%가 달성되는 순간 채권시장이 가장 위험해질 것이다." 간노 마사아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해 현재 중앙은행이 설정한 목표치인 1%를 넘기면 채권시장이 술렁이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에 예금이 있어도 국내에서는 대출해줄 곳이 없어 결국 국채를 매입할 수밖에 없다.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하면 예금이 은행에서 이탈할 것이고 가장 위험한 순간이 될 것이다."
아야코 세라 애널리스트는 최근 20~30년 만기 국채에 대한 매수 주문이 있었지만 10년 만기 국채도 수요가 많다고 전했다. 국채시장의 수급 구조를 봤을 때 일본 국채를 대량 투매하는 현상은 일어나지 않았다. 계절적 요인 외에 경상수지 흑자 기대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고 국내에 막대한 예금이 있어 그리스 같은 국가와는 상황이 확연하게 다르다. "물론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으면 일본도 결국 그리스처럼 될 것이다."
2014년 소비세를 인상하는 법안이 통과됐지만 일본 정부가 올가을 최종적인 판단을 내려야 한다. 아야코 애널리스트는 "정부가 소비세를 올리지 않으면 국채 등급이 하락해 일본 재정의 위험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이토 미쓰루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국채 수익률이 빠르게 상승해도 일본 정부는 이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해소할 수단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아베 정부가 적자 통화정책을 시행하더라도 언젠가는 이런 정책을 중단할 것이라는 신호를 꾸준히 시장에 보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골드만삭스 수석이코노미스트 나오히코는 "새 내각의 급진적인 양적완화 조치가 엔화의 과도한 절상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조치는 재정 안정을 추구하는 일본 정부에 많은 문제점을 가져오겠지만, 새 내각이 정부의 인건비 지출을 줄이는 등 다양한 약속을 이행한다면 부정적 영향을 일부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월 한 남성이 일본 도쿄의 일본은행 앞을 지나가고 있다. 일본은행은 중앙은행 고유의 의무인 물가 안정을 버리고 2% 물가 상승 목표를 설정해 무제한으로 통화 완화를 실시하기로 했다. 뉴시스 REUTERS

나오히코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양적완화를 실시하면 2013년 회계연도에 일본 경제가 안정적으로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새 내각이 원자력 문제 등 다른 정책을 대하는 태도 역시 경제회복에 초점이 맞춰지게 될 것이다. 아베 총리는 선거에서 승리한 뒤 민주당이 제시한 원자력발전소 신축 불허 및 2030년까지 원자력발전을 완전히 중단하겠다는 방침을 수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아베 정부가 원자력발전소를 재가동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가면 액화천연가스 등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질 것이다. 이 경우 에너지 수입 가격이 예상보다 많이 하락하면 호재로 작용할 것이다."
과거에도 일본 총리를 지냈던 아베 신조는 공약을 통해 선거에서 승리하면 양적완화 조치를 추진하고 엔화 가치 상승 억제를 주요 정책목표로 설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선거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시장에서는 엔화 투매 광풍이 불었다. 2012년 11월 초 80엔 수준이던 달러 대 엔화 환율이 90엔을 돌파해 2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기간에 엔화 절하폭은 10%에 달했다. 이와 함께 닛케이지수는 큰 폭으로 올라 11월 중순 8700포인트 부근에 머물던 닛케이225지수는 단번에 1만포인트를 훌쩍 넘겼다. 일본 중앙은행과 아베 내각이 손잡고 디플레이션에 대항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장에서는 주식을 사들이려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기업의 수익 상황을 보면 아직까지 수익률이 개선됐다는 뚜렷한 움직임은 없다. 중국과 일본의 외교관계 악화로 인해 무역이 위축됐고 글로벌 경제 회복의 불확실성이 잠재돼 있어 외부 수요도 회복되지 않았다.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는 현실 역시 일본 경제 회복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새 정부의 정책적 구호 앞에서 시장은 이런 모든 상황을 간과하고 있다.
BOA·메릴린치가 지난 1월 글로벌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일본을 바라보는 기관투자가들의 태도에 변화가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설문에 응답한 펀드매니저 가운데 20%가 '일본 주식의 비중을 줄였다'고 응답했지만 올 1월에는 그 비율이 3%를 기록해 시장의 투자 선호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또한 이번 조사에서는 '일본이 가장 저평가된 시장'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상승했다. 다시 말해 글로벌 투자가들은 앞으로 일본 기업의 수익 전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셈이다.

국채시장 뒤흔들 위험한 뇌관

정부 처지에서 보면 엔화 절하 정책은 합리적인 선택이다. 엔저는 수출 경쟁력을 높이고 엔화로 표기된 수입 상품의 가격이 올라가 국내 디플레이션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 물가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아베 내각 입장에서도 중요한 사항이다. 그러나 이런 조치는 장차 일본 경제에 화근이 될 수 있다. 잦은 시장 개입으로 중앙은행 정책에 대한 시장의 반응을 둔화시킬 수 있다. 양적완화에만 의지한 구두 개입으로 지속적으로 엔화 가치를 끌어내릴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번의 엔화 절하는 예상한 일이었지만 속도가 너무 빨라 사람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이번 평가절하는 적정 수준을 회복한 부분이 많다. 종전에 엔화 가치가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가 강력하게 추진하는 것도 이런 요인이 크게 작용했고 그 결과 엔화 가치가 크게 하락했다." 지아셩그룹의 한 외환분석가는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가파르게 엔화 가치가 떨어진 이후 엔화 절하의 동력이 약화됐다. 일부 분석가들은 이에 발맞춰 해외 자산이 일본으로 복귀하면 엔화 가치가 다시 상승세를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이탈리아 대선 등 유럽의 각종 잠재된 리스크도 엔화 동향에 불확실성을 가져올 수 있다. 사이토 미쓰루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렇게 지적했다. "과도한 평가절하가 일본 경제에 반드시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보장은 없다. 일본경제단체연합회 등 재계에서도 엔화의 과도한 절하는 수입 원가를 상승시키기 때문에 일정 기간에 이르면 정부가 엔화 가치 하락을 억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110~120엔까지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앞으로 일본이 적극적으로 에너지를 개발하면 무역 적자를 줄이고 경상수지 흑자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아베 내각이 몰고 온 바람이 잠잠해지면 엔화는 외국 중앙은행의 움직임에 더 많은 영향을 받을 것이다. 간노 마사아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엔화 절하는 고평가된 엔화 가치를 조정한 것이고, 앞으로 계속 큰 폭으로 절하가 진행될 경우 엔화 가치가 오히려 저평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엔화의 동향은 두 요인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첫째는 일본 중앙은행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보다 더 적극적으로 양적완화 조치를 추진할지 여부다. 둘째는 미국 경제가 조기에 회복하고 통화를 거둬들일지 여부다. 두 요인이 충족되면 엔화는 더 쉽게 평가절하될 것이다.

ⓒ 新世紀週刊 2013년 3호(제537호) 日本經濟未脫困 번역 유인영 위원

2013년 3월 10일 일요일

아베노믹스, 가라앉는 일본열도 구할까


이글은 이코노미인사이트(Economy Insight) 2013-03-01일자 기사 '아베노믹스, 가라앉는 일본열도 구할까'를 퍼왔습니다.
[Trend] 경기부양에 사활 건 일본, 어디로 가나

펄럭이는 일장기 너머로 일본 도쿄항 컨테이너 부두가 보인다. 일본 정부는 엔화 가치 절하를 통해 수출 경쟁력 확보를 꾀하고 있다. 뉴시스 REUTERS

일본 디플레 탈출 위해 무차별 양적완화… 악재 많아 성공 여부 미지수

일본의 아베 신조 정부가 무차별적 양적완화에 나서고 있다. 엔화 가치 하락을 통해 물가를 끌어올리고 수출 경쟁력을 회복하려는 '아베노믹스'다. 일단은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엔화 가치는 하락했고 주가는 올랐다. 그러나 낙관하기는 이르다. 막대한 재정 적자와 국채 이자 부담 증가가 당장의 과제다. 소비세 인상을 앞두고 국민이 지갑을 닫을 가능성도 있다.

장환위 張環宇 (신세기주간) 기자

지난해 12월26일 일본 자민당의 아베 신조 총재가 총리에 취임했다. 유력 정치가문 출신으로 강경 매파를 대표하는 그는 취임 초기부터 급진적 면모를 보였다. 자국 통화의 무제한 양적완화를 선언했을 뿐 아니라 대담한 인플레이션 목표를 제시해 주목을 받았다.
1990년대 부동산 거품이 꺼진 뒤 일본 경제는 잃어버린 세월을 보냈다. 부동산 가격은 계속 하락했고 시시때때로 디플레이션 문제가 불거졌다. 인구 고령화와 산업공동화는 경제의 활력을 꺾어버렸다. 역대 정부가 끊임없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기대할 만한 효과는 거두지 못했다.
아베 총리가 취임 초기부터 경제를 살리겠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시장의 의구심은 사라지지 않았다. 아베 총리의 개혁 조치가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 양적완화가 꺼져버린 일본 경제의 엔진에 다시 불을 붙일 수 있을까? 인구 고령화와 경제의 활력 부족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까? 잦은 지도부 교체로 유명한 일본 정치계가 새로 취임한 아베 총리에게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할까? 취임 초기부터 제기된 여러 의문점은 그의 임기 동안 계속 따라다닐 것이다.
지난 10여년간 일본 경제에는 디플레이션의 먹구름이 가시지 않았다. 이 때문에 역대 정부는 모두 디플레이션에 대응하고 엔화의 평가절상을 억제하는 것을 최대 정책목표로 설정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실업률이 개선되고 경제성장을 유지하는 단계에서도 전반적으로 물가는 오르지 않았다. 오히려 일본 정부는 과도한 외환시장 개입으로 주변국의 심기를 건드렸고 환율은 억제할수록 상승했다.

낙관과 비관 교차하는 아베노믹스

아베 총리 역시 취임 뒤 엔화 절상을 억제하고 물가를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다른 정치인들과 다른 점이라면 물가상승률 목표를 2%로 설정했다는 점이다. 종전까지 일본 중앙은행이 설정한 목표는 1%에 그쳤다. "물가 목표를 2%로 설정한 것은 좋은 일이지만, 목표를 실현할 방법이 없는 것이 문제다." 일본 스미모토신탁의 시장 애널리스트 아야코 세라는 "자산 가격의 상승을 통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모습이 아베 정부와 이전 정부의 차별화된 점"이라고 했다. "물론 성공하면 좋겠지만 그만큼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자산 거품이 만들어질 수 있고 거품이 꺼지면 더 참담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급진적 이미지를 등에 업고 취임한 아베 총리에 대한 각계의 평가가 엇갈리지만 경제를 전환하기 위한 새로운 정책은 주목받기 시작했다. 닛세이기초연구소의 사이토 타로 경제조사실장은 "지속적인 양적완화가 필요하지만 양적완화에만 의지해서는 인플레이션을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수요 부족 상태에 빠진 경제부터 손을 써야 한다. 수요 부족을 해결하려면 성장 전략부터 마련해야 한다."
일본이 디플레이션의 악순환에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인구 고령화와 생산성 저하를 주된 이유로 꼽는다. 릿쿄대학 경제연구소 후카오 교지 교수는 자신의 저서에서 일본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975∼90년 평균 4%를 기록했지만 1990∼2006년에는 1.3%로 떨어져 2.7%포인트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그 가운데 1.2%포인트는 생산성 하락에서 비롯됐고 1.1%포인트는 1인당 노동시간의 감소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교지 교수는 "생산성 하락에 대응해 정부는 생산성이 높은 기업의 규모를 확대하고 생산성이 낮은 기업을 축소하거나 가동을 중단시켜 경제의 신진대사를 개선하고 자본과 기술 집약형 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각 기관을 구조조정하거나 교육하는 등의 방식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노동시간 감소 요인에 대해서 교지 교수는 "고령화와 비정규직 노동자 증가 현상은 앞으로도 장기간 지속될 것이기 때문에 수요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노동생산성을 높여도 1인당 노동시간 감소로 인한 손실을 상쇄할 수 없다"고 했다. 이 때문에 고령 인구의 재취업을 촉진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구가 지금의 절반으로 줄었을 때 1인당 GDP가 변하지 않았다고 가정하면 전체 GDP도 절반으로 급감하게 된다. 인구가 계속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 기업은 안심하고 설비 투자를 진행할 수 없어 투자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따라서 인구가 더 이상 줄어들지 않을 것이란 안도감을 줘야 한다." 도카이도쿄증권 사이토 미쓰루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인구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선 적극적으로 출산을 장려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 일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1∼2년 사이에 해결할 수 없고 최소 10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된다."
여기에 일본 제조업의 해외 이전으로 산업공동화 위험마저 가중되고 있다. 특히 최근 몇년 사이 엔화가 크게 절상되면서 이런 위험이 증폭됐다. 수입 상품의 가격이 계속 하락하면 일본 내 물가 역시 심각한 영향을 받아 디플레이션 압력이 상승하고 기업의 수익률이 떨어질 것이다. 이 때문에 '디플레이션 파이터' 이미지로 중무장한 아베 총리는 엔화 절하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본 정부가 단기간에 산업정책을 통해 해외로 나간 산업을 돌아오게 만드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오히려 신흥 산업 지원과 새로운 시장 개척에 중점을 두는 정책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JP모건체이스의 간노 마사아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엔화 절하를 통해 물가를 끌어올리는 것은 한계가 있고 다음 개혁을 위한 시간을 벌 수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각종 산업 규제를 완화하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자유무역협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지적했다. "TPP에 참여하지 못하면 구조 개혁도 추진할 수 없다. 반대 목소리가 있는 상황에서 아베 총리가 조기에 TPP에 참여할 수 있을지 여부가 관건이다. 일본이 국내 생산성을 끌어올리려면 생산성과 함께 국제 경쟁력을 갖춘 산업에 자원을 배분해야 하는데, 이런 목표에서 보면 TPP의 위상이 매우 중요하다."

지난 2월12일 일본 도쿄 외환시장의 TV 모니터에 아베 신조 총리가 연설하는 모습이 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는 취임과 동시에 대규모 양적완화를 단행해 엔화 가치 절하에 나섰다(왼쪽). 지난 1월 할인 행사를 알리는 문구가 내걸린 일본 도쿄 긴자의 쇼핑 거리를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뉴시스 REUTERS

에너지·바이오에서 살길 찾아야

사이토 타로 교수는 일본이 전통 제조업에 큰 기대를 걸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조업과 가공업은 신흥국도 할 수 있기 때문에 경쟁할 수 없다. 일본이 앞으로 기대할 수 있는 산업은 에너지다. 일본은 지금까지 에너지가 없는 국가로 알려졌지만 일본 주변에서 새로운 에너지를 찾아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에너지란 석유나 천연가스가 아닌 태양광이나 전자파를 에너지로 전환하는 기술 등 전혀 새로운 에너지를 뜻한다. 또한 아야코 애널리스트는 일본이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하되 기술혁신에 기반을 둔 경쟁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령사회에 접어들어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일본 내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바이오의약과 자동차 등 첨단 제조업 분야에 가능성이 있다."
개혁을 기대할 수 있는 또 다른 분야는 부동산 시장이다. 일본의 부동산업은 1990년대에 큰 좌절을 겪은 이후 지금까지 '대차대조표'를 회복하는 과정에 있다. 오사카나 도쿄 상업지구의 토지가격지수를 보면 1990년대를 전후해 각각 260과 240의 최고점을 찍은 뒤 하향 곡선을 그렸다. 지금은 각각 55와 66까지 떨어진 상태다. 지난 1월4일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의 니시무라 기요히코 부총재는 미국경제학회 총회에서 "일본의 부동산 가격이 과도하게 하락했지만 인구 고령화로 인해 부동산 가격은 실제 가치와 더 많은 격차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침체된 부동산 시장을 겨냥한 정부의 정책적 노력은 이미 시작됐다. 일본 정부는 1천억엔 규모의 부동산투자기금을 조성해 상업용 부동산과 주택에 투자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법이 명확하지 않다. 효과를 확인할 방법도 없지만 규모로 봤을 때 전체 부동산 시장을 움직이기엔 부족한 것 같다"고 일본의 한 대형 부동산중개회사 대표는 말했다. 일본 부동산 임대료의 명목수익률은 낮지 않지만 유지 비용도 결코 낮지 않아 부동산 시장의 투자 열기를 되살리기 위한 길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아베 총리 앞에 놓인 또 다른 난제는 장기적인 재정건전성과 국채 발행을 통한 재원 조달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추산에 따르면, 2012년 일본 정부의 부채 규모는 GDP의 237%에 달했다. 국내 투자자가 많아 유럽에서와 같은 투매 현상이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채무와 재정 적자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 국채에 대한 시장의 태도가 언제까지나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이는 결국 피할 수 없는 리스크가 됐다.

양적완화, 그리스 사태 초래할 가능성도

일본 국채를 매입한 주체가 대부분 국내의 대형 금융기관이기 때문에 일본 국채 수익률이 크게 상승하면 이 기관들은 해외 보유 자금을 줄일 수밖에 없다. 해외 자금에는 장기간 보유해온 미국 국채도 포함된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세계 금융시장에 큰 폭풍이 몰아칠 것이다. 일본 국채시장은 '자급적'인 특징을 지녔기 때문에 정부의 재정 안정성에 리스크가 집중된다. 즉, 일본 경제가 자금조달 비용을 크게 앞지를 수 있을 만큼 성장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아베 정부가 출범한 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0.08%의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0.08%를 기준으로 단순 계산해보면 일본의 경제성장률이 2%를 넘겨야 국채 이자 부담을 감당할 수 있다. 하지만 사회복지 수준이 높고 고령화가 심각한 국가가 그만큼 안정적 성장세를 유지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일본 정부도 리스크를 인식하고 있다. 아베 총리가 무제한적 양적완화 방안을 갖고 취임한 뒤 아마리 아키라 일본 경제재정·경제재생 장관은 "일본 정부의 단기 과제는 경기 활성화"라고 말했다. 또한 장기적 재정 목표를 수립해 재정 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시장에 전달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허용 한도를 높이고 무제한적 적자를 감수하는 통화정책 앞에서 이런 설명은 무력해 보인다.
1990년대 거품 경제가 꺼진 이후 민영화와 정부 규제 완화 등 구조적 개혁을 추진해야 했지만 지금까지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았다. 지금 당장 개혁을 추진한다 해도 단기간에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다. 성과에 목마른 아베 총리가 재정정책은 물론 중앙은행의 통화정책마저 완화해 경제 활성화를 꾀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사실 산업공동화로 인해 일본 내 기업의 경쟁력과 수익성이 크게 하락했다. 여기에 인구 고령화 문제가 불거지면서 노인연금과 의료 등 사회복지로 인한 재정적 부담이 가중됐다. 구미 국가와 마찬가지로 일본이 재정 리스크를 줄이려면 재정 수입을 늘리고 지출을 줄여야 한다. 아베 정부가 선거 과정에서 '잃어버린 국민소득 50조엔 만회'를 공약으로 내걸고 소득 격차 축소와 성장을 통한 부의 창출을 정책 방향으로 설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아베 정부의 급진적 전략은 채권시장에서 그리스와 비슷한 사태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공교롭게도 아베 정부가 제시한 물가 목표 2%가 달성되는 순간 채권시장이 가장 위험해질 것이다." 간노 마사아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해 현재 중앙은행이 설정한 목표치인 1%를 넘기면 채권시장이 술렁이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에 예금이 있어도 국내에서는 대출해줄 곳이 없어 결국 국채를 매입할 수밖에 없다.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하면 예금이 은행에서 이탈할 것이고 가장 위험한 순간이 될 것이다."
아야코 세라 애널리스트는 최근 20~30년 만기 국채에 대한 매수 주문이 있었지만 10년 만기 국채도 수요가 많다고 전했다. 국채시장의 수급 구조를 봤을 때 일본 국채를 대량 투매하는 현상은 일어나지 않았다. 계절적 요인 외에 경상수지 흑자 기대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고 국내에 막대한 예금이 있어 그리스 같은 국가와는 상황이 확연하게 다르다. "물론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으면 일본도 결국 그리스처럼 될 것이다."
2014년 소비세를 인상하는 법안이 통과됐지만 일본 정부가 올가을 최종적인 판단을 내려야 한다. 아야코 애널리스트는 "정부가 소비세를 올리지 않으면 국채 등급이 하락해 일본 재정의 위험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이토 미쓰루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국채 수익률이 빠르게 상승해도 일본 정부는 이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해소할 수단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아베 정부가 적자 통화정책을 시행하더라도 언젠가는 이런 정책을 중단할 것이라는 신호를 꾸준히 시장에 보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골드만삭스 수석이코노미스트 나오히코는 "새 내각의 급진적인 양적완화 조치가 엔화의 과도한 절상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조치는 재정 안정을 추구하는 일본 정부에 많은 문제점을 가져오겠지만, 새 내각이 정부의 인건비 지출을 줄이는 등 다양한 약속을 이행한다면 부정적 영향을 일부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월 한 남성이 일본 도쿄의 일본은행 앞을 지나가고 있다. 일본은행은 중앙은행 고유의 의무인 물가 안정을 버리고 2% 물가 상승 목표를 설정해 무제한으로 통화 완화를 실시하기로 했다. 뉴시스 REUTERS

나오히코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양적완화를 실시하면 2013년 회계연도에 일본 경제가 안정적으로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새 내각이 원자력 문제 등 다른 정책을 대하는 태도 역시 경제회복에 초점이 맞춰지게 될 것이다. 아베 총리는 선거에서 승리한 뒤 민주당이 제시한 원자력발전소 신축 불허 및 2030년까지 원자력발전을 완전히 중단하겠다는 방침을 수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아베 정부가 원자력발전소를 재가동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가면 액화천연가스 등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질 것이다. 이 경우 에너지 수입 가격이 예상보다 많이 하락하면 호재로 작용할 것이다."
과거에도 일본 총리를 지냈던 아베 신조는 공약을 통해 선거에서 승리하면 양적완화 조치를 추진하고 엔화 가치 상승 억제를 주요 정책목표로 설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선거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시장에서는 엔화 투매 광풍이 불었다. 2012년 11월 초 80엔 수준이던 달러 대 엔화 환율이 90엔을 돌파해 2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기간에 엔화 절하폭은 10%에 달했다. 이와 함께 닛케이지수는 큰 폭으로 올라 11월 중순 8700포인트 부근에 머물던 닛케이225지수는 단번에 1만포인트를 훌쩍 넘겼다. 일본 중앙은행과 아베 내각이 손잡고 디플레이션에 대항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장에서는 주식을 사들이려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기업의 수익 상황을 보면 아직까지 수익률이 개선됐다는 뚜렷한 움직임은 없다. 중국과 일본의 외교관계 악화로 인해 무역이 위축됐고 글로벌 경제 회복의 불확실성이 잠재돼 있어 외부 수요도 회복되지 않았다.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는 현실 역시 일본 경제 회복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새 정부의 정책적 구호 앞에서 시장은 이런 모든 상황을 간과하고 있다.
BOA·메릴린치가 지난 1월 글로벌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일본을 바라보는 기관투자가들의 태도에 변화가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설문에 응답한 펀드매니저 가운데 20%가 '일본 주식의 비중을 줄였다'고 응답했지만 올 1월에는 그 비율이 3%를 기록해 시장의 투자 선호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또한 이번 조사에서는 '일본이 가장 저평가된 시장'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상승했다. 다시 말해 글로벌 투자가들은 앞으로 일본 기업의 수익 전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셈이다.

국채시장 뒤흔들 위험한 뇌관

정부 처지에서 보면 엔화 절하 정책은 합리적인 선택이다. 엔저는 수출 경쟁력을 높이고 엔화로 표기된 수입 상품의 가격이 올라가 국내 디플레이션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 물가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아베 내각 입장에서도 중요한 사항이다. 그러나 이런 조치는 장차 일본 경제에 화근이 될 수 있다. 잦은 시장 개입으로 중앙은행 정책에 대한 시장의 반응을 둔화시킬 수 있다. 양적완화에만 의지한 구두 개입으로 지속적으로 엔화 가치를 끌어내릴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번의 엔화 절하는 예상한 일이었지만 속도가 너무 빨라 사람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이번 평가절하는 적정 수준을 회복한 부분이 많다. 종전에 엔화 가치가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가 강력하게 추진하는 것도 이런 요인이 크게 작용했고 그 결과 엔화 가치가 크게 하락했다." 지아셩그룹의 한 외환분석가는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가파르게 엔화 가치가 떨어진 이후 엔화 절하의 동력이 약화됐다. 일부 분석가들은 이에 발맞춰 해외 자산이 일본으로 복귀하면 엔화 가치가 다시 상승세를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이탈리아 대선 등 유럽의 각종 잠재된 리스크도 엔화 동향에 불확실성을 가져올 수 있다. 사이토 미쓰루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렇게 지적했다. "과도한 평가절하가 일본 경제에 반드시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보장은 없다. 일본경제단체연합회 등 재계에서도 엔화의 과도한 절하는 수입 원가를 상승시키기 때문에 일정 기간에 이르면 정부가 엔화 가치 하락을 억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110~120엔까지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앞으로 일본이 적극적으로 에너지를 개발하면 무역 적자를 줄이고 경상수지 흑자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아베 내각이 몰고 온 바람이 잠잠해지면 엔화는 외국 중앙은행의 움직임에 더 많은 영향을 받을 것이다. 간노 마사아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엔화 절하는 고평가된 엔화 가치를 조정한 것이고, 앞으로 계속 큰 폭으로 절하가 진행될 경우 엔화 가치가 오히려 저평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엔화의 동향은 두 요인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첫째는 일본 중앙은행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보다 더 적극적으로 양적완화 조치를 추진할지 여부다. 둘째는 미국 경제가 조기에 회복하고 통화를 거둬들일지 여부다. 두 요인이 충족되면 엔화는 더 쉽게 평가절하될 것이다.

ⓒ 新世紀週刊 2013년 3호(제537호) 日本經濟未脫困 번역 유인영 위원

장환위  economyinsight@hani.co.kr

2013년 2월 12일 화요일

일본 '아베노믹스'를 바라 보는 지경부의 시선


이글은 노컷뉴스 2013-02-12일자 기사 '일본 '아베노믹스'를 바라 보는 지경부의 시선'을 퍼왔습니다.

"일본 엔저 경제정책은 이웃나라를 거지로 만드는 정책이다. 우리는 이 정책을 수용할 수 없고 오바마 행정부는 엔화 약세를 절대로 용인할 수 없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미국 자동차 정책위원회 매트 블런트 위원장)

"환율 조작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독일 엥겔라 메르켈 총리)

돈을 찍어 엔화 약세를 유발해 경기 회복을 꾀하고자 하는 일본 아베정부의 경제 정책, 이른바 '아베노믹스'에 대한 세계 주요 국가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독일만이 아니라 영국과 프랑스 조야에서도 최근 엔화 약세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미국과 유럽 지도자들의 발언에는 사실 아베노믹스가 자국 산업에 미칠 악 영향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다. 이와 관련해 특히 주목되는 것이 자동차 산업이다. 

자동차 산업은 고용 등 산업연관 효과가 커 각국의 경제를 살리는 데 매우 중요한 만큼, 자동차 업종이 강한 미국과 독일 등에서 역시 자동차 업종이 강한 일본에 대해 강한 불만의 목소리를 낸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아베노믹스의 최대 피해자는 한국이 될 것이라는 외신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정부에서는 미국 독일처럼 대놓고 일본의 경제정책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는 없었지만 아베노믹스를 분석 평가하는 자료가 나왔다. 

지경부가 최근 배포한 '일본 아베정권 경제정책 주요내용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이다. 

일본의 경제 정책이 돈을 푸는 양적 완화만이 아니라 '산업과 무역의 양대 축에 의한 산업국가' 성장을 목표로 기업발전을 통한 실물경제와 경제성장 회복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일본 경제 부활 정책의 특징을 실물 경제 활성화로 요약하면서 산업과 통상을 담당하는 일본 경제 산업성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강화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경제산업성을 중심으로 산업과 통상을 아우르는 종합적 대책수립을 통해 정책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또 엔화 약세로 환율 민감도가 높은 자동차, 전기전자 등에서 세계시장에서 한일 양국의 경쟁이 심화되겠으나, 경기회복에 따른 일본 소비시장 활성화로 우리 기업의 일본 시장 진출이 원활해질 것으로 기대됨에 따라 적극적인 시장 개척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일본의 경제 부활 정책이 과연 성공할지, 또 그 결과로 일본 시장이 활성화될지 알 수 없다. "일본의 경제정책이 우리기업에게 위기이자 기회"라고는 하지만, 세계 곳곳에서 일본 기업과 부딪치고 있는 우리 기업으로서는 엔저로 인한 손실이 이익보다 클 것이라는 점에서 이런 접근은 다소 막연하다. 

사실 지경부의 보고서는 통상업무의 이관을 반대하는 외교부에 대해 아베노믹스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반박하는 맥락이 강하다. 

따라서 세계 지도자들이 다양한 '우려 발언'을 통해 일본의 아베노믹스를 견제하고, 특히 엔화 약세의 최대 피해자가 한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이런 접근은 한가하다는 느낌을 지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산업과 통상 업무를 아울러야 하다는 근거를 하필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고 성공 여부도 불투명할 아베노믹스에서 찾고 있기 때문이다.

CBS 김학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