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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16일 일요일

각하를 향해서는 무조건 받들어~ 총?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9-17일자 제928호 기사 '각하를 향해서는 무조건 받들어~ 총?'을 퍼왔습니다.
[초점] 트위터에서 대통령 비판한 이 대위, 상관모욕죄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 선고 변호인 “대통령은 군형법상 상관에 해당하지 않고, 기무사가 월권 행위로 기소 증거 찾아” 항소

대통령을 비판한 군인은 형법 처벌 대상일까? 그렇다면 군인에게 허용된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일까?
최근 이러한 질문과 관련해 논란을 지핀 판결이 나왔다. 지난 8월31일 육군 7군단 보통군사법원이 인터넷상에서 상관인 대통령을 모욕했다며 군검찰이 기소한 이아무개(27·육사 64기) 대위에게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앞서 이 대위는 지난해 12월20일 “가카 이×× 기어코 인천공항 팔아먹을라고 발악을 하는구나” 등 모두 10차례 넘게 인천공항 매각 추진, BBK 의혹, KTX 민영화 추진, 서울 내곡동 땅 문제 등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한 내용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혐의로 군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모범을 보여야 할 군 장교로서 수차례에 걸쳐 상관을 모욕하는 글을 게재해 지휘권을 혼란스럽게 했고 반성의 기미가 없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 이 대위의 군사고등법원 항소심에서는 유권자이기도 한 군인이 대통령을 비판할 수 있는지와 기무사의 수사 범위가 쟁점으로 떠오를 듯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2010년 9월28일 서울 경복궁 홍례문 앞에서 열린 ‘6·25 전쟁 60년 서울 수복 기념 국군의 날 행사’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 한겨레21 김명진

“유권자 이 대위가 비판한 건 행정부 수반”

현역 군인이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을 비판한 이 사건은, 언뜻 보면 나라의 부름을 따르는 한 장교의 부적절한 행위로 비쳐질 수 있다. 그러나 선고가 내려진 날, 이 대위 쪽 변호인은 고등군사법원에 곧바로 항소했다. 재판 과정에서 어떻게 이 대위를 수사했는지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고, 대통령에 대한 상관모욕죄를 들어 군인을 형법으로 처벌하는 것이 과도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 대위 쪽 변론을 맡은 이재정 변호사(법무법인 동화)는 재판 과정에서 “대통령은 군형법의 취지와 연혁에 미뤄볼 때 상관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해왔다. 따라서 군형법의 상관모욕죄를 들어 이 대위를 처벌하는 게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군기 문란이나 각종 반란 등을 처벌하려고 만든 군형법에서는 상관의 정의를 이렇게 내리고 있다. “명령복종 관계에서 명령권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 명령복종 관계가 없는 경우의 상위 계급자와 상위 서열자는 상관에 준한다.”(제2조 1항) 이 변호사는 “대통령은 군형법에 나온 ‘준상관’(명령복종 관계가 없는 경우의 상위 계급자와 상위 서열자)이 아니기 때문에 ‘순정상관’(명령복종 관계에서 명령권을 가진 사람)인지 여부를 따져야 하는데, 군인이 아닌 대통령을 현역 군인 사이에 적용하는 군형법의 상관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또 “설령 군형법에서도 대통령을 상관으로 본다고 해도, 투표권을 가지고 있는 유권자인 이 대위가 트위터에서 언급한 대통령은 군 최고통수권자가 아니라 행정부 수반이니 정당한 비판의 대상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헌법과 국군조직법에서 대통령이 국군통수권자임을 규정하고 있고, 상관모욕죄는 군인 상호 간의 관계가 아닌 군인과 군인 이외의 공무원과의 관계도 포함해야 한다”며 변호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대위를 기소한 군검찰 쪽에서도 대통령령인 ‘군인복무규율’을 근거로 대통령도 상관에 포함된다고 했다. 군인복무규율 제2조 4항에는 상관을 “명령복종 관계에 있는 사람 사이에서 명령권을 가진 사람으로서 국군통수권자부터 바로 위 상급자”라고 명시하고 있다. 원래 이 조항엔 국군통수권자라는 표현이 없었다. 2009년 9월29일 개정 때 이 조항에 국군통수권자가 포함됐다. 2008년 촛불집회 때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거세자, 국방부가 ‘이명박 대통령 등 상관을 비방하지 말라’는 공문을 각 군에 내려보낸 뒤다.

기무사 민간인 사찰 과정에서 찾았나?

군이 어떤 과정을 거쳐 이 대위를 수사했는지를 이번 재판 과정에서 자세히 밝히지 않은 것은 또 다른 쟁점이다. 군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이 대위가 익명으로 활동한 트위터의 내용을 갈무리한 자료를 기무사령부에서 넘겨받아 조사를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명이 아닌 익명으로 사용하던 트위터의 실제 사용자가 이 대위라는 사실을 기무사가 어떻게 확인했는지는 자세히 드러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변호인 쪽에서는 기무사가 권한을 넘어서는 행위로 이 대위를 기소한 증거를 찾아냈으며, 이는 합법적인 절차로 확보된 증거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기무사가 이 대위의 기소 증거를 확보한 것과 관련해, 기무사가 군인뿐만 아니라 민간인까지 광범위하게 사찰했음을 보여주는 정황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형법에서는 기무사의 활동 범위를 내란·외환의 죄, 군형법상의 반란·이적의 죄, 국가보안법, 군사기밀보호법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앞서 재판 과정에서 기무사는 인터넷상에 군과 관련한 검색어를 넣는 식으로 방첩 활동을 하던 중 이 대위의 트위터를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평소 이 대위가 익명으로 트위터를 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기무사가 군인과 일반인의 트위터를 가리지 않고 광범위하게 대통령 비방글을 수집해온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에서는 2009년 8월 기무사의 한 대위가 민주노총 주최 쌍용자동차 파업집회 현장을 캠코더로 촬영하다가 시위대에 붙잡힌 사건이 있었다. 이와 관련해 당시 민주노동당 당직자 등 15명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고, 지난 1월 서울중앙지법은 국가가 1억26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현재 항소심을 준비하고 있는 이 변호사는 “앞으로 수사 과정의 적법성과 이 대위를 형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법리를 다투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일반 형사죄에서는 인터넷 공간에서의 공인인 정치인에 대한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고, 표현 자체가 모욕에 해당하기 어렵다는 판례가 대다수”라며 “일반적인 정치 현안에 대해 선출된 대통령에게 ‘가카, 이새끼’ 등의 표현을 하는 것이 모욕에 해당하는지가 항소심에서 다퉈야 할 쟁점”이라고 덧붙였다.

‘국가원수모독죄’ 부활 비판

이번 판결을 두고 시민단체에서는 1988년에 없어진 ‘국가원수모독죄’가 사실상 부활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군인권센터는 8월31일 “군인의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를 박탈하고 있는 평시 군사법원의 폐지 청원 운동(ka.do/oJ)을 전개하겠다”고 반발했다. 군인권센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과 판사와 법률가의 독립(사법권 독립)에 대한 특별보고관에게 이번 사건에 대한 개인 청원을 제출해 국제적 공론화를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위와 관련한 이번 판결에 따르면, 군인은 대통령을 뽑을 권리는 있지만 비판할 권리는 없는 셈이다. 이 대위에게 군사고등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릴지 지켜볼 일이다.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2012년 9월 5일 수요일

기무사, 입대 전 미니홈피까지 감시했다


이글은 시사IN 2012-09-05일자 기사 '기무사, 입대 전 미니홈피까지 감시했다'를 퍼왔습니다.
이 대위 사건을 계기로 또 다른 군대 내 표현의 자유 침해 사례를 찾았다. 비공개로 쓴 인터넷 게시물부터 군 입대 전 스크랩한 사진까지 지우라는 명령을 받은 이도 있었다.

(시사IN)은 이 대위 사건을 계기로 온라인상 또 다른 표현의 자유 침해 사례를 찾았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군 복무를 했던 이들 중에는, 비공개로 쓴 인터넷 게시물부터 민간인 시절 스크랩한 사진까지 지우라는 일을 겪은 이도 있었다.  

2010년 공군 일반병으로 입대한 김한준씨(가명·22)는 훈련소에서 개인 신상정보를 써내며 개인 홈페이지 주소란도 채웠다. 며칠 후 소대장이 따로 김씨를 불렀다. 그는 김씨에게 개인 홈페이지에 군대나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쓴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시사IN 조남진 트위터에 대통령에 대한 글을 올려 ‘상관모욕죄’로 기소된 이 아무개 대위에 대한 공판이 8월22일 열린 가운데 군 관계자들이 재판 상황을 보고하고 있다.

김씨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럴 수도 있다고 대답했다. 소대장은 당장 삭제를 명했다. 군기가 바짝 들어있던 군 생활 초기라 그는 곧바로 집으로 연락해 블로그를 비공개로 바꿨다. 김씨 외에도 온라인 활동을 한다고 적어낸 5명 중 음악 블로그를 하는 한 사람 외에는 모두 비공개 처리를 해야 했다. 

자대 배치를 받고 그는 또 상사에게 불려갔다. 주임원사의 첫마디는 “싸이월드에 반정부적인 글을 올린 적이 있느냐”였다.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더니, 상사는 미국산 쇠고기 비판 같은 걸 올린 적이 없느냐고 되물었다. 그제야 무언가가 생각난 김씨는 그런 것 같다고 대답했더니, 삭제한 후 보고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군에서 문제가 된 온라인 게시물들 중 이명박 대통령이 레닌 동상 앞에서 찍은 사진
기무사에서 다 보고되었다는 것이다. 김씨는 2년 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가 한창일 때 미니홈피에 관련 웹툰을 올린 적이 있었다. 그것도 그가 직접 작성한 게 아닌 스크랩 게시물이었다. 김씨는 “잘 기억도 안 나는 예전에 쓴 게시물을 지금 군인이라고 해서 지우라니 좀 황당했지만, 지시에 안 따르면 불이익을 당할 수 있어 군말 없이 삭제했다”라고 말했다. 

비공개 미니홈피까지 털려

2009년 해병대에 일반병으로 입대한 김준호씨(가명·23)는 입대 전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해병대 관련 사진을 미니홈피에 올렸다. 해병대가 어떤 일을 하는지 미리 뒤적여보면서 별 생각 없이 올린 사진이었다. 김씨 또한 해병대 명예를 실추시킨다는 지적을 받고 사진을 삭제해야 했다. 2010년 공군에 입대한 이진이씨(가명·24)는 싸이월드 다이어리 글을 지워야만 했다. 그가 입대 전 해, 우측통행으로 바뀐 세태에 대해 불편하다고 투덜거린 것이 화근이었다. 그가 썼던 글은 “우파 정권이 나라를 잡으니 걷는 것도 오른쪽으로 바뀌나”였다.

심지어 자신의 싸이월드 주소를 군에 알리지 않았는데도 ‘기무사의 검열’에 걸린 사람도 있다. 2010년 공군에 입대한 이가현씨(가명·24)는 군 입대 전 미니홈피에 이명박 대통령 사진을 올린 적이 있었다. 1989년 이 대통령이 당시 소련 모스크바의 레닌 동상 앞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이씨는 사진과 함께 “그럼 이명박 대통령도 국가보안법 위반”이라고 농담 투로 썼다. 자대 배치를 받고 3개월가량이 지난 때, 상사가 불러 해당 게시물에 대해 추궁했다. 이씨는 곧 게시물을 삭제해야 했다. 

군에서 문제가 된 온라인 게시물들 중 미국산 쇠고기 관련 웹툰
비공개 게시물 때문에 영창에 갈 뻔한 사연까지 나왔다. 2010년 G20 정상회의가 끝난 시점, 강민우씨(가명·22)는 ‘미니홈피에 상관모욕죄에 해당하는 게시물이 있다’라는 통보만 받았다. 2009년 육군 일반병으로 입대하기 전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미니홈피 사진첩을 비공개로 전환해 둔 터라, 그는 무슨 일인지 짐작도 할 수 없었다. 중대장과 함께 미니홈피에 접속해 30분 동안 비공개 게시물을 뒤지다가 이명박 대통령 합성사진을 발견했다. 군에 가기 전 디씨인사이드에 올라온 ‘합성-필수요소’ 갤러리에서 퍼온 사진이었다. 강씨는 이 건으로 사단 법무부까지 조사를 받으러 갔다.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군 입대 전 게시물이라는 게 참작이 되어 구두 조치로 끝났지만 그땐 정말 이러다 인생이 끝날까봐 무서웠다. 그 이후에 싸이월드 사진첩 폴더 자체를 아예 다 삭제했다”라고 말했다. 강씨는 지금도 당시 충격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비공개 게시물도 누군가 마음먹으면 볼 수 있는 상황을 겪은지라, 온라인에 무언가를 올리는 걸 꺼리게 되었다.

최강욱 변호사는 “이건 군인의 표현의 자유라는 용어로 설명하기도 구차한, 유신이 부활한 듯 느껴지는 일이다. 민간인일 때 올렸던 글까지 삭제하라고 한 건, 군인을 군대의 소유물로 보는 것 같아 황당하다”라고 말했다. 이재정 변호사는 병사의 미니홈피를 검열하고 삭제를 지시하는 것은 기무사의 권한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국군기무사령부령에 명시된 직무 범위는 군에 대한 보안 및 방첩 업무, 대정부 전복·대간첩 작전 등과 관련한 첩보 등이다.

김은지 기자 | smile@sisain.co.kr

2012년 8월 26일 일요일

부디 미안해하지 말아요


이글은 한겨레21 2012-08-27일자 기사 '부디 미안해하지 말아요'를 퍼왔습니다.
[기획]미안하단 말 남기고 세상 등진 2009년 기무사 민간인 사찰 사건 피해자 엄윤섭씨… 침착하고 순한 그는 왜 투신자살을 했나

» 2009년 8월 국회 민주노동당 의정지원단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고 엄윤섭씨가 자신의 일상을 몰래 촬영한 동영상 화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엄씨 등 민간인들의 행적이 담겨 있는 이 동영상은 당시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 소속 신아무개 대위가 갖고 있던 것이다. 한겨레 김봉규

쑥스러움을 타는 아빠와 수줍음 많은 딸이었다. 2011년 1월31일 저녁, 서울 통의동에 위치한 참여연대 아카데미 ‘느티나무’에서 진행된 하와이 민속악기 우쿨렐레 강좌에서 만난 닮은꼴 부녀는 젊은 여성이 대다수였던 수강생들 사이에서 유독 눈에 띄었다. 열 살배기 딸내미와 함께 우쿨렐레를 치는 사연을 궁금해하는 기자에게 마흔넷 아빠는 “옛날부터 딸아이와 함께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를 불러보고 싶었는데, 우쿨렐레는 아이들도 칠 수 있어 선택했다”고 말했다.

딸과 우쿨렐레 치던 바로 그 아빠

지난 8월7일 동이 터올 무렵, 서울 동작구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마흔다섯 사내가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 동작경찰서에 따르면, 사내는 이 아파트 18층에서 뛰어내렸다. 아파트 엘리베이터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에 잡힌 왜소한 체격의 사내가 낯설지 않다. 19개월 전 딸과 함께 우쿨렐레를 치던 바로 그 아빠, 엄윤섭씨였다. 8월5일 저녁, 서울 신림본동 집을 나섰다는 엄씨는 이틀 만에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났다. 집을 나서기 전날 밤 그는 두 딸과 아내에게 평소에는 입 밖에 내지 않던 ‘미안하다’는 말을 남겼다고 했다.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박사 과정을 수료한 그는 올해 초까지 연료전지에 관한 논문을 준비했다. 그 틈틈이 취미이자 생업 수단인 오디오를 만들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두 딸을 둔 마냥 평범한 아빠였던 엄씨의 삶은, 그가 살아내야 했던 시대처럼 순탄치 않았다. 특히 3년 전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가 자신과 아내 안아무개(44)씨를 사찰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그의 삶은 급격히 무너져내렸다.
무엇이 한 인간을 죽음으로 내몰았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 2009년 8월5일 오후, 경기도 평택역 앞 광장에서는 정리해고를 반대하며 76일째 옥쇄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에 대한 폭력적인 경찰 진압을 규탄하는 집회가 열렸다. 집회 참가자들의 시선은 캠코더로 집회 현장을 촬영하고 있던 정체가 불분명한 30대 남성에게로 모아졌다. 결국 집회 참가자들한테 붙잡힌 이 남성의 정체는 기무사 소속 신아무개 대위였다. 신 대위가 소지하고 있던 수첩과 캠코더 테이프에 담긴 동영상 자료에는 군과 직접 관련이 없는 민간인들의 그해 1월과 7월 행적이 날짜별·시간대별로 꼼꼼히 담겨 있었다. 피해자들은 주로 민주노동당 관계자이거나, 재일 민족학교에 우리말 책을 보내는 활동을 하는 모임인 인터넷 카페 ‘뜨겁습니다’ 회원들이었다.
24분가량의 동영상 속 엄씨는 집 인근에 마련한 오디오 공방 앞 길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직장으로 출근하는 그의 아내 모습까지 촬영돼 있었다. 그는 2009년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동영상을 보고 소름 끼치고, 경악스럽고, 공포스러웠다. 집사람은 잠도 못 잔다”고 호소했다. 그는 기무사가 왜 자신과 아내를 사찰했는지 끝내 알 수 없었다. 국가보안법 위반 등 공안 사건에 연루된 적이 없다. 그저 2002년부터 민노당 관악구위원회 당원으로 활동하다 국회의원에 출마한 이력 때문이 아닌가 추측할 뿐이었다. 엄씨는 2008년 총선에서 서울 관악을 지역구에 출마했다. 침착하고 순한 성격인 그가 정치 전면에 나설 것이라고 생각한 지인들은 별로 없었다. 출마 결심 배경에는 어려운 당 사정이 작용했다. 앞서 노회찬·심상정 의원 등이 탈당해 진보신당을 창당하면서 민노당이 타격을 받았다. 서울 관악 갑·을에서 출마를 준비하던 이들 역시 잇따라 진보신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민노당에는 마땅한 후보조차 없는 상황이었다. 애초 당선이 불가능한 선거였다. 그는 득표율 2.43%(2264표)로 낙선했다. 그는 당 활동을 접고 논문 준비와 생업 활동에 나섰다. 그러던 와중에 기무사 민간 사찰 사건이 터졌다. 엄씨는 2009년 11월9일 자신의 블로그에 남긴 글에서 “거의 엉망이 돼버리고 불가능할 것 같았던 논문 작업과 생업 재개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사색과 번민으로 무수한 밤을 밝혔다”며 당과 거리를 두고 시민단체 활동가로서 새로운 길을 모색할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사찰 이후, 눈에 띄게 불안·공포 짓눌려

엄씨의 선거 실무를 맡았던 서주호 통합진보당 서울시당 사무처장은 사찰 사건 이후, 그가 눈에 띄게 불안과 공포에 짓눌렸다고 회상했다. “윤섭이 형님은 우선 휴대전화부터 사용하지 않았다. 지인들에게 동영상 화면에 나온 공방에 출입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아마 피해를 입을까봐 걱정한 듯했다. 한 달에 한두 번, 유선전화나 공중전화로 연락을 해왔다. 어쩌다 우리 집에 찾아오면 인근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해 11월에 얼굴을 본 것이 마지막이었다.” 기무사 민간인불법사찰대책위 최석희 대표도 사찰 전후로 엄씨의 행동이 크게 달라졌다고 했다. “2009년 민간인 사찰 피해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사실 윤섭이를 괜히 불렀다고 생각했다. 겉으로는 씩씩하게 이야기하지만, 눈빛이 흔들렸다. 몹시 불안해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래서 2010년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하며 윤섭이가 더 힘들어할까봐, 그냥 빠지라고 권유하기도 했다.” 엄씨는 지난 2월 서울 신길역 근처 둑 위를 달리다 발을 헛디뎌 추락해 석 달가량 병원 신세를 지는 중상을 입기도 했다. ‘누군가 쫓아오는 것을 피하려다 사고를 당한 것’이라고 지인들은 말했다.

» 기무사 소속 신아무개 대위가 2009년 갖고 있던 수첩 사본.

기무사 민간 사찰은 대학 시절부터 엄씨를 괴롭혀온 우울증을 악화시켰으리라 추정된다. 엄씨와 오래도록 동거해온 우울증을 그저 개인의 비극으로 돌릴 수는 없다. 지미 헨드릭스 기타 사운드에 열광하던 까까머리 고교생은 1985년 서울대 전기공학과에 입학했다. ‘5월 광주’를 피바다로 만든 전두환의 폭압이 짓누르던 시대, 캠퍼스엔 죽음의 그늘이 번졌다. 학교 밖 세상 일에 무관심할 수 없었다. 1986년 4월 가깝게 지내던 학교 선배인 83학번 김세진·이재호씨가 서울 관악구 신림4거리에서 전방 입소 거부 시위를 주도하다 “양키의 용병교육 전방입소 결사반대”라는 구호를 외치며 분신해 숨졌다. 그해 5월엔 서울대 농대에 재학 중이던 이동수씨가 학생회관 4층에서 온몸에 불을 붙이고 ‘미제는 물러가라’ ‘경찰은 물러가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투신해 사망했다. 서울대 공대 85학번으로 엄씨와 함께 학생운동에 참여한 이정호씨는 “그땐 방에 혼자 있기만 해도 너무너무 힘들고 그랬었다. 85학번 동기들은 아마 다 그런 경험을 가졌을 것”이라며 “운동이 내 삶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각오는 했지만 눈앞에서 형들이 죽어나가는 일을 계속 목격하다 보니 너무나 괴롭고 고민이 됐다”고 말했다. 2004년 서울대 83학번을 중심으로 ‘김세진·이재호 기념사업회’가 발족했다. 엄씨는 기념사업회 운영위원으로 활발히 활동했다. 이정호씨는 궂은일을 도맡아한 차분한 친구로 엄씨를 기억했다. 그러나 엄씨는 2009년 기무사 민간인 사찰 사건 이후 기념사업회 모임에 잘 나타나지 않았다. “2009년 그 사건 이후, 거의 보지 못했다. 기념사업회에서도 실무적인 일을 맡고 있었는데 갑자기 연락을 끊고 계속 사람들을 피했다. 우리가 학교 다니던 시절엔 공안기구 조작 사건이 많았잖나. 그런 것을 우려해 친구들한테 불똥이 튈까봐 그러나 보다 생각했다. 1년 전 술자리에서 우연히 만났을 때 다시 만나자고 졸랐는데, 약속을 잡아주지 않았다. 12월 대선 이후에 사회 분위기가 달라지면 자주 보겠지, 이렇게만 생각했다.”

“사찰 스트레스가 자살에 영향 가능성”

엄씨에게 기무사는 오래도록 악몽이었다. 엄씨가 2009년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을 우연한 사건으로 치부하지 못한 까닭이다. 전두환이 대통령 노릇을 하던 폭정의 시대는 그가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게 내버려두지 않았다. 1979년 10·26 사태로 중앙정보부가 위축돼 기무사의 전신인 국군보안사령부의 위상이 크게 강화되는데, 12·12 및 5·17 쿠데타로 집권에 성공한 전두환이 바로 보안사령관 출신이다. 보안사는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등 각종 정치 공작에 불법적으로 개입했다. 1990년 10월, 보안사가 당시 김대중 평화민주당 총재, 김수환 추기경 등 1300여 명의 민간인에 대해 불법사찰 활동을 하고 있다고 보안사에 근무하던 윤석양 이병이 폭로했다. 국방부 장관과 보안사령관이 경질되고, 국군기무사령부로 이름이 바뀌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며 기무사의 불법사찰과 정치 개입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듯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 때 폐지된 기무사령관 및 국가정보원장과의 독대 보고를 부활시켰다. 2005년 출범한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 조사관으로 활동한 한 인사는 ‘독대 부활’을 이렇게 평가했다. “대통령이 국방장관을 통하지 않고 기무사령관을 독대한다는 것은, 기무사의 정보력을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다. 기무사가 군 기무·감찰 활동 등 본연의 업무가 아닌 통치권자가 원하는 것들을 하려 하지 않겠나. 권력의 비호가 있기 때문에 기무사가 민간 사찰이 적법하다는 주장을 하는 것이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 이후 신설된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관실은 민간인을 사찰했다. 비슷한 시기에 기무사도 엄씨 등 민간인들을 사찰했다. 모두 불법이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헌정문란 범죄다.
기무사 민간 사찰은 엄씨뿐 아니라 다른 피해자들에게도 심각한 심리적 고통을 안겨주었다. 피해자대책위 최석희 대표는 “피해자 2명은 사찰받은 사실이 외부로 알려져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 때문에 손해배상 소송마저 포기했다”고 전했다. 동영상 자료에는 당시 민노당 비상경제상황실장으로 활동하던 최 대표의 아파트·사무소 전경과 서명운동 등 활동 모습이 담겨 있다. 최 대표는 누군가 자신을 몰래 지켜보고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탓에 무슨 일을 해도 위축된다고 했다. 지난 8월16일치 (한겨레)는 엄씨와 함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사찰 피해자 10명을 인터뷰했는데, 이들도 비슷한 경험담을 털어놨다. 당시 민주노총 금속노조 서울지부 간부였던 구아무개(44)씨는 “차 안에서 (기무사 요원이) 나를 촬영한 것 같은데, 그때 이후 자동차만 보면 주춤거리거나 한 번씩 돌아본다”고 말했다. 민노당 당원이었던 백아무개(35)씨는 걱정할까봐 사찰 피해 사실을 가족에게 알리지 않았다. 그는 영상물에 자신이 왜 있었던 것인지 아직도 모르겠다고 했다. “민간인 사찰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아직도 계속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사찰 영상은 그것뿐인지 의심스럽다. 국가가 사찰 배경에 대해 설명이라도 해줬다면 엄윤섭씨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거다. 깨끗하게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한 거다.”
(한겨레21)은 이런 인터뷰 내용을 토대로 인권의학연구소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문가들에게 소견을 요청했다. 정신과 전문의 손창호 박사는사찰로 인한 스트레스가 엄씨 자살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개인들은 왜 사찰을 받는지 알 수가 없다. 이유를 모르니 사찰을 피할 방법을 찾을 수 없다는 뜻이다. 국가기관의 사찰은 피해자들에게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심한 무기력감과 우울감을 줄 수 있다. 더구나 그 시작도 끝도 알 수 없기에 스트레스가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 고문 등 물리적 공권력에 의한 피해뿐 아니라 국가기관의 사찰 역시 개인에게 심각한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영문 중앙정신보건사업지원단장은 “국가기관으로부터 사찰을 당했을 때 괴로움을 받는 정도는 개인차가 있지만, 더 고통스러워한다고 해서 약한 사람이라고 치부되서는 안된다”라며 “사찰을 당하면 누구나 정신적 고통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가가 진실 밝히고 사죄할 차례

사찰 피해 당사자이기도 한 엄씨의 아내는 끝내 기자를 피했다. 전화와 문 메시지에 무응답으로 일관했을 뿐만 아니라, 집으로 찾아가도 만나주지 않았다. 폭우가 쏟아지던 8월15일 찾은 집 현관문 옆에는 부부의 이름이 적힌 문패가 여전히 걸려 있었다. 서주호 사무처장은 “사찰 동영상 자료에 형수(엄씨의 아내)의 직장이 노출돼, 그 이후 다른 직장으로 옮겼야 했다”며 “가해자들은 버젓이 돌아다니고, 피해자들이 왜 숨어지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 7월27일 엄씨는 블로그에 글을 남겼다. 생전의 마지막 게시물이다. 학교 실험실에서 들으려고 만든 오디오 기기( 앰프) 회로도와 사진이었다. 그는 지난해 6월, 서울대 법인화를 반대하며 대학본부 점거 시위를 하는 후배들을 본 뒤 자신의 블로그에 이런 글을 남겼다. “25년 전 나는 시내로 노상데모(가투)를 하러 나가면서도 강의실에 앉아 있는 과 친구들이 너무나 부러웠었다. 진짜 공부를 열심히 하고 싶었는데…. 하지만 마음 한구석엔 꿈에도 그리는 좋아하는 전공 공부를 언젠가는 마음껏 열심히 해보리라 다짐하고 다짐했었다.”
엄씨가 남긴 유품 가운데는 오랫동안 가슴에 품고 다닌 듯, 여기저기 구멍이 나고 너덜너덜해진 A4 종이 한 장이 있었다. 거기엔 ‘저의 죄를 죽음으로 속죄합니다’라는 글귀가 쓰여 있었다. 유서였다. 평소 선하고 사람 좋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던 그는 마지막까지 자신을 탓했다. 더 이상 누군가의 아들·아빠·남편 노릇을 할 수 없다는 미안함을 가슴속에 꾹꾹 눌러담은 말이었을지 모른다.
2009년 그 동영상엔 도대체 왜 엄씨의 모습이 담겨 있었던 것인가. 이제, 국가가 진실을 밝히고 사죄할 차례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이주의 트윗- ‘의자놀이’ 책임 논란


이글은 한겨레21 2012-08-27일자 제925호 기사 '이주의 트윗- ‘의자놀이’ 책임 논란'을 퍼왔습니다.

누구도 배제당하지 않아야 하거늘
 대의로 개인을 배제하는 방식, 자본의 노동자 배제 논리와 닮아


2009년 쌍용차 옥쇄파업의 이유는 사 쪽의 정리해고였다. 정리해고 사유는 ‘경영위기’라고 했다. 하지만 본질은 2005년 쌍용차의 ‘구세주’로 등장한 상하이차가 핵심 기술을 유출하고 회계를 조작해 회사를 법정관리 체제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정리해고 뒤 법정 관리인은 회사의 운명과 국가 경제를 대의로 내세우며 노동자들을 배제했고, 정부와 언론은 그 논리를 차용했다.
공지영이 ‘첫 르포르타주’란 타이틀을 걸고 펴낸 가 일부 글을 ‘예외적 인용’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벌어진 논란은 3년 전 기억과 겹친다. 하종강과 이선옥이 과 에 기고한 칼럼과 르포르타주의 일부는 22~24쪽에 공지영이 쓴 것처럼 옮겨져 있다. 책 말미 ‘출처 및 참고자료’에 하종강 칼럼을 표시했지만, 22~24쪽만 봤을 땐 인용 글인지 여부를 알 수 없다. 다른 인용 글은 앞에도 저자를 밝히고 있고 들여쓰기도 돼 있지만, 유독 22~24쪽만 달랐다. 하종강과 이선옥은 문제를 제기했고, 출판사인 휴머니스트 편집진은 공지영을 대리해 ‘울면서’ 상황을 설명했다. 정작 당사자인 공지영은 문제를 외면했다.
그러자 논란이 이상하게 흘렀다. 지적재산권이 문제의 본질처럼 호도됐다. 공지영의 ‘싸가지’에 대한 편견이 핵심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진중권은 트위터로 이 흐름의 물꼬를 텄다. 급기야 출판사는 지난 8월16일 ‘표절위원회 위원’에게 자문해 가 표절이 아니고, 법적 하자도 없다고 해명했다. 하종강과 이선옥은 자신들의 지적재산권을 요구한 적도, 애초에 공지영에게 사과를 요구한 적도 없다. 적어도 공지영이 트위터에서 ‘내부의 적’ 운운하기 전까지는.
핵심은 어떤 대의에 의해 배제된 한 르포작가의 존재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르포르타주란 형식으로 대의를 추구한 공지영에게 필요했던 건, 자신이 배제한 노동자가 현장에서 직접 쓴 르포르타주에 빚지고 있음을 인식하는 일 아닐까. 하지만 공지영은 ‘쌍용차 노동자를 위함’이란 대의를 내세우며 또 다른 노동자의 실존을 외면했고, 진중권은 그 논리를 차용해 대의의 깃발만 강조했다.
트위터에서 많은 이들이 이선옥의 처지에 동의했던 것은 어떤 동정의 감정이나 공지영의 ‘싸가지’에 대한 분노가 아니었다. 그들은 진보 진영 내에서 어떤 대의를 추구할 때 늘 ‘별것 아닌 문제’로 치부되고 말았던 어떤 실존에 대한 배제가 언제든 자신에게 돌아올 부메랑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연대했다. 이번 논란에서 ‘노동자의 절절한 목소리가 더 널리 퍼져야 하는’ 대의를 빌려 담론이 유통되는 방식은, 회사 존속과 경제 회복의 논리를 빌려 노동자를 배제하는 방식과 아프게도 닮았다. 3년 넘도록 평택과 대한문 텐트, 그리고 희망식당을 오가며 함께 뒹굴었던 쌍용차 노동자들과 이선옥을 같은 방식으로 배제하는 그 대의는 결국 누구를 위함인가.

이재훈 한겨레 기자



» 의자놀이, 휴머니스트 펴냄

노동 없는 노동운동의 딜레마
 트위터가 열어주고 유명인이 대표하는 노동운동 현실 드러내


(의자놀이)를 둘러싼 논란은 무엇인가? 이 논란은 공지영이라는 스타 작가가 이선옥이라는 ‘무명’ 르포작가의 글을 이선옥 본인이 모르는 상황에서 사용한 것에서 촉발됐다. 그래서 겉보기에는 ‘문화권력’에 대한 견제가 문제의 핵심을 이루는 것 같다. ‘공지영 대 이선옥’이라는 대립 구도가 만들어지고, 둘 중 누가 옳은지를 두고 옥신각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상황은 이렇게 단순하지 않다. 문화권력 문제를 두고 말다툼을 벌이는 사이, 쌍용자동차 문제나 르포작가의 권리 문제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실종돼버렸으니 말이다. 모두 옳은 소리를 했지만, 누구도 옳은 것을 얻을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공지영이 책임 있게 사과한다고 해서 쌍용자동차나 르포작가의 권리 문제가 자동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반대로 이선옥이 대의를 위해 자신의 ‘자존심’을 조금 양보하더라도 두 문제가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 곤혹스러운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공지영 대 이선옥’이라는 개인의 범주를 잠시 접어두고 생각해보는 일이다.
공지영과 이선옥을 지우고 보면 남는 것은 쌍용자동차와 르포작가의 권리다. 이 둘이 과연 대립적인 문제들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이 문제들은 서로 연대할 수 있다. 쌍용자동차나 르포작가의 권리 문제는 결국 한국 사회의 노동구조와 관련된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하나로 묶일 수 있는 문제를 둘로 갈라놓는 것은 무엇인가? 우습게도 ‘공지영 책임론’이다.
공지영은 문제를 노동운동 내에 머물게 하지 않고 트위터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렸다. 이런 까닭에 상황이 복잡해지기 시작한 계기를 공지영이 제공한 측면이 없지 않다. 안타깝지만, 이로 인해 논란은 쌍용자동차도 아니고 르포작가의 권리도 아닌 ‘공지영 문제’가 돼버린 것이다.
이 지점에서 이선옥이 올린 트윗(@namufree)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희망버스를 일컬어 혹자는 ‘노동 없는 노동운동’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 말이 지칭하는 의미를 이 트윗은 잘 보여준다. 이런 현상은 왜 나타난 것일까? 트위터라는 새로운 매체 환경 ‘덕분’이다. 셀러브리티들과 그 팬덤이 노동운동 바깥에 머물지 않고 그 안으로 개입할 수 있는 통로가 열린 것이다.
이들은 평생 노동운동을 위해 몸 바친 ‘활동가들’에게 너무도 이질적인 존재다. 그러나 이들이 지금 ‘진보’를 떠받치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다. 의 논란은 이처럼 ‘노동 없는 노동운동’이라는 딜레마를 그대로 드러내는 증상이라고 하겠다. 상황이 이렇지 않았다면, 공지영 같은 스타 작가도 애초 기획에서 필요 없었을 테니 말이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문화평론가 

2012년 6월 10일 일요일

우파의 역사 거꾸로 돌리기를 저지해야


이글은 레프트21 2012-06-11일자 기사 '우파의 역사 거꾸로 돌리기를 저지해야'를 퍼왔습니다.

우파들이 ‘종북’ 마녀사냥의 발톱을 세우고 사정없이 이 사회를 할퀴고 있다. 이명박 자신이 “종북세력”,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려는 자들” 운운하며 마녀샤냥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박근혜도 ‘국가관을 의심받는 의원은 사퇴해야 한다’며 직접 통합진보당 마녀사냥을 독려했다. 새누리당 웹사이트는 온통 ‘종북’ 때려잡기 내용으로 도배돼 있다. 
검찰이 선거 부정과 상관도 없는 통합진보당 당원 명부를 탈취해 가더니, 이번에는 기무사가 당원 명부를 이용해 군 복무자 중 통합진보당 당원을 처벌하겠다는 의도까지 드러냈다. 당원 명부를 가져간 진정한 목적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5월 26일 통합진보당 사수 결의대회 집권 우파는 통합진보당의 위기를 이용해 사회 분위기를 우경화시키려 한다. ⓒ사진 출처 <진보정치>

이 틈을 타 법원은 국방부의 불온서적 지정을 옹호하는 판결을 내렸다. 노엄 촘스키, 장하준 등 베스트셀러 필자들의 책을 군인들에게 읽지 못하게 한 게 ‘합법’이라는 것이다! 
공안당국은 북한 체제에 비판적인 노동해방실천연대(해방연대)를 탄압한 데 이어서, 최근에는 ‘제주 해적기지’ 발언을 이유로 김지윤 씨도 소환했다.  
민주당에게 “종북 주사파의 졸개 노릇”을 그만두라며 압박하던 우파는 나아가 민주당 의원들까지 마녀사냥의 대상으로 삼기 시작했다. 
전대협 방북대표 출신인 임수경 의원의 부적절한 언행과 이해찬의 ‘북한인권법’ 반대 발언을 공세의 빌미로 이용하고 있다. 심지어 새누리당 황우여는 “국회의원으로서의 자격을 심사”하겠다며 압박했다. 
매카시즘 
우파들이 모두 달려들어 ‘종북’ 마녀사냥을 벌이는 이유는 분명하다. 온갖 더러운 부패 스캔들과 정권 최악의 위기를 덮고, 이번 기회에 계급 세력관계를 우파에게 유리하도록 조성하려는 것이다. 
부정부패가 일상인 지배자들은 통합진보당의 선거 부정을 바로잡는 데는 애초부터 추호의 관심도 없었다. 마녀사냥 속에서 어느새 선거 부정은 온데간데없고, 개인의 머릿속 사상을 끄집어내 검증하는 악랄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더러운 의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날수록 ‘종북’ 마녀사냥은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마치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천안함 역풍이 그랬듯이 말이다. 이미 ‘도가 지나치다’는 여론이 불거지고 있고, 이 때문에 민주당에서도 마녀사냥에 정면대응하자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애초에 민주당의 어정쩡한 태도가 우파에게 마녀사냥의 기회를 제공한 측면이 있다. 
지금도, 민주당 원내대표 박지원은 ‘색깔론은 안 된다’ 하면서도 ‘이석기・김재연이 자진사퇴 안 하면 자격심사를 할 수 있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민주당은 집권당이자 의회에서 다수당일 때(2004년)조차도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지 못했을 만큼 민주주의 문제에서조차 불철저한 집단이다. 따라서 민주당과는 독립적인 진보진영의 대응이 중요하다. 
진보진영은 통합진보당의 선거 부정을 바로잡는 것과 우파의 마녀사냥에 맞서는 것을 잘 구분해서 대처해야 한다. 선거 부정은 진보의 관점에서도 명백히 바로잡아야 할 문제고, 비례경선에 참가한 후보들은 모두 사퇴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와 별도로 우파와 국가의 탄압을 받는 사람들은 진보진영이 단결해서 방어해야 한다. 지배자들의 ‘종북’ 마녀사냥은 진보운동 전체에 대한 공격이다. 이 탄압 앞에 흔들리고 분열한다면 계급 세력관계 전체가 불리해질 것이다. 진보운동의 결정이 아니라 우파의 마녀사냥에 의해 진보 의원들이 제거되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이석기・김재연이 사퇴하지 않으면 방어하기 어렵다’거나 ‘지금 방어에 나섰다가 괜한 오해만 살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일부 NGO와 좌파들이 적극적인 방어 운동 건설을 꺼리는 것은 아쉽다. 선거 부정과 마녀사냥은 별개의 문제이며, 우리 편이 우물쭈물하는 사이 저들의 마녀사냥 공세가 더 확대될 수 있다.
마치 역사를 거꾸로 돌리는 듯한 더러운 마녀사냥 앞에 진보가 단결해서 맞서야 한다. 

최미진

2012년 4월 6일 금요일

사찰 사건과 계급 지배의 본질 범죄 정부 퇴진과 처벌, 사찰기구 해체를 위해 싸우자


이글은 레프트21 2012-04-05일자 기사 '사찰 사건과 계급 지배의 본질범죄 정부 퇴진과 처벌, 사찰기구 해체를 위해 싸우자'를 퍼왔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저지른 ‘불법 사찰’의 추악한 진실이 점차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청와대, 국무총리실, 검찰, 여당 의원 등이 모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총체적인 권력형 비리 사건”(4월 3일 비상시국회의 참가자 선언)이 바로 그 진실이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촛불항쟁이 안겨준 수모를 되갚고, 경제 위기 고통전가, 노동 탄압, 4대강 사업, 방송사 장악 등을 강행하려고 ‘정권 차원의 사찰과 탄압 기획팀’을 운영한 것이다.
박정희와 전두환ㆍ노태우 군사독재를 잇는 우파 정권답게 이명박 정부는 과거 중앙정보부, 안전기획부, 보안사령부 등 권위주의적 억압 기구가 했던 것과 똑같이 보안 경찰과 행정 부처를 총동원해 도청ㆍ미행 등을 하며 정권 비판 세력을 감시ㆍ통제ㆍ탄압한 것이다.
청와대 행정관인 이창화의 수첩에는 민주노총과 다함께 등 진보 단체들에 관한 내용이 적혀 있었는데, 이창화는 ‘국가정보원’에서 청와대로 파견한 인물이다. 원충연의 수첩에는 아예 “BH[청와대를 가리킴], 공직기강, 국정원기무사도 같이 함”, “전파: 외부―청와대, 총리실, 경찰청”, “HP 도청 열람”, “장비(노트북, 망원경, 카메라)” 등의 문구가 나온다.
이처럼 억압적 국가기구를 총동원해 정부 비판적인 개인들부터 진보적 노동운동과 사회운동의 단체와 활동가들을 감시하고 탄압한 것이 이 사건의 본질이다. 재벌 총수, 친야권 고위 인사 사찰은 곁가지인 것이다.
이번 사찰 주체인 공직지원윤리관실에서도 핵심 업무를 담당하며 이영호의 직접 통제를 받았다는 점검 1팀의 구성이 노동부와 경찰청 보안수사 담당들로 이뤄진 것도 그 방증이다.
“쌍용차 작전 조사 결과 보고”, “국민연금관리공단 노조 파업 동향”, “전국공무원노조 권정환 부위원장 불법행위 조치 계획”, “09년 좌익세력의 동향 및 대응 방안에 대한 보고”, “좌파 환경단체 보조금 중단 관련 공문” 등이 모두 이 팀의 소행이었다.
노동조합 동향을 주로 보고한 것으로 보이는 원충연과 최영호가 고용노동부 출신이고, 김충곤과 김기현, 이기영은 대공 업무를 담당하는 경찰청 보안 경찰 출신이다.
그리고 이들의 사회운동 사찰은 단지 감시만으로 끝나지 않았.
점검1팀 김기현의 USB에서 나온 파일 중 “2008년 하명사건 처리부”를 보면, “촛불집회 검거 수범사례 보고”, “불법시위 근절 대책 건의” 등이 완료된 것으로 나온다.
아마 이 보고와 대책 건의 사항 중에 광범한 채증을 통한 촛불시위 참가자 검거와 백골단을 연상시킨 경찰기동대 창설 계획 등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크다.
정권 안보
더 직접적인 연관도 찾을 수 있다. “2009년 기타 첩보 보고서(자체)”를 보면, “권정환 전공노 부위원장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징계 및 형사처벌 조치 계획”을 10월 6일 보고한 것으로 나온다.
공교롭게도 권 부위원장이 일하던 마포구청장은 10월 7일에 서울시에 권 부위원장을 파면ㆍ해임해 달라는 “공무원징계의결요구서”를 제출했다. 이 요구서는 징계 사유로 권 부위원장의 다양한 노조 활동과 진보 활동을 망라하고 있다. 사찰의 결과일 것이다.
심지어, 사찰 증거 은폐 과정에서는 검찰이 협조했고, 장진수가 폭로한 통화 녹취록에서는 범죄 은폐 과정에서 법원의 판사도 협력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명박의 사찰과 ‘후속 처리’는 이처럼 여당 의원들과 행정부처, 사법부가 전방위적으로 총동원된 것이다.
군사독재의 권위적 통치 방식을 계승한 정권답게 방송 장악을 위해 방송사 노조를 조종하거나 정권에 쓴소리를 했다고 김제동, 김미화 같은 연예인까지 뒷조사하고 방송에서 퇴출시키는 등 온갖 공작도 벌였다.
이런 자들이 ‘모든 정권이 다 하는 짓’이라며 응당 져야 할 정치적ㆍ법적 책임을 회피하려 하고, 정부의 진보세력 감시ㆍ탄압으로 함께 득을 봤던 박근혜가 ‘나도 사찰 피해자’라며 위선을 떠는 것은 정말 못 봐줄 지경이다.
이는 서울시장 선거 선관위 디도스 테러 사건 때처럼 시간을 끌며 사람들에게 잊혀지기만 바라는 의도이고, 또 노무현 정권을 물고 늘어져 총선 국면을 이전투구처럼 만들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 정권심판론을 희석시키려는 것이다.
이처럼 이명박 정부와 우파가 범죄 피의자로서 져야 할 책임을 물타기하는 것은 용서 못 할 일이고, 당면 투쟁도 이명박 정부를 향해야 한다.
계급 지배
그러나 이명박의 물타기 속에서 노무현 정부가 현대차 전주공장 노조와 화물연대의 투쟁 동향을 사찰한 기록도 드러났다.
문재인 등 민주통합당 지도부는 노무현 정부의 노동운동 사찰은 경찰이 합법적으로 사찰한 것이므로 이명박과는 다르다는 방식으로 변명했다. 진보진영의 일부도 대체로 이런 해명을 받아들이면서 노무현 정부의 사찰 건에는 침묵하고 있다.
그러나 두 정권 모두에서 탄압과 감시의 대상이었던 노동운동은 이명박만이 아니라 민주통합당도 비판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두 정권 사이에서 권위주의적 잔재의 차이는 있지만, 1퍼센트 세력의 지배 기구인 군대ㆍ경찰ㆍ법원ㆍ관료기구 등을 동원해 99퍼센트 피억압 계급과 저항 세력을 감시하고 통제ㆍ억압했다는 본질에서는 차이가 없는 것이다.
영국의 사회주의자 존 몰리뉴는 “대부분의 시기에 국가의 강제력은 잘 드러나지 않고 배후에서 집행된다”고 지적한 바 있는데, 자본주의 국가의 피억압 계급 사찰이 바로 이런 경우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친자본주의 정당인 민주당도 정권을 잡으면 99퍼센트 대중의 운동이 체제와 국가의 통치력에 도전하지 못하게 하려고 일상으로 감시ㆍ통제ㆍ탄압하는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김대중 정부가 2000년 경찰청 사직동팀을 명목상 해체시켰어도, 노동운동 사찰은 노무현 정부 아래서도 이어진 까닭이다.
따라서 진보진영의 요구와 투쟁은 “새누리당의 물타기식 특검 vs 민주통합당의 특수본” 논란에 한정되지 말아야 한다.
새누리당이 사건 폭로 직후 즉각적으로 특검제 도입을 요구하고 민주통합당에 특검법 제정을 위한 국회 협상을 요구한 것은 총선 투표를 앞두고 물타기할 시간을 벌면서 정권심판론을 피해 보려는 술책에 불과하다.
1999년에 도입된 이후 10여 차례 이뤄진 특검이 사건의 몸통을 밝혀낸 적은 한 번도 없다. 대통령이 특검을 임명하게 돼 있는데다가 기존 국가 기구에 완전히 둘러싸인 채 수사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건 은폐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권재진이 검찰의 총지휘자인 법무부장관인 상황에서 검찰에 특수본을 설치해서 수사를 진행하자는 민주통합당의 요구도 대안이 아니긴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집권 시절 자행한 노동운동 사찰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사과는커녕 문제될 게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는 민주통합당이 사찰의 ‘진상’을 밝혀낼 의지와 능력이 있다고 믿기 힘들다.
이미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이미 이명박 정부는 ‘탄핵감’이고, 관련자들은 전원 구속감이다.
무엇보다 전두환의 안기부와 기무사, 김영삼 시절의 경찰청 ‘사직동팀’을 연상시키는 이번 사찰 과정의 전방위적 규모와 행태는 정권 차원의 범죄라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 준다.
그러므로 첫째, 진보진영이 독자적으로 사건 총책임자인 이명박 퇴진, 관련자 전원 구속ㆍ처벌을 요구하는 것이 옳다.
정권 퇴진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퇴진 요구를 피할 이유가 될 수는 없다.
무엇보다 이명박은 이 사찰 사건의 총책임자다. 이명박을 단죄하지 않는다면, 경찰과 국정원, 기무사, 사법부, 한나라당 등이 총동원된 감시ㆍ통제 행위의 책임을 누구에게 묻겠는가.
더구나 레임덕과 엄청난 반대 여론 속에서도 한미FTA와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하고, KTX 민영화를 밀어붙이려는 것에서 보듯 이명박은 자신의 임기가 남아있는 한 1퍼센트만을 위한 정책을 한가지라도 더 추진하려 할 것이다.
따라서 이명박 범죄 정부의 임기를 하루라도 줄이자는 요구는 정당하고 필요하다.
물론 ‘이러다가 박근혜만 좋은 일 시켜주는 것 아니냐’거나 ‘이명박이 물러나고 민주당이 정권을 잡는다고 다르겠냐’ 하는 물음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우선 이명박을 퇴진시키려면 거대한 대중투쟁이 필요하다. 이런 투쟁은 우파 전체를 난처하게 만들 것이고 정치 지형을 99퍼센트 대중에게 더 유리하게 만들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런 대중 투쟁으로 이명박을 물러나게 한다면, 그 뒤 집권할 정부는 지금처럼 함부로 99퍼센트를 짓밟는 정책을 펴기 쉽지 않을 것이다.
둘째, 공직윤리지원관실 등 청와대와 총리실 산하의 각종 소속기구들과 국정원, 기무사, 검찰과 경찰의 공안부서 등 사찰기구들을 즉각 완전히 해체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진흙탕 싸움에서 드러나듯이 이런 사찰기구들의 목적은 진보운동과 사회운동 등 평범한 노동자들의 자주적 활동과 조직을 탄압하는 것이다. 이런 기구들이 유지된다면 지금 같은 일들이 계속 벌어질 것이다.
사찰의 주요 표적이었던 노동운동과 진보적 사회운동 진영이 앞장서서 정권을 규탄하고 물러나게 하는 투쟁을 적극 건설해야 한다. 민주노총은 진보진영을 규합해 이명박 퇴진과 사찰기구 해관련자 처벌을 요구하는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진보진영 단체들이 모인 ‘민간인 불법사찰 은폐의혹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비상행동(약칭 ‘민간인 불법사찰 비상행동’)은 이런 투쟁 건설에 적극 헌신해야 한다.

2012년 4월 4일 수요일

"MB정부 불법사찰, 국정원ㆍ기무사 동원했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2-04-03일자 기사 '"MB정부 불법사찰, 국정원ㆍ기무사 동원했다"'를 퍼왔습니다.
사찰은 어떻게 이뤄졌나…휴대폰 도청? 망원경 사용해 미행?

이명박 정부가 기무사와 국정원까지 동원해 조직적으로 불법 사찰을 감행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도청까지 이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민간인의 경우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 이석행 전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사찰의 정황도 드러났다.

민주통합당 'MB-새누리 심판 국민위원회'는 3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점검 1팀 소속 원충연 조사관의 수첩을 공개했다. 심판위 박영선 위원장은 "원충연 조사관의 수첩에 '2008년 9월, BH, 공직기강, 국정원, 기무사도 같이함'이라는 기록이 나와 있다. 국정원과 기무사가 등장했다는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 박영선 위원장이 불법 사찰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국정원, 기무사도 총리실과 '사찰 작업' 연계?

원 전 조사관은 불법 민간인 사찰로 기소된 인물이다. 원 전 조사관 수첩에 국정원, 기무사가 언급됐다는 사실은 처음 공개되는 것이다. 실제로 새누리당 남경필 의원 등은 국정원의 사찰을 받았었다. 남 의원은 지난 2010년 8월 "국정원에서 내 주변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청와대에 강하게 항의했고, 이 과정에서 '국정원이 사찰을 했으나, 곧바로 중단시켰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주장했었다. 당시 정태근 의원도 "2009년 국정원이 나와 아내를 사찰했다는 물증이 있다"고 주장했었다. 이들 소장파 의원들은 공동 대응까지 모색했을 정도였다.

남 의원은 자신의 부인 관련 의혹, 경찰 수사 외압 등 내용이 포함된 문건 작성과 관련해 이인규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과 김충곤 전 점검1팀장 등을 '주범'으로 지목했었다. 국정원과 총리실이 사찰 관련 '협업'을 했다고 추측할 수 있는 정황들이다.

박 위원장은 "국정원도 사실상 여기에 파견됐던 것으로 봐서 국정원도 이 업무에 관여한 것으로 보여진다. 국정원이 관여했다는 것이 이 노트북(수첩) 한 장 말고 여러 곳에 등장한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이어 "국정원 직원은 2010년 민간인 사찰사건이 들통나기 전까지 공식적으로 2명 파견이 확인됐는데, 이외에도 국정원 파견 직원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국정원 직원의 이름과 전화번호도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또 "기무사는 어떠한 이유로도 민간인과 관련된 업무를 볼 수 없게 돼 있다. 명백한 불법 행위고 국민을 속이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기무사 직원이 불법적으로 (총리실에) 파견되었던 게 아닌가 하는 추측이 가능하다. 파견에 동원됐던 41명 공식 인원 이외의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그 사람들 누구였는지 청와대는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주장과 남 의원의 주장 등 상황을 종합해보면 총리실과 연계돼 국정원, 기무사 등 다른 정보 기관이 움직였다는 추측도 가능하다.

사찰은 어떻게 이뤄졌나…휴대폰 도청? 망원경 사용해 미행? 

박 위원장은 "또 한 가지 특이점은 '도청'이라는 글자가 등장한다는 것"이라며 "'HP', 즉 휴대폰으로 보이는데 'HP도청 열람'이라고 적혀있다"며 "도청은 과연 범위가 어떠했는지 청와대가 고백해야 할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망원경과 카메라를 사용했음을 보면 이것은 미행을 했었다는 증거라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과 이석행 전 민주노총 위원장도 사찰 대상자였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이어 "불법 사찰 증거 인멸의 총책임자가 수사의 총책임자로 앉아 있는 것은 어불성설이요, 검찰을 망가뜨리는 일이고 국민의 검찰에 대한 수사의 신뢰도를 저해시키는 일"이라며 "권재진 법무장관은 빨리 사퇴를 하셔야 이 부분이 정리된다"고 거듭 사퇴를 촉구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권재진 법무장관이 참석한 국무회의에서 "공직자들은 흔들리지 말라"고 말해, 사실상 권 장관에 대한 재신임 입장을 밝혔다.



/박세열 기자

'기무사 불법사찰' 수장, 알고보니 박근혜가 공천


이글은 프레시안 2012-04-04일자 기사 ''기무사 불법사찰' 수장, 알고보니 박근혜가 공천'을 퍼왔습니다.
김종태 후보, '원충연 수첩' 사건 때 기무사령관 재직

"불법 사찰을 근절시키겠다"고 나선 새누리당이 민간인 불법 사찰 가담 의혹을 받았던 인사를 총선 후보로 내세워 논란이 예상된다. 경북 상주에 출마한 새누리당 김종태 후보가 이명박 정부에서 기무사령관을 지낼 당시 기무사는 민간인 사찰 의혹으로 몸살을 앓았다. 민주당은 3일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원충연 조사관의 수첩을 근거로 기무사와 국정원이 민간이 사찰에 동원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후보는 현역인 성윤환 의원을 제치고 공천장을 받았다. 그는 이명박 정부 초대 대통령실장을 지냈고 '상촌회(상주촌놈회)' 등으로 알려진 경북 상주 출신 유력 인사 모임'수장' 격인 류우익 통일부장관의 사촌이다. 이런 탄탄한 배경을 가진 김 후보는 지난 2008년 3월, 전역을 앞두고 있다가 이명박 정부 초대 기무사령관으로 깜짝 발탁돼 세간의 주목을 받았었다. 이후 그는 2010년 4월, 천안함 사태 직후 퇴임했다.


▲ 기무사령관 출신 김종태 후보 ⓒ뉴시스

김 후보가 기무사 수장을 맡고 있을 때인 지난 2009년 8월 5일, 쌍용자동차 평화 해결을 위한 집회를 사찰하던 기무사 신모 대위가 군중들에 의해 적발된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민주노동당은 신모 대위의 수첩, 기무사 마크와 문서 발행시간이 있는 '주간일정표' 문서, 동영상 자료와 사진 자료, 사용부서가 군군 기무사로 되었있는 국방부장관 발행의 군작전차량증 4장 등을 입수했다.

신 대위가 소지하고 있던 동영상, 사진 자료 등에는 회사원, 가정주부, 어린이 작가, 출판인, 연극인과 노동조합 간부, 그리고 민주노동당 당직직와 당원 그리고 당원의 부인 등의 동향이 기록돼 있어 충격을 줬다. 당시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기무사 민간인 사찰 파동'의 시작이었다.

당시 민주노동당은 "기무사의 사찰은 민간인에 대한 불법 사찰이며 민주노동당 당원과 민주노동당에대한 정치사찰"이라면서 "기무사는 당직자 개인을 집요하게 추적했으며 쌍용자동차 평화적 해결을 위해 쌍용자동차 정문에 설치한 민주노동당 천막당사를 사찰하였고 천막당사 앞에서 경찰의 진압계획을 폭로하는 민주노동당의 기자회견을 사찰하였으며 공당의 사무총장이 주재하는 회의까지 집요하게 사찰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청문회를 앞두고 있던 김태영 국방장관은 "민간인 사찰은 없었다"고 일축했고, 진상 조사는 흐지부지됐다.

김종태 후보가 기무사령관 취임한 뒤 이명박 대통령이 기무사령관 정례 대면 보고를 부활시켜 논란이 되기도 했다. 기무사령관의 대통령 대면보고는 김대중 정부 때까지 매달 1차례씩 이뤄졌으나 참여정부에서는 이를 없앴다. 국방장관을 통한 간접보고를 실시했었다. 이 대통령이 5년만에 기무사령관 '직보'를 부활시킨 것이다.

민간인 사찰 실무자였던 원충연 전 조사관의 2008년 수첩에는 "국정원, 기무사와 함께"라는 글이 적혀 있다. 민주통합당은 "국정원과 기무사가 이명박 정부의 전방위적인 사찰에 동원됐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청와대 하명을 받아 전방위 사찰을 하던 당시, 공교롭게도 기무사령관은 김종태 후보였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직보하던 '실세' 기무사령관 출신 김종태 후보를 공천한 새누리당 박근혜 위원장은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해 "나도 사찰의 피해자"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 민주노동당이 입수한 기무사 신 모 대위의 수첩에는 노래방, 식당 등을 쫒아다니며 민간인을 미행했던 정황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박세열 기자

사찰정국 위기감 보수결집? 여야 부동층 급속 감소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4-04일자 기사 '사찰정국 위기감 보수결집? 여야 부동층 급속 감소'를 퍼왔습니다.
[아침신문솎아보기] 민간인 도청도 모자라 여당 국회의원 장인까지 사찰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이 '고구마 줄기'처럼 캐면 캘수록 이어지고 있다.
국정원과 기무사도 함께 사찰 활동을 벌인 정황이 발견됐다. 국정원 직원이 연예인 김제동씨와 김미화씨를 연달아 접촉했다는보도에 이어 공무원 노조의 간부를 징계하기 위해 총리실이 개입하고, 여당 의원까지 동원해 지자체에 압력을 넣은 흔적도 나왔다.
이뿐 아니다. 이철 전 철도공사 사장은 사장 퇴임 후에 도청을 당했다는 사찰 문건 내용이 나왔다. 철도민영화에 반대하고, 이명박 대통령의 약점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추정인데 이 전 사장은 도청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여당 국회의원의 장인까지도 사찰의 대상이 됐다. 당사자인 유정현 의원(현재 무소속)은 "나로 인해서 장인어른에 대한 사찰이 이뤄졌다면 정말 큰일"이라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새누리당은 이명박 대통령과 야당을 싸잡아 비난하며 사찰 파문 확산 저지에 주력한 모양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사찰 문건이 폭로된 후 닷새가 흘렀지만 여야의 권재진 법무부장관의 퇴진 요구에는 전혀 반응이 없다. 의도적 회피라는 지적이다.
4. 11 총선을 앞두고 사찰 문건 파문으로 부동층이 줄었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권자 표심에 '사찰' 정국이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쌍용차 대규모 정리해고 이후 22번째 희생자가 나왔다는 슬픈 뉴스다. 이모씨는 지난 30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다음은 4월 4일자 아침종합신문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전국공무원노조 권정환 부위원장을 징계하기 위해 적극 개입한 흔적이 드러났다.
공무원 징계하려고 총리실 개입하고 국회의원까지 동원
경향신문이 입수한 지난 2009년 10월 6일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작성한 ‘전공노 부위원장 불법행위 조치 계획’이란 제목의 문건을 보면 '신지호 의원실과 협조, 대상자에 대한 비위사실 입수, 서울시에 조치계획 등 확인 후 적극 조치 지시'라고 나와 있다.
문건은 특히 '서울시에서는 전공노 문제에 강력 대응한다는 방침이나 대상자에 대한 보복·표적 징계 여론화 우려'하고 있다면서 '서울시의 미온적 대응에 대해 엄중문책 경고'한다고 돼 있다. 표적 논란을 의식해 서울시가 권 부위원장의 징계를 머뭇거리자 총리실이 개입해 서울시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얘기다.
또한 새누리당 신지호 의원의 협조를 받아 권 부위원장을 형사 고발한다는 계획도 들어가 있다. 문건에는 권 부위원장이 2008년 2월 한·유럽연합(EU) 간 자유무역협정 협상 중단 촉구, 2008년 7월 김황식 대법관 감사원장 내정 규탄 등 5건의 기자회견을 통해 공무원의 정치운동 금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기록이 나오는데 실제 권 부위원장은 2008년 10월 서울시에 의해 해임 조치됐다.
이철 전 철도공사 사장 도청 공포 시달려…유정현 의원 장인도 사찰 대상
이철 전 철도공사 사장의 경우 지난 2008년 사장에서 물러난 뒤 2년이 지난 후 사찰 대상이 된 케이스다. 민간인 신분에서 사찰을 받았다는 뜻이다. 2010년 공직윤리지원관실 원충연 사무관의 수첩에는 ‘철도공사(이철)→참여연대 밀착 지원’ ‘H.P(휴대폰) 도청 열람’이라고 적혀 있다. 휴대폰 감청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전 사장은 경향신문 기자와 통화에서 "“뭔가 이상한 소리가 들리지 않느냐"며 도청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이 전 사장은 자신이 사찰 대상이 된 이유에 대해 언론기고문을 통해 철도 민영화 사업을 '모순투성이'이라고 하면서 이명박 정부의 눈 밖에 벗어난 탓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 전 사장은 "MB의 처남인 고 김재정씨와는 상당히 편하게 만나는 친구 사이였는데 그가 "나는 땅이 한 평도 없다. 전부 MB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다녔다"며 "(불법 사찰은) 내가 MB의 인간·정치적 약점을 많이 알고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 경향신문 사회 3면

민간인 불법 사찰은 여당 의원의 장인까지도 손을 뻗쳤다. 공직윤리지원관실 2008년도 하명사건 명단에는 송파구 오금동의 한빛산부인과 원장 장모씨(62)가 올라와 있는데 유정현 의원의 장인으로 확인됐다고 경향신문이 보도했다.
전남 목포 출신인 장 원장은 목포중·광주일고를 나와 기수 동창회장을 지냈다. 또 천정배 민주통합당 의원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이 다수 포함돼 있는 목포중·고 재경총동창회 부회장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유정현 의원은 "장인은 선후배 중에 정치인이 있을 텐데 한 번도 후원금을 낸 적이 없다”며 “나한테도 후원금을 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장 원장은 “정치인이든 고위 공직자든 후원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 의원은 "나로 인해서 장인어른에 대한 사찰이 이뤄졌다면 정말 큰일"이라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이강철 전 노무현 대통령 정무특보는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당시 자신의 횟집에 온 수십명의 손님까지 중수부에 끌려가 조사를 받는 등 '전형적인 표적수사'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이 전 특보는 경향신문과 통화에서 "검찰이 정상적인 영업을 일종의 뇌물 전달 경로로 보고 수사를 벌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횟집을 찾은 손님 중에서도 카드나 수표로 10만원 이상 결제한 사람들은 중수부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고 전하면서 "압도적인 표 차이로 당선된 이명박 대통령이 촛불집회로 여론이 악화되자 이를 가라앉히기 위해 옛 정권 사람들을 건드린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실제 이 전 특보는 지난 2009년 3월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집행유예를 받았다.
이 전 특보는 자신은 물론 노무현 정부 사람들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사정활동이 벌어진 것은 과거 정부의 부도덕성을 입증해 촛불집회 당시 비난여론을 잠재우려 했다고 분석했다.
사찰 파문 논란 부동층 급속히 감소
사찰 파문이 커지면서 부동층이 확연히 줄고 있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사찰 논란에 따라 이번 4. 11 총선 결과의 향배가 결정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동아일보는 "한 달 전 30% 안팎이던 부동층이 3일 현재 10%대까지 줄어든 곳이 나오는 등 그동안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들이 차츰 마음을 결정하는 양상"이라고 보도했다.민간인 사찰 파문이라는 이슈가 터지면서 수도권 부동층의 의사 지지 결정이 빨리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동아일보는 "일단 수도권 부동층이나 젊은층을 중심으로 야권에 유리한 흐름이 형성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며 일례로 중앙일보(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김현미 후보의 지지율이 지난달 25일 34.4%에서 1일 43.3%로 오른 것도 사찰 논란의 영향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위기를 느낀 보수층이 결집해 부동층 감소를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동아일보는 "여야의 전통적 지지층이 결집하는 것은 맞지만 여권과 야권을 나눠 보면 여권은 단합했지만 야권은 무당층과 중도층을 지지층으로 확 끌어들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는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의 말을 전했다.


▲ 서울신문 정치 3면

서울신문도 "투표일이 임박하고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 논란을 놓고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면서 양측 지지층이 결집하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부동층 감소 현상을 보도했다.
서울신문은 "중앙일보·한국갤럽·한국리서치·엠브레인의 지난 1일 접전지 10곳에 대한 여론조사에서도 부동층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면서 이는 "지난달 7∼8일 조사 때의 46.6%에 비해 절반 이상 감소한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신문은 "청와대, 새누리당과 민주당 간의 물고 물리는 공방전이 전개되면 여론에 본격 반영되면서 판세 변화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결국 불법 사찰 논란은 정권 심판론을 부각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고 보도했다.
새누리당 이명박 대통령과 선긋기, 이 대통령은 닷새째 침묵
사찰 논란으로 코너에 몰린 새누리당은 이명박 대통령과 선긋기에 골몰하고 있다. 자신들은 깨끗하다는 것이다. 야당에는 선거 승리를 위한 정치공세라며 사찰 파문의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세계일보는 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사찰과 연관된 현 정권과 전 정권, 전 정권의 계승자인 민주통합당을 싸잡아 압박함으로써 사찰의 피해자 격인 ‘박근혜 새누리당’의 결백함을 드러내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박 위원장은 3일 천안 등 충청권 지원유세에서 "야당의 목적은 이번에 이런 불법사찰이 있었는지 밝히는 것인가, 아니면 선거에 이용하는 것인가"라면서 "이런 일은 특검을 통해 확실하게 밝혀야 한다. 새누리당은 이번에 법적·제도적 장치를 확실하게 만들어 다시는 이 땅에 불법사찰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혜훈 중앙선대위 종합상황실장은 3일 (대통령이 사과를 하신다면) 국민 앞에서 공개적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고, 선대위 이상일 대변인이 “이명박 ‘정부’가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실장은 또 “‘이명박 정권=새누리당’이라고 말하는 것은 정치공세”라며 “새누리당은 이미 한나라당으로부터 달라진 모습으로, 달라진 이름으로 국민에게 변화와 쇄신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의 사찰과 새누리당이 무관함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야당도 불법사찰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드러내 정국을 정면돌파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 세계일보의 분석이다.
여당까지도 '대통령 사과'을 입에 올리고 있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사찰 사건 파문 닷새째 아무런 얘기가 없다.
지난 3일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금년이 선거철이라 상당히 혼란스런 상황이기는 하지만, 공직자들이 중심을 잡고 민생문제와 중요한 국정과제가 추호도 흔들림 없이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한 게 전부다.
한겨레는 "이 대통령의 이런 태도는 ‘의도적 회피’의 성격이 강하다"면서 "야당은 물론 여당 일각에서도 검찰의 이번 사건 재수사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권재진 장관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 대통령은 물론 청와대 참모진은 아무도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청와대가 사흘 연속 참여정부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제기하고 난 뒤 공세를 멈춘 이유에 대해 한겨레는 "청와대가 ‘유력한 자료’ 갖고 있지만 4·11 총선이 아직 남이 있기에 추가 공격을 며칠 미루고 있다는 추측도 여전하다"고 보도했다.


▲ 한겨레 종합 4면

한겨레는 이라는 제하의 사설에서 "이 대통령은 조그마한 부끄러움도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며 "그 상관 밑에 그 부하라고 권재진 법무부 장관도 이에 못지않다"고 맹비난했다.
한겨레는 연예인까지 사찰하는 경찰 내부 문건까지 공개됐다며 "청와대는 침묵과 방관, 물귀신 작전 따위의 꼼수로 일관하고 있다. 권 장관 본인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으면 청와대라도 나서서 장관을 경질하는 것이 마땅한데도 본 척 만 척 한다"고 꼬집었다.
관봉 형태 돈다발…사찰 사건 핵폭탄 되나?
연일 사찰 문건을 폭로하며 민간인 사찰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했던 한국일보는 사찰 사건의 또다른 이면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한국일보는 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류충렬 전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이 불법사찰 및 증거인물 사건의 청와대 개입설을 폭로한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에게 입막음용으로 전달한 5,000만원이 시중에서는 거의 유통되지 않는 관봉(官封) 형태의 돈다발(본보 3일자 1면)이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자금의 출처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장씨는 지난해 4월 5만원권 신권이 100장씩 묶인 돈다발 10뭉치가 비닐로 압축 포장돼 있었고, 지폐에 찍힌 일련번호가 순서대로 돼 있는 돈을 받았다. 장씨는 관봉 형태의 돈이 워낙 특이해 휴대폰 카메라로 찍어놨고, 현재 검찰은 전문 수사관을 동원해 삭제한 돈 다발 사진 파일을 복구하는 중이다.
한국일보는 이에 대해 "류 전 관리관,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 등 이번 사건의 핵심 수사 대상들이 '윗선'의 존재를 부인하는 상황에서 장씨에게 잇달아 입막음용으로 건네졌던 자금의 출처 규명은 수사의 성패를 가를 관건이 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김제동씨 사찰이 못마땅한 이유
조선일보도 민간인 사찰 사건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그런데 조금 타깃이 이상하다. 감제동씨의 사찰 내용이 잘못됐다면서 김씨의 정치적 행보를 꾸짖는 행태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김씨를 "노무현재단 출범 기념 콘서트, 한진중공업 사태, 한미 FTA 반대 집회,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 시위 같은 정치 집회의 단골손님이고 최근에는 방송 3사의 연대 파업을 지원하는 '방송 낙하산 퇴임 축하쇼' 연사로 나서기도 했다. 이번 선거판에선 20~30대의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개념 찬 콘서트 바람' 전국 투어를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조선일보는 "대중 연예인이라는 본업(本業)을 벗어나 대중을 즐겁게 하는 게 자신들의 본래 영역인지 정치인 반(半) 연예인 반(半)의 줄타기가 직업인지 헷갈릴 정도로 정치 활동을 자신의 이미지를 띄우는 수단으로 삼는 요즘 세태는 정상이 아니다"고 비난했다.


▲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특히 "정치에 한눈파는 그런 연예인들의 인기(人氣)를 거둬들이는 것은 시민들 몫이지 국가기관이 나설 일이 아니다"며 "정보기관들이 국민 세금 축내며 펑펑 놀고 있는 게 염치가 없다 해서 '정치 연예인'을 '개념 연예인'으로 치켜세우는 조연(助演)으로 나서는 것은 어리석고 한심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민간인 사찰의 불법성을 빗껴간 채 김제동씨와 같은 '좌파연예인'이 사찰 사건 파문 논란의 당사자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이 못마땅하다는 얘기다.
BBK 기획입국설 가짜편지 신명씨 검찰 출석
사찰 사건의 논란이 커지고 있지만 놓치지 말아야할 뉴스가 또 있다. BBK 사건이다. 수사의 향배에 따라 정국을 뒤흔들 수 있는 중요한 뉴스다.
2007년 대선 당시 BBK 김경준씨 기획입국설의 근거가 됐던 가짜편지의 실제 작성자 신명(51·치과의사)씨가 3일 검찰에 피고소인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이중희)에 출석한 신씨는 "홍준표 전 새누리당 대표를 만난 적도 없는데 왜 내가 작성한 편지가 홍 전 대표 손에 들어가 기획입국의 결정적인 증거라고 사용됐는지가 나에게는 중요하다"며 "난 단지 한 대학 교직원이었던 양모씨가 쓰라는 대로 편지만 대필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형의 감경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해 아버지처럼 여기던 양씨 요청에 따라 가짜편지를 썼는데 1개월쯤 뒤에 그 편지를 홍 전 대표가 기획입국의 증거라고 공개했다는 것이 신씨의 주장했다.
국민일보는 "가짜편지 사건은 2007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이 BBK 실소유자가 이명박 후보라고 주장한 김경준씨가 입국하자, 민주통합당과 청와대가 이 후보를 공격하기 위해 김씨를 기획입국시켰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새누리당은 김경준씨와 함께 미국에서 수감생활을 한 신씨의 형 경화(53·수감중)씨가 '자네가 큰집하고 어떤 약속을 했든 우리만 이용당하는 것이니 신중하게 판단하길 바란다'는 내용의 김씨에게 보냈던 편지를 공개하면서 큰집이 청와대로 해석돼 당시 여권(민주당)에서 모종의 대가를 약속받고 입국했을 것이라는 기획입국설이 제기됐다. 하지만 편지의 실제작성자는 경화씨의 동생 신씨로 드러난 논란이 일고 있다.
쌍용차 22번째 희생자 나와
지난 2009년 쌍용차 대규모 정리해고 이후 22번째 희생자가 나왔다는 슬픈 소식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자동차지부에 따르면 쌍용차 파업 과정에서 정리해고를 당한 이씨가 김포의 임대아파트에서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을 뒤늦게 확인됐다.
쌍용차 지부 관계자는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이씨는 쌍용차 ‘옥쇄파업’ 당시 77일간 회사 측의 희망퇴직을 거부한 채 끝까지 싸웠다"며 "지난 2월 취직을 위해 면접을 보러 왔다가 평택에 들러 쌍용차지부 사무실을 찾아 함께 술을 마시며 ‘살기 힘들다’고 고통을 토로한 것이 마지막 모습"이라고 전했다.
쌍용차지부는 “정리해고가 낳은 22번째 ‘살인’이며 쌍용차 자본과 정부가 저지른 사회적 학살”이라고 규정했다. 쌍용차지부는 오는 21일 쌍용차 평택공장에서 공장 주변을 텐트로 둘러싸는 ‘희망텐트 4차 포위의 날’을 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