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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18일 토요일

족벌언론의 폐해, 현장 기자에게 돌아왔다


이글은 PD저널 2013-05-14일자 기사 '족벌언론의 폐해, 현장 기자에게 돌아왔다'를 퍼왔습니다.
[인터뷰] 최진주 언론노조 한국일보 지부 부위원장

“(한국일보) 비대위의 싸움은 장재구 회장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서다. 장 회장은 업무배임 혐의가 짙은 만큼 대주주로서 자격을 상실했다. 내부 구성원의 뜻에 따라 (한국일보)는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
언론노조 (한국일보) 지부가 지난 59년 동안 (한국일보)를 지배한 장 씨 일가와의 전면전에 돌입했다. 이번 사태는 장재구 회장이 회사에 200억원의 손해를 입힌 것이 도화선이 됐지만 (한국일보)는 장 씨 일가의 계속된 전횡으로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산과도 같았다.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정상원, 이하 비대위) 체제로 전환한 노조는 지난 2일 (한국일보) 1면에 ‘회장의 불법 인사를 거부한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게재하고 (한국일보) 상황을 알렸다. 사측은 부랴부랴 ‘성명서’가 실린 신문을 회수 조치했지만 (한국일보) 사태를 감출 순 없었다. (PD저널)은 지난 13일 오후 서울 남대문로 한진빌딩 내 (한국일보)지부 사무실에서 최진주 부위원장을 만나 진행 상황을 들어봤다.

▲ 최진주 <한국일보> 지부 부위원장. ⓒPD저널

최진주 부위원장은 2002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현재 산업부 소속이다. 작년부터는 비대위 부위원장으로서 대외협력 분야를 맡고 있다. 입사 당시 회사가 워크아웃을 통한 회생 절차에 들어가면서 희망을 품었지만, 상황은 전혀 나아지질 않았다. 더구나 중학동 사옥 매각 과정을 보면 장 회장을 둘러싼 의혹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결국 비대위는 지난달 29일 (한국일보) 대주주인 장재구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업무상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2011년 장재구 회장이 중학동 사옥 매각 과정에서 수백억 원의 손해를 회사에 끼친 혐의 때문이다.
2006년 워크아웃 졸업 당시 채권단은 사옥 매각과 장 회장의 추가 증자를 조건으로 제시했다. 이 같은 결정에 따라 (한국일보)는 당시 중학동 사옥을 한일건설에 팔았고, 그 땅에 지어질 건물에 입주하기 위해 ‘우선매수청구권’을 확보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비대위는 보고 있다. 장 회장이 200억원의 증자를 위해 한일건설 쪽에 돈을 빌리면서 우선매수청구권마저 넘겼다는 것. 결국 중학동 사옥 복귀는 물거품이 됐고, 그에 따른 막대한 손실을 회사에 입혔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최 부위원장은 “구성원들은 완공된 사옥 입주를 기다리고 있었다. 2011년 신문 1면에 중학동 사옥 복귀를 알리는 사고(社告)를 내기도 했다”며 “사옥 복귀가 무산될 당시 돈이 없어서 못 들어간다는 얘기는 있었지만 이런 일이라곤 생각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장재구 회장의 사옥 매각이 발단이 됐지만, 실제 (한국일보)의 만성적자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1954년 창간된 (한국일보)는 창업주 장기영 전 회장 이후로 아들들이 번갈아 회사경영을 맡아왔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직후 경영 악화 일로를 걷자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장재국 전 회장(4남) 때에는 부채가 5000억원에 달하기도 했다. 장재구 현 회장(2남)은 업무상 배임 혐의에 휩싸이는 등 바람 잘난 없는 ‘족벌체제’인 셈이다.
언론사의 족벌 체제에서 비롯된 폐해는 현장을 누비는 기자들이 감당해야 했다. 최 부위원장은 “실제 월급 말고는 제대로 나오는 게 없었다. 작년 대선 당시 이른바 ‘민심 취재’를 다닐 때도 출장비를 올려도 나오질 않으니 자비 출장을 다녔고, 외부 원고료도 1년 넘게 지급하지 못해 필자들에게도 민망할 때가 많았다”고 토로했다.


▲ 이영성 편집국장이 지난 6일 오후 편집국 비상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언론노조 <한국일보> 노조 비대위

비대위의 검찰 고발에 사측은 강경하게 맞섰다. 사측은 검찰이 수사에 속도를 내자 지난 1일 장 회장에게 책임 있는 처신을 요구한 편집국 간부를 교체했다. 이영성 편집국장을 창간60주년기획단장, 고재학 경제부장을 부산취재본부부국장 대우로 발령했다. 지난해 노사가 마련한 편집강령규정 내 ‘편집국장 임명 5일 전 내정자를 조합과 평의회에 통보한다’는 규정을 1년도 채 되지 않아 어겼다. 결국 ‘기름에 물을 부은 격’이 됐다.
비대위는 이번 인사를 보복 인사로 규정하고 지난 2일자 신문 1면에 성명을 게재했다. 뒤이어 진행된 이영성 편집국장 보직해임 거부 투표에서는 98.8%(투표율 86.5%)가 해임을 반대했다. 또 하종오 신임 편집국장에 대한 임명동의 투표도 부결시켜 사측에 강경한 입장을 전달했다.
최 부위원장은 “취임 1년이 안 된 편집국장에 대한 해임은 부당하다는 여론이 반영된 결과”라며 “노조가 인사권을 쥔 사측에 대해 할 수 있는 건 다했는데 장 회장은 여전히 이런저런 이유를 내세울 뿐 물러날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비대위는 싸움이 길어질지라도 법정 다툼부터 차근차근 밟아나간다는 입장이다. 조만간 장재구 회장에 대한 업무상 배임 혐의가 의심되는 자료를 바탕으로 추가 고발에 나설 계획이다.
비대위는 또 (한국일보)의 대주주와의 전면전이 실상 언론계에서도 의미 있는 발걸음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 부위원장은 “(한국일보)의 경우 창업자의 자식들이 대를 이어가며 운영하면서 족벌체제가 됐다”며 “지금까지 족벌체제 신문에서 사주 일가가 스스로 물러나거나 매각하는 사례가 없었다”고 말했다.
“장재구 회장에게서 벗어나야 합니다. 장 회장은 대주주 자격이 없어요. 200억원을 되돌려놓고 물러나든지, 자신의 지분을 내놓고 이를 제3자 매각하든, 조합의 형태로 가든 내부 구성원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의견을 수용한 뒤 그 뜻에 따라야겠죠. 그리고 회사를 농단하지 않고 편집권에 간섭하지 않는 사람이 (한국일보)를 끌어가야 합니다.” 


방연주 기자 nalava@pdjournal.com

2012년 3월 31일 토요일

‘불법 사찰이 새누리당과 관련 없다’고?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3-31일자 기사 '‘불법 사찰이 새누리당과 관련 없다’고?'를 퍼왔습니다.
[고승우 칼럼] 수구 정치권과 족벌 언론의 해괴한 주장

터질 것이 터졌다. 거짓말을 밥 먹듯 하던 정권의 범죄행각 하나가 드러났다. 지난 4년간 잘도 국민을 속이던 정권의 흉한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군사정권 때 횡행하던 불법 사찰을 민주정부의 탈을 쓰고 자행한 사이비 민주주의 정권의 실체가 폭로되었다. 

똑같다. 청와대, 총리실, 박근혜 대표 등 어느 누구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검찰의 청와대 발 범죄에 대해 축소, 은폐 수사하는 추한 모습도 여전히 똑같다. 선관위 사이버 테러 사건이 국회의원 비서 등이 욱하고 저지른 국기문란 범죄라는 것으로 결론냈던 뻔뻔스러움이 또 다시 반복되고 있다.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불법사찰' 물증이 KBS 노조에 의해 폭로되었다. 이번 사건이 심각한 것은 정부의 공식 기구인 청와대, 총리실에서 국민의 세금으로 불법 조직을 만들어 운영하면서 국민에 대한 불법 사찰을 벌였다는 사실이다. 국기문란 사건에 해당한다. 대통령 하야나 탄핵 감이다. 그 수법은 군사독재 정권의 그것과 너무 닮았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새누리당과 족벌언론은 한통속이 되어 사건을 축소하는 또 다른 공작에 열중하고 있다. 총선 일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불법 사찰의 몸통인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마치 분리된 것과 같은 환상을 만연시키는데 새누리당과 족벌언론은 손발을 잘 맞추고 있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검찰·경찰·국세청·금감원 등 17개 국가기관에서 파견된 40여 명의 직원이 청와대의 직간접적인 지휘아래 민간인 불법사찰 등을 자행한 것으로 폭로 문건은 웅변하고 있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주로 영일·포항 출신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지연으로 얽힌 조폭 조직과 닮은 꼴이다. 

지난 2010년 사건이 처음 터진 뒤 증거인멸과 축소수사가 뒤따랐다. 그 과정에서 범죄조직이 쓰는 '대포폰'이 등장하고 컴퓨터 하드디스크 영구 삭제 작업이 자행되었다. 당시 검찰은 청와대 민정수석 등과 사건을 빨리 덮어버리기 위해 입을 맞춘 사실도 드러났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불법적으로 청와대에 기여한 일부 인사들은 사건이 터진 뒤에도 승승장구했다. '대포폰'을 지급하면서 컴퓨터를 부숴버리라고 지시한 최종석 행정관은 주미 한국대사관에 파견 근무하다 엊그제 검찰에 소환됐고, 컴퓨터 파괴를 실행한 장 주무관에게 거액을 주고 회유하는 과정을 익히 알고 검찰과 입을 맞췄던 당시 민정수석실의 이강덕 공직기강비서관은 현 서울경찰청장이고 권재진 민정수석은 현 법무장관이다. 

이번 사건이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 한국의 1960년 보안사 불법 사찰 사건을 연상시키면서도 다른 점은, 사건이 검찰 수사 등을 거쳤지만 철저한 축소 수사로 끝나면서 그 연루자들이 여전히 권력기구의 높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점을 깊이 살펴 이 사건에 대해 엄중한 심판을 하지 않으면 이 나라 민주주의는 희망이 없다. 

'불법사찰'의 증거가 무더기로 나온 뒤의 수구 정치권과 족벌 언론은 정치모리배와 사이비 언론의 모습이다. 새누리당은 청와대의 수족이 되어 악취 진동하는 ‘오야봉 - 꼬봉’ 집단으로 전락했던 한나라당이라는 당명을 바꾼 뒤 ‘청와대와 우리는 남이다’라는 해괴한 모습을 연출한다. 새누리당은 민간인 불법 사찰은 새누리당과 관련이 없다면서 철저히 수사하라면서 유권자들에게 표를 달라고 외친다. 집권당은 집권 기간에 대한 모든 것이 무한 책임을 진다는 기초를 외면하면서 국민을 우습게 여기는 태도다. 이보다 더 뻔뻔스런 일이 있을 수가 없다.

조중동 족벌언론 등은 ‘청와대 발 불법 시리즈’와 ‘박근혜 표 새누리당 총선 승리 작전’을 분리시켜 국민을 현혹하는 여론조작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불의에 눈과 귀를 막는 거짓 언론의 모습이다. 총선은 이명박 정권과 새누리당, 족벌언론의 심판의 장이 되어야 한다. 이들의 거짓과 사기 행각이 계속되는 한 이 나라 민주주의는 발전할 수 없다.

2011년 12월 4일 일요일

[사설] ‘보수·선정’ 본색 드러낸 종편 첫 방송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12-02일자 사설 '[사설] ‘보수·선정’ 본색 드러낸 종편 첫 방송'을 퍼왔습니다.
역시나 예상대로였다. 그제 방송을 시작한 종합편성채널(종편) 네 곳의 프로그램은 종편의 존재 이유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다시 갖게 한다. 종편과 정부가 입이 닳도록 떠들던 방송의 다양성이나 글로벌 경쟁력 강화는 도무지 찾아볼 수 없었다. 명색이 개국일 프로그램인데 지상파 베끼기에도 미치지 못한 느낌이다. 그렇게 요란한 홍보를 하고도 시청률이 1%(에이지비닐슨 기준)를 넘는 프로그램이 네 곳을 통틀어 하나뿐인 것은 시청자들의 반응이 차가웠다는 방증이다.
반면 ‘조·중·동 방송’에 걸맞게 보수적·선정적 성향은 유감없이 드러냈다. 네 곳 모두 내보낸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 인터뷰가 대표적이다. 그가 유력한 한나라당 대선 후보인 이상 인터뷰 자체를 나무랄 일은 아니다. 하지만 상식을 갖춘 언론이라면 공정성과 공공성의 원칙을 잃어선 안 된다. 그런데도 박 전 대표에 대한 공세적 질문은 볼 수 없었고, 그의 정치적 포부를 전달하거나 신변잡기성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내용으로 일관했다.
특히 이 박 전 대표 화면에 내보낸 ‘형광등 100개를 켜 놓은 듯한 아우라’라는 자막은 낯뜨거운 ‘박비어천가’로 한국 언론사에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다. 도 ‘미소가 아름다운 당신, 당신의 미소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꾸게 되기를 바랍니다’라는 노골적인 칭송 자막을 내보냈다.
가 특종이라며 보도한 강호동씨의 칠성파-야쿠자 회합 참석 동영상은 선정주의의 전형이라는 논란을 낳고 있다. 강씨가 고등학교 3학년 때 씨름대회 단장을 따라간 식사 자리가 조폭 결연식 참석으로 부풀려진 인상이 짙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선 잠정 은퇴한 강씨가 종편에 출연하지 않은 것에 대한 표적기사 아니냐는 의혹마저 나돈다. 또 는 그제치 1면에 “티브이조선 9시 뉴스에서 김연아가 앵커로 뉴스를 진행한다”고 선전했다가 과장홍보라는 망신을 샀다. 오죽하면 김씨의 소속사가 ‘김연아 종편채널 뉴스 앵커 기용설 어이없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을까.
종편은 첫 방송에서부터 언론으로서의 공적 책임 등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화면이 잘리는 등 방송사고가 속출하고, 그나마 재방송으로 시간 때우기에 급급했다. 정부와 족벌언론이 그렇게 무리를 해가며 졸속으로 출범시켰으니 이처럼 질 낮고 부실한 방송이 연출된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