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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2일 토요일

13명중 8명이 ‘서울대 법대 출신’…다양성 기대 저버렸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6-01일자 기사 '13명중 8명이 ‘서울대 법대 출신’…다양성 기대 저버렸다'를 퍼왔습니다.


대법관 추천 후보들 살펴보니
 9명 현직 고위법관…검사 3명
 우리법연구회 유남석 ‘눈길’

다음달 10일 퇴임하는 박일환·김능환·전수안·안대희 대법관의 후임으로 1일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에서 추천된 13명 가운데 6명은 ‘서울대 법대 출신의 50대 남성 법관’이다. 이들을 포함한 9명이 현직 고위 법관이다. 현직 검사로 추천된 3명 가운데 2명도 서울대 출신이다. 여성 법조인과 변호사는 아예 없다.
시민사회가 기대했던 법률적 가치관의 다양성은커녕, 다양한 직역의 기용이나 출신 대학, 성별 등 외적 다양성을 갖추는 데도 크게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인선이다. 양승태 대법원장 취임 뒤 우려됐던 법원의 보수화에 속도가 붙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오게 됐다.
추천된 후보자들은 법원장 등 고위 법관, 지방에서 주로 근무해온 지역 법관, 검찰 출신 등으로 나누어진다. 실제 후보 제청 과정에서도 이런 기준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박일환·김능환 대법관에 이은 고위 법관 출신 후보로는 고영한 법원행정처 차장이 꾸준히 유력하게 거론돼왔다. 고 차장은 광주일고 출신으로, 서울중앙지법 파산수석부장판사로 있을 때 수백개 기업의 법정관리 절차를 적절하게 지휘하는 등 재판과 행정업무에서 두루 합리성을 인정받는다. 서기석 수원지법원장은 경남고 출신으로, 매섭고 열성적인 일처리로 후배 판사들을 이끄는 것으로 정평이 높다. 서울고법 부장판사 때 이건희 삼성 회장의 삼성에스디에스 신주인수권부사채 저가 발행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가 대법원에서 유죄로 파기환송된 일이 있다. 조병현 서울행정법원장은 이명박 대통령과 동향인 포항 출신이다.
이밖에 최성준 춘천지법원장은 김용철 전 대법원장의 사위로, 서울중앙지법에서 민사수석부장을 지내고 정보법학회와 법원 내 지적재산권법커뮤니티 회장을 지냈다. 목포 출신인 유남석 서울북부지법원장은 법원 내 진보성향 연구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창립 회원으로, 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과 헌법재판소 수석부장연구관, 법원 헌법연구회 회장을 지냈다.
비서울대로는 성균관대 출신인 강영호 서울서부지원장과 고려대 출신의 김창석 법원도서관장이 추천됐다. 강 원장은 통합도산법 제정과 정착을 주도했고,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 시절 새만금공사 집행정지를 결정한 일이 있다. 김 관장은 학자풍이지만 미결구금일수 산정 문제를 놓고 검찰과 맞서는 등 소신과 강단도 있다. 삼성 재판 항소심에서는 이건희 회장의 배임 혐의를 추가로 유죄로 인정하고도 1심과 마찬가지로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김신 울산지법원장은 부산·경남에서 주로 활동해온 지역법관이다. 어릴 때 소아마비를 앓아 장애를 얻었으며, 부산고법 내 봉사단체인 ‘정겨운 세상’ 회장으로 평소 사회봉사에 열성이다. 대구·경북에서만 근무해온 김창종 대구지법원장은 이 지역 5개 법과대학과 정기적인 학술 교류를 하는 등 지역 법률문화 발전에 힘써왔다.
안대희 대법관을 이을 검찰 몫으로는 애초 유력했던 길태기 법무차관이 빠진 대신 안창호 서울고검장, 김홍일 부산고검장, 김병화 인천지검장이 추천됐다. 김홍일 고검장은 충남대 출신이란 점에서 주목되지만, 비비케이(BBK) 수사의 책임자였다는 점이 부담이다.
윤진수 교수는 판사로 출발해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과 대법원 재판연구관, 수원지법 부장판사 등을 거친 뒤 서울대에서 민법을 강의하고 있다. 보수 성향이지만 합리적이고 개방적인 성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가족법 쪽에 관심이 많다.

여현호 선임기자 yeopo@hani.co.kr

2011년 12월 4일 일요일

[사설] ‘보수·선정’ 본색 드러낸 종편 첫 방송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12-02일자 사설 '[사설] ‘보수·선정’ 본색 드러낸 종편 첫 방송'을 퍼왔습니다.
역시나 예상대로였다. 그제 방송을 시작한 종합편성채널(종편) 네 곳의 프로그램은 종편의 존재 이유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다시 갖게 한다. 종편과 정부가 입이 닳도록 떠들던 방송의 다양성이나 글로벌 경쟁력 강화는 도무지 찾아볼 수 없었다. 명색이 개국일 프로그램인데 지상파 베끼기에도 미치지 못한 느낌이다. 그렇게 요란한 홍보를 하고도 시청률이 1%(에이지비닐슨 기준)를 넘는 프로그램이 네 곳을 통틀어 하나뿐인 것은 시청자들의 반응이 차가웠다는 방증이다.
반면 ‘조·중·동 방송’에 걸맞게 보수적·선정적 성향은 유감없이 드러냈다. 네 곳 모두 내보낸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 인터뷰가 대표적이다. 그가 유력한 한나라당 대선 후보인 이상 인터뷰 자체를 나무랄 일은 아니다. 하지만 상식을 갖춘 언론이라면 공정성과 공공성의 원칙을 잃어선 안 된다. 그런데도 박 전 대표에 대한 공세적 질문은 볼 수 없었고, 그의 정치적 포부를 전달하거나 신변잡기성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내용으로 일관했다.
특히 이 박 전 대표 화면에 내보낸 ‘형광등 100개를 켜 놓은 듯한 아우라’라는 자막은 낯뜨거운 ‘박비어천가’로 한국 언론사에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다. 도 ‘미소가 아름다운 당신, 당신의 미소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꾸게 되기를 바랍니다’라는 노골적인 칭송 자막을 내보냈다.
가 특종이라며 보도한 강호동씨의 칠성파-야쿠자 회합 참석 동영상은 선정주의의 전형이라는 논란을 낳고 있다. 강씨가 고등학교 3학년 때 씨름대회 단장을 따라간 식사 자리가 조폭 결연식 참석으로 부풀려진 인상이 짙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선 잠정 은퇴한 강씨가 종편에 출연하지 않은 것에 대한 표적기사 아니냐는 의혹마저 나돈다. 또 는 그제치 1면에 “티브이조선 9시 뉴스에서 김연아가 앵커로 뉴스를 진행한다”고 선전했다가 과장홍보라는 망신을 샀다. 오죽하면 김씨의 소속사가 ‘김연아 종편채널 뉴스 앵커 기용설 어이없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을까.
종편은 첫 방송에서부터 언론으로서의 공적 책임 등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화면이 잘리는 등 방송사고가 속출하고, 그나마 재방송으로 시간 때우기에 급급했다. 정부와 족벌언론이 그렇게 무리를 해가며 졸속으로 출범시켰으니 이처럼 질 낮고 부실한 방송이 연출된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