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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2일 토요일

13명중 8명이 ‘서울대 법대 출신’…다양성 기대 저버렸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6-01일자 기사 '13명중 8명이 ‘서울대 법대 출신’…다양성 기대 저버렸다'를 퍼왔습니다.


대법관 추천 후보들 살펴보니
 9명 현직 고위법관…검사 3명
 우리법연구회 유남석 ‘눈길’

다음달 10일 퇴임하는 박일환·김능환·전수안·안대희 대법관의 후임으로 1일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에서 추천된 13명 가운데 6명은 ‘서울대 법대 출신의 50대 남성 법관’이다. 이들을 포함한 9명이 현직 고위 법관이다. 현직 검사로 추천된 3명 가운데 2명도 서울대 출신이다. 여성 법조인과 변호사는 아예 없다.
시민사회가 기대했던 법률적 가치관의 다양성은커녕, 다양한 직역의 기용이나 출신 대학, 성별 등 외적 다양성을 갖추는 데도 크게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인선이다. 양승태 대법원장 취임 뒤 우려됐던 법원의 보수화에 속도가 붙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오게 됐다.
추천된 후보자들은 법원장 등 고위 법관, 지방에서 주로 근무해온 지역 법관, 검찰 출신 등으로 나누어진다. 실제 후보 제청 과정에서도 이런 기준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박일환·김능환 대법관에 이은 고위 법관 출신 후보로는 고영한 법원행정처 차장이 꾸준히 유력하게 거론돼왔다. 고 차장은 광주일고 출신으로, 서울중앙지법 파산수석부장판사로 있을 때 수백개 기업의 법정관리 절차를 적절하게 지휘하는 등 재판과 행정업무에서 두루 합리성을 인정받는다. 서기석 수원지법원장은 경남고 출신으로, 매섭고 열성적인 일처리로 후배 판사들을 이끄는 것으로 정평이 높다. 서울고법 부장판사 때 이건희 삼성 회장의 삼성에스디에스 신주인수권부사채 저가 발행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가 대법원에서 유죄로 파기환송된 일이 있다. 조병현 서울행정법원장은 이명박 대통령과 동향인 포항 출신이다.
이밖에 최성준 춘천지법원장은 김용철 전 대법원장의 사위로, 서울중앙지법에서 민사수석부장을 지내고 정보법학회와 법원 내 지적재산권법커뮤니티 회장을 지냈다. 목포 출신인 유남석 서울북부지법원장은 법원 내 진보성향 연구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창립 회원으로, 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과 헌법재판소 수석부장연구관, 법원 헌법연구회 회장을 지냈다.
비서울대로는 성균관대 출신인 강영호 서울서부지원장과 고려대 출신의 김창석 법원도서관장이 추천됐다. 강 원장은 통합도산법 제정과 정착을 주도했고,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 시절 새만금공사 집행정지를 결정한 일이 있다. 김 관장은 학자풍이지만 미결구금일수 산정 문제를 놓고 검찰과 맞서는 등 소신과 강단도 있다. 삼성 재판 항소심에서는 이건희 회장의 배임 혐의를 추가로 유죄로 인정하고도 1심과 마찬가지로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김신 울산지법원장은 부산·경남에서 주로 활동해온 지역법관이다. 어릴 때 소아마비를 앓아 장애를 얻었으며, 부산고법 내 봉사단체인 ‘정겨운 세상’ 회장으로 평소 사회봉사에 열성이다. 대구·경북에서만 근무해온 김창종 대구지법원장은 이 지역 5개 법과대학과 정기적인 학술 교류를 하는 등 지역 법률문화 발전에 힘써왔다.
안대희 대법관을 이을 검찰 몫으로는 애초 유력했던 길태기 법무차관이 빠진 대신 안창호 서울고검장, 김홍일 부산고검장, 김병화 인천지검장이 추천됐다. 김홍일 고검장은 충남대 출신이란 점에서 주목되지만, 비비케이(BBK) 수사의 책임자였다는 점이 부담이다.
윤진수 교수는 판사로 출발해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과 대법원 재판연구관, 수원지법 부장판사 등을 거친 뒤 서울대에서 민법을 강의하고 있다. 보수 성향이지만 합리적이고 개방적인 성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가족법 쪽에 관심이 많다.

여현호 선임기자 yeopo@hani.co.kr

2011년 12월 23일 금요일

조선이 정봉주 ‘유죄’ 판결 법관 신상털기 맹비난?


이글은 미디어스 2011-12-22일자 기사 '조선이 정봉주 ‘유죄’ 판결 법관 신상털기 맹비난?'을 퍼왔습니다.
조선일보의 신상털기 역사를 공개합니다

대법원은 팟 캐스트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에 대해 징역 1년을 확정했다. 정 전 의원은 대법원 유죄 선고로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정치적 사형선고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봉주 전 의원 징역형 확정을 두고 이상훈 재판관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장상진 기자의 활약상은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 2011년 12월 21일자 조선일보 18면 기사. '나는 꼼수다'에서 이상훈 대법관 이름을 거론해 무죄판결을 주장했던 것에 대한 장상진 기자의 기사. 장 기자는 재판압력이라고 비판했다.

이상훈 대법관 신상털기 맹비난한 ‘조선일보’, ‘장상진 기자’
는 정봉주 전 의원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앞둔 21일 기사를 게재했다. 22일에는 기사를 후속으로 내보냈다. 같은 날 라는 사설을 싣기도 했다.
장상진 기자와 박상기 기자가 공동으로 쓴 ‘나꼼수 “이상훈 대법관을 믿는다”’ 기사의 첫 문장은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의 허위 사실 유포 혐의에 대한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측이 인터넷 방송과 행사에서 사실상 무죄 판결을 요구하면서 재판 개입 논란이 일고 있다”이다.
해당 기사는 “주진우 기자는 ‘이 대법관은 훌륭한 분이라 (외압에)흔들리지 않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했고, 김용민 평론가 역시 ‘이상훈 대법관’이라고 이름을 상기시켰다”고 전했다.
는 방송에서 “대법관의 양심을 믿는다”, “재판부에서 현명한 판결을 내려줄 것을 믿는다”는 발언도 나왔다면서 ‘재판개입’이라고 몰아 세웠다.
는 “네티즌들을 트위터에 이상훈 대법관의 출신 지역과 나이, 가족 관계, 과거 판결 내용, 재산 관계 등 신상 정보를 올리며 압박에 동참하고 나섰다”고 비판했다.
또한 한 대법관의 발언을 인용, “수많은 사람이 듣는 방송이 선고를 앞두고 있는 법관 실명을 거론하며 압박하는 것은 재판의 독립성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비판은 22일에도 이어졌다.
“나꼼수가 대법관 이름을 들먹이며 ‘양심’ 운운하는 것은 정씨에게 무죄 판결을 내리지 않으면 주심 대법관을 ‘양심도 없고 외압에 흔들린 대법관’으로 몰고 가겠다는 노골적 협박…나꼼수처럼 법관을 협박해 법관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재판 제도의 근본을 허무는 행위다”
해당 기사와 사설의 핵심 내용은 재판관의 실명을 거론한 것에 대한 비판이다. 그 첫 포문을 연 사람은 장상진 기자였다.
장상진 기자의 취재는 신상털기?


▲ 2011년 12월 16일자 조선일보 1면 기사. 장상진 기자가 최근 이명박 대통령을 비하했다며 경기도 중학교 한 교사의 개인정보를 털어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장상진 기자가 ‘실명거론’을 비판할 자격이 있는지는 따져볼 일이다. 최근 논란이 된 경기도 중학교의 한 역사 교사의 시험 문제다.

(A)은 교회 장로입니다.
(A)은 대표적인 친미주의자입니다
(A)은 친일파와 손잡았습니다.
(A)은 정치적 타살했다는 비난을 듣고 있습니다. 
(A)은 북한을 자극해 결국 도발하도록 조장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사고 있습니다. 
(A)은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니까 경찰을 앞세워서 가혹하게 탄압했습니다. 
(A)은 그러다가 권좌에서 쫓겨나게 됩니다. 
(A)은 해외로 망명하더니 그곳에서 비극적인 최후를 맞게 됩니다.
장상진 기자는 'A에 해당하는 대통령을 쓰시오'라는 문제를 낸 교사에게 “선생님 맞습니까”라고 맹비난했다. 이명박 대통령을 비하했다는 것이다.
장상진 기자는 해당 교사의 트위터(@junomind)를 중심으로 개인정보를 샅샅이 뒤졌고, 경기도 OO시 O중학교의 이 아무개 교사라는 사실을 밝혀내고 비난을 가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트위터리안들은 장상진 기자의 나이, 출신지, 출신 학교 등 신상털기에 나서자, 장 기자는 17일자 신문에 이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장상진 기자는 자신이 2008년 8월 13일자에 쓴 ‘판사가 불법시위 피고인 두둔 발언’ 기사를 기억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불법 촛불시위 주동자에 대한 재판을 맡은 판사가 재판 과정에서 잇달아 피고인을 두둔하고 현행법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사견을 드러내 물의를 빚고 있다”며 박재영 판사의 발언 하나 하나를 공개했다.

▲ 2010년 1월 15일자 조선일보 8면 기사. 미디어법 저지 투쟁에 나섰던 강기갑 민노당 의원이 무죄판결을 받자 조선일보는 법관 신상털기에 나섰다

, 우리법연구회 소속 판사 보도는 뭐지
이명박 정부 들어 판사들의 모임 ‘우리법연구회’가 보수매체를 통해 융단폭격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는 그 중심에 서 있었다.
는 회원들의 명단을 공개해야한다고 기사를 통해 압박했고, 몇몇 판사들의 실명을 비롯해 그동안의 판결을 공개하며 맹비난했다. 마은혁, 박시환, 이정렬 판사가 피해를 입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 5단독 마은혁 판사가 지난 1월 미디어법 개정안 처리를 막기 위해 국회의사당을 점거한 혐의로 약속기소 된 민노당 보좌진과 당직자 12명에 대해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 담당 판사는 법원 내 특정 성향 사조직인 우리법연구회 소속이라고 한다. 그는 작년 8월 코스콤 노조원들이 회사를 불법 점거한 것이 정당한 행위라면서 벌금형 선고를 유예했고, 지난 1월엔 공무원 촛불집회 참가를 독려한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2009년 11월 9일자 ‘편향적 돌출 판결이 사법 신뢰 안정 흔든다’ 중
“박시환 대법관과 ‘사법파동’은 데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박 대법관은 1971년 1차 사법파동을 제외하고, 우리 역사에서 벌어졌던 4차례 사법파동 중 3차례의 주역이었다”-2009년 5월 20일자 ‘‘사법파동 단골’ 박 대법관… 4차례 중 3차례 주역’ 중
“2004년 이정렬 판사도 종교적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3명에게 처음으로 무죄를 선고했다”-2010년 1월 16일 ‘평판사 60명 중 '우리법연구회' 멤버 11명’ 중
는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은 판사들에 대한 신상털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카르텔로 뭉친 이념 판사들”, “‘튀는판결’의 본산은 우리법연구회”이라고 몰아붙인 바 있다.
최근에도 SNS에서 한미FTA 날치기 비준과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게재하고 있는 몇몇 판사들을 타깃으로 신상털기에 열중하고 있다.

2011년 12월 1일 목요일

[사설] 법관의 SNS 사용 한계 설정, 신중하게 해야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11-30일자 사설 '[사설] 법관의 SNS 사용 한계 설정, 신중하게 해야'를 퍼왔습니다.
엊그제 열린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가 페이스북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비판한 최은배 인천지법 부장판사를 징계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법관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사용하는 데 신중한 자세를 견지할 것을 권고하고, 앞으로 사용기준도 마련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번 사건의 경위 등에 비추어 윤리위가 최 판사를 징계하지 않은 것은 적절한 결정이다. 이와 별개로 법관의 에스엔에스 사용 문제 등에 대한 건설적 논의를 위해서라도 이번 일을 차분히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번 사건은 가 최 판사의 페이스북 게시 내용을 끄집어내 대대적으로 보도한 뒤 대법원이 곧바로 윤리위에 회부해 ‘심의’하겠다고 밝히면서 비화했다. 조선일보는 ‘뼛속까지 친미’라는 글 내용과, 최 판사가 우리법연구회 소속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싫으면 법복을 벗는 게 정상”이라고까지 주장했다.
지면 배치나 제목, 후속보도 등에서 드러나듯이, 조선일보는 애초부터 판사의 ‘진보’ 성향 자체를 문제 삼겠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신영철 대법관 사건 당시 보도 태도와 비교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그가 촛불시위 재판에 개입해 판사들에게 압력성 이메일을 보낸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판사들이 집단 반발할 때도 “법원 내부 일을 외부에 폭로하는 것은 사법부를 향한 파괴공작”이라며 오히려 신 대법관을 감쌌던 게 조선일보다. 그러나 우리법연구회 소속 판사들에 대해서는 유독 다른 잣대를 들이대며 판결을 문제 삼아 왔다. 그러니 이번 보도 역시 진보 성향 판사에 대한 압력이나 길들이기 의도 아래 대서특필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대법원이 보도 직후 곧바로 최 판사 건을 윤리위에 회부한 것은 사법부가 특정 보수언론에 휘둘린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는 법관들에게 위축효과를 불러일으켜 자칫 균형잡힌 판결에 지장을 줄 우려마저 없지 않았다. 다행히 징계는 없었으나 대법원 수뇌부는 이런 대목을 유념하지 않으면 안 된다.
윤리위가 에스엔에스 사용에 있어 법관들의 신중한 자세를 권고한 것은 일면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다. 공정한 재판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을 정도의 외관을 만들지 않아야 한다는 지적도 타당하다. 그러나 정당 가입이나 활동 등 적극적 정치행위가 아니라 개인으로서의 정치적 표현은 공무원 일반에게도 허용되는 헌법적 권리다. 판사 역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재판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한 포괄적인 의미의 표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
에스엔에스 사용기준을 마련하는 과정에서는 에스엔에스가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의 측면을 동시에 갖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파급력 차이 등에 대해서도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이번 사건은 판사가 사적 공간으로 여기고 허물없이 얘기한 것을 언론이 뛰어들어 특정 대목을 부각해 보도하면서 논란거리가 됐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필요 이상으로 엄격한 기준을 만들어 에스엔에스 공간 자체를 위축시키는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얘기다.

2011년 11월 26일 토요일

[사설] FTA 날치기 비판했다고 윤리위 회부하는 대법원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11-25일자 사설 '[사설] FTA 날치기 비판했다고 윤리위 회부하는 대법원'을 퍼왔습니다.
한 부장판사가 페이스북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날치기 처리를 비판하는 글을 올린 데 대해 대법원이 어제 공직자윤리위에 회부하기로 했다. (조선일보)가 어제 해당 판사가 ‘우리법연구회 간부’라며 비판하는 투의 기사를 실은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대법원의 조처는 법원과 법관의 독립을 해칠 우려가 커 매우 부적절하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대법원 공보관은 “에스엔에스에서의 법관들 언행의 일반적 기준 마련의 필요 여부와 보도된 게시글의 표현과 내용의 적절성 등 법관윤리강령 위반 여부를 심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 내용을 따져보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판사도 사적 공간에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은 당연한 헌법적 권리다. 페이스북 친구들에게 “사랑방에서 도란도란 얘기하는 수준”으로 했다는 얘기를 끄집어내 공개하고 문제삼기 시작하면 에스엔에스 자체가 존립할 공간이 없어진다.
더구나 그가 올린 글 내용은 아무리 따져봐도 지금 대한민국 국민 다수가 공감하고 있는 수준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동아일보)의 여론조사에서조차 날치기 처리가 다수당의 횡포라는 의견이 51%로 나오지 않았는가. 조선일보는 대통령에 대해 ‘뼛속까지 친미’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을 꼬투리 잡고 있으나 이 역시 대통령 친형 이상득 의원이 주한 미국대사에게 자랑한답시고 한 말 아닌가. 국민 다수가 공감하는 내용을 마치 금기라도 되는 양 호들갑 떠는 언론 자체가 문제다.
더 큰 문제는 대법원 수뇌부에 있다. 조선일보가 우리법연구회 간부라는 것을 부각한 것은 판사의 성향을 문제삼겠다는 저의로 보인다. 이런 태도야말로 매우 위험하다. 촛불시위 재판에 노골적으로 간섭한 신영철 대법관은 못 본 척하고, 무죄를 선고한 판사는 사상검증 하듯 잡도리했던 게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수구언론들이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보면 이번 보도도 판사 길들이기의 혐의가 짙다. 보수라면 무슨 짓을 해도 보호해주고 진보는 입만 뻥긋해도 가만두지 않겠다는 이런 행태는 사법부의 독립을 심각하게 해칠 뿐 아니라 사실상 판사들에 대한 협박이다. 사법부의 균형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사정이 이런데도 이에 부화뇌동해 보도가 나오기 무섭게 곧바로 판사를 윤리위에 회부하겠다는 건 사법부 수장이 취할 태도가 아니다. 당장 재고하기 바란다.

2011년 11월 25일 금요일

조선일보의 판사 페이스북 털기, 뼛속까지 무지?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1-11-25일자 기사 '조선일보의 판사 페이스북 털기, 뼛속까지 무지?'를 퍼왔습니다.
우리법연구회 매도 논란, “'좋아요' 13명인데… 페이스북 써보기나 했나"

조선일보가 또 다시 법원 내 진보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때리기에 시동을 걸었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가 불충분한 근거로 사건을 확대해석 하면서 우리법연구회를 매도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조선일보는 25일자 1면 기사 (“FTA추진 대통령, 뼛속까지 親美” 현직 부장판사 페이스북 글 논란)에서 “현직 부장판사가 페이스북에 정치 성향이 짙은 글을 올려 논란이 되고 있다”고 단독 보도했다. 이 부장판사는 ‘우리법연구회’의 간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 조선일보 25일자 1면 기사

조선일보에 따르면 어느 지방법원의 부장판사인 A(45‧사법연수원 22기)씨는 지난 22일 국회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을 강행처리한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Facebook)에 “뼛속까지 친미인 대통령과 통상관료들이 서민과 나라 살림을 팔아먹은 2011년 11월 22일, 난 이날을 잊지 않겠다”는 글을 올렸다.
페이스북은 인터넷을 통해 ‘친구’ 관계를 맺은 뒤 서로의 관심사와 정보를 주고받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중하나로, 상대방의 글에 대해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달 수 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도 “제대로 된 판사라면 그런 경솔한 행동은 하지 않는다. 판사가 개인 의견을 밖으로 표현하면 특정 사안에 편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날 수밖에 없고, 재판에서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고 비판했다.


▲ 조선일보 25일자 사설

조선일보는 이어 “이 부장판사가 앞으로 FTA 반대 불법 시위를 하다 기소된 시위대나 FTA와 관련한 행정소송에 휘말린 정부 관계자들을 소송 당사자나 증인으로 불러 재판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럴 경우 이 판사가 아무리 공정하게 재판한다고 국민들이 공정한 재판이라고 믿어주겠는가”라고 질타했다.
하지만 법관이 국민적 관심사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밝힌 단순한 사건을 조선일보가 과대 포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디케의 눈), (확신의 함정)등의 저자로 유명한 금태섭 변호사는 25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조선일보가 제대로 비판했는가하는 의심이 든다”며 “기본적으로 SNS라는 소통수단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금태섭 변호사는 “법관이 언론에 그런 이야기를 할 때는 고민해야겠지만 페이스북은 공적인 공간도, 사적인 공간도 아니다”며 “누구나 자유롭게 의사소통할 수 있는 곳인데 조선일보는 판사라는 직업 자체에 무게를 실어 여론에 영향을 줄 것이라 지레 경계했다”고 비판했다.
금 변호사는 또 “이 글에 ‘좋아요’를 누른 사람이 13명이면 그냥 스쳐지나가는 글”이라며 “페이스북에 있는 부장판사의 프로필을 보면 사람들은 그가 판사인지도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금 변호사는 이번 보도가 다분히 악의적인 의도를 가진 것이냐는 의구심도 내비쳤다. 금 변호사는 조선일보가 우리법연구회에 대해 “판사를 독립된 법관으로 보지 않고, 아무런 근거도 없이 음모를 띄고 법원을 왼쪽으로 모는 집단으로 몰고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금 변호사는 “차라리 법원 내 (정치적 성향보다는) 지연, 학연의 힘이 훨씬 더 강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우리법연구회 간사인 유지원 판사는 통화에서 “권위적인 시대에 법관이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면 권력에 봉사하게 될 우려가 있어 법관을 비롯한 공무원이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지킬 것을 규정한 역사적 배경이 있다”면서도 “사적으로 말한 것을 추적해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것은 이런 의미가 아닌, 판사를 자기편으로 순치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 판사는 또 “판사 개인의 생각과 판결은 별개”라며 “만일 판사가 특정 종교를 가졌다고 해서 그 종교와 관련된 판결이 공정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 근거가 없는 것처럼 이번 일도 마찬가지다”고 반박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신문의 ‘우리법연구회’ 때리기는 비단 이번만이 아니다. 이들 신문이 이 조직에 대해 비판하기 시작한 것은 우리법연구회가 신영철 대법관 사태를 촉발한 2009년부터다. 우리법 연구회 소속 유모 판사는 신영철 전 서울중앙지법원장이 대법관으로 지명되자 그가 이른바 ‘촛불재판’ 배당에 개입했다고 내부통신망에 비판 글을 올리면서 논란이 촉발됐다.
이후 보수신문은 국회 폭력 혐의로 기소된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 MBC (PD수첩)의 ‘광우병 보도’ 등에 대한 무죄판결한 판사가 우리법연구회 소속 회원이 아님에도 이용훈 당시 대법원장과 우리법연구회가 판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비난했다.
법관의 정치적 성향에 대한 보수신문의 공격은 지난 2009년 마은혁 판사에게도 일어났다. 마 판사가 국회 폭력 혐의로 기소된 민주노동당 당직자들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리고, 노회찬 전 의원이 이사장으로 재직중이었던 연구소 후원회에 간 일을 문제 삼은 것이다.
동아일보는 2009년 11월 12일자 12면 기사 (‘민노당 12명 공소기각 판결-노회찬 후원회 참석’ 마은혁 판사, 사회주의 혁명조직 핵심멤버였다)에서 “마 판사가 1987년 결성된 사회주의 지하 혁명조직인 ‘인천지역민주노동자 연맹’(인민노련)의 핵심 멤버였던 것으로 밝혀졌다”며 ‘색깔론’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