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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18일 화요일

추우면 투표율 떨어진다? 40대 표심이 관건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12-18일자 기사 '추우면 투표율 떨어진다? 40대 표심이 관건'을 퍼왔습니다.
[이슈 브리핑] “이기고 있는 후보는 네거티브를 하지 않는다”는데…

1. 18대 대통령 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는데 내일 가장 추운 선거가 될 거라고요.

= 서울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0도, 낮 기온 영상 1도를 기록할 것이라고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전국 10개 도시의 평균기온은 각각 2.5도와 1.6도였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 때는 각각 5.6도와 7.2도로 평년을 크게 웃돌았습니다. 날씨가 추워도 보수 성향이 확고한 노년층은 투표장을 찾지만 진보 성향의 젊은 유권자들은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인데 이번 대선은 워낙 오차범위의 초접전이라 날씨가 큰 변수가 되지 않을 거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중앙일보는 “추우면 놀러가기 힘들어 투표율이 높아질 수도 있겠지만 귀찮다고 투표장에 안갈 수도 있어 투표율이 높아질 수도 낮아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네요.

2. 이럴수도 저럴수도 그런 느낌인데요. 그만큼 초박빙 판세가 될 거라는 전망이 많죠?

= 오늘 아침 보수 성향 신문을 보면 네거티브라는 단어가 자주 나오는데요. 새누리당에서 제기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발언 논란이나 민주통합당에서 제기한 국가정보원 댓글 논란, 그리고 경찰의 축소 의혹 등을 나란히 배치하면서 네거티브 공세를 하고 있다고, 양쪽 다 문제가 있다는 분위기를 주고 있습니다. 정치 혐오를 부추겨서 투표율을 떨어뜨리려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는데요. 선거 때마다 되풀이된 익숙한 풍경이죠. 네거티브를 비난하면서 네거티브를 하고 있는 셈이죠.

3. NLL과 국정원 댓글 논란, 쟁점이 뭔지 간단히 정리해주시죠.

= 국가정보원이 어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때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화록을 검찰에 제출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는데 민주통합당은 대화록의 존재 여부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일단 대선 전에는 수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는데요. “대한민국의 안위가 걸린 중대사안”이라는 게 새누리당 주장입니다. 노 전 대통령이 고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NLL 때문에 골치 아프다, 미국이 땅따먹기하려고 제멋대로 그은 선이니까, 남측은 앞으로 NLL을 주장하지 않을 것이며 공동어로 활동을 하면 NLL 문제는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는 게 핵심입니다. 새누리당이 마지막 반전 카드로 노리는 모양인데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한편 국정원 직원이 문재인 후보에게 악성댓글을 달았다는 의혹은 경찰이 IP 어드레스 등에 관한 조사도 시작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IP를 역추적하려면 압수수색 영장이 필요한데, 영장이 없어서 조사를 못했다고 하는데요. 아이디 40개를 확인하고 정작 포털 쪽은 수사 협조도 의뢰하지 않았다는 거죠. 현재 확인된 건 컴퓨터 2대에서만 댓글 흔적이 없다는 결론을 얻었고. 스마트폰이나 USB 메모리 등은 조사도 안 했습니다. 감금 당했다고 주장하는 48시간 동안 증거를 인멸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3-1. 한겨레에는 전직 국정원 직원의 인터뷰가 실리기도 했네요.

= 국정원 고위 관계자의 증언인데요. 심리정보국 산하의 3개팀에 75명의 직원이 근무하는데, 이들은 대부분 전산직군에 속하는 20~30대 직원들이라고 합니다. 이 관계자의 증언에 따르면 이들은 야당 인사에 대한 비판 또는 이명박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 기사에 반박 댓글을 다는 업무를 했습니다. 직원들은 첫째, 정말 자존심 상한다, 둘째, 나중에 문제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정치개입을 금지하는 국정원법을 위반했다는 사실을 본인들도 인지하고 있었다는 이야기죠.

4. 오늘 마지막 유세를 박근혜 후보는 서울에서 문재인 후보는 부산에서 하네요.

= “박빙의 D-1, 경부선은 뜨겁다”고 동아일보가 1면 제목으로 썼던데요. 박근혜 후보가 부산·경남에서 서울로 이동하는 일정을 잡은 반면, 문재인 후보는 서울에서 출발해 부산으로 내려가는 정반대의 동선을 짰습니다. 박근혜 광화문 유세에선 박 후보의 5촌 조카인 가수 은지원씨가 애국가를 부를 예정이라고 하고요. 문재인 후보는 부산이 주민등록 주소지죠? 정치인으로서 공식적인 첫 출발을 했던 곳에서 선거운동의 마침표를 찍는다는 계획입니다. 박근혜 후보는 서울과 수도권 지지율을 높이는 게 절박하고 문재인 후보는 부산에서 40% 득표를 하느냐가 당선 관건이라고 하죠.

5. 골든 크로스를 이미 지난 거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네요.

= 골든 크로스라는 건 황금 십자가, 지지율이 역전됐다는 의미인데요. 13일부터 여론조사 공표 금지됐는데 마지막 여론조사는 박근혜 후보가 주춤하고 문재인 후보는 상승 추세였죠.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오차 범위 내에서 앞서기도 했고요. 문재인 후보는 어제 방송연설에서 “제가 상대 후보를 앞서가기 시작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직은 “안심할 수 없는 박빙”이라는 분위기죠. 박근혜 후보도 “지지율 격차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박 후보가 3~5%포인트 가량 앞서고 있다”는 입장이고요. 상대적으로 박근혜 쪽이 다급해 보이기도 하는데, “이기고 있는 후보는 네거티브를 하지 않는다”는 유시민 전 의원의 말도 있었죠.

5-1. 결국 투표율이 관건이겠죠.

= 문재인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2002년 대선 투표율 70.8% 이상을 기대하는 눈치입니다. 투표율이 70%만 넘으면 막판 역전승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건데요. 그런데 20~30대 유권자가 줄어들고 50대 이상 유권자들이 크게 늘어난 선거 구도에서 70%로는 부족하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지금 50대는 10년 전 40대인데, 이회창-노무현 후보 지지율이 각각 47.9%와 48.1%였죠. 박근혜 후보의 콘크리트 지지율과 3~4% 밖에 안 되는 부동층을 감안하면 투표율이 72%는 넘어야 문재인 후보가 당선된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오마이뉴스는 "20~30대에 의존해 몰표를 받아도 10년 전에 비해 늘어난 50대 이상 유권자들의 절대적 규모와 상대적으로 높은 투표율을 고려하면 문 후보가 50대에서 30%, 60대에서 20%대 지지율에 머물러서는 승리를 자신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6. 다음 소식은요.

= 검찰이 여성 피의자와 성관계를 가진 전아무개 검사를 뇌물수수와 직권남용 혐의로 불구속 기소키로 했습니다. 상대 여성은 뇌물공여자에 해당하지만 피해자의 성격이 있는 점을 고려해 기소하지 않기로 했고요. 직위를 이용한 성폭력을 뇌물수수라고 하는 것은 잘못된 인식이라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검찰은 앞서 이 검사를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됐었죠. 직권남용 혐의가 추가된 건 소환 권한을 가진 검사가 피의자를 검찰청이 아닌 지하철역이나 모텔로 나오게 한 것은 ‘피의자가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하게 한 것이어서 직권남용이라는 건데요. 왜 구속수사가 아니냐, 왜 성폭행 혐의가 아니냐는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7. 자판기 커피 판매가 줄었다는 기사가 있네요.

= 한국경제 보도인데요. 한국자동판매기운영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전국에 설치된 커피자판기는 2008년 말 10만9214개에서 지난해 말 5만1782개로 급감했다고 합니다. 해마다 2만개꼴로 줄어든다고 하는데요. 10년 전 40만개에서 8분의 1로 줄어든 거죠. 대당 매출도 평균 50% 줄어들었다고 하고요. 커피전문점과 편의점의 급속한 증가가 원인이라고 하는데 정작 자판기에 붙는 권리금은 그대로라 신규 창업자들에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유동인구가 많은 대학가나 역 주변 같은 ‘특A급 상권’에선 권리금만 5000만~1억원을 넘나든다고 합니다.

8. 밥그릇 크기가 줄었다는 보도도 재미있네요.

= 한 도자기 업체가 공개한 자료. 조선일보가 보도했는데 1940년대 680mL에서 1950년대 670mL, 1960~70년대 560mL로 조금씩 줄어들다가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390mL로 급격히 줄었다고 합니다. 이후 1990년대엔 370mL로 줄어들었고, 2000년대 들어선 290mL로 더 작아졌습니다. 1940년대 밥공기 용량(680mL)에 비하면 약 40% 수준인데요. 70여년 만에 한국인의 밥 먹는 양이 60% 가까이 줄어들었다는 이야기죠. 내년 1월에는 반공기 밥그릇도 출시할 예정이라는데. 190mL로, 흔히 볼 수 있는 종이컵과 용량이 같습니다.

9. 다음 소식은요.

= 청소년들 사이에서 ‘졸음 쫓는 음료’로 인기를 끌고 있는 고카페인 음료가 초중고등학교 매점에서 판매가 제한됩니다. 한 캔만 마셔도 청소년 하루 카페인 섭취권장량인 125㎎에 가까운 양을 섭취하게 된다는데. 내일의 에너지를 당겨 쓴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건강을 해치는 음료라고 하죠. 보건복지부는 내년 1월부터 카페인 함량이 액체 1㎖당 0.15㎎ 이상 함유된 음료에 ‘고카페인’ 표기와 함께 총 카페인 함량을 표시하도록 하고, 어린이·임산부 등은 섭취를 자제하도록 하는 주의문구를 의무 표시하도록 할 방침입니다.

10. 이정환 기자가 뽑은 오늘의 뉴스는요.

= PC방 업자들이 어제 집회를 열고 컴퓨터를 부수는 퍼포먼스를 벌였죠. 서울역광장에서 소상공인을 억압하는 독점기업 마이크로소프트 규탄 집회를 열었습니다. “한국MS가 한 달 전부터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윈도우 제품 불법 사용여부를 단속하면서 윈도우 보유 여부와 상관없이 윈도우8 구매를 강요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입니다.

10-1. 윈도우8 구매를 강요한다? 안 사면 되는 것 아닌가요.

= 한국MS는 “최근 PC방에서 불법복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사례가 발견돼 이에 대한 계도 공문을 발송하고 정품사용을 권장했다”고 해명했는데요. 정품 단속을 빌미로 새 프로그램을 사도록 강요한다는 게 PC방 업자들 주장입니다. 한국MS가 PC방용 윈도 가격을 지난해 7월 12만원대에서 현재 20만원 중후반대까지 일방적으로 인상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건데요. “개인에게 8만원에 파는 윈도8을 PC방에는 28만원에 사라고 요구하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는 거죠. 한국MS는 개인용과 달리 대여업무로 사용하는 거라 가격이 다르다는 입장입니다.

10-2. 우리나라 윈도우즈 점유율이 다른 나라보다 높죠?

=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지금은 애플 사용자가 늘어났지만. 한때 99%에 육박하기도. 액티브 액스나 공인인증서 등 윈도우즈만 쓰도록 강요하는 문화도 문제고요. 우리나라에서 온라인 금융 거래를 하려면 무조선 윈도우즈를 써야 하는 현실이 이처럼 MS 종속을 만든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윈도우즈 아니면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100만원을 부르더라도 사서 써야 하는 상황이죠. MS의 횡포를 지적하는 것 못지 않게 MS 의존도를 낮추는 정책적 대안이 필요할 때입니다.

이정환 기자 | black@mediatoday.co.kr  

그 후보는 아무것도 배우려 하지 않는다


이글은 미디어스 2012-12-18일자 기사 '그 후보는 아무것도 배우려 하지 않는다'를 퍼왔습니다.
[20대 투표 참여 호소 기고]대화하고 설득할 필요가 없었던 이의 시대

수준차는 확연했다. 한 후보는 시쳇말로 너무 무식했다. 후보에 대한 선호나 정파적 입장을 떠나서 저런 지적 수준을 가진 대통령이 존재한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를 계속 반추해야만 했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권력 의지는 확고했지만, 그 밖의 모든 것들은 참을 수 없이 형편없었다.
창피했다. 그 후보가 ‘독재자의 자식’이어서가 아니다. 아시아에서 가장 성공적인 민주화 경로를 밟으며 미국 대통령 오바마조차 경탄해마지 않는 교육적 수준을 갖고 있는 사회에서 저런 대통령 후보가 유력 후보로 존재한다는 것은 모욕적인 일이다. 언론의 책임이 크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녀를 정파의 지도자로 추앙하며,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보존해줄 절대자로 확신하며, 콩떡이라고 말해도 찰떡이라고 받아써온 언론의 책임이 크다. 그 보호와 침묵의 베일 속에서 그 후보는 무럭무럭 연명해온 것이다. 그 후보는 그 정파와 정파의 카르텔이 지배해온 사회가 낳은 가장 적나라한 폐해 그 자체이다.
독일의 작가 브레히트는 ‘당신들이 아무것도 배우려 하지 않는다고 나는 들었다’는 위대한  시를 남겼다. 브레히트는 아무것도 배우려 하지 않는 이들을 향해 이렇게 절규했다.

추측컨대, 당신들은 백만장자인 모양이다. 
당신들의 미래는 보장되어 있다.
미래가 당신들 앞에 환히 보인다. 
당신들의 부모는 당신들의 발이 돌멩이에 부딪히지 않도록 미리 준비해 놓았다. 
그러니 당신은 아무것도 배우지 않아도 된다. 
당신은 지금 그대로 계속해서 살 수가 있을 것이다.

45%에 달하는 ‘콘크리트 지지율’을 이해하는 건 아마도 이것밖에 없을 것 같다. 그 TV토론을 보고도 ‘그 후보를 뽑겠다’로 말하는 당신을 이해하는 수는 이것밖에 없을 것 같다. 브레히트의 말대로 당신은 백만장자다. 미래는 보장되어 있고, 앞은 환히 보인다. 당신들의 부모는 현실의 어떤 돌멩이 앞에서도 당신이 넘어지지 않도록 이미 준비해두었을 것이다. 그러니 당신은 아무것도 배우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후보가 어떤 상태인지 가늠하지 않아도 되고, 그 후보의 선거본부장 말을 빌자면 ‘그 놈이 그 놈이더라’는 심리로 투표장에 향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이유는 아마도 그것뿐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아무것도 나는 배우지 않겠다는 자세로 그 후보를 지지할 수 있겠는가.
이른바 ‘골든크로스’라고 하는 지지율 교차점이 생긴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 이후 경찰과 국정원의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그 후보와 그 후보가 속한 정당과 연합해 세상에 군림하고 있는 권력자들의 몸이 바쁘다. 경찰은 TV토론이 끝난 직후 굳이 수사 내용을 그것도 부실한 수사 내용을 전격 발표해 여론에 ‘물’을 섞었다. 국정원은 여전히 NLL카드를 만지며 여론의 동향을 살피고 있다 한다. 여차하면 던지겠다, 설마 던지겠느냐 사이에서 국정원의 표 개가는 무섭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겠다. 브레히트는 또 이렇게 말했다.

비록 시대가 불안하여, 내가 들은 대로, 어려운 일이 생긴다 하더라도, 
당신에게는 만사가 잘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정확하게 말해 줄 안내자들이 있다. 
어떤 시대나 타당한 진리와 언제나 도움이 되는 처방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그들은 모든 요령을 수집해 놓았을 것이다. 
당신을 위하여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는 한 당신은 손가락 하나 움직일 필요가 없다.

그 후보의 당선을 위하여 많은 것들이 준비되어 있다. 국정원의 선거 막판 개입설은 이미 한 달여 전부터 여의도 언저리를 배회하던 유령이었다. 그 유령이 막 실체를 드러내려고 한다. 경찰을 비롯한 사정 기관의 정국 ‘마사지’도 이 정부 내내 보아오던 수법이다. 검찰은 특정 시기마다 특정인들을 거의 부관참시 수준으로 괴롭혀왔다. 검찰보다 상대적으로 권력이 작은 경찰은 검찰이 나서기 애매해진 이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어떠한 역할이라도 자임하겠다고 나섰다. 언론의 요령은 말할 것도 없다. 특히, 방송은 그 중에서도 MBC는 ‘막가파’ 수준이다. 내일은 없는 것처럼 그 후보를 돕는다. 아니 그 후보가 되지 않으면 정말 내일은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만약, 그 후보의 시대가 온다면 우린 끝내 그를 ‘설득’하지 못할 것이다. 그는 늘 듣기 좋은 이야기를 할 것이지만, 자신의 입장과 다른 주장에 대해선 가차 없이 ‘그건 그냥 잘못된 이야기’라고 말하며 ‘논쟁’도 무엇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누군가를 ‘설득’할 마음이 없고, 그 설득을 위해 필요한 지식이나 기술을 익힌 바 없어 보인다. 설득당할 용기도 없고 대화할 마음도 없다.
그 후보에게 세상은 그저 자기가 제시하는 대로 자기가 말하는 대로 따라오면 되는 문제들로 이뤄진 무엇일 뿐이다. 세 번의 TV토론에서 그 후보는 시종일관, 변치 않고 그 모습을 점점 더 세게 보여줬다. 누군가와 대화할 줄 모르고, 입장이 다른 이를 설득할 수 없다는 건 민주사회를 살아가는 데 있어 굉장히 치명적인 문제이지만, 정작 그 후보는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여전히도, 전혀 모르는 것 같다. 아무 것도 배우려 하지 않음을 나는 보았다.
간단하다. 필요치 않았으니까. 누군가와 대화할 필요가 없었고, 어떤 이를 설득할 까닭도 없는 삶이었으니까. 원했건 원치 않았던 그 후보는 그런 삶을 살아왔고, 행여 어려울 때면, 도움이 필요할 때면, 그런 일이 필요할 때마다 누군가들이 척척 나서 대신 해줘왔으니까. 그래서 그게 문제인지조차 모르고 살아왔고, 행여 최고 권력자가 된다면 더더욱 그렇게 생각하고 말 테니까.
브레히트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만일에 사정이 달라진다면 물론 당신도 배워야만 할 것이다.

도대체 우리는 언제 배워야 하는 걸까? 투표가 딱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김완 기자  |  ssamwan@gmail.com

2012년 12월 14일 금요일

대선후보들께 보내는 용산참사 유가족의 편지


이글은 미디어스 2012-12-13일자 기사 '대선후보들께 보내는 용산참사 유가족의 편지'를 퍼왔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1년. 모든 걸 잃었습니다. 가족을 잃었고, 삶의 터전을 잃었고, 꿈을 잃었습니다.
용산참사로 시아버지를 잃었고, 남편은 아버지를 잃고도 그 죽음의 책임자가 되어 여전히 감옥에 갇혔습니다. 그 후 용산유가족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시아버지와 남편을 위해 거리에서 살았습니다. 아버지를 잃고도 슬퍼하지도 못하는 남편을 지켜보며 살았습니다. 아버지와 동지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고통스러워하는 남편의 쓸쓸한 눈을, 철창너머로 바라만보며 살았습니다.
시어머니는 남편의 죽음을 슬퍼할 겨를도 없이 억울한 옥살이를 하는 막내아들의 석방을 위해 오늘도 거리에서 눈물을 삼키며 다니십니다. 시어머니는 그날 이후 웃음을 잃었습니다. 가족의 행복만을 꿈꾸며 평생 살았던 어머니는 하루아침에 남편을 잃고 아들을 감옥으로 보낸 후 행복이란 글자를 잃어버렸습니다. 그렇게 4년을 보냈습니다.

▲ 지난 2009년 7월 11일 서울역 광장 앞에서 열린 '용산참사 범국민 추모대회'에 참여한 용산참사 유가족과 문정현 신부 ⓒ전국언론노동조합

내 나이 마흔 한 살. 마흔 한 살 여자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잠을 설치고 있습니다. 그동안 저는 정치가 뭔지, 대통령 공약이 뭔지, 관심도 없이 살았습니다. 다만 어떤 분이 대통령이 되던, 대통령은 국민을 위해 존재하고 국민 모두를 잘살게 만드는 분이라고만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저의 착각이었습니다. 대통령은 국민을 위해 존재 하는 것이 아니라 힘있는 사람, 돈많은 이들을 위해 존재하는, 그들만의 대통령임을 몸으로 실감하며 지난 4년을 보냈습니다.
대통령 선거 유세 때마다 나오는 복지, 주거정책, 일자리창출……. 모두 거짓 이었습니다. “국민을 위해 살겠습니다”. 모두 거짓 이었습니다. 언제까지 말뿐인 공약. 말뿐인 약속을 하실 겁니까?
아무런 대책 없이 쫓겨나야 했던 철거민들을 공권력을 투입해 대형 참사가 발생하여 무고한 시민 여섯 명이 죽었습니다. 공장으로 돌아가고픈 노동자들을 또 다시 공권력을 투입해 무자비한 폭력으로 진압하여 그 후 스물 세 명의 노동자와 가족들을 죽음으로 내몰렸습니다.
삶터를 지키기 위해 오늘도 저 멀리 제주 강정마을에선 함께 살고 싶다고 목 놓아 외치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이 목숨을 걸고 철탑에 오르고 있습니다. 막가파식의 개발로 집을 잃은 철거민들은 오늘도 거리에서 비닐 한 장 덮고 잠을 청합니다.
전기요금을 내지 못해 전기가 끊겨 촛불을 켜고 잠을 자던 할머니와 어린손녀가 죽음으로 내몰렸습니다. 장애인도 사람이다. 장애등급제 폐지하고 부양의무제 폐지하라고 외치는 장애인들의 노숙천막에는 오늘도 차가운 시선들 뿐입니다.
세상 어느 나라가 이처럼 모질단 말입니까? 세상 어느 나라가 국민들을 죽으라고 벼랑으로 내 몬단 말입니까?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나라, 장애인들을 1급, 2급 숫자로 나열하는 나라. 가진자들을 위해서라면 집을 빼앗고, 삶터를 빼앗고, 사람의 목숨도 빼앗는 나라. 이젠 바꿔야합니다. 더 이상 힘이 약하다고, 가진 것이 없다고 쓰레기 취급당하는 세상을 멈춰야 합니다.
당신들은 국민대통합을 이야기합니다. 사람이 먼저라고 말합니다. 진정으로 당신들이 국민대통합을 원한다면, 사람이 먼저라고 이야기를 한다면 부디 우리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주길 바랍니다. 거리에서 외치는 이들의 손을 잡아주길 바랍니다. “여기 사람이 있다. 함께 살자”는 외침을 외면하지 말아주십시요.
이제 대선이 끝나고 얼마 후면 용산참사 4주기가 다가옵니다. ‘용산참사’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 않거나, 그저 과거의 사건 정도로만 언급하는 주요 후보들을 보면서, ‘철거민을 사면해 달라고, 진실을 밝혀달라고 외치는 우리들의 애타는 목소리가, 그 절규가 들리지 않는 것인가’라는 생각에 허탈해 지기도 합니다.

4년이 흘렀지만 우리의 삶은, 우리의 눈물은... 여전히 2009년 1월 20일 입니다. 대통령이 되시면 가장 먼저 참사 생존자인 철거민들을 사면해야 합니다. 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지키는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국민을 죽음에 이르게한 그날의 참사에 대해, 이명박 정권이 결코 하지않는 사과를 해 주십시오. 그날의 진실을 밝히기위해 이제 새로운 정부, 국가가 사죄하는 심정으로 나서 주십시오.
다가 올 용산참사 4주기 때는 부디 늙은 노모와 막내아들이 함께 아버지 산소에 술 한 잔 올릴 수 있기를 간곡히 바래봅니다. 

* 정영신님은 용산참사로 돌아가신 고 이상림님의 며느리이자, 5년 4개월의 형을 받고 구속된 용산4구역 철거민 이충연님의 아내입니다.

정영신/용산참사 유가족  |  riverskim@mediaus.co.kr

2012년 12월 5일 수요일

박·문, 지도자다웠다? SNS는 정반대로 평가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12-04일자 기사 '박·문, 지도자다웠다? SNS는 정반대로 평가'를 퍼왔습니다.
박 캠프 “여성대통령 면모 보여줘” 문 캠프 “겸손하고 소통”… 트위터는 이정희에 주목

첫 TV토론에 대한 각 캠프의 자평은 ‘만족’이었다. 박근혜 캠프는 “여성대통령, 지도자다운 면목을 보여줬다”고 했고, 문재인 캠프는 “겸손하고 소통하는 새 시대 대통령의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트위터에서 토론은 각 캠프와 정반대로 나오고 있다.
4일 토론 직후 박근혜 캠프는 논평을 내 ‘여성 대통령의 면모를 보였다’고 자평했다. 안형환 대변인은 논평에서 박 후보가 통일·외교·안보·정치 분야 등 거의 모든 주제에서 박 후보가 차별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또한 안 대변인은 “이정희 후보의 예의를 벗어난 질의와 인신공격에도 불구하고 침착하게 대응해 지도자다운 면모를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새누리당은 문재인 후보에 대해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혹평했다. 안 대변인은 “(문 후보가) 박근혜 후보와 이정희 후보 사이에 끼어 자신의 주장을 드러내지 못한 채 자신 없는 모습과 답답함만을 보여줬다”면서 “특히 같은 야권 후보인 이정희 후보에게조차 밀리는 모습을 계속 보여줘 안타까웠다. 마치 이정희 선생님으로부터 훈계를 받는 학생의 모습처럼 비치는 경우도 있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박광온 대변인도 논평을 내 “토론에서 문재인 후보는 국정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수권능력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다”면서 “특히 여·야·정협의회를 바탕으로 상생통합의 정치를 제시하면서 정치쇄신 측면에서 박근혜 후보와 명확하게 차별됐다”고 자평했다. 박 대변인은 “겸손하고, 소통하는 새 시대 대통령의 모습을 보였다”면서 “문재인 후보는 모든 현안에 대해 깊은 이해와 함께 실천적 의지를 보여줬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토론을 지켜본 트위터러의 반응은 이들 캠프와 정반대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unheim)는 “문재인 후보는 차분하고 침착한 자세를 보여주었지만, 야권 주자라면 다소 직선적이고 공격적인 모습도 보여줘야 합니다”라며 문 후보의 소극적인 태도를 지적했다. 박근혜 후보에 대해서도 “이번 토론은 왜 박근혜 후보가 그 동안 TV 토론을 기피해 왔는지 라이브로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한 마디로, 이번 토론은 왜 박근혜 후보가 그 동안 TV 토론을 기피해 왔는지 라이브로 보여주는 사건이었습니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의 활약에 주목하는 반응도 많았다. 고재열 시사IN 기자(@dogsul)는 “산 정희가 죽은 정희를 잡았다”라고 총평했다. 노종면 전 YTN 앵커는 용가리통뼈뉴스(@YoToNews)를 통해 “이정희의 발언, 혹자는 수구결집을 우려하는데 아직 결집 안 된 수구가 남았던가?”라며 “토론치곤 과했다고도 하는데 대체 오늘 한 게 토론인가? 이정희는 장악된 방송이 하지 못한 말 대신 해준 것. 그것으로 훌륭하다”고 평가했다.
첫 TV토론..돈으로 환산하면 6억, 부동산으로 환산하면 은마아파트 30채, 일어로 표현하면 다카키 마사오, 불어로 하면 마리 앙뜨와네뜨, 영어로 하면 필리퍼스터.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kennedian3)은 “현실 문제와 우리가 지향해야 할 가치의 폭 넓혀줬다는 점, 토론의 흥행성을 높여줬다는 점에서 이정희 후보 오늘 역할 감사”라며 “문재인과 박근혜만 나왔으면 얼마나 밋밋했을까?”라고 했다.
2)토론 관전평: 선거 유불리로만 보자면 오늘 이정희 역할은 박근혜의 거짓말과 위선 드러내 야권 및 중도층에게 어필했을 수. 하지만 박근혜 지나치게 공박하는 느낌 줘 보수 결집 요인 됐을 수도. 일단은 전자 효과가 컸을 것으로 기대
언론이 이 같은 토론 평가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김용진 전 KBS 탐사보도팀장(@kbsmuckraker)는 “오늘 대선후보 법정토론을 다룬 KBS와 MBC 뉴스에 이정희는 없다. 버벅대는 박근혜도 없다”면서 “이게 언론이 재구성하는 현실이다. 우리가 생중계로 직접 본 현실과 방송뉴스가 재구성하는 현실은 이처럼 전혀 다른 세상”이라고 지적했다.
오늘 대선후보 법정토론을 다룬 KBS와 MBC 뉴스에 이정희는 없다. 버벅대는 박근혜도 없다. 이게 언론이 재구성하는 현실이다. 우리가 생중계로 직접 본 현실과 방송뉴스가 재구성하는 현실은 이처럼 전혀 다른 세상이다.

박장준 기자 | weshe@mediatoday.co.kr  

2012년 12월 4일 화요일

"국정원 개혁" 질문에 朴 "묵묵부답"


이글은 프레시안 2012-12-03일자 기사 '"국정원 개혁" 질문에 朴 "묵묵부답"'을 퍼왔습니다.
시민단체, 대선 후보들 공안기구 개혁 공약 평가결과 발표

시민단체가 '18대 대선후보의 공안기구(경찰, 국가정보원) 개혁'에 대해 대선 후보들에게 질의서를 보낸 결과,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제외한 모든 후보(문재인 민주통합당, 이정희 통합진보당, 김소연·김순자 무소속 후보)가 원칙적으로 찬성 입장을 밝혔다. 박 후보는 국정원 개혁과 관련한 질문에 무응답으로 일관했다.

인권단체연석회의, 참여연대 등이 연대한 '공안기구 개혁을 요구하는 인권·시민단체'는 지난 14일 대선 후보들에게 공안기구 개혁을 제안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어 후보들에게 개혁과제에 대한 답변을 요청했다. 3일 오후 이들 단체는 답변서를 토대로 대선 후보들의 공안기구 개혁의지를 평가한 자료를 공개했다.

▲ ⓒ뉴시스

국정원 개혁…朴 "묵묵부답" VS 文 "대부분 찬성"

이들 단체는 국정원 개혁과 관련, △국정원의 명칭을 '통일해외정보원'으로 변경 △수사권 분리·이관 △국정원의 국내보안정보 수집 권한 원천적 폐지 △국정원의 정보·보안업무의 기회조정 권한 폐지 △국정원에 대한 의회 통제 강화를 요구했다.

국정원은 국가정보원법 제3조 제1항에 따라 '국외정보 및 국내보안정보(대공, 대정부전복, 방첩, 대테러 및 국제범죄조직)의 수집, 작성 및 배포'권한을 갖고 있다. 정부조직법, 국가안전보장회의법에도 국정원의 국내외 정보수집 권한이 명시돼 있다.

국내외 정보수집 권한을 법률로 보장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 국정원이 민간인 불법 사찰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국정원 권력의 비대화와 인권침해가 논란의 도마에 올랐다. 이에 국정원을 감시·감독해야 한다는 주장이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돼왔다.

박 후보는 모든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고 문 후보는 원칙적으로 모든 제안에 찬성했다.

문 후보는 '수사권 분리 및 이관'에 대해 "수사권 분리를 통해 국정원을 순수한 정보수집기관으로 만드는 방안에 찬성한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밀행(密行)성을 속성으로 하는 정보기관이 수사권까지 보유하는 것은 권력의 비대화와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이들 단체의 의견에 동의한 것.

문 후보는 '국정원의 정치개입 관련 국내보안정보 수집 등의 권한 원천적 폐지'에 대해서도 "국내 사찰 금지 역시 찬성"이라고 답했다. 이 방안이 현실화되면 국정원은 국외정보와 대북정보를 전담하는 조직으로 재편된다.

문 후보는 국정원의 정보 및 보안업무의 기획조정 권한은 폐지돼야 한다는 주장에도 동의하며 "원칙적으로 찬성하나 다만 이양의 구체적인 방법은 연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정원에 대한 의회의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관련, "정보 감독위원회를 통한 견제강화 방안에는 찬성하나 정보 감독위원회 구성에 대해서는 좀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조건부 찬성의 입장을 내비쳤다.

경찰 개혁…경찰 권한 분권, 경찰위원회 설치에 朴·文 양자 동의

경찰 개혁과 관련한 질문에는 박 후보도 답변했다. 이들 단체는 △수사·일반경찰 분리 △지방자치경찰제를 통한 경찰 권한 분권화 △경찰위원회를 통한 시민의 감시·통제를 제안했다.

수사경찰과 일반경찰을 분리하는 데는 양측 모두 반대했다. 이들 단체는 과도하게 집중돼 있는 경찰권한을 분화하기 위해, 범죄수사를 담당하는 조직은 사법기관의 일종으로 만들고 치안, 교통 등 위험예방을 담당하는 조직은 행정기관으로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업무효율성에 있어 바람직하지 않으며 경찰조직에 일반직 공무원이 수행 가능한 행정지원업무를 하도록 일반직의 비중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반대했다.

문 후보는 연구와 검토가 필요하다며 보류했다.

지방자치제의 활성화를 위한 지방자치경찰제에는 두 후보 모두 찬성했다. 특히 문 후보는 "전적으로 찬성하고 이미 공약으로 발표한 바 있다"고 적극 지지했다.

경찰청 역시 지난 2004년 "지역특성에 부응하는 치안행정실현, 치안행정에 대한 주민참여확보, 치안행정의 종합적 수행, 지역치안에 대한 자기책임성 확보를 위하여 자치경찰을 도입하여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방자치경찰제가 시행되면 지방자치경찰은 국가경찰로부터 독립된 기구로서 국가경찰에 저항할 권한을 가지게 된다.

마지막으로 경찰위원회의 실질적인 의결기구화와 관련, 양측 모두 찬성입장을 밝혔다. 경찰위원회는 시민에 의한 경찰행정을 구현하고 경찰활동에 대한 시민의 감시·통제를 가능케 한다는 취지에서 등장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현재의 경찰위원회가 심의기구에 불과해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들 단체는 "영국은 시민참여형 경찰위원회를 설치하여 시민이 지역경찰활동에 대한 실질적인 통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경찰위원회에서 지방경찰청장, 차장에 대한 임명·해임권을 행사한다"며 한국의 경찰 개혁 모델을 제시했다.

박 후보는 "경찰위원회의 실질적인 의결기구화를 위하여 소수자, 여성 등 위원 구성을 다양화하려는 것에 이견이 없다"고 밝혔으며 문 후보는 "경찰위원회를 비롯한 경찰의 민주적 통제에 대해 찬성한다"고 답했다.


 /남빛나라 기자

2012년 11월 18일 일요일

`골프장 건설 전면 중단' 선언할 후보 없습니까?


이글은 한겨레신문 환경전문 조홍섭기자 블로그 물바람숲 2012-11-12일자 기사 '`골프장 건설 전면 중단' 선언할 후보 없습니까?'를 퍼왔습니다.
18대 대선, 나는 초록에 투표하련다
4대강, 핵발전도 문제지만 금수강산 망치는 골프장 건설엔 왜 말 없나

» 골목 상권 살리기 운동 전국 대표자 대회에서 나란히 선 세 후보. 이들은 어떤 환경정책을 펼쳐보일까? 나는 초록정책을 내는 후보, 초록에 투표할 것이다. 사진=문재인 후보 홈페이지

우리나라 18대 대통령을 뽑는 대선이 30여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대통령은 국가원수로서 최고의 지휘권을 가집니다. 대통령의 지휘에 따라서 우리나라가 좌지우지됩니다. '아름다운' 나라가 될 수도 있으며, '못난' 나라가 될 수도 있습니다. 

지난 5년간 우리나라는 못나도 너무 못나게 변했습니다. 어떤 분야를 보아도 그토록 못날 수가 있는지. 개인적으로는 특히, 강산의 파괴가 가장 가슴이 아팠습니다. 어떻게 소수 사람들의 결정으로 그 넓고 아름다운 강산이 파괴되어야 하는지요. '금수강산'은 점점 더 옛말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최근 무척이나 강조되고 있는 환경 보전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달려 왔습니다. 물 부족이나 기후변화 문제를 언급하며 4대강 사업을 한다든지, 친환경 에너지 정책이라며 핵발전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 그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4대강 사업은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강을 파괴했습니다. 공사중에 죽어나간 생명들은 말할 것도 없고, 들어선 댐(보)들이 물의 흐름을 막아 강 생태계를 변화시켜 '자연'을 없애고 있습니다. 

핵발전은 최근 일어난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를 보더라도 단 한번에 사고로 엄청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습니다. 게다가 우리나라 핵발전소도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 최근의 불미스러운 사고들로 밝혀지고 있구요.

4대강 사업이나 핵발전이 '반환경'사업임을 다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선 후보들도 '4대강에 설치된 16개 대형 보들을 철거하겠다'(안철수 후보)거나 '원자력에 더 이상 우리의 미래를 맡기지 않겠다'(문재인 후보) 같은 발표를 합니다. 

미래를 생각한다면 당연히 그런 입장을 밝혀야 하고, 당선 뒤 꼭 실행에 옮겨야 합니다. 대선 후보들이 알려진 환경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음에도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4대강 사업'이나 '원자력 발전'같은 잘 알려진 문제가 아니라, 그 문제들과 맞먹는 '골프장 건설'문제도 꼭 대선 정책에 들어갔으면 하는 바람 때문입니다. 또한 단순히 정치적 입장 때문에 '반대'가 아니라 환경정책에 대한 진정성을 보고 싶은 것입니다.

» 골프장 건설은 4대강 사업이나 핵발전 사업 못지않은 환경파괴사업이다. 합법적으로 필요한 만큼만 지어야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무분별하게, 또한 불법적으로 골프장 건설이 횡행하고 있다. 다음 대통령은 이런 파괴를 멈추어야 한다. 사진=강원도 골프장 범대위

18홀짜리 골프장 한 곳이 건설되기 위해선 약 100만㎡의 땅이 필요합니다. 국제 규격의 축구장 넓이가 약 6000~7000㎡정도이니 골프장 한 곳당 축구장 140~170배의 땅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새로 만들어지는 골프장이 40곳이라면? 축구장 4000~5000배의 땅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천연림으로 가득한 강원도라면? 우리의 자연이 축구장 4000~5000배 만큼 사라져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안타깝게도 지금 강원도에서는 이것이 현실입니다. 지금까지 만들어져 운영하고 있는 골프장은 42곳이고, 건설 중이거나 건설 예정인 골프장은 41개에 달합니다(전국에선 총 411개!). 

새로 건설되는 골프장 면적 합이 4376만 9652㎡에 이릅니다. 흔히 여의도 면적과 비교를 많이 하죠? 여의도 면적이 2.9㎢(국토부 발표)이니 새로 짓게되는 강원도 골프장은 여의도의 15배가 넘습니다. 이미 만들어진 골프장을 합한다면 30배가 넘는 면적입니다. 상상해보십시오. 여의도의 30배가 넘는 강원도의 숲이 골프장 때문에 사라진다는 사실을!

환경정책이라면 사람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환경', 자연이 자연답게 유지될 수 있는 '환경', 그 둘이 서로 어우러지고 아름답게 유지되게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것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 자신이 밟고 있는 땅과 가까워져야 합니다. 지역과 기후에 맞는 먹거리를 먹고, 가까운 곳에서 가져온 재료로 집을 지으며, 가까운 곳에서 '친환경'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합니다.

골프장 건설은 그런 환경정책에 완전히 배치되는 사업입니다. 사람이 건강하게 살 수 없도록 할 뿐만 아니라 자연이 자연 답게 유지될 수도 없게 만듭니다. 지난해 운영중인 골프장 411곳에서 사용한 농약은 공식적으로 39만 7574㎏에 달하고 ㏊당 최고 66.06㎏의 농약을 사용한 반면(평균16.94㎏, 국립환경과학원)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농사에서는 ㏊당 평균 10.6㎏를 사용했습니다(농림수산식품부). 일반적인 농토의 1.6배에서 최고 6배의 농약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이런 농약은 토양과 하천을 즉각적으로 오염시키고, 이는 고스란히 직간접적으로 사람에게, 자연에게 큰 피해를 줍니다. 정부에서 유기농 농사를 장려하는 데에는 여러가지 목적이 있습니다. 단순히 '안전한 먹을거리'가 아니라 농약을 덜 쓰면 수질도 개선시킬 뿐더러 땅 속의 생태계도 살릴 수 있고 게다가 사람들의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복합적인 요소들이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골프장은 '유기농'이 거의 없습니다. '새파란' 잔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농약을 써야만 합니다. 

» 얼마전 개봉한 007 스카이폴 영화 스틸 사진. 주인공 뒤로 초지가 펼쳐져 있다. 이곳은 골프가 유래한 스코틀랜드 지역으로 초지가 넓게 분포한다. 골프는 이런 땅에 맞는 운동이다. 우리나라 같은 숲이 발달한 지역에선 파괴가 불가피하다. 사진=다음 영화

즉, 자연상태로는 골프장 같은 넓은 초지가 유지될 수 없다는 말이며, 이는 곧 '자연 상태'의 자연을 없앤 뒤 건설되었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지형이나 기후에 골프장은 애초 맞지 않는 시설입니다. 골프장을 건설하기 위해서라면 무조건 숲을 파괴해야만 합니다.

그렇다고 골프가 무조건 안 좋다는 말이 아닙니다. 골프를 치는 동안 걷는 것만으로도 큰 운동이 되고, 인간관계를 돈독히 다질 수 있다는 것 모르는 바 아닙니다. 묵직한 골프채를 휘둘러 골프공을 타격해 아주 먼 홀까지 보내는 그 묘미야 말할 것도 없을 겁니다. 하지만 골프장을 건설하는 데에는 '맞는 땅'과 '맞지 않는 땅'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위키백과에서는 골프의 유력한 유래지로 스코틀랜드를 꼽고 있습니다. 스코틀랜드는 어떤 곳입니까? 얼마전 개봉한 영화 '007 스카이폴'에서 마지막을 장식하는 액션 씬을 바로 그곳 스코틀랜드에서 찍었습니다. 주인공의 고향으로 나오죠. 침엽수림과 넓은 초지가 반복해서 펼쳐집니다. 그런 곳이라면 자연상태에서도 곧바로 골프를 칠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런 땅을 보면 절로 골프같은 운동이 연상됩니다. 이런 곳은 골프에 어울리는 곳이죠.

우리나라의 이 땅은 숲과 강이 아름다운 것으로 유명합니다. 예로부터 금수강산이라고 부르지 않았습니까? 어디를 가더라도 산천이 다 아름답습니다(아니, 아름다웠습니다.) 북유럽의 척박한 땅처럼 수목이 자라지 않은 땅이 거의 없습니다. 그만큼 기름지고 기후가 좋다는 뜻입니다. 그 덕에 숲 속에는 야생동물들도 풍부하게 살아남아 자연의 한 부분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우리나라는 결코 골프와 어울리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이런 숲을 없애는 것은 자연을 자연스럽게 유지하는 정책에 반대되는 것이죠. 숲을 없애는 것은 단순히 나무를 잘라내는 것이 아닙니다. 나무와 어울려 살던 동물들은 물론 숲을 구성하는 수많은 들풀들도 포함됩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자연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다양한 개체가 서로 어울려 살며 또한 많은 영향을 주고 받으며 살아갑니다. 사람이라고 다를 건 없습니다. 주변의 자연이 사라질수록 사람들 역시 덜 영향을 받고 발전적인 변화도 적어질 것입니다.

만약 우리나라에 골프장이 필요하다면 꼭 필요한 만큼만 적절한 장소에 건설하면 됩니다.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서 건설된다면 그 누가 딴지를 걸겠습니까(물론 법이 잘못되었다면 법을 바꾸어야 하겠지만요!). 

하지만 골프장 업자들이 허가를 받기 위해 작성한 사전 환경성 검토서나 환경영향평가서에는 잘못된 내용이 많았다고 합니다. 일례로 강원도 홍천 구만리 골프장 예정지에는 보호 야생동식물이 일체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으나 지역주민과 환경단체 조사결과 삵, 하늘다람쥐, 산작약 등 멸종위기에 몰려 법적으로 보호되어야 하는 동식물들이 대거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분명한 불법사항입니다.

» 홍천 갈마곡리 하이츠 골프장 예정지에서 촬영한 까막딱따구리. 천연기념물 242호로 지정되어 법적으로 보호받게 되어 있다. 하지만 사업자는 이들의 발견을 숨기고 사업을 강행하려 했다. 분명한 불법이다. 사진=강원도 골프장 범대위

또한 산림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산림 조사서'를 작성해 지자체에 제출해야 하는데, 조사서에 들어가는 '나무 숫자', '높이', '그루 수' 등을 축소왜곡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법적으로는 결코 개발할 수 없는 곳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이도 분명한 불법이죠. 합법적으로만 한다면 대부분의 사업은 실행할 수 없습니다. 법적으로는 지켜져야 할 자연이 토건업자들의 로비에, 담당 공무원들의 무능에 무너지고 있는 셈입니다.

대통령 후보로 나와 있는 분들 중 가장 유력한 문재인, 안철수, 박근혜 후보께 묻습니다. 우리나라의 금수강산을 지키시렵니까? 파괴하시렵니까? 각 후보의 홈페이지를 살펴보니 안철수 후보 이외에는 환경정책을 내놓은 후보가 아직 없어 보입니다. 환경문제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저같은 사람은 후보를 선택할 때 환경정책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4대강, 핵발전, 강정 등 크게 이슈가 되고 있는 사업뿐만 아니라 골프장 사업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히고 정책방향도 확실히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듯 골프장 건설 문제는 단순히 '주민 민원'이 아닙니다. 환경정책의 큰 핵심인 '사람을 건강하게', '자연을 자연스럽게'하는데 중요한 부분입니다. 

골프장 문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강원도지사나 각 군수의 힘만으로도 이 일을 해결하기에 부족합니다. 국가정책 전체를 총괄하는 대통령의 힘이 필요합니다.

저는 지난 총선 때 'VOTE FOR GREEN'이라는 영상을 만들며 '초록에 투표하자'고 했습니다. 아쉽게도 제 소원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도 저는 초록에 투표할 것을 밝히는 바입니다. 그 후보가 좀 더 민주적이고, 정직하며, 다른 정책들도 훌륭히 펼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더할나위 없을 것 같습니다.

특히, 강원도의 자연을 지킬 수 있도록, 금수강산의 명성을 지킬 수 있도록 골프장 사업을 전면 중단을 선언하는 후보에게 투표할 것을 선언합니다. 여러분들도 이 선언에 동참하실 수 있습니다.

"나는 초록에 투표합니다. vote4green.org".

김성만(필명 채색)/ 생태활동가

김성만(채색) 생태활동가녹색연합 자연생태국, 4대강 현장팀에서 활동했었다. 파괴를 막는 방법은 살리는 일을 하는 것이라 믿고 2012년 3월부터 '생태적인 삶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여행을 떠난다. 중국 상하이에서 포르투갈의 리스본까지 자전거로 여행하고 (달려라 자전거)를 냈고, 녹색연합에서 진행한 (서울성곽 걷기여행)의 저자이기도 하다.
이메일 : sungxxx@hanmail.net       블로그 : http://plug.hani.co.kr/likebud

2012년 11월 11일 일요일

[경제]환율 급락, 대선 이슈로 등장한 ‘토빈세’


이글은 주간경향 2012-11-13일자 제1000호 기사 '[경제]환율 급락, 대선 이슈로 등장한 ‘토빈세’'를 퍼왔습니다.

ㆍ단기 외환거래에 매기는 금융거래세… 대선 후보들 공약으로 검토

10월 25일 원·달러 환율이 1098.2원에 마감됐다. 원·달러 환율이 1100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9월 9일 이후 13개월 만이다. 심리적 지지선이던 1100원선이 무너지면서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10월 29일 외환은행 을지로 본점 딜링룸.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연저점을 경신하면서 하락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 김창길 기자

원화가치가 급등하고 있는 것은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고 미국 등 선진국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달러화의 유입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의 ATM(자동입출금기)’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외국인 자금 유출입이 자유로운 국내 상황을 감안할 때 과도한 변동성을 조절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대선을 앞두고 이 같은 문제의식이 가파른 환율 하락 흐름과 접목되면서 토빈세라는 ‘아이템’이 부상하고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 예일대 제임스 토빈(James Tobin) 교수(2002년 사망)가 1972년 프린스턴대 강연에서 처음으로 제안한 토빈세가 올해 한국 대선의 쟁점 가운데 하나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국제 투기자금 급격한 유출입 규제방안

토빈세는 국경을 넘나드는 단기 외환거래에 금융거래세를 매기는 것으로, 이것을 제안한 토빈 교수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토빈 교수는 당시 외환·채권·파생상품·재정거래 등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국제 투기자본의 급격한 자금 유출입으로 각국의 통화가 급등락해 통화위기가 촉발되는 것을 막기 위한 규제방안의 하나로 토빈세를 제안했다. 당초 모든 외환거래에 세금을 매기자는 토빈세의 아이디어는 금융상품 거래에 세금을 매기는 금융거래세로 진화해 왔다.

토빈세 도입 논의에 불이 붙은 것은 새누리당 박근혜 캠프에서 토빈세에 대한 긍정적인 언급이 나왔기 때문이다. 김광두 새누리당 박근혜 캠프 힘찬경제추진단장은 10월 29일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투기성 자금이 들어오는 것에 대해서는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기존의 여러 가지 장치도 있긴 하지만 추가적으로 지금 전 세계적으로 토빈세 같은 것이 논의되고 있다. 이런 것에 대해 검토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외환시장에서 환율의 진폭이 어느 정도 안정적인 범위 내에서 움직이는 것이 경제하는 사람 입장에서 바람직한데, 그 진폭을 매우 불안하게 만드는 것이 투기성 자금”이라며 “투기성 자금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에 대해서는 어떤 규제장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캠프는 김 단장이 토빈세를 언급한 뒤 “새누리당이 단기 투기성 자금에 세금을 물리는 토빈세를 박근혜 후보의 선거 공약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적극 환영한다”고 밝혔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 역시 에서 단기 국제 핫머니 유출입에 대한 토빈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국회에서는 토빈세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입법 움직임도 진행되고 있다. 민주통합당 민병두 의원은 ‘2단계 토빈세’ 법안을 발의하기로 했다. 2단계 토빈세는 파울 베른트 슈판 교수가 1996년 처음 제안한 것으로 ‘슈판세’라고 불리기도 한다. 2단계 토빈세는 쉽게 말해 ‘평시에는 낮은 세율, 위기시에는 높은 세율’을 적용하자는 것이다. 2004년 벨기에 의회는 2단계 토빈세 도입 법안을 승인하기도 했다. 민 의원의 외환거래세법 제정안을 보면 평시에는 0.02%에 해당하는 저율의 외환거래세를 부과하고, 위기시에 해당하는 환율변동폭이 전일 대비 3%를 초과하는 경우에는 30%에 해당하는 고율의 외환거래세를 부과한다.

현 정부 들어 도입하려다 흐지부지

국제적으로도 ‘광의의 토빈세’를 적용하는 국가들이 나타나고 있다. 브라질은 이미 자국의 증권에 투자하는 외국인에게 6%의 외환거래세를 부과하고 있고,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연합(EU) 회원국 11개국은 최근 채권, 주식, 파생상품 거래에 세금을 매기는 금융거래세 추진에 합의했다.

현 정부에서도 토빈세 도입이 검토되기도 했다.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현 산은금융지주 회장)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 이 제도의 도입을 추진했지만 “대외 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반대 등에 부딪혀 흐지부지됐다. 강 전 장관은 지난 6월 기자간담회에서 “나는 지금도 은행세(외환건전성부담금)보다는 토빈세가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가 2010년부터 선물환 포지션 규제를 하고 외환건전성부담금을 부과하는 등 단기 외화자금을 줄이기 위한 규제를 도입했지만, 외부 충격에 따른 급작스러운 자본 유출입에 대한 대비책으로는 부족하다는 일각의 지적과 맥이 닿아 있다.

정부는 하지만 토빈세 도입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토빈세의 아이디어에는 공감하지만 현실적으로 추진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며 “브라질이 이미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한국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고, 전 세계적으로 일반화해 있지 않다”고 말했다. 토빈세는 전 세계에서 동시에 추진해야 효과를 볼 수 있는데, 그렇지 않을 경우 한 국가의 일방적 과세에 의해 금융거래가 역외금융시장으로 이동하게 돼 원래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 벨기에와 프랑스는 토빈세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다른 유럽 국가들이 함께 할 때까지 시행을 유보하고 있다.

신제윤 재정부 1차관은 10월 3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참석해 “(토빈세 도입을) 하게 될 경우 심하게 말하면 국제적인 ‘왕따’ 비슷하게 된다는 점을 우려해 거시건전성부담금을 도입한 것”이라며 정부가 이미 도입한 선물환 포지션 제도,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외환건전성부담금 등 ‘거시건전성 3종세트’를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지환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baldkim@kyunghyang.com)

2012년 10월 29일 월요일

"안철수가 간 그곳, 문재인은 왜 못 가나?"


이글은 프레시안 2012-10-28일자 기사 '"안철수가 간 그곳, 문재인은 왜 못 가나?"'를 퍼왔습니다.
[현장] 현대차 비정규직에 응답할 대선 후보는?

높이 20미터, 위로는 15만 볼트의 전기가 흐르는 송전탑.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 최병승, 천의봉 씨가 이곳에서 고공 농성을 시작한 지 열흘이 넘었다. 비가 오는 날이면 바람이 아무리 세게 불어도 철탑을 움켜쥘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이들. 천 씨는 물기를 타고 흐른 전기가 흠뻑 젖은 자신의 몸을 통과해버릴 거란 위태로운 상상에 눈을 감곤 한다고 했다.

지난 26일, '현대차 1박 2일 포위의 날'에 참가한 이들은 그래서 연신 비 걱정을 했다. "오늘 진짜 비 온대요?"란 질문은 누구를 만나든 쏟아졌다. 해가 지면 저녁 바람이 불고 비가 올 거란 일기예보를 믿고 싶지 않은 마음. 이는 곧 "거 절연 옷 좀 입으라 하소"란 잔소리로 이어졌다.

최 씨와 천 씨는 지상에서 사람들이 올려보내 준 절연 옷을 입지 않는다고 했다. 감전 위험이 사라진 새를 틈타 경찰과 사측 용역이 자신들을 끌어내릴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다. 이는 물론 기우가 아니다. 이들이 고공 농성을 시작한 지난 17일, 사측은 용역 4명을 동원해 농성장 침탈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사측 관리자 한 명이 "최병승을 떨어뜨려 죽여라"라는 말을 했다고 현대차 지부 김대식 조합원은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적어도 '1박 2일 포위의 날'이 열린 이날 밤만큼은 침탈 위험이 없었다. 최 씨와 천 씨를 보기 위해 전국에서 1000여 명이 울산 현대차 공장으로 모여들었기 때문. "오랜만에 저 두 사람 문화생활 좀 하게 합시다"란 사회자의 말과 함께 송전탑 주변은 춤과 음악으로 채워졌다.

▲ 송전탑 위에서 집회 참가자들을 반기는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 최병승, 천희봉 씨 ⓒ프레시안(최형락)

박현제 지부장 구속영장 기각, "대법 판결 안 따르는 현대차에 경고 사인 준 것"

오후 4시 40분께, 박현제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지회장이 풀려났다는 소식이 집회장소로 전해졌다. 법원이 이날 있었던 영장실질심사에서 박 지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 사회자가 무대에 올라 "지회장이 풀려났습니다"라고 소리치자 사람들은 일제히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

앞서 지난 24일 박 지회장은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잠복 중이던 사복 경찰에 의해 긴급 체포됐다. (☞ 관련 기사 보기)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선 후보와의 면담을 10분 남겨두고 벌어진 일이었다. 비정규직 노조는 물론 정규직 노조도 이번 체포에 강하게 항의했다. 다른 곳도 아닌, 공장 안에서 노조 간부를 경찰이 체포한 것을 노조는 '도발'로 받아들였다.

게다가 이번 체포가 경찰의 자체 판단이 아닌, 사측의 독촉에 따른 일이란 사실이 알려지자 사태는 일파만파 커졌다.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에 따르면 문용문 지부장이 울산경찰청장에게 "경찰 자체 판단이냐"고 따져 묻자, 경찰청장은 "사측이 오전, 오후 두 번에 걸쳐 빨리 체포해가라고 독촉했다"고 실토했다.

이에 지부 울산공장 운영위원회는 25일 저녁 긴급회의를 소집, 울산공장 주간 조 잔업 거부를 결정했다. 비정규직 3지회(울산·전주·아산)는 26일 오전부터 일일 파업을 전개했다. 이들은 "김억조 현대차 부회장이 불과 약 열흘 전 국정감사에서 이른 시일 안에 교섭을 재개해 사내하청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한 말이 새빨간 거짓말로 드러났다"며 "현대차는 국회마저도 조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프레시안(최형락)

박 지회장은 풀려나자마자 최 씨와 천 씨가 있는 송전탑 주변으로 돌아왔다. 멀찍이서 걸어오는 그를 알아본 동료는 한걸음에 달려가 박 지회장을 더럭 끌어안았다. "행님! 고생 많으셨습니다"라는 동료의 말에 박 지회장은 머쓱하게 웃었다.

이번 영장기각에 대해 박 지회장은 "많은 사람이 노력해준 결과"라며 "나 때문에 마음고생 하고 힘써 준 모든 분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법원 판결은 대법원의 '사내하청은 불법'이란 판결을 따르지 않고 있는 현대차를 향한 따끔한 경고"라고 풀이했다.

"사측의 3000명 신규채용 안은 '꼼수'"

대법원은 재작년 7월과 올해 2월 현대차 사내하청은 '불법'이며, 이에 따라 2년 이상 재직한 사람은 '정규직'이라고 판결했다. 사내하청 노동자들도 현대차 소유의 시설 및 부품을 사용하며, 현대차의 작업 지시서에 따라 일을 한다는 점, 또 공장 작업이 컨베이어 벨트를 이용한 자동 흐름 방식이라는 점이 근거가 됐다.

하지만 사측은 지난 8월, 2016년까지 사내하청 노동자 3000명을 '신규'로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현대차에는 약 8000명의 사내하청 노동자가 있다. 결국 이들 중 일부만 회사가 '감별'해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나머지는 공장 재배치를 통해 합법적인 사내하청으로 남기겠다는 계획이다. 노조는 당연히 반발했다.

더욱이 사측이 제시한 3000이란 숫자가 현대차에서 2016년까지 정년퇴직할 사람의 수와 딱 맞아떨어진다는 점도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공분을 샀다. 노조에 따르면 현대차에서 2016년까지 정년퇴직하는 정규직 노동자는 2845명이다. 결국, 현대차는 노사협의에 따라 당연히 신규 채용해야 할 자리에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할 사내 하청을 채워 넣으려 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관련 기사 보기)

ⓒ프레시안(최형락)

'찻잔 속 태풍' … 정규직 노조와 정치권 노력 더 뒷받침돼야


이처럼 현대차는 대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국회를 조롱하며 재벌은 법 위에 있다는 현실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그러다 보니 사태 해결을 위해서는 더더욱 정규직 노조와 정치권의 힘이 필요한 상황이다.

일단 정규직 노조는 25일 밤 잔업 거부로 한 발을 뗐다. 26일 '현대차 1박 2일 포위의 날'엔 이례적으로 문용문 정규직 노조위원장이 무대에 올라 '원하청 공동투쟁'을 주제로 연설하기도 했다. 송성훈 현대차 아산 비정규직 지회장이 이날 "오랜만에 정세가 좋다"라고 평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송전탑 위에 있는 최 씨는 금속노조의 더욱 적극적인 노력을 촉구했다. 최 씨는 이날 "2012년에는 수년에 걸친 현대차 사내하청 싸움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며 "비정규직들이 물론 앞장서겠지만,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뒤따라줘야 한다"고 말했다.

ⓒ프레시안(최형락)

반면 이날 집회 참석자 대다수는 정치권에는 별 기대를 드러내지 않았다. 무소속 안철수, 진보정의당 심상정,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선 후보가 송전탑을 방문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공언했지만, 여전히 영 믿음이 안 간다는 눈치다.

김상학 현대로템 창원 지회장은 이날 "(대선후보들은) 선거철이라 온 거다. 별 뜻있겠나"라며 "누가 대통령이 되든 재벌중심 경제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혼자 힘으로는 아무것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연 기륭전자 분회장도 "대선 후보들에겐 큰 기대 없다. 그 사람들이 실력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이 국가 위에 있는 사회 구조 때문"이라고 전했다.

오민규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25일 울산을 방문하고도 송전탑 농성장에는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지원이 절실한데도, 이런 노동자들의 마음을 민주당이 너무 못 따라가는 상황인 것.

오 씨는 현대차 사내하청 투쟁을 두고 그래서 '찻잔 속 태풍'이라고 표현했다. 비정규직 노동자 두 명이 송전탑에 올라 위태롭게 시위하고, 현대차와 경찰은 자신들만의 셈법으로 다음 수를 계산하고 있는 긴박한 상황. 그러나 태풍은 울산에서만 휘몰아칠 뿐, 이를 넘어 바깥으로 전파되지는 못하고 있단 얘기다.

이에 노조는 25일 각 대선 후보들에게 '현대차 불법 파견에 대한 입장 요구 공개 질의서'를 전달했다. 그리고 오는 31일 후보들의 답변을 수합해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내달 17일에는 다시 한 번 '1박 2일 현대차 포위의 날'을 울산 공장에서 개최할 계획이다.

 /최하얀 기자,최형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