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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18일 일요일

`골프장 건설 전면 중단' 선언할 후보 없습니까?


이글은 한겨레신문 환경전문 조홍섭기자 블로그 물바람숲 2012-11-12일자 기사 '`골프장 건설 전면 중단' 선언할 후보 없습니까?'를 퍼왔습니다.
18대 대선, 나는 초록에 투표하련다
4대강, 핵발전도 문제지만 금수강산 망치는 골프장 건설엔 왜 말 없나

» 골목 상권 살리기 운동 전국 대표자 대회에서 나란히 선 세 후보. 이들은 어떤 환경정책을 펼쳐보일까? 나는 초록정책을 내는 후보, 초록에 투표할 것이다. 사진=문재인 후보 홈페이지

우리나라 18대 대통령을 뽑는 대선이 30여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대통령은 국가원수로서 최고의 지휘권을 가집니다. 대통령의 지휘에 따라서 우리나라가 좌지우지됩니다. '아름다운' 나라가 될 수도 있으며, '못난' 나라가 될 수도 있습니다. 

지난 5년간 우리나라는 못나도 너무 못나게 변했습니다. 어떤 분야를 보아도 그토록 못날 수가 있는지. 개인적으로는 특히, 강산의 파괴가 가장 가슴이 아팠습니다. 어떻게 소수 사람들의 결정으로 그 넓고 아름다운 강산이 파괴되어야 하는지요. '금수강산'은 점점 더 옛말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최근 무척이나 강조되고 있는 환경 보전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달려 왔습니다. 물 부족이나 기후변화 문제를 언급하며 4대강 사업을 한다든지, 친환경 에너지 정책이라며 핵발전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 그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4대강 사업은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강을 파괴했습니다. 공사중에 죽어나간 생명들은 말할 것도 없고, 들어선 댐(보)들이 물의 흐름을 막아 강 생태계를 변화시켜 '자연'을 없애고 있습니다. 

핵발전은 최근 일어난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를 보더라도 단 한번에 사고로 엄청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습니다. 게다가 우리나라 핵발전소도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 최근의 불미스러운 사고들로 밝혀지고 있구요.

4대강 사업이나 핵발전이 '반환경'사업임을 다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선 후보들도 '4대강에 설치된 16개 대형 보들을 철거하겠다'(안철수 후보)거나 '원자력에 더 이상 우리의 미래를 맡기지 않겠다'(문재인 후보) 같은 발표를 합니다. 

미래를 생각한다면 당연히 그런 입장을 밝혀야 하고, 당선 뒤 꼭 실행에 옮겨야 합니다. 대선 후보들이 알려진 환경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음에도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4대강 사업'이나 '원자력 발전'같은 잘 알려진 문제가 아니라, 그 문제들과 맞먹는 '골프장 건설'문제도 꼭 대선 정책에 들어갔으면 하는 바람 때문입니다. 또한 단순히 정치적 입장 때문에 '반대'가 아니라 환경정책에 대한 진정성을 보고 싶은 것입니다.

» 골프장 건설은 4대강 사업이나 핵발전 사업 못지않은 환경파괴사업이다. 합법적으로 필요한 만큼만 지어야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무분별하게, 또한 불법적으로 골프장 건설이 횡행하고 있다. 다음 대통령은 이런 파괴를 멈추어야 한다. 사진=강원도 골프장 범대위

18홀짜리 골프장 한 곳이 건설되기 위해선 약 100만㎡의 땅이 필요합니다. 국제 규격의 축구장 넓이가 약 6000~7000㎡정도이니 골프장 한 곳당 축구장 140~170배의 땅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새로 만들어지는 골프장이 40곳이라면? 축구장 4000~5000배의 땅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천연림으로 가득한 강원도라면? 우리의 자연이 축구장 4000~5000배 만큼 사라져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안타깝게도 지금 강원도에서는 이것이 현실입니다. 지금까지 만들어져 운영하고 있는 골프장은 42곳이고, 건설 중이거나 건설 예정인 골프장은 41개에 달합니다(전국에선 총 411개!). 

새로 건설되는 골프장 면적 합이 4376만 9652㎡에 이릅니다. 흔히 여의도 면적과 비교를 많이 하죠? 여의도 면적이 2.9㎢(국토부 발표)이니 새로 짓게되는 강원도 골프장은 여의도의 15배가 넘습니다. 이미 만들어진 골프장을 합한다면 30배가 넘는 면적입니다. 상상해보십시오. 여의도의 30배가 넘는 강원도의 숲이 골프장 때문에 사라진다는 사실을!

환경정책이라면 사람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환경', 자연이 자연답게 유지될 수 있는 '환경', 그 둘이 서로 어우러지고 아름답게 유지되게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것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 자신이 밟고 있는 땅과 가까워져야 합니다. 지역과 기후에 맞는 먹거리를 먹고, 가까운 곳에서 가져온 재료로 집을 지으며, 가까운 곳에서 '친환경'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합니다.

골프장 건설은 그런 환경정책에 완전히 배치되는 사업입니다. 사람이 건강하게 살 수 없도록 할 뿐만 아니라 자연이 자연 답게 유지될 수도 없게 만듭니다. 지난해 운영중인 골프장 411곳에서 사용한 농약은 공식적으로 39만 7574㎏에 달하고 ㏊당 최고 66.06㎏의 농약을 사용한 반면(평균16.94㎏, 국립환경과학원)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농사에서는 ㏊당 평균 10.6㎏를 사용했습니다(농림수산식품부). 일반적인 농토의 1.6배에서 최고 6배의 농약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이런 농약은 토양과 하천을 즉각적으로 오염시키고, 이는 고스란히 직간접적으로 사람에게, 자연에게 큰 피해를 줍니다. 정부에서 유기농 농사를 장려하는 데에는 여러가지 목적이 있습니다. 단순히 '안전한 먹을거리'가 아니라 농약을 덜 쓰면 수질도 개선시킬 뿐더러 땅 속의 생태계도 살릴 수 있고 게다가 사람들의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복합적인 요소들이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골프장은 '유기농'이 거의 없습니다. '새파란' 잔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농약을 써야만 합니다. 

» 얼마전 개봉한 007 스카이폴 영화 스틸 사진. 주인공 뒤로 초지가 펼쳐져 있다. 이곳은 골프가 유래한 스코틀랜드 지역으로 초지가 넓게 분포한다. 골프는 이런 땅에 맞는 운동이다. 우리나라 같은 숲이 발달한 지역에선 파괴가 불가피하다. 사진=다음 영화

즉, 자연상태로는 골프장 같은 넓은 초지가 유지될 수 없다는 말이며, 이는 곧 '자연 상태'의 자연을 없앤 뒤 건설되었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지형이나 기후에 골프장은 애초 맞지 않는 시설입니다. 골프장을 건설하기 위해서라면 무조건 숲을 파괴해야만 합니다.

그렇다고 골프가 무조건 안 좋다는 말이 아닙니다. 골프를 치는 동안 걷는 것만으로도 큰 운동이 되고, 인간관계를 돈독히 다질 수 있다는 것 모르는 바 아닙니다. 묵직한 골프채를 휘둘러 골프공을 타격해 아주 먼 홀까지 보내는 그 묘미야 말할 것도 없을 겁니다. 하지만 골프장을 건설하는 데에는 '맞는 땅'과 '맞지 않는 땅'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위키백과에서는 골프의 유력한 유래지로 스코틀랜드를 꼽고 있습니다. 스코틀랜드는 어떤 곳입니까? 얼마전 개봉한 영화 '007 스카이폴'에서 마지막을 장식하는 액션 씬을 바로 그곳 스코틀랜드에서 찍었습니다. 주인공의 고향으로 나오죠. 침엽수림과 넓은 초지가 반복해서 펼쳐집니다. 그런 곳이라면 자연상태에서도 곧바로 골프를 칠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런 땅을 보면 절로 골프같은 운동이 연상됩니다. 이런 곳은 골프에 어울리는 곳이죠.

우리나라의 이 땅은 숲과 강이 아름다운 것으로 유명합니다. 예로부터 금수강산이라고 부르지 않았습니까? 어디를 가더라도 산천이 다 아름답습니다(아니, 아름다웠습니다.) 북유럽의 척박한 땅처럼 수목이 자라지 않은 땅이 거의 없습니다. 그만큼 기름지고 기후가 좋다는 뜻입니다. 그 덕에 숲 속에는 야생동물들도 풍부하게 살아남아 자연의 한 부분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우리나라는 결코 골프와 어울리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이런 숲을 없애는 것은 자연을 자연스럽게 유지하는 정책에 반대되는 것이죠. 숲을 없애는 것은 단순히 나무를 잘라내는 것이 아닙니다. 나무와 어울려 살던 동물들은 물론 숲을 구성하는 수많은 들풀들도 포함됩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자연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다양한 개체가 서로 어울려 살며 또한 많은 영향을 주고 받으며 살아갑니다. 사람이라고 다를 건 없습니다. 주변의 자연이 사라질수록 사람들 역시 덜 영향을 받고 발전적인 변화도 적어질 것입니다.

만약 우리나라에 골프장이 필요하다면 꼭 필요한 만큼만 적절한 장소에 건설하면 됩니다.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서 건설된다면 그 누가 딴지를 걸겠습니까(물론 법이 잘못되었다면 법을 바꾸어야 하겠지만요!). 

하지만 골프장 업자들이 허가를 받기 위해 작성한 사전 환경성 검토서나 환경영향평가서에는 잘못된 내용이 많았다고 합니다. 일례로 강원도 홍천 구만리 골프장 예정지에는 보호 야생동식물이 일체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으나 지역주민과 환경단체 조사결과 삵, 하늘다람쥐, 산작약 등 멸종위기에 몰려 법적으로 보호되어야 하는 동식물들이 대거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분명한 불법사항입니다.

» 홍천 갈마곡리 하이츠 골프장 예정지에서 촬영한 까막딱따구리. 천연기념물 242호로 지정되어 법적으로 보호받게 되어 있다. 하지만 사업자는 이들의 발견을 숨기고 사업을 강행하려 했다. 분명한 불법이다. 사진=강원도 골프장 범대위

또한 산림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산림 조사서'를 작성해 지자체에 제출해야 하는데, 조사서에 들어가는 '나무 숫자', '높이', '그루 수' 등을 축소왜곡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법적으로는 결코 개발할 수 없는 곳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이도 분명한 불법이죠. 합법적으로만 한다면 대부분의 사업은 실행할 수 없습니다. 법적으로는 지켜져야 할 자연이 토건업자들의 로비에, 담당 공무원들의 무능에 무너지고 있는 셈입니다.

대통령 후보로 나와 있는 분들 중 가장 유력한 문재인, 안철수, 박근혜 후보께 묻습니다. 우리나라의 금수강산을 지키시렵니까? 파괴하시렵니까? 각 후보의 홈페이지를 살펴보니 안철수 후보 이외에는 환경정책을 내놓은 후보가 아직 없어 보입니다. 환경문제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저같은 사람은 후보를 선택할 때 환경정책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4대강, 핵발전, 강정 등 크게 이슈가 되고 있는 사업뿐만 아니라 골프장 사업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히고 정책방향도 확실히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듯 골프장 건설 문제는 단순히 '주민 민원'이 아닙니다. 환경정책의 큰 핵심인 '사람을 건강하게', '자연을 자연스럽게'하는데 중요한 부분입니다. 

골프장 문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강원도지사나 각 군수의 힘만으로도 이 일을 해결하기에 부족합니다. 국가정책 전체를 총괄하는 대통령의 힘이 필요합니다.

저는 지난 총선 때 'VOTE FOR GREEN'이라는 영상을 만들며 '초록에 투표하자'고 했습니다. 아쉽게도 제 소원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도 저는 초록에 투표할 것을 밝히는 바입니다. 그 후보가 좀 더 민주적이고, 정직하며, 다른 정책들도 훌륭히 펼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더할나위 없을 것 같습니다.

특히, 강원도의 자연을 지킬 수 있도록, 금수강산의 명성을 지킬 수 있도록 골프장 사업을 전면 중단을 선언하는 후보에게 투표할 것을 선언합니다. 여러분들도 이 선언에 동참하실 수 있습니다.

"나는 초록에 투표합니다. vote4green.org".

김성만(필명 채색)/ 생태활동가

김성만(채색) 생태활동가녹색연합 자연생태국, 4대강 현장팀에서 활동했었다. 파괴를 막는 방법은 살리는 일을 하는 것이라 믿고 2012년 3월부터 '생태적인 삶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여행을 떠난다. 중국 상하이에서 포르투갈의 리스본까지 자전거로 여행하고 (달려라 자전거)를 냈고, 녹색연합에서 진행한 (서울성곽 걷기여행)의 저자이기도 하다.
이메일 : sungxxx@hanmail.net       블로그 : http://plug.hani.co.kr/likebud

2012년 4월 6일 금요일

"핵발전 반대 59.3%" 투표로 이어진다면…


이글은 프레시안 2012-04-06일자 기사 '"핵발전 반대 59.3%" 투표로 이어진다면…'을  퍼왔습니다.
[초록發光] '욕망'이 아닌 '미래'를 위해 투표하자!

이제 총선까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자신의 소중한 한 표를 어떻게 행사할 것인지 이미 결정한 사람도 있겠지만 아직 결정하지 않은 사람도 많은 것 같다. 무엇보다 선거에서 표의 행사는 우리에게서 대표권을 위임받고 정책을 실행해 온 집권 여당의 정책 활동에 대한 엄중한 평가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녹색 성장이라는 그럴듯한 포장 하에 4대강 생태계파괴를 방조하고, 규제 완화를 통한 경제 활성화라는목표 하에 대기업 조세 감면을 늘려주며 경제 양극화를 조장한 집권 여당의 실정에 대한 평가여야 할 것이다. 또 후쿠시마 사고 이후 명백히 줄어들고 있는 핵발전소 시장을 겨냥해서 핵 수출 국가로 발돋움할 것을 부추기고 있는, 정부의 거꾸로 가는 정책도 되돌려 놓는 한 표 행사가 되어야 한다.

한편, 다음 주에 행사할 표는 우리가 어떤 미래를 원하는가를 분명히 밝히는 정치적 의사 표시일 것이다. 1퍼센트에게만 혜택을 주는 현재와 같은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의 유지란 것이 우리 미래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것이 뚜렷해지고 있다. 총선을 통해 우리는 경제 양극화가 아닌 경제 민주화를 우리 사회 비전으로 받아들일 것임을 분명히 보여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경제 민주화 못지않게 대안 비전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 우리 사회의 에너지 체제이다. 여전히 화석 연료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에너지 생산성도 낮은 현재의 에너지 체제는 전 지구적 문제인 기후 변화 위기에 대응하기 어려울 뿐더러 생태 위기를 가속할 수밖에 없음은 분명하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시되었던 핵에너지 사용 확대라는 것이 해결책은커녕 에너지 체제의 붕괴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을 후쿠시마 사고가 잘 보여주었다. 여전히 진행형을 보이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는 핵발전소 기술이 인간의 통제를 언제든지 벗어날 수 있고, 통제를 벗어났을 때 기술적 해결책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음도 분명히 해주었다.

최근 고리 핵발전소, 신월성 핵발전소에서 잇달아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고들 역시국내에서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발생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통제할 수 없을 뿐더러 세대를 넘어서는 방사능 폐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핵발전소 기술을 계속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더 이상 미룰 수가 없다.



ⓒ프레시안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기존 정당 체제에서 에너지, 핵발전소 기술의 지속 가능성 문제가 정치적 의제가 되지 못하였다. 그런데, 이번 총선의 경우 녹색당, 진보신당에서 당의 대표 정책으로 2030, 2040년의 핵발전소 폐쇄와 재생 가능 에너지 체제로의 에너지 전환을 제시하고 있어 에너지, 핵발전소 문제를 정치 의제화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고 있다. 우리의 한 표는 이렇게 중요한 에너지 문제가 정치 의제로 채택될 수 있도록 할 수가 있는 것이다.

우리의 한 표가 우리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은 독일 녹색당의 역사가 잘 보여준다. 1970년대 핵발전소 반대 운동을 지속해 온 지역 활동가들은 1970년대 말이 되면서 정책 결정권을 쥐고 있는 의회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1977년 처음으로 지역 활동가들이 "녹색 명단 환경 보호(Gruene Liste Umweltschutz)", "원자력 반대 선거 공동체(Wählergemeinschaft Atomkraft Nein Danke)"를 조직하여 지역 의회 선거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각각 1.2퍼센트와 2.3퍼센트를 획득하고 의원 1명씩을 지역 의회에 진출시키는데 그쳤지만 이듬해인 1978년 브로크도르프 핵발전소 인근 지역에서 선거에 참여한 "녹색 명단 환경 보호"는 이내 5퍼센트 이상의 득표라는 경이로운 성적을 거두고 독일 전역으로 확산되어 갔다.

부지 점거에 열심이었던 지역 농부, 대학교 학생, 교수, 변호사, 마르크스주의 운동가,주택 점거 운동 주도자 등 기존 정당의 경험이라고는 전혀 없던, 아니 의회의 위계질서와 의회 내 행위 규범까지도 무시했던 이들에게 독일 시민들이 표를 주기 시작했다. 당시 이들이 제시했던 탈핵, 생태 문제들이 독일 사회가 해결해가야 할 문제라고 보았던 때문이다.

기존 정당에서는 누구도 제기하지 않던 문제를 이들이 제기하기 시작했고, 핵발전소 문제가 의회에서 공식적으로 다루어져야 할 필요를 느낀 시민들이 아마추어 정치가들에게 표를 주었던 것이다. 이런 시민들의 한 표 행사가 지속되면서 지역 의회에서 출발한 녹색당이 1980년 전국적인 당으로 발전하고 1983년 연방의회 진출에 성공하면서 마침내 핵발전소 폐쇄 정책을 구체화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독일은 새로운 미래 비전을 선취하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2011년 8월 에너지경제원이 실시한 여론 조사에 의하면, 후쿠시마 사고 이후 핵발전소에 대한 반대 의견을 보이는 사람이 이전의 19.2퍼센트에서 59.3퍼센트로 증가했다고 한다. 국내 핵발전소가 '불안전'하다고 답한 이들도 47.4퍼센트에 달했다. 이런 반대 여론은 예정 후보지 지역의 경우 확실히 높았다고 한다.

며칠 전 발표된 고리 핵발전소 1호기 비상 냉각 장치 가동 불능 가능성은 이런 반대 여론을 더 강화시킬 것이다. 이런 상황이 또 다시 심각한 사회적 갈등으로 발전하기 전에 핵발전소 기술의 지속 여부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당장이라도 시작되어야 한다. 이런 논의의 물꼬를 틀 수 있는 것이 이번 총선을 통해 핵발전소가 정치 의제화될 수 있도록 우리의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일 것이다.

'초록發光'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와 이 공동으로 기획한 연재입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이 연재를 통해서 한국 사회의 현재를 '초록의시선'으로 읽으려 합니다. 이런 시도는 이명박 정부의 '녹색 성장'이 아닌 '초록 대안'을 찾으려는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활동의 일부분입니다.

☞바로 가기 :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박진희 동국대학교 교수·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소장

2012년 1월 21일 토요일

탈핵, 할건가 말건가, 총선서 선택을 이대로 두면 세계 최대 핵발전 단지


이글은 레디앙 2012-01-19일자 기사 '[기고-제안] "정당, 책임 있는 입장 발표 & 토론 필요하다"'
[기고-제안] "정당, 책임 있는 입장 발표 & 토론 필요하다"

민주통합당 지도부 선거가 끝나면서 올해 총선을 앞둔 정치세력들 간의 이합집산은 끝난 듯하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정책에 대해 얘기를 해야 할 때이다.
각 정당, 원칙적 입장과 구체적 계획 내놔야
올해 총선에서 꼭 얘기해야 할 주제가 핵발전 문제이다. 며칠 전 경남 밀양에서는 70대 노인이 초고압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여 분신을 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건설 예정인 신고리 핵발전소에서 전기를 끌어오기 위한 초고압 송전탑 때문에 발생한 비극이다. 이 사건은 더 이상 핵발전 문제를 덮어둘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핵발전은 생태환경뿐만 아니라 지역공동체와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조차 상실한 비윤리적 행위이다.
방사능 문제를 생각해도 그렇다. 핵발전을 확대하는 국가일수록 방사능에 대해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우리 나라가 대표적이다. 먹는 식품에서 나와도 "안전하다", 아스팔트에서 나와도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모습.

핵발전을 확대하는 국가에서는 핵발전소의 안전성을 과장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안전 규제도 허술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찬핵론자가 원자력 안전규제를 담당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다. 정말 사고 안 나는 게 다행인 위험한 상황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21개의 핵발전소들이 가동 중이다. 그리고 이 숫자는 신고리 2호기와 신월성 1호기가 올 봄에 가동되면 23개로 늘어난다. 그 외에 건설 중인 것과 계획 중인 것을 합치면 34개가 되고, 작년 연말에 발표한 삼척과 영덕의 신규부지가 확정되면 42개까지 지을 수 있게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압도적으로 핵발전 밀집도 세계 1위인 국가가 된다.
핵발전 확대를 막고 물꼬를 돌리려면, 지금밖에 기회가 없다. 이번 총선에서 우리는 세계 최대의 핵발전단지로 갈 것인지, 아니면 탈핵(탈원전)을 할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야당들은 탈핵에 대한 입장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그리고 구체적인 입법과 계획에 대해 토론을 시작해야 한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우리나라는 핵발전의 수렁 속으로 더 깊이 빨려 들어가게 될 것이다.
민주통합당 입장 애매
핵발전 문제에 관한 각 당의 입장들은 어느 정도 나와 있다. 민주통합당은 ‘전면 재검토’, 진보신당과 사회당, 통합진보당은 ‘원전의 단계적 폐기’ 또는 ‘탈핵’을 강령으로 하고 있다. 이 정당들 중에 핵발전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은 없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통합당의 입장은 애매모호하다. 원전을 전면재검토한다지만, 언제까지 재검토를 한다는 것인지? 도 불분명하고, 현재 짓고 있는 핵발전소나 수명이 끝난 핵발전소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이 없다.
그리고 진보신당은 2030년 탈핵을 제시하고 있지만, 통합진보당은 목표연도를 분명하게 밝히고 있지는 않은 상황이다.
탈핵(탈원전)을 선언한 독일이나 벨기에의 사례를 보면, 언제까지 탈핵을 하겠다는 목표연도를 설정하고 탈핵을 위한 시나리오를 짬으로써 탈핵을 현실로 만들었다. 탈핵을 위해서는 신규 핵발전소 건설 중단이나 수명 끝난 핵발전소의 폐쇄는 당장 해야 할 일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이제는 막연하게 핵발전에 ‘찬성한다’, ‘반대한다’ 또는 ‘단계적으로 폐기한다’는 수준을 넘어서서 목표연도에 대해 합의하고 실질적인 탈핵 시나리오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총선에서 각 정치세력들은 이 문제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탈핵에 동의하는 정치세력들은 탈핵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토론을 시작해야 한다.
녹색당은 아직 창당 과정에 있지만, 탈핵(탈원전) 문제에 대해서는 다른 어떤 정당보다도 관심을 가지고 활동해 왔다. 핵발전 확대에 초점을 맞춘 우리 나라의 법제도를 전면 개편하기 위한 ‘탈핵 및 에너지전환 기본법’ 초안도 마련하고 있다.
세 가지 쟁점에 입장 발표를
그래서 다른 정당들에게 제안한다. 탈핵(탈원전)에 대한 각 정당의 입장을 명확하게 밝혀달라. 그래야 토론이 시작될 수 있다. 쟁점은 몇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핵발전을 중단하기 위한 목표연도를 어떻게 잡을 것인지이다. 녹색당은 창당 준비과정에서부터 2030년 탈핵을 주장해 왔다. 진보신당도 2030년 탈핵을 주장하고 있다. 다른 정당들의 입장은 무엇인지를 밝혀달라.
둘째, 신규 핵발전소 건설을 중단할 것인지 아닌지이다. 여기에는 당장 상업운전을 시작하려고 하는 신고리 2호기, 신월성 1호기부터 포함된다. 일단 상업운전을 시작하면 핵발전소는 핵폐기물을 쏟아낼 수 밖에 없고, 사고위험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미 건설이 끝났다 하더라도 신고리 2호기, 신월성 1호기는 가동을 위한 모든 행위를 중단하고, 핵발전확대냐 탈핵이냐는 정치적 결정을 기다리게 해야 한다. 정당들은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세 번째는 쉬운 문제이다. 수명이 끝난 핵발전소의 수명연장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이미 수명연장을 한 고리1호기, 그리고 수명연장이 추진되고 있는 월성 1호기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수명이 연장되면 그만큼 사고위험도 높아지는 만큼, 고리1호기는 가동을 중단하고 월성1호기는 수명연장을 하지 말아야 한다. 이 문제에 대한 입장도 명확하게 해야 한다. 

각 정당의 입장이 밝혀지면, 탈핵을 위한 구체적 논의를 위한 ‘정당 연석회의’를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 공개적인 토론도 해야 한다. 그래서 탈핵(탈원전)과 에너지전환을 이번 총선의 핵심 의제로 같이 만들어가자. 그것이 우리의 안전과 미래세대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한 책임있는 정당의 태도이다. 

2012년 01월 19일 (목) 12:54:38 하승수 / 녹색당 창준위 사무책임자